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7권 : 9) 팔로스 제국력 (247/520)

9) 팔로스 제국력

베르사 대륙에 변화가 찾아왔다.

과거에도 위드의 모험이 성공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얼음이 뒤덮고 있던 북부가 살 만한 장소가 되었고, 불사의 군단이 사라지고, 태초의 도시가 발견되었다.

새로운 정령들이 생겨나고, 위대한 건축물, 도시 들이 북부 대륙에 세워진 것도 커다란 영향을 남긴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수히 많은 유저들 그리고 그보다도 훨씬 많은 주민들이 살아가는 베르사 대륙이지만 위드만큼 큰 변화를 일으킨 사람이 어디에 또 있을끼ㅏ.

이번에도 엠비뉴 교단에 승리를 거두자마자 유저들이 살아가는 베르사 대륙이 변화했다.

로자임 왕국의 아루드 강가.

스핑크스와 피라미드가 있던 장소로, 현재는 엠비뉴 교단에 의해서 파괴되어서 돌무더기들만 즐비하게 널려 있다.

악으로 물든 쓸모없는 황무지에서 유저들이 몸을 웅크리고 숨었다.

"쉿! 조용히."

"들키면 끝장이니까. 천천히 가자."

엠비뉴의 지배 아래에 있는 땅이었지만 일부 유저들은 살아가고 있었다.

고향인 로자임 왕국을 차마 떠나지 못한 것이다.

사냥도 어렵고, 정상적인 생활도 불가능하다.

광신도나 종교재판관에게 들키면 바로 목숨을 잃어야 했으니 유저들에게는 젊망에 가까운 땅.

유저들은 대낮에만 활동하고 밤이면 은신처인 숲에 숨어야 했다.

검게 타 버린 흔적이 남아 있는 황무지를 지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꽃들이 활짝 피어났다.

땅이야말로 모든 회복력의 근원.

생기를 억누르던 엠비뉴의 마력이 사라지면서 과거처럼 비옥한 땅으로 다시 변해 갔다.

곡식을 심더라도 수백만 명이 먹을 수 있을 테지만, 당장은 아루드 강을 끼고 넓은 강가에 온갖 꽃들이 피어났다.

"뭐야, 이거?"

유저들은 신기해서 아는 사람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고 귓속말을 보내 봤다.

 - 정말이야?

 - 응. 갑자기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 모르겠어? 오늘은 위드가 엠비뉴 교단과 싸우는 날이잖아.

 - 그러면 그거 때문에?

 - 방송으로 보고 있는데 아직 그 부분까지는 안 나왔어. 근데 모험이 성공한 모양이야. 진짜 대박이다!

부서졌던 스핑스크와 피라미드도 서서히 거짓말처럼 복원 되었다.

과거의 역사가 바뀌면서 엠비뉴 교단이 로자임 왕국에 남긴 깊은 상처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세라보그 성도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지고, 몰살당한 국왕과 왕족들이 되돌려졌다.

마을들도 숱하게 복구되었다.

변화는 베르사 대륙의 동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중앙 대륙!

가장 많은 유저들과 주민들이 살아가는 땅.

명문 길드들의 분쟁은 하벤 제국의 승리로 종식되었지만 전투는 끊이지 않았다.

갈수록 넓어져 가는 엠비뉴 교단의 영토로 인하여 도처에서 파괴와 반란이 일어났다.

광신도들만이 살아가는 도시들, 괴물의 생산 기지로 변한 마을들도 한둘이 아니다.

중앙 대륙의 왕국들은 하벤 제국의 공격에 의해 점령되었지만, 엠비뉴 교단에 의하여 자멸한 국가들도 많았다.

엠비뉴의 세력 팽창으로 인해 하벤 제국조차도 긴장한 채로 그들을 몰아내기 위한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쟁으로 인한 화가 중앙 대륙을 다시 휩쓸려고 하는 이때!

무너졌던 도시들이 원래보다 더욱 크게 세워지고 황폐화 되었던 대지들이 복원되었다.

엠비뉴를 따르거나 혹은 그들에 의해서 죽어 갔던 주민들이 사라졌던 도시에서 다시 나타나서 일을 했다.

"올해는 풍년이었으면 좋겠어."

"그러게 말일세. 루의 교단에 기부라도 좀 하고 싶은데 말이야."

도시들이 복구되고 주민들이 다시 살아간다.

기술력이 발달하고, 문화가 번성하며, 경제가 꽃을 피운다.

위드가 전쟁의 시대에서 파괴해서 피해를 끼쳤던 이전보다 몇 배에 달하는 번영과 발전이 이루어졌다.

중앙 대륙은 아주 넓었다.

베르사 대륙은 동, 서, 남, 북, 중앙으로 구분을 하지만, 그중에서도 중앙 대륙은 다른 모든 지역들의 인구와 영토를 합한 것만큼이나 컸다.

남부 고요의 사막 너머 불모의 대지, 북부 빙하 지역 너머의 결빙의 땅, 동부의 끝없는 바다와 섬들을 포함하면 중앙 대륙이 그보다 더 넓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영토로서 다른 네 곳을 합한 것보다도 컸다.

페어리들의 숲, 엘프들의 수림, 목숨을 내놓아야 들어갈 수 있는 드래곤의 영토, 거인족의 유적지.

매우 다양한 지형과 사냥터, 모험이 있다.

엠비뉴 교단에 의해 물들었던 그 넓은 땅이 정상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유저들은 처음에는 이러한 변화를 잘 몰랐다.

선술집에 왁자지껄 모여서 대형 벽럴이 수정을 통해 위드의 모험을 지켜보고 있었던 게 전부다.

그런데 그들이 알고 있는 유저들이 귓속말을 해 온다.

 - 내가 퀘스트 재료 구하려고 이네프 성에 왔잖아.

 - 그런데?

 - 여기 엠비뉴 교단 싹 사라지고 부서진 이네프 성도 3달 전처럼 돌아왔는데.

 - 진짜야?

그렇게 변화가 알려졌지만, 유저들이 보는 앞에서 바뀌어가기도 하였다.

"제발 살려 주세요!"

"엠비뉴를 따르지 않는 자, 고통스러운 죽음뿐이다!"

돌아다니던 종교재판관들에게 사로잡힌 초보 유저들!

그들은 눈을 질끈 감고 종교재판관의 무식하기 짝이 없는 철퇴가 날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근처에는 엠비뉴에 세뇌된 기사들까지 있어서 도망은 꿈도 못 꿀 상황!

그런데 종교재판관의 몸이 회색빛으로 변하더니 마치 목숨을 잃을 때처럼 가루로 변해서 사라졌다.

"자네들 왜 그러고 있나?"

"넷?"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엠비뉴에 세뇌되어 그들을 따르던 기사들은 얼굴에 힘줄이 돋아나고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평범하고 우직한 기사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땅이 차가울 텐데 왜 엎드려 있는지 모르겠군. 어서 일어나게."

기사들은 따뜻한 손으로 초보 유저들을 일으켜 주었다.

중앙 대륙의 엠비뉴 교단 세력이 십분의 일 이하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 사실은 위드의 모험이 성공으로 끝난 것과 동시에 알려져 중앙 대륙 유저들을 광란의 기쁨으로 몰고 갔다.

 - 위드는 진짜 강아지 같은 놈입니다. 그놈 때문에 어렵게 장만한 집이 날아갔어요. 주민들도 다 사라졌습니다. 제가 입은 피해는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는데… 흑흑.

 - 내 가게! 위드의 악마 같은 짓으로 이 도시는 엉망진창이 되었어요. 주춧돌까지 완전히 날아가서 주민들이 오분의 일로 줄어들고 경제력, 기술력 말할 것도 없이 망했습니다. 유일하게 좋은 점이라면 도둑이 줄어든 거죠. 털 게 없거든요. 오죽하면 이렇게 되었을까요?

게시판마다 옮겨 다니며 위드에 대한 비난 글을 올리던 중앙 대륙의 유저들!

위드가 전쟁의 시대에서 폭군 활동을 하며 도시들을 파괴해서 수많은 유저들이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었다.

로열 로드에서는 다른 유저들의 모험이나 침략으로 인해서 손해를 보는 것 정도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명문 길드들이 대립을 하며 전쟁을 일으켜 성을 빼앗는 와중에 죽음을 경험하기도 한다.

상권 위축, 사냥터 제한 등의 부차적인 피해를 본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하벤 왕국이 칼라모르 왕국, 브리튼 연합 도시 등을 점령 할 때에도 유저들은 바뀐 세상에 적응을 하면서 살아갔다.

어차피 약육강식의 세계이니 그렇게 전쟁으로 손해를 보는 건 그나마 납득하고 받아들였지만, 한 개인의 모험으로 인해서 피해를 보니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원래 위드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반대로 중앙 대륙의 유저들은 위드를 우상처럼 생각했다.

그러한 위드의 모험으로 인하여 살아가던 터전을 날려버린 유저들은 분노하여 비난 글을 올리고 있었다.

 - 위드 신발아기, 더럽고 치사해서 진짜… 내가 그놈 때문에 본 피해를 생각하면…….

 - 다시는, 다시는 위드를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사나이가 한을 품으면 한겨울에 물놀이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말이죠. 로열 로드를 하는 동안에는 평생 증오하면서 살 겁니다.

 - 위드가 돌아오기만 하면 죽여 버립시다. 위드 척살조 대모집 중!

그러다가 중앙 대륙의 변화가 유저들에게 알려졌다.

몰락한 도시, 폐허밖에 남지 않은 도시, 인구가 절반 이하로 감소한 도시들이 새롭게 바뀌었다.

엠비뉴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그들의 점령 아래에 있던 대도시, 상업 도시, 관광도시 등이 안정된 치안과 함께 과거의 영광을 화려하게 회복했다.

도시들은 유저들이 예전에 살아가던 로열 로드의 초창기 이상으로 훨씬 엄청난 번영을 구가했고, 검과 마법의 발달도 이루어졌다.

중앙 대류륙 전체에 걸쳐서 주민들이 늘어나고 100여 개의 새로운 도시들이 생겨나면서 교류를 한 덕분이었다.

그리고 로열 로드의 모든 유저들에게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띠링!

『 전쟁의 시대를 종식시킨 팔로스 제국!

역사가들은 전쟁의 시대를 협잡과 배반, 모략, 폭력이 지배하던 시기로 규정지었습니다.

탐욕스러운 왕과 귀족들에 의해 전투가 끊이지 않던 시대!

무고한 주민들이 전쟁터에서 죽어 나가고, 과도한 세금을 못 이겨

저항을 꿈꾸다가 진압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기사들은 충성심을 갖고 명예롭게 행동하는 대신에 잔인하고 폭력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에 엠비뉴의 암운이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자들은 많지 않습니다.

광활하고 메마른 모래의 땅에서 올라온 정복자는 대륙의 암운을 깨긋하게 걷어 내고 새로운 질서를 창출해 냈습니다.

팔로스 제국!

낙타를 탄 전사들의 시미터에 의해 세워진 국가입니다.

사막의 문화와 전통을 계승한 제국은 칼로 전쟁의 시대를 끝내며 막강한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강대한 무력을 갖춘 그들은 무려 80여 년간 대륙을 지배하면서 힘에의한 세계 질서를 유지하였습니다.

고질적인 사막 부족들끼리의 분쟁과 점령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8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강자를 우대하는 그들의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식 때문이었습니다.

우수한 사막의 전사들은 왕국 기사들로서도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들은 대륙을 연결하는 도로를 개설하여 상업을 장려하였고, 몬스터들을

완벽히 토벌하여 치안을 확고하게 다스렸습니다.

원로원의 내분으로 인해 다투지 않았더라면 팔로스 제국의 통치는 더욱 길게 이어졌을 것입니다.

팔로스 제국력

0년_ 마폰 왕국과 베이너 왕국과의 영토 전쟁에서 승리, 조건 없는 항복 선언을 받음.

     대륙의 암운인 엠비뉴 교단을 물리치다.

     모든 국가들이 팔로스 제국을 존중하며 두려워함.

     대제왕 위드는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나며 원로원에 통치를 위임함.

2년_ 점령지에서의 반란 발생. 공국 노아와 루프레아 소속의 6개 도시가 참여.

     팔로스 제국의 넘쳐 나는 사막 전사들이 가볍게 제압.

     갑자기 저질러진 잔인한 약타과 파괴는 추가적인 반란을 봉쇄함.

3년_ 전쟁의 시대에 악화된 치안으로 인해 몬스터 무리가 대륙에 크게 날뜀.

     팔로스 제국에도 침입하였으나 국경 주변에서 섬멸.

     왕국들이 넘쳐 나는 군사력을 두려워하며 조공을 바침.

     제국의 전성기 시작.

5년_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흉년.

     팔로스 제국은 넘치는 재물로 식량을 비축해 놓아서 피해를 입지 않음.

6년_ 위대한 사막의 전사 모비스 탄생.

     모든 사막인들이 존경하는 위드이 뒤를 이어 태양의 전사가 됨.

9년_ 원로원 영토 확장을 결의.

     팔로스 제국의 의하여 마폰 왕국 멸망.

     전쟁 중의 극심한 파괴로 인하여 다른 국가들과의 외교 악화.

15년_ 사막 지역의 출생률 급증.

      중앙 대륙의 발전된 농사 기술의 전수로 식량 생산량 증가.

      라호스, 대륙 10대 도시에 선정.

      주민들은 사치와 풍요에 빠지게 됨.

      사막 지역의 특산품인 물 담배가 대륙 전체에 인기를 끌기 시작.

21년_ 부르칸 부족과 크실리야 부족 간의 대규모 내전 발생.

      연맹을 맺은 다른 사막 부족 43개 합류.

      숱한 시체들과 앙금을 남기고 휴전.

34년_ 사막 전사들의 세대교체.

      대제왕 위드와 함께 전투를 치렀던 사막 전사들 절반이 흙으로 돌아감.

52년_ 네브론의 흑마법사 침공.

      팔로스 제국과의 3년 전쟁 발발.

      흑마법사는 전사 모비스에 잡혀 처형됨.

      그러나 죽기 전 사막의 오아시스들에 독을 살포함.

      해독이 까다롭고 늦어져서 오아시스 도시들 여섯 군데가 폐쇄.

66년_ 원로원 내부에서 분쟁 발생.

      또다시 부르칸 부족과 크실리야 부족 간의 전쟁으로 이어지게 됨.

      사막 부족들 대부분이 참여한 내전으로 격화.

69년_ 팔로스 제국의 곳간이 비게 됨.

      전사들을 우대하는 정책으로 인해 생산과 상업 부분에서 다른 국가들에 뒤처지고 숙련도 높은 장인들이 부족.

      타국과의 교역 불균형이 갈수록 심해짐.

71년_ 원로원 극적인 화해.

      감소한 제국의 금 수입을 회복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 침략을 결정.

72년_ 점령지에서의 반발.

      사막 전사들이 출진하였으나 방책과 요새, 마법으로 저항.

      다간 왕국 재건국.

74년_ 위대한 사막의 전사 모비스 은퇴.

77년_ 팔로스 제국에 저항하는 국가들의 숫자가 6개로 늘어남.

      콜튼 원정 실패.

81년_ 점령지 대부분에서 반란 발생.

      사막 전사들은 여전히 뛰어난 무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진압과 통치를 위한 병사들이 부족.

      팔로스 제국 점령 지역을 버리고 사막으로 철수 결정.

83년_ 사막 부족들의 뜻이 갈라짐.

      팔로스 제국의 공식적인 해산.

*역사서에 팔로스 제국이 새로 나타납니다. 관련 모험들이 생성되었습니다.

*대륙 남부 지역이 경제적, 기술적으로 발달합니다.

*중앙 대륙에 사막의 문화가 유입된 도시들이 생성됩니다.

*사막 지역에서 특출난 전사가 탄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사막 지역의 아이들은 뛰어난 전사가 되기 위한 꿈을 크게 키울 것입니다. 』

팔로스 제국은 역사적으로 보면 큰 발자취를 남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예정보다 빨리 전쟁의 시대를 종식시킬 수 있었다.

그로 인하여 훗날의 세계에는 큰 번영과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위대한 사막의 대제왕 위드가 세운 업적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의 영웅적인 행보는 긴 시간을 거슬러 현재를 바꾸어 놓았다.

게시판에 열심히 비난 글을 올리던 유저들은 서두럴 자신의 글을 지웠다.

좋든 싫든 자신들이 살아가는 하벤 제국.

원래에는 없었던 숱한 도시들이 생겨나고, 문물도 훨씬 발달했다.

파괴되었던 도시들이 예전보다 훨씬 더 크게 생성된 경우도 있으니 그 기쁨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

 - 전쟁의 신 위드!

 - 캬아, 우리를 생각해 주는 건 과연 위드밖에 없네요.

 - 고맙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살아 보겠습니다.

 - 방 한 칸짜리 집이 부서져서 계속 욕을 했는데… 지금 가 보니 대저택으로 바뀌어 있네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

"설마 했는데 정말 말도 안 되게 성공해 버렸군."

라페이는 모사꾼으로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백 가지 가능성을 고려한다.

위드가 모험을 실패하여 엠비뉴 교단이 크게 활약하는 것이 확률이 가장 높은 상황이었다.

실리로 따지더라도 모험을 실패하는 쪽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으니까.

 - 프롬펜에 결집했던 광신도의 군대가 소멸했습니다.

 - 랑켄 성의 엠비뉴 숭배자들이 보통 주민들로 돌아왔습니다.

엠비뉴 교단을 처리하기 위한 전투준비까지 갖춰 놓았는데 허망하게 사라져 버렸다.

텔레비전으로 위드의 모험을 보고 내린 라페이의 판단은, 물론 유성 소환과 같은 놀랄 만한 장면들도 있었지만 결국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퀘스트를 성공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군. 어이가 없어."

그렇게 힘든 모험을 성공한 것도 기가 막히지만 그 결과가 초래한 것은 무엇인가.

중앙 대륙에서 하벤 제국을 위협하던 엠비뉴의 세력은 초라할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큰 변수가 없다면, 앞으로 지속적으로 경계를 하는 한 엠비뉴로 인한 피해가 커지진 않을 것이다.

"정말 멍청하군."

라페이는 괜히 웃음이 나왔다.

사람들이 노력을 한다.

그 이유는, 어떤 대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자기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다.

위드는 모험을 성공시켜서 다시금 유명세를 떨치게 될 테지만, 달콤한 과실은 하벤 제국이 다 차지하게 되리라.

"죽 쒀서 개 준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걸 다 얻어먹게 되는군."

하벤 제국의 황실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저들이 모여 있었다.

유명한 성과 도시, 기사단을 지휘하는 유저들!

일찍부터 헤르메스 길드에 소속되어 공적을 세운 이도 있고, 점령 작업 중에 영입된 랭커도 있다.

이른바 헤르메스 길드의 최정예들이 전투준비를 갖춰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북부로 갑니다."

라페이의 말에 놀라는 사람은 1명도 없었다.

엠비뉴 교단, 혹은 북부 정벌. 둘 중의 하나는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벤 제국을 지키기 위한 전투보다는 기왕이면 영토와 도시를 얻을 수 있는 정벌이 훨씬 좋다.

엠비뉴 교단과의 번거로운 내전을 생략하고 바로 베르사 대륙 정복의 깃발을 들 수 있는 것.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중앙 대륙을 장악한 순간 베르사 대륙을 거의 통일했다고 생각했고, 절차상 나머지 과정들이 조금 남아 있다고 여겼다.

북부까지 복속시킨다면 유저들이 제대로 결집하지도 못한 동부와 서부는 어렵지 않게 장악할 수 있으리라.

어쩌면 군대가 도착하기도 전에 스스로 항복을 할지도 모른다.

"북부 원정군은 12개의 군단이 함께 출진합니다."

라페이와 참모부에서는 북부 정벌에 대한 계획서까지 꼼꼼하게 작성해 놓았다.

과거 위드에게 호된 맛을 보여 주기 위해 시도했던 북부 원정이 실패로 끝나면서 얻은 자료들이 상당하다.

북부에서는 유저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고, 보급에도 차질이 있다.

결론은, 어설픈 병력으로 다시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각 군다닝 30만씩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12개 군단이라면 총 360만에 달하는 엄청난 병력!

하벤 제국의 군대는 총 20군단까지 있었으니 절반이 넘는 병력이 원정대에 속했다.

제국에서도 이만한 병력을 다 훈련시키며 유지할 여력까지는 없었다.

중앙 대륙을 석권한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35만 정도 되고, 정복 과정에서 지나칠 정도로 늘어나게 된 NPC 병사들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 중에는 다양한 직업군들이 속해 있었고 그들은 온갖 전투에 익숙하다.

각 군단별로 그리고 부대별로, 지휘관들은 병사들의 능력을 상승시켜 주는 기사들로 구성되었다.

왕국 하나를 점령할 때 동원되는 것이 2~3개의 군단이었으니 라페이도 북부 정벌에 매우 큰 힘을 쏟고 있는 것이었다.

기사들이 지휘하는 하벤 제국의 12개 군단은 무적의 군대라고 불러도 무방하리라.

"꼭 이 정도까지 해야 됩니까?"

"아르펜 왕국의 병력은 10만도 안 됩니다."

군단 지휘관들에게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고작 북부를 정벌하기 위해서인 것치고는 지나치게 과도한 병력이 출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상대햐야 할 것은 아르펜 왕국뿐만이 아니라 북부의 유저들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오합지졸에 불과한데……."

과거 북부 정벌군을 이끌었던 렌슬럿은 불과 7만의 병력을 데리고 갔다.

무사히 중앙 대륙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몰살을 당하기는 했지만, 북부의 유저들을 수십만 명은 죽였다.

중앙 대륙과 북부는 총 전력으로 봐서 싸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바드레이를 비롯한 핵심 유저들이 이끄는 정예 군단들은 각자가 왕국을 상대로 싸울 수도 있는 전력이다.

"대륙 통일을 위한 전투이니 준비가 지나치다고 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목적은 북부의 초토화. 보급에 필요한 나머지 준비를 마치고 나서 사흘 후 진격합니다."

하벤 제국의 황궁 앞에서는 대륙 통일을 위한 출정식이 성대하게 치러졌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머릿속에는 이번 전쟁이 시시할 것 같다는 생각이 공통적으로 들었다.

전쟁에서 자신들은 결코 지지 않는다.

과거의 북부 정벌과는 병력의 규모와 질에서 완전히 다르다.

바드레이도 황제 친위군을 이끌고 직접 나설 뿐만 아니라, 상대편에는 전쟁의 신이라고 불리는 위드도 없지 않은가.

'우리는 항상 이기는 싸움을 하니까.'

'헤르메스 길드에 속해 있으면 답답한 일은 없어서 좋군.'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이기는 싸움에 익숙해졌다.

철저한 규율과 복종, 힘에 의한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효율서을 극대화한 승리를 할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쟁의 신 위드의 모험을 좋아하고 그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린 적도 있지만,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알았다.

로열 로드에서 대단한 업적을 이룬 위드라고 해도 헤르메스 길드가 전력을 다하는 이상 아르펜 왕국은 파괴되고 당사자는 사로잡혀 죽게 될 것이다.

★★★★★★★★★★★★★★★★★★★★★★★★★★

유병준은 코코아를 마시면서 흥미진진하게 모험을 지켜보았다.

"결국 승리를 거두었군."

대재앙을 부른 직후에 유성 소환을 할 때에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르고 개죽음을 당할 줄 알았는데 바퀴벌레처럼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위드의 가장 큰 자산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생존력!

그리고 도무지 믿을 수는 없지만 부하들을 다스리는 능력도 뛰어났다.

깊이 있는 지혜와 통찰력, 부하들에 대한 신뢰, 전략과 전술. 물론 책임감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예측이 안 될 만큼 보기 드문 쪼잔함을 가졌지만 대신 때때로 대담하고 용감하였으며, 풍부한 상상력에다 어떠한 고난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여 꺾이지 않는다.

어떤 퀘스트와 불리한 전투더라도 정면에서 부딪치거나 측면에서,  혹은 가능하다면 뒤치기도 서슴지 않는다.

즉, 인간 바퀴벌레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정말 죽이기 힘든 놈이군."

시청자들은 다분히 편집이 된 영상을 본다.

웅장한 음악도 틀어 주고, 때때로 멋지지 않은 장면들은 과감하게 통과!

생방송이라고 하더라도 캡슐에서 나오는 영상으로 인해 약간의 시차는 있어서, 중간에 광고도 삽입해 가면서 편집실에서 다음 영상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날것 그대로를 보는 유병준이 위드의 동영상에서 받는 느낌은, 뭔가 대단히 멋지기보다는 살기 위한 발버둥의 연속이었다.

어쩌면 역사에 기록된 영웅들의 일대기들 또한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이 발버둥을 쳐 온 기록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생도 저마다 힘겨운 일들도 겪으면서 극복해 나가고 나이를 머고, 이를 악물면서 살아가는 게 아니겠는가.

★★★★★★★★★★★★★★★★★★★★★★★★★★

"우리의 예상대로 하벤 제국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놈들이 과연 신속하군요."

풀죽신교의 대회합!

풀죽들의 대표자와 각 직업의 대표, 마을과 도시의 대표가 일제히 참석했다.

하벤 제국에는 헤르메스 길드를 중심으로 한 최고의 랭커들이 있다면 풀죽신교에는 각개각층의 사람들이 다양하게 있다.

중앙 대륙의 관점으로 본다면 초보라고 불릴 수 있는 레벨 100대의 유저도 대회합의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죽음을 기꺼이 환영하는 영광스러운 독버섯죽이기 때문이다.

북부에서 시작하여 개척의 기회를 누리고 아르펜 왕국과 함께 성장한 유저들이 대다수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중앙 대륙에서 이주해 온 길드들과 북부의 영주들도 꽤 많이 있었다.

아르펜 왕국의 건국 후 귀족들과 영주들이 대대적으로 늘어났다.

대부분의 땅들은 문화가 확장되거나 주민들의 의지에 의해 왕국의 직할령으로 시작이 되었지만, 유저들이 활약을 하면서 영주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유저들은 공적치를 올리거나 마을을 도시로 발전시키는 활동, 기부금 상납, 특정 퀘스트를 수행하여 영주의 직위에 오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영주가 되었다.

중앙 대륙에서 이주해 오는 고레벨 유저들도 최근에는 영주의 자리에 꽤 욕심을 내는 편이었다.

'우리 길드의 터전을 북부에서 새로 마련해 볼까. 여긴 발전 안 된 곳이 많은 만큼 기회도 열려 있겠지. 산이 많은 곳에는 광산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고, 들판이 넓은 땅은 곡창지대로 쏠쏠하단 말이야.'

'전쟁은 별로 관심은 없지만 여기에서는 모험이나 공적치로도 영주가 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일단 영주가 되고 나면 다른 영주들의 침략으로 땅을 잃어버리는 일도 없을 거란 말이야.'

'음, 멋있겠다. 도시를 다스려 보고 싶었는데 벌어 놓은 돈을 몽땅 써서 나도 영주나 한번 되어 봐?'

북부는 성장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었고, 군사적으로도 내전이 자주 벌어지지 않는다.

아르펜 왕국에서 자체적으로 규제를 한 적은 없지만 일반 유저들이 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욕심 많은 영주가 전쟁을 일으키면 그 땅은 인기가 최하위!

초보 유저들조차도 기피하는 마을이 되어 버린다.

수많은 기회가 널려 있고 발전도 역시 낮은 마당에, 약간의 영토를 얻기 위하여 무리해서 군사를 일으키는 실익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북부의 유저층은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했다.

북부에서 빠르게 성장한 유저들은 레벨 300대를 넘보고 있고, 모라타 같은 곳이라면 다른 지역에서 온 레벨 400대의 유저도 곧잘 발견할 수 있었다.

하벤 제국이 중앙 대륙을 석권한 이후에는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넘어왔는지 통계조차 잡히지 않았다.

어설프게 전쟁을 일으켜 봐야 평판만 나빠지고, 상대편에 고레벨 유저들이 가세해 버리면 그나마 가진 것도 잃어버리지 않겠는가.

그러한 이유로 아르펜 왕국에 속해 있는 영주들은 내실을 기하면서 촌락을 마을로, 마을을 도시로, 그리고 취향에 따라 상업 도시나 관광도시, 문화도시, 생산도시 등으로 개발을 해 왔다.

아르펜 왕국의 급격한 발전의 바탕에는, 일반 유저들의 활약도 컸지만 영주들의 노력 역시 동반된 것이었다.

폐허 마을 모라타에서부터의 성장 기적은 아직도 끊어지지 않고 일주일, 1달이 다르게 변해 가고 있었다.

"하벤 제국이 침공에 동원한 병력이 얼마나 됩니까?"

"지금 열한 곳 이상에서 군단이 움직이고 있답니다."

"으음, 많기는 많군요."

헤르메스 길드의 라페이는 참모부를 결성하여 정보 수집에 대단한 공을 들였다.

하지만 풀죽신교에서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

도처에 널려 있는 일반 유저들을 통해 군대의 움직임 정도는 쉽게 보고가 되었다.

이미 풀죽신교에서도 하벤 제국의 활동에 대해서는 경계를 하고 있었다.

위드와 관계가 나쁜 것을 떠나서, 대륙을 정복하려고 하는 하벤 제국이다.

그들이 언젠가 반드시 북부로도 침략을 해오리라는 걸 알고 대비를 해 왔다.

"절반만 오더라도 감당하기가 쉽진 않을 텐데 지금 움직이는 놈들으 보토이 아닙니다. 하벤 제국에서도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대들인데, 싸워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시겠죠."

중앙 대륙에서 건너온 유저들은 자신들이 패배한 경험들을 이야기했다.

일반 공성전이라면 하벤 제국에서는 더 많은 병력과 장비를 동원하여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한다.

하지만 전투의 규모가 더 커지면 아예 병력으로 상대를 압도하여 싸울 염두도 내지 못하게 하거나, 라페이의 참모부가 개입하며 상대의 혼을 빼 놓는 전술들을 실행한다.

동맹군의 배신, 배반은 우습게 이루어진다.

싸우기 전에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보자고 하지만 전투가 벌어지고 나면 탁월한 전술에 의하여 속수무책으로 농락당하고 만다.

헤르메스 길드는 단지 강한 자들이 모인 게 아니라, 전투 방식에서도 자신들의 능력을 몇 배로 끌어내서 발휘할 줄 알았다.

"그들은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줄 압니다. 패배하고 나면 결국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고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게 만들죠."

하벤 왕국 출신의 유저가 말했다.

그는 한때 하벤 왕국에 자리를 잡은 명문 길드에서 제법 인정을 받으면서 활약을 했다.

하지만 헤르메스 길드에 의하여 왕국이 점령되고 난 이후 박해를 견디다 못해 북부로 왔다.

하벤 왕국 통일 전후에서의 온갖 꼼수와 비열한 행동들이 유저들에 의해 낱낱이 밝혀졌다.

"음, 진짜 더럽고 치사한 놈들이군요."

"인생을 그렇게 살다니!"

전의를 다지기 위한 헤르메스 길드 뒷담화의 시간을 잠시 거치고 나서 다시 회의가 진행되었다.

어떻게 해서든 북부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해야 하기에 결론은 이미 나와 있었다.

"이전처럼 르포이 평원에서 요격을 하면 어떨까요?"

"놈들도 철저히 대비가 되어 있을 겁니다. 같은 방식이 다시 통하진 않을 거예요."

"경험상, 놈들은 다양한 진격로를 택하여 우리를 뭉치지 못하게 하면서 괴롭힐 겁니다."

"고작 7만에도 수십 배가 죽어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오는 놈들은 수백만이에요. 헤르메스 길드의 대륙 최강 유저들이 전부 몰려올 테고요."

"하벤 제국을 상대로 우리 측의 병력은 몇 명이나 모일 것 같습니까?"

"총동원령을 내리더라도 몇 명이 모이게 될지는……. 사실 우리 풀죽신교만 하더라도 도대체 얼마나 속해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평원에서 결전을 하다가는 적들만 이롭게 할 뿐입니다."

중구난방으로 계속되는 회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헤르메스 길드의 강함만이 돋보였다.

그들이 진지하게 나선 전투에서는 위드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이겨 보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 위드는 현재 퀘스트를 한다고 다른 시간대에서 모험을 하고 있으니 회의는 짧은 시간에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든 최대한 많은 유저들을 모아서 막아 봅시다."

"적어도 위드 님이 돌아올 때까지 아르펜 왕국이 초토화 되는 건 막아야겠지요."

그날 아침, 북부의 성문마다 하벤 제국의 침공을 알리는 벽보가 붙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