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5권 : 1)하벤 제국의 승승장구 (222/520)

달빛조각사 35권

1)하벤 제국의 승승장구

위드는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복장은 완벽한 사막의 대전사로서 바뀌어 있었다.

머리에는 깃털로 장식한 터번을 두르고, 

몸에는 고급스러운 다마스크 원단으로 제작된 헐렁한 옷을 입었다.

얼마 전과 달라진 모습이라면, 외모가 갑자기 나이가 들어 있었다.

눈가의 잔주름은 깊어졌고, 머리카락은 완벽하게 빠져서 대머리가 되었다.

공짜를 좋아하는 이들의 모범적인 표상과도 같은 모습!

노들레의 퀘스트를 하며 캐릭터도 따라서 20년이 넘는 나이를 먹은 것이다.

"어흠, 확실히 현실과는 다르군."

위드는 반짝이는 민머리에 사막의 열기와 뜨거운 바람이

그대로 스치는 것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연계 퀘스트를 다 마치고 나면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외모가 이런식으로

늙어 버린 것은 그에게도 충격이었다.

위드의 나이도 아직 한창때이지 않은가.

"뭐, 어차피 진짜가 아니니까 상관없겠지. 실제로 나는 중후하고 기품 있게 나이를

먹을 테니 말이야. 특히 이 찢어진 눈과 올라가서 실룩거리는 입꼬리는 현실일 리가 없어."

겉으로는 변해 버린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얼굴에 파라오의 황금 가면을 착용했다.

2,000년 이상 된 골동품으로, 레벨 제한이 무려 700을 넘어가는 보물이었다.

노들레의 몸이 되고 나서 초반에는 사막여우 1마리에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도망 다니기 바빴지만 이제는 급속도로 성장하여 사막을 제패하며 얻은 것이다.

"훨씬 낫군."

위드는 청바지에 흰 티셔츠만 입어도 훤칠한 멋이 나는 연예인이나 모델 들과는

달리 지극히 평범한 편이다. 

그렇지만 사막풍의 복장은 그와 썩 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퀘스트가 진행되어 갈수록 입가에 썩은 미소를 지을때에는

현지인의 느낌이 더더욱 완벽해져 갔다.

"대제님, 저희가 도착했습니다."

위드의 뒤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탁타를 탄 1,000명의 전사들이 집결했다.

사막의 붉은 칼이라는 부하들은 개개인이 각 부족의 대표들이었고 영웅이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속설처럼, 위드는 목소리를 낮고 근엄하게 깔았다.

"준비는 다 하였느냐?"

"끝났습니다."

"거치적거리는 마지막 관문을 부수어 버릴 때가 되었노라.

묻겠다, 우리가 누구이더냐." 

조각 생명체로서 충직하기 짝이 없는 전일이가 대답했다.

"사막의 못된놈들입니다."

"뭣이!"

위드의 기대에 완벽하게 어긋나는 대답!

전삼이가 그래도 정직했다.

"사막의 불한당들이죠."

가끔 못된 짓을 저지르기도 했다.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이것저것

가릴 게 없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우연히 중앙 대륙에서 온 모험가 NPC를 조우한 적이 있는데,

결과는 참혹하게 끝났다.

"후후, 좋군."

모험가가 착용하고 있는 장비와 사막의 지도를 본 위드의 눈이 빛났다.

그리고 몇 분 후, 모험가는 몽땅 털리고 사막에

속옷 차림으로 버려지게 되었다.

사막 부족들이 가난하지만 않았다면, 어쩌면 가뜩이나 없는 인구가

대학살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

전육이는 며칠 전에 맞은 적이 있기에 명확한 단어를 사용했다.

"사막의 지배자이며 생명의 물과 뜨겁고 광할한 모래의 주인,

율법의 창시자입니다. 사막을 지피는 저물지 않는 태양,

위드 대제왕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음, 잘 기억하고 있었노라."

"최근 폐하의 성은을 입으면서 확실히 외우고 있었나이다."

"좋다. 가자!"

위드는 그사이 모래가 잔뜩 쌓인 망토를 걸친 채 쌍봉낙타에 올랐다.

그들이 목표로 한 사냥터는 신비 도시 메타페이아!

태양이 하늘의 가장 높은 곳에 떠오르자, 광대한 사막에 일렁임이 생기더니

곧이어 신기루처럼 커다란 도시가 나타났다.

위드와 사막의 붉은 칼 전사들은 신비 도시를 향해 낙타를 내달렸다.

로열 로드의 시간으로 무려 22년간이나 성장하는 노들레의 장대한 퀘스트!

하루에 100일씩이 흘러가기 때문에 실제로는 상당히 빨리 지나간다.

위드의 퀘스트에 남아 있는 시간도 슬슬 마지막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사막에서 2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레벨은 현재까지 783을 넘겼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를 성공하든 실패하든, 완전히 진행하고 나면

사라져 버릴 능력이기는 하다. 마치 로또에 당첨은 되었는데 돈 대신에

명예를 주는 것과도 비슷했다.

"ㄱ생은 죽어라 했는데 받아야 할 돈을 떼인 기분이군."

사막에서는 사냥터의 선정이 정말 중요한데, 알려져 있거나 숨겨져 있던

던전들이 위드와 사막의 붉은 칼에 의하여 격파되었다.

사막과 가까운 남부 공국 지역들도 돌아다니며 어려운 던전들을 격파하고,

이제는 예전에 위험해서 남겨 놓았던 신비 도시 메타페이아를 완전히

정복하기 위하여 왔다.

"돌아왔군."

일정한 시간에만 문이 열리는 신비 도시 메타페이아에서 

레벨 400대였을 때에는 수차례 빈틈을 공격하며 기회를 봐야 했던 몬스터들이,

다시 찾아오니 우습게 느껴졌다.

꾸워오오오!

몬스터들은 아예 싸우지 않기 위하여 반대쪽으로 전력 질주로 도망을 치고,

혹은 땅에 엎드려서 죽은 척을 했다.

위드가 나타나자마자 카리스마와 투지에 눌려서 땅에 엎드리는 몬스터들!

예전에 왔을 때는 흉악한 주둥이를 쩌억 벌리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역겨운 침 냄새를 풍겨 대던 라우카우들이다.

"야, 죽었냐?"

.......

"가죽이나 벗겨 가야겠군."

꾸잉낑낑낑!

위드의 레벨이 700대를 넘고 나니 라우카우나 볼라드 같은 사나운

몬스터들마저도 싸우려고 하지 않고 귀엽게 애교를 떨었다.

가히 전과 19범의 은행 강도에게 돈 보따리를 짊어지고 도와달라고 하는 격!

마땅히 사냥을 해야 했지만, 퀘스트의 제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른 던전을 정복하고 나서 메타페이아가 열리는 시간을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이런 놈들이나 상대하고 있을 시간이 없지. 

마지막으로 목표로 했던 레벨 800을 달성해야 하니까. 가자."

"알겠습니다, 대제!"

위드와 부하들은 메타페이아의 돌로 되어 있는 입구를 

낙타를 탄 채 그대로 달려서 가로질렀다.

몬스터들은 '저 독한 놈들이 또 왔다.' 면서 막지도 않고 재빨리

좌우로 비켜서 주었다.

도시의 입구에는 삼지창을 들고 있는 거인들의 조각품이 양쪽으로 세워져 있고,

황금으로 분수가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고대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묻어 나오는 유적 도시.

이곳을 알게 된 것도 사막의 던전들을 무수히 격파한 덕분이었다.

레벨 400대의 던전들을 통과하지 못했다면 알아낼 수 없었던 귀중한 지식들!

사막의 주민들이 사는 도시에서 서윤이 단서들을 모아 메타페이아의 전설에

알아냈고, 위드는 전투를 하면서도 관련이 있는 자료들을 모았다.

위드가 부하들과 처음 도착했으르 때에는 레벨이 430 정도일 무렵이었다.

그때에는 입구 근처의 몬스터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도시 내부로 조금

진입하여 요괴 일족을 상대로 전투를 치렀다.

장기간 보존되어 있던 무수히 많은 재물들을 얻었고, 당시에는

착용하지 못했던 몇몇 최상으로 불릴 만한 아이템도 획득했다.

위드에게는 시간이 넉넉히 없어서 사냥을 하며 좋은 아이템을 갖출

여유가 부족하다. 하지만 던전들을 최초로 격파하고 보스급 몬스터들을 휩쓸면서,

쓸 만한 장비들로 무장할수 있었다.

사막의 붉은 칼이라고 불리는 부하들 역시 좋은 장비들을 상당수 챙겼다.

물론 서열이 높은 이들 위주로 고급 장비들을 착용했고,

사망자가 발생하여 보충된 신참 전사들은 별 볼일이 없었다.

그나마도 부족에서 막 나올 때에는 쓸 만한 장비들을 챙겨 왔었다.

"후배로군. 칼이 좋아 보인다."

"제가 붉은 칼 부대로 들어오게 되면서 부족장님께서 특별히

장만해 주신 겁니다."

"내놔라."

"옛!"

군대가 으레 다 그렇듯이 서열 위주!

더구나,구타와 갈굼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위드의 군대였기에

자신의 목숨은 스스로 챙겨야 했다.

붉은 칼 부대에는 이미 위업을 달성한 날고뛰는 전사들이 많아서,

부족 최고의 전사도 조무래기 신참으로서 알아서 기어야했다.

"침입자들이 다시 나타났다."

"더 무서워졌다.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부족의 운명이 위태로워졌군."

요괴 일족 또한 위드와 부하들을 보자 길을 비켜 주거나,

메타페이아에 있는 그들의 집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

위드는 군대를 이끌고 계속 낙타를 달려서 커다란 석문 앞에 섰다.

메타페이아를 다스리는 최강의 생명체가 있는 던전!

과거에도 들어가 보았지만 그때 위드는 사막 전사들을 100여 명이나

잃고 도망쳐 나와야했다. 퇴각의 판단이 약간이라도 더 늦었더라면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을 것이고 퀘스트도 실패했을지 모른다.

그렇다 해도 그때 입은 시간 낭비와 같은 피해가 없었더라면 레벨을 3~4개쯤은

더 올렸을 수도 있었으리라.

위드는 부하들에게 물었다.

"두려운가?"

"아닙니다."

"나는 두렵다."

"......"

조각 생명체들을 포함한 사막 전사들은 말이 없었다.

위드의 연설이란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었으므로!

"무서운가?"

"무섭습니다"

"집에 가라."

"......."

위드는 사막 전사들의 얼굴을 빠르게 흘러가듯이 쳐다보았다.

사막 전체가 거의 지배지나 다름없었기에, 각 부족의 뛰어난 전사들이

충성을 바치기 위해 달려와서 고난을 겪으며 이곳에 함께 있다.

위드와 서윤에 의해서 사막의 지형과 역사가 많이 바뀌어 있었다.

풍부한 강우량으로 인해 각 사막 도시들이 번성하면서,

이를 침략하러 오는 몬스터 무리와 도적 떼가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고요의 사막 부근에서 살아가던 위험한 몬스터들이나 수만에 이르는

전투 부족들이 침략을 해 오기도 했다.

대규모 전투가 자주 벌어지게 되면서, 도시의 늘어난 인구와 전투 기술로

사막 전사들의 수준도 대거 올라가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위드가 직접 생명을 부여한 직속 전사들처럼 

레벨이 740을 넘어가거나 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웬만한 기사들은 맨주먹으로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용맹한 전사들이었다.

군대의 질로만 놓고 보자면 어떤 기사단도 이들에게 비할바는 아니리라.

"대제님, 목숨을 바쳐서 싸울 것입니다."

"항상 제일 앞에 서겠습니다."

위드와 눈이 마주친 사막 전사들은 용맹과 투지를 과시하였다.

일단 전투가 벌어지고 나면 위드는 무섭게 앞으로 치고 나간다.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은 채, 오로지 앞을 가로막는 적과의 전투뿐.

그래도 싸움이 벌어지기 전이면 짧은 순간이나마 위드가 그들을 믿어 준다는 듯이

쳐다봐 준다. 사막 전사들에게는 더없는 여광이고, 사막의 지배자에 대한 경의를

표시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위드는 모든 어려운 전투들을 승리로 장식하며 사막의 부흥을 이끌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전설적인 강자!

그를 따르는 전사들에게는 신과 다를 바 없는 존재였다.

위드는 사막 전사들의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했다.

'이놈은 죽이고.. 저건 쓸모가 없고 너무 설쳐 대서 방해만 돼.'

불필요한 사막 전사는 전투 중에 가차 없이 처단!

'지난번 전투에서 미끼로 던져 줬는데 살아왔군. 다시 던져 줘야지.'

용케 살아 돌아와도 잊지 않고 그 다음번에 또다시 

사지로 던져 넣어 주는 잔혹함.

'얘는 살려야지. 쓸모가 많았어. 말뜻도 잘 알아듣고 온순한 성격이라서

앞으로도 계속 부려 먹기 좋은 녀석이야.'

사막에서 쓸데없이 부대의 규모를 늘리는 건 비효율적이다. 정예화를

유지하고 실질적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솎아 줘야 했다.

위드가 쳐다보는 시선에는 복잡한 관계들이 뒤섞여 있었지만,

과묵한 분위기만큼은 카리스마가 넘쳤다.

"우리는 사막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중에 가장 강한 몬스터를 잡는다."

"옛!"

"아주 위험한 도전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이유는...."

위드는 잠시 뜸을 들였다.

노들레의 퀘스트는 정해진 시간 동안의 성장이 주목적이다.

퀘스트의 마지막 마무리에서 굳이 사막 최강의 몬스터들을 사냥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성공한다면 지금보다 레벨이 훨씬 높아지긴 할 것이다.

"놈이 모아 놓았을 보물을 얻기 위함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로는...."

꿀꺽!

사막 전사 중에서 여럿이 침을 삼켰다.

기사들과는 달리 헛된 명예나 명분에 집착하지 않는다.

욕심에 솔직한 것이 최선!

사막 도시들이 급속도로 발전한 원인에는 위드가 비를 내려 주고

방랑하는 도적 떼, 몬스터들을 처단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이런 식으로 몬스터들이 가지고 있는

던전 안의 보물들을 획득하여 도시에 풀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막에서 가장 강하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다."

"으와아아!"

전사들의 의기양양한 함성!

"보물 찾으러 가자!"

위드는 부하들을 이끌고 당당하게 던전으로 들어갔다.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사막의 지배자라는 호칭까지 얻은것은 이러한

무모함과 욕심 때문이었다.

대륙은 이제 완전히 끝났어. 헤르메스 길드, 하벤 제국이 앞으로

대륙을 통일할 거란 건 뻔한 일이지."

"아, 젠장. 세금 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대륙 연합군과는 전술과 전략에서 애초에 비교도 안되었네.

뭐하자고 덤빈 거야."

"헤르메스 길드 전쟁 실력이야 알아주잖아."

헤르메스 길드는 벤젠 평원에서 대륙 연합군을 완벽하게 격파했다.

명문 길드로 횡포를 임삼기로는 양쪽 모두 나쁜 놈들이었지만

그래도 어느 한쪽이 대륙을 장악하면 안ㄷ 된다는 논리에 따라

반헤르메스 길드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지금은 왕국의 지배 길드들이 여러 부류로 갈라져 있지만, 만약

헤르메스 길드가 통일을 하게 되면 그 후에 강화될 핍박이란

너무도 뻔하였기 때문이다.

엽합군의 승리만을 기원하던 일반 유저들에게

벤젠 평원의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연합군이 매번 패퇴를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명문 길드들이 한곳으로 뭉쳤다. 아무래도 전력이 단단히 결집하면

이기리라는 걸 믿어 의심히 않았다.

벤젠 평원의 전투를 압도적인 승리로 장식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군대를 모았고, 루비돔 산맥을 중심으로 바드레이가 속해 있는

하벤 제국의 중앙 군단을 앞뒤로 포위까지 하였다.

연합군에서는 그 시점을 전후로 하여 앞으로 벌어진 전투에 대한

홍보까지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방송국들도 모두 주목하는 가운데

헤르메스 길드의 핵심, 바드레이를 비롯한 중앙군을 섬멸하는 것은

전쟁에서 결정적인 큰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미리 예측하고 파 놓은 함정에, 의심하지도 않고

뛰어들고 만 것이다.

제국의 모든 기사단과 마법병단의 동원이라는 변수는 전투의 초반에

연합군에 큰 피해와 충격을 안겨 주었다.

더군다나 전쟁의 규모가 워낙에 크다 보니 지휘 계통이 복잡한 연합군은

병과별로 뭉쳐서 유기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

길드끼리 뭉쳐서 각자 싸우려고 하다 보니 하벤 제국의 기사단이

휘젓고 다니면 진형이 엉망이 되어서 영영 회복이 되지 않았다.

연합군의 구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지만, 하벤 제국에서는

그 약점을 놓치지 않고 마법 공격과 기사단으로 큰 피해를 입혔다.

그 이후에 연합군은 싸울 의지를 잃어버렸다.

'이번 전투는 우리가 이기겠군.'

'헤르메스 길드의 독재는 막아야 하지만,

우리 길드의 손실도 너무 커서는 안돼.'

'전투 승리 이후가 진짜라고 할 수 있지. 주력들까지 다 내세울

필요는 없을걸. 우리가 아니더라도 다른 놈들이 싸워 줄테니.'

'명문 길드라고 해서 언제까지 계속 그 자리에 있으라는 법 있어?

5대 명문 길드도 각각 몰락한 마당이니 우리가 그 자리를 차지해야지.'

안일하게 승리를 생각하고 나왔던 길드들이 상황이 어렵게 되자

자신들만이라도 전력을 보존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지휘에 따르지 않고

퇴각을 개시한 것이다.

"여기 있으면 죽어. 탈출하자!"

"우리 길드는 모두 동쪽으로 빠져나간다."

죽기 살기로 싸우더라도 한번 밀리기 시작한 전세를 뒤집기가 어려운데

몇몇 길드들이 도망을 치면서 연합군의 대군이 흔들렸다.

이후에 벌어진 결과는 보나 마나였다.

"마법 지원을 해 줘!"

"화살을 쏴서 적들을 막아라."

"안 돼.놈들이 들고 있는 방패를 봐. 궁병들의 화살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을거야."

"맞서서 돌격해라!"

"틀렸다. 어서 도망쳐!"

연합군 병사들은 맞서 싸울 힘을 가지고도 이를 미처 써보지도 못한 채로 참패!

지휘관들의 역량 문제도 있었지만 연합군의 구성원들이 뭉치지도 못한 채로 전쟁에

나와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 내고 만 것이다.

전투가 중반이 되고 나니 용감한 기사들은 모두 목숨을 잃고 NPC 병사들은

투항하기에 바빴다.

바드레이가 이끄는 하벤 제국은 다소 지치기도 하고 병력 소모도 소량 있었지만

대승을 거두며 자신감이 충만했다.

"전군 집결하라. 이제 산맥에 남아 있는 놈들을 친다."

"우와아아!"

하벤 제국의 군대는 약간의 휴식을 취하면서 부상병들을 치료했다.

그리고 루비돔 산맥으로 회군!

마법 함정과 레인저들에 의해 고생을 하던 클라우드 길드와 흑사자 길드,

연합군 소속 51개의 길드들을 역으로 습격하였다.

루비돔 산맥을 뚫고 오던 연합군 측에서는 당혹스러웠다.

마법사와 레인저 들이 이동하는 군대의 발목을 잡았을 때부터가 의외였지만,

벤젠 평원의 대군이 압도적인 패배를 당하다니.

"그래도 우린 아직 지지 않았다. 우리가 하벤 제국을 잡는다."

루비돔 산맥에서의 전투는 일방적일 수가 없었다. 지형의 위력이 압도적인

영향을 차지하기에, 산맥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연합군 쪽이 다소 유리하게

시작되었다.

"쏴라! 놈들이 접근하는 족족 저승으로 보내 줘라!"

"위치를 빼앗기지 말고 적들을 향해 공격을 집중시킵시다."

"마법사들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공격해요!"

공성전처럼,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헤르메스 길드를 상대로

화살과 마법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곧 이것도 전황이 만만치 않게 변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산악전을 대비하여 가볍고 화살 공격에 특화된

가죽 갑옷과 방패를 보급했다.

"계획대로 행동한다. 롬펠트의 군단이 하이사아 봉우리로, 드린펠트는 토첸호수,

헬카이트 용병단은 갈대숲에 매복한다."

"옛!"

"이동합니다."

그리고 진군로를 수십 개의 갈래로 나누어서 화살 공격이 쉽지 않도록 숲이

우거진 쪽으로 올라오며, 전투보다는 루비돔 산맥의 중요 요소들부터 장악했다.

상봉우리들 몇 개와 중요 거점들만 장악해도 연합군이 훤히 시야에 들어온다.

갈대수처럼 이동과 매복이 쉬운 지형들에는 어김없이 암살자와 용병단들이

배치되었다. 더구나 산맥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일반 병사들의 체력을

급속하게 떨어지게 했다.

연합군 소속의 병사들은 하벤 제국을 빠르게 추격해 오느라 루비돔 산맥에서

무리하여 이동하면서 체력이 많이 소진되었다. 그 상태에서 전투가 벌어지자

무거운 갑옷과 무기를 입고 뛰어다니느라 금방 지쳤고 피곤해했다.

조건은 어차피 하벤 제국의 군대도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산맥 내부에

미리 닦아 놓은 길을 통하여 빠르고 쉽게 이동했다.

전투에 투입시키기 전에 일반 병사들에게는 휴식 시간을 주고 먼저 레인저와

시가산, 마법사, 용병단이 적들을 견제하는 역활을 맡았다.

루비돔 산맥은 점점 하벤 제국의 깃발로 가득 찼다.

"우와아아아아!"

"저 오합지졸들을 물리쳐라. 공격. 공격. 공격!"

"하벤 제국은 무적이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진군!"

대군끼리 맞붙는 산악 전투!

연합군과 하벤 제국의 병사들은 경사진 곳에서 검과 방패로 무장한 채로 싸웠다.

화살이 빗발치듯이 오가고, 마법 공격으로 불길도 일어났다.

산에서 일어나는 바람은 불씨를 키우며 크게 번져 나갔다.

도저에 대형 산불이 일어나면서 전투는 더욱 격렬한 양상을 띠어 갔다.

루비돔 산맥에서의 전투는 평원에서보다 더 치열할 수밖에 없었는데,

유리한 지형을 모두 빼앗기고 고립되면 죽을수밖에 없는 처지라서 양측 모두

악착같이 싸워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하벤 제국 측의 비장의 무기인, 그로비듄을 필두로 하는

네크로맨서들이 나타났다.

"후후후, 이런 곳이야말로 네크로맨서들이 최고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지."

네크로맨서들은 제국 기사단의 엄중한 호위를 받았다.

"그러면 어디 해 볼까? 이 땅은 내 암흑의 율법이 지배한다.

영원 불사의 힘이 장악하리라. 다크 룰.!"

불사의 군단 수장 바르칸 데모프.

그의 3개 마법 중 하나!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위드의 전투들을 일일이 분석하면서

바르칸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했다.

전투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그의 언데드 소환 능력은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모험과 연구, 조사 끝에 찾아낸, 옛날 바르칸의 마법 연구실과 기록들!

다 해진 책자를 통해서 미완성의 다크 룰 마법을 익힐 수 있었다.

물론 바르칸이 시전했던 완벽한 다크 룰 마법은 아니기 때문에 일어나는

언데드의 수준은 조금 낮았다. 그리고 마나 소모가 심하여 도중에 다른 마법을

쓰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었다.

근본적으로는 다크 룰 마법이 보다 높은 경지에 올라서 스스로 약점을 극복해

내야만 해결되는 문제들!

그럼에도 이런 수많은 병사들이 싸우는 장소에서 네크로맨서의 위력은 절대적이었다.

적군과 아군을 막론하고 죽은 시체들이 스켈레톤, 구울, 좀비가 되어서 일어났다.

"할퀴어라. 모조리 물어뜯어라!"

다크룰 마법은 영역 내에 새로운 시체가 생기면 끊임없이

언데드를 일으키게 한다. 또한 소환한 언데드가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나게 했다.

비록 위력이 약한 좀비, 스켈레톤 등이라고 하여도 병사들을 곤혹스럽게 할 수는

있었고, 궁병들 사이에서 죽는 이들이 생기면 부근 전체가 바로 난장판이 된다.

스켈레톤 궁병으로 일어나서 바로 옆에 있는 동료들을 향해 뼈 화살을 쏜다.

그러면 죽은 궁병은 또 화살을 쏘고, 그들을 퇴치하더라도 다시 불사의 권능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루비돔 산맥에서는 마법과 화살에 의해서 죽는 이들이

워낙에 많았기에 다크 룰 마법에 의해서 일어나는 시체들은 순식간에 상당한

전력을 차지했다.

"공포의 메아리!"

네크로맨서들은 또 다른 마법도 사용했다.

크히히히히힝!

유령들이 날아다니며 외치는 저주 맺힌 음성은 적들의 사기를

바닥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연합군에서는 네크로맨서들을 최우선 제거 목표로 정했지만,

높은 곳에서 전장을 내려다보며 마법을 펼치는 네크로맨서들을 호위하는

제국 기사단을 뚫고 들어오진 못했다.

병력 배치, 마법병단의 활용, 기사단의 통솔, 모든 부분에서 하벤 제국이 압도했다.

연합군은 하나의 군단으로 뭉쳐 있더라도 그 내부적으로 보면 각

길드별로 복잡한 판단을 내렸다.

그에 비해서 하벤 제국은 통일된 전술을 구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평원에서도 그렇지만 마법 공격의 집중과 지형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산악전에서는

훨씬 효과적이었다.

연합군은 초기에는 그럭저럭 버티는 것 같았지만 공격도 수비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바드레이와친위 부대, 제국 기사단은 연합군의 NPC 마법병단이나 궁병들의 방어가

허술하면 틈을 놓치지 않고 나타나서 초토화를 시켰다.

어느새 연합군은 유리한 산봉우리들을 모두 잃어버리고 낮고 불리한 지형에서

공격만 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탈출을 하려고 해도 하벤 제국이 이미 능선들을 장악하고 있었으며,

죽은 이들은 끊임없이 언데드가 되어서 일어난다.

연합군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루비돔 산맥이었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전투가 아니라,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가 며칠 밤낮을 새우면서

병력 배치와 이동 경로, 공격 계획 등을 세세하게 준비해 놓은 결과였다.

연합군의 지도부는 최악의 무능을 보이면서 헤르메스 길드에 의해 끌려다니다가 대패!

전투에 참여한 이들 중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드물 정도로 대패를 당하고 말았다.

CTS미디어, 온 방송국, LK게임을 비롯한 방송국 열 곳 이상이 생중계를 하며

이 소식을 전달했다.

"하벤 제국이 이서ㅓ 벌어진 두 번째 전투에서도 승리를 거뒀습니다."

"사실상 대륙의 지배권을 놓고 벌인 전쟁에서 하벤 제국의 압도적 승리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있겠네요. 바드레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를 황제로

부를 사람이 앞으로 많아질 것이라고요."

KMC미디어의 '베르사 대륙 이야기'에서도 특집으로 전투를 중계했다.

"아아, 이런 식의 전투가 벌어질 줄은 몰랐어요. 정말 하벤 제국의 전투력은

굉장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겠네요!"

"유사 이래 수많은 영웅과 왕국 들이 세계를 정복하려고 했습니다.

알렉산더 애왕, 칭기즈칸, 나폴레옹. 그들이 살던 시대에도 이런 충격을 안겨

주었을 거라고 말한다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요!"

"오주완 씨, 하벤 제국의 전력에 대해서 재평가해야 될 것 같아요."

"오늘의 전투를 세밀하게 분석을 해 봐야겠지만, 전체적인 전력과 전투 수행 능력에

대해서는 완성도에서 너무 뛰어나서 흠 잡을 곳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연합군이

단순한 전술만을 고집하며 못 싸웠다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하벤 제국의 군대는

강합니다!"

방송국의 해설자들은 하벤 제국의 전투에 대해 극찬했다.

대규모 합동 전술을 실행에 옮기는 능력!

로열 로드에서는 1명의 기사가 수만 명 이상의 병사들을 통솔할 수도 있다는

점이 대단한 매력이었다. 그렇지만 여러병과들의 장점을 이끌어 내며 지형까지

고려한다면서 싸운다는 건 쉽지가 않은 일이다.

하벤 제국에서는 친목보다는 실력과 공적에 따라 직책을 정했기에 진짜 전투다운

전투를 했다. 전투의 영상미로 보면 손꼽을 만한 수준이었다.

연합군의 무능과 대비되어 강함이 더욱 실감이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PD와 방송국 관계자들은 한편으로는 걱정이 더욱 앞섰다.

"헤르메스 길드가 다른 영주들에 비해서 너무 앞서 나가는 거 아니야?"

"오늘로써 베르사 대륙 정복이 거의 끝났다고 봐도 되는거죠. 연합군이 이런 졸전을

펼쳐 버렸으니 다시 만회할 수 있겠어요? 중앙 대륙은 이제 그들의 손에 들어갔다고

해도 될 테니까요."

"아무래도 다음 전쟁 방송부터는 시청률이 문제가 되겠는데. 김이 다 빠진 모양새야."

"하벤 제국의 대륙 정복 이후의 이야기도 미리 편성 준비를 해야죠."

"시청률이 벌써부터 우려스럽군."

헤르메스 길드의 세력이 커질수록 안티들도 엄청나게 생겨났다.

도시를 파괴하고,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유저들과 주민들에게 막대한

세금을 물리니 어쩔 수가 없다.

그들이 대륙을 정복하고 나면 지금처럼 활발하게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일도

드물어질 것이고, 시청자들의 흥미도 떨어지게 되리라.

이미 그런 조짐은 도처에서 보이고 있었다.

하벤 제국이 승승장구를 하면서부터 역으로 모험에 대한 관심이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전쟁에서 승리한 하벤 제국만큼이나 위드의 이름이 자주 게시판에 나타났다.

-위드는 왜 안나오나요?

-전쟁의 신 위드의 퀘스트 방송해 주세요! 재방송이라도 좋아요.

-남부에서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 아직도 진행하고 있는 겁니까?

방송국에서는 뭐 알고 있는 거 있죠?

-저는 위드가 한 땀 한 땀 재봉하는 모습도 보고 싶어요.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은 쭉 있어 왔지만, 방송사들도 난감했다.

어떻게든 위드와 접촉을 해 보려고 했지만, 모든 연락이 차단되었다.

집 전화는 물론이고, 휴대폰은 일시 사용 중지, 집으로 직접 방문해서 벨을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전기선을 아예 뽑아 놨기 때문이다.

KMC미디어에서는 신혜민을 통하여 그나마 약간의 정보를 입수했다.

"알고 있는 거 있다면 뭐라도 말해 줘, 혜민 씨. 우리 사이에 한 말은 방송으로는

안 내보낼 테니까. 그리고 절대 비밀도 지킬게."

"부장님,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그러지 말고. 남부에서 퀘스트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아무도 본 사람이 없어?

위드를 만나고 싶어서 남부로 간 유저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아무도 만나질 못하는 거야."

"정말 특별한 퀘스트거든요."

"설마 직업 마스터 퀘스트의 마지막 부분인가? 슬슬 퀘스트를 끝낼 때도 되기는 했다고

느끼기는 했는데."

"그 정도가 아니에요."

"그럼 불사의 군단과 다시 싸우나? 불사의 군단이 사막의 어딘가에서 부활이라도 해?"

강 부장으로서는 그 정도 소식만 되어도 대만족이었다.

위드가 불사의 군단과 싸우는 장면을 방송했을 때의 충격적인 시청률과 시청자들의 호평이란!

지금까지도 재방송의 시청률이 동시간대의 어중간한 프로그램보다는 높을 정도이니

말 다 한 셈이 아니던가.

명예의 전당에서 로열 로드 최고의 명전투 열 가지를 꼽으라면 위드가 대부분 끼어 있었다.

1_ 오크 카리취와 불사의 군단

2_ 해골 병사 위드와 본 드래곤

3_ 멜버른 광산에서 위드와 바드레이의 격돌

4_ 지골라스 모험

5_ 전사 파이톤의 아베리안 숲 정착기

6_ 오데인 요새 공방전 26차

7_ 바르칸이 이끄는 불사의 군단

8_ 세라보그 성의 대탈출

9_ 리치 위드와 대해전

10_ 통곡의 강에서 위드와 엠비뉴 교단

명예의 전당에 올라온 동영상 재생 숫자를 바탕으로 1위부터 10위까지 꼽은 기록이었는데,

아무래도 일찍 진행한 모험들이 동영상을 본 횟수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다른 유저들이 게시판에 올린 위드가 낚시를 하고 있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조차도

조회 수는 300만을 가볍게 넘어섰다.

동영상 조회 분류에서 최악이라는 낚시조차도 이 저옫 인기였으니 어떤 종률의 모험이라도

방송국에서는 환영이었다.

"에이, 불사의 군단은 진작 망했고요. 뭐, 하실리스라는 언데드가 바다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바르칸이 소멸된 이후로 위드 님은 관심이 없어요.

굳이 위드 님이 썼던 표현을 빌리자면, 언데드의 빈 호주머니 털어 봐야 먼지밖에

안 나온다고 했거든요."

"그럼 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막을 평정한 대제라고 불리던데. 사막에 도시들은

느닷없이 왜 생기는 거고, 스케일이 왜 이렇게 커? 도대체 퀘스트를 뭘 어떻게 하고 있길래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건데!"

"저도 잘 몰라요."

"사막의 부흥인가? 사막의 번영? 북부에 이어서 남부 사막 지역도 위드에 의해서 발전하는 거?"

"그 이상이라고 보시면 되지 않을까요?"

"아니지, 무슨 일인지는 중요하지 않지. 지금 다른 방송국이랑 계약된 거야? CTS에서

고급 승용차라도 한대 뽑아주기로 하고?"

"벌써 계약한 건 아닐 거에요. 아파트나 땅이라도 사 준다면 모를까."

"우리도 이제 그 정도는 충분히 해 줄 수 있어."

로열 로드의 인기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KMC미디어도 날이 갈수록 

기록적인 수익을 거두 있었다.

위드가 출연만 한다면 광고주들이 직접 방송국으로 찾아와 광고 금액을 올려 댔다.

어린이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장난감으로도 빙룡과 와이번들이 꼽혔다.

위드의 모험 하나면 방송국이 얻는 이득은 엄청났고, 연관된 완구 사업도 대활황이었다.

유명인들이 그러는 것처럼 뒤드도 상당한 알부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매번 볼 때마다

돈이 많아진 티가 전혀 안 난다는점이 신기한 부분이었다.

"제 생각에 아파트는 싫어할 거예요. 매달 관리비가 나가잖아요."

"역시 원하는 건 땅이겠지?"

"그럼요."

"상엄 용지로, 아니면 주택 용지로?"

"그건 가리지 않을 거예요."

"하긴, 정말 땅 좋아하게 생기긴 했어. 빨리 적당한 땅부터 알아봐야겠군."

북부를 지배하는 아르펜 왕국의 왕궁은 7개의 산을 끼고 있었다.

우뚝 솟은 높은 산의 정상과 정상을 잇는 건설에 참여하는 유저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끙차! 오늘은 이걸 꼭 운반하고 말 거야. 바위는 무거워서 못 옮기더라도 할 수 있는 건

해야지. 통나무 정도면 가능하겠지."

"아이고, 허리야! 다리야!"

유저들은 머리와 등에 짐을 짊어지고 산꼭대기까지 자재들을 옮겼다.

높이와 경사가 바르고 성채만큼 아득할 정도로 험하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상당히

높고 웅장산 산들이다.

마치 일개미 떼가 산을 뒤덮고 있는 것 같은 풍경이었다.

"진짜 우리는 대단한 것 같아. 하자고 하면 바로 해 버리잖아."

"응. 근데 왜 노가다는 해도 해도 줄어들지를 않냐."

"원래 그런 거래."

"난 로자임 왕국 피라미드 건설에서부터 북부의 위대한 건축물들까지 전부

참여했잖아.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내가 서울대를 갔을 텐데."

"던전에서 사냥했던 건 기억에 안 남는데 노가했던 건 왜 이렇게 선명하게 떠오르지?"

"나도 노가다하면서 친해진 사람들이 더 많아."

북부의 유저들은 무슨 일만 생기면 많이 모여들었기 때문에 산꼭대기까지의 자재 조달쯤은

금방 이루어졌다.

왕궁의 건축 디자인은 가파른 7개의 산의 정상에 걸쳐진 왕관의 형태였다.

건축가들은 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전에 상당히 고민을 했다.

"건축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은데요."

"건물의 내부 면적을 넓히기가 힘듭니다. 기반 공사의 어려움도 있고요."

"왕궁은 먼 곳에서도 잘 보일 겁니다. 건물들 하나하나, 조화와 어우러짐이 완벽해야 돼요.

건물들의 형태도 그렇지만 궁전의 거리와 높이 등, 평평한 땅에 공사하는게 아닌 이상

고려애햐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래도 일단 해 봅시다.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높은 산등성이 위에 왕관의 형태로 지어진 왕궁이라면 본 사람들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겠죠."

"도전 정신! 우리 북부가 이렇게 살아 숨 쉬는 이유입니다.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건축의 어려움들도 극복해 봅시다. 완공만 되면 아르펜 왕국의 자부심이고

자랑거리가 될 테니까요."

"합시다. 해 봅시다. 건축가들에게 불가능이 없다는 걸 알려 줍시다!"

건축가들 중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이들이 왕궁의 기틀을 닦았다.

북부 전체를 봤을 때 최적의 위치지만 평야 지대가 협소하다는 문제점을, 산 위에

왕관 형태로 꾸미면서 극복해 버리기로 했다.

최적의 디자인이란 꼭 필요한 곳에 있어야 한다.

지금은 산 위에 왕관처럼 왕궁이 생겨나겠지만, 주변에 도시들도 발달하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왕궁의 위엄이란 대단할 것이다.

왕궁에 올라가려면 산 아래에서부터 뚫어 놓은 넓은 길을 이용해야 한다.

말과 마차 들이 한꺼번에 충분히 다닐 수 있도록 잘 닦아 놓은 길로, 산을

두 바퀴나 돌아야 왕궁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산을 돌면서 북부의 멋진 풍경들을 볼 수 있었기에 결코

시간 낭비라고만 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산길의 돌담에는 돌 하나하나마다 유저들이 남긴 글귀들이 쓰여 있었다.

  위드 님의 모험이 매일 기대돼요.-모라타 족발협회

  북부에서 시작해서 행복합니다.-검사 읭

  흙꾼이가 제일 좋아요.-정령술사 린

  모험을 하면서 먹어야 할 음식은 오직 풀죽뿐이다.-보석 사탕

북부 유저들이 느끼는 행복이 듬뿍 담긴 돌담이었다.

아르펜 왕국은 유저 개개인에게 즐거움, 꿈, 희망을 주고,또한 소속된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서 함께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

조각품과 그림 들도 지루하지 않게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진열되었다.

예술 계열의 직업을 가진 이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참여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누구나 아르펜 왕국에 대해 호의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으리라.

왕궁 근처에 동시에 세워지고 있는 최고의 상업 시설들과 길드, 학문, 모험 시설 들은

북부를 강력하게 발전시킬 원동력이 될 것이다.

벌써부터 유저들은 아르펜 왕국의 왕궁에 애칭을 붙였다.

대지의 궁전.

대지를 다스리는 왕이 있는 궁전이란 의미로, 산꼭대기에 왕관처럼 지어진

디자인 때문이었다. 하지만 국왕 위드가 있기 때문에 더욱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국왕이 우리를 편하게 해 주니까 얼마나 좋아."

"그러게. 가끔은 위드 님이 국왕이라는 것도 잊어버린다니까."

"전설적인 모험가 그리고 조각사! 사실 맨날 여행만 다녀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게 더 좋은 거 같기도 해."

그리고 드디어 왕궁의 공식적인 완공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마지막 공사를 위해 유저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왕궁의 마지막 마무리 순간을 보기 위하여 일부러 온 유저들도 많았다.

"오오, 강철의 기사단이여, 드디어 도착했구나. 이곳이 우리의 영원한

주인이신 위드 님께서 다스리는 왕궁이다."

마치 마법처럼, 왕궁으로 향하는 길목에 일단의 기사단이 나타났다.

"뭐야, 집단 텔레포트야?"

"아냐. 텔레포트의 번쩍거리는 효과 없이 그냥 안개처럼 땅에서 솟아났어."

"그럼 유령인가?"

"무슨 유령이 낮에 저렇게 선명해. 근데 장비들 좀 봐. 

아르펜 왕실 기사들 뒤통수 칠 정도로, 장난 아니다."

"아르펜 왕실 기사? 저런 갑옷은 레벨은 둘째 치고, 없어서 못 입을 것 같은데."

유저들이 놀라서 쳐다보며 웅성이는 가운데, 선두에 선 기사가 말에서 내려

감격에 벅찬 듯이 무릎을 꿇었다.

"우리에게 주신 생명의 은혜를 갚기 위하여 긴 세월이 지나 이제 도착했습니다."

뒤를 따라서 기사단 전원이 말에서 내려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철오의 후손!

위드에게 영원한 충성을 바친 철오는 스트라우드 왕국에 정착한 이후로 긴 세월을

보내며 창숭르 마스터하고 마나의 본질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가문을 이루고 자식들을 낳으며 오랫동안 살아가다가 편안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 이후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철오의 후손들 역시 

위드를 향한 영원한 충성의 약속을 이어 왔다.

위드와 철오가 함께했던 건 고작 하루에 불과한 시간이었지만, 세뇌는 철저했다.

  -넌 영원한 나의 부하다. 자식은 부모의 사랑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지.

   그러나 그 사랑은 드래곤보다 강하고, 갈치가 헤엄치는 바다보다 깊단다.

  -너한테 생명을 준 나는, 정말 평생 동안 모시고 살더라도 그 은혜를

   천만분의 일도 갚지 못할 거다.

  -비싼 거, 좋은 거, 맛있는 거 있으면 전부 나한테 먼저 바쳐야 된다.

   그게 바로 기사다움이고 행복이란다.

철오가 자식들에게 전해 준 이 이야기들은 대를 거듭할수록 살과 뼈가 덧붙여지고

견고해져, 마침내 뼛속까지 세내된 후손들이 아르펜 왕국에 나타나게 된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