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9권 : 2) 엠비뉴의 화신 (259/520)

2) 엠비뉴의 화신

 - 또다시 저 시커먼 그림자 같은 것이 다가온다. 저건 강하고 아프다. 온몸이 멀쩡한 곳이 없다.

드래곤의 엄살은 더욱 심해졌다.

"내가 빈틈을 만들 테니 넌 오른쪽을 노려!"

 - 감히 명령하지 마라. 고작 인간 따위가 나에게 지시할 수는 없다.

"그러지 말고, 친구 사이에 서로 잘해 보자는 의미로 말한거잖아. 네가 당하면 지금은 내가 슬프니까."

 - 친구 따위가 왜 중요하지? 다시 나에게 명령한다면 죽이겠다.

"제가 기회를 만들어 볼 테니 오른쪽을 공격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부족하지만 나쁘지 않은 의견이로군. 허락한다.

위드가 쏜 화살이 엠비뉴의 화신 앞에서 화염을 일으키면서 폭발했다.

8개나 되는 팔로 동시에 공격 무기를 다루다 보니 드래곤도 접근했다 하면 연속 공격에 의하여 초주검이 되었다.

지상의 적들은 조금 해치웠다고는 하나 아우솔레토의 몸에는 여러 거대한 무기들이 꽂혀서 덜렁거리고 있었다.

엠비뉴의 화신이 발하는 공격은 어둠의 힘과 신성력을 바타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드래곤고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아우솔레토가 드래곤으로서 완전히 자각을 하고 있다면 당연히 전투 방법을 역시 훨씬 효율적으로 버뀌었으리라.

수비와 공격을 조율하면서 틈틈이 스스로에게 회복 마법을 걸어줄 수도 있으니 비약적인 전투력의 상승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육탄전 위주였고, 피해를 거의 입지 않는 엠비뉴의 화신이 오히려 훨씬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추격 속도, 공격 범위, 연속 공격에 있어서 아우솔레토를 압도했다.

위드는 엠비뉴의 화신이 드래곤과 싸우는 틈에 쉬지 않고 화살을 발사했다.

푸슈슉!

 -화살이 엠비뉴의 화신의 가슴을 관통하였습니다.

  화신에게 피해를 입힙니다.

  어둠의 힘이 이를 감싸서 피해량을 최소화합니다.

  신성력이 피해를 입은 만큼 회복시킵니다.

'흠, 사제들을 해치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이 신성 마법이 완성되도록 놔둔 것이 실수였던 것 같군.'

헤울러를 중심으로 한 사제들은 지속적으로 생명력과 어둠의 힘, 신성력을 화신에게 부여하고 있었다.

화신은 그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해서 위드의 화살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드래곤의 공격에도 꿋꿋이 버텼다.

드래곤이 하늘을 날며 양다리로 몸통을 갈기갈기 수십 갈래 찢어 놓았지만, 화신은 일반적인 육체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어둠의 힘이 이를 복구하고, 신성력이 금세 치유를 해냈다.

수백 명 이상의 고위 사제들이 계속 생명력과 체력을 늘려주고 있었으니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난감하기 작이 없는 상황!

뒤를 따라오는 움직임은 드래곤의 비행 속도보다 훨씬 빠른 데다 집요하고 끈질겼다.

어둠의 힘으로 형성된 시커먼 화신이 뒤따라오는 그 소름끼치는 광경!

지상에서는 엠비뉴의 병사들이 창을 들고 마구 떠들고 있었지만, 그들을 공격할 시간조차도 모자랐다.

지고의 존재인 드래곤도 짧은 순간에 피해를 심하게 입었고, 이대로 당해서 추락하게 되면 화신을 상대할 방법이 마땅히 없는 것이다.

"뒤따라온다. 건물 사이를 통과해서 따돌린 다음에 높은 곳으로 날자!"

 - 명령을 하면 죽인다고 했는데 아둔한 인간이 그새 잊어버린 모양이로군. 내 등에 타고 있는 게 슬슬 귀찮던 참이었는데 잘되었다.

"그거 참 말 많네. 아무튼 더러운 성격은 기억을 잃어도 마찬가지야."

 - 뭐라고?

"말 많고 성격 더러운 놈들이 위대하신 아우솔레토 님을 몰라보는 것 같다는 말입니다. 그놈들의 야비한 수단을 효과적으로 막아 내기 위해, 저 건물을 지나서 지금보다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게 어떨까요?"

 -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드래곤은 건물 사이를 비스듬히 날아서 통과한 다음에 날개를 활짝 떨치더니 더 높은 하늘 쪽으로 비행 방향을 바꾸었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아부를 기본으로 쥐어짜 내면서 드래곤의 비위를 맞춰 줘야 한다니, 위드가 아니라면 못할 짓!

자존심은 라면 끓이며 계란을 넣는 것 정도에만 지키면 충분한 위드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위드를 태운 드래곤은 하늘로 급상승했지만, 지상의 사제들에게 어떤 마법을 부여받았는지 엠비뉴의 화신도 도 빨라진 속도로 계속 쫓아왔다.

"분명히 뭔가 약점이 있을 텐데."

드래곤마저도 감당하기 버거운 공격력에 무한대에 가까운 회복력까지 갖췄으니 실로 엄청난 신성 마법이다.

"이런 놈을 상대로 싸우라고 했다니, 정말 해도 너무한 노릇이군!"

위드가 하늘로 올라가자는 제안을 한 까닭은 위기의 상황에서 약간이라도 시간을 벌어 생각할 여유를 찾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속도가 더욱 빨라진 엠비뉴의 화신은 드래곤의 뒤를 바짝 따라와서 도끼로 내려찍고, 검으로 찌르고, 칼로 베었다.

 - 크오오오!

연속 공격을 계속 허용하는 드래곤!

드래곤이 괴성을 지르며 방향을 바꾸어 봐도 화신은 한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뒤를 추격해 왔다.

고개를 뒤로 돌리니 화신을 가까운 거리에서 또렷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검은 연기 같은 물질로 이루어진 화신에게도 얼굴이 있었다.

시퍼렇게 발광하는 눈빛과 고추장이 묻은 것 같은 붉은 입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난다.

꿈에 나타날까 두려운 표정!

 - 아프다. 내가 이런 고통을 느끼게 되다니. 미칠 것 같다. 쿠와아악!

드래곤은 계속 비명을 질러 댔다.

고결한 드래곤이라고는 해도 궁지에 몰리자 덩치 큰 1마리의 도마뱀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정상이 아닌 몸 상태에서 위험한 공격들을 계속 당하고 있으니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 친구, 어떻게 해야 하는가?

"친구는 무슨 친구. 역시 세상의 이치는 다 똑같아. 제가 아쉬울 때만 친구지."

 - 뭐라고?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어!"

급기야 아우솔레토는 위드에게 먼저 의견을 물어보기까지 했다.

상당히 온순해졌다는 증거!

'역시 버릇없는 애들 교육에는 매가 약이군.'

드래곤을 보고 있자니 잘못된 교육철학까지 무럭무럭 피어날 정도였다.

위드는 잠깐 머리를 굴리고 나서 결국 최종적인 해답을 찾아냈다.

"저놈을 해치울 방법은 있어."

 -무엇인가. 당장 말해라.

"쉬운 것과 어려운 게 있는데, 어느 쪽이 더 좋아?"

실제로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지만, 일부러 쓸데없는 질문을 하며 시간을 끌었다.

드래곤으로부터 무시와 핍박을 받았던 뒤끝!

엠비뉴의 화신이 드래곤을 계속 쫓아오면서 크고 작은 공격을 가하고 있었지만 아직은 버틸 만하다.

드래곤을 악화시키기 위하여 조금 더 맞을 때까지 일부러 놔두는 것이었다.

원래 이 바닥이 다 그렇고 그런 것이니까.

 - 아프고 고통스럽다. 쉬운 걸로 하자.

"내 말을 확실히 믿고 따라 줘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지?"

 - 당연하다. 지금 공격을 당하고 있지 않은가. 빨리 말해라.

"믿음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가치지. 방법은 간단해. 아까 연습한 것처럼 있는 힘껏, 숨을 할 수 있는 한 크게 들이마셔."

 - 그리고?

"저놈을 향해 한꺼번에 내뱉어!"

드래곤 아우솔레토는 화신으로부터 상당히 혹독하게 공격을 당했다.

화신이 여러 개의 팔로 동시에 무기들을 다루다보니 연속 공격이 끝도 없이 이어진 것이다.

그 분노와 위기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지, 위드의 방법을 듣자마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으로 숨을 들이마셨다.

폭풍이 일어나는 때처럼 거센 바람 소리가 났다.

드래곤의 흉곽이 부풀면서 몸 전체가 잔뜩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아우솔레토는, 날개를 접고 뒤를 돌아서더니 엠비뉴의 화신을 향해 숨결을 내뱉었다.

쿠콰과과과과!

드래곤의 입에서부터 발사되는 시커먼 줄기!

블랙 드래고느이 브레스가 엠비뉴의 화신을 강타했다.

★★★★★★★★★★★★★★★★★★★★★★★★★★

이 순간 모든 것이 정적에 빠진 것만 같았다.

블랙 드래곤의 브레스!

그 강렬한 힘의 줄기가 엠비뉴의 화신을 덮고 그대로 하늘을 가로질러서 대신전의 외곽 성문 부분을 강타했다.

마나로 이루어진 독의 원천!

폭벌도 없이 범위 내의 모든 물질을 녹여낸다.

성문 부근에 모여 있는 엠비뉴의 군대는 한순간에 소멸했다.

직접 브레스에 닿은 녀석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근처에 있던 놈들도 갑자기 피어난 독가스에 흔적도 없이 몸이 녹아내렸다.

땅과 건물도 함께 녹았다.

 - 크오어! 아, 안 돼… 이 모든 원한을 풀지도 못하고…….

그러나 엠비뉴의 화신은 브레스조차 버텨 냈다.

처음에는 브레스에 밀려서 몸의 대부분을 상실했지만, 헤울러와 사제단이 지속적으로 생명력과 마력을 보충해 주자 끈질긴 생존력으로 되살아났다.

"이런 지독한 놈!"

드래곤의 등에 탄 채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위드는 혀를 내둘렀다.

이 신성 마법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드래곤의 브레스에 직격당하고서도 버텨 내는 끈질긴 능력이라니!

아마도 엠비뉴 교단의 비장의 무기임에는 분명하다.

아우솔레토도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화신을 향해 더욱 거세게 브레스를 계속 내뿜었다.

 - 이, 이럴 수는…….

엠비뉴의 화신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복구된 몸의 일부분이 다시 사라지더니, 그 부분에서부터 뜨거운 햇볕에 눈이 녹는 것처럼 전체적으로 점점 소멸되어갔다.

얼굴, 마지막으로 잔혹한 눈동자를 잃어버리면서, 엠비뉴의 화신은 마침내 완전하게 소멸했다.

『 엠비뉴의 화신이 사라졌습니다.

엠비뉴가 이 땅을 파괴하기 위해서 추종자들에게 남겨 놓은 파편 중의 일부, 영혼의 잔여물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엠비뉴 교단을 따르는 모든 신도들이 발휘하는 신성력이 13% 감소합니다.

이 효과는 앞으로 영구히 지속될 것입니다.

전투에 참여하여 역사적인 전투 공적을 세우셨습니다.

모든 스탯이 6 높아집니다.

전 대륙의 모든 종족으로부터 용사로서 존경받으실 것입니다.

호칭 '악신을 죽인 자' 를 획득하셨습니다.

모든 신성 마법과 저주 마법의 악엉향이 16% 감소하며, 지속 시간이 줄어들어서 빨리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됩니다.

명성이 23,989 오릅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엠비뉴 교단의 영향력이 대륙 전체에 걸쳐서 감소하게 됩니다. 』

엠비뉴의 화시닝 소멸됨에 따라 지상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캬으윽, 우리의 믿음이 여기서 깨지다니……."

"끝, 이것이 끝이 될 수는……."

신성 마법을 구성하던 사제들은 대신전의 곳곳에서 늘어나서 마지막에는 약 1,000여 명이나 되었다.

헤울러와 고위 사제들만 400여 명이나 되었고, 일반 사제들도 힘을 합치고 있었다.

그런데 엠비뉴의 화신이 감당하지 못할 공격력에 파괴되면서, 그 충격이 생명력의 근원이 되는 사제들에게까지 미치게 되어 속속 목숨을 잃고 쓰러졌다.

"세상을 소멸시킬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

헤울러와 직속 사제들은 죽지는 않았지만 생명력과 마력에 엄청난 데미지를 입고 주저앉았다.

 -대신전의 중요 건물들이 절반 이상 파괴되었습니다.

  신을 받들 만한 건물들은 무너지는 탑에 깔려서 박살 나고 화염에 휩싸였으며, 신앙의 성서마저도 드래곤의 브레스에 의하여 형태를 잃고 녹아 버렸습니다.

  지역을 가득 채우던 엠비뉴의 신성력이 약해집니다.

  성지는 더 이상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엠비뉴를 따르는 자들에게 주어졌던 능력 강화와 불가사의한 회복력이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엠비뉴를 부정하여 약화되었던 자들의 육체와 정신력이 정상으로 됩니다.

엠비뉴의 성지 효과마저도 이제 사라져 버렸다.

대신전의 하늘에 떠오른 드래곤 아우솔레토에 의해 대충 평정이 되는 모습.

아우솔레토가 고개를 높이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그오오오오오오오!

세상의 모든 생명을 가진 이들에게 고하는 듯한 광오한 울부짖음.

드래곤의 존재감이 확 퍼지면서, 박동하는 심장까지도 위축되게 만들어 버리는 드래곤 피어!

대신전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기사들과 괴물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경외 어린 눈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땅에서 하늘에 있는 드래곤을 보며 느끼는 위압감이야 오죽하겠는가.

죽음의 사신이 옆에 다가와서 콜택시 불러 놨으니 어서 가자고 재촉하는 것과 같았다.

 - 전부가 혼란스러웠다. 이 세상은 어디이고, 나는 또 누구인가. 그러나 이제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는… 나는 바로…….

위드는 엠비뉴의 화신이 소멸하는 순간부터 대비하고 있었다.

세상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한때의 친구가 크면서 경쟁자와 원수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고, 적으로 만났더라도 나중에는 웃으면서 커피라도 한잔 마실 수 있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사냥개를 키웠으면 목적을 달성한 이후에는 신속하게 삶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한 입장 변화에 있어서 위드는 매우 정확한 순간을 놓치지 않는 편이었다.

위드는 벌써 말살의 검을 빼어 들고 있었다.

그 용도야 따져 물을 필요도 없이 뻔한 것!

"일점 공격술!"

말살의 검으로 드래곤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드래곤 아우솔레토의 뒷머리를 때렸습니다.

  드래곤의 비늘에 의해 대부분의 충격이 흡수되면서 4,314의 피해를 입힙니다.

  말살의 검이 2,118의 화염 데미지를 가합니다.

손이 얼얼할 정도의 반발력이 일어났다.

하지만 연속 강타!

 -드래곤 아우솔레토의 뒷머리를 때렸습니다.

  드래곤의 비늘에 의해 대부분의 충격이 흡수되면서 8,642의 피해를 입힙니다.

  말살의 검이 3,329의 화염 데미지를 가합니다.

 -드래곤 아우솔레토의 뒷머리를 때렸습니다.

  드래곤의 비늘에 의해 대부분의 충격이 흡수되면서 11,314의 피해를 입힙니다.

  말살의 검이 8,118의 화염 데미지를 가합니다.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23%의 피해를 추가합니다.

  상대방의 지능을 4% 감소시킵니다.

  약간의 미세한 혼란 상태에 빠뜨립니다.

  말살의 검이 3,838의 화염 데미지를 가합니다.

퀘스트를 진행하는 중에 일시적으로 증가할 레벨과 조각 파괴술로 예술 스탯을 힘으로 몰아줘서 발생된 공격력도 엄청났다.

드래곤은 아직까진 위드를 친구로 생각하고 마나를 이용한 신체 보호도 하지 않아서 그 충격은 더욱 뼛속까지 깊이 파고들었다.

 - 우둔한 인간, 이게 무슨 짓이냐.

"보면 몰라. 이 멍청한 도마뱀아? 이게 바로 살다 보면 접하게 되는 사회의 쓴맛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라고 하였지."

 - 당장 그만두지 못하겠느냐!

"너라면 그만두겠어? 본래 배신이란 하번 시작하고 나면 무조건 끝을 봐야 하는 법이야."

 - 지금 멈추면 네가 저지르고 있는 죄를 용서해 주겠다.

"거짓말하지 마. 내가 그런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갈 정도로 어설픈 악인으로 보여? 특히 넌, 없는 잘못도 뒤접어씌울 도마뱀이야!"

위드는 말하는 동안에도 일점 공격술을 빠르게 영한 번이나 터트렸다.

드래곤이 공중에서 세차게 움직이는 바람에 두 번의 공격이 주변부로 향하기는 했지만, 놀라운 정확도였다.

드래곤에게 욕먹고 비위 맞추면서 쌓아 두었던 그 분노 덕분에 더욱 집중력이 발휘된 결과였다.

생전 폭력과는 담을 쌓고 지내 온 선량한 남자에게도 합법적으로 마음껏 직장 상사를 때릴 기회를 준다면 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드래곤이 반격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마음놓고 공격에만 집중했다.

 -드래곤 아우솔레토의 뒷머리를 때렸습니다.

  충격의 일부가 드래곤의 비늘에 흡수되어 37,892의 피해를 입힙니다.

  말살의 검이 11,219의 화염 데미지를 가합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 데미지!

단순한 전투력만 놓고 본다면 헤울러보다 위드가 훨씬 높았다.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318%의 피해를 추가합니다.

  상대방의 지능을 1% 감소시킵니다.

  드래곤의 비늘 일부를 파괴했습니다.

  말살의 검이 42,382의 화염 데미지를 가합니다.

스무 번의 일점 공격술 성공!

위드가 목표로 했던 드래곤의 비늘이 깨어지고 말았다.

이때부터는 어떠한 방어력도 없이 공격이 들어갔다.

아우솔레토는 자신의 머리에서 위드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격렬하게 몸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위드는 무기를 들지 않은 왼팔로 드래곤의 뿔을 단단히 붙잡고 있어서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 크와오오오!

드래곤의 고통에 찬 신음 소리가 하늘을 울렸다.

 - 역시 인간이란 족속은 믿을 수가 없는 자들이다.

"인간을 원망하지 마. 이렇게 당하는 걸 남들 책임으로 돌리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지? 하지만 원래 이 세상이, 눈 뜨고도 코 베이는 곳이야!"

위드는 드래곤의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인 뒤통수를 연속으로 계속 공격하고 있었지만, 정작 아우솔레토가 죽음에 이르러면 아직 한참 남았다.

일점 공격술로 연속 공격을 계속 성공시킨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조금 많이 아픈 수준이지 생명이 경각에 달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엠비뉴의 화신으로부터 지독하게 당했던 탓에 드래곤의 생명력도 26% 아래였다.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것처럼, 공격이 5분 이상 지속된다면 목숨을 잃게 되리라.

'드래곤은 버릴 부위가 하나도 없지.'

비늘은 갑옷으로 쓴다면 그보다 더 좋은 재료가 없다.

경매에 올려놓는다면 최종 금액이 얼마로 낙찰될지 짐작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뼈는 검을 만들면 무지막지한 절삭력에 파괴력, 마나를 회복하는 능력까지 갖춘 보검이 될 것이다.

피는 잘 뽑아내서 마법 시약으로 만들면 좋다.

희소성에 연구 가치까지 있다 보니 마법사들에게 바가지를 실컷 씌우고도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수가 있다.

이빨, 수염도 제각각 쓸모가 있었으며, 드래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 하트까지 손에 얻어서 가공할 수만있다면 대장장이 스킬이 엄청나게 증가하리라.

드래곤의 장비들을 착용하고 난 후에는 전투력도 전과는 차원이 달라질 것이다.

물론 드래곤을 죽일 수 있다면 전투 공적에서 얻는 보상이나 호칭도 결정적일 것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로열 로드를 즐기는 몇억 명의 유저들 중에서 최초로 드래곤을 쓰러뜨리면서 얻는 영광과 보상이 떠오르는 이 순간!

 - 친구가 배신을 하다니 어째서……. 머,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이 고통을 참을 수가 없다.

하늘을 날며 발버둥 치던 아우솔레토가 지상으로 추락을 시작했다.

이대로 죽을 때까지 공중에서 계속 두들겨 맞아 주는 것이 위드의 염원이었지만 그러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아이고오!"

 - 크아아아아아!

땅에는 분노한 엠비뉴 교단의 병력이 기다리고 있었다.

★★★★★★★★★★★★★★★★★★★★★★★★★★

서윤은 모라타의 광장으로 돌아오자마자 왁자지껄 시끄러운 소리들을 들었다.

"가자, 로무드 숲으로!"

"낙지죽 유격대원들은 저녁 11시까지 집결해 주세요."

"오늘 바르고 성채로 13차 지원병이 갑니다. 상인들이 마차를 지원해 주기로 했으니 서쪽 성문 밖으로 늦지 않게 모이세요."

모라타는 전시체제로 재편되고 있었다.

위드의 모험이 어떻든 간에, 북부를 지키기 위한 전쟁은 계속되고 있었다.

전쟁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많은 도시들이 파괴되었지만 북부군은 계속 싸운다.

패배로 이탈하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새로 모이는 유저들이 더 많다는 것이 놀라운 점!

이러한 정신은 위드에게서부터 비롯되었다.

적이 강하면 더 제대로 덤벼들어야 한다.

뒤돌아서서 도망쳐 버리면 싸워 보지도 않고 패배하는 것이라는 걸 모험으로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

선술집에서는 유저드이 맥주를 마시며 시닝 나서 떠들었다.

"솔직히 우리가 헤르메스 길드보단 약하잖아."

"냉정하게 보면 그렇긴 하지."

"그렇다고 걔들이 북부를 점령할 수 있을 것 같아? 어림도 없지! 전투는 이기더라도 우리를 정복하는 건 불가능해. 북부는 우리의 땀과 노력, 정신력이니까 말이지."

유저들은 이렇게 저항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헤르메스 길드도 버티지 못할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복을 하더라도 지키지는 못한다.

모든 유저들이 끊임없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르펜 왕국이 멸망하더라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으리라.

"우리 직업은 도둑이잖아. 잘됐지. 헤르메스 길드 점령 지역으로 가서 활동을 하자.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마음껏 노략질을 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도적 떼를 결성하는 것도 괜찮지."

"아, 그건 정말 훌륭한 계획이야."

북부 유저들은 끊임없이 헤르메스 길드를 골탕 먹일 수 있는 계획을 짰다.

전선에서는 헤르메스 길드 중앙군의 현재 소식들이 계속 들려왔다.

중앙 대륙에서 단련된 정복자들의 군대는 북부의 초보자들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두면서 아르펜 왕국의 왕궁 대지의 궁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또한 우회하는 군대는 바르고 성채로 진격을 하면서, 오크들이 각지로부터 무섭게 모여들었다.

"이 땅은 우리 오크들의 땅, 취익!"

"우리끼리 먹고살기도 너무 좁다. 취췩!"

북부의 어느 곳도 전쟁의 그림자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고 아르펜 왕국의 운명도 풍전등화에 처했지만, 유저들은 위드라는 희마을 놓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위기에 처할수록 위드의 이름이 더 크게 북부 유저들을 결속시켜 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위드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아르펜 왕국 국왕의 이름으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테니 지금까지 벌어졌던 전쟁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때가 되면 조인족과 같은 조각 생명체들도 적들을 향하여 날개를 떨치게 되리라.

북부 유저들은 위드가 일찍 돌아오기보단 현재 진행하고 있는 퀘스트를 반드시 성공시키고 나타나기를 원했다.

북부에서 살아가는 유저들이라면 자신들의 처지를 빗대어서 위드를 진심으로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여긴 여전히 정신이 없구나.'

막 돌아온 탓에 서윤의 복장은 초보들과 비슷했다.

"저기요, 무슨 죽이세요?"

광장의 한복판에 서 있다 보니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저는……."

"혹시 삶은콩죽 부대?"

"……."

"가면을 쓰신 걸로 봐서 삶은콩죽 부대가 맞죠? 제 언니도 삶은콩죽 부대인데 같이 전쟁터로 가기로 했거든요. 하벤 제국과는 당연히 싸우실 거죠?"

서윤은 퀘스트 때문에 위드와 오랫도안 거의 둘만 지내 왔다.

주변에 인간들이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NPC 주민들이었다.

갑자기 유저들로 북적대고 있어서 정신이 없었지만, 하벤 제국과 싸울 거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다. 그러면 같이 가요."

서윤은 어느 여성 유저의 손에 이끌려서 콩죽 부대로 향했다.

상업과 사냥, 모험의 중심지인 모라타의 광장에서는 헤르메스 길드를 비난하는 유저들의 격앙된 고함 소리가 계속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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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 허름한 무덤가에서 눈을 뜬 해골!

어둠 속에서도 광채를 발하는 새하얀 뼈마디와 안광은 무시무시할 정도.

"이곳은……."

해골의 정체는 어비스 난이트인 반 호크였다.

깊은 심연과 절망 속에서 태어나는 최강의 언데드!

그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멀리 보이는 도시를 쳐다보았다.

과거에는 칼라모르 왕국, 현재는 하벤 제국의 도시가 된 레인스타뎀!

"내가 다시 돌아왔는가."

반 호크는 암흑 투기를 발산했다.

그러자 흑암의 기운이 모여들면서 그의 갑옷과 검, 망토가 되었다.

지르르 울던 풀벌레 소리가 중단되고, 나뭇가지를 흔들던 바람마저도 멈추었다.

전쟁의 시대로 가서는 위드에게 무참히 학대와 구타를 당했지만, 그는 어비스 나이트!

과거 바르칸 데모프를 따르며 암흑 군대의 총사령관으로 활동할 당시보다도 더욱 강해져 있었다.

"나타나라, 나의 권속들이여."

반 호크가 부르자 무덤들이 들썩였다.

흙더미가 갈라지더니 썩은 해골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오래된 공동묘지, 비석조차 세워지지 않은 무덤의 주인들이 등장하였다.

너무 오랜 시간이 경과하면 시체도 약화되기 마련이지만, 그들은 깊은 원한의 힘으로 갓 죽은 시체들처럼 생생했다.

오래전 반 호크가 기사단장으로 지휘하던 칼라모르 제국 기사단의 시체!

해골들이 반 호크를 향해 알은척을 했다.

"킬킬, 단장님, 오래간만이로군요."

"먼 길을 다녀오신 것 같은데, 여행은 즐거우셨습니까요?"

"맥주 한잔 없다니 아쉽군요. 마시더라도 턱뼈로 다 줄줄 새어 버릴 테지만."

반 호크와 해골들은 오랜만에 해후를 나누었다.

"모두 들어라."

"옛!"

해골들은 딱딱 줄을 맞춰서 섰다.

생전의 엄정한 군기를 알려 주듯이 달밤에 서 있는 해골들은 정확한 간격을 유지했다.

"우리의 영광스러운 칼라모르 제국은 더 이상 이 땅에는 없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칼라모르 제국의 이름이 바뀌었습니까요?"

"3황자 크렉시아드, 설마 그놈이 제국을 팰리컨 공작에게 팔어넘긴 것은……."

"우리의 칼라모르 제국은 다른 국가에 의해 침략을 당해서 사라졌다."

"무엇이라고요?"

반 호크의 설명이 떨어지자 어깨를 들썩이며 놀라는 해골들.

우스꽝스러운 광경이기도 하였지만, 흐르는 눈물을 닦으려고 얼굴에 손가락을 대는 해골도 있었다.

눈물 대신 손가락에 잡히는 것은 낙엽과 흙, 잡초뿐이었지만.

"우리는 칼라모르 왕국의 복수를 한다."

"복수를!"

"지금은 나약한 자들이, 말로써 남을 속이는 자들이 득세하는 시대다. 제국의 기사가 어떤 존재인지 모두에게 보여주자. 무기를 드라!"

해골들은 일제히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그러자 암흑의 오라가 생성되면서 검과 창, 도끼와 같은 무기들의 손에 쥐였다.

강력한 암흑 투기와 함께 몸에도 갑옷들이 입혀졌다.

"전쟁을 하러 간다."

"우오오옷, 전쟁! 전쟁, 전쟁!"

"향긋한 피 냄새를 다시 맡을 수 있다니."

반 호크를 서두로, 해골들은 하벤 제국의 도시 레인스타뎀을 향해서 내려갔다.

『 특별 이벤트가 발생했습니다.

어비스 나이트 반 호크는 칼라모르 제국 기사단 800명으로 결성된 둠 나이트 부대를 이끌고 하벤 제국을 공격합니다.

그들의 목표는 칼라모르 왕국의 재건이며, 현재 그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하벤 제국을 적으로 삼을 것입니다.

칼라모르 왕국과 제국에서 살아갔던 원혼들이 계속 그들 무리에 합류할 수 있습니다.

어비스 나이트 반 호크가 절망과 심연 속에서 얻은 힘을 잃고 다시 평범한 데스 나이트로 되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거두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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