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북부 사람들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던 북부의 유저들이 로열 로드에 다시 접속햇다.
전의를 상실하고 침울해 있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기운이 넘쳤다.
죽음을 경험하고 접속하지 못하는 동안 하벤 제국에 앙갚음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햇떤 것이다.
"놈들을 몰아냅시다."
"갑시다. 우리의 끈기를 보여 줍시다!"
북부의 유저들은 침략해 오는 하벤 제국을 향하여 다시 돌진했다.
"가자, 독버섯죽이여!"
"우리의 죽음을 의미 없다고 하지 말라. 우린 죽는 것이다!"
효과가 없었떤 무모한 인해전술의 반복!
겉으로 보기에는 영락없이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세 번에서 다섯 번 정도 압도적으로 전투를 승리한다면 다들 포기하고 순응해서 쉽게 북부를
정벌할 수 있을 거라던 라페이의 예상과는 다른 전개였다.
"우린 풀죽신교입니다. 전투에서 패배할 수는 있지만 마음마저 꺾이진 않아요."
"풀죽, 풀죽, 풀죽, 풀죽!"
북부 유저들의 항전은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을 만큼 끈질겼다.
위드는 아르펜 왕국의 국왕으로서 그동안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불가사의한 모험가 훌륭한 통치.
이 모든 것들이 훗날의 막대한 세금 수입을 위한 것이었지만 그로 인해 유저들은 아르펜 왕국을 진심으로 아꼈다.
그래도 전투에서는 하벤 왕국의 터무니없을 정도로 막강한 화력 앞에 근본적으로 접근조차 하지 못하거나,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마법 방어막, 생명력과 방어력이 높은 워리어 전사들의 배치로 인하여 어중간한 공격으로는 하벤 제국군을 죽일 수가 없다.
병사들이 조금씩 줄어들기는 해도, 전체적으로는 무시해도 될 정도였다.
하벤 제국군 병사가 약간 감소하더락도 전체적으로 보면 전쟁의 승리로 많은 경험치를 얻어서 전력이 보충되기도 하였던 것이다.
일반 병사와 전쟁으로 단련된 정예 병사들의 전력은 하늘과 땅 차이!
훈련으로는 성장시킬 수 없는 사기의 최대치, 병과별 능력, 레벨도 빨리 올라갔다.
"놈들을 막으려면 방법을 다양하게 해야 될 겁니다."
"약점을 찾압냅시다. 그리고 윌의 것을 지킵시다."
풀죽신교의 고위층, 북부의 고레벨 유저들은 여전히 무모한 전투를 벌이면서도 조금 다른 각도로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인해전술로 몰아붙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점점 깨달은 것이다.
아무리 돌격해도 하벤 제국의 공격에 이기지 못해 5만, 10만씩 그냥 떼죽음을 당하고 박살이 나 버린다.
작전은 철저히 놈들의 허점을 노리는 것이어야 했다.
그리고 로열 로드의 유저들 중에서는 현실에서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라페이와 참모진의 전략과 전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북부의 유저들 역시 그들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있었다.
"놈들의 전력은 잘 뭉쳐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계속 공격한다면 놈들은 병력을 분산시켜서
북부를 빠르게 점령하지 못합니다. 정복을 상당히 지연시킬 수가 잇는 것이죠."
모라타의 광장에서 하사관 출신 유저가 자신 있게 외쳤다.
하벤 제국 놈들이 영악하게 싸운다면 이쪽도 그런 식으로 대응을 해 주어야 할 게 아닌가.
"바르고 성채 쪽으로 오는 양동부대를 막아야 합니다. 어느 한쪽이든 놓치면 북부의 주요 도시들, 심장부가 파괴됩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없는 것이 많아요. 유저들은 많은 반면에 광상들은 개발이 덜 되어서 빈 땅으로 남아 있고, 대장간도 부족합니다.
전투에 지고 나서 무기와 방어구를 잃어버리는 것도 큰 손실입니다. 그걸 회수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 봅시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대장장이들은 미리 피신시킵시다. 그리고 우리도 병과를 나누어서 조직적으로 대응합시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대위들고 나섰다.
"지형적으로 볼 때 모라타로 향할 놈들의 진군로에 맞서서 가장 큰 피해를 입히고 시간을 끌 수 있는 장소는 여덟 곳 정도가 있습니다.
요새들이 있으면 막기에 조금은 수월할 텐데... 아쉽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죠."
그러자 모여 있던 유저들이 무슨 말이냐는 듯이 떠들었다.
"요새가 필요하면 만들면 되죠!"
"왜 벌써 포기하세요. 우리에게 남는 건 사람뿐입니다!"
하벤 제국이 침공해 옴에 던전 사냥, 퀘스트, 원정을 떠났던 북부의 유저들이 모조리 도시로 귀환하고 있었다.
"풀죽신교 참깨죽 아탈, 지금 도착했습니다."
"흑임자죽 후속 부대 결성 중입니다. 소속 부대원들은 어서 오세요."
"죽순죽 부대, 우리는 약해서 방해되는 전투에 직접 나서지 말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지원을 하도록 해요."
현재 하벤 제국과 맞서 싸우고 있는 1진이 아니라 새로운 2진, 3진의 부대였다.
북부 유저 전체가 하벤 제국에 저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사람이 필요하다면 광장에서 외치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다면 건축가들은 요새를 축성하고, 방어 시설들도 설치합시다."
"놈들이 계쏙 진군해 오고 있는데 유저들을 설득해서 작업하는 게 가능할까요?"
"설득은 무슨! 간단히 성벽만 높게 쌓은 요새 정도야 하루면 끝이죠! 피라미드 건설을 할 때 하루에 나른 돌만 해도 50개는 된다고요!"
국왕 위드를 따라서 노가다에는 특화되어 있는 북부의 유저들!
그들은 곧바로 방어를 위한 요새 건축에 들어갔따. 말들의 진군을 까다롭게 하기 위해 유리 조각과 쇠못도 넓게 뿌려놓았다.
전투가 끝나고 나면 회수에 어려움이 따르는 물건이지만, 초보들에게 가져오면 1쿠퍼씩 준다고만 해도 산처럼 쌓이는거야 눈 깜짝할 순간!
저렴한 양질의 노동력이야말로 북부의 원동력과도 같다.
군인 출신 유저들이 전술적인 활동을 하면서, 하벤 제국의 침공에 맞서 북부 대륙 전체의 지형을 고려한 체계적인 방어 계획드이 잡혔다.
"이걸로도 이기지는 못합니다. 진군을 조금 느리게 하는 정도이지 병력 배치를 완벽하게 하고
우리 쪽에서 강자들이 나서더라도, 하벤 제국에는 부족해요."
"레벨 300~400대 분들이 군대를 이루어서 싸워 준다면요?"
"모르는 사람끼리 군대로 뭉치더라도 NPC로 구성된 병력보다 잘 싸우란 법은 없습니다. 전쟁은 그런 거니까요.
그리고 저들이 차근차근 진군하지 않고 우리를 상대로 본격적으로 전술적인 움직임을 보이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계속 덤벼들어서 전력을 약화시키고, 결정적인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에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일주일? 1달?"
"모라타가 파괴되면, 그리고 궁전이 날아가면 왕국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아주 클 겁니다."
"유저들이 계속 싸우려고 하더라도 그게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이지요."
모라타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지만 북부 전체의 생산과 상업, 종교, 모험을 위한 기반 시설들이 채워져 있어 중요하다.
부근 일대의 곡물 생산지와, 교통의 요지인 모라타가 잿더미로 변한다면 북부 전체에 마비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하벤 제국군도 일차 목표를 대지의 궁전과 모라타로 삼고 있을 것이다.
"모든 계획은 모라타를 중심으로 짜여야 합니다. 매일 북부 유저들 몇백만 명이 죽더라도 지키지 않으면 안 될 도시입니다."
"왕궁은, 만약 부서진다면 다시 지읍시다. 그러나 모라타만은 지켜야 됩니다. 최소한 위드 님이 돌아오기 전까지는요."
"그가 돌아온다고 뭐가 바뀔 수 있을까요?"
"모르죠. 핮디만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패배하더라도 진 것이 아닐 겁니다. 전쟁의 신 위드가 뒤에 남아있다는 희망이 있으니까요.
하벤 제국도 위드가 퀘스트를 성공시키는 것이 두려워서 지금 공격해 온 것 아닙니까?"
"하벤 제국은 확실히 강합니다. 그러나 북부가 우리 유저들의 손에 의해서 지켜지지 않고 한 영웅을 기다린다는 점은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받아들입시다. 우리가 이렇게 북부에 모인 것도 위드라는 사람이 없엇다면 불가능했던 것 아닙니까. 지금은 위드가 북부이고 희망입니다.
그리고 윌가 할 일은, 그가 돌아올 때까지 버티면서 하벤 제국을 약화시켜 놓는 것입니다."
풀죽신교 전쟁지휘센터는 정식으로 지위를 갖춰서 구성된 조직이 아니었다.
레벨을 떠나서, 전투 지휘에 자신이 있는 이들 100여 명이 모여서 끊임없는 토의를 통해 방어 계획을 세웟다.
그 실행 계획들은 즉각 북부의 유저들에게 전해졌다. 강제력을 가진 명령이 아님에도, 유저들은 자발적으로 따랐다.
"건축가님이 그러는데, 강이 잇는 곳까지 성벽을 20미터 정도는 쌓아야 한대."
"하루 동안?"
"응."
"시간이 남아도네. 20미터는 낮으니까 40미터로 쭉 둘러버리자."
그리고 도시에서는 하벤 제국을 막기 위한 전투부대도 계속 결성되었다.
"새벽 순교를 위해 출정할 전투부대는 이쪽으로 모이세요."
"아침 무렵에 공격하실 분들 구합니다. 선착순 100만 명 입니다."
북부의 유저들의 규모는 측정하기가 어렵지만, 잠깐씩이라도 접속해서 활동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한다면 수천말 명에 이른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대부분 로열 로드의 초보자가 모여들고 있었기에 가능한 인원수!
그들 중 70% 이상은 북부에서 시작했고, 심시어 천만 명 가량은 모라타 주변을 벗어나 본 적도 없는 완전 초보!
이번에 전쟁을 하러 가는 것이 먼 길을 나서는 첫 여행인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북부의 전투지휘소에, 백발의 노인 1명이 방문을 했다.
그는 레벨 150 정도의 전사들이 주로 착용하는 허름한 장비를 입고 있었다.
분위기가 자유로운 북부에서는 상대의 복장이나 레벨을 가지고 함부로 무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착용한 장비가 너무 흔한 제품들이라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몇 사람이 노인의 얼굴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헉! 참모총장님!"
10여 년 전 명예롭게 퇴임한 대한민국 참모총장의 방문!
북부에는 한국만이 아니라 여러 국아의 유저들이 있었다.
각국의 노인들이 매일 전투지휘소로 찾아왔는데, 그들 중에는 전직 항공모함 함장, 공군 사령관, 국방장관 등 고위직들이 즐비했다.
"흘흘, 이 나이가 되어서 자유를 위해서 싸우게 되다니 왕광이구만."
"제국을 상대로 하니 피가 끓어오르는데."
"우리가 약하긴 하지만 제대로 한번 붙어 볼까? 여기 게릴라전 전문이었던 사람 없나?"
"특수전 사령관 아이 하나 내가 불러오도록 하지. 퇴임한지 1년도 안되서 쓸 만할 게야."
"특수부대 애들과 정보국 애들도 데려오도록 하자고."
"보급은 군수지원단 애들 부르면 해결되겠군."
상상을 뛰어넘는 자발적인 참여로 인해, 북부가 인해전술의 한계를 넘어 진정한 전시체제로 재편되고 있었다.
이 또한 라페이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대다수가 초보 유저들이기 때문에 전략상에 큰 변화는 없었다.
강대한 하벤 제국군을 상대하기에 초보 유저들은 그저 인원 숫자만 채워 줄 뿐 오히려 약점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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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대륙의 풀죽신교 지부들!
그들은 하벤 제국의 통치로 인해서 떳떳하게 드러내 놓고 다니지는 못하는 처지였다.
"북쪽의 형제들이 졌다는군."
"싸워 보면 알게 되지. 놈들이 보통 센 게 아니니까 말이야."
"저항을 한다니, 재미는 있었겠어."
중앙 대륙에서는 풀죽신교가 할 일이 마땅히 많지가 않았다.
하벤 제국의 치안 상태는, 부분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은 있었지만 대도시 부근에서는 정식 저항군이 크게 세력을 떨치지 못했다.
중요한 거점과 요새마다 제국군이 주둔하여 반란을 방지하였고, 일정 규모 이상 유저들이 뭉쳐서 세력을 갖추려고 하면
군대를 근처로 이동시켜서 싸우지도 않고 그 불온한 싹을 일찌감치 도려내 버린다.
예전 각 왕국의 수도와 중앙 분수대에는 황제 바드레이의 조각상, 총독 관청 등의 통치를 위한 건물들도 속속 올라가고 있다.
몰락한 왕국의 주민들도, 일어나지 못하도록 적당히 눌렸다.
기존의 중앙 대륙 영주들은 그저 세력을 거둬들여서 전쟁에만 쏟아부었다.
싸워서 승리를 거두면 대박, 패배한다면 몰락!
하벤 제국은 무엇보다도 헤르메스 길드를 기반으로 뭉친 유저들이 강하였지만, 장기적인 내정에서도 탁월한 면모를 보였다.
치안이 좋은 지역을 생산과 무역의 거점으로 양성하고, 불안한 지역은 군대를 주둔시키고 병사 훈련장을 만든다.
요충지에는 상업 시설, 문화 건물을 짓고 세금 감면의 혜택을 주면서 주민들의 충성도를 높였다.
하지만 도저히 거두어들이기가 까다로운 지역은 과감하게 배제한다.
일부러 도시를 파괴해 버리거나 주민들의 강제 이주, 혹은 그냥 식량의 공급을 끊어 버리고 굶어 죽도록 방치해 둔다.
통치를 위하여 공포와 채찍을 적당히 이용하면서 넓은 제국의 영토가 최소한의 차질로 굴러 돌아가게 했다.
원래 정복 작업이란 유저들은 둘째 치고 주민들의 저항을 ㅁ낳이 받기 마련인데, 중앙 대륙을 통일하고 나서도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면서 크게 곤란을 겪지 않는 것만 봐도 칭찬과 감탄을 할 만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이 10 정도라면 실제 하벤 제국의 통치는 1000에 가까울 정도로 세련된 것이었다.
초반에 하벤 제국에 점령된 칼라모르 왕국!
주기적으로 크고 작은 저항군이 날뛰면서 하벤 제국을 성가시게 했다.
그러자 하벤 제국에서는 감시와 통제를 소홀히 하는 척하여 헤르메스 길드를 싫어하는 유저들을 그곳으로 모이게 하고
군대를 투입해서 사소한 사고 외에는 일으키지 못하게 조절했다.
반대자들에게 약간의 희망을 주면서 결국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전술!
산적왕 스타이너처럼 걸출한 유저도 나타났지만 하벤 제국의 통치는 대세로 흘러가고 있었다.
약간씩이라도 물러나다 보면 결국 하벤 제국의 지배는 공고해진다.
중앋 대륙의 수많은 유저들은 상황이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돌아가는 것을 보며 체념을 하고 받아들였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무수히 많은 노력과 준비를 해서 더 빨리 중앙 대륙을 통일하고 베르사 대륙도 정복할 수 있을 정도의 저력이 있었다.
그들에게 저항했던 반헤르메스 길드 연합군이 어떻게 패배했는지를 돌아보면 명확해진다.
명문 길드들끼리의 분쟁을 거쳐서 서로의 힘이 빠지기를 기다려 단숨에 점령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겠지만,
그것을 떠나 하벤 제국의 내실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어설픈 힘으로 대륙을 통일한다면 끝없는 혼란기에 접어들게 될 테니.
도시계획이나 후속 병력 배치 등을 보면 정복 이후까지도 대비하고 있었음이 틀림없다는 정황이 속속 나왔다.
최근에는 하벤 제국을 곤란하게 하던 엠비뉴 교단의 세력까지도 싹 사라지게 됨으로써 지배 체제는 더할 나위 없이 확고해졋다.
중앙 대륙 정복 후에 약간이나마 아슬아슬햇떤 균형점이 안정으로 확 기운것이다.
중앙 대륙의 풀죽신교 지부는 딱히 어떠한 활동도 하지 못하고 지켜보고만 잇는 중이었다.
"여기에 있어 봐야 할 일도 없고......."
"사냥하러 갈 건가?"
"몰라. 그냥 북부로 가서 구경이나 해 볼까?"
"그곳은 뭐하러?"
"하벤 제국 놈들에게 다 파괴되기 전에라도 보고 싶은 거지. 전투도 가까이에서 구경하고 말이야."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끝나 버릴지 모르는데....... 어쨌건, 그런 이유라면 나도 같이 가지."
중앙 대륙의 유저들도 북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갓 시작한 초보들도 몇 명 있었지만, 300대나 400대의 고레벨들도 상당했다.
그들이 정말 전투를 구경만 할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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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영웅들!
"하벤 제국이 계속 설치는 게 영 거슬리는군."
"북부까지도 오다니 좀 지겨운데."
로열 로드에서 누군가와 섞이지 않고 혼자 사냥을 하는 유저들은 매우 많았다.
다크 게이머들처럼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처럼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혼자 다니는 까닭 중에 상당수를 차지하는건, 바로 성격이 더러워서!
광장에서 급히 구한 파티의 경우, 그날의 운에 따라서 레벨이 높더라도 실수를 연발하여 파티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동료를 만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또한 좋은 아이템들이 나오면 서로 가지려고 분쟁이 일어나는 것도 다반사다.
그럼에도 파티 사냥을 즐기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걸 재미로 아는 유저들도 많지만, 성격이 더러우면 화가 나서
그 꼴을 참지 못하고 날뛰게 되는 법이다.
로열 로드에서 동료를 잘못 만나서 억울하게 죽으면 그 손해는 정말 크기 때문이다.
더러운 꼴 보며 욕하고 싸우다가 제대로 사냥도 못 하고 접속을 종료하는니, 차라리 어렵더라도 혼자서 부딪치다 보면
극복해 나가는 재미를 누릴 수도 있다.
게다가 고생 끝에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던전을 털면 전리품은 혼자 몽땅 다 갖게 된다.
파티 사냥에서는 서로 가고 싶은 장소가 다르거나 선호하는 몬스터가 달라서 의견 대립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혼자 다니면 그런 시간 낭비도 없다.
효율의 극대화, 직업에 따라서는 특정 스킬들을 위주로 성장하면 나중에 레벨이 높아진 후에는 파티 사냥에 부적합해지기도 한다.
맷집을 키운 궁수, 특별히 빨리 달리는 스킬을 얻는 전사라면 여럿이서 함께하는 파티 사냥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되기도 했으니까.
'아무튼 난 친구는 없으니까. 평생 혼자서 살아야지.'
'여자 친구? 흐음... 아마 나한테도 생기겠지. 나중에 돈 많이 벌어 놓고 나이 먹어서 양로원에 들어가게 되면.......'
나이는 젊지만 여자 친구도 없는 부류도 세상에는 아주 많았다.
실제 현실에서도 여자 친구가 없어서 만날 일도 없다 보니 로열 로드를 할 시간은 충분하다.
그렇게 혼자 다니면서 사냥과 모험을 하다가 중앙 대륙이 번잡해지면서 북부로 넘어온 유저들이 아주 많았다.
모험을 성공시키면 주민들의 입에서나 가끔 거론되는 이름 없는 유저들!
레벨이나 모험의 성과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로열 로드를 즐긴다.
그렇기에 그들의 특성은 대체로 높은 스킬이나 레벨이다.
"전투 구경이나 가 볼까."
"오랜만에 전쟁에 끼어 보는 것도 괜찮겠지. 중앙 대륙에서처럼 용병으로 활약하며 돈을 벌긴 힘들겠지만......."
"원래 난 하벤 제국을 싫어하니까."
"풀죽신교에는 예쁜 여자들이 많다는데. 혹시 나에게도 말이라도 걸저 줄지 몰라/"
그렇게 북부에서 혼자서 활약하던 유저들도 모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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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삼치가 손바닥을 비비며 아부를 했다.
"과연 스승님의 혜안은 탁월하십니다."
아부 경쟁에 있어서만큼은 검사치도 질 수가 없었다.
"전투의 승패를 예측하다니, 천기를 읽으신다고 해야 될 정도 아닙니까?"
검치는 북부의 유저들과 하벤 제국의 싸움이 어떻게 결론나게 될지 이미 예측한 바가 있었다.
북부 유저들의 일방적인 패배!
그 예껸은 말 그대로 이루어지고 말았다.
"비결이 무엇입니까, 스승님!"
검오치가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무서운 게 없고 눈에 보이는 것도 없던, 철모르던 10대 시절.
검치에게 검술을 배우다가 겁 없이 덥고 짜증이 나서 이까짓 것 안 배운다고 큰소리를 쳤다가 염라대왕에게 이름 세자 중에
두 글자까지 알려 줄 정도로 맞은 이후로 검오치에게 아부는 삻 그 자체가 되었다.
검치는 멀리 능선 너머 하벤 제국군을 보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사람은 누울 자리를 보고 연장을 휘둘러야 하는 법이다."
"아, 과연!"
"놀랍습니다, 스승님!"
수십 년 인생의 역경이 담겨 있는 명언에 제자들은 깊이 감동했다.
"그런데 언제까지 지켜보기만 하실 것입니까?"
"구경은 충분이 했으니 슬슬 몸을 풀어 보자꾸나. 저 오만한 놈들에게 세상의 쓴맛을 보여 주어야지."
"즉시 연장을 챙기겠습니다."
사범들과 수련생들은 연장을 항상 몸 가까이에 두고 있었다.
무수히 다양한 종류의 검들을 비롯하여 도끼, 철퇴, 낫, 망치, 활.
전원 무기술을 익혔기에 사용하는 무기도 아주 다양했다.
검둘치는 전투라면 고기를 먹다가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로 신이 났지만 도장을 책임질 후계자로서
뒷수습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엇다.
자신과 수련생들이 약한 건 아니지만 저 막강한 하벤 제국의 군대에 맞서 써워서 이길거란 생각은 도저히 들지 않았다.
"근데 지난번에 우리가 나선다고 해도 못 이길 거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하벤 제국 놈들을 다 합치면 300만이 넘는다는데요."
"어렵겠지. 힘들겠지. 그러나 이런 큰 싸움을 놓칠 수도 없는 법. 그리고 적들이 강하고 많으니까 싸울 맛도 더 나지 않느냐?"
"물론입니다!"
큰형님처럼 듬직하고 차분하던 검둘치와 검삼치, 사범들의 눈이 뜨겁게 빛났다.
로열 로드는 그들이 즐기면서 전투를 경험하는 장소였다.
실제 현실에서의 검술에 직접적으로 아주 크게 도움은 되지 않지만 상당한 자극과 흥미를 느끼게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만큼은 여전히 변함이 없지만, 강한 적이 나타나니 투쟁심이 들끓었다.
'박살을 내 주겠어.'
'전치 800주 정도로 두들겨 패 줘야지'
'숨도 못 쉴 정도로 때리고 밟아 줄 거야.'
각오를 단단히 다지니 하벤 제국군이 막강한 것이 오히려 반갑다.
남자가 검을 뽑으면 그 정도의 적을 향해서는 휘둘러야 할 게 아닌가.
근육으로나 전투력으로나 영화 <300>을 능가하는, <505>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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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이익!"
바르고 성채에 있는 오크들은 온통 불만투성이였다.
"내 자식들은 너무 많다, 취췻. 도대체 우리 가족은 몇 명인가, 취이익!"
오크 수컷들은 암컷들을 향하여 불만을 표시했다.
보통 부족 내에서 영향력을 쥐고 잇는 암컷들 역시 기가 센 편이라 조금도 지려고 하지 않았다.
"어제 일곱, 오늘 아홉 낳았다, 취치칙! 가족이 그 정도는 되어야 북적이고 좋지 않은가, 취칙!"
"먹여 살리기 힘들다, 취칙!"
"움막에서 노니까 그렇지! 나가서 사냥이나 해 와라, 췩췩!"
북부의 오크들은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낫다. 하루가 지나면 새끼 오크들이 줄줄이 태어나서 마을에서 연애를 한다.
"너 맘에 든다, 취췻."
"예쁘단 말 자주 들었다, 취익!"
"엉덩이가 정말 크다. 췩, 췩!"
새끼 오크들은 금방 데이트를 하고 결혼을 하고, 또다시 자식을 출산한다.
그 새끼들은 또다시 아이들을 낳는 무한 반복!
열 쌍의 오크 커플이 있다면, 3개월이 지나면 도무지 몇 마리로 늘어나게 될지 짐작을 할 수가 없는 것이 오크들의 특성이었다.
초창기에 바다를 건너와서 정착한 오크들은 금방 영력을 확대해 갔다.
대부분 바르고 성채 부근에 정착한 탓에 몬스터와 싸우면서 죽어 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따면 날뛰는 오크들로 인해 숲과 산에 동물과 몬스터의 씨가 말랐을 것이다.
몬스터에게 그렇게 죽고도 끈질기게 세를 확대해 나가, 현재 바르고 성채는 북부 오크들의 수도로 부르더라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오크가 그렇게 재밌다던데요. 일반적인 게임과는 전혀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는데.
-오크 6개월 한 경험자로서 말씀드립니다. 가족들을 보면서 가장으로서의 행복을 경험할 수 있죠.
첫 새끼 오크를 보는 흥분은 말도 못해요. 가족들을 늘려 가는 플레이가 중심이 되니까요.
- 그 이후로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새끼 오크들이 태어난다는 것이 함정!
-부모님의 마음을 이제야 이해하겠어요. 부양가족들을 책임져야 하는 그 무거운 어깨를.......
-오크 가족들을 데리고 사냥에 나서서 새끼들을 전사로, 투사로 키워 가는 맛만 할까요?
인간들에게는 명예나 친밀도가 중요하지만 오크들은 그런 거 없습니다. 한가족이면 무조건 한편이죠. 배신?
오크들한테 그런 건 있을 수가 없어요. 여러 직업을 선택하지 못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스트레스 해소에는 최강의 종족이라니까요.
-신중하게 느릿느릿 모험하고 사냥해서 언제 성장합니까? 그냥 싸우고 보는 거죠. 오크들이야 또 낳으면 되는 거고.......
-오크들은 집게 숫가락만 100벌씩 놔둔다는데, 정말인가요?
-고작 그거면, 하루 설거지 안 하면 싸움 날 정도?
오크 종족을 선택할 수 있게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오크 유저는 이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
곱상한 엘프, 과격한 바바리안과는 다르게 활기찬 오크 마을만의 분위기!
바르고 성채 주변은 오크들로 미어터질 정도였다.
조금 과장하자면, 가파른 절벽에서 떨어져도 바닥에 부딪쳐 죽는 게 아니라 다른 오크들에게 부딪칠 수준이엉ㅆ다.
그리고 오크들은 산맥의 곳곳에 성채를 지어서 몬스터들을 경계했다.
북부에 정착을 할 때의 약속!
-북부 대륙을 위해, 그리고 다른 종족들을 위해서라도 몬스터들로부터 바르고 성채를 사수하라!
바바리안, 엘프, 드워프가 교류를 하는 바르고 성채는 오크들이 지킨다.
드워프들은 기꺼이 오크 성채들을 보수해 주어서, 상상을 초월하는 강한 몬스터가 나타나더라도 쉽게 함락되지 않도록 도움을 줬다.
그리고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오크들은 가족들과 부족들을 거느리고 등과 어깨에 식량을 이고 지고 떠난다.
얼마 멀리 떨어진 지역가지 가지도 못하고 간신히 목숨만 건져서 돌아오기도 하였지만, 아무 소식이 없으면 대충 잘 살고 잇을 확률이 높았다.
오크 몇 마리만 확실하게 터전을 다지더라도 무리를 불리는 것은 금방이엇으니까.
북부의 상인들과 농부들은 일찍부터 오크들에게 눈독을 들였다.
"경제 규모는 즉 인구를 바탕으로 하는 거야. 미래의 오크들이란......! 식량 팝니다. 진짜 원가에 팔아요! 하나도 안 남기고 팝니다."
"잘 키운 오크 하나 열 마을 안 부럽다고 했지. 이 녀석들이 번식만 잘해 주면 농작물 지키는 데에는 최고의 수문장이 되어 줄 거야."
상인들은 고정 고객을 늘리기 위해, 그리고 농부들은 위험한 지역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서 새끼 오크들을 데리고 갔다.
상인들은 오크 마을에 정말 원가로 식료품을 공급했다.
실제로 남는 것은 얼마 없지만 며칠 뒤면 이미 동이 나 있어서 추가로 더 많이 팔 수 있었다.
대신에 오크들에게 얻는 것은 사냥의 전리품들. 이른바 잡템 장사를 대량으로 하면서 짭짤한 수익을 거두었다.
잡템 장사 전문 상인이라고 해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대상인들도 다들 한번씩 거쳐 간 길이다.
새로운 땅을 개척하여 농사를 지어 곡식을 팔려던 농부들의 목적은, 어느새 오크들을 먹일 식량을 식량을 만드는 것으로 바뀌었다.
땅을 일구어서 곡식을 심고 수확을 하면 무엇하겠는가.
보초병으로 데려온 오크 가족이 무려 4,000마리로 늘어 버리고 말앗는데.
"취이익!"
"췻!"
새끼 오크들이 줄줄 따라다니면서 배고프다고 아우성을 쳤다.
농부로서의 사명감! 최소한 눈앞에서 굶어 죽는 이를 볼 수는 없다는 불타는 사명감에 이기지 못해 결국 수확한 곡식들을 모조리 오크들에게 베풀었다.
"취췩, 우리 신세 졌다. 갚아야 된다."
다행히 오크들은 은혜를 알았다. 농부를 위하여 두 팔 걷고 나서서 전투도 하고, 필요한 것들도 구해다 줬다.
먼 옛날 베르사 대륙의 역사에서 오크들은 인간만큼이나 세력을 덜치던 종족이었다.
그들은 넓은 땅에 흩어져서 살았고, 강한 무력과 집단의 힘으로 몬스터 무리를 물리쳤다.
자유롭던 그들이지만, 어떤 안 좋은 사건들이 연속으로 생기면서 종족의 숫자가 많이 감소하였다.
하지만 현재 오크들은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돌릴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늘어 가고 잇었다.
그리고 북부는 오크들이 살아가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풍부한 식량과 강한 몬스터.
위드는 대륙을 떠돌면서 네 종족이 화목하게 살았던 시화속의 도시 라체부르그와 오크 도시 투사의 불꽃에도 방문하고 건축물들을 감상했다.
국왕인 위드가 오크들을 위한 건물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르펜 왕국에는 그에 연관된 건물들이 쉽게 세워질 수 있었다.
돌을 다룰 줄 아는 약간의 기술력과 오크들의 숫자만 받쳐 주면 관련 시설들은 마구 건축되는 것이다.
물론 오크들을 위한 건물만은 아니었다. 지역마다 드워프, 엘프, 인간을 위한 건축물들도 다양하게 세워졌다.
둥! 둥! 둥!
모험가 란스터가 구해 온 유물 '헤취의 북'.
오크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당소에 설치해 놓았다가 위험에 처하면 두들길 수 있었다.
그러면 인근에 잇는 오크 사면들을 통해 텔레파시처럼 모든 오크들에게 전달된다.
"취췻, 누군가 우리를 공격한다."
"내가 태어났던 장소가, 취취취췩! 위험하다."
"맛있는 음식과 암컷들이 잇는 곳... 취익! 근데 거기가 어디였지? 취췻!"
북부의 오크 전사들이 짐을 싸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 오크 성채들마다 나름 정예뜰로만 구성해서 바르고 성채를 구하기 위한 병력을 보냈다.
그다음 날도 보냈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