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7권 : 6) 엠비뉴의 권능 (244/520)

6) 엠비뉴의 권능

대재앙에 휘말리고 유성우에 의해서 박살이 난 엠비뉴의 군대!

대지 자체가 유성의 낙하에 의하여 박살이 나 버린 만큼 그들의 피해도 무시무시했다.

자랑스러운 엠비뉴의 대군 중 핵심 전력이 붕괴되고, 수많은 광신도들과 괴물들이 사망했다.

모툴스와 잉그리그와 같은 사제들은 일찍 보호 마법을 펼쳐서 무사했지만, 그들이 몰고 온 괴물에 대한 지휘와 통제는 무너졌다.

캬웅!

괴물들이 광신도들을 서슴없이 공격하여 잡아먹었다.

그사이 인간들이 있는 들모레 요새에서는 괴물들끼리의 싸움이 벌어졌다.

"마폰 왕국을 위하여 모두 검을 들라!"

"기사단은 괴물들을 베도록 하라. 국왕 폐하께서는 오직 승리만을 원하고 계신다!"

들모레 요새의 인간들은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강대한 힘 앞에 공포에 사로잡히며 굴복하고 있었다.

절망만이 가득하던 곳에서 괴물들끼리의 전투가 벌어지면서 내성으로 도주한 국왕을 지키기 위한 전투가 팽팽하게 펼쳐졌다.

"신이여, 우리 마폰 왕국을 구하소서!"

로하드람이 기사단을 이끌고 괴물들을 무찔렀다.

그러나 신성한 은의 강에 유성이 낙하하면서 화염과 함께 땅이 뒤흔들렸다.

계속 진격해 오던 광신도와 괴물 들이 상당수 전멸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요새의 방어 시설들까지 병사들과 함께 한꺼번에 무너지고 말았다.

"으으, 아니야. 우린 잘못하고 있어."

"한슨, 왜 그러는가? 적들이 지금 다가오고 있네. 어서 화살을 쏴야 돼!"

"아냐. 국왕이 우리에게 해 준 것이 뭐가 있지? 엠비뉴 교단을 따르자!"

"기사단이여, 엠비뉴 교단을 위하여 검을 들라!"

종교재판관과 암흑 사제 들의 영향력에 의해 병사들은 광신도가 되었다.

제대로 폭삭 망하고 있는 상황!

들모레 요새로서는 강력한 저주와 생명력을 가진 엠비뉴 교단을 도저히 막아 내지를 못했다.

징벌의 사제 몇 명은 요새 내애 악독한 저주를 몇 가지 심어서 병사들이 광기에 휩싸이게 했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지고 세상이 온통 파멸할 것만 간던 유성우가 마침내 끝나고, 모툴스와 잉그리그가 엠비뉴의 군대에 대한 지배력을 회복했다.

 - 오라. 엠비뉴를 거스르는 작자 여기에 있다. 신의 뜻을 받들라. 모두가 나서서 이자를 죽여야 하리라.

"잉그리그 님이 부르신다."

"엠비뉴께서 내리신 신성한 명령을 이행해야 할 때가 왔다."

광신도들과 괴물들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들모레 요새 밖에 있던 모든 병력이 잉그리그의 명령에 의해서 목표를 바꾸었다.

엠비뉴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하찮은 들모레 요새의 병력보다는 위드를 죽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유성우로 전투 불능이나 죽음의 피해를 본 괴물들과 광신도들은 거의 12만에 달하였다.

분노로 날뛸 만한 상황이기도 해서, 들모레 요새 안에 있는 병력을 제외하고는 다시 지금은 일그러진 평원으로 이름을 바꾸어야 될 것 같은 대평원으로 나왔다.

물론 요새에 남아 있는 병력만 하더라도 인간들에게는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신성한 강은 완전히 메말랐고, 요새의 수비를 위한 마법 탑은 12개가 모두 부서졌다.

마법 보호 장막이 더 이상 작동되지 않자 유성우에서 살아남은 지옥의 마물들이 활개를 치면서 인간 사냥에 나섰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1,000마리가 넘어가던 지옥의 마물들은 십분의 일 이하로 줄었다.

마물의 절반 정도는 육체 자체가 소멸하여 죽었으며, 나머지는 유성우에 겁을 내고 아예 전쟁터를 이탈하여 멀리 도망쳐 버렸다.

"위드라는 자를 처참하게 죽이는 자에게는 엠비뉴의 특별한 힘이 주어질 것이다.

"놓치지 마라. 뒤를 쫓아라. 놈의 발자국이 이곳에 있다."

14만에 달하는 병력이 대평원을 수색하며 위드를 찾았다.

극악의 기사단은 식인마를 타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를 쓰러뜨린 자가 누구인가."

땅에 넘어졌던 청동 거인들도 일어났다.

1,000명의 청동 거인들 중에서 무사한 것은 700여 명!

청동 거인들은 엠비뉴에 복속이 되면서 특별한 권능을 얻었다.

머리가 부서지지 않는 한 몸은 아무리 다쳐도 복원되는 것이다.

물론 그 속도야 느릿느릿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래도 죽지 않는다는 게 어디인가.

청동 거인들이 거대한 몸으로 땅을 쿵쿵 울리면서 평원을 포위했다.

유성이 떨어진 곳 가까이에 있던 청동 거인들은 온몸이 부서지는 걸 피하지 못하였다.

들모레 요새를 공격하다가 신성한 은의 강 주변에서 유성의 피해를 받은 놈들도 있었다.

그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하여 용암이 흘러내리는 돌덩이를 집어 들고 포효했다.

'사방이 내 적이군. 이놈의 인생은 매번 그렇지.'

위드는 쌍봉낙타까지 어깨에 메고 있어서 이동속도가 느렸다.

그런 이유로 아직까지는 유성이 낙하한 곳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화염과 연기가 심하게 일어나고 있기에 적들에게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바람이 불면서 연기도 옅어져 갔다.

"푸흥!"

쌍봉낙타가 내려 달라는 듯이 울었다.

"조용히 해. 적들에게 발각되니까."

"푸르릉!"

"맨날 네가 나를 태워 줬는데 한번 업어 주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그러냐."

쌍봉낙타의 게슴츠레한 눈에 맑은 눈물이 맺혔다.

막 생명을 부여받은 직후, 사막의 모래판을 더 빨리 달리지 못한다고 그렇게도 무시하고 갈구더니 사실은 이렇게나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었던 말인ㄴ가.

맨날 나쁘던 놈이 갑자기 착한 짓을 하니 감동이 몇 배로 크게 다가온다.

진작 주인에게 더 잘하지 못하고 약간씩이나마 체력을 비축한다고 농땡이를 피웠던 스스로가 한심스러워졌다.

만약 이곳에서 살아날 수 있다면 주인을 등에 태우고 정말 기꺼운 마음으로 어디든지 가리라.

"너 때문에 내가 위험해진다고 착각하면서 마음의 부담을 갖지 않아도 돼."

"푸흥?"

"적들이 나타나면 미끼로 내던지고 갈 거니까. 화살 막이로도 쓸 거고 말이야. 뭐, 이 바다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쌍봉낙타는 그렇게 죽고 싶지 않다는 듯이 바동거렸다.

농담으로 넘기기에는,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걸 겪어 봐서 알기 때문!

위드는 쌍봉낙타를 잘 붙잡고 연기가 깊은 곳들을 위주로 걸었다.

유성우가 내리면서 대지가 일그러지고 깊게 파였다.

매캐한 연기와 화염이 피어오르면서 숨을 곳도 제법 있었지만, 그 시간은 잠깐 동안밖에는 지속되지 않는다.

'생명력이 8%를 넘어갔군. 그럭저럭 광신도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위드는 적당히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생명력을 높이고 탈출하려는 계산을 세웠다.

콰아아아아앙!

그 한가로운 생각을 날려 버리려는 듯이 돌덩어리가 근처에 깊숙하게 꽂혔다.

청동 거인들이 날띠며 화염이 치솟는 장소에 마구 돌덩어리를 던져 댔다.

"저곳 어딘가에 놈이 숨어 있다."

"모조리 박살 내라!"

화가 난 엠비뉴의 사제들은 차가운 얼음 확산의 마법을 써서 불을 진화했다.

돌기둥을 솟구치게 하고 광역 저주를 뿌리고 시체들을 폭파시켰다.

"쉴 틈을 안 주는군. 하기야 계속 덤벼들겠지."

위드는 불평을 하면서 앞에 펼쳐져 있던 화염 지대를 벗어났다.

그대로 있다가는 숨도 못 쉬고 죽을 판!

연기를 벗어나자마자 주위를 에워싸고 있던 괴물들에게 들켰다.

우우우우우우!

괴물들이 크게 울었다.

그러자 그 울음소리를 받아서 가까이 있는 다른 괴물들도 차례차례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평원을 수색하던 엠비뉴의 모든 움직임이 위드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키가 큰 청동 거인들이 위드를 발견했다.

"우리 형제들을 죽인 자가 저기에 있다."

"산 채로 찢어라!"

청동 거인들은 차분함이나 이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위드를 향하여 바로 집채만 한 바위들을 던졌다.

"푸르릉."

바위가 날아오는 짧은 순간, 쌍봉낙타는 죽음을 직감했다.

얌전히 평온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 비정한 주인이 괜히 자신을 끌고 나와서 돌에 깔려 죽게 생기지 않았는가.

낙타가 한 많고 짧은 생을 마감하기 직전!

위드는 바위들을 보면서 스킬을 사용했다.

"넘실거리는 화염 각인!"

유성 낙하도 경험했는데 이 정도쯤이야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콰과광!

바윗덩어리들은 위드의 주변으로만 떨어졌다.

직접 그를 노린 것들은 화염의 힘에 의해서 녹아 버린 것.

청동 거인들이 포효했다.

"저놈들은 우리의 것이다. 우리의 손으로 찢어 죽일 것이다!"

마물들과 괴물들에게 내리는 경고!

입맛을 다시며 위드에게 날아오던 지옥의 마물들은 넘실거리는 화염 각인에 타 버리거나 청동 거인이 던지는 돌덩어리에 맞아서 멀리 날아갔다.

화염 지대를 벗어나서 모습을 드러낸 짧은 사이에 괴물들 수백 마리, 청동 거인 10명 이상이 포위망을 구성했다.

"어리석은 인간아, 네가 도망칠 곳은 없다."

대재앙과 유성 낙하로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친 마녀 페쳇이 공중에 둥둥 떠서 나타났다.

그녀는 무사하였지만 마녀들은 상당히 많은 숫자가 유성 낙하의 충격을 버텨 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위드는 화염 지대를 벗어나자 급속도로 늘어만 가는 주변의 적들을 살펴본 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의 인기란……."

몬스터와 엠비뉴 교도들에게 위드의 인기는 한류 스타를 수백 배 능가할 정도!

어찌나 원한ㄴ을 품고 이를 갈아 대는지, 이곳에 치과 의사 직업이 있다면 광신도들의 이빨을 고쳐 주기만 하더라도 한 밑천 단단히 잡을 수 있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물론 헤르메스 길드나 일반 유저들 중에도 그를 증오하거나 미워하는 자들이 아주 많았다.

"뭐, 죽일 테면 죽여라."

위드는 쌍봉낙타를 짊어지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당연히 죽일 것이다."

"놈은 우리의 몫! 누구에게도 내줄 수 없다."

"마녀들의 목숨 값을 너에게 받아 내고 말 것이야."

청동 거인들과 마녀 페쳇이 경쟁하듯이 가까이 다가왔다.

유감스럽게도 청동 거인들이 갖고 있는 원거리 공격 방법이라 봐야 무식하게 돌이나 특별히 제조된 큰 창을 던지는 것밖에는 없다.

공성전에는 정말 탁월한 공격 방식이지만, 자신보다 훨씬 작은 인간을 상대로 쓰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다.

대신 발로 밟거나 창을 휘둘러서 후려 팰 수 있으리라!

마녀 페쳇은 특수한 붉은 기운이 감도는 양손을 내밀고 둥둥 떠서 날아왔다.

그녀의 능력은 상대방의 힘 흡수!

약해진 위드를 다른 이들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제일 먼저 날아왔다.

"어림없다, 마녀여!"

위드는 쌍봉낙타를 내려 두고 말살의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유령처럼 모든 것을 통과시키는 그녀는 공격을 무시한 채 손톱을 휘둘러서 그를 베었다.

 - 적의 몸을 베었습니다.

  아무 피해를 입히지 못했습니다.

 - 마비 효과에 의해 움직임이 3% 감소합니다.

 마녀 페쳇이 옆구리를 할퀴어서 생명력이 4,382 떨어졌습니다.

위드의 무지막지한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페쳇의 진짜 몸에 대한 피해를 입힐 수는 없는 상태!

포위망이 펼쳐져 있다 보니 도망을 치지 못하고, 몸에 깃든 저주들도 수십 가지에 달했다.

반지하 월세방에 살면서 그날 먹을 라면도 떨어진 것 같은 최악의 상황!

하지만 그러한 점은 차치하더라도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페쳇을 상대하는 공격은 둔하고 뻔하기 그지없다.

위드가 항상 자랑하는 공격 스킬의 연계나, 상대방의 후속 동작을 예측하는 움직임조차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육체를 갖지 않은 적에게 공격은 무용지물이라서 그렇다고 쳐도, 페쳇의 손톱은 공격 거리가 짧아서 피하려고만 한다면 간단히 막거나 물리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다소 어색함이 느껴질 정도로 고지식하게 쌍봉낙타의 앞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싸웠다.

마치 쌍봉낙타를 지켜 주기 위해서 떠날 수가 없는 것처럼!

'역시 아까는 본마음이 아니었어. 내가 주인을 제대로 모셨구나.'

움직이지도 못하는 쌍봉낙타가 다시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감동했다.

"쌍봉이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종말의 날!"

그리고 큰 스킬을 준비하다가 페쳇에게 붙잡혔다.

"오호호, 잡혔구나!"

 - 육체가 마비되었습니다. 스킬이 강제 취소됩니다.

 - 생기 흡수!

생명력과 마나, 체력을 매초마다 1,390씩 강제로 빼앗깁니다.

강제 제압 스킬에 의하여 현재 발휘할 수 있는 힘이 79%로 감소합니다.

10초마다 훈련이나 모험의 성공으로 획득한 스탯을 영구적으로 조금씩 빼앗기게 됩니다.

미라처럼 완전히 말라붙어서 죽음을 경험하게 되면 생명력과 마나의

최대치가 최소 사흘에서 1달간 낮아지는 부작용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대마녀 페쳇은 상대방의 기운을 그대로 빨아들인다.

위드는 이미 알고 있었고, 또 이를 노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시체 폭발과 같은 숭고한 마법을 쓸 생각을 한 건 물론 아니었다.

네크로맨서 마법은 현재 쓰지도 못할뿐더러, 그렇게 자신을 희생해서 세상을 올바르게 만들면 뭐하겠는가.

'이게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생기를 흡수하면서 대마녀 페쳇의 몸이 미세하지만 조금 더 선명해졌다.

긴 머리카락은 곤두섰고, 몸 전체에서 검붉은 기운이 발산되었다.

다른 차원에 있던 육체가 이 세계로 넘어오고 있는 것이리라.

 - 생명력이 43,746 남았습니다.

   힘이 영구적으로 4 감소합니다.

   명예가 영구적으로 4 감소합니다.

위드는 차분히 노리고 있었다.

기회가 두 번 있는 것이 아니기에 조금 더 확실하게 될 순간을 기다렸다.

생명력이 30,000까지 떨어지고, 스탯을 17개나 잃어버렸을 때.

위드는 간신히 고개를 돌려 쌍봉낙타에게 눈을 깜박였다.

'아, 주인이 최후를 맞이하기 전에 나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구나.'

끔벅끔벅.

쌍봉낙타도 큰 눈을 감았다 뜨면서 알아들었다는 표시를 했다.

'잘 가라, 주인. 곧 따라가마.'

위드의 인상은 더욱 찌푸려지고 구겨졌다.

마치 저런 걸 내가 생명 부여하고 나서 보리 빵을 먹었지하며 후회하는 표정!

쌍봉낙타는 감동에는 약해도, 눈치는 대단히 빠른 편이었다.

칭찬보다는 욕과 잔소리만 듣고 살아오다 보니 표정 변화에 있어서만큼은 아주 빨리 이해했다.

'저건 내가 답답하고, 멍청하고, 게으른 짓을 할 때나 짓는 표정인데.'

그사이에도 위드는 죽음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위드가 갑자기 가장 행복한 순간처럼 활짝 웃으면서 입을 질겅질겅 우물거렸다.

맛있고 신선한 당근이라도 먹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얼굴로 의사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었다.

쌍봉낙타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이해했다.

위드가 사막에서 성장을 할 때, 초반에는 레벨이 낮아서 쌍봉낙타가 가까이 따라다니면서 보살펴 주던 시절이 있었다.

매번 무리하고 힘든 사냥만 하느라 위험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 몬스터들의 공격으로 위드가 위험에 빠진 순간 뒷발차기를 해서 물리쳤더니, 상으로 당근을 준 적이 있다.

위드의 부축을 받으면서 여기까지 오다 보니 쌍봉낙타는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지만 약간 움직일 수는 있었다.

앞발을 비틀거리면서 간신히 몸을 일으켜서 페쳇을 향해 엉덩이를 뒤로하고 돌았다.

그리고 강렬한 오른쪽 뒷발차기!

"꺄악!"

위드에게 붙어 있던 페쳇이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 마비가 풀렸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종말의 날을 썼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불의 세계!"

 - 말살의 불도마뱀 왕의 심장에 담겨 있는 마나가 세상에 내보내집니다.

   상급 불의 정령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양분.

   고귀한 정령들이 이를 먹어 치우기 위하여 강림할 것입니다.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공기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유성우가 떨어지고 난 이후로 온도는 부쩍 올라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달아오르는 기온은 마치 불구덩이 속을 방불케 했다.

그리고 갑자기 사방에서 나타난 온갖 불의 정령들!

 ㅡ 여기에 순수한 불의 기운이 넘치는구나. 소환자여, 그대가 원하는 것은?

위드는 단호하게 명령했다.

"다 태워라. 모든 것을 깨끗하게!"

 ㅡ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리라.

지상에 강림한 적이 드문 상급 불의 정령들의 힘에 의하여 세상이 화염에 뒤덮였다.

화염은 광신도와 괴물, 기사, 사제, 청동 거인을 가리지 않고 집어삼켰다.

"캬하악!"

마녀 페쳇은 도망치기 위해서 땅을 구르면서 멀리 떨어지려고 했다.

위드는 그녀가 생기를 흡수하기 위해서 다가올 때는 이렇게 할 강한 저항을 하지 않고 붙잡혀 줬다.

공격을 하더라도 자신의 힘만 빼는 것이지 다른 차원에 육체가 있는 그녀에게 타격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화장실을 갔다 나온 것처럼 달라진 상황.

"다른 하나의 검 소환."

위드의 근처에서 빛으로 된 검이 소환되더니 즉시 마녀 페쳇의 몸을 베었다.

"캬아악!"

마녀는 마법사와 비슷하면서 저주와 주술에 매우 탁월한 능력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력이 낮은 것이 보통이었지만, 페쳇은 이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위드는 다리가 불편했지만 땅을 박차고 페쳇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이번에 마녀를 놓쳐 버린다면 다시는 기회를 얻지 못하리라.

그사이에 육체를 다시 다른 차원으로 돌려보내려고 하는 것인지, 마녀 페쳇의 몸이 조금씩 투명하게 일렁거렸다.

"흑기사의 일격, 달빛 조각 검술!"

불과 빛으로 이루어진 조각 검술이 마녀 페쳇의 몸을 연속으로 갈랐다.

 -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적이 외우고 있는 마법 주문을 무력화시킵니다.

 - 흑기사의 일격!

  돌이킬 수 없는 공격이 주변의 적들에게 발동합니다.

주변에 수많은 적들이 있지만 지금 위드는 그들에 대해서는 일절 신경을 쓰지 않았다.

모든 공격이 마녀 페쳇에게 집중되었다.

"꺄아악!"

페쳇은 비명을 토해 내면서도 끈질기게 죽지 않았다.

"틀을 벗어나지 못한 인간 주제에 제법이구나. 하지만 죽음은 너의 곁에 가까이 있을 것이다. 알라노프의 관이여, 여기 안장되어야 마땅한 시체가 있으니……."

마녀는 공격을 당하면서도 주문을 외웠다.

위드의 생명력도 간당간당한 상태였으니 무슨 공격이든 당하기만 하면 무조건 죽을 판!

 - 공격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 공격이 무력하게 통과했습니다.

 - 적을 베었습니다.

페쳇의 몸을 분명히 베었는데도 헛수고로 돌아가는 경우도 절반이 넘게 되었다.

마법이 완성되느냐 혹은 위드가 죽느냐의 짧은 순간의 승부!

위드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심장이 있는 부위를 연속으로 찔렀다.

 -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96%의 피해를 추가합니다.

 -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283%의 피해를 추가합니다.

 -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485%의 피해를 추가합니다.

 -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721%의 피해를 추가합니다.

다시 제대로 터져 나온 일점 공격술!

조각 파괴술을 써서 모든 예술 스탯을 힘으로 몰아넣은 상태이기도 하였기에 공격력만큼은 어마어마했다.

드디어 페쳇의 몸이 거울이 깨지듯이 흩어지더니 회색빛으로 변했다.

그리고 퍼져 나오는 수백 가지의 영롱한 마나들.

 -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 나룻 계곡의 지배자이며 악독한 연금술사, 대마녀 페쳇이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습니다.

 - 위대한 업적으로 인하여 명성이 19,238 올랐습니다.

 - 전투에 대한 특별한 보상으로 모든 스탯이 6 상승하셨습니다.

위드가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게 되면 레벨과 스킬 숙련도 등은 다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모험이나 전투 공적을 쌓으면서 얻은 추가 스탯들은 온전히 자신의 것.

대마녀 페쳇이 죽으면서 떨어뜨린 아이템도 대단했다.

드래곤의 뼈 피리, 공간의 망토, 지옥의 반지, 영원의 팔가리개.

위드는 나머지 아이템들은 수거했지만 지옥의 반지는 줍거나 정보를 확인하지도 않고 말살의 검을 휘둘렀다.

1마리의 마물이라도 덜 내려오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 지옥의 반지가 깨졌습니다.

엠비뉴 신이 남긴 성물 중의 하나, 지옥과의 연결 통로를 만들 수 있는 반지는 완전히 부서졌습니다.

   지옥과 연결된 통로가 닫히게 될 것입니다.

 - 지옥의 문이 열림으로써 줄어들었던 병사들의 사기가 원래대로 회복 됩니다.

   희망을 얻어 일시적으로 사기의 최대치가 140%가 됩니다.

 - 신앙의 효과가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 흑마법은 더 이상 강하게 발현되지 않습니다.

"하나는 해결됐군."

위드는 바로 땅에 쓰러져 나뒹굴었다.

생명력, 체력, 마나. 그 어느 것도 넉넉하지가 않았다.

대마녀 페쳇에게 그대로 흡수당해서 죽어 버리기 직전이었던 것이다.

 - 불의 기운을 통해 생명력을 보충합니다.

불의 세계가 펼쳐져서, 떨어져 있던 위드의 생명력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러는 사이 괴물들과 청동 거인들은 아우성을 쳐 대면서 무수히 많이 죽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불의 세계가 유지되는 시간도 잠깐.

엠비뉴의 군대에 포위되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위드는 생명력도 보충할 겸 불의 세계 속에서 잠깐 쉬기로 했다.

"그래도 희망이 보여. 페쳇도 처치했고, 엠비뉴의 군대도 턱없이 많이 줄어들었을 테니까."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대재앙에 유성우, 불의 세계까지 덮쳤다.

엠비뉴의 군대는 위드를 죽이기 위하여 빼곡하게 모여 있었던 만큼 피해가 더 크지 않겠는가.

그때 대사제 모툴스와 잉그리그가 시선을 마주쳤다.

"이교도 주제에 제법 능력을 가지고 있군."

"그러나 파멸을 관장하는 엠비뉴 신의 뜻을 거스르진 못하리라."

"물론이다."

그리고 잉그리그는 주문을 외웠다.

 - 약속된 믿음의 종들아, 너희의 육신은 영원히 썩지 않을 것이며 영혼조차도 지옥으로 가지 못한다. 자유와 안식, 평온은 우리의 신성한 약속에 의해 허락되지 않았다. 엠비뉴의 뜻에 따라 불멸의 존재가 되어 살육과 파괴의 축제를 벌여라!

잉그리그의 신성 마법이 들모레 대평원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러자 완전히 깨끗하게 죽어 버렸던 광신도와 괴물 들의 육체가 생성되더니 다시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재앙으로 깊숙한 땅속에 묻혀 버렸던 자들도 순차적으로 다시 올라왔다.

유성우에 의하여 흔적조차 남지 않고 박살이 나 버린 자들까지도 되돌아왔다.

청동 거인들의 몸조차도, 느리지만 다시 생성이 되어 갔다.

『 대사제 잉그리그의 광신 군대!

파괴를 추구하는 광신도들은 엠비뉴 신에 의하여 불멸의 약속을 부여

받았습니다. 영혼과 육체는 신에게 완전하게 종속되어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사제 잉그리그가 불멸의 약속을 증언하는 한, 어떤 상태에도 완전한

부활을 하며 세상을 파괴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불멸의 약속을 막으려면 잉그리그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에 해야 합니다. 』

대마녀 페쳇과 그 휘하의 마녀들은 소속이 달라서 해당이 되지 않지만 광신도와 괴물, 징벌의 사제, 극악의 기사 들은 끝없이 되살아난다.

시체가 다시 일어나는 언데드 소환과는 아예 다르게, 완벽하게 멀쩡한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온다.

전투의 초창기에 해치워 버렸던 거북이 군단도 추락했던 땅에서 다시 날아올랐다.

거북이의 넓은 등에 배치된 궁수들까지도 원래대로 나타났고, 그들은 잉그리그의 명령에 따라 대평원을 향하여 날아왔다.

한꺼번에 모든 군대가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광신도와 괴물 들은 제법 무서운 속도로 복구가 되었다.

위드는 그러한 광경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째 일이 그래도 할 만하다고 느껴지기는 했는데."

산 너머 산 정도가, 보통 아득하고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도 하고 성취감을 가질 수 있는 난이도가 아닌가.

이건 산 너머 낭떠러미, 산성 호수, 심해, 해저 동굴, 해저 협곡, 용암이 분출되는 분화구 수준의 퀘스트였다는 사실을 이 순간 위드는 비로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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