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7권 : 2) 대활약의 예고 (240/520)

2) 대활약의 예고

"깨어나라. 야성의 본성에 따라 울부짖어라."

들모레 요새를 지켜 주던 신성한 은의 강은 돌과 흙으로 절반 이상 메워졌다.

엠비뉴의 사제들이 화살이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와서 지팡이를 내리찍으면서 주술을 펼쳤다.

그러자 요새를 지키기 위해 싸우던 수비병들이 괴로워하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봐, 괜찮아?"

"몰라. 머리와 온몸이 가렵고 아파. 살이 찢어지는 것 같아."

갑자기 병사들이 입고 있던 갑옷 사이로 털이 길게 자라서 삐져나왔다.

"이게 무엇인가?"

"몰라. 이건 아니야. 내 몸이 변하고 있어."

팔다리가 굵어지고 피부가 벗겨졌다.

그리고 커진 몸을 견디지 못하고 갑옷마저도 떨어져 나갔다.

"주, 죽여 줘!"

"사제님을 불러오겠네."

"안 돼. 그 전에 나는… 아, 늦었……."

얼굴에도 수북하게 털이 자라나더니 엎드려서 네발로 땅을 디뎠다.

크르르릉!

눈에는 살인 충동만이 가득한 중형 늑대개들로 변하고 말았다.

엠비뉴의 주술 중 하나로, 인간을 야수로 바꾸어 놓는 것.

날쌘 늑대개들은 주변에 있는 인간의 목을 물어뜯었다.

어깨와 등을 맞대고 함께 싸우던 동료들이었지만, 그것을 알아볼 이성은 야수의 본능과 엠비뉴를 향한 충성심에 의해 잠식되어 있었다.

"너의 눈과 귀는 잘못된 것을 보고 들어 왔다. 너희가 진정으로 모셔야 할 분은 오로지 엠비뉴뿐이다!"

세뇌의 신성 마법도 수비병들을 뒤덮었다.

마법에 걸린 병사들은 곧바로 배신을 하여 엠비뉴의 편에 섰다.

성벽을 장악한 궁수들이 화살을 오히려 성 안쪽의 병사들을 향해 돌린 것이다.

"정신 차려라!"

"대장, 엠비뉴를 믿어야 합니다. 그분이야말로 우리를 편안하고 행복한 고통의 세계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쟈토! 국왕 폐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

"헹, 국왕? 그 작자가 우리에게 해 준 것이 도대체 뭐가 있습니까? 영토에 대한 욕심으로 허구한 날 전쟁이나 일으키고 과중한 세금이나 책정하고, 도저히 못 살겠다고 떠나는 유민들을 잡아 가두고 죽이는 일을 좋아서 했는지 아십니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른 왕국도 다 그렇지 않으냐!"

"국왕이란 작자는 우리를 부려 먹기만 했을 뿐입니다. 귀족들과 함께 권위를 앞세우면서 지배하기만 했습니다. 이제 그 고통의 시간은 지났습니다. 엠비뉴께서 안식을 내려 주시니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병사들을 통솔하는 대장은 막으려고 했지만, 곧 그에게도 세뇌 마법이 걸렸다.

"크크큿, 너의 말이 맞군. 그렇다면 나도 엠비뉴를 따르겠다."

도처에서 병사들의 반란이 일어났다.

기사들은 가벼운 현혹에는 걸리지 않았지만, 충성도가 낮은 병사들에게는 간단하게 먹혀들었다.

위드가 공중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는 동안에 굳건할 줄 알았던 들모레 요새의 성벽 수비병들은 무참히 허물어지고 있었다.

성벽을 힘으로 점령하고 수비병들과 싸우는 방식이 아니라, 야수화와 집단 세뇌를 걸어 버리니 오히려 엠비뉴의 군대를 늘려 주는 셈이다.

"이런 못난 놈들."

위드는 대형 거북이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지상을 잠깐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상황을 짐작했다.

"아무튼 일을 믿고 맡길 놈들이 없어. 잠깐을 버티지 못하는군."

대비도 하지 못한 채로 갑작스럽게 엠비뉴 교단과 싸우게 된 들모레 요새의 병사들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푸념이었다.

그러나 엠비뉴 교단의 군대에 의해서 요새가 당장 함락되는 것은 아니다.

요새의 마법 공격 장치와 공성 무기가 작동되면서 커다란 마력탄들을 토해 냈다.

정예들이 배치된 궁수탑에서도 강철 화살을 쏘아 내고 있었다.

마폰 왕국과 베이너 왕국의 마법사들도 응징에 나서면서, 성벽 부근에 모여 있는 적들에게 적지 않은 반격도 가하였다.

효과적인 격퇴라고는 할 수 없어도 광신도와 마물의 진군을 지연시키는 효과는 있다.

위드가 원하는 건 딱 그 정도 수준이었다.

그가 마음껏 활약할 수 있도록 시간을 끌어 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벌써 네가 마지막이다!"

궁수들의 저항을 가볍게 무시한 채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대형 거북이까지 추락시켰다.

지상에 떨어질 때에는 폼 나게, 불타는 대형 거북이를 타고 함께 떨어졌다.

액션 영화의 주연배우는 아니지만 방송국의 중계를 보고 있을 시청자들을 위해 가끔씩은 이렇게 멋진 장면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러면 확실히 폼이 좀 나겠지!'

거북이의 등을 밟고 그대로 서서 망토를 휘날리며 요새의 중앙 광장에 정확히 추락!

 - 높은 위치에서 떨어져서 땅에 크게 충돌했습니다.

   네로만의 목걸이가 신비한 힘으로 충격을 흡수합니다.

   37,838의 생명력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충돌 시 생겨난 약간의 어깨 부상으로 인해 전투력에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검술 스킬을 시전하면 더 많은 마나의 소모와 허점이 생겨납니다.

   961초 동안 유지됩니다.

 생명력의 회복 속도와 사제의 치유에 의해 더 빨리 완쾌될 수 있습니다.

붕괴와 폭발이 일어나고, 먼지가 가시고 나서 위드는 천천히 등장했다.

생명력의 하락이야 그리 심하지 않아서 무시해도 될 정도지만, 멋을 부리느라 입게 된 어깨 부상은 약간 꺼림칙하다.

그러나 당장 위험한 전투 중이 아니라서 참을 수 있었다.

'정말 멋있었어. 역시 난 최고야.'

방송국은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에게 그 장면을 전송했다.

게시판들은 난리법석이었다.

 - 하늘에서 싸울 때는 진짜 빠르고 환상적이었는데 지금은 좀 무식해 보여요. 왜 떨어진 거죠? 설마 저 레벨에도 회피할 수 있는 스킬이 없었나?

 - 눈으로 봐도 상당히 아플 것 같음.

 - 폭발 직전의 영상을 잘 보면 그 전에 뛰어서 거북이를 벗어날 시간도 충분했던 거 같은데요.

 - 폼 잡은 거 아니에요?

 - 별로 띨띨해 보이기만 했는데.

시청자들의 냉정한 눈은 겉모습에 치중한 행동들을 좋게 봐주진 않았다.

그들이 위드에게 바라는 건 그저 전율이 일어날 정도의 호쾌한 전투!

오크 카리취의 지휘력만 하더라도 불사의 군단과의 공방이 워낙 급박하게 이루어지면서 박진감이 흘러넘쳤다.

위드의 전투에 대해 내성이 생긴 만큼, 대형 몬스터와 함께 하늘에서 떨어지는 장면 정도는 시청자들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돈도 되지 않는 미취학 어린이들에게나 그럭저럭 먹히는 행동이었다.

엠비뉴의 공중 생명체 바라테스 군단은 지상을 향하여 막대한 화염 브레스와 화살 공격을 퍼부으면서 요새를 파괴하고 수비병들을 죽였다.

그렇지만 위드에 의하여 의외로 별 활약도 못하고 금방 정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물론 대형 거북이들이 요새에 추락하면서 입힌 피해는 별도로 계산을 해야 되겠지만!

위드는 연기가 걷히자마자 바로 주변부터 살피며 눈을 번뜩였다.

"콜록! 누, 누구든 나를 좀 도와주시오!"

부상을 입은 기사나 귀족 들이 있었다.

얼마 전 전투에서도 봤던 베이너 왕국의 루만 백작이 번쩍거리는 보석 박힌 검을 가진 게 보였다.

'조용히 처리해 버리고 아이템을… 아, 병사들이 좀 많이 있군. 지금은 이목을 다소 신경 써야 할 때야. 아깝군, 아까워.'

요새의 마법 보호막이 유지되고 있기에 침범해서 지상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지옥의 마물들은 아직 적었다.

성문을 통해서 들어온 광신도와 괴물도, 힘겹지만 어떻게든 처리되고 있었다.

들모레 요새에는 수비를 위한 마법 탑이 총 12개나 세워져 있다.

땅에 흐르는 마력을 가져와서 보호 마법진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탑이 파괴될 때마다 방어 능력은 약해진다.

청동 거인들과 괴물들, 마물의 공격도 마법 탑이 있는 방향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하늘에서 보니 이미 3개가 청동 거인의 돌덩이에 의해서 부서지고 말았다.

어차피 엠비뉴의 파상공격을 오래 막진 못하리라.

청동 거인들의 돌덩어리 투척은 요새가 완전히 부서지기 전에는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새가 점령되기 전에 적의 병력을 줄이면서 실속을 최대한 챙겨야지."

지옥의 문도 가장 급한 문제다.

엠비뉴의 군대는 전력의 규모라도 정해져 있지만, 지옥의 문이 오랫동안 열려 있는다면 마물들이 늘어나다가 대악마라도 나타나지 말란 법이 없다.

대마녀 페쳇을 해치우고 빨리 지옥의 반지를 부숴야 하지만, 달성하기가 정말 어려운 목표였다.

적들의 한복판에 있는 페쳇을 어떻게 해치울 수 있겠는가.

설혹 단둘이 싸우게 되더라도, 그녀는 특수한 능력을 가졌다.

켈튼 왕국의 어느 기사가 남긴 쪽지에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었다.

[하늘조차 데려가기를 포기한 마녀는 용맹한 기사단의 검에도 베이지 않았다.

마법사들이 목숨을 걸고 완성시킨 마법 공격에도 결코 피해를 입지 않았다.

사제들의 신성 마법도 그대로 통과해 버릴 뿐이었다.

분명히 실체가 있는데도 모든 공격이 지나가 버리다니…….

어찌해야 저 저주받은 마녀를 세상에서 깨끗하게 지울 수 있을 것인가.

아홉 번의 전투 패배로 인하여 켈튼 왕국은 멸마의 위기에 처했다.

왕궁마저 넘어가면 켈튼 왕국은 마녀들의 세상이 될리라.

마지막으로 남은 마법사들은 더 늦지 않게 대마녀의 능력을 분석해 냈다.

고대의 마법 중의 하나로, '차원 이탈'.

2~3개의 차원을 넘나들면서 진실한 육체를 숨기는 마법이다.

그녀를 죽이는 건 모든 몸이 완벽하게 이 세계로 넘어오고 난 이후에만 가능하다.

마녀 페쳇은 상대방을 농락하다 죽어 가는 순간에 힘을 흡수하는 것을 즐긴다.

그녀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기사들이 생명력과 마나를 잃어버렸는지 모른다.

유일한 방법은 그녀의 몸이 나타나서 상대의 힘을 흡수하는 순간을 노리는 것.

그때가 아니라면 어떤 공격도 무용지물이다.

또한 섣부른 공격은 다시 그녀의 육체가 달아나 버리게 하고 말 것이다.

나 제르켈은 사악한 네크로맨서들에 금단의 마법을 배웠다.

'시체 폭발!'

주군에게 충성을 다하고 시민들을 지키기 위하여, 그녀의 앞에서 내 목숨을 끊고 동시에 육체를 폭발시키리라.

나머지 일은 다른 기사들에게 맡겨야 되겠지.

기사들의 피와 시체가 왕국을 지켜 낼 것이다.

오오, 켈튼 왕국에 영광이 있으라.]

원래의 시간대에 있는 마판에게 자료를 최대한 모아 달라고 부탁해서 모라타의 대도서관에서 발견한 기록.

페쳇은 어떤 공격도 무력화시키는 특기를 가졌기에 전투 중에는 무적이라고도 부를 만하다.

숭고한 희생이 없이는 절대 잡을 수 없는 마녀였다.

위드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다.

"음,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요새 안에 빈방이 있을지 모르겠군. 낮잠이라도 좀 자면 안 되겠지?"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위드는 아예 가지 않을 생각도 조금은 들었다.

★★★★★★★★★★★★★★★★★★★★★★★★★★

"이번에야말로 위드에게도 최후의 날이로군. 오늘만큼은 하늘을 나는 재주가 있더라도 죽음을 피해 가지 못할 것이다."

유병준은 엠비뉴의 군대에 속해 있는 전력을 세세하고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주 전력을 나열해 놓은 기록들만 몇 장이 넘어가는데,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공격대의 선발을 이끄는 거대 거북이 바라테스 군단은 적들의 요새를 허무하게 무력화시킨다.

성벽을 높이 쌓으면 무엇하겠는가. 하늘에서 화살을 아래로 쏴 버리면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데.

지상에서 반격할 수 있는 마법 공격 범위보다 높이 날아다니고, 단단한 등껍질을 두르고 있는 거북이의 특성상 맷집도 보통은 아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비행 속도가 조금 느리다는 정도.

그런데 이렇게 쉽게 당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시작에 불과하다. 엠비뉴의 주 전력은 나오지도 않고 있으니까 말이지. 크크크."

유병준이 보는 모니터에 나타나 있는 엠비뉴의 대사제들과 징벌의 사제들, 극악의 기사단은 아직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다.

엠비뉴의 핵심 전력의 구성은 유저들이 소위 말하는 네임드 몬스터들 그리고 준보스급 몬스터들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다.

300종이 넘는 희귀 괴물과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전투를 치르는 광신도, 청동 거인!

그 휘하의 전력만으로도 들모레 요새는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게 되겠지만, 진정한 보스급들이 나선다면 그때부터가 진짜 전투가 아니겠는가.

모니터로 지켜보면서도 긴장감으로 발바닥이 간질거릴 순간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엠비뉴의 진정한 힘은 잉그리그와 모툴스, 2명의 대사제에 의하여 발휘된다.

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권능은 대륙을 제패할 수 있는 엠비뉴의 군대를 무적에 근접하게 만들어 주었다.

인공지능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위드가 동원 가능한 최상의 모든 전력을 다 합하여도 엠비뉴의 군대와 비교하여 23% 밖에 되지 않았다.

들모레 요새와 마폰 왕국군, 베이너 왕국군을 잘 끌어들인다고 해도 26%를 넘지 못한다.

훈련된 왕국군 병력이라고는 해도 흑마법에 의해 현혹되거나 세뇌되면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약점 때문이었다.

마녀들의 주술은 집단 환상을 불러내기도 하기에, 군대로 격파하기는 대단히 까다롭고 어렵다.

아군들끼리 엉뚱하게 자중지란을 일으켜서 자멸을 하기 일쑤다.

이러한 엠비뉴 교단의 특성상 정규군으로 토벌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떠한 군대의 특성이나 장점도 통하지 않으며 그에 반해 약점들은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만든다는 점이 근본적으로 엠비뉴 교단의 광신도 군대가 무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남부와 중앙 대륙을 휩쓸던 위드의 군대 사막의 붉은 칼 군단이 어떤 식으로 싸울지 흥미진진하게 기다렸는데, 제대로 정면으로 맞붙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양한 전투 경험이 있는 위드가 엠비뉴 교단의 각종 능력들을 대략이나마 짐작하고 미리 꽁무늬를 빼 놓은 것이리라.

자만심을 가지고 어설프게 힘만 믿고 정면에서 덤볐다면, 잠깐 동안 사막 군단이 압도적으로 우세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몰살 확정!

엠비뉴의 군대가 지닌 전력이나 특성이 미지수이다 보니 다른 왕국들을 끌어들여 적당히 간도 보고, 미리 약화도 시켜 놓으려는 것이리라.

정말 교활하고 영악한 행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강하더라도, 그리고 실수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한계는 있다. 이번 기회에 엠비뉴의 진면목이 드러나게 되겠구나."

로열 로드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아는 유병준으로서는 자꾸만 엠비뉴 교단이 과소평가를 받는 부분이 불만이었다.

유저들은 베르사 대륙에서 살아가면서도 진정한 위기를 별로 겪어 보지 못했다.

자기들끼리만 치고받고 싸웠지, 언제 악의 세력에 의하여 지배를 당해 본 적이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대륙의 음지에서 엠비뉴 교단이 퍼져 나가는 것을 어리석게도 방치해 두었을 것이다.

베르사 대륙은 결코 안정적이고 평화가 당연하게 자리 잡고 있는 곳이 아니다.

위드가 지금까지 퀘스트에 연속으로 성공을 거둔 것이 오히려 상당한 공으로 작용해 과거에 전성기를 누렸던 엠비뉴의 세력이 제대로 나타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노들레가 실패자로 역사가 바뀌고 나면, 대번에 세상은 온통 엠비뉴 교단이 날뛰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헤르메스 길드가 대륙을 지배하는 것도 탐탁지 않고… 최상의 결론이 되겠어."

유병준은 최종적으로는 유저들이 욕심을 부리다가 불행해지기를 원했다.

로열 로드의 창조자로서 대륙을 관찰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때가 매일 수백 번씩이었다.

겁도 없이 아주 강한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마굴로 들어가서 최후를 맞이하는 커플.

"으윽, 이렇게 죽음을 맞다니… 하지만 당신과 죽음까지 같이할 수 있어서 행복하오."

"덕배 씨, 사랑해요."

드라마나 영화로도 제작되지 않을 삼류 신파극이 수없이 벌어진다.

베르사 대륙의 멋진 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커플들은 우후죽순 나타나고 살아갔다.

힘을 가졌다고 과시하고 지배하려고 하지 않고 남들을 돕는 선한 자들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많았다.

도시에서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고, 모험을 원하는 자들의 얼굴은 열정으로 빛이 났다.

유병준에게는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위드가 이번 전투에서 패배하고 죽기만 한다면 말이지."

 - 위드의 사망 확률을 계산해 볼까요?

"그렇게 할까?"

유병준은 인공지능의 말에 관심이 쏠렸다.

매번 어려움을 극복하던 위드였지만 이번에는 아무래도 상식적으로 실패하지 않겠는가.

사막 군단이라고 거느리고 있는 놈들이 많긴 해도 정예병들을 제외하면 강제로 징집한 병사들이라 약하기 짝이 없다.

엠비뉴의 괴물들은 물론이고, 광신도와 싸우더라도 곧바로 밀려 버릴 것이다.

현혹이나 세뇌의 마법에 걸리면 적으로 돌변하지 말란 법도 없다.

물론 애초에 그럴 가치조차 없는 병력이었지만.

들모레 요새도 몇 시간을 버텨 내지 못할 것이고, 믿을 것은 2만여 명 정도의 사막 전사들밖에 없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전력 차이가 심하게 나고 있으니 사막 전사들이 하나하나 죽어 가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조각 생명체들을 포함하여 위드를 따르는 모든 이들이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위드와 서윤이 죽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완벽하고 깔끔한 마무리.

조각술 최후의 비기도 영영 사라지게 된다.

설혹 위드가 탁월한 지휘 능력에 믿기지 않는 지략까지 발휘하더라도 괜찮다.

전투가 오래 지속된다면, 잉그리그와 모툴스의 권능에 의하여 엠비뉴의 군대는 갈수록 강해지게 되는 특성까지 보유했기에 승리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으음."

유병준은 그런데도 확률을 계산하기가 꺼림칙했다.

"계산하지 마."

 - 생존 확률 계산을 취소합니다.

실컷 기뻐하는 것도 지금뿐일 수 있다.

확률이란 일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따져 보는 것일 뿐이다.

성공 가능성이 3%에 불과하더라도 거짓말처럼 이겨 버릴 수도 있지 않은가.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성공하면 배가 더 아플 것 같단 말이지."

다름 아닌 상식 밖에 존재하는 위드이기 때문에, 엠비뉴의 군대가 패배하거나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유병준은 도무지 인정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으로는 믿고 있었다.

'위드라면 해낼 수 있을지도 몰라.'

★★★★★★★★★★★★★★★★★★★★★★★★★★

당장 들모레 요새가 공격받고 있지만 위드는 어디까지나 차분하고 냉정했다.

청동 거인들이 던지는 돌로 인하여 땅이 울릴 지경이고, 도처에 비명소리가 가득해 전쟁터 주변은 혼란의 극을 달리고 있었다.

"슬슬 파상 공세가 시작되는 것 같군."

외부 성벽은 엠비뉴 교단이 순식간에 차지해 버렸다.

요새의 수비병, 그리고 마폰 왕국과 베이너 왕국의 병사들이 나서서 탈환하려고 하고 있지만 쉽진 않다.

"정의로운 신의 심판을 받으라!"

"크으으, 안 돼. 머리가 아파."

"엠비뉴를 따르면 편해질 것이다."

종교재판관과 사제 들에 의해서 세뇌된 변절자들도 계속 생겨났다.

아군인 줄 알고 방심하였다가 엠비뉴 교단의 하수인이 되어 버린 부대들에 의해서 죽는 경우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엠비뉴 신의 심판!

신앙심이 깊거나 저항력이 높지 않다면, 걸리고 나서의 선택은 단 두 가지였다.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거나, 엠비뉴를 따르거나.

하지만 왕국의 기사단들이 출동하여 외부 성벽에서 내성으로 들어오는 길목을 철저하게 막았다.

내성에는 국왕을 비롯한 고위 귀족들이 머무르고 있기에 기사들의 전력은 상당했다.

넓은 방패와 철검을 든 기사들이 주요 요소들을 지키면서 괴물들을 막아 냈다.

들모레 요새의 내부는 어쨌든 군사 요새답게 복잡한 미로의 형식을 가지고 있어서, 외부 성벽을 빼앗겼다고 해도 그 이후가 허술하지는 않았다.

"엠비뉴 교단도 이 요새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피를 흘려야 되겠지."

처음 경험하는 괴물들이나 공격 전술들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전투에 참고가 된다.

그리고 위드가 노리는 것은 무엇보다도 엠비뉴의 고급 전력의 약화에 있었다.

사막 군단을 본격적으로 투입하기 전에 마녀들과 세뇌를 일삼는 사제들을 어떻게든 처리해 놓아야만 한다.

그렇게 엠비뉴의 군대를 약화시켜 놓지 않으면 마법들에 의해 너무나도 불리할 수 있다.

마폰 왕국과 베이너 왕국군에 홀랑 맡겨 놓고 전장을 완전히 이탈하지 않는 것도 그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깝더라도 어쩔 수 없지. 조각 파괴술! 이 모든 것이 힘이 되어라."

위드는 2단계의 전투를 위하여 조각술을 활용하기 시작 했다.

대상도 무려 명작의 조각품!

이 시간대로 와서 퀘스트에 빠져 지내느라 조각품을 많이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약탈한 최고의 보석들을 바탕으로 쌍봉낙타 위에서 제작한 '정복자의 다이아몬드 수컷 낙타.'

예술적 가치는 다소 낮은 편이지만 위대한 정복자 위드가 직접 만든 것이기 때문에 역사적인, 명성과 관련이 있는 보석 작품이었다.

명작은 2개밖에 없었고, 걸작은 3개를 만들어 놓았지만 조각 파괴술을 쓸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있지 않다.

중요한 시기에 아끼지 않고 쓰기로 했다.

그 순간, 위드의 몸에 강렬한 빛이 어렸다.

어두워진 하늘에 대비되어 더욱 밝고 환한 빛이었다.

 - 조각 파괴술을 사용하셨습니다.

   명작 조각상이 파괴된 고통! 슬픔!

예술 스탯이 10 영구적으로 사라집니다. 명성이 200 줄어듭니다.

예술 스탯이 일 대 육의 비율로 하루 동안 힘으로 전환됩니다.

예술 스탯이 너무 높습니다. 힘과 관련된 전투 스킬을 획득하게 됩니다.

힘 1,660이 스킬 마스터 '통렬한 일격'으로 바뀝니다.

힘을 잔뜩 실은 공격을 정확히 적중시키면 적들을 저 멀리까지 날려 버릴 것입니다.

마비와 혼돈, 즉사의 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비율을 늘립니다.

힘 1,320이 스킬 마스터 '꿰뚫는 창'으로 바뀝니다.

강력한 공격력으로 상대방의 갑옷과 방패를 통째로 부수고 관통합니다.

힘 1,980이 스킬 마스터 '순간의 괴력'으로 바뀝니다.

짧은 시간 동안 낼 수 있는 최대 힘의 5배까지 쓸 수 있습니다.

막대한 체력을 필요로 합니다.

힘 2,880이 스킬 마스터 '용사의 의지'로 바뀝니다.

용사만 획득이 가능한 스킬입니다. 자신을 포함하여 범위 안의 동료들의

정신력에 따라 축복을 부여합니다. 힘의 약화와 관련된 저주에 대해 완전한 면역력을 가집니다.

힘 1,450이 검의 기본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는 데 활용됩니다.

내구력이 빨리 줄어들게 되겠지만 검의 공격력이 62%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위드는 들끓어 오르는 힘을 느꼈다.

"이 맛이로군!"

무엇이든 부술 수 있고, 어떤 적이든 으스러뜨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로열 로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기분은 최상의 환희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 주변에는 힘을 마음껏 과시하고 터트려도 될 정도로 강한 적들도 쌓여 있다.

엠비뉴 교단이야말로 현재의 위드가 제대로 싸워 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대상이며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밥이 되리라.

"힘은 이만하면 충분하고, 그러면 어디 본격적으로 놀아볼까?"

철저한 준비야말로 안정된 노후를 보장한다.

전투를 위해 바로 달려가는 대신 이번에는 다른 조각품을 꺼냈다.

야만 전사 투르거!

그들은 바바리안의 일족으로 분류되지만 거인족과 관련된 신화에도 기록되어 있다.

키도 무려 6미터에 달하며, 몸 전체가 섬세하고 강인한 근육질로 둘러싸여 있다.

육체의 모든 것들이 마치 싸움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은 전투 종족.

나이 어린 여자들이 보면 무슨 저런 징그러운 몸이 있냐면서 싫어하겠지만, 세상의 이치를 조금 알게 되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쳐다볼 그런 몸매였다.

야만 전사들은 베르사 대륙에서도 희귀해서 만나기가 어렵고 그들이 살아가는 땅에는 몬스터들도 아주 강해서 아직까진 유저들이 들어가서 탐험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설과 모험에 대한 책과, 동굴 속에 그려진 벽화 등을 통해서 외모와 전투 능력만큼은 확실하게 알려져 있었다.

호전적이고 투쟁심이 강해서 항상 어떤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는 그림들이나 누군가를 해치웠다는 이야기들이 사람들을 통해 전해져 내려온다.

덩치가 큰 종족으로 변하고 나면 육체를 유지하는 데 체력과 힘이 더 많이 소모된다.

그러나 지금의 힘과 전투력이라면 야만 전사 투르거도 어렵지 않게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조각 변신술!"

 - 조각 변신술을 사용합니다.

 조각술에 대한 무한한 애정은 그 조각품과 조각사를 서로 닮게 만든다!

위드의 키가, 배가 터지도록 우유를 마신 성장기의 아이들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쑥쑥 자랐다.

피부는 건강하고 보기 좋을 정도로 검게 그을고 몸 전체의 형상도 바뀌었다.

넓고 탄탄한 어깨와, 성능 면으로 최신형 통돌이 세탁기마저 능가할 것 같은 빨래판 복근.

옆구리의 섬세한 근육 갈라짐이나 잘빠진 허벅지의 건장한 자태도 일품이었다.

얼굴형도 많이 바뀌었는데, 오크 카리취나 드워프 아트핸드, 해골 리치였을 때와는 정반대로 몹시 잘생겼다.

사실 처음에 위드는 야만 전사로서 위압감이 넘치는 험악한 얼굴형을 생각했다.

하지만 조각상을 만들다 보니 얼굴과 몸의 조화가 균형미가 잘 맞지가 않았다.

조각 변신술을 위해서는 당연히 있어야 할 칼자국 1~2개에 매부리코, 찢어진 눈매와 갈라진 턱 선.

그 정도의 얼굴은 되어 줘야 위드의 마음에 찼지만, 육체가 워낙에 멋지다 보니 전혀 어울리지가 않아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육체의 아름다움과 안면의 부조화 사이에서 괴로워하다가 결국 부하 헤스티거의 얼굴형을 본뜨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그 얼굴을 그대로 조각하자니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아 코를 약간 더 높이고, 눈에도 옆트임을 하고 눈썹을 진하게 바꿨다.

그리고 이마를 넓히는 정도로 타협을 봤다.

그렇게 탄생한 절정의 미남 전사!

얼굴과 몸매 모두 여자들의 혼을 빼 놓을 것만 같은 외모 였다.

 - 몸의 크기가 커지면서 현재 착용하고 있는 장비들의 상당수가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조각 변신술에 필수적인 '조각품에 대한 이해'가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충분한 힘과 종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야만 전사 종족의

   특수 스킬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철벽 육체 : 야만 전사들은 거추장스러운 갑옷을 입지 않습니다. 그들의 몸은 강철보다도

            단단한 최고의 갑옷입니다. 축복받은 육체는 모든 마법들윽 약화시키고 빨리 벗어나게 합니다.

            만약 상처가 생기더라도 거짓말처럼 아물어 버리게 될 것입니다.

바위 울림 : 야만 전사의 외침은 끝없이 울려 퍼집니다. 그들의 고함 소리는 적들을 압도합니다.

            나약한 자들은 소리만 듣고서도 혼이 빠져나가게 됩니다.

대지의 흔들림 : 땅을 주먹으로 치거나 발을 굴러서 인위적인 흔들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넓은 범위의 적들이 쓰러지게 될 것이며, 건축물들도 파괴될 것입니다.

          무엇이 야만 전사가 일으키는 땅의 흔들림에 버텨 낼 수 있겠습니까?

          쓰러진 적들은 일정 확률로 기절, 혼란, 이동 불가능의 피해를 입습니다.

주의. 스킬 시전에는 많은 체력과 힘이 소모되며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기에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깊은 숨결 : 야만 전사는 인간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신체 구조를 가졌습니다.

            그들의 폐는 넓고, 심장은 거칠게 약동합니다.

            어떤 무리한 움직임에도 결코 호흡이 가빠지지 않습니다.

            일주일간 끊임없이 전투를 벌인다 해도 야만 전사들을 지치게 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환희의 회복 : 야만 전사들은 용맹의 신 바트거를 믿습니다.

          사실 그들에게 있어 바트거의 존재는 인간들과 같이 신앙의 대상은 아닙니다.

          용맹을 떨친 야만 전사들은 나이가 들고 나서 승리의 제단을 통해 전사들의 무덤을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용맹의 신 바트거는 그 무덤의 관리인이자 가장 뛰어났던 야만 전사입니다.

 야만 전사가 고통과 괴로움으로 비명을 지를 때, 바트거는 특별한 힘을 줍니다.

"야만 전사여, 아직 그대가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 승리자는 반드시 네가 될 것이니 싸움을 멈추지 말라."

 환희의 회복은 모든 상태 이상을 해소하고 소모된 체력, 깎여 나간 생명력을 복구합니다.

              또한 힘과 체력에 따라 각종 저항력을 높여 줍니다.

              그러나 사용할 수 있는 건 1달에 한 번뿐입니다.

환희의 회복을 사용하고 나서도 싸움을 승리하지 못하여 스킬을 다시 시전하려면 대단한 전투 업적을 세워야만 가능합니다.

 - 조각 변신술의 영향으로 힘과 민첩, 체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공격 스킬의 효과가 25% 늘어납니다.

   지구력이 강화됩니다.

   조각 변신술이 풀릴 때까지 유효합니다.

"으으음, 제대로구나."

위드는 야만 전사의 능력에 감탄했다.

이건 마치 된장찌개에 꽃게, 전복, 새우 등의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 있는 것처럼 푸짐하고 완벽하지 않은가.

야만 전사는 아직까지는 유저들이 선택할 수 없는 종족이다.

그러나 네크로맨서 직업이 열렸듯이, 유저들에게도 훗날 기회가 주어지게 될 수도 있으리라.

물론 얻는 것이 있으면 그만큼 잃어야 하기에 누구나 선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어떤 페널티가 적용될지는 알 수 없었다.

위드의 경우에는, 적어도 지금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야만 전사를 소화할 수 있다.

조각 변신술의 최대의 장점, 조각술의 비기가 가져오는 기적과도 같은 능력이었다.

"이제 내 세상이로군."

놀랍도록 커다란 덩치가 되어 높아진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들모레 요새 안에 있던 병사들이 그를 보면서 기겁하고 있었다.

"괴물! 괴물이다!"

"신이시여, 어찌하여 저런 악마를 우리에게 보내셨습니까!"

병사들은 두려워서 검도 꺼내지 못했다.

사실 그들이 공격을 하더라도 위드에게는 그저 이삼일 감지 않은 머리를 시원하게 긁어 주는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비가 오는 날에 등을 공격하면 때가 나올지도 모르고.

위드도 인간과는 그다지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키는 자신의 허리춤에도 닿지 않는다.

왠지 한참 작은 꼬마 아이들 사이에 서 있는 우월한 존재가 된 것 같았다.

"끓어오르는 힘을 어서 빨리 터트리고 싶군."

청동 거인이 던지는 바윗덩어리들로 땅이 요동치며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요새 밖으로 나가서 청동 거인들을 부숴 버리고 싶었지만, 당장 급한 무기부터 해결해야 한다.

보통 전투를 펼치면서 잡템과 여러 무기들을 얻기는 하지만, 야만 전사가 쓸 만한 무기를 얻을 확률은 극히 드물다.

아이템도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관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막 지역에서는 주로 사용되는 무기인 시미터를 얻기가 쉽고 해안가에서는 낚시 도구와 희귀한 조개껍질 같은 걸 획득할 수 있는 것처럼, 다 이유가 있다.

야만 전사들의 장비는 아마도 그들이 살아가는 돌의 숲 부근에서나 주울 수 있을 터.

"이럴 때를 위해서 미리 다 준비했지."

위드는 쪼그려 앉아서 배낭에서 말살의 검을 3개 모두 꺼냈다.

찰칵!

대장장이들에게 요구했던 특별 주문.

말살의 검들은 서로 연결해서 창처럼 길게 이어 붙일 수가 있었다.

강도야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이렇게 하면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소검을 휘두르는 느낌도 나지 않으리라.

특히 마지막 세 번째의 검 자루는 야만 전사의 손으로도 편하게 잡을 수 있도록 충분히 두꺼웠다.

 - 말살의 검이 연결되었습니다.

   공격력이 1.4배가 됩니다.

   불의 특성을 더욱 강화합니다.

   추가적인 스탯이 부여됩니다.

"됐어."

야만 전사가 되어 검을 쥐니 실제 그 위력이야 어떻든 몸에 비해서 얇고 긴 꼬챙이를 들고 있는 듯한 어색한 모습이었다.

검신이 인간에게 맞춰져 있다 보니 차라리 도끼나 철퇴를 드는 것이 현재로써는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드는 말살의 검에 담겨 있는 불의 힘을 일으켰다.

화르르륵!

검을 감싸고 도는 두꺼운 불길!

야만 전사와 완전하게 어울리는 무기가 되었다.

그리고 손을 통해 타오르는 듯한 뜨거움이 느껴졌다.

최상의 몸과 공격 무기!

말살의 검을 사용하기 위한 조건 중 불에 대한 저항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있다.

종족의 특성이 바뀌었지만, 검술의 마스터라는 사실과 기본적인 저항력은 그대로였기에 쓸 수 있었다.

야만 전삳을의 투쟁심은 전 종족을 통틀어서 최고라고 했다.

위드의 머릿속에서도 어서 빨리 싸우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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