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5권 : 2)메타페이아 정복 (223/520)

2)메타페이아 정복

위드와 사막의 붉은 칼 부대는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던전 메타페이아의 지하에 들어오셨습니다.

고급 모험 감각 스킬 6레벨이 지금까지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던전을 분석합니다.

이곳은 사막의 열기를 받아들여서 1,000년 넘게 비정상적으로 성장한 말살의

불도마뱀들의 서식지입니다.

극도로 위험한 지역으로, 자연이 빚어낸 보물들이 숨겨져 있고 불과 관련된 마법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 널려 있을 테지만, 그 것을 무사히 구할 수 있을지는

들어온 사람의 재주에 달려 있습니다.

지면은 단단한 암반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균열리 가 있는 부분을 밟으면 부서져서

지하 용암 구덩이로 떨어지게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아마 곧바로 뒤돌아서서 도망치더라도 누구도 그 용기 없음을 비난하진 못할 것입니다.

"확실히 공기부터 다르군. 얼마 전에 들어왔던 기억이 나."

후덥지근하다 못해서 뜨거운 불길을 마시는 듯한 기분.

언제부터인가 그들이 모험을 하는 장소는 베르사 대륙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몬스터들이 사는 곳이 되었다.

노들레의 퀘스트를 하면서 일찍이 누구도 상대하지 못하던 몬스터들을 잡고,

던전들을 정복하고 있었다.

위드는 그런 점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조각사일 때에는 기본적으로 예술 작품들을 창조해 내는 재미가 있었지만,

전사로서 강해지고 나니 범접하지 못할 몬스터들을 굴복시키는 전투의 즐거움이 있었다.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적이 가득 차 있는 던전으로 들어올 때의 가슴 뛰는 설렘이란

겪어 본 자만이 알수 있다.

로열 로드에서 초보 시절에 처음 성문을 넘어서 바깥세상으로 향하는 그 순간의

짜릿한 흥분, 어두운 밤에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기까지 한다면 그보다 더 들뜨고

행복한 기분이란 없었다.

"헐헐. 할멈, 우리가 젊을 때에도 이런 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심심하면 찾아오는 어린 상인 놈들이 자식보다 낫지 않수?"

"그렇고말고. 우리 오래오래 삽시다."

노인들 사이에서는 로열 로드 때문에라도 더 오래 살아야겠다는 말이 나올 지경.

위드의 입가에, 횟집의 생선을 볼 때처럼 미소가 맺혔다.

"자고로 전투의 손맛만큼 좋은게 없지. 넘실거리는 화염의 각인, 고대의 함성!"

위드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화염이 흘러내렸다.

넘실거리는 화염 각인은 사막 전사 최고 레벨의 스킬!

평소에 접하게 되는 불의 기운을 봉인해 두었다가 전투 시에는 몇 배나 압축해서

방출한다. 가까이 접근하는 몬스터들은 그 자체로 화염의 피해를 입었고,

공격을 당하면 즉각 불의 기운이 옮겨붙었다.

화염 마법에서 파이어 익스플로전을 능가하는 위력으로 꺼지지 않고 계속 폭발하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어중간한 몬스터들은 대량 살상이 가능했다.

위드에게 감히 일반 병사나 기사 들이 덤벼든다면 그대로 떼죽음!

게다가 위드의 몸에 있는 넘실거리는 화염 각인은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러서,

생명력과 마나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그 자체로 방어력도 가져서 부하들보다 더욱 대단했다.

고대의 함성은 방랑하던 NPC 워리어에게 전수받은 스킬!

힘과 민첩성, 맷집 같은 육체적인 능력만을 160% 끌어올리고, 주변의 동료들에게도

70%에 해당하는 효과를 준다.

물론 사막에 왔던 워리어는 비전의 스킬을 알려 주고 싶지 않았다.

전생의 시대에서도 나름 명성이 높고 자존심도 강한 워리어였던 것이다.

한때 북부 원정을 이끌었던 오베론 정도의 수준이었다.

"죽을래, 아니면 가르쳐 줄래? 결정할 때까지 딱 2초 준다."

그러나 위드의 강렬한 카리스마 앞에는 워리어도 살기위해서 그냥 기술을 알려 줘야 했다.

나무와 산, 보이는 것들은 모조리 다 녹여 버렸으니 용감무쌍한 워리어라도 공포에

질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노들레의 퀘스트를 하다 보면 시간이 100배로 흐르기 때문에 어지간히 못된 짓으로 악하된

평판도 사냥을 하다 보면 다시 금방 좋게 돌릴 수 있었다.

사막에서는 감히 위드의 위엄을 거스를 수 있는 존재도 없기 때문에 적당히 나쁜 짓들도

저지르면서 성장해 왔던 것.

"사막의 용맹!"

"강철의 심장!"

전일이와 같은 조각 생명체 부하들도 축복 기능이 있는 오라를 발산했다.

전일, 전이, 전삼과 같은 엘리트 조각 생명체 부하들도 충분한 관록을 가진 최강의

전사들로 성장을 해서, 기사들은 상대로도 여기지 않는다.

험상궂은 얼굴과 흉터들은, 감히 보통의 몬스터들이 먼저 뛰어들지도 못하게 했다.

덩치도 2미터를 넘으며, 여자들의 몸통만 한 팔뚝을 가진 그들!

오우거보다도 대단한 위압감을 물씬물씨니 풍기지만 

위드에게만큼은 그저 눈치 보는 순한 양이었다.

어디 가도 왕의 직속 수호 전사 정도는 따 놓은 자리였지만 위드와 함께 계속 전투를 치러야

한다는 현실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행운이지만 동시에 다시없을 불행이었다.

던전에 들어온 사막 전사들은 무기를 든 채로 질서 있게 정렬했다.

삼엄한 군기!

성격이 개차반에 가까운 위드의 잔소리에 혹사를 당하다보니 규율은 확실히 섰다.

"알고 있겠지만 뒤처지는 놈은 그냥 버리고 간다."

"예!"

"알아들었다면 전진한다."

알베른과 알베런은 모두에게 집단 축복을 부여해 주었다.

"신성 수호, 원형 방패, 불 저항 강화."

"파이어 아머, 솟구치는 힘, 깊은 분노, 고통 망각."

프레야 교단의 교황 후보 알베론의 짝퉁으로 시작된 그들이었지만, 현재로써는 죽기

직전의 사람까지도 가볍게 치유하는 신성력을 보유했다.

허름한 사제복을 입은 그들은 축복과 치료로 위드와 부하들의 전력을 몇 배나 상승시켜

주는 중요한 조력자들이었다.

"1대부터 3대까지 활 무장. 4대부터 5대까지는 방패를 들어라. 나머지는 창과 검을 들고 전진.

첫 공격 후에 무기는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바꾸어라."

"옛."

위드는 던전 사냥을 하면서 속도를 낼 떼에는 부하들에게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말하는 시간마저 아끼면서 전진한다.

하지만 이런 위험한 던전에서는 부하들을 지휘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부하들을 잘 써먹어야 자신이 안전할 수가 있지 않겠는가.

위드는 궁술도 고급 8레벨. 마스터를 얼마 남겨 두지 않았다. 활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하들 역시 경지는 약간씩 낮았지만 거의 그에 버금가서, 원거리 전투도 가능했다.

"전방 주시. 그리고 주변을 계속 확인하며 빠르게 이동한다."

"옛!"

부대 전체가 어떤 적의 등장에도 대응할 대비를 한 채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던전이 주는 묵직한 분위기 때문에라도 긴장감이 진득하게 흘렀다.

시간이 금이라는 말이 정말 그대로 들어맞는 퀘스트이기 때문에,

위험하더라도 낭비할 시간은 없다.

부하 중에는 함정을 간파하고 해체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해내는 도둑도 있었다.

"저를 거두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검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대제님."

"자물쇠를 열 줄 안다고? 넌 도둑질이나 해. 앞으로 함정해체를 담당하면 좋겠군."

"예? 저는 전사로서의 삶을 앞으로도 계속....."

"죽을래? 너 혼자만이 아니라 가족들의 목숨까지 생각해라."

"...."

이곳의 시간으로 17년 전에 떠돌이 마법사도 5명이 영입되었는데,

그들의 고용 비용은 비교적 저렴했다.

"저희의 몸값은 비쌉니다. 1년마다 가방에 황금을 가득 담아서 주셔야 합니다. 이 금액은

저희의 자존심이라서 타협할 수 없습니다."

"웃기고 있군. 고작 그 실력으로 돈이나 밝히려고 하고 있다니.

마법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잃어버린 것인가."

월급을 주기 싫어서 질타!

"순수한 열정과 정당한 보수는 다릅니다."

"사냥하며 얻은 마법 물품들을 넘겨주지. 새로운 마법을 익히기 위해 실컷 

연구를 할 시간도 주겠다. 그리고 나중에 마나의 궁극에 이르면 다시 너희의 

고용 비요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이 정도가 내가 제시할 수 있는 최대한이다."

떠돌이 마법사들은 고민을 하다가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당시에도 이미 위드의

명성이 자자하게 울리고 있을 때라서 흥정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함께 다니는 마법사들의 실력은 아쉽게도 고급 3레벨 정도에 머물렀다.

마법은 위력이 대단한 만큼 스킬 숙련도가 쉽게 늘지 않고, 또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마법을 익혀야 한다. 사막의 도시들이 발전하였다고 해도 배울 수 있는 

마법은 제한적이라서 어쩔 수 없었다.

마법사들이 지식의 한계를 넓히기 위해 방랑을 떠나겠다고 했지만, 위드는 그것만큼은 반대했다.

"동료들을 믿어라. 그리고 내가 너희를 이끌어 주겠다."

"마나의 길은 자유로운 방랑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면서 향상되는 것입니다."

"도망가려고?"

"...."

"다시는 사막으로 안 돌아올 거지? 어디 산 좋고 물 좋은 동네에서 마법 연구나 하고,

예쁜 여제자 들여서 알콩달콩 살려고 그러잖아."

"...."

"마나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전에 그냥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해."

고용인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악덕 사장의 포스.

노들레의 퀘스트를 완료할 때까지 부려 먹어야 하니 마법사들의 가능성이나 

잠재력 따위는 무시해야 마땅한 일!

"크휫!"

"인간들이다. 인간들이 이곳까지 오다니..."

"호로로로롭. 지난번에 도망쳤던 놈도 있다. 호로롭."

말살의 불도마뱀 7마리가 나타났다.

그들은 위드와 사막의 붉은 칼 부대를 보면서 입맛을 다셧다.

두 갈래로 갈라진 길쭉한 혀를 날름거리는 커다란 주둥이와 10여 미터에 이르는 매끈한 덩치.

용암 덩어리처럼 달아올라 있는 몸은 근처의 땅을 녹이고 있었다.

말이 불도마뱀이지 형태는 비만 드래곤과도 상당히 닮아있었다.

화염 계열의 최상위 몬스터로, 레드 드래곤이 아닌 이상 말살의 불도마뱀처럼 위험한 놈들이 없다.

과거에 지골라스에서 불의 거인과 싸운 적이 있지만, 놈들은 힘은 대단한 반면에 둔하고

시야의 사각지대가 많다. 물론 레벨도 말살의 불도마뱀보다 낮아서, 불의 기운을 잔뜩

웅축하고 있는 이놈들과는 비교도 안 되었다.

넘실거리는 화염 각인 같은 것은 자신보다 더 강한 화염계열 몬스터를 대상으로 피해를

주지 못한다. 공격용이라기보다는 불도마뱀에게 버티기 위한 화염 저항력을 올려놓기 위한

용도가 훨씬 컸다.

"츄. 츄. 츄. 츄릅."

"호로호로록!"

불도마뱀들은 정면의 통로를 막고 덤벼들기 위한 자세를 취했다.

이들은 사냥의 습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천적이 거의 없어서 적에 대한 경계심은 약한 편이다.

위험한 몬스터들답게 여유와 당당함을 가지고 오만하게 인간들을 살폈다.

위드는 재빨리 활을 들었다.

띠링!

-전설의 프로스트 보우 요르푸시카를 무장하셨습니다.

일반 나무로 된 활이 아닐, 사방으로 으스스한 냉기를 뿜어내는 얼음 활.

무조건 관통, 속사 스킬의 효과 35% 증가, 얼음 속성 데미지 65~194, 결빙,

무제한의 마법 화살 제공, 다중 화살 스킬 사용 시 효과 40% 증가, 추적 화살 스킬

사용 시 100% 명중, 민첩 +160, 확실한 명중.

기본 옵션만 하더라도 이 정도로 경악스러운 활이었다.

메타페이아의 요괴들이 쓰던 걸 뺏은 것으로, 그들은 가끔 말살의 불도마뱀이

땅 위로 나올 때마다 격퇴하기 위해서 싸웠다고 한다.

요괴들을 처치하여 사막 전사들은 불도마뱀들과 싸우는데 도움이 되는 장비를 다수 얻을 수 있었다.

이른바 현지 조달의 법칙을 따른 것이다.

위드가 활시위를 당기자 얼음 화살이 생성되어서 겨누어졌다.

"분산 사격!"

굵은 얼음 화살이 중간에 갈라지더니 10개의 화살로 변해서 불도마뱀을 향하여 전광석화처럼 날아갔다.

특수한 궁술은 마법처럼 불도마뱀들에게 작렬!

"크웨에엑!"

"춥다. 처음 느껴 보는 기분이다!"

"케헷, 차가워! 이게 말로만 듣던 몸이 얼어붙는다는 건가."

화살을 맞은 불도마뱀들이 몸부림을 치며 괴로워했다.

용암 덩어리에 꽂힌 화살은 그 부근의 화염까지도 잠깐이나마 감소시켰다.

땅에 꽂힌다면 그 부근 전체를 얼려 버리는 위력이 있고 약한 생명체는 아예 동결시켜 버리며,

반대 속성인 화염 계열의 몬스터들은 생명력에 피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속성 공격력도

따라서 낮아진다.

지금은 화염을 잠깐 약화시킨 정도에 그치긴 했지만, 놈들의 든든한 방어력을 고려하면

상당한 공격력이었다.

"효과가 있군. 공격해!"

사막 전사들이 불도마뱀들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일제 화살 공격!

사막 전사들은 거의 바바리안에 근접할 정도로 체격이 컸고, 힘이 약하면 쓸 수 없는

두꺼운 각궁을 사용했다.

말살의 불도마뱀들에게 수백 발의 화살이 날아가 꽂혔다.

"캬흐흣!"

"버릇없는 인간들. 잿더미로 만들어 주겠다."

"태워서 야금야금 먹어 주지!"

화살 공격을 당한 불도마뱀들이 6개의 다리를 번갈아 움직이며 쇄도했다.

위드는 그 사이에 연거푸 화살을 세 번 더 쏘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검을 들었다.

-세 아이가 울부짖는 검, 발몽드가를 무장하셨습니다.

남부 공국 최고의 명장이 가장 뛰어난 검을 만들기 위한 욕심에 불탄 나머지 검에

원한을 심기 위하여 자신의 세 아이를 불구덩이에 던져 탄생시킨 검!

지독한 저주가 실려서, 검을 쓰는 사람의 체력과 생명력의 최대치를 낮추고

지속적인 피해를 주지만, 공격력을 최소 5배 이상 올려 주고 절삭의 능력도 가졌다.

서윤이 운송 정보를 입수해 주었고, 위드는 사막 전사들을 이끌고 검을 호송하는

대상인들을 습격하여 얻었다.

어차피 노들레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명예 감소는 상관할 필요도 없는 일.

"달빛 조각 검술!"

위드가 검을 휘두르니 검의 기운이 크게 증폭되어 불도마뱀들에게 뻗어 나갔다.

사막 전사 직업의 여러 종류의 공격 스킬이 있었지만 놈들의 엄청난 방어력과 맷집

그리고 위험성을 고려하면 연속 공격은 매우 어렵다. 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달빛 조각

검술이 오히려 효과적이었다.

옆에서 부하들도 긴 시미터와 창을 휘두르며 공격했다.

"몸을 직접 때려서는 효과가 거의 없다. 눈을 공격해!"

"검날이 몸에 오래 닿지 않도록 조심하도록. 금방 흐물흐물해진다."

사막 전사들의 무기도 상당이 뛰어난 것이지만 불도마뱀의 

저항력이나 화염의 특성은 엄청나게 강력했다.

몸에 꽂히기라도 하면 철제 무기들은 금세 녹아 버렸다.

게다가 근처에서 일어나는 불길로 인하여 가까이 가기만 해도 몸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가소롭구나, 인간들! 몸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하게 해주겠다."

불도마뱀들은 입에서 용암을 내뿜으면서 돌진했다.

6개의 발을 움직이면서 전사들은 걷어차거나 밟아 대자, 버티지 못하여 방어선이 바로 무너졌다.

"크억!"

"입에서 토하는 용암을 조심해라."

"피해! 정면에서 물러서지 말고 옆으로 돌다가 뒤로 빠져!"

"크아아악!"

용암에 뒤덮인 전사들의 몸이 녹아내렸다.

산전수전 다 겪은 전사들이었지만 실로 허무한 죽음.

발길질에 얻어맞은 전사들은 실이 끊어진 연처럼 날아올랐다.

"서클 오브 아이스!"

"빙결!"

3명의 마법사들은 주문을 발동!

불도마뱀의 머리 위로 얼음의 고리가 나타나서 타격을 입혔다.

위드는 기회라고 여기고 명령을 내렸다.

"전사들은 과감하게 접근. 오래 끌수록 피해도 커진다.

놈들이 움직일 공간을 막아야 해!"

"예, 대제님!"

불도마뱀들이 무시무시하게 발버둥을 쳤지만 전사들은 주변을 몇 겹으로 둘러싸고 자리를 잡았다.

화살 공격에, 두꺼운 몸에 창들이 꽂히고, 검에 의해 베였다.

아무리 최상의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위드와 사막 전사들의 연속 공격에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번에 던전 안으로 들어왔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생명력이 절반도 남지 않았다. 모두 힘을 내라!"

"화염의 장막!"

위기를 느낀 것인지, 불도마뱀이 종족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사방에서 화염이 솟구쳐서 주변을 가렸다.

"쳐라!"

"놈은 겁을 먹었다. 없애 버려!"

전사들은 용감무쌍하게 장막 안으로 들어가서 불도마뱀을 공격하고 밖으로 나왔다.

불도마뱀을 몇초만 가만히 놔두더라도 입에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브레스를 뿜어낼 수 있었다.

"절명의 꼬리!"

불도마뱀은 장막 안에서 다리를 움직이고 꼬리를 좌우로 휘저어서 전사들을 공격!

기본적으로 불에 상당한 내성이 있는 데다 화염 저항력을 올려 주는 방패와 벨트

등까지 착용한 사막 전사들이었다.

노들레의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꼭 메타페이아를 정복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서 들어왔다.

하지만 꼬리에 찔리면 속절없이 신체가 마비되고 말았다.

그 후에는 잔인한 불도마뱀에게 연속으로 들이받히면서 공격을 당했다.

"생명의 순환!"

"상처 회복!"

바로 죽지만 않는다면 알베른과 알베런이 치료를 해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전부를 살리진 못했다.

그나마 전사들의 레벨이 높았기에 잠깐 동안 치료 마법으로 버티기라도 하는 것이지, 예전에

왔을 대는 얻어맞는 순간 떼죽음을 당했다. 위드도 부하들에게 퇴각 신호를 내리고 바로 탈출했었다.

"인간, 인간의 손에 의해 죽게 되다니...."

결국 전사들의 거친 공격에 당한 불도마뱀 1마리가 땅에 쓰러져 움직임을 멈췄다.

-말살의 불도마뱀이 사망했습니다.

 현재까지 살아온 시간은 1,141년.

 대륙 역사상 최초로 인간에 의해 사냥된 변종 불도마뱀입니다.

-전투에 참여한 이들의 힘이 1씩 오릅니다.

 불 저항력이 30일간 0.6% 증가합니다.

고작 1마리였지만, 위드는 사기를 높이기 위하여 고함을 질렀다.

"우하아아아! 사냥에 성공했다."

과거에 익혔던 스킬 사자후를 대신한 고대의 함성!

"대제님만 따르면 돼!"

"우리는 할 수 있다!"

몸이 붉게 달아오른 사막 전사들이 불도마뱀을 향해 창칼을 휘둘렀다.

불도마뱀이 꼬리와 발을 휘저을 때마다 속절없이 나가떨어졌지만,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뚝이처럼 곧바로 다시 일어나서 전투에 참여했다.

레벨이나 스탯이 높다고 이런 불굴의 부대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위드와 숱한 전투 경험을 쌓으면서 단련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어떤 존재와 싸워도

용맹을 자랑할 수 있는 최강의 부대가 된 것이다.

불구덩이를 향해 뛰어들라고 하면 기꺼이 달려 들어갈 수 있는 부하들!

사막 전사 중에서 전일, 전이, 전삼과 같은 조각 생명체 부하들은 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힘을 모즈ㅏ."

"전이, 네가 시선을 끌어라. 난 놈의 뒤로 돌아가겠다."

"뒤가 가장 위험합니다, 형님!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넷째야, 조심해서 해보자!"

그들은 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돌격할 때가 일품이었지만, 지금은 3~4명씩 창으로

불도마뱀이 제멋대로 활약하지 못하도록 유인과 견제를 했다.

창으로 마구 찔러 댈 때는 팔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현란했다.

-변종 불도바매 7마리가 모두 사냥되었습니다.

 특별한 혜택으로 전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인내가 3 오릅니다.

 불도마뱀과의 전투 경험을 통해 화염 저항력이 45일간 0.6% 오릅니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오랫동안 불의 정기를 먹으며 자라 온 

 불 도마뱀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겼다!"

불도마뱀과 정면에서 직접 싸우느라 위드의 생명력은 23%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불도마뱀들도 인간 중에 대장을 알아보고 위드를 가장 많이 공격했던 것이다.

그나마 알베른과 알베런에게 다른 전사들보다는 매번 자기 위주로 치료를 명령했기 때문에

중요한 순간마다 적절하게 생명력을 보충하여 버틸 수 있었다.

멀리서 보면 토해 내는 용암에 맞서면서 검을 휘두르는 영웅적인 장면들의 연속이었고,

당사자로서는 죽을 맛이었다.

그럼에도 전투에서 승리했기에 기쁨의 함성을 실컷 터트릴 수 있었다.

"적들이 모두 쓰러졌다. 역시 이것은...."

위드의 말을 전육이 서둘러 받았다.

"사막의 지배자이며 생명의 물과 뜨겁고 광활한 모래의 주인,율법의 창시자이신

위드 대제왕 폐하님의 공입니다."

"잘 알고 있구나."

"만세 만세 만만세!"

기진맥진해서도 아부를 해야 하는 전육!

퀘스트를 하느라 시간은 촉박하지만 100배의 경험치를 획득하기에 큰 전투를 승리한다면

레벨은 금방 올라간다.

위드가 지금껏 불가사의할 정도로 높은 레벨을 달성한 것도 무모함과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더 안으로 들어가도 괜찮겠어. 사냥을 할 때마다 불 저항력이 오른다니까.'

전사는 싸우면서 적응하며 극복하는 직업!

이번 던전의 불도마뱀들은 무식할 정도로 세다. 그렇지만 사냥을 할수록 저항력과 인내력이

오르기 때문에 해볼 만은 하다.

말살의 불도마뱀들이 떨어뜨린 아이템도 습득. 그렇지만 아쉽게도 당장은 도움이 되지 않고,

대장장이나 재봉사 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재료 아이템이었다.

위드는 전일이에게 물었다.

"부하들의 피해 상황은?"

"희생자는 17명입니다."

"꽤..많군."

"죄송합니다, 대제님."

레벨이 적어도 500대, 그리고 심지어는 700대의 부하들까지 골고루 사망한 엄청난 피해.

위드는 부려 먹을 수 있는 부하들이 줄었다는 아쉬움을 떨쳐 냈다.

"약한 놈들이 죽었을 뿐이다. 다음 전투를 준비한다."

"넷!"

부하들을 얌전히 키우면 안 된다.

강한 적과 싸우다가 일부가 죽더라도, 전투 경험에 의해서 남은 부대는 

오히려 전체적으로 더 강해진다. 현재 위드와 함께 다니는 부하들은 베르사 대륙의 시간으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최정예화가 된 것이다.

몬스터들에게 던져 줘도 번번이 살아 돌아오는 귀찮은 헤스티거만 하더라도

사막을 떠나서 다른 왕국으로 간다면 대단한 전사로서 칭송받을 만한 존재였다.

"가자!"

위드는 또다시 앞장을 섰다.

언제나 거침없이 앞장서는 대장의 등을 보며 전진하는 사막 전사들은 어떤 적을

만나더라도 해치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앞에 가야 하나라도더 챙기지.'

매번 선봉에 서는 것은 위드의 당연한 선택이었다.

정득수 회장은 은행장들을 만났다.

원만한 분위기에서 은행장들을 설득하고자 했지만, 분위기는 비관적이었다.

"정 회장님, 저희 채권단이 보기에는 호성 그룹의 위기가 자금 지원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기업 경영이 잠시 안 좋아졌지만 기업이란 부침이 있을수밖에 없습니다.

대출금 상환을 미뤄 주시고 추가로 자금지원을 승인해 주시면 과감한 신규 투자로

위기를 극복할 생각입니다."

"정 회장님, 호성 전자를 포함한 그룹 전반에 대해서는 저희도 여러 보고서들을

받아 보았습니다."

채권단에는 주거래은행의 두상철 은행장을 제외하고도 상업 은행, 미래 은행의 은행장들이

나와 있었다. 세 은행이 호성 그룹의 대출 채권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곳들이었다.

상업 은행장 현진원이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채권단의 결론으로, 호성 건설은 앞으로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어려움은 겪고 있지만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신규 자금이 수혈되면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호성 건설의 자산과 시공 인력들은 경쟁력이 충분합니다. 해외

건설 부분의 수주 노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회장님도 이미 아시지 않습니까? 밑 빠진 독이 되어 버린 호성 건설에 신규 자금을

투입할 수는 없는 입장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더 이상 길게 말씀하신다면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

"그리고 호성 전자 역시 위태로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지은 디스플레이

공장은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서 투자비도 건지지 못한 채로 폐쇄해야 할 처지라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유행의 변화가 빨라서 쫓아가지 못했지만 기술진이 철야 작업을 하며 노력하고 있고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도 영입을 했으니,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시 디스플레이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아요. 호성 그룹

전반의 현금 흐름이 안 좋다는 이야기가 시장에 계속 들리고 있습니다."

"기우에 불과합니다. 특히 호성 전자는 여전히 세계 초일류 기업입니다. 그룹의 부채비율이

높아졌다고 해도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진행된 것들입니다. 완제품에서 고전을 하고는

있지만 부품 소재 분야에 있어서 호성 전자의 경쟁력은 상당합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적자의 폭이 크고 몇 년간 흑자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공장설비 가동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시설 투자라니요."

정득수 회장은 채권단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전반적인 불황에 호성 그룹은 부채가 너무 많고, 건설과 전자 분야의 무리한 투자로 인하여

계열사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위기의 근본 원인은 대한민국의 최대 재벌인 백화 그룹 때문이었다.

약 1년 전 백화 그룹의 회장실에서는 은밀한 대화가 오고 갔다.

"호성 그룹은 우리와 사업 영역이 부딪치는 부분이 많아. 놈들이 없어져 주면 수익이 훨씬

더 커질 텐데.. 좋은 방법이 없겠나?"

"연구 개발이나 제품 생산에 적극적이어서 골치가 아픈면이 있죠. 건설업이 위태로운 지금이

호성 그룹에는 최대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으니 정치권과 금융권을 통해서 흔들어 보겠습니다."

"전자에서 신제품이 출시되면 언론이 주목하게 될 거야."

"하청 업체들을 회유해서 납품 기일을 어기게 하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신제품 출시가 지연되도록

해야지요. 그리고 우리 제품들의 판매 가격도 낮춰서, 영업이익이 계속 나오지 않도록 유도하겠습니다."

"그래도 호성 전자는 내버리기 아까운데."

"호성 전자 부사장 출신인 조 상무이사를 통해서 연구진을 채용하겠습니다."

"나중에 채권단 은행장들에게 후한 보상을 해 주고 호성전자를 헐값에 인수하는 것도 고려를

해 보게. 큰 먹이니까 언론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기다려 가면서 순리대로 차분하게 풀어

가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고."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

그룹 경영에서 비일비재한, 경쟁 그룹 죽이기!

대한민국에서 기술력과 도전 정신을 가진 호서어 그룹이 쓰러지려고 하고 있었다.

"불도마뱀 14마리 격파! 소란을 듣고 불도마뱀 9마리가 달려오고 있습니다."

"철저한 수비 진형으로."

"철저한 수비 진형!"

위드의 명령에 따라 부하들이 정신없이 방어 진형을 펼쳤다.

던전마다 전투 방식은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일렬이나 원형 방어진 같은 것으로 대응하면 안된다. 그러면 말살의

불도마뱀들이 뭉쳐 있게 되고, 놈들은 한자리에 여럿이 모여 있을수록 뜨거운

화력을 내뿜기 때문이다.

가능한 넓은 지형으로 유인하고 나서 불도마뱀을 따로 고립시켜 1마리씩 처치해야 했다.

전투가 분산되기 때문에 지휘가 더 어렵고, 전사들이 알아서 잘 싸워 주기를 바라야 한다.

부상당한 전사들은 스스로 전장을 이탈해서 몸을 치료하는 수밖에 없었다.

위드는 곧 불도마뱀의 공격 방식을 터득했다.

"6개의 다리 그리고 때때로 꼬리를 내던지기도 하고, 혓바닥으로 인간을 붙잡아서 

먹어 치우기도 하는군."

결론은 온몸이 흉기!

산 채로 잡아먹히는 전사들은 끔찍한 비명을 터트렸다.

그러나 위드의 부하들은 공포로 인하여 사기가 줄어들거나 위축되지 않고 분노하여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사막 전사들이 위드에게 바치는 믿음이란 맹목적이기 때문이었다.

강자에게 당당하게 도전하고, 끝없이 앞서서 강해진다.

위드의 친밀도를 얻는 방식은 부하들과의 관계에서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독재자와 범죄자까지도 아우르는 절대적 친화력!

불도마뱀처럼 마수형의 몬스터일수록 아무리 특별한 힘을 가지고 레벨이 높다고 해도

상대하는 방식은 단순할 수밖에는 없다.

"눈 위에 있는 더듬이를 노려!"

"츄릿!"

"이놈들의 시력은 형편이 없고 더듬이로 진동과 온도 차이를 느낀다. 그리고 혓바닥을 내밀면,

이곳도 약한 부위이니 바로 베어 버려. 무기에 화염을 인챈트해라. 그래야 칼이 녹지 않아!"

"알겠습니다, 대제!"

사막 전사와 불도마뱀은 성향 자체가 동일한 화 계열!

그렇기 때문에 숱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서로 피해를 조금씩 덜 주는 입장이었다.

만약에 빙하 지대에 사는 설인족들이 침입을 해 왔다면 아주 극단적인 결과가 나왔으리라.

불도마뱀들이 위축되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였거나, 혹은 설인족들이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다 녹아 버리거나, 사막 전사들과 불도마뱀은 각자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수 있는 상대였기

때문에 그만큼 전투는 지지부진한 감이 있었다.

용맹한 사막 전사들이 높이 뛰어올라서 더듬이를 베어 버리고, 아니면 화살을 쏘아더

더듬이를 잘랐다. 불도마뱀의 방어력이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혓바닥은 보호되지 않았다.

무기에 높은 레벨의 화염이 인챈트되어 있으면 동족인 줄 알고 피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약점들이 하나 둘 노출되면서 불도마뱀들은 이전보다는 쉽게 쓰러졌다.

"또 이겼다!"

"역시 대제님을 따른 덕분이야."

사막 전사들의 투지와 사기는 높게 유지되었다.

물론 부상자와 사망자도 계속 발생하였지만 전사들의 특성상 이런 어려운 전투에서 계속

승리를 거두면 당연히 최고의 분위기이리 수밖에 없다.

위드도 불도마뱀 2마리를 직접 쓰러뜨리면서 3개의 레벨을 올렸다.

"음, 좋군!"

검술을 마스터하고 적들과 싸우면서 얻은 스킬과, 사막의 대제로서 배운 다양한 공격 기술들의

활용이 정점에 올랐다. 조각사로서 여러 스킬들을 활용하여 나름의 꼼꼼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공격 스킬들로 던전을 압도해 버리는 강함!

든든한 생명력과 마나, 맷집 덕에 가끔 만나는 보스급 몬스터들을 부하들을 이용하지 않고도

당당하게 굴복시킬 수가 있었다.

사실 보스급 몬스터를 상대할 때에는 부하들이 없는 것이 훨씬 홀가분할 때도 많다.

경험치와 스킬, 전리품 측면에서 혼자 해 먹기도 바쁘니까!

레벨 700대 중후반의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발휘하고 숨 가쁘게 던전을

휩쓸어 버릴 때에는, 조각 생명에들인 사막 전사들조차도 뒤따라오지 못해 낙오될 정도였다.

그렇지만 말살의 불도마뱀들에 의해 둘러싸인다면 위드라고 할지라도 목숨을 잃을 확률이

컸으니 부하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

위드는 지금 쌓인 전투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만약 사막에서나 신비 도시 메타페이아에서의 사냥 모습을 명예의 전당에 올리기라도

한다면 그날로 난리가 날 것은 틀림없었다.

레벨 500대에서 메타페이아는 정말로 환상적인 사냥터였다.

안개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몬스터들.

도시 전체가 그들의 영역으로, 위드와 부하들은 사투를 벌여야 했다.

다른 이들이 흉내 낼 수 조차 없는 강하고 박진감 넘치는 속도에, 보는 사람들은

전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메타페이아의 지하.

대륙을 떠들썩하게 만들 만한 몬스터들이 가득 찬 이곳을 막강한 부대를 이끌고 휩쓸어

가고 있었다. 이런 명장면들이라면 시청률 같은 것은 이미 고려의 대상도 아니다.

부하들 또한 숫자는 줄어들었어도 레벨은 부쩍부쩍 올랐다.

원래의 시간대로 이 부하들만 데려갈 수 있다면 한 나라를 빼앗는 것도 식은 죽 먹기이리라.

강대하기 짝이 없는 하벤 제국도 그냥 무너뜨릴 수 있었다.

"대륙을 통일하고 세금을 왕창 올려도 군소리를 못할 텐데. 하긴 이놈들을 거느릴 능력이

없다면 바로 반란을 일으키고 말 테니 절대 안 되긴 하지."

악덕 국왕으로서 세금을 뜯어내는 원대한 꿈은 아직도 버리지 않았다.

위드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모험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명뿐이었다.

가족인 여동생과, 직접 함께 체험하고 있는 서윤 그리고 지켜보고 있는 유병준 박사였다.

위드가 노들레의 성장 퀘스트를 시작하고 나서 그들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나위었다.

"오빠가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유린은 그냥 위드에게 맡기고 놀기 바빴다.

"내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해."

서윤은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어려울 텐데. 어떤 식으로 성장을 하는지 처음부터 지켜 볼 수 있는 기회로군.

만약 성장 방식이 틀리거나 한다면... 지금의 능력이 운에 불과했다는 걸 증명하게 되겠지."

유병준은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에 대해 많은 우려를 했다.

위드의 상황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장 퀘스트를 진행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알아서 잘할 거야."

"더 도울 일이 없는지 찾아봐야 하는데. 다음 의뢰도 성공하고 돌아오실 거야.

사막 도시들을 더 발전시키고 기다려야 해."

"의외로군. 무모한 ㅅ너택이야."

여동생과 서윤은 위드를 믿어 주었다.

가족이나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더 잘 알 수 있는 면들!

어딜 가더라도 손해를 보거나 절대 밥 굶고 다닐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의심과 생각이 많은 유병준과는 지켜보는 관점부터가 달랐다.

"저기서 저렇게 하면 안 될 텐데."

유병준은 자신의 판단과 어긋나게 행동하는 위드를 보며 납득할 수가 없었다.

퀘스트 초반의 초보 시절에 조각술을 활용하는 건 좋다. 올바르고 당연한 선택이다.

조각 파괴술을 쓰고 생명을 부여하는 행동 등은 일찍 할수록 성과가 축적되어 유리해질 테니까.

다소의 페널티가 있지만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에서 노들레로서 성장하는 건 결정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이 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면 차후에 이어질 퀘스트는 도저히 성고시켜 낼 수가 없다.

그렇지만 약한 몸에도 불구하고 버거운 몬스터가 있는 던전들에, 알면서도 뛰어드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저렇게 하지?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가야 하는데 단계를 뛰언머어 단숨에 성장을 하고 있어.

아무리 레벨이 빨리 오르더라도 이런 식의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니 놀랍군."

조각술 최후의 비기를 얻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퀘스트를 하면서 긴장이나

떨림도 없단 말인가. 소심하게 안정을 택하지 않고 위험한 던전 사냥에 적극 나서는 등, 너무나도 과감했다.

위드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상황이 중요하다고 하여 움츠러들어만 있으면 더욱 안 좋아진다는 걸!

벌써 유병준이 생각하고 있던 성장의 결과를 훨씬 뛰어넘었다.

퀘스트 수행 과정에서의 100배의 성장 속도.

하지만 실상 전혀 알지도 못하던 사막에서 80일 덩도의 시간이 주어졌다고 해서 제대로

해내기는 아주 어려웠다. 중간에 시간을 지체하는 예상치 못한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었으며,

자칫 익숙하지 않은 땅에서 초보부터 다시 시작하다 보면 죽음을 겪어 모든 걸 날려 버릴 수도 있다.

적당한 수준으로 강해지면 안심하면서 이 정도면 되었다고 만족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어지게 되는 연계 퀘스트가 너무나도 어렵기에 그때에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런데 위드는 자잘한 실수도 하고, 서윤의 도움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극적인 모험들을

모조리 성공시키면서 사막의 대제 자리에 올랐다.

주변에 메타페이아의 지하가 아니고서야 더 이상 사냥할 몬스터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경이로운 생존력과 적응 능력으로, 딱딱 정교하게 짜 맞춰진 것처럼 필요한 것들을 구하고 모험을 즐긴다.

물론 위드의 퀘스트 경험이나 판단력, 전투 실력이 뒤따라 주었기에 가능했겠지만, 지금 와서 보면

결과물이 너무나 훌륭했다.

"판이 커질수록 마음이 위축되고 옳은 결정인지 망설여야 하는 것 아닌가?"

부하들이 고기를 더 먹으면 하루 종일 인상을 쓰는 쪼잔한 성격. 푼돈이라도 잃어버리고 나면

며칠간 탄식을 하며 쉽게 떨쳐 내지 못했다.

가끔씩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내가 그때 200원 비싼 소급을 사는 게 아니었어!"

평범한 소시민이 분명한데도 모험과 전투를 하면서는 영웅적인 풍모를 보인다.

굶주린 들개처럼 사막에서 밤낮없이 사냥터를 찾아다니고, 약한 몸에도 불구하고 던전에 뛰어들어

몬스터들에게 용감하게 덤비더니 미로를 헤매면서 귀신처럼 처치하는 실력도, 지켜보고 있을수록

감탄이 나왔다. 위드의 탁월한 성장 속도야말로 사막의 기적이라고 부를만했다.

무대가 커질수록 겁 없이 가진 능력을 다 발휘했다.

"이게 이 정도라면 정말 조각술 최후의 비기도 얻어 내고 모든 걸 다 바꿔 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과거로 돌아온 퀘스트가 어쩌면 이후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게 될지도."

유병준은 위드가 불사의 군단 퀘스트를 해내고, 아르펜 왕국을 건국하였으며,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위드의 모험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몰입하고 흥분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일어나게 되는 전율!

안정적으로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는 게 아니라 성큼성큼 앞으로 날아간다.

현재 위드의 레벨은 거의 800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퀘스트에서 이 정도의 레벨을 갖춘다는 건,

여러 불리했던 요소들을 감안하면 직접 보면서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사막의 최강자가 되고 엠비뉴 교단을 격파했던 당시의 노들레보다도 이미

훨씬 강해져 있었다. 위드가 모든 걸 하나하나 이루어 가는 걸 함께 지켜볼 때의 성취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사막 전사들을 지휘하며 던전들을 격파하는 위드가 영웅이

아니라면 그 누가 영웅이 될 수 있겠는가.

"진짜 영웅이란 말인가? 현실에 숨어 있던 영웅이 로열로드의 세상에서 나타나는 그런 것일까?"

그렇게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위드가 어디를 봐서 영웅의 재목인가.

헌신, 희생정신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어렵고 베르사 대륙이 어떻게 되든 그냥 자기 하나만

배부르면 괜찮다고 여길 인간이다. 게다가 유병준이 아는 중에 이만큼 속 좁고 졸렬한 놈도 없었다.

그런데 위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아주 많다. 그를 따라다니는 여자들은 유병준이 어디서

말도 걸어 보지 못했던 미모를 자랑하였고, 방송이라도 나오면 동시간대에 시청률 1위 정도는

너무도 당연해서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는다.

국왕을 존경해 마지않는 아르펜 왕국의 주민들. 대륙 전체로 뻗어 나가고 있는 풀죽신교.

"확 전부 망해 버렸으면 좋겠군."

아르펜 왕국과 위드의 몰락을 바라는 건, 절대로 코코아 값으로 100원을 덜 주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대지의그림자.

대륙에서 가장 유명하던 모험가 파티.

은링, 벤, 엘릭스!

그들은 프로스크 지역에서 여전히 모험을 하고 있었다.

"에이고, 이번 석판도 가짜예요. 깨져서 지도는 보이지도 않아요."

"우리가 헤매고 다닌 것도 벌써 4달은 족히 넘었는데 진전이 없군."

"제가 아무리 무덤 파는 일이 전문이라지만 공동묘지만 벌써 일곱 군데는 다녀간 것 같습니다."

"신전 무덤도 네 곳은 되죠. 사냥도 제대로 못하고 시간만 낭비했어요. 앞으로라도 찾아내면

다행이지만 그럴 가능성도 적구요."

은링과 벤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왜 우리가 이런 퀘스트를 하게 되어서... 이게 정말 성공할 수 있는 퀘스트인지 의문이 드는군."

"덕분에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하기는 했잖아요."

"그래도 우리 때문에 고생한 대륙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질 않아."

모험가로서 그들이 벌인 모험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발할라 신전의 의뢰를 수행하는 도중에 엠비뉴 교단을 세상에 드러나게 만들었다.

물론 엠비뉴 교단은 가만히 놔두었더라도 암중에서 게속 힘을 키워 갔을 것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그들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어쨌든 엠비뉴 교단으로 인해 대륙이 황폐해졌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모험을 했던

당사자로서 죄책감이 들 수밖에 없다.

항상 정의의 편에 서서 퀘스트를 했고, 그 발할라 교단의 연계 퀘스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놀랍게도 발할라 최고의 전사들 30명을 이끌고 엠비뉴 교단에서 심고 있는 할리키나스의

뿌리를 뽑아내라는 퀘스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연계 퀘스트는 계속 이어져서, 엠비뉴 교단에 저항하던 이들을 구출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들도 가져다주었다. 여섯 번에 걸친 의뢰들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데에 무려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지금, 모험가들은 엠비뉴의 보물 중 하나를 찾기위한

수고를 하고 있었다. 폐허와 무덤 들을 돌아다니면서 엠비뉴의 보물이 숨겨진 위치를

알려 주는 석판을 찾으려고 했는데,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고대의 사건에 대해 기록된 서적들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훗날 세상을 차지한 인간의 지배자들이 이것을 엉터리 같은 헛소리,

 혹은 혼란을 부추기려는 자들의 음모라고 여기고 기록들을 태워 버렸기 때문이다.

 무지와 탐욕으로 대변되는 왕 알렉산드리우 3세가 저지른 행동.

 비난받고 또 지탄받아 마땅하게도 지식을 가진 학자들을 탑에 가두어 놓고

 모두 굶겨 죽여 버린 잔악한 사건 이후 고대의 지식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줄어들었다.

10억 년 전 인간, 드워프, 엘프, 오크가 사이좋게 살았다는 라체부르그.

네 종족의 시대 이전에 대륙은 여명의 시대라고 불렸고, 드래곤과 몬스터들,

신들의 영향력이 광대하게 퍼져 있었다.

당시에는 신이 직접 강림을 했다는 이야기도 퍼져 있었는데, 그때 엠비뉴 신은

세상에 여러 개의 보물들을 남겨 놓았다고 한다.

대지의그림자 파티는 이 보물을 엠비뉴 교단보다 먼저 입수하는 경쟁 퀘스트를 진행 중!

엠비뉴 교단 측에서는 어느 정도나 진행이 되었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초조하기 짝이 없었다.

"메타페이아! 대체 거기는 어디에 있는 거야. 대륙의 어디에 있는지 알고나 있어야 퀘스트를 진행하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던전임에 틀림이 없어요."

"오넬이 찾아 주면 좋을 텐데."

대지의그림자 중에서 전투 계열이 아니라 유일한 학자인 오넬이라는 유저는 모라타의 대도서관에 있었다.

퀘스트, 역사와 관련된 각종 기록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대도서관 덕분에 대지의그림자도

퀘스트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어느 날.

"위대하기 짝이 없는 대륙의 영웅 위드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

크런 마을에서 어느 한 주민이 말했다.

"아, 예."

대지의그림자 파티는 대충 지나치려고 했다.

모험가들에게 위드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위드의 호칭도 워낙에 많았고, 직업을 따지지 않고 다방면에 걸쳐서 인정을 받고 있었다.

바느질을 잘하는 위드, 갑옷에 물결무늬를 꼼꼼하게 새기는 위드, 큰 물고리를 낚아 올린 위드.

모험을 성공할 때마다 떠들었으니 베르사 대륙에서 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를

하는 대상은 위드일 수밖에 없다.

"남부 사막의 역사상 가장 존엄한 분이라서 나 같은 무지렁이가 함부로 부를 수는 없는 분이지.

하지만 뭐, 어떻겠는가. 벌써 수백 년 전에 살았던 사람인데."

"네에?"

은링은 깜짝 놀랐다. 수백 년 전에 산 사람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할아버지, 지금 아르펜 왕국의 국왕 위드 님을 말하는 거 아니세요?"

"그분도 물론 훌륭한 분이지. 그런데 사막의 대제왕이셨던 위드 님은 뜨거우면서 차가운 피를

가지고 있었어. 적들에게는 조금의 인정도 없이 무자비하고 폭력적이며 잔혹하였지만

그 덕에 사막의 부족들은 대부흥을 일으켜서 발전을 하였지 않은가."

"사람도 별로 살지 않는 사막이 발전을 해요?"

"그럼. 사막 최고의 도시 아그셀리아에는 가 보지도 못했는가? 모래의 바다 저멀리까지

수로를 뚫어 놓고, 고급 별장과 주택 들이 끝을 모를 만큼 펼쳐져 있다는데."

"그럴 리가요."

벤은 모험을 좋아하는 만큼 대륙의 지도를 거의 외우고 있다시피 했다.

남부의 사막 도시들도, 직접 가 본적은 없어도 이름이나 대략의 정보는 알고 있었다.

"아그셀리아는 인구가 3,000명도 안 되는 곳인데요."

"예끼, 이 사람! 그게 무슨 소리인가. 거기는 날고뛰는 사막의 전사들만 10만이 살고 있는

곳인데. 황금으로 산을 쌓을 수 있다는 사막의 부호들만 해도 3,000명이 넘을걸."

"....."

"태양의 전사이며 사막의 대제이신 위드 님이 몇 번이나 다녀갔던 도시이지. 위드 님의 유적에는

매년 수백만의 인파가 몰려가서 인사들 드린다네."

생소한 이야기에 은링과 벤, 엘릭스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도리도리.

들어 본 적이 없다는 듯이 거의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이게 무슨 홍두깨 같은 소리야?'

'태양의 전사, 사막의 대제 위드? 직감적으로 또 무슨 모험을 한 거 같은데.'

'진짜야, 가짜야? 이제 가짜 모험에 대한 소문도 돌아다니나?'

노인은 이어서 말했다.

"그분은 전사로서 인간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모험을 아주

즐겨 하셨다고 전해져 오고 있어."

물론 그러하리라.

위드는 조각사이면서 못하는 것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으니까

재봉사, 대장장이, 요리사 들은 그 때문에 좌절도 많이 하고 한숨도 많이 쉬어야 했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스킬 레벨을 한 단계씩 올리기가 쉽지 않은데 위드는 모두 고급의

경지에 올라 있다고 한다. 발자취조차 따라가기가 버거운 것이다.

모험가 파티들도 가장 큰 숙적으로 꼽는 것이 위드!

그들이 모험을 성공시키더라도 주민들이 이야기를 하는건 잠시 동안이었다.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명성을 가지고 있는 위드가 무슨 일이라도 하면 주민들은

신이 나서 떠들어 주었다. 모험가 스킬이나 혜택도 없이 매번 성공하는 걸 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위드 님께서는 사막에 내려오는 전설. 신비의 도시 메타페이아도 발견하셨지. 이 얼마나

대륙에 길이 남을 만한 업적이란 말인가."

"앗! 메타페이아!"

"허억!"

"저, 정말입니까?"

"그래, 정말 놀라 만한 일이지 않은가?"

대지의그림자 파티는 진정으로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엠비뉴 교단과 관련되어 있는 단서!

그것이 위치한 장소가 메타페이아라는 곳이었다.

-세상에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장소.

그 신비함은 죽음의 길을 걷는 나그네에게 모습을 비추어 주지만 접근을 허락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사막이었어!"

"신기루!'

그들이 지금까지 조사했던 자료에도 딱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진정 놀랄 일은 앞으로 더 남아 있었으니....

"말살의 불도마뱀이라고 아는가?"

"예.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만, 아니 만나 본 적도 있습니다."

불의 정기를 받아서 살아가는 몬스터!

땅속 깊은 고 ㅅ의 던전에 우연히 들어가서 말살의 불도마뱀을 보았다.

그리고 기억하는 것은 놈이 불을 뿜어내던 장면뿐이었다.

레벨이 400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사망을 해버린 것!

잃어버린 아이템을 찾으러 죽었던 장소에 다시 가지고 못했다.

어지간한 몬스터라면 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은밀하게 들어가서 회수해 오겠지만

거의 대적이 불가능한 몬스터였다.

말살의 불도마뱀 3~4마리가 모여 있는 걸 봤을 때 드는 생각은, 이런 몬스터가 도시로

쳐들어오면 끝장이겠다는 두려움뿐이었다.

"이건 사막의 전사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불과하네만...."

"뭔데요?"

"위드 님께서는 그 말살의 불도마뱀들을 말 그대로 몽땅 때려잡았다는군."

"컥!"

"어떻게요?"

"설마 대장까지요?"

"당연하지, 입 아프게 뻔한 이야기를 도무지 왜 묻는지 모르겠군. 어디 그뿐이겠는가.

말살의 불도마뱀들이 다시는 자리 잡지 못하도록 알까지 몽땅 씨를 말려 버렸어.

전사 길드로 가 보게.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그들이 더 자세히 알고 있을 테니."

벤은 목덜미가 서늘하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는 느낌이 어떤 건지 이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과거 한때에는 위드에게 용감하게 도전장을 보낸 적도 있고, 지금도 모험의 경쟁자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객기나 만용에 불과하였던 것 아닌가.

은링과 엘릭스도 너무 황당한 나머지 입을 쩍 벌린 채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가 꿈을 꾸고 있는 거지?"

"그런 것 같아요. 근데 메타페이아가 발견되었다고 하잖아요. 그리고..말살의 불도마뱀을 때려잡았다고 하고요."

"기뻐해야 하는 거야, 아니면 울어야 되는거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