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8권 : 2) 하늘로 오르는 탑의 인부 (250/520)

2) 하늘로 오르는 탑의 인부

"커헉"

아껴 두었던 비장의 카드가 사용 불가능!

과연 세상에 믿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위드의 머릿속이 다급하게 굴러갔다.

'어떻게 해야 하지? 퀘스트 진행 방식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노들레와 함께 있었던 아헬른을 찾으면 좋을테지만,

오늘처럼 어디 있는지 헤매고 다니느라 시간을 다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한숨도 푹푹 나왔다.

노들레와는 이미 퀘스트가 달라졌다.

당시 노들레와 함께 이곳으로 온 동료들의 구성도 완전히 바뀌었으니 상황이 반복될 리가 만무하다. 

아헬른은 비슷한역할을 다시 수행하더라도 각자 다른 이들이 어떤 행동과 능력을 발휘하게 될지는 알 수 없는일.

위드만 하더라도 노들레가 아니었다.

설혹 그가 했던 일들을 본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대로 할 필요도 의무도 느끼지 못했고, 그저 참고삼아 나름의 방법을

찾아내고자 했을 뿐!

"사람은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어. 믿을 건 그것뿐이군."

평생 누군가가 도와주거나 이끌어 주는 손길에 따라 살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이번 퀘스트도 위드의 방식대로 스스로 길을 개척할 수밖에 없는 노릇.

위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열흘이란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에 달려 있었다.

**************

중앙 대륙을 일통한 하벤 제국.

그들이 자랑하는 7개의 군단이 북부로 들어서는 관문인 포르우스 강을 넘었다.

무려 210만의 대군!

말과 마차, 보금을 위한 상인들까지 있어서, 뒤따르는 규모 역시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자신들이 속해 있는 길드와 제국의 힘이 이 정도라는 생각에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발걸음조차 가벼웠다.

"북부 놈들은 붙잡아서 목을 비틀어 주면 되겠군."

"빨리 싸워 봤으면 좋겠는데? 감히 덤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7개의 군단이 뭉쳐서 이동하는 위세가 너무나도 대단해서 전투를 건다는 것이 도무지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전쟁을 앞둔 긴장감보다는 적당한 즐거움.

대륙 최대의 전력으로 북부를 쓸어버리면 될 뿐이었다.

원정에 나섰음에도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음식들도 산해진미가 따로 없었다.

유저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NPC 병사들에 대한 대우도 훌륭하다.

거듭된 정복 전쟁으로 하벤 제국의 병사들 중에는 숙련병, 엘리트 병사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른 5개의 군단들도 북부 대륙을 눈앞에 둔 지점에 도착했다는 소식입니다."

"그러면 슬슬 진군을 해 봅시다."

군단장들은 라페이가 세운 작전 계획대로 군대를 진격시켰다.

7개의 군단이 먼저 북부로 진입하여 정면에서 압박한다. 북부의 눈과 귀가 그들에게 쏠렸을 때에

5개의 군단이 우회 침략하여 맡은바 임무를 진행한다.

7개의 군단은 북부를 쪼개는 창이 될 것이고, 다른 5개의 군단은 망치와 칼이 되어 산산이 부수고 갈기갈기 찢어 놓을 것이다.

**************

웅성웅성.

모라타의 빙룡 광장!

평소에도 초보 유저들로 북적이는 장소였다.

아르펜 왕국에서 로열 로드를 시작하여 한창 신기해서 상점과 거리를 뛰어다니는 초보자들을 늘 볼 수 있는 곳.

"이 과일 얼마에요?"

"2쿠퍼에 팔고 있습니다."

"우와, 비싸다! 나중에 돈 벌어서 꼭 사 먹으러 올게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초보 유저들을 보면서, 어느덧 성장한 모라타 출신 유저들은 감회가 새로웠다.

'나도 저랬던 때가 있었지.'

토끼만 보면 가죽과 고기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반가웠고, 숲에서 만난 고블린이 무서워서 나무를 타고 올라가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숨어 있던 시절.

로열 로드를 하면서 누구나 겪었던 초보 시기는 그 이후에는 향수처럼 다가왔다.

아르펜 왕국은 어느 마을이나 새로 시작한 초보자들로 붐비면서 생동감이 돌았다.

산골 마을에도, 불편한 점은 많지만 비싸게 팔리는 약초를 운 좋게 구할 수도 있고 가죽을 가지고 

도시로 내려와서 팔면 약간의 생활비를 벌 수도 있기에 유저들이 붐볐다.

신생 왕국으로 유저들도 초보들이 많은 만큼 활력과 모험심이 넘쳐서 적극적으로 북부를 개척한다.

농부들도 안정된 도시 주변보다는 넓은 땅을 얻기 위하여 몬스터들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바드들은 모험에 대한 이야기를 짓기 위해서 미지의 영역으로 발을 내디뎠다.

모라타가 발전하면서 왕국의 주민들 또한 북부 전역에서 모여들고, 

출생률도 높아져 어린아이들이 많이 태어났다.

이들이 추후 북부를 융성하게 만들 수 있는 주춧돌이 되리라 누구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중앙 대륙의 발전도를 쉽게 따라잡긴 어렵더라도 북부 고유의 문화와 경제, 생산력을 발전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아직도 쓰지 못하는 땅이 광대하게 펼쳐져 있고, 모험하지 못한 지역, 전설이 많다 보니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

그렇게 평소에는 상거래와 모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광장이 오늘은 중무장을 한 유저들로 꽉 들어찼다.

"우리의 집과 땅 그리고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싸웁시다!"

"놈들에게 짓밟힐 수는 없어요, 싸워서 격퇴해야 합니다.

설혹 줄더라도, 끝까지 투쟁합시다.!"

"아르펜 왕국은 우리 자신이나 다름없습니다. 일어나야 합니다. 일어나지 않으면 평생을 기어 다니면서 살아야

됩니다. 이 세상을 그렇게 만들고 싶습니까!"

북부의 토박이 유저들은 하벤 제국에 대한 거부감으로 들끓었다.

중앙 대륙이 명문 길드 대 명문 길드의 싸움으로 국한되었다면, 하벤 제국의 침공은 북부 유저들 스스로가 들고일어나

게 만들었다. 이유야 수없이 많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북부에는 유저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기 때문이리라.

어느 정도 레벨이 있는 이들은 시골 마을 수준이던 모라타와 함께 성장을 해 왔고, 그 이후에 시작한 이들은 북부 개척 시기를

살았다. 최근에 로열 로드에 접속한 유저라고 하더라도 북부 유저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갔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가 1쿠퍼도 아끼면서 사는 빈민들이라고 놀릴지 모르지만, 북부만큼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도 없지

않겠어? 하벤 제국이 침략하더라도 여길 떠난다는 건 미련한 짓이야."

"중앙 대륙은 벌써 끝났고, 다른 왕국에서 세금을 왕창 뜯기면서 살아가느니 좀 위험하더라도 북부를 돌아다니는 편이 낫지.

여긴 낙후되어 있더라도 금방 발전해 버려서 사는 맛도 있고."

모라타는 아르펜 왕국의 수도는 아니지만 교통의 요지이고 중심이 되는 대도시였다. 북부 유저들은 하벤 제국의 침공 소식을

듣고 계속 모여들고 있었다.

물론 국왕 위드는 아직 가 본 적도 없지만 어느새 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대지의 궁전에도 유저들은 바글거렸다.

아르펜 왕국의 크고 작은 마을, 도시, 성채마다 하벤 제국과 싸우자는 유저들의 결집으로 붐비고 있었다.

"왔습니다. 슬론 님 어디 계세요?"

"워리어 하슬러 파티가 전투에 함께할 사람 구합니다. 레벨 350의 워리어와 전쟁에 참여하실 분 오세요!"

"어엇, 혹시 저랑 1년 전에 같이 박쥐 동굴 파티를 하신 적이 있지 않나요? 밴디트 갑옷 풀 세트라니! 그동안 

레벨 많이 올리셨군요."

"하핫, 별말씀을요. 그냥 사냥터에서 먹고살았죠."

도시 여기저기에서, 오랜만에 만난 유저들끼리의 반가운 해후도 이루어졌다.

모라타를 중심으로 북부 전체로 퍼져 나간 모험가들의 만남과 정보 공유도 이루어졌다.

"뼈다귀는 살점이 조금 붙은 것이 좋습니다."

"반쯤 썩은 것이 특등품이죠. 손으로 약간만 힘을 주면 뚝 부러질 정도로요."

"하지만 잘 썩은 뼈는 구하기가 어려워서......."

"쟌 님은 요즘 해골 궁수 소환 스킬을 고급 6레벨까지 익히셨을 거라고 하던데."

"후후후, 얼마 전에 고급 8레벨이 되었습니다."

"오오, 사냥터에 가시면 해골 궁수 200마리씩을 데리고 휩쓸어 버리시겠네요!"

"강화 부패 좀비 셋으로 호위를 시키고 궁수 200마리로 공격을 하죠, 근데 데스 나이트 전문 소환 스킬은 아직

좀 낮은 편입니다. 오템 님이 이 부분에서는 가장 앞서 나가시는 것 아닌가요?"

"저야 데스 나이트를 워낙 좋아해서요."

쟌, 헤리안, 오템!

네크로맨서들도 오랜만에 회합을 가졌다.

그들은 직업 특성상 유저들이 많은 곳에서는 사냥을 하기가 어렵다.

언데드 부대를 소환해서 끌고 다니다 보면 다른 유저들의 사냥에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언데드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무조건 공격을 하는 편이라서, 아차 하는 사이 남들이 사냥 중인 몬스터들을 가로채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그 정도야 고의가 아니라면 일반 유저들도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하고 넘어간다.

언데드 부대와 함께 사냥을 하게되면 일반 유저들 입장에서는 방어에 신경 쓸 것 없이 공격만 해도 되니

편한 점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네크로맨서들은 마법사이면서도 소환 계열이 주특성인 탓에 재료 수집이 필수!

시체들을 뒤적거리거나 무덤을 파헤쳐야 하다 보니 괜히 다른 유저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라, 여긴 좋은 시체가 있을 것 같네?"

네크로맨서에게는 필수라고 할 수 있는 도굴!

그러나 삽자루를 들고 무덤을 파다가 다른 유저들과 마주쳤을 때의 그 민망함이란........

마력을 향상시켜 주는 해골 어깨 보호대로 물을 떠 마시는 모습에 놀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레벨이 높은 네크로맨서가 되더라도 이런 점만큼은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서, 북부에서도 인적이 뜸한 곳을

위주로 다녔다.

"네크로맨서들은 갈비를 씹지 않고 되살려서 언데드로 만들어 뜯어먹는다더군."

"그놈들은 흉가에서 살고, 데이트도 무덤 근처로 간다는 소문이 있어."

사람들의 안 좋은 의식도 여전히 상당했다. 네크로맨서들이 존중을 받는 시기는 전투를 벌일 때뿐!

직업적인 오해와 편견이 매번 뒤따르지만, 언데드 군단을 끌고 다니면서 사냥을 하는 재미만큼은 남부럽지 않다.

"최근에 동쪽으로 떠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럭저럭 괜찮은 모험을 하고 돌아오신 것 같은데......."

"뭐, 체이스 님만 하겠습니까. 그냥 섬 몇 개 찾아내고 돌아왔죠."

"무인도라면 별로 볼 것도 없었겠습니다."

"설마요. 인구가 4만 정도인 도시가 있던데요?"

모험가들의 불꽃 튀는 말싸움도 은근하게 펼쳐졌다.

모험가들은 전사와 기사와는 다르게, 어느 던전을 깨끗하게 정복하고 몬스터들을 사냥했는지를 다투지 않는다. 

스킬숙련도와 레벨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결저적인 자랑거리는 되지 못하였다.

그들은 무엇을 찾아내고, 발굴하고, 이야기를 들었는지를 자랑으로 여겼다.

모험가는 실낱처럼 작은 실마리를 추적하여 역사를 바로잡고 유물들을 건져 내는 직업!

대륙의 술집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모험이야말로 그들이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떠돌아다니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모험가들은 원래 대륙 전체에 흩어져서 누비고 다녔다.

정해진 소속 같은 것은 그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동료들을 그때그때 구하기는 하지만, 공성전에 참여한다거나 영주로서 통치행위를 벌이는 것도 그들에게는

그다지 마땅치 않았다.

모험가들은 돈을 벌어도 사냥보다는 의뢰의 보상비를 받아 내는 쪽을 선호하고, 그보다 좋은 것을 금광, 은광, 숨겨진

보물들을 발견해 내는 것이었으니까.

모험가들에게는 무엇을 찾아내고 어떤 도전을 겪었느냐가 제일 중요하고 또한 자랑할 거리가 된다.

"다리를 무너뜨립시다. 우리가 쌓아서 만든 다리를 놈들이 이용한다니 불쾌하지 않습니까?"

"반드시 지켜야 할 건물들을 따로 추려 봅시다. 예술 회관, 프레야 여신상, 대도서관, 빛의 탑과 같은 건물들은 최악의 경우

에도 적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이주 계획을 짜야 합니다."

"늦기 전에 다 옮길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전쟁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가 어디에 있을지......"

"안되면 섬으로라도 옮겨야죠. 최선을 다해 구해야 할 건축물들을 선별하고, 도시를 지키기 위한 요새화 작업에도 참여합시다.

이 전쟁에 우리 건축가들이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건축가들은 애국심에 불타올랐다.

북부에서는 그들의 재능을 활짝 꽃피울 수 있었다. 위대한 건축물들이 끊임없이 건설되고, 험한 산과 넓은 강을 넘어서

북부를 연결하는 도로망 개선 사업도 아직 초기에 불과하였다.

인구수가 폭발하면서 팽창하는 도시 건설에도 건축가들은 대거 참여하고 있었다.

넉넉한 쉼터와 공원, 사냥터에서 얻은 금화를 기꺼이 꺼낼 수 있게 만드는 왁자지껄한 시장, 넓은 도로를 끼고 있는 화려

하면서도 실용적인 상업 지대, 안락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주택가!

문화가 있는 특색 있는 언덕, 하천 주변 공간을 꾸며 사람들이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게 해 줄 공간도

중요하다.

도시의 전망과 야결까지도 고려하면서 지어야 하기 때문에 건축가들끼리의 협력은 무엇보다 중요하였다.

건축 하나하나가 제아무리 멋지다 해도 모두 모아 놓고 보았을 떄 아름답지 못하다면 건축 디자인이란 관점에서는

실패나 마찬가지다. 일부 특색 있는 건축물만 부각되다 보면 도시의 거리는 엉망진창의 형편없는 몰골이 되었다.

하천과 건물, 거리와 나무까지 조화를 이루어야만 하기에 건축가들은 자주모여서 대화를 나누었고 그래서 사이도

좋은 편이었다.

일반 유저들의 존경을 받는 직업!

그들이 결정을 내리면, 초보 유저들이기는 해도 수천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작업을 도와주었다.

북부에서는 건축가가 아주 유망한 직업이었다.

"풀죽에서는 독버섯이 꼭 들어가야 되네. 죽느냐 사느냐의 경계 속에서 피어오르는 감칠맛을 느껴 본 사람이라면

밋밋하고 식상한 다른 죽들은 먹기도 힘들지."

"푸짐한 해산물죽을 못 먹어 봤으면 말을 말아야죠. 산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각종 해산물을 바다에서 직접 채취해서

바로 끓여먹는 그 맛! 해산물죽은 선원들의 충성심 올리기에도 일품입니다."

요리사들의 만남도 이루어졌다.

북부 전체를 풀죽신교가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니 하벤 제국의 침공으로 벌어지게 되는 이번 전쟁은 

모든 유저들을 결집시켰다.

현재 풀죽신교에는 대표적으로 71개의 부대가 있었다.

현재 가입되어 있는 총 인원수는 측정 불가!

초보 유저들이 집중 가입하는 죽순죽 부대 같은 경우는 개방제로, 무제한 받아들였다.

가슴이나 머리에 죽순을 꽂고 돌아다니면 죽순죽 유저다.

작은 마을에도 죽순죽 유저는 수천 명씩 돌아다니고 던전에도 무수하게 흩어져 있는데 무슨 수로 전체 인원수를 확인하겠는가.

"북부 유저 전체가 풀죽신교이지 않을까?"

"모르겠군. 주민들도 풀죽풀죽하면서 다니는 판이니 말이야."

풀죽 식당, 풀죽 카페, 풀죽 여관, 풀죽 무기점 등등 체인점들의 인기도 뛰어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운 점은, 풀죽신교는 적들의 침략에 맞서 싸우려는 의지로 불타오른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아르펜 왕국에 바치는 충성심의 근원은 위드에 대한 친밀감도 있을 테지만, 그보다는 북부에서 자신들이 행복

하기 때문이었다. 이 행복한 국가를 파괴하려는 하벤 제국은 바람피우다가 걸린 여자 친구 보다도 훨씬 나빳다.

처음부터 비교의 대상도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상당수의 풀죽신교의 남성들은 바람피울 여자 친구도 없었으니까!

"우린 싸워야 합니다."

"갑시다!"

북부 도시들마다 유저들의 거대한 무리가 전투에 대한 의지로 들끓었다.

비록 칼질 한 번, 화살 한 발에 죽을 목숨이라지만 침략자들을 무찌르고 싶기에 일어났다.

하지만 과거에 중앙 대륙에서 숱한 전재을 경험했던 유저들은 만류했다.

"안 됩니다. 인원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이대로 몰려가는건 자살행위일 뿐입니다."

"하벤 제국은 지금까지 싸워 온 상대와 다릅니다.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압도적으로 완전무결한 강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땅과 도시를 저항도 하지 않고 내줄 순 없잖아요!"

"우리는 이길 수 있습니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만 있다면요!"

결집한 북부 유저들 사이에서의 의견이 나뉘면서 사방에서 우왕좌왕했다.

싸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레벨이 높은 유저들일수록 우려 섞인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원래 중수나 고레벨 유저가 되면 죽음으로 인해 잃는 것도 많아진다.

레벨 300대나 400대의 유저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허무하게 죽어 버린 후 스킬 숙련도와 레벨을 날리고 좌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도시의 중앙 분수대에서 고개를 숙인 채 땅이 꺼져라 한숨을 짓고 있는 이들이 그런 부류!

하지만 죽음을 즐긴다는 독버섯죽의 유저들조차도 이렇게 무작정 싸우는 것은 마땅치 않아 했기에 다른 유저들도 

덩달아서 망설였다.

풀죽신교의 유저들은 자신들이 가진 장점을 확실히 인지 하고 있었다.

질보다 양.

무조건 들이닥쳐서 적들을 쓸어버린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작전이라도 단합을 이루어 내면 된다.

막상 상대하는 쪽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며 끊임없이 들이닥치는 물량 앞에서 놀라고 좌절하기 마련이다.

강한 군대라도 숫자로 압도한다면 결국 무너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하벤 제국의 정예 병력이 어마어마하게 진군해 오고 있다.

중앙 대륙을 통일해 버린 군대에게도 그러한 막무가내의 전투 방식이 통할 것인가.

어쩌면 전 대륙을 제패할 수 있는 최강의 군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해보고 안되면 또 싸우면 되죠!"

"놈들을 북부에서 몰아냅시다!"

결국 목소리가 크고 주류를 이루는 강경파 유저들의 의견이 득세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과거처럼 르포이 평원에서 하벤 제국군을 격퇴하기로 했다,

아직 돈이 없어서 철검도 사지 못한 북부의 유저들이 르포이 평원을 향하여 대대적으로 이동했다.

북부 유저들은 사냥과 레벨 업만 하지 않고 다양한 활동과 재미를 찾아다니는 성향이 있었다.

모라타에서 일찍 시작한 유저라고 해도 아직 레벨이 200대 후반에도 이르지 못했다.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인원은 경제력을 부강하게 만들어 주고는 있었지만 실질적인 개개인의 능력은 크게 높아진 것이 아니었다.

**************

"과연 라페이의 의견은 귀신같군."

하벤 제국의 3군장단 포르칼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능선 너머에서 끝이 없이 걸어오는 북부의 유저들을 보라.

약하고 강하고를 떠나서, 어찍 저 인원 앞에 압도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렌슬럿이 패배했던 이유도 알겠어."

헤르메스 길드이 유저들이 존경하던 대영주 렌슬럿.

그는 적들이 철벽의 요새 내에서 농성을 하는 상당히 까다로운 전투에서도 용기와 지략으로 가뿐하게 승전을 거두

었다. 그래서 북부에서 처참하게 패전을 하고 돌아왔을 때, 헤르메스 길드의 전쟁 지휘관들은 내심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기는 데 익숙한 그들로서는 설마하니 렌슬럿이 그런 처절한 패전을 경험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지금 저 북부 유저들을 보니 고작 7만의 부하들을 데리고 왔다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질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사들의 레벨과 훈련도가 아무리 높더라도, 버틸 수 없는 대홍수처럼 적들에 의하여 휩쓸려 버렸을 게 아닌가!

특히 저 대량의 인원들 사이에는 무시 못 할 강자들도 끼어 있다.

중앙 대륙에서 밀려나서 복수심을 가진 유저들!

그들이 초보 유저들 사이에 섞여 있기 때문에 원치 않는 난전이 벌어진 후에는 애를 먹기 일쑤가 될 것이다.

헤르메스 길드의 실질적인 유저 숫자는 20만 정도 된다.

그중 현재 북부 원정에 동참한 유저 수는 5만 명에 달한다.

날고뛰는 수준의 유저들로, 전투에는 도가 텄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

도시에서 걸어 다니면 다른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자신이 활동하는 지역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것은 물론 로열 로드 전체를

통틀어서 최상위권 랭커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그러한 최정예들이라고 해도 끝이 보이지 않고 가늠도 되지 않는 적에게는 정신적으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전쟁에서는 사기가 중요하니까 말이지."

유저들이 동요하면 휘하의 NPC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앙 대륙을 정복한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끊임없이 전쟁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헤벤 제국군은 이제야 북부로 왔지만, 그에 대한 훈련과 대비는 렌슬럿의 패배 이후로 계속되어 왔다.

유저들이 뭉쳐서 대항하더라도 숫자로 어찌할 수 없는 그 한계란 너무도 명확했다.

어떠한 전술도 세우지 못하고, 날카롭고 빠른 돌격도 불가능하며, 툭 건드리면 죽어 버리는 자들이 달려온다.

대륙 최강의 군대를 가진 하벤 제국의 입장에서는 그리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위력은 약하지만 마나 소모가 적은 광범위한 확산 마법 공격, 범위 화살 공격 등을 미리 전부 갖춰 놓고 준비해두고 

있었다.

최상의 질과 충분한 병력을 가진 하벤 제국이 겁을 상실한 나약한 초보자들을 학살해 버리는 것이다.

"이번에도 이기는 싸움을 하겠군. 역시 군중심리란 단순해서 전술적으로는 상대하기가 쉬우니까. 가장 많은 

학살 기록을 세울 수 있겠어."

군단장들은 미리 지정된 자리에 부대를 배치했다.

"광역 마법을 사용해 보고 싶군."

"캬아, 오늘 최소한 1,000명 이상은 죽일 수 있겠구나. 전투 공적을 어마어마하게 세울 수 있겠는데."

적의 막대한 병력에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도 조금은 흥분이 되었다.

"으음, 어쩌지?"

"진짜 단단해 보이네. 어떻게 공격을 해야 돼?"

무작정 달려온 북부 유저들은 적군 코앞에 이른 후에는 정작 어쩔 줄을 몰랐다.

하벤 제국의 중장보병들이 창과 방패를 앞에 세워서 진을치고, 뒤에는 궁수들이 빼곡하게 밀집해 있다.

단단한 바위에 부딪히는 계란이 된 것만 같은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진형이라서 무작정 덤벼들기에는

망설여졌지만, 좌우로 끝도 없이 모인 북부 유저들은 기운을 냈다.

"가자! 선봉은 독버섯죽 부대다!"

"전투에 승리하기 위해 장렬히 우리의 몸을 불사르는 겁니다."

"먹다 죽으나 싸우다 죽으나 마찬가지다."

죽음을 즐기는 독버섯죽 부대가 선봉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10만 명 이상의 유저들이 먼지구름을 일으키면서 전력으로 질주했다.

그리고........

2군단장 발바로가 명령했다.

"겁 없는 놈들에게 맛을 보여준다. 1대 4대의 궁수들은 사격 개시! 화명 마법사들은 광역 확산 공격을 실시한다."

하벤 제국의 궁수들이 쏘아 낸 화살이 독버섯죽 유저들을 그대로 뒤덮었다.

"커억!"

"윽!"

"너무나도 많다."

"이럴 수가......."

화살 비에 무력하게 죽어 가는 유저들!

뒤를 이어 화염이 널리 퍼지면서 그들이 달려가는 지역을 뒤덮었다.

독버섯죽 유저들은 지역 전체를 목표로 삼는 공격에 버티지 못하고 족족 쓰러졌다.

하벤 제국에서 궁수와 마법사를 사용하는 방식은 실제 전쟁에서 쓰는 것처럼 정확했다.

6대에 속해 있는 궁수들은 운 좋게 살아남은 유저들은 무시하고 강해 보이는 자들만을 노리고 따로 화살을

쏴서 요격했다.

독버섯죽 부대는 아직도 계속 달리고 있었지만, 하벤 제국군의 사정거리에 들어가기만 하면 엄청난 공격을 받아야

했다. 지역 자체가 부서질 것만 같은 화력의 공격이 계속 이어지니 들어가기만 하면 회색빛으로 변해서 사라졌다.

북부의 유저들은 맹렬히 달려간 독버섯죽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말 그대로 녹아 버리는 광경을 목격하고 경악했다.

"이건 아니야. 용맹한 독버섯죽 부대가......"

"광역 화염 마법이 몇백 개나 한꺼번에 터지면 저런 느낌인 거구나."

"공격 방식이 마치 우리와 싸우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 같지 않아요?"

"저들에게만 맡겨 놓지 맙시다. 우리 전부가 동시에 가야 합니다."

"시간을 주지 말고 해치웁시다."

엄청난 광경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잃지 않은 북부의 유저들!

"우와아아아아!"

그들 또한 해일처럼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좌에서 우로, 시작과 끝을 알기 힘들 정도로 많은 유저들이 끝도 없이 덤벼든다.

어쩌면 이제부터가 전재의 시작이리라.

하지만 하벤 제국군 역시 완벽한 대응이 되어 있었다.

"놈들은 허수아비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첫 전투이니만큼 조금은 예의를 갖춰 줘야 하겠지. 하벤 제국의

무서움을 똑똑히 보여 주어라!"

화살과 마법으로 닥치는 대로 유저들을 학살했다.,

수만, 수십만이 우습게 죽어 나갔지만 하벤 제국군에 가까이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과연 요새의 존재 이유가 있을지가 의문이 들 정도로 막강한 화력으로, 유저들의 반격을 허용하지 않고 쓸어버렸다.,

정복 전쟁을 토해서 훈련과 전투 경험을 쌓은 엘리트 궁수들과, 최상의 대우로 성장시킨 마법사들을 운용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벤 제국뿐이었다.

NPC 궁수들이 착용한 값비싼 장궁과 사정거리를 늘리기 위한 액세서리 장비들, 마법사들을 성장시키기 위한 마법 연구 서적과

실험 도구들의 지원이 있어야 하기 떄문이다. 전쟁에 집중했던 헤르메스 길드였기에 궁병들과 마법병단은 특별히 강화

되어 있었고, 그 수준도 여타 다른 왕국들은 감당해 내지 못할 정도였다.

물론 북부 유저들 사이에도 고레벨들이 상당수 끼어 있기는 했다.

누구나 예상하던 것과 같이, 난전이 벌어지면 활약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던 상태!

하지만 하벤 제국군이 보여 주는 우월한 화력 앞에서는 조금 더 버티다가 초보 유저들과 함께 사이 좋게 죽어 나가는

신세였을 뿐이다.

북부 유저들의 어설픈 물량은 하벤 제국의 원거리 집단 공격 전술 앞에 무용지물이었다.

최대한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돌격을 하더라도 막상 운 좋게라도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가는 병력은 2할도

안 된다. 사실 그마저도 궁수대들이 해치울 수 있었지만 그들은 후속 부대를 차단하느라 방치해 둔 것이다.

가까이 접근한 병력 또한 별다른 것도 해 보지 못하고 철벽처럼 뭉쳐 있는 중장갑보병들에게 부딪쳐 목숨을 잃고 사라졌다.

"이거 어떻게 하지?"

"몰라. 갈 수가 없겠는데?"

"싸우고 싶어도 적이 근처에 있어야 뭐라도 해보는 것아냐."

북부 유저들의 돌격 진형에는 정체 현상이 벌어졌다.

여전히 많은 유저들이 여전히 무작정 달리고 있었지만, 무의미한 죽음과 감히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느려지는 발걸음 저주가 걸렸습니다.

  40초 동안 이동속도가 35% 저하됩니다.

 -참혹한 진실에 대한 저주를 받았습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마나의 94%가 소모됩니다.

북부 유저들을 향하여 덧씌워지는 저주들!

하벤 제국에서는 막대한 재물로 많은 교단들에 기부금을 냈다.

돈을 쏟아부어 전쟁 사제들도 대고 동원하였으며, 헤르메스 길드 소속의 성직자들도 참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북부 유저들은 너무나 많이 모여서 아직 십분의 일도 피해를 입지는 않은 상태.

뒤에 대기하고 있는 유저들이 더욱 많기에 비록 의미 없이 쓰러진다는 걸 알고 난 이후로도 계속 돌격해 왔다.

하벤 제국의 군단장들은 미리 받은 명령이 있었다.

"이렇게 해도 이길 수 있겠지만 더 큰 절망을 가르쳐 주기 위해 2단계 작전을 실행해야 하겠지. 중장갑보병 전진! 기사

단은 출격하라. 전진 방향은 400미터마다 교차할 수 있도록."

마침내 하벤 제국군도 수비만 하던 지금까지의 상황을 버리고 앞으로 뛰쳐나왔다.

그들은 전투의 승리를 의심하진 않았다. 원거리 공격에 의한 순차적인 지역 초토화가 아니라 어떠한 방식으로도 이길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늑대가 양을 쫓듯 북부군을 몰아내기로 한 것이다.

병사들과 기사단이 마주 달려가면서 유저들과 검과 창을 부딪쳤다.

'

"말도 안 돼. 검이 부러졌어!"

"커억! 고블린 던전을 정복한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백 번 이상의 전투를 거친 숙련병들이 가볍게 유저들을 베었다. 약한 유저들이 앞장을 서고 있었기에 이미 정해진 결과였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뒤섞여 있는 고레벨 유저들. 

하지만 그들이 활약할 만한 시간과 공간이 없었다.

원거리 공격 부대의 일제 공격이 일차로 휩쓸고 나면 하벤제국의 기사단이 짓밟고 지나간다.

기사단의 돌진 앞에 초보 유저들은 장애물이 되지를 못하였고, 고레벨 유저들도 허망하게 죽어 나갔다.

개인들이 전쟁에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은 집단에 비해서 한계가 있다.

몇 명씩 숨어 있었던 것이 도리어 최악의 결과를 나오게 했다.

몇 명씩 숨어 있었던 것이 도리어 최악의 결과를 나오게 했다.

뭉쳐서 저항하더라도 힘든데 자신들은 거치적거리는 초보유저들 사이에 흩어져 있고 적들은 기사단 규모로 운용되고

있으니 상대하기가 역부족이었다,

"한 놈씩만 죽입시다."

북부 유저들 중에서 레벨 200에서 300대들은 그러한 목표를 세웠다.

자신의 목숨이야 어찌 되는 숫자를 조금이라도 줄여 놓으면 된다. 그다음은 남은 동료들이 알아서 해 줄 것이다.

양으로 내세울 수 있는 전술!

하지만 하벤 제국군도 전쟁에서 불패의 신화를 그냥 이룬것이 아닌 만큼, 거의 무인지경이었다.

뿔뿔이 흩어져서 돌격한 기사단은 유저들을 짚단처럼 베어 나갔다. 그리고 정해진 위치마다 교차하면서 다시 가속을

하기 위한 여력을 보충했다.

몇 명씩 섞여 있는 고레벨 유저들은 원거리 공격이 무서웠고, 기사단의 돌격에 자신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지 못했다.

제국군 병사들은 기사단의 뒤를 따르면서 혼란에 빠진 지역을 장악했다. 궁수대와 마법병단은 천천히 전진해 오면서

북부 유저들이 뭉쳐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공격을 날렸다.

그들만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7개의 군단이 조직적으로 진군하면서 중요한 고지들을 점령했다.

하벤 제국군은 병력 배치를 통해 전체 진형을 형성하여 넓게 퍼진 후에 유저들을 깊숙하게 끌어들이고 분쇄시켰다.

방어에 특화된 중장갑보병들이 전면에서 버티는 사이에, 내부에 갇힌 10만명 이상이 그대로 살육당했다.

지휘나 통솔에 있어서 북부 유저들은 따로 계획 자체가 없었다,

규모가 큰 만큼 효과적인 통제는 애초에 불가능!

어느 순간부터는 북부 유저들은 그저 돌격만 하고 있고, 하벤 제국군은 일정 시간마다 진형을 바꿔 가며 원거리 공격

과 돌격을 섞어서 그들을 죽이기만 하면 되었다.

물론 아직 기회를 노리는 북부 유저들도 있었다.

적들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던 도둑과 전사 등의 고레벨 유저들!

회심의 일격으로 병사 1~2명을 죽이는 전과를 세우기도 

했지만, 그들 또한 원거리 공격에 쓸려 버리거나 기사단의 돌격에 의하여 저항하지 못하고 죽었다.

궁수들과 마법사들은 이도 저도 할 것이 없어서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하벤 제국을 향하여 막무가내의 공격을 시

전했다.

"이거나 먹어라!"

"최소한 몇 놈은 죽을걸!"

그러나 준비된 보호 마법이나 방패에 의해서 막히고, 역공

을 당해서 목숨을 잃었다.

절삭의 능력을 가진 검병부대, 마법의 위력을 약화시키는 방패부대 등을 운용하면서 제국군은 상대방에게 절망감을 느끼게

했다.

"어떻게 해?"

"말도 안 돼."

"그래도 물러설 수는 없잖아."

북부 유저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가기만 하면 죽는다는 소

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서 돌격해 보지만, 무엇을 해 보지도 

못하고 개죽음!

종합적인 전쟁 수행 능력에서 비교도 되지 않았다.

하벤 제국군은 사제들의 회복 마법도 무한대로 퍼부어지고 번갈아서 휴식도 취하고 있기에 지치지도 않는다.

전체적인 연결 고리가 단단하고 매우 조직적이라서,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가히 악마처럼 느껴지는 군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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