- 누렁이 위에서의 전투
르포이 평원에는 직업 마스터 퀘스트에 도전하는 암살자도 있었다.
"이번에는 레벨 300이상 100명을 암살해야 하는데… 편하게 되었군."
ㅇ마살자는 다크 게이머들처럼 풀죽신교의 무리 사이에 섞였다.
공격만 성공하면 기사들은 정말 좋은 먹잇감이었다.
갑옷의 틈새, 미리 정해 놓은 위치를 독과 저주가 걸려 있는 단검으로 정확히 찔렀다.
생명력이 많아서 버티더라도 움직임이 둔해지고, 해독을 하지 못하는 이상 반드시 죽는다. 암살자의 맹독 제조술은어지간한 사제가 아니고서야 해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런 난전에서 어떻게 사제를 만나고 정확히 증상을 말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겠는가.
암살을 성공시킨 후에는 다시 그림자나 유저들 사이에 섞였다.
그림자 아래에 숨는 은신술은 기본, 유저들 틈에 섞이게 되면 복장도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변장 스킬까지 가졌다.
"뭐, 우리도 북부에 정착을 하기로 했으니……. 그나마 우리를 받아 주는 곳도 아르펜 왕국 뿐이지."
"위드와는 개인적인 관계도 있으니 싸워 줘야지."
진홍의날개 길드.
한때 화려한 길을 걸었지만 철저히 몰락하고 나서부터 중앙 대륙에서는 살아가지를 못했다.
벨소스 왕의 저주를 깨우고, 차가운장미 길드가 본 드래곤 레이드를 성공시킬 때 뒤통수를 치다가 일을 그르치게 했던 사건으로 고향을 영구히 떠나게 되었다.
북부에 와서도 죽은 듯이 조용히 지내고 있었지만, 하벤 제국이 침공하여 함께 싸우기 위하여 나선 것이다.
"우리가 유일하게 인정을 하는 국왕 위드를 위하여……."
"뭐, 어쩄거나 헤르메스 길드 놈들과 싸우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지."
진홍의날개 길드만이 아니었다.
북부에 정착한 수많은 길드, 아르펜 왕국의 영주들도 세력을 이끌고 참전했다.
"여기가 어떻게 일군 땅인데 쳐들어와!"
"이 헤르메스 돼지 놈들은 양심도 없어."
북부에 터를 잡고 있다가 몰려온 각양각색의 세력들과, 그렇게 죽고도 아직도 무지막지한 수가 남은 다양한 풀죽신교의 무리가 렌슬럿이 이끄는 하벤 제국의 병력을 향해 끝없이 돌격하고 있었다.
팥죽, 녹두죽, 양원죽, 조죽, 청량죽, 흑임자죽, 콩죽, 부추죽, 콩나물죽, 호박죽,흰죽, 보리죽, 낙지죽, 게죽, 붕어죽, 생굴죽, 조기죽, 잣죽, 추어죽, 밤죽,도토리죽, 호두죽, 매화죽, 고구마죽,감자죽, 죽엽죽, 깨죽, 계란죽, 단팥죽, 쇠고기죽, 타락죽 부대!
르포이 평원을 멀리서부터 에워싼 유저들은 마치 망망대해처럼 끝도 없이 평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오롯이 돋아나 있는 외딴섬, 헤르메스 길드!
"이,이건 도무지……."
"화살이 전부 떨어졌습니다!"
"궁수들은 마나 화살을 쏘거나, 그럴 수준이 안 되면 전장으로 달려가서 화살을 수거하면서 싸워라."
"마나를 아껴라! 마법사들을 보호해라!"
하벤 제국의 정예 군대는 북부를 점령하기 위하여 왔다.
군대의 전력도 굉장하고, 부대의 균형도 잘 잡혀 있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숫자의 북부 유저들이 죽자고 달려드는 데에는 대책이 없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아무리 많은 숫자를 죽여도 조금도 줄어드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풀죽신교가 가하는 압박감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대륙을 구하는 영웅, 아르펜 왕국의 국왕 폐하를 위하여 싸우자!"
"로르스 마을에서 자유 기사 드반이 왔다. 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영광을 위해 싸우리라!"
"자유 기사 라소! 정의를 위하여 몸숨을 바치리라."
하벤 제국의 군대가 아르펜 왕국을 침략하자, 대륙의 떠돌이 자유 기사들이 대거찾아왔따. 위드가 가지고 있는 '대륙을 구하는 영웅' 호칭 때문에 NPC 자유 기사들이 한 자루 검을 높이 치켜들고 말을 몰고 나타난 것이다.
"니플하임 젝구의 마지막 기사들이여! 니플하임 제국의 영광을 다시 이룩할 수 있는, 우리의 새로운 국왕 폐하를 위하여 싸우자!"
벤트 성의 기사들 그리고 니플하임 젝구의 기사들도 나타나서 하벤 젝구의 기사들과 맞붙었다.
"돌격하라!"
"최고 속력으로!"
벤트 성의 기사들과 하벤 제국의 기사들이 상대를 향하여 마주 달렸다.
기사들끼리의 전력은 얼추 비슷한 수준이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기사단에 많은 투자를 하였지만, 벤트 성의 기사들 또한 끊임 없이 몬스터와 싸우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헤르메스 길드에 속해 있는 기사 유저들이 전반적으로 레벨은 더 높은 편이었지만, 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전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힘들었다.
아무리 베어도 끝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북부 측에는 새로운 응원군이 계속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들끼리의 접전이 벌어지면서 쌍방에서 부상자들이 다수 발생했지만, 그 후의 결과는 양측이 판이하게 달랐다.
낙마한 벤트 성의 기사들은 북부의 유저들이 철저히 보살펴 주었다.
"다치셨어요? 사제님, 여기 이쪽요!"
"치료의 손길!"
곧바로 신성 마법으로 치료를 해 주고, 하벤 제국의 시가단으로부터 숨겨 주기도 한다.
반면에 하벤 제국의 기사가 땅에 쓰러지면 가차 없었다.
"야, 밟아!"
"광부님들, 여기요! 이쪽으로 곡괭이 가져오세요!"
"그물을 뒤집어씌우고 못 일어나게 해요!"
북부의 유저들이 개미 떼처럼 모여들어서 뒤덮어 버렸다.
그런 공격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서 도망에 성공하는 하벤 제국의 기사들도 있었지만, 전투에 동원되는 풀죽신교의 수준도 차츰 높아지는 중이었다.
전투가 벌어진 초반에는 화살과 마나를 소모시키기 위하여 레벨 50대 이하의 부대들이 주로 희생양으로 나섰지만, 이제는 레벨 200대가 넘는 중급 부대들이 대거 등장!
착용하고 있는 갑옷과 검, 사용하는 정령술, 마법, 화살의 수준이 대대적으로 올랐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평소에는 레벨 200대의 유저들도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다.
"사냥터에서 모조리 내보내."
"이 퀘스트는 앞으로 못 받도록 던전 폐쇄해. 앞으로 이퀘스트를 하는 유저가 있다면 착살령에 올린다."
유저들이 제국에 이익이 되는 유리한 퀘스트만 수행하는 방식으로 관리를 해 왔다. 실질적으로 노예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아르펜 왕국의 레벨 200대의 유저들은 단단히 뭉쳐있었다.
모라타의 초기부터 같이 성장해 온 유저들이라서, 충성심도 남달랐다. 위드가 모래죽, 낙엽죽, 돌맹이죽을 요리하더라도 기꺼이 고맙게 먹윽 수준으로 세뇌가 되어 있는 것이다.
"적들을 갈라놓고, 사제들을 해치워라."
"보급 부대를 향하여 기병 돌진!"
헤르메스에서는 한없이 깔보던 레벨200대의 유저들이지만, 뭉쳐서 전술도 쓸 줄 알았다.
그들이 하벤 제국보다 유리한 것은 딱 한 가지였다.
자기 자신이 죽더라도, 그뒤에 있는 누군가가 계속 싸울 거라는 믿음.
기꺼이 죽음의 길로 달려가면서 하벤 제국의 병력을 붙잡았다.
"총사령관님, 이런 식으로는 곤란합니다."
"더 늦기 전에 퇴각을 고려해야 됩니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렌슬럿에게 조언을 했다. 아직까지 크게 패배한 건 아니지만 상황이 점점 더 좋지 않게 돌아갔다.
"궁병들은 곧 무용지물이 됩니다."
"갑옷은 그렇다 치더라도 너무 많이 휘두른 나머지 무기들 상태가 말이 아닙니다. 이런 식이라면 나중에는 초보자들이 떨군 검이라도 주워서 싸워야 할 판입니다."
"병사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있어서 휴식을 필요로 합니다."
하벤 제국의 병력이 지금까지 죽인 풀죽신교의 유저 수가 백만 명이 훨씬 넘었다. 그런데 지쳐 가는 건 자신들 쪽이었다.
"아직은 더 싸울 수 있다. 전원 자리를 지켜라. 적들이 싸우러 온다면 기꺼이 모두 죽인다."
렌슬럿으로서는 굴욕적인 일이었다.
그는 전쟁의 신 위드와 싸우기 위하여 기꺼이 북부까지 왔다.
지략과 용맹을 겨루면서 최고의 승부를 펼치고 싶었다. 전술가로서 다시 보기 힘든 명승부를 벌이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상도 못 한 무자비한 인해전술로 아르펜 왕국의 땅을 밟자마자 퇴각을 거론하게 되다니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죽여도 적들은 계속 증원되었다.
"풀죽!풀죽!풀죽!"
"동굴레죽에서 참전하였습니다."
"동쪽 방향으로 마법 공격을 합시다! 알아서들 피하세요."
"그쪽으로 화살도 날아가요!"
렌슬럿에게 이제 전장의 소란스러움은 짜증스럽게 들릴 지경이었다.
이만큼 죽어 나가면 도망칠 만도 한데 북부 유저들의 사기는 여전히 최고로 드높았다.
"이기기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라 마치 죽으려고 싸우는것 같다. 뻔히 죽을 걸 알면서도 싸우러 와. 자신의 이득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수가 잇는 거지?"
풀죽신교의 잡초 근성!
오직 모라타에서 살아온 유저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의 교류가 있었다.
-대륙의 어느 고을 가더라도 모라타만큼 좋은 곳은 없다.
-모라타는 우리의 손으로 지켜야 된다.
-폐허에서 일어선 모리타다. 내가 성장하면서 같이 커온 도시다.
-어렵고 힘들어도 우리는 지킬 수 있다.
-나는 죽어도, 도시가 남아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모라타, 아르펜 왕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꺼이 죽을 수 있다.
누가 르포이 평원으로 억지로 끌고 온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달려온 것이다.
그리고 일어나는 거대한 함성!
"우와아아아아!"
"만세!"
"풀죽!풀죽!풀죽!"
유저들이 르포이 평원이 떠나가도록 쿤 함성을 질러 대고 있었다.
저 머리 태양을 등지고 날아오는 있는 거대한 아이스 드래곤.
아르펜 왕국의 대표적인 생명체 중 하나인 빙룡!
그리고 빙룡의 머리 위에는 위드가 서 있었다.
슬슬 하벤 제국의 군대가 지칠 무렵이 되었다고 판단, 수금을 위하여 출동한 것이다.
불사조와 와이번, 다른 조각 생명체들도 당연히 함께 있는데, 이정도는 놀라움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위드의 ㅜ디에서 엄청난 크기의 섬, 조인족들이 거주하는 천공의 섬 라비아스가 통쨰로 따라온 것이다.
렌슬럿이 데려온 군대와의 싸움은 애들 장난처럼 느껴질 정도로, 갑작스럽게 커지느 스케일!
"저거 도대체 뭐야."
"우리가 생각하는 그게 맞는 건가?"
"진짜 장난 아니다."
"괜히 전쟁의 신 위드 님이 아니야."
"노는 물이 다르네."
풀죽신교의 유저들이 목을 부러져라 위를 쳐다보고 있는 사이에, 라비아스에서 조인족들이 날아올라서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썩은 냄새가 하늘까지 와 닿네
이 퀴퀴한 냄새는 내 머리카락에서 나는 것 같아
비가 내리는 날에는 이불 빨래 걱정을 하지
라비아스의 조인족들은 이상한 노래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위드의 노래는 그치지 않고 계속 되었다.
집안일은 아무리 해도 매일 생기지
밥, 청소, 빨래, 설거지
손니이 오더라도 반갑지가 않지
너희에게 줄 밥은 없다네
과일도 없고, 과자와 마실 차도 없어
도시가스 요금에 전기세까지 오르는 이놈의 세상
"과연 품격이 달라."
"흔한 말들인데도 깊은 고뇌와 함께 불가사의한 뜻을 전달하고 있는 시적인 표현이군."
위드의 노래에 어떤 심오한 비밀이 숨어 있을 거라고는 여기고 연구했던 유저들도 꽤 되었다. 그들을 다시 혼란에 빠지게 하는 가사를 부르며 위드가 등장했다.
"진형을 새로 짜라!"
"전원 수비 진형으로!"
"집결하라!"
하벤 제국의 군대에서는 난리가 났다.
풀죽신교와 싸우면서 부대별로 제멋대로 떨어져 있었지만, 이제는 무조건 모여서 방어 진형을 구축해야 했다. 위드가 등장하고 나서부터가 진짜 전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재앙을 일으키거나, 거대한 언데드 부대들을 통솔하는건 아주 두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이 느닷없는 출현 역시 완전히 뒤통수를 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위드와 그의 부하들을 상대하기 위해 각종 전술을 준비하고 연습도 해 왔지만 하늘에서 뜬금없이 나타났기에 모든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총공격을 준비하고, 각자 조인족들의 공격의 끌려가지 않도록 대비도 하라."
궁병들은 전장에서 입수한 화살을 시위에 끼워 하늘을 향하여 조준을 했다.
마법사들도 각기 최상위 공격 주문을 외웠다.
기사들과 병사들도 밀집하여 하늘에서의 공격에 대응하려고 했다.
그리고 원정군의 헤르메스 길드원들의 얼굴에서는 핏기가 싹 가셨다.
"어떻게 다 모였는데 이런 숫자밖에 안 되는 거지?"
"아무리 마구 뒤섞여 싸웠다고 해도, 그사이 이토록 많이 죽었단 말인가?"
르포이 평원을 휘젓고 다니던 기사들과 병사들이 삼분의 일 가까이나 확줄어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미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NPC 부하들은 풀죽신교에게 밟혀서 죽고, 다크 게이머들과, 북부의 고레벨 유저들에게 당해 버렸던 것이다.
위드는 등장하자마자 바로 공격을 개시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
'조인족은 엄청나게 강력한 종족인데…….'
'풀죽신교라고 했던가, 저들과도 싸워야 되는데 거기에 위드와 그의 괴물 부하들, 조인족들까지.'
그를 올려다보며 기다리는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심장이 울렁거려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 지경이었다.
하늘에서 빙룡을 타고 있는 위드와 천공의 섬은 커다란 부담이었다. 무엇보다 전쟁의 신 위드라는 무게감이 그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이건 아니었어. 이런 방식은.'
렌슬럿은 평원, 계곡, 협곡, 능선, 요새 등의 적당한 지형에서 전술을 변화시키면서 위드와 싸우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하벤 제국의 군대는 아르펜 왕국의 빈약한 정규군은 물론이고 조각 생명체들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하지만 위드에게는 북부의 유저들이 있고, 그들은 초보나 고레벨 가리지 않고 렌슬럿의 부대를 막기 위하여 참전했다. 그들이 나선 것만으로도 전력에 큰 차이가 생겨서 격퇴를 당하게 생긴 것이다.
사실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아르펜 왕국의 유저들이 참전하리리고 예상은 하였지만,이렇게까지 많이 오리라고는 누구도 염두에 두지 못했다.
지금도 풀죽신교에서는 위드의 명령만 떨어지면 함성을 지르고 달려갈 준비를 마쳐 놓고 있었다.
위드는 가벼운 인사부터 하기로 했다.
"굳이 쓰지 않아도 전투에서 이기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그래도 이렇게 모여 있는 이상, 예의상 사용해줘야겠군."
품에서 꺼낸 건 무려 명작의 자연 조각품!
<빨아들니는 늪>.
"지금은 이게 괜찮겠어."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를 하며 물에 젖은 땅을 탄생기켰다. 그 후로 소재를 썩히기가 아쉬워서 다른 자연 조각품도 만들어 둔 것이다.
늪과 습지는 생명의 보고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죽음의 장소가 된다.
위드가 꺼낸 조각품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아우성을 치며 늪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아주 생생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보기만 하더라도 소름 끼치기 짝이 없는 그 광경!
특히 늪에 빠져들어가는 얼굴들에는 평소에 싫어하던 이들이 가득했다.
바드레이에서부터 초등학교 때 준비물 안가져왔다고 놀리던 짝꿍,사채업자들, 서윤을 더 잘 따르는 보신이!
위드가 조각술의 비기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려고 할 때에 아래에서 큰 고함 소리가 들렸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 위드는 들어라! 나는 대하벤 제국의 북부 정벌 사령관 렌슬럿이다!"
렌슬럿은 위드도 자주 들어 봤을 만큼 대단히 유명한 유저였다.
"어디서 보신이가 짖나."
위드는 뭐라고 하든 관심이 없었으므로 그대로 대재앙을 일으키려고 하였다.
"대재앙의……."
"전략과 전술. 베르사 대륙사에 남을 멋진 전투를 펼치려고 이곳에 왔으나 이제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전투는 기사로서 너무 아쉽다. 브로너성의 대영주로서, 그리고 하벤 제국의 사령관이로서 아르펜왕국의 국왕이며 모험가인 위드에게 정식으로 도전한다. 남자 대 남자로서, 그리고 큰 야망을 가진 사람들끼리 일대일의 대결을 청한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 양측의 기사들이 나와서 어느 쪽이 더 강한지 승부를 벌이는 게 유행이었다.
렌슬럿은 상황이 안 좋다고 판단을 하고, 대장들끼리의 싸움을 청한 것이다.
"주인, 불어 버릴까?"
빙룡이 차가운 콧김을 세차게 뿜어냈다.
물론 마법사들이 수비를 하겠지만, 그래도 아이스 브레스의 공격범위는 상당히 넓다.
많이 지치고 약해져 있는 적들이 꽤나 죽을 것이고, 마법사들의 마나 소모도 유도할 수 있으리라.
무엇보다도 대규모 전쟁에서 빙룡의 아이스 브레스가 효과가 높은 이유는 땅을 얼게한다는 점이었다. 땅이 얼게되면 하벤 제국이 자랑하는 기사단은 돌격이 어려워져 골치를 앓을 수밖에 없다.
위드는 렌슬럿의 제안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여겼다.
"지갑을 잃어버린 사람이 들어 있던 돈까지 전부 돌려 달라고 하는 격이군."
당연히 거절하기 위하여 렌스럿을 쳐다보다가, 입꼬리를 슬며시 치켜올렸다.
"승고하며 통찰력이 있는 렌슬럿이여, 긍지 높고 명예로운 아르펜 왕국의 국왕으로서 그대의 용기에 진심 어린 찬사를 보낸다. 기사의 도전이란 무거운 명예의 무게만큼이나 거절하기 어려운 것, 나는 관대한 마음으로 이 대결을 허락하겠노라."
"꺄아아아악!"
"역시 위드 님이다!"
"풀죽!풀죽!"
지상에서는 난리가 났다.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렛슬럿의 도전은 비웃었다.
"전쟁에서 몰리니까 별걸 다 하려고 하네."
"아무튼 못 먹는 감을 꼭 찔러라도 보려고 한다니까."
"헤르메스 놈들은 양심도 없어."
전쟁에서 이미 유리한 고지를 점한 위드가 이제 와 새삼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오죽하면 하벤 제국의 유저들조차도 괜한 짓을 벌였다고 생각했을 뿐 대결이 받아들여지라고는 믿지 않았을까.
그런데 위드가 대결을 받아들임으로 인하여 분위기가 확 달아오르게 되었다.
지상에서 주먹질을 하던 수르카가 말했다.
"아, 이건 말도 안돼. 무슨 꿍꿍이가 있어."
활을 쏘며 싸우고 있던 페일도 중얼거렸다.
"도대체 어떤 음험한 꿍꿍이가……."
연주를 하며 풀죽신교의 사기를 북돋아 주고 있던 벨로트도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절대 피할 수 없는 꿍꿍이의 냄새가 진하게 나는 것 같아."
그러나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유저들이 위드의 호쾌한 배포를 찬양하고 있었다.
위드의 마음을 그나마 잘 이해하느 것은 마판이었다.
"렌슬럿의 아이템이 탐나신 거로군!"
대결에서 이긴 쪽은 당연히 패배하고 죽은 유저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결정적인 순간 위드의 마음을 변하게 한 것은, 헤르메스 길드의 지원을 받아 멋진 아이템들을 주렁주렁 착용하고 있는 렌슬럿의 모습이었다.
"시청률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광고 빨리 내보내!"
방송국들은 위드가 천공의 섬 라비아스와 함께 등장하면서 전투의 흐름이 잠깐 끊긴 사이에 광고를 내보냈다.
시청률이 이렇게 높을 때 광고를 보여 줘야 한다.
시청자들이 화를 낼 수도 있지만, 막간을 이용하여 화장실에도 다녀올 수 있고, 맥주와 오징어 등을 준비해서 계속 보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위드가 렌슬럿과 대결을 하기로 하면서 시청률은 계속 올라갔다.
통닭과 피자, 족발, 보쌈 업체의 광고주들은 이 황금 시간대에 홍보를 하기 위하여 광고료를 아낌없이 지불했다.
방송국의 게시판에 글들도 미친 듯이 늘어났다.
"위드가 조금 무모한 판단을 내린 것 같네요. 상식에 미루어 볼 때, 받아들일 필요가 없는 대결입니다."
진행자의 말에 따라서 게시판은 악플로 도배가 되었다.
-방송국 문 닫고 싶냐?
-진행자님, 로열로드 접속하면 빙룡 광장 뒷골목으로 와요.
-방송국이 여기밖에 없나. 채널 돌려야지
-내 원 더러워서 앞으로 여기 안 본다.
다른 방송국들은 재빨리 태도를 바꿨다.
"아, 역시 위드입니다! 지극히 유리한 상황인데도 기사답게 승부를 받아들이는군요. 시청자를 위하여 더없이 좋은 볼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위드가 승리하겠죠."
"그렇습니다. 무시하고 그냥 밀어 붙여서 이겨도 될 텐데 또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승부를 받아들여 주네요."
"역시! 전쟁의 신 위드의 여유와 관록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진행자의 말솜씨가 날로 늘어 가는 듯.
-초기에 불안하던 진행이 능숙해졌네요. 오래 하셔도 되겠어요.
-전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네요.
-CTS미디어 괜찮은 방송국임.
-과연 대기업 계열은 달라요.
위드와 렌슬럿은 공정하게 지상에서 대결을 벌이기로 하였다.
"물러서요."
"자리를 넓게 비켜 줍시다!"
풀죽신교와 하벤 제국 군대의 중앙 지점이 넓게 비워졌다.
양측의 이목이 집중된 황량한 평원으로 렌슬럿은 흑마를 타고 다가왔다.
'전재의 신 위드와 싸운다'
렌슬럿의 심장은 흥분으로 미친 듯이 뛰었다.
전쟁의 승패를 떠나서 그에게는 가장 긴장되는 승부였다.
'내가 이길 수 있다.'
기사로서 짜릿한 승부를 꿈꾸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흑마도 흥분되는지 콧김을 뿜어냈다.
"음머어어어어!"
위드는 누렁이를 타고 있었다.
말에는 없는 소뿔에, 건강하고 탄력있는 근육질의 네 다리!
소의 육체미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누렁이었다.
도살장의 직원들이 누렁이를 그렇게 탐을 낸다고 한다.
"오늘 전투가 끝나면 한우가 많이 팔리겠군."
역시 홍보를 위한 장식이였다.
누렁이가 로열로드에서 자주 출현을 하며 유명세를 떨치니 얼마 전에는 한우 협회에서 공식 제의가 왔다.
-누렁이를 모델로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시키고 싶습니다만…….
위드는 그날 저녁에 광고주들을 만났다.
"모델료가 얼마죠?"
"저기, 말씀드리기가 곤란한 부분부터 양해를 구해야 되겠습니다. 누렁이라는 조각품에 애착이 아주 많으시리라 봅니다. 예술가로서 자신의 작품을 아끼는 당연한 감정이겠지요. 저희도 백분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가 하려는게 한우 고기 광고인 만큼 특정 부위들을 먹는 장면도 들어가야 될것 같은데 허락해 주실 수 있을지……."
"살치살, 부채살, 토시살, 안창살, 등심, 제비추리, 갈비…원하는 건 다 드뎌도 됩니다. 뭐 굽거나 탕으로 끊이 거나 육회를 치셔도 되고, 아 사골을 우려내는 것도 좋겠네요. 근데 모델료는 얼마죠?"
액수만 맞으면 묻지 마 수락!
광고는 일하고 있는 누렁이를 잡더니 깡마른 식이종 어런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 치우는 내용이었다.
맛잇는 소가 건강을 지킵니다!
광고가 인기를 끌며 어린이용 누렁이 장난감, 인형까지 나오면서 매달 상당한 돈을 벌어다 주었다. 장모님 통닭에서는 와이번들을 광고 모델로 쓸 수 없겠냐는 제의도 들어왔다.
"누렁아, 우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 와이번들과 누렁이,넌 가족이야, 가족."
"음머어어어어어."
누렁이는 좋다고 꼬리를 치고 땅을 파해쳤다.
"주인의 사랑을 받으니까 좋다. 갈수록 잘해 주는 것 같아."
"그래.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데……. 전투가 벌어지는데, 무섭니?"
"조금 겁난다. 음머어어어."
"네 몸 값이 얼마인데……. 절대 꽃등심이나 소꼬리도 안다치게 할 테니까 잘 싸워 보자."
렌슬럿과의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위드는 데몬 소드를 뽑아 들고 다른 장비도 최상의 것들도 무장했다.
"가자, 로드우스!"
렌슬럿은 흑마와 함께 바람처럼 질주를 시작했다.
"누렁아, 여물값 하러 가자!"
위드도 누렁이와 함께 달렸다.
그들은 정면으로 맞부딪치기 위하여 마주 바라보고 돌격했다. 거리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공격 방향은… 오른쪽일까? 아니면 왼쪽?'
렌슬럿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빨리 결정을 하고 발동시켜야 한다. 물론 다른 기사들과 마상 대결을 해본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긴장된 적은 없었다.
렌슬럿이 지켜보는 가운데 위드의 손에서 데몬 소드가 장난감처럼 멋지게 돌아갔다.
'저런 여유라니…….'
사실 위드에게는 마상 돌격 스킬이 없기 때문에 딱히 사용 할게 없어서 검을 가지고 노는것 뿐이었다.
'비탄의 돌격을 써야겠다.'
렌슬럿은 결단을 내렸다.
바드레이는 최고의 돌격 스킬인 항거할 수 없는 돌격을 주로 쓰지만, 그가 사용하기에는 스킬 숙련도가 아직 조금 낮아서 익숙한 스킬을 사용기로 한 것이다.
"비탄의 돌격!"
렌슬럿은 흑마와 함께 쏘아진 화살처럼 쇄도했다.
마치 주변의 풍경들이 앞으로 다가오는 것만 같은 어마어마한 속도감!
여기서 발휘하는 무지막지한 파괴력이야말로 기사라는 직업이 전장에서 최강으로 꼽히는 이유다.
위드는 담담히 데몬 소드를 들어서 렌슬럿의 렌스 차징을 막아 냈다.
챠아아앙!
위드와 렌슬럿이 서로 스쳐 지나갔다.
-비탄의 도격에 의하여 데몬 소드의 내구력이 12 감소합니다.
데몬 소드의 공격력이 9떨어집니다.
몸에 전해진 충격으로 생명력이 4,390 줄어듭니다.
위드의 눈앞에 메세지 창이 떴다.
'음, 놀랍군.'
하지만 렌슬럿의 충격만큼은 아니었다.
-힘에서 압도당했습니다.
공격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돌격 스킬이 실패했습니다.
일시적으로 힘이 11% 줄어듭니다
-프록터의 창의 내구력이 17% 감소합니다.
창끝이 무디어져서 최대 공격력이 21줄어듭니다.
-데몬 소드에 베였습니다.
생명력 1,399 감소!
악마 환영의 저주에 걸립니다!
"이,이게 무슨! 말도 안돼."
돌격 스킬까지 사용한 상태인데 힘에서 밀리다니, 렌슬럿은 어이가 없었다.
비타의 돌격이 이루어질 때에는 기본적으로 힘이 2개가 된다. 말이 달리는 속도에 따라서 그 이상으로 늘어나지만, 지금은 전속력을 다하진 못했기에 그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거운 갑옷을 착용한 기사가 예술가에게 힘으로 밀리다니!
렌슬럿으로서는 알 리가 없는 일이었지만, 당연히 위드가 조각 파괴술을 써서 예술 스탯을 힘에 몽땅 밀어준 때문이었다.
물론 양심에 아주 작은 거리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원래 가지고 있는 스킬이니 금지된 것도 아니다. 양심의 거리낌도 정말 작아서, 하품 한번 하고 나면 잊힐 정도에 불과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대충 비슷한 것 같군. 힘이나 다른 스탯은 내가 많이 앞서는 것 같고, 장비도 내가 약간씩은 더 나아. 그리고 돌격 스킬은 저쪽이 좋고.'
쉽게 이길 수 있는 길을 놔두고 굳이 어렵게 이길 필요가 없다. 지금은 전쟁 중이었으니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어야했다.
위드느 힘에서 밀려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스킬을 사용 할 수 있었다.
"광휘의 검술!"
허공을 벤 검의 궤적을 따라 빛으로 이루어진 독수리들이 렌슬럿을 추적하여 날아갔다.
검술의 비기!
렌슬럿은 활용도가 떨어지는 창을 던져 버리고 빠르게 검을 쥐었다. 그리고 독수리들을 베었다.
빛의 독수리들을 격파하면서 달리다 보니 어느새 위드가 바로 옆으로 따라붙었다.
누렁이의 체력과 힘, 게다가 방향 전환에 있어서는 소가 말보다 훨씬 뛰어났다. 무엇보다 단거리에서는 비교가 불가능한, 날카로운 불을 앞세운 무지막지만 돌진력!
말과 누렁이의 싸움이야말로 이미 결정이 지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위드에게는 자주 탈 일이 없어서 문제지만, 무려 레벨이 400대 중반에 이르는 누렁이였다.
"이렇게 빨리 따라붙다니……."
"차합!"
위드와 렌슬럿은 같은 방향으로 달리면서 검을 휘두르며 공방전을 펼쳤다.
"헤라임 검술!"
"제국 연환검!"
불꽃이 튀고,스킬의 효과가 작렬했다.
그림과도 같은 마상 결투!
그렇지만 보기에도 그렇고 실제로도 이득을 거두는 것은 압도적으로 위드 쪽이었다.
조각 파괴술로 늘려 놓은 힘을 바탕으로 공방전에서 대대적인 피해를 입힌다.
이동하면서 싸우는 근접전에서 렌슬럿에서 렌슬럿의 검은 대부분 제대로 펼쳐지지도 못하고 힘에서 밀려 중간에 막혀 버렸지만, 위드가 펼치는 헤라임 검술은 그의 몸에 계속 적중되었다.
어떤 스킬을 사용하더라도 일단 적을 맞히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렌슬럿은 주로 정직한 공격을 하는 반면에 위드는 검을 다루는 이해도마저 훨씬 높았다.
렌슬럿이 꺼낸 방패로 헤라임 검술을 막으려고 하면 흑마를 살짝 때려서라도 스킬의 위력을 계속 키워 나갔다.
광역 스킬의 위력을 겨루는 승부를 하면 위드는 아무래도 불리하다. 처음 돌격 스킬로 부딪치고 나서 바로 가까운 거리에서 공간을 주지 않고 유리한 연환 검술로 전투를 유도해 내면서 렌슬럿을 요리했다.
"웃, 이런 건……."
투구를 쓰고 있는 렌슬럿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기사는 정면에서 강하고 돌파력이 뛰어나지만 옆에서 이런 식으로 따라붙는 공격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갑옷의 위력으로 나름 상당히 잘 버텼지만, 데몬 소드의 저주가 쌓여갔다.
게다가 위드는 맷집이나 갑옷의 방어력으로 자신보다 훨씬 덜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게 뻔히 보였다.
검을 다루는 능력, 기본 스킬 운용에서도 압도적으로 뒤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 얄미운 황소가 문제야'
누렁이는 앞으로 달리다가도 렌슬럿이 자신에게 검을 뻗어 내기라도 하면 재빨리 옆으로 떨어졌다가 빠르게 다시 달라붙었다.
콰아아아앙!
강렬한 누렁이의 옆구리 부딪침이 흑마와 렌슬럿을 휘청거리게 했다.
기사는 높은 방어력을 가진 무거운 갑옷에도 불구하고 말을 타면 신속한 기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르게 달리는 말에서 떨어지면 크게 다치거나 최악의 경우 전투 불능에 빠지게 되는 심한 페널티도 가졌다.
렌슬럿이 균형을 잃을 때마다 위드의 데몬 소드는 춤을 추듯이 계속 헤람임 검술을 연결시켰다.
"음머어어어!"
"헤라임 검술!"
기분 좋게 웃는 누렁이와, 공격 스킬을 퍼붓는 위드의 얄미울 정도로 절묘한 합동 공격!
공중에 있어서 유리한 빙룡을 포기하고 지상으로 내려왔지만 애초부터 공평한 대결은 전혀 아니었다.
조각 파괴술이야 조각사가 활용할 수 있는 스킬이니 제쳐두더라도,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누렁이의 존재!
아무리 명마라고 하더라도 산전수전 다 겪우며 지내온 누렁이와는 비교가 안 되는것이ㅏ.
"우와아아아아아아!"
"위드님 만세!"
"멋있어요!"
풀죽신교의 환호성이 르포이 평원을 쩌렁쩌렁 울렸다.
하벤 제국의 병사들과 유저들은 침묵으로 무겁게 지켜볼뿐이었다.
렌슬럿은 그동안 많은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다. 아직은 조금 불리하지만 대결이 끝난 것도 아니다. 단지 상대가 전쟁의 신 위드이기에 희망을 갖고 지켜보기가 어려울 뿐이었다.
'이대로라면 진다.'
렌슬럿은 불안해졌다. 간혹 그의 검이 위드를 아쉽게 스쳐 지나갈 때마저도 공격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공격이 적중되었을 때의 메세지도 대결에 적지 않은 정신적인 충격을 안겨 주었다.
-상대방의 강철 같은 맷집에 의해 피해를 거의 입히지 못했습니다.
-상대방의 갑옷이 행운을 빼앗아 갑니다.
-상대방의 갑옷이 은은한 신성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축복 효과가 발동되었습니다.
철로 만든 무기로부터의 피해를 줄입니다.
갑옷 자체의 방어 능력이 강화됩니다.
강한 기사인 렛슬럿과 싸우고 있기에 위드가 입은 여신의 기사 갑옷은 더욱 뛰어난 방어 능력을 발휘했다.
'멜버른 광산 전투에서는 쓰레기 같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고 했는데…어디서 이런 들어 본 적도 없는 어마어마한 갑옷을 가져온 거지?'
미리 위드의 갑옷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더라면 그에 대한 다른 대응책을 준비할 수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갑자기 싸우게 되어 속수무책!
렌슬럿은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부담감이 아주 컷다.
하지만 위드도 겉보기 만큼 상황이 유리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지금까지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대부분의 스탯을 힘과 민첩에 몰아넣었고, 조각 파괴술까지 사용했다.
스탯상으로는 사실 그 누구에 비해서도 약하지 않을 테지만 생명력이 턱없이 낮았다.
조각 변신술을 쓰지도 않았기 때문에, 자칫 제대로 된 공격 한두 방만 허용하면 의외로 금방 죽을 수도 있다.
바드레이와 싸웠을 때에도 그렇게 잘 도망 다니고 날뛰었지만 제대로 맞은 두세 번의 공격에 죽고 말지 않았나.
렌슬럿은 그때 본 친위대보다도 훨씬 강하고 생명력도 높은 만큼 특별히 신경 써서 상대해 줘야 하는 적수 였다.
"어디까지 피하나 보겠다."
렌슬럿도 길드의 정보통을 통하여 그 점을 미리 인식하고 있었기에 강력한 스킬을 시전했다.
"명예로운 약속!"
검술의 비기 사용!
렌슬럿은 잠깐 동안이나마 3배의 전투 능력을 발휘했다.검을 통한 공격과 수비 스킬이 향상되고, 신체적인 능력이 극대화된다.
기사의 긍지를 지켜야만 쓸 수 있는 기술.
렌슬럿이 아주 정의로운 편은 아니었지만, 기사들의 긍지는 어쨌든 가지기는 했다.
"크로마 마상 검술!"
말 위에서의 독보적인 검술의 비기까지 연달아서 사용되었다.
렌슬럿의 검에서 마나의 기운이 넘실거리면서 휘둘릴 때마다 마구 발출되었다.
위드는 가까이 있으면서 날벼락을 고스란히 얻어맞는 수밖에 없었다.
-갑옷이 방어해 냅니다.
생명력이 3,419 감소합니다.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는 렌슬럿이었다.
체력과 마나를 물 쓰듯이 쓰는 스킬이기 때문에 오래 유지 할 수는 없다.
"누렁아,꽃등심 조심해!"
"음머어어어어어!"
누렁이도 죽을힘을 다해서 달렸다.
생명력도 상당히 높았고, 가죽이 질겨서 쉽게 죽지는 않으리라.
누렁이가 위기게 처하면 광분을 하게 되는데, 어쩌면 그것이 렌슬럿에게는 더 위험한 일일지도 모른다.
렌슬럿은 다행이 대부분의 공격을 위드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장기전을 바라고고 있다면 누렁이부터 해치우고 말을탄 채로 유리하게 싸우겠지만, 다급하게 시간을 오래 끌 수 없었다.
"분검술!"
위드도 검술의 비기로 받아쳤다.
-분검술이 시전되었습니다.
높은 행운과 여신의 축복으로 인하여 스킬 효과가 오릅니다.
달리는 누렁이와 위드가 열둘이나 나타났다.
스킬의 효과가 누렁이에게까지 적용된 것이다.
"음머어어어어!"
"쿠왜액!"
"꽤애애애액!"
울부짖는 소 떼와 그 위에서 검을 휘두르는 위들이 렌슬럿을 사방에서 포위한 채로 내달렸다.
렌슬럿은 크로마 마상 검술을 쓰며 분신을 하나씩 없애 갔지만, 분신들의 공격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분검술의 무서운 점은 진짜와 가짜를 가리지 않고 공격력을 발휘한다는 점!
게다가 위드는 누렁이를 타고 따라가면서 드으이 한 부분만 연속적으로 타격했다.
진짜 위드를 가려내기 위해 애쓰다 보니 렌슬럿의 공격은 중구난방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치명적인 일격을 당했습니다.
-같은 부위에 다시 치명적인 일격을 당했습니다.
갑옷의 부분 방어력이 취약해집니다.
무섭게 앞으로 내달리며 치르는 마상 대결에서는 냉정한 판단이 어렵다.
분신들이 하나씩 치고 빠지며, 위드는 렌슬럿의 생명력을 크게 깎아 놓고 있었다.
"소드 카이저!"
분신이 개로 줄어들었다.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모든 마나를 사용하여 퍼부운 스킬이 렌슬럿의 옆구리에 정확히 작렬!
"커헉!"
렌슬럿은 흑마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갑옷을 입은 채로 땅바닥을 무섭게 구르면서 입는 생명력의 무지막지한 피해!
-혼란 상태에 빠졌습니다.
전투 불능!
대결 중에 말에서 떨어진 것은 거의 죽음을 의미했다.
혼란 상태의 렌슬럿은 눈앞에 땅과 하늘이 빙빙 돌고 온몸의 감각도 엉망잉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몸을 일으켜서 어디로든 다리를 피하려고 하였다. 혼란만 벗어난다면 아직까지 죽은 것은 아니니 기를 쓰고 대결을 이어 나가려는 것이다.
그렇지만 위드는 어느 새 누렁이를 돌려서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6개의 분신들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무서운 주파력으로 내달려오는 누렁이가 있었다.
"더 빨리! 원하는 만큼 실컷, 정력에 좋은 약초 뜯어 먹게 해 줄게."
"음머어어어어어!"
누렁이의 광란의 질주!
마나는 대부분 다 소진되어 버렸다고 해도, 속도와 무게가 실린 공격은 그에 못지않게 강력하다.
렌슬럿은 무시무시하게 땅을 박차는 소리를 들었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시야와 감각이 여전히 엉망이었다.그의 눈에 분검술을 썼을 떄처럼 수십 개로 갈라져 있는 누렁이와 위드가 보였다. 그들이 해를 등지고 달려오며 검을 높이 들었다.
"아직 내 실력을 다 보여 주지 못……."
렌슬럿은 방패를 들어 올렸다.
콰아앙!
누렁이가 머리로 그대로 들이받아 버렸다.
-방어력의 한계를 초과하는 어마어마한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이것만 하더라도 엄청난 타격이었는데 이어서 위드가 검으로 베었다.
-완벽하게 무방비 상태에서 일격을 당했습니다.
렌슬럿은 그 자리에 쓰러지더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평원에 있는 유저들에게 뜨는 메세지 창!
-하벤 제국의 북구 원정군 총사령관 렌슬럿이 대결에서 사망했습니다.
위드에게도 메세지 창이 떴다.
띠링!
-적군의 총사령관을 해치웠습니다.
위대한 대결해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명성이 2,893 오릅니다
기품이 3증가합니다.
군대의 사기가 오릅니다.
부하들의 용기를 자극하게 됩니다.
1시간 동안 최고의 투지를 발산하게 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전리품 획득!
-대단한 명마, 바람을 따라잡는 호스렌을 획득하셨습니다.
승마 스킬 +3
대단한 돌파 능력.
돌격시 파괴력 86% 향상.
말을 탄 사람의 기품과 매력, 명예를 35%까지 늘려 줍니다.
-칼라모르 왕국 기사단장의 갑옷을 획득하셨습니다.
칼라모르 왕국 기사단장의 갑옷 : 내구력 109/165. 방어력 147.
칼라모르의 국왕이 토르의 드워프 대장장에게 직접 부탁하여 만든 갑옷.
용맹한 기사를 위해 특별 제작되었다.
권위로써 기사들을 지휘할 수 있으며, 병사들에게 추앙의 대상이 됨.
숱한 전투를 거치며 수선이 진행되었다.
칼라모르 왕국의 패망 후에 주인이 바뀜
제한 : 기사 전용. 레벨 420.
옵션: 기사 스킬 +2
돌격 스킬의 위력을 높이며 방어력을 돌파할 때에 속도 감소를 줄임.
지치지 않는다.
모든 스탯 24 상승.
명예, 권위,기품 +40.
일반 화살을 95% 확률로 튕겨 냄.
세 차례 이상 전투를 치른 곳에서 경험치 증가 혜택이 부여.
약탈품!
-일곱가지 보석이 박힌 허리띠를 획득하셨습니다.
일곱 가지 보석이 박힌 허리띠 : 내구력 45/45. 방러력 23.
칼라모르 왕국의 보물!
마법이 부여된 진귀한 보석들이 박혀 있다.
제한: 레벨 410. 지혜 340이상.
옵션: 원소 속성을 가진 스킬 공격력을 높여 줌.
마법 저항력 +21% 보호마법 사용 가능
마나 흡수 1%
칼라모르 왕국이 멸망하고 나서 얻었을 갑옷과 보물인 허리띠가 위드의 손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여신의 기사 갑옷의 훌륭한 점은, 상대방의 행운을 빼앗아오기 때문에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늘려준다는 점이다.
위드는 승리의 사자후를 터트렸다.
"크후히히히히힛!"
===================================================
르포이 평원의 승리자
"국왕 위드 만세!"
"풀죽!풀죽!"북부 유저들은 다 함께 환호성을 올렸다.
반면에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의 표정은 이보다 더 처참할 수가 없었다.
렌슬럿이 이겨 주었거나, 혹은 최소한 버티기라도 해서 비기는 수준은 되어야만 안전하게 물러날 수 있다.
그런데 짧은 시간 만에 목숨을 잃어버리고 말다니!
대결을 신청하지 않는 것만 못하게 된 셈이 아닌가.
총사령관의 죽음으로 인하여 NPC로 구성된 기사들과 병사들의 사기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너무 멀리까지 왔어."
"역시 아르펜 왕국의 국왕 위드는 대단하군. 아르펜 왕국을 침략한 것이 실수야."
"북부의 강국이라고 할 만하군."
"고향에 놔두고 온 처자식들이 보고 싶어. 하지만 다시는 만날 수가 없겠지."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서둘러 파악을 해 보니 병사들의 사기가 너무나도 낮았다.
장거리 원정을 떠나오면 보통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상대가 대륙에서 모험과 전투 명성이 자자한 위드가 다스리는 아르펜 왕국이기에 사기가 더 빨리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총지휘관은 보란 듯이 패해서 죽어 버렸으니 NPC기사들은 몰라도 병사들은 싸우고 싶은 마음이 들리 없었다.
"공격합시다!"
"하벤 제국을 쓸어버리자!"
"남김없이 풀죽에 넣어서 마셔 버립시다."
북부 유저들의 대공격이 재개되었다.
조인족 부대도 대대적으로 전투에 합류하였으며, 위드가 나서면서부터 풀죽신교의 고레벨 유저들이 포함된 부대들도 적극적으로 참전했다.
위드가 그사이에 약간 회복된 마나로 사자후를 터트렸다.
"동쪽을 쳐라!"
르포이 평원에 쩌렇쩌렇한 고함이 울려 퍼졌다.
국왕으로서, 그리고 지휘관으로서 적의 총사령관을 해치우고 나서 명령을 내릴 때의 짜릿한 쾌감이 온몸의 세포를 자극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국왕폐하의 명령이다!"
"우와아아아!"
"방패 부대 돌진하라!"
아르펜 왕국의 군대는 유저들 사이에 끼어서 원할하게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기병과 보병이 전술을 펼치려면 넉넉한 공간이 있어야한다.
"진형을 짜라. 쐐기처럼 적을 부순다!"
아르팬 왕국의 군대가 진형을 바꾸는 사이에, 유저들이 움직일 공간도 없도록 빽빽하게 하벤 왕국의 군대를 향하여 달려갔다.
전술적인 움직임, 효율적인 전투를 위한 진형. 이런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전혀 없었다.
"갑시다!"
"빨리빨리요!"
"동쪽으로 가야 돼요."
"달리자.달려!"
폭풍이 불어오기 전의 거센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빙룡의 시선에서 볼 때, 르포이 평원에 가득 차 있는 인간들은 하벤 제국의 군대를 향하여 그저 내달리고 있었다.
위드가 나타나기 전에도 이런 식의 전투가 벌어지고는 있었지만, 지금은 덤벼드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나마 각자 최소한의 생각이란 걸 했다면 이젠 그런 것조차 없다.
자칮하다가는 싸워 보지도 못했는데 전쟁이 끝날 판이었던 것이다.
유저들은 아예 그냥 들이붓는 수준으로 돌진을 했다.
"풀죽!풀죽!풀죽!"
"아르펜 왕국은 영원하리라!"
"순교!순교!순교!"
집단 광신도들을 연상시키는 처절한 울부지음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숱한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토열로드를 하면서도 명문 길드들의 횡포에 얼마나 괴로움을 당했던가.
그 스트레스가 이번 전쟁에서 확실하게 풀리고 있었다.
"명마 호스렌이라."
푸히히힝!
호스렌은 얍샵한 면이 있는 말이었다.
우너래 주인이었던 렌슬럿이 죽자마자 위드의 얼굴에 머리를 비볐다.
"어디 가 볼까."
위드는 고삐를 잡고 호스렌의 등에 올랐다.
누렁이도 물론 좋은 탈것이었지만, 공격이 집중되면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쵀대한 빨리 달려라. 헤라임 검술!"
호스렌은 무턱대고 최고의 속력을 내며 질주!
위드는 좌우로 검을 휘저으면서 종횡무진 전장을 누볐다.
하벤 제국의 일개 병사들이 그의 앞을 막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으와악!" ( 으아악! 이 더 낫지않나? 뭐 책에 이케 적힘 으와악! 이라고)ㅋㅋ
"아르펜 제국의 국왕 위드다."
"어서 도망쳐야 해!"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위드를 상대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머뭇기리다가 도망치기에만 바쁜 병사들을 거침없이 베면서 경험치와 전리품들을 얻어냈다.
위드가 뚫고 지나간 장소로 길이 열릴 정도였다.
명마 호스렌이 내는 무시무시한 속도!
병사들을 해치우면서 전장을 활보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합공을 취하려고 했지만, 명마 호스렌이 내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지휘관이던 렌슬럿은 이미 사망했기에, 헤르메스 길드의 남은 유저들은 저마다 자신의 소속 부대에 명령을 내렸다.
"어떤 희생을 치르러라도 위드를 잡아라."
"하지만 주변에 아군이 많습니다."
"상관없다.공격!"
궁병 부대와 마법사 부대가 위드를 집중적으로 타격!
"달빛 조각 검술!"
우디는 화살과 마법을 베면서 이동했다.
"크악!"
"우리를 공격하다니……."
주변으로 마법 공격과 화살이 쏟아지면서 하벤 제국의 병사들도 부지기수로 죽어갔다.
위드도 이대로 계속 피해를 입는다면 곤란할 상황이었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조인족!
하늘에서 화살을 쏘며 땅으로 급강하하는 조인족들이 궁수들과 마법사들을 충분히 괴롭혔다.
"위드,이번에야말로 너의 목은 우리가 베겠다."
저만치에서 제4기사단장 듀랄이 다시 위드를 목표로 달려오고 있었다.
적은 병력은 아직도 온 사방에 뺵빽하게 들어차 있을 뿐만아니라 아르펜 왕국군과 북부 유저들이 점점 눈에 많에 많이 뛴다.
"항복하겠습니다."
"무기를 버릴 테니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게다가 총사령관의 죽음으러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패전의 기색이 짙어지자 하벤 제국의 NPC 병사들과 기사들이 여기저기에서 경쟁적으로 투항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듀랄은, 어차피 정쟁에서 패배하게 될 것 같다면 위드라도 죽일 셈이었다.
"길을 뚫어라! 망설이지 말고, 거추장스러우면 아군도 모두 죽여라!"
듀랄과 제4기사단은 다른 적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위드만을 노려보며 달려왔다. 중간에 거치적거리는 하벤 제국의 병사들과 기사들마저 거침없이 베면서 돌파했다.
하지만 서윤이 뛰어나와서 그들의 앞을 막았다.
지금은 예비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다른 가면을 꺼내서 얼굴에 착용했다.
그리고 검과 갑옷은 완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는데, 위드가 경험상 확인해 본 바로는 광전사의 위력이 최대로 발휘되는, 제대로 미친 상태!
"아깝군."
지금 위드에게는 듀랄과 그의 기사단과도 충분히 싸울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호스렌을 타고 멋진 승부를 벌일 수 있을 테고. 여차하면 적병들 사이를 파고들면서 추격을 뿌리칠 수도 있었다.
위드의 도망자 정신이야말로 일품!
하지만 혹시나 그가 위험에 처하지 않을까 걱정된 서윤이 달려 나온 것이다.
"달빛 조각 검술!"
위드는 다른 표적을 향하여 말을 달리며 빛으로 가득한 검을 사방으로 뿌렸다.
하벤 제국의 병력은 서서히 와해되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빙룡과 불사조가, 그리고 곧 광고를 찍을지도 모를 귀한 몸들인 와이번들이 날아다녔다.
다른 조각 생명체들도 아르펜 왕국군과 합류하여 외곽에서부터 쳐들어오고 있었으며, 사방에는 풀죽신교로 대표되는 북부 유저들이 가득했다.
위드는 가끔씩 사자후로 간단한 명령만 터트렸다.
"적들을 밀어붙여라!"
지금은 체계적인 전술이 아니라 확실히 유리하게 이기고 잇다는 사실 정도만을 알려 주면 된다.
북부를 지키기 위하여 다 함께 모여든 유저들이 그의 힘이고 원동력이었다.
띠링!
-잘 제련된 창을 입수하셨습니다.
잘 제련된 창 : 내구력 55/60. 공격력 43.
강철로 만든 창
하벤 제국의 대장장이들이 대량으로 생산했다.
무게 때문에 불편하지만 기병들이 저지하는 데 효과적
약간의 연습만으로도 쉽게 다룰 수 있다.
제한 : 레벨 80. 힘 120.
옵션 : 기병들을 상대할 때 공격력 +200%
위드는 기사와 병사를 가리지 않고 베었다.
그에게 적들이 가장 많이 몰려오고 있었다.
"국왕 폐하가 위험하다!"
"놈들에게 둘러싸인 것 같아!"
북부의 다른 고레벨 유저들도 위드의 곁으로 와서 지원을 해 주었고, 다크 게이머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활약!
하벤 제국의 군대는 거대하지만 지휘관을 잃어버린 후 둔하고 맛있는 먹잇감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서서히 시작된 붕괴의 속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더욱 발라져만 갔다.
베르사 대륙에서 무적으로 군림하던 하벤 제국 군대의 대패!
방송국들이 경쟁적으로 생중계를 하면서 시청자들의 폭방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속이 시원한데요.
-아,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죠.
-고소하고, 감칠맛이 납니다.
-여자 친구와 싸우고 나서 같이 텔레비전 보고 완전히 풀어졌어요.
시청률은 최고치를 다시 갱신했다.
하벤 제국의 패배가 즐겁기도 했지만, 전쟁의 재미나 영상의 볼거리 또한 압도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북부 유저들과, 천공의 섬 라비아스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조인족 전사들의 대대적인 공세!
하벤 제국의 기사들이 분전을 펼치다가 떼죽음을 당하는 것도 볼만했다.
"항복하겠다."
"거절한다. 불순한 의도를 품고 아르펜 왕국의 땅을 밟았으니 모두 죽어라"
위드느 항복의 의사를 밝히는 적이라 해도 기사급일 경우에는 관용을 베풀징낳고 모두 척살했다.
'항복해서 포로로 잡고 나면 먹여 줘야 되고 재워 줘야 되는데, 터무니 없지.'
만약 위드가 판사로 근무했다면, 벌금형 아니면 무조건 사형이었다.
기사들을 죽이고 나면 경혐치도 얻고 전리품도 짭잘하게 거둬들일 수 있는데 망설일 까닭이 없다.
하지만 위드가 그런 결단을 내리는 모습까지도 방송에서는 극도로 미화되어 나갔다.
위드가 적들이 착용하고 잇는 아이템의 견적을 뽑아 보기위해 1명씩 처다보고 나서 빠르게 검을 휘둘러서 해치우는 모습조차, 연출 팀에서 웅장한 배경음을 깔아줬다.
"국왕으로서 영토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독해질 필요도 있겠죠."
"용서와 관용? 직므의 베르사 대륙에서 그러한 감정은 사치입니다. 그가 모라타를 어떻게 일으켰습니까?"
"맞아요. 만약 위드가 용서를 해 주었더라도 성난 풀죽신교에서 가만 놔두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도 항복한 이들을 죽이다니, 편한 마음은 아니겠죠."
"쓸쓸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고통이 없도록 단호하게 처리를 해 주네요."
하벤 제국의 군대가 몰살 당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마침내 모든 적들이 처리되고 나자,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르포이 평원의 승리자' 라는 호칭과 함께 명예가 부여되었다.
-하벤 젝구군을 전멸시켰습니다.
이 승리에 대한 이야기가 대륙 전체로 퍼져 나갈 것입니다.
전쟁에 참여해서 병사 2명에게 상처를 입히는 공적을 세웠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르펜 왕국의 주민들에게 친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명성 341 획득!
-르포이 평원의 승리자의 호칭을 얻었습니다.
하벤 제국의 원정군을 물리치는데 참여하여 아르펜 왕국의 공헌도가 오릅니다.
위드는 국왕으로서 막대한 양의 명성과 명예도 얻었다.
띠링!
-전투가 끝났습니다.
아르펜 왕국이 승리하여 국왕의 명성이 9,820 올라갑니다.
전투 과정에서 보여 준 잔혹한 행동으로 악명이 1,860 올라갑니다.
포로도 남겨 놓지 않고 몽땅 죽여서 악명도 제접 늘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북부 주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국왕 폐하께서 직접 적들을 죽였다는군."
"아, 적을 살려 둘 필요가 있나? 국왕 폐하께서 하신 일이니 옳다고 믿어."
"잔인한게 아니라 결단력이 뛰어나다고 해야지. 국왕 폐하를 비난하는 놈이 있다면 마을에서 쫓아내야 해."
워낙 큰 명성을 갖고 있는 데다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쌓여온 충성도가 높았기 때문에 악명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싫어하지 않았다.
물론 악명이 더 많이 쌓이게 되면 주민들의 불신을 얻게됨은 물론이고 병사들과 기사들이 이탈을 하고, 영주들이 독립을 선언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벤 제국과 전쟁 상태가 되어 리튼 왕국과의 우호도가 높아집니다.
-하벤 제국의 군대를 물리쳐서 아르펜 왕국에 대한 그라디안 왕국 주민들의 호감도가 높아집니다.
-아르펜 왕국과 아이데른 왕국의 관계가 개선됩니다. 그들은 아르펜 왕국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외교사절을 보내 교류도 추진할 것입니다.
-아르펜 왕국의 특산품은 대륙에서 약간 유명한 정도입니다. 현재 마센 왕국에서는 우호적인 통상협정을 고려 중입니다. 통상협정이 체결되면 양 국가 간의 경제적 교류가 활발해집니다.
마센 왕국에서 조달을 할 때, 아르펜 왕국의 상인들은 자국의 상인들과 동일한 자격을 갖습니다.
-데일 왕국은 위대한 건축물에 대해 배우거 싶어 합니다. 아르펜 왕국이 이에 대한 건축 기술을 전수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마법학에 대한 연구 자료들을 넘겨줄 수도 있습니다.
국가 간의 관계가 긍정적이 되면 교역량이 늘어나고 양 국가를 오고 가는 퀘스트들이 발생하는등 긍정적인 효가가 생긴다. 르포이 평원의 전쟁에 참여한 북부의 유저들은 하벤 젝구이 아닌 다른 왕국에서 특별한 존중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모라타 고유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축제가 르포이 평원에서 벌어졌다.
"먹고 마십시다!"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북부의 유저들은 하벤 젝구의 보급 마차에서 식량을 몽땅 습득했다.
이곳에 모인 유저들은 화가, 조각사, 건축가, 재벙사,직업을 가리지 않았다. 당연히 요리사 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하벤 제국의 식료품을 가지고 즉석해서 요리를 해서 주변에 나눠주었다.
하벤 제국은 전통적으로 소시지와 맥주가 인기품!
위드도 하룻밤이 꼬박 새도록 요리를 하여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맛있게 드세요."
"고맙습니다."
직접 위드를 만나 본 적이 없는 대부분의 유저들에게는 그모습이 진실하게 보였다.
"정말 사람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더니…전쟁에서 이기고 나서 자만하거나 거만해질 수도 있는데 위드 님은 우리를 위해서 바로 앞치마부터 두르잖아. 이게 위드 님이 모라타를 일으켰던 정신이 아닐까."
"사람의 본성이라고 해야지. 큰일을 겪으면 나오게 되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하고는 근본부터 다르시다니까. 내가 왜 아르펜 왕국으로 오라고 했는지 알겠지?"
"응,알 것 같다."
사소한 행동들이 풀죽신교의 유저들을 더욱 기쁘게 한다.
위드가 요리를 해 주는 데에는 단순한 이유가 몇 가지 있었다.
'음식 재료가 많을 때 요리를 스킬을 올려야지. 하벤 제국의 보급 마차에는 고급 식료품이 잔뜩 쌓여 있더군. 이놈들이 아주 작정을 하고 왔네'
게다가 다분히 정치적인 행동!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하면서 전쟁까지 자기 일처럼 나서 주다니, 이렇게 고마운 사람들이 없었다.
'이런 게 민주주의 정신이지.'
유저들의 인식에 따르자면 아르펜 왕국은 진정으로 주민들을 위하는, 개척 정신이 강하고 모험이 살아 있는 왕국이다.
위드의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