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쁜 용사의 출현
"성벽을 적들에게 빼앗겼습니다. 즉시 물러나야 합니다!"
"싸워라. 우린 이곳에서 죽는다. 국왕 폐하를 위하여!"
"싫어. 난 저 악마들에게 산 채로 몸을 뜯어먹히고 싶지는 않아. 도망칠 거야!"
"엠비뉴 신을 모독하는 이교도들을 남김없이 붙잡아라. 그냥 죽이지는 않으리라. 엠비뉴의 스물일곱 가지 고문을 실시하겠다. 그 후에 나무에 걸어서 햇볕에 바짝 말린 후에 말에게 먹이면 아주 좋아하겠군."
"악마야. 지옥에서 온 마물이 내 친구를 데려갔어. 오오, 이런 날이 오다니 슬퍼해야 하나. 내 친구는 아마 지금쯤 머리까지 잡아먹혔겠지. 돈을 빌린 게 있었는데 갚지 않아도 되겠어. 물론 내가 이곳에서 살아남아야 하겠지만……."
들모레 요새의 성벽은 청동 거인의 투석 공격에 의해 잠깐 사이에 심각하게 파괴되었다.
요새의 수비병들은 광신도들, 괴물들과 뒤엉켜 싸우며 적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버텼지만, 순수한 은의 강도 거의 다 메워지고 있었기에 곧 요새를 향한 파상 공세가 벌어지게 되리라.
"신이시여, 왜 우리에게 이런 고난을 주시는 겁니까."
병사들은 비탄에 잠겼다.
일반 왕국이 괴물들과 악마들로 구성된 침략을 막아 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폰 왕국과 베이너 왕국의 최정예들이 있어서 그나마 버텼다고 할 수 있다.
위드가 말살의 검을 들고 등장한 것은 그때였다.
들모레 요새의 내성으로 연결되는 통로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쿵! 쿵! 쿵!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돌로 된 바닥이 울리면서 묵직한 소리가 났다.
군사 요새인 만큼 통로를 넓게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아주 꽉 찬 느낌을 주었다.
사실상 그냥 공중으로 뛰어서 오면 더 빨리 올 수 있었지만 남들 싸움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렇게 해야 괜히 멋있어 보이지 않겠는가.
은은한 겉멋이야말로 포기할 수 없는 남자의 자존심!
"어엇."
전쟁터를 보며 긴장하고 있던 병사들이 위드를 보며 경악 했다.
엄청난 체구에, 전투를 위해 태어난 것처럼 각진 근육으로 위압감이 넘치는 몸매, 가공할 화력을 뿜어내는 말살의 검.
지옥의 문이 열리고 먹구름이 몰려와서 날이 어두움에도 불구하고 환한 머리!
"저 대머리 거인은 뭐지?"
"……."
사막 대제로서 머리가 벗겨진 채로 활약을 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그만 머리카락을 만들지 않았다.
우람한 육체에 잘생긴 얼굴, 그렇지만 머리카락이 없어서 오히려 더 야성미가 넘쳐흘렀다.
진정한, 나쁘고 못되고 사악하고 고집 강한 남성다운 느낌이랄까!
"내 밥들이 많이 있구나."
나타날 때는 천천히 움직였지만, 전장에 끼어든 이상 그 후부터는 아니었다.
가까이에서 엠비뉴의 거대 거미가 인간을 끈끈한 거미줄로 휘어잡고 잡어먹는 중이었다.
위드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거미 다리 중의 하나를 붙잡았다.
크와앙!
"저리 꺼져! 넌 사냥해 봐야 거미 끈끈이나 다리 껍질밖에 안 주잖아."
거대 거미가 뭐라고 하건 간에 상관하지 않고 저 성벽 너머로 투척!
거대 거미는 수백 미터를 날아가서 엠비뉴의 군대를 깔아뭉갰다.
딱히 스킬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괴력이었다.
"엇! 도와주셔서 고, 고맙습니다."
거미줄에 잡혀 있던 인간 병사가 감사의 인사를 했다.
위드는 고마워하는 병사들은 무시한 채로 성벽을 향하여 걸어갔다.
솔직히 병사들이야 죽거나 말거나 상관이 없었다.
거미가 잡아먹은 후에 처리를 해도 되었지만, 기다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들모레 요새의 수비병들은 투지에 눌려서 저마다 물러나며 길을 터 주었다.
아마 위드가 그냥 동료들을 죽이더라도 감히 덤비지 못하였을 것이다.
아예 싸움이 안 된다는 것을 느끼고 사기가 잔뜩 저하된 채 허겁지겁 도망치는 것이 훌륭한 판단이리라.
"감히 내 허락 없이 엠비뉴의 괴물들이 넘어오고 있군! 돈도 안 되고 경험치도 안 되는 이 최악의 놈들!"
위드는 괴물들을 붙잡아서 마구 던졌다.
"우와아아아, 적들을 몰아내라!"
그 모습을 본 요새의 수비병들은 사기가 치솟아서 침입한 적들과 싸웠다.
그렇지만 위드가 활약하는 장소 외에도 수십 곳의 성벽이 허물어져서, 적들이 넘어오는 곳은 아주 많았다.
엠비뉴에 넘어간 궁수들도 수비병들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중이었다.
위드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전황 자체는 인간들의 압도적인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제대로 힘을 써 봐야겠군."
위드는 성큼성큼 걸어서 돌무더기를 밟으며 성벽 위로 올라갔다.
성벽에 올라가니 그렇지 않아도 큰 몸뚱이가 더욱 크게 보였다.
"저리 꺼져라!"
성벽에 달라붙어 있던 암석 괴물을 잡아서 엠비뉴의 군대 중심부가 있는 장소까지 멀리 던져 버렸다.
"세상에 무슨 힘이……."
"저 무거운 괴물을 던졌어!"
그 광경에 엠비뉴의 사제들이나 세뇌된 수비병들 할 것 없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크워어어어어어!"
전장을 압도하는 바위 울림의 외침!
위드가 엠비뉴 교단의 강한 적을 부르는 소리였다.
"누가 요새의 시시한 인간들과 싸우려고 하는가! 나에게 달려와라. 너희에게 힘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겠다!"
대형 폭발 마법이 터진 것과 같은 광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야성을 만끽하며 싸워 볼 가치가 있는 적을 초대한다.
야만 전사는 덩치만 큰 것이 아니라 목소리까지 아주 거대 했다.
"저, 저희가 사악한 주술에 걸렸었나 봅니다."
성벽의 궁수들이 갑자기 정신을 번쩍 차렸다.
방금 전까지도 엠비뉴에 현혹되어 있었는데, 외치는 소리를 듣고 나서 주술이 깨어진 것이다.
"함께 싸우겠습니다."
궁수들이 협력 의사를 밝히거나 말거나, 위드는 진정한 전투 전의 전매특허와 같은 노래를 시작했다.
[시커먼 먹구름이 밀려온다
나약한 자들이 어렵게 지켜 오던 평화는 깨어져 버렸지
내가 살아가는 곳은 깊은 땅속, 어둠이 함께하는 곳]
시청자들은 여기서 다소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위드가 부른 노래와는 다르게, 가사가 이상하지 않고 지나치게 멀쩡했다.
심지어는 장중한 서사시와 같은 느낌까지 난다.
엠비뉴 교단의 군대가 진격해 오면서 어두워진 하늘과도 잘 어울리는 분위기의 노래 아닌가.
[빨래를 할 수가 없어거 화가 난다
장판 아래, 그리고 벽지에 습기가 차 버렸다
구질구질 퀴퀴한 냄새!
비 오는 날이 제일 싫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방 안에 짙은 안개가 끼어 있겠지
악몽 같은 곰팡이를 없애기 위해 한여름에 보일러를 틀어야 해
난방비, 난방비, 이 지옥 같은 난방비]
노래 제목은 <멸망의 반지하 방>!
노래를 부르다 보니 감정이 몰입되어, 위드는 극도로 분노해 버리고 말았다.
반지하 월세방에 살던 설움을 떠올리고 만 것이다.
살림살이라고는 단출하게 이불과, 재활용 센터에서 얻어온 오래된 작은 텔레비전, 길거리에서 주워 온 플라스틱 수납장 2개가 전부였던 시절.
매달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기 위해서 허덕이던 기억이 통째로 떠오르고 말았다.
남들은 어릴 때 친구들과 싸우거나, 엄마한테 성적에 대한 잔소리를 듣고 비관을 한다.
그러나 위드는 집주인한테 야단을 맞고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유지한 채로 청소년기를 보냈다.
아직도 꿈에 집주인만 나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반사적으로 뭔가 잘못한 건 없는지부터 허둥지둥 찾아내려 한다.
연탄이 쌓여 있던 반지하 방은 고향처럼 아늑하면서도 말할 수 없이 두려운 장소였다.
"전부 죽여 주마!"
위드의 애초 계획은 성벽에서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었다.
들모레 요새의 수비군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에 일찍 나설 필요가 없다.
반 호크가 이끄는 언데드 군단도 적들을 약간씩이나마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에, 전장에 그가 바로 뛰어들 필요는 전혀 없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들은 화가 나기 전의, 차분했던 당시에나 실현 가능한 계획들.
위드는 성벽을 박차고 요새 밖으로 뛰어나왔다.
밀려오는 엠비뉴의 군대 한복판에서 말살의 검을 휘둘렀다.
꾸엑!
"피해. 도망쳐라!"
광신도들 따위는 일 검에 100명 이상이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엠비뉴 교단에서 공성용으로 데려온 괴물들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위드의 공격 범위 안에 있는 자들은 모두 불에 타올라서 죽음을 맞이했다.
"죽어라. 죽어. 죽어!"
- 흑기사의 일격!
돌이킬 수 없는 공격이 주변의 적들에게 발동됩니다.
연속 공격이 성공하면서 발동되는 광역 스킬!
위드의 주변 일대가 불바다로 뒤덮였다.
집을 임대해 주고 월세를 받는 건 나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집주인이 가족이 가끔씩 마당에 모여서 단란하게 삼겹살을 구워 먹는 걸 보면서 얼마나 부러웠던가.
혹시나 얻어먹을 게 있을 게 있을까 싶어서 순수한 마음으로 여동생을 데리고 나가 봤더니, 고기 먹는 동안 거지처럼 어슬렁거리지 말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보일러가 고장 나거나, 문틀이 어긋나서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하자를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직접 고쳐서 살든지 아니면 방을 빼라는 식이다.
집주인에게 수없이 당했던 서러운 기억들.
어린 시절이었기에 수학 시간에 배운 피타고라스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몰라도, 집주인 이름이나 그가 했던 말들은 정확히 기억났다.
"넘실거리는 화염 각인!"
종족은 바뀌었지만 용사라는 직접은 그대로이기에 스킬들을 쓸 수 있었다.
콰과과과과광!
연쇄 폭발이 일어나면서 주변 지역을 마구 초토화시켰다.
위드 혼자 날뛰면서 들모레 요새로 향하는 엠비뉴의 군대를 휩쓸어 버린 것이다.
최소한 3,000~4,000명 정도는 가볍게 목숨을 잃었으리라.
요새에서 갑자기 병사들의 환호성이 터지는 것이 어렴풋이 들렸다.
그러나 마침내 순수한 은의 강이 완벽하게 힘을 잃어버리면서, 괴물들의 본격적인 진격도 개시되었다.
하늘에서는 지옥에서 내려온 마물들 100마리 이상이 날갯짓을 하면서 머무르며 위드를 노리고 있었다.
그들은 교활하기에, 위드가 약해지는 순간 한꺼번에 덤벼들 것이다.
"엠비뉴를 따르지 않는 자, 파멸을 면치 못한다!"
엠비뉴의 군대는 공포를 모르기에 수많은 병력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계속 진격을 해 왔다.
사제들과 마법사들도 순수한 은의 강의 경계를 넘어왔다.
그들의 가장 큰 목표는 엠비뉴 신의 신탁까지 내린 위드였다.
"놈을 죽여라."
"진실의 눈으로 저자의 실체를 파악했다. 엠비뉴께서 우리의 염원을 위하여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하신 놈이다."
"엠비뉴를 따르는 모든 신도들이여, 우리의 목표가 나타났다.
엠비뉴의 군대는 위드를 향하여 집중했다.
원래 파괴를 일삼는 그들의 사명에 따라 요새를 공격하기도 하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위드를 향하여 모든 원거리 공격을 퍼부었다.
"쐐기 돌풍이여, 불어라!"
"깨어지는 차가움의 구슬!"
전쟁터로 나온 위드를 향해 엠비뉴 교단에서 발현된 수없이 많은 마법 공격들이 날아왔다.
"다른 하나의 검, 절대 방어, 눈 질끈 감기!"
방어 스킬들의 발동!
눈 질끈 감기는 쓸모가 많아 노들레의 퀘스트를 하면서 다시 익힌 것이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검이 마법들을 격파한다.
그러나 채 깨뜨리지 못한 마법들이 위드의 커다란 육체를 그대로 강타했다.
융단폭격처럼 이어지는 수백 개의 마법 공격이었다.
위드는 눈을 감은 채 충격과 고통에 대비했다.
"응?"
큰 충격에 의해 튕겨 나가서 땅을 구르며 쓰러질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분명 몸을 두들기는 느낌은 났지만, 대비하고 있던 것에 비해서는 의외로 간지럽기 짝이 없는 듯한 기분!
생명력이 십분의 일도 감소하지 않았다.
대사제 모툴스와 잉그리그가 공격에 가담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큰 부상도 없이 지나치게 거뜬했다.
위드의 가공할 레벨과 스킬, 스탯이 야만 전사로 바뀌면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야만 전사들은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굉장히 높다.
게다가 감소한 생명력도 매우 빠르게 차오르고 있지 않은가!
트롤처럼, 싸우면서 멀쩡하게 회복이 되는 재생력까지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도 엄청난 것이었다.
위드는 깔끔하게 계산을 끝냈다.
'역시 야만 전사는 강해. 조금 안심해도 되겠군. 물론 이런 공격을 대여섯 번 이상 당한다는 위험하겠지만…….'
공중에 날아다니는 마물들은 위드가 약화되었다고 느끼면 바로 덤벼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 위험을 감안한다면 생명력이 절반 이하로 하락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먼지가 완전히 가시고 난 후에 위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포효했다.
"어리석은 놈들! 너희가 믿는 엠비뉴의 힘은 고작 이 정도였느냐!"
마법 공격에 대해서는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빠르게 움직였다.
달려가서 괴물들을 마구 붙잡아 마법사들과 사제들이 있는 장소로 던졌다.
엠비뉴의 마법사와 사제는 숫자부터 아주 많았다.
보통 일반 왕국군에서 마법사와 같은 병력은 제한적이며 그 수도 많지 않다.
하지만 엠비뉴의 교단은 신성력과 마나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광신도들 중에도 간단한 마법을 발휘하는 자들이 대거 섞여 있다.
전투 중에 인간 병사들을 죽이고 나서 종교재판관이나 사제로 승격을 하는 경우도 가끔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놈의 인기는……."
위드는 급하게 뛰어다녔다.
괴물을 그냥 찢어 버릴 정도로 엄청난 괴력이나 공격력을 자랑했지만 덩치가 크다 보니 맞을 곳도 많다는 점은 아주 불리한 부분.
마법의 발동에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광신도 궁수들의 화살도 수백 개씩 날아오기에 하나씩 피한다는 건 아예 불가능하다.
그냥 공격이 조금이라도 덜 오는 쪽으로 몸을 날리는 정부가 전부라고 할 수 있었다.
"엠비뉴를 위하여 놈을 붙잡아라!"
"반드시 생포해야 한다. 산 채로 가죽을 벗겨서 끓는 기름에 담아야 할 것이다."
암흑 기사들도 대거 덤벼들었다.
위드는 그들을 주먹으로 후려치고, 말살의 검으로 베었다.
"얼마든지 덤벼라, 이 엠비뉴의 잡졸들아!"
★★★★★★★★★★★★★★★★★★★★★★★★★★
위드의 모험을 보는 시청자들은 평소와 다르게 가슴을 졸였다.
그동안 유쾌하고 박진감 넘치는 모험을 즐기면서 묵직한 쾌감에 빠져들었다면, 이번에는 무조건적인 성공을 기원했다.
이 모험의 결과에 따라 세상이 바뀌기 때문이다.
위드를 좋아하는 팬이 아니라도 엠비뉴 교단이 커지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았다.
엠비뉴 교단의 대확장과 더불어 찾아온 대륙의 위기, 위드가 유저들을 대표하여 과거로 돌아가서 전쟁을 치른다는 느낌도 있었다.
영향력이 큰 KMC미디어, CTS미디어를 가리지 않고 위드의 영웅 만들기에 치중한 결과이기도 했다.
"대륙의 평화가 사실 엠비뉴 교단으로 인해서 많이 위태롭거든요. 지금까지 살펴보면, 위드는 베르사 대륙이 위험에 빠질 때마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을 해 왔습니다. 대단한 정의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내세우지를 않지요."
"베르사 대륙이 지금처럼 발전한 데에는 위드의 공도 상당히 있었다고 봅니다. 특히 생산과 예술 계열 직업들에 대한 위의 공헌도는 상당히 큽니다."
방송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정말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 각 가정에서 아동들의 변화였다.
"앞으로 커서 위드처럼 정의롭고 훌륭한 모험가가 되고 싶습니다!"
"예술가가 되어서 멋지게 살아가고 싶어요. 그리고 오크 카리취 같은 남자랑 결혼할래요."
위드가 만든 조각 생명체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동화책도 출간되었다.
인간을 수호하는 빙룡과 친구 같은 와이번들을 만나서 함께 나쁜 괴물들을 물리친다는 내용.
밭을 갈고 있던 누렁이가 현자로 나와서 도움을 주고 금인이는 배고파하는 여주인공에게 자장면 사 먹으라고 금괴를 선물로 주는, 굳이 읽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상투적이고 뻔한 전개였지만 인기가 있었다.
아무튼 이번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죽으면 위드 개인의 손해일 뿐만 아니라 엠비뉴 교단에도 큰 힘을 실어 주게 되기에 시청자들은 그런 결과를 결코 원하지 않았다.
"오늘은 심장이 떨려서 통닭을 못 먹겠네."
"뼈 바를 정신이 없으니까 피자로 시켜 먹자."
시청률은 계속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방송국이나 시청자들이나 위드에 대해서 각별히 여길 수밖에 없게 된 것이, 베르사 대륙의 패권을 헤르메스 길드에서 장악해 버리고 말았다.
어찌 보면 위드가 대륙에 마지막 남은 영웅일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위드는 지금 역대 모험 중에서도 가장 실패 확률이 높은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 안전하게 성벽 안에 있지 무모하게 왜 밖으로 나간거야?"
"완전 다 쓸어버리네. 시원하긴 하다."
시청자들은 불안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의 세상은 이 모험의 결과에 따라 둘로 나누어지게 되리라.
헤르메스 길드에 의해 대륙이 통일되어 강압적인 지배를 받거나, 혹은 엠비뉴 교단에 의하여 파괴되거나.
★★★★★★★★★★★★★★★★★★★★★★★★★★
위드는 적들의 몰려들수록 신을 냈다.
"마음껏 덤벼라. 모두 박살을 내 주마!"
쉴 새 없이 달려드는 적들을 한번에 수십수백 마리씩 해치웠다.
"엠비뉴의 잡졸들아, 고작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느냐? 대륙을 파괴하기는커녕 나 하나도 이기지 못하는구나!"
야만 전사의 넘치는 야성미를 바탕으로 적들을 도발했다.
암흑 기사나 광신도, 괴물 들이 모두 그에게로 달라붙었다.
마법사들의 공격은 적아를 가리지 않고 퍼부어졌기에, 위드가 있는 부근은 온통 쉬지 않고 폭발이 일어났다.
- 생명력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생명력 68.7%.
큰 부상이 아직 없지만 수많은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적진의 한복판에서 꽤 오랫동안 싸움을 한다.
가히 세계를 구하는 용사의 호기, 혹은 무모함!
그가 활약을 할수록 들모레 요새의 병사들은 기운을 내고, 또한 적들의 침략을 성공적으로 막아 내고 있기도 했다.
엠비뉴 교단의 고급 병력, 지옥의 문에서 나온 마물들이 위드에게만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져서 부담이 훨씬 줄어든 것이다.
위드는 괴물의 머리를 손으로 붙잡고 공중으로 던졌다.
콰르르릉!
때마침 내려치던 벼락이 괴물에 대신 적중했다.
마법과 화살의 표적이 되어서 적들 사이에서 날뛰는 것은 기회를 노리기 위함이었다.
때로는 괴물들을 엄폐물로 삼고 암흑 기사들을 짓밟으면서 포효했다.
"약하다. 정말 한주먹거리도 되지 않는구나. 이대로는 시시하니 한꺼번에 와라!"
대륙의 인간 중에서는 아마 최고로 손꼽힐 강자다운 위압감.
엠비뉴의 군대를 상대로 혼자서 적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렇지만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냉정하게 계산했다.
'마법 공격이 조금 뜸해졌다. 큰 것을 준비하는 모양이군.'
간단한 아이스 볼트 정도로는 야만 전사의 몸에 생채기도 내기 어렵다.
엠비뉴의 마법사들도 그 사실을 깨달았을 테니 좀 더 위력이 확실하고 강한 마법을 준비할 것이다.
사제들도 제물을 바쳐서, 피할 수 없는 저주로 위드를 옭아매려고 하고 있었다.
기사와 전사는, 단순 전투력 자체는 사실 어떠한 직업보다도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최악의 상성이 있으니 저주와 약화 주문을 외우는 사제와 샤먼, 흑마법사, 마녀 등이었다.
강력한 힘을 약화시키고, 방어력을 무너뜨리며, 몸을 무겁게 하여 움직임을 느리게 한다.
레벨이 높은 전사라고 해도 저주에 걸리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니, 저주 관련 계통에는 통달하다시피 한 엠비뉴의 사제들은 최악의 적이었다.
적으로 나쁜 사제가 많이 출몰하는 던전이야말로 최악의 사냥터로 가장 인기가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사제와 같은 직업은 생명력과 방어력이 형펀없어 제대로 걸리기만 하면 단숨에 떼죽음을 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사와 사제의 전투는 어느 한쪽이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지난번 공격 이후로 시간이 조금 지났으니까. 슬슬 시간이 됐다.'
위드는 엠비뉴 군대의 본진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짓밟고, 후려치고, 잡아서 던지고!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수십의 적들을 해치워야 했다.
그나마 덩치가 워낙 커져서 한번 움직이는 거리가 보통이 아니었다.
ㅡ 정말 맛있어 보이는 인간이군.
ㅡ 저 힘을 빨아먹고 싶다, 크헬헬헬.
ㅡ 저놈의 머리는 내 것이다. 머리통을 와그작와그작 깨물어 먹어야 돼.
마물들이 하늘에서 조금 더 아래로 내려왔다.
위드가 그만큼 정신없는 상황에 빠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지옥의 문을 통과하여 세상에 나온 마물도 어느새 1,000 마리가 넘어갔다.
"사제님들에게 가지 못하도록 놈을 막아라."
"칼의 심판을 내리라."
불나방처럼 덤벼드는 광신도와 암흑 기사 들로 인해 신속한 돌파는 처음부터 불가능.
그러나 엠비뉴의 군대도 많이 흐트러져 있었다.
들모레 요새를 파괴하기 위하여 일부 병력은 공성전을 치렀고, 또 후방에서는 반 호크가 이끄는 언데드들과 싸웠다.
위드가 나서자 거대한 병력이 그를 포위했지만, 초반의 강한 공격과 몰아치는 돌파로 인하여 적들은 우왕조왕하면서 따라왔다.
'조금 더 가까이 가야 한다. 다소의 피해는 무시할 수밖에 없어.'
위드는 생명력이 감소함에도 과감하게 적들의 공격도 무시하고 그대로 짓밟으면서 달렸다.
덩치가 워낙 커지다 보니 마법과 화살을 잘 맞을 뿐만 아니라, 기사들이 덤벼들어서 창으로 찌르더라도 피하기가 마땅치가 않았다.
때릴 곳이 셀 수도 없니 많은 상황!
- 현재 남아 있는 생명력이 51.3% 입니다.
합동 공격으로 인하여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메시지 창에도 경고가 떠올랐다.
지옥의 마물들을 감안하면, 이 정도면 상당한 위기였다.
엠비뉴 군대의 고위 사제들과 마법사들이 있는 곳까지는 아직 1킬로 정도 거리가 남았다.
위드의 덩치가 커진 만큼 그냥 달리면 금방 이동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사이를 가로막은 적들이 수만 명 이상이다.
저주와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각종 괴물들이 즐비하고, 청동 거인들도 요새 공격을 중단하고 모여들고 있었다.
키가 커진 덕에 위드는 저 멀리에서 사제와 마법사들이 마법을 완성하기 직전인 것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이다. 대지의 흔들림!"
오른발로 땅을 갈하게 밟았다.
야만 전사 고유의 스킬.
- 스킬 대지의 흔들림이 사용되었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체력은 87.46%
스킬을 시전하면서 체력을 7.1% 소모합니다.
일시적으로 과도한 힘을 사용했습니다. 15분간 최대 힘이 10% 줄어듭니다.
쩌저저적!
위드가 밟은 땅을 중심으로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면서 갈라졌다.
그러더니 대지 전체가 물처럼 출렁거리면서 진동이 퍼져 나갔다.
광신도와 암흑 기사 들은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나가떨어지고, 괴물들은 균형을 잃고 몇 바퀴씩 굴렀다.
키가 20미터에 달하는 청동 거인들조차도 비틀거리더니 쓰러지며 수많은 병사들을 깔아뭉갰다.
조각 파괴술을 써서 힘을 최대로 늘려 놓았으니 스킬의 위력은 극대화!
위드 외에는 누구도 멀쩡하게 서 있는 이가 없을 정도로 주변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으으으윽, 깔려서 일어날 수가 없어."
"이런 파괴적인 힘이라니, 엠비뉴의 은총이야."
다만 죽음에 이른 것은 비교적 약한 광신도들 소수에 한정 되었다.
강력한 효과에 비해서 공격력이 뛰어난 스킬은 아닌 탓이다.
거리가 멀수록 대지의 흔들림의 위력은 급속도로 약해졌다.
그러나 멀리서 마법을 준비하던 마법사들과 사제들조차도,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땅이 출렁거리면서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볼품없이 대지에 나뒹굴었다.
준비하고 있던 마법들이 취소된 것도 당연한 일.
위드의 눈이 기회를 포착하고 날카롭게 빛났다.
'지금이다.'
쓰러져 있는 적들을 넘어서 엠비뉴의 중심부를 향하여 달렸다.
중요한 마법사, 사제 들이 있는 장소!
호위하는 암흑 기사들이 땅에서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어림없다, 이교도여!"
말에서 떨어진 기사들은 제 실력을 발휘하지도 길을 막지도 못했다.
레벨로 따지자면 300대 후반에서 400대에 이르는, 나름 강자들로 이루어진 군단이지만 위드의 주먹질 한 번에 나가 떨어졌다.
엠비뉴의 고위 사제들이 있는 방향으로 일직선으로 뚫고 들어갔다.
"검은 바람의 난동!"
대사제 모툴스가 빠르게 진언을 외웠다.
어디선가 시커먼 까마귀 떼가 나타나서 위드를 온통 둘러 싸 버렸다.
마법사들과 사제들을 공격하기 어렵게 하기 위함이리라.
위드의 눈에는 까마귀들 수천 마리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방법이 있지. 종말의 날!"
아껴 왔던 마나를 태양의 전사 최강의 스킬을 쓰는 데 사용했다.
현재의 위치는 대략 엠비뉴의 군대 아주 깊숙한 안쪽까지 들어왔기 때문에 고위 사제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신성 보호!"
고위 사제들은 보호 마법을 써서 뜨거운 불길로부터 자신들을 안전하게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가깝게 있던 이들은 그대로 화염에 휩쓸려 잿더미만 남았다.
다시 몰려들던 암흑 기사들도, 위드의 곁에서 운 좋게 살았던 마법사도 목숨을 잃었다.
엠비뉴의 군대 중심부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
쓰러졌던 사제들과 마법사들을 비롯하여 엠비뉴의 지배를 받는 괴물들도 일어나서 모여들었다.
하늘의 마물들도 기회가 왔다고 느껴서인지 입맛ㅇ믈 다시면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독 안에 든 쥐로구나!"
"저자가 이곳에 온 것은 엠비뉴의 은총이 있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희생된 자들이여, 기뻐하라. 오늘 우리의 일에 큰 장애물이 될 자를 처치하게 될 것이다!"
별 타격도 받지 않은 모툴스와 잉그리그가 주위를 격려했다.
위드는 마나까지 다 써 버린 채로 엠비뉴의 군대 중심부에서 고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