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41권 : 8) 무너지는 왕궁 (283/520)

8장 무너지는 왕궁

"나는 아렌 성의 황국 기사단에 속해있는...."

"말해 봐야 기억도 못 하니까 그냥 덤벼!"

위드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닥치는 대로 해치우고 있었다. 

대체로 공격과 수비에서 탁월한 능력을 겸비한 기사 유저들이 적이었다.

레벨까지 더 높아서 상대하기가 버거운 면이 있었지만,

 이곳은 대지의 궁전.

수비 측에 부여되는 생명력 추가 효과와 레드스타의 공격력과 옵션 혼돈의

대전사로서의 종족 능력을 총동원했다.

"블링크!"

떄떄로 순간 이동을 펼치면서 빠져 나가거나 후방을 장악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최우선 목표를 위드로 정하고 주위를 살피지 

못하다가 북부 유저들의 연합 공격에 쓰러졌다.

자신의 진영에 있다가 위드를 발견 하고는 사상 최대의 공적을 혼자

세우고 유명해지려는 욕심과 흥분으로 덤벼들어 수명이 단축되었다.

위드는 바로 앞의 적뿐만 아니라 저 멀리 산 아래에 보이는 전황도 살폈다.

6군단은 지독할 정도로 헤스티거에게 쫒기고 있엇다.

군단장 드롬은 여전히 살아서 도주 하고 있엇지만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지휘관을 비롯한 정예 병력이 헤스티거에 의해서 몰살을 당했다.

6군단은 사기 하락에 지휘 계통 붕괴까지 일어남녀서 제자리에서 북부유저들과 싸웠다.

5군단은 북부 유저들을 중심으로 하고 아르펜 왕국군과 조각 생명체들이 가세해 상대했다.

조각 생명체들의 능력이 뛰어나기는 해도 정면으로만 싸운다면 인간들에게 격파당하고 만다.

"우린 가늘고 길게 살아야 된다, 골골골!"

"소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음머어어어. 주인이 말했는데, 나한테 명예로운 죽음은 없다고 했다. 비참할 정도로 입안에서 살살 녹는 

양념 갈비와 꽃등심이 될 거라고 했다.

위드의 영원한 노예이며 살림 밑천이 되는 조각 생명체들은 적당히 몸을 사리면서 지원 공격을 했다.

불굴의 생존력을 가진 킹 히드라가 지상에서 인간들을 마음껏 먹어 치우고, 빙룡이 하늘에서 지상을 굽어본다.

빙룡의 전맨특허인 아이스 브레스가 언제 날아올지 모르기에 유저들은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켈베로스, 데스 웜 , 대형 악어, 백호 등 다양한 조각 생명체들이 자신의 특기들을 활용하며 싸웠다.

그리고 묵사발 기사단으로 이름을 바꾼 검치와 수련생들.

아무 무기나 잡히는 대로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거칠게 전장을 활보하고 있었다.

상대의 말을 빼앗아 타고 기사들과 부딪쳐 간다.

검,창, 도끼로 주요 무기를 바꾸어 가며 마상 돌파를 하는 수련생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었다. 실력 발휘를 통한 

실질적인 위력보다, 주변의 사기를 드높이는 데 일조했다.

한편 2군단은 놀라운 기동력과 돌파력으로 활약하며 대지의 궁전을 구원하기 위해 올라가려는 북부 유저들을 차단했다.

하벤 제국군의 주력이 대지의 궁전을 목표로 하면서 평원은 북부 유저들로 온통 들끓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대지의 궁전에서는 하벤 제국군에 의하여 북부 유저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갔다.

1군단의 선봉 부대는 가장빨리 진격해서 위드가 있는 대지의 궁전 중앙 성문에서 500미터 거리까지 도착했다. 기사단이 

돌격을 하면 순식간에 맞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위드는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위험해졌군. 그렇지만 아직 모자라. 더 많이 끌어들여야만 해. 본전도 못 찾게 생겼는데 제대로 빠뜨려 줘야지.'

하벤 제국군이 의심을 한다면 여기서 자칫 철수를 하거나 일부 부대를 나눌 수도 있다. 위드가 대지의 궁전에 나타난 

행동 자체도 적을을 정신 없게 만들려는 꼼수.

머린속에 떠오른다고 해서 전술이 아니었따. 상대방이 그렇게 움직이도록 적절하게 유도를 해 주어야만 한다.

사기도 쳐 본 사람이 자주 치는 것.

"목표가 저기에 있다!"

"위드를 없애는 사람이 최고의 골을 세우는 것이고, 그다음은 궁전을 부수는 자다!"

"더 빠르게! 1군단에 밀려서는 안된다. 기사단은 무시하고 돌격!"

3군단과 4군단이 전투를 벌이며 다가오는 소리도 긴박하게 들렸다.

대지의 궁전은 여러 개의 산봉우리를 이어서 세워졌다.

말 그대로 북부의 심장부에서 대지를 굽어보는 왕관을 형상화한 궁전.

완성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대지의궁전 산 아랫부분은 제국군에 의하여 새까맣게 뒤덮이고 있었다.

자그마치 무려 90만 명의 별겨이다.

물론 그들 전체가 산에 오르거나 대지의 궁전으로 침략해 온 건 아니지만 절반 이상의 전력이 집중되어 있다.

침공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사단이 나 중기병, 엘리트 보병 등이 빠짐없이 쳐들어왔다.

"그나마 다행이지? 집들이도 안 해서 조금은 덜 아쉬울 거야. 이놈의 인생은 왜 날로 먹을 수가 없는 것인지.

 역시 평생 노력해도 부잣집 아들의 운명은따라잡을 수가 없어."

세상이 평등하다고 볼 수는 없다.

위드는 자식을 낳으면 허심탄회하게 현대사회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주리라고 다짐했다.

"아들아,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너는 부잣집 아들이 아니니까 열심히 해야 돼. 먹고살 길은 알아서 찾아야 하지 않겠니?"

연애 문제에서도 해 줄 말이 있었다.

"여자는 돈이야. 돈 없으면 연애하기도 힘들다. 결혼도 현실이고..... 나? 나는, 음...."

위드는 불가사의할 정도의 미모를 가진 서윤과 결혼을 하게 되었을 경우를 떠올렷다. 사실 서윤과 자연스럽게 사귀어 가고 있었으니 장차 결혼을 할 수도 있다.

"나처럼 돈 많고 예뿐 여자를 만나고 싶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란다. 연애 비법? 그냥 무조건 피해 다녀. 그러다 보면 어쩌다가 잘 풀릴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지.

음, 좋은 비유가 있구나. 로또가 있다고 해서 누구나 당첨되는 건 아니지 않니?"

인생 역전

로또를 사면서 1등이 되기를 꿈꾸지만, 정작 자신이 진심으로 당첨이 될 것이라 믿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만큼이나 희귀한 확률로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끄르르륵!"

위드는 생각을 하는 도중에도 전투를 벌였다.

용기와 자부심을 가지고 뛰어온 유저가 몇 번의 겨룸 끝에 사망했다. 레벨은 위드가 낮더라도 모험 중에 쌓아 온 스텟이나 전투 스킬의 활용도가 월등했던 것이다.

특히 지금은 조각 파괴술로 체력을 올려놓은 후였고 유저 사제들이 계속 치료를 해 주고 있었으니 손실된 생명력도 즞각 회복된다.

적들이 다가오면서, 공적을 노리고 진열을 이탈해서 마구 뛰쳐나오는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도 더욱 많아졌다.

군단장들이 막을 수도 있었지마 그러지 않았다.

'저들이 죽거나 말거나 내가 알 바는 아니지. 레벨이 높다고 관리도 어려웠다.'

'저들이 죽어 주면서 위드가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만 준다면....'

1군단장 드라카와 그의 호위 부대원들의 얼굴까지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 졌다.

꽃이 활짝 피는 광장이 있으며 평소에는 시장이 열려 유저들로 북적대는 장소에 말을 탄 기사들이 우글거렸다.

드라카는 기쁨을 가득 담아서 외쳤다.

"전쟁의 신 위드! 죽을 자리를 찾아서 이곳에 나타난 것을 환영한다. 깨끗하게 죽여 주마!"

얼마나 바쁘게 달려왔는지, 기사들의 말이 거칠게 날뛰었다.

최소한 1만 기 이상이 되는 기사들이 이어서 도착하고, 그 뒤에는 최정예 병력이 속속 보였다.

"이런!틀렸어."

"끝까지는 싸웁시다. 우리는요."

대지의 궁전에 살아서 버티고 있는 북부 유저들도 몇만 명은 되었지만 이미 희망을 버려 가고 있었다.

하벤 제국 기사들이 위드를 갓 잡아올린 생선 보듯 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당연한 일이리라.

위드도 입가에 썩은 미소를 지었다.

'잘 걸렸군. 최소한 저들은 빠져나가지 못할 거야. 그리고 피해를 크게 입히려면 다른 군단 놈들도 더 깊숙이 끌어들여야 하는데... 여기서 시간을 조금이라도 끌어야 하나?그건 좀 의심을 살 수도 있어."

위드는 스스로의 양심에 대해서 약간의 불신이 싹트고 있었다.

'저들이 과연 얌전히 있는 나를 믿어줄까? 내 인생이 정직하고 곧은 편은 아니었는데.'

아르펜 왕국의 상징이라곤 해도 대지의 궁전을 지키고 위하여 목슴을 건다는 것은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은 아니다.

'지금은 좋다고 덤벼들 거야. 그런데 천천히 생각해 보면 필사적으로 성문을 지키려는 듯한 내 행동을 의심할 수도 있어. 마치 앞뒤 생각하지 않고 친구에거 빚보중을 서 주는 것 같은 행동이잖아.'

전투를 위해 나선 북부 유저들의 수자는 여전히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상황 불리해졌는데는도 군이 대지의 궁전만 지키겠다며 도망치지 않는다면 의심의 여지는 충분하게 생긴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흔들어 놓고 완전한 함정에 빠뜨리려면 어쩔수 없이 최선 다하고 있다는 느낌을 심어 주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백번 생각해도 도망이 최고있데...'

그렇지만 하벤 제국군을 더욱 깊숙하게 끌어들여야 하는 위드로서는 이곳에 머물러야 했다.

파바바바밧!

위드의 잔머리가 가속을 개시했다.

그 어떤 열약한 환경과 불리한 상황 에서도 살길을 열어 주고 꼼수들을 찾아내는 잔머리!

위드가 사자후를 터트렸다.

"조인족은 들어라! 지금 대지의 궁전이 위기에 빠져있다!"

전장을 떨어 울리는 거센 함성.

위드의 목소리에 조인족과 북부 유저들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산의 정상에 있었기에 평원에 있는 수많은 유저들도 들을수 있었다.

"하벤 제국군은 무차별 학살을 벌이고 있다. 조인족들은 대지의 궁전에 갇혀있는 전투 능력이 없는 일반인들을 구해라!"

상상도 못하던 구출 명령!

하벤 제국군을 거세게 공격하라는 말이 아니라 사람부터 구하라는 말이었다.

평원의 유저들은 환호했다.

"과연 위드 님이잖아!"

"아르펜 왕국의 신념은 약자를 보호 하는데 있는 거로군!"

"풀죽신교여, 우리는 끝까지 싸울것이다!"

북부 유저들은 전쟁이 유리하거나 불리한 것보다는, 자신들의 싸움에 대의가 있다는 점에 만족스러웠다.

"째재잭!"

하늘을 뒤덮은 조인족들이 위드의 명령을 따라서 대지의 궁전으로 날아왔다.

"정말 살려 주시는 겁니까? 타도 되겠지요?"

"저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데려가지 마세요. 그냥 여기서 죽을게요. 으아아악!"

"저는 잃어버릴 게 없어서 죽어도 돼요. 다른 분 구하세요."

꼼짝없이 죽을 신세였던 상인들과 관광객들이 조인족들에 의해서 강제로 구출되기 시작했다.

위드가 다시 사자후를 터뜨렸다.

"하벤 제국군이여, 얼마든지 덤벼라 나를 쓰러뜨리지 않고서는 북부의 주민들을 함부로 죽이지 못하리라!"

위드는 성문 앞에 서서 불타오르는 레드 스타를 빙글빙글 휘둘렀다. 화염과 불꽃이 이글거리면서 넓게 퍼져 나갔다.

마치 1명이라도 더 구출될수 있도록 대지의 궁전을 막겠다는 태도였다.

다분히 영웅적인 그런 행동은 위드를 개인적으로 알고있는 무리에게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성벽에서 화살을 정신없이 쏘아대던 페일이 힐끗 그를 보았다.

'그사이에 돈을 먹은 걸까? 1명 구충에 얼마씩 받는다거나 하는... 그런건 상황상 아닌 것 같은데. 그러면 설마 과도한 스트레스 누적으로 아프신건 아니야?'

사람이 죽을 떄가 되면 안 하던 행동을 한다는데, 영락없이 그런게 아닌지 의심!

그렇지만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에게는 충분히 통하는 행동이었다.

위드는 아르펜 왕국의 국왕으로 주민들과 유저들을 보살피는 행동을 하고 있다.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위드를 보며 배가 아팟던 것이다.

"전군 일제 돌격!"

"황혼의 기사단, 약재의 전사단 출격! 그리고 마법사들은 쏟아낼수 있는 최대의 공격을 조인족들을 향하여 날려라. 보병들은 우회하여 성벽을 넘는다. 대지의 궁전도 동시에 장악한다!"

"출격!"

ㅂ군단이 자랑하는 최강의 부대들이 위드와 대지의 궁전을 향하여 돌격을 개시했다. 마법병단은 조인족들의 등에 업혀서 탈출하는 유저들을 목표로 공격했다.

두두두두두두두!

기사단과 병사들의 돌격에 대지의 궁전 주변의 땅이 울렸다.

위드와 함께 수비를 위해 남은 북부 유저들은 무기를 힘주어 잡았다.

마지막 최후가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으리라.

전쟁의 신 위드와 함께 대지의 궁전을 지키는 것을 영광으로 알리라.

위드의 입가에도 잔잔한 썩은 미소가 짙어져 있었다.

1군단이 그의 의도대로 덤벼들어 주는거야 좋지만 그래도 너무 확실하게 끌어들여졌다.

'내가 심심치 않게 죽기는 하지만 그래도 보통 끈질긴 목슴이 아니거든.'

황혼의 기사단의 목표는 당연하게도 위드였다.

"투척!"

기사단이 돌격하며 던지는 수벽 개의 창이 위드를 향하여 한꺼번에 맹렬하게 날아왔다.

그대로 맞아 주었다가는 운명을달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

"블링크!"

위드는 황혼의 기사단의 선두 부근에 나타났다. 막 창을 던지고 검은 꺼내려는 적들을 향하여 레드스타를 휘둘렀다.

"불의 진노!"

"크억!"

기사를 베었을 뿌만 아니라 그 자리에 불기둥이 솟구쳤다.

달려드는 기사단을 연쇄적으로 쓰러뜨리는 역활을 하였으며, 생명력과 마나를 충전시켜주는 효과도 있었다.

레드스타와 혼돈의 대전사는 상성이 매우 뛰어나다.

마법사들도 쓰임새가 많은 불의 마법에 특화된 경우가 가장 흔했다.

"바하모르그, 나를 따르라."

"알겠다."

바하모르그는 오른손에는 큰 도끼를, 왼손에는 철퇴를 휘두르면서 기사단을 격파하며 따라왔다.

강자들이 전쟁터에서 목슴을 오래 부지하고 싶다면 기사단에 뛰어드는 것이 좋다. 난전을 이끌면서 싸우다 보면 외부의 공격은 무시해도 된다. 전략무기인 기사단을 희생시키는 군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위드 님의 뒤를 따르다!"

북부 유저들도 황혼의 기사단을 향하여 덤벼들었다.

바위에 계란을 던지는 꼴로 집단으로 사망했지만, 기사단의 발목을 조금씩은 잡았다.

"우에에에아이-!"

의외로 맑고 청조하기 까지 한 독수리의 울음소리.

조인족 전사 울극이 도착하면서부터는 하늘로부터의 강력한 공격도 진행 되었다. 유저들을 구출하던 조인족 부대들의 일부도 황혼의 기사단을 쪼아 대며 괴롭혔다.

약재의 전사단은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대지의 궁전으로 진격. 그들이 맡은 임무는 성문 장악이라서, 북부의 전사들과 수비 기사들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다.

드라카는 냉정한 눈으로 전투를 잠시 지켜보았다.

위드와 바하모르그는 황혼의 기사단을 상대로도 잘 버티고 있었다. 화염의 열기로 말들의 광란을 일으키고, 기사단의 돌격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위드가 날고뛰는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 모두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전투력이 뛰어난 건 아니다. 멜버른 광산에서의 바드레이와의 전투, 그 후로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전보대의 판단처럼 성장이 정체된 느낌이었다.

전투력으로 바드레이 보다는 확실히 한두 수 아래.

헤르메스 길드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유저라면 쉽게 목슴을 내주지 않고 공방전을 펼칠수 있다. 드라카는 자신의 확신대로 일대일 승부를 벌이더라도 이길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다만 불의 특성과 블링크 때문에 대단히 잡기가 어려운게 문제였다. 유저 여러명이 덤벼들면 순간 이동을 통하여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가 버리는 것이다.

'조금만 힘을 빼 놓으면 되겠군. 왕궁 정복부터 먼저 진행하면 순서에 맞겠다. 위드는 어떤 기발한 수를 써서 도망치더라도, 아르펜 왕궁은 끝났다.

드라카는 판단이 서는 대로 명령을 내렸다.

"위드를 상대로 한 전투는 은갑 기사단과 2기병대부터 10기병대가 맡기로 한다. 1군단의 잔여 병력은 그대로 왕궁을 정복한다."

"옛!"

1군단의 병력이 크게 우회하여 대지의 궁전을 정복하기 위한 전투 벌이기 시작했다.

해자나 궁수탑 등의 전투 시설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왕궁에는 미처 그런 것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전투 능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자들은 성벽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여 싸우다가 목슴을 잃었다.

"3군단이 도착했다. 왕궁을 정복하는 공적을 다른 부대에 빼앗기지 마라!"

"후문에서 4군단의 공격도 개시되었다. 위기다. 방어선을 곧바로 뚫고 들어오고 있다!"

아르펜 왕궁으로 상당한 면적을 자랑하는 대지의 궁전 다른 방향에서의 전투도 개시되었다.

기본적으로 다른 산봉우리에 있기 때문에 지원군이 가기도 어렵다. 위드가 성문에 나타나면서 상당히 많은 북부 유저들이 이곳으로 몰리게 된것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절망적인 상황!

"끝났다, 이제는..."

북부 유저들은 자신의 죽음과 아르펜 왕국의 패망을 떠올리고 있었다.

반면에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완벽한 승리를 확신했다.

어느 쪽에서 먼저 성문을 뚫고 아마도 텅빈 것이나 다름없는 왕궁을 완벽하게 장악하는가가 문제였다.

"돌파하라!"

드라카는 전투 공적을 빼앗기지 않기 위하여 왕궁으로 기마 병력을 계속 투입했다. 그 가차 없는 돌격에 북부 유저들이 쓰러지면서 성문이 활짝 열렸다.

"들어가자!"

"1군단이 왕궁을 정복한다!"

일부 병력이 성벽에 남은 유저들을 맡고 나머지는 그대로 왕궁 안으로 들어간다. 각 궁전들을 점령하고 약탈을 시작하게 되리라.

위드와 북부 유저들은 적에 의하여 포위당해 전투를 치르면서 그러한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목슴이 간당간당한 북부 유저들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이렇게 끝장이 나다니 믿을수가 없어."

"아아, 내가 실컷 노가다를 하며 돌을 여기까지 등에 짊어지고 올라왔는데 말이야."

"난 라면도 우리 엄마에게 끊여달라고 하는데 돌을 일흔세번 이나 운반했다고."

대지의 궁전 건설에 직접 참여하기 까지 했던 유저들은 더욱 서글픈 마음이었다.

위드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조인족들에 의해서 민간인이 절반은 구출된것 같군.'

구경꾼들이 죽거나 말거나 사실 별로 관심은 없었다.

'방어 병력도 상당히 주었어. 조직적으로 싸울수가 없을 만큼.'

북부 유저들이 버티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학살을 당하고 있다.

'지금이다.'

대지의 궁전 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아르펜 왕궁에 지극히 불리했다 위드는 미리 약속된 사람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작전을 개시합니다. 망설이지 말고 저질러 주세요.

가스톤과 파보는 대낮부터 술을 실컷 마셨다. 옆자리에서는 돌망치 길드의 건축가들이 술주정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단 말인가. 내 손으로 만든 자식과도 같은 건물을 부수다니."

"잊어버리게. 그래도 놈들이 이용하는 것보다는 낮지 않겠는가."

"그렇기야 하지만, 아직도 눈을 감으면 알카사르의 다리가 그대로 선명해. 페실강의 남쪽과 북쪽을 이어주는  그 우아한 다리가...! 우리가 다시 그런 다리를 지을수가 있을까?"

건축가들이 퍼부은 노고의 결정체.

북부의 자랑스러운 건물인 알카사르의 다리가 붕괴해 버리고 나서 건축가들은 당연자실해지고 말았다.

자신들이 계획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함께 모여서 완성된 위대한 조각품이 산산조각이 나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다행히 침략자인 하벤 제국군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어서 망정이지, 그렇지도 않았다면 비통한 마음은 더욱 심했으리라.

"크으, 술맛이 정말로 쓰군."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셔야지."

가스톤과 파보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정신없이 술을 들이켰다.

알카사르의 다리는 이미 벌어진 사건이었지만 파보가 할 행동은 지금부터였다. 그것도 알카사르의 다리와는 비교도 안되는 엄청난 사건을 저질러야 한다.

건축가 파보는 위드로부터 따로 연락을 받았다. 그 부탁을 듣고 나서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저...정말인가? 내가 잘못 들은건..."

"아니죠."

"다시한번 말해보게."

"아르펜 왕국의 왕궁을 파괴해 주십시오."

"마음에 안드는 건물이 있다면 부수지 말고 조금 고쳐서 쓰면 되지 않겠나."

"그게 아니고, 왕궁 전체를 송두리째 완벽하게요."

"농담이겠지?"

"비싼 보리빵 먹고 농담하겠습니까?"

"...."

파보는 위드로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들을수 있었다.

하벤 제국군이 왕궁을 점령하면 산봉우리에 이어져 있는 궁전을 일거에 무너뜨려서 피해를 준다는 전략.

"피해야 줄수 있을것 같지만 왕궁이 너무나도 아깝지 않은가? 그런 식으로 무너뜨리고 나면 복구도 안될거네."

"아깝죠 갈비뼈가 윙윙대면서 떨릴정도로 아깝고, 오죽하면 돈가스를 먹으면서도 무슨 맛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그래도 죽 쒀서 놈들에게 넘겨주는 것보단 낮죠."

"하긴 하벤 제국 놈들에게 갖다 바치느니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확실하게 실행에 옮길수는 있으시겠죠?"

"뭐, 우리 건축가가 가지고 있는 건물 붕괴술을 쓴다면 충분히 해낼수 있지. 시일이 촉박하기는 하지만 알카사르의 다리를 무너뜨려 날짜를 조금 벌어서 지금부터 준비를 한다면..."

건물 붕괴술은 건축가의 비기이면서도 조각 파괴술처럼 상당히 널리 알려진 기술에 속했다.

대단한 건축물을 여러개 건설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스킬.

물론 단순히 스킬만 쓴다고 되지는 않고, 특정 지지대들을 미리 약화시켜 놓거나 하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건축물의 꼭 필요한 부위들에 건물 붕괴술을 써 놓지 않는다면 제대로 파괴되지 않을수도 있었다.

왕궁을 집접 지은 건축가들은 내구성을 책임자는 부위들을 숨겨진 곳까지도 자신의 손바닥만큼 훤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아니다.

"한꺼번에 무너뜨려서 점령군에 최대한의 피해를 입혀야 됩니다."

"그것도 어렵지 않게 가능할 걸세. 여러개의 산봉우리에 지어진 대지의 궁전 특성상 전부 연결이 되어 있으니 하나가 붕괴되면 나머지는 연달아서 무너지게 되어 있지."

"문제는 그냥 왕궁만 부숴서는 건축에 들인 시간과 비용만 아깝습니다. 최대한의 살상력을 발휘해야 하는데요."

"건물이 무너진다면 얼마 깔리긴 할테지만, 헤르메스 길드 놈들이야 꿈쩍도 안할테지. 금방 빠져나와 버리고 말걸세."

"그래서 말인데, 대지의 궁전이 산위에 있지 않습니까. 그점을 이용할수 있을 텐데요."

"설마... 왕궁 건물을 이용해 산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무너뜨리란 말인가."

"가능하다면요."

"왕궁이라면 산사태를 일으킬 정도의 재료로 충분할테지. 알카사르의 다리 이후에 건축가들이 바로 작업을 하고 광부 유저들에게 지반공사를 부탁하면 어쩌면 시도는 해볼수 있을지도..."

"꼭 부탁드립니다."

"자네는 정말 무섭군. 이런 생각을 아무나 떠올리고 행동에 옮길수 있는 건 아닌데."

"본전을 찾고 싶을 뿐입니다."

위드와의 대화를 떠올린 파보의 얼굴은 침울해졌다.

건축가들의 염원으로 이루어진 왕궁을 부숴버려야 하고, 이 계획을 자신의 손으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파보 혼자서 할수는 없는 큰 작업이라서 보안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북부의 건축가 광부 몇명과도 동시에 사전 작업을 했다.

"기, 기가 막히는군요. 꼭 해 보겠습니다."

"궁전 아래의 땅을 파서 지반을 약화시키면 된다는 거지? 갱도를 얿고 크게 파서 나중에 무너지는 것쯤은 신경 안써도 되고... 광물을 찾는 것도 아닌데 뭐가 빠지도록 곡갱이질을 해야 하겠는걸."

특히 건축가들의 우상, 나뭇가지 몇개만 주면 단열과 난방이 완벽하며 빗물까지 새지않는 건출물을 만들수 있다는 대륙 최고의 건축가 마블로스 에게도 이야기를 전했다.

미블로스는 북부로 온지는 얼마 안되었지만 조인족들의 자유로움을 부러워하며 무료로 나무 둥지들을 꼼꼼하게 제작해 주고 있었다. 건축가들은 전문직인 만큼 결과물을 보면 그 성격도 짐작할수 있다.

하벤 제국군을 막는다면서 남쪽으로 떠나려는 그에게 계획을 알려주고 나니 동참하기로 했다.

"...무서울 정도로 과감한 계획이군. 결과물을 생각하니 소름이 돋아.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로 그 계획의 불확실성을 보완하고 규모를 조금 더 키울수 있을것 같은데."

"정말이십니까? 실례가 아니라면 스키ㅣㄹ의 이름을 알수 있을까요?"

"산사태, 지반 붕괴술."

"정확히 필요한 스킬이군요. 그런 엄청난 스킬이 건축가에게 있었습니까?"

"건축가의 비기 중에서 붕괴술과 연계된 2차 스킬인데, 익히기가 쉬운건 아니었지."

"흠 과연 미블로스 님은 대단하시군요."

"나도 익히고 난 후에 써 본 적은 없는 스킬이라서 영향력 같은건 알지못해. 너무 엄청난 파급효과가 일어나는건 아닐지 모르겠네."

"그렇다면 제 선에서 결정할 문제는 아닌것 같습니다."

파보는 즉시 위드에게 보고를 했고 허락을 맡았다.

위드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잘됐군요. 왕궁값은 톡톡히 받아 내야 되겠죠. 예상보다도 규모가 커지더라도 상관은 없을것 같습니다. 뒤통수를 칠 때는 확실하게 쳐야 하니까요."

그렇게 결정되어서 건축가들은 비밀리에 대지의 궁전에 철저한 사전 작업들을 해 놓았다.

필요한 순간이 되면 대지의 궁전을 떠받치는 지지대들은 효력을 다하고 말 것이다. 왕궁이 연쇄적으로 무너져서 사람들을 덮치기 시작할 것이며, 타이밍을 잘 맞춰 미블로스의 산사태와 지반 붕괴술까지도 덩달아서 펼쳐지리라. 그 순간이 두려워지는 파보였다. -작전을 개시합니다.

그때 그에게 귓속말이 전해졌다.

"크으으, 결국 이렇게 되는군."

파보는 자신에게 연계된 건축가들에게 귓속말을 넣었다.

-시작합시다. 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알겠소. 결국 그렇게...

-왕궁이 침략당하고 있으니 어쩔수 없겠지요. 하벤 제국의 개들을 쓸어버립시다.

건축가들은 전투를 보고 있었는지 대답은 바로 도착했다.

파보는 호주머니에서 대지의 궁전을 축소한 작은 모형을 꺼냈다. 건물 붕괴술을 사용할 때에는 필수적으로 건축 모형을 필요로 한다.

"에라, 끝장이다. 건물 붕괴술!"

파보는 흙을 구워서 만든 대지의 궁전의 모형을 땅에 내팽겨쳤다. 그 이후에 벌어질 상황은 차마 보고싶지 않았다.

-스킬, 건물 붕괴술이 사용됩니다.

세계를 구하는 용사 헤스티거.

그는 6군단 지휘 체제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군단장 드롬이 쫒기는 사이에 그를 구하러 온 기사단을 격파했고. 중간지휘관들에게도 화살을 쏘았다.

추격전을 벌이거나 시미터를 휘두르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등에매고 있는 활을 꺼내서 강자들을 향하여 화살을 쏘았다.

활쏘기는 사막 전사의 주특기중 하나.

어느새 상당히 강한 헤르메스 길드 유저를 해치우고 나서 전리품으로 하이엘프의 '숲의 맑은 영혼을 울리는 활' 을 입수하였던 것이다.

하이 엘프의 활은 희귀하기도 할뿐더러 그 검증된 위력으로 유명하다.

정확도와 사정거리, 속사, 마법과 정령술의 피해까지 추가로 입히는, 하이 엘프의 활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물품.

헤스티거의 손을 떠나서 번개가 꿰뚫는 듯한 속도로 날아간 화살은 어김없이 백발백중의 위력으로 목표를 사망에 이르게 만들었다.

위드가 알았다면 급성 위장병으로 대학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고 말았을 정도의 활을 얻어서 써먹고 있는 것이다.

"꺄악! 헤스티거 님, 힘내세요!"

"어머나, 날 보고 웃어 주셧어!"

헤스티거가 싸우는 주변에는 조인족 암컷 주민들이 무리를 이루어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 사이에 반해버린것!

뾰족하고 날카로운 부리를 쩍 벌리고 부리부리한 눈동자를 굴리면서 따라다니는 암컷 조인족들 이었다.

지휘가 가능한 유저들과 기사들이 헤스티거에 의해 거의 몰살당한 6군단은 북부 유저들에게 맹공을 당했다.

"모두 힘을 내십시오. 대제왕을 믿는다면 우린 받드시 이겨낼수 있습니다."

헤스티거의 몸에서는 거센 화염이 사방으로 일어난다. 그가 달려서 지나간 자리에는 들끓는 용암의 길이 만들어졌다.

용암의 강.

생명체가 접근하면 붉게 흐르는 용암이 마구 폭발한다.

사막 전사의 최상위 스킬 중 하나!

스킬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용암이 분출되고 있는 화산에 방문하여 특수한 의식을 펼쳐서 힘을 얻어야 했다.

위드는 시간이 아까워서 배우지 못한 스킬중의 하나였는데, 헤스티거는 고요한 사막 너머에서 익혀놓은 것이다.

지나간 곳 뒤로 용암의 강이 생겨나ㅏ면 군대는 통행이 불가능하게 분리되어 버리고 만다. 또한 화염의 기운을 얻읈 ㅜ있기에 사막 전사들의 경우에는 생명력의 회복이나 스킬의 강화가 가능했다.

위드는 사막의 대제왕 시절에 반쪽짜리 사막 전사에 가까웠다. 특정 스킬이 있더라도 퀘스트를 거쳐야 하거나 스승을 찾아야 한다면 굳이 익히지 않았다.

헤스티거가 지고의 화염을 다루는 탓에 하벤 제국군에서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계속 입었다.

넘실거리는 화염 각인의 위력도 극대화 되었다.

병사들끼리 연달아 불이 붙으면서 소멸되었다. 기사들조차도 근처에 다가오지도 못하고 떼죽음을 당했다.

전쟁의 시대를 휩쓸었던 영웅중의 1명이 나타나서 현시대에서 최강으로 군림하는 하벤 제국군을 맹령하게 공격했다.

헤스티거는 2군단이 지키는 영역으로 도주하려는 드롬마저도 따라잡았다.

"이걸로 끝이다. 기사답게 다앙하게 죽음을 맞이하라."

"위드, 그 간악하고 음흉한 놈이 이런 비열한 수단을 숨기고 있을 줄은..."

"대제왕을 모욕하지 마라. 그분의 숭고하고 거룩한 뜻을 너는 조금도 헤아리지 못한다."

"허어."

드롬은 가슴이 답답해서 미치고 팔짝뛸 지경이었다.

어디서 이런 괴물이 나타났는지, 그것만도 분통이 터질 일인데 그는 위드의 절대적인 정신적인 노예이기까지 했다.

"나를 지켜다오!"

드롬의 간절한 외침에 2군단 소속 기사단이 말을 타고 달려왔다.

"종말의 날!"

헤스티거의 광역 스킬은 드롬과 함께 기사단까지도 깨끗하게 소멸시켰다. 드롬은 상당한 강자였지만 도주를 하면서 생명력에 계속 피해를 입어 왔던 탓이 컷다.

그리고 그때부터 헤스티거의 목표는 2군단으로 바뀌었다.

신속한 기동력과 강력한 돌파력을 바탕으로 전장을 지배하던 2군단이 최악의 적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싸움은 대지의 궁전에서 벌어지는 전투!

"아아, 이미 늦었어."

"저것들이 벌써 성문까지 깨고 들어갔어. 방법이 없어."

북부의 유저들은 대지의 궁전을 구하고 싶었지만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대지의 궁전이 있는 산봉우리와 그 인근은 하벤 제국군으로 가득했던 것이다.

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

쿠그그그그긍!

그때 갑자기 울리는 굉음.

대지의 궁전에서 땅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곧 산봉우리가 눈에 보일 정도로 거세게 흔들렸다.

전투가 잠시 멎었다.

북부 유저들이나 하벤 제국군이나 모두가 시선을 대지의 궁전으로 고정시켰다.

그들이 보는 시야에도 왕궁과 산봉우리들이 심하게 흔들리며 무너지고 있었다. 하벤 제국의 황궁에는 비교할수 없지만 그래도 상당한 면적과 크기를 자랑하는 대지의 궁전의 건물과 성벽이 산산조각 났다.

"말도 안 돼. 저게 말이 돼?"

"안 되지 않나."

"근데 끝내주긴 한다."

"우으아아아아아아!"

트리온은 힘껏 비명을 질렀다.

비겁자 트리온.

초보 시절에 던전 사냥을 가서 동료들을 내버려 두고 도망쳤더니 붙게된 호칭이었다. 그 후로 레벨을 아무리 많이 올려도 비겁자라는 호칭은 떠나지 않았다.

트리온은 땅이 흔들리자마자 고함을 질렀다.

"나 다시 죽기 싫어어어어어!"

알카사르의 다리에서 강에 떨어지며 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굳건한 다리가 흔들리더니 한순간에 추락하게 되었다.

대지의 궁전에 막 발을 올린 지금도 그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산봉우리가 우르르르 하는 소리를 내면서 통째로 흔들린다. 왕궁 바닥에 깔려있는 청석판들이 춤을 추듯이 일어나서 제멋대로 흩어지고 있었으며, 궁전 건물들은 기둥이 옆으로 쓰러지고 천장이 무너졌다.

"건물이 붕괴한다아아앗!"

1군단의 지휘부와 3군단, 4군단에서 까지도 일부 트리온의 비명소리를 들을수 있었다.(사자후로 소리 질렀나?)

"뭐. 뭐지? 지진인가?"

"드라카 님, 대지의 궁전이 무너지려는 것 같습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도 흔들림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이 보는 시야에 대지의 궁전의 몇몇 큰 건물들이 옆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쯪쯪, 우리가 정복을 하지 못하도록 파괴를 선택했나?"

"그런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직접 정복하지 못해서 아쉬운데요."

"어차피 왕궁은 철저히 파괴해 버릴 셈이었으니 결과적으로 달라질것도 없겠군."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눈앞의 토끼가 도망치는 기분에 아쉬움이 들었다.

그때 위드가 외쳤다.

"모든 조인족들은 전투를 중지하고 사람들을 구출하라! 1명이라도 더 구해야 한다!"

드라카는 얼음물을 뒤집어 쓴 듯이 정신이 번쩍 깨였다.

"뭣이?"

대지의 궁전을 포기하는 선에서는 이해할수 있다. 그렇지만 상당한 전투력을 가진 조인족들에게 인명 구조의 역활을 지족해서 맡기다니, 감이 좋지 않았다.

드라카 : 뭔가 심상치 않다. 지휘관들은 현재 위치와 상황을 보고하라.

페르시오네 : 성문으로부터 100미터 정도 안쪽입니가. 건물들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차커 : 대략 400미터 안쪽입니다. 왕궁의 중심 건물들로 이어진 통로가 막혔습니다. 3군단이 보입니다.

시르밧 : 성벽을 넘어서 침투. 건물들 때문에 정확한 위치 파악 어렵습니다. 4군단 병력 발견! 군단장 인스트리움이 보입니다. 그들도 왕궁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드라카는 위드를 처리하기 위하여 상당히 많은 병력을 데리고 성문근처에 남았다. 그렇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전체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을 파악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연속으로 들어오는 보고는 등줄기에 전율이 일어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대지의 궁전이 파괴되는 것쯤은 이해를 한다.

중앙 대륙에서도 정복 전쟁이 일어 났을때 침략자들에게 빼앗기기 싫어서 불태워 버리거나 철저히 부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사실 자신도 다른 세력이 침공을 해온다면 그냥 왕궁을 뺏기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 우리 군대가 몰려오고 난 지금이라고?"

드라카는 과도한 긴장으로 몸에서 식은땀이 흐르는것 같았다.

자신이 싸우고 있는 상대는 전쟁의 신 위드!

절대적으로 이길 수 밖에 없는 전투였음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여기까지 끌고오게 만든 상대.

'부서지는 것은 왕궁뿐일까?"(니마음, 니병력, 니지휘, 니신용 등등 많이 부서짐)

머릿속에 의문이 들자마자 땅의 진동이 더욱 거세졌다.

'감이 안좋아. 판단이 틀리더라도 여기서는 물러나야 한다.'

드라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전군 퇴각! 1군단과 3군단, 4군단은 모두 산을 내려가라!"

총사령관이 발휘하는 통솔의 외침!

푸히히히힝!

하벤 제국군이 타고있는 말들은 놀라서 발광을 하고 있었다. 병사들 또한 땅을 울림에 의하여 걷지를 못했다.

병력의 진군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처럼 철수 역시 마찬가지다. 후방 부대가 신속하게 산을 내려가서 길을 터주어야만 선발부대 역시 퇴각이 가능하다.

아직 대지의 궁전을 구경도 하지 못한 후방 부대의 경우에는 지금껏 빨리 진군하라며 재촉을 당했다. 그런데 갑자기 철수 명령이 떨어지자 부대들의 전환은 빠르지 못했다.

"뭐야,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1군단이 모든 공적을 독식하려고 하는거 아닌가? 무너진 왕궁이라도 차지한다면 점령군의 깃발을 꽂을 수가 있잖아."

공적을 높이고 명성을 날리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있던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반발심도 들었다.

북부 대륙 정복을 위한 중요한 순간을 1군단이 빼앗으려는 부당한 명령으로 받아들였다.

철수 명령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1군단마저도 잠깐 동안은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위드가 일으킬 수 있는 대재앙은 단한번 이라는 사실이 그동안의 자료를 통해서 파악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붕괴와 몰락의 순간은 더 빨리 다가왔다.

대지의 궁전 건물들이 연쇄적으로 가라 앉으면서 흙먼지가 크게 일어났다. 성문에서부터 기사단의 숙소, 귀족들의 연회장, 중앙 궁전까지 순차적으로 무너졌다.

그리고 건물이 주저앉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일어나기 힘든 지진이 땅 전체에서 일어났다. 왕궁이 무너지는 것이 산사태와 지반 붕괴술을 더욱 가속화시켰던 것이다.

터무니 없게도 산이 옆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콰과과과과과과!

대지의 궁전이 무너지며 생겨난 건축 잔해들이 경사를 따라서 아래로 굴렀다.

"우으아아아아악!"

산사태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압도적인 장관!

수많은 유저, 하벤 제국의 정예 기사단, 전투마와 마차, 돌덩이들이 아래로 휩쓸려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째재잭!"

조인족들은 필사적인 구출을 감행했다.

"사, 살려주세요! 모라타에 판잣집 대출금도 아직 다 못 갚았어요!"

"풀죽신교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닭죽부대 하얀무, 여기서 명예롭게 죽겠다!"

흙먼지로 시야가 1미터도 되지 않는 가운데 조인족들은 날아왔다. 억센 발톱에 사람이 걸리면 일단 따지지 않고 공중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휴 영락없이 죽는줄 알았는데 간신히 살았네.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쪼로로롱!"

"에잇 감히 대하벤 제국의 기사 로스다무를 납치하다니, 이 더러운..."

"까악!"

휘리리릭!

"으아아아악! 놓지마!"(짜져 있을 것이지..)

조인족들은 구출 작전에서 더 용맹했다.

벽에 부딪치고 무너지는 나무 기둥에 깔렸다. 깃털과 얼굴이 먼지를 뒤집어 써서 회색빛으로 변했음에도 날렵하게 날아들었다. 살아있는 북부 유저들이 몇 되지 않기에 신속하게 대부분 구출했다.

"블링크!"

위드는 때마침 날라온 불사조의 등으로 순간이동 했다.

콜택시처럼 정확하게 날아온 불사조 였다.

그리고 그때를 맞춰서 아래서부터 허물어져 내리는 산!

대지의 궁전을 나누어서 지탱하던 여러개의 산들은 산사태와 지반 붕괴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면서 왕궁 건물들 역시 분열과 파괴가 가속화되어 무너지면서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아까운 내 돈..."

위드는 피눈물을 삼켜야 했다.

아르펜 왕국의 통치를 위해서, 비좁은 흑색 거성의 단칸방이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호화로운 왕궁이 생겼다. 그런데 불과 이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흔적도 찾기 어렵게 되었다.

"부동산으로 흥한 자, 부동산으로 망한다더니... 요즘 미분양 문제나 집값 하락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이야기가 남 일이 아니었어."

대지의 궁전은 산들과 함께 완벽하게 허물어지고 있었다.

누구도 멈출수 없으며, 걷잡을수 없는 중대한 사태.

산사태와 지반 붕괴술이 순수하게 이만큼의 위력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유의 스킬들은 지형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는다.

산들은 무거운 대지의 궁전이 짓누르는 하중을 견뎌내고 있었다. 그런데 건축가와 광부 들의 사전 작업에 의하여 크게 약화되었다.

이때 산사태 스킬을 사용하니 산의 일각이 그대로 무너지고 왕궁의 다른 곳으로 연결되 하중은 늘어나게 되어 규모가 점점 커지게 되었다.

위드는 지상을 내려다 보다가 망연자실해 있는 드라카와 눈이 마주쳤다.

"......"

일대일 승부를 벌이자고 당당하게 외칠때와는 달리 지금은 성문 근처에 남아 감당하기 불가능한 현실에 넋을 놓고 있었다. 바로 근처가 기울어지면서 바위가 치솟고 무너지고 있었음에도 살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벤 제국군의 북부 정벌군은 드라카 자신의 목슴보다 더 귀중하다.

명예와 권력, 돈.

자신이 누리던 그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죽어 나가고 있었으니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위드는 그를 향해, 들리지는 않을 테지만 작게 이야기 했다.

"이게 인생이야. 별거 없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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