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7권 : 10) 하벤 제국의 침공 (248/520)

10) 하벤 제국의 침공

"전쟁이라……."

"후후, 그날이 왔군."

"이놈들은 대륙 통일을 하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겠지?"

하벤 제국의 산악 지역을 다스리는 산적왕 스타이너!

죽음을 몰고 오는 그림자 양념게장!

도둑 잭슨!

그들도 하벤 제국이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벤 제국의 영향력이 워낙에 절대적이다 보니 작은 행동도 유저들 사이에서 금세 퍼져 나간다.

하물며 북부를 정벌하기 위한 어마어마한 움직임이 알려지지 않을 리가 만무했다.

"산적질을 하기에는 최고의 기회가 왔어."

스타이너는 커다란 도끼를 들고 씩 웃었다.

산속에 숨어서 산적질을 하는 것도 꽤 재미가 있다.

허약한 국가에서 산적질을 한다면 먹을 것도 없고 위험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벤 제국에서의 산적질은 위태로우면서도 얻는 것이 상당히 컸다.

보물, 마법 아이템, 금화를, 상업 도시의 영주가 되는 이상으로 획득할 수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인재들의 등용에도 좋다.

하벤 제국이 다른 왕국들을 점령하면서 유능한 기사들이 방랑을 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조금만 잘해 주면 쉽게 부하로 삼을 수가 있다.

산적임에도 의리, 인정, 투지를 발휘하면서 떠돌이 기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일반 주민들도 산적이 되고 나면 고분고분해지고 말을 잘 따랐다.

왕국을 잃어버리거나 극한의 상황에 처해 있던 주민들은 가족들을 먹여 살려 주는 정도만 해 줘도 힘든 훈련을 기꺼이 받으면서 강해졌다.

최고의 실력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더라도, 산속에서는 금방 적응한다.

비록 토벌군에 의해서 수시로 쫓겨 다니더라도 이렇게 세력을 키우는 맛이 있었다.

스타이너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하벤 제국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더욱 큰 야심 때문이었다.

언젠가 산을 내려가서 도시들을 실컷 약탈해 보리라.

레인저들을 적극적으로 키워서 하벤 제국의 병사들에게만 잡히지 않게 된다면, 산과 숲을 지배할 수 있다.

말뿐인 왕이 아니라, 진정한 산적왕으로서의 등극!

"죽일 놈들이 너무 많군."

양념게장은 하벤 제국을 배회하면서 유저들이나 기사들을 암살하고 있었다.

목숨을 잃는 이들이 다수 나타나더라도 엠비뉴 교단의 행동으로 추측해 버리니 일하기가 편하다.

가장 뛰어난 암살자이다 보니 그의 흔적을 알아차릴 수 있는 자는 헤르메스 길드 내에서도 없었고, 또 용의주도하게 완벽한 기회를 노려서 철저하게 해치우기 때문.

암살자가 활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가끔 나오긴 했지만, 그런 말이 떠도는 시기가 되면 엠비뉴가 장악하고 있는 지역으로 가서 종교재판관이나 암흑 기사 들을 눈에 보이는 대로 처리했다.

하벤 제국이 북부를 정벌한다고 하니 양념게장으로서도 조금 고민이 되었다.

"하벤 제국의 영토 내에서 계속 죽일까? 영주들도 그리 어렵진 않을 것 같은데."

영주들 중에는 NPC도 매우 많았다.

하벤 제국을 위해 세금을 거두고 병사들을 키우는 영주들.

황궁에서 세율이나 방침을 내리면 그에 따라서 통치를 하는 영주들이다.

영주 성은 보통 철저히 지켜지기 마련이지만, 넓은 성에서 침투할 만한 작은 구멍을 찾는 것쯤이야 양념게장에게는 쉬운 일이다.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는 놈들을 죽이는 건 재미가 없는데. 북부로 가야겠군. 진짜 상대해 볼 만한 놈들은 군대와 함께 북부로 향하겠지."

양념게장은 북부로 올라가서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을 사냥하기로 마음먹었다.

잭슨은 여러 목표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하벤 제국의 수도 아렌 성의 허름한 선술집에서 싸구려 맥주를 마시면서 기다렸다.

"세상이 나를 돕고 있군. 조만간 거사를 벌일 날이 오겠어."

전투로 이름을 날리고 싶지도 않고, 장대한 모험도 원하지 않는다.

그가 노리는 것은 오직 한 가지.

하벤 제국의 황제를 상징하는 옥새!

바드레이마저도 친위대를 이끌고 북부로 움직이고 난 후라면 황궁의 경계망은 많이 허술해질 것이다.

은밀하게 황궁에 들어가서 옥새를 가지고 나오는 것이 잭슨의 목적이었다.

"제대로 털어 봐야지. 킬킬킬."

★★★★★★★★★★★★★★★★★★★★★★★★★★

위드는 퀘스트를 완수하고 나서도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죽 쒀서 개를 준 꼴이군!"

팔로스 제국이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지는 못했다.

돈이라면 모를까 명예욕이야 속세를 떠나 암자에서 사는 수도승의 수준으로 담담하였기에 큰 상관은 없다.

그런데 자신의 행동으로 말이암아 전쟁의 시대가 일찍 종식되어 중앙 대륙이 훗날 더 크게 발전을 하다니!

"개한테 갈비탕을 끓여 줬어."

헤르메스 길드에 큰 도움을 준 꼴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은혜도 모르고 북부 정벌을 위해 출진했다고 한다.

위드에게는 이보다 더 억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퀘스트를 그만두고 아르펜 왕국을 지키기 위해 돌아가지도 못하겠군."

위드가 전쟁의 시대를 벗어나서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가게 되면 그냥 바드레이에게 두들겨 맞을 죽을 신세다.

과거에는 그래도 호각에 가깝게 싸우기는 했지만 전투가 길어졌다면 주변의 방해 없이도 상대를 어쩌지 못하고 졌을 것이다.

멜버른 광산 이후로 지금까지 퀘스트를 한다면서 사냥도 못 했고 스탯도 못 쌓았으니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으리라.

바드레이를 만나면, 아니 다른 고레벨 유저 3~4명이 덤벼드는 것도 무섭다.

그나마 바드레이처럼 강한 적과 일대일로 붙는다면 훨씬 낫지만, 수십 명의 고레벨 유저들의 합동 공격에는 제대로 숨도 못 쉬고 죽을 것이기 때문.

위드라고 해서 보통 유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전쟁의 신이나 무적은 아니었다.

현재의 시대에서야 정말 강력하지만, 어쨌든 원래의 시대로 돌아가게 되면 날아갈 능력들이다.

도시에서 전전긍긍 눈치를 보며 조각품을 팔아서 돈을 벌던 시절도 그리 오래전이 아니었으니까.

"난 도대체 왜 이런 팔자냐. 퀘스트를 하면 무슨 극악의 난이도이고, 대륙의 평화를 위협하는 단체, 유저들과 원수를 져도 하필이면 가장 센 단체와 이렇게 되고 말이야."

열심히 살면 어떤 보람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끊임없이 기구한 운명!

그럼에도 위드도 가끔 행복을 누리는 순간들이 있기는 했다.

5,000원짜리 티셔츠를 사서 잘 입고 빨래를 했는데 목이 늘어나지 않았을 때나, 오랫동안 써서 해진 수세미를 버리고 새것으로 설거지를 하면서 누리는 기쁨.

새 양말을 꺼내 신을 때, 욕실 청소를 깨끗하게 한 후에도 잠시 동안 인생의 행복을 만끽했다.

큰맘 먹고 자장면을 시켰는데 단무지가 많이 와도 기분이 좋았다.

그러한 소소한 행복이 없었더라면 견디기 어려웠으리라.

"음, 아무튼 거의 마지막까지 왔으니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를 계속 진행하는 수밖에 없어."

아르펜 왕국에 대해서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별수가 없었다.

가더라도 어떤 큰 힘으로 하벤 제국의 침공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러고 보면 퀘스트를 역시 실패했어야 하는 건데."

비로소 때늦은 후회가 스쳐 지나간다.

그 죽을 고생을 하면서 퀘스트를 성공해서 헤르메스 길드가 대륙을 통일할 절호의 기회를 안겨 주다니, 이런 멍청한 짓을 자신이 저지를 줄이야.

"어쨌든 반 호크."

"말하라, 주인."

"넌 참 잘생겼어. 믿음직하고 충성스러운 부하야."

"……."

"이번 전투에 이긴 것도 다 네 덕분이라고 할 수 있지. 고맙다."

반 호크의 갈비뼈가 부르르 떨렸다.

평소에 안 하던 말을 하는 걸 보니 또 어떤 트집을 잡아서 때릴지 모르기 때문.

그러나 반 호크의 두려움과 달리 위드의 속내는 보이는 것과 달리 시커멓지 않았다.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반 호크를 믿고 내세워야 할 처지라서 앞으로 잘해 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래, 이놈이라도 있으니 그래도 퀘스트를 빨리 끝내고 아르펜 왕국이 망하기 전에 돌아가기만 하면 뭔가 기회가 있겠지.'

몰락해 가는 왕국을 되살리기보다는 그나마 남은 재산을 챙겨서 튀려는 계획!

"자하브 님."

"으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네. 엠비뉴 교단은 당연히 부숴 버려야 하지."

자하브도 평생 노예이니 늙어서 죽기 전에 잘 부려 먹는다면 무슨 방법이 있지 않겠는가.

'역시 세상은 인맥이야. 학연 ·지연 ·혈연은 없지만 약점을 잡아서 부려 먹으면 되는 거지.'

대사제들이 다 사망하고 나자 엠비뉴의 군대는 현저히 약화되었다.

그들의 능력을 올려 주는 오라가 사라지면서 광신도들은 평범한 인간이 되었고, 괴물들은 신체의 붕괴를 일으켰다.

하늘을 날아다니던 바라테스 부대도 땅으로 추락해서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사막 전사들과 전투 노예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그들을 몰살시킬 수 있었다.

"우와아아아, 이겼다!"

"베이너 왕국 만세!"

들모레 요새에서도 커다란 함성이 들려왔는데, 아마도 쳐들어온 괴물들을 간신히 물리치긴 한 모양이었다.

하늘에서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더니 환한 빛이 들모레 대평원을 밝혔다.

엠비뉴의 군대가 남긴 무수히 많은 시체들은 그 빛에 의해 정화되어 사라졌다.

대재앙과 유성 소환에 의해 참혹하게 박살이 나 버린 대지의 흔적만이 전투가 얼마나 격렬했는지를 알려 주었다.

그리고 갑자기 하늘에서 빛의 기둥이 떨어지더니 흰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 나타났다.

그는 전장을 훑어보더니 긴 한숨을 내쉬고 나서 위드를 향하여 말했다.

"피와 시체를 쌓아 올린 대제국의 황제여, 전투에서 이긴 것을 축하드리오."

"성자 아헬른 님 되십니까?"

"과분하지만 사람들이 나를 일컬어 그렇게 부른다오."

위드는 노인이 나타나는 순간부터 그가 성자 아헬른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신성력으로 인한 흰 오라가 발출되었다.

반 호크와 토리도가 불편해하고, 언데드들이 기피하면서 도망친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 신성력에 닿으면 상처가 치유되고 생명력이 차올랐다.

'진작 와서 좀 도와주지.'

아헬른도 위드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황제여, 그대는 너무나도 잔인하고 마음속에 인정이 없소이다."

"시대가 저를 이렇게 만들었지요."

"말보다는 검이 앞서는 이 시대에도 최소한의 도의는 있었는데, 그대는 오로지 살육밖에 모르더구려."

"약한 자들을 죽이기 위하여 망설이면, 수십 배의 선한 자들이 고통 받습니다."

"그대가 저지른 지나친 살인과 파괴. 무고한 영혼들이 신에게 가지 못하고 주변을 떠돌고 있소."

"신들이 저를 축복해 주고 계십니다만."

아헬른과 위드 간에 치열한 말싸움이 벌어졌다.

전쟁의 시대에서 자신이 조금 심한 짓을 저질렀다는 건 위드도 인정하는 바였다.

야만족의 왕, 잔인한 학살자, 폭군이라는 별멍들이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시대에는 나약하면 짓밟히고 강하면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그에게 패배했던 다른 군주들 또한 자연스럽게 저지르던 행동들이다.

더구나 비밀리에 엠비뉴를 따르는 이들을 소탕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한계도 있었다.

어느 세월에 엠비뉴를 믿는 자들을 하나하나 가려 가며 죽일 것인가.

위드는 자신이 착하다는 착각은 하지 않았다.

칼을 들고 덤비는 자들을 대화와 설득으로 깨우치게 할 정도로 무모하지도 않았다.

한 대 맞고 용서해 주기보다는, 더 세게 두 대를 때려야 훨씬 속이 후련하고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은가.

게다가 훗날의 대륙은 오히려 훨씬 번영을 구가하기까지 했다.

자신이 한 일로 초래된 결과가 기분 나쁠 정도로 좋은데 질타를 받으니 억울한 감도 있었다.

"엠비뉴의 그림자 아래 있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약했거나 인정에 의해서 흔들렸더라면 약한 이들을 다 죽이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약한 자들도 사람이오."

"하지만 살며서 그보다 더 많은 착한 자들을 고통 속으로 빠뜨렸겠지요. 세상에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제들이 아무리 많더라도 이 비극은 그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차라리 가장 악하고 강한 자가 되어서 비극의 매듭을 깨끗하게 잘라내는 쪽을 택하였을 뿐입니다."

"그대야말로 진정 폭군이라고 부를 만하오. 새로운 강력한 힘의 질서가 세워졌으니 당분간 대지가 피에 젖는 일은 줄어들겠지. 그대로 인하여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구원을 얻은 것도 틀림이 없으니 그대의 말 또한 틀렸다 할 수 없겠구려. 이 시대가 그대와 같은 폭군을 낳은 것일지도 모르니 나 아헬른은 더 이상 탓하지 않겠소."

띠링!

 - 성자 아헬른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악명이 주는 병사들의 충성도 하락이 사라집니다.

아헬른은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듯이 서둘러서 말했다.

"그보다도 어서 엠비뉴 교단을 막아야 하오. 한시가 바쁘오."

"예?"

"황제여, 엠비뉴 교단이 이 세상을 파멸로 몰고 가려는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도 잘 알고 있으리라보오."

"물론입니다."

"그들은 하늘까지 올라가는 탑을 세우고 있고, 또 혼돈의 드래곤을 깨우려고 하는데… 그들의 목표가 완수되기까지 이제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았소."

"열흘요?"

위드의 악명이 쌓이다 보니 아헬른과의 만남도 정상보다 늦어지게 되었다.

아마 노들레와는 상당한 시간 차가 벌어졌을 수도 있으리라.

그렇지만 벌써 혼돈의 드래곤이 깨어나려고 하고, 하늘까지 오르는 탑이 완공되려고 할 줄이야.

"제가 엠비뉴 교단을 방해해서 시간이 충분할 줄로 알았습니다만."

"이 세상에 흐른 수많은 피가 그들을 빠른 길로 이끌었소. 잡혀간 수많은 포로들이 하늘까지 오르는 탑을 쌓고 있고, 오늘의 패배가 알려지고 나면 불완전한 상태의 혼돈의 드래곤이라도 깨우려고 할 것이오."

"크으음."

엠비뉴의 군대를 물리친 이상 퀘스트에 변화가 오리라 예상은 했다.

그들의 전력이 어떻게든 크게 깎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엠비뉴의 총본영에도 엄청난 세력이 남아 있을 테지만, 갑자기 모든 것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시간이 없소이다. 지금 당장 가야만 하오. 방대한 영토와 세상의 보물들을 소유한 황제여, 신들이 보살피는 영웅이여, 그대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고 엠비뉴 교단을 막기 위한 숭고한 임무에 함께해 주시겠소?"

띠링!

 『 드래곤의 입을 향해 뛰어드는 7인의 결사대

엠비뉴의 대군은 황제에 의해 제거되었다.

믿을 수 없는 대업적을 이루어 낸 것이지만, 위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교단을 이끄는 대사제 헤울러.

그는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긴 시간 동안 살아오면서 음모를 퍼트려 왔다.

육체는 세월을 거스르고, 깊은 지혜는 탐욕과 파괴욕에 사로잡혔다.

교단의 군대가 패배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혼돈의 드래곤을 깨우고,

신의 능력을 엿보기 위해 하늘을 향히 올라가고 있는 탑의 건설을 서두를 것이다.

그들을 막아야 한다. 대륙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위해…….

난이도 :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

목표 : 하늘로 오르는 탑 붕괴.

       혼돈의 드래곤 아우솔레토 파괴.

퀘스트 제한 : 퀘스트 도중에 무사히 살아남아야 한다.

              사망했을 시에는 퀘스트 실패.

              세뇌당하거나 항복을 하면 역사에 변화를 가져옵니다.

주의!

퀘스트를 수락하면 당사자와 아헬른 외에 참여할 NPC를 5명 선택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를 실패했을 시에는 대륙이 그만큼의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

"으으음, 드래곤이 무슨 닭백숙도 아니고."

결국 퀘스트의 마지막은 혼돈의 드래곤을 없애야 하는 것이라는 소리 아닌가.

엠비뉴 교단을 이끄는 첫 번째 대사제 헤울러 역시 다른 놈들보다는 훨씬 강할 것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고작 7명이 가서 임무를 완수해야 하다니, 그야말로 살인적인 난이도!

그렇더라도 위드는 퀘스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간이 커질 대로 커지다 보니 남아도는 건 배짱밖에 없었다.

"세상에 저를 부르고 있군요. 대륙을 구하고 엠비뉴를 물리치는 일에 저의 사명을 다할 것입니다."

 -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퀘스트를 위해 함께 출발할 5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단, 그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해야만 합니다.

"잘 판단하셨소. 엠비뉴 교단을 막는 일이 급하니 빨리 출발할 준비를 했으면 하오."

아헬른은 바로 재촉부터 했다.

인간관계가 나쁘다면 단둘만 가야 할 수도 있는 퀘스트 였다.

'어차피 믿을 놈도 많지 않지. 제대로 실컷 부려 먹을 수 있는 부하는 몇 명 없어.'

위드는 자하브부터 선발했다.

"가시겠습니까?"

"물론이네. 그녀에 대한 복수를 완성시켜야지."

 - 자하브가 퀘스트를 수행할 동료로 포함되었습니다.

일단 복수에 눈이 먼 노인 1명 섭외 완료.

그리고 나머지가 무척 고민이 되었다.

무력만 놓고 보자면 부하들 중에서 고르기만 하면 되겠지만, 모집할 수 있는 5명이라는 인원수가 조금 빡빡하다.

일종의 파티를 구성해야 한다면 다양한 특성의 직업들을 뽑아야 한다.

성자 아헬른이 치료를 맡는다고 하면 길잡이로 도둑이나, 강력한 일격을 날릴 수 있는 마법사가 속해 있는 것도 괜찮으리라.

"문제는… 쓸 만한 놈이 별로 없군."

다른 직업군 중에서 위드의 눈에 차는 이가 있을 리가 만무하다.

적어도 레벨이 500이나 600 정도가 되지 않으면 툭 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죽어 버릴 것처럼 허약하게 느껴지는 것.

"전일, 전이, 전삼!"

"옛!"

"영광입니다."

"어디라도 함께 가겠습니다."

 - 사막 전사 전일, 전이, 전삼이 퀘스트를 수행할 동료로 포함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단 1명!

"헤스티거."

"저를 부르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거룩한 사명이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고 있던 중입니다. 대제를 따라서 끝까지 가겠습니다."

"넌 좀 싫은데."

"저를 아끼시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걱정은 마십십오."

"그래. 뭐, 데려가 보자."

 - 헤스티거가 퀘스트를 수행할 동료로 포함되었습니다.

위드가 그렇게도 꼴 보기 싫어하던 헤스티거를 뽑은 이유는 두 가지 정도였다.

참 마음에 안 들고 보기는 싫지만 능력만큼은 확실하다.

노들레의 퀘스트를 하면서 스스로의 성장보다 헤스티거를 지원해 주었더라면 그는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는데 거기에 성실한 노력파이기까지 하다.

몬스터 사냥과 퀘스트 목표 달성을 위하여 매번 헤스티거와 경쟁하면서 지내 왔기에 위드도 그 탁월한 능력만큼은 인정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로는, 그래도 잘 먹고 잘 살라고 그대로 놔두기에는 너무 얄밉다.

엠비뉴의 군대를 격퇴하고 팔로스 제국까지 건국하였으니 앞으로의 세상은 탄탄대로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헤스티거가 금은보화에 미녀들까지 끼고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저절로 식은땀이 흐르고 아랫배가 아파 왔던 것.

'이번에는 제대로 죽여야지.'

다 모인 것을 보고 아헬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가도록 하세. 신성한 의무를 행할 자들이 전부 모였으니 길이 열릴 것이네. 엠비뉴 교단이 있는 지역에는 어둠의 마력이 흘러서, 신성력이 아니라면 그곳으로 가지 못하지."

아헬른은 백색의 지팡이로 땅을 가볍게 찍었다.

그러자 환한 빛으로 이루어진 문이 생성되었다.

아헬른이 먼저 들어가고, 자하브와 조각 생명체들, 헤스티거가 뒤를 따랐다.

마지막으로 위드가 문을 통과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

이 문을 지나가고 난다면 아마 팔로스 제국의 건국자와 같은 부귀영화는 모두 사라지고 말게 되리라.

엠비뉴 교단에서 있을 퀘스트를 마치고 나면 전쟁의 시대의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전사, 전오, 전육, 전칠, 전팔, 전구, 전십, 알베른. 알베런."

"옛, 대제님."

조각 생명체 부하들은 위드가 헤어지기 싫은 아쉬움에 작별의 인사라도 나누려는 것인가 싶었다.

"내가 죽도록 고생해서 너희 좋은 일만 해 놓고 말았구나."

"……."

"제국까지 건국해 놓았으니 다들 높은 자리 차지해서 등 따뜻하고 배부르게 살겠지."

"……."

고마운 마음까지도 사라지게 하는 적나라한 표현!

"마지막 될지도 몰라서 그러는데, 내가 없더라도 내 은혜 잊지 말도록 하고."

"옛, 물론입니다."

"그럼 다들 가까이 와 봐라."

위드는 조각 생명체 부하들을 향해 무언가를 속닥거렸다.

무언가 음험한 음모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 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쌍봉낙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앞으로 잘 지내라."

"푸흥!"

쌍봉낙타는 먼 땅을 쳐다보면서 빨리 가라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냉소적이기 짝이 없는 태도!

쌍봉낙타도 나름대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네 등은 정말 불편해서 힘들었어. 역시 와삼이가 최고였는데."

"……."

위드는 작별의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했기에 이제 당당하게 문으로 들어가서 사라졌다.

"대제왕이시여!"

"폐하!"

"푸흐흐흐흥!"

그러고 나서야 진짜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된 부하들의 탄식 소리가 울렸다.

쌍봉낙타의 눈곱 많은 눈에서도 아쉬움의 굵은 눈물이 흘렀다.

★★★★★★★★★★★★★★★★★★★★★★★★★★

문을 통과하자마자 위드는 생소한 지역에 도착했다.

땅은 갈라진 갈색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깊은 틈새로는 매캐한 연기가 새어 나왔다.

멀리 떨어진 땅에서는 붉은 무언가가 솟구치기도 하였는데, 이제는 여러모로 익숙해진 용암!

"여긴 어디야."

위드는 바위 옆에 몸을 숨긴 채 재빨리 눈을 굴려서 상황을 파악했다.

수십 미터나 되는 높고 두꺼운 장벽이 길게 이어져 있지만 군데군데 부서져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폐허로 변해 있다.

그 너머로는 몬스터와 괴물 들이 우글거리는지, 자꾸만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꾸륵루륵.

쿠워억!

그리고 장벽 너머로 몇 킬로는 떨어진 먼 곳에 요새와 비슷한 건축물이 지어져 있었다.

건물의 중심에는 익숙한 엠비뉴의 초거대 동상이 우뚝 솟아 있다.

똬리를 튼 뱀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구름을 넘어서까지 치솟아 있는 탑도 보였다.

예전에 퀘스트로 봤던 엠비뉴의 대신저닝 바로 저곳이리라.

아마 혼돈의 드래곤도 어딘가에서 잠들어 있을 게 틀림없다.

'영상으로 봤을 때는 대신전에 감시탑이 아주 많았지. 중간에 시커멓게 썩은 강에는 독 안개도 흘렀고,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야겠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대책 없이 달려드는 건 절대 금물이었다.

듬직하 부하들을 데리고 사막의 대제로서 대륙을 휩쓸던 때와는 많이 다르다.

게다가 퀘스트를 완수하기 위한 시간도 모자라다.

설상가상, 그보다도 먼저 문으로 들어온 아헬른과 조각 생명체들이 단 1명도 보이지 않았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설마 나 혼자 버려진 것은… 아니겠지?"

위드의 불행한 예감은 점쟁이를 능가하는 적중률을 가지고 있다.

띠링!

 - 메마른 울부짖는 폐허에 도착하셨습니다.

   이곳은 대륙의 감춰진 지역으로, 전쟁의 시대에만 존재하였습니다.

최악의 사교 집단 엠비뉴 교단의 대신전에서 흘러나오는 사악한 마력은 모든 공간 이동을 흩트려 놓습니다.

아헬른과 다른 동료들은 이 넓은 폐허 지역 어딘가에 있을 것입니다.

그들을 발견하여 만날 수도 있고, 혹은 적들에게 먼저 발각되어 죽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생존은 전적으로 동료들의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위드와 함께 온 부하들이나 자하브의 능력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조각 생명체들의 전투 능력이야, 밥 먹고 싸움만 했으니 오죽 뛰어날 것인가.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는 몇 명이나 살아남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인지 짐작하기조차 불가능했다.

'약속 장소를 정해 놓은 것도 아니고, 제각각 어디인지도 모르게 흩어졌다면 아주 곤란할 수밖에 없겠는데. 1명 1명 찾다 보면 시간도 지체하게 되어서 혼돈의 드래곤이 깨어나는 것이나 탑의 건설을 막지 못할 거야.'

지금까지와도 성격을 완전히 달리하는, 곤란하고 어려운 퀘스트.

진정 최악의 경우라면, 싸움을 좋아하는 조각 생명체 부하들이 다 발각되어 죽고 혼자 전부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남 걱정할 시간도 없어. 내가 실수를 할 수도 있는 거니까.'

위드는 조금 더 커다란 바위 뒤쪽으로 옮겨 갔다.

사람 여럿이 충분히 숨을 수 있을 정도의 면적이기에 부하가 먼저 와 있기를 바랐지만, 그곳에는 오래된 해골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제 어떻게 한다. 조심조심 잠입을 해 봐야 하나?'

싸우고 죽이는 퀘스트는 힘만 있으면 해결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머리를 쓰고 꼼수를 부리는 얍삽함이 통하는 퀘스트야말로 위드의 주 전공.

위드는 장벽을 보면서 차분히 숨을 골랐다.

'이 퀘스트가 나에게는 가장 중요해.'

여태까지 고생한 것들이 거의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이번 퀘스트를 끝내고 나면 헤르메스 길드부터 살아남는 것만 남는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를 가지고 간다면 생존 확률,  혹은 승리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여러 퀘스트들을 진행하고 몬스터들을 사냥하면서 살아가겠지만, 사막의 대제로서 강해져 본 경험과 조각술 최후의 비기가 있다면 난이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사실 조각술 최후의 비기 같은 특별한 스킬은 아마도 사기적인 능력을 자랑할 테니까.

그런데 막상 퀘스트를 실패해 버린다면 얻은 것도 없이 고생만 하다가 시간만 낭비하고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꼴이 된다.

'그래도 당장 눈앞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지.'

엠비뉴 교단이 다시 커져서 중앙 대륙을 휩쓸게 될 것이다.

하벤 제국이 큰 피해를 입는다면, 어쩌면 아르펜 왕국을 정복하지 않고 회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위드는 이 퀘스트를 과연 최선을 다해서 성공시켜야 하는지부터가 고민이 되었다.

★★★★★★★★★★★★★★★★★★★★★★★★★★

하벤 제국의 12개의 군단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중앙 대륙 정복을 마치고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기에 각 군단별로 전투를 위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북부로 간다."

"대륙 통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행군!"

하벤 왕국 낸의 한 부분을 차지하던 명문 길드였던 시절부터 끊임없는 전투를 경험하면서 단련이 되어 온 군대.

엠비뉴 교단과 싸움도 대비하고 있었던 만큼 그 창끝을 북부로 돌리는 데에는 별도의 준비도 필요하지 않았다.

"마지막 싸움이 될지도 모르는데 방심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완벽한 승리로 끝내야 합니다."

라페이와 참모부가 적극 개입하여 군단의 이동로까지 결정했다.

군단들이 주둔하고 있는 장소에서부터 중앙 대륙 하벤 제국의 영토를 횡단하여 북쪽으로 향한다.

각 도시들마다 미리 보급품들을 쌓아 놓고 있다가 그들이 통과할 때 건네준다.

어차피 하벤 제국의 침공은 알려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

미처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신속한 이동을 하면서도 아군 전력을 최고의 상태로 보존하는 것이 관건이다.

하벤 제국 내의 상인 집단들도 군대를 따르면서 물자들을 과할 정도로 보급할 테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보급에 대한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라페이와 참모부에서는 전투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히 배려를 해 주기 때문에 각 군단들은 편하게 싸움만 잘하면 된다.

"7개의 군단이 일차로 모여야 할 곳은 포르우스 강 앞이다."

렌슬럿이 북부 원정군을 이끌고 과감하게 넘었던 강!

200만이 넘는 거대한 군세가 모여서 정면으로 적을 공략한다.

북부 유저들로 구성되어 있는 풀죽신교의 반격도 당연히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하벤 제국이 결집한 병력은 초보자 무리가 주축을 이루는 인해전술로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7개의 군단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중요한 지형들을 장악하고, 적들이 덤벼 오는 족족 괴멸시켜 버린다.

200만 최정예 군대의 정면공격은 북부 유저들이 아무리 덤비더라도 상관없다는 자신감의 표충이었다.

여기서 숫자는 아무 의미가 없다.

만 명이 있다고 하여 만 명의 전투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듯이, 어느 정도 한계를 초과하여 모인 병력은 큰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다.

사실 200만의 군대 역시 적정 전투력을 발휘하기에는 필요 이상으로, 하벤 제국의 세력을 만천하에 시위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대륙의 패자가 되고 나면 크고 작은 많은 반란이 일어날 수 있다.

점령 지역에서는 이미 소소한 저항들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다.

봐라! 하벤 제국의 힘은 이렇게 강대하다!

너희가 그나마 희망을 삼는 아르펜 왕국, 북부라고 하더라도 무기력하게 짓밟힐 뿐이다.

점령 초기의 반감과 저항은 익숙해지면 저절로 사그라지게 될 것이다.

나중이 되면 먼저 헤르메스 길드 소속이 되려고 안달복달할 테니 잠깐 몇 달간의 시기만 넘기면 된다.

"큰 전투를 세 번에서 다섯 번 정도 이기면 북부는 괴멸하게 될 것입니다."

라페이는 원정군의 군단장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보통 그가 말하는 것은 틀림이 없었다.

북부의 유저들이 제아무리 욕긱 있더라도 다섯 번쯤 처절하게 몰살을 당하고 나면 알아서 기게 될 것이다.

헤르메스 길드는 지금까지 항상 무적이었다.

유독 위드에게는 패배를 경험했지만, 지금은 그도 없는데 무엇이 걱정인가.

나머지 3개의 군단은 느들란 산맥을 넘어서 나달리아 평원으로 즉각 진출했다.

하벤 제국의 본대 병력이 모라타와 아르펜 왕국의 왕궁인 대지의 궁전을 파괴한다.

그렇게 되면 적들은 지형이 험한 바르고 성채로 가서 장기간 농성을 하는 방법도 택할 수도 있다.

하벤 제국에서는 북부의 적들이 잠시라도 희망 따위를 품는 것은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본대 병력이 모라타 파괴를 위한 전투를 할 때 우회한 병력은 바르고 성채를 먼저 짓밟아 버릴 것이다.

그리고 2개의 군단은 별도의 점령군으로 편성되었다.

그들은 산개해서 북부를 남김없이 쓸어버릴 것이다.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모조리 부숴 버린다.

폭군 위드?

그가 전쟁의 시대에서 보여 준 것쯤은 애교로 느껴질 정도로 초토화를 시켜 버릴 것이다.

북부의 자랑거리인 위대한 건축물은 물론이고 도시의 흔적도 남기지 않으리라.

라페이는 모든 유저들에게 진정한 힘과 공포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각인시켜 줄 때라고 생각했다.

★★★★★★★★★★★★★★★★★★★★★★★★★★

검치와 수련생들은 가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싸움을 못했으면 어땠을까.'

공부를 하고 있으면 저절로 잠이 오고 머리에 쥐가 났다.

간단한 문서 분류와 같은 서류 작업도 피곤하기 짝이 없다.

사무직으로 취업이 되더라도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도저히 견디지를 못했다.

대신 공사 현장에라도 나가서 몸을 실컷 쓰고 나면 후련하고 개운하기 짝이 없는 단순한 이들.

검둘치가 벽보를 보고 달려왔다.

"스승님, 전쟁입니다."

"우리가 기다려 오던 날이 왔구나."

검삼치가 기회가 왔다면서 급히 아부를 했다.

"정말 스승님의 말씀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천기를 헤아리다니, 과연 스승님의 깨달음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습니다."

검치는 하늘을 보며 전쟁의 기운을 이미 읽고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쌓아 온 경륜은 당연히 아니었고, 그냥 비오는 날의 신경통 환자처럼 몸이 찌뿌듯했던 것이다.

'곧 제대로 한번 싸우려나?'

수련생들도 하벤 제국과 싸울 날을 기다리며 각자 사냥과 스킬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들은 무기술의 마스터를 목표로 퀘스트를 진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특수한 수련들을 하며 스탯과 스킬드을 얻어 냈다.

이제는 강한 몬스터들을 전력을 다해 해치우면서 레벨을 올리는 중이었다.

검둘치도 전투라면 당연히 신이 났지만, 도장을 책임질 후계자로서 뒷수습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자신과 수련생들이 약한 건 아니지만 저 막강한 하벤 제국의 군대에 맞서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도저히 들지 않았다.

"어렵겠지. 힘들겠지. 그러나 저놈들이 싸우는 방식은 텔레비전으로 몇 번 봐서 대충 어느 정도 알겠다. 마법을 잘 피해서 가까이 다가가기만 한다면 난전에 끼어들 수 있을 것이다. 강한 군대를 상대로 하는 전투를 겪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지."

"결국 아쉽지만 우리가 나서더라도 패배로군요."

검둘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이리라.

자신들은 약하고 적들은 강하다는 그 사실은 바뀌지 않으니까.

물론 검치와 수련생들이 약한 건 아니다.

실제로 베르사 대륙에서 그들과 비슷한 수준이라도 되는 단체를 찾기는 불가능할 정도다.

최소 레벨 400대.

검술 스킬 고급 9레벨 이상.

이런 제한이 있는 단체는 유일무이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검삼치가 물어봤다.

"그럼 북부도 놈들이 다 점령해 버리고 말겠네요?"

"막내가 올 때까지 참아야지."

"막내가 온다고 바뀌겠습니까?"

검오치가 얼굴 가득 의문을 담아서 물었다.

하벤 제국의 침공!

자신들은 그냥 싸우는 게 좋아서 나서려는 것이니 지금 싸우든 나중에 싸우든 큰 상관은 없다.

제대로 싸움이 벌어져서 적들이 앞에만 있다면 몇백씩은 죽여 줄 것이다.

그렇지만 약점이 보이지 않는 하벤 제국의 어마어마한 군사력을 과연 위드가 이겨 낼 수 있을 것인가.

"지난번에 도장에 와서 훈련을 하고 있던 위드에게 하벤 제국의 군대가 쳐들어오면 막아 낼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답이 무엇이었는지 아느냐?"

"이길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못 이긴다고 했다. 중앙 대륙을 통일한 최강의 전력이니 막기가 버거울 것이라고 했다. 자신한테 웬만큼 데어 본적도 있어서 방심하지도 않을 테고, 시간도 있었으니 준비를 잘했을 거라면서."

"그러면 망하는 거 아닙니까?"

"싸움은 그렇겠지만, 큰 국면에서의 전쟁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지."

검치가 재미있는 일을 남겨 둔 사람처럼 빙긋 웃었다.

"적들을 막아서 지킬 수는 없다고 했다. 싸우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싸움이 걸렸으면 적을 완전히 박살을 내지 않으면 안 되지. 위드는 하벤 제국을 갈가리 찢어 놓을 것이라고 했다."

"무슨 의미입니까?"

"말 그대로의 의미라고 들으면 될 것이다."

사범들의 심장이 쿵쿵거리고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얼마나 카리스마가 넘치는 발언인가.

저 넓고 큰 하벤 제국을 갈가리 찢어 버리겠다니!

사내들을 달아오르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위드는 매번 죽겠다 죽겠다 하면서도 정작 싸움이 벌어지고 나면 눈빛부터가 달라진다.

어쩌면 싸울 때의 투쟁심이 솟구치는 그 모습이 진정한 본모습이 아니겠는가.

물론 위드가 했던 말은, 내용은 어느 정도 같아도 검치가 전달한 말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ㅡ 아 진짜, 짜증 그 자체인 놈들이라니까요. 옷에 달라붙은 껌처럼 지긋지긋하기까지 합니다. 막는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이번에 저놈들을 갈가리 찢어 버려야죠.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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