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용사의 강림
"현재 시청률은 6.8%대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방송이 진행되면서 시청률이 계속 하락 중입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정규 프로그램을 방송해 달라는 요청들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이례적인 일입니다."
"특집 프로그램의 광고 판매 획수가 줄어서 재방송에는 매진을 못 시킬것 같습니다, 국장님!"
로열로드와 관계가 있는 방송국들은 낮은 실시간 시청률에 울상을 지었다.
대지의궁전 전투의 초반부이기는 하지만 기대가 컷던만큼 아쉬움이 많은 시청률이었다.
하벤 제국군의 북부침략!
헤르메스 길드에서 대륙정벌의 마지막 과업을 달성하는 단계였다.
방송국 관계자들이 예상하기에 기록을 갱신할 정도의 흥행이 이루어질 요소가 많았다.
위드와 바드레이의 경쟁구도는 사람들이 꾸준히 궁금해하는 부분이며, 베르사 대륙의 북부는 이야깃거리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서 시청자들을 많이 자극한다.
다수의 초보자들이 시작하는 지역이므로 대부분의 뉴스 프로그램에서 북부의 소식이 메인으로 비중있게 다루어질 정도였다.
북부침략의 초창기에 유저들이 방어를 위해 나서고 아르펜 왕국의 도시들이 정복당하는 매번의 전투마다, 예상했던 대로 최고의 시청률의 갱신 되었다.
그런데 전쟁이 진행될수록 점점 시청률이 바닥을 향하여 떨어지고 있었다. 대지의 궁전 전투는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도대체 사람들이 안 보는 이유가 뭐요."
"하벤 제국군이 너무 강하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시청자들도 매번 아르펜 왕국의 패배만을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투방식도 강력한 원거리 부대를 활용하는 것으로 지나치게 단순하다 보니 재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끄응, 이런 식은 곤란한데. 무언가 볼만한 거리들이 많이 나와줘야 하는데."
"전쟁으로 인한 불만이 시청률로 나타나고 있는것 같습니다. 더이상은 보고싶지 않다는 시청자들이 많은데요."
물론 6.8% 정도의 시청률 이라면 아직도 그럭저럭 낮지는 않은 수치였다.
하지만 로열로드 북부소식만 전하더라도 심야시간에 4~5%의 시청률이 기록될 정도의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벤 제국군이 북부 침략을 하면서 로열로드와 관계된 모든 방송국들은 경쟁적으로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로 하고 최대한의 역량을 기울였다.
어느 채널을 보더라도 북부전쟁이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는데, 이것도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대지의 궁전이 위기에 빠졌는데도 7%의 시청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건, 방송국들로서는 자칫하면 적자를 낼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최첨단 제작 비용에 따른 부담과, 하벤 제국과 아르펜 왕국의 전쟁이기 때문에 헤르메스 길드와 위드에게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방송국의 회의에서는 전쟁중계부 PD들의 탄식과 한숨쉬는 소리가 들렸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할지... 영상이나 음향, 진행에 아무 문제가 없어서 더 어렵습니다."
"전쟁에서 새로운 이벤트나 아이디어가 나타나는것도 아니고... 아르펜 왕국이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면 좋으련만 전혀 기대할수가 없겠죠? 이렇게 아르펜 왕국이 망하고 나면 앞으로 방송 프로그램도 전면적으로 손을 봐야 될 겁니다. 북부의 이야기들도 지금처럼 인기를 끌지 못할것 이고요."
"시청자들이 로열로드에 갖는 흥미가 줄어들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사회에서 최근 프로그램 편성과 시청률에 대한 질책을 경영진에 전달 했다고 하는데요. 로열로드가 최고의 인기를 달리는 만큼 다른 방송국과 차별화를 해서 초보자들을 위한 편성을 하는게 더 낮지 않겠느냐며..."
"언제는 다른 방송국들이 다 전쟁을 중계하는데 우리 방송국은 절대 빠지면 안된다더니. 우리더러 어쩌라는 겁니까?"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결과만보고 잘하고 잘못하고를 판단하는건 누구나 할수있는 일이죠."
다른 방송국들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KMC미디어 에서는 특집 방송시간을 추가 편성 하면서 소신을 가지고 밀어붙였다.
제작 회의에서 강 부장의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내가 본 위드. 그 인간이 과연 이대로 몰락한다고? 아니야. 진짜 밑바닥에 떨어뜨려 놓더라도 기어서 올라올 녀석이야. 그에게 위기가 아니었던적이 있던가? 뭐, 멜버른 광산에서는 죽기는 했지만 돌발적으로 벌어진 일. 어떤 꼼수든 준비를 해놨을 것이야.'
강 부장은 위드의 모험을 성공적으로 몊 차례 중계하면서, 방송국 내에 승진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시청자들은 등을 돌린게 아니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벤 제국은 강한만큼 도처에서 미움을 사고있을 것이고, 관심이 없을수 없는 노릇이죠. 위드와 아르펜 왕국이 전면적인 반격에 나선다면 시청률이 갑작스럽게 오를수도 있습니다."
"그게 근거가 있는 주장입니까?"
"개인적인 믿음은 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아니, 아무 근거도 없이 다른 프로그램들에 피해를 주면서까지 이대로 밀어붙이자니, 말이됨니까?"
"그래야만 미래를 대비할수 있습니다."
"미래요?"
"우리 방송국이 하벤제국과 아르펜왕국 사이에서 꼭 중립을 지킬 필요는 없지않습니까?"
방송국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강부장이 먼저 꺼냈다.
명문 길드들끼리의 다툼이나 국가간의 분쟁에 있어서, 방송국은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중립을 우지하려고 했다. 어느 한 세력이나 왕국에 호의적으로 방송을 한다면 다른 왕국의 유저들이 반발할 것이고, 그 곳에서의 방송 협조가 어려워진다.
분쟁에 있어서 방송국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거나 여론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었다.
"강 부장님이 무슨 말씀을 꺼내시는 건지 믿을수가 없군요.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면 앞으로 방송을 위하여 헤르메스 길드의 협조를 받기 어려울수도 있습니다.
"그건 정말 큰문제 입니다. 중앙 대륙을 정복한 제국인 만큼 숱한 방송차질이 벌어질수가 있어요."
"방송국 운영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겁니다."
"모두 어떤 우려를 하고 계신지 압니다. 그러나 하벤 제국이 현재의 기세대로 대륙을 통일했을 때도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시청자들이 과연 그러한 결과를 좋아하겠습니까?"
방송국 관계자들 역시 앞으로의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다.
하벤 제국은 레벨이 높가거나 많이 가진 자들에게는 살기 좋겠지만 대중적인 반발이 심했다. 아르펜 왕국에 비교할수가 없을 정도였다.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중앙 대륙에서 활동하는 유저들이 많다. 그렇지만 북부 대륙만큼의 새로움이나 활기는 없었다. 대륙이 온전히 하벤 제국의 영토가 되고나면 우저들은 지금처럼 행복하지 못할것이다.
강 부장은 힘있게 말을 이었다.
"어떤 반격도 못한채로 아르펜 왕국이 완전히 처참하게 몰락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베르사 대륙의 역사가 다 끝나는 것은 아니지요. 시청자들은 계속 그리워할 겁니다. 로열로드에서 빛났던 숱한 영웅들을... 추억과 역사를. 그리고 위드는 그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역사는 계속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니까 위드와 아르펜 왕국의 입장으로 편향된 방송을 하자는 말씀 이십니까?"
"답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제 의견은 일단은 그렇습니다. 방송의 공정성을 이야기하기에 앞서서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제 말은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추자는게 아닙니다. 무엇이 앞으로를 위해 조금더 나은 방향인지. 그게 옳은 길이라면 우리 방송국에서 과감하게 나설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작 회의에서는 밤샘 토론을 했다.
하벤 제국의 독재에 대하여 과연 올바른 방향이라고 찬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베르사 대륙의 유저들이 자유를 잃어버리고 막중한 세금에 시달리게 된다면, 그때는 현재와 같은 방송은 불가능하다.
유저들은 자유를 꿈꿀 것이다.(일제 감정기?)
아르펜 왕국과 위드의 입장에서 방송을 한다면, 하벤 제국의 통일이후에도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수 있을것이다.
로열로드는 지금까지 큰 인기를 끌어왔으며, 앞으로도 경쟁할만한 다른 가상현실은 나오기 힘들다.
다른 유수의 게임 개발 업체들은 가상현실을 위한 기술개발과 투자비용이 중소국가의 예산을 넘어설 정도로 천문학적인 것을 파악하고나서 전부 손을 놓아버렸다.
성공하면 떼돈을 벌수 있을지라도, 어중간하게 완성되어서는 수입이 한달 운영비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운영비용도 크다. 설혹 무제한에 가까운 자금이 투자된다고 하더라도, 현재는 기술 축적이나 인프라 구축에만 10년 이상은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로열로드는 미래에서 왔냐..)
로열로드에서 개척되지 않은 지도밖의 수많은 세상들.
상상도 못할 비경과 모험의 땅들이 잠들어 있다.
역사적인 왕국들의 문화유산, 유저들의 노력으로 이룩한 도시들.
이미 전 세계의 수억명이 즐기는 가상현실이 되어 있는 만큼 로열로드의 아성은 하벤 제국의 통치이후에도 단단할 것이다.
로열 로드에서 발표한 통계를 분석해보니 아직까지 80%에 달하는 유저들의 레벨이 130이하의 초보단계에 머무르고 있었다.
매일 30만명 이상의 신규 유저들이 등록되고 있다. 그들이 세상을 떠돌어다니게 되면 로열로드는 꾸준히 발전해 나가게 된다. 가상현실은 현대의 인간들에게 또다른 하나의 세계가 되어있는 것이다.
KMC미디어에서는 방송국 사장단회의까지 열어서 방침을 결정했다.
"좋습니다. 단기간의 시청률이나 광고 판매에는 연연하지 않습니다. 아르펜 왕국, 특히 유저들을 위한방송을 하도록 합시다. 결국 시민의 편에 서는것이 가장 공정한 길이 될것입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
"저에게 고마워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역시 추억을 그리워하는 세대이지요. 로열로드 라는 곳에서 새로운 역사가 계속쓰일 것입니다. 우리 KMC미디어는 더많은 사람들이 좋은 경험을 갖게되길 바랍니다."
"휴우 대단하군. 정말 어디까지가 사람의 끝일까."
바트는 대지의 궁전에 엿새 전부터 도착해 있었다.
쉬운 몬스터들이 나오는 던전이나 숲의 파티사냥으로 조금씩 레벨을 올리고 상인으로 활동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북부에는 유저들이 워낙 많이 있기 때문에 좋은 물건을 가져다 놓기만 하면 금세 팔린다. 몇 골드씩의 수익이라도, 수백명을 상대하다 보면 만만치 않은 거금이 되었다.
"돈을 버는 재미만 한게 없군. 물론 예상 불가능한 온갖 위험들도 존재하지만."
대기업의 총수까지 했던만큼 경제에 대한 감각은 남달랐다. 적은 돈을 모아서 점포를 세우고, 믿을만한 NPC를 고용하고, 품목과 거래량을 조절했다. 투자 부분에서는 때론 과감한 결정이 필요했지만, 바트는 익숙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었다.
"돈이 막 벌릴깨 회수를 하면 안돼. 시작이 늦었는데도 남들보다 더 앞서 나가려면 달리는 호랑이에 올라타야 하지."
그가 보기에 북부 대륙에는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라고 해야할 정도로 기회가 널려 있었다. 다른 직업들도 그렇겠지만 상인에게는 정말로 꿈의 대륙이었다.
부족한 인구는 신규유입되는 유저들로 매꾸어지고 있었으며, 각 도시들의 생산력은 팽창하는 중이다.
다른 상인들도 적극적으로 활동을 했지만 경험 부족으로 인해 미흡한 측면이 많다.
제대로 자본금도 마련해 놓지않은 채로 회수가 늦어지는 물품에 거액을 투자한다거나, 몇푼 되지도 않는 돈을 벌려고 경쟁이 치열한 품목에 발을 담그고 있다. 혹은 초보 상인 시절 때부터 제법 이득을 봤던 물품의 거래를 고집스럽게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흔하디흔한 실수다.
"무기류는 지금까지 이득을 많이 가져다 줬지만... 대장간의 생산력이 최근에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군. 무기상인 경쟁자도 늘어났고 그들 때문에 마진이 많이 줄어들었으니 직물류로 갈아타 볼까. 모리타에 새로운 가죽 갑옷들이 많이 나왔던데, 벤트 성까지만 가져가서 팔면 대박 확정이야. 회전율이 좋아서 마차 두세대 만큼의 물량을 한나절이면 다 팔수 있을테지."
바트는 그런 면에서 변화의 시기마다 과감한 결단과 투자를 해냈다. 매일의 시세를 확인하고, 다른 도시들의 정보에 귀를 기울인다. 모리타와 바르고 성체, 벤트 성에서 작은 점포를 운영하면서 기회만 엿보이면 전재산 이라도 투자해서 상단을 꾸려 교역을 했다.
상단과 점포의 자본금이 많지않기 때문에 북부가 떠들썩해질 정도의 큰 무역 이득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활동하는 도시에서는 바트의 이름이 가끔씩 알려질 정도는 되었고, 시장 상인들과도 안면을 텃다.
"돈이 더 많이 있다면 생산에도 투자를 하고 농장도 많이 만들텐데. 농부들만 고용하더라도 쏠쏠하게 벌리는 것 같군. 목축업 분야도 전망이 매우 밝고."
아르펜 왕국은 농업과 목축업 분야에 경쟁력이 뛰어났다.
전사들 에게는 그만한 분야들이 상관이 없을 테지만, 상인들에게는 왕국 전체에서 땅과 건물을 비릇해 생산되는 모든 물품이 거래의 대상이 될수 있다. 간단히 도시인근의 포도농장에만 투자를 하더라도 상당한 마진을 쉽게 거둘수가 있었다.
니플하임 제국의 유물이나 예술품을 비롯하여 수많은 물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 아르펜 왕국의 상인은 황금의 시대를 살아갔다. 상인들의 대활약이 없었다면 왕국의 눈부신 발전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판과 가몽을 선두로 하여 북부에서는 각 분야에 영향력을 갖춘, 대상인으로 불리는 유저들이 속속 태어났다.
-특산품 개발.
-장인들을 고용하여 대형 공방 운영.
-난관에 빠진 마을들에 신속한 생필품 공급.
-광산 채굴.
-목장 운영.
과중한 세금과 차별이나 규제가 없는 자유로운 상업의 발달은 아르펜 왕국의 특별한 경쟁력이 되어 국경의 구석구석까지 상인들의 발길이 닿게 했다.
상인들의 활동은 도시 발전과 기술개발, 생산력의 확대, 인구 증가의 결과로 이어졌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이 조각사 위드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화분야의 경쟁력이 남다르다. 예술의 발달, 국경의 확장에 있어서 유리함이 많았으며, 주민들의 행복과 충성도를 항상 높게 유지시켰다.
문화의 혜택은 부수적으로 주민들의 지식수준도 약간이나마 상승시켜 준다. 학자들의 탄생은 왕국의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여, 낭비되는 예산을 감소시키고 마법사들의 비율을 늘려 주었다.
만약 상인이 국왕이 된다면 직업의 특성이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 기대될 정도였다.
바트느 현재 상당한 재산을 모으고 있었지만, 하벤 제국의 침략을 막기 위한 전투를 구경하기 위해서 전투물자를 산더미처럼 사서 대지의 궁전에 왔다.
"팝니다, 팔아요! 레벨 250에서 330까지 되시는 유저들이 쓸 만한 잡다한 물품들요!"
초보자들을 위한 상품보다는 중급 레벨들을 위한 물건들 위주로 가져왔다. 그 이유는, 초보자들을 위한 물품은 가져와봐야 비싼 가격은 못받을 테고, 어짜피 30분 내로 다 팔려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저들이 많은 장소에서는 가격만 맞다면 무엇이든 팔린다.
유저들만큼이나 상인들도 몰려서 온갖 물품들을 거래하고 있었다.
"마법물품! 보호를 위한 마법물품 입니다. 최하 500골드짜리부터 있습니다요."
"쥐고기! 갓잡은 신선한 쥐고기! 들판에서 잡아서 아직도 신선해요!"
"프레야 교단의 성수와 은총의 촞대 팝니다. 물량은 딱 1시간 팔것 정도만 남아 있어요."
마법 물품거래 상인, 교단전속 상인들까지 볼수 있었다.
"뭐, 어디까지 다녀 보셨수? 북쪽으로 올라가서 비경의 산맥에도 가 보셨다고? 그렇다면 쓸만한 퀘스트용품이 있는데 뭐와 이어지는지는 모르오 단돈 50골드니 일단 사보시구려."
"에헴, 내 모험 기록인데... 중간에 뭐, 죽긴 했는데요, 안달리아 마을 옆의 숲에 들어가 보시려면 참고삼아 구입해 보세요. 아직 파티도 거의 없는 곳입니다. 단돈 15골드에 모셔 볼게요."
일부에서는 퀘스트용품, 모험 기록, 지도도 판매했다.
시장 바닥도 이만한 곳이 없었다.
바트는 적당한 가격에 물품들을 다 팔아 버리고 나서 홀가분해졌다.
"벌써 다 팔다니, 장사가 이렇게 잘되면 돈버는 맛이 나지."
이젠 서윤과 위드를 가까이에서 보고싶은 마음도 굴뚝같았다. 하지만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그들을 발견하기란 불가능했다. 물론 두사람이 나타나기만 한다면 떠들썩 해지겠지만, 바트는 도저히 가까히 다가갈수도 없으리라.
"여기 어디엔가는 있겠지? 부디 오늘 안전해야 할 텐데."
"언니, 이쪽으로 오세요"
서윤은 삶은콩죽 부대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남자 여섯 여자넷으로 구성된 작은 파티. 알카사르의 다리 전투를 겪으며 친해진 사람들끼리 함께 다녔다.
'북부에 저렇게 강한 여자가 있었나? 무기를 다루는 실력도 일품이고, 공격사이로 뛰어드는 용기도 놀라웠어.'
'나보다 강하겠지. 올해 내로 따라 잡아준다.'
'예쁠것 같다. 저 가면을 벗은 모습을 보고싶은데.'
남자들은 은근히 서윤을 의식하고 있었다.
전투중에 보여준 엄청난 실력은 물론이고, 가면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누부신 외모.
얼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는 결점을 찾아볼수 없는 최상의 미를 가지고 있다.
가면을 벗은 모습이 기대되면서도, 설혹 예쁘지 않은 얼굴이 나올것 같아서 걱정까지 했다.
'신이 한 사람에게 모든 아름다움을 주진 않았겠지. 뭐 얼굴을 보면 실망하고 말꺼야.'
'환상처럼 간직하는 편이 좋을지도.'
서윤에게는 범접할수 없는 분위기가 있어서 남자들이 말도 걸지 못했다. 그럼에도 서윤은 친하게 지내는 여성 유저를 통해서 그녀에 대해 조심씩 알아갔다.
"아항 직업이 광전사예요? 그검 엄청 얻기 어렵다고 소문이 았잖아요. 전투에 푹 빠져야 한다고 하던데."
"응...."
아침에 지저귀는 새보다도 훨씬 곱고 예쁜 목소리.
남자들은 태연한 척 앞에서 걸으며 생각했다.
'목소리가 예뻐야 미인이지. 저 목소리로 바가지를 긁는다면 행복이다 집에 완전 빨리 들어오고 말 거야.'
'크윽 안돼. 나의 이상형 기준이 무너지고 있어. 이건... 아, 난 앞으로 여자를 사귈수 있을까.'
'미녀란 무엇인가, 논문을 쓰고 싶군. 나뿐만 아니라 모든 남자들이 관심있어할 내용이지.'
'신도 가끔 실수하지 않았을까. 저 가면속에 평범한 얼굴만 있더라도 끝내주는 건데. 처음엔 신비한 느낌을 주더라도 곧 자랑하고 싶어서라도 본인이 진작 가면을 던져버렸을 거야. 아직까지 안벗는걸 보면 가리는게 낮기 때문이겠지. 아쉽다."
남자들은 머릿속에서 상상의 인물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언니는 대학생 이예요?"
"휴학했어."
"남자 친구는요?"
서윤은 있다는 의미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으아...'
'안돼'
'신이여'
'절망. 완전 절망.'
남자들은 좌절에 빠지고 말았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뼛속까지 울려오는 진한 상실감.
'남자친구야 바뀌는 것이니까.'
그렇더라도 막상 서윤을 편하게 대할수는 없었다.
분위기와 미모, 목소리가 너무나도 우월하다. 자신과 같은 세상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아름답고 아련한 꿈속의 세상에서 잠깐 나타난 것 같은 느낌.(신격화 시키겠네;)
"언니는 취미가 뭐예요?"
"요즘은... 조각"
"잘해요?"
"배우고 있어."
"자취하세요?"
"응."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 챙겨먹기 귀찮지 않아요?"
"재밋고 즐거워. 남자 친구 밥도 해주고 그래."
"성가시잖아요."
"행복해."
슬슬 하벤 제국군과의 전투가 고조되어서 삶은콩죽 부대가 출전할 차례가 되었다.
서윤은 살짝 뒤로 물러났다.
"언니?"
"난... 싸울수 없어."
"왜요 겁이 나요? 괜찮아요. 다같이 싸우러 가잖아요."
"싸울수 없어 내가 위험에 빠지거나 죽으면 그 사람에게 안좋거든. 그의 생명력도 줄어들어."
"그게 무슨 말인지... 아무튼 알았어요. 그럼 싸우지 않아도 돼요."
서윤의 말을 들은 동료들의 표정이 대번에 나빠졌다.
자랑스러운 풀죽신교의 일원으로써 하벤 제국에 대핳하지 않는다니 실망스러움이 밀려왔다. 동료들이 모두 죽으러 가는데 혼자 살려고 하다니, 갑작스러운 배신감마저 들었다.
동료였던 여자가 냉정하게 말했다.
"여긴 위험하니깐 어짜피 싸우지 않을 사람은 필요 없어요. 다음에 봐요, 언니."
"응."
서윤은 고개를 흔들면서도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못했다.
슬로어의 결혼반지.
배우자가 위기에 빠지면 생명력을 50% 전달해 줄수 있다.
반대로 자신이 위기에 빠지게 되면 위드의 생명력을 빼앗아 오게 될것이다. 그녀는 위드를 위하여 전투를 포기하고 전장을 벗어나기로 했다.
북부의 유저들은 차돌처럼 단단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야 말로 하벤 제국군을 막아낼수 있을거야."
"대지의 궁전에서는 충분하지. 우리도 진짜 많이 모일테고, 또 위드님이 지휘를 해 주실꺼 아냐."
"암, 위드님의 지휘만 따르면 돼. 마법간은 지휘력으로 어떻게든 하벤 제국군을 격파하고 말껄."
"알카사르의 다리에서도 놈들에게 적지않은 피해를 입혀서 놈들도 예전같지는 못할게 틀림없지."
전쟁의신 위드가 다스리는 아르펜 왕국.
베르사 대륙에 실존하는 왕국이지만 어딘가 동화책 속에 나오는 느낌이 다분했다.
모험으로 탄생하여 작은 도시에서부터 짫은 기간 왕국으로 눈부시게 발전을 하였기에 유저들도 용기와 도전정신을 만끽하며 살아갔다. 보리빵 몇개만 가지고 신나게 쾌스트르 하기위해 사람들이 살러가고 열광하는 아르펜 왕국.
이번만큼은 하벤 제국을 물리칠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자신감이 깨어진 것은 전투가 벌어진 직후부터 였다.
하벤 제국군의 마법 공격력은 대지를 파헤치고 산을 무너뜨릴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거세게 북부 유저들을 휩쓸었다.
폭발,폭발,폭발. 밀집해서 몰려있던 유저들이 불구덩이에서 떼죽음을 당했다.
하벤 제국군의 화살과 마법을 수단으로 한 무차별 공격이 북부 유저들이 모여있는 곳들을 난타하고 있었다.
"모두 견뎌내요! 이 마법이 끝나면 우리에게도 반드시 기회가... 꽤액!"
"인내하고 풀죽신교의 힘을 보여 줍시다!"
북부 유저들이 갖는 희망은 하벤 제국이 자랑하는 마법병단에도 마나의 한계가 있을거란 점이었다. 마법사의 공격력은 전장에서 다른 이들이 감히 흉내도 낼수없을 정도이지만 오래 지족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도 하벤 제국군을 너무 얕본 것이었다.
중앙 대륙을 통일한 마법병단과 제국의 군대는 보통 강력한게 아니었다.
"마법이 계속 날아오잖아요!"
"어떻게 이럴수가...말도안돼요."
"계속 돌격합시다 놈들에게 쉬는시간을 주면 절대 못이깁니다.
지휘관이 없느 ㄴ북부 유저들은 개인들의 판단에 인하여 휩쓸려서 돌격을 하다가 또는 한꺼번에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마법이 일제히 날아오면 피하기 위해서 흩어졌다.
일대일 싸움이라면 사람들의 판단이 효과적인 경우가 많지만, 다수의 싸움이 된다면 그들끼리 뒤엉켜 버리거나 공격할 시기를 놓쳐버린다. 싸울 사람들이 각자 생각을 하면 진형을 이루고 체계적인 전투를 하는 적을 뚫을수가 없다.
포르우스 강을 넘은 이후부터 덤벼 들었던 풀죽신교의 유저들은 초보들이 많아서 단순하게 돌격만 했다. 운이 좋은면 하벤 제국군의 기사와 보병에게 약간의 피해를 입혔지만, 그것도 대부분 봉쇄되어서 통하지 않았다.
하물며 대지의 궁전 앞에서는 전쟁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더군다나 레벨이 높은 이들은 목슴을 거는 각오를 다졌다고 해도 몸을사리기 마련, 전체 인원중에 일부에 불과하더라도 그들 때문에 돌격이 지연되는 정체 현상이 발생했다.
"지금 다가가는건 의미가 없습니다. 놈들의 마법이 중단되었을 때를 노립시다."
"곧 마나가 떨어질 겁니다. 제가 마법사라서 압니다. 저들도 간신히 버티고 있을 거예요."
"갑시다! 돌격준비!"
하벤 제국의 마법병단은 마나 소모를 최소화하는 장비들을 착용하고 있었다. 애초에 모험이나 사냥을 하는 유저들이 아닌 마법사 전투 군단의 개념이기 때문에 장비들도 그에 맞춰서 착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방어력은 빈약하지만, 그런만큼 중장갑 보병의 보호를 철저히 받는다. 마법 병단은 3/4배나 되는 마나와 마력을 가지고 전장을 움켜쥐는 전략무기가 된것이다.
"모이고 응축한 힘이여, 터져라. 파이어 필러!"
콰콰콰콰콰콰!
수십 미터나 되는 불의 기둥이 북부유저들이 모여있는 전장에서 솟구치기 시작했다.
마법병단이 발현시킨 것은 믿을수 없게도 대광역 화염마법!
베르사 대륙 역사에는 한 시대를 좌우하는 천재 마법사들이 다수 나타났었고, 그들이 연구한 수많은 마법들이 탄생과 소멸을 반복했다.
경지가 높은 마법사들은 수명이 다해 가거나 연구에 몰두하고 싶어지면 던전에 틀어박힌다. 그리하여 제자를 남기지 못한 경우에는 던전에 그들의 연구결과나 마법이 남았다.
침입자에게 쉽게 모든 보물을 안겨 주지 않기 위하여 몬스터와 함정은 필수!
하벤 제국에서는 중앙 대륙을 통일하고 나서 던전과 유적의 발굴잡업을 적극적으로 이루어 냈다.
명문 길드들로 조각조각 나뉘어 있던 시기, 국왕과 귀족의 권력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던 과거에는 특별한 던전들은 발굴 허가를 얻어야 했다.
하벤 제국에서는 모리타의 대도서관을 본떠서 던전에 대한 정보를 한곳에 모으고 정보부의 분석을 바탕으로 숨겨진 장소들을 마구 찾아냈다. 화염의 상위마법 파이어 필러도 그런 식으로 발견되었던, 최소 50인의 마법사들이 동원되어야 쓸수있는 전쟁용 공격마법 이었다.
"으아...대단하다."
"엄청나네 진짜."
"무섭긴 한데 여기서는 따뜻하다."
"동남아로 온것같아. 그렇지?"
북부 유저들은 상당수가 오히려 신기하다고 구경을 했다.
하늘을 꿰뚫은 것처럼 솓구친 불기둥들은 그저 황홀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될 정도였던 것이다.
장엄한 순간, 도망치다가 죽는사람들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멍하니 구경하다가 죽어갔다.
조금 먼 곳에 있던 북부 유저들도 처음보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마법에 감탄을 드러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초반에 불기둥에 휘말린 사람들이야 딱하고 안되었지만 공격범위를 약간만 벗어나더라도 위험과는 상관이 없는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과연 헤르메스 길드다. 별 마법을 다 가지고 있네."
"진짜 와서 보길 잘했어. 이런 마법을 또 언제 보겠냐. 학교가서 자랑 해야지."
하지만 곧 그들에게도 끔찍한 위험이 다가왔다.
"파이어 필러 토네이도 스트림!"
마법병단에서는 2차 발동되는 마법을 외웠다.
파이어 필러는 화영의 기둥을 세우는 것이었다.
최소한 50인의 고위 마법사가 소모하는 막대한 양의 마법에 비해서는 위력이 약한게 사실이다 장대하게 솟구치는 화염기둥에 집접적으로 닿지않으면 별다른 타격이 없었다.
그렇지만 2차로 발동되는 마법이 완성되자 붕기둥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땅에 땋아있는 아랫단 부터 회적을 하기 시작하며 올라가더니 곧 거대한 불의 회오리가 완성되었다.
파괴범위가 수십배나 넓게 확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불의 회오리들이 그자리에 가만히 서있지 않고 제각각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불의 회오리들은 북부 유저들의 진영을 처참하게 휩쓸었다.
예측할수 없는 경로로 움직이면서 강력한 흡입력으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빨아들였다.
"안돼! 타서 죽는건 처음이란 말이야."
"우, 움직일 수가 없다. 곧 저기로 빨려 들어가 버리고 말겠디. 나 곤잘레스가 이렇게 허무하게..."
화염 계열의 공격마법은 북부 유저들을 정말으로까지 몰고갔다.
북부의 수많은 유저들이 모여있다고는 해도 그들은 마법과 화살의 공격 지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대부분 쓰러졌다.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던 북부 유저들에게 변화가 생긴것은 그때였다.
"간악한 군대와 맞서 싸우는 이들이여, 적을 보며 두려워하지 마라! 사막의 모래 폭풍보다 뜨겁고 험한 것은 없으며 우리의 육신은 흙으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니, 마지막까지 가치있는 마음은 용기이리라!"
어디서인지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북부 유저들의 귓속에 들려온 것이다.
-세계를 구하는 용사의 외침을 들었습니다.
체력이 회복됩니다.
체력의 최대치가 50%까지 증가합니다.
전투와 관련된 모든 스텟이 한계를 넘어갑니다.
자신의 투지에 따라서 최대 2배의 스텟능력을 발휘할수 있습니다.
열두 종류의 신들의 다양한 축복이 당신에게 부여될 것입니다.
"갑자기 뭐지?"
"누구야? 이런 축복능력이 있다니, 말도 안되잖아."
"거짓말 같아. 이런 거 텔레비전에서도 본 적 없는데."
"주변에 사제도 없던데?"
북부 유저들은 마법공격을 당하며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주위를 둘러 보았다.
워낙에 많은 인원이 몰려있는 탓에 앞서 있는 선두 부분이 아니라면 하벤 제국군의 맹공격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있었다.
아르펜 왕국의 수도인 대지의 궁전!
가까운 위치에 있는 이들은 볼수있었다, 한쪽 귀퉁이의 절벽에서 풀잎과 나무를 엮어 놓은것만 같은 엘프 갑옷을 착용하고 있는 전사를.
흔한 전사 1명이라면 금방 고개를 돌려 버렸을 테지만, 그의 얼굴을 알아 본 몇명은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헤스티거?"
"헤스티거다!"
"말도안돼! 헤스티거가 어떻게 여기에 나타나?"
"전쟁의 시대 영웅 아니야?"
아르펜 왕국의 유저들 에게는 필수시청 프로그램이라고 할수있는 위드의 모험.
전쟁의 시대를 휘젓고 다닌 사막의 대제왕, 그리고 엠베뉴 교단까지 격파하는 그 한복판에 사막전사 헤스티거가 있었다.
재능과 외모, 지휘 능력까지, 모든 면을 겸비한 사막전사.
일부에서는 그의 팬클럽까지 만들어 놓고 열광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냥 똑같이 생긴 사람?"
"저 미친 외모의 동일인이 있을리 없잖아!"
"얼굴은 그렇지만 몸매까지 같다는건 절대 불가능하지. 진짜 헤스티거 같은데."
"방금 그 축복도 불가능한거 아니었어?"
바람이 불어오면서 헤스티거의 머리카락과 망토가 휘날리기 시작했다.
"꺄아악! 진짜 헤스티거야!"
"어머, 어머!"
여성들의 반응은 단연 폭발적 이었다.
그녀의 마음을 놀이기구를 탄것처럼 뒤흔들어 놓을 정도의 외모, 귀족처럼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몸매에서 느껴지는 넘치는 힘과 야성미.
근육으로 다듬어진 몸매만 놓고 보자면 검치 등과 비슷했지만 결정적으로 차이가 나는 부분은 얼굴이었다.
훤칠한 몸매의 완성은 키와 얼굴!
대지의 굴전에서 부터 밀물처럼 헤스티거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헤스티거가 큰 소리로 외쳤다.
"아르펜 왕국을 지키는 전사로서...그리고 사막 대제왕의 영원한 부하로서 헤스티거가 이곳에 있는 이들에게 명하노니, 나와 함께 싸워 저들을 물리치자!"
북부 유저들의 눈앞에 일제히 메세지 창이 떳다.
띠링!
세계를 구하는 용사의 부하!
헤스티거는 아르펜 왕국의 국왕으로부터 이번 전투에 대한 지휘권을 위임받았습니다. 앞으로 아르펜 왕국의 군대는 그의 명령을 따를 것입니다.
헤스티거는 이곳에 와 있는 당신에게도 묻고 있습니다.
아르펜 왕국을 통솔하는 그의 부하가 되어서 하벤제국과 싸울것입니까?
긔의 부하가 되는 것을 승낙하면 지휘에 따라야 합니다.
헤스티거의 찬탄이 나오는 지도력은 때때로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육체의 자유를 빼앗아 갈수도 있습니다. 또한 전쟁 중에 원하지 않더라도 필요에 의해 목슴을 바쳐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대한 용사의 지휘를 따른다면 귀중한 전투 경험을 얻게 됩니다.
적과 싸워서 승리했을 경우 경험치와 스텟을 얻을 가능성을 높입니다. 아르펜 왕국의 국가 공적치도 평소보다 더 많이 쌓일 것 입니다.
세계를 구하는 용사의 부하!
용사는 한 시대에 단 1명만이 존재한다.
엠비뉴 교단을 물리칠 당시에, 위드가 전직을 통해 세계를 구하는 용사가 되었다. 그 후에는 헤스티거가 업적을 세워서 가장 뛰어난 그 직업을 이어받게 되었다.
전일, 전이도 전투 능력만 놓고 본다면 그리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신앙심과 기품 등 전체적인 능력에서는 헤스티거가 최고를 자랑했다.
위드의 심술로 인해 팔로스 제국은 이어받지 못했지만, 헤스티거야말로 그의 실질적인 후계자라고 할 수 있었다.
"진짜 헤스티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내가 용사의 부하라고? 곰도 사냥을 못하는데."
북부 유저들은 당황스러웠다.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하던 전재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헤스티거라니... 진짜 끝내주잖아! 용사의 부하라면 영광 아닌가."
"요거 요거, 고스톱으로 따지면 스리고에 피박, 광박, 멍청이에 흔들고, 5광 쯤의 상황?"
"역시 위드님이 어딘가에 있었어!"
"헤스티거가 그냥 나타난게 아냐. 국왕 폐하께서는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 세계를 구하는 용사의 부하가 되어 저들을 물리치자!"
"헤스티거도 풀죽신교의 일원! 독버섯죽 명예회원님께서 나타났다아!"
"우와아아아아아아! 저를 부하로 삼아 주세요! 평생 두고두고 부려 먹어 주셔도 좋아요 저는 노예에요, 노예!"(미쳐 가는구나..)
하벤 제국의 가공할 힘 앞에 주눅들어 있던 군중심리의 폭발!
"부하가 되겠습니다!"
"저는 원래 명령을 따르는걸 즐기고 있습니다. 부디 아프게 때려 주십시오!"
-세계를 구하는 용사의 부하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당신의 결단에 경의와 감사를 표시할 것입니다.
현재 싸우는 동료는 4,928명 입니다.
그리고 몇 초 후.
띠리리리리리링!
-세계를 구하는 용사의 부하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당신의 결단에 경의와 감사를 표시할 것입니다.
현재 싸우는 동료는 9,483,201명 입니다.
"크오오오!"
"우린 모두 다 함께다!"
유저들 사이에서 거대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 이후로도 초 단위로 빠르게 올라가는 동료의 숫자는 모든 두려움을 떨쳐 내기에 충분했다.
차분히 생각해 본다면 그들 모두가 결국은 하벤 제국과 싸우기 위해서 이미 여기에 모인 인원이었다. 그럼에도 확실하게 하나의 집단으로 수치화되는 것은 크나큰 용기를 이끌어 내었다.
"사막의 전사들은 물러나면서 싸우지 않는다. 더 강한 적이라도 부수려면 덤벼들어야 한다. 전군, 전속력으로 돌격하라!"
헤스티거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유저들은 자신의 몸이 이끄는 강한 흐름을 느꼈다. 흐르는 강물의 거센 물살이 앞으로 밀어내는 느낌과 함께 두 다리가 저절로 움직이면서 하벤 제국을 향해 뛰어가게 된다.
그것도 보통의 달리기가 아니었다.
유저들은 민첩과 체력의 수치해 따라서, 혹은 달리기와 관계된 스킬에 의해서 이동속도가 결정된다.
방어를 위해 가벼운 가죽 갑옷만 걸쳐도, 초보자들은 생각보다 빨리 달리지도 못하고 금방 지쳐버린다. 사냥감이 도망을 가더라도 잡지를 못하니, 평지보단 던전을 좋아하는 이유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레인져의 경우에는 특수한 스킬을 발동시켜서 숲에서는 일시적으로 빨랐지만, 유저들은 대부분 그런 스킬을 가지지 못했다.
보통 때 토끼가 뛰어가는걸 멍하니 지켜보기만 하는 수준이라면, 지금은 휙하고 지나쳐 버릴 정도로 이동속도가 빨라졌다. 100미터 달리기를 기준으로 한다면 10초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였다.(우사인 볼트..)
-세계를 구하는 용사가 집단 스킬'맹렬한 의지의 날벼락 돌격'을 발동 합니다.
이동속도가 최대 129% 까지 빨라집니다. 집단 스킬의 특징상 속도의 최대치는 가장 느리게 달리는 이에게 맞쳐집니다.
모든 부하들에게 적용됩니다.
북부 유저들이 기마병을 능가하는 빠른 속도를 내면서 하벤 제국을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간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잖아?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나 같은 놈은 이 세상에 넘쳐 나. 나 하나쯤이야 뭐, 있으나 마나 달라질게 없겠지. 크흐흑!"
북부 유저들의 대돌격!
아직 화영 마법의 여파가 남아 있어서 크기는 줄었지만 불의 회오리가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땅도 갈라지고 이글이글 타올랐으며, 곳곳에서 전기 충격도 일어났다. 죽으려고 시도하는게 아니라면 감히 뛰어가지 못하고 기다렸으리라.
그러나 북부 유저들에게 지금 생각따윈 없없다.
-대지의 여신 미네의 축복이 부여됩니다.
30초동안 입는 피해를 68%까지 감소시킵니다.
-프레야 여신의 축복이 부여되었습니다.
신앙심과는 담을 쌓고 지낸 당신이지만 여신은 용사 헤스티거를 총애하고 있습니다.
그의 부하가 된 당신에게 특별한 신체를 부여합니다. 굶주림과 투지 부족으로 인하여 위축되어 있던 시체능력이 정상화 되었습니다.
-정의와 봄의 신 발데르가 당신에게 반지를 부여합니다.
발데르의 반지 : 내구력 70/70
능력이 알려지지 않은 반지입니다.
무언가 좋은일이 일어날것 같습니다.
-군신 아트록이 축복을 내립니다.
동료들과 함께 싸울때 전투력이 증가합니다.
전쟁중에 발휘하는 공격력을 추가하고,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오오오오오! 축복, 축복! 생전 처음받아보는 축복이다."
"최고다! 이 기분이면 무조건 간다!"
"내가 바로 말룸 마을의 미친개 파인이다! 왈왈왈왈, 컹컹컹컹, 멍멍멍멍! "(이놈도 미쳤군요)
"난 꼬냑 성의, 눈에 보이는게 없는 스카티다 거기 그대로 기다려라 이놈들!"
결국 죽음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지만, 평소 접하기 힘든 여러 신들의 축복을 받은 그들을 잠깐이라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북부 대륙에 퍼져있는 푹죽신교!
종교적인 구속력이라기 보다는 일상생활 자체에서 북부 전체를 아우르는 집단 구성체였다.
모험과 자유를 만끽하는 북부의 유저들은 당연하게 풀죽신교에 소속된다. 현실에서는 의사나 은행원, 연구원 등 저마다 다른 직업에 종사하더라도 로열 로드에 접속을 하면 풀죽신교에 빠지게 되었다.
"풀죽, 풀죽, 풀죽!"
누군가가 외치닌 군중 전체가 하나가 되어서 동시에 고함을 질렀다.
모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또하나의 생활.
현실에서 가슴속에 쌓이기만 하던 막대한 분노와 억압이 끓어오른다.
하벤 제국의 침략으로 인하여 마지막 보루마저 정복당하고 말 것이라는 괴로움, 마음 깊은곳에 누적되어있던 모든 압박감이 붓물처럼 터져나왔다.
"모든 죽 부대여, 우리에게 계획이 무슨 필요냐. 그대로 돌격하자!"
"풀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