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8권 : 5) 대제왕 위드의 유언 (253/520)

5) 대제왕 위드의 유언

"더 빨리 움직여라!"

"앉아 있는 자들은 그대로 목을 칠 것이다."

"채찍을 맞아야 더 빨리 움직일 수 잇다는 걸 안다. 르오커의 채찍 맛을 볼 테냐!"

위드는 하늘로 오르는 탑에서 파수꾼들이 뭐라고 하든 느긋하게 바위를 운반했다.

노가다를 하면서는 마음가짐과 행동이 중요하다. 풀필요하게 너무 설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굼뜨게 행동해서 시선을 끌어서도 안 된다.

주변의 인부들과 움직이는 속도를 맞추면서도 눈빛에는 적당히 힘이 잇는 것처럼 보여 줘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숨을 약간 가쁘게 몰아쉬면서 부지런하고 성실한 얼굴 표정까지 지어 주는 건 필수였으니, 노가다를 하면서 눈치를 보는 것이야말로 종합 예술의 정점!

우월한 스탯으로 피곤함은 몰랐지만, 놈들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이다 보니 유쾌하진 않다.

로열 로드에서는 대부분의 노예들이 보통의 인간보다 체력이 훨씬 좋기 때문에 바위를 짊어지고 계단을 오르는 것도 상당히 빨랐다.

몇 시간에 걸쳐서 지루하게 계단을 오르면서 가질 수 있는 위안이라고 해 봐야 가끔 창밖을 내다보는 것 뿐이었다.

땅이 점점 멀어지고 하늘이 가까워진다.

경치가 확 트이는 그 쾌감!

땀을 실컷 흘리고 나면 개운하기까지 했다.

"음, 너는 어린 꼬마가 일을 상당히 잘하는구나. 훌륭하다."

"엠비뉴를 위한 일에 모범이 되어 주는군."

엠비뉴의 파수꾼들로부터 가끔 뜻하지 않은 칭찬도 받았다.

'아냐, 이러면 안 돼. 어느새 노가다에 적응을 해 버리고 잇어.'

노가다를 시작하면 금방 정신이 멍해지면서 손발을 움직이며 일하게 된다.

멍청하게 있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 버린 상태!

어릴 때에 인형 눈을 붙이고 벽돌을 날러서인지, 단순 반복 노동을 대할 때에는 그 일이 천직처럼 느껴저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푹 빠져 허우적거리는 체질이었다.

탑에서 끝이 없는 것암 같은 계단을 오르고 돌을 운반하는 일은 지겹고 답답하다. 다른 노예들의 몸에서 흐르는 땀으로 냄새마저도 ㄹ최악.

위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라지만 오래 할 일은 아니야. 난 왜 하필 찾아도 이런 방법인 걸까.'

돌덩이를 나르고 나서는 다시 내려옿는 것도 귀찮았다.

탑을 오르내리면서 자세히 살폈지만 벽에는 낙서만 가득했다.

-아들리안 영기서 죽다.

-배가 고프다. 움직일 힘이 없다. 크크. 이곳은 지옥이다.

-모두 죽어 가고 있다. 부모와 형제, 연인들 모두가 이 탑에서 일을 하다가 죽었다.

-아들리안 아직도 살아 있다. 난 언제 죽는 거지?

딱히 정보라고 얻을 건 없었다.

드물게 인간과 유사한 종족들의 글도 남아 잇엇는데,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모험가 혹은 마법사, 역사학자는 여러 종류의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데, 그것을 통해 다른 종족의

글자를 읽고 퀘스트를 얻거나 단서를 찾는 것이 가능하다.

조각사와 화가가 예술품을 통해서 과거에 잇었던 일들을 본다면, 모험가들은 물건의 흔적을 통해서 전후 내역도 파악이 가능했다.

언어와 물품 감정, 추적의 달인들.

위드의 경우에는 악착같이 몸으로 때우고 눈치로 때려 맞혔지만, 모험가들은 그보다 신비로운 퀘스트를 진행하면서도

도중에 단서를 잃어버려서 헤메거나 단서를 찾는 것이 가능하다.

조각사와 화가가 예술품을 통해서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본다면, 모험가들은 물건의 흔적을 통해서 전후 내역도 파악이 가능했다.

언어와 물품 감정, 추적의 달인들.

위드의 경우에는 악착같이 몸으로 때우고 눈치로 때려 맞혔찌만, 모험가들은 그보다 신비로운 퀘스트를 진행하면서도 도중에 단서를

잃어버려서 헤매거나 끊어지는 경우를 줄이는 것이 가능했다.

그저 싸움만 잘하는 전사들이 막연히 퀘스트를 받고도 해결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것에 비하면 훨씬 똑똑하고 섬세한 직업!

위드도 모험을 하면서 모험가들을 부러워했다.

'세상의 보물들을 몽땅 쓸어버렸을 텐데.......'

북부에서도 오랫동안 묻혀 있던 보물을 찾아낸 모험가들은 명성과 부를 얻을 수 있었다.

'하긴 내가 모험가를 햇으면 삽자루 들고 맨날 무덤에서 도굴만 하고 있었겠찌.'

위드는 탑을 오르면서도 구석구석 놓친 것이 있나 싶어 벽면과 천장, 계단 바닥을 계속 살폈다.

의미 없는 글귀들만 복잡하게 가득했다.

거의 마스터에 이르는 조각사로서 뛰어난 재주를 자졌지만, 이 탑에서는 예쑬품의 흔적도 찾지 못했다.

엠비뉴 교단은 하늘로 오르는 탑을 굳이 장식하려고 하지 않았고, 노예들도 원치 않는 강제 노동에 휘말려서

예술품을 새길 정신 따위는 없었을 테니 푸념과 원망 섞인 낙서밖에 남기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하늘로 오르는 탑은 계속 높아졌고, 별다른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탑의 외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드는 노가다를 하느라 바쁘니 모를 수도 있는 것이었다.

'뭔가 방법을 내야 돼.'

위드는 머릿속을 계속 움직였다.

돌덩어리를 나르는 일을 하다 보면 멍하니 생각이 멈춰 있기 쉽지만, 엠비뉴 교단을 막기 위해서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로열 로드 내의 시간으로 불과 이삼을 사이에 엠비뉴 교단이 역사를 뒤바꿔 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성과는 거의 없고, 이대로 건설에만 도움을 주다가 일이 끝나는 건 아니겠지.'

탑 내부의 복잡한 구조에 대해서는 알 만큼 알았다.

30층 정도까지는 광신도들의 숙소와 훈련장, 광장이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매 층마다 상당히 넓다.

상층부의 무게를 견딜 수 있또록 충분히 두껍고 단단하게 건설된 것이다.

그 이후로는 점점 벽과 기둥이 가늘어지면서 하늘을 향하여 뻗어 나가는데, 마나를 흡수하려 건물의 무게를

감소시키는 특수한 제단 등을 만들기 위하여 계단이 뒤엉키거나 이상하게 이어져서 특정 층을 건너뛰기도 한다.

파수꾼들과 엠비뉴의 기사들이 탑의 중간중간 요충지마다 배치되어 있지만, 좁은 계단과 통로의 특성상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들이 바로 달려오진 못할 것이다.

탑은 정확히 총 1,000개의 층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후의 꼭대리부터는 계단만 세우고 있다.

'어떻게 한다.'

위드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부하들, 혹은 아헬른과 자하브의 소식이 들릴 때까지 기다릴지, 아니면 혼자서라도 움직일 것인지,

혹은 조금 더 살펴보면서 계획을 세우고 대비를 하는 편이 나을지.

목표가 탑의 붕괴만이 아니라 혼돈의 드래곤과 대사제 헤울러까지 이어져 있다 보니  만만치가 않다.

대신전의 경우에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감시병들이 구석구석 전부 재치되어 있고 순찰까지 돌아다녔다.

때문에 내부로 잠입하여 정찰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탑의 높은 곳에 올라가면 밖으로 뚫린 창문을 통해 대신전의 내외부가 전부 보였다.

이곳이 대신전이기 때문에 극악의 기사단처럼 고위 성당 기사단과 사제들이 길가의 돌멩이처럼 많았다.

고위 사제 1명만 하더라도 동료들이 가까이 있으면 전투력 상승효과가 엄청난데 여기에는 만 명 이상은 되어 보였다.

적들의 배치와 규모. 퀘스트를 하는 데에 필수적인 정보는 어느 정도 얻었다.

'인생 뭐 있어? 딱 내일 아침에는 거사를 일으킨다.'

**************

위드가 엠비뉴 교단을 막기 위해 떠나고 나서 서윤은 전쟁의 시대에 남아 있엇다.

들모래 요새의 공방전이 끝나고 아헬른을 만난 이후 그녀는 조각ㄱ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에서 맡은 역할을 다 하고 자유로워졌다.

띠링!

-퀘스트를 마쳤습니다.

 성자 아헬른에 의하여 마족 소환의 의식은 중단되었습니다.

 힐데른의 모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당신의 행동은 이름 없는 영웅으로 길이 남을 것입니다.

 퀘스트에 대한 보상으로 지혜와 매력, 기품, 정신력이 25오릅니다.

 모든 악명이 제거됩니다.

 평판이 최고가 됩니다.

 영광스러운 축복의 기운이 몸에 깃습니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가 성공으로 완료된다면 추가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광스러운 축복의 기운: 아헬른의 신성력에 의한 축복의 힘입니다.

 160일간 유지되며, 그 기간 동안 신체의 능력이 강화되고 강력한 보호 능력을 가집니다.

꽤 오랫동안 위드의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는 함께했던 것에 비한다면 그렇게 좋은 보상은 아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모험으로 스탯들이 다양하게 오르기는 했기에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게 되면 도움이 될 것은 틀림없었다.

'잘되어야 좋을 텐데.......'

서윤은 위드와 모험을 하면서 도운 것만으로도 기쁘고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누구도 모르게 아헬른과 이어진 퀘스트가 발생했다.

 끝나지 않은 마족 소환 의식

 흑마법사 챠크젤은 아직도 마족 소환의 미련을 버리지 못해였다. 그는 또 다른 희생양을 모으면서 마족이 가진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힐데른에게 심긴 마족의 씨앗은 성자 아헬른의 신성력으로 잠들었지만,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였다.

 "마족의 영혼은 지극히 어둡고 아주 끈질겨서 신성력으로도 쉽게 소멸되지 않지.

 마족 소환의 의식이 치러지고 나서 상당한 시간이 흘렀으니 이미 그대의 생명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그대의 몸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오."

 "제게서 마족이 깨어날 수도 있나요?"

 "신의 권능을 접하였으니 마족의 영혼이 앞으로 함부로 행동하는 건 불가능하겠지.

 마족의 영혼은 그대의 생명의 빛이 꺼지게 되면 지옥의 궁전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오."

 "다행이로군요"

 "그대가 누군가와 싸움을 한다면 마족은 그대에게 어쩔 수 없이 힘을 전해 주겠지.

 인간의 육체에서 살아가다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경험하면 마족에게 커다란 영혼의 충격이 뒤따르기 때문이라오."

 마족의 힘을 잠들어 있지 않으며 피와 함게 깨어날 수 있다.

 이 힘을 일깨워서 더 이상의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챠크젤을 처형하여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하고 마족 소환의 의식도 중단하도록 하라.

 퀘스트를 받아들이게 되면 신성력과 마족의 전툭을 일부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난이도: 전쟁의 시대 역사 퀘스트

 보상: 전투 경험과 업적.

 퀘스트 제한: 사망 시 퀘스트 실패.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게 됨.

서윤은 퀘스트를 받아들였다.

챠크젤을 놔두고 그냥 떠나가고 싶진 않았다.

위드가 죽이지 못했으니 자신이라도 죽이려는 마음!

그리하여 그녀는 알함드라 공작이 다스리는 레페런 성으로 향했다.

챠크젤은 포르투의 국왕처럼 알함드라의 공작이라는 또 다른 높은 직위를 가진 제자를 이곳에 두고 있었다.

한밤중에 커다란 성문을 향해 걸어가는 서윤!

경비병들이 그녀를 발견하고는 창을 앞으로 내밀었다.

"누구냐. 허락받지 못한 자는 들어갈 수 없다."

"흐흐흐, 꼭 안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지. 노예 상인에게 팔아먹거나, 바깥에서 우리를 즐겁게 해 부면 되니까 말이야."

서윤은 힐데른의 역할을 하면서 생존을 위해 도망 다니고, 사막 지역에서는 용병 길드의 경영 수완으로 내조에 충실했다.

그녀가 광전사 출신으로서 너무 사나운 모습을 보일 때면 위드가 위축되고 움츠러들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위드가 없다.

스르릉!

서윤은 길거리에서 주워 온 토막 난 장검을 번개처럼 뽑았다.

"아가씨, 우리를 기쁘게 해 주면 성안으로 들여보내 줄 수도... 커억!"

검은 은빛 호선을 그리면서 경비병을 베었다. 다음 순간 서윤은 경비병이 떨어뜨리는 창과 검을 양손에 하나씩 쥐었다.

 -마족 스트랑제가 전투에 관심을 갖고 당신을 돕습니다.

  현재 사용 가능한 마족의 전투력은 3% 정도입니다.

  생명력과 최력의 최대치가 증가합니다.

"이런 건방진 계집이......."

"혼자서 겁도 없구나. 죽어라!"

경비병들은 곧바로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전쟁의 시대에는 성문을 지키는 경비병이라고 하더라도 규율이 엉망이었다.

그리고 이런 경우, 서윤은 쓸데없는 말다툼 따위는 벌이지 않았다.

검과 창이 살아 잇는 것처럼 움직이면서 경비병들을 베고 찔렀다.

성문 부근은 어느새 초토화!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광전사로서 난투극을 자주 벌였던 그녀에게 경비병 대여섯 정도는 식후의 커피만큼이나 간단한 상대였다.

 -마족 스트랑제가 당신의 전투 능력에 호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 가능한 마족의 전투력은 4% 정도입니다.

  마력을 쓸 수 있게 됩니다.

  기초적인 흑마법을 습득하였습니다.

  마나의 최대치가 증가합니다.

"......."

서윤은 경비병들이 떨어뜨린 ㅣ전리품들을 주섬주섬 주웠다

사실 전리품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련이 없었지만, 사소한 잡템까지ㅏ도 챙기는 위드를 보고 배운 습관이었다.

나중에 살림을 함부로 한다는 인식을 심어 주고 싶지는 않았떤 것.

뎅뎅뎅!

비상을 알리는 타종 소리가 나면서 성문이 열리고 병력이 쏟아져 나왔다.

"너는 뭐 하는 계집이냐!"

"......."

서윤은 대답 없이 질풍처럼 그들을 향해 달리면서 베어 넘기기 시작했다.

위드처럼 싸우면서 혼잣말이나 불평을 하지는 않는다. 광전사 답게 전투에 충실하며, 덤벼 오는 적은 전부 죽일 뿐!

레벨이 기분 좋게 끊임없이 오르며, 마족의 힘을 갈수록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족 스트랑제는 만족스러워합니다.

 -마족 스트랑제가 기쁨의 광소를 터트리고 있습니다.

  더 많은 마력을 획득했습니다.

 -마족 스트랑제가 당신이 싸우는 모습에 또다시 기가 막힐 정도로 기뻐합니다.

  후견인으로서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에, 꽤 재미있는 유희라면서 평안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알함드라의 공작 성을 혼자서 파괴!

챠크젤은 당시 자리를 비워서 그와는 만나지 못하였다.

"......."

"스승님께서는 마족이 남기고 간 물건을 찾기 위해서 크로티클 지역으로 떠나셨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서윤은 알함드라의 공작을 살려 주었다.

그에게 회개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일부러 후환을 남겨 두어서 전투를 계속할 수 있게 하려는 깊은 마음!

알함드라의 공작은 역시 뻔한 수작으로 어쌔신들과 기사단을 통해서 계속 습격을 가했고,

서윤은 그들을 모두 물리치면서 마족의 힘을 제대로 손에 넣었다.

그리고 챠크젤과의 격투에서도 간단히 격퇴!

"너는 고작해야 그때 그 여자아이일 뿐인데 어떻게....... 지금은 물러가지만 곧 돌아오리라."

챠크젤은 도망쳤지만 그래도 서윤의 손바닥 위였다.

그가 도주하는 장소를 계쏙 따라다니며 거점들을 파괴하면서 추격을 벌였다.

그리고 엿새에 걸친 접전 끝에 챠크젤까지 사망!

서윤은 퀘스트를 완수해 냈다.

 끝나지 않은 마족 소환 의식 완료

  흑마법사 챠크젤은 사라졌습니다.

  그의 덧없는 야망과 계획 역시 그의 죽음과 함께 다시는 되돌아오지 못할 깊은 곳에 묻히게 될 것힙니다.

  -마족 전사의 전투 경험을 습득하셨습니다.

   특별한 스탯 성장이 이루어집니다.

   위험한 힘에 눈을 뜰 때, 당신 앞에 남아나는 적들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전쟁의 시대에서 마족 소환의 비사를 해결하는 업적을 세웠습니다.

   명성이 21,394 증가합니다.

   신앙심이 7% 높아집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모든 역할을 완료하여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지금 돌아가시겠습니까?

서윤은 위드를 기다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모험을 하느라 바쁘고, 다시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 돌아올 수도 없으리라.

'그들도 있었지.'

문득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가서 해야 할 일도 떠올랐다.

헤르메스 길드!

그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서윤은 전쟁의 시대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돌아가겠어요."

서윤의 눈앞의 모든 것들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꽃들이 피어나고 나무들이 자라난다. 별들은 빛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모라타로 돌아와 잇었다.

**************

마판은 휘하의 믿을 만한 상인들, 또 상회에 고용된 NPC 주민들과 함께 모라타의 대도서관에 틀어박혔다.

"아냐. 이것도 아니야. 이것도......."

그들은 역사와 관련된 책과 양피지 묶음 등을 쌓아 두고 정신없이 무언가를 찾아보고 있었다.

대도서관에서 지식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은 많다.

마법사, 학자에게는 지식 스탯과 마법, 학문 스킬을 상승시키기위한 필수 코스가 된 지 오래였으며,

모험가들도 모라타에 오면 꼭 방문해서 건질 정보가 없는지를 찾아봤다.

상인들의 경우에는 조금 형편이 다른 것이, 그들은 과거의 기록에는 관심이 덜햇다.

기억속에 묻힌 도시를 찾아내서 교역로를 여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자주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매일매일 변동되는 교역품 시세가 상인들에게는 훨씬 중요했다.

마판 상회는 북부의 막대한 생산과 유통을 맡고 있기 때문에 그 비중도 아주 큰데 당사자가 대도서관에 틀어박혀 있다니!

"팔로스 제국... 팔로스 제국... 으음, 기록물들이 너무 넘쳐 나서 뭐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겟어. 설마 모라타의 대도서관에는 없는 걸까?"

마판은 위드에게서 정말 중요한 임무를 맡아서 기록물들을 살피고 있는 중이엇다.

황금과 보석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일거리.

"위드 님이 목숨을 걸고 챙긴 뒷주머니인데 실수로라도 놓쳐서는 안 되지. 하지만 정말로 그 정보가 대도서관에 없는 거라면... 아냐, 있을 거야.

이곳은 대륙의 정보 저장소 같은 곳이니까 그에 관한 자료도 나타나겠지."

팔로스 제국, 사막 전사, 보물과 관련된 것이라면 전부 읽었다.

대륙의 역사가 변동되면서 대도서관에도 제법 많은 책들이 새로 생기게 되었다.

관련 서적들이라면 비밀 문장까지도 남김없이 훑어봣는데 찾아내지 못했다.

"암호로 적혀 잇따면 모험가나 언어학자의 도움을 받아야 되는데... 그래서 놓친 걸까?"

마판은 온갖 생각을 다 했다. 그리고 마침내, 케잔 지역의 허풍쟁이 술꾼의 이야기에서 단서를 얻어 냈다.

 올해의 농사는 흉작이었다. 이번 겨울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가죽옷을 씹어야 했다.

 실제로는 관대하신 황제 폐하께서 은혜를 베풀어 주셔서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을 친구들 끼리 마시던 술은 줄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술에 취하지 않고 겨울을 넘긴 적이 언제이던가.

 오늘 아침에도 몬스터 놈들이 우리 마을 가까이에서 기웃거렸다. 아마 식량이 떨어져서 침략을 하려는 속셈이겠지.

 선발대로 온 몬스터 놈들은 곧 돌아가더니, 2,000마리가 넘는 동족들을 데리고 왔다.

 경비대에는 비상이 걸렸고, 나도 마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서 마지막 남은 술병의 마개를 열었다.

 "놈들이 성벽을 부수고 들어와서 나를 죽이는 게 빠를까, 아니면 이 술을 다 마시는 것이 빠를까?"

 입안에 술을 들이부은 다년간은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서 아마 충분히 다 마실 수 있겠지.

 병사들이 몬스터들과 싸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마지막 한 모금을 천천히 음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술을 다 마시고 나면 곧 내 목숨이 사라지게 될 텐데 무슨 아쉬움이 잇을까. 설혹 술병이 조금 더 남아 있다면 모를까.

 하지만 몬스터들은 침략에 성공하지 못했다.

 불과 100명도 안 되는 우리 마을의 병사들이 훌륭해서?

 천만에(원본에서는 천만해). 드보일 그놈들은 나만큼이나 술을 마셔서 아마 마지막을 함께할 술 한병도 없었을 것이다.

 몬스터들은 마을 근처로는 1마리도 다가오지 못하고 전멸했다.

 그들을 죽인 건 고작 20명 정도의 남자들이엇다.

 갑옷도 없이 두꺼운 외투를 걸친 남자들은 대형 마차 오십여 대를 끌고 마을로 다가왔다.

 마을을 침략하려던 몬스터 무리는 당연히 방향을 바꾸어서 그들에게로 갔고, 또 어이없게 전멸하고 말았다.

 아직 술을 반도 마시지 않았는데 벌써 취한 건가 하여 눈을 비벼 보았지만 내가 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약간 휘어진 검, 그것을 검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무튼 그걸 휘두르면 몬스터들이 한번에 수십 마리씩 썰려 나갔다.

 도망치는 몬스터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들은 처음부터 몬스터들을 전멸시키려고 했는지 포위 진형을 취하고 잇었는데, 상당히 잔인했다.

 그렇게 몬스터들을 싹 쓸어버린 남자들이 마을로 다가왔다.

 닫혀 있던 마을의 나무 문이 슬며시 열렸다. 잔소리 많은 우리 마을의 병사들이 드물게 옳은 선택을 한 것이다.

 사실 그들이 칼인지 검인지를 몇 번 휘두르면 다 부서져 버렸으리라.

 "여긴 정말 춥군. 혹시 따듯하고 독한 술 같은 거 없소?"

 요즘의 겨울은 겨울 같지 않아서 북부인들이라면 벌써 봄이 왔다면서 기뻐할 정도였는데 그들은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탔다.

 그렇게 하루를 머무르면서 휴식을 취한 사내들은 다시 마차들을 끌고 길을 떠났다.

 8개의 바퀴가 잇는 대형 마차들. 지나간 땅에는 깊은 바큇 자국이 새겨졌는데, 무엇을 운반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다. 어떤 좀도둑이든 그들에게 걸리면 생명을 잃어버리고 말 테니.

 뭐, 내가 쓴 이야기지만 믿어 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술만 마시면 떠들기를 좋아하는 나 같은 거짓말쟁이의 말이니, 믿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한다.

 무엇보다, 봄이 되어서 실컷 술을 마실 수 있게 되면 나도 전부 잊어버리고 말 테니까.

띠링!

 -케잔의 허풍쟁이 술꾼의 이야기를 읽으셨습니다.

  지식이 1 증가합니다.

"이거다!"

마판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상당히 헤해기는 했지만 드디어 원하던 것을 찾아냈으니까.

**************

"우리 모험도 드디어 끝이 보이네요."

"정말 힘들었다."

페일과 다른 동료들도 진행하고 있는 퀘스트의 마지막 부분에 있었다.

하벤 제국이 침공을 해 오는 바람에 퀘스트를 그만두고라도 전투에 참여하려고 했다. 하지마나 퀘스트가 한창이라서 여기서 그만두기에는 아쉬웠다.

그리하여 천신만고 끝에 퀘스트를 완수하고, 북부를 돌아다니면서 중요한 NPC들을 만나 보고를 했다.

그러면서 보상으로 니플하임 제국의 위대한 기사 아이반슈타인의 유물과 검술, 기사단 양성법이 적힌 책자를 획득했다.

NPC에게 보고하는 일까지 다 끝내고 나면 재능 잇는 주민들을 모아서 기사단을 창설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퀘스트였다.

로뮤나와 벨로트가 가장 기뻐했다.

"역시 알차네. 장미가 어울리는 우아한 레이디라는 호칭을 얻다니! 정말 나한테 딱 어울린단 말이야. 호호호."

"보석과 깃털로 장식된 하프라니... 어머어머, 이 반짝이는 것 좀 봐."

그리고 조용히 구석에서 울고 잇는 남자 1명.

"으흐흐흑."

페일은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세 번의 죽음을 경험했다. 다른 동료들이 한 번씩 죽은 것에 비해서는 피해가 컸다.

 -내가 뒤에 남을게. 도망쳐!

 -놈들이 강하긴 하지만 내가 맡아서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안 돼. 끝까지 포기하지마. 내가 처리할 수 있어!

이렇게 죽었으니 원망할 수도 없었다.

'착하게 살지 말자. 독해지는 거다.'

고달픈 남자의 인생에 대해 깨달음을 얻은 페일!

수르카가 가볍게 허공에 깨달음을 얻은 페일!

수르카가 가볍게 허공에 주먹질을 했다. 그럴 때마다 번쩍번쩍 전기 스파크가 일어났다.

외모나 장비의 겉모습에도 적당히 신경을 쓰며 성장을 했기 때문에 간단히 보기에도 고레벨 유저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우리도 이젠 전쟁에 참여할 수 있겠네요."

"기다렸던 바죠. 이 낚싯대로 놈들을 굴비 엮듯이......."

제피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파티 사냥이나 퀘스트를 할 때면 존재감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전쟁이 벌어지면 이름을 날릴 기회도 많아지지 않겠는가.

"놈들을 전부 해치워 보죠."

하지만 페일과 동료들은 하벤 제국과의 전쟁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마판이 그들 전부를 자신의 저택으로 불러 모은 것이다.

"여러분에게 중대한 발표를 해 드려야겠습니다."

"뭔데요? 혹시 또 교역에 성공하셨어요?"

수르카가 시큰둥하게 물었다.

최근에 대륙 전체를 통틀어서 마판처럼 잘나가는 상인은 없었다.

냉철한 시장분석과 과감한 선제 투자로 생산량을 확대하고 교역망을 확충하여 떼돈을 볼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인들이 벌어들이는 부를 보는 전투 계열 유저들에게 자신이 이룰 수 없는 분야에 대한 시샘이나 부러움이 저절로 샘솟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설명을 드리기 전에 먼저 이것을 좀 보시죠."

마판은 동료들에게 누렇게 변한 책자 하나를 주었다.

띠링!

 -케잔의 허풍쟁이 술꾼의 이야기를 읽으셨습니다.

  지식이 1 증가합니다.

각자 허풍쟁이 술꾼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지식이 하나씩 증가!

마법사인 로뮤나는 마나의 최대치가 늘어날 수 있어서 흡족해햇찌만 다른 동료들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벨로트가 우아하게 하품을 하고 물었다.

"그런데요?"

"그리고 이것도 봐주세요."

마판은 이번에는 황금색 천에 싸여 있는 책자를 꺼냈다.

"어렵게 구한, 정말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자료를 연결해서 보면 제가 무슨 말을 할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뭔지 볼까요?"

이리엔이 책자를 넘겨받아서 천천히 읽었다.

 제목 : 팔로스 제국의 감춰진 비밀?

 역사학자 르쿠르드 작성

 팔로스 제국은 전쟁의 시대에서 건국된 신흥국가이다. 

 거친 모래 바람을 뚫고 광활한 흙으로 이루어진 전사들은 대륙의 전쟁사에 다시없을 영웅 위드와 함께 대륙에 등장했다.

 사막의 왕국은 탐욕에 사로잡힌 왕국들을 과감하게 복속시키며 사막의 왕국은 영토를 넓혔고 마침내 대제국을 이루어 냈다.

 짧은 시간 형성되어 국가의 기틀도 제대로 다지지 못하였지만 군사력만큼은 대륙 전체를 통일하고도 남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준이었다.

 그들은 대륙에 암운을 드리우던 위험한 종교 단체의 군대를 격파하고, 단기간에 모든 왕국들을 두려움으로 떨게 만들었다.

 특히 들모레 요새의 치열했던 공방전은 팔로스 제국이 멸망하고 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크게 회자되고 있는 이야깃거리다.

 한 전투에 대륙의 운명이 걸린 것도 드문 일일뿐더러, 또한 그 당시에 온갖 괴물들과 언데드,

 유성 소환까지 이루어진 것도 믿기지 않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제왕 위드.

 그가 있었기에 가능한 승리였다는 데에는 학자들 사이에도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과연 그는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렇게 강해질 수 있었을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그리고 대제왕 위드는 영문을 알 수 없이 갑자기 떠나버렸고, 강대하던 팔로스 제국은 짧은 전성기를 누리고 쇠락하게 되었다.

 대륙을 질타하던 낙타의 제국은 쓰러졌고, 전사들은 다시 거칠고 메마른 사막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광대한 땅을 다스리던 제국으로 인하여 대륙은 한동안 큰 긍정적인 대개혁을 이루어냈다.

 국가 간 교통망의 연결, 무역과 생산의 장려, 기술의 발달.

 팔로스 제국은 공물만 넉넉하게 바친다면 내정에 대한 심한 간섭은 하지 않았다. 

 전쟁의 시대에 주민들은 권위적인 귀족들과 왕족들로 인하여 극심한 고통을 받아 왔다.

 역사상 기사들의 억압 속에서 자신의 것을 빼앗기고 빈민이 되어 버린 주민의 수치가 최고에 달했지만 이 악습들이 모조리 청산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제국이 사라진 후, 창고 가득 쌓여 있어야 할 보물의 흔적은 신기할 정도로 전혀 없었다.

 팔로스 제국은 수많은 도시들과 왕국을 정복하고 다른 나라의 국왕으로부터 조공을 받았다.

 그들이 모았을 숱한 보물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 모든 마법 무구들과 금은보화들이 부패와 사치, 향락으로 전부 사라졌단 말인가?

 나 역사학자 르쿠르드는 팔로스 제국과 관련된 비밀 기록들을 훑어보다가 중요한 대목을 발견하였다.

 - 인간들의 탐욕이 다시 극에 달할 때, 예정되어 있는 재난은 찾아오리라.

 세상이 위기에 빠져있을 때, 나는 또다시 살아가면서 그들을 막으리라.

 구원의 힘은 북쪽에 있다.

 길고 긴 시간이 지나서 사막과 북부인들은 하나가 되리라.

 알 수 없는 말이지만, 원로원과 전사들의 기록에는 자주 등장했다. 

 팔로스 제국에 그러한 영향력을 남길 수 있는 것은 오직 1명, 대제왕 위드 뿐이다.

 위드는 인간의 강함을 초월한 자.

 대륙의 길을 열어 넓은 세계가 통할 수 있게 만든 영웅.

 그는 어떤 미래를 예견하고 유언을 남긴 것일까?

 확실한 것은, 팔로스 제국의 충성스런 전사들이 그의 말을 귀담아들었다는 점이다.

 전사들을 그의 명령을 따라 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어떤 작업을 비밀리에 수행했다.

 제국 최고의 전사들이 북쪽으로 향했던 것도 아마 그 이유가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띠링!

 -대륙의 역사에 중요한 진실을 찾아냈습니다.

 귀중한 발견으로 지식이 5 증가하며, 지혜가 2 높아집니다.

 퀘스트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단서 두 가지를 모았습니다.

 '사막 지배자의 숨겨놓은 보물' 퀘스트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리엔은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뭐예요?"

다른 동료들도 책자를 넘겨받아서 전부 읽었다.

마판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서 말했다.

"정말 최고의 보안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들만이 해낼 수 있습니다. 바로 위드님의 뒷주머니와 관련된 것이니까요."

"......!"

위드의 뒷주머니!

동료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단어였다.

"그러니까 뭐가 어떻게 된 건데요?"

"저는 위드 님의 밀명을 받아, 대도서관에서 팔로스 제국과 관련된 정보들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위드는 마판에게만 암호화된 문서 파일을 이메일로 보냈다.

행복한 죽음, 꿈, 희망, 세상의 전부가 암호를 풀 수 잇는 단어들이었다.

그러나 마판은 그리 어렵지 않게 암호를 풀어냈다.

비밀번호는 '돈버락'.

 제목: 큰 돈을 벌고싶다면......

 즉시 대도서관에서 팔로스 제국에 대하여 알아보고, 북부의 어딘가에 잇을 보물의 발굴 작업을 실시해야 함.

 다른 사람에게 뺏기지 않도록 이 작업을 모든 일에 우선하여 처리해야 됩니다.

화령이 책자를 읽고 나서 무언가 알아냈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그러니까 위드 님이 팔로스 제국의 보물들을 북부 어딘가에 숨겨 놓았다는 말씀이죠?"

"바로 그렇습니다. 위드 님이 직접 북부에 보물을 가져다 놓기에는 시간이 모자랐죠.

그래서 퀘스트를 하기 위하여 떠나기 전에 부하들에게 제국의 보물들을 북부에 묻어 놓으라고 한겁니다."

"......!"

정복 사업을 활기차게 진행했던 제국 팔로스.

게다가 그곳의 제왕은 위드였다.

알뜰하게 약탈했을 그 많은 재물이 북부의 어딘가에 묻혀있다는 것이다.

마판은 약간의 설명을 덧붙였다.

"위드 님이 되찾기 쉽도록 미리 어떤 지형이나 장소를 지정해 놓고 거기에 파묻어 놓으라고 할 수도 있겄겠지만 그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습니다.

우선, 당시 북부에는 니플하임 제국이 존재하고 잇었죠. 목격자가 나올 수도 있고, 위드 님의 모험으로 인해 미래의 역사가 어떻게 바뀔지도 몰랐습니다.

그렇기에 부하들에게 몇 가지 원칙을 알려 주고 보물을 숨겨 놓으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장 빨리 모험을 하는 사람이 유리해지는 퀘스트로 연결되고 말았습니다."

동료들은 이미 마판의 말은 듣고 잇지 않았다.

페일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활과 어울릴 만한 최고의 화살통.'

벨로트도 바라는 것은 많았다.

'그 시대의 옷과 보석 장신구들. 영상을 보니 정말 예쁘고 갖고 싶었는데.'

화령은 벌써 옷과 액세서리들을 조합하는 일에 몰두해 있었다.

'뭘 입어야 하지? 사막 부족의 짧은 치마도 잘 어울릴까?'

사람인 이상 누구나 욕심은 있고, 팔로스 제국의 보물이라면 당연히 찾고 싶었다.

로뮤나가 벌떡 일어났다.

"어디부터 찾아봐야 되죠? 당장, 빨리 가요!"

**************

르브칸 협곡 전투 패배.

란치오 마을 파괴. 복구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음.

소낙 평원 지대 불바다.

아르펜 곡물 창고 약탈당함

위대한 건축물 지오브란데의 정원이 갈아엎어짐.

공사 중이던 위대한 건축물 델니스의 강철 종 파괴.

북부의 유저들, 이른바 북부군은 하벤 제국군과 싸우기만 하면 대패를 거듭하였다.

북부에서 몰아내려고 전투를 했지만 박살이 나고, 세워진지 얼마 안 되는 도시들은 초토화되었다.

패배, 패배, 패배, 패배, 패배!

로열 로드를 중계하는 방송국들은 시청률을 연일 갱신해가고 있었다.

로열 로드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가장 뜨거운 시기.

직장인들은 휴가철이고 학생들은 방학 시즌이라 관심이 더욱 높았다.

"예상대로 하벤 제국에는 안되는군."

유병준은 텔레비전을 통해서 로열 로드의 방송을 봤다.

인공지능의 스크린으로 모든 화면들을 볼 수가 있었지만, 방송국 해설자들이나 시청자들의 생각도 궁금했던 것이다.

"북부가 계속 패배하고 있는데요, 하벤 제국군은 역시 무적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막강합니다."

"무신 바드레이와 그의 친위대는 전쟁에 아직 나서지도 않고 있는데요, 과연 하벤 제국이 중앙 대륙을 통일할 만했다고 보입니다."

"연합군과의 전쟁에서도 이런 전력을 다 꺼내 놓지는 않았는데요. 하벤 제국의 역량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요?"

"이 가늠하기 어려운 위기, 과연 전쟁의 신 위드가 돌아오게 되면 극복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위드의 퀘스트도 곧 중요한 분기점에 다다르게 될 텐데, 하벤 제국과 북부군의 전쟁까지,

시청자들이 한눈팔 사이가 없이 계속 대형 사건이 벌어지게 되겠군요."

"위드라면 모험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죠. 그의 업적은 대부분 전쟁보다는 모험으로 일구어 낸 것입니다.

뭐, 불사의 군단과 싸우기도 하였지만 그것은 퀘스트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니까요.

그런데 정작 이 중요한 시기에도 모험에 빠져있다니, 국왕으로서의 정체성은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 어쩌면 이미 자신의 왕국을 포기했을 수도 있죠. 지금 이 상황을 보면 현명한 판단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네요."

방송국의 해설자들은 파괴되는 북부를 보며 안타까워하면서 위드를 기다렸다.

로열 로드와 연관이 있는 각 게시판은 헤르메스 길드를 비난하는 글들로 쑥대밭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전투의 패배가 거듭되면서, 위드가 나서면 모든 전황이 뒤집힐 거라는 환상보다는 비관적으로 보는 목소리도 점점 많아졌다.

유병준이 보기에도 하벤 제국군은 북부 전체의 전력에 비해서 4배 이상은 강했다.

유저의 숫자가 북부 전체보다 많다거나 화력이 그 정도로 강력한 것은 아니었다.

군대의 편제, 전체적인 균형, 경험 많고 실력이 뛰어난 지휘관, 위급한 전황을 뒤바꿀 수 있는 다양한 부대, 풍부한 보급과 전술 운용 능력.

전쟁에 필요한 요소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내세울 건 물량밖에 없는 북부군이 어찌할 수 없다고 보는 편이 맞으리라.

이미 숫자로는 아무리 덤비더라도 어찌할 수가 없는 상황에 처했다.

하벤 제국군에는 드워프 대장장이들까지 다수 속해 있어서 병장기들을 즉석에서 고쳐 주고, 화살이나 단검 같은 소모품까지 만들어 주었다.

중앙 대륙을 통일하고 나서 나태해지거나 방심할 만도 했건만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는 그 이상의 완벽함으로 북부를 침략해 온 것이다.

단순한 초보자들의 뭉침은 이미 의미가 없다.

북부군과 하벤 제국의 전쟁은 일반 시민이 전차 부대를 향하여 돌격하는 것과도 같았다.

레벨 400대의 하벤 제국 기사 유저가 수백 명, 수천 명씩 쓸어버리면서 강함을 자랑하는 경연장이 되어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위드를 기다리면서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고 여긴다 이거지?

죽고 나서도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복수를 하겠다고 벼르다니, 세상엔 정말 이상한 인간들이 많군."

신기하게도, 방송 해설자들과 시청자들 모두가 북부는 어려울 것이라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일말의 기대심만큼은 버리지 않았다.

북부에 쌓아 올려진 모든 것이 눈앞에서 이미 파괴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위드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유병준은 자신도 어쩌면 위드가 하벤 제국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는 걸 깨닫고 어이가 없었다.

"이번에는 정말 안될 텐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건데."

 -위드가 북부군을 이끌었을 때의 승리 확률을 계산해 볼까요?

"아니야. 됐어."

머릿속으로는 납득이 안 되어도 감정적으로는 바뀔 수 있을 것 같았다.

"희망이란 확률이 아닌 믿음인가? 그 믿음이 모이다 보면 기적이 이루어지고?"

유병준은 텔레비전으로 북부의 전쟁을 지켜보는 것을 그만두었다.

하벤 제국이 연일 승전을 거두면서 유저들을 학살하고 도시들을 폐허로 만들고 있는 전황은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도, 엠비뉴 교단의 총본영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아야 하는 위드의 모험이 곧 벌어지게 된다.

"위드는 여기서도 어렵고, 다시 돌아와서도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게 될 거야."

보통 사람이었다면 왜 이렇게 불행한 일만 계속 벌어지는지 원통해할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이 모든 일을 겪고 있는 당사자가 위드이다 보니 왠지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 아닌가 싶어진다.

유병준은 과거 노들레의 모험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지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노들레와 아헬른 그리고 동료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메마른 울부짖는 폐허에 도착했다.

"여긴... 성자님의 신성력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군. 동료들도 당황하고 있을지 모르니 서둘러 만나러 가야겠어."

노들레는 우선 동료들을 찾기 위하여 돌아다녔다. 운좋게 방향이 맞은 루헬른, 브레빈슨과 재회하고 난 이후에 엠비뉴의 대신전으로 잠입했다.

물론 험난한 지형과 몬스터돌로 인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불가능한 임무였지만, 그들은 정의를 위하여 어두운 밤에 전투를 벌이면서 길을 뚫고 침입했다.

결과는 중간에 브레빈슨의 사망!

노들레는 붙잡히고 난 이후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감옥에 갇혔고, 루헬른은 간신히 도망쳤다.

"중요한 의식을 치르기 직전이었는데 잘되었구나. 우리의 드래곤이 깨어나게 되면 너를 맛있게 먹어 줄 것이다."

노들레는 그다음 날 저녁 혼돈의 드래곤을 위한 제물로 바쳐질 운명이었다.

자고로 험한 세상 물정 모르고 용사라면서 순진하게 객기를 부리다가는 어찌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게 된 셈!

하지만 그날 새멱,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하여싸.

감옥에 잡혀 있떤 다른 인간들과 바바리안들이 노들레로 부터 이야기를 들어서 사정을 알게 된 후

반드시 엠비뉴 교단을 막아야 한다면서 자신의 목숨을 던져서 탈출로를 열어 준 것이다.

이어 노예의 집단 탈출로 인한 소란이 감옥 전체로확대되었다.

"내 등과 어깨에는 저 사람들의 피의 무게가 실리게 되었구나. 저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막아 내야 하리라."

그 틈을 타서 눈물을 흘리며 감옥을 빠져나온 노들레는 적의 기사들에게 쫒기다가, 싸우고 있는 아헬른과 헤스티거를 만났다.

"어떻게 이곳에......."

"무사하셨습니까?"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눌 틈이 없습니다. 혼돈의 드래곤이 오늘 밤 깨어납니다."

"막읍시다.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그들은 추격을 따돌리고는 대신전의 깊은 곳으로 잠입하였다.

하늘로 오르는 탑의 완공과 혼돈의 드래곤을 위한 의식으로 엠비뉴의 총본영의 분위기가 다소 들뜨고 풀어져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대신전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엠비뉴 교단이 만들어 놓은 어마어마한 독극물들을 발견하였다.

강과 호수, 바다를 오염시켜서 생명체들을 말살시키고 다시는 아무것도 살지 못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극독.

순박한 노들레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이른 일들을 꾸밀 수 있는지......."

"차라리 잘되었습니다. 이 독을 중요한 길목마다 풀고 저들에게도 먹이지요."

"헤스티거, 무슨 말인가!"

"이미 악에 깊게 빠져든 저들은 어떤 말로도 설득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막지 못하면 저들은 이 대륙을 해칠 것입니다."

"으으음!"

위드라면 길거리에 떨어진 돈을 줍는 것처럼 0.1초도 고민하지 않을 일을 노들레는 장장 2시간 넘게 괴로워했다.

제안을 한 헤스티거나 아헬른 역시 독으로 생명을 해친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합시다. 우리가 지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세상을 위해서!"

그리고 광신도와 괴물들이 먹을 음식에 독을 풀었다.

그날 밤 혼돈의 드래곤을 깨우는 의식이거창하게 시작되었다. 독이 담긴 음식들을 가지고 수십만에 달하는 광신도들이 엄숙하게 의식을 치렀다.

"엠비뉴 신이 내려 주신 피의 술을 마시라!"

"파괴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광신도들은 한꺼번에 술을 마셨다.

고도로 농축되어서 정제되어 있던 극독들은 광신도와 괴물들의 상당수를 녹여 버렸다.

그 틈에 노들레와 동료들은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다시 감옥으로 내려가서 사람들과 이종족들을 구출했다.

혼돈의 드래곤 의식이 멈춘 것은 아니었으므로 시간이 아주 촉박했지만 갇혀 있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막 풀려난 사람들은 싸우러 간다는 노들레의 말에 검을 들고 또다시 동참하기로 결심햇다.

"켈튼 왕국의 기사 바그너, 여기라면 제 목숨값을 가장 비싸게 받을 수 있겠군요."

"영광입니다. 기꺼이 싸우겠습니다."

용사답게 사람들을 정의로움으로 이끈 것이다.

그 결과 감옥을 다시 나올 때 노들레는 수천의 병력을 데리고 잇었다.

그리고 처음 붙잡힐 때 도망치고 나서 한동안 사라졌던 루헬른이 혼돈의 드래곤을 세뇌시키는 의식에 나타나서 결정적인 방해를 하였다.

혼돈의 드래곤의 눈동자를 단검으로 찌른 것이다.

대사제 헤울러의 분노 가득한 공격에 곧바로 사망하였찌만, 루헬른은 웃으면서 죽어 갔다.

-누가 나를 깨우는가. 으으윽, 머리가... 아프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혼돈의 드래곤의 발광!

원래의 드래곤으로서의 정신과 엠비뉴의 사악한 마력이 부딪치면서 괴로움의 몸부림을 치니 대신전은 마구 부서졌다.

위드가 일으키는 대재앙 10개가 한꺼번에 작렬한 것과 같은 어마어마한 충격의 파괴가 일어났다.

하늘로 오르는 탑도 드래곤의몸에 부딪쳐서 견디지 못하고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 난장판 속에서 노들레와 아헬른은 다른 동료들과 뭉쳐서 엠비뉴 교단의 하수인들을 상대로 전투를 치렀다.

"신성한 죄의 심판, 참회를 일으키는 신의 검, 가장 무거운 지옥!"

성자 아헬른의 믿기지 않는 신성력!

엠비뉴의 사제들은 그의 신성 마법에 밀려 그대로 잿빛으로 변해서 사라졌다.

기사들 또한 육체에 깃들어 있던 축복은 먼지처럼 사라지고 자신들의 능력을 절반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혼돈의 드래곤은 적아를 가리지 않고 마구 공격했다.

온 사방에서 작렬하는 드래곤의 브레스!

10만이 넘는 엠비뉴의 광신도가 한순간 녹아내리는 믿기 힘든 광경까지 벌어졌다.

사실 드래곤 아우솔레토는 세뇌되지 않은 원래의 정신 또한 지극히 포악한 광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고통이 느껴지니 더욱 폭력적으로 변하여 주변의 모든 생명체들을 공격한 것이다.

아헬른은 몸을 신성 마법의 환한 빛으로 감싼 채 말했다.

"도저히 안되겠군. 드래곤이 세뇌에서 벗어나서 제정신을 차리려고 하는 것 같네."

엠비뉴를 따르는 자들을 전부 죽이고 난 다음, 혼돈의 드래곤은 이 세상을 부숴 놓을 것이다.

평화를 깨뜨리고 침략을 거듭할 것이니 엠비뉴 교단과 크게 다를 것도 없는 존재.

"그대들을 이곳에 데려왔지만, 아무래도 나는 끝까지 함께할 수 없을 것 같군."

"아헬른 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저 드래곤을 데리고 가겠네. 아직 자신의 힘을 완전히 각성하지 않은 지금이라면 신의 힘으로 봉인할 수 있어."

"하지만 그런 큰 힘에는 희생이 따르지 않습니까?"

"드래곤의 마법력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은 이때를 놓치면 방법이 없다네.

세상을 위하여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나를 따라나서 준 순수한 자네들을 만나서 고마웠네."

그리고 혼돈의 드래곤은 성자 아헬른의 생명의 힘으로 다시 재봉인, 멀고 깊은 바다로 사라졌다.

"너희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이로구나. 엠비뉴를 막으려던 죄, 영혼까지 찢어 내서 속죄해야 하리라!"

혼돈의 드래곤이 갑자기 세뇌에서 벗어나 날뜀으로 인하여 몸의 일부가 부서지고

마력의 원천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대사제 헤울러는 믿기지 않는 활약을 했다.

극악의 흑마법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화염, 물 바람의 마법까지도 궁극의 경지로 다루었다.

엠비뉴의 다른 대사제들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을 보인 것이다.

끝내는 대사제 헤울러 역시 해치울 수 있었지만, 노들레와 헤스티거를 제외한 용사들 전원의 죽음으로써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 이야기를 미리 보고 알아도 똑같이 해내기가 어려울텐데. 과연 위드가 성공할 수 있을까?"

유병준은 아무리 봐도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위드가 저 엠비뉴 교단을 막을 수가 있겠는가.

적극적으로 전투를 벌이고, 동료들을 찾고, 죄수들을 통해 지원군을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공사 현장에 뛰어들어서 묵묵히 일을 해주다니!

하늘로 오르는 탑의 인부들은 말 그대로 노예 정도의 수준이다.

파수꾼에게 채찍질을 당하면서 땀을 흘리며 일하다가 체력의 저하로 쓰러졌다.

설혹 동료로 끌어들인다고 해도 가볍게 진압되어 버리지 않겠는가.

아무튼 퀘스트 종료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위드의 속셈이 무엇인지를 곧 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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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는 미묘한 고소공포증을 가지고 있었다.

와이번을 타고 비행할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높은 건물에만 올라가면 왠지 불안했다.

"이거 부실 공사 아닐까?"

하늘로 오르는 탑을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었다.

어마어마한 높이의 탑을 짓기 위하여 수만 명의 노예들이 동원되어 막대한 양의 돌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중간중간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고 특수한 생명체의 뼈들을 엮어서 지지력을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왠지 허술해 보이는 느낌!

"분명히 어디 눈에 안 보이는 곳에서 자재 조금 빼돌리고 지반공사 대충 날림으로 햇을 것 같은데. 원래 건축이란 다 그런거 아니겠어?"

위드는 스스로 말하고도 설득력이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비라도 와 주면 실컷 새서 얼마나 부실한지 확인할 수 있을 텐데 날씨가 안 도와주네."

이제 안면이 생긴 오예들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는 친해졌다.

노예들이 정말 많다고 해도, 1층에서부터 꼭대기까지 보폭을 맞춰서 함께 올라가다 보면 친해지기 마련이다.

물론 정보를 듣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짐을 약간씩 들어 주면 더 좋고.

"언제부터 일을 하셨습니까?"

"모르겠네. 잡혀 온 지 한 10년은 된 것 같아."

"가족들은......."

"다 여기서 죽었지. 아내는 143층에서, 아들은 169층에서 쓰러져 죽었어. 놈들이 바로 창밖으로 시체를 던져 버리는 바람에 묻어 주지도 못했네.

아마 까마귀들이 다 먹어 치우지 않았을까."

"......."

'장식용이라기에는 좀 이상했는데... 그래서 탑에 창문이 있는 거였군.'

노예뜰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침체된 우울함

그들은 파수꾼의 채찍질이 무서워 고장 나기 직전에 억지로 돌아가는 기계처럼 계단을 오르내리며 이랳ㅆ다.

느릿한 발걸음에는 고통과 삶의 힘겨움이 가득했다.

바로 위드가 꿈꿔 오던 세상이었다.

아르펜 왕국의 주민들이 이렇게 국왕을 위해서 일을 해 준다면 금은보화를 산처럼 쌓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으리라.

"도망칠 기회는 없으셨습니까?"

"도망? 그런 것은 꿈도 꾸지 말게. 탑과 채석장 사이를 벗어나는 순간 괴물들이 우리를 마음껏 먹어 치우지."

"그래도 한꺼번에 도망친다면 몇 명은 살아남을 것 아닙니까?"

"도망을 치더라도 갈 곳이 없어. 고향에 가더라도 이미 그곳에는 먼저 죽은 자들의 뼈밖에....... 쉬잇, 이건 자네만 알고 있게.

놈들은 육체만이 아니라 영혼까지 먹어 치우지. 영혼을 먹은 괴물들의 몸의 일부에는 사람의 얼굴이 나타나는데,

생전에 나는 자를 만나면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네. 끔찍하지 않은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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