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왕궁 재건 계획
위드는 무너진 대지의 궁전 자리에 서 있었다.
산들과 함께 붕괴한 아르펜 왕국의 왕궁은 어마어마한 잔해 더미를 쌓아 놓은 폐허처럼 변해 있었다.
며칠 전까지는 산봉우리마다 웅장하게 건설된 왕관 형태의 왕궁이었지만 지금은 과거의 모습을 알아보기가 불가능했다.
"상처뿐인 영광… 아니, 침략자들은 물리쳤지만 빛 좋은 개살구로군."
위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이놈의 인생은 그냥 술술 풀리는 법이 없어."
그렇더라도 누구도 막지 못할 것이라는 하벤 제국의 북부 정벌군을 멋지게 이겨 냈다.
새로운 신화를 또다시 남긴 것이다.
"전쟁의 신 위드!"
"아르펜 왕국의 번영은 대대로 계속 되리라."
"풀죽신교 만세!"
힘겨운 전투를 끝낸 북부의 유저들이 무기를 높이 들고 환호하고 있었다.
위드는 멋지게 망토를 휘날리면서 사람들을 향해 돌아섰다.
높게 쌓인 잔해 무더기 위에서 평원을 완전히 가득 메운 유저들을 볼 수 있었다.
아르펜 왕국의 유저들. 전쟁이 끝나는 순간에도 계속 모여들어서, 처음보다도 오히려 사람들이 더 많아지게 되었다.
이 광경만 놓고 본다면 하벤 제국군이 강했지만 패배한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졌다.
군중 중에는 구경꾼으로 왔다가 전쟁이 충분히 싸워 볼 만 하니까 참여한 자들도 적지 않으리라.
헤르메스 길드 유저, 하벤 제국군은 싸워서 이기기만 한다면 많은 명성과 공헌도, 전리품을 아낌없이 남겨 주었다.
북부의 용맹한 전사.
정의의 수호 기사.
악인 사냥꾼.
2급 전쟁 용병.
전투 중에 마을에서 퀘스트를 얻을 때 유용한 이런 호칭들을 획득한 유저도 많았다.
정령사, 마법사 중에는 특이한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어야 그다음 정령 소환이나 마법을 익힐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진귀한 경험이 되었다.
위드는 적극적으로 전쟁에 나서 준 유저들과 뒤늦게 나선 유저들을 차별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으로서 그런 생각은 적합하지 않다고 보였다.
'어쨌든 나중에는 모두가 세금을 바치니까.'
세금만 많이 내면 애국자!
"한마디만 해 주세요."
"위드 님께서 승리를 선언해 주세요!"
"국왕 폐하 만세!"
위드를 향하여 유저들이 정신없이 외쳐 댔다.
전쟁이 끝나고 나자 위드가 확실하게 승리를 선언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북부 유저들의 달아오른 가슴은 전투가 끝나고 나서도 식지 않았다.
석양이 지고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지만 승산이 희박하고 힘들었던 전투를 극복했던 만큼 열기로 가득했다.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니 위드에게는 조금도 어렵지 않은 부탁이었다.
"대제, 많은 이들이 기뻐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뭐라고 말씀을 해 주시지요."
위드의 옆에는 어느새 전투에서 최고의 공적을 세운 헤스티거가 다가왔다.
조각 부활술로 되살린, 전쟁의 시대에서 훌륭한 부하이며 질투의 대상.
이번 전투에서도 혼자서 하벤 제국군을 쭉쭉 쓸어버리고, 헤르메스 길드에서 자랑하는 최고의 유저들을 몰살시켰다.
왕궁 붕괴에서도 살아남은 1군단장 드라카를 포함하여 3군단장 포르칼, 6군단장 드롬을 혼자 다 없앴다.
'저놈 때문이었어. 막 내가 밥숟가락을 들려고 했는데.'
위드는 2군단장 발바로라도 상대하려고 하였지만 그조차도 갑자기 튀어나온 북부의 고레벨 유저들이 해치워 버리고 말았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재차 확인된 것인데, 북부에도 은근히 대륙에서 이름을 날리는 고레벨 유저들이 많았다.
중앙 대륙에서 크고 작은 세력을 형성했던 길드의 수뇌부가 북부로 상당수 넘어왔던 것이다.
그들은 유저들에게 산 원한도 많았고 평판도 나쁜 편이 많았다.
북부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냈지만 막상 전투가 벌어지고 하벤 제국군이 불리해지니 벌 떼처럼 모여들어서 싸웠다.
위드는 결과적으로 군단장급은 1명도 해치우지 못하였다.
그렇더라도 전쟁이 불리해지자 헤르메스 길드 측 유저들과 제국의 기사들은 위드를 해치우려고 악착같이 덤벼들었다.
마지막까지 무섭게 몰려드는 그들을, 헤스티거의 근처에 있으면서 조각 생명체들까지 끌어들여서 모조리 쓱싹할 수는 있었다.
전형적인, 질보다 양!
위드는 전쟁을 통해 레벨을 무려 3개나 올려서 422를 달성했다.
전투 경험을 통해 힘과 민첩과 같은 중요한 스텟도 몇 개씩 얻었으며 명예, 투지, 기품, 카리스마도 상당히 올랐다.
- 아르펜 왕국의 국왕으로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 대륙 최대의 전투에서 적들을 모두 물리치는 위엄을 달성했습니다.
중앙 대륙을 하나로 통일한 하벤 제국의 침략군을 몰살시킴으로써 국왕의 존엄이 크게 높아집니다.
짭짤한 부수입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헤스티거를 보면 얄밉고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과거에 왜 그렇게도 헤스티거를 질투하고 미워했는지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시미터를 들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멋이 넘쳐흐르고, 벽에 기대 있기라도 하면 그 자체로 예술이다.
여자들이 불나방처럼 덤벼드는 게 너무나도 당연할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것이다.
'조각 부활술로 되살려 놓은 시간이 아직도 꽤 남았나? 이러다 벽에 칠할 때까지 살아 있겠군.'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 내고 싶은 상황!
위드는 스스로의 속이 무척 넓고 대범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으로서 넓은 배포를 보여 주어야 한다.
'내가 부하를 잘 키웠기 때문잊이. 헤스티거가 뛰어난 게 아니야. 이만큼 한 것도 주군을 잘 만난 덕분이야.'
역시 결론으로는 자기 자랑!
"그래, 승리를 다 함께 나누도록 하자꾸나."
위드는 군중을 향하여 고개를 돌렸다.
채 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
방송국들이 중계를 하고 있을 것은 물론이었다.
최소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지금의 위드를 지켜보고 있으리라.
또 직접 이 자리에 모인 아르펜 왕국의 유저들은 오늘의 일을 감명 깊게 여기고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기에 무척 중요한 순간이었다.
국가의 통치 측면에서 본다면 전쟁보다도 뒷마무리에 훨씬 더 막대한 비중을 두어야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연설도 준비를 해 놓는 건데.'
전투가 어떤 식으로 벌어지고 끝나게 될지 몰라서 준비해 놓은 글귀는 하나도 없었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정치인들은 이럴 때 희생한 사람의 위로부터… 아냐, 식상하게 질질 끌게 되면 금방 아무도 듣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위드는 사람들을 향하여 큰 소리로 사자후를 터트렸다.
"승리를 기뻐하지 마라!"
"어어?"
차가운 얼음물을 끼얹은 것 같은 군중의 반응.
"뭐라는 거야."
"잘못 말한 거 아냐?"
"좀 이상한데?"
위드는 대충 터트린 사자후에 군중이 이상해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이어서 더 크게 사자후를 터트렸다.
"우리가 이긴 것은 당연한 결과다!"
"우와아아아!"
이 간단한 말에 군중은 떠들썩하게 호응했다.
절망적이던 그들에게는 하벤 제국을 물리친 것만큼 기쁜 일이 없었다.
유저들이 살아가는 터전이 되는 아르펜 왕국이 건재하고 지금처럼 계속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유저들에게 아르펜 왕국에 대한 충성심을 강제적으로 기대할 수는 없어도, 이들은 자유와 행복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너 나 할 것 없이 나섰다.
헤르메스 길드가 패배한 궁극적인 이유도 힘을 앞세워서 강제적으로 침략하였기 때문이다.
위드는 유저들이 따르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헤르메스 길드는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했다.
'무리하게 쥐어짜 내면 안 돼. 성공한 독재자들도 그러다가 반란 한 방에 무너지는 게 인생이지. 무릇 좋은 정치인이라면 국민들을 보살필 줄 알아야 해. 정성을 들여서 천천히 물을 끓여서 삶아 먹을 줄 알아야지.'
성공한 훌륭한 장기 독재자들은 억압과 해방감을 절묘하게 이용할 줄 알았다.
위드도 바로 그러한 독재자가 되기 위하여 지금 힘겹게 인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위드는 다시 사자후를 터트렸다.
"당장 전쟁은 끝났지만 하벤 제국은 끝없는 탐욕을 억누르지 못하고 우리를 포기하기 않을 것이다. 진정한 싸움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축제라도 벌어진 것처럼 떠들썩하게 환호하던 유저들은 침묵했다. 눈빛에도 긴장이 어렸다.
하벤 제국군의 전력이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베르사 대륙에 최대 최강의 전력.
북부 유저들의 항전은 용감한 것이었지만 사실 고분고분하게 굴복하고 싶지 않았던 발악과도 마찬가지였다.
위드가 사자후를 계속 이어 갔다.
"아르펜 왕국은 약하다! 다음의 침략에서는 그들을 막아 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
이때부터가 민망하지만 중요한 순간이기에 위드는 입술에 침을 듬뿍 발랐다.
얼굴 가죽이 두꺼운 것도 필수였다.
"그러나 그때에도 우리는 이겨 낼 것이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이기 때문이다!"
"오오오!"
피부에서 돋아나기 시작하는 닭살!
단둘이 있으면서 이런 말을 한다면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지 몰라도 군중에게 이야기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큰 효과를 자아냈다.
막 거대한 전투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직후이기 때문에 감정도 고조되고 분위기는 더욱 훌륭했다.
"아르펜 왕국은 신생 국가라서 부족한 것이 많고 개개인은 약하지만 우리는 힘을 합하여 해낼 수 있다. 농부는 씨앗을 심어라. 곡물을 키워서 사람들을 먹여라.
기사들은 사냥을 해서 몬스터들로부터 도시를 지키고, 모험가는 자신의 귀중한 생명을 아끼지 말고 먼 곳으로 떠나라.
그대들이 발견한 미지의 무언가는 우리를 이롭게 할 것이다. 화가, 건축가, 상인, 조각사, 대장장이, 재봉사, 각자의 직업은 전부 중요하다.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즐겁게 해낼 때 아르펜 왕국은 탄탄해지고 다시는 우리의 자유를 침범당하지 않을 것이다!"
위드는 열정적으로 연설을 마쳤다.
높은 학식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한 명연설은 당연히 아니다.
모든 국민이 열심히 일을 해서 왕국에 헌신을 하고 세금을 내라는 이야기를 돌려서 말한 것이다.
"아르펜 왕국 만세!"
"위드 님, 영원히 아르펜 왕국을 지켜 주세요!"
군중의 반응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미 타오르는 열기에 취해서 옆에 있는 사람을 끌어안는 등,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였다.
오늘 대지의 궁전은 적들과 함께 무너지고 말았지만 아르펜 왕국의 번영에 대한 기대감이 그들에게 생겼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다 함께 할 수 있는데 무엇이 무섭고 어렵겠는가.
자신의 작은 힘이라도 모았다는 사실에 스스로 감격했다.
"우리가 이겼어! 이겼다고!"
"하벤 제국, 아무리 몰려와 봐라. 우리는 자유로운 아르펜 왕국인이다!"
"으흐흐, 독버섯죽으로서 전투가 끝날 때까지 살아남다니 수치스럽다. 그렇지만 승리는 실컷 즐겨야지. 그리고 깔끔하게 한 사발 마시고 잠드는 거얏."
"크하하하하! 오늘은 실컷 놀고 마시자. 제가 멧돼지 20마리 쏘겠습니다."
"호두죽 부대원들은 이쪽으로 모이세요. 밤새도록 뒤풀이 있습니다. 1명도 빠지지 않도록 해 주세요."
"콩죽과 콩나물죽이 사백 대 사백으로 전쟁 승리 기념 합동 미팅을 개최합니다. 예쁘고 멋지게 차려입고 동쪽 큰 소나무 앞으로 가시죠!"
평원 전체에 기쁨의 환호가 가득했다.
그리고 잠시 후, 하벤 제국의 황궁이 잔해만 남기고 처참하게 무너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는 거짓말이라는 의견이었지만, 하벤 제국은 온통 들썩이고 있었다.
유저들의 귓속말이나 길드 내부의 채팅을 통해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이야기가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생방송을 하는 각 방송국의 영상도 무너진 하벤 제국의 황궁을 보여 주면서, 사람들은 진실을 알게 되었다.
금은보화가 뿜어내는 황홀한 빛으로 가득하던 하벤 제국의 황궁이 있던 자리에는 대지의 궁전처럼 잔해들만이 남았다.
중앙 대륙의 지배자로서 그 권위와 위엄을 자랑하기 위해 높고 거대한 규모로 세워졌던 제국의 황궁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린 충격.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과 하벤 제국의 병사들은 잔해 속에서 난민처럼 기어 나오고 있었는데, 북부 유저들에게는 그 광경이 통쾌하기 짝이 없었다.
"뭐야, 우리가 싸우는 동안에 쟤들은 저러고 있었어?"
"놈들도 당했구나!"
"아니, 달라. 우린 일부러 무너뜨린 거지. 그런데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완전히 바보 놀음을 하고 있잖아."
사전에 계획된 일은 아니었지만 분위기가 너무나도 좋았다.
그래서 위드는 가장 크게 사자후를 터트렸다.
"이 시간부터 세금을 60% 올리겠다!"
꿈에도 그리던 세금의 폭탄 인상!
아르펜 왕국의 유저들은 배를 잡고 큰 소리로 웃어 젖혔다.
"우헤헤헤!"
"낄낄, 장난으로 말씀하시기에는 정말 좋은 타이밍이었어."
"정말 위드 님의 농담은 따라갈 수가 없다니까."
"전쟁의 신, 위드 만세!"
"승리 기념으로 세금 좀 낮춰 주세요. 아예 공짜로 해 주세요!"
★★★★★★★★★★★★★★★★★★★★★★★★★★
"끄응."
검삼치는 땅에 드러누워 있던 상태에서 간신히 상체만 일으켰다.
- 체력이 완전 소모되었습니다.
굶주리고 있습니다.
신체의 면역력이 최악입니다.
온몸에 심각한 부상이 발생하였습니다.
생명력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기에 어서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것입니다.
"크크크, 최악이군. 살아 있는 자체가 기적이라고 해야 하나."
검삼치는 스승과 수련생들과 같이 하벤 제국에 맹렬히 돌격했다.
보이는 모두가 때려잡아야 할 적!
전투를 통해서 기사단 3~4개를 격파했던 것은 기억이 난다.
말들이 울부짖고 기사들이 떨어진다.
스승과 제자들이 같이 기사단을 깨부수며 지나가던 통쾌하기 그지없는 순간들!
모든 것은 자기 자신의 힘과 판단에 의존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후에는 전투의 짜릿함에 휘말려서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ㅡ 각자 알아서 즐겨 봐라!
검치의 명령도 있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전장을 헤치고 살아남아 강자들을 꺾는다.
전술이 아닌 자기 자신의 희열을 경험해 보라는 지시다.
입시에서부터 안정된 직장, 재테크, 노후 등으로 시달리면서만 살아가는게 과연 행복이겠는가.
1분 후, 1초 후를 모르는 인생을 만끽하며 부딪치고 부숴 보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뇌가 새하얗게 타 버릴 정도의 진한 쾌감이 일어난다.
"남자로서 이런 전쟁을 경험해 본다면 부러울 게 없지."
검삼치는 적군의 병사들과 기사들을 상대로 싸우고 또 싸웠다.
하벤 제국군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견고한 벽과 같았으며, 순간적으로 발휘되는 그들의 원거리 공격은 무차별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검오치와 검칠치가 기사단에 둘러싸여서 최후를 맞이하고, 검사치가 마법 공격에 의해 비명횡사하는 것도 지켜봤다.
적진에 포위되어 버티다가 쓰러진 수련생들의 죽음도 셀 수 없었다.
아군이 간간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조인족들이 견제를 해 주지 않았다면 적군 한복판에서 놈들과 부딪쳤던 검삼치도 살아남지 못했으리라.
검삼치는 아르펜 왕국이 유리해진 이후에도 계속 전투를 이어 나갔다.
"지금부터는 우리가 맡겠습니다. 조금만 쉬세요."
북부 유저들이 다가와서 말했다.
검삼치는 그들이 스쳐 지나가고 나서야 간신히 대구했다.
"여긴 내 놀이터야. 아직 내 놀이는 끝나지 않았다고!"
아르펜 왕국 사제 유저들이 다가와서 가끔 치료의 손길을 걸어 줬다.
'모르겠다. 이놈의 인생이란 살아갈수록 어렵고 힘들어. 근데 지금 와서 내가 잘 살았다거나 못 살았다거나 하면서 후회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내 방식대로의 삶을 살아 버렸는데.'
검삼치는 지독할 정도로 싸웠다.
전투를 하면서는 나 자신을 잊을 수 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과거도, 싸움외에는 알지 못하는 현재와 불안하고 겁나는 미래도 제쳐 둘 수 있었다.
'난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싸우는 존재다. 강자들을 꺾고 싸우면서 살아가는 것. 그뿐이다.'
온몸을 타고 도는 희열!
어린아이처럼, 강한 자들과의 승부를 만끽했다.
스스로의 몸 상태가 나쁘더라도 헤르메스 길드 유저가 가까이 있으면 다가가서 덤볐고 승부가 벌어졌다.
그때마다 이기고 살아남은 건 검삼치의 전투 실력 덕도 있겠지만 운이 정말 많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었다.
비슷한 과정에서 검둘치도 죽었고, 다른 수련생들도 마구 죽어 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삼치는 결국 기적처럼 전투가 끝날 때까지 살아남았다.
『 무예 구도자로서 전쟁에서 절대의 무를 달성했습니다.
전투와 관련된 스킬들의 모든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육체의 한계를 극복해 냈습니다.
생명력의 최대치가 3,405만큼 증가합니다.
맷집과 인내력이 앞으로 1달간 350만큼 높아집니다.
투지, 카리스마, 정신력이 2달간 최대치를 달성합니다.
모든 스텟들이 6씩 높아집니다.
호칭 '전장의 초인' 을 얻었습니다.
전사 중의 전사, 더없이 명예롭고 꺾이지 않는 강함을 가진 자에게만 부여되는 호칭입니다. 』
"크흐흐."
검삼치는 만족스러웠다.
전투를 승리하고 얻은 초인이라는 호칭!
육체를 고되게 혹사시키고 얻는 뿌듯한 충족감도 들었다.
"내 삶이 헛되지 않았다."
그 순간 앉아 있는 검삼치의 몸에 빛이 어렸다.
띠링!
『 투신 바탈리가 당신의 전투를 지켜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당신을 '투쟁의 파괴자' 로 임명하였습니다.
바탈리의 강함을 세상에 펼치는 자로, 전투 계열의 직업에서만 대륙에 5명에 한정되어 선정됩니다.
바탈리 교단의 신성 전투 스킬들을 현재 직업과 무관하게 익힐 수 있게 됩니다.
신성 전투 스킬들의 효과가 2배로 발휘될 것입니다.
육체에 신성 마법 '싱그러운 회복력' , '완전한 무기' , '가공할 주먹' 이 각인됩니다.
투쟁의 파괴자로 임명되어 있는 동안 모든 스텟들이 45씩 증가합니다.
신앙 스텟이 생성됩니다.
신앙이 최초로 120만큼 부여됩니다.
일곱 번 목숨을 잃거나 신앙심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바탈리 교단의 퀘스트를 두 번 연속으로 거부하게 되면 임명이 취소될 것입니다. 』
"크크크크."
검삼치는 더욱 강해진 자신을 느꼈다.
"다음에는 더 제대로 싸울 수 있겠군. 강한 놈들도 놓치지 않고 말이야."
- 생명력이 1초에 45씩 회복됩니다.
부상이 조금씩 낫고 있습니다.
육체에 부여된 신성 마법에 의하여 회복까지 이루어지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아르펜 왕국의 사제 유저들이 와서 구해 줄 가능성이 컸지만, 인생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나아가는 것이다.
검삼치는 전투의 마무리를 위하여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여자 사제들을 봤다.
그녀들의 하얀 사제복만 보더라도 그렇게 예뻤다.
스승인 검치와 사형 검둘치, 검오치. 수련생 중에서도 여자 친구가 생긴 몇몇 이들을 보며 얼마나 부러웠던가.
로열 로드야말로 연애를 위한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검삼치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다 필요 없어. 사나이의 인생, 이대로 끝까지 간다. 크흐흐흑! 아이고, 슬퍼라."
★★★★★★★★★★★★★★★★★★★★★★★★★★
"위드 님! 많이 보고 싶었어요."
위드는 전투를 끝내고 페일과 수르카, 이리엔, 화령, 로뮤나 등 동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러자 가장 먼저 달려와서 반겨 주는 수르카였다.
이번 전쟁에서 북부 유저들의 생존률은 그리 높지 못했다.
그렇지만 위드와 함께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경험해 온 동료들은 어찌어찌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벨로트가 환하게 웃었다.
"조각술 퀘스트하는 모습 잘 봤어요. 역시 그걸 성공시키다니 과연 집요하고 끈질긴… 아니, 멋있으시네요."
"고맙습니다. 다들 살아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러게요. 정말 우리도 1명도 안 죽을 줄은 몰랐어요."
동료들 중에서 수르카와 제피를 제외하고는 근접 공격을 하는 직업이 아니었고, 전투의 중반부터는 조각 생명체들과 주로 어울려서 싸웠기 때문이다.
대지의 궁전이 무너지고 난 이후, 하벤 제국군은 뚜렷한 목표가 없이 우왕좌왕하다가 유저들의 공격을 받아 전멸하고 말았다.
물론 워낙 대단한 군세이기에 파상 공세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오랫동안 버텼지만 말이다.
"위드 님,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퀘스트 말인데요."
위드는 제피로부터 지금까지 제국의 유물을 상당수 찾아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령들을 퇴치하면 저주는 대부분 해소되고, 개중에는 신성력이나 퀘스트와 연관된 물품들도 있었습니다.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올바른 후계자를 찾아라, 뭐 이런 것이지요."
"장비의 수준은요?"
"레벨 300대가 대부분. 400대도 100개는 충분히 넘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진짜 비싸고 귀한 것들은 없었습니다.'
"으음."
위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본인이 쓰던 물건들을 비롯하여 사막 전사들의 장비들은 어딘가로 흩어졌을 것이다.
처음에는 사막의 후예들이 썼겠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만큼 그 후로는 대륙 곳곳으로 흩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게시판을 보면 사막 전사의 무기나 특별한 물건들을 발굴했다는 소식들을 가끔 접할 수 있었다.
역사가 변하면서, 이미 발굴이 끝난 던전과 유적에서도 새롭게 물건들이 나오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위드는 그 보물들의 대략적인 양을 정확히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전쟁의 시대.
수많은 유물들과 보물들, 예술품들, 기사의 장비들, 마법사의 연구 자료들이 있었다.
그 목록만도 혼자서는 제대로 훑어 보지 못할 정도로 방대하였으며 몇 개의 성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분량이었다.
대륙을 휩쓸면서 여러 왕가와 귀족들의 보물들을 몽땅 약탤해서 모아 놨던 것이다.
그 당시에 수집했던 보석과 금괴, 은괴만 하더라도 지금의 가치로 따진다면 위대한 건축물을 수천 개는 세울 수 있는 분량이다.
'팔로스 제국의 유물이 모조리 한곳에 묻히진 않았던 모양이로군. 어떤 놈들이 빼돌렸어,;
북부까지 와서 묻은 장비들은 일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위드가 명령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사막 전사들의 습성상 어쩔 수 없었다.
위대한 대제에게는 절대복종!
사막 부족의 운명을 걸고 대제왕을 따르고 복종했다.
그렇지만 그 대제가 사라지고 난 이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약탈과 투쟁을 하면서 살아온 사막 부족들은 팔로스 제국의 보물들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고 가져갔을 것이다.
위드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는 직속 부하들만 자신들의 보물을 북부까지 와서 매장을 해 놓고 자금력 부족으로 금방 몰락했으리라는 추측이 어렵지 않게 가능했다.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군. 그리고 나머지 보믈들도 어딘가에서 계속 나오겠지.'
위드가 그 당시 사용하던 장비가 현재는 아마도 사막의 대제왕 퀘스트에서 나오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사소한 문제가 있는데요."
"뭔데요?"
"유물을 발굴하면서 유령들이 계속 등장했는데, 우리로서는 최대한 노력 해 봤지만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완전히 정화를 마친 유물들은 다른 장소로 옮겨 놓았지만, 거긴 유령들의 천국이 되어 버릴 겁니다."
"일종의 사냥터나 던전처럼 바뀌겠군요. 유령들을 전부 퇴치하고 나면 보물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셈이죠."
팔로스 제국이 분산되었다고 해도 너무 많아서 일행만으로는 처치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발굴되지 않은 다른 보물들에도 유령들이 나타날 수 있겠군. 대륙 전역에서 말이야. 사막 부족들 중에서도 유물이 많이 등장 할 테고. 아마 대제왕의 흔적을 찾는 그런 퀘스트와 연관이 있을 거야.'
위드의 시선이 화령에게로 향했다.
그녀도 마침 위드를 쳐다보고 있었다.
항상 그렇듯이 화려한 색상의 짧은 치마를 입고, 귀와 목에는 예쁜 보석 액세서리들이 걸려 있었다.
그녀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움이 잘 어울리는 여자도 또 없으리라.
"음, 그러니까……."
위드는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자신에게는 이제 서윤이 있었으니 화령과는 서먹할 수밖에 없는 상황.
다른 동료들도 그 사정을 짐작하기에 조용했다.
남녀 관계란 자칫하면 크게 다툴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위드가 먼저 정중하게 말했다.
"잘 지내셨죠?"
"네."
"어디 아프신 곳은……."
화령이 새침하게 말했다.
"없는데요."
페일은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이 어색하고 뻣뻣한 분위기!
여자들은 오히려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지만 남자들은 온몸이 오글거렸다.
그러다가 화령이 환하게 웃었다.
"괜찮아요. 그리고 고마워요."
"예?"
"가수라면 인생 경험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뭐, 실연도 당해 보고 해야 진실성 있는 감정 전달이 되죠. 노래란 감정을 담아서 마음을 울리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화령은 살짝 말을 끌다가 다시 이었다.
"저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란 있을 수가 없으니까요. 남자의 본능에 딱하고 각인되어 있어요. 깊이 있는 인생을 위해 이런 감정까지 들게 해 주다니, 나름 괜찮은 선물인걸요."
무한 긍정주의!
화령은 가수이면서도 매력적인 여자였다.
위드가 절대로 자신을 벗어나지 못할 거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동료들은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구나. 하긴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
'엄마가 연애란 결혼식장 들어가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거야?'
'근데 왜 위드 님을 좋아하지? 난 이게 제일 이해가 안 되는데… 여자들이란 참 불가사의한 존재야.'
위드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배낭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럼 식사나 하죠!"
"만세!"
손맛으로 가득한 위드의 요리!
퀘스트나 사냥을 하러 다니느라 바빠서 한동안 맛보기 힘들었던 산해진미를 먹을 시간이었다.
★★★★★★★★★★★★★★★★★★★★★★★★★★
"이럴 수가…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자랑스러운 하벤 제국의 황궁에서 휴식을 취하던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무너진 건축물을 보며 망연자실 했다.
중앙 대륙의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제국의 황궁.
금과 보석으로 장식되어 사치와 호화로움의 극치로 찬란하게 빛나던 황궁.
방대한 면적에 세워진 건축물에는 귀족들과 유저들을 포함하여 10만 이상의 주민들이 살아갔다.
수천 개의 도시와 수억의 인구를 지배하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그 황궁이 한순간 폭삭 무너져 버리고 만 것이다.
거짓말처럼 연속해서 무너지는 건물들 아래에서 유저들은 대부분 죽지 않고 빠져나왔다.
"우리 황궁에 이런 끔찍한 일이 발생하다니,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이지?"
"어떤 이벤트 아닐까요?"
"신의 징벌이라도 내리지 않고서는 납득이 안 되는 사태다."
기둥이 흔들리고 천장에 균열이 발생할 때에 이상한 낌새를 느꼈으니 유저들이 황궁 건물 자체를 신속하게 빠져나오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럼에도 상당한 숫자가 마지막 순간까지도 혹시나 하며 황궁 내에 있다가 매몰되기는 했으나 목숨을 잃진 않았다.
엉망진창이 되긴 했지만 잔해를 파헤치면서 살아 나왔다.
산꼭대기의 완벽한 험지에 있었던 대지의 궁전과는 달리 평지에 세워진 황궁이었기에 생명의 위협은 그다지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찾아오는 방문자들을 압도하고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에게 자부심이 되어 주었던 황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응답하라!"
"생존자들의 구출을 신속하게… 아니, 죽은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 같군. 그보다 우린 뭘 해야 하는 거야?"
헤르메스 길드의 일반 유저들은 너무나도 막대한 사건에 갈피를 못 찾고 당황하고 있었다.
하벤 제국에서 고위 귀족의 자리에 올라 있는 유저들.
황궁 연회장에 있던 바드레이와 라페이를 비롯한 수뇌부도 무사히 빠져 나왔지만 폭삭 무너진 건물들을 보며 잠시 동안은 할 말들을 잃었다.
"아르펜의 왕궁이 무너지는 건 방금 봤지만 이건 도무지……."
"무슨 일이랍니까? 마법 공격을 당한 것도 아닌데."
"반란입니까? 그렇지만 누가 감히 이런 짓을 벌일 수가 있지요?"
"위드입니다. 위드 그놈이 우리에게 음모를 꾸민 겁니다!"
"위드라니요. 북부에 있는 그놈이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우리에게 이런 수작을 벌입니까. 그리고 증거도 없는데 말입니다."
"정황을 따져 봐야지요. 그놈이 아니라면 누가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한단 말입니까."
누구를 비난하려고 해도 아직 상황파악도 안 되고 있었다.
항상 냉정하게 대비책을 만들어 내던 라페이도 황궁이 처참하게 무너졌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뿐 그 이상은 무리였다.
'도대체가,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는 것인가?'
쿠르르릉!
아직도 황궁의 일각에서는 남아 있던 건물들이 차례로 무너지고 있었다.
기울어진 건물들의 기둥과 벽면이 가닥가닥 부서지는 광경도 나름 다시는 볼 수 없을 장관이었다.
금 광산과, 다른 왕국에서 약탈한 재물들을 바탕으로 지어진 황금 벽면들이 무너진다.
그렇게 황궁의 건축물들은 남김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그래도 성문만큼은,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도 설마 설마 했다.
"저기만큼은……."
"마지막 남은 곳은 성문뿐인데."
황궁이 전투 장소가 될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명색이 성문이니만큼 기본적인 수비력은 갖춰 놓으려고 했다.
성벽은 커다란 바위들을 옮겨 와서 다듬은 후에 균일하게 쌓았고, 엘프의 숲에서 나온 나무의 진액을 발라서 접착력을 유지하게 만들었다.
공성 무기로 타격을 하더라도 하루종일 버틸 수 있는 황궁의 성벽!
성문은 희귀하기 짝이 없는 세계수 나뭇가지와 뿌리를 얽어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금으로도 구할 수 없는 엄청난 가치를 가진 성문.
세계수의 나무를 가져오면서 엘프들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퀘스트가 발생하여 수많은 습격을 받았지만, 하벤 제국의 위엄을 과시하기 위하여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게 단단하게 축성된 성벽마저도 유저들이 보고 있는 동안 바위들이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황궁의 다른 건축물들처럼 곧 성문도 쓰러지고 말았다.
"말도 안 돼."
"거짓말이야."
띠링!
『 하벤 제국의 황궁이 무너졌습니다.
황제의 집무실, 황궁 기사의 연무장, 대귀족의 회관 등 모든 건물이 파괴되었습니다.
태양의 궁전은 하벤 제국의 수도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제국의 명성이 49 감소합니다.
방대한 영토를 다스리기 위한 행정력이 악화됩니다.
중앙 정치가 크게 퇴보합니다.
점령 지역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발생합니다.
무장 단체들의 준동이 상당히 높은 확률로 시작됩니다.
군대의 사기가 악화됩니다.
최대 훈련도가 저하되며 보급품에 대한 부정부패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당분간 전투를 위한 원정에 나선다면 탈영이 빈번할 것입니다.
제국 군대에 대한 통제력이 거리에 따라서 줄어듭니다.
기사들의 명예가 추락하고 충성심이 감소라여 평소에 불만이 많은 자들은 소속을 이탈하게 됩니다.
지방 군벌들을 일찍부터 강력하게 규제하지 않는다면 제국에 대하여 딴마음을 먹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주민들의 제국에 대한 충성심이 저하됩니다.
특히 점령 지역의 주민들은 제국에 대한 불신이 커져서 명령에 잘 따르지 않고, 정상적인 통치에도 심한 반발을 할 수 있습니다.
드넓은 점령 지역에서 반란군과 저항군이 대규모로 출현하게 하지 않으려면 빠른 수습이 필요합니다.
지능이 높은 몬스터들이 부족을 이끌고 요새와 마을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상인들의 거래가 위축되고, 장거리 교역을 위한 도시 외 운송 비율이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소비와 상업이 불황에 빠지게 되어 경제력이 감소할 것입니다.
일시적으로 세금 납부율이 줄어들게 됩니다.
제국 내부의 혼란으로 인근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42%가 되었습니다.
218개 마을이 하벤 제국 소속에서 이탈합니다.
하벤 제국과 관계된 모든 퀘스트들의 보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취소됩니다. 』
"이럴 수가!"
똑같이 왕궁을 잃어버렸지만 아르펜 왕국보다 하벤 제국의 피해가 훨씬 심각했다.
제국은 광활한 영토와 그에 걸맞게 많은 인구와 다양한 종족들을 지배했다.
상업적인 교류와 문화를 통한 종속이 아니라 군대를 통해 강제로 정복한 것이기 때문에 황궁이 무너진 파장이 더 컸던 것이다.
지금은 하벤 제국에서 원정을 보낸 북부 정벌군이 전멸해서 국가 명성에 입은 손실에 곧바로 뒤따라온 심각한 피해였다.
"어서 수뇌부 소집 회으를. 그리고 모든 영주들은 즉시 자신의 통치 지역의 상황을 보고하고 안정화를 위한 방법을 준비해라!"
라페이와 수뇌부에서는 드넓은 하벤 제국을 통치해야 하는 만큼 할 일이 아주 많았다.
점령 지역의 치안과 경제는 정책적으로 필요에 따라서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저항군이 심각할 정도로 더 많아지고 설혹 요새라도 탈환당한다면 실질 피해 여부를 떠나 그보다 수치스러울 수 없다.
중앙 대륙에서 하벤 제국의 절대적인 위엄과 통치 능력이 시험을 받고 있었다.
★★★★★★★★★★★★★★★★★★★★★★★★★★
"노세, 노세. 한 살이라도 더 어릴때 노세. 나이를 먹으면 똑같이 놀아도 이 맛이 안 나나니."
"크흐흑, 어제도 여성 유저를 3명이나 친구 등록을 했는데 그 이후에 1명도 연락이 안 돼요."
"미지근한 맥주 있어요. 진정한 술꾼이 찾는다는 미지근한 맥주가 한 잔에 단돈 1실버! 가슴 속까지 적셔주는 시원한 맥주는 3실버에 소량 팔아요.
안주로는 소금에 절인 시금치가 2실버!"
대지의 궁전이 있던 자리 부근에서는 그날 밤 북부 유저들의 축제가 벌어졌다.
언제 이만한 유저들이 모여서 기쁨을 함께 나눌 수가 있겠는가.
곳곳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장사도 하고, 음식도 만들어서 먹었다.
인원수에 비해 술과 음식이 귀해서, 가격과는 상관없이 바로바로 팔려 나갔다.
따라라랑!
하프와 기타가 연주되었다.
모닥불가에서 춤을 추는 아리따운 여성 유저들.
드레스는 없지만 모험가용 복장이나, 갑옷, 상인복을 입고도 기꺼이 어울렸다.
사실 평원을 가득 채우는 이 많은 인원이 동시에 다 먹고 논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막대한 물자가 소모되는데, 승패가 결정지어지지도 않은 전장으로 축제를 위해 식료품을 가져올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하벤 제국군으로부터 노획한 어마어마한 양의 보금품들이 있었다.
전투가 막바지로 치달아 갈 때쯤, 개미 떼 같은 북부 유저들의 습격이 벌어졌다.
"쥐포닷!"
"오오, 쥐포야! 짭조름한 맛이 술이라도 한 잔 곁들이면 일품이겠군."
"으아악, 또 쥐포다!"
"여길 봐. 쥐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뒤쪽 마차에는 전부 쥐포들이 실려 있다."
"이쪽은 쥐포 지옥이야!"
위드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해치우고 그들의 전리품을 얻느라 안타깝게도 보금 마차 행렬까지는 챙기지 못했다.
그 덕에(?) 북부 유저들은 저마다 배낭과 호주머니에 식량과 보금품들을 잔뜩 얻었다.
제국군 병사들이 쓰는 기본 무기 몇개만 건지더라도 초보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장비들을 구입할 수 있는 훌륭한 밑천이 되었다.
강철 화살이라도 듬뿍 얻으면 그것도 상당히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다.
막 대륙을 떠돌기 시작한 북부 유저들은 전리품을 판매하기 위해서 기꺼이 먼 지역이라도 이동을 할 수 있으리라.
북부의 상인들은 이미 돈 냄새를 맡고 유저들로부터 즉석에서 전리품을 구입했다.
말과 마차까지 한꺼번에 구입하는 상인들은 이미 자신들이 교역품을 팔아야 할 마을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대목이구나!'
'앞으로 난 북부 상인의 전설을 쓰게 되리라, 크후후. 이 세상의 돈은 다 내 것이다.'
'화살 하나에 60쿠퍼씩은 남겨 먹을 수 있어. 이게 다 얼마야!'
전쟁이 끝나고 나니 유저들의 마음도 푸근해졌다.
중앙 대륙의 특산품인 다양한 치즈와 위스키 등을 푸짐하게 얻어서, 즉석에서 먹자판이 벌어졌다.
그것이 곧바로 평원 전체에 승전 기념 축제로 확대된 것이다.
아무 곳에나 자리를 펴 놓고 가까이 있는 사람과 술자늘 나누었다.
"허억! 예전 코볼트 던전에서 함께 사냥했던 네로 님 아니십니까?"
"엇, 엑소즈 님도 오셨군요."
"당연하지요. 북부 유저로서 어떻게 이런 자리를 빠질 수 있겠습니까. 정말 오랜만이군요."
"코볼트 던전이 제 첫 모험이었는데. 벌써부터 까마득한 과거처럼 느껴집니다."
"후후, 지금은 웬만한 모험으로는 그때의 흥분이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야 우리도 많이 성장해서지요."
"네로 님은 레벨이 몇이십니까?"
"54입니다."
"굉장하시군요! 저는 51밖에 되지 않았는데. 비결이 뭔가요?"
"열심히 하시면 저처럼 되실 수 있을 겁니다. 조금 강해졌다고 해서 여유를 부리면 안 되지요."
"명심해야겠군요."
한쪽 구석에서는 군중 사이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도 벌어졌다.
"이놈의 가시나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내일이 시험인데, 학원 간다고 나가서 접속했어? 파이어볼!"
"꺄악, 살려 주세요!"
모닥불을 크게 밝혀 놓고 유저들끼리 노래도 부르고 춤도 췄다.
"산맥의 아침. 붉은 해가 떠오르고 거센 바람이 분다. 취췻. 구름도 다가온 전투를 예감하는지 무거워 보이고, 나는 다크 엘프들과의 전투에 최전선에 서 있다, 췩!"
남자 유저들이 노래를 시작하고, 여성 유저들이 뒤를 이었다.
"싱그러운 아침에 나는 희망을 품는다, 취취췻. 우리의 용기와 승리를 향한 열망, 버리기에는 고귀한 정신, 영혼! 나는 노래하고 싶다, 추이익!
저 다크 엘프들이 강하다면 더욱 노래를 부르라. 우리의 승리를 기원하는 노래를. 모두가 포기 하지 않는다면 승리할 수 있으리라."
오크 카리취의 노래!
승전 기념으로 남녀 유저들이 1,000명이 넘게 모여 모닥불을 중심으로 오크들의 춤을 추면서 놀았다.
밤이 어두워질수록 그런 모닥불 자린들은 많아졌고, 사람들은 저마다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했다.
한밤중에 무언가를 바쁘게 하기 위하여 말을 타고 평원을 떠나는 유저들도 있었지만, 남아 있는 유저들은 여유로움을 한껏 만끽했다.
"이야, 끝내준다."
"우리 북부 대륙의 문화라고 할 수 있지, 에흠!"
북부 유저들은 오랜만에 축제를 통해서 하나가 되어 어울릴 수 있었다.
"이번에 매우 위험한 무덤을 찾아냈는데 들어가면 몽땅 죽는답니다. 벌써 저도 세 번을 죽었죠."
"퀘스트의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있으신 분?"
"그게 뭐요?"
"전쟁의 신 위드 님께서 하신 표현에 따르자면 아주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연계 퀘스트들을 알아냈지요."
모험과 교역, 정보의 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한쪽 구석에서는 건축가들이 줄자와 삽자루를 들고 대지의 궁전 잔해들을 뒤지고 다녔다.
"음, 이쪽 기둥은 자잘하게 쪼개져서 다시 쓰진 못하겠군."
"대박이야. 왕궁 지붕의 형태를 이렇게 일부라도 알아볼 수가 있다니. 내구력에 신경을 많이 쓴 보람이 있군. 무너질 때도 운이 좋았겠지만 말이야."
"재활용도 가능하겠는가?"
"그건 좀 무리죠. 그래도, 왕궁 재건에는 쓸 수 없더라도 상가에는 활용이 가능할 것 같네요. 조금 더 많은 부분이 남아 있었다면 기념물로 만들 수도 있겠지만."
"석재들은 관리를 잘하면 오래 보존되기는 하는데 이렇게 제대로 무너져서 깨지니 남아나는 게 별로 없어. 아쉽군."
돌무더기 속에서 재활용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고 있었다.
왕궁에 투입한 최고급 건축자재들을 그냥 버려 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웠던 것이다.
"깨진 석재들은 전부 다 걷어서 다듬은 후에 도로를 까는 데 쓰도록 하죠."
"금속은 재련 과정을 거치면 사용할 수 있으니 대장간 용광로를 설치한 후에 제대로 작업을 합시다."
"하벤 제국군과 함께 파묻힌 전리품도 꽤 되니 강철이 부족한 경우는 없겠는데요. 강철은 북부에서 수요가 급증해서 가장 재고가 없는 자원이니까 말입니다."
"빨리빨리 해냅시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지금이 기회입니다."
건축가들은 곧바로 대지의 궁전 복원 계획을 진행하려고 했다.
아직 아르펜 왕국의 재정이나 예산이 본격적으로 투입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건축가들은 자신들이 직접 지은 건축물이었기 때문에 더욱 애정을 가지고 재건을 서둘렀다.
"과거처럼 산봉우리에 왕궁을 세울 수는 없겠군요."
"산이 완전히 깎여 나갔으니 이제 어렵게 됐죠."
"나름 독창적인 멋이 있는 왕궁이었는데. 흙과, 돌, 모래를 다시 쌓으면요?"
"하긴, 우리의 노동력이야 산 몇 개 정도는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지요."
"다른 건물도 아니고 왕궁이라면 백만 명 정도는 쉽게 동원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건축가들은 무시무시한 노가다 계획을 구상했다.
북부의 사기적인 인간 노동력을 이용해서 산까지 다시 세우자는 거대한 계획을 아이디어로 내놓았다.
"흠, 대지의 궁전은 좋긴 했는데 어중간한 높이에 있었지요. 산의 높이를 500미터나 1킬로 정도로 과감하게 더 높이는 것도 괜찮지 않나요?"
"산이 높으면 왕궁으로 올라가는 길에 온갖 건물들도 세워 놓을 수 있을 것 같고, 그것 참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그러면 시공의 어려움은 제쳐 놓더라도 상당히 장기간의 공사가 될 텐데, 인력 수급이 그리 원활하게 유지될지……."
"북부 유저와 주민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죠. 왕궁이 본격적으로 지어질 무렵에는 지금보다 인원이 2~3배는 될걸요."
"하기야… 우리가 왕궁을 짓기 시작할 때보다 정말 많이 늘긴 했지요."
그렇짐나 파보는 회의적이었다.
왕궁 건설 계획이 지나치게 거창해지고 있었다.
"여러분의 생각은 잘 알겠습니다. 저 역시 대지의 궁전을 더 멋지게 복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건축가의 욕심만으로 처리해서는 안 됩니다."
"예?"
"아르펜 왕궁에는 왕궁이 하루라도 빨리 필요합니다. 왕궁이 없으면 치안과 문화 확장, 상업 부분에서 계속 불리한 면이 있을 것입니다."
왕궁이 없으면 영토를 통치하는 데 있어서 불리한 측면이 꽤 되었다.
지방 마을과 도시의 영주관이 원활하게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어 내정을 파악하고 관리하기가 어려워지며 세금 징수 비율도 낮아진다.
예산의 집행에서도 부정부패로 인한 손실액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치안도 최대 100% 유지되지 않는다.
아르펜 왕국은 병력의 규모에 비해 방대한 땅을 다스리고 있기에 도적 떼가 들끓기 시작하면 악화되는 것도 순식간일 것이다.
기술 발전을 위한 대형 시설물, 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용 건물, 직업 건물에도 불리함이 있다.
모라타와 같은 대도시에는 어떠한 건물이든 세워질 수 있지만, 작은 성과 마을에는 공공건물의 건설이 더욱 까다로워진다.
그러면 기사 유저들 같은 경우에는 작위를 수여받거나 고급 스킬들을 익히지 못하게 된다.
일반 유저가 모험을 하려고 먼 곳으로 가더라도 국가 명성이 낮으면 못 알아보고 퀘스트 부여, 교역에서 불리함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은 변변한 왕궁도 없이 성장했던 아르펜 왕국이다.
초창기의 확장 시기였기 때문에 정상적인 왕국이 아니라서 받는 불리함을 유저들은 당연한 것처럼 감수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수많은 마을을 영토로 받아들이고 다스리고 있으며 인구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있는 지금은 왕국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왕궁이 시급하게 필요했다.
건축가들 역시 그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상인들이 교역을 통해 마을과 도시를 부유하게 만든다면, 건축가들은 그 내실을 다진다.
자신들이 시공한 건축물이 많은 도시가 인구 증가와 상업 확대 등으로 나날이 커진다면 그보다 더 기쁠 수가 없다,
건축가라면 누구나 도시의 주요 거리에 멋진 건축물들을 세워서 사람들이 구경하고 편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원했다.
파보가 계속 말을 이었다.
"지금은 아르펜 왕국의 발전을 위해 우리 건축가의 욕심을 버립시다. 북부의 건축가들이 다른 이들보다 나은 면이 무엇이겠습니까?"
"필요한 건물을 만든다. 사람들을 위한 건물을 짓는다."
"바로 그렇습니다. 우리 건축가들이 욕심을 부리다 보면 공사 일정은 길어지고 자금은 끝없이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으음, 산을 쌓아서 왕궁을 다시 짓는 계획이 무모하기는 했지요."
"빨리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아르펜 왕국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건물입니다."
건축가들은 밤샘 회의 끝에 왕궁 재건 기본 계획을 수립했다.
[문서]1. 아르펜 왕국은 현재 잔해의 옆에 다시 건설한다.
[문서]2. 왕궁에 필요한 건축자재들은 잔해를 파악하여 가능하면 재사용하고, 나머지는 상인들을 통해 조달한다.
[문서]3. 평지에 지어지는 만큼 왕궁의 면적을 과거보다 3배 이상 넓힌다.
중심 지역을 먼저 완공한 후에 추가 확장이 가능한 방식으로 한다.
[문서]4. 왕궁 부지 부근에는 모라타 이상의 거대도시가 들어설 수 있도록 강을 따라서 터를 닦는다.
특히 7개 이상의 위대한 건축물을 지을 최적의 부지를 미리 배정한다.
[문서]5. 도시의 이름은 앞으로 아르펜 왕국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위해 '새벽의 도시' 라고 한다.
[문서]6. 원활한 인력 수급과 공사비 절감을 위해 새벽의 도시에 신규 유저들이 들어오고
왕궁 건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초 발전을 서두른다.
[문서]7. 이틀 내로 판자촌 7개를 짓고 추후 필요에 따라 계속 확장한다.
[문서]8. 북부의 모든 건축가 조합은 왕궁 재건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최선을 다해서 협조한다.
"이만하면 되겠습니까?"
"아쉽지만 더 이상은 욕심이니까요."
건축가들은 왕궁 재건 계획을 확정짓고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외부로는 공개하지 않고 내부적으로만 합의한 사항이 이면에 따로 있었다.
[문서]9. 다시는 불행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왕궁 주변에 9개의 난공불락의 요새를 신축한다.
[문서]10. 새로 건설하는 왕궁은 아르펜 왕국의 발전에 비하여 창피하지 않을 정도로 크고 호화스럽고 웅장하게 짓는다.
[문서]11. 공사 비용은 최대한 아끼되, 왕궁과 도시를 합쳐서 최소 예산을 1,700만 골드로 한다. 공사 비용은 필요하다면 상황을 봐서 계속 증액한다.
위드가 봤다면 바로 뒷목을 잡고 쓰러졌을 사항이었다.
[타이핑 턱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