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8권 : 8) 치매 드래곤 (256/520)

8) 치매 드래곤

페트는 나름 자부심이 있었다.

"예술 계열 직업에서는 내가 최고지. 복잡하고 오묘한 그림의 세계를 완벽하게 이해해 가고 있으니까. 뭐, 조각사 위드가 명성으로나 스킬로나 나보다 조금 낫긴 하지만, 가족들끼리는 예외로 쳐야 해." 

그는 유린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

위드라면 앞으로 가족이 될 사이였으니 경쟁자로 삼는 덧도 조금은 애매하지 않겠는가!

"가족끼리 앞으로 잘 협심해서 북부를 발전시켜 나가야지"

페트는 그렇게 말하고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자신이 중앙 대륙에서 일으킨 혼란을 생각한다면 위드나 유린이 상당히 고마워할 거란 기대도 갖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며 하벤 제국의 치안에 타격을 준다.

오직 화가만이 가능한 특출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지 ㅏㅇㄶ겠는가.

멀쩡한 영주들을 실감나게 나쁜 놈으로 묘사하는 작품들은 하나하나가 감동적이고 마음을 움직이는 걸작이었다.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서 없던 짓도 진짜 벌어졌던 것처럼 만들어서 영주들의 악명을 늘렸고, 그것을 바탕으로 몇몇 곳에서는 크고 작은 혼란이 벌어졌다.

하벤 제국의 점령 초창기인 만큼 그 피해도 적지 않았고, 페트의 이름은 유저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색의 마술사 페트.

-벽화의 이야기꾼 페트.

"훗날이 되면 꿈을 그리는 화가라든가 자연을 표현하는 화가라는 호칭도 붙게 되겠지."

페트는 그림 이동술을 통해 수시로 북부의 모라타에 있는 화가 길드에 방문했다.

꼭 용무가 있어서는 아니었고, 우연히라도 유린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물감 삽니다. 3실버 이하의 천연물감 구입해요! 그리고 옷에 그림 그리실 분, 싸게 그려 드릴께요!"

"가난한 화가가 늑대 가죽 구해요. 구멍 난가죽도 싸기만 하면 삽니다. 잡화점에 팔지 마시고 좀 도와주세요!"

초보 화가들은 도시에서 열심히 영업을 하고 있었다.

로열로드를 시작하면 처음 4주 동안은 도시나 마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제약이 있었다.

다른 직업들과는 다르게 화가들은 초보 시절에도 바로 관련 직업을 선택해서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가능했다.

"으흠, 오늘도 그녀는 없구나.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전부 그리면 무엇하리. 그녀의 얼굴을 볼 수가 없는데."

페트는 쓸쓸하게 돌아서서 화가의 언덕으로 향했다.

모라타의 거리는 조심하지 않으면 계속 부딪칠 정도로 늘 유저들로 북적거렸다. 상인들의 행렬이나 삽자루를 들고있는 건축가들도 유난히 눈에 자주 띄었다.

하벤 제국이 북부로 침공하면서 위기가 닥쳐왔지만, 막상 모라타에서 시작하는 초보 유저들은 날마다 더욱 불어나고 있었다.

아예 레벨 1의 초보들은 아르펜 왕국이 몰락하더라도 이곳에 다시 주춧돌을 세우고 국가를 만들어 내갔다는 희망으로 가득했다.

"여기도 항상 그대로 변함이 없구나."

페트는 언덕을 오르면서 모라타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북부의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로 거듭나는 도시, 높고 큰 건축물들이 대거 세워지고, 길목마다 상징이 되는 조각품들이 있다. 유서 깊고 오랜 전통은 갖지 못했어도 도시를 상징하는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과 사람들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건축가들이 세우고, 화가들이 그리고, 조각사들이 꾸민다.

상인들이 장사하고, 주민들이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모험을 하고 친구를 사귀고,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할수 있는 우리의 도시.

이러한 도시가 위기에 빠졌으니 사람들이 스스로 나서서 싸우려는 것도 십분 이해가 갔다.

"어쩌면 그렇게 잘그려?"

"어린아이 초상화 전문이래."

"정말 빨리 그리기도 한다. 물삼의 색채도 다양하게 쓰면서 배합을 잘하는데. 보통실력은 아니네."

구경꾼들이 모여서 웅성거리는 것이 보였다.

"또 어디의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모양이군."

너무 흔한 광경이라서 페트는 무심히 그냥 지나가려고 했다.

화가나 조각사 같은 직업이 도시 내에서 작품 활동을 하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마련이다.

화가가 그림을 완성해 가는 모습은 워낙 매력적이라서, 일부러 잘 보이는 길목에 앉아서 그리기도 한다.

관객이 모일 수록 흥생에 성공해서 그림값을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상화를 그려 달라는 커풀, 전사로서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고자 하는 조인족가지, 고객층도 다양했다.

페트는 일반 유저들을 상대로 한 그림 판매에는 흥미가 없었다.

'내 그림을 살 만한 사람은 없겠지. 헐값에 팔아도 될 그런 그림이 아니니까 말이야.'

그가 그냥 걸어서 화가의 언덕을 지나가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구경꾼들 사이에서 꾀꼬리처럼 맑은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그림값은 30골드예요. 가격은 충분히 알아보고 오셨죠? 미리 말해 보지만, 할인 요청이나 반품은 있을수가 없어요."

"넷 알겠습니다."

"그림값은 선불이고요, 추가로 새밀한 묘사나 물감 색을 늘리는걸 원하시면 옵션으로 추가 요금이 붙게 되는데요, 다섯가지 이상을 선택하시면 두가지나 덤으로 끼워 드려요."

뭔가 다정하게 들리면서도 척추에 있는 골수까지 몽땅 빼먹을것 같은 목소리!

페트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다!'

그림 속 조르디보오스 성에서 만나서 한눈에 반해 버렸던 그녀.

조각사 위드의 동생으로, 향후 자신과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

'역시 운명은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하는구나.'

모라타가 폭풍전야에 쌓여있는 지금 화가의 언덕에서 다시 만나다니, 역시 보통 인연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으로 끝났지만, 최극 화제가 되고 있는 노들레와 힐데른처럼 행복한 연인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페트는 그녀가 그림을 다 그릴 때까지 그냥 서서 기다리기로 했다.

밤늦은 시간까지도 화가의 언덕에는 여행자들의 발걸은이 끊기지 않았다.

새벽에 빛의 탑으로 유저들이 우르르 몰려갈 때까지도 유린은 그림을 계속 그렸다.

"빨간색 물감이 다 떨어져서 어떻게 하지요? 대신 노란색으로 빨간색인 셈치고 그려 들일께요"

"야간 요금으로 할증이 조금 붙는데... 괜찮으시죠? 착용하고 계신 장비를 보니 되게 돈이 많아 보이시네요."

"콧날은 조금 더 오뚝하게, 그리고 턱 선은 도드라지게 그려 드릴께요. 앞머리는 조금 더 긴게 좋겠죠? 추가 요금은 35%인데, 실물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하게 다듬어서 그려 드릴께요."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듬뿍 씌우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구경했다.

못 본 사이에 유린은 머리카락이 제법 길게 자라 있었다.

여전사들은 전투에 거추장스러워서 잛게 자르기도 하지만, 그녀는 화가라서 머리카락을 곱게 기르고 초보 마법사처럼 고깔 모자도 썻다.

물감 묻은 여행복에도 그녀만의청순한 매력이 물씬 묻어나왔다.

'와아, 왕창 벌엇다. 역시 호구들이란........'

마침내 유린이 작업을 끝내고 그림 도구를 배낭에 넣었다.

이 순간을 기다려 왓던 페트는 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저기... 저 기억하지요?"

약간의 목소리 떨림!

그리움과 애틋함이 가득했다.

페트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않았던 자신의 보물 같은 그림들을 그녀에게 공개했을 뿐만 아니라, 화가에 대해서도 알려 주었다.

분명히 그녀도 자신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어쩌면 그녀도 자신을 마음에 깊이 간직하고 기다려 왔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늘의 이 만남이야말로 달콤한 운명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저기, 누구신지?"

"페트라고 하는데......."

"네?"

"같은 물빛의 화가, 조리디보오스 성."

"아하, 그 밥맛?"

"......."

돌 맞은 유리창처럼 와장창 깨어져 나가는 페트의 여린 가슴"

유린이 화사하게 활짝 웃었다.

"농담이에요. 잘 지냈어요?"

그녀의 성격에 대해 잘 아는 위드였다면 웃는 모습만 보고 쉽게 넘어가지 않으리라.

여동생이지만 때때로 못된 망아지처럼 행동할 때가 있었다.

특히 원한을 품으면 웬만해서는 용서를 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입니다. 다시 만나기를 손꼽아 기다려 왔습니다."

"아까부터 계속 저를 보고 계시던데요."

페트는 반색을 했다."

"흠흠."

페트는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돌리려고 애썼다.

과거에 그녀의 친오빠인 위드를 비판한 적이 있으니 어느정도 기분이 상해 있을거란 생각은 그 또한 하였다.

"그림 이야기나 할까요? 요즘 유행하는 화풍은......"

"또 잘난 척?"

페트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방식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았다.

솔직한 남자의 마을을 고백해야 하리라.

그러지 않으면 정말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항상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려 왔습니다. 매일 당신의 얼굴을 떠올리지 않았던 적이 없습니다."

"스토커?"

"......."

아무래도 자신에 대한 선입견이 너무 나쁜 것 같았다.

그점부터 개선을 시켜야겠다고 느끼는 페트였다.

"제가 입고 잇는 망토가 참 멋지지요? 정령왕을 직접 만난 건 아니지만관련 페스트를 진행하고 나서 얻은 물의 정령 망토인데, 물을 다스리고 가끔씩 비를 내리게 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지요. 이 망토의 가치는 거의 환산할 수도 없는 것으로싸....."

"된장남?"

페트는 말문이 뚝뚝 막혔다.

그러나 지극한 정성이라면 그녀도 감동하지 않겠는가.

일종의 회심의 카드를 쓰기로 하였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만을 기다리면서 정령계로 가서 귀한 물건을 어렵게 선물로 준비했는데요, 그림을 그려서 번 다이아몬드 300개와 바꾸었지요."

"먼데요?"

이때에야 유린은 조금 관심을 가졌다.

사실 그녀도 페트를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기는 했다.

위드를 비난한 것 때문에 지난번에는 안 좋게 끝났지만 그의 호의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반한 남자를 어떤 여가가 미워하겠는가.

페트가 곱게 포장된 상자에서 꺼낸 것은 물방울로 된 머리핀이엇다.

"세상에서 가장 맑은 물로 이루어진마법의 머리핀입니다. 영롱한 이 광채는 무엇으로도 바굴수 없는 것으로서, 다이아몬드 300개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남자가 돈 무서운지 모르고, 젋어서 저렇게 돈 헤프게 쓰면 나중에 처자식 고생시키는데......"

"......" 

위드는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드래곤 아우솔레토의 눈빛은 살벌함 그 자체였던 것이다.

사흘쯤 굼주리던 육식동물이 만만한 초식동물을 보앗을 때의 눈빛은 마치 저렇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내가 무슨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 조금 내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세뇌를 당하려던 저 녀석을 구해 준 거잖아. 당연히 금전적인 보상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할 수 있지.'

불행히도 드래곤 아우솔레토의 생각은 그와는 조금 달랐다.

-너냐.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짧은 말.

위드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어리석은 피조물 주제에 일그러진 균형의 조율자인 나를 공격했겟다? 온몸이 찢겨 나가서 죽더라도 영광이겠구나.

위드는 그런 영광은 포기하고 싶었다.

어덯게 맨날 고생한 대가가 이런 식으로만 돌아온단 말인가.

'나처럼 정직한 사람이 우대받지 못하는 걸 보면 확실히 썩은 사회임이 틀림없어.'

이 모든 부조리함은 사회 탓!

드래곤 아우솔레토는 엡비뉴 교단의 공격을 당하면서도 몇 초 동안 꿋꿋이 위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보통의 몬스터가 아닌 드래곤이기 때문에 발휘할 수 있는 여유로움!

'장깐, 그거보다도... 지금 말하는 말들을 보면 자기 자신이 드래곤이라고 깨닫고 있는 것 같은데.'

현재 아우솔레토는 엄밀히 말하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상한 몬스터다.

그렇지만 자신이 드래곤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그는 날개를 활짝 펼치고 하는로 날아오를 것이다. 

지상을 향하여 끔찍한 블레스를 뿜어낼 것이고, 최고 단위의 공격 마법을 사용하게 되리라.

유성 소환 같은 초토화 마법을 두세 번씩 쓰지 말란 법도 없다.

일반적인 드래곤은 세상의 틀을 크게 바꾸려고 하지 않고 쉽게 화를 내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아우솔레토는 최악의 미친 드래곤이기 때문에 어떤 짓을 저지르더라도 그냥 이해할 수가 있엇다.

'그래서는 안 돼.'

위드와 비슷한 생각을 엠비뉴 교단에서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고위 자제들에게는 드래곤에 대한 공포가 전혀 없었다.

엠비뉴 신이 자신들에게 내려 준 애완견이 반항하는 것을 보는 심정으로 마법 공격을 했다.

"불신자의 내장 파열!"

"파헤치는 심장!"

"심판의 광휘!"

"황폐화된 지상낙원!"

대사제 헤올러와 고위 사제들이 힘을 모아서 함꼐 발휘한 마법은 보호막을 뚫고 드래곤을 강타햇다.

엄청난 빛과 폭발이 일어나면서 아우솔레토도 몸을 휘청거렸다.

-크오오오오, 너희 인간들이......!

분노에 떠는 드래곤이 뒤돌아서서 엠비뉴의 사제들을 짓밟았다.

충격 때문인지, 자신이 드래곤이라는 것을 또 잊어버린 듯한 모습!

또 위드에 대해서도 잠깐 내버려 두고 있었다.

"계속 움직여라."

"세뇌와 속박이 완벽하게 걸릴 때까지 몇 분 만지 않았다. 영광을 위해 생명을 바쳐라."

이곳 사제들의 특징이라면, 느릿느릿하지도 않고 가만히 있지도 않았다.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해서 매우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신성마법을 걸고 뛰어다녔다.

그리고 극악의 기사와 온갖 위험한 괴물들이 시선을 끌기 위하여 드래곤을 향하여 계속 모여든다.

위드는 잠깐 다시 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엠비뉴의 인물들도 그에게 주목을 한상태였다.

"엠비뉴의 뜻을 거스르는 놈이 여기에 있다."

"저 크고 미련한 곰이 우리가 세운 탑을 부쉈다. 저 놈의 가죽을 벗기고 고기는 날것으로 씹어 먹을 것이다."

하늘로 오르는 탑이 무너지는 것을 봤던 사제들과 기사들이 위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외쳤다.

위드의 나쁜 짓들이 그대로 공개되면서 적대도가 오르고 있는것!

"도망쳐야겠군."

위드는 땅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상황이 좋지 않으니 바로 도주를 하기로 결심하는 데에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전투를 잘하기 위해서는 적들을 상대로 힘을 과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적당한 위치에 숨고 틀어박혀 있는 것도 필수이지 않은가.

직장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 일당을 받아 가는 최고의 경지!

하지만 대사제 헤올러가 신성 마법을 발휘했다.

"종속의 제한된 영역!"

띠링!

-강력한 저주 마법에 적중되었습니다.

-엠비뉴 교단의 통치자 헤울러의 신성력을 바탕으로 한 저주 마법입니다.

-일정한 거리를 벗어나면 끝없는 영혼의 고통과 생명력의 감소, 약화를 겪게 됩니다.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이 육체를 빼앗기 위해서 덤벼들 것이며 몸을 제대로 다툴 수 없게 될 것입니다.

-헤울러의 신성 마법은 피할 수 없으며, 상대방의 바법 저항을 강제로 뚫어 냅니다.

-이동속도가 26% 감소합니다.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생명력이 1,293씩 감소합니다.

위드의 눈에 일정한 영역 밖에는 붉은 기운이 아른거리는 것이 모였다.

아마도 저기를 넘어가면 저주 마법에 의해서 고통을 받게 된다는 뜻이리라.

"다시 지긋지긋한 저주로군."'

도망칠 길도 봉돼되어 버렸다.

"쥐도 막다른 길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인데, 나라고 막다를 길에 몰라게 되면....."

위드는 가까이 있는 괴물을 두 손으로 붙잡고 대사제 헤울러르 향해 던졌다.

물론 헤울러 근처에 가자마자 아무 이득도 거두지 못하고 보호 마법에 의해서 타서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냥 용서를 빙어야 되겠군."

엠비뉴의 넘쳐나는ㄴ 병력이 위드를 향하여 조여 오고 있었다.

드래곤을 향해서도 물론 엄청난 병력이 포위망을 구성해 가고 있다.

하늘로 오르는 탑이 무너지고 나서, 대신전의 곳곳에서 광신도와 기사, 사제, 괴물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만약 탑이 무너지면서 건물들을 깔아뭉개고 길을 막지 않았더라면 무한대에 가까운 적들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대신전에는 광신도와 마물의 생산기지도 있어서, 공장에서 통조림 찍어 내듯이 계속 만들어 내고 있었으니까.

위드를 포위한 병력만 해도 수백에서 금방 1,000을 넘어갔다.

절대 얕볼 수 없는 것이, 여기는 상대방의 집구석 한복판이고 괴물들도 만만치 않기 때문.

"역시 아무리 얌전히 살려고 해도 세상이 나를 가만두기 않는군. 너희가 굳이 나를 건드린다면 기꺼이 싸워 주지."

거대한 흑곰이 인상을 쓰며 일어나니 위압적인 느낌도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

감히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드래곤과 초대형 흑곰이 대신전에서 동시에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미개한 더러운 족속들, 모두 죽을지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난 싸우기 싫으니 여기서 빠져서 구경만 하면 안될까?"

"아이고, 죽겠군"

전일은 대신전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채로 계속 정찰을 하고 있었다.

하늘로 오르는 탑이 무너지고 드래곤이 움직이는 것은 봤다.

엠비뉴의 모든 병력이 외부가 아닌 대신전 내부의 전투에 동원되어서 침입은 상당히 손쉬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전일은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몸이 썩고 있습니다.

-생명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신체가 독에 감식되어서 체력이 최소로 감소합니다.

-달리거나 무기를 휘두르는 등의 격력한 활동을 하지 못합니다.

시커멓게 썩은 강을 지나면서 중독되었던 몸 상태가 재발되고 만 것.

전일은 땅에 누워서 시름시름 앓았다.

위드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기가 차서 잔소리도 잃어버릴 상황!

엠비뉴 교단을 물리치기 위해 데려온 부하가 이모양이니 참지 못하고 가슴을 치면서 욕을 했을 것이다.

"대제님께서는 잊지 ㅇ않고 나를 구해 주실 것이다!"

전이는 여전히 육체를 구속하는 마법 쇠사슬에 묶인 체로 감옥에 있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이보다도 더 안좋은 상황에서도 살아남았었으니 희망을 버리지 않을 거야."

간수들은 그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이썽ㅆ다.

"위가 조금 시끄럽군."

"사제님들의 신성력이 대단하니 드래곤 세뇌가 예정보다 조금 빨리 끝났을지도 몰라."

"당장 제물을 가져오라고 할지도 모르니 준비를 해 둬야 하지 않겠나?"

"슬슬 시작하지"

전이는 드래곤을 세뇌시키고 나서 축제를 벌이 제물로 결정되어 잇었다.

간수들은 살아 있는 전이의 몸에 갖은 양념을 발랐다.

"구울까, 삶을까?"

"쇠막대기에 꽂아서 굽는 게 좋지 않겠어?"

"지난번에 먹어 봤는데 나도 그게 맛있더군. 육즙이 달콤해."

"조금 덜 익었을 때 먹어야 맛있지."

"크흐흑, 대제님."

전삼은 엠비뉴의 기사 행세를 하며 대신전 내에서 제법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그는 전투 지역으로 가지 않고 부서지지 않은 건물로 가서 물건들을 수색햇다. 

위드의 행동을 제대로 보고 배워서, 당연히 보물을 찾아다니는 중이었다.

"이건 저주고, 요것도 저주와 관련된 물건이네. 여긴 정상적인 번쩍거리는 것은 없고 전부 저주나 흑마법 책자들뿐이로군."

전삼은 저주의 매개체들을 밟거나 땅에 내동댕이쳐서 몽당 다 파괴해버렸다.

헤스티거는 주방에 있으면서 일단의 엘프 여성 노예들이 간수들의 손에 의해 끌려 내려오는 것을 봤다.

"음식들을 만들어라. 잘 만드는 놈은 당분간 살려줄 것이다. 그리고 요리를 못하는 놈은 솥과 함께 넣어 주지. 낄낄낄!"

위드였다면 참 효울적인 방법이라고 감탄의 박수를 쳤겠지만, 헤스티거는 불의를 참아내지 못하였다.

"이런 나쁜 놈들! 어떻게 하늘 아래 너희 같은 놈들이 있을수 있단 말인가!

"넌 누구냐. 크억!"

헤스티거는 물소의 몸통에서 단숨에 뛰쳐나와서 간수들을 헤치우고 엘프들을 구했다.

"괜찮습니까!"

"저흰 다친 곳은 없어요."

아리따운 엘프들 중에는 휘기하기 짝이 없다는 하이엘프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고, 정령도 불러낼 수 없도록 종속구를 착용한 상태였다.

헤스티거은 시미터를 휘둘러서 단칼에 그들의 종속구를 부쉈다.

여러명의 엘프들의 종속구들을 유러한 칼의 휘두름으로 연속으로 부숴버리는 광경은 아름다움 그 자체!

탁월하게 잘생긴 외모와 더불어서 영웅 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멋진 분위기를 자아냇다.

헤스티거의 낮게 깔리는 목소리는 듣는 사람에게 믿음까지 심어 주었다.

"여기는 위험합니다. 제가 신전 밖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무리 위험한 상황에서도 여자들에 대한 매너를 지키려는 전형적인 영웅!

"아니에요. 저희도 싸울 수 있어요. 함께 싸우겠어요."

"풀려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많이 지쳐 보입니다."

"우리 엘프들은 느낄 수 있어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악령들과 위험한 마력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을. 이들을 물리치지 않으면 우리 엘프들도 더 이상 안전하게 살아가지 못하게 될 거에요."

"그렇다면 좋습니다. 같이 해봅시다."

하이 엘프들은 간수들이 쓰던 활을 집었다.

본래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서 쓰는 하이 엘프의 활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들에게는 정령과 마법이라는 다른 두가지의 무기도 있었다.

정령이 활에 깃들이면 위력이 수십 배나 늘어나게 된다.

"조금 전에 큰 충격이 있었어요. 이 건물이 무너지기 전에 어서 잡혀 와 있는 다른 노예들을 구출해요."

"물론입니다."

헤스티거는 엘프 병력과 함께 대신전에 있는 건물을 빠른 시간에 장악했다.

늘씬하고 예쁜 얼굴을 가진 하이 엘프 르누아리가 옆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독을 제조하는 시설을 발견해 냈다.

"여긴 이상한 냄새가 나는군요. 몬스터들의 썩은 사체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독한 냄새! 독이네요. 강과 호수, 바다를 오염시키기에 충분한 양이에요. 그리고 비를 내리게 하는 마법을 쓸 수 있다면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땅도 오랜 기간 황폐화시킬 수 있겠죠."

"엠비뉴 교단, 과연 지독한 곳이군요. 대제님께서 이들과 싸우려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엘프로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되겠지만, 이 독으로 이자들을 쓰러뜨리는 건 어떨까요?"

"진심이십니까?"

"이들은 이미 인간으로 보기 어려워요. 다른 모든 생명체들과 자연을 위해서라도 없애 버려야 해요."

위드가 들었다면 융통성이 있고 살림 잘하게 생겼다면서 칭찬을 했을 하이엘프다.

그러나 헤스티거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안됩니다. 저는 대제님의 자랑스러운 전사로서 비겁한 방법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이 방법만큼 효과가 뛰어난 건 없어요."

"제가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르면 대제님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됩니다. 믿고 기다리면 대제님께서 엠비뉴 교단을 충분히 물리치실 수 있을 겁니다."

원래 노들레와 함꼐했던 헤스티거는 성격이 이렇지 않았다. 

노들레가 도덕적인 고뇌를 할 떄 서슴없이 독을 쓰자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위드와 함꼐 있으면서 헤스티거는 성격이 달라졌다.

노들레의 친구가 아닌 위드의 부하가 되어서 충성심이 생기고, 좀 더 정직한 영웅으로 변했다.

그가 노들레와 함께할 때처럼 힘을 합쳐서 더 강한 적들을 이기기 위하여 고뇌할 필요가 없었다.

위드가 알아서 먼저 다 휩쓸어 버렸기 때문.

위드가 알았다면 평소에 부하 교육을 잘못 시켰다고 한탄을 할 상황이었다.

진작 죽이거나 혹은 내쫓아 버렸어야 하는데 질투심에 지금까지 데리고 다닌 결과 이런 행동까지 저지르지 않는가!

헤스티거에게는 당당하고 정의로운 전사의 풍채가 흘렀다.

하이 엘프 르누아리도 감동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금방 설득되었다.

"과연! 옳은 방법으로도 이길 수 있다면 좋겠지요. 전사님을 보니 충분히 이들을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독은 나쁜 것이니 전부 태워 버립시다."

"저도 도울께요."

위드가 있었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지고 말았을 행동이 서슴없이 자행되었다.

그리고 자하브는 혼란을 틈타서 대신전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조각검술!"

광신도들이 오랫동안 믿음을 갖게 되면 악한 영혼을 몸에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마령의 귀족들을 처리하면서 넓은 대신전 안을 헤매고 다녔다.

"이놈들을 전부 헤치우면... 이베인이 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지."

자하브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의 목숨이 걸려 있다고 해 놓았으니 검에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하얗게 센 백발을 휘날리며 눈부신 움직임으로 적을 차단했다.

"그를 따라온 덕분에 이베인을 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야. 내 생명을 이곳에 묻는다고 해도 말이지."

조금만 차분하게 생각해 본다면 일이 그렇게 단순하진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리라.

엠비뉴 교단이 완벽하게 몰락한다고 하더라도 이베인이 로자임 왕국의 왕비가 되는 미래는 변하지않는다.

첫사랑 이베인이 평상 다른 남자의 품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한다.

그것도 자신은 다 늙은 노인이 되어서.

어쩌면 대신전에서 죽어서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자하브에게는 속 편한 일이 될지도 몰랐다.

"크으으, 신이시여. 이, 이 고통은......"

그리고 성자 아헬른은 심각한 부상에 시달렸다.

노예들과 함꼐 중앙 광장에 있다가 그는 하늘로 오르는 탑의 잔해에 제대로 깔리고 말았다.

한 세기에 1명 나올까 말까 한 성자.

교황보다도 우월한, 신의 뜻을 직접 펼칠 수 있는 성자의 신성력은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만 활용이 되고 있었다.

원래 노들에의 모험에서는 날고뛰었던 아헬론이지만 지금은 금세라도 죽을 것만 같은 노인의 신세.

쿵. 쿵.

하필이면 위드도 바로 근처에서 땅을 뒤흔드는 전투를 하는 중이었다.

위드가 활약을 할 때마다 아헬른이 갇혀 있는 잔해 더미도 우수수 한꺼번에 흔들렸다.

"이렇게 해요. 성자님."

"신...께서 우리를 돌볼 것이네."

어린 노예들, 여성 노예들도 아헬른의 곁에 있었다.

성자 아헬른은 탑이 무너지는 것을 보년서 노예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신성력을 발휘하여 보호막을 형성하느라 피하지 못했다.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잔해 더미가 몽땅 내려앉는 순간 그 무레에 깔려서 다 함께 목숨을 잃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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