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41권 : 1) 영웅의 짧은 고뇌 (276/520)

달빛 조각사41권

1장 영웅의 짧은 고뇌

'드디어 대지의 궁전!"

"우리 헤르메스 길드가 북부를 정복하기 위하여 도착했다."

"전쟁의 신 위드도 끝장이야. 오늘로서 아르펜 왕국도 멸망하여 하벤 제국은 대륙을 통일하겠지."

북부 정벌군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가슴에 차오르는 흥분과 기대를 억누르기 힘들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정예 병력이 대륙 북부에 결집했다.

아르펜 왕국과 북부 유저들의 전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나서 전쟁의 신 위드의 목슴까지도 빼앗으리라.

덤으로 대지의 궁전의 철저한 파괴는 당연!

하늘에 떠 있는 천공의 섬 라비아스도 상당히 웅장했지만, 어쩌면 저것조차도 오늘 내로 정복을 하고 추락 시킬수 있으리라.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 방식을 철저히 보여 주리라.'

'대지의 궁전이 저렇게 생겼군. 산 봉우리에 걸쳐서 지어지다니 기발한 발상이기는 한데, 북부에서 보물은 많이 모아 놨을까? 다른 왕국의 궁전을 약탈하고 파괴하는 즐거움을 또 누릴수 있다니. 전리품이 더 늘어나게 됐어. 절대로 다른 이들에게 뒤쳐지면 안되겠지.'

'후후후, 기사단의 멈추지 않는 돌격으로 쓸어버려 주마. 방송출현 확실히 할꺼야.'

'미개한 북부의 마법 실력으로는 나 돌풍의 핸드라미드 님을 막지 못하지. 대량 학살을 위해서 바람의 마법처럼 확실한게 또 있을까. 미개한 놈들에게 4단계 바람마법을 쓰면 생방송 에서도 깜짝 놀라겠지? 이름을 크게 알릴수 있겠지.'

'재수없게 대리가 무너져서 정말 오랜만에 죽음을 경험하는 일을 당했지만 오늘 너희에게 철저히 보복을 해 주지.'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자신들의 용맹과 무력을 자랑하기 위해서 벼르고 있었다.

로열로드 에서 대단한 관심거리가 된 북부라고 해도 그들이 보기에는 로자임 왕국과 브렌트 왕국이 있는 대륙보다 뒤떨어지고, 미개척지 보다 조금나은 수준이다.

유저들은 대부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약하고, 보잘것없는 장비들을 착용했다.

무기와 기술, 개개인의 전투력 모든 부분에서 우스웠다.

지금까지 싸우고 정복해 오면서 북부는 초보 유저들의 숫자만 많을 뿐이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는 말은 약자들을 대상으로 실컷 무력을 과시해 가면서 제멋대로 설칠수 있다는 뜻!

오늘은 결전은 방송으로도 생중계가 될 것이기 때문에 전쟁에 참여한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실컷 들떠 있었다.

-현재 군대의 사기는 높습니다. 알카사르의 다리에서 경험한 재난은 완전히 잊힌 모습입니다.

-완벽한 진형을 갖추면 2군단의 공성 병기들은 앞세워서 공격합니다.

-각 기사단장들은 적들이 움직이면 계획되어 있는 초반 돌격 진행 경로애 따라 대응합니다. 중요한 전투인 만큼 기사단 단위의 개인 행동은 불허합니다.

-기사단 끼리의 통신을 강화하여 전쟁에서 웅장한 모습을 보여 줍시다.

헤르메스 길드의 지휘통신 채널로 군단장들이 중간 지휘관 역활을 하는 유저들 에게 까지 집접 명령을 내렸다.

전쟁의 규모가 그들이 경험 해 본 것 중에는 가장 크기에 명령이 완벽하게 수행될수 있도록 진형 유지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하벤제국의 기사단은 칼날같은 군기로 일제 돌격과 우회공격, 진형파괴에 익숙했다.

'너무 쉽고 간단한 싸움이기에... 오히려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엄정한 군기를 보여주면서 승리를 해야겠지.'

북부의 유저들이 할수 있는 행동이라고 해 봐야 날파리 떼처럼 무작정 덤벼드는 것이 고작일 테니 하벤 제국군 에서는 발전된 집단 전술로 마음껏 밟고 주무를수 있었다.

군단장들의 지휘 채널에는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 역시 참여했다.

방송을 통해서 전투 장면도 지켜볼수 있지만 일선 지휘관들의 원할한 전쟁을 위하여 지휘관에 간섭하지는 않는다. 단, 전투가 끝나고 나서 군단장들의 성과에 대한 평가 회의가 이루어진다.

햇날이 따스하게 비추고 바람은 살랑이면서, 시원한 날씨는 더없이 화창하고 맑았다.

대지의궁전 앞에서 하벤 제국군과 북부 유저들의 대결전의 서막이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제1군단장이며 북부 정벌군의 총사령관 드라카가 군대를 뒤로한 채 홀로 말을 몰고 100미터 정도 앞으로 나섰다.

"자신의 능력에 걸맞지 않게 전쟁의 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위드여, 위대한 하벤 제국군이 비루하고 가난한 아르펜 왕국을 정복하기 위해 왔노라. 네가 진정한 주인이며 이땅을 다스리는 주인이라면 지금 이 자리에 나타나라!"

드라카의 외침은 평원과 대지의 궁전 까지도 쩌렁쩌렁하게 퍼졌다.

사자후와 비슷한 스킬인 통솔의 외침이었다. 샤먼의 소리확대 마법까지 부여되다 보니 소리가 널리 퍼졌다.

북부 유저들이 바로 그를 비난했다.

"우우우!"

"썩 꺼져라 헤르메스 길드 놈아!"

"우리 위드님은 나오라면 나오는 그런 분이 아니야!"

그러면서도 내부적 으로는 드라카의 외침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고는 있었다.

"위드님이 여기서 나타나시는 걸까?"

"지금 대지의궁전에 있는거야?"

하벤 제국군을 막기 위하여 모였지만 위드가 이곳에 있는지는 북부 유저들도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 이었다.

전투를 조금이라도 할줄 아는 유저들이 왕궁을 지키기 위해 북부 제국군의 정면에서 기다리거나, 하루나 이틀전에 먼저 도착해서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후방이 넓은 평원과 산악 지대에서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유저들의 수는 그보다 더 엄청났다.

레벨이 높은 이들일수록 죽음으로써 잃어버리는게 크기 때문에 기왕이면 승산이 있는 전투라고 생각해야만 함께 싸울 것이다.

위드가 전투를 이끄느냐 혹은 대지의궁전을 포기하느냐에 따라서 그들의 대응도 달라지리라.

"어디야?"

"위드 님이 오긴 한거야?"

"정보력이 뛰어난 헤르메스 길드에서 불렀으니까 있는거 아닐까? 저 놈들은 웬만한건 다알고 있잖아."

북부 유저들은 위드를 찾기 위하여 소란스러웠다.

드라카가 노리는 것도 이런 효과였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그를 불러서 위드가 이 자리에 있는지를 확인할수 있다.

명목상의 아르펜 왕국이 국왕이 아닌 전쟁의 신 위드이기 때문에 방어전략의 핵심 역활을 할게 아닌가.

그가 등장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대응하기에 편해진다.

드라카의 부름에도 위드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북부 유저들의 전투 의지를 약화시킬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갖는다.

드라카는 잠시 기다려 보았지만 군중 사이에서 위드는 나타나지 않았다. 까마득히 높은 곳에 위치한 대지의 궁전에서라도 위드가 등장했다면 환호소리가 들렸을 텐데 잠잠했다.

'한번의 부름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인가? 이 자리에 없는건 아니겠지. 대지의 궁전이 부서지면 아르펜 왕국의 손해가 정막 막심할 텐데 말이지. 어느 쪽이든 목적은 손쉽게 달성할수 있을것 같다.'

드라카는 다시 목청을 드높였다.

"지금 하벤 제국군의 제1군단장 드라카가 아르펜 왕국의 국왕 위드에게 정정당당한 결투를 신청한다. 숨어있지 말고 어서 나타나라!"

결투신청!!

하벤 제국군 북부 정벌군의 군단장들을 대표하는 총사령관 드라카의 결투 신청은 정쟁의 향방을 바꿀수도 있는 사건이다.

왕국 규모의 전투를 벌이며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한쪽을 대표하는 이들끼리의 승부는 위험성이 크다.

물론 결투 신청은 헤르메스 길드의 정보부에서 세밀한 분석을 마치고 내린 결론을 바탕으로 했다.

-위드의 모험 내역을 분석 하였을때에 조각술 스킬중의 몇가지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종족이나 직업을 바꾸고, 재앙을 일읔키며, 원하는대로 부하들을 만들며, 고위몬스터 사냥에 유용한 검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특별히 경계를 해야할 것은 재앙 발생과 부하 생성인데... 자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다른 직업 스킬들 처럼 대단한 패널티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다른 집업들의 비기 스킬들을 근거로 판단할때 레벨이나 스킬 숙련도의 감소, 혹은 소모되는 스텟이 있을것으로 추정됩니다.

-발생시키는 재앙의 위력은 가히 살인적 입니다. 위드가 재앙을 위으킬때마다 효력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단순히 스킬 숙련도의 증가 때문은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영향을 받는 면적이나 사전 예측이 불가능한 유형 모두에서 주의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 쾌스트를 통해서도 무언가를 얻었을 것이라고 추측이 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정보가 입수되지 않았습니다. 현시대로 돌아오고 나서 종적을 감추고 해당 스킬을 쓴 흔적도 없는것으로 보아서, 자유롭지 못한 어떤 제약이 있을수 있습니다.

-스킬이 어떤 것이라도(시간 멈추는 거라도?) 쾌스트에 얽매여 원하는 만큼의 성장을 하지 못하였을 테니 멜버른 광산 때에 비하여 전투적인 발전은 크지않을 것입니다.

-사막의 대제왕이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이미지가 실로 대단해도 현재의 실상은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위드가 현재 전투 역량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잠재적인 불안요소를 제거하기 위하여 조각술 최후의 비기도 우리가 빠르게 알아내야 합니다. 그 스킬이 예술과 관련이 깊은 것이라면 의외로 일은 쉽게 풀릴수도 있을겁니다.

-멜버른 광산에서의 전투를 감안하였을때 그 외의 어떤 변수도 개입되지 않았을 경우 드라카 1군단장이 패배할 가능성은 20% 이하입니다.

정보부에서는 위드를 철저히 분석해보고 드라카가 이길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예술 계열의 조각사가 전투 계열 직업을 이길려면 거의 2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스텟이나 유용한 전투 스킬에 있어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드는 단순한 잣대롤 볼수없는 인간이다.

그는 강해지기 위하여 닥치는대로 많은 노력을 해놨고, 그 덕에 보통의 전투 계열 직업들이 얻지 못하는 특수한 스킬들을 활용한다.

그런 다양한 부분들을 충분히 감안 하더라도 드라카는 헤르메스 길드가 내세울수 있는 강력한 기사로서 베르사 대륙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수 있는 강자였다.

이번 결투 역시 즉홍적인게 아니라 전투 계열의 일부에 해당된다.

드라카는 결투를 위하여 최상의 무구들을 지급 받았으며, 대륙에서 세손가락 안에드는 사제와 샤먼에게 축복을 부여받았다.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특별한 제물을 바쳐 힘을얻는 흑마법으로 7시간 동안의 강화를 했으니 완전한 준비를 끝내놓은 셈이다.(...겁나 비겁한거 같은데?)

"우리 지금 대장들끼리 전투가 벌어지는 거야?"

"완전 재밌겠다. 당연히 위드님이 이기겠지?"

"어이가 없네. 드라카가 누구길래 저렇게 기고만장 하지?"

"바보야, 드라카를 몰라?"

"누군데?"

"발렛 호수의 영주로서 아나볼릭 기사단의 단장이며 기사중의 기사로, 열네번의 결투를 연속으로 승리해서 파헬른의 전설을 세운... 아무튼 겁나 재수없는놈 있어."

드라카는 무력으로 너무나도 널리 알려진 랭커였다.

북부 유저들은 전쟁등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들도 꽤 되었지만, 그에 대하여 금방 알려졌다.

"싸가지 없다며??"

"어리고 예쁜 여자도 무지 밝힌데."

"이거 진짜 확실해. 변태 중의 상변태 라는데"

"끄아아, 인간말종 이네."

아무래도 헤르메스 길드에 우호적이지 않은 군중이다 보니 비호감에 가깝게 정보가 전달되기 마련.

그럼에도 드라카의 레벨이나 전투 경력들이 전해져서 가슴을 졸이며 긴장하게 되었다.

전쟁의 신으로 추앙받는 위드였으며 바드레이와도 자웅을 겨룰수 있으리라고 믿었지만 막상 헤르메스 길드를 대표하는 유저 1명의 전력도 엄청났다.

베르사 대륙의 강자들이 모인집단. 그 사실을 북부 유저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효과도 어느 정도는 노리고 있었다.

결투 제안으로 대지의 궁전과 그 주변이 들썩이는 와중에도 위드는 나타나지 않았다.

'차라이 나타나 주면 좋을 텐데. 이 드라카 님이 모든 관심의 대상이 될 기회란 말이다.'

드라카도 일대일 결투를 이길 자신이 있었다.

하벤 제국이 전 대륙을 정복하고 난다면 그 이후로는 이러한 공을 세울 기회도 줄어든다.

바드레이를 넘어서지는 못하도 지휘관으로서 확실한 2인자 정도는 도모해 볼수 있지 않겠는가.

오늘의 결투에 많은 준비를 해온 드라카는 진심으로 승부를 원했다.

"위드여, 사막의 대제왕으로서 모험을 하며 대륙을 질타하지 않았는가. 그때의 자신감은 어디로 간 것인가. 또한 아르펜 왕국의 국왕으로서 사람들 위에 서려면 지위가 갖는 무게감과 명예도 막중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겁쟁이 처럼 꼬리를 말고 나타나지 않을 셈인가!"

드라카가 점짓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

상대편을 압도하며 질서정연 하게 서 있는 하벤 제국군측의 진영은 물론이고 북부 유저들도 조용했다.

위드가 등장을 하느냐 마느냐가 전쟁의 향방을 경정하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러나 30여 초가 지난 후에도 어떠한 변화도 없이 잠잠했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 위드! 나 드라카가 그대의 땅을 정복하러 왔다. 네가 국왕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 당장 나타나서 나를 막아 봐라! 아니면 이미 대지의 궁전을 벗어나서 아직 전쟁과는 관련이 없는 안전한 다른 지역으로 도망을 친것인가!"

드라카가 다시한번 외쳤음에도 북부 유저들 사이에서는 누구도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끝을 모를 정도로 모인 북부 유저들이 쥐 죽은듯이 잠잠했다.

사람은 많지만 정작 위드는 없는 상황!

"정말 없어?"

"위드님이 안나오실 분이 아닌데... 아예 안 오신것 아니야?"

"무슨 사정이라도... 혹시 정말 그냥 도망간건 아니겠지?"

북부 유저들의 진영이 갑자기 시끌벅적하게 변했다. 기다렸던 위드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실망스럽군. 나타나려면 진작 등장을 했겠지. 이 분위기로 봐서는 결투가 벌어지진 않겠어. 모든 준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허무할 수가.'

드라카는 아쉬웠지만 결투 제안으로 얻은것이 적지않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이 위드임을 몇번이나 강조하며 결투를 청했다. 그가 나서지 않음으로써 북부 유저들을 흔들어 놓았다.

전쟁의 당사자라고 할수있는 위드가 이자리에 없으며 어쩌면 도망쳤으리라고 추측할수 있기에, 북부 유저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할 이유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전투는 벌어지겠지만, 북부 유저들이 쉽게 와해될수 있는 심리적인 밑바탕을 심어 놓았다.

그때 북부 유저들 사이에서 걸어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보자 보자 하니 정말 못들어 주겠구나. 북부의 사람중의 1명인 전사 카몬이 드라카 너에게 도전을 하겠다!"

전사 카몬.

현재레벨은 430에 달하며 과거 브리튼 연합에서 활동하던 유저였다.

그는 도시 모리타 시절에 일찌감치 북부로 이주를 해서 살아왔다. 북부 유저들 사이에서는 대단한 인기인이었으며 쑥죽 부대에 속했다.

전쟁을 위해 모인 북부의 유저들 중에도 레벨이 높은 사람의 숫자만 몇만명에 말한다. 그들 중에서 참지 못하고 1명이 앞서 나온 것이다.

드라카는 가볍게 웃었다.(오만가지 도핑 다받았으니 뭐..)

"전사 카몬이라고? 미안하지만 그이름은 들어 본적이 전혀없다."

사실은 예전에 스쳐가면서 얼핏 들은적은 있었다.(츤츤)

헤르메스 길드의 통신 채널 에서도 정보대를 통해 그에 대한 보고가 올라왔지만 비중이 있는것은 아니었지 때문에 그냥 모르는척 했다.

"용기는 가상하지만 하벤 제국의 군대를 이끄는 몸으로서 아무나하고 상대해 줄수는 없다. 누가 나대신 저 전사를 꺾을텐가?"

드라카가 뒤로 물러서자 하벤 제국군 측에서도 1명의 유저가 말은 탄채로 앞으로 나왔다.

"기사 나델리어트, 전사 카몬의 대결 신청에 총사령관 드라카님을 대신해서 응한다."

"넌 들어가라. 내가 결투를 신청한건 저 드라카라는 사람이다."

"나를 꺾으면 그후에 싸울수 있을 것이다. 너역시 위드를 대신해서 나온것은 마찬가지 이지 않나?"

"일리는 있는말. 그렇다면 승부를 벌여 보도록 하지."

짧은 도끼를 든 카몬과, 검과 넓은 방패를 든 기사 나델리어트의 결투가 대신 벌어졌다.

"카몬 님, 이기세요!"

"풀죽신교 만세! 놈들을 잘근잘근 씹어 먹어요."

"아니, 반드시 살려서 독버섯죽의 은총을 부여해줘야 합니다!"

북부 유저들은 열화와 같은 응원을 보냈다.

반면에 하벤 제국군의 진영에서는 어떤 소란도 없이 잠잠했다.

승리를 확신하고 있으니 요란하게 응원을 펼칠 이유도 없기 때문.

헤르메스 길드에는 카몬 정도의 유저가 널리고 널렸다.

엄정한 군기를 바탕으로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대군이 더 심한 압박감을 준다는 걸 잘 알고 있기도 했다.

"차압! 대지 갈라 쪼개기!"

카몬이 달려오다가 도끼를 강렬하게 내려치며 공격을 가했지만 나델리어트는 넓은 방패로 막아냈다.

'못된 헤르메스 길드 놈들! 단숨에 죽여버릴 것이다.'

'레벨에 비해서 전투 반법이 단조롭군. 하긴 몬스터와의 싸움에는 능숙하더라도 일대일 승부를 많이 경험해 보진 못했겠지.'

서너번의 큰 기술의 공격이 끝나고 나서의 잠깐의 허점을 노린 나델리어트의 반격개시.

"방패 가로치기."

방패로 밀어쳐서 카몬의 균형을 흩뜨려 놓은후에 장검을 휘둘렀다.

"흔들림의 일격, 물결 관통, 강제 파쇄의 검."

상대방이 어쩌할 수도없는 스킬의 연속 작렬.

짧은 도끼로 막아내지 못하는, 방패와 검을 이용한 공격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간단히 승부가 결정지어졌다.

무참히 두들겨 맞고 카몬이 회색빛으로 변해서 사리진 것이다.

"세상에..."

"카몬 님이었는데..."

북부 유저들 사이에서 긴 침묵이 흘렀다.

하벤 제국군 측에서는 역시 당연한 승리라는 듯이, 그대로 늘어서서 가만히 있을 뿐 기뻐하지도 않았다.

물론 길드통신 채널로는 몰래 축하의 말이 오고 갔다.

-나델리어트님, 저 불라보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멋진 전투였습니다.

-플레보레헷 성의 영주 골타입니다. 요즘 사냥 열심히 하시더니 대단하시네요. 검과 방패술의 스킬이 완숙의 경지에 오르신듯.

-세 달쯤 전에 같이 던전 사냥했던 마법사 밀레드 인데요, 같이 승부 축하드리고, 다음에 한번 같이 사냥 가시죠. 좋은던전 구해 놓았습니다.

-하하하. 모두 감사드립니다. 이게 다 여러분이 좋게 봐주신 덕분이 아니겠 습니까. 그리고 제가 나설수 있는 기회를 주신 드라카님에게 특별히 더 감사드립니다.

참으로 화기애애한 길드채널 이었다.

그 후로도 북부 유저들 9명과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 9명 간의 결투가 펼쳐졌다.

"이번에는 이기세요 키타오호 님!"

"인삼죽의 복수를 해주세요!"

북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유저들이 나섰지만 결과는 10전 전패!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대륙의 고레벨 유저들이 넘쳐나는 상태였고, 스킬과 장비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가지고 있었다.

북부의 유저들은 혈기만 믿고 덤벼 들어서 싸우는 족족 박살이 났다.

결투의 승자가 정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어른이 어린이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압도적인 승리.

헤르메스 길드의 능력이 상상이 안될 정도로 대단하다는 안식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지만 이것도 전쟁 계획의 일부.

북부 유저들은 무작위로 나선 것이지만,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별도의 선발을 마쳤다.

결투에 참여할 이들에게는 특별한 장비의 지원과 축복이 부여되었다. 참여하는 유저들 또한 전투 실력에 비해서는 명성이 낮은 이들로 구성하여, 북부 유저들의 자괴감을 더크게 이끌어 냈다.

총 열번의 승리를 압도적으로 이루어 내고 나서 드라카가 외쳤다.

"전쟁의 신 위드는 진정 이 자리에 없는가? 그렇다면 더이상 의미 없는 결투를 이어 나가진 않을 것이다.

마직막으로 1분의 기회를 준다. 위드, 그대가 나타나서 나와 싸우자. 이시간이 지나면 하벤 제국군은 진격하여 대지의 궁전과 모든것을 파괴할 것이다!"

드라카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지상에서 멀리 떨어진 라비아스, 그곳 에서도 귀가 밝은 조인족들은 충분히 들을수 있었다.

침묵의 1분.

하지만 끝까지 위드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 위드는 나타나지 않는구나. 역시 사막의 대제왕 같은 수식어는 모험 속에서만 얻어진 헛된 망상에 불과했다. 그대를 일국의 국왕이며 전쟁의 신으로 대우해 준 내가 부끄러울뿐. 국왕이 자신의 왕국을 지키지 않는다면 아르펜 왕국은 이미 몰락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벤 제국군이여, 모두 진격하라!"

하벤 제국군이 일제히 호응했다.

"우하!"

제국군 병사들이 순식간에 검을 뽑았다.

결투의 연이은 승리로 사기는 최대치!

하벤 제국군은 결투가 벌어지는 사이 핵심 전략 무기라고 할수있는 마법병단과 궁병들의 세밀한 배치를 마쳤다. 북부 유저들의 돌진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중장갑 보병과 보병사단의 편성도 마쳤다.

기사단 호위 아래 거대한 공성 병기들이 굉음을 내며 전진했다.

"마구 쏴라!"

"발사, 발사! 목표는 그 무엇이든!"

"전투를 오늘내로 끝을낸다. 대지의 궁전에는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공성 병기들이 작동 되면서 거대한 불덩어리들이 쏘아졌다.

북부 유저들이 모여있는 한복판에서 부터 대지의 궁전으로 올라가는 산중턱으로도 불덩어리들이 마구 떨어져서 화재를 일으켰다.

사람이 워낙 많아서 화재 진압은 정령술과 물의 마법으로 금방 이루어 졌지만, 수십명에서 수백명씩 죽어나갔다.

"북부를 지킵시다."

"풀죽신교의 용사들이여, 이 자리에 우리의 시체를 묻을 각오로 싸워서 막아내요!"

"독버섯죽 부대, 최후의 한사발이 눈앞에 있다. 피하지 말고 즐겨 보자!"

"크흐흐흐, 우린 풀죽신교의 이단아다. 쌀죽, 닭죽, 이런 흔해빠진 죽들은 그만됐어. 독버섯죽? 목슴만 걸면 먹을수 있는거 아닌가? 우린 무려 세상의 어둠을 지배하는 벌레죽부대다. 고소하면서도 소금을 뿌리지 않아도 간이되어 있는 맛과 씹을때의 아삭한 식감, 영양분도 충분하지. 구워먹을 필요도 없다. 하루세끼 바퀴벌레와 꼽등이를 갈아서 마시고 있으니...."(미친 베어그릴스 같은놈들)

"으악, 벌레죽이다!"

"여기 미친 벌레주 유저가 있어요!"

북부 유저들의 맹공격도 개시되었다.

활이 있으면 화살을 쏘고 마법사들은 미리 주문을 외워둔 마법을 하벤 제국군 진영으로 날렸다.

"으아아아아!"

전사들은 있는 힘껏 땅을 박차며 하벤 제국군을 향하여 달렸다.

기사들도 말과 황소를 타고 평원을 거침없이 질주했다. 대대적인 돌격과 공격이 개시된 것이다.

"공성 병기부터 부숴요!"

"칡죽 부대의 목표는 공성 병기로 합니다."

"역사와 전통의 쇠고기죽 부대여 우린 아무거나 해치웁시다!"

풀죽신교 유저들이 수십만 명 단위로 장관을 이루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하벤 제국군이 원거리 공격을 시작했다.

"북부의 연약한 놈들에게는 얼음 마법이 제격이지. 얼음 확산탄!"

"이것도 맛봐라 물결폭발!"

"마법의 힘 앞에 전부 죽을지어다 전역천둥!"

하벤 제국의 마법병단에 의한 공격으로, 돌격하던 북부 유저들의 일각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환상적이라고 할수 있을 정도로 구분이 불가능한 수백가지 다양한 마법의 폭발과 집중.

북부 유저들은 하벤 제국군과 맞서서 싸우기 위하여 최대한의 속도로 돌격했다.

그러나 그들의 앞에서는 대지가 갈라지고 폭발했으며, 초고열의 화염이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세상의 마지막이라고 표현할수 있을 만큼의, 극악에 달한 위력 이었다. 하늘에서는 하벤제국의 궁수대가 쏜 목슴을 앗아갈 화살리 점처럼 가득하다. 그 점들이 빛살처럼 빠르게 떨어져서 북부 유저들을 무작위로 쓰러뜨렸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원거리 공격이 도달하는 이 죽음의 영역을 마법 파괴 지대 라고 불렀다.

"방벽 진형!"

헤르메스 유저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중장갑 보병들은 동료에게 몸을 붙이고 방패를 앞으로 내세웠다.

앞에서 볼 때에는 오직 전체를 가리는 넓은 방패밖에 보이지 않았다.

터더덩!

"뚫려 뚫리란 말이야!"

사선을 넘어온 북부 유저들의 혼신을 다한 공격에도 방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제 반격!"

지휘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중장갑 보병들의 방패들이 치워지더니 검과 창이 나타났다.

2열과 3열, 4열에서 대기하던 중장갑 보병들이 앞으로 튀어 나가서 유저들을 마구 베었다.

"커어억!"

"컥!"

그리고는 약속이라도 한것처럼 1열이 진행하여 방패를 앞에 펼쳤다.

방벽 진영으로 회귀!

중장갑 보병을 압도하는 돌파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진형은 절대로 깨지지 않는다.

넓은 지역이라면 기사단의 속력이나 변화무쌍한 타격방식을 이용해서 갈기갈기 찟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중장갑 보병이 밀집해서 넓게 경계선을 펼치고 있으니 그런 수단을 쓰는것도 불가능했다.

제멋대로 싸우는 개인들이 모인 유저들과 진형을 형성한 채로 전술을 활용하는 하벤 제국군의 전투력은 진형에 따라서도 몇배나 차이가 벌어졌다.

"몽땅 물러갑시다. 뭐라도 부딪쳐 봐야지요."

"한명씩 가서는 위미가 없습니다. 때를 놓치지 말고 다같이 가요!"

대지의 궁전을 지키기 위해 모인 북부 유저들이 일제히 움직이는 모습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거친 해일과도 같았지만 하벤 제국군은 그 위력을 간단히 막아내고 처리했다.

전투 병과에 따라서 원거리 공격 범위를 정하고 달려드는 적들을 삼분의 일 이하로 감소시킨다.

그러한 위협을 견디고 다가오더라도, 중장갑 보병대의 준비된 방어선을 넘어서지 못했다.

전장의 사신 이라고 까지 불리는 절대적인 마법병단과 궁수부대의 힘!

"궁수님들 이쪽으로 공격해 주세요!"

"놈들이 원거리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계속 견제를 해야 합니다. 우리중에서 용기있는 궁수와 마법사가 이렇게도 없단 말입니까 으아악!"

북부 유저들이 제멋대로 쏘는 화살과 마법은 장거리를 날아가는 도중에 위력이 급격히 줄었다.

하벤 제국에서는 기사단이나 보병사단마다 원거리 공격과 마법의 위력을 줄이는 보물들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다소의 피해는 있더라도 견뎌낸다.(양산형 보물?)

집단과 개인의 차이가 계속 철저히 일어나는 셈이다.

기사 출신 지휘관들의 특별한 능력. 부대 전체의 방어력 강화, 생명력 확대, 밀집대형에서의 피해분산 등으로 더더욱 철벽과도 같았다.

북부 유저들의 방대한 인원이 대단 했지만 제대로 쓰이지를 못했다.

넓은 지역을 가득 채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례대로 격파되며 사라져 간다.

전투의 초반부터 위드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하벤 제국의 막강한 화력에 다시금 놀랐다.

레벨이 높은 유저들일수록 어차피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 우물쭈물하기 마련.

고여있는 물처럼 나서지 못하는 이들로 인해서 북부 유저들의 과감하던 돌격속도 역시 점점 느려져만 갔다.

'됐어, 승리다.'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군.'

하벤 제국군은 북부를 침략한 이후로 벌여온 여느 전투들 처럼 싱거운 승리를 거두리라 생각했다.

매번 반복되는 승리지만 오늘은 특히 북부 전체를 격파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기에 전투가 끝난 후에 더 크게 축배를 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위드는 대지의궁전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드라카가 외치는 소리도 충분히 들었지만 결투에 나서지는 않았다.

"벌써부터 밑천을 전부 드러낼수는 없지. 그리고 저놈들의 어디가 믿을 만하다고..."

양측에서 병력이 모이는 중립 지점에서 결투를 벌이더라도 헤르메스 길드에서 어떤 야비한 수단을 동원할지 모른다.

"저놈들을 신뢰하느니 차라리 우리 동네에서 곗돈 모아서 튄 최 아저씨를 더 믿겠어."

눈에 보이지 않는 저주나 암습은 물론이고, 혹은 결투를 승리한 후에 공격마법을 집중으로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면 뭇 영웅들이 용기있게 나섰다가 비겁한 수단에 의해서 쓰러지는 경우가 한둘이던가.

힘이 부족해서 당하는 거야 감수할수 있지만, 치졸한 수법이나 야비한 음모에 당하고 싶진 않았다.

'뒤통수를 쳐도 내가 치고 음모를 꾸며도 내가 꾸민다!'

위드의 인생에서 양보하고 싶지 않은 자존심 문제였다.

"그리고 어짜피 전쟁은 제대로 시작 하지 않았고 말이야."

북부 유저들이 이곳에 대거 모였다. 아르펜 왕국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이들, 그리고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이 뜻을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이 가장 강력한 시기는 초반이 아니라, 하벤 제국군이 지쳤을 무렵.

북부 유저들이 완전히 포기하기 전에 뒤집어 놔야 하니 시기를 절묘하게 잘 판단해야 했다.

"그나저나 헤스티거 이놈은 어디를 간 거야. 설마하니 도망을 친것은 아닐테고 말이지."

"대제왕께서 내린 명령은 수행해야한다. 하지만 이미 목슴을 잃은 나에게,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해칠 자격이 있는 것일까?"

헤스티거는 대지의궁전에서 깊은 고뇌에 빠져 있었다.(울땐 언제고 이놈이...)

"나쁘거나 좋은 일이라도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이 선택을 내리고 또 그운명을 따르는 것이 아닌가. 세상을 좋게 이끌려고 한다는 대제왕의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는 현재의 결정권을 갖지못한 과거의 인간에 불과하다."

맑은 하늘 아래로 구름이 지나간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면서, 절정의 미남인 그의 얼굴을 잠깐씩 드러냈다.

호수처럼 깊은 푸른 눈매와, 강인함과 여린 마음을 동시에 갖춘 헤스티거의 외모.

"올바은 일이라고 해서 사람들의 인생을 강제 할수는 없다. 자신들이 원하는 인생을, 또 그에대한 결과를 책임지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단 한번의 인생이기에 더더욱, 고귀함을 모르는 자라고 해도 함부로 내가 그들을 막아서는 안 되리라."(...독버섯죽 부대 라고 아냐?)

위드가 조각 부활술을 써서 하벤 제국군을 몽땅 해치워 버리려고 했더니 멋진 장소에서 혼자 고민에 잠겨있었다.

"대제왕께서 배푼 은혜를 생각하면 그분의 뜻은 무조건 따르는 것이 옳겠지만... 어렵구나. 차라리 나의 목숨을 다시 거두어 가신다면 흔쾌이 응할수 있으련만."

헤스티거는 전형적인 영웅의 표본과도 같은 인물이기에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서 잡다한 생각이 많았다.

궁전의 절벽가에 바람을 맞으며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그의 눈에 하벤 제국군이 보였다.

헤스티거가 보기에도 대단한 군세였다.

"인간들은 참 많구나. 대부분 약하고 훈련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듯 보이지만."(인간이 보는 개미싸움)

전쟁의 시대에서 싸울 때에는 위드가 이끄는 사막 전사들과 함께 저런병력을 단숨에 짓밟았다.

어떤 왕국이 자랑하는 강력한 군대라고 해도 우두머리를 베어버리고 돌격 몇 번 성공시키면 알아서 흩어져 버렸다.

사막 전사들이 절대적인 전투 능력을 발휘하면서 적 병사들의 사기를 밑바닥 까지 추락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그때의 악명은 실로 대단해서, 전쟁터에서 싸우기도 전에 적군은 알아서 탈영 하거나 스스로 목슴을 끊었다.

사막 전사로서의 피가 끓어 오를수록 점점 싸우고 싶은 마음이 사그라진다.

"저들도 삶이 있겠지."

전쟁의 시대에서의 무수한 전투.

엠비뉴 교단 이후에도 대륙을 떠돌며 정의를 실현한다면서 숱한 살생을 벌였다.

헤스티거는 지나간 인생을 되돌아보며 후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바람처럼 떠나고 싶다. 자유롭고 흔들림 없이 세상의 모든 생명들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구나. 비록 대제왕의 명령은 수행하지 못할지라도...."

자칫하면 위드가 귀중한 레벨까지 손해를 보며 사용한 조각 부활술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릴수 있는 상황!

그때, 헤스티거의 두눈에 하벤 제국의 기사들이 열번의 결투를 전부 이기는 모습이 보였다.

위드와 헤어지고 나서도 모험과 사냥을 계속했다.

869라는 괴물과도 같은 레벨을 가진 그에게는 멀리있는 것도 가까이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하벤 제국군이 공성 병기들을 사용하여 대지의 궁전이 있는 산을 타격하고 북부 유저들을 학살하는 순간에도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위드에게는 불행하게도 헤스티거의 결심은 이미 굳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떠나야겠다, 먼 곳으로...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 곳으로. 말로만 듣던 바다를 보고 싶구나."

그리고 그 순간!

"아빠!"

아르펜 왕국의 주민, 대지의 궁전 부근을 떠돌며 사냥을 하는 한스가 있었다.

그는 아르펜 왕국을 지키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기꺼이 나섰고 활로 적의 군대와 싸우기로 했다. 다른 주민들 처럼 국왕에 대한 충성심이 최고치에 달해 있었던 것이다.

한스는 제국군을 향해 몇번의 활을 쏘았지만 곧 날아온 마법 공격에 의하여 그지역 전체가 초토화되며 사망하고 말았다.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7세의 어린 딸 수잔나가 그 광경을 보고 뾰족한 비명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하벤 제국군 진영에서는 또다른 화염 마법이 날라왔다.

그들 마법병단 에서는 일일히 목표를 확인하고 공격하는 것이 아니었다.

원거리 공격이 시도된 지역을 우선 타격 범위로 삼는다. 그리고 1차 공격 후, 혹시라도 살아남은 이들이 있을수 있기에 잠시후 2차 공격까지도 따라서 이어지게 된다.

"으아아앙!"

헤스티거는 눈물을 펑펑 흘리던 수잔나가 불에타서 목슴을 잃는것을 보았다.

베르사 주민들 중 하나에 불과하였지만 영웅의 분노를 사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치는 광경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잔인할 수가...!! 저들에게는 최소한의 도의도 없는 것 인가."

그리고 후회

"내가 조금만 일찍 나섰더라면... 전부 내 책임이야. 아직도 살아갈 날이 많은, 사랑할수 있는 소중한 목슴이, 내가 망설였기 때문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 후에는 빠른 이해.

"지나간 내삶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누구든 자신의 삶을 방식을 결정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전부 존중해 줄 필요는 없다. 정의를 위해서 누구도 노력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정의가 혼자서 이루어 질수 있을 것인가. 정의를 위해서 목슴을 바치겠다는 결의를 나는 너무 쉽게 잊어버린게 아니었을까."

전형적인 전재에 이은 추측.

"대제왕께서도 먼저 이 모든 사실들을 경험해 보셧던게 아닐까. 대제왕의 명령에는 그토록 깊은 의미가 있는것을... 내가 진정한 부하라면 곧바로 믿고 따랐어야 했다."

결론

"악은 악이야. 이것이 정의라면 기꺼이 내 칼에 피를 묻힐 것이다. 악을 방치해 둘순 없다. 대제왕의 명령대로... 전부 죽여버릴 것이다."

(수잔나가 영웅 이네요)

영웅 드라마나 영화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고뇌와 결정의 과정이 끝났다.

"숲의갑옷 소환. 대지의칼 소환."

헤스티거의 몸에 하이엘프 전사의 갑옷과 칼이 나타났다.

사실 조각 부활술로는 원래 쓰던 장비들을 가져올수가 없었다. 하지만 헤스티거는 목슴을 잃었어도 하이엘프들과 그들의 숲에있는 나무들은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의 친구이며 영웅 헤스티거가 돌아왔어요.

-선량하고 여린 그를 위하여...(여린..?) 숲이 보관하고 있던 물건을 보내 주도록 해요.

-장난을 좋아하는 요정들이여, 숲의 친구들이 이 물건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알았어요. 그 사람은 우리 요정들 에게도 친구. 늦장 부리지 않고 바로 전해 줄게요.

엘프의 숲에 보관되어 있던 갑옷과 칼이 요정의 힘에 의해서 도착.

헤스티거는 엘프들 처럼 호리호리한 몸이 아니었다.

특수한 모험을 수행하고 나서 희귀한 엘프 장인들이 드워프와 협력하여 그를 위한 갑옷과 칼을 만들어 주었다. 인간 마법사는 위력이 강한 마법을 발달 시켰지만, 엘프의 마법에는 깊이가 있었다.

헤스티거의 몸에 마법 갑옷과 칼이 저절로 착용 되었다.

-낄낄낄낄. 우히히히힛!

"성령의 정화!"

-끼야아아아악!

이리엔의 몸에서 강력한 빛이 뿜어져 나와 유령을 소멸 시켰다.

수르카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주먹과 발차기를 했고, 로뮤나는 마나가 모이는 족족 마법공격을 펼쳤다.

팔로스 제국의 보물 탐색!

늪으로 변한 호수에서 어느정도 성과는 있었지만, 보물에 깃들인 원혼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사린의 갑옷 : 내구력 32/51. 방어력 54.

마폰 왕국의 왕실기사 사린이 착용하던 갑옷이다.

그는 왕국을 대표하는 최고을 기사이며, 백작의 지위를 가진 귀족 이었다.

사린은 사막 부족들로 이루어진 팔로스 제국에 항거하기 위하여 기사단을 이끌고 남하하였다. 벨로스 공국과 연합하여 사막 부족들을 막기 위한 방어선을 펼쳤지만 아무런 의미없이 뚫리고 패배하고 말았다.

그가 남긴 갑옷은 사막 전사들의 전리품이 되어 팔로스 제국의 보물 중 의 하나로 남았다.

땅속에 600년간 묻혀 있어서 갑옷의 방어력과 내구력은 매우 안좋은 상태이다. 때때로 으스스한 한기가 들면 갑옷에 잠들어 있는 사린의 영혼이 튀어나올 것이다.

제한 : 레벨 455.

기사전용.

옵션 : 역사적 가치를 가진 유물

자기 자신이 매우 빨리 공포에 휩싸이게 됨.

스스로의 기품과 명예를 감소시킴.

흑마법 +1

기사스킬 +2

 :공격 시마다 약 13% 확률로 이상한 힘에 의하여 괴력을 발휘할수 있다.

대체로 당장은 쓸모가 없는 갑옷들!

솜씨있는 대장장이들 이라면 그래도 군침을 삼킬 만한 물건 이었다.

선전에서 고위사제 에게 정화작업을 받은 후에 대장장이들이 복원을 하면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다.

전쟁의 시대 대장장이들의 솜씨들을 견주어 보고 복원을 하며 참고한다면 대장장이 스킬 숙련도가 부쩍 오르게 된다.

대장장이 들에게는 황금 과도 같은 아이템인 것이다.

그 외에 골동품은 너무 낡아서 부서진 후 잔해만 남아 버린것이 많았다.

위드의 명령을 받은 팔로스 제국의 사막전사 들이 아무래도 이후의 보물의 보관 상태에 대해서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 원인 이었을 것이다.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더이상은 그물로 놈들을 묶어놓을 수가 없겠는데요."

제피가 그물로 기사들의 유령을 가두어 놓은채로 말했다.

낚시꾼의 이런 스킬이 없었다면 삽자기 대량으로 출몰하는 유령들과 한꺼번에 싸워야 했을 것이다.

"춤을 추기도 한계예요!"

화령은 땅에 주저앉았다.

부비부비 댄스!

스쳐지나가는 유령들 까지도 매혹시킬수 있는 그녀의 춤.

그렇지만 춤으로 인한 체력 소모가 상당히 컷다.

수르카,이리엔,벨트로 등은 이곳을 발견하고 처음에는 환호성을 질렀다.

"아싸 대박이다!"

"사제복을 바꿀수 있겠어요. 여기서 실컷벌면 대사제의 복장이나 성녀의 옷으로..."

어느새 위드를 따라 물들어 버린 재물욕심!

이곳은 스킬 숙련도와 레벨을 올리기에는 최적의 장소, 동시에 보물탐색도 가능하다.

팔로스 제국의 보물을 최초로 찾아낸 이들이 얻어내는 당연한 대가였다.

유령들이 출현한 때마다 전투가 벌어졌는데, 팔로스 제국의 보물들을 캐낼수록 점점 잦아진다. 특히 밤과 새벽에는 그들 일행만으로는 감당하지 못할정도로 많은 유령들이 출몰하였다.

아침이 되면 상당히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체력적으로 힘든 사냥터이며 발굴장소 였다.

체력이 남으면 무조건 땅을파서 보물을 얻거나 때때로 유령들을 퇴치해야 했으니 베르사 대륙의 어떤 던전들을 살피더라도 최고의 장소라고 할수 있었다.

마침 전쟁의 시대에서 기사로 활약했던 유령들의 레벨도 400~500대 정도라서 상대하기 적당했다.

유령들은 살아있는 생명들을 오랫동안 접하지 못하여서 약화되어 있고 생명력이 많지 않아 사냥하기가 힘들지도 않았다. 오염된 땅과 장비에 깃든 저주들을 해체하느라 이리엔의 신성력과 신앙심은 날로 늘어났다.

그러나 점점 출몰하는 유령들이 많아지면서 한계가 찾아왔다.

로뮤나가 스태프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더 이상은 못 해."

"저도 무리에요."

벨트로도 줄이 3개나 끊어진 하프연주를 중단했다.

"그냥 우리 대지의 궁전으로 가요."

수르카가 의견을 내놓았다.

다들 하벤 제국과 싸우고 싶었다 발굴만 아니라면 진작 떠났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으음, 저도 가고는 싶지만요, 일을 이렇게 벌여놓고 가도 될까요?"

제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곳에서 그들이 찾아낸 보물들은 상당했다.

그들이 떠나버리면 이곳은 깨어난 유령들의 천국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일행의 레벨이 전반적으로 440대에 달하기 때문에 버틸수 있었던 것이지, 어지간한 유저들에게는 곧바로 무덤이될 장소였다.

그렇지만 제피는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가죠!"

자신이 언제부터 책임감 있는 인생을 살아왔던가.

즐겁게 지내면 그것으로 충분했던것을.

레벨이 높은 유저에게는 정잰터는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수 있는 놀이터와도 같았다.

착실한 성격의 이리엔도 활짝 웃었다.

"어서 가요!"

그녀는 이곳이 유령의 서식지로 변한다해도 조금도 걱정되지 않았다.(걱정하라고..)

'위드님이 있는걸 뭐."

바르칸도 퇴치하고, 드래곤 아우솔레토까지 사냥한 위드!

위드가 어떻게든 손쉽게 해결할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벨트로가 울상을 지었다.

"근데 제때에 도착할수 있을까요? 전투가 이미 벌어져 버리고 말았을 텐데요."

제피가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유린이에게 부탁을 해봐야죠."

유린의 그림이동술!

화가의 비기중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큰 혜택과 도움을 주는 스킬 이었다.

물론 그런 부탁을 할 때마다 어느정도의 잔소리는 각오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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