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41권 : 3) 일어나는 대재앙 (278/520)

3장 일어나는 대재앙

북부의 유저들은 밀물처럼 밀고 들어왔다.

앞뒤 가리지 않고, 훗날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있는 힘껏 전력을 다해서 질주했다.

하벤 제국의 막강한 공격력은 감히 덤벼들지 못하게 하는 높고 큰 공포의 장벽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 심리적인 한계를 뚫고나니 전력을 다한 돌격이 이루어졌다.

시작과 끝을 알수없는 인원이, 그것도 각자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가장 빠른 속도를 내며 달린다.

하벤 제국의 마법과 화살, 공성 병기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었지만 그 포화를 뚫고도 진군해 오는 유저들이 속출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군단장 들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변화에 경악했다.

"상황이 이상합니다."

"저도 보고 있습니다. 저 헤스티거가 진짜입니까?"

"정보부에서도 아무 이야기가 없었습니다만, 지금은 진위 여부를 가릴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경험이 적은 지휘관이라면 놀라고 당황하여 엉뚱한 실수를 저질렀을수도 있다. 그러나 하벤 제국의 군단장들은 다수의 전쟁을 겪은 만큼 냉정함을 유지했다.

"마법병단과 궁병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리지요. 적들의 일시적인 대공세에도 흔들리지 말고 계속 공격합시다. 놈들이 거세게 저항을 시작했을뿐, 우리가 불리해진 것은 아닙니다."

"총동원령으로 공격한다면 최대 피해를 줄수있는 시간이 오래가지 못합니다. 불과 5분도 되지 않아서 병력이 지치고 나면 공격력은 절반 이하가 됩니다."

"마법 파괴 지대를 통과하고 살아서 접근하는 적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 후에는 지금처럼 중장갑 보병과 기사단이 적들을 막으면 됩니다. 우리의 군대도 많은 만큼, 적들에게 휩쓸릴 염려따위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군단장들은 짫은 토의를 벌인 끝에 강력하게 대처하기로 경정했다.

현재 하벤 제국군의 북부 정벌군은 총 170만의 병력을 자랑한ㄷ. 전투중 손실, 점령 지역의 배치, 알카사르의 다리 붕괴에 따른 피해 등으로 인하여 감소한 병력이었다.

"총원 전투 배치! 1급 전투경계를 시작한다."

"궁병들은 순차적으로 사격! 마법사들은 위력보다는 지속력이 강한 마법을 써라!"

하벤 제국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각자 지휘하는 병력이 적들과 집접 마주 싸우기 위해서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그동안의 전투는 원거리 공격으로 거의 끝장을 낼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유저들이 너무많고 빨리 달려오고 있다.

분명 사람들이 뛰어오는 것인데도 범람하는 물이나 홍수처럼 느껴지는 대대적인 군대. 높고 두꺼운 방조제나 댐도 최대 한계를 넘어서게 되면 한꺼번에 무너딜수 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닥치는 대로 쏴라!"

유저들을 처리하기 위한 공격이 마법 파괴 지대로 집중되었다.

"으어억!"

"켁!"

섬광과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비명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죽어 가는 유저들이 숱하게 많았다.

독을 퍼뜨려서, 레벨이 낮은 유저들은 아예 사망을 시켜버리고 무사히 넘어 가더라도 중독으로 신체 능력을 떨어뜨렸다.

그러나 희생자들을 뛰어넘어서 너무 나도 빠르게 많은 유저들이 질주해 오고 있었다.

"드디어 내가 왔다. 돌진베기!"

"모든 힘을 한점으로 끌어모아... 강격!"

북부 유저들이 하벤 제국군에 마구 덤벼들면서, 중장갑 보병들이 들고 있는 방패에 불꽃이 튀었다.

초급 스킬들은 간단히 방패에 가로막혔다.

하벤 제국군의 최정예 중장갑 보병을 공격력이 약한 초보들이 뚫기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힘껏 미세요!"

"공격은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마구 밀어 버려요!"

"으쌰으쌰!"

누가 먼저 제의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초보 유저들은 달라붙어서 중장갑 보병을 손으로 밀었다.

힘과 체력에 있어서도 초보와 레벨200 이상의 유저들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수백명씩 달라붙어 밀어붙이니 중장갑 보병들이 아무리 버티려고 해도 땅을 헤집으며 뒤로 밀려갔다.

"반격!"

촤차창!

초보 유저들이 방패를 거두고 뛰쳐나오면 초보 유저들은 저항도 못하고 목슴을 잃었다. 무기나 방패를 들고있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상관하지 말고 계속 밉시다. 우리가 할수있는건 이것밖에...!"

"대륙 끝까지 밀어 버립시다!"

유저들이 더 많이 달라붙으면서 중장갑 보병의 진형을 무너뜨렸다.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소녀유저들은 눈물을 펑펑 쏟고 있었다.

"으흐흑, 아르펜 왕국은 정말..."

"언니들, 오빠들! 우리 희망을 잃지말고 싸워요!"

그녀들의 여린 마음속에는 이 전쟁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으리라.

간악한 하벤제국과 순수하고 착한 아르펜 왕국의 전쟁!"

실제로 바드레이와 헤르메스 길드가 높은 세율과 여러 규제들을 통하여 이권을 장악하고 주민들을 힘들게 하는 부분은 있었다.

그래도 인생을 좀 오래 살다보면 지배층이란 그놈이 그놈이란 사실도 알게된다. 그러나 이들은 위드의 진면목을 모르다 보니 조금더 악질적인 제국의 침략에 맞서서 싸웠다.

북부 유저들 중에서 레벨이 높은 이들은 진형이 무너지는 틈을 타서 중장갑 보병들을 1명씩 제압했다.

"놈들은 방어만 하고 있습니다. 마음껏 공격합시다!"

"가까이 달라 붙으면 안전해요. 쉴틈을 주지 않고 계속 싸워요!"

"레벨이 400넘는 분들! 앞에서 한놈씩 없애지 말고 그대로 돌파하세요! 공간만 열어 주시면 나머지는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북부 유저들의 숫자가 워낙에 많은 만큼, 철벽일줄 알았던 중장갑 보병집단도 피해를 입었다.

"이런 안좋게 됐군."

북부 정벌군에 속해있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의 얼굴이 굳었다.

'여기까지 올 줄은... 저렇게 많은 유저들이 우리와 끝까지 해보겠다고 싸우다니 말이야. 그래봐야 도저히 안될텐데.'

'우리가 나쁜짓을 어지간이 많이 하긴 했나보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배를 떠올리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는 1명도 없었다.

중앙 대륙에서의 전쟁은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라고 하더라도 아차하면 목슴을 잃어버릴 정도로 치열했다. 잠시도 방심을 해서는 안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전장에서는 공격을 당하더라도 간지더운 수준에 불과하다. 아무리 거세게 덤벼들더라도 죽는 쪽은 대부분 북부 유저들이다.

궁병들과 마법병단은 전력의 핵심이었다.

모든 방어진이 돌파당하지 않는 이상 그들은 건재할 것이며, 일반 보병들은 방어에만 전념하면 며칠이라도 버틸수 있을 것이다.

원거리 공격 부대의 실상 능력을 고려한다면, 몇 시간만 지나더라도 하벤 제국군은 자신들의 수십배가 넘는 병력도 이길수가 있는 것이다.

이번의 전투에서도 빛나는 승리를 쟁취하리라.

"적당히 절반쯤 죽이면 나머지는 알아서 흩어질줄 알았는데... 정면승부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이곳에 있는 사람은 가리지 말고 모두 죽여라!"

"앗, 벌써 시작했다."

이리엔은 다른 동료들과 함께 전장에 도착했다.

유린의 그림 이동술의 특정상 대지의 궁전이 있는 산봉우리 중의 하나였다.

평원에는 온통 유저들로 가득했고, 저 지평선 끝까지 배치되어 있는 하벤 제국군을 향하여 달려가는 모습들이 보였다.

"먼저 갈계요!"

수르카가 절벽을 뛰어내리더니 바위들을 박차며 뛰어갔다.

몸이 날렵한 권사이기에 가능한 묘기!"

"저도 갑니다."

로뮤나는 대충의 위치를 파악하고는 전장 근처로 텔레포트로 이동했다.

적진에 마법 공격을 퍼붓기 위해서는 공격 범위까지 다가가야 한다. 바람의 방향이나 병사들의 배치까지 감안하여 자리를 잡아야 했다.

벨로트와 화령은 대지의 궁전에 나서는 이들을 위한 무대를 꾸며놓고 있었다.

이리엔은 전장의 후방에서 유저들에게 축복을 걸어 주기로 했다.

직업이 서로 다르다 보니 전쟁터에서는 동료들도 흩어지게 되는 것이다.

유린은 그녀의 곁에 머물러 있는 제피를 보며 물었다.

"나가서 안 싸워요?"

제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전투도 중요하지만 나에게는 당신이 소중하기에. 당신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싶기 때문이라오."

느끼한 말투!

여자들은 느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이런 위험한 전쟁터에서 능력을 발휘하여 유린에게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리라.

유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남자가 세상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여자 치마폭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으음."

"잘 싸워봐요. 저야 괜찮으니."

유린은 화가로서 전투능력이 부족했다.

위드처럼 성장시킬수도 있었겠지만 그녀는 몬스터를 때려잡을 필요가 별로 없었다.

그림을 그려주다 보면 어지간한 몬스터들과도 친화력이 생긴다. 이곳에는 몬스터도 없을 뿐더러, 하벤 제국군이 다가오면 그림 이동술로 훌쩍 피해버리면 되는 것이다.

제피는 슬그머니 평원을 향해 움직였다.

사실 그도 전장에 오니까 적들과 싸우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던 참이었다.

"짹."

"째재잭!"

천공의 섬 라비아스에서는 성질급한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지상에서 전투가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조인족들은 참전하지 못했다.

새들은 자유로웠지만 수십 마리 이상이 모이면 대장새를 따라서 집단 행동을 하는 종족 특유의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

대장 새의 영역에 가까이 붙어서 활동할수록, 유능한 대장의 뒤를 따를수록 전투능력은 2~3배로 늘어나게 된다. 반면에 대장새보다 먼저 앞장서서 비행하며 먹이를 빼앗는다면 무리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적대도가 쌓였다.

라비아스의 통치자.

전쟁이 벌어졌는데도 불구하고 황금새는 가만히 깃털만 고르면서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다.

조인족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전사 울극도 독수리의 모습을 하고 앞에서 얌전히 기다렸다. 그를 따라서,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조인족 NPC들도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일이야, 짹짹!"

"꼬꼬댁! 우리도 싸우고 싶다."

"꼬고꼬꼬꼭!"

새들이 아무리 불만을 표시해도 황금새는 움직이지 않았다.

불만으로 울어대는 새들 중에는 심지어 막 알에서 깨어난 유저들도 있었다.

조인족을 선택해서 시작한 유저들은 필수적으로 다양한 알에서 깨어난다.

조인족이라고 해도 워낙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사전에 선택이 가능했다. 참새나 천둥오리 처럼 알을 한꺼번에 여러개를 낳는 조류를 선택하면 동시에 태어난 유저 형제들과 친하지면서 시작할수 있었다.

그들은 함께 어미 새로부터 먹이를 잡는 법과 나는 법을 익힌다.

둥지를 떠나면 그때부턴 스스로 날갯짓을 하며 살아가지만, 그 전까지는 아니다. 뱀이나, 다른 어떤 위험에 의해서 둥지를 떠나기 전에 목슴을 잃으면, 유저는 다시 새로운 알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린 후에 로열로드를 시작할수 있다.

조인족은 종족의 인기가 대단해서 대기 순서를 최소 한달 이상은 기다려야 했다.

훗날 조인족들이 더 늘어나고 알을 많이 낳게 된다면 인구도 빨리 늘어나게 될수 있으리라.

이미 천공의 섬 라비아스를 중심으로 지상에서도 조인족들이 알을 낳고 있어 출생률은 빨리 증가하고 있었다.

"째재잭!"

"꼬끼오오오오!"

"까악! 까아아아아악!"

"구구구. 구구구구구국!"

새들이 화를 내며 우는 소리는 갈수록 잣아지고 격렬해졌다.

영롱한 목소리로 우는 새들.

조인족 중에는 벌써 몇번의 탈피를 마친 두루미와 같은 종족도 출현 했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참을성은 더이상 없었다.

지상에서의 전투가 격렬해지고 있는데 왜 조인족들은 출전을 할수가 없단 말인가.

풀죽 공수부대로 자원한 인간유저들도 하염없이 기다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왜 저들은 안싸우는 거야?"

"이러다가 우리, 엉뚱한 곳에서 손가락만 빨다가 하벤제국 구경도 못하는거 아닌지 몰라."

하벤 제국 한복판에 떨어지기로 한 풀죽 공수부대.

목슴을 내던지기로 한 용맹한 유저 1만여 명은 그들을 태워 주기로 한 조인족들이 출동 하기만을 기다렸다.

이들은 용기와 실력을 겸비한 최정예들 이었다.

그러나 어떤 설명도 없이, 조인족을 다스리는 황금새는 자신을 깃털만 가지런히 고르고 있었다.

둥지와 땅 나무, 하늘에서 새들이 항의의 뜻으로 세차게 지저귀는 소리가 온 사방에 진동하는데도 아무 상관 없다는듯!

그때에 위드가 와삼이를 타고 등장했다.

황금새는 그제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위드의 오른쪽 어깨에 내려앉았다. 왼쪽 어깨에는 은새가 있었다.

"위, 위드 님이다."

"국왕 페하닷!"

세상살이 좀 하고 웬만한 사기라면 안당할 정도로 의심이 많고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알아차릴수 있는 극적인 등장을 위한 사전연출!

위드가 부드럽게 말했다.

"조인족 여러분 반갑습니다. 그리고 인간 영웅 분들도요."

"...."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침묵이 흘렀다.

조인족 유저들은 늦게 시작한 탓에 고레벨 유저가 거의없다.

대신 초보들이라면 누구나 위드에 대해서 잘알고 있었다.

전쟁의 신 위드를 직접 본 것만도 대단한 영광이었다.

게다가 조인족들이 특히 위드를 선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위드는 물론 모험가이며 아르펜 왕국의 국왕이기도 했지만,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 에서 그가 한 벌새의 여행을 텔레비전으로 본 유저들이 매우 많았다. 그들은 종족 선택도 벌새를 따라서 많이했다.

체형이 너무 작으면 장점도 있지만 전투와 생활에 크나큰 불리함도 가져다준다. 그렇지만 탈피를 통해 종족의 한계를 벗어날수 있기에 상관이 없었다.

조인족들은 매 계절마다 종족 퀘스트도 수행할수 있다.

상당히 까다로운 퀘스트들을 당성해야 하지만 그 대신 체중을 늘리거나 몸의 특정 부의를 강화하거나 번식을 하는것도 가능했다.

오리류의 조인족을 선택한 유저들은 대부분이 새끼들을 낳는것을 꿈으로 삼았다.

직접 알을 보듬어서 키워낸 새끼오리들을 데리고 베르사 대륙의 멋진 강가를 헤엄치며 다니는 일이 너무나도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오크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일찍 새끼들을 낳으면 그 새끼들이 계속 번식을 한다는 점도 다른 종족에 비해서 경쟁력이 있는 장점이다.

"짹짹. 엄마, 위드 님이다."

"날개에 사인이라도 해 주세요."

위드가 등장 하자마자 새들이 그의 주변을 가득 둘러싸고 깃털이 날릴정도로 파닥거렸다.

새우깡을 들고 갈매기로 가득찬 해수욕장을 걷는 것처럼 위험한 상황!

위드는 조인족들이 놀라지 않게 사자후르 ㄹ터뜨리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

"아르펜 왕국을 위해서 나서 주신 여러분에게 국왕으로서 감사를 드립니다."

"쨱!"

"아르펜 왕국은 아시다시피, 처음부터 제가 국왕의 욕심을 가지고 만든것은 아닙니다."

"꼬꼬댁!"

우연히 얻어걸리기는 했지만, 왕국이 태어나고 나서 얼마나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었던가.

위드는 이미지 관리를 위하여 밤새도록 연습했던 선한 미소를 지었다.

"북부를 모험하는 도중에 모리타의 사람들을 구하게 되었고, 마을이 생겨났습니다. 그들을 보살피다 보니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살만한 곳이 되었고, 여행자들이 방문하면서 도시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저와 모험가들은 북부 전체를 사람이 살수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하여 노력했고, 모두의 힘이 합해져서 아르펜 왕국이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흡사 건국의 아버지와도 같은 이야기.

"...??"

조인족들은 갑자기 뻔한 이야기를 하는 위드의 행동에 의야함을 느꼈다.

그들은 어서 빨리 싸우지 않는다고 아우성 치고 있던 도중이다.

높은 하늘에서 보기에 지상의 전투는 대단히 격렬했다. 빛과 화염, 바람 폭풍, 독 안개가 퍼지면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병사들과 기사들이 싸우고 있다.

조인족들은 당연히 아르펜 왕국의 편에 서서 하벤 제국과 싸워줄 테니 전투를 허락하기만 하면 된다. 이 급한 시기에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야기를 늘어놓는 위드가 이상하기 이를데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위드에게는 전쟁의 승리를 넘어 꼭 조인족들의 얼굴을 봐야할 필요가 있었다.

천공의 섬 라비아스

이곳은 조인족의 세계였다.

조인족은 자유로이 살아갔고, 어느 국가에도 소속됨이 없었다.

이제는 아르펜 왕국에 포함이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국왕이 집접 내정창을 통해서 특별한 명령을 내리거나 세율을 저절하는게 가능해졌다.

원래 없던 세금이 갑자기 생기면 얼마나 저항이 심하겠는가.

마치 쌈짓돈을 털리는 기분!

그럴 떄를 위해서라도 좋은 국왕의 느낌을 잔뜩 심어 줘야 했다.

"아르펜 왕국이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켜주기 위해 나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째재잭!"

"국왕이 되어서, 창피하지만 침략을 당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막아 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아르펜 왕국의 건국도 제가 시작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함께 노력을 했습니다. 아직 약소국 이지만 먼 훗날 아르펜 왕국이 확실히 자리를 잡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위드의 말은 평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퀘스트를 할 때의 제멋대로 까불던 행동이 아니라,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아이가 국어 책을 읽는 것처럼 목소리가 경직되어 있었다.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한두 번 쳐보는 것도 아니다.

퀘스트를 위하여 피라미드를 건설한다 면서 사람들을 노가다로 끌어들였고, 쓰러져서 쉬려는 이들에게 풀죽을 먹였다.

그래도 여전히 국왕의 지위를 내세워서 사람들을 대하려니 심한 어색함과 낯간지러움이 있었다.

자유롭게 사기를 치지 못하고 텔레비전의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설마 이렇게 뻔뻔한 이야기에도 속아줄까? 으음, 아무래도 어렵겠지. 시간이 너무 모자랐어. 연설 내용을 조금 더 다듬어서 올 것을.'

위드가 침울해 있을때 조인족들이 크게 날개를 떨치며 울었다.

"꽥! 꽥! 꽥! 꽥!"

"꾸와아악! 꾸악꽉!"

감동을 받은 조인족들!

아르펜 왕국의 선입견과 미화된 풀죽신교에 의하여 적극적인 지지자로 돌변.

눈치를 보던 위드는 이때를 노려서 사자후를 터뜨렸다.

"우리 모두의 아르펜 왕국을 지키기 위하여 출격하라!"

숫자를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새들이 전투를 위하여 한꺼번에 날아올랐다.

하벤 제국군에서는 지상에서 돌진하는 북부 유저들을 상대로 대지전체를 박살 내는듯한 마법 화력을 작렬시켰다.

밀려드는 적의 대군을 상대로 버티면서 오는 족족 해치워 버리는 것도 하벤 제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능력이리라.

불길을 뚫고 뛰쳐나온 유저들이 하벤 제국군의 중장갑 보병들에게 강하게 부딫혔다.

"이쪽에도 있다!"

"여러분 하벤 제국군에 복수를 할 기회입니다.

그리고 하늘에서도 습격을 당했다.

조인족들이 하늘에서 강습하여 내려오면서 하벤 제국군을 덮치고 있었다.

일부는 공수부대의 유저를 발톱으로 쥐고 있다가 마법병단이 머무르는 지역 수십미터 상공에서 떨어뜨렸다.

"으아아아악!"

공중에서 낙하한 유저들은 그대로 마법사들의 몸위로 떨어지게 되었다.

"꽤액!"

일부는 공중에서 쏘는 공격에 의해 전사하거나 추락의 충격으로 죽기도 했다.

그 모든 위험을 피하고 살아남은 유저들은, 적진의 한복판에서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

"어디 제대로 한밑천 챙겨볼까!"

"미쳐보자, 한번!"

레벨과 스킬 숙련도의 하락은 필연적이었다. 그렇지만 비싼 장신구들을 주렁주렁 달고있는 마법사 몇명만 해치우더라도 본전은 뽑는 것이리라.

"접근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하늘로도 쏴라!"

하벤 제국군에서는 라비아스를 봣던만큼 조인족들의 전투참여도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다.

공중을 향해서도 마법과 화살공격이 마구 날아갔다.

지역전체를 뒤덮어서 피할수 없는 수만발의 화살이 쏘아질 때마다 조인족들이 피하지 못하고 땅으로 추락했다.

빠르게 날아오다가 공격에 적중당하고 추락하는 조인족들.

하늘에서 활동하기에는 유리해도, 큰 충격을 받아 지상으로 떨어졌다가 이후에 바로 날아오르지 못하면 영락없이 목슴을 잃는다.

그렇기에 조인족들은 단기간의 승부를 노리기보다는 끊임없이 하늘에서 빙빙돌아서 신경을 쓰이게 하면서 적들의 공격을 유도하는 역활을 했다.

하늘을 향한 하벤 제국군의 견제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지상으로 쏜살같이 내려가서 마법사들을 낚아챈다.

조인족들이 평소에 하는 사냥방식과도 비슷했다.

그리고 헤스티거!

그가 대지의 궁전에서 뛰어내렸다.

"숲의친구, 이야루테른!"

푸른 페가수스가 소환되어서 헤스티거를 등에 태웠다.

그는 날개를 펼친 페가수스를 타고 하벤 제국군을 향하여 돌진했다.

신들의 축복이 한 몸에 모이면서, 조각처럼 잘생긴 얼굴에 후광까지도 두르고 있었다.

명마 린들린을 탄 바드레이에게는 군중을 힘으로 아우르는 강렬한 느낀이 있었지만, 감히 헤스티거에게 비교할 바는 아니었다.

완벽한 얼굴과 몸매, 진정한 신의 전사이며 전설적인 영웅이다. 그러면서 후광까지 비치는 것이다.

남자들에게는 지극한 질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존재!

"저놈이다! 최우선 목표를 저놈으로 한다!"

"정말 헤스티거일지도 모르니까 다가오기 전에 마법 공격부터 해야해."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계속 헤스티거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이미 대비하고 있던 조인족보다는, 갑자기 나타난 헤스티거가 경계대상 1호로 꼽혔다.

드라카 :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헤스티거가 전쟁의 시대의 그 전사가 맞습니까? 그렇다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 것입니까?

아크힘 : 헤스티거의 전투력에 대해서는 체계화해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그 퀘스트는 그저 거기에서 끝나는 줄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분석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발바로 : 저자가 어째서 등장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보가 없습니까? 만약 이유를 알수 있다면 사라지게 하거나, 별도의 대처 방안이 나올지도 모르는데요.

아크힘 :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정보대에서도 사전에 알고있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헤스티거가 왜 지금 등장하는지는 정말 의문입니다. 이유로 특별한 아이템이나 스킬, 퀘스트... 가능성은 무엇이든 있을수 있습니다.

페이탈러드 : 추측이지만 대지의 궁전에서 위드가 며칠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헤스티거 때문이었을것 같군요.

아크힘 : 최선의 경우에는, 단순한 환영이거나 일시적인 현상으로 벌어진 것일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부터라도 헤스티거에 대해 가능한 모든 정보를 모아보겠지만, 저자가 우리 하벤 제국을 적대하는 이상 당장 해치워야 합니다.

헤르메스 길드의 길드 통신망에서도 어떤 예고도 없이 느닷없이 등장한 헤스티거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지기 가득했다.

수많은 의문들은, 헤스티거의 능력을 집접 겪어 본다면 해결이 되리라.

하벤 제국군을 향해 길들이기 힘든 페가수스를 타고 날아오는 헤스티거를 노리고 마법병단의 공격이 쏟아져나갔다.

"적중의 뇌전 화살!"

"파쇄 섬광 폭발!"

"육체 파괴 동결!"

1~2단계의 전쟁에서 흔히 쓰이는 기초적인 마법이 아닌, 상당한 마나가 소모되는 중급 공격 마법들 이었다.

"사전에 준비한대로... 위드를 목표로 했던 마법을 지금 씁시다."

"좋습니다."

헤르메스 길드의 마법사 유저들조차도 헤스티거를 우선으로 하여 마법주문을 외웠다.

사만 전사들은 불의 능력을 타고나기 때문에 반대되는 상성을 가진 얼음 마법들에 주력했다.

"악령의 저주 빙하!"

"수분 결빙!"

"직격의 얼음조각!"

마법으로 회전하는 얼음 조각들은 공중에서 서로 달라붙으면서 덩치를 30미터도 넘게 키웠다.

땅에 떨어지면 산산조각나서 폭발하며 최소한 반경 100미터를 얼려버릴수 있는 빙계 마법의 집합체, 아이스 오브 스매시로 발전했다.

실전된 마법의 재현!

수천개의 공격마법과 뾰족한 추와 같은 얼음덩어리가 초고속으로 회전하면서 헤스티거를 향하여 날라갔다.

땅과 하늘, 모든 곳에서 헤스티거를 향하여 밀려드는 마법공격 이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주력이 펼치는 총공격!

"으아아아, 나는 지금 보고 있노라. 이것이 죽음인가!"

"그런말할 시간에 고개나 숙여요!"

북부의 유저들은 땅으로 몸을 내던졌다.

족히 상공 50미터에서 날아가는 마법이었지만 진행 경로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받아 몸 전체가 얼어붙었다.

"페가수스를 타고 하늘을 나는 재주가 있더라도 저건 절대 피할수 없을 것이다."

헤르메스 길드의 마법사들은 날아가는 마법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헤스티거가 목표로 설정된 만큼 아이스 오브 스매시는 계속 따라다니게 된다. 조종할수 있는 마법사들이 전부 죽기 전까지는 해체도 되지않는 마법이었다.

헤스티거는 사만 전사의 시미터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공중에서 강하게 휘둘렀다.

"열화의 칼날!"

초고열의 화염이 거세게 일어나서 아이스 오브 스매시를 강타했다.

그오오오오오오!

거센 격돌의 영향으로 빙설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나오며 회오리치고 화염이 주변을 감쌌다.

아이스 오브 스매시는 속도는 조금 늦쳐졌지만 화염의 줄기를 돌파하여 계속 다가갔다.

하벤 제국군 사이에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의 환호성이 울렸다.

"좋았어!"

"과연! 끝장이다!"

헤스티거가 활약도 보여주지 못하고 바로 목슴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북부 유저들은 걱정했다.

하지만 곧 그런 우려도 기우라는 것이 밝혀졌다.

아이스 오브 스매시는 불줄기를 뚫으면서 순식간에 녹아내려서 작아졌다.

마지막으로는 헤스티거가 검을 휘둘러서 단번에 박살을 내 버렸다.

-마법이 파괴당했습니다.

마법을 구성하는 힘이 역류하여 마나의 지배력에 중대한 타격을 입습니다.

남아있는 마나를 32.8% 손실합니다.

스텟 지혜가 일시적으로 14% 감소하게 됩니다.

"끄으윽!"

"이, 이럴수가."

마법에 참여한 유저들의 몸이 휘청거렸다. 마법이 강제적으로 소멸되어서 그들에게도 크고작은 충격의 여파가 있었던 것이다.

고위 마법사들은 목슴을 잃진 않았지만, 정신적인 타격으로 인해서 당장은 마법을 쓸수없는 상태가 되었다.

결빙되어 있던 유저들도 완전히 목슴을 잃기전에 친절한 헤스티거가 넘실거리는 화염각인을 펼쳐서 급하게 몸을 녹여 주었다.

공격 기술을 다루어서 위급한 처지에 놓인 이들을 구출한 것만 보더라도 스킬 레벨이 경지에 올라서 얼마나 세심한 힘의 조절이 가능한지를 알수있게 해 주었다.

헤스티거가 고대의 함성을 터뜨렸다.

"계속 진격하라! 적들을 해치우기 전에는 잠시도 머뭇거리지 말라!"

목소리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스킬.

위드도 사막의 대제왕으로서 한창 잘나갈 때에 적지않게 써먹었던 기술이다.

세계를 구하는 용사의 외침처럼 전장 전체에 미치지는 못한다.

그러나 고대의 함성을 가까이에서 듣는 이들에게는 맷집과 육체적인 능력을 크게 올려 주었다.

"가 봅시다!"

"오, 예!"

북부 유저들은 광란의 공격을 개시했다.

동료들이, 그리고 본인이 죽어나가더라도 그들은 행복할수 있었다.

그들이 목슴을 걸기로 했던 결정의 근거는 북부를 지키고싶은 마음이다. 정말 침략을 막아 낼지 막아내지 못할지는 제쳐 두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지켜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막연한 희망도 없는 상태에서, 순간 적이나마 하벤 제국군을 놀라게 하고 밀어붙이고 있다.

북부 유저들은 목슴을 걸었기 때문에 용사의 등장에 따라서 전력을 다해서 몸슴을 던질수 있었다.

"우리가 조금 늦은것 같군."

"구경을 하러 왔지만... 몸이 달아서 이거야 원."

"그래도 전쟁은 위험하지. 목슴을 잃으면 잃어버릴게 많은데. 흐음."

"전쟁터를 많이 다녀 보며 깨달은 건데, 싸워서 이득을 본 경우는 드물지. 특히 헤르메스 길드를 상대로는 말이야."

"그래도 지금이 바로 놈들에게 물을 먹일수 있는 기회 같습니다만. 아니면 중앙 대륙처럼 온통 헤르메스 길드의 세상이 되겠지요."

하벤 제국군에 적대적인 유저들은 정면에만 있지 않았다.

북부의 전쟁을 구경하기 위해 온 중앙대륙의 유저들.

그들의 일부는 대지의 궁전에 먼저 도착하여 있기도 했고, 전투에 끼어들 생각 따위는 없었기에 하벤 제국군의 한참 뒤에서 따라오는 이들도 많았다.

"아무래도 후환이 두려운데... 헤르메스 길드에 적대하고 어떻게 중앙대륙에서 살겠습니까?"

"뭐하더 돌아갑니까. 여기까지 온김에 그냥 북부에 눌러앉으면 되죠."

"그러네요. 북부가 최고이니 하벤 제국에 가지 않아도 되겠네요."

"아직 남아있는 친구들과 가족들은요?"

"전부 북부로 오면 되죠!"

"그렇다면 해치워 봅시다!"

검치는 수선을 하지않아 누더기가 된 망토를 걸친채로 걸어왔다.

"오늘도 실컷 싸울수 있겠군."

"놈들을 물리칠수 있는 기회입니다, 스승님."

그의 뒤에는 사범들과 수련생들이 쭉 줄지어서 따라왔다.

"사나이의 자부심이 있지. 우린 지고는 못산다. 그렇지 않으냐, 삼치야."

"맞습니다, 스승님!"

검치와 수령생들은 바드득 이를 갈았다.

파투 성에서 하벤 제국군의 함정에 빠져서 전멸을 당했다.

그때의 전투를 떠올리기만 하면, 견딜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흥미와 재미가 있었다.

몇 배의 강함을 가진 적의 군대를 상대로 싸우다가 죽었으니 살아생전 최고의 경험으로 꼽을 만하다.

'제대로 싸울줄도 모르던 애송이시절 8명과 시비가 붙어서 늑골과 갈비뼈 7개가 부서지고 주먹과 팔에 금이 갔을 때만큼이나 재미가 있었지.'

'역시 싸움은 막싸움 이라니까.'

입안의 침이 잔뜩 고이고, 근육이 꿈틀거린다.

사나이를 달아오르게 하는 전장의 느낌.

검치와 수련생들은 오늘을 기다려 왔던 것이다.

"묻뱄죽 부대는 이제 해산이다. 우리와는 어울리지 않게 강제로 이름을 지은 것처럼 조잡한 느낌이 있었다."

"예, 스승님!"

"앞으로 우린 묵사발 기사단이다."(겁나 무섭네..)

"묵사발이라니,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역시 이런 통찰력 강한 언어 구사는 스승님이 아니고서는 생각할수도 없는 것입니다."

"자식을 낳게 되면 태명으로 지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성이 묵씨고 이름이 사발..풉)

궁술을 익혀서 시력이 좋은 검백일치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런 우리가 아직 도착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시작한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어서 가자!"

검치와 수련생들은 멀리 간격을 두고 떨어져서 달려갔다.

마법 공격을 당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곧 그들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걸 깨달았다.

하벤 제국군은 거대한 무리였다. 군사적으로 본다면 터무니 없을 정도로 많은 병력이 한 장소에 몰려 있었다.

전투가 이미 크게 벌어져서, 북부 유저들과 하벤 제국군 모두 휩쓸려있는 상태였다. 검치와 수련생들에 대해 특별히 경계를 할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쉽사리 북부 유저들에 섞여서 제국군에게 접근했다.

"무엇이든 베는 검!"

"커헉 이런 검술이..."

가로막는 기사들은 방패와 갑옷과 함께 베었다.

전력을 다한 공격으로, 막히면 이쪽이 깨끗하게 피해를 입어야 하는 무식하고 위험한 검술!

전쟁 단위의 전투에 있어서 적진을 돌파하는 데는 이것만큼 쉬운게 없었다.

적들이 막거나 말거나, 보릿단 베듯이 그냥 쭉 지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중장갑 보병이 숨을 몇번 몰아쉬는 사이에 격파!

"연쇄 파검!"

수련생 이백일치부터는 새로운 기술도 사용했다.

그가 창조해낸 검술의 비기였다.

적을 베면 무형의 기운이 다음 적에게 연속으로 작렬한다.

퍼억! 딱! 쿵! 우드득! 꽈지직!

병사 1명을 베었는데 그 뒤에 있던 동료들 14명이 한꺼번에 쓰러졌다.

"흐흐흐흐, 1명을 확실히 죽이는 것도 좋지만 대량학살이야말로 재미가 있지."

검사백이십치는 레벨이 높은편에 속했다.

그는 로열로드를 하면서도 실리를 선택했다.

"강해져야 돼. 그런데 현실에서의 강함이 그대로 통용되지는 않는 세상이니 이쪽의 규칙에 맞춰야 될거야."

그는 수련생들 중에서도 소위 가방끈이 긴, 배운축에 속했다.

중학교 수석 졸업으로 어디 가서도 꿀리지 않을 정도였고, 고등학교에서도 장학금을 받았다. 검치들이 으레 그렇듯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어쩌다 검의 세계로 빠져들어서 졸업도 간신히 하고 말았지만.

그는 몸을 쓰면서도 생각을 하는 스타일 이었다.

"로열 로드에서 가장 확실하게 강해지는 방법."

고지식한 노가다, 몬스터와의 끝을 모르는 전투, 보상이 많은 퀘스트를 골라서 수행.

명성이 높아지면서 여러 사건들에 휘말리기도 했다.

검사백이십치는 그러면서 스텟을 충실하게 올리고 잡다하게 많은 전투 스킬들을 습득했고, 레벨도 450에 도달했다.

한번 푹 빠지면 정신을 놓아버리는 성격을 가졌던 것이다.

"로열로드 에서 내가 최고가 될 것이다. 드래곤은 내가 잡을 것이야."

검치와 사범들, 수련생들은 하벤 제국군의 무리를 베면서 파죽지세로 적의 진영으로 파고들었다.

"수비 진영이 뚫렸다!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서둘러 방어 병력을 투입해!"

"기사단! 기사단은 어서 요격을 하라!"

검치와 수련생들은 전략적 가치가 흉륭한 마법병단이나 궁수대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이런 기회가 쉽게 오는 게 아니니 검을 겨루는 재미도 없는 잔챙이들과 싸우면서 낭비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밥들이 잔뜩 모여 있구나, 둘치야."

"옛, 실컷 싸우다가 죽을수 있겠습니다."

"무사에게는 더없는 영광이다. 전쟁의 결과 따위는 신경쓰지 말고 각자 1,000명씩만 해치워 보자."

"문제 없습니다!"

창과 검, 칼, 도끼, 활.

무엇이든 집히는 대로 휘두른다.

전쟁터에는 공격 범위가 긴 창이 효과가 뛰어난 편이었다. 그렇지만 적의 갑옷을 단숨에 박살 내는 도끼역시 장점이 많다.

"몽땅 쳐 죽여라!"

"신난다! 이런 놀이터가 있다니 말이야!"

"맘껏 뛰어놀아 보자!"

수련생들은 온갖 무기들로 무장하고 적들을 박살내며 진영을 돌파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라고 해도 정신없이 쏟아지는 공격을 모두 막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었다.

"음, 초반 전투는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군."

위드는 와삼이를 탄 채로 하늘에서 전투상황을 종합적으로 관전했다.

"나도 싸우고 싶지만... 그러면 오히려 전투에 방해가 되겠지."

지금은 북부 유저들이 신을 낼 시기였다.

나중에 전투가 조금 더 불리해지게 되면 그때 나서더라도 늦지 않으리라.

구름 높이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넓은 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당연히 개개인까지 일일이 구분할수는 없을 정도였지만, 갑옷의 색이나 차림만으로 상황을 잘 살필수 있었다.

하벤 제국군의 응집력은 대단하다.

그들의 군대는 뭉쳐서 흩어지지않고 있으며, 막대한 원거리 화력을 주변에 투사하여 북부 유저들을 해치웠다.

정확히 가늠할수 없어도 하벤 제국군 병사 1명이 죽어나갈때 북부 유저들이 20명씩은 죽지 않을까 생각이 될 정도였다.

"그래도 아직 초반에 불과하니까. 헤스티거가 밥값을 어느정도는 해낼테지!"

현재 헤스티거는 하벤 제국군의 진영으로 난입했다.

그가 시미터를 휘두르기만 하면 측정 불가능한 거력이 발출되어 100명 200명이 몰살을 당했다.

적의 돌격에도 흔들림 없는 중장갑 보병들이 한꺼번에 쓰러지는 대단한 광경이 나왔다.

그의 뒤를 따라서 돌격하는 북부 유저들.

유저들은 레벨이 높아질수록 전투에 대한 감각이나 눈치가 빨라지게 된다. 전쟁터에서는 헤스티거와 같은 강자 주변에 붙어있으면 얻어지는 떡고물이 많다는 걸 알고 그가 열어놓은 길을 따라서 진격하고 있었다.

그 인원만 하더라도 최소 몇만 단위!

북부 유저들 중에서도 나름 실력이 있는 자들로 구성이 되었다.

그럼에도 하벤 제국군이 일각에서 벌어지는 작은 소요 사태에 불과했다.

헤스티거의 걸출한 지휘 능력은 북부 유저들이 최대의 전력을 발휘하며 싸울수 있게 만들었지만 혼자서 하벤 제국군을 물리칠수 있으리란 기대까지느 ㄴ할수 없었다.

만일 사막의 붉은 칼 부대원들이 전부 이 자리에 있다면 하벤 제국군도 철수를 해야 했을 것이다.

"얼굴 마담으로 끌고 왔더니 상당한 피해를 줄수 있겠어. 문제는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인데."

하벤 제국군은 프로우스 강을 지나서 7개 군단 210만에 달하는 병력이 진군해 왔다. 그리고 바르고 성체로도 5개 군단 150만의 병력이 출진을 했다.

바르고 성채에서도 오크들을 중심으로 하여 여러 종족들이 연합하여 제국군을 막아내고 있었다.

원정군의 인원으로는 터무니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중앙 대륙에서 정복전쟁으로 흡수한 왕국의 병사들까지 포함한 것이니 가능한 숫자이리라.

패전국의 포로들을 풀어주게 되면 자칫 치안이 약화되었을 때에 저항군,반란군으로 등장하게 된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의 입장에서 그런 이벤트가 반드시 나쁜것은 아니었다. 저항군등을 퇴치하면서 상당한 공적을 쌓고 전투 경험도 얻을수 있다.

하지만 하벤 제국군이 점령하고 통치해야하는 땅이 워낙에 넓다 보니 도처에서 저항군이 설쳐대면 피해가 막대하다.

그렇기 때문에 병력도 소모시키고 치안도 안정화 할겸 대거 북부로 파병을 보낸 것이다.

위드는 앞으로 벌어질 헤르메스 길드의 전략에 대해서 예상이 가능했다.

"대지의 궁전을 시작으로 모라타,바르고 성채 정도를 철저히 부수고 나서... 군대가 각 지역별로 흩어져서 북부 전역을 일거에 장악해 버리려는 계산이겠지."

그 누구라도 여유있는 군대의 병력을 바탕으로 해서 충분히 짜낼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그리고 막아 내야하는 입장에서는 확실히 까다롭다. 바르고 성채와 대지의 궁전. 양동공격이 전부 성공을 거두고 난다면 북부의 저항도 무력해지리라.

"반격을 할 기회는 계속 있지만... 음, 대지의 궁전에서 첫 기회를 놓치면 상당히 어려울 테지."

북부 유저들의 결속력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큰 패배를 겪고 구심점까지 잃어버리면 앞으로 어떻게 되겠는가.

대지의 궁전과 바르고 성채야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최후에 모라타까지 불타고 나면 북부의 의지까지도 파괴되는 셈이다.

북부 유저들은 자신들이 모여서도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는 무력감에 빠지게 될것이다.

그후에 하벤 제국군은 수십개의 군단으로 나뉘어서 아르펜 왕국의 도시들로 진군하게 될 것이다.

현재 병력이 아직도 270만을 넘어가는 만큼, 분산되는 군대마다 최소 5만에서 10만씩의 병력은 된다.

북부 유저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참여하더라도 각 지역으로 일제히 흩어지는 군대를 전부 막아내는건 불가능했다.

최소한 1~2주 내에 북부의 절반 이상이 점령될 것이고, 어쩌다 정복되지 않은 장소도 주변의 제국군이 움직여서 접수하면 순식간이다.

대지의 궁전과 모라타가 파괴되면 이미 전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심지어는 북부 유저들이 더는 싸우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안되는건 안된다는 체념을 하게 되면 다시 일어설 수는 없을 테니까.

헤르메스 길드의 정보력도 굉장하니, 제국군 군단을 막을 정도의 방어 병력이 모이면 몇개의 군단을 주변에서 지원해 줄수도 있다.

사방에서 에워싸듯이 하여 기껏 모인 북부 유저들은 토끼몰이 장하듯이 토벌될 것이다.

하벤 제국이 북부 대륙 전체를 장악 하더라도 끝까지 저항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한 뜻이 남아 있더라도 따르는 이들이 많진 않으리라.

당장 위드만 하더라도 대지의 궁전이나 모라타가 파괴된 이후에는 아르펜 왕국에 대한 애착이 많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하벤 제국에 대항할 힘이 약화되어 있을 것이며, 세금 수입도 급격하게 감소하게 될 테니까.

지금은 밥상이 엎어지기 직전에 되돌릴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

"놈들에게 북부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지금 이자리에서 절반정도의 피해를 줘야해."

여기까지 생각을 하고 나니 올라가는 전기세와 식품 물가를 걱정할때처럼 머리가 아파지는 걸 느꼈다.

"확실히 인생은 단순한게 나은데. 버는 만큼 피곤하다는 말이 사실이었어."

침략자의 전략까지 살피면서 사는 인생은 복잡했다.

그럴 바에야 노가다를 하면서 모험을 성공시키는 일이 훨씬 나으리라.

"어쨌든 본격적으로 해 봐야지. 하벤 제국군의 진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전장을 개판으로 만들어 줘야겠어."

위드는 와삼이의 등에서 물을 빚어서 조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은 예술스텟과 자연과의 친화력, 파괴되는 조각품에 따라서 위력이 달라진다.

대재앙을 더크게 일으키기 위한 사전작업 개시!

머리가 큰 거북이

거북이의 형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실력의 조각사가 만들었지만, 어린아이의 솜씨처럼 머리와 등껍질이 단순하게 표현되어 있다. 관찰력이 높은 사람이라면 거북이의 두 눈이 몰려있는 것도 볼수있을 것이다.

예술적 가치 : 13

오늘 막 조각술에 입문한 그런 유저가 만들 정도의 조약한 작품!

고급 조각술 9레벨, 고급 손재주 9레벨.

대륙을 떠돌며 모험을 통해 예술 스텟을 착실하게 쌓은 위드에게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었다.

"작품성은 됐어. 당장 급한건 물량 이지."

위드는 물에사는 생명체들을 마구 만들어 냈다.

거북이 조각을 끝내자 마자 다음으로는 생선들을 마구 깍아내고, 뱀장어도 만들었다.

어느 횟집의 수족관을 가더라도 보기힘든 흉악한 생선들!

사람들에게 친숙한 광어의 이빨은 피라니아 처럼 날카로웠고, 매운탕으로 끊이면 국물이 끝내주는 우럭은 가시돋친 것처럼 기다란 다리가 8개나 달려 있었다.

"과연 창조적인 작품들이군."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조차 겁을 먹고 달아날 만한 작품들.

세밀한 부분의 표현은 생략하고 비율까지 무시한 제멋대로의 조각품들이 양산되고 있었다.

"내가지금 뭘 만들고 있었지? 악어였던 것인가, 아니면 미꾸라지 였나. 모르겠다. 대충 민물고기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이것이야 말로 발로 조각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빨리빨리 정신의 결정판 이었다.

사람들이 접근할수 없는 심해에 사는 물고기들 까지 대충의 형태만 만들어 창조해 냈다. 그러다가 가끔 아리따운 인어 조각품도 나오긴 했지만. 대량생산 노가다에 있어서 만큼은 고성능의 기계를 방붙게 하는 빠른 속도였다.

물을 빚어서 즉시 조각칼을 움직여 대략적인 형태를 다듬은 결과물이 곧 나왔다.

"구름 조각술!"

-구름 조각술을 사용했습니다.

자연과의 친화력에 따라 물의 조각품을 구름으로 만듭니다.

비구름이 생성됩니다.

물로 빚어낸 작품들이 흩어지더니 넓은 구름이 되어서 하늘에 흘러가기 시작한다.

지상에 있는 유저들은 아쉽게도 당장 눈앞에 전투에 휘말려서 구름의 변화를 알아보는 이는 1명도 없었다.

솔직히, 보더라도 구름 조각품들의 특성상 주변부가 금방 뭉개져서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지만.

하늘을 채우기 시작한 구름들은 점점 겹치고 짙어지더니 소나기로 변해서 내리기 시작했다.

자연 조각술이 만들어 내는 기적!

아직은 전장 전체를 뒤덮을 정도는 아니었고, 화염 마법이 사용되면 위력을 반감시키는 정도였다.

지상에서는 재빨리 마법사들이 주력 마법을 수계 마법 위주로 변경해서 썻다. 원소 계열 마법은 주변 환경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기도 하니 당연하고도 올바른 선택이었다.

화염 마법은 지속력 때문에도 북부 유저들이 진격을 하는데 큰 장애물이 되었다.

비가 내리게 되니 아무래도 북부 유저들이 마법 파괴지대를 통과하는데 약간씩 도움을 받았다.

위드의 자연과의 친화력, 예술 스탯이 높았기에 금방 대지에 비가 내리게 만들수 있었다.

북부에서는 자연 대작으로 물에 젖은 땅을 만들고, 사막에서는 대협곡이 형성될 정도로 많은 비를 내리게 했던 만큼 이정도는 기적이리라고도 부를수도 없다.

거칠지 않고 촉촉하게 대지를 적시는 빗물.

"룰루루!"

조각품을 만드는 위드에게서 콧노래가 나왔다.

"이때만큼 좋은 기분과 기대간이 들때가 또 있을까?"

인생의 행복한 시기였다.

땅을 산 사촌이 땅값 폭락으로 고생을 하거나, 돈 많은 친구가 구입해서 자랑하던 자동차가 고장 나면 흥겹다.

무언가 대단히 즐거운 일이 벌어질 걸로 예상되니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했습니다.

짧은 시각이었지만 200여개의 조각품을 만들었다.

숫자를 정확하게 채워야할 필요성이 있진 않기 때문에 개수를 세지도 않았지만 위드를 중심으로 하여 구름이 상당히 많이 퍼져 나갔다.

구름 조각술의 스킬 레벨이 꽤나 높아서, 시커멓고 짙은 먹구름이었다.

꽈르르르릉!

쿠릉-꽈과광!

일부 지역에서만 소나기처럼 내리던 비는 천둥 벼락과 함께 전체 영역으로 퍼져 나갔다.

지상에서는 여전히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어서 구름의 형태가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날씨가 이상해진다는 조짐은 다들 느꼈다.

맑고 화창하던 날에 갑자기 먹구름에 소나기 라니!

아무래도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비를 더 싫어했다.

"상황이 꼬이는군. 공격 마법의 효과가 줄어들고, 비를 맞게되면 병사들의 체력이 더 빨리 줄어들게 될텐데 말이오."

"장기전을 염두에 두지 않을수가 없으니 번갈아서 휴식을 취하게 해줘야겠지. 교대할 병력은 많지만 손이 자주가게 생겼군."

"말에도 신경을 써야 될 거요. 기사단의 돌격에도 무른땅은 거추장스럽고."

땅이 질퍽거리고 차가운 빗물이 몸을 적시면, 전투에 참가한 병사들은 금방 힘들어한다. 하벤 제국군을 관리하기 위하여 지휘관 유저들은 좀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했다.

반면에 북부 유저들은 자기 한몸만 알아서 관리하면 되었으니 얼마나 편한가.

조인족들은 비행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야가 좁아지면서 지상으로부터 공격을 다소 덜 받았다.

그런데 먹구름이 계속 늘어나면서 빗줄기가 더욱 굵어졌다.

전투 지역은 넓은 평야였기 때문에 비가 내린다고 해서 큰 장애는 없었다. 하지만 눈치빠른 이들은 갈수록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왠지 갑자기, 내리는 이 비가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물씬 드는데..."

"기후 조절 마법을 발휘할수 있는 마법사는 아직 3명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최고 실력의 마법사들은 항상 추적하고 있는데, 북부에는 그들중에 1명도 없지요. 특별한 재료가 많이 들어서 써먹기도 어렵습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먼저, 그리고 그 후에는 북부 유저들도 비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대지의 궁전 건설에 참여하고 인근에서 활동하는 유저들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맑은 날씨가 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가뭄이 들거나 하지는 않고, 필요하다면 대지를 적실 정도로 충분한 비가 내린다.

평원에 실개천이 흐르면 동물들이 와서 목을 축이는 모습은 얼마나 사랑스럽던가.

프레야 여신의 축복이 아직도 북부를 살펴주고 있었기에 이처럼 궃은 날씨는 처음 이었다.

"이 정도면 됐어."

위드는 충분한 양의 먹구름을 만들고 나서 지상을 내려다 보았다.

대지의 궁전을 비롯하여 이 넓은 지역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는 굵은 빗줄기.

천둥 번개가 가끔 내려치고 있으니 자연재해라고 할수는 없는 수준이었다.

사람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이미 시작한 전투를 비가 온다고 해서 그칠수는 없는것 이리라.

"더많은 비가 내려준다면 스킬의 효과가 훨씬 늘어나겠지만... 뭐 이 만큼으로도 하는 데까지는 해볼수 있겠지."

위드는 품에서 조각품을 꺼냈다.

이번에는 걸작의 조각품!

강추위와 해일

자연과 하나되는 조각사가 특별한 조각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 두꺼운 얼음이 뒤덮고 있는 땅.

높고 거센 해일이 일어나서 다가오는 모습을 표현한 조각품 입니다. 이 압도적인 대자연의 파괴를 생생하게 기록한 작품은 무서움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

예술적 가치 : 1,203

특수옵션 : 투지 34% 감소

몬스터들이 일정한 확률로 도망치게 됨.

자연 조각품을 꺼낸 이유는 단하나.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

높은 하늘에서 지상을 보면 빼곡하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하벤 제국군과 아르펜 왕국의 주민들이 섞여 있다.

그렇지만 지금 스킬을 쓰지 않는다면 다시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수도 있었으며, 하벤 제국군도 나중에는 대비를 하고 피해서 대재앙을 벗어나 버릴 것이다.

"인생 뭐있나. 대충 저질러 놓고 보자.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어이..)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 스킬을 사용하셧습니다.

예술 스텟 20이 영구적으로 사라집니다.

생명력과 마나가 20,000씩 소모됩니다.

모든 스텟이 사흘간 일시적으로 15% 감소합니다.

자연과의 친화력이 떨어집니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은 하루에 한번밖에 사용하지 못합니다.

위험한 재앙을 불러오게 되면, 그 피해에 따라서 명성이나 악명이 오를수 있습니다.

재앙을 겪는 와중에 죽을수도 있으니 주의 하십시오.

걸작 조각품이 얼음과 물로 변하더니 수천만 개의 작은 알갱이들로 변해서 사라졌다.

온갖 모험과 극한의 노가다로 달성된 위드의 3,300이 넘는 예술 스텟과 1,829나 되는 자연과의 친화력.

대자연을 들끓고 날뛰게 만드는 무시막지한 재앙을 일으키는 스킬이 시작된 것이다.

먹구름을 생성해서 미리 비를 뿌려 놓은것도 대재앙의 위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띠링!

-프레야 여신의 축복이 당신에게 부여됩니다.

프레야 여신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깊은 신앙심과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모험에 큰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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