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지상으로 무너지는 탑
이른 새벽, 위드는 하늘로 오르는 탑의 140층에 서있었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깥 세상에서는 어둠이 물러가면서 서서히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멋지군. 밤이 물러가고 아침이 밝아 오는 장면은 항상 힘을 주는 느낌이야."
붉은 태양이 저 먼 평원 너머로부터 솟구친다.
대지가 환히 밝아지면서 배회하는 몬스터 무리와 시체를 파먹는 까마귀들이 보인다.
그리고 대신전 근처에서 우글거리는 광신도들과 괴물들의 모슴도 드러났다.
끔찍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 태양의 떠오름과 함께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이래서 비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전망 좋은 고층을 선호하는 것일까?? 강이나 바다가 보이면 조망권 때문에 가 격이 훨씬 더 오르기도 하고......
흠, 그래봐야 고층 아파트에서 살면 답답하기나 하지. 매달 관리비도 많이 내야 되고, 마당에 고구마 심어서 캐 먹는 맛도 모를 테고 말이야."
위드는 등에 지고 있던 돌을 땅에 내려놓았다.
"좋든 싫든 이 짓도 이제 끝이군."
탑의 계단을 계속 내려오던 노르드족과 인간, 엘프, 바바리안들이 그를 힐끗 보았지만 다들 무관심하게 지나쳐 갔다.
철저히 노예근성에 찌들어서 당장 먹고사는 문제 외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오늘은 뭘 주지?"
"까마귀 수프라는군."
"오랜만에 고기 맛을 볼 수가 있겠어."
새벽일을 마친 노예들은 식사를 위해 탑을 서둘러 내려갔다.
오직 하루에 한 전, 아침밥 외에는 지급이 되지 않는다.
까마귀 수프도, 무엇을 넣엇는지 모를 만큼 끈끈하고 느끼한 국물 외에 이빨에 씹히는 고기는 찾기 힘든 최악의 비율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까마귀를 넣고 끓인 게 아니라 요리를 위한 거대한 솥단지에 우연히 까마귀가 떨어져 죽었다고 봐야 할 정도의 극악한 고기 비율!
까만 깃털조차도 제대로 건져 먹기가 힘들다.
위드가 피라미드를 만들면서 초보 유저들을 착취하기 위해 풀죽을 끓여 준 것은 그나마 양반이라고 할 정도였다.
"엠비뉴 교단에서 배울 점이 많아. 이렇게 철저하게 원가를 절감하면서 사업을 하면 성공할 수밖에 없지."
엠비뉴 교단의 저력 역시 신도들과 노예들에 대한 착취로 시작이 되는 것.
"그러면 슬슬 시작을 해 볼까? 지금까지 노가다를 한 일당은 톡톡히 받아 내 주지."
위드는 묵직한 도끼를 손에 쥐었다.
-숙련된 나무꾼의 벌목용 도끼: 내구력 31/65. 공격력 14~25.
몇 대를 내려오면서 나무를 베어온 도끼다.
녹이 심하게 슬어서, 땅에 버려 놓더라도 주워가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두꺼운 데다 너무 커서, 전투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도끼!
그러나 오랜 사용으로, 정확한 도끼질로 나무를 찍으면 의외로 쉽게 벨 수 있다.
제한: 힘 400 이상.
레벨 140 이상.
도끼 스킬이 없더라도 쉽게 다룰 수 있음.
옵션: 숲과 산에서 나무를 벨 때 체력 소모를 감소시켜 줌.
정확한 도끼질을 하였을 시에는 160%의 절삭력이 추가됨.
당연하지만 위드는 전투를 위해서 이 도끼를 꺼낸 것은 아니었다.
공격력이 형편없는 것은 물론이고, 상점에 매각을 하더라도 찾는 이들이 없어서 잘 팔리지 않을 도끼!
특히 도끼는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상인들도 도시 내에서 구입하는 게 아니라면 기피하는 물품이었다.
"어디 해볼까."
위드는 탑의 벽을 향하여 도끼를 내려쳤다.
슈우우우우우우우-- 콰아아아아아앙!
벽을 부수며 작렬하는 도끼의 위력
몬스터를 때려잡고 퀘스트를 하며 올린 레벨으로 인해서 도끼가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부터가 남달랐다.
"역시 손맛이로군!"
위드는 벽을 종잇장처럼 부숴 놓으면서 계속 도끼질을 했다.
"몽땅 부서져 버려라."
탑의 무게를 지탱하는 기둥도 쳐내고 무너뜨리고, 벽면을 박살 냈다.
워낙에 대단한 힘으로 건물을 무수기 때문에 도끼의 내구도 역시 금방 떨어졌다.
일반 검도 아닌 도끼는 방패나 갑옷에 부딪혀도 꽤나 오래 쓸 수 있었지만, 돌기둥과 벽을 부수는데 멀쩡할 수는 없는노릇!
위드가 양손으로 잡고 있던 도낏자루가 뚝 부러져 버리고 말았다.
-내구도의 저하로 인해 벌목용 도끼가 파괴되었습니다.
"도끼야 많으니까."
위드는 배낭에서 또 다른 도끼를 꺼냈다.
이번엔 파괴력을 늘려 주는 마법 도끼!
중앙 대륙에서의 전투 중에 입수한 도끼들이 많이 있었고, 상점에서도 흔한 무기와 도구라서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하늘을 오르는 탑을 파괴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
엠비뉴 교단에 대한 동영상, 하늘로 오르는 탑을 보면서 위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건 어째서 무너지지 않을까?'
단단한 지반 위에, 또 마법으로 특별히 무게를 감소시키고
중요한 기둥들은 강화까지 했을 테지만 근본은 건축물이다.
그렇다면 부숴서 무너뜨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밑에서 돌을 하나씩 뺀다면 말이야. 한꺼번에 폭삭 주저앉으면 재미있을 텐데."
하늘로 오르는 탑을 파괴하기 위한 기발한 전략과 전술이 아니었다. 그냥 높은 건물을 보면 기둥을 무너뜨려 보고 싶은 심술!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앙!
위드가 도끼질을 할 때마다 두꺼운 기둥이 푹푹 파여 나가면서 맨살을 드러냈다.
돌로만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내부에는 특수한 맘모스의 뿔과 뼈들이 연결되어 있어서 높은 내구력을 자랑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드의 도끼질이 서너 번 집중되면 한 줄기씩 끊어지고 말았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천 번 찍어서 안 쓰러지는 탑도 없겠지!"
무지막지한 파괴력에 의해 벽과 기둥들이 박살이 나고 있었다.
딱 보기에도 두껍고 중요한 기둥 5~6개쯩을 부술 때까지만 하더라도 탑은 미동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도끼질을 할 때마다 약간씩 흔들렸다.
지금은 그 흔들림이 미미하고 잠깐잠깐 느껴질 정도이지만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적당한 공포심과 상상력이야말로 사람을 흥분되게 만든다. 이렇게 계속 도끼질을 하면 그 이후에는 과연 어떻게 될까!
"어릴 때 엄마를 따라서 갔던 수족관, 피라니아가 살고 있는 어항에 손을 담가 보았던 그때만큼이나 아주 짜릿하군."
그야말로 환상적인 공포감!
140층에서는 탑의 요동이 크지 않더라도, 구름 너머까지 한참이나 뻗어 있는 최상층부는 이미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도끼질로 인해 벽과 기둥이 무너지면서 워낙에 큰 소리가나자 엠비뉴의 파수꾼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무슨 소리지?"
"뭔가 부서지고 있는 것 같다."
탑에 있는 파수꾼들이 수색에 나섰다.
워낙에 높고 넓은 탑이라서 중간중간에 배치된 파수꾼들의 숫자를 다 합치면 5,000이 넘었다.
10층마다 있는 층계 관리자 등까지 합치면 준보스급, 보스급 네입드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장소였다.
"울려서 잘 알 수가 없다. 어디서 들리는 소리지?"
"위층이다!"
파수꾼들은 위드가 있는 위치를 즉시 찾아내지 못하고 약간 헤맸다.
도끼질을 하는 소리가 건축물을 타고 흐르기 때문에 평지와는 달리 정확한 높이와 위치를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하늘로 높이 뻗어 나가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실내 구조도 복잡하게 지어진 탑 때문이기도 했다.
계단들도 이상하게 꼬여 있어서, 위드가 있는 140층으로 가려면 반드시 137층에서 한번에 올라와야 한다. 혹은 144층에서 내려오는 방법도 있었다.
140층은 중간에 있으면서도 연결 통로가 적어서 마치 외딴섬 같은 곳이었다.
"놈이 여기 있다!"
"노르드족 따위가 감히 엠비뉴에 맞서려고 하는가!"
위드가 세 번째 도끼를 바꿔 들었을 때에 파수꾼 10명이 그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트리플 스윙"
"쿠억!"
초보 수준의 도끼 스킬에 몰살!
하지만 파수꾼들은 계속 줄지어서 올라왔다.
"경험치와 잡템은 거부할 수가 없는 유혹이란 말이야."
위드는 놈들이 나타나기만 하면 해치워 버리려고 계단 근처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계단을 통해서 뛰어 올라오는 적들은 위드에게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껄끄러운 사제가 출현하더라도,
거리가 좁고 옆으로 신성 마법을 피할 공간이 있어서 별로 상관이 없었다.
"140층이다."
"놈을 죽여!"
파수꾼들이 위아래로 고함을 내지르는 소리도 들렸다.
하늘로 오르는 탑의 비상사태!
파수꾼들은 자신들이 지키던 자리를 벗어나서 떼를 지어 거침없이 몰려왔다. 엠비뉴의 총본영이니만큼 파수꾼도 우글거렸다.
"너는 일을 잘하던 그 어린 노르드족! 갑자기 미치기라도 한 것이냐?"
파수꾼 중에 위드를 알아보고 질타를 하는 놈도 있었다.
"엠비뉴의 뜻을 거스르는 자에게는 어떠한 정당성도 없다. 당장 멈추면 사지를 소금에 절여 까마귀의 먹이로 던져 주는 정도에서 멈춰 주겠다!"
위드도 불만은 만만치 않게 쌓여 있었다.
"일을 마구 시키는 건 좋아. 힘들고 위험한 게 노가다의 실체니까. 그렇지만 임금 체불만큼은 참을 수 없다!"
악덕 고용주에 대한 반발!
"일곱 번의 휘두름!"
띠링!
-도끼 스킬이 상승했습니다. 도끼의 파괴력이 130%로 강화됩니다.
공격 속도가 5% 빨라집니다. 도끼에 실리는 무게가 14% 더해집니다.
초급 3레벨!
위드의 레벨이 높아서 파수꾼들이 약해 보이는 것이지 절대 호락호락한 녀석들은 아니다.
적어도 레벨 300대 중후반, 똥개도 자기 집 안마당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데 엠비뉴의 가호까지 받은 파수꾼들 이니 절대 약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도끼를 다루는 스킬도 금방 늘어만 갔다.
하지만 워낙 스킬 레벨이 낮고 공격 범위도 짧아서, 대량의 적들과 싸우기에 적합한 물전은 아니었다.
"이 나쁜 건축업자들아!"
위드는 파수꾼들의 공격 정도는 무시한 채 적들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파수꾼들의 공격은 어차피 맨몸으로 맞더라도 막대한 생명력을 조금 떨어뜨릴 뿐이었다.
원래 약한 노르드 종족의 특성상 인간일 때보다도 전투력은 떨어지지만 맷집만큼은 약간 더 좋았다.
계단을 통해 계속 몰려오는 파수꾼들을 해지워야 하기에 기둥 파괴는 갈수록 지체되었다.
그러다가 위드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
'어차피 건물들을 통째로 부숴 버릴 건데 계단을 그냥 놔둘 필요가 있나?'
나중에 건물을 내려가려면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귀찮게 구는 파수꾼들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었다.
파수꾼들로부터 계속 방해를 받다 보면 하늘로 오르는 탐의 최상층부에 있는 보스급 몬스터들이 우르르 내려올 수도 있는 것이다.
엠비뉴 교단에서는 하늘로 오르는 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이곳의 책임자들 역시 대사제급은 아니더라도 그들보다 약간 못한 정도다.
대사제 잉그리그와 모툴스를 죽이면서 고생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라서, 그들과 전투를 벌이는 결과까지는 결코 바라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위드는 도끼를 내리쳐서 계단과 연결된 구조물들을 과감하게 부숴 버렸다.
"노, 놈이......"
"계단이 떨어진다. 으아악!"
140층만이 아니라 위층에서, 그리고 아래층에서 연결된 계단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파수꾼들도 덩달아 엉키고 깔리면서 아래로 떨어졌다.
이제부터 아래층에서는 더 이상 올라올 수가 없게 되었다.
무너진 계단의 잔해가 아예 밑에 있는 통로들을 꽉 틀어 막아버린 것이다.
위층의 파수꾼들은 계단이 있던 무너진 자리를 통해서 계속 뛰어내렸다.
"생살을 찢어 버릴 저놈을 죽여라!"
"엠비뉴의 거대한 역사가 이루어질 일을 방해하려는 놈을 처치하라!"
계단은 없어졌지만 파수꾼들은 더욱 빨리 늘어났다.
그래 봐야 도끼질 한두 번에 죽을 파수꾼들이었지만 갈수록 극성을 부린다.
"이판사판이야!"
위드는 도끼로 땅을 내려쳤다.
쿠우우우웅!
파수꾼들이 착지할 바닥 면을 부숴 놓아서, 계간을 뛰어내리면 계속 아래층으로 떨어지도록 했다.
"으와아아아악!"
"엠비뉴시여어어어어어."
검거나 잿빛의 돌들이 쌓여 있고, 중간중간에는 각종 몬스터와 인간의 뼈까지도 튀어나와 있다.
원래 감옥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기던 탑이었지만 내부까지 부서지자 미관상으로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었다.
하늘로 오르는 탑을 몽땅 부숴 버리기로 한 마당에 바닥을 조금 파괴하는 것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다리 쭉 펴고 살 수 있는 내 집 마련을 위해 평생을 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막상 부수다 보니 재미도 있었다.
언제 이런 거대하고 높은 건물을 부숴 볼 것인가.
"우와, 높다."
"진짜, 저런 건물 무너지면 대박이곘다."
어린 초등학생들이 63빌딩을 보면서 감탄하는 것과도 흡사한 동심의 원리!
"부술 때는 화끈하게 부숴 버려야지."
이렇게 파수꾼들의 방해도 사라지자 위드는 거침없이 도끼질을 하며 기둥들을 부숴 놓았다.
처음에는 그렇게도 단단하던 기둥들이었는데, 이제 조금만 도끼질을 해서 일부만 깨뜨려도 쉽게 박살이 나서 파편들이 흩어졌다.
탑의 상층부로 이어지면서 천문학적인 무게를 떠받치고있는 기둥들이다.
일부 기둘들이 깨지고 쓰러지다 보니 남아있는 기둥들에 더 막대한 하중이 실리는 바람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내 키가 커졌나? 아까보단 천장이 가까운데......"
위드가 있는 140층이 왠지 위아래가 조금 낮아진 것처럼보였다.
이는 착각이 아니었다. 실제로 천장이 약간이나마 내려오고 있었다.
쩌저저저저저적!
기둥 30개 정도가 파괴되고 나서부터는 천장에 일자로 쭉 균열이 심각하게 일어났다.
그뿐만 아니라 탑의 하중을 떠받치던 돌기둥들도 거대한 무언가가 짓누르는 것처럼 으깨지면서 아래층으로 파고들어 가기 시작했다.
"이제부턴 멈출 수가 없겠군."
위드도 조금 신중해졌다.
잠을 잘 때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했다. 하물며 지금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정말 잘알고 있었다.
조각술의 비기인 대재앙을 일으키면서도 위험 의식이 약간씩은 느껴졌지만, 건물 안에서 기둥들을 부수고 있는 지금 만큼은 아니었다.
"이 기둥은 확실히 쓰러뜨려야 되고... 저 기둥은 더 급해!"
1초의 낭비도 없이 움직이지 않으면 탑의 붕괴가 원하는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위드는 바로 하늘로 오르는 탑을 대신전을 향해 무너뜨리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꿩 먹고 알 먹고, 공짜 해외여행 하고 복권 당첨되기!
쿠그그그긍! 꽈드드득!
천장과 바닥 할 것 없이 점차로 무너졌다. 기둥들이 비틀리면서 저절로 부서지고 기우뚱 휘어지려고 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탑이 그대로 가라않아서 깔린다면, 이건 위드라고 해도 살아남을 재주가 없었다.
위드의 머리 위로 돌 조각들이 계속 떨어졌다.
-파편에 부딪쳐서 생명력이 31 감소하셨습니다.
거의 의미도 없는 생명력의 피해 정도는 상관할 필요가 없었다.
'아직까지는 계획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역시 나의 두뇌는 천재적이로군.
학창 시절에 공부를 못했던 건 내 잘못이 아니라 다 실력이 부족했던 선생님들 탓이었어!'
지금까지 위드는 탑의 동쪽, 대신전이 있는 방향의 기둥만 의도적으로 부숴 놓았다.
하지만 기뻐하는 것도 잠깐이었고, 탑의 하중이 나머지 기둥들에 분산되면서 무차별적인 파괴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140층이 아니라 133층, 121층 등에서도 기둥들에 무작위적으로 균열이 일어나더니 무너지고 깨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탑이 통째로 휘청휘청 흔들리면서 걷잡을 수 없는 무게로 인한 파괴력으로 하부가 부서져 나갔다.
가장 높은 탑의 최정상부는 사방으로 수백 미터를 흔들거릴 정도로 탑 전체의 진동이 심각해지고 있었다.
위드는 동쪽 기둥들만 부숴 놓으면 그 방향으로 쓰러지게 될 줄 알았지만, 일은 의도대로 그렇게 단순하게 진행되지않았다.
**************
"으아, 저게 저렇게 되냐."
위드의 모험은 방송국들을 통해서 전 세계에 동시 중계되고 있었다.
오늘 벌어지기로 되어 있는 모험을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손꼽아 기다렸는지 모른다.
로열 로드와 관련이 있는 모든 게임 방송국, 심지어는 일반 방송국들까지도 경쟁적으로 나섰다.
대한민국이 아닌 외국에서의 로열 로드 열풍은 약간 늦게 불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 격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미미했다.
시간적 여유가 많은 만큼 다양한 취미의 여가 생활을 즐기는 외국인들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로열 로드는 빠져들 수밖에 없는 충분한 요소를 갖춘 것이었다. 뒤늦게 시작된 만큼 더 관적인 인기를 누릴 정도였다.
지금 이 순간, 방송을 보고 있던 전 세계의 건축가들은 거의 동시에 깊이 탄식했다.
"저런 건 건드리면 안 되는데."
"구조역학 계산을 하려면 열흘, 아니 100일은 꼬박 걸리겠다."
"시도는 좋았지만 변수가 너무 많았어."
탑을 원하는 대로 파괴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계측과 까다로운 계산이 필요하다.
건축물의 정확한 설계도를 기본으로 하여 인장 강도, 각 층마다 걸리는 하중도 기본으로 알아야했다.
파괴를 시작할 최적의 높이와 위치를 결정하는 데에만 최소한 며칠은 걸리리라.
워낙 높고 큰 건물이기에 순간적으로 탑을 가라앉힐 정도의 파괴력을 단번에 발휘하기는 무리다.
그냥 원하는 방향으로 쓰러지는 행운이 생길 수도 있지만, 위치나 방법으로 볼 때 아예 그냥 아래로
통째로 와르르 무너져 내려서 전부깔려 죽을 가능성이 훨씬 높지 않겠는가.
순차적으로 파괴하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쓰러뜨리려면 바람의 영향과 붕괴 속도, 지형의 기울어짐, 구조에 따른 하중의 변화,
기둥을 쓰러뜨려야 하는 시간까지도 정확하게 맞춰야 했다.
이 모든 것들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자면,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서 이론적으로도 가능하긴 할 테지만 실제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강한 몬스터들의 부산물까지 사용되어 기둥들의 강도가 복잡다단한 데다 저마다 다르다. 각 층마다 면적도 다르다.
탑의 설계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정밀 도구를 써서 탑의 중요 부분들을 측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돌을 들고 나르면서 대충 눈으로 보고 나서 직관적으로 파괴점들을 찾아내다니 이 얼마나 단순한 발상인가.
최고 수준의 건축가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높은 건물을 원하는 대로 쓰러뜨려 본 경험을 갖고 있진 않다.
물론 상식적으로 이렇게 높고 거대한 탑이 세상에 존재할 수도 없겠지만.
강철의 강도를 수십 배 능가하는 매우 특수한 재료들과 신비로운 마법의 힘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건축물.
그럼에도, 건축가들은 어쨌든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엉뚱하고 단순하지만 천재적인 시도였어."
복잡하지 않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판단.
머릿속에 든 게 많으면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레 대한 걱정들 때문에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다.
다만 그 이후의 결과가 어떻게 이어지게 될지는 건축가들 또한 짐작할 수가 없었다.
위드는 무너지는 건축물의 내무에 있다. 천장이 떨어지고 기둥들이 힘없이 쓰러진다.
그처럼 무서운 환경도 또 없으리라.
건축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하늘로 오르는 탑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느꼈다.
심장이 오그라들고 머리털이 쭈뼛 서는 듯한 이 느낌은, 위드가 벌이는 모험의 전매특허와도 같았다.
**************
위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상황이 어째 조금 안 좋은 것 같은데."
그가 있는 장소뿐만 아니라 탑 전체가 일그러지면서 계단도 붕괴 현상으로 연쇄적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외부로 뚫려 있는 창도 눌려서 막히거나 위에서 돌덩어리가 우수수 떨여져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
모든 것이 악화되면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었지만 사람이 죽기 직전에는 자신의 인생을 한순간에 돌이키게 되는 것처럼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난 왜 매번 이렇게 되는 걸까.'
의도나 계산, 혹은 행동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재수가 없는 것일까.
'양쪽 다 최악일 수 있겠지. 웬만해서는 이런 확률이란 나오기 힘드니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지는 않았다.
위드가 로열 로드를 하면서 깨달은점이 있다면, 자신의 생존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극한의 상황에 몰리게 될수록 악착같이 살아남으려고 한다.
평소에는 다른 사람 눈치를 보는 것 외에는 잘 굴러가지 않던 머리가, 목숨이 오가는 상태가 되면 아주 빠르게 회전한다.
이 머리로 공부를 했더라면 사법시험에도 합격하고 나서 사기꾼이 되었을 것이다.
"살 수 있다. 나는 살 수 있어."
위드는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면서 이용할 것을 찾았다.
남아도는 것은 바위들이었다.
자신이 짊어지고 가져왔던 돌, 그리고 천장에서 무지막지하게 추락하고 있는 돌 더미.
바로 위층만이 아니라 탑 전체가 붕괴의 과정에 있었기에 돌들이 계속 떨어진다.
이제는 더 이상 도끼질을 할 필요도 없이, 이렇게 진행이 되다가 탑이 한꺼번에 무너지게 되리라.
그 잔해에 깔리게 되면 끝이라는 말밖에는 달리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쓸 만한 건 조각술밖에 없어."
위드는 조각칼을 꺼내 들었다.
노르드 종족의 몸은 전투나 탈출에는 조금도 유리하지 않다. 육체를 바꾸어서 현재의 상황에 적을을 해 나가야 한다.
사사사사사삭.
위드의 조각칼이 신들린 듯이 움직였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를 하는 동안에는 조각품을 깍을 시간이 정말 모자랐다.
고급 9레벨의 조각술의 마지막 단계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오르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번만은 조각술이 대단한 도움이 되리라.
그렇게 이들을 얻으면서도 위드는 여전히 조각술에 관해 불만이 많았다.
"모험이나 전투, 예술 분야에서는 조각술이 정말 좋아. 돈까지 잘 벌어다 주면 더 바랄 게 없겠는데."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주었더니 아파트 무료 분양에 평생 연금이라도 주기를 바라는 격!
탑이 무너지기 전에 작업을 마무리해야 했으므로 위드는 조각칼을 가지고 직접 운반해 온 돌들을 미친 듯이 빠르게 깍
아 냈다.
슥삭슥삭.
손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
사과처럼 매끄럽게 잘려 나가는 바위.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만, 그러다가는 비명횡사하기 딱 좋다. 급하면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조각술은 이제 몸처럼 익숙해져서, 생각하는 대로 형상이 다듬어지고 있었다.
전투나 퀘스트를 진행하면서도 조각술을 생각하다 보니 온갖 엉뚱한 작품들이 다 떠오른다.
예술가들은 그렇게 떠오른 작품들을 만들고 전시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개성을 추구해나간다.
철학과 사상, 깊이가 담겨 있는 작품들은 문화로서 사람들의 감성을 풍부하게 했다.
위드는 보통 아름답거나 실용적인 작품들을 선호했다.
'안 그래도 매년 물가 오르는 물건들 생각하면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무슨 복잡한 생각을 하고 살아. 예쁘고 쓸모만 많으면 되지.'
간단한 이유!
이번에 깍고 있는 조각품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정말 쉬운 것이었다.
엠비뉴의 괴물!
생명력이 높고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흉악하기 짝이 없는 괴물을 택했다.
흉가에서 한 400년은 살았을 것 같은 희고 주름 가득한 피부에, 파리와 모기를 전문적으로 잡아먹을 수 있는 긴 혓바닥!
조각을 하면서 바위에 있던 층층이 겹쳐진 것 같은 이상한 무늬들과 미세한 균열들은 가뜩이나 안 좋은 인상을 더 험하게 만들었다.
건장한 체격은 바바리안을 닮았지만 얼굴과 몸의 피부는 뱀에 가까운 인간형 괴물이라고 봐야 했다.
게다가 발바닥에는 잘 미끄러지지 않도록 갈퀴가 달려 있었으며, 겨드랑이 부분에는 박쥐처럼 얇은 날개도 달리게 했다.
머리도 길쭉하니 크고 비늘로 덮여서 완벽한 대머리였다.
'옛날이었으면 이런 조각품은 절대 못 만들었을 거야.'
위드는 조각품을 깍으면서도 돈에 대한 생각을 했다.
자신이 모험을 하면 방송을 통해서 관련 조각품들도 대히트를 친다.
와이번, 빙룡, 누렁이 인형들이 완구 시장에서 무섭게 팔려 나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수익금 중의 일부는 통장에 차곡차곡 적립이 되있다.
본 드래곤을 해치웠을 때의 근원의 스켈레톤은 또 어떠했는가. 외관상으로는 그리도 볼품이 없는 뼈다귀였지만 요즘 어린아이들은 정말 좋아한다.
근원의 꽃게과자.
근원의 양념고구마.
근원의 눈에보이네.
제과업체와 계약을 해서 과자들까지 출시되었다.
남자와 여자아이를 가리지 않고 해골 인형들을 수집했다.
모든 학부모들의 치를 떨리게 하는 아이의 말.
"엄마, 나 저거 사줘."
"사 주기 전에는 절대 안 가. 우에에에에엥!"
위드의 모험에 나온 조각품들을 사 주기 전에는 결코 울음을 그치지 않는 요즘 아이들.
그럴 때마다 부모님들은, 잠깐이지만 자식을 낳고 먹은 미역국을 후회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이야말로 노후를 위한 돈주머니지. 어린아이들 용돈으로 먹고사는 직업이라니... 이 얼마나 안정적이란 말인가."
이제는 위드가 어떤 조각품으로 변신을 하더라도 대인기를 누린다.
키 크고 잘생긴 조각품이 아니더라도, 오히려 이상할수록 특징이 강하다고 잘 팔렸으니 뭐든 떠오르는 대로 조각할 수가 있었다.
이번 조각품은 뱀 머리에 악어처럼 두꺼운 팔다리가 달려서, 정말 역사상으로도 최악의 외모를 자랑했다.
카리취가 정말 무섭게 못생겼다면, 이번의 조각품은 소름끼치도록 못생긴 데다가 무섭기까지 한 정도!
"조각 변신술!"
-조각 변신술을 사용합니다.
조각술에 대한 무한한 애정은 그 조각품과 조각사를 서로 닮게 만든다!
피부와 겉모습이 빠르게 바뀌었다.
조각품의 형상에 따라 입도 거의 귀까지 찢어지게 되었지만, 체격은 거의 그대로라서 원래의 장비들을 착용할 수 있었다.
-조각 변신술의 영향으로 힘과 민첩이 크게 증가합니다.
매력이 최저 수준으로 하락합니다.
예술 스탯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인내력과 맷집, 행운이 대폭 상승합니다.
조각 변신술이 풀릴 때까지 유효합니다.
"급하게 만들었지만 완벽하군."
위드는 매력 스탯이야말로 무참히 떨어져도 된다고 생각했다.
매력이 있으면 피부가 밝고 화사하게 바뀌면서 전체적인 몸매의 윤곽선도 개선된다.
특히 여성 유저들의 경우에는 매력이 100이었을 때와 200으로 올렸을 때 특정 부위의 몸매가 달라져서 매우 예민한 사항이었다.
그렇지만 위드가 언제 몸매나 얼굴을 생각하면서 살았던가.
얼굴이 조금 잘생겨진다고 해서 없던 애인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걸로 먹고살지도 못한다.
서윤과 친하게 지내는 건, 솔직히 외모와는 관련이 없다.
그녀와 어울리려면 매력 스탯이 적어도 20만 정도는 되어야 할 텐데, 그런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
"내 얼굴로도 라면 끓여 먹고, 참외 깎아 먹고, 낮잠 자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어!"
쿠르르르르르르릉!
탑의 진동이 심해지자 위드는 두 팔과 두 다리를 땅에 붙였다.
이젠 앞으로 이 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놀랄 것이 없다. 모든것이 느리지만 무너지는 한계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쿠그긍!
탑 전체의 움직임이 갑자기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멈췄다.
시끄러운 소음으로 가득하던 온 사방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요함.
"뭐야, 끝난 건가?"
하지만 미세하게 쥐 떼가 찍찍거리는 듯한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렸다.
중앙 기둥들에 미세한 균열들이 마구 그어지고 있었던 것.
붕괴가 눈에 크게 보이지는 않지만 계속 지속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지금이야."
위드는 앞에 쌓여 잇는 잔해들을 뛰어넘으면서 달렸다. 그리고 두 팔과 두 다리를 모으면서 외부로 뚫려 있는 창문으로 몸을 던졌다.
가히 액션 영화에 주로 나오는 듯한 멋진 모습.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낙하산을 가지고 있었찌만 위드는 그렇지 못했다.
140층이라는 높이는 위드라고 하여도 그냥 추락하기에는 매우 큰 부담이었다.
'탑에서 무사히 탈출을 하는 것까지는 좋아. 땅으로 추락하더라도 생명력이 엄청나게 높으니까 죽진 않을 거야. 근데 덤벼들 적이 많기도 하군.'
공중에서 추락을 하며 지상을 보니 엠비뉴의 병력이 개미떼처럼 바글바글하지 않은가.
이미 엠비뉴의 모든 병력은 비상 출동을 하고 있었다.
하늘로 오르는 탑이 기우뚱 흔들리고 돌 더미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으니 그 소란을 모를 수가 없었다.
"엠비뉴 신을 영접하기 위한 탑이다. 무너지지 않도록 막아라."
"모든 사제들은 능력을 발휘한다."
엠비뉴의 사제들이 신성력을 발휘하였다.
탑의 무게를 가볍게 하고, 구조를 단단하게 하며, 끊어진 연결 부위를 접합하고, 벽면을 떠받치는 신성 마법들이 펼쳐졌다.
원래 엠비뉴 교단에서는 이러한 신성 마법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하늘로 오르는 탑을 건설하면서 개발했던 것이다.
또한 탑의 중간중간마다 인부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장소에 보존 마법진과 마력구 등을 설치해 놓았다.
탑이 물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의 한계를 넘어서 웅장하게 계속 지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마법진들!
그 마법진들이 암흑의 빛을 발산하면서 작동되어서 기둥에 실리는 하중을 상당히 낮추어 주었다.
엠비뉴에 종속되어 있는 중대형 괴물들도 탑의 내부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무너지고 있는 기둥과 천장을 어깨와 등으로 떠받쳤다.
꾸에엑!
꽥!
괴물들은 몸이 짓눌리면서도 탑의 붕괴를 막고 있었다.
"뭐야? 조금 이상하군."
위드는 탑의 붕괴가 잠깐이지만 멈춘 것 같아서 이상했다.
탑이 기울어지고 부서질 것 같아서 탈출을 했던 것인데, 아래로 떨어지는 동안 굳건하기 지탱하고 서서 쓰러지려고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날로 먹는 게 정말 하나도 없네."
촤라락!
위드는 두 팔을 뻗어서 얇은 청색 피막으로 되어 있는 날개를 펼쳤따. 하늘을 날진 못해도 떨어지는 속도를 조금이나마 줄여 냈다.
"에라, 모르겠다"
그러고는 날개를 이용해서 바람을 타고 공중에서 방향을 바꿔 다시 탑의 벽면에 달라붙었다.
쿠르르르르릉!
탑이 약해진 영향인지, 천천히 흔들리면서 돌덩이들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낙석 주의!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돌덩어리들은 무서운 위력을 담고 위드를 스쳐 지나갔다.
"고층 빌딩 유리창 닦는 일을 하는 느낌이군! 일당을 많이 챙겨 준다고 해도 위험해서 하지 않았는데.......
내가 하는 모험은 말이 좋아서 모험이지 온갖 노가다의 종합 세트야!"
돌덩어리들은 크기도 다르고 떨어지는 방향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중간에 돌끼리 부딪쳐서 갑자기 방향이 바뀌는 경우도 있었으니,
피하는 것만 해도 신경을 상당히 곤두세워야 했다.
"이놈의 인생은... 욕을 그만해야지. 진짜 왜 갈수록 힘든 일만 반복되는지."
위드는 불평을 내뱉으면서도 거미처럼 탑의 벽면을 타고 빠르게 위로 달리기 시작했다. 창문과 깨진 돌벽의 틈새 등, 손과 발을 디딜 곳은 많았다.
낙석들을 피해서 수직에 가까운 각도를 비스듬히 옆으로 돌면서 위로 계쏙 올라갔다.
위드가 처음 떨어져 내렸던 140층을 금방 지나서 160층, 180층을 넘어갔다.
발 디딜 틈만 넉넉하다면 신기에 가까운 도약으로 한번에 2~3층도 건너뛰었다.
막상 뛰는 위드도 도약을 하면서는 숨이 멎을 것처럼 아찔한데 보는 시청자들이야 얼마나 오금이 저리겠는가!
인간 바퀴벌레의 새로운 장기로 부르기에도 충분한 상황이었다.
피유우우우우웅!
위드가 막 이동하자마자 머리를 스치며 떨어지는 돌덩어리!
'이 부근에서 방법을 쥐어짜 내야 돼. 탑이 무너지는 걸 억제하지 못하도록 해야 되고. 기왕이면 대신전을 향해 무너지게 해야 한다.'
탑은 위층으로 오를수록 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따. 사제들의 강화 마법으로도 이런 고층까지는 제대로 억제가 되지 않는 것이리라.
'이대로 놔두면 무너질지 무너지지 않을지 대충 반반 정도로 보이는데. 원상태로 복구하기도 상당히 힘들 것 같고 말이야.'
조금 지켜본다면 하늘로 오르는 탑 붕괴 퀘스트는 무난히 완수될 가능성이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만의 하나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지금 확실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다.
"결정했다. 이거나 먹어라. 달빛 조각 검술!"
위드는 213층에서 말살의 검으로 벽면을 강하게 후려쳤다.
스킬이 작렬하면서 반발력에 의해 다시금 튕겨 나가서 조금 추락하다가, 날개를 펼쳐서 209층 위치에 착지했다.
"가는 데까지 가 보자!"
콰과광!
대신전을 등지고 탑을 오르내리면서 검을 휘둘러서 마구 부쉈다.
충격으로 다시 탑이 흔들리면서 소나기처럼 떨어지는 돌덩어리들!
수백 층 위의 돌들까지도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갈수록 낙석들이 많아졌다.
위드는 아예 고개를 쳐들어서 위를 보면서 탑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도저히 피하지 못할 상황이면 벽을 놓아버리고 아래로 떨어져 내라다가 창문을 통해 부실한 건물의 내부로 잠깐 들어갔다 나왔따.
커다란 돌덩어리들의 경우에는, 그것을 지지대 삼아서 연속으로 도약하면서 수십 미터씩 솟구쳤다.
붕괴하려는 탑에서 일어나는 짜릿한 고공 액션!
금방이라고 돌에 맞아서 그 충격으로 떨어여 내릴 것만 같지만 아슬아슬하게 계속 피해 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의 외모는 그다지 호감형은 아니었는데 멀리서 본다면 영락없이 파리나 모기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하늘로 오르는 탑이 위기에 처하자 지상에 모여든 몬스터들과 광신도들도 돌덩어리에 맞아서 무수히 많이 죽어나갔다.
탑의 요동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 처하자 내부에 있던 파수꾼들은 문을 통해 계속 빠져나오고 있었다.
"탄생의 힘, 흑기사의 일격, 다른 하나의 검!"
위드는 마스터급의 전투 스킬들을 쓰면서 탑을 올라갔다.
250층을 넘어서부터는 탑이 흔들릴 때마다 수십 미터씩 좌우로 움직였다.
잠깐 공중으로 뜬 사이에 저 멀리 떨어졌던 탑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피할 수도 없도록 가까워졌다.
"커억!"
-하늘로 오르는 탑 건축물에 적중되었습니다.
생명력이 31,386 감소합니다.
탑에 두들겨 맞는 진귀한 경험을 하면서 위드는 하늘에서 100미터가 넘게 날아갔다.
파다다닥!
좁은 날개라도 펼쳐서 움직이며 다시 방향을 잡아 탑에 매달렸다.
"놀이공원에 이런 장난감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나만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다들 한번씩 겪어 보게 될 테니까!"
진짜로 만들 수도 없지만, 설혹 있다면 놀이공원에서의 사망자만 하루에 수천 명씩 발생할 환경!
"이 정도 했으면 무너져도 되잖아!"
위드가 고함을 질렀다.
돌덩어리들을 피하기도 어렵지만, 탑의 옆면을 부수는 것도 어디 보통 위험한 일이던가.
"조각 파괴술! 이 모든 것이 힘이 되어라!"
작업을 빨리하기 위해 걸작 조각품을 부숴서 힘을 크게 늘렸다.
어쨌든 지금까지 대신전이 있는 방향의 벽과 기둥들을 제법 많이 부숴 놓았다.
그런데 탑의 흔들림이 너무 심해지면서 어느 쪽으로 무너지게 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자체적인 하중으로 인하여 하늘 끝까지 뻗어 있는 탑의 기둥들과 지지벽이 사방에서 부서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탑의 흔들림은 매달려 있는 것만으로도 눈이 튀어나올 정도였으니 그 이후의 일을 상상할 수가 없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여기서 포기하고 말았을 테지만 위드는 지금까지 한 고생과 본전이 아까워서도 그럴 수가 없었다.
"정 그렇다면 끝까지 가 보자. 세상에서 단순 무식하게 사는 놈이 제일 무섭다는 걸 증명해 주지."
위드는 벽을 붙잡고 탑을 계속 올라갔다.
돌무더기를 운반할 때에는 그렇게도 오르기가 지겨웠는데, 낙석을 피하면서 탑을 억지로 붙잡고 벽을 타는데도 금방 올라간다.
270층을 넘고, 300층에 달했다.
이때부터는 탑의 옆면에 흐르는 바람조차도 거셋다.
흔들리며 요동을 치는 탑을 오르는 느낌은, 금방이라도 손을 놓쳐 버릴 것만 같은 끔찍함 그 자체!
-하늘로 오르는 탑이 가슴을 강타했습니다.
생명력이 13,288 감소하였습니다.
급한 마음에 뛰어오를 때마다 탑은 가만히 있지를 않아 피해가 누적되었다.
330층 정도에서 위드는 움직임을 멈췄다.
100층마다 표시가 되어 있기에 대략의 위치를 알 수는 있어도 정확한 건 아니었다.
외부로 잔해들을 떨어뜨리며 무너지고 있는 것만큼이나 탑의 내부도 엉망진창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애초에 의도했떤 것보다도 탑이 훨씬 견고하게 잘 버티고 있는 것이지 진작 무너져야 했던게 당연한 것이리라.
그렇더라도 불과 1~2분 내로 무너질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탑에서 울리는 소리는 마치 땅이 쩍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있는 것 처럼 소름 끼치기 짝이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을 다르게 해서... 심심할 때 미리 만들어 놓은 건데 쓸모가 있군. 차라리 없었으면 시도도 안 해 봤을 텐데. 조각 변신술!"
위드는 품에서 조각품을 꺼내자마자 스킬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특별히 별다른 점은 없는 흑곰의 조각품!
다만 특징이 있다면, 아주 큰 조각품을 작게 축소해서 표현한 것이이ㅓㅆ다.
성과 도시를 깔아뭉개는 흑곰을 표현해 놓은 작품이었다.
-조각 변신술을 사용합니다.
조각술에 대한 무한한 애정은 그 조각품과 조각사를 서로 닮게 만든다!
뱀처럼 매끄럽던 위드의 몸에서 이제는 광택이 흐르는 시커멓고 짙은 털이 자라났다. 또한 덩치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어깨와 가슴이 커지고 다리가 쭉쭉 길어진다.
10미터, 20미터, 30미터... 계속 늘어난 몸은 이윽고 230미터에 달했다,
덩치로만 놓고 보면 지금까지 변신했던 그 어떤 조각품 보다도 크다.
초대형 흑곰!
크기 면에서는 빙룡과도 잘 어울릴 것 같았으며, 엘프의 숲이나 정글과 같은 장소에 있다면 포악함을 만방에 떨쳤을 몸과 얼굴!
인상은 당연히 어릴 때부터 나무뿌리 좀 씹은 것 처럼 더럽기 짝이 없지만 눈동자는 몸 크기에 비해서는 조금 작고 귀여웠다.
가슴에는 선명한 반달무늬도 있었다.
명확하게, 어린이들의 인기를 노리고 만들어 놓은 작품이었다.
-몸의 형태가 바뀌면서 현재 착용하고 잇는 장비들을 완전히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조각 변신술의 영향으로 인내력과 체력, 맷집, 힘이 강화됩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다른 모든 스탯들은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반달흑곰의 가죽은 강철처럼 질기고 마법 보호 능력도 최고 수준으로 높습니다.
삶에 대한 지식과 지혜가 있지만 이는 본능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에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복잡한 도구도 쓸 수 없습니다.
앞발을 들어 적을 후려치거나, 끌어안고 허리를 부러뜨리는 것만으로도 전투에는 충분할 것입니다.
조각품에 대한 이해 스킬이 마스터의 경지에 달해서 종족의 특성이 한가지 부여됩니다.
심한 공격을 당해서 화가 났을 때는 전투력이 260%까지 늘어나게 도비니다.
이 상태에서는 적들의 공격에 피해를 덜 입게 되며, 힘이 2배 이상 세집니다.
그러나 화살 공격과 같은 원거리 무기에는 취약해지게 될 것이며, 생명력이 10% 이하가 되면 분노 상태가 해제되고 두려움에 취약해집니다.
생명력 30% 이하에서는 회복 속도가 6배로 빨라집니다. 하지만 30분 이상이 흐르면 회복 속도는 정상일 때보다 절반 이하로 느려지게 될 것입니다.
"크워어어어어어!"
위드는 고함을 지르면서 앞발과 뒷발로 탑을 끌어안고 매달렸다.
곰 발바닥에서 두껍고 뾰족한 발톱들이 나타나서 벽면에 깊숙하게 박혔다.
하늘로 오르는 탑에서 떨어져 나오는 돌덩어리들이 큰 몸을 두들겨 댔지만 생명력이 크게 늘어난 지금 그 정도는 그다지 위험하지 않았다.
두꺼운 곰 가죽과 곰 털은 든든한 방패와 갑옷 역할을 해주었다.
"어디 해 볼까? 동네 놀이터에서 못다 푼 한을 해소해주마!"
위드는 정말 무식하기 짝이 없는 방법을 써먹기로 했따.
마구 요동치는 탑을 붙잡고 체중을 이용하여 대신전이 있는 방향으로 잡아끄는 것이다.
탑을 원하는 방향으로 쓰러뜨리기 위해 쓸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 이 이상으로 쉬운 방법이 없는, 무거운 몸으로 매달리기!
현재 몸무게는 어떤 체중계로도 측정이 불가능하고, 단단한 땅을 걸어가면 발바닥이 움푹움푹 들어갈 정도다.
탑의 흔들림에 의해 함께 빙글빙글 돌면서 대신전으로 힘껏 끌어당겼다.
"이걸로는 조금 약한데!"
위드는 상당히 흥이 났다.
이 정도라면 동네 놀이터에 있는 꼬마들도 상대로 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요즘 영화들에는 당장 죽을 것 같은데 아슬아슬하게 살아나는 장면들이 정말 많다.
위드는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막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가 볼까!"
위드는 탑을 붙잡고 있는 네 다리를 풀어놓으면서 높이 도약했다. 그 충격과 반발력으로 인해서 의도치 않게 탑의 벽이 한꺼번에 마구 무너졌다.
엄청난 크기의 흑곰이 무엇 하나 의지하지 않은 채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 아찔함이란, 발 디딜 틈 하나 없는 까마득히 높은 절벽에서 걸어가는 것과도 어찌 비교할 수 있을 것인가!
위드의 커다란 몸이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그리고 금방 정점에 도달했다.
"크아아아아!"
초대형 흑곰의 추락!
그때에 다시 탑의 본체가 가까이 다가왔다.
"웃차!"
위드느 네발로 탑을 끌어안듯이 붙잡았다.
어마어마한 체중으로 인해서 앞발과 뒷발이 붙잡은 탑의 벽면이 종잇장처럼 그대로 구겨졌다.
4개의 발이 각 층마다 걸려서 부숴 대고, 굵고 날카로운 발톱은 건물을 마구 파헤쳤다.
탑 전체에서 둔중한 파괴음이 들려왔다.
건물 파괴로는 역시 흑곰만 한 생명체가 없는 것!
"혹시나 했는데 정말 안 떨어지고 살아남았군. 그럼 다시 가자!"
위드는 탑을 박차면서 다시 도약을 했다.
너무나도 높아서 사정없이 흔들리는 탑에서 점프를 하며 체중으로 깨부수는 흑곰!
이 스릴과 아찔한 속도감, 무모함이야말로 대적할 수가 없는 환경이었다.
잠깐 사이에도 탑에서는 우드드득거리면서 온갖 기묘하고 소름 끼치는 소리들이 들렸다.
바위와 기둥들이 흑곰의 무게와 충격에 의해서 급하게 마구 으깨지는 소리들!
그렇지 않아도 곧 무너질 상태였던 탑은 급격한 무게와 충격으로 인해서 드디어 하늘을 향해 서 있지 못하고 대신전이 있는 방향으로 기울어졌다.
"어, 어라!"
처음에는 그리 크게 기울어진다고는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뛰어오를 수가 없는 각도가 되었다.
네발로 붙잡고 공중에 거꾸로 매달리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기울어짐이 분명해졌다.
위드가 있는 중앙부만이 아니라, 까마득히 높은 하늘로 오르는 탑 전체가 심각하게 기울어지고 있었다.
'성공이다! 근데 이제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의도했던 결과이기는 하지만 뭔가 대단히 위험하고 목숨이 간당간당한 것만 같은 상황!
목덜미에 차가운 얼음을 댄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생존 본능에 마구 경고가 일어났다.
바로 아래의 땅을 내려다보니 구름 사이를 지나서 그 밑에 대신전이 보였다.
"정말 제대로 의도했던 대로야. 단지 조금의 사소한 문제라면......."
위드가 바로 탑의 옆에 붙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제 탑은 정확히 대신전을 향하여 기울어지고 있었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굉음과 무언가가 꺾이고 끊어지는 소리들이 다양하게 탑에서 울렸다.
'나부터 살아야겠다.'
위드는 탑의 벽면에 발톱을 깊게 박아 가면서 반대쪽 면으로 돌아갔다.
그 사이에도 기울어지고 있어서 탑의 경사각이 평평해지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기린의 목처럼 비스듬하지만 점점 땅을 향하여 드러눕는 것이 아닌가.
"아이고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위드는 번캐처럼 두뇌를 회전시켰다.
이럴 때의 생존 본능은 곤충들을 훨씬 능가했다.
바퀴벌레의 생명력이 뛰어나다고는 해도, 꼼수와 계산, 눈치로 살아남는 부분에 있어서는 위드를 능가하지 못했다.
'이 높이에서 이대로 떨어지면 절대로 안 돼.
원래의 내 몸이라면 레벨이 높아서 추락으로는 생사가 오갈 정도의 중대한 생명력의 피해까진 입지 않을 거야.
하지만 지금의 내 덩치는 너무 크고 무거워서 피해가 더 크겠지. 조각 변신술을 다시 쓰자.'
품에서 아무거나 서둘러서 꺼낸 것은 하필이면 드래곤플라이의 조각품이었다.
얼굴이 매우 이상하게 생긴 초거대 잠자리!
"에라, 모르겠다. 조각 변신술!"
부작용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조각 변신술을 사용!
-거센 흔들림으로 인해 스킬 사용에 실패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조각 변신술 해제!"
-아직 현재의 몸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조각술의 불가사의한 능력으로도 육체를 바꾸지 못했습니다.
"이런 수프 없는 라면 같으니!"
위드의 모험은 방송으로 중계되어 어린아이들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고려한 최악의 욕설을 퍼부었다.
자정 무렵에 배가 고파서 딱 한 봉지밖에 없는 라면을 뜯었는데 수프가 없는 그런 상황!
조각 변신술은 이렇게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는 와중에는 사용할 수 없었고, 곧바로 해제하지도 못한다.
아까 괴물이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탑의 벽면에 몸을 고정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초대형 흑곰의 거대한 몸집 때문에
손아귀로 붙잡은 벽들도 잠깐만 지나가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쭉쭉 부서져 나갔다.
불과 몇십 초가 지나면 탑은 대신전을 향하여 떨어지게 될 것이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추락할 때가 있다고 하는데, 곰은 탑에서 떨어져서 죽는다는 속담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
위드는 생존을 위해 다른 방법을 떠올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