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질 수 없는 전쟁
드라카는 하벤 제국군을 이끄는 군단장이기 전에 인간이었다.
"지휘도 통솔도 되지 않는다. 그냥 막아 내기만 하다가 끌려다니는 전투는 내가 원하던 게 아니다."
터전을 지키기 위한 북부 유저들의 결사적인 항전은 어떤 감동도 없었다.
베르사 대륙은 성숙도가 높은 시민 사회가 아니다.
약자들이 가진것을 뺴앗고 죽이는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강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그 결실로 얻는 당연한 결과에 불과한 것이다.
위드가 일으킨 재앙과 그를 돕는 헤스티거에 대한 불만도 갖지 않았다.
능력이 있다면 사용을 하는것이 당연했다.
이런 대량 파괴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도 적극적으로 활용을 했을테고 쓸수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써먹었을 것이다.
드라카가 가지는 불만은 대부분이 수뇌부의 명령에 따라 하벤 제국군의 북부 정벌군을 통솔하는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지휘관으로서 너무나도 무력하다. 이런 역활을 하는게 기사이고 지휘관인가?"
라페이와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불패, 무적의 전법을 수행하도록 지시했다. 170만여 명의 최강 병력이 밀집대형을 유지한 채로 덤비는 적들을 족족 처리해 버리는 것이다.
탁월한 병력구성 덕에 그 어떤 군대라고 해도 훨씬 더 크고 강력한 힘으로 맞부딪치지 않는한 와해시킬수 있었다.
하벤 제국군 내부로 들어온 위드와 헤스티거가 대활약을 벌이고 있어도 그들이 상대해야 할 적은 무한대라고 불러도 좋을만큼 많다.
그들이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상당히 죽였으며, 그보다 십몇 배에 달하는 유저들이 공적을 탐하여 휘하병력을 지휘하지 않고 자리를 이탈하더라도 하벤 제국군은 붕괴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적의 의도대로 끌려다니기만 하면서 피해를 입고 수비만 하며 전투를 승리했다고 할수있는가."
드라카는 짙은 회의가 들었다.
이것은 그가 지금까지 치러온 전쟁이 아니다.
북부가 막을수 없는 병력을 보내서 덤벼드는 적들을 제거한다.
효율을 중요시하는 수뇌부의 의도는 알겠지만 이것은 지휘관의 입장에서는 너무 굴욕적인 싸움이었다.
지휘관은 허수아비처럼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않아야 했다.
"절대 패배하지 않을 병력을 가지고 수비 진형만 취하고 다가오는 적들만 치라니 당당함이 조금도 없지 않은가."
중앙 대륙에서는 이렇지 않았다.
때때로 숫자나 지형에서 불리함을 안고 싸웠다. 기사단을 활용하거나 지휘관의 능력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내거나 극복한 경우도 많았다.
하벤 제국의 북부 정벌군은 겉보기에는 대단하였지만 지휘관의 권한과 자존심으로 보면 형편없는 군대다.
당당하게 싸우지 못하고 그 자리에 웅크리고 있는 거대한 군대.
드라카는 지휘관으로서의 명예와 긍지 따위는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모욕적이었다.
사실 기분이 상했기 보다는 욕심이 마음속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패배할수 없는 막강한 군대를 가지고 있다. 전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손으로 더욱 완벽한 승리를 이루어 내고싶은 총사령관으로서의 욕망!
"이렇게 이긴 승리도 승리라고 부를수야 있겠지만... 전투가 아니라 단순한 작업일 뿐이다."
드라카는 2군단장 발바로에게 귓속말을 했다. 절친한 친구사이이면서 막강한 무력과 지휘력을 가진 동료이기도 했다.
-그쪽 상황은 어때?
-여긴 최전선이야. 북부 놈들이 미친듯이 덤벼오고 있고 조인족들이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귀찮게 하는군.
-피해는?
-재앙 때문에, 병사들이 많이 죽은건 아니지만 진형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지. 조금씩 다시 추스르고 있으니 막아 내는데는 문제가 없어.
-이 전투... 어떻게 될까?
-승패를 물어보는 것인가?
-일단은 그래.
-당연히 우리의 승리지. 너도 알다시피 이런 전투는 질수가 없는것 아닌가. 그래도 하루를 꼬박싸우지 않고서는 결정이 나지 않을것 같군. 북부 놈들의 저항이 워낙에 거세서 말이지. 공성 병기들이 부서져서 귀찮게 됐군.
드라카는 전황을 알아보기 위해 3군 단장 포르칼에게도 귓속말을 보냈다.
-현재 상황은?
-궁수단과 마법병단을 복구하려 하고 있지만... 하늘에서 적들이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조인족들이 사람을 실어 나르는데, 골치 아프군요.
-위드와 헤스티거는?
-포위망을 구성했습니다. 마법병단의 공격을 집중시킬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돌파력이 너무 좋아서 잡을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놈들도 나중이 되면 지칠테니 조금 더 싸워 봐야지요.
드라카는 잠시동안 심사숙고 했다.
'북부 대륙을 지키기 위해 모인 많은 유저들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전부 죽을때까지 밤새도록 싸우게 될것이다.'
베르사 대륙에서 벌어진 전쟁중에 규모 면에서 이보다 컷던 전투는 없었다. 위드가 등장한 이상 북부 대륙의 운명이 걸린 일전이기도 했다.
드라카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현재의 방식을 고수한다는 것은 강력한 하벤 제국군의 장점들을 하나만 제외하고 모두 버리고 싸우는 것과 같겠지. 진짜 승리를, 전쟁을 전쟁답게 치르고 나 드라카의 이름으로 완벽한 승리를 얻어 내겠다."
드라카는 군단장과 하벤 제국군의 중간 지휘관들이 듣는 길드채팅에 외쳤다.
드라카 : 전군 지휘관들에게 총사령관으로서 명령을 하달한다. 각 군단별로 진격을 개시, 모든 병력은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돌격하고 적군을 분쇄하라!
인스트리움 : 진심이십니까? 수뇌부에서 결정한 전술은 그것과는 다릅니다.
발바로 : 현재 전투를 지속하더라도 문제는 없지 않습니까?
드라카 : 모든 책임은 내가진다. 총 사령관 으로서 명령권은 나에게 있지만 여러분에게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겠다. 소인배처럼 그냥 이기는 전투를 하고 싶다면 따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영웅이 되고 싶다면 이제 우리의 전쟁을 시작하자!
"1군단 진격!"
드라카가 지휘하는 1군단이 수비 진형을 풀고 진군을 개시했다. 북부 유저들이 떼를 지어서 덤벼드는 것을 정면에서 격파하며 돌진하는 것이었다.
기사단과 기병대가 움직이면서 유저들을 돌파하고 보병들이 뒤를 따른다.
"가라. 전부 죽여라!"
드라카는 개인적인 무력도 걸출하지만 그 이상으로 유능한 지휘관이었다.
병력을 통솔하는 능력이 걸출하지 않았다면 북부 정벌군을 지휘하는 임무도 주어지지 않았으리라.
"드라카가 간다면... 나도간다. 2군 진격!"
발바로도 병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1만, 3만 단위의 병력으로 편제를 나누어서 줄줄이 빠른 진군을 개시했다.
각 지휘관들에 따라서 휘하 병력도 특성에 약간씩 차이가 있었다.
발바로의 장기는 군단 전체의 기동성이었다.
그는 전쟁 경험을 통해 기사로서 얻은 특수한 능력 '신속한 발걸음' 을 군단에 부여할수 있었다.
군단장의 능력을 최대 레벨까지 발전시켜서 진군의 속도가 17%발라지고, 장거리 진군으로 인한 피로가 62% 감소한다.
2군단은 순식간에 15개 이상의 부대로나뉘어서 북부 유저들을 제압했다.
느긋한 거북이처럼 잠잠할 때에는 다가오는 적들을 해치웠을 뿐이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니 맹수처럼 뛰쳐나가서 적들을 학살하는 2군단이었다.
3군단과 4군단, 5군단, 6군단도 뒤늦게 움직였다.
각 군단장들은 드라카의 명령을 듣고 그 기분을 십분 이해했다. 그들역시 마찬가지 였기 때문이다.
전투 상황에서 드라카의 명령이 몰고 올 변화를 생각해 보고는 충분히 합리적이고 적극적으로 유리한 장점들을 활용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북부 정복의 깃발을 자신의 손으로 꽂고 싶은 것인가? 군단장의 마음이 이해되는군. 이 전쟁은 질수가 없으니까 나 역시 조금은 욕심을 내볼까."
"답답하긴 했지. 어짜피 질책은 드라카가 받게 될테니 총사령관의 명령을 우선 존중하는 것으로 포장해도 되겠지. 그리고 위드를 죽이는 것과 대지의 궁전 정복은 우리 군단이 해낸다."
"전면 전쟁으로 자유롭게 진행되면 공적 대결로 이어지게 되려나? 어느 군단이 가장 많은 적들을 죽이는지를 따진다면 5군단이 밀려서는 안되겠지. 전군 돌격!"
"우리 6군단은 마법병단의 비중이 높은 만큼 집접 전투에 약하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최근에 양성한 마법 기사단 전력이 어떤능력을 가졌는지 똑똑하게 보여주지."
하벤 제국군이 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거대한 무리 전체가 대지의 궁전과 사방에 있는 북부 유저들을 향하여 몰아쳤다.
"과연 명불허전 이군요. 로열로드 에서 저토록 어마어마한 군세를 양성하기 까지의 노력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습니다.
"약간의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과정은 성취욕과 함께 즐거움을 안겨다 줍니다. 느긋하게 보시지요. 하벤 제국에서 현재 개발하고 있는 군사 전력은 현재 보시는 화면과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만... 대륙 정복은 저 정도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바드레이와 라페이, 헤르메스 길드의 핵심 수뇌부는 하벤 제국의 황궁에서 북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벽 전체를 장식한 마법 수정으로 영상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군단장들과 중요 유저들이 눈으로 보는 영상, 방송국들의 중계 화면도 함께 시청이 가능했다.
그 자리에는 24명의 헤르메스 길드 소속이 아닌 유저들도 있었다.
이들이야말도 전 세계 경제계의 자산가들.
헤르메스 길드와 하벤 제국에 투자를 경정하고 집접 만나서 세부 협의를 마쳤다.
실무적인 절차가 몇 가지 남아 있었지만 투자 조율은 이미 끝이났고, 북부 전쟁을 보기 위하여 황궁으로 초대를 받은 것이었다.
붉은 얼굴을 하고있는 드워프가 물었다.
"놀랐습니다, 하벤 제국군은... 저 역시 로열로드를 하고 있지만 특별히 강해지는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바드레이는 가볍게 웃었다.
"전투를 잘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은 몇 마디 말로는 설명드리기가 참 어렵지요."(줄이면 알려주기 싫다는거)
"역시 막연한 대답이로군요. 하기야 모든 이치가 다 그렇습니다만. 대륙에서 가장 강하고 가장 큰 세력을 통치한다는 점에서 범상치 않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겠습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여러분의 성장을 보조해줄 것이니 그런 염려는 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원하신다면 황궁기사 몇명을 붙여 드릴수도 있지요."
"허허허, 그 제안은 정말로 고맙게 받아들여야 되겠군요."
그는 중동의 부호였는데, 워리어 직업을 선택해서 활동하고 있었다. 드워프의 장점으로 대장장이 스킬을 기본적으로 쉽게 익힐수가 있어서 여러 물품들을 만들어 보았다.
대부분 자산가들도 예전부터 로열로드를 해왔다.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 텔레비전과 뉴스, 정보망을 통해서 매일 들어오는 로열로드의 경제적인 확장에 있어서 관심이 가지 않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첨단 기술에 대한 불신이 큰 자산가들도, 자식들의 추천에 의해 로열로드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투자는 향후 무궁무진한 대가를 안겨다 줄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상에 내 지분과 권력을 가질수 있다는 장점만으로도 투자할만하다.'
'휴양 부분만 더 개발되더라도... 하벤 제국 정도의 자본과 땅,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면 리조트와 호텔 사업을 독점적으로 진행하게 된 이후로 거두는 이익은 끝이 없을 것이다. 관광객들이야 끝없이 공급되고 있고 현실처럼 복잡한 정치권의 인허가 과정이나 건축시간과 비용, 구조에 대한 제한도 생기지 않는다. 지상 낙원으로 바꾸어 놓을 장소들이 얼마든지 이 대륙에 있다."
자산가들은 투자를 하고 그 결실을 함께 나눈다.
바드레이와 수뇌부는 인생을 바꿀 돈방석에 앉게 되었으니 서로가 이득을 보는 거래.
자산가들은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고 사업이 원할하게 진행되는지를 확인 하면 된다.
"오래 보다 보면 조금 지겨우실 테니 요리라도 드시지요."
"황궁 요리들은 어떤 음식들이 나오는지 먹어 보도록 할까요?"
산해진미를 차려놓고 먼 곳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시청했다.
'남자로서 이렇게 살아보고 싶었다.'
바드레이는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보며 권력의 정점에 오른 기분을 만끽했다.
현실에서도 막강한 자본과 영향력을 가진 인물들이 그를 존중하고 큰돈을 투자했다.
'나는 더 이상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하벤 제국의 황제로서 영원불멸의 새로운 신화를 써 가는 것이지.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 모두에서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권력자가 되었다.
바드레이와 라페이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마주쳤다.
'우리는 정말 큰 사업을 성공했어.'
'앞으로 거두는 모든 이익이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하벤 제국을 탄탄한 반석위에 올려놓고 로열로드의 세계를 오랜 기간 완벽하게 지배하리라.
라페이는 아르펜 왕국을 지키기 위해 모여든 북부 유저들이 밉지만은 않았다.
'로열로드 인가가 있을수록 우리가 얻을 이윤도 갈수록 커지게 되지. 저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하벤 제국의 신민이 되어줄 것이다.'
베르사 대륙을 정복하기 위한 염원만으로 가득하던 시절을 지나서 로열로드에 대한 뉴스자체를 챙겨보기 시작했다. 로열로드에 신규 유저가 얼마나 되는지, 인기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휴가철이면 사람들이 산과 계곡으로 떠나지 않고 로열 로드에 접속한다는 뉴스도 그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또 다른 하나의 세상, 이 가상현실의 절대군주 였으므로.
그때 하벤 제국군의 움직임이 빠르고 격렬하지기 시작했다. 군단별로 흩어져서 북부 유저들을 제압해 나가는 것이었다.
"과연... 중세의 전쟁을 보는 기분입니다. 마법사도 그렇지만 기사단의 출격이란 위압감이 엄청나군요. 어릴때부터 전쟁에 관심이 있어서 남북전쟁 시절의 무기들을 수집했는데 그러한 취미도 로열로드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는것 같습니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이 하는 말에 라페이는 부드럽게 웃었다.
"마음만 생기시면 영주가 되어서 직접 저런 기사단을 거느릴수 있을겁니다."
"저는 로열로드에서 만큼은 통치를 위하여 복잡하게 머리를 써야하는 영주보다는 집접 몸으로 싸우고 모험을 하며 돌아다니는 편을 좋아하지요. 아직도 이 가상현실에만 들어오면 피가 끊는 젊음처럼 느껴지니..."
"무엇이든 원하시는 대로 되겠지요."
라페이는 미소를 가득 지으면서 테이블에 놓여있는 와인을 한모금 삼켰다.
그러나 벽의 영상을 보는 수뇌부는 순간 초조해하는 기색들이 역력했다.
-이것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드라카 총사령관의 독자적은 결정 같습니다.
-우리가 적극 공세를 허용했던가요?
-그런적은 없습니다. 우리의 관리를 벗어난 것입니다.
기드 수뇌부에서 결정하여 북부 정벌군에 내린 방침이 거부된 것이다.
일선의 전쟁 지휘관들이 독자적인 작전권을 행사하더라도 위급한 상황이 아닌 한 먼저 허락을 받아야 마땅하다.
수뇌부의 입장에서는 북부 정벌군처럼 커다란 군대는 확실한 관리의 대상으로 삼기를 원했다. 또한 철저하면서도 완벽한 승리를 위해서 그들이 지시한 전쟁방식이다.
재산가들이 한마디씩 했다.
"호오, 저런 전쟁에 참여하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아마 우린 제대로 겪어 보지도 못하고 몇분 되지도 않아서 목슴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까?"
"별장에서만 지냈는데... 전쟁을 위해서라도 육체를 단련해 봐야겠습니다."
북부 정벌군이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전쟁 방식에서 적극적인 전면 돌격으로 전술을 바꾸면서 전황은 더욱 볼만해지고 있었다.
기사단이 일제히 질주를 하고 보병들이 힘껏 달려나가서 유저들을 맞이한다.
라페이의 머릿속이 영상을 보며 분주하게 돌아갔다.
'방식은 다르지만 승리를 위해서 나쁘지는 않겠지. 승리의 방법은 하나만은 아니다. 오랫동안 싸워서 이기기보다는 짫은시간의 승리가 힘을 과시하기에는 더 좋은수단.'
하벤 제국군의 1군단과 3군단 4군단의 깃발이 대지의궁전 으로 향하였다.
가장 많은 유저들이 뭉쳐있는 지역을 격파하고 돌격하고 있다. 북부 정벌군이 대지의 궁전을 목표로 삼아서 먼저 초토화 시키고 잔당을 제압하는 형식의 전쟁이 되더라도 모양새는 오히려 좋았다.
라페이와 수뇌부가 수비적인 진형을 취하도록 한 것은 상대가 위드이기 때문이다. 어지간히 불리하더라도 이 전쟁에서 북부 유저들이 쉽게 물러나지 않을것을 알기 때문에 그러한 명령을 내렸다.
만의 하나를 대비한 작전.
위드에게 휘말려서 어처구니 없는 실패가 나와서는 절대로 안된다.
차후 북부의 통치까지 감안하여, 최소한의 피해로 걱정거리 없는 완전한 승리를 거두기를 원했다.
그러나 모든 일에 만일의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둔 완벽한 계획이란 없다.
'나쁜 방식은 아니야. 드라카가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지금은 말리지 않고 존중해 준다.'
일선 지휘관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라페이가 길드 지휘통신 채널을 통하여 북부 정벌군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릴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혼란을 우려한 그는 그러한 권한은 행사하기를 포기했다.
'북부 정복을 다 끝내고 나면... 드라카와 몇명에게는 본보기를 보일 필요가 있다. 그들이 아니더라도 사냥개는 많이 있으며 정복 후에는 명령을 잘듣는 녀석이 필요하므로.'
라페이와 수뇌부의 얼굴은 다소 굳었지만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않고 있었다.
이것은 너무나도 현격한 전력의 격차가 있는, 질수가 없는 전쟁이었으므로.
"막아라!"
"으아아아악! 너, 너무나도 강하다."
"전투 마차가 진형으로 난입한다앗!"
하벤 제국군이 공격으로 나서면서 전투부대들이 속속 등장했다.
평원에서 절대적인 활약을 보이는 전투 마차들은 기본이고, 몸이 강철로 이루어진 10미터짜리 골램부대,명령에 복종하는 키메라로 구성된 몬스터 군단까지 돌파를 개시했다.
1군단 드라카의 주력군 병사들의 수준은 최고에 달했다.
군단장이 전쟁터를 전진하면서 살아왔으니 매번 승전을 거둔 병사들도 믿을수 없는 정예였다.
3군단은 일반 병사 전력은 비교적 약하지만 헤르메스 길드에서 연구한 각종 키메라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소속된 마법사들도 단순하게 원거리 공격 마법만을 사용할 때가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정도로 각종 소환물들과 흑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4군단은 전투 병기들을 전문적으로 다루었ㄷ.
전투마차 전투골램을 가지고 적진을 밀어붙이며 무자비하게 뭉갰다.
하벤 제국군은 3개나 되는 군단이 대지의 궁전으로 진격을 하고 있었다.
북부 유저들은 수비를 하려고 헀지만 앞사람이 죽는것을 알아차리기가 무섭게 자신의 목슴이 위태로워졌다.
하벤 제국군이 방어 진형을 발휘하는 공격력과 목표를 잡고 돌격을 할때의 파괴력은 완전히 달랐다.
"정면으로는 승산이 없지만 옆구리나 뒤를 노려봅시다!"
"우리가 믿는 것은 숫자밖에 없어요. 다들 겁먹을 필요 없어요. 기회는 옵니다. 놈들이 내부로 들어오면 둘러싸서 공격을 하면 돼요!"
"어디 낙오되는놈 하나만 걸려라!"
군단에게 돌격은 더 많은 북부 유저들에게 싸움의 기회를 주었다.
마법 파괴 지대가 사라지자, 여전히 절대 다수가 저항도 제대로 못해 보고 목슴을 잃긴 했지만 그래도 꽤 싸울수 있는 유저들이 하벤 제국군돠 붙을수 있다.
"돌파, 돌파하라!"
"이런 것들 따위에 시간을 끌지 마라!"
1군단, 3군단, 4군단 사이에서는 미묘한 경쟁이 붙었다.
어느 군단이 먼저 대지의 궁전을 함락시키느냐에 따라서 결정적인 공적이 달라진다.
드라카의 입장에서는 총사령관으로서 당연히 목적을 달성해야 했고, 3군단 4군단의 대표 역시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 전쟁이 완벽하게 끝나지 않을 경우 드라카의 지위가 위태롭기에 잘하면 북부 총독 자리를 노릴수 있다는 생각으로 더욱 기를써서 대지의 궁전으로 진군했다.
"전속력으로!"
"기동력을 더욱 높여라. 일직선으로 전부 꽤뚫는다."
"우리가 먼저다. 기사단은 출동하여 앞쪽의 길을 터라!"
하벤 제국군의 막강한 돌격력 앞에 북부 유저들은 짚단처럼 쓰러졌다.
하지만 중심부를 꿰뚫고 지나가는 제국군을 향하여 화살과 마법도 엄청나게 날라온다.
제국군이 지나간 자리는 북부 유저들로 채워져서 전투가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뭔가 움직임이 수상해졌는데."
위드는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 하벤 제국군의 이동을 알아차렸다. 제국군 한복판에 있었기에 오히려 몇몇 개의 군단이 빠져나간 것을 약간 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이놈들이 빨리도 움직이는군. 다른 곳의 전투는 그렇다 치더라도 대지의 궁전을 막을수는 있을까?"
대지의 궁전은 북부 유저들만이 지키고 있다.
위드가 집접 방어군을 통솔하는게 아니라서 그들중에서 고레벨 유저들이 몇이나 되는지도 모르고, 싸울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도 개인의 의사에 달렸다. 다만 엄청난 숫자의 군대가 대지의 궁전으로 향하고 있었기에 무사히 막아낼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위드는 핏기한점 보기 어려울 정도로 얼굴이 창백해졌다.
"크으으, 잘못하다가느 그 계획까지 실현될지 모르겠군."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심장병과 고혈압, 수명단축이 이루어질수 있는 무자비한 계획!
하벤제국군에게도 괴멸적인 타격이 발생할수 있겠지만 아르펜 왕국, 나아가 위드의 호주머니에도 심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계획이 실현될지도 모른다.
위드는 잠깐동안 그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헌혈을 하고 빵을타러 갈때처럼 현기증이 오는것만 같았다.
"그렇더라도 당장은 어쩔수 없지. 지금은 나와 헤스티거가 놀 수는 없으니까."
위드와 헤스티거는 파죽지세로 하벤 제국군을 휘어잡고 있었다.
적어도 이 부근에서 만큼은 하벤 제국군이 북부 유저들을 쉽게 죽이는 것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그것은 헤스티거의 대활약 속에 밥주걱을 단단히 올려놓은 위드 때문이기도 했다.
"변화를 알아차렸다? 그렇지만 이미 늦었다, 위드!"
위드와 헤스티거가 싸우는 전장에 6군단장 드롬이 나타났다.
하벤 제국군은 목슴을 잃어서 혹은 명령을 받아서 주변에 빠져나갔다. 위드와 헤스티거가 있는 자리는 곧 넓은 공터로 변했다. 이런 넓은 자리를 6군단의 최고정예 병력으로만 가득 메우고 있었다.
마법 기사단.
독특하게 덩치가 크게 개량된 말에 기사와 마법사가 1명씩 동시에 탄다. 마법사가 마법공격을 하고, 그 틈을 노려서 기사가 적의 숨통을 끊으며 돌파하는 전투방식.
유치하고 조잡한 방식이라고 할수도 있지만 의외로 전투에서의 성과는 엄청났다. 원거리와 근거리를 동시에 모두 타격할수 있으며 생존력도 월등히 향상된 것이다.
위드의 표정은 겉으로는 어떤 내색도 없었지만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몬스터라면 모르지만 군대를 상대로 해서는 장단점을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건... 상대하기가 마땅치 않군. 그냥 나 혼자 싸운다면 손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겠어.'
6군단의 최정예.
NPC기사들의 레벨이 기본적으로 300대 후반에 달하고 중간중간 섞여있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430을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장비마저도 호락호락 하지 않았으니 괸장한 강자들인 셈이다.
개개인이 강자들로 구성되어서 진단 전술을 쓴다면 전력은 몇배로 늘어나게 된다.
"위드 너의 목슴은 우리 6군단의 몫이 되었다."
"그렇군."
"마지막으로 남길말은 없는가?"
드롬은 전투에 앞서서 말을 걸고 있었다.
위드의 앞에 나타난 직후부터 수많은 방송국에서 자신의 모습이 중계가 되리라 생각하고 있었으니 자연스럽게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북부 정벌군의 군단장이란 직위가 높긴해도 전쟁과 관계없는 일반유저들까지 인지도가 높진 않았던 것이다.
위드도 적당히 그를 상대해 주길 원했다.
적으로 싸우고는 있지만 방송출현료를 받는 동업자 정신이 갓 태어난 송사리만큼은 있었다.
"북부의 땅을 침범한 너희에게는 시체만을 남기고 돌아가게 될것이다."
"크하하하하하!"
드롬이 말위에서 호탕하게 큰소리로 웃었다.
사실 그렇게 우스운 말은 아니었지만 텔레비전 중계를 과하게 신경 쓰고 있었다. 또한 아마도 영웅 영화를 많이본 모양!
드롬이 뚝 하고 웃음을 그쳤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으로서 마지막 으로 남기는 말치고는 지독하게 현실을 외면하고 있군. 뭐, 좋다 그런 희망을 안고 싸우다가 죽는것도 자유겠지. 시작하라!"
위드와 헤스티거를 중앙에 놓고 마법 기사단이 커다란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았다.
마법 기산단에 속해있는 숫자는 1,000명.
다른 군단의 최정예 병력에 비해서 레벨은 다소 낮지만 그 부족함을 병력의 숫자로 채웠다.
마법사까지 포함하면 총 인원은 2,000명에 달한다.
위드는 초위망부터 돌파해야 한다고 여겼다.
"헤스티거, 너부터 앞장서라."
"예 대제!"
위험하고 힘들일은 부하 먼저!
헤스티거는 대지를 박차고 마법 기사단을 향해 쏜살처럼 뛰어나갔다.
"옴싹달싹 할수 없는 굴레에 엮이거라!"
"공기의 거센 저항!"
"몰아치는 강풍으로 후려쳐라!"
콰과과과과!
전진을 힘들게 하는 마법들을 종잇장처럼 찟어버리면서 돌파하는 헤르티거.
"참회의 타오르는 화염폭풍!"
그가 칼을 휘두르자 마법 기사단의 일각이 그대로 무너지며 16명이 단체로 떼죽음을 당했다.
"폭풍의 연격!"
헤스티거가 질풍처럼 휘두르는 칼에 의하여 화염 폭풍은 더욱 거세지면서 마법 기사단을 몰아쳤다.
넘실거리는 화염각인으로, 가까이 있는 기사들은 멀쩡하더라도 말과 마법사들의 몸에는 불이붙었다.
"끄아아악!"
"살려줘 몸에 불이났다!"
"불이 꺼지지 않는다. 마법을 거슬러서 더욱 타오른다!"
순식간에 비명소리가 가득했다.
"아니, 이럴수가!"
드롬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언뜻 이해도 가지않는 상황!
자신있게 나타난 그들이 의외로 쉽게 무너지고 있는 거잖아.
실제 드롬은 전장의 동쪽에 위치해 있었기에 위드와 헤스티거에게 피해를 입지도 않았고 활약상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고작 몇사람이 군대에 난입을 해봐야 얼마나 강하겠냐는 인식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각 군단이 자유롭게 전투를 벌이다 보니 이것저것 재 보지도 않고 곧바로 위드를 처리하기 위하여 달려왔던 것이다.
"음 특별한 녀석들은 아니었군."
위드는 잠깐 동안 가만히 지켜보았다. 도대체 드롬이 무슨 자신감을 갖고 쳐들어온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헤스티거에게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동네 양아치들이 전직 국가 대표급 유도 선수에게 눈 깔리고 시비를 걸었다가 패대기쳐지는 전형적인 상황!
상황을 확인하자마자 위드는 곧바로 헤스티거에게 달라붙어서 마법기사단을 상대로 전투를 개시했다.
'뭐, 우리에게도 약점이 없는건 아니지만.'
헤스티거의 특출나게 뛰어난 무력에도 불구하고 그도 사람인 이상 언젠가는 지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쉽게 그런 생각을 떠올릴 수가 없는 이유가 있었다.
헤스티거가 너무나도 강력하고, 그 에게 붙어있으면서 화염의 기운을 전달받아서 위드도 그를 보완하듯이 놀라운 전투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헤스티거에게 잘 달라붙어화염의 속성을 최대로 활욜하는 위드는 강적, 그 자체!
드롬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마법 기사단은 놈들의 발목을 묶어라! 이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라. 6군단은 필멸의 공격을 이곳으로 개시!"
마법 기사단에 속해있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가 즉시 반발했다.
"뭐요, 군단장? 그러면 우리를 전부 죽일거란 말이오?"
"놈들을 잡으려면 그 방법밖에 없어! 아무 말 하지 말고 싸워. 더 이상 반발하면 명령 불복종으로 다스린다. 그리고 성공만 한다면 보상은 톡톡하게 할테니... 이 정도의 피해라면 위드를 잡기위해서는 감당할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빌어먹을."
얼마나 급했던지 귓속말이 아닌 고함을 쳐서 대화를 나누었다.
눈치 빠른 위드는 돌아가는 상황을 대충 짐작했다.
대체로 조직이란 목표를 당성하기 위해서 어느정도 손실쯤은 기꺼이 감수하기 마련이다.
'마법 기사단이 우리를 붙잡고 있는 사이에 원거리 공격을 집중적으로 퍼붓겠다는 거지.'
위드와 헤스티거는 과도하게 밀집해 있는 제국군 내부를 휘젓고 다녔다.
내부로 원거리 공격을 하기에는 부적절한 상황이었지만. 하벤 제국군이 전면 공격에 나서면서 분산되어 넓게 퍼지게 되었다. 제국군을 인질로 잡는 효과가 무차별 공격을 실행할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뻔한 수작에 당해 주기에는 위드가 인생을 남을 믿거나 의지하며 평화롭게 살아오지 않았다.
또한 조직에서 말단은 얼마든 희생 시키더라도 윗대가리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추구하는 법이었다.
"헤스티거 저놈이 목표다. 같이 저놈이 목표다. 같이 치자!"
"알겠습니다, 주군!"
위드와 헤스티거가 동시에 드롬을 향하여 덤벼들었다.
"어림없다. 타락의 파열궁을 맛봐라!"
군단장의 친위부대가 화살을 쏘며 강력한 공격을 해 왔다.
그러나 헤스티거의 몸에서 용암의 기운이 흐르면서 가뿐하게 화살을 녹여냈다.
"블링크!"
위드의 경우에는 단거리 순간 이동을 통하여 공격을 벗어났다.
그가 나타난 장소에는 친위대 기사 몇명이 있었지만 기습의 이점을 살려서 빠르게 제압할수 있었다.
위드를 둘러싸고 공격이 이어지려고 했지만 뒤따라서 헤스티거가 도착하여 주변을 휩쓸었다.
"이런 빌어먹을. 상황 파악이 빠르군. 거기서 무슨수를 써서라도 잡아! 잡기만 하라고!"
드롬은 자신이 목표가 된것을 알아차리고 말의 기수를 뒤로 돌려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벤 제국의 군단장이라면 지휘력뿐 아니라 가지고 있는 무력도 대단한 자리였지만 헤스티거와 위드를 동시에 감당하기에는 무리. 휘하 병력이 많이 있는 만큼 더더욱 승산없는 싸움은 하고 싶지 않았다.
드롬은 다분히 바드레이가 어비스나이트 반 호크를 사냥했던 방식을 재현하려고 했다.
힘을 완전히 빼 놓고 깨끗하게 마무리를 한다면 대지의 궁전 전투의 영웅으로 떠오르는 것은 자신이 되리라.
계산상의 착오가 있다면, 위드는 반 호크처럼 반둔사지 않다는 것이었다.
인생을 얄탁한 잔머리와 치사한 꼼수로 살아왔고 의심도 남에게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많다. 헤스티거의 전투력을 떠나서, 다른 사람의 훤히 드러나는 의도대로 당해 줄 리가 만무했다.
"쫒아가자."
"예 주군."
"전부 돌파한다."
"어렵지 않습니다!"
위드와 헤스티거는 추격전을 벌이면서 막기 위해 나타나는 6군단의 핵심 정예들을 궤멸시켰다.
그들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불길이 이글이글 타들어 가고 있었다. 드롬을 너무 빨리 쫒아가고 있어서 오히려 마법 기사단이 포위망을 유지한채 따라오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까지 했다.
어느새 헤스티거를 따르던 북부 유저들과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여차하면 몸을 빼기만 곤란해지지. 자유롭고 편하게 싸우는 편이 더 좋아.'
그때 뒤쪽에서 커다란 굉음, 땅을 울림이 일어났다.
마법 기사단이 지키고 있던 자리에 필멸의 공격이 퍼부어지고 있는 것.
"이게 무슨 짓이냐! 왜 같은 편에게...!"
드론은 부하들을 질책하기 위하여 크게 고함을 지르다가 중대한 실책을 깨달았다.
원거리 공격부대는 NPC들이 많이 포함되어 구성되어 있었다.
부하들에게 자유를 주면 통솔하기가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제멋대로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명령에 우선 복종하도록 지시했다.
헤르메스 길드 마법사 유저들은 자신의 부대들에 공격 중지의 지시를 내렸지만, 나머진 군단장 직속부대는 그대로 공격을 가해 버리고 말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법 공격에 의하여 6군단의 자랑이며 예리한 칼날로 불리던 마법 기사단이 대부분 그대로 소멸하고 말았다.
그리고 광범위 마법 공격은 계속되어서 주변으로 피해를 더욱 넓혀가는 모습이었다.
드롬은 다급히 마법 공격 부대에 명령을 내렸다.
공격을 취소, 취소하란 말이야!"
그떄 위드와 헤스티거가 가까이 다가왔다.
"팔자가 참 좋아. 한눈팔 사이도 있는 모양이지?"
"벌써!"
드롬은 다시 등을 돌려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전쟁터에서 군단장은 군대 전체를 다스리는 지휘 체제의 햄심이기도 하고 사기를 좌우하는 면도 매우컷다.
군단장으로서 적에게 사로잡히거나 목슴을 잃게되면 최악의 경우 상황에 따라 군대가 해산될수도 있다. 다른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에게 수습이 되더라도 전투력의 감소는 불가피하다.
드롬은 자신의 중요성을 알기에 아군들 사이로 달아났지만 그 광경은 썩 보기좋은 것은 아니었다.
"군단장님을 지켜라!"
"황페한 땅의 야만인들 따위가 제국에 도전을 하다니..."(쳐들어온건 그쪽인데요)
기사들이 연신 덤벼들었지만 위드와 헤스티거에 의하여 격파되었다.
전투능력이 뛰어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도 날파리 떼처럼 모여들었지만, 헤스티거는 타오르는 화산과도 같았다.
끊임 없이 화염과 용암을 뿜어내면서 적들을 단숨에 격퇴하였다.
헤스티거도 불사신은 아니었다. 그래도 대륙 최고 수준의 기사단 3~4개 정도를 내보내서 차근차근 싸워서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사상 최악의 적이었다.
확실히 제압을 하려면 어비스 나이트 반 호크 이상으로 함정을 파 놓고 공격 자원을 총 동원 하여야 한다.
그런데 옆에는 위드가 따라가면서 무모한 행동을 벌이거나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명령을 내리고 있다.
드롬이 아닌 다른 군단장들은 그 사실을 충분히 눈치채고 있었다.
'위드가 탐나기는 하지만... 지금은 버려둔다.'
'대지의 궁전이 일차목표, 그리고 북부의 떨거지들을 해치우고 최후의 만찬으로 없애는게 올바른 순서다.'
'개인이 강하다고 해도 군대에 입힐수 있는 피해의 총합이 그렇게 클수는 없겠지.'
'놈이 우리 군단으로만 오지 않았으면 좋겠군. 헤스티거가 등장한 것을 제외한다면 이 전쟁이 특별히 달라진건 없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이길 수 있지.'
전쟁중에 헤스티거를 없애려면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었다.
일찍 계산을 마친 다른 군단장들에 비해서 드롬은 욕심을 앞세웠다. 그리고 곤란하기 짝이없는 상황에 처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위드는 여전히 상황을 냉철하게 봤다.
'군단장 1명 잡아봐야 불리한 전쟁의 승기가 넘어오지는 않아. 그리고 아마 부지휘관 같은 녀석들이 또 있겠지. 어차피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자신의 병력을 그대로 지휘를 할 거고.'
위드가 상대해야 할 적은 결국 하벤 제국의 북부 정벌군 전체다. 헤스티거가 상당한 활약을 하더라도 혼자서 할수 있는건 아니었다.
"헤스티거, 적당히 쫒아다니다가 처리를 해라. 그리고 위협이 되는 마법사들 위주로 해치우도록."
"알겠습니다. 주군."
"기분이 나쁠지 모르지만 너에게 내린 전군 지휘권은 내가 다시 인수하겠다. 전쟁 전체를 직접 이끌기 위함이다."
"어떤한 불만도 없습니다. 주군께서는 적들의 약함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가지고 계시고, 저와 같은 부하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으시는 위대한 분이십니다."
"흠흠."
위드는 잠시 헛기침을 했다.
그렇게도 질투하고 괄시했던 영웅 부하에게 칭찬을 들으니 일주일간 머리를 감지않은 것처럼 간지러운 구석이 있었다.
"그러면... 오너라, 사조야!"
위드가 사자후를 터뜨리자 지평선 너머에서 일출의 태양이 떠오르는듯이 새빨간 덩어리가 떠올랐다.
활홀할 정도로 붉은 아름다움의 결정체.
불사조.
꺼지지 않는 불의 속성 덕분에 막대한 생명력을 가졌으며, 다섯 형제가 하나로 합해지면서 네 번의 강화가 이루어졌다.
위드가 탄생시킨 조각 생명체 중에서도 현시대에서는 최강에 근접해 있는 녀석이었다.
"후끼아아아악!"
불사조의 표효.
위드가 만들어낸 조각 생명체들은 한결같이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성향이 있었다.
아파트에서라면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올수도 있었지만 이곳은 전쟁터였다.
"나타났다! 조각 생명체님이시다!"
"우우왓! 텔레비전에서 봤던 그 불사조야!"
"신성 강림이다! 불닭죽 부대에서 인사드리옵니다."
북부의 유저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조각 생명체들을 하나하나 전부 알고 있는 유저들도 아주 흔했다.
"가자."
위드는 불사조의 등에 올라탔다.
평상시라면 뜨거워서 기피했을 대상이지만 혼돈의 대전사로 변신을 한 지금은 산성이 잘 맞았다.
하늘로 올라갈수록 넓은 전장이 한 눈에 들어오게 된다.
조인족들이 군무를 추면서 하벤 제국군을 괴롭히고 있었으며, 북부 유저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싸울수 있게 되었다.
넓은 평원 자체가 개개인이 생명을 다하여 싸우고 있는 전쟁터.
"지시가 불가능할 정도로 넓은 전장은 가늠조차 하기 힘들군."
위드도 규모 면에서는 사상 최대라고 생각이 들었다.
전쟁의 한쪽편을 지휘하는 사람으로서 뿌듯한 자부심도 들었다. 다만 침략을 당하고 있는 처지라는 점이 다소 불만족스러울 뿐.
대지의 궁전에서부터 하늘과, 저 멀리 시야에서 벗어난 장소에서까지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평원 전체에 불꽃이 튀고 있었으며 화살이 비처럼 상대의 진영으로 넘나들었다.
이러한 장관이 또 언제 만들어질수 있겠는가.
위드는 대재앙으로 인하여 시원한 바람을 얼굴에 받았다.
"사조야, 더 높은 곳으로 가자!"
"예, 주인님."
불사조를 타고 화염의 꼬리를 만들면서 수직 상승했다.
대지의 궁전과 그 너머, 강과 산이 보일정도로 더 넓어진 시야!
총 3개의 군단이 목표로 삼은 대지의 궁전으로 향하는 지역에서는 북부 유저들이 형편없이 밀리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모든 전장에서 하벤 제국군의 무시무시한 공격력에 의하여 대거 죽어나가고 있다.
하벤 제국군 역시 전면전투로 인하여 병력상의 손실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보병들의 빈자리는 금세 예비병들이 채웠으며 기사단 중에서 낙마한 자들이라 할지라도 꿋꿋이 다시 일어나서 100명, 200명 이상의 적들을 해치우고 난 후에 쓰러졌다.
강력한 군대의 거친 진격이 전면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기병대들이 거침없이 적진을 괴롭히면서, 북부 유저들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였다. 악착같이 버텨서 계속 싸우고는 있지만 그렇더라도 도처에서 제국군의 진군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위드의 눈이 가늘게 뜨였다.
그렇지 않더라도 비열하게 찟어져 있는 눈초리가 더욱 삭막해졌다.
"하벤 제국군이 강하긴 하군. 그렇더라도 하는 데까지는 해 봐야지. 대지의 궁전을 지키면서 전쟁에서 승리하진 못하더라도... 그게 전부는 아니야."
위드는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오늘 이곳에서 헤르메스 길드, 하벤 제국군은 전부 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