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영겁의 대침식
"으아아아아!"
"아버지, 어떻게 해요. 저러다 진짜 드래곤이 죽을 것 같아요."
"말 걸지 마라. 집중력 흐트러진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아버지와 아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순간 로열 로드의 위드의 모험을 시청하는 모든 이들은 눈을 의심할 지경이었다.
혼돈의 드래곤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한 블랙 드래곤 아우솔레토이다.
찬사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우아하고 강대하면서도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그 드래곤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위드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주완 씨, 이게 어떻게 된 것이죠?"
"말로 설명할 수가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어떠한 묘수를 써서 드래곤을 재봉인하거나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리거나 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았지만 진짜 자신을 일깨워 주고 싸움을 하다니요."
"역시 전쟁의 신 위드만이 보여 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정말 중요한 순간에 안정을 선택하는 대신에 욕심으로 가득한 짜릿함을 불러오거든요!"
"현재 진행하는 퀘스트에서 위드의 무력이 매우 대단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드래곤과 싸우는 것은……. 어휴, 저는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바로 항복하는 편이 정말 현명한 선택이겠죠."
방송국의 진행자들은 신이 났다.
설명이나 칭찬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상황이 저절로 극적으로 변해 갔다.
오주완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라면 거의 인생에 단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이지 않습니까? 취업이나 진학 못지않은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다니, 역시 위드는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현재 진행하는 퀘스트의 성공은 그 명예 외에도 보상으로 조각술 최후의 비기를 획득할 수 있기에 더없이 중요하다.
소극적이고 안정적으로 퀘스트의 목표 달성만 노리더라도 비난할 사람은 정말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극적인 연출과 과감한 배짱이야말로 전쟁의 신 위드이기 때문에 벌일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터.
그가 때때로 기적을 만들어 내는 이유는, 그렇게 사고를 치기 때문이었다.
"위드의 동료로서 함께 모험을 해 본 적도 있는 신혜민 씨께서는 지금의 결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슨 생각으로 드래곤을 정말로 잡겠다는 결정을 내렸을까요."
"제 생각에는……."
신혜민은 로열 로드에서 제법 여러 번 봤던 위드의 말과 행동들, 여러 가지 모습들을 떠올려 봤다.
식당에서 값을 치를 때에는 귀신처럼 먼저 사라지고, 사냥 중에는 비싼 잡템 하나 안 떨어지나 분주하게 돌아가는 눈동자.
가끔 운이 좋아서 퀘스트용으로 비싸게 판매되는 아이템을 주울 때면 너무 좋아서 비정상적으로 쭈욱 찢어지는 입꼬리.
"별생각 없이 저지른 것 같아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드래곤과의 전투를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나 승산 없이, 아무 생각 없이 저질렀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위드 님은 원래 그래요."
"……."
방송국들의 시청률은 다시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고 있었다.
단순히 많은 시청자들이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위드의 모험은 이런 폭발력을 가지고 계속 화제가 되리라.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드래곤을 공격하면서 싸움을 벌인 유저는 없었기 때문이다.
★★★★★★★★★★★★★★★★★★★★★★★★★★
-드래곤 아우솔레토의 뒷머리를 때렸습니다.
드래곤의 약점 부분을 강타하여 59,291의 피해를 입힙니다.
군신 토르의 검이 적의 생명력과 마나를 흡수하고 신성력으로 상처 부위를 날카롭게 파헤쳐서 93,282의 피해를 추가적으로 입힙니다.
지능을 2% 감소시킵니다.
마나의 운영과 회복 능력을 억제시킵니다.
위드는 아까 전에 때렸던 그 부위를 다시 일점 공격술로 정확하게 가격했다.
공부는 못하더라도 이런 쪽의 기억력만큼은 유별나게 뛰어났다.
어릴 때 몇 학년 몇 반이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렸지만, 그 당시 용돈을 묻어 놓았던 땅의 위치만큼은 나이가 든 지금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 어리석은 인간들. 나에게 이런 수작을 벌이다니, 멸망을 앞당기고 말았구나.
아우솔레토는 주변에 분노로 가득한 공격을 가했다.
- 중력 역전!
1킬로미터가 넘는 광범위한 마나의 충격이 사람들과 건물을 거꾸로 뒤집어 놓았다.
비록 살상력이 그렇게 높은 마법은 아니더라도 드래곤의 위력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기에는 이런 훌륭한 마법도 없다.
아우솔레토가 대신전의 건물 사이를 성큼성큼 전진할 때마다 독 아내가 피어올라 가까이 있는 이들을 몽땅 녹였다.
직접 앞발로 가리키는 곳에는 유성처럼 붉게 타오르는 불덩어리가 떨어져서 폭발했다.
- 암석 폭발, 검붉은 독 안개 소환, 들끓는 증기, 집단 마비.
예상했던 대로 아우솔레토 주변은 마법에 의해 삽시간에 초토화되며 최소한 수천 명 이상이 죽어 나갔다.
드래곤의 마법 능력은 방어보단 역시 공격을 크게 좌우 했다.
"놈이 정신을 차렸다. 사제들은 더욱 신성력을 쏟아부어라."
"믿음을 위한 희생이 요구되고 있다. 세상의 완전한 파괴는 엠비뉴께서만 할 수 있으며 우리의 손으로 이루어 내야 하리라. 저 요망한 드래곤을 처형하라!"
엠비뉴의 사제들은 드래곤을 붙잡으려고 신성력을 높이기 위한 자기희생의 주문을 외웠다.
영혼 소멸까지도 각오하면 일시적으로 12배에 달하는 신성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공포를 알지만 신앙심에 복종하는 괴물들과 기사들도 계속 드래곤을 향하야 덤벼들었다.
그리고 허무하게 녹아 버리거나 광역 살상 마법에 의해서 소멸되었다.
- 가소롭구나. 별것도 아닌 천한 인간들. 너희는 분노하더라도 고작 그 무엇도 바꾸어 놓지 못하며, 억울해하더라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아우솔레토는 가차 없이 그들을 짓밟고, 마법으로 태우고 얼리고 녹였다.
수백 명 이상이 한꺼번에 얼었다가 부서지고, 공중으로 들리더니 갈기갈기 찢겨 낙하했다.
드래곤에게 덤빈 자들의 최후란 이런 것이다 하는 걸 여실히 보여 주는 광경이었다.
- 비참하구나, 인간들이여! 파괴의 기쁨은 위대한 종족에게만 주어진… 케엑!
-드래곤 아우솔레토의 뒷머리를 무지막지하게 가격했습니다.
드래곤의 약점 부분을 맹렬히 공격하여 91,299의 피해를 입힙니다.
군신 토르이 검이 적의 생명력과 마나를 흡수하고 신성력으로 상처 부위를 더 넓히며 113,959의 피해를 추가적으로 입힙니다.
상대의 방어력을 약화시켜서, 다음 공격부터는 4%의 피해를 더 입히게 됩니다.
군신 토르이 검이 포악한 상대의 힘을 0.6% 흡수합니다.
파괴와 살육의 대현장에서도 위드만큼은 굴하지 않고 계속 엄청난 속도로 아우솔레토의 뒤통수를 내리치고 있었다.
- 네놈!
드래곤이 자아를 깨달았지만 머리를 흔들고 땅을 구르며 몸부림을 치더라도 위드는 거머리처럼 그 자리에 붙어 있었다.
위드에게로도 다수의 마법이 날아왔다.
- 얼음 파편의 비산.
작지만 그만큼 위험한 얼음 조각들이 아우솔레토의 머리 위에서 회오리쳤다.
위드는 몸을 숙였지만, 무수한 얼음 조각들은 갈기갈기 찢어 놓을 기세로 부딪쳐 왔다.
전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상대의 검도 아니고 화살도 아닌, 마법이다.
드래곤의 마법이다 보니 그 위력이야말로 겪어 본 중에 최악!
광장처럼 넓은 땅을 우습게 뒤집고 불태운다.
인간 마법사가 지정된 주문을 외워서 간신히 발휘하는 고위 마법도 드래곤에게는 시동어를 중얼거리는 것만으로도 충분.
마나 소모는 되기나 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우며, 위력마저 그 수십 배에 이른다.
여기에 살아 있는 생명체 중에서 제대로 얻어맞고 드래곤의 마법에 견디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신의 갑옷의 능력이 마법에 대응하기 위하여 발동 되었다.
-최상급 빙계 마법을 약화합니다.
충격의 여파를 최소화합니다.
강철도 뚫어 낼 빠르고 단단한 얼음 파편들이 물로 변해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마저도 위드에게는 저절로 갈라지듯이 비껴가서, 정작 본인은 물에 젖지도 않았다.
신의 갑옷이라더니 기대 이상의 품질.
"역시 믿고 쓰는 갑옷이로군."
- 어리석은 인간. 자만할 것 없다. 내 공격은 이제부터 시작이니. 둔중한 타격, 탈골, 바람 강타, 불치병, 묵직한 어깨, 호흡 중단.
드래곤은 말의 힘으로 마법을 연속으로 발휘했다.
주변에 적들이 가득 차 있었지만 이제 그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으며, 목표는 오직 위드!
위드는 수십 가지의 마법이 발생하여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치 비바람 또는 해일처럼 밀려드는 각양각색의 고위 마법들.
간을 김치냉장고에 보과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해 온 위드에게도 정말로 살풍경한 광경이었다.
-토르 신께서 위대한 인간이며 신의 전사인 그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신의 갑옷이 위력을 최대하 발휘합니다.
마법을 중화합니다.
마법의 연속적인 피해를 96%까지 감소시킵니다.
생명력의 저하에 따라 갑옷에 각인되어 있는 회복 마법이 발동됩니다.
위드의 갑옷에서 순백색의 신성한 기운이 흐르며 마법에 계속 저항했다.
특별히 강한 일부 마법들은 군신 토르의 검으로 베어서 없앴다.
드래곤의 머리 위에서 휘황찬란한 빛을 뿜어내며 전투를 펼치는 위드야말로 영웅담이나 신화에 나올 법한, 독보적으로 멋진 모습이었다.
특히 블랙 드래곤 아우솔레토는 멋지고 웅장하지만 포악하고 간사하게 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더욱 대비되는 효과도 있었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 지고의 존재인 드래곤에 대항하는 위드!
어떤 화려한 수식어도 필요 없이, 텔레비전을 보는 초등학생들이 눈물과 콧물을 쏟을 정도로 멋진 광경이었다.
물론 이런 위드가 동네 슈퍼마켓을 갈 때에는 사흘은 안감은 머리에 구멍 난 운동복을 입고 오래된 슬리퍼를 질질 끈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으리라.
마법을 발휘해도 위드를 금방 떨쳐 낼 수가 없자 드래곤은 머리를 격렬하게 흔들었다.
수십 미터를 오가는 흔들림.
뿔을 붙잡는 것만으로는 이제 몸을 안정적으로 지탱하기가 불가능해졌다.
드래곤이 건물과 땅에 머리를 부딪치고 있었으니 튕겨 나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일점 공격술은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터트릴 수가 없다.
이때 위드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밧줄!
"이걸 가지고 있었지!"
하늘로 오르는 탑의 간수들을 해치우고 얻은 전리품.
노예를 엮는 밧줄.
평범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신성력이 부여되어서 죄채 200미터 길이까지 원하는 만큼 늘어나며 잘 끊어지지 않는다.
깊은 원한으로 인해서 묶이고 나면 상대의 능력을 최대 20%까지 감소시키는 옵션도 가지고 있었다.
위드의 손에서 흘러나온 밧줄이 드래곤의 목을 서른다섯 바퀴나 돌면서 칭칭 감았다.
한 겹으로는 몸부림을 치는 드래곤에 의하여 끊어질 수가 있다.
하지만 서른다섯 겹의 밧줄은 잘 끊어지지 않는다.
"타앗!"
위드는 뿔을 놓고 전광석화처럼 매듭을 묶으며 밧줄에 자신의 몸을 고정했다.
인형 눈 붙이고 단추 꿰매던 실력은 어디로 가지 않을 것이다.
어디 그뿐이던가.
사막의 대제로서 입수한 아이템도 아끼지 않고 사용했다.
"이것도 먹어라!"
몸부림을 치던 드래곤이 머리를 하늘로 쳐들었을 때였다.
벌어진 주둥이를 향하여 크리스털을 던졌다.
말살의 불도마뱀 왕을 잡고 나서 얻은, 화염의 생추어리로 인도하는 크리스털!
분명 새로운 모험과 관련이 있을 물건이지만, 용사로서의 활동은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를 끝낼 때까지만 하기로 했다.
퍼석!
드래곤은 입에 들어온 크리스털을 반사적으로 물어서 깨뜨렸다.
그러자 주둥이에서 수백 미터에 달하는 불길이 터져 나왔다.
- 이, 입안이……!
크리스털이 깨지며 드래곤의 입속에서 화염의 대정령이 나타나 불길을 발산한 것이다.
아우솔레토의 입에서 화염의 브레스를 쏘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위드도 드래곤이 겪을 고통이 어떠할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갓 구운 군고구마를 식히지도 않고 먹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끓는 기름을 마시는 듯이 정신을 차리기가 힘든 고통이리라.
고통으로 날뛰다 보니 위드를 떨어뜨리려고 머리를 흔드는 행위가 줄어들었다.
"역시 비싼 게 돈값을 하는군."
이럴 때를 이용하여 드래곤의 약점에 일점 공격술을 작렬시켰다.
제아무리 드래곤이 엄청난 생명력과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만신창이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아우솔레토의 입속도 엉망 그 자체였다.
- 이러케는 안 된답. 지고의 조재인 나 아우소레토가 이르간 따위에게 공객을 당하고 이따니.
혀가 녹아내린 듯 꼬이는 발음!
"건방 떨지 마. 어차피 인생 꼬이기 시작하면 망가지는 건 누구나 다 마찬가지야. 그리고 나도 여기서 어디 가면 황제라고 불리는 몸이야!"
위드는 말을 하면서도 공격을 쉬거나 하지는 않았다.
긴 시간 준비를 해 놓고도 방심과 게으름으로 마지막에 정당한 보상을 제대로 얻지 못한 악인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쁜 짓을 할 때에도 성실함은 필수적인 부분!
위드가 연거푸 퍼붓고 있는 일점 공격술은 드래곤의 생명력을 9% 이하까지 줄여 놓았다.
아우솔레토의 입안에서 불길이 멎기는 했다.
하지만 화염의 대정령은 위장 속으로 들어가서 계속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드래곤의 몸이 자꾸만 들썩이는 것만 보더라도 그 피해가 엄청나다는 것쯤은 짐작이 가능했다.
- 인간 따위에게 당할 수는 없다!
다시 멀쩡해진 발음으로 돌아왔지만 드래곤의 목소리에는 고통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당해도 싸. 아니, 한 번쯤 당해 줘도 괜찮잖아. 잘 태어난 것만으로 아무 걱정 없이 평생 떵떵거리면서 잘 먹고 잘 사는 이 더러운 세상에도 희망이 필요해!"
- 모이고 휘몰아치는 극한의 바람이 불어라!
아우솔레토의 마법에 의해서 높이가 200미터나 되는 돌풍이 사방으로 몰려갔다.
드래곤을 공격하던 엠비뉴의 기사들이 바람에 휘말려서 몇백 미터씩 날아가고, 범위 내의 건물들이 폭삭 주저앉는 일격!
위드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자 화풀이를 할 겸 지상의 인간들을 공격하는 드래곤이었다.
역시 더러운 꼬라지!
그러거나 말거나, 위드는 몸을 단단히 결속한 채로 공격을 지속해 나갔다.
드래곤의 비늘도 역할을 못하니 한 번씩 내리칠 때마다 엄청난 생명력이 줄어 나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수 효과들까지도 계속 발동되었다.
- 그오오오오! 이것은… 이것은!
지상 최고의 존재 드래곤이 위드에 의해 심하게 고통스러워했다.
다른 몬스터, 인간 따위는 흔적도 없이 녹여 버릴 지독한 독 공격도 해 보았다.
하늘로 독을 쏘고 자신이 머리로 뒤집어쓰는 것이다.
하지만 위드는 신성 강림의 축복에 신의 갑옷까지 착용했기에 계속 견뎌 냈고, 설령 생명력이 부족해진다 해도 성자 아헬른의 치료 마법에 의해서 완치가 되어 버렸다.
"대제님! 역시 대제님이 해내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끝까지 벼텨 내시오. 저 드래곤은 섭리에 의하면 이미 사라졌어야 마땅하오. 과연 신께서 선택한 용사답구려. 내가 그대를 게속 돕겠소. 모든 시련은 이겨 낼 수 있는 치유의 힘이 그대에게로 향하나니!"
전이는 탈출한 포로들을 지휘하여 엠비뉴 교단의 간섭을 막아 주고 있었다.
아헬른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계속 치료 마법을 써서 생명력을 보충해 주었다.
회복의 숨 쉬는 고리가 위드를 감싸고 생명력이 떨어질 때마다 채워 준다.
힘을 키워 주는 축복인 파격의 일격은 1회의 공격을 즉각적으로 어마어마하게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성자의 도움도 만만치 않게 크다 보니 드래곤은 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다.
"우리의 작은 힘이라도 대제님을 도와야 합니다. 저 드래곤을 무찌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헤스티거는 엘프들에게 드래곤을 향해 계속 화살을 쏘도록 하였다.
드래곤의 신경을 분산시키도록 견제하면서 조금씩의 피해라도 꾸준히 주는 것이다.
물론 화살 공격들은 생명력을 거의 줄어들게 하지도 못했지만 드래곤을 거슬리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화염의 대정령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드래곤이 마법을 형성하는 것을 계속 방해했다
- 절대로 이렇게 끝날 수는 없다. 너희가 받아 마땅한 죄악의 형벌은 종내 피하지 못하리라.
속수무책으로 괴로워하던 드래곤이 두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리고 아까처럼 하늘을 향하여 날기 시작했다.
거대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위드를 떨어뜨리려는 목적으로 일부러 급격하게 상승했다.
- 이제 그만 내 몸에서 떨어져라.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지!"
하늘에서 수십 차례 회전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무하게 손을 놓칠 위드는 당연히 아니었다.
비행 중에도 일점 공격술의 연속적인 작렬로 드래곤의 생명력만 계속 감소했다.
전투 중에 사용하기에 일점 공격술은 매우 어렵고 까다로운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형 생명체를 상대로 아예 몸에 고정시키고 공격을 하다 보니 절반 이상은 그대로 적중을 한다.
설혹 일점 공격술이 빗나간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공격으로 방어력을 낮춰 놓은 것이 있어서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 후회하지 마라. 적어도 혼자 죽진 않으리라, 인간아!
아우솔레토는 지상으로 전력을 다한 급강하를 시도했다.
구름을 뚫고 내려와서 땅이 급격하게 가까워져 왔다.
아직 제정신이 아닌 헤울러와 사제들의 모습, 그리고 드래곤이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어서 깜짝 놀라는 포로들의 얼굴까지 보였다.
드래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벌이는 동반 자살 공격!
하늘에서는 바람에 의해 조금만 요동치더라도 무섭기 짝이 없는데, 아예 죽을 작정으로 지상을 향하여 전력으로 떨어져 내려가는 것이다.
"좋았어. 그렇다면, 어차피 같이 죽는 거야!"
위드는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기로 했다.
이판사판.
죽음이 겁난다고 해서 드래곤을 풀어 준다면 다시 이런 기회를 언제 또 잡을 수 있겠는가.
설마 드래곤이 자살을 선택하리라는 것도 어쩐지 믿기지 않았다.
- 어서 떠나라!
"싫어! 우리 오붓하게 같이 죽자."
- 인간이여, 생명이 아깝지 않은가?
"아깝지. 이렇게 다 끝낸다면 억울하고 아쉬울 거야. 그래도 널 놓칠 순 없어!"
-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생각하라. 나를 놓아주면 절대로 너를 적대하지 않을 것을 드래곤의 이름으로 약속한다.
"백번을 생각해도 마찬가지야! 내가 풀어 주면 넌 잘 먹고 잘 살 테니까 얄미워서라도 안 돼! 그리고 네 말을 믿느니 정치인들을 믿겠다."
하필이면 걸려도 위드에게 잡힌 것이 드래곤 아우솔레토의 불행이었다.
아우솔레토는 지상을 향해서 충돌할 것처럼 떨어져 내렸지만 망설이다가 결국 20여 미터를 남겨두고 방향을 바꾸었다.
"꾸엑!"
콰과과광!
땅에 스치듯이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감으로써 괴물들이 튕겨 나가고 건물들이 부딪쳐서 무너졌다.
드래곤이 일으킨 바람의 여파로 인해서 휘말려서 나가떨어진 이들도 최소 400명 이상이었다.
아우솔레토는 모든 이들이 죽기를 원했지만 자신의 생명만큼은 잃고 싶지 않아서 자살도 못 했다.
"네가 그럴 줄 알았지. 원래 있는 놈들이 더 아까워하는 법이거든!"
위드는 드래곤이 무슨 짓을 하든 일점 공격술을 계속 가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의 이판사판!
아우솔레토는 하늘에서 괴로워하며 움직임이 점점 감소하고 있었다.
- 이, 이런 결과는…….
이제는 생명력도 6% 이하가 되었다.
위드의 현재 공격력은 일점 공격술이 아니더라도 막강해서, 온갖 부수적인 피해들을 입히며 드래곤을 약화시켰다.
신검의 능력에 의해서 블랙 드래곤의 몸을 점점 신성력이 휘감고 있는 것이다.
- 어떻게 인간 따위에게… 특히 너처럼 비겁한 거짓말쟁이 따위에게 당해 이런 위기에 놓이다니, 용납할 수 없다.
"인간처럼 독하고 양심 없는 존재는 드물지. 그래야 성공하는 세상이니까. 그리고 다 뿌린 만큼 거두는 거야. 내가 착하게만 살았으면 넌 더 활개 치고 나쁜 짓을 벌일 거잖아."
위드는 말 한마디에서도 밀리려고 하지 않았다.
드래곤은 지성이 뛰어난 고등 생명체이다.
즉, 수치화는 되지 않겠지만 화병으로 정신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도 가능한 것.
- 네가 생각하는 만큼 간단하게 끝나진 않으리라. 파멸이 너희 모두에게 가까이 다가가 있다.
아우솔레토는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드는 뒤통수를 힘차게 강타했다.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습니다.
상대방이 외우고 있는 마법 주문이 취소됩니다.
- 모든 것이 끝장날 것이다. 여기에서 살아남을 생명은 아무도 없다. 이 땅에 깃든 모든 생명들아, 너희는 깊고 어두운 속으로 내려가 암흑만이 자리하게 될지니…….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습니다.
상대방이 외우고 있는 마법 주문이 취소됩니다.
위드의 공격에 의해서 마법이 몇 차례나 중단되었지만, 아우솔레토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하늘에 둥둥 떠서 계속 마법을 외웠다.
공격을 당하면서도 도망치거나 벗어나려고 하지 않고 원독에 차서 외우는 주문이었다.
'이건 뭐지? 보통의 마법과는 다른 것 같다.'
위드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지만 공격으로 마법을 취소시키는 것 외에는 특별히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드래곤의 마법은 인간들에 비해서 시간을 비교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빨리 진행된다.
계속 취소시키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드래곤도 끈질기게 주문을 반복해서 외웠다.
"이놈이!"
마법 주문이 실패하더라도 동원된 마나는 잠깐 동안 흩어지지 않고 주변에 머문다.
마법사라면 특별한 마나의 흐름을 볼 수도 있지만, 다른 직업들은 어지간해서는 그런 능력은 갖기 어렵다.
위드는 현재는 사막의 대제로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만큼 마나를 느끼거나 보는 것이 가능했다.
아우솔레토를 향하여 모여드는 광활하고 방대한 마나는 그 경계를 알 수 없어서 드넓은 바다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소름 끼칠 정도로 어마어마한 마나가 드래곤에게로 몰려들어 가고 있다.
위드도 온몸의 피부가 곤두서는 것 같은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층층이 쌓여 있는 마나를 뚫지 못하여 공격이 차단되었습니다.
-마나가 비정상적인 외부의 영향을 받습니다.
달빛 조각 검술의 스킬이 취소되었습니다.
그리고 완성된 파멸 주문.
- 완전한 파멸이 이 땅에 오리라. 영겁의 대침식!
아우솔레토가 시전한 마법은 궁극기 파괴 마법인 영겁의 대침식이었다.
"영겁의 대침식이라고? 그렇다면 땅과 관련이 있는 건데."
위드는 잠깐 대지 계열 궁극 마법들에 대해서 떠올렸다.
보통 대지 계열의 마법은 전투 중에 자주 사용되지는 않는 편이었다.
위력도 약하고, 전투 중에 즉각적인 효과도 없다.
다만 벽을 만들거나 해서 몬스터들을 가로막거나 미끄러지게 하는 정도는 흔하게 쓰인다.
'그래도 드래곤이 쓸 정도의 궁극 마법이라면 유성 소환 수준일 텐데.'
유성 소환이라고 한다면 마법 스크롤을 구해서 이미 써 본 바도 있지만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했다.
몬스터를 목표로 하는 마법이 아니라 그 지역을 완전히 끝장내는 위력에 가깝다.
성이나 도시, 그 무엇도 유성 소환의 충격 앞에서는 남아나지를 않는다.
직접 맞지 않더라도 그 충격파가 엄청난 속도로 휩쓸고 지나가면서 전부 끝장내 버렸다.
수백 미터 범위의 땅이 깊게 파이고, 반경 1~2킬로는 정상적으로 남아나는 게 없다.
물론 엠비뉴 교단에서는 신성력과 같은 특수한 권능으로 잠깐 살아남기도 할 수 있지만, 위드도 죽을 뻔했다.
'잠깐! 영검의 대침식이라면 어디서 본 적이 있어.'
위드는 뒤늦게 기억을 떠올렸다.
사막의 대제로서 활동하며 입수한 책자에 영겁의 대침식에 대해 기록되어 있는 걸 본 기억이 났다.
[베르사 대륙의 기괴한 지형에 대한 이야기 #8.
에스게해에 있는 판데스 군도.
17개의 돌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는 중앙부를 두고 마치 바다에서 솟구친 것과 같은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래전 옛날, 판데스라는 큰 섬에는 악명 높은 해적들이 살았다고 한다.
인어들을 길들여서 해적선을 끌게 한 그들은 해룡 레비타우스의 분노를 샀고, 곧 그들이 기지로 삼던 판데스 섬은 드래곤의 마법에 적중되고 말았다.
영겁의 대침식!
처음에는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더니 소용돌이치듯이 점점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끔찍한 회오리가 일어나서 대지를 빨아들였다.
흙과 바위, 사람, 식물.
그 무엇도 가리지 않았다.
모든 것들이 깊숙한 땅속으로 집어삼켰고, 하늘을 날아다니던 새들까지도 흡입력을 이기지 못하고 끌려들어 갔다.
그 후로, 정말 경악할 만한 일이지만 판데스 섬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서 사라지게 되었다.
섬이 있던 자리와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는 17개의 기괴한 절벽 같은 군도만 남아 그때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보여 주고 있다.
동물도 살지 못하는 작은 군도이지만 가끔씩 인어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법사들은 판데스 군도로 가서 약간의 지식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고, 모험가들은 토양을 분석하여 상당한 경험과 안목을 쌓을 수 있으리라.]
간단히 요약하면, 영겁의 대침식은 아예 그냥 지형 자체가 다시 그 무엇도 존재하기 힘들 정도로 박살 나는 것이었다.
"대신전이 부서지는 정도로 그치지 않고 아예 송두리째 사라져 버리겠군."
영겁의 대침식이 어떤 것인지 이해한 후에도 위드는 아우솔레토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마법을 사용하는 데 막대한 마나를 써 버렸는지, 드래곤은 움직임이 더욱 굼떠졌다.
- 그만, 이제 그만해라!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서 들어라. 아직 너와 내가 살 수 있는 기회는 있다.
위드는 일점 공격술을 계속 터트리면서 물었다.
"뭔데? 말이나 해 뵈."
- 나는 오랜 잠에서 깨어나서 전투를 치르면서 지치고 많이 다쳤다. 인간인 네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다시 말하자면, 죽음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 우리가 서로 화해를 한다면 싸움을 중단하고 재빨리 여기를 벗어날 수 있으리라. 인간이여, 이곳은 영겁의 대침식에 그 무엇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너의 소중한 하나뿐인 생명을 구하지 않겠는가?
"괜찮아. 신경 써 줘서 고맙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살고 싶진 않거든."
- 현명한 판단을 해라. 조금만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생각을 한다면 생명을 아낄 수 있다. 죽고 나면 이러한 싸움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시끄러워. 내일 이 대륙이 멸망하더라도 너는 죽인다."
대징 계열의 마법은 발동이 느리다.
하지만 영겁의 대침식이 일어나게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될지는 그 규모 면에서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렇더라도 아우솔레토만큼은 처리하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위드의 반복되는 공격은 드래곤의 생명력을 최악으로 이끌어 갔다.
- 그오오오오오오! 분하고 원통하다. 대륙을 파멸시킬 자격이 있는 나 지고한 아우솔레토가 한낱 인간 따위에게 이렇게 굴욕을 당하다니.
위드가 몸에서 떨어져 나가기만 한다면, 그리고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잃어버린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을 텐데!
아우솔레토는 거친 비명을 지르면서 하늘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구름을 뚫고 수직으로 끝없이, 높은 하늘을 향하여 날아갔다.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413%의 절대적인 피해를 추가합니다.
상대방의 힘과 맷집을 감소시켜서 무력화 상태로 이끌어 갑니다.
군신 토르의 검이 92,939의 신성 데미지를 가합니다.
-드래곤을 상대로 25회의 연속 공격이 성공하면서 민첩이 2 오릅니다.
위드는 공격이 작렬할 때마다 떠오르는 메시지조차 더 이상 보지 않았다.
드래곤을 공격하는 일이다 보니 그럴 겨를도 없었고, 아우솔레토가 죽어 가고 있다는 게 감소하는 활동력에서 저절로 느껴졌다.
아우솔레토를 죽이고 나서 자신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의 문제까지 고려할 수는 없었다.
아우솔레토를 사냥하는 것이 최우선!
- 이렇게 죽고 싶지 않다. 드래곤인 내가 죽음을 강제적으로 경험해야 하다니…….
"고맙다, 내 손에 죽어 줘서!"
블랙 드래곤 아우솔레토.
절대적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강대한 힘을 가진, 범접할 수 없는 존재 드래곤.
하늘을 향하여 수직으로 솟구치던 아우솔레토의 움직임이 갑자기 멎었다.
그리고 몸 주변을 보호하기 위한 마법 장벽도 걷히면서, 서서히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머리끝에서부터 회색빛이 퍼져 나가더니 몸 전체가 뜨거운 불길에 휩싸였다.
'이것은 설마…….'
위드조차도 스스로 한 일이 믿기지 않았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베르사 대륙을 파멸로 이끌려고 하던 혼돈의 드래곤 아우솔레토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습니다.
-불가능에 도전한 업적으로 인하여 명성이 79,398 올랐습니다.
-베르사 대륙의 질서 자체이던 드래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전투 경험으로 모든 스탯이 8씩 늘어납니다.
특히 투지가 10만큼 더 상승하며 특수한 위엄 스킬을 획득합니다.
『 드래곤 피어에 맞서는 자 : 드래곤을 사냥한 자의 투지는 약한 이들이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몬스터들이 공포에 질려서 최소 10%에서 60%까지 약해집니다. 』
-고되고 힘든 전투의 승리로 인해 전투와 관련된 모든 스키들의 숙련도가 최소 27% 이상 오릅니다.
아직 초급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전투 스킬들은 단숨에 4레벨 이상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위대한 전투의 승리로 스탯 통찰력이 생성되었습니다.
『 통찰력 : 매우 높은 지혜와 지식을 갖추면 생겨납니다. 때때로 드물지만 숨겨진 유적을 발견하면서 불가해의 비밀을 풀어내거나, 어려운 마법 주문의 습득과 향상, 위대한 전투의 승리로도 생성됩니다.
이 스탯은 많은 분야에 걸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일정 확률로 적의 마법 공격을 파헤쳐서 거꾸로 되돌리며, 함정을 쉽게 발견하고, 몬스터들의 기습을 미리 알아차립니다.
특정 고위 마법들은 학습에 있어서 반드시 통찰력이 필요하기도 하며, 특별한 기술들을 빨리 높은 수준으로 습득하는 데에도 통찰력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의 진행 도중에 통찰력 스탯을 획득하였습니다.
이룩한 업적에 대한 부분이므로 원래의 시간대로 되돌아가더라도 적용됩니다.
단, 스탯은 1부터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위드의 입가가 감동으로 파르르 떨렸다.
"정말 나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최초로 드래곤을 사냥한 자!
그 명예의 값어치는 무엇으로도 바꾸기 힘들 정도이겠지만, 위드도 설마하니 진짜 아우솔레토를 죽이게 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미 825나 되던 레벨이, 얼마나 많은 경험치를 얻었는지 한꺼번에 무려 4개나 오를 정도였다.
그러한 감격의 순간도 잠깐이었고, 위드는 곧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았다.
"단 하나도 놓칠 수 없지!"
샤샤샥!
사냥 후의 집중력이 최대로 발휘되는 순간!
전문적인 경험을 통해서 전리품을 공중에서 수거했다.
-잿빛 호수의 신비한 무언가가 묻혀 있는 지도를 획득하셨습니다.
-실버 드래곤 유스켈란타의 거울을 습득하셨습니다.
특별한 퀘스트 연관이 있는 아이템으로, 시공을 초월하여 잃어버리지 않고 귀속됩니다.
-마법이 봉인되지 않은 완전한 마나석 68개를 얻었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물량은 올바르게 사용된다면 마법학을 발전시킬 수 있으며 신기원을 열어 갈 것입니다.
-블랙 드래곤의 뼈를 208개 획득하셨습니다.
-블랙 드래곤의 비늘을 3,494개 획득하셨습니다.
-블랙 드래곤의 검은 수염 43개를 획득하셨습니다.
-드래곤의 생명과 마나의 원천인 심장을 획득하셨습니다.
이 신선한 심장은 소유하고 있는 이에게 높은 밀도의 마나를 제공해 줍니다.
심장을 매개체로 모든 분야의 고급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심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재료인 아이템들이었다.
특별히 가공하지 않으면 당장은 쓰기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가슴 벅찬 뿌듯함이 있었다.
호주머니에는 잔돈 몇 개밖에 없지만 은행 잔고가 몇억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 봐야 원래의 세상으로는 가져가지도 못할 물건들이겠지."
그 직후 허탈감과 상실감도 진하게 느껴졌다.
토르의 신검이나 갑옷 같은 물건들도 가져만 간다면 이만저만한 보물이 아닐 테지만 퀘스트를 끝내면 다 놓고 떠나야 하리라
멀리 떨어져 있어서 미처 회수하지 못한 아우솔레토의 비늘과 뼈들이 흩어져서 지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위드도 지상을 향해서 느릿하게 내려오고 있었다.
높은 하늘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을 얼굴에 맞으면서 땅에 닿으려면 몇 분은 족히 걸릴 정도로 느린 속도였다.
조금 전에는 전투 중이라 경황이 없어서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위드가 드래곤과 함께 높은 하늘로 솟구치는 순간 성자 아헬른이 평온한 추락이라는 일종의 비행 마법을 걸어 준 것이었다.
괜히 성자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 지속 시간은 2시간이 넘어서, 위드는 마음껏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지상은 몰려온 몬스터들과 엠비뉴 교단의 마물들 그리고 탈출한 포로들로 아비규환이었지만, 위드가 있는 하늘은 한가롭기만 했다.
띠링!
『 드래곤의 입을 향해 뛰어드는 7인의 결사대 완료
엠비뉴 교단에서 신의 능력을 탐하기 위해서 건설되던 탑은 처참히 무너졌다.
혼돈의 드래곤, 대륙을 힘과 공포로 짓누르던 드래곤은 다시 봉인된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없게도 인간 용사에 의해 제거되었다.
이것은 대륙에서 최초로 벌어진 드래곤의 전투 중 사망이며,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대사제 헤울러가 지배하는 엠비뉴 교단은 그 사악한 수단들이 봉쇄되고 막다른 길까지 몰렸다. 』
-불가능에 가까운 난이도의 퀘스트를 완벽하게 수행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은 조각술 최후의 비기가 완료되면 주어질 것입니다.
"아싸!"
위드의 입가에 탐욕 어린 미소가 맺혔다.
★★★★★★★★★★★★★★★★★★★★★★★★★★
바드레이와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는 북부의 점령 지역 선술집에 모였다.
북부 정벌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지만 전투에 대한 승리 보고들뿐이다.
베르사 대륙의 중앙부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는 그들은 조금도 긴장감을 느끼지 않았다.
ㅡ 아스데멘트에서 황금 광산이 발견되었습니다. 개발을 진행하겠습니다.
ㅡ 보물 던전 확인 완료. 사냥 적정 레벨대는 400대 중반으로 추측.
ㅡ 유물과 관련된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중앙 대륙에 있는 귀한 보물과 사냥터를 그들의 것으로 하여 힘을 키우기에도 바빴다.
헤르메스 길드는 이미 사상 초유의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예 남들이 넘보지도 못할 정도로 강력한 전력을 쌓아가고 있었다.
'이것이 나의 방법이지.'
바드레이는 마스터 퀘스트도 중간에 방치해 둔 채로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
골치 아프고 시가닝 오래 걸리는 퀘스트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확실한 이득을 취한다.
다른 세력의 영역에 있어서 갈 수 없었던 최고의 사냥터들을 섭렵하면서 레벨 510을 넘겼다.
뛰어난 정보마을 이용하여 흑기사와 관련된 스킬들도 획득!
흑기사의 직업적인 특성에 걸맞은 '반란의 날' 이라는 스킬도 얻어 냈다.
한 달에 하루밖에 쓸 수 없지만, 불굴의 힘을 발휘하며 부하들의 능력을 2배 이상으로 향상시킨다.
또한 일정량 이상의 마나가 담겨 있지 않은 원거리 공격은 모두 무효로 만든다
바드레이를 위한 헤르메스 길드의 준비들은 이것으롣 부족했다.
학자들과 마법사들은 여러 왕궁에 보관되어 있던 퀘스트와 관련된 책들을 읽었다.
대륙의 중요한 비밀드은 여러 왕궁의 도서관이나 왕궁에만 숨겨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검술 마스터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여, 모험가들이 레가드 성 지하에 있는 성벽을 살피는 중이었다.
어떤 검술 마스터 스킬이 숨겨져 있을지는 모르지만 찾아내기만 한다면 바드레이와 헤르메스 길드의 전투 능력은 더욱 강해지게 되리라.
'남보다 앞서게 되면 쉽고, 빠르고, 편한 길을 선택할 수 있지. 더 많이 가지고 격차를 벌려 나간다. 이것이 나의 방법이다.'
바드레이는 자신의 왕도를 찾아냈다.
한때는 경쟁자로서 위드가 부각되면서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욕심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위드와 퀘스트를 겨루면서 명성을 경쟁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국의 국력을 키우고, 자신의 전투력을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끌어올린다.
이것이야말로 베르사 대륙의 진정한 지배자이며 화제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륙의 지배를 공고히 하면서 누구도 덤비지 못할 힘을 갖는다
헤르메스 길드를 기반으로 한 통치는 절대로 깨어지지 않을 강력한 힘이 되리라.
실상 20만이 넘는 방대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 중에서 멀고 험한 북부까지 떠난 유저들은 5만 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들만으로도 정규군에 속해 있는 병사들과 기사들을 통솔하고, 마법병단의 힘을 활용하여 북부를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북부를 우습게 도모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전력이다.
일반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헤르메스 길드에 속해 있는 유저라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하게 느낄 정도로 평균 레벨이 높았다.
완전한 절망 작전.
북부의 유저들이 최후의 한 줌의 희망마저도 잃어버리게 만들기 위해서는 정면에서 무릎을 꿇려야 한다.
모든 도시들을 부수고 마을을 약탈하며 사람이 살아가기 어려운 땅으로 만든다.
북부를 황폐화시키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중앙 대륙에서 헤르메스 길드에 굴복하며 살아가게 되리라.
"레트로 님도 오셨군요. 요즘의 활약 잘 보고 있습니다."
"판드로스 성의 내정 상태가 훌륭하다던데, 조만간 시간을 내서 방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성 부근에 방대한 초지가 있어서 목장 운영이 특별히 잘 되고 있습니다. 오신다면 기꺼이 잘 키운 명마라도 1마리 내어 드려야죠."
하벤 제국의 영주들과 고위 귀족들은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대륙에서 최고의 능력을 가진 강자들은 후방에서 여유롭게 맥주를 마실 수 있을 정도로 한가했다.
"오늘 위드의 퀘스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최후를 맞이하기에는 적당하겠지요. 그리고 지금 시대로 돌아오면 우리 하벤 제국에 의해서 밀릴 것이고 말입니다."
"하하, 물론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바드레이가 있는 선술집에는 최소 200명이 넘는 유저들이 모였다.
북부군과 함께 전쟁에 따라온 지휘관 유저, 헤르메스 길드의 요직에 임명된 유저, 중앙 대륙의 성주.
이름깨나 알려진 유저들이 황제 바드레이의 눈에 들기 위해서 선물들을 싸 들고 온 것이다.
"북부의 저항이 예상과 달리 만만치는 않은데요."
"수그러들 것 앝으면서도 계속 덤벼드니, 원. 포기할 때도 되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하벤 제국군에게는 한나절 상대할 거리도 되지 않지요. 중앙 대륙 최후의 쟁탈전에서 연합군들을 상대로 할 때에는 그래도 무시 못 할 강자들이 꽤 있었는데. 이건 그냥 밟고 지나가면 됩니다."
"현재 보급대나 점령 지역을 공격하는 시도는 꽤나 피해를 입히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보급대를 호송하는 인원을 대폭 늘렸는데도 불구하고 신출귀물한 출현으로 인해서 계속 당하고 있답니다."
"저런, 그건 안 좋은데요. 라페이도 해결을 못할 정도랍니까?"
"우리 군대에 보급하는 양이 워낙에 많다 보니 빈틈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요. 점령 지역도 한꺼번에 넓어지고 있고 요새 따위가 없으니 수비에도 어려움이 있고. 그래도 보급에 차질이 생겨서 전쟁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닙니다. 전투 물자의 보급이 워낙 넉넉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선술집의 구석에서는 유저들끼리 눈치를 보며 조용히 뒷담화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헤르메스 길드가 커지고 난 이후 영입된 고레벨 유저들에게는 특별한 충성심 같은 건 없었다.
강한 세력에 속해서 살아가는 게 편하다는 이유로 눈치를 보다가 함께하는 이들이 많았다.
막상 헤르메스 길드에 들어오고 나서는 그 강대한 세력과 포부, 일관된 계획에 동참하게 된 걸 행운으로 여기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들이 보기에 하벤 제국의 전력이 10이라면 북부는 1이나 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경제력, 군사력, 도시의 숫자, 개발되어 있는 국토 면적, 도로의 길이, 인구, 국력에서 무엇도 비교 대상이 아니다.
숫자만 많은 오합지졸의 모임이다 보니 진정한 힘 앞에 곧 굴복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다들 가지고 있었다.
"모험이 시작되는군요, 후후후. 다들 잔을 들고 위드가 몰락하는 모습을 지켜봐 줍시다."
"물론입니다!"
"북부 점령과 초토화에 앞서서 재밌는 구경거리가 될 겁니다."
"헤르메스 길드 만세!"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포도주를 시켜 놓고 마시면서 여흥을 즐기기로 했다.
자신들은 이미 유일의 강대한 세력이고 대륙을 통일한 날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보이는 여유였다.
하늘로 오르는 탑이 무너질 무렵에도 입가에는 웃음이 넘쳤다
"허헛, 제법 고생을 하는군요. 워낙 무식하다 보니 어쩌다 저런 행운이 따르기도 하는 거지요."
"위드가 인기가 있는 이유가 다 저런 것 아니겠습니까. 저런 식으로 악착같이 발버둥 치는 모습들이 비슷한 수준의 놈들에게 헛된 희망을 조금 주니까 말입니다."
"저렇게 날뛰어 봐야 바드레이 님이 검 한번 휘두르면 금방 죽어 버릴 텐데요.'
"뭐, 퀘스트니까 지금은 엄청난 능력을 보이고 있지만 다시 돌아오면 끝이죠. 설마 저 능력을 갖고 돌아오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초보들에게는 가히 밤하늘의 별과도 같은 존재들, 레벨이 400대 초중반에 이르는 유저들도 바드레이를 위한 아첨의 말들을 했다.
능력 있는 사람에 대한 아부야말로 사회생활에 있어서 부드러운 기름칠과도 같았다.
그러나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도 속으로는 느끼고 있었다.
'저거 진짜 장난 아닌데?'
'생존 확률이 있긴 한 거야? 이건 시간제한까지 있는 퀘스트였지. 그러면 도대체 무슨 수로 깨라는 거야.'
'대박은 대박이다. 시청률이 아주 높겠군. 또 당분간 영웅이 되면서 재방송 계속하겠네.'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방송을 봤다.
"진행자가 위드 칭찬을 너무 많이 하는군요. 따지고 보면 별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러게요. 여기 있는 누구라도 저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위드보다 더 시원하게 날뛸 수가 있었을걸요."
"전쟁의 신 같은 식상한 표현도 이제 끝낼 때가 되었죠. 대륙의 정복자? 그거야 뭐, 퀘스트 중에나 나오는 말이고요."
바드레이는 자신을 추앙하며 따르는 부하들을 적절히 관리하기 위해서 매사에 상당한 권위를 앞세웠다.
많은 사람들의 앞에서는 말을 많이 하지 않지만, 때때로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지위에서 비롯된 권력으로 강제로 따르게 만든다.
바드레이는 겉으로는 태연하게 맥주를 마시면서 위드의 모험이 중계되는 대형 마법 수정구를 보고 있었다.
'위드가 전투에 관한 감각에서는 나보다 뛰어난 면이 있다. 그건 쓸모가 많고 중요하지. 그렇더라도 한곳만 정확하게 계속 때리는 공격술도 완벽하게 익혔고, 격차는 별로 없을 것이다. 다른 특별한 기술을 또 만들어 내면? 그것도 내가 배우고 익힐 수 있을 것이다.'
방송을 보면서 위드의 행동이나 감각을 분석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으니 위드도 더 이상 자신에 비해서 앞서나가는 것이 없으리라.
어쩌면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먼 과거로 가서 모험을 하며 헤르메스 길드의 골칫덩이가 되어 가던 엠비뉴 교단을 아예 뿌리째 뽑아 놓고 있지 않은가.
위드는 내버려 두면 매우 유익한 일을 벌인다.
그 대가로 그가 얻은 건 북부의 초토화일 테니, 자기 자신을 비롯해서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틀림없이 악역을 한느 것이었다.
'확실하게 짓밟아 주지. 본보기로 삼기 위해 정당성이나 이유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사람들은 결국 힘 앞에 굴복하기 마련이니까.'
바드레이를 포함한 헤르메스 길드원들은 흥겨운 마음으로 방송을 지켜보았다.
위드가 드래곤의 등에 탈 때까지도 그 여유는 깨어짖 않았다.
'음, 기가 막히는군.'
'나, 참. 멋있는 건 혼자 다 하는 거 같은데.'
'아… 진짜 전쟁의 신은 신이네. 어떻게 드래곤의 등에서 화살을 쏴서 다 맞히냐.'
'저거 가능한 거야? 난 궁수인데도 해 본 적이 없는데 원래 되는 건가. 그래도 난 아마 안될 거야.'
부러움 가득한 속마음과는 달리 선술집은 위드를 비난하는 말들로 시끌벅적했다
그리고 위드가 드래곤과 싸우다 마침내 승리를 거두는 순간,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