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9권 : 5) 최종단계 (262/520)

5) 최종단계

위드에 의해 드래곤이 목숨을 잃었다.

모두가 경악을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목적을 가지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유저들이 있었다.

"이번엔 이곳이 맞는 거겠죠?"

"틀림없습니다."

"그 말이 벌써 열두 번째인 거 몰라요?"

제피는 로뮤나, 이리엔, 수르카, 화령, 벨로트와 함께 팔로스 제국의 보물, 이른바 위드가 꿍쳐 놓은 뒷주머니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었다.

산더미와 같은 보물이 어딘가에 있을 텐데 어떻게 게으름을 피울 수가 있겠는가.

제피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어떻게, 숨겨도 이런 지형에 숨길 수가 있는 것인지."

"절대 아무도 안 올 것 같은 장소이기는 하죠."

북부 대륙에서도 이런 장소가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늪지대를 건너고, 낙엽이 턱까지 쌓여 있는 복잡한 숲길을 3시간 넘게 걸어왔다.

뭐, 이 정도야 충분히 찾아올 법한 장소이다.

몬스터 무리가 우글거리는 장소에 보물이 있다면 더 골치가 아팠을 테니까.

하지만 위드가 사막 전사들에게 남겨 놓은 말이 문제였다.

 ㅡ 아무도 찾지 못할 장소에…인적이 뜸하거나 아예 없으면 더 좋겠지. 그리고 누구도 보물이 있다고 알아서는 안 된다.

하늘처럼 존경하는 대제왕의 말씀이기에 사막 전사드은 그 말을 충실하게 받아들었다.

"마을과 도시는 안 되겠군."

"평범한 산속도 안 될 것이네."

"강물에 모두 빠뜨리는 건 어떻겠는가?"

"괜찮은 의견이기는 한데, 홍수에 쓸려 나가 버리기라도 하면 곤란하지 않겠나."

인간, 오크, 엘프는 물론이고 고블린도 가지 않을 만한 지역으로만 계속 이동했다.

화산이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는 지역도 지나가고, 산맥을 헤매고 동굴 속을 헤매 다녔다.

그러고는 깊은 산속에 있는 호수에 이르러서야 사막 전사들은 결정했다.

"이곳이 좋겠군."

"절대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장소야."

"당연하지. 인간을 포함해서 어떤 종족도 이 주변에서는 살아가지 않을 것이네."

이름도 모르는 호수의 밑바닥에, 사막 전사들은 공식적으로는 왕국을 통째로 살 만한 보물을 묻고 떠났다.

실제로는 팔로스 제국의 후기에 부정부패가 극에 달하면서 진정한 보물들은 상당수가 빼돌려지기는 했지만.

그 후로 길고 긴 시간이 지나면서 호수의 물은 메마르게 되었고 진흙탕으로 변했다.

벨로트가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며 투덜거렸다.

"여기는 갯벌 같은 느낌이에요. 금방이라도 꼬막과 바지락이 나올 것 같아요."

다른 일핼도 동감이었다.

무릎까지 푹푹 들어가는 이 넓은 땅에서는 움직이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페일은 특별히 다른 일이 있다면서 이번 탐사 모험에 따라오지 않았다.

어떤 일이든 맡겨 놓으면 확실하게 처리해 주는 착한 남자 페일이 없으니 수고스러워도 직접 움직여야 했다.

수르카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주변 풍경도 형편없잖아요. 금방이라도 귀신이 나올 것 같고요."

듬성듬성 자란 메마른 나무들은 잎사귀도 없이 앙상한 가지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면 나뭇가지들이 스치면서 음산한 소리를 냈다.

"에고, 여기에도 없는 걸까요?"

로뮤나는 삽으로 땅을 마구 파헤쳤다.

마법사로서 체력이 약한 탓에 당연히 힘은 들었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보물에 대한 여자들의 집착은 절대 남자들보다 덜하지 않았기 때문!

"뭐, 그렇더라도 이 부근 어딘가에 보물이 있다는 소문이 있으니 계속 파 보도록 해요."

"물론이죠!"

사막 전사들의 행적은 분명히 이곳으로 이어졌다.

하필이면 호수에 보물을 묻어 놓았던 데다 지형이 상당히 변한 탓에 구체적인 위치를 추정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마구 파 보는 수밖에 없으리라.

바람이 불면서 나뭇가지들이 소리를 냈다.

휘리리리리릿.

바람이 바위 사이의 틈새를 통과하면서 이상한 웃음소리 같은 것이 났다.

으히히히히히히히!

다들 보물을 발견하기 위해 땅을 파느라 정신이 없어 몰랐지만,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희끄무레한 유령들이 있었다.

 ㅡ 인간들이 왜 이곳까지……. 카스터, 이유를 알겠어요?

 ㅡ 모르겠군.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아.

 ㅡ 우리를 알고 있는 것일까요?

 ㅡ 그럴지도.

유령들은 보석 귀걸이, 목걸이, 반지 같은 걸 착용하고 있었다.

이른바 오래된 보물에 붙어 있는 유령들!

팔로스 제국에서는 무기와 방어구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전투에 사용되거나 적을 죽이고 전리품으로 빼앗은 보물도 엄청난 양이라서, 한꺼번에 묻어 놓고 나니 유령이 대량으로 발생했다.

"틀렸어. 여기도 아닌가 봐요."

"이리엔 님, 지금까지 잘해 왔잖아요.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내 봐요."

"읏챠!"

외딴 곳에서 보물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곡괭이질과 삽질을 하는 위드의 동료들이었다.

★★★★★★★★★★★★★★★★★★★★★★★★★★

와일이와 와삼이.

위드로부터 생명을 부여받고 조각 생명체 와이번들은 모라타 근처의 절벽에 둥지를 틀고 잘 지내고 있었다.

예전에는 그들을 발견하고 유저들이 놀랄까 봐 다소 인적이 듬한 장소를 골라 사냥을 했다.

하지만 이젠 와이번들도 방송에 자주 나오면서 유명 인사가 되었다.

특히 북부에서는 위드의 와이번들을 몰라보면 간첩도 아니고 외계인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엄마 와삼이야!"

"와삼이 안녕!"

엄마나 아빠와 함께 로열 로드를 여행하는 어린 유저들은 와이번을 발견하면 반색을 하며 손까지 흔들어 줬다.

와이번들은 그렇게 유저들과 적당히 친하게 지냈다.

물론 잠깐 동안 정체성의 혼란을 겪긴 했다.

"원래 우린 무자비한 비행 몬스터라서 저 인간들을 적으로 삼고 잡아먹거나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와육아, 넌 인간이 맛있을 거 같아?"

"아니, 말이 맛있지. 그 고기 맛은 사냥에서 획득한 어떤 짐승보다도 훌륭해."

"그러니까 촌스럽게 인간을 먹을 필요가 없는 거야. 우린 입맛이 까다롭고 부유하며 배운 와이번이니까."

자칭 배운 와이번들!

"이거 먹을래?"

하지만 인간 유저들이 소시지나 햄, 튀김 등을 던져 주면 쏜살같이 지상으로 내려와서 날름 받아먹었다.

때때로 광장 같은 곳에서 유명한 요리사들이 음식 솜씨를 자랑한다면서 와이번들이 먹을 수 있도록 두툼한 고기들을 조리해서 놔두기도 하였으니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찬 바람을 막아 주는 둥지는 따뜻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전투를 펼치고, 아침 늦게까지 푹 잘 잤다.

와이번들은 북부의 전쟁이 어떻게 돌아가든지 상관하지 않고 적당히 사냥을 하면서 성장해 갔다.

위드로부터 미리 들은 말이 있었던 것이다.

"전쟁이 벌어지게 되어도 절대 나서지 마라. 아르펜 왕국은 너희가 지키지 않아도 된다."

"왜 그런가, 주인."

최초의 와이번이며 장남이라고 할 수 있는 와일이가 듬직하게 물어보았다.

위드의 대답은 단순 명쾌했다.

"너희가 나서서 될 일이라면 다른 인간들이 알아서 먼저 처리할 거다. 그리고 너희가 나서야 할 정도라면 이미 무리인 상황이라는 소리니까 그냥 지켜보고 있기나 해."

나름 설득력이 있는 소리!

그리하여 와이번들을 비롯한 모든 조각 생명체들은 전쟁에 나서지 못하도록 위드에게 명령을 받았다.

위드는 그들이 전쟁과 같은 위험한 일에 나서는 것은 마치 명절에 어린아이가 친척들로부터 한 푼 두 푼 모은 돈다발을 들고 엄마한테 돈 자랑을 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빙룡, 금인이, 누렁이, 은새를 비롯한 조각 생명체들은 그래서 아직까지 모두 무사하게 잘 있을 수 있었다.

지골라스에서 생명을 부여한 개성 있는 조각 생명체들, 그리고 조인족들까지도 모두 단 1명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현 시대에 존재하는 아르펜 왕국의 건국자이며, 조각 생명체들이 따르는 국왕.

단 1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전설이란 수식어를 달고 있는 직업을 가지고, 혈통조차도 고귀한 게이하르 황제의 공식적인 후계자!

"주인이 보고 싶다, 골골골!"

"음머어어어, 분명히 몰래 맛있는 거 먹으려고 일부러 우리를 데려가지 않은 거다."

★★★★★★★★★★★★★★★★★★★★★★★★★★

지상으로 천천히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새로운 메시지 창이 나타났다.

띠링!

『 엠비뉴 교단의 대사제 헤울러를 처단하라

헤울러는 연금술사이며 마법사로서, 인간이면서도 늙지 않은 채로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살아왔다.

그는 엠비뉴 교단을 세상에 퍼트리면서 숱한 음모들을 이 대륙에 심어 놓았다.

이제 그 악행을 처단할 때가 되었다.

대사제 헤울러가 사라진다면 엠비뉴 교단은 아주 깊고 다시 깨어나기 힘든 암흑 속으로 돌아가게 되리라.

난이도 :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

보상 : 연계 퀘스트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퀘스트를 완수하고 나면 시간 조각술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 제한 : 퀘스트 도중에 무사히 살아남아야 한다. 』

"커어어억! 엠비뉴 신의 모든 뜻과 의지가 저자에 의해서 깨어지고 있도다."

"신이여, 우리를 구하소서!"

블랙 드래곤의 독 브레스에 의해 신앙심에 충격을 입은 사제들은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었다.

브레스에 약간이라도 직접 닿은 자는 그대로 소멸해 버렸고, 엠비뉴의 화신을 탄생시켜서 신성력으로 겨루던 사제들도 파괴력에 밀리며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능력을 잃고 허둥댔다.

설혹 그러한 부류가 아니더라도 드래곤의 브레스는 적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대신전에서 독 연기가 피어나면서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중독시키고 있었다.

반면 인간과 엘프 등의 포로들은 아헬른의 믿기지 않는 신성력에 의해서 바로 해독되었다.

아헬른은 위험에 빠진 이들을 치료해 주고, 축복을 걸어주었으며, 강력한 보호 마법들까지도 걸어 줬다.

그러나 엠비뉴 교단의 사제들은 드래곤과의 전투에 한꺼번에 동원되고 피해를 입어서 정상적인 이가 드물었다.

같은 편의 중독을 치료해 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에게로 향하는 공격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었다.

감옥에서 탈출한 포로들의 장비와 체력은 부실하기 짝이 없어도 넘쳐 나는 엄폐물들을 바탕으로 엠비뉴의 괴물과 기사들의 접근을 효과적으로 방어한다.

그사이에 엘프들이 화살을 쏴서 적들을 무찌르고 있었다.

"힘을 냅시다. 우리의 승리가 멀지 있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대륙의 평화를 우리의 손으로 이룩해 낼 것입니다. 싸우고 동료들을 돌봅시다. 우리는 반드시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헤스티거가 엘프들의 대장 역할을 하며 전투를 지휘하고 격려했다.

"대제님께서는 드래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셨다. 이런 놈들이라도 우리가 처리해야지!"

"형님, 실컷 해치웁시다."

전일과 전이는 사막 전사답게 달리면서 적 기사들을 시미터로 실컷 베어 넘겼다.

위드까지도 점점 땅으로 가까워져 오면서 화살들을 파도처럼 쏟아 내고 있었으니, 엠비뉴 교단의 병력은 어찌할 줄을 몰랐다.

풀려난 포로들이 저항을 하는데 단숨에 죽이지도 못하고, 외곽체서는 몬스터들이 끝도 없이 접근해 온다.

성지의 전면적인 파괴는 그들의 사기와 신앙심마저도 꺾어 놓을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대사제 헤울러가 앞으로 나서서 외쳤다.

"우리의 원대한 꿈이, 희망이 이렇게 짓밟혀서는 안 된다! 불신자들로 타락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어리석은 놈들은 반드시 생살을 찢어서 죽이리라!"

헤울러의 외침에 엠비뉴 교단은 다시금 결속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위드는 헤울러가 보이자 그에게 화살을 쐈다.

"이제 그만 엠비뉴 교단이 사라질 시간이다."

"환희의 영광으로 발칙한 모든 시도는 막히리라. 분쇄의 환희!"

대사제 헤울러는 브레스에 당했지만 조금은 신성력을 회복했는지 푸르스름한 빛을 발산하는 보호 장벽이 형성되며 화살을 사방으로 튕겨 냈다.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지 시험해 볼까!"

위드는 속사와 관통 스킬을 운용하면서 화살을 계속 쐈다.

땅과의 거리가 상당히 있지만, 바람에 의해 휘어지는 것까지 감안해서 헤울러를 향해 화살을 연속으로 발사했다.

열다섯 번 정도 화살이 부딪치자 마침내 보호 마법이 유리가 깨지는 것처럼 뚫리고 말았다.

스킬과 레벨을 바타으로 한 강력한 힘으로 보호 마법을 부숴 낸 것이다.

어떠한 저주에도 약화되지 않은 상태였고, 아헬른의 축복이 힘을 북돋아 주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최상의 신체 상태였다.

위드는 전쟁의 시대를 평정한 대제왕이며, 스스로 편할 대로 법을 세우는 무법자이고, 적들에게는 잔혹한 전사이다.

그가 힘으로 어찌하려고 하면 막을 이가 거의 없는 시대였다.

"크어억! 엠비뉴 신께서 보호하는 이 몸이 한낱 인간 따위에게……."

위드가 땅으롭 점점 가까워지면서, 엠비뉴의 궁수들과 사제들의 공격이 그에게로 향했다.

하늘을 향해 폭죽처럼 지상에서 일제히 올라가는 공격들!

"눈 질끈 감기!"

노들레의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또다시 배운 방어 스킬.

신의 갑옷도 착용하고 있는 마당이니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었다.

"신의 뜻을 펼치는 그대에게 끝없는 보살핌이 있으라. 신성의 수호!

놀고먹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 주기라도 하듯 아헬른이 보호 마법을 시전해 주었다.

 -완전무결한 등급의 보호 마법이 발동됩니다.

  신체의 저항력이 4분간 600% 증가합니다.

  신의 갑옷이 보호 마법에 호응합니다.

  최대 방어력이 4,938만큼 증가합니다.

  37%가 넘는 확률로 공격을 적들에게 반사합니다.

위드의 몸에서 신성 수호의 광휘가 강하게 일어났다.

"이건 또 뭐야."

위드는 다시 눈을 떴다.

빗발치던 공격들이 그 광휘 앞에서 녹아내리고 방향을 바꾸어서 시전자들에게 되돌아가는 엄청난 광경이 보였다.

위드는 그저 지켜보고 있었을 뿐인데도 최소 1,000에 달하는 궁수들이 자신의 공격에 도리어 당해 죽거나 추수가 끝난 가을 짚단처럼 쓰러지는 모습들을 볼 수가 있었다.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러면 죽기도 어렵겠군."

아헬른은 전일, 전이와 헤스티거, 포로들을 보살피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위드에게도 계속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다.

자하브도 독불장군처럼 설치다가 저주에 휘말리고 여러 심한 부상들을 입어서 위급한 상태가 되었지만 아헬른에 의해서 깨끗하게 치료되었다.

알베론을 따라서, 조각 생명체인 알베른과 알베런을 만들어 함께 성장했지만 그들도 감히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활동량과 신성력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상황.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면 알베론에게 더 잘해 줘야겠군."

알베론을 장기적으로 부려 먹을 계획 수립!

잘 키운 성자 하나 열 부하 부럽지 않을 것 같았다.

위드가 땅에서부터 50미터 정도의 높이를 이르렀을 때에는 상당히 많은 이들이 그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카리스마와 통솔력, 명성과 명예가 더 강하게 위력을 발휘했다.

"사막의 사자들인 우리의 주인이며 대륙을 정복한 대제왕께서 드래곤을 사냥하고 내려오셨다."

"오오, 이럴 수가……! 저분의 강함은 가히 믿기지가 않을 정도다."

"신께서 이 사악한 자들을 처단하기 위해서 용사님을 보내 주신 거야."

포로들 중에서는 감격에 못 이겨 엎드려서 서럽게 우는 자도 있을 정도였다.

위드는 만만한 하청 업체를 만난 회사 악덕 부장처럼 거만하게 턱을 치켱몰렸다.

잘 구운 삼겹살에 사이다를 마신 것 같은 평범한 턱선, 아침에 늦잠을 자고 방금 일어난 것 같은 찌뿌둥한 눈매!

"잘생기셨군."

"나도 저렇게 생겼으면 따르는 여자가 끊이지 않았을 텐데."

전일과 전이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옷이 날개라는 말처럼, 꾀죄죄한 차림의 포로들에게 신의 갑옷과 검을 무장하고 있는 위드는 멋있기 짝이 없었다.

특히 멀리서 볼수록 얼굴이 잘 안 보여서 찬란하기 짝이 없는 자태!

위드에게는 드래곤을 사냥한 데에 이어서 두 번 다시 경험하기 힘든 일생일대의 칭찬이었다.

그때 산통을 깨는 헤스티거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긴장을 풀지 마십시오! 우리는 이들을 당연히 무찌르고 1명이라도 더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갇혀 있거나 붙잡혀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싸웁시다!"

"물론이오!"

"우리를 구해 준 헤스티거 대장의 말을 따릅시다!"

포로들은 다시 큰 함성을 지르며 엠비뉴의 병력에 맞섰다.

꼭 필요한 순간의 절묘한 지휘이기는 했지만, 위드도 비슷한 대사를 하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었는데 기분 나쁘게도 헤스티거가 선수를 친 것.

게다가 고초를 겪으면서도 찰랑이는 은발을 자랑하는 하이 엘프를 옆구리에 붙이고 있다.

전형적인 액션 영화의 잘생긴 주인공처럼, 엠비뉴의 대신전과 같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예쁜 여자까지 챙긴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위드도 헤스티거의 행동을 질투하지 않고 조금은 넓은 마음으로 대범하게 인정해 줄 수 있었다.

"누구를 원망할 수 있겠어. 일찍 저놈을 죽이지 못한 내 탓이라고 할 수 있지."

엠비뉴 교단이 붙잡은 포로들의 숫자는 실로 엄청났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나타났다.

하늘로 오르는 탑의 건설, 신에게 바치는 제물, 마법 실험, 괴물로의 변이를 위해 막대한 인간과 유사 종족을 잡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계속 땅속과 건물에서 뛰쳐나오면서 엠비뉴의 병력에 맞섰다.

엠비뉴 교단에서는 오우거를 비롯한 몬스터들도 길들이기를 하면서 개조 중이었다.

지금까지 쌓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건물이 무너지면서 머리가 5개, 팔이 9개 달린 오우거도 벽을 부수고 등장했다.

"크와악! 내 몸을 예전대로 돌려놔라!"

오우거들은 무지막지한 힘으로 엠비뉴의 기사들을 발로차고 두들겼다.

이렇게 여러모로 궁지에 몰리고 있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엠비뉴 교단의 전체 병력은 엄청났다.

드래곤으로 인한 혼란도 아직 수습되지 않았고, 조금만 더 지나면 이 일대는 영겁의 대침식에 의하여 모든 것이 사라지게 되리라.

대침식이 발생하면 지금의 소란은 말끔하게 지워지게 될 것이다.

그때를 떠올리면 위드는 당장에라도 이 지역을 벗어나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날 방법을 찾을 수도 있지. 나쁜 놈들일수록 질긴 목숨을 가졌으니 헤울러는 확실히 끝장을 내 놓아야겠지."

목표는 헤울러!

위드는 고함을 질렀다.

"나의 모든 부하들아, 똑똑히 들어라!"

"옛!"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전일과 전이가 전광석화처럼 대답했다.

"말씀하십시오, 대제왕."

헤스티거는 이 와중에도 가슴에 손을 얹고 무릎을 살짝 굽히면서 멋지게 예의를 차렸다.

"이 땅에 넘쳐 나는 보잘것없는 놈들을 모두 죽이려고 할 필요는 없다. 곧 이곳은 깨끗하게 사라지게 될 테니, 그 전에 모두 저 대사제 헤울러를 노려라!"

"알겠습니다. 가자!"

사막 전사들은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잔해들과 적들을 뛰어넘어서 헤울러에게로 진격했다.

앞뒤 가리지 않는 것 같은 돌격은 사막 전사들의 주특기!

위드는 이제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전투를 마무리 지을 시점이라고 여겼다.

"우리를 넘어가진 못한다!"

"그건 너희 생각이고!"

전일, 전이, 헤스티거는 엠비뉴의 기사들을 단칼에 쓰러뜨리고 돌파했다.

위드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진정한 실력을 완전히 발휘하면서 속도를 높인 것이다.

엘프들도 화살과 정령술로 그들의 앞길을 견제해 줬다.

다만 아무래도 팔이 안쪽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헤스티거를 더 신경 써 주는 부분은 있었다.

"내 차례로군!"

위드는 아헬른을 힐끗 보았다.

"저기……."

"걱정 말게!"

아헬른은 마치 위드의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보기라도 한듯이 신체 강화의 축복을 새로 걸어 주고, 하늘을 달릴 수 있는 마법까지 부여해 주었다.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기도 전에 아줌마가 돼지갈비 3인분에 냉면까지 가져다주는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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