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3권 : 8. 붙잡혀 간 서윤 (219/520)

붙잡혀 간 서윤 

위드와 서윤은 마폰 왕국의 영역에 들어가서는 조심스럽게 여행자 처럼 행동했다.

"마차를 함께 타고 가시겠소?"

"감사합니다."

터덜터덜 길을 걷다 보면 관대한 NPC상인들이 마차를 태워 주기도 했다.

위드는 마차에서 조각품을 깎으며 물어보았다.

"뭘 거래하려고 가십니까?"

"나스로 올리브를 가져가는 길이라오. 전쟁 때문에 제값은 받기는 어려울 것 같아."

이 대륙 전체가 지금은 위드와 서윤을 위하여 움직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베르사 대륙의 방대함에는 그야말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다 보면 모든 것들이 노들레와 힐데른이 살아가던 그 시절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심지어 북방의 니플하임 제국에 대하여 물어볼 수도 있었다.

"아, 그곳… 우리 상인들은 멀고 먼 그곳까지는 잘 가지 않소. 몬스터들이 워낙 거칠게 날뛰어서 말이지."

"북쪽 지방의 몬스터들은 더 강한가요?"

"아무래도 그렇소. 그러고 대규모로 돌아다니는 놈들이 많아서 용병들을 데리고 가더라도 소용이 없다오. 용병들도 잘 가려고 하지도 않고. 하지만 북방에 무사히 다녀온 상인들은 아주 큰 돈을 벌었다는군. 니플하임 제국은 문물이 발달해서 희귀한 품질의 교역품들이 많다고 해서 나도 언젠가는 꼭 방문을 해 보고 싶은 고이라오."

과거에는 니플하임 제국이 아주 강대국이었다.

중앙 대륙과 교류가 그다지 활발했던 편은 아니라서 소문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위드의 머릿속을 번뜩이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 보덴 마을로 가야 하는데. 그러자면 마폰 왕국을 무사히 지나가야 해. 하지만 지금 여기에서는 악명이 좀 쌓여서 도시나 마을, 요새와 같은 관물들을 지나가기가 곤란하지.'

명성처럼, 악명도 주민들이 알아볼수 있다. 일반 주민들은 모르겠지만 왕국군이나 기사들을 만나면 얄짤 없었다.

물론 위드와 서윤은 지금 현상 수배까지 걸려 있는 신세였다.

'그렇다면 굳이 빨리 갈 필요도 없는데, 명성도 올리고 경험치도 쌓으며 가도 되지 않을까?'

위드는 불리한 상황에 처하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냈다.

때론 노가다의 도움도 받았고, 여러 스킬들과 정보들을 활용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재산은 잔머리였다.

'여긴 그러니까 오래전 과거의 베르사 대륙이지. 그렇다면 나중에 발굴될 던전들도 상당수는 그대로 남아 잇을 가능성이 커.'

몬스터들의 서식지, 도적 떼의 소굴, 역사적인 사건, 치안 불안, 마법사들의 은거.

여러 이유에 따라서 던전들은 생성되고, 때로는 파괴되기도 한다.

하지만 로열 로드의 문이 막 열려서 사람들이 최초로 발굴해서 유명해진 장소들 중에는 고대의 보물들이 묻혀 있던 던전도 있었다.

위드와 서윤이 그 던전에 들어간다면… 이 시대에는 누구도 들어가지 않았던 곳일 테니 최초 방문자의 혜택과 보물을 고스란히 얻게 되리라.

물론 던전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들도 손에 쥔 채!

'게다가 지금은 경쟁자도 없다고 할 수 있어'

다른 유저들이 없기에 주민들의 퀘스트를 받기도 쉽다.

정보들을 모아서 지금 시대에만 존재하는 아무 던전에나 들어가더라도 최초 방문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위드는 마치 길거리에서 만 원을 주운 기분이었다.

이보다 더 기쁠 수가 없는 상황!

"사냥하러 가자. 여기 던전들은 있잖아."

위드는 서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길게 설명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녀가 바로 대답했다.

"음, 이 시대에는 우리밖에 없으니까요. 최초의 던전 방문자가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통나무집에서도 만약 그런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봤던 건데요, 괜찮을 것 같아요."

"……."

위드는 왜 머리 좋은 여자와 다니면 피곤하다고 하는 건지 알 수 있었다.

몸이나 입은 아주 편하다. 다만 정신적인 박탈감!

뭔가를 애써 떠올렸는데 상대바은 미리 생각을 다 해 놓고 그 해답까지 알고 있을 때의 허무함이란.

"도시로 들어갈 수 없으니 여행자……"

"여행자들에게 지도를 구하고, 상인들에게는 보급품을 장만하면 되겠어요. 악명을 좀 낮추고 나면 도시에도 들어갈 수 있게 되어서 보덴 마을로 가는 것도 편할 것예요."

"추적자들은……."

"바다신의 세력은 마폰 왕국과도 전투를 벌였으니 국경을 넘어서 쫓아오기가 참 어렵겠죠. 우리처럼 홀가분하게 다니는게 아니라 군대를 끌고 쫓아오고 있으니 마폰 왕국에서도 대응에 나설 거예요."

위드느 자신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서윤이 왠지 얄미웠다. 그래서 유치하더라도 말고리를 잡고 싶었다.

"혹시 내가 아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고 있어?"

"네."

"무슨 생각을 했는데?"

"전기요금 인상요."

"허억!"

위드와 서윤은 마폰 왕국의 땅에 있는 던전 중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향했다.

"여기로군."

입구를 찾느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베르사 대륙이 열리고 나서도 2년이 넘어서야 발굴된 던전.

보물들이 어마어마하게 나왔던 장소다.

텔레비전을 보며 남이 잘되어서 얼마나 배가 아팠는지 모른다.

"좋아. 시작해 봐야지."

위드와 서윤은 간단한 전투준비를 마치고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던전, 영웅 가르뭉의 무덤 최초 발견자가 되셨습니다.

혜택: 명성 870 증가.  일주인간 경험치, 아이템 드롭률 2배.

      첫 번째 사냥에서 해당 몬스터에게 나올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물건 아이템이 떨어집니다.

"과연 예상대로군."

시험 삼아서 방문했고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들이 나오기 어려운 장소는 아니라서 이틀만에 정복할 수 있었다.

"감정!"

가르뭉의 창: 내구력 73/75. 공격력 85~126.

마폰 왕국의 영웅 가르뭉의 창이다.

무기 제도 기술이 그리 발달하지 않은 시기에 만들어졌지만, 최고의 장인들이 완성하여 영웅을 위해 바친 창이다.

제한: 기사,창병,성기사 전용.

      레벨 380.

옵션: 명성 +3,150.

      돌격 시에는 항상 최대의 공격력이 발휘됨.

      관통피해 +46. 방패 파괴. 연속 공격 우대. 세트 아이템! 가르뭉의 검, 창        , 갑옷이 전부 모이면 효가가 더해짐.

"후후후, 역시 물건은 틀림없군."

이곳에는 창뿐만 아니라 가르뭉의 검과 갑옷도 그대로 있었다.

"다른 곳도 어서 가 봐야지."

던전, 비네스의 보물 보관소 최초 발견자가 되셨습니다.

혜택: 명성 430 증가

      일주일간 경험치, 아이템 드롭률 2배. 첫번째 사냥에서 해당 몬스터에게 나올 수 잇는 것 중에 가장 좋은 물건 아이템이 떨어집니다.

"역시!"

위드는 탄성을 내질렀다.

이번에는 산에서 헤매다 그냥 던전의 입구를 찾아 들어갔는데도 최초의 방문자인 것이다.

비네스의 보물 보관소에 대한 정보를 다크 게이머 연합에서 검핵해 봐도 나오는 것이 없는 걸로 봐서 순전히 이시대에만 존재하는 곳인 모양이었다.

"나에게 이런 행운이라니… 하늘이 무너져도 떨어진 돈은 줍는 사람이 임자라더니 그 말이 틀림없군."

퀘스트는 아직까지 할 만했다. 오히려 쏠쏠한 이득마저 챙기고 있었다.

훗날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가 어떤 식으로 어려워지게 될지는 몰라도, 위드는 지금의 행운을 걷어찰 만큼 미련하진 않았다.

"원래 운세란 나이를 먹거나 시기에 따라서 바뀌기도 하는 법이지."

긍정적인 마음으로 위드와 서윤은 던전들을 찾아서 휩쓸고 다녔다.

바드레이 그리고 헤르메스 길드!

"버겐 성을 함락했습니다. 으리 측의 사망자는 3만 8천. 성벽은 완전히 부서졌고 그곳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몰상. 블랙소드 용병단은 성은 버리고 패퇴하였습니다."

"그리디안 왕국을 점령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황제 폐하."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그라디안 왕국의 모든 땅을 먹어 치우고 나서 최종적으로 수도까지 함락시켰다.

라페이 연합군 측이 사자 사냥 작전에 따라 대반격을 가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기회를 허투루 날리지 않았다.

헤르메스 길드의 여유 병력을 그라디안 왕국쪽으로 보내서 바드레이에게 더 큰 힘을 실어 준 것이다.

바드레이는 친위대와 함께 압도적인 힘으로 블랙소드 용병단을 크게 격파!

계획에 따라 차츰 물러나던 블랙소드 용병단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힘의 균형이란 잘못 치우쳐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블랙소드 용병단은 진짜 수세에 몰리게 되었고, 내분까지도 일어났따. 사자 사냥 작전에 대한 불신과 회의도 들었고, 대헤르메스 길드 연합군 측에 대한 불만도 생겼다.

그들은 공통의 위험한 적 헤르메스 길드를 상대로 싸우기 위하여 뭉쳤다. 하지만 그들끼리도 서로 적대적인 관계때문에 유사시에 필요한 도움을 주지는 않았다.

헤르메스 길드를 무너뜨리는 데에만 관심이 많았으며, 그 이후로 더 큰 이원을 챙기기 위하여 블랙소드 용병단의 도움 요청은 자신들도 여유가 없다는 핑계를 대며 거절했다.

결국 블랙소드 용병단은 연전연패를 거듭하다가 그라디안 왕국에서 완전히 도망치게 된 것이다.

"그라디안 왕국의 점령 의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황제 폐하."

바드레이는 시종들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건 뒤로 미룬다. 블랙소드 용병단을 계속 추격한다."

하벤 제국의 병력은 그라디안 왕국을 점령한 것을 기뻐하며 오래 머물지 않았다. 곧바로 블랙소드 용병단의 뒤를 따라붙으며 네스트 왕국까지 침략했다.

네스트 왕국은 이미 하벤 제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그라디안 왕국이 있던 족에서 바드레이가 쳐들어온 것이다.

제목: 헤르메스 길드의 강함. 그 끝은 어디인가?

저도 그렇겠지만 많은 이들이 헤르메스 길드의 몰락을 바랄 것 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매일 보여주는 전투에는 패배가 없습니다.

베르사 대륙은 이대로 그들의 것이 될 것 같습니다.

제목 : 직접 싸워 본 하벤 제국.

저는 지금은 몰락한 라살 왕국 출신의 마법사입니다.

당시에는 그들이 하벤 왕국이었죠.

영상으로만 보신 분들은 아마 모를 겁니다. 그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이며 절망감을 느끼게 하는지.

헤르메스 길드에는 우리가 태양처럼 우러러보는 고레벨 유저들이 즐비합니다.     NPC병사들도 잘 훈련되어 있으며, 체계적으로 움직입니다.

저도 친구들과 할께 공성전에 많이 참여해 봣지만, 그런 식으로 어른이 어린아이 데리고 놀듯이 싸우는 건 처음 보았습니다.

헤르메스 길드, 하벤 제국의 승리요? 그건 당연합니다.

이유는, 압도적으로 강하니까요.

댓글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무신 바드레이야말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강자인 듯.

-하벤 제국의 브리튼 연합 왕국 점령도 시간문제일 겁니다.

-얼마 안 남았죠.

-마지막으로 버틸 수 있는 건 북부 정도가 될까요? 북부로 원정을 떠난 하벤 제국의 군대도 괴멸시켰잖아요.

-거긴 멀어서 버티는 겁니다. 강한 게 아니라…….

-헤르메스 길드가 작정하고 덤비면 북부는 초토화입니다.

-중앙 대륙과 막 개척된 북부랑은 비교할 수도 없어요.

-유저들이 뭉치면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북부의 유저들? 하벤 제국의 군대가 제대로 몰려가면 숨도 못쉬고 죽어 나갈 걸요.

-하벤 제국 무시하세요? 최고의 유저들과 군대들이 모여 있는 국가입니다. 초보자들이 많은 북부와는 비교도 안 되고, 인원수로도 오히려 훨씬 이쪽이 더 많습니다.

-위에 분, 틀림없이 헤르메스 길드 사람인 듯.

-여기 헤르메스 천지네요.

-헤르메스 길드 물러가라!

게시판에는 무수히 많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만큼 모든 유저들이 헤르메스 길드의 행보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정말 길고 길었구나."

위드와 서윤은 말을 타고 보덴 마을에 도착했다.

거리도 멀었지만 던전들을 격파하느라 베르사 대륙의 시간으로 2개원이 넘게 흘렀다.

위드의 레벨도 무려 6개나 올라서서 438이 되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경험치를 모으기가 힘들어지지만 이곳에서는 던전 최초 발견자의 혜택을 톡톡히 입은 덕분.

게다가 틈틈이 조각품들을 제작해서 마폰 왕국의 상인들에게 판매도 했다.

"이렇게 멋진 조각품이라니!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실력을 지금까지 감추고 살았는가."

-알려지지 않은 실력을 뽐내어서 명성이 1,384 올랐습니다.

이 대륙에는 위드의 명성이 퍼져 있지 않고, 이름을 알고 있는 이들은 더욱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조각품을 판매하여 더 쉽게 명성을 올리 수가 있었다.

"조각품에는 저의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발로티어 님이 아니라면 영영 팔지 않았을 것입니다."

"보기 드문 작품이니 가격은 후하게 쳐주지!"

나중에는 도시로 들어갈 수있게 되어 귀족들과 직거래도 했다.

"음,나의 풍채를 잘 표현해 주었군. 금화를 아낌없이 주지."

"감하하옵니다,백작 각하! 이것이 어찌 저의 솜씨이겠습니까. 백작 각하가 헌앙하시기 때문에 졸렬한 저의 족가술이 오히려 덕을 본 거이 아니겠습니까."

"크하하하핫,보석도 주도록 하여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십이지장을 몽땅 빼 줄것 같은 간드러지는 아첨!

전쟁의 시대에서도 위드는 떼돈을 벌어들이며 잘살았다.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 고급 9레벨 82.3%까지나 올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손재주 스킬은 고급 9레벨 88.7%의 숙련도!

명성이 올라가면서 악명의 영향은 사라지게 되었다. 마폰 왕국과 포르투 왕국을 편안하게 이동하여 보덴 마을에 도착한 것이다.

위드느 아쉬웠다.

"더 천천히 왔으면 좋았을 텐데."

베르사 대륙의 상황이 계속 급하게 돌아가지만 않았더라도 한 1년 정도는 던전 사냥이나 하며 머무르고 싶을 정도였다.

바다신의 추적자들은 마폰 왕국을 여행하는 동안 본 적이 없었따, 아마 마폰 왕국에서 그들을 물리쳤거나, 혹은 국경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했거나 하리라.

"이제 어디로 갈까요?"

서윤은 갑옷이 산뜻하게 바뀌어 있었다.

밝고 깨끗한 은색으로, 작은 보석들까지 무늬를 이루며 박혀있었다.

그렇기만 전투가 벌어져서 광전사의 능력이 발동되기 시작하면 점점 짙은 어둠의 색으로 변하고, 보석들은 피까지 흘리게 되는 저주받은 갑옷!

위드와 서윤이 일부러 다른 몬스터들은 건드리지도 않고 보스급 몬스터를 먼저 사냥해서 습득한 가장 좋은 광전사 아이템이었다.

위드도 여신의 기사 갑옷보다 좋은 건 당연히 구하지 못했지만, 평소에 착용하던 투구와 부츠보다는 좋은 것들을 얻었다.

악마 몬투스를 상대로 하여 획득한 악마 투구. 이건 악의 힘을 다룰 수 있기에 굉장한 힘을 주지만 패널티가 심해서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몰라.일단 마을로 들어가서 찾아보자."

위드는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서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보덴 마을은 주택의 숫자가 고작100가구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곳이었다.

- 안식처를 찾아서 완료

대륙을 떠돌며 보덴 마을에 도착했다. 하지만  노들레와 힐데른, 그들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매력과 용기가 10씩 올랐습니다.

"이곳은 거의 초창기의 모라타 수준이로군."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아늑한 느낌도 있어요."

"누구에게든 말을 걸어 보거나 퀘스트에 대해서 알아보기는 편하겠어. 퀘스트만 아니라면 이렇게 작은 곳에 오지 않고 큰 도시로 가 볼 텐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니플하임 제국에도 방문해 봐요."

"그럴수 있다면 좋겠지만…….아무튼 쉽진 않았지."

그들이 마을의 중심가를 걸어갈 때였다.

"국왕 폐하다. 국왕 폐하께서 납셨다."

"우리 보덴 마을을 둘러보러 폐하꼐서 오셨다."

주민들이 길거리에 나와서 절을 하며 엎드리는 것이다.

상당히 뜬금없는 전개!

위드와 서윤은 길거리에서 멀찌감치 물러났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 신분이기는 하지만, 이곳에서는 일단 아무 쓸모가 없다. 또한 어떤 이득이라도 있으면 기꺼이 머리를 조아릴 수 있었다.

'국왕이라면 어떤 조각품을 바가지를 씌워서 팔아야 하지?'

수백 기의 기사단과 1,000명이 넘는 시종들을 이끌고 온 국왕은 백마를 타고 마을로 들어왔다.

그 장엄한 행렬!

'돈이 남아도는군. 하기야 오면서 들어 본 소문으로는 포르투 왕국은 국가 규모에 비해서는 상당히 잘나가는 편이라고 하니까.'

이 시대에는 광산과 곡식을 키울 수 있는 비옥한 땅이 있는 것이 최고였다.

포르투 왕국은 중앙 대륙에서도 노른자위의 땅들을 가지고 있어서, 나중에 그들이 망하고 나서는 라살 왕국이 탄생했다.

"거기,고개를 들라."

황소개구리와 제주도 흑돼지를 반반씩 섞어 놓은 것처럼 생긴 국왕이 구석에 서있는 서윤을 보며 말했다.

"보기 드물게 물의 기운이 강한 여자로구나."

"……."

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더냐."

"……."

"힐데른이라니,이름도 맑은 날의 바다를 뜻하는 군."

이름을 알려 주지도 않았는데 국왕은 이미 알고 있었다.

퀘스트와 연관이 있는 특별한 이벤트가 벌어진 것이다.

"나를 따라서 궁으로가자꾸나. 네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데, 말끔하게 고쳐 주겠다. 너를 내 딸로 삼고 보석과 드레스를 준비하여 화려한 연회를 100일간 개최하겠노라."

국왕의 놀라운 말이었다.

서윤은 가만히 있는 위드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국왕에게 내 여자 친구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소리를 쳐 주면 정말 좋을 텐데, 어쩌면 그녀를 팔아먹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저기……."

위드가 나서긴 했다.

"폐하께서 말씀을 하시는데, 무험하다!"

기사들에 의해서 바로 어깨를 붙잡리고 말았다.

물론 전투를 한다면 저항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모여있는 왕실 기사들도 수준이 낮진 않았다.

'설마 여기를 다시 빠져나가는 게 퀘스트인가?'

위드와 서윤이 눈을 마추쳤다.

만약에 그렇다면 동시에 습격을 하는 편이 좋다.

마을의 구조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지만 최대한 멀리 벗어나는 편이 좋으리라.

기사단 너머에는 기병들도 보이고 있었기에 끊임없이 싸워야 할 것이다.

승산을 따지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커헉!"

그런데 그 순간, 위드가 갑자기 피를 토했다.

포르투의 국왕이 비열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나약하구나, 남자의 얼굴이 시커먼 것을 보니 깊은 병에 걸린 모양이로군. 힐데른 네가 나를 따라나서지 않는다면 저 남자는 피를 토하다 죽을 것이다. 하지만 제 발로 따라오겠다고 하면 치료약을 주지."

띠링!

힐데른의 잔인한 운명

노들레를 따라서 대륙에 온 힐데른. 흑마법사인 포르투의 국왕은 그녀가 가진 바다의 기운을 알아채고 궁전으로 데려가서 실험에 쓰려고 한다.

노들레는 대륙을 전전하며 병에 걸려서 죽음을 앞두고 있다. 국왕은 힐데른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나를 따라 왕성으로 가겠느냐,아니면 연인의 죽음을 지켜보겠느냐."

힐데른의 선택에 따라서 노들레의 생명을 건질 수도 있겠지만, 대신에 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리라.

난이도: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

퀘스트 제한 : 힐데른의 선택에 노들레의 운명이 걸려 있습니다.

위드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상황이 너무 발리 바뀌어 갔다. 몸은 마치 병원에 가지 않으면 안 될 몸살감기에 걸린 거처럼 아프고 자꾸만 기침이 나온다.

띠링!

-중증 흑토병에 걸리셨습니다.

체력이 저하합니다.

생명력이 감소합니다.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계속  몸이 아프고, 치료약을 구하지 못하면 나흘 후 사망하게 됩니다.

-착용하고 있는 검의 레벨 제한에 걸렸습니다. 무기를 제대로 다룰 수 없게 됩니다.

검을 다루는 스킬이 부족하여 자기 자신이 다칠 수 있습니다.

-착용하고 잇는 갑옷이 너무 무겁습니다. 페널티로 인해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적이 공격하더라도 그대로 눈을 뜬 채 당하고 말 것입니다.

-민첩 요구치가 부족하여 부츠의 옵션은 활용할 수 없게 됩니다.

-투구를 쓸 수 있는 지력이 부족합니다.

레벨 제한에 걸렸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위드는 마을로 들어오면서 레벨100대가 착용하는 가죽 갑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런데도 갑자기 메시지 창들이 마구 뜨느 것이다.

확인을 위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스탯 창."

캐릭터 이름 : 노들레 성향 : 무 레벨 : 37 직업 : 없음 칭호 : 가문의 상속자

명성 : 53 생명력 : 79 마나 : 282 힘 : 19 민첩 : 16  체력 : 23

지헤 : 95 지력 : 77 예술 : 3,153 통솔력 : 5 행운 : 5 공격력 : 3 방어력 : 4

마법 저항 무

상태 : 중증 흑토병으로 인해 죽어 가고 있음.

'이럴 수가.'

위드는 소리 없이 경악했다.

이름이 어느새 느들레로 바뀌었고, 능력치들도 마찬가지!

노가다를 한 양을 합치면 아파트 한 동 정도는 지었을 텐데 그렇게 쌓은 스탯들도 예술을 제외하고 몽땅 줄어 있었다.

'설마, 그렇다면 스킬들도…….'

위드느 스킬도 확인해 보았지만, 조각술을 제외한 대부분의 스킬들이 사라지고 없었다.

조각술,그리고 다른 다섯 가지의 비기는 있었지만 한겨울의 내복과도 같은 손재주도 사라지고 없었다.

평소 그렇게 괄시하던 예술과 관련된 스킬들만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이제는 도망칠 수도 없다.

서윤의 선택에 따라서 죽음에 처하게 될 수도 있으리라.

그때 서윤의 퀘스트 창에는 위드와는 다른 내용이 떴다.

띠링!

힐데른의 잔인한 운명

포르투의 국왕은 잔혹한 흑마법사였다. 그는 힐데른을 궁전으로 데려가서 실험체로 쓰려고 한다.

만약 궁전으로 가자는 그의 제안을 거부한다면 직므의 꿈에서 깨어나서 획득한 보물들을 가지고 원래의 베르사 대륙으로 돌아갈 수있다.

하지만 노들레는 병에 걸린 채로 이 대륙에 남을 것이며, 포르투의 국왕과 기사들에 의하여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다.

국왕을 따라가면 흑마법사의 실험체가 되어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잔혹한 운명이지만 힐데른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국왕을 따라가며 연인을 살릴 것입니까, 아니면 거절하고 원래의 세계로 골아갈 것입니까?

난이도 :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

퀘스트 제한 : 힐데른의 선택에 노들레의 운명이 걸려 있습니다.

위드가 이사실들을 알았더라면 더 불안해했겠지만, 서윤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어요. 저를 데려 가세요."

"좋다."

-힐데른이 흑마법사의 실험체가 되기로 결졍하였습니다.

과거 노들레와 힐데른이 처했던 상황이 이제는 그들을 주인공으로 똑같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띠링!

힐데른의 잔인한 운명 완료

히데른은 포르투의 국왕을 따라가기로 하였다. 그녀는 실험체로 희생되거나, 마물이 되어서 지하 궁전을 떠돌게 되리라.

포르투의 국왕은 서윤을 데리고 떠났다.

위드는 저항하지 않고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가 이렇게 말 몇 마디에 허무하게 끝날 리가 없지 않은가.

기껏 고생을 했는데 서윤은 빼앗겨 버리고 자신은 병에 걸리고 끝이 난다면!

'아냐. 일리도 있어. 이놈의 팔자란 방심해서는 안 되는 거니까. 길거리에서 도은 주웠는데 바로 앞에서 돈 주인이 보고 있다거나 하는…….'

그리고 옛날 노들레와 힐데른과 같은 동화란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솔직히 행복한 연애가 더 드문 법!

위드도 여자 친구를 만들지 않고 결혼도 꿈꾸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처자 쪽 부모님들이 날 탐탁지 않아 할 테고, 혼수 문제로 싸우고, 결혼식 비용 분담, 예단, 집 마련, 신혼여행…….요즘 여자들은 결혼하는 데에도 명품 가방은 필수품이라고 들었어. 그리고 결혼을 하는 나서도 모든 것이 만만치 않지. 애를 낳으면 교육비에 선생님한테 드려야 할 촌지에…….'

현실 자체가 사랑만으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각박했다.

차라리 동화처럼, 섬에서 함께 도망쳐 나온 연인을 국왕에게 빼앗겨 버리는 편이 현실성이 있었다.

'음, 부인할 수가 없군. 완벽히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전개야.'

위드는 납득되어 버리고 말았다.

붙잡고 있던 기사들이 그를 놔주고 떠나려고 할 때 힘겹게 입을 열어 물어보았다.

"저…기, 치료…약은요?"

서윤이 붙잡혀 간 것은 붙잡힌 것이고, 치료약은 챙겨야 한다는 실리주의!

기사들이 야비하게 웃었다.

물론 썩은 미소를 지을 때 위드의 입꼬리만큼 올라간 건 아니었다.

"치료약은 없다. 큭큭."

"고통 속에서 죽어 가도록 해라."

보통 상황이 이렇게 되면 땅을 치며 분개를 하리라.

하지만 위드는 오히려 정신이 차분해지고 말았다.

이 세상에서 누굴 믿는단 말인가.

포르투 국왕의 말은 신뢰할 수 없기에 마음의 준비는 이미했다.

사실 퀘스트의 내용에서도 반드시 치료약을 준다는 말은 없었다.

"아,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위드는 조용히 기사들이 떠날 때 까지 기다렸다.

어차피 저항을 해 봐야 개죽음에 지나지 않는다. 뭐라도 해 보려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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