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42권 : 3) 물밑 작업 (287/520)

3) 물밑 작업

"정말 해냈군."

"우리에게 약속한 그대로요."

"그 이상이라고 봐야겠지."

"저 역시 충분하고도 넘치는 결과를 보여 줬다고 생각합니다."

로암과 군트, 미헬, 칼리스, 샤우드가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베르사 대륙에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는 유명 인물들이었다.

로암 길드의 로암, 사자성의 군트, 블랙소드 용병단의 미헬, 흑사자 길드의 칼리스, 클라우드 길드의 샤우드.

거대 명문 길드를 지배하는 수장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연합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벤 제국에 대패한 이후 세력이 갈가리 찢겨 나갔다.

사람들도 그들의 이름을 금방 기억의 저편으로 넘겨버렸다.

로열 로드에서는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미 헤르메스 길드에 산산조각 나서 더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이들을 기억해 줄 리가 만무한 것이다.

실제로도 라페이에 의해 척살령이 내려져서 그들은 대놓고 활동도 할 수 없는 신세였다.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서 얼굴을 보일 일도 없었으니 금방 조금씩 잊혀 버렸다.

'나는 패배자다.'

'나비이 꿈에 불과한 일이었는가.'

'하벤 제국은 너무나도 강하다. 돌이켜 보면 나란 존재는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그들이 모든 걸 손에 쥐고 있었던 것처럼…….'

그들 자신들조차도 재기는 꿈도 꾸지 못했다.

길드는 해산되거나 추종 세력이 삼분의 일 이하로 줄어들었다.

유명한 길드원들 역시 헤르메스 길드의 무력 집단과 암살대를 피해 쫓겨 다녀야 하는 처지였으므로 깊숙하게 숨었다.

완벽한 패배 이후 하벤 제국이 신속하게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영토와 도시들을 접수하였기에,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그때 연락이 왔다.

전쟁의 신 위드.

아르펜 왕국의 국왕이며 바드레이에 견줄 수 있는 유일한 유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의 연락은 가뭄의 단비였다.

'흠, 우리와 힘을 합치자는 제안이겠지. 마음에는 드는데, 하벤 제국을 막아 낼 가능성은 유감스럽게도 없다. 그렇지만 전쟁의 신 위드라면… 그 이름이 그냥 붙은 게 아니라는 걸 나는 겪어 봐서 안다.'

'내가 더 이상 잃어버릴 게 있나? 아무것도 없지. 지켜보고 결정을 내리면 된다. 그렇지면 위드라면… 음, 위드라면 말이지. 백분의 일의 가능성을 고려해서라도 쉽게 흘려들을 수는 없는 제안이다.'

'아르펜 왕국이 침략당한 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근데 엉뚱하게도 하벤 제국의 황궁을 무너뜨려? 가만히 당하고 있지는 않는다는 거겠지. 무자비하고 기가 막히구나. 우리에게 했던 그 방식 그대로 헤르메스 길드에 되돌려줄 테지?'

하벤 제국의 황궁 붕괴 사건.

정확한 원인이 나오지 않은 지금 사람들은 위드의 행동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로암과 미헬은 마법의 대륙 출신의 유저이기도 했다.

그 당시에도 엄청난 세력을 구축하고 마법의 대륙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위드라는 인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런 놈이 있다고? 죽여. 건방을 떤 대가가 무엇인지를 알려 줘."

"얼마나 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우리 영역 내에 들어왔으면 살려 보낼 수는 없다."

실제와 다름이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가상현실인 로열 로드였다면 조금 더 신중했으리라.

그렇지만 마법의 대륙에서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캐릭터가 움직이는 것이기에 판단도 훨씬 즉흥적이었다.

레벨과 스킬, 기초적인 정보만을 전적으로 믿고 판단하면 된다.

그리고 벌어진 위드와의 전쟁!

뭐, 결과야 전쟁의 신이라는 별명을 만들어 줄 정도로 호쾌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전쟁의 진행에 있어서 위드는 너무나도 신출귀몰하고, 자신들은 벗어날 수 없는 함정들에 빠지게 되었다.

세력이 크다는 건 장점이지만 그만큼 지킬 것과 공격당할 지점이 많다는 단점도 되었다.

도시에서 벌어진 전투에서는 완벽한 은신술과 몸을 숨겨 주는 장비를 가진 위드를 잡아내기가 불가능했다.

위드가 던전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길드에서 자랑하는 1,000명이 공격을 나갔다.

다른 명문 길드들은 서너 번의 피해를 입으면 손을 떼어 버렸지만 로암은 자존심이 강했다.

"제까짓 게 제법 강하다고 해도 인원수에는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아직까지 파훼되지도 않은 위험한 던전임에도 불구하고, 보통 던전은 막혀 있는 곳이니만큼 쉽게 잡기 힘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로암이 직접 이끄는 공격대는 몬스터와 함정에 시원하게 휩슬리고 밟히고 나서, 위드에 의하여 전멸되고 싹털리고 말았다.

던전은 이미 위드의 영역이었고, 몬스터 역시 그의 지배 아래에 있었다.

죽기 전에, 로암은 납득했다.

'강하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

그동안 마법의 대륙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기술과 깨지지 않았던 퀘스트들이 상당수 격파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단 1명의 개인에 의해서 처참한 피해를 입었으며 길드의 자존심은 우스갯거리가 되었지만 어쨌든 좋은 승부였다고 생각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위드의 거지 같은 성격을 쉽게 본 것이었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 많은데. 이놈들이라면 제법 싸워 볼 만하겠는데."

위드는 특별한 귀속 아이템으로 몬스터들을 휘하에 둘 수 있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모니터의 지도 비율을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과 끝을 알 수 없는 몬스터 군단이 도시로 쳐들어왔다.

위드는 로암의 세력을 뿌리부터 뒤흔들어 놓았고, 아예 싹 몰살을 시켰다.

그 정도로 끝났다면 더러운 놈에게 잘못 걸렸다면서 치를 떨고 말았으리라.

그 땅에는 해소가 힘든 저주를 실컷 퍼부어 놓고, 인간들이 살아가지 못하는 몬스터들의 서식지로 삼아 놓았다.

로암의 세력권이 아예 사냥터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로암은 분통이 터지고 억울했다.

"아니, 우리가 그놈한테 피해를 입힌 게 얼마나 된다고… 막말로 그냥 가서 죽어 준 것밖에 없잖아? 우린 덤볐다가 싹 털리기만 했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분노에 가득 찬 외침이었지만 마법의 대륙의 여론은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로암 역시 그다지 좋은 영주는 아니었고, 사람들은 위드가 쓴 새로운 전투 신화에 열광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쟁의 신 위드.

절대 그를 건드리지 마라.

이 말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뚜렷하게 남게 된 계기였다.

그리고 이 정도 당했으면 보통 충분하지 않은가.

로암은 자신의 부하들을 이끌고 새로운 장소에 정착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위드가 쫓아와서 로암과 부하들을 계속 몰살시켰다.

다섯 번 정도 죽었을 때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으며.

죽음이 10회를 넘어갈 무렵에는 상종 못 할 적이라는 판단에 더 이상은 싸우고 싶지 않았다.

위드와는 그냥 적당히 화해하고 예전처럼 자신의 세력을 일으켜서 사람들의 존중을 받고 살고 싶었다.

20회가 넘게 자신들과 부하들이 전부 몰살을 당하니 정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옥을 보여 주마."

약자로서 받는 고통이 무엇이란 걸 깨달았다.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걸어서라도 위드를 파멸시키고 싶었다.

30회 이상 목숨을 잃고 나니 그때는 온몸에서 힘이 다 빠져나갔다.

삶에 의욕이 없었다.

그를 처리하기 위해 죽음의 신처럼 찾아온 위드에게, 처음으로 메시지 창을 통해서 말을 걸었다.

자연스럽게 말을 하면 되는 로열 로드와는 다르게 그때에는 키보드로 타이핑을 해야 했다.

 [로암 : 도대체 우리에게 왜 이러는 것이냐! 이건 해도 너무하지 않느냐. 아직도 분풀이를 원하는 것이냐?]

 [위드 : …….]

 [로암 : 무슨 말이라도 해라!] 

위드는 한참 동안 공격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채팅 창에 글이 올라왔다.

 [위드 : 레벨이 높은 몬스터들을 만나기 어렵다.]

 [로암 : 설마… 우리를 몬스터처럼 생각하고?]

 [위드 : 더 강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좋은 몬스터.]

레벨이 올라갈수록 적합한 사냥터가 계속 필요하다.

유저를 상대로 싸우는 일은, 위험하더라도 짭짤한 부분이 있었다.

로암과 그의 길드원들이 잔뜩 모여 있으니 여기야말로 훌륭한 사냥터.

덤으로 전리품도 얻을 수 있으며 약탈할 보물도 잔뜩 있지 않은가.

억울했음에도 로암은 먼저 고개를 숙였다.

 [로암 : 이제 그만하자. 평화롭게 살고 싶다.]

 [위드 : 싫어.]

 [로암 : 우린 더 빼앗길 것도 없다. 그리고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은가?]

 [위드 : 기분 나빠.]

 [로암 : 어째서 기분이 나쁜거냐. 우리가 너에게 잘못한 것도 다 지난 일이고, 앞으로 더 이상 어떤 악감정도 갖지 않겠다. 복수나 보복 같은 것도 전부 포기할 것이다.]

굴욕적이었지만, 얼마나 더 싸우고 싶지 않았다면 저런 말까지 했겠는가.

위드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약 30초가 지난 후에 메시지 창에 또 글이 올라왔다.

 [위드 : 우리 집 월세가 올랐어.]

 [로암 : 여기서 그게 무슨 상관?]

 [위드 : 버스비도 올랐어. 배추, 양파도 작년보다 훨씬 비싸. 기분 안 좋다. 협상 결렬이다.]

 [로암 : …….]

로암은 위드의 의도를 알아내고 나서 판단을 내렸다.

'이놈은 악마다. 절대로 상종 못 할 악마.'

로암이 마법의 대륙을 접고 로열 로드로 일찍 이주하게 된 계기까지 된 사건이었다.

로열 로드에서 성공적으로 정착을 하고 로암은 대륙에서 한 손에 꼽히는 강자가 되었다.

로열 로드의 인기가 마법의 대륙보다도 워낙 커서, 세력도 훨씬 크게 키웠다.

'어쭙잖은 약자들은 필요 없다. 확실하게 강한 이들로 길드를 구성해야 한다.'

로암 길드는 최고의 엘리트 정예 부대가 되었다.

지금의 헤르메스 길드처럼, 그때에는 로암 길드에 속한 것만으로도 큰 자랑거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암은 항상 신경이 쓰였다.

'그 악마 놈도 로열 로드로 오지 않았을까. 그놈이 왔다면 이미 상당히 강해졌을 텐데.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놈의 게임 감각 등은 탁월하다.'

마법의 대륙에서와 같은 이링 벌어지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지만 그럼에도 영원히 마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위드라는 이름을 주민들이 이야기 하지 않는군. 명성이 없거나 로열 로드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겠지. 아니야, 캐릭터 이름을 바꾸었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로열 로드는 매우 넓은 곳이라서 다시는 엮일 일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참 후 위드에 대한 소식이 들렸다.

 - 프레야 교단의 의뢰 성공. 파고의 왕관을 위드라는 모험가가 찾아냈다!

"에이, 아니겠지. 이름이 같은 놈이 한둘도 아니고."

 - 불사의 군단 격파. 오크 카리취의 장대한 모험. 전쟁의 신 위드!

"크어억, 그놈이다!"

그 후로 위드가 만들어 내는 모험담들을 로암은 경계하며 주시하고 있었다.

로암 길드에서 함께 당했던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로암 길드에서는 위드에 대한 대책 회의도 열었다.

"그래도 다행이로군요. 우리 길드의 영역과는 먼 곳에서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음, 조각사라고 하는데 전투 능력에 대해서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마법의 대륙에서의 일을 복수할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당했던 만큼 백 배, 천 배를 더해서 앙갚음을 해 주지요."

로암은 망설여졌다.

마법의 대륙에서는 너무 제대로 당했다.

그 악마 같은 놈을 다시 건드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우리와 관계되지 않는 이상 길드의 전력을 낭비할 여력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의 적은 많으니 발전에 전념하자."

대부분의 명문 길드 출신들이 마법의 대륙을 경험했기에 알게 모르게 위드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위드의 모험이 계속 성공을 거두고 헤르메스 길드의 높은 콧대까지 짓누르는 걸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악마 놈과 엮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 후로 위드는 기적적인 모험들을 계속 성공시켰지만 멜버른 광산에서 바드레이에게 죽임을 당했다.

전투의 공정함 여부를 떠나서, 패배는 패배.

'위드라고 해도 세력의 힘 앞에서는 어쩔 수 없군.'

그때부터는 로암도 헤르메스 길드의 노골적인 야욕에 맞서 싸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위드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못했다.

연합군까지 결성했지만 대패를 하고 완전히 모든 걸 잃어버렸다.

반면 위드는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를 완성하고, 하벤 제국군의 침략까지도 막아 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본 로암으로서는 감개무량했다.

'역시 그냥 악마가 아니었다. 어지간히 독한 놈이야.'

북부 유저들이 위드를 신처럼 신봉하고 있는 광경도, 로암은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위드라면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대단한 무언가가 있다는 건 틀림없지만…….

로암과 미헬뿐만 아니라 칼리스, 군트, 샤우드도 위드로부터 연락을 받고 나서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자리에 모였다.

한때에는 대륙의 일각을 지배하던 패자였지만 한 사람의 의견을 듣기 위해 자신들끼리 먼저 대책 회의도 열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위드가 만약 손을 잡자는 제의를 한다면 최대한 좋은 대우를 받고 힘을 합치기로 합의를 봤다.

적어도 위드 바로 밑의 서열 정도는 자신들에게 챙겨 주어야 하며, 향후 하벤 제국과 전쟁을 벌여서 승리라도 한다면 자신들이 잃어버린 영토도 보상을 해 달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연락이 없군요."

"음… 시간을 정해 놓은 건 아니었으니 조금 더 기다려 봅시다."

"전쟁을 이겼으니 급히 처리할 문제들이 있겠지요."

전쟁이 끝난 직후에 위드의 연락이 올 줄 알았다.

하벤 제국을 상대로 싸우기 위한 구체적인 작전을 듣고 가능성을 논의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클라우드 길드의 샤우드가 탁자를 내리쳤다.

"빌어먹을! 우리가 여기서 그런 작자의 말이나 기다려야 하다니!"

샤우드는 과거부터 과격하고 야비한 성격으로 악명을 날렸다.

클라우드 길드는 일찍부터 상당히 많은 인원과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길드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 능력만 있다면 무작정 영입했다.

중소 길드들도 협박과 보상을 약속하면서 하나의 깃발에 끌어들였다.

한때에는 대륙 최대 인원의 길드로 군림했지만, 헤르메스 길드에 대패를 한 이후에 산산조각 났다.

5대 명문 길드 중에서도 가장 초라한 신세로 변하고 나니  샤우드의 성격은 더욱 조급해지고 말았다.

사자성의 군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가볍게 웃었다.

"화를 낼 일이 아닙니다. 협상 전술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지요."

"협상 전술?"

"일부러 기다리게 하여 상대를 초조하게 만든다. 그리고 협상 고지에서 유리함을 차지한다."

미헬도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드의 모험이나 전투 영상에서도 보지 않았습니까? 등장하기 전에 뜸을 들이는 것 하나는 일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우리도 먼저 모여 있다 보니

 이런저런 준비도 할 수 있으니 나쁜 게 아니지요."

샤우드도 비로소 납득한 기색이었지만 표정에는 짜증이 어려 있었다.

"그렇더라도 기분은 더럽군요. 감히 우리를 우습게 보고 말이야."

"중요한 협상인 만큼 감정에 치중하기보다는 최대한의 이권을 얻어 내고 위험도는 낮춰야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그것만 생각합시다."

"다 알아도 불쾌합니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힘을 모은다고 해서 헤르메스 길드를 억누를 수는 있을까요?"

군트는 회의적인 기색이 역력했다.

"아르펜 왕국은 우선 가능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물론, 침략은 물리쳤지만 그게 헤르메스 길드의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연합군을 결성하고 자만에 빠졌을 무렵, 그들은 절대로 패배할 수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중앙 대륙의 삼분의 이에 달하는 세력.

고레벨 유저들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헤르메스 길드, 하벤 제국군과 맞부딪쳐 보고 나서야 자신이 얼마나 약하고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를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특히 흑사자 길드의 칼리스는 헤르메스 길드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멜버른 광산에서의 패배 후에 헤르메스 길드는 흑사자 길드를 소리 없이 야금야금 먹어 치웠다.

장기간의 확실한 계획과 그것을 완전하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능력.

헤르메스 길드와 싸워 봤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그들이 얼마나 강력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황궁이 깨졌다. 하벤 제국의 통치 능력도 상당히 와해되었겠지. 중앙 대륙을 장악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치안이 열악하니 도처에서 반란군이 날뛸 것이다.

 기회다. 당장 움직이고 싶을 정도로.'

'이런 곳에서 낭비할 시간이 없는데. 요새를 몇 개 빼앗고 헤르메스 길드에 반대하는 중앙 대륙의 유저들을 끌어모으면…….'

위드가 불씨를 살려 놓았지만 이번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각 지역에서 병력을 이끌고 무장봉기!

헤르메스 길드와 싸우기 위한 방법들을 논의하기도 하고, 묵묵히 음식을 먹으면서 기다리기도 했다.

"심심한데 포커나 칩시다."

"뭐, 그러지요."

"우리가 이렇게 편안하게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모를 겁니다."

"협상 상대의 초조함을 이용하려는 어설픈 수작 따위는 느긋하게 넘겨 버리지요."

하룻밤을 꼬박 새우고 나서도 위드로부터 연락은 없었다.

사실 위드는 화장실 들어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것처럼, 이들에게 연락했던 것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

★★★★★★★★★★★★★★★★★★★★★★★★★★

"크크크, 으하하하하하!"

산적왕 스타이너!

그는 하벤 제국의 불행을 물을 만난 생선처럼 반가워했다.

"치안도 형편없고, 고향을 잃은 유민들은 널려 있으니 이보다 더 산적질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북부 정벌군의 몰살과 황궁 붕괴 이후로 갑자기 하벤 제국 영토 곳곳이 반란군이 출현하며 군사적으로 무력화되었다.

"우리를 수탈하는 총독을 몰아내자!"

"톨렌 왕국의 시민들이여, 침략자들을 무찌를 때입니다."

"무장 단체를 결성하고 제국과 싸울 용기 있는 자들이여, 뒷골목에 있는 오래된 폐가에 모이도록 합시다."

띠링!

『 독립 투쟁

라살 왕국의 정복자를 자처하는 하벤 제국은 지역 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

10대 금역 아베리안의 숲 근처에 살아가는 라살 왕국민들은 외부의 침략에 굴하지 않으며 욕심 많은

영주에 대한 투쟁 정신으로 유명하다.

지역 주민들을 도와서 하벤 제국의 군대에 대한 복수를 하라.

사람들은 이방인인 당신에게 믿음과 감사를 느낄 것이다.

난이도 : C

퀘스트 보상 : 지역 주민들의 깊은 애정 , 저항군 출현

              저항군의 본격적인 활동 연계 퀘스트로 이어지게 됨.

퀘스트 제한 : 지역 주민들과의 친밀도 , 높은 신용. 』

"이거 말이지, 으음."

"유혹이 큰데 해 볼까?"

"아서라. 헤르메스 길드가 얼마나 독한 놈들인지 몰라서 그래?"

"그래고 연계 퀘스트잖아. 연계 퀘스트는 제대로 한번 붙으면 보상이 끝내준다고."

중앙 대륙에서 활동하는 유저들은 쉽게 저항군과 관련된 퀘스트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방법도 쉬웠다.

불만 많은 주민들에게 말을 건네며 하벤 제국에 대한 욕을 해 준다.

술꾼에게 선술집에서 술을 사 주는 정도로도 관련된 퀘스트가 등장했다.

구(舊) 크로인 왕국의 영역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퀘스트도 발생했다.

띠링!

『 크로인의 세금 수송 마차

세상에 완전한 비밀은 없는 법.

크로인 지역에서 거두어들인 막대한 공물과 세금이 무역선을 통해 벤사 강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용기 있는 자들이여, 무엇을 망설이는가?

호송대를 전멸시킨다면 막대한 돈과 보물을 얻을 수 있으리라.

하벤 제국에 대한 습격은 주민들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을 것이다.

난이도 :  C

퀘스트 보상 : 약탈에 성공하더라도 악명이 상승하지 않음.

              징수한 세금을 다시 주민들에게 돌려주면 커다란 명성과 지역에 대한 통치 공헌도 획득 가능.

퀘스트 제한 : 하벤 제국으로부터 임명된 관리, 기사 등은 주민들의 의심으로 인해 퀘스트를 받을 수 없음. 』

"이건 하면 큰일 나겠다."

"왜?"

"우리 실력으로는 퀘스트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헤르메스 길드에서 100% 척살령이 떨어지게 될 거야. 중앙 대륙에서 살아가지 못할걸."

"인생 뭐 한 방 아니야? 헤르메스 길드에서 우리 짓이라는 걸 꼭 알아 내리란 보장도 없고, 정 사정이 불리해지면 북부에서 가서 살면 되지."

"북부라고? 어차피 북부에서 살고 싶긴 했는데. 텔레비전에서도 매일 나오잖아."

"이런 퀘스트 성공시키고 간다면 북부에서는 영웅이야."

"고향을 떠나 먼 여행을 가는 김에 하벤 제국에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군."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이야. 바로 그런 정신이라니까."

중앙 대륙의 유저들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리고 도처에서 퀘스트를 받아서 성공시키는 유저들이 등장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힘에 의해 고개를 숙이며 살아가던 유저들.

그들이 곳곳에서 사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 백서른두 곳에서 반란이 발생했습니다.

 - 현지 병사들의 합류로 저항군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중입니다.

 - 치안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드미트리 영주성에 있는 재물들이 전부 약탈당했습니다.

 -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입니다.

   그들은 통치자의 존엄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럴 수가. 이건 너무 심각하잖아."

"견고하던 우리 제국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유감이로군."

"이게 다 치안과 충성도를 낮게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잘잘못을 따져서 뭣하겠습니까? 그리고 점령 지역의 치안과 충성도를 어떻게 높게 유지한단 말입니까. 갑자기 연달아 사고들이 터지는 바람에 벌어진 일인 것을요."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부정적인 메시지들을 쉴 새 없이 받았다.

북부 정벌군 전멸에 이은 황궁 붕괴로 인하여 제국의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평소에 제국의 통치가 확고했다면 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테지만 시기상으로 중앙 대륙의 정복을 마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높은 세금과 자원 수탈, 징병제 유지를 위해서 각 지역들을 엄하게 다스렸던 하벤 제국의 정책이 최악의 대가로 돌아왔다.

헤르메스 길드에 가입된 유저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했다.

"우리 이러다가 망하는 거 아니야?"

"설마… 그래도 막강한 군사력이 있잖아. 수뇌부가 나서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잘한 소란 따위는 금세 진압할 수 있을걸."

"제국이 흔들리더라도 바로잡을 수 있긴 하지. 우리 길드가 보통 강한게 아니긴 하니까."

"난 우리 길드가 그런 점에서 마음에 들더라. 힘으로 안 되는 게 없거든."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군사력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다.

자신들은 중앙 대륙을 통일했을 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군사력도 흘러서 넘칠 지경이다.

헤르메스 길드에 가입하여 내부적인 사정을 알고 나면 군사력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확실한 자부심을 가질 만했다.

"일반 유저들의 민원도 엄청나던데. 황궁이 무너지면서 중단된 퀘스트 보상을 해 달라고 난리야."

"그쯤이야 무시하면 되지. 그들이 감히 어떻게 억지로 보상을 요구할 수 있겠어?"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동안 무시당했던 이들까지 분위기를 봐서 들고 일어나게 되니까 말입니다. 저항하는 유저들을 상대로 강력한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모조리 때려잡읍시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자기들끼리 정보망을 가동해서 피해 상황들을 확인해 보았다.

의외로 제국 곳곳에서 혼란과 반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중앙 대륙을 통째로 다스리고 있는 만큼, 각 지역에서 벌어지는 혼란들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벤 제국이 고작 이 정도로 뿌리까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낮은 치안과 충성도로 점령 지역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었지만 하벤 제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반란을 억누르고도 남을 정도로 막강했다.

영주들이 거느리고 있는 군대, 제국의 정예군이 움직이면 어설픈 반란군 따위는 발붙이기가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시기가 썩 좋지 않았다.

중앙 대륙을 정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북부 원정의 실패와 황궁 붕괴로, 통치를 안정시키고 강화해야 하는 시점에 예측하지 못한 불안한 구멍이 크게 생겨나고 있었다.

★★★★★★★★★★★★★★★★★★★★★★★★

라페이와 바드레이는 그 시간 25명의 핵심 영주와 지역 총독 등을 포함한 수뇌부를 데리고 원탁회의를 열었다.

이들이야말로 실질적으로 하벤 제국의 방침을 결정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라페이는 한동안 얼굴을 감싸 쥐었다.

'너무 방심했다.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전쟁이었지만, 통치 부분의 약점은 고려를 했어야 했다. 황궁이 무너진 것도, 베르사 대륙에서는

 어떤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부분을 간과한 결과다.'

하벤 제국은 건국 이래 최대의 비상사태였다.

아르펜 왕국과의 전쟁에서의 패배, 갑작스러운 황궁 붕괴까지 벌어졌으니 중대한 사안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회으를 열었음에도

쉽게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실시간으로 제국의 피해 상황이 보고되었다.

아직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피해가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도처에서 반란군이 속출하면서 크고 작은 혼란이 발생했다.

"아르펜 왕국을 즉각 정벌합시다! 그들을 놔둔다면 하벤 제국을 우습게 아는 자들이 더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으음, 지금 시점에서의 전쟁이란 것은… 병력을 재편성해야 하고 보급 부대로 추가로 파견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갑작스러운 물자의 부담에, 여러 부분에서 무리가 생길 겁니다."

전쟁을 일으켜서 끝장을 보자는 의견에 아크힘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북부 원정은 막대한 인원의 병력과 보급 물자, 재정을 소모하게 된다.

하벤 제국에는 그 이상의 여력이 충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낭비해도 될 처지는 아니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개국 공신이나 세력가, 전쟁 영웅 등이 핵심 영주나 지역의 총독으로 임명되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길드 차원의 결정이라면 따르겠지만 선후를 따지자면 안방에서 벌어진 혼란의 수습부터 먼저 해야 했다.

설혹 북부를 정복한다고 해도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대가부터 고려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크게 내키지 않았다.

또한 핵심 영주들은 헤르메스 길드의 상위권 서열로서 내부의 비밀들을 상당수 알고 있다.

라페이는 어느 순간 이후 건국에만 공을 들이지 않았다.

세력이 중앙 대륙을 제패하는 것이 당연해진 이후부터는 장기간의 통치와 유지에 큰 초점을 맞추고 행동했다.

이른바 제국의 오랜 건재를 위한 통치 비책들이 마련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

하벤 제국이 준비하고 있는 숨겨진 힘에 대해서 대략이나마 알고 있는 핵심 영주들과 총독들의 입장에서는 라페이와 바드레이의 결정을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냥 가서 당장 박살을 내죠. 제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바드레이 님께서 중앙군을 지휘하시면 가볍게 정복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리우스가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로자임 왕국에서 시작한 유저로, 이카 길드의 마스터로 활동했다.

그러나 너무나도 나쁜 평판 때문에 고향을 떠나 중앙 대륙으로 와서 인맥과 뇌물을 통해 헤르메스 길드에 가입했다.

로열 로드에 그가 쏟는 정신은 대단한 것이라서, 길드의 지원을 받으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하든 자기 편 부하들을 다룰 줄도 알아서 제법 세력도 형성하게 되었다.

그렇더라도 그의 지위와 영향력이 수뇌부 회의에 참석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바드레이라는 특별한 연줄을 잡고 있었다.

바드레이를 위한 사냥터를 잘 준비하고, 간과 쓸개까지 몽땅 꺼내 줄 듯 비굴하게 굴었기 때문에 자리가 보장되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다리우스처럼 아무 때나 꺼내서 휘두를 수 있는 칼도 필요했던 것이다.

강경파와 온건파!

전쟁을 즉시 벌이자는 의견과, 제국의 혼란부터 수습한 후에 정복하자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라페이는 이제 결정해야 할 때라고 느꼈다.

"전쟁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되겠지요."

그가 말을 시작하니 회의장은 조용해졌다.

"아시다시피 그리고 지금도 계속 보고가 들어오고 있지만, 하벤 제국은 내부에 예상 밖의 심대한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겨야 될 전쟁에서 북부 원정군의 중요한 일각이 전멸하였고 우리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황궁도 무너져 버렸습니다.

 통치의 근간이 되는 핵심 건물인 황궁의 파괴는 생각 외로 전 지역에 걸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군요.

 지금의 이 사태는 빨리 수습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짐작하고 있는 이상으로 커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수뇌부 회의라고 해도 진행을 주도하는 것은 여전히 라페이였다.

그는 대륙 전체에 퍼져 있는 정보부의 보고를 바탕으로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앞날을 예측한다.

발언권과 권한에서, 라페이는 바드레이와 함께 헤르메스 길드의 정책을 좌우할 수 있었다.

영주들과 총독들은 속으로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일단 긍정했다.

'아직은 숨겨진 힘을 드러내진 않겠다는 뜻이로군.'

'그것들을 일찍 공개한다면 역효과가 없진 않을 테니까. 그것까지 쓴다는 건 최악의 경우에나 가능한 일.'

라페이가 무겁게 말을 이어 갔다.

"각지에서 일어난 반란군으로 제국 내부의 치안은 앞으로 더 하락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악명.

 평소에는 악영향이 있더라도 어쨌거나 무시했던 부분입니다. 그러나 반란군이 생겨나면, 그리고 조기에 진압하지 못한다면 상당히

 걷잡을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것입니다."

중앙 대륙은 넓다. 반란군디 대도시와 요새를 점거하진 못하더라도 제국 전체로 본다면 상당한 혼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란군이 계속 늘어난다면 국력의 손상이 계속 심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라페이가 이에 대비하지 않을 리가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우리는 사용 가능한 많은 수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국의 틀에서 벗어나 독립한 도시들을 군사적으로 탈환하는 거야 쉬운 일이고,

 한 지역에서 잃어버린 경제력은 다른 곳의 성장을 통해 만회할 수 있습니다. 단, 우리가 전잰을 완전히 포기하고 전력을 다해서

 제국의 혼란을 수습하려고 할 경우입니다."

라페이는 바드레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만약 출전을 하여 아르펜 왕국과 결전을 하겠다면, 하벤 제구그이 국력은 대륙 통일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그 대신 지금의 혼란은 쉽게 수습할 수 없는 국면까지 번질 수도 있습니다."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바드레이가 입을 열었다.

"전쟁이냐 복구냐, 그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군."

"그렇습니다. 전쟁을 선택한다면 이번에는 바드레이 님이 아르펜 왕국으로 친정을 나가셔야 합니다.

 북부의 저력이 만만치 않다지만 사실상 지난번 정도의 병려으로도 전술을 조금만 더 잘 세우고 냉정하게 대처했다면

 정복하기에 충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벤 제국의 위엄을 알리려면 승리와 관계없이 이번에는 더 많은 고급 병력을 끌고 가야 합니다."

"고급 병력이라면……."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의 절반 그리고 하벤 제국군 절반 정도면 되겠지요. 위드와 북부 유저들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전부 초토화시키고 쓸어 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너무 많은 게 아닌가?"

"모라타와 주요 도시들을 폐허로 만들고 나서 끝까지 저항하는 이들을 남김없이 뿌리 뽑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군대는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최대한 짧은 시간에 해내야 합니다."

순간 사람들의 머릿속에 하벤 제국군의 병력 구성이 스쳐 지나갔다.

이번에 전멸한 병력은 170만 정도.

하벤 제국에는 수많은 성과 도시가 있으며, 영주들은 기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중앙 대륙에서 기사단을 키운 영주들이 많으니 영토 전역에서 병력을 모집한다면 이 정도의 병력은 쉽게 채울 수 있다.

정복 전쟁이 막 끝난 후라 하벤 제국의 체제가 대부분 군사적으로 갖춰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대규모 군대의 원정은 제국의 치안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생산 활동이 가능한 주민들을 강제로 징집하면 경제력 감소와 충성심 저하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현시점에서 막대한 물자의 소모와 경제적 후퇴는 헤르메스 길드의 영주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가뜩이나 소속 왕국 멸망과 정복으로 인해서 중앙 대륙의 주민드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그들을 또다시 흔들게 되는 꼴이다.

베르사 대륙에서는 소문만큼이나 무서운 것이 없다.

모험가 중의 누군가가 업적을 달성하더라도, 마법사가 새로운 마법을 개발하더라도, 주민들의 입을 통해서 사방에서 튀어나오게 된다.

하벤 제국에 대한 평판이 떨어졌을 때 반란군의 출현이나 주민들의 반발은 도저히 억제할 수가 없을 것이다.

대대적 징병을 통한 전쟁은 내정에서의 엄청난 손실을 발생시키고 결과적으로 지금보다 통치가 힘들어지리라.

하지만 바드레이의 마음은 전쟁 쪽으로 기울었다.

"복구는 천천히 하더라도 전쟁을 해서 아르펜 왕국을 확실히 멸절시켜 버리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대륙의 완전한 통일 위업을 빠르게

 달성하면 얻는 가치도 클 것이다. 더 이상의 반대 세력이 자라나지 못하도록 뿌리째 뽑아 버리는 격이니까."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그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헤르메스 길드는 베르사 대륙의 유일무이한 최강의 단체로 남게 될 것이다.

북부에서 유저들의 최후의 저항마저도 무력화시키고 나면 그 이후로는 아주 오랜 기간 헤르메스 길드의 독보적인 지배 체제는 넘볼 수 없도록 강력해진다.

당분간 제국의 내부가 흔들리더라도 그만한 가치는 틀림없이 있었다.

"어느 쪽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수습과 복구를 선택한다면 그사이에 아르펜 왕국도 발전을 할 것입니다.

 그리 길지는 않겠지만 그들에게도 약간의 시간을 주게 되겠죠. 반면 전쟁을 선택해서 대규모 병력을 북부로 보낸다면

 제국 내의 혼란을 조기게 수습하지 못해서 예상보다 문제가 많이 생길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문제가 생기겠는가?"

"제국이 정복 전쟁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입니다. 영토를 안정시키지 못한다면 저항군이 급속하게 세력을 불려 나갈 것입니다.

 안 그래도 우리에게 패배한 적은 많습니다. 우리의 혼란을 기회로 볼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전쟁을 통해 확실하게 패배감을 심어 주었을 텐데."

"물론입니다. 후속 대책으로 그들의 힘을 분열시키고 일부는 흡수하기까지 했으니, 지금까지는 그래서 잠잠 했습니다.

 하지만 기화와 가능성이 보인다면 그들 역시 당연히 반란을 일으킬 것입니다. 패배한 적들이 각지에서 들고일어나고 이를 조기에

 진압하지 못한다면… 북부를 정복하고 나서도 기나긴 내전을 치러야 할지 모릅니다. 정말 최악의 경우에는 정복 지역들이 파괴되고

 주민들이 감소하여 빈껍데기만 남게 되어 제국의 국력이 절반 이하까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될 수 있다면 어려운 문제군."

하벤 제국이 안정을 찾아야 할 시점에 바드레이가 대규모 원정을 떠난다면 반감을 갖고 있는 적들에게는 기회를 주게 된다.

북부 대륙에서도 이미 사분의 일에 달하는 매우 넓은 영토를 점령했기 때문에 주요 지역마다 상당한 병력을 지속적으로 주둔시켜야 했다.

중앙 대륙이 흔들리면 북부 역시 어떤 식으로든 다시 반발을 할 테고, 베르사 대륙 전체에 하벤 제국이 자리 잡기 전처럼 혼란이 찾아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베르사 대륙의 모든 주민들과 유저들이 하벤 제국을 적대하게 될 것이다.

헤르메스 길드의 전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모든 유저들을 적대할 수는 없다.

또한 일이 그렇게까지 진행된다면 길드 내부의 반발 역시 극심해질 것이다.

크레볼타가 머리 아프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건국보다는 수성이 어렵다고 하더니 벌써부터 정말로 그렇군."

"돌을 하나하나 쌓아서 거대한 탑을 만다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쉽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다만 그렇더라도 상황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여전히 우리는 상황을 주도하고 있고 치명적이거나 중대한 피해를 입진 않았습니다.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미래는 우리가 결정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어떤 선택이든 장단점이 있으니 대처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하면 됩니다."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 중에는 강경파도 많았다.

현재는 제국의 공작의 지위에 임명된 카이저처럼, 중앙 대륙을 정복하면서 여러 개의 왕국을 순식간에 휩쓸어 버렸던 군단장 출신도 있다.

그럼에도 선뜻 어느 선까지 벌어질지 모르는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전쟁을 하자고 이야기하는 이가 없었다.

하벤 제국은 이미 엄청난 위업을 달성했다.

다스리는 영토의 넓이, 인구, 경제력, 기술력, 군사력까지 전부 대륙 최대다.

민심이 흔들려서 지금까지 이룬 성과들을 내전으로 날려 버릴 수 있다는 부분은 그들의 아킬레스건이었다.

모두가 장기간의 집권과 안정된 통치를 원하고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가 하벤 왕국을 차지하고 가열하게 대륙으로 정복 전쟁을 나설 때의 마음과 지금은 또 다른 것이다.

라페이가 마련한 제국의 비책이 있다지만 그것은 숨겨 놓아야 하는 힘.

전술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정말 위기가 닥쳤을 때에나 꺼내서 쓰기 위하여 봉인해 두어야 했다.

바드레이가 문득 물었다.

"복구를 선택한다면… 그 이후는?"

"제국 내부를 철저히 안정화시킬 것입니다. 악화된 치안을 수습하고 다시는 저항군이 생겨나지 않도록 주민들의 충성도를 올려서

 통치를 강화하게 될 겁니다. 힘으로만 밀어붙이지 않고 당근도 주어야겠지요. 중앙 대륙은 문물이 많고 경제력이 융성한 지역입니다.

 지금은 전쟁으로 많이 피폐해져 있습니다만 적극적으로 재건 정책을 써서 다스리면 앞으로 경제력을 몇 배나 부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단기간의 이익은 복구 쪽이 더욱 크겠군. 북부 정복은 명예롭고 잠재적인 적의 세력을 소탕한다는 장점이 있어도, 지켜야 할 것드이 더욱 많아지니."

로열 로드를 일찍부터 시작한 유저들은 처음 베르사 대륙에 들어왔을 때 이미 번영하고 있던 중앙 대륙 왕국들을 보고 경험한 바 있다.

명문 길드들이 성과 도시에 자리를 잡고 생존과 약탈을 위해 군사력과 우선 정책을 펼쳤다.

그들이 연달아 전쟁을 벌여서 경제와 기술이 많이 퇴보한 데 대한 아쉬움을 누구나 가졌다.

"하벤 제국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 혼란 상태가 끝나고 발전 계획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정복 지역들도 과거의 발전도를 되찾고

 주민들의 충성심도 올라가게 됩니다. 우리의 통치는 장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입니다."

라페이는 말을 하면서도 씁쓸했다.

긍정적인 전망을 이야기하고 있긴 하지만, 북부를 정복하고 나서 이러한 안정화 작업을 진행했다면 더욱 좋았으리라.

바드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정화와 발전. 대륙 통일은 그 후로 미루는 편이 객관적으로 봐서 올바른 선택일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시점에서 북부를 정복한다고 하더라도 완벽한 통일은 아니고 동부와 남부, 서부도 남아 있으니까요.

 그때까지는 대륙 정복이 끝난 게 아닙니다. 물론 북부가 무너지고 나면 나머지는 시간문제이긴 합니다만."

수뇌부는 한도안 생각에 잠겼다.

'발전과 혼란. 확실한 것을 놔두고 북부까지 정복하기 위하여 지금 출진을 한다는 것은… 제국이 무너지진 않겠지만 불안하다.'

'정복. 정복이다. 저항하는 놈들 따위는 모조리 다 때려잡으면 된다. 헤르메스 길드의 힘을 보여 주자!'

'중앙 대륙의 영광을 되살리는 것은 시기를 떠나서 꼭 필요하지. 그리고 내가 영주로 있는 지역은 치안이 낮아서 저항군도 만만치 않다.

 나중에는 진압을 하더라도 피해가 막심할 것이다. 제국의 영광보다도, 내가 손해를 입고 싶지는 않은데.'

'하벤 제국은 무엇으로도 쓰러지진 않겠지만 굳이 불리한 길을 선택할 필요는 없겠지. 혼란이 수습되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르펜 왕국 따위는 우습지도 않으니까. 뭐, 지금도 제국 내부의 문제만 아니라면 군사력으로 상대할 가치도 없겠지만.'

'위드. 끝까지 골치를 썩이고 있군. 지긋지긋한 놈. 진작 죽였어야 되는데.'

수뇌부에서는 아르펜 왕국이 시간을 벌더라도 발전을 해 봐야 얼마나 하겠냐 하며 무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실제로 모라타의 기적이라고 일컫는 발전 속도는 대단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성장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느려지게 된다.

반면 하벤 제국은 초기의 각 왕국들의 경제력을 복구하기만 하더라도 지금의 3~4배는 강력해진다.

애초에 경쟁 대상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었다.

더군다나 북부 정벌군의 성과로 이미 아르펜 왕국의 영토 사분의 일 정도를 하벤 제국에서 정복했다.

왕궁도 파괴되었으니 절대 그들의 피해가 적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

명예와 자존심이 문제였지, 아르펜 왕국을 적수로 생각하지는 않은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새롭게 자유도시들의 영주가 된 스탕달이 물었다.

"만약 복구를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아르펜 왕국을 그냥 놔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약간의 대비책을 마련해 놓겠습니다. 북부 정벌군이 실패하긴 했지만 공적까지 없었던 건 아닙니다. 현재 점령한 영토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군사훈련도 벌이며 압박을 줄 것입니다. 아르펜 왕국으로서는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되겠지요.

 상인들과도 교역을 단절시킬 것이고, 북부로 통하는 교통망도 차단할 것입니다. 철저한 고립이 이어지면 지금처럼 빠르게 발전하긴 힘들 것으로 봅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대부분의 전략을 라페이의 머릿속에서 나온다.

라페이는 어떤 선택을 하든 후속 대책을 가지고 있었다.

하벤 제국의 발전과 아르펜 왕국의 발전, 나아가서는 추후의 전쟁까지도 고려해야 하는데 일단 시작 단계가 다른 만큼 국력 경쟁의 승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결정이 구체적으로 얼마만큼 더 이득이 일어날지는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부분이므로 알지 못한다.

더구나 본인 혼자만의 생각으로 하벤 제국을 움직일 수는 없다.

헤르메스 길드는 방대한 세력이다.

이런 큰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의견을 일치시키고 동의를 구해야 했다.

바드레이가 수뇌부와 눈을 마주친 후에 결단을 내렸다.

"전쟁은 잠시 뒤로 미룬다. 지금은 혼란을 복구하고 제국을 강화시킨다."

"예, 알겠습니다."

★★★★★★★★★★★★★★★★★★★★★★★★

유병준은 바드레이를 만나기를 포기하고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왔다.

"지금은 아르펜 왕국의 승리로 끝이나는군."

예상 밖으로 아르펜 왕국이 하벤 제국의 침략을 잘 막아 낸 것이다.

"위드 그놈이 또다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해 버리다니……. 결과적으로 행운도 따르는군. 물론 그렇다고 크게 바뀐 것은 없겠지만."

대륙의 지배자는 결국 바드레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위드에게도 기회가 남아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유병준은 모니터를 통해 하벤 제국 수뇌부의 회의를 보며 적지 않게 실망했다.

"대륙을 정복한 이후에도 충분히 통치를 강화할 수 있을 텐데. 미래는 알 수 없다지만, 완벽하게 안정적이고 확실한 선택이 있을까?

 헤르메스 길드가 강하다고 해도 적이 그렇게나 많은데."

 - 헤르메스 길드에 대해 반감을 가진 이들의 숫자를 확인해 볼까요?

"그럴 필요 없다."

 - 분석을 취소합니다.

헤르메스 길드는 전쟁을 벌이고 계속 이겨 왔다.

적을 잘 파악하며 전투를 벌여서 승리하는 한편 힘을 축적해 왔다.

아르펜 왕국을 보며 사람들은 기적과도 같은 발전이라고 말하지만 그게 전부만은 아니다.

헤르메스 길드가 하벤 왕국의 수많은 길드 중의 하나에서 제국으로 성장한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라페이와 바드레이가 아니었다면 누가 그 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지금의 영토를 지배하였겠는가.

텅 빈 땅이었던 북부에 자리를 잡은 아르펜 왕국보다도 오히려 어려운 측면이 확실히 있었다.

적들을 공략하고 세력을 확대하는데 보인 능력만으로도 라페이와 바드레이 역시 충분히 영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치 이후까지 준비하는 것도 훌륭하다고 칭찬할 만하다.

"처음부터 직접 바드레이가 북부로 가야 하는 거였는데. 하벤 제국은 넘치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한 전력을 보냈지만 완벽하진 못했지."

약간의 방심과 작은 실수.

그것이 아르펜 왕국에 시간을 주었다.

유병준은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사가 뜻대로만 흐르는 경우가 과연 어디에 있었겠는가.

베르사 대륙에는 바드레이와 위드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유저들이 스스로의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다.

★★★★★★★★★★★★★★★★★★★★★★★★

"이게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요."

"동감입니다. 하벤 제국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세상의 두 축이 하벤 제국과 아르펜 왕국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의 뜻에 동참할 사람들이 줄어들겠지요."

"늦기 전에 나서기로 한 건 잘한 일입니다. 중앙 대륙은 본래부터 우리의 것입니다."

로암, 군트, 미헬, 칼리스, 샤우드.

그들은 함께 모인 이후로 중앙 대륙의 혼란에 대해 꾸준히 정보들을 모았다.

그리고 결국 얼마 남지 않은 동료와 부하들을 통하여 하벤 제국의 혼란기를 틈타서 세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나서기로 했다.

"바랑 기병대에도 아는 사람이 있어서 연락을 해 봤는데 우리에게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고마운 일이로군. 그들이라면 큰 힘이 될 거요."

"모를랑 삼각지를 다스렸던 아시리움 길드도 나서기로 했습니다."

"한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아직도 건재했던 겁니까?"

"모험을 하면서 지냈다고 하는데, 과거의 전력을 그래도 상당히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한때나마 대륙을 대표하던 길드들의 수장이었던 만큼 자신들의 인맥을 통해 뜻을 함께할 동료들을 모았다.

대륙의 유저들은 하벤 제국의 위력에 굴복하였다.

반감을 가지고 있어도 풀어낼 길이 없었는데 기회가 보이니 한꺼번에 일어서기로 한 것이다.

"헤르메스 길드의 정보력은 대단합니다. 우리의 결의가 알려지기 전에 거사를 치릅시다."

"내일 저녁, 오데인 요새를 시작으로 잃어버린 영토를 놈들의 손에서 되찾기로 하지요."

"전투는 해당 지역을 다스려 본 이들이 이끌면 효과적일 것입니다. 이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분 계십니까?"

"불만 없습니다."

"그럼 시작하지요."

이른바 대반란의 날!

하벤 제국 요새들 열세 곳이 불시의 기습을 받아서 반란군에게 영토를 빼앗기고 말았다.

★★★★★★★★★★★★★★★★★★★★★★★★

"이번에는 실패가 없어야 한다."

"확실하지요. 완벽합니다."

테로스는 동료 6명과 함께 최정예 NPC 용병 50명을 데리고 던전 내부로 들어갔다.

개개인이 유명한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로열 로드에서도 실력만큼은 최고로 손꼽히는 그들.

한때에는 대륙 10대 길드 중의 하나로 불렸으나 벨소스 왕의 무덤을 잘못 발굴하다가 대륙에 무더위를 일으켜서 몰락하고 말았다.

그 후로 북부에서 차가운 장미 원정대에 끼었다가 배반을 했지만 또 실패.

진홍의 날개 길드는 소속 유저들이 이탈하며 산산조각 나서 테로스와 몇 명만 남았다.

사실 그들은 악명과 함께 평판이 추락하여 어디로도 가지 못하는 처지였다.

중앙 대륙의 명문 세력들은 헤르메스 길드에 박살이 났고, 평범한 무리와는 레벨 차이 때문에라도 어울리지 못했다.

테로스와 동료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끼리 북부를 떠돌며 모험과 여행을 하다가 퀘스트를 받아들였다.

『 별과 달의 비밀

신비로운 베르사 대륙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많이 알고 있거나, 무지하더라도 상관이 없다.

지금부터 당신이 알게 되고 경험하는 모든 일들은 새로운 것이 될 테니.

무헤자딘 지역으로 가서 땅에 새겨진 알 수 없는 형상들을 찾아라.

별에 대한 단서들을 찾으면 다음의 비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난이도 : S

보상 : 연계 퀘스트로 이어지게 됨.

퀘스트 제한 : 1,000 이상의 지식.

              장거리 여행 경험. 』

"연계 퀘스트!"

"그것도 난이도가 엄청난데."

벨소스 왕의 무덤 사건도 있었기 때문에 테로스는 거절하려고 했다.

"우리에게는 다른 일도 있어서 할 수 없겠군요."

 - 별이 빛나는 시간에는 퀘스트를 취소할 수 없습니다.

   행운이 영구적으로 7 증가합니다.

 -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괜찮아요. 이 퀘스트는 놔두었다가 정보들을 모으고 몇 달쯤 뒤에나 들여다보도록 해요."

 - 특수 퀘스트를 받아들이셨습니다.

   큰곰자리가 보이지 않게 되는 15일 내로 진행 중인 퀘스트를 완수해야 합니다.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별의 저주가 부여됩니다.

"꺼억!"

그렇게 진행하게 된 연계 퀘스트.

베르사 대륙을 헤매면서 별과 달에 대한 비밀을 찾게 되었다.

별이 떨어진 땅을 찾기 위해서 미지의 지역으로 목숨을 걸고 떠나야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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