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41권 : 9) 하벤 제국의 불행 (284/520)

9장 하벤 제국의 불행

아르펜 왕궁의 영역에 있는 모든 유저들에게 메세지 창이 떳다.

띠링!

-아르펜 왕국의 왕궁이 전쟁과 재해로 인하여 파괴되었습니다.

대지의 궁전의 모든 건물들이 완파되었으며 왕국의 수도도 역활을 하지못하게 되었습니다.

지역 정치가 크게 퇴보합니다.

군대의 사기각 약화됩니다.

왕국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이 저하됩니다.

불안감에 치안이 약화되고, 반란군과 저항군이 출현하게 될수도 있습니다. 특정 지역이나 종족들이 분리 독립 요구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입니다.

똑똑한 몬스터들이 더 자주 왕국의 변방 마을을 침략합니다.

주민들의 소비와 상업이 불황에 빠지게 되어 경제력이 감소할 것입니다.

일시적으로 세금 납부율이 줄어들게 됩니다.

왕국 내부의 혼란으로 인근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0%가 되었습니다.

아르펜 왕국의 영역 내에서 건설중이거나 계획중인 위대한 건축물 14개의 진행 상태가 지연됩니다.

69개 마을이 왕국 소속에서 이탈합니다.

문화적인 확장이 일시 중단되고, 다른 지역으로 퍼지고 있는 문화 영향력이 수도를 재건할 동안 효력을 상실합니다.

아르펜 왕국과 관계된 모든 퀘스트 들의 보상이 정상적으로 지불되지 못하거나 취소됩니다.

왕궁 붕괴에 따른 엄청난 불이익.

긴 문장을 다 읽기도 전에 북부 유저들에게는 대지의 궁전과 함께 1군단, 3군단, 4군단이 괴멸되는 모습부터 보았다.

"으아아악! 말도안돼."

"최고다! 이런 반전을 기대하고 있었다고!"

평원의 유저들은 한꺼번에 환희의 함성을 질렀다.

헤르메스 길드와 하벤 제국군으로서는 심히 당황스러웠다.

왕궁 파괴의 목표는 달성 했더라도, 집단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절망적이었다.

병력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북부의 유저들은 여전히 어마어마하게 많다. 대지의 궁전이 남아있을 때는 저곳만 부숴 버리면 전투가 끝날것 같았지만, 이제는 영락없이 북부 유저들 전원을 해치워야 할 것이다.

"북부로 쳐들어온 자들을 한 놈도 남김없이 죽이자!"

"대지의 궁전을 잃어버린 대가를 받아내자."

"풀죽의 이름으로!"

북부 유저들의 사기가 올랐다.

전쟁의 양상도 완전히 바뀌었다.

어떻게든 하벤 제국군을 막아 내야하는 전쟁에서, 그들을 남김없이 쓸어버리려는 극적인 태도 변화가 있었다.

시기적절하게 막대한 병력을 매몰시킨 대지의 궁전 붕괴는 당사자들이 갑자기 전쟁의 승긱가 기울었다고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이건 아니잖아.'

'할만큼은 했다. 여기 남아 있어서 좋은 꼴은 못볼것 같다.'

'이 틈이야. 남들보다 빨리 선수를 쳐야돼. 몰래 빠져나가면 티도 나지 않겠지.'

영악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벌써부터 부대를 이탈해서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었다. 북부 유저들에게 그 모습들까지 보임으로써, 확실한 승리를 위한 일방적인 전투가 벌어졌다.

하벤 제국군을 향하여 사방에서 밀려드는 유저들.

2군단과 5군단은 아직 원거리 파괴 전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모든 방향의 적들을 물리치기에는 이제 무리다.

온통 북부 유저들에게 둘러싸여서 사투를 벌여야 했다.

전장을 휘젓고 다닌 헤스티거는 힘이 빠질만큼 빠졌어도 여전히 시미터를 휘둘러서 한번에 3~4명씩 불태우는 극강의 위력을 발휘했다.

위드는 불사조를 타고 하늘에서 사자후를 터뜨렸다.

"모두를 위해 맛있는 밥상이 차려졌다! 아르펜 왕국의 용사들이여,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머뭇거리다가는 맛도 못보고 끝나고 말리라!"

왕궁 파괴 이후로 꼬인 기분.

남아있는 하벤 제국군을 향하여 공격 명령을 내린 것이다.

하벤 제국군의 잔여 병력도 1개 군가를 상대로 하기에는 충분했지만, 전투의 흐름과 상황은 그들을 약자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전투 초창기에 비하여 너무나도 약해지고 병력도 감소했으며 분산되었다.

"이건 뭐... 정말 차려진 밥상인데."

"숟가락만 올려놓으면 되겠어요 여보!"

"아직 싱싱하게 살아 있으니 조심해서 잘 먹읍시다."

북부의 고레벨 유저들.

다크 게이머들.

헤르메스 길드의 하벤 제국군의 위력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그리고 무의미한 죽음을 아까워했기에 손 놓고 있던 이들이 전투에 참여했다.

헤르메스 길드에 소속된 유저가 아니면 모두가 단합해서 그들을 상대로 싸움을 시작했다.

구경하기 위해서 평원 너머를 새까맣게 차지하고 있던 초보자들, 고레벨 유저들 가리지 않고 무섭게 달려드는 것이다.

위드의 명령이기도 했지만, 그들이 보기에는 지금 구경만 하고 있는다는건 너무 멍청한 행동이다.

하벤 제국군과 헤르메스 길드의 악명이 대단하게 퍼져 있는만큼, 역으로 생각하면 그들을 물리쳤을때의 이득도 가장컷다.

위드의 말대로 정확하게 진수성찬!

유저들도 신바람이 나서 외쳤다.

"조인족님, 저의 좀 태워 주세요!"

"어디까지 가세요? 혹시 저쪽을 공격 가실 거면 거기까지만 데려다 주실수 있을까요?"

지나가는 조인족들이 있으면 정중하게 탑승을 요청하는 유저들.

그들은 하벤 제국군의 머리위에서 무작정 낙하를 했다.

정예화된 공수부대 처럼 깔끔한 낙하가 아니라 50미터 100미터 상공에서 그냥 땅에 떨어지고 보는 것이다.

"우헤헤헤헷."

"간드아앗!"

바로 밑에 적이 있으면 깔아뭉개고 나도 죽고, 혹시나 운좋게 살아남으면 주변을 공격.

"이런 미친놈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이를 갈았다.

마법사, 궁수는 물론이고 기사단의 돌격까지도 거의 무용지물이 되었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북부 유저들을 상대로 하여 어떤 전술적 목표를 가지고 어디를 공격할 것인가.

게다가 북부 유저들의 습격은 작전이라고 부를 수 없는 무모한 시도였다.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앞뒤 안가리고 전력으로 달려와서 부딪친다.

생존률이 거의 없는 터무니없는 행동을 벌이는데, 그 피해가 생각외로 너무 막심하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자괴감까지 느꼈다.

중앙 대륙에서 그들은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귀족처럼 살았다. 그들의 말에 무수히 많은 유저들이 긴장하였으며 감히 반발 같은건 있을수도 없었다.

그런데 북부 대륙으로 와서 이 무슨 고생이란 말인가.

하벤 제국군 과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무너지는 군대를 지탱하고 일으켜 세워 보려고 했지만 더 이상의 반전은 없었다.

생각할 겨를도 주지않는 북부 유저들의 맹공!

위드와 헤스티거의 활약, 그리고 날이 바짝 서있는 북부 고레벨 유저들의 참전으로 인해서 균형추는 완전히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날 밤, 평원에 남아있는 사람은 북부의 유저들 뿐이었다.

아르펜 왕국의 병력 일부와 조인족 주민, 크게 피해를 입지 않고 얍삽하게 실속을 챙긴 조각 생명체들, 또한 네크로 멘서들이 일으켜 세운 언데드만이 겔겔거렸다.

"만세!"

"아르펜 왕국이 침략을 막아냈다.!"

"얼씨구 좋다."

"풀죽,풀죽,풀죽!"

- 하벤제국군의 북부 대륙 원정군에 속해있는 1군단, 2군단, 3군단, 4군단, 5군단, 6군단이 전멸했습니다. 1명의 생존자도 없는 완벽한 전멸입니다.

모든 전투 물자를 노획당했습니다.

공성 병기들이 전부 파괴되었습니다.

제국의 명성이 14 낮아집니다.

제국 군대의 사기가 저하됩니다.

제국의 영토에서 치안이 다소 약화될 것입니다.

바드레이와 라페이, 헤르메스 길드 수뇌부의 얼굴은 경직되어 있었다.

'이럴수가... 질수없는 전쟁을 졌다.'

'드라카 군단장의 돌발 행동이... 아니야, 그를 탓할수는 없다. 그는 상황에 맞춰서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 느긋하게 차분히 싸웠더라면 결과적으로는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하게 몰아가는 흐름이 있었다.'

'애초에 대지의 궁전을 건설이힘든 산 위에 지었던게 설마... 우리 하벤 제국의 침략과 정복을 예상한 선견지명이었단 말인가. 그 함정에 걸려든 우리는 패배를 당한 것이고? 전쟁의 신 위드, 너무나도 끔찍한 적이다.'

'저 막대한 병력이 소멸해 버리다니. 저 군대가 하벤 제국의 저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전력이었다. 저만한 숙련된 병사들을 키워 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헤르메스 길드의 불패 신화가 또 위드에 의해 무너졌다. 대지의 궁전을 파괴한 건 좋은 일이지만 그 모양새도 반드시 좋진 않았다.'

수뇌부마다 전쟁의 여파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객관적인 상황 판단이 안되어서 전확히 알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북부 정벌군이 왕궁을 파괴했더만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게 훨씬 더 많다. 무엇보다 전쟁의 신 위드는 다시금 명성을 드높이게 될 것이다.

그러한 분위기로 인하여 하벤 제국의 황궁 연회실에는 깊은 침묵이 흘렀다.

헤르메스 길드에 투자한 자산가들도 말이 없었다.

'흠, 큰 돈을 들인 사업인데... 아니, 돈이야 상관없다. 헤르메스 길드, 자신들의 미래 가치를 모르기에 헐값이나 다름없는 가격에 투자를 할수 있었지. 그들의 생각보다도 훨씬 큰 가능성을 가진 사업이니 손해는 없다. 그래도 예측하지 못한 사업상의 불확실성이 있었군.'

'베르사 대륙. 가상현실이기는 하지만 또 다른 하나의 완전한 세계가 아닌가. 이곳에 권력과 힘을 가질수 있는 투자라면 그 자체로 가치가 충분하다. 역으로 남들보다 먼저 투자를 할수 있어서 대단히 다행스러웠다고 봐야겠지. 대륙 정복의 과제가 당분간 미루어 졌다고 해도... 현재의 절대적인 우위가 지속되고 있으니 곤란하진 않다.'

'흔히 전도유망한 신생 기업에 투자를 하고나면 성공한 창업자나 기업가는 투자자들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지. 약간의 실패도 경험해 봐야 이후 고분고분해지는 법이다.'

자산가들은 먼저 계산을 끝냈다. 그들끼리는 간단한 눈빛 교환 만으로도 현재의 상황에 대한 토의를 마쳤다.

자신들은 거액을 투자하고 헤르메스 길드의 지분을 갖게 되었다.

바드레이와 라페이 등, 기존의 수뇌부가 사업을 계속 잘 이끌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창업보다는 유지가 더 어렵다.

헤르메스 길드는 너무 수월하게 대륙의 패권을 차지했다.

경쟁자가 있어서 적당히 유지되는 긴장감이라면, 꼭 나쁜건 아니다.

이익 분배와 견재를 위해서라도 투자자들의 입김이 강해질 필요는 있었다.

자산가들이 헤르메스 길드에 가지고 있는 지분은 총 45%

원한다면 지분을 가진 수뇌부 몇 명을 매수해서 길드의 수장을 가아치울 수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바드레이와 라페이가 건재한 편이 헤르메스 길드의 기득권 유지, 나아가서 자신들의 이익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존심 강한 인간일수록 실패를 경험해야 더 열심히 하는 것이지.'

'하벤 제국은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다른 도둑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냥개를 배불리 먹여야 할 시기.'

자사간가들은 적당한 미소를 지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는 마치 죄라도 지은 것처럼 아무도 말도 못 하소 있었다.

사실 그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니 죄의식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자고로 자본은 권력 그 자체이며, 없는 죄도 만들어 내는 것이었으니까.

자산가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투 잘 봤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기대를 하지요"

라페이가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시겠습니까?"

"더 볼 것도 남아 있지 않고...."

"...."

"식사가 참 맛있더군요. 조만간 다시 자리를 마련해 주실 수 있겠지요?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좋습니다. 

기대 밖의 실패는 떄떄로 즐거움을 주지만 다시 반복되면 곤란하니까요."

"명심하겠습니다."

자산가들이 떠나고 나서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북부 공략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에 여념이없었다.

"슬이에 기뻐하고 있는 놈들에게 대대적인 군대를 보내서 단숨에 진압합시다."

"제국에 정예 병력은 넘쳐 납니다.

그리고 우리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추가적인 인원을 파견하여 ....... 북부의 숲과 들을 불태우고 모든 건물들을 다 부숴 버리지요."

"다시는 재건이 불가능하도록 특별한 저주를 쓰는 방법도 제안합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감히 넘볼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난군대를 보내서 완전한 파괴를 일으키자는 의견들이 봇물처럼 나왔다. 그들이 격은 이번의 패배는 그만큼 자존심에 뼈아픈 상처로 남았던 것아더.

바드레이와 라페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위드. 더 이상 그 이름을 중요하게 듣게 되지 않을 줄 알았느데 끈질기군. 내가 나서서 끝을 내야 한다는 말인가.'

'좋지 않아. 북부 공략은 이번에 마무리가 되었어야 했다. 하벤 제국의 현재 전력이 대륙을 정복하기에 충분하다고는 하나. 전쟁이 길어지게 되면 그만큼 내정이 어려워진다. 지금 부터는 발전과 국력 향상에 힘을 쏟아야 하벤 제국의 장기적인 통치가 가능해질 텐데 다시 전쟁이라니.'

라페이가 느끼기에 여러모로 달갑지 않은 결과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렇더라도 북부를 놔둘 수는 없는 입장인데.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계획을 짜더라도 막아 내면 그떄는 어떻게 하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아르펜 왕국에도 심대한 피해를 준 것은 틀림없다.

북부 대륙의 영토는 너무나도 방대하다. 왕궁이 무너진 이상 그 영향력으로 왕국의 행정과 통치에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대지의 궁전에 이르는 지역까지 하벤 제국이 정복하고,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마을을 건설하고 안정화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했다.

'바르고 성채로 보낸 양동부대는 아직 건재하다. 정벌군의 핵심 병력이 무너진 이상 그들에게 크게 기대를 할수는 없겠지만.... 회군시켜서 정복지역의 수비를 맡긴다면.......'

하벤 제국은 왕궁을 파괴 했으며 북부 대륙의 넓은 땅을 정복하며 당당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을 이번전쟁의 성과로 두면 될 것이다.

북부 유저들은 하벤 제국의 통치를 원하지 않겠지만, 영토를 되찾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성벽에서 수비를 하는데 어떤뵹룍아 검하 넘볼 수 있을 것인가.

'길드의 건축가들을 보내서 요새르 짓자. 인간이란 망각의 동물이지. 전쟁이 장기전으로 굳어지게 되면 익숙해진 유저들도 점점 앞으로 나서지 않게 될 것이다.'

라페이느 몇 가지의 가능하면서도 확실한 이득을 가져다주는 전력들을 떠올렸다.

군사력 측면에서 이번의 패전으로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입은 것까지는 아니었다. 제국의 내부에는 몇 배나 되는 병력이 남아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각 도시와 지역을 책임지는 병사들이 계속 성장하고 이싿.

경제력, 기술력, 모든 측면에서 하벤 제국이 유리하가고 생각되니 머리좋은 그에게는 아르펜 왕국을 찜 쪄먹을 수 있는 방법이 수십 가지 떠올랐다.

'군대를 다시 편성하여 다음 공격에는 2배 정도 되는 병력을 보내면 된다. 절대로 질 수가 없는 병력이 아니라 싸우기도 전에 압도하고 이기는 병력을 진군시킨다. 모든 상인들에게 북부와의 교역을 금지시켜서 철저히 봉쇄하는 것도 좋겠지.'

아르펜 왕국을 메마르고 굶주리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

그때 연회장의 탁자에 놓인 그릇 세트들이 떨리기 시작했다.

수뇌부가 무심하게 말했다.

"하필 이런 때에 지진인가?"

"지진이라니, 상당히 오랜만에 격어 보는군."

사냥터나 던전 안에서도 지진이 일어나거나 천둥 벼락이 근처에 떨어지는 경우는 다수 발생했다. 급작스럽게 먹구름이 밀려와서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여행을 하는 낭만도 로열 로드의 재미 중의 하나다.

"말도 안 돼. 우리 제국의 수도에는 대지의 여신이 축복을 부여해서 지진이 나지 않을 텐데."

"근데 지진이 일어나고 있지 않소?"

그릇에서 시작된 떨림은 바닥과 벽, 천장, 모든 것들로 이어지고 있었다.

'지진은 일어날 수 없다. 설마....'

라페이의 눈이 번뜩였다.

그리고 눈치 빠른 수뇌부 몇몇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금 전에 아르펜 왕국의 궁전이 무너지는 광경을 보았다. 그래서인지 어떤 끔직한 사태가 쉽게 연상이 되었다.

"결국 일을 벌이고 말았다. 앞으로 암살자들이 끈질기게들 쫒아오겠군."

대륙 최고의 건축가 미블로스는 선술집에서 시원한 맥주를 들이마셨다.

"앞으론 이런 여유도 없을 테지."

미블로스는 과거에 하벤 제국의 활국을 건설하던 때를 떠올렸다.

건축가들에 대한 푸대접 속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던 그에게 황궁의 건축 의뢰가 온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랭커가 찾아와서 그에게 말했다. "돈 , 물자. 인력. 필요한 건 무엇이든 말하시오 즉시 제공을 해 드리지. 단,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수준을 가진 최고의 황궁을 빠른 시일 내에 완공해 주어야 할 것이오."

"지금은 다른 건설 일을 맡고 있어서 ...1개월 후에나 시간이 날텐데 말입니다."

"취소하시오. 위약금은 우리가 줄테니까. 아니, 불필요한 과정과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상대가 누구인지 말하면 우리가 알아서 해결을 해 드리지."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 합니다. 건축가가 중간에 포기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정말로 모르시는 건지요. 그리되면 다른 건축가가 처음부터 다시 설계를 하거나 미완공 건물이 되어...."

"그런 건 모르겠고. 다른 곳도 아니고 헤르메스 길드의 건축 의뢰를 거절한다면 앞으로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텐데 후회하지 않을 것이오? 마음대로 거리를 돌아다니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척살령을 내려서 아예 대륙에서 매장시켜 버릴 수도있는데."

"...한번 해 보시지요."

하벤 제국에서는 말 그대로 모든 건축 물자들을 최고급으로 지원해 주었고 정복 전쟁으로 생긴  NPC 노예도 아낌없이 투입했다.

황궁은 거대한 규모로 이루어지는 대역사였지만 중앙 건물부터 차곡차곡 건설되었다.

대륙의 무수한 건축가들. 지금까지 박봉에 스킬 숙련도가 낮은 도르를 건설하는 데에나 쓰이던 건축가 유저들도 전부 모였다.

어마어마한 사치와 위엄을 자랑하는 하벤 제국의 활궁을 건설하면서 건축가들을 가뭄 속의 단비처럼 기뻐했다.

미블로스도 잠시 동안은 만족했다.

그가 언제 이런 건축물에 손을 댈수 있겠는가.

베르사 대륙에 황궁이 자주 지어질리는 없으니 정말 잡기 어려운 기회였다.

구석구석 작은 곳 ㅎ나까지 그의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런데 헤르메스 길드에서 직위가 높은유저들이 계속 찾와왔다.

"이 건물은 외관이 마음에 들지 않는군. 내부 공간도 너무 답답하고 기둥이 지나치게많아. 처음부터 다시 지어주시오"

"공사 일정이 빠듯합니다.에초에 보여 드린 건축설계안 그대로 완공이 되었습니다만."

"바드레이 님이 연회를 하실 장소인데 이래서야 되겟소. 건물이 미흡한데 그냥 완공만 시키겠다는 게 건축가의 입에서 나올 만한 말인가. 날짜가 촉박한 것도, 여유를 부리거나 놀지 말고 더 열심히 하면 될 거 아니오?"

"....정 그렇다면 해 보지요."

그 뒤로도 헤르메스 길듸의 고위직 유저들은 건설 중인 황궁을 돌아다니며 온갖 지적들을 했다.

"성문을 조금 키웠으며 하는데 마차 서른 대 정도는 동시에 통과할수있도록 말이지"

"물류 이동이 아무리 활발해지더라도 그 정도로 많은 마차가 동시에 한꺼번에 통과할 일은 없습니다. 황궁으로 들어오는 도로의 사정 때문에라도 그만한 마차가 이동해 오는 건 무리인데요. 전체적인 설계안에서도....."

" 그만. 대하벤 제국의 성문이지 않소 그정도의 규모는 되어야 보는 사람들이 감탄하게 하지."

"정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미블로스는 분노를 억눌러야 했다.

"그리고 이쪽으로 좀 와 보시오."

"또 무슨 일입니까?"

"비가 새는 것 같은데. 대륙 최고의 건축가라더니 실력이 형편없군."

"말도 안 됩니다. 절대 그럴 리는 없습니다.:

"이쪽을 보면 빗물이 흐르잖소 뻔뻔하게도 부실시공을 감추려고 하다니 어이가 없군."

미블로스는 기가 막혔다.

황궁에는 수많은 건물들이 있었고, 그저 화려함만으로 채운다면 식상하고 의미도 없다. 그래서 다얀한 특색을 부여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가 지적한 것은 천장을 통해 모인빗물이 건물벽과 모서리를 따라 시냇물처럼 흐르게 한 시설이었다.

비가 내릴 때의 건축물들은 각별한 운치를 가진다.

빗물을 모아서 맑은 소리와 물결을 볼 수 있게 하면서 각종 조각품들을 통과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는 중앙의 호수로 연결되는, 건축 특징둥의 하나!

미블로스는 들끓는 속을 억누르며 말했다.

"제가 시공 계획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으 드리지 않았습니까?

하벤 제국의 황궁은 물과 어우러지는 곳이 될 거라고요."

"그런 건 모르겠고 기억도 나지 않소. 어차피 이부분은 황금으로 치장을 하게 될 텐데."

"네? 황금이라니요?"

"모르셧소? 이쪽은 황금 벽면을 만들도록 내가 지시를 했는데."

"건축가인 제 허락도 없이 말입니까? 그렇게 하면 전체적인 황궁의 물의 흐름에 장애가 됩니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 길드가 쓸, 하벤 제국의 황군인데 누가 누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군.그리고 경고하는데, 그런 식으로 함부로 말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요. 우리가 황궁 건설의 기회와 함께 얼마나 많은 지원을 해주느네, 은혜도 모르고 말이지."

미블로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에라 , 모르겠다. 니들 마음대로 , 될대로 돼라.'

건축가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드는 자식과도 같은 건축물 특히 그 지역의 상징이 될 만한건물은 건축가의 이름과 함께 알려지게된다.

미블로스는 하벤 제국의 황궁을 필생의 역작으로 탄생시키려고 하였지만 시공 과정에서 무스히 많은 자존심의 상처를 입었다.

건축도 그의 의도대로 이루어지지않았으며, 완공 예정일도 계속 앞당기라는 요구를 받았다. '1000년을 이어질 건물을 지으려고 햇지만 부실시공을 원한다면 못 할것도 없으니 그렇게 해주지.'

공사 현장에서의 고질병이라고 할수있는 건축 자재 빼돌리기!

'경량화와 강화 마법 건축 재료들 이런것은 정말 짓고싶은 건축물에 넣도록 빼돌려야지. 일반 강철을 넣더라도 적당히 견디기엔 충분하리라.'

노예들을 이용한 건설 현장에서 그의 은밀한 행동은 발각되지 않았다.

건축숭의 높은 그킬 레벨 때문에 강도가 낮더라도 웬만해서는 무너지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시공 일자가 오래 걸리는 기초공사는 원하는 대로 최대한 줄이도락 하지.'

땅을 파고 지반을 다지는 일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건물의 건축 속도가 3배 넘게 빨라졌다.

' 건물 내부 기둘들도 하중을 복합적으로 분산시키기보다는 간단하게 견딜 수 있게만 하자.'

건축가 유저들은 신속한 시공에 놀라워했지만 미블로스의 스킬이 워낙 탁월하고 특별해서인 줄 알고 넘어갔다.

"과연 대륙 최고의 건축가로군."

"진작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확실히 건축가들은 내버려 두면 자기들 고집대로만 하는 경향이 있단 말이야."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이제야 건설이 원할하게 된다면서 만족했다.

외관은 멀쩡하지만 내부는 고도의 부실 공사!

미블로스에게는 황궁의 미래가 훤히 내다보였다.

일반 건물들도 아니고 수천명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방대하고 장엄한 건물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각 건물들의 내구도가 형편이 없어서, 불과 몇 달이 지나고 난 후에는 주춧돌이 깨지고 기둥과 천장에 균열이 발생하게 될 정도였다.

그렇더라도 흉물이 될 뿐이지 갑자기 무너지거나 하진 않는다.

"이미 헤르메스 길드와는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넜다. 건물 붕괴술!"

-건물 붕괴술이 부식을 촉진합니다.

스킬의 레벨에 따라 부식 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최후의 붕괴 순간을 결정지을 수 있습니다.

중앙 대륙을 정복한 제국의 중심부에 세워진 사치스럽고 호화스러운 황궁은 내부에서 녹슬고 삭아 가고 있었다.

아르펜 왕국의 궁전이 무너지고 난후, 미블로스는 품에서 금으로 된 건출물의 모형을 꺼냈다. 하벤 제국의 황궁을 작게 축소한, 화려하기 짝이 없는 건축 모형이었다.

"건축가로서 묘한 기분이 드는구나. 정말 내 손으로 이걸 부수게 되는 날이 올 줄 알았을까. 그래도 원하지 않는 놈들이 먹고 마시며 노는 걸 지켜보기보다는 내 손으로 없애는 편이 나을터. 잘 갈. "

미블로스의 스킬이 발휘되고 나자 하벤 제국의 황궁이 거센 흔들림과 함께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돌기둥들에 수십수백개의 균열이 발생하고 천장은 사방에서 무너졌다. 넓고 방대한 면적에 있는 수많은 건물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쓰러진다.

그동안 충분히 약화되어 있던 하벤 제국의 황궁은 순식간에 거대한 잔해더미로 변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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