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드래곤의 퀘스트
하벤 제국의 북부 영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땅과 주민들을 다스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마을을 확장하고 호화로운 영주성을 건설했다.
북부 대륙의 약 사분의 일.
도로와 시설물 건설도 거의 도이에 이루어지면서 마을로서 기본적인 틀을 갖췄다.
1,000여 명에 달하는 북부 영주들 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은 아스 마을의 영주 로빈이었다.
로빈은 막대한 현금을 이용해서 단기간에 모든 것을 갖췄다.
『 아스 마을의 거대한 투자
하벤 제국의 점령 지역, 아스 마을!
점령된 주민들은 앞으로의 일을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하벤 제국의 악명은 포악함 그 자체라서 새로운 통치자가 온 이후에
생선 1마리, 쌀알 한톨까지도 세금으로 가져가지 않을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신임 영주가 많은 돈을 마을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고 안심하게 될 것입니다.
4개월간 생산력 60% 증가.
마을의 영역 확장.
인구 증가 속도가 향상됨.
아스 마을의 특성에 따라서 즉시 건설될 건물들
술집 : 주민들의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세금 수입을 늘린다.
하지만 치안에 악영향을 줌.
여관 : 여행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여관.
많은 여행자들이 머무르면 마을에 활기가 더해진다.
영주 직속 은행 : 자금을 빌려주거나 예치할 수 있다.
상업의 발달을 촉진하고, 상인들이 장사를 하는 밑거름이 된다.
이 시설은 향후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큰 적자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귀금속 세공소 : 금과 은, 보석을 전문적으로 세공하는 업체.
세공 기술과 인지도에 따라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특별한 보석과 재료석을 요청하는 퀘스트가 발생하게 됨.
치안대 : 상업을 추구하는 마을의 특성상 주민들이 방범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하게 됨.
기본적인 마을 순찰이 가능하며, 범죄자들을 가두어 놓을 수 있다.
용병 길드 : 마을 주변의 몬스터들에 대해 조사하고, 정기적으로 퇴치하기 위한
의뢰를 한다. 운영을 위하여 많은 세금이 들지만, 의뢰가 성공할
때마다 마을의 치안과 명성이 증가함.
하층민 주거지 : 전쟁으로 인해 이주민들이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들은 큰 도로 근처에서 살지 못합니다.
도시 발전도가 늘어나면 더 많은 향상된 건물들을 지을 수 있습니다.
영주성의 완공으로 마을의 건물 건축, 세율 책정, 정책 등을 수립하고 예산을 세분화할 수 있습니다. 』
"후후, 치안대 따위는 지금의 상황에 의미가 없지. 치안대 해체."
- 치안대를 해체하시겠습니까?
주민들이 싫어할 수 있습니다.
마을 예산이 매달 140골드씩 절약됩니다.
"이까짓 거 필요 없다."
- 주민들의 충성도가 감소합니다.
영주에 대한 불신이 약간 생깁니다.
"하층민 주거지도 있으나 마나야. 장기적으로 도시를 좀먹는 구역이지. 하층민 주거지 파괴."
- 하층민 주거지를 파괴하시겠습니까?
거주하는 주민들의 반발을 살것입니다.
파괴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마을의 확대가 느려지고, 이주민들의 유입도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부숴 버려."
- 영주 직속의 군대에 하층민 주거지를 파괴하도록 명령을 내립니다.
군대가 엄격하게 통제하지 못한다면 약탈과 방화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로빈은 치안대와 하층민 주거지를 부수는 대신에 이를 대체할 건물들을 세웠다.
통 크게 정규군이 주둔하는 요새를 세워서 치안대 따위는 필요 없게 했으며, 단단한 벽돌을 쌓은 주택을 대거 지어서 주민들에게 거의 공짜로 나눠 주었다.
"우리 마을에 대해서 알려 달라고? 굶주림이 없고 깨끗한 시설들에, 세금까지 저렴하지. 주택을 원하면 가족과 같이 거주하면 되고. 더 이상 어떤 설명이 필요하겠소?"
"치안을 걱정하다니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군. 영주님께서는 2,000명에 달하는 정규군을 보유하고 있으시오. 당연히 몬스터의 공격을 막기에는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마을에 고용되어 활동하는 용병만 5,000명이나 된다오 몬스터의 서식지라면 그날로 뿌리를 뽑아 버릴 정도지."
"관심이 있는 분야가 뭐요. 일자리? 어떤 일을 해도 높은 일당을 얻을 거요. 토목건축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몇 년간 쉴 틈이 없지. 우리 마을의 규모가 얼마나 넓냐 하면… 주민들이 시장을 가려면 말을 타고 30분은 달려야 할 정도요. 그 중간에는 붉은 벌판이 있을 뿐이지만 언젠가는 개발되겠지. 그 언젠가가 언제가 될 것인지가 문제겠지만 말이오."
아스 마을은 낙원이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주민들에 대한 혜택이 좋았다.
마을에 등록된 주민들은 모든 상업 시설을 공짜나 다름없이 이용할 수 있었으며, 주택이 한 채씩 지급된다.
공부를 위한 교육 시설과 병의 치료를 위해 신전도 무제한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주민들에게 부여되는 의무는 거의 없었으며, 자식을 낳을 때마다 400골드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이주자들도 적극적으로 환영하면서 가족마다 300골드를 지급했다.
아스 마을의 출생률은 엄청났을 뿐만 아니라, 인근 마을에서 이주해 오는 주민들로 인하여 아침마다 영주성에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였다.
하벤 제국에 의해 점령된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아르펜 왕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제국 내 영토에서의 이동은 자유로웠기에 가장 살기 좋은 아스 마을로 몰리고 있는 것이었다.
로빈은 마을의 발전에 대해서 자신이 넘쳤다.
'돈을 얼마를 쓰든 초창기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6개월 정도 지나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그때부터는 하벤 제국 북부 최대의 도시 지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상인들이 끊임없이 방문하고 주민들이 더 많이 살아갈 것이야.'
1달 세금 수입은 1만 7천 골드.
지출은 1,600만 골드!
수지타산은 따질 것도 없이 극악한 수준이었지만 개발의 열풍을 타고나면 대도시로의 승급은 시간문제라고 보았다.
벌써 인구가 3만 명을 돌파했으니 초창기의 모라타보다도 급속한 발전이다.
물론 그 당시 북부는 위험하고 사람들의 주목도 받지 모하던 지역이기는 했지만, 아스 마을의 초반 성장은 눈부신 정도였다.
'정치인들에게 바쳐야 하는 세금도 없고, 끊임없이 신경을 써야 하는 복잡한 규제도 존재하지 않는단 말이지. 아스 마을이 커지고 다른 마을들을 잡아먹다 보면 하벤 제국으로부터 독립하지 말라는 법도 없어. 장차 이곳은 아스 왕국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로빈 국왕으로 불리게 될 테지.'
로빈은 큰 뜻을 품고 있었기에 막대한 양의 자금을 마을 개발에 계속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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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루크 성의 영주 다인.
칼라모르 지역에서 벌어진 혼란은 그녀가 다스리는 영토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못했다.
"반란군을 조직해서 영주님에게 저항을 하자고? 예끼, 이 사람아. 병사들에게 신고를 하기 전에 썩 꺼지게!"
"은혜도 모르는 인간이군. 우리가 이만큼 사는 것도 다 영주님의 은덕인 것을."
"칼라모르 왕국이 그립지 않냐고? 하벤 제국? 그런 건 잘 모르겠어. 그냥 살기 편하고 마음이 놓이지 지금이 가장 좋아. 행진하던 멋진 기사들을 보기 어려워진 점은 참 아쉽지만."
에바루크 성은 칼라모르 지역에서도 발전된 땅이었다.
다인은 영주로 부임하자마자 이곳의 세율부터 낮췄다.
하벤 제국의 영주들은 대부분 황궁에 바쳐야 하는 상당한 세금 외에도 자신이 막대한 재산을 착복했다.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것은 물론이었고, 윗자리에 뇌물을 주어야만 더 좋은 영토를 획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인은 검소한 생활을 하며 세율을 낮추었고 그나마도 에바루크 성을 발전시키는 데 썼다.
"영주님, 이번에 고겐이라는 상인이 왕국 최고의 비취를 많이 가져왔는데 구입을 할까요?"
"요즘 비취의 가격이 어떻죠?"
"1년 내에 가장 낮은 가격이옵니다. 상인은 1개에 1,000골드씩 판다고 합니다. 좋은 품질의 비취이니만큼 영주님의 존엄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20개 정도를 구입하심이……."
"40개를 사세요. 그리고 나중에 소환술사들에게 1개에 1,500골드를 받고 파세요."
샤먼으로서 마법 연구, 소환, 전투 분야 등에 다양하게 지식이 많았다.
영주의 신분에 있다 보니 상인들을 만나서 각종 재료들을 구입하고 되파는 방식으로 재정을 늘렸다.
상업의 중심지이다 보니 치안을 확고하게 하고 고유의 문화를 융성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상인들이 방문했다.
다인은 광장과 거리를 돌면서 수시로 주민들과 유저들의 생활을 확인했다.
"힐리아 님, 거의 1달 만에 오셨네요."
"다인 영주님, 안녕하세요. 이곳에 오다가 도적 떼를 만나서 마차들을 몽땅 털려 버렸어요."
"저런… 근거지가 소므렌 자유도시쪽이었죠?"
"넵. 뭐, 당분간은 이 부근에서 식료품 거래나 해야 될 것 같지만요."
"소므렌 근방으로 영주 직속의 상단이 갈 일이 있는데… 책임자로 임명해도 될까요?"
"정말요? 그래 주시면 완전 좋죠."
상인들과는 친한 관계를 유지했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교역을 위해서라도 떠돌이 생활을 하지만 도시와 마을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겼다.
교역을 하려면 물품을 사고파는 장소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곳 건물들은 노후화가 심하네요."
"새로 지을까요?"
"그러면 돈이 많이 드니… 내부를 새로 단장하는 정도로 하세요. 주민들에게 불편한 시설물들은 치워 주시구요. 이쪽 거리는 화가들을 고용해서 외벽을 새로 칠해 주세요. 주민들이 좋아하는 영웅들이나 기사들을 그리는 것도 괜찮겠죠?"
"옛, 주민들이 좋아할 것입니다, 영주님."
문화란 경제와 군사력 앞에서는 특별한 힘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칼라모르의 전통문화를 그대로 유지시키고 지원해 주는 것만으로도 주민들은 다인에게 큰 호감을 가졌다.
높은 주민 충성도를 바탕으로 하여 내정을 안정시켰으며, 지역 명성을 올려서 상품 거래를 활발하게 했다.
칼라모르의 숙련된 대장장이들과 재봉사, 광부 등이 안정된 삶을 찾아 에바루크 성으로 이주해 왔다.
유저들도 이곳을 편안하게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큰 혼란이 없으며, 주민들이 행복해한다.
유저들도 가능하면 광장에서 쉬더라도 억압적이지 않은 즐거운 분위기를 훨씬 선호했다.
사냥터와 퀘스트에 대한 제한은 하벤 제국의 정책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에바루크 성을 활동 근거지로 삼는 유저들은 많이 있었다.
현재 에바루크 성은 칼라모르의 수도 이상으로 발전한 영토가 되었으며, 유저들이 모이는 핵심 지역이 되었다.
중앙 대륙에서도 가장 빨리 발전하고 있는 지역.
하벤 제국의 혼란기에도 에바루크 성으로 오는 주민들은 늘어났고, 내부적인 경제력도 강해졌다.
다인은 도시에만 머무르지 않고 병사들과 함께 수시로 원정을 떠났다.
"칼슨 군단장님."
"옛!"
"몬스터 무리의 토벌이 끝나기 전에는 성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단 1마리도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영주님!"
다인은 병사들과 기사들을 거느리고 던전과 산맥을 휩쓸고 다녔다.
매일 영주로서의 업무와 사냥을 반복한다.
그녀의 레벨도 물론이었지만 거느리고 있는 군대도 하루가 다르게 정예화되어 가고 있었다.
★★★★★★★★★★★★★★★★★★★★★★★★★★
위드는 페어리의 안내를 따르며 그들의 여왕이 쉬고 있는 휴식처로 향했다.
'화끈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겠군. 역시 무기를 얻는 편이 좋겠지. 레드 스타는 찝찝해서 일상적인 사용에 제한이 너무 심하니 말이야.'
머릿속으로는 복잡하게 계산 중.
퀘스트가 성공했다면 얻을 수 있는 물건과 그것을 처분했을 때의 가격까지도 감안하고 있었다.
'요즘 시세 하락을 보면… 음, 그래도 최상위품은 역시 부르는 게 값이야. 갑옷도 처분하기에는 그리 나쁘지 않으니 양념 대신 프라이드 수준은 되지. 갑옷을 받기 위해서는 너무 좋은 걸 차고 있으면 안 되는데.'
위드는 길을 인도하는 페어리의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여신의 기사 갑옷을 착용 해제했다.
신성력과 마나를 발출하는 살아 있는 조각 재료이며 신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헬리움으로 직접 만든 갑옷.
이보다 더 좋은 걸 얻을 가능성은 적겠지만 그에 버금가거나 혹은 좋은 옵션이 걸린 갑옷을 구할 수도 있다.
던전이나 사냥터에 따라서 갑옷을 바꿔 입는 것으로도 전투 방식을 바꿀 수가 있는 것이다.
"음머어어어, 주인이 갑옷을 벗었다."
"골골골, 뭔가 수상쩍다."
즉시 쓸데없이 반응하는 누렁이와 금인이.
'돈 욕심을 부리고 있어.'
서윤은 위드의 내심을 충분히 짐작하고 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르고 산맥 인근.
엘프의 숲과 드워프의 마을을 지나쳐서, 페어리들의 던전 입구에 도착했다.
페어리들이 그를 반기려는 것인지 근처에서 왱왱거리고 날아다니고 있었다.
ㅡ 늦었다. 늦었어.
ㅡ 꾸물대는 인간이야. 정말 인간들은 시간에 대해서는 엄격하지 못하지.
ㅡ 여왕님의 진노가 대단할 거야. 꺄르륵. 저 인간은 죽어도 곱게 죽지 못할걸.
ㅡ 큰 칼로 목을 친 다음에 소금으로 절여서 지옥으로 보내야 마땅해!
"……."
기대를 잔뜩 품고 있었는데 초를 치는 페어리들.
위드도 이런 식으로 대접을 받는 것에는 익숙했다.
소싯적에 신문이나 우유 배달을 하면서 아침마다 밀린 대금을 받기 위해 대문을 두들겼다가 욕을 먹은 게 어디 한두 회던가.
그럼에도 페어리들은 정말 화가 난 게 아니고 장난으로 하는 말이었다.
위드는 페어리의 여왕을 만나기 위해 서윤과 조각 생명체들과 함께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
테네이돈의 휴식처.
오래된 바위와 나무, 풀이 자란 웅덩이.
인간의 기준으로는 작은 샘이 있을 뿐이었지만, 페어리들에게는 호수처럼 넓었다.
바르고 성채 인근에 있는 이곳은 모험가들, 특히 자연과 친하지 않은 인간보다는 드워프들과 엘프들에게 방문 허락이 쉽게 나는 장소였다.
유저들 중에서도 이 던전에 탐험과 퀘스트를 얻기 위해 들어온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
바르고 성채에서 시작한 유저, 위블로의 경우는 동영상으로도 퍼져서 유명한 경우였다.
위블로는 레벨이 고작 14밖에 되지 않던 유저였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직업 같은 건 적성을 파악한 후에 늦게 구하는 편이 낫다면서 바르고 성채에서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실컷 했다.
"음식 배달, 심부름요? 예, 금방 다녀올게요."
"설거지를 이만큼이나… 에휴, 불평이라니요. 아닙니다. 바로 시작해야죠."
"장작을 한 방 가득 쌓으면 2실버라고 듣고 왔습니다. 저를 고용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마을과 도시에서 유저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흔히 벌어지는 일이었다.
유저들 입장에는 주민들과 친해지면서 용돈 벌이도 한다.
로열 로드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그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큰 재미를 느껴서 지루함도 몰랐다.
앞으로 자신이 이 세상에 잘 적응하기를 원하면서 장비를 맞추기 위한 아르바이트를 부지런히 했다.
위블로의 경우에는 식당 위주로만 아르바이트를 했다.
"정말 수고했네. 이렇게 깨끗한 그릇은 처음 보는군. 여기 31쿠퍼를 더 주지."
"고맙습니다!"
그는 부엌 청소와 설거지 퀘스트에 있어서만큼은 항상 목표 이상을 달성했다.
바쁜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기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다른 퀘스트들은 받아들이지를 못했다.
며칠에 한 번씩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를 전달해 주거나 하는 부탁은 어쩔 수 없이 거절해야 했다.
식당의 설거지 의뢰만큼은 완벽함을 넘어서, 그의 손이 거치고 지나간 그릇은 방금 세공된 보석처럼 빛이 날 정도였다.
- 호칭 '혼신의 그릇 청소부'를 획득하셨습니다.
그릇을 깨뜨리지 않고 깨끗하게 치우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맡겨진 그릇은 더럽거나 악취가 나더라도 완벽한
청결함을 자랑하도록 바뀌었습니다.
- 명성이 14 높아졌습니다.
그는 하루에도 서너 곳의 일감들을 처리했다.
초보일 때에는 설거지로도 명성과 친밀도가 무섭게 쌓인다.
여전히 무직이며, 레벨은 14.
그런 위블로에게 갑자기 페어리 여왕의 정중한 초대가 찾아왔다.
제목 : 페어리 여왕의 초대다. 음우화하하핫!
그는 게시판에 페어리의 여왕으로부터 초대가 왔다는 사실을 올리면서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설명만하면 믿지 않는 유저들이 많을 것 같아서 처음부터 동영상을 올렸다.
- 우오오오오. 대박입니다.
- 로열 로드의 전문가인 제 입장에서는 전직 퀘스트가 발생하리라 생각되는군요. 아직 무직이라고 하셨지요? 분명히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신 겁니다.
- 기가 막히네요. 테네이돈이라면 보통 명성으로는 만나 주지도 않을 텐데. 요정들은 까다로워서 그냥 만나러 갔다가는 친밀도 대폭 깎이는데 직접 페어리를 시킨 초대라니!
- 던전까지 가실 수는 있겠습니까? 제가 지금 바르고 성채인데요, 던전 바로 앞까지 호위를 해 드리죠.
- 저도 대가 없이 도와 드립니다.
호기심 많은 유저들의 참여로 위블로는 안전하게 페어리 여왕의 휴식처 던전 앞까지 왔다.
물론 퀘스트가 사실이었으니 생방송을 진행하는 방송국들도 곳이 있었다.
대책 없이 커져 버린 스케일!
모두의 기대를 안고 위블로는 테네이돈 여왕을 만났다.
"거룩한 요정의 여왕님을 뵙겠습니다."
위블로는 당당하게 가슴에 손을 올리며 인사를 올렸다.
"저에게 맡기실 일이 있습니까? 비록 제 능력은 모자라지만 어떤 일이든 시켜 주시면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넘어지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서 도전을 하고 싶습니다."
회사도 여차하면 휴직계를 제출할 생각까지 하고 왔다.
베르사 대륙에서 새로운 영웅이 되는 것!
남자로서 품어 볼 만한 큰 꿈이었다.
최근 초등학생들의 꿈이 다크 게이머라든가 대도시의 영주,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점도 연관이 조금은 있으리라.
ㅡ 인간이여, 그대는 깨끗한 것을 좋아한다지요?
"네? 그렇습니다만……."
ㅡ 던전이 너무 더러워졌어요. 청소를 해 준다면 인간들의 금으로 3골드를 드리겠어요.
"청소요?"
ㅡ 시간이 되는 대로 해 주세요. 빨리 마쳐 준다면 2골드를 더 줄게요.
난이도 F급 청소 의뢰!
테네이돈의 퀘스트인 만큼 거부하지도 못하고 넓은 던전을 전부 청소했다는 일화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게시판에서 최고의 조롱거리가 되기는 했지만, 훗날 위블로는 그대로 꽤 괜찮은 모험가로 성장을 했다.
입 싼 페어리들은 친해지면 좋은 정보들을 알려 준다.
모험가들이 수수께끼를 받아 들고 고민에 빠져들 때, 페어리들은 맞거나 틀리거나 많은 단서들을 준다.
게다가 위험한 상태에 빠지면 가끔씩 느닷없이 나타나서 텔레포트처럼 공간 이동을 해서 구해 주기도 했다.
물론 정말 희박한 확률로, 아주 가끔은 용암이나 바닷속으로 이동을 해 버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말이다.
위드는 이미 한번 와 봤던 장소라서 쭉 여왕이 있는 곳을 향해서 걸었다.
테네이돈은 지난번에 봤던 것처럼 거대한 나무뿌리에 걸터앉아 있었다.
ㅡ 인간이여, 오셨군요.
위드는 정중하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사했다.
"여왕님, 얼마나 고통이 심하셨습니까. 제가 드래곤의 유품을 구해왔나이다."
ㅡ 그대는 무심하게도 너무나도 늦으셨군요. 그동안 저의 고통은 버티기 힘들 정도로 심해지고 있었답니다.
테네이돈이 드래곤의 저주로 찢어진 날개를 파르르 떨었다.
위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가 늦은 것에 대해서는 변명을 할 여지가 없지만 세상이 혼란스러웠습니다. 엠비뉴 교단을 물리쳐야 했고 직업으로서 선배 조각사들이 품었던 숙원들을 해결해야 했으니… 많은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ㅡ 그만. 다른 말들은 듣고 싶지 않아요. 그대가 구해 온 드래곤의 유품을 보고 싶군요.
"여기 있습니다."
위드는 품에서 가지고 있던 실버 드래곤 유스켈란타의 거울을 꺼냈다.
다른 소유품 중에서는 레드 스타를 제외하고는 드래곤과 관련된 물건이 딱히 없었던 것이다.
레드 스타는 유물이 아니라, 위드가 몰래 사용하는 도난품이었다.
ㅡ 정말 가져왔군요. 의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라진 드래곤의 유품을 구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는데. 제가 알려 준 방식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구해 오다니 역시 극지의 탐험가로 불릴 정도의 모험가로군요. 놀라워요.
- 페어리의 여왕 테네이돈이 감탄합니다.
명성이 2,698 증가합니다.
"정확히 이 물건이 여왕님께서 찾던 게 맞습니까?"
ㅡ 원하던 물건과 정확하게 같진 않지만… 그의 유품은 많으니 라투아스도 거부할 수 없을 거예요.
유스켈란타의 거울에 대해서는 위드도 많은 고민을 했다.
'이게 도대체 뭘까.'
시공을 초월하여 자신에게 귀속이 되었으니 무언가 틀림없이 중요한 아이템이었다.
"감정!"
- 드래곤의 마력에 의해 방해를 받았습니다.
감정할 수 없는 물품입니다.
수십 번 해도 감정 불가능!
특수한 마법이나 지식이 부족한 경우에는 아무리 시도해도 감정을 할 수 없다.
모라타의 대도서관에서 마판의 상회 직원들을 통해서 거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베르사 대륙의 역사 속에 귀중한 보물들은 대부분이 드래곤의 레어에 있으며 인간들은 존재조차 알지도 못한다는 이야기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어떤 기가 막힌 옵션이 붙어 있을 수도 있 지만 반대의 경우도 배제하지 못하지. 어쨌든 써먹지 못할 물건이라면 퀘스트를 완료하는 데 활용하는 것도 좋은 거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퀘스트는 단 3개!
직업 퀘스트 등은 별도로 진행할 수 있었지만, 사냥과 퀘스트를 함께 진행하며 효율을 올리려면 넉넉한게 아니다.
이것으로 오랫동안 묵혀 놓았던 테네이돈의 퀘스트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다지 손해는 안 보는 장사이리라.
언젠가는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일이었기에 위드는 미련을 덜고 넘겨 주기로 했다.
"여기 있습니다."
띠링!
- 실버 드래곤 유스켈란타의 거울을 건네주었습니다.
『 드래곤의 저주 완료
붉은 갈대의 숲에 라투아스와 관련된 단서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모험의 큰 도약이 이루어져서 더 이상 알 필요는 없으리라. 』
-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 명성이 121 증가했습니다.
- 페어리의 여왕 테네이돈을 기쁘게 만들어서 찰나의 에너지를 1 얻었습니다.
난이도 C급의 퀘스트이기에 경험치는 1%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레벨이 435인 위드에게는 영 마음에 차지 않는 상황이었다.
띠링! 띠링! 띠링!
- 인간의 흔적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드래곤의 옛 친구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뼈를 남긴 신수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마수 군단 토벌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정령 구원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인간의 고향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불행하고 참혹하라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샅샅이 수색하더라도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드래곤의 유품 회수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푸커어어억!"
위드가 유스켈란타의 거울을 건네주고 난 이후로 완료된 연계 퀘스트의 홍수.
퀘스트의 제목만 보더라도 살 떨리는 이름이 다수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살벌하구나. 이거 적어도 6개월짜리였어. 중간에 방향을 잃고 헤매거나 특별한 재료를 모으라는 조건 등이 나왔다면 그 이상의 시간을 써야 했을 테고.'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를 진행하느라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는데 덤으로 얻어걸린 소득이 있었다.
테네이돈과 관련된 엄청난 수의 연계 퀘스트들을 한꺼번에 처리한 것이다.
'만약 내가 혼돈의 드래곤을 해치우고 아이템을 얻지 못했다면… 혹은 어차피 이 세상으로 돌아오면 써먹지 못할 거란 생각에 관심도 두지 않았다면?'
간발의 차이로 남아 있는 건 후회와 생고생뿐이었을 걸 떠올리니 새삼 가슴이 서늘했다.
그리고 위드의 입가를 찢어지게 만드는 메시지 창이 떴다.
띠링!
- 연속적인 퀘스트의 완료로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 명성이 22,981 증가하였습니다.
- 베르사 대륙을 위한 퀘스트들을 진행했습니다.
찰나의 에너지가 61 높아졌습니다.
- 페어리 종족과의 친화도가 64 증가하였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보며 친밀함을 느끼고 장난을 걸고 싶어 할 것입니다.
때때로 한가한 페어리들은 당신을 줄기차게 따라다니며 수다를 떨 수 있습니다.
페어리들이 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바람처럼 흘려보내도 좋은 잡담일 테지만, 때때로
귀중한 지식들을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가끔 그럴듯한 뻥을 치는 페어리들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퀘스트에 대한 보상!
"쿠헤헤헤!"
위드는 찢어지려는 입가를 서둘러 단속했다.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는 검이나 갑옷을 노리는 이상 페어리의 여왕에게 만족하는 모습을 굳이 보여 줄 필요는 없었다.
'우연치 않게 걸려들었지만 보상이 상당하군.'
올라간 레벨과 명성만 보더라도 절대 만만한 퀘스트들이 아니었다.
위드의 명성이야 현재 시점에서 크게 필요한 상황까진 아니었지만 유명해지는 건 언제든 이점이 많다.
유명인이 나서면 용병 길드, 주민은 어떤 퀘스트든 선뜻 맡긴다.
고맙다면서 추가적인 보상까지도 기꺼이 베풀었으니 이름값은 높을수록 좋다.
더군다나 위드는 아르펜 왕국의 국왕이다.
국왕이 어렵거나 힘든 모험, 대륙을 구원하는 종류의 모험을 성공시키게 되면 주민들의 국가 충성도가 높아졌다.
이번의 연속적인 퀘스트 완수로 얻은 명성 증가는 사상 초유라고 할 수 있었으니 베르사 대륙 전체가 다시 위드의 이야기로 떠들썩해질 것이다.
테네이돈이 재잘거리며 말했다.
ㅡ 비록 긴 시간을 기다리기는 했지만 무리한 부탁임에도 불구하고 잘 처리해 주셨군요. 인간 중에서 당신보다 뛰어난 모험가는 찾지 못할 거예요.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여왕 폐하!"
보상을 받기 직전이니 더욱 극진한 존대를 하는 위드.
내놓는 물건과 바뀌는 상황에 따라서 맹비난이나 투덜거림, 심지어는 쌍욕도 가능했다.
ㅡ 그대에게는 무언가 보상을 해 주어야 할 것 같은데… 페어리로서 가진 물건이 많지 않군요.
"그, 그렇습니까?"
위드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ㅡ 그대가 원한다면 요정의 샘을 구경시켜 주도록 하지요.
"요정의 샘이라면 들어 본 적이 있는데 말이죠."
위드의 머리가 맹렬하게 기억을 헤집었다.
요정의 샘!
직접 가 본 적은 당연히 없었지만 어딘가에서 그 장소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은 확실히 있었다.
'어디더라. 퀘스트가 발생했거나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건 아니었는데.'
수학과 외국어는 금세 잊어버려도 자잘한 꼼수와 단서는 오랫동안 간직하는 편리한 기억력.
사막의 대제왕 시절이었다.
쌍봉낙타를 타고 들른 오아시스 옆의 마을 입구에서 어떤 학자가 요정의 샘에 대하여 말을 했다.
"사막에는 물에 대한 전설이 많습니다요. 요정의 샘이라는 곳이 어딘가에는 존재하는데… 아쉽게도 간절히 물을 원하는 사막에 있지는 않고 요정들이 뛰어노는 다른 세상의 어딘가에 있다고 했습죠. 물을 마시면 육체의 나이가 어려지고 몸이 강건해지며 모든 병과 피로에서 회복이 되지요. 마법을 익힌 자는 머리가 좋아진다는데… 대제님은 믿기십니까요?"
사막의 대제왕이었을 때는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를 진행하던 순간이었다.
그 와중에도 어쨌든 정상적으로 전쟁의 시대에 존재하는 다른 퀘스트들을 받는 것은 가능했고 위드의 레벨과 명성이 워낙에도 높아서 온갖 제안들이 들어왔다.
위드의 대답은 간단했다.
"시끄럽다. 헛소리 말고 꺼져라."
학자를 내쫓아 버리고 끝난 일.
위드는 기억을 더듬으며 테네이돈을 향해 말했다.
"요정의 샘이라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요정들의 세상에 존재하는 곳이 아닙니까?"
페어리들처럼 시공간과 차원을 넘나드는 요정들만이 갈 수 있는 장소로 알려져 있었다.
ㅡ 놀랍군요. 인간들 중에서 아직까지 요정의 샘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이름난 모험가인 당신은 정말 대단하군요. 당신은 도대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곳들을 돌아다니게 될까요?
위드는 속으로 생각했다.
'별로 원해서 돌아다녔던 건 아니었습니다만.'
ㅡ 요정의 샘은 정령계의 깊은 곳으로 연결되어 있는 신비로운 장소랍니다. 그 생명력이 가득한 물을 마시게 되면 인간에게는 믿기 어려운 큰 힘이 주어지지요. 우리 페어리를 포함한 요정들이 연못과 물을 좋아하는 이유도 배부분 고향의 샘에서 태어났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특별한 장소라면 인간 중에는 아직 아무도 가 본 자가 없는 곳이겠군요."
ㅡ 그렇지는 않아요. 세상에는 뛰어난 모험가인 그대가 있지만, 요정과 페어리의 특별한 친구도 있답니다.
"그게 누구입니까?"
ㅡ 인간들 사이에서는 유명하지 않지만, 페트라는 대단한 실력을 가진 화가가 있답니다.
"페트."
위드는 이 이름도 들은 적이 있었다.
요즘 들어서 게시판에 떠들썩하게 자주 등장하는 화가였다.
바르고 성채에 그림을 그려 놓았으며, 최근에는 중앙 대륙에서 헤르메스 길드를 비난하는 그림들을 그려서 치안을 떨어뜨리게 만드는 주범.
그의 그림은 기발한 상상력과 환상적인 솜씨로 조각사인 위드와 많은 비교가 되었다.
'음, 경쟁자가 이미 다녀간 장소란 말이지.'
ㅡ 지금까지의 일에 대한 보상으로 요정의 샘에 데려가 주겠어요.
"보석이나 다른 물품은 없으십니까."
ㅡ 인간들의 욕심은 언제 봐도 대단하군요. 페어리는 반짝이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대신 이곳에 와서 페어리들에게 말하면 요정의 샘이 있는 정령계로 그대를 안내해 줄 거예요.
"고, 고맙습니다."
위드는 크게 실망했다.
'그렇더라도 손해인지 아닌지는 모르지.'
난이도가 높은 연계 퀘스트의 보상으로는 어쩐지 조금 미흡하다고도 느껴질 수 있었지만, 위드라고 요정의 샘이 주는 효과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는 건 아니다.
영구적인 신체 능력의 상승이 있다면 검이나 갑옷이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더 훌륭한 보상이랄 수 있었다.
위드의 가장 큰 약점인 낮은 생명력이나, 지식과 지혜를 높여 줄 수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전투에서도 아주 큰 쓸모가 있겠지.'
위드는 조각술 최후의 비기를 마치고 돌아온 후 사냥을 하는 도중에 내내 생각을 했다.
'이 속도로 강해지는 건 한계가 있다. 더 좋은 사냥터가 간절하게 필요해.'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사냥에 투자하고, 특별한 스킬을 가지고 있다고해도 레벨 올리는 속도 자체를 5~6배씩 빠르게 하기는 무리였다.
위드는 스스로 바드레이와 그 주변 유저들의 레벨을 차근차근 뛰어넘기란 쉽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내가 레벨을 올리더라도 그놈들 역시 마찬가지로 놀진 않으니까. 그리고 나는 군대 단위의 전투가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조각술에 생명을 부여하거나 조각 부활술을 써서 레벨을 잃어버리고 약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고.'
적의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중앙 대륙을 움켜쥐고 온갖 좋은 퀘스트와 사냥터를 독점하고 있었다.
길드 창둰의 고급 정보들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장비와 스킬의 지원은 말할 것도 없다.
헤르메스 길드원들은 일반 유저들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정말 부담스러울 정도로 불합리한 세상.
위드는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잔머리를 굴려서 중앙 대륙에서 해답을 찾았다.
중앙 대륙의 던전들!
특정 던전들은 탐험의 결과로 스탯이나 장비를 주기도 한다.
위드는 중앙 대륙에 있는 던전들을 대부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탐험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히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지금 반란군의 출현으로 인해서 정신이 없을 테니 정보가 알려진 알짜배기 던전들을 빠르게 해치우고 빠져나오면 된다.
몬스터의 경험치, 던전 돌파의 업적을 달성할 수가 있었다.
물론 그것만이라면 잔머리를 열심히 굴린 대가로는 섭섭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
땅에 떨어진 만 원짜리를 잽싸게 줍는 정도의 단순한 일에 불과했으니까!
위드의 지휘 능력은 여러모로 검증을 마쳤을 뿐만 아니라, 명성으로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
반란군을 지휘하여 하벤 제국의 마을과 도시를 습격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마법의 대륙에서 명문 길드들을 상대로 싸웠던 전적은 어디 가는 게 아니다.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네크로맨서의 능력도 거뜬히 사용할 수 있었다.
리치로 변신한 이후에 바르칸의 풀세트를 착용하면 그의 3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다크 룰, 데스 오라, 절대 마법 방어!
몬투스를 해치우고 얻은 악마 투구까지 착용한다면 개인으로서도 엄청난 전력을 쓸 수 있는 것이다.
폭풍처럼 날아드는 까마귀와 뼈 그리고 언데드의 향연!
대지 위에서 물결처럼 밀려오는 좀비와 듀라한, 고스트, 스펙터, 데스 나이트, 둠 나이트.
낡고 찢어진 시커먼 로브에 긴 스태프를 들고 지휘하는 훤칠한 키의 리치.
그 당당함이야말로 모든 네크로맨서들이 꿈에도 바라는 절대적인 모습이였다.
전쟁의 신 재림!
'그야말로 완벽하게 이상적인 광경이겠지. 대재앙을 한 방 일으키고 나서 시체들로 단숨에 언데드들을 소환한다. 그리고 그건 정말 재미가 있을 거야. 헤르메스 길드와는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었으니 악화될 감정도 없는 이상, 이제부터는 먼저 치고 나가는 게 효과적인 방법이야.'
위드는 짧은 시간 동안 그렇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돌아올 대가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중앙 대륙에서 헤르메스 길드를 습격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위험부담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었다.
온통 사방이 적들인 장소에서 혼자 활개를 치고 설친다.
언제 위험한 순간에 빠질지 모르기에 생각처럼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전쟁의 신으로 불리던 마법의 대륙 시절과 비슷하겠군. 지킬 게 없던 그 당시와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겠지만…….'
헤르메스 길드를 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들었지만 최종 결심은 조금씩 미루어졌다.
'인생은 가늘고 길게 살아야지. 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런데 테네이돈이 그에게 말했다.
ㅡ 그대가 가져온 거울은 우리 페어리들이 운반하기에는 너무 무겁군요.
"네?"
고작해야 평범한 거울에 불과한데도 페어리의 작은 몸에 비한다면 대형 선박과도 같은 크기였다.
ㅡ 일을 시작한 사람이 끝맺음을 해주면 좋겠죠. 부디 부탁이니 라투아스에게는 그대가 이 거울을 가지고 가 주세요.
띠링!
『 라투아스의 레어
드래곤은 자신의 레어에 누군가가 허락 없이 방문하는 것을 싫어한다.
수많은 몬스터들과 가디언들이 레어를 지키고 있다.
드래곤 라투아스에게 직접 이 거울을 가져다주자.
아주 운이 좋거나, 혹은 라투아스에게 필요한 무언가가 있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살아남는다면 모험가로서 완벽한 경력이 될 테지만 미래를 아는 현명한 인간이라면 먼저
자신의 관 정도는 준비해 놓을 것이다.
난이도 : 확인 불가능
퀘스트 제한 : 페어리 여왕 테네이돈의 신임.
나머지 조건 확인 불가능. 』
"크으윽!"
위드는 거절을 하고 싶었지만 연계 퀘스트의 마지막 단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망설여졌다.
'이것까지 해결하면 좋은데. 연계 퀘스트의 보상은 보통 마지막에 대부분 몰려 있잖아. 그리고 내용상으로 보더라도 거울을 가져다주는 것에 불과한데 위험은 없거나 적지 않을까?'
욕심 때문에 갈등은 되었지만 깨끗하게 결론을 내렸다.
'그래, 이놈의 인생은 잘나가다가 마지막에 이상하게 풀리는 경우가 많았어. 욕심이 생기더라도 여기서 접어야 돼.'
위드가 입을 열었다.
"여왕이시여, 이 일은 저로서도 부담이 큽니다.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을 수행해야 하니 다른 한가한 사람에게……."
ㅡ 그대가 반드시 맡아 줄 걸로 알고 있어요.
- 퀘스트가 수락되었습니다.
선택권이 박탈!
ㅡ 그대는 고귀한 정신을 가지고 있으며 책임감도 강한 모험가이니 다른 인간에게 맡긴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그건 대단한 실례가 될 거예요.
"그, 그렇습니다."
퀘스트는 받아 놨더라도 예전처럼 잊고 다른 일에 전념하면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공중에 둥둥 떠 있던 거울이 뒤으에게로 돌아왔다.
- 실버 드래곤 유스켈란타의 거울을 돌려받았습니다.
아이템의 상태가 확인 가능해졌습니다.
『 유스켈란타의 거울 : 내구력 80/80.
유스켈란타가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던 거울.
재질을 알 수 없는 특별한 '비늘'로 만들어져 있다.
실버 드래곤의 마력으로 인하여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효력이 발생한다.
제한 : 레벨 1,000.
힘과 지혜 최소 2,000 이상.
옵션 : 매력 +122.
기품 +20.
모든 공격과 저주 마법을 31%의 확률로 반사한다.
하급 마법은 반사 확률이 2배.
거울에 각인되어 있는 실버 드래곤 유스켈란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루에 한 번씩 원하는 지역이 아무리 멀더라도 거울을 통해 살필 수 있다.
다수의 적들이 다가오면 거울에 모습이 비친다.
하나의 강력한 적, 혹은 다수의 적을 봉인할 수 있다.
봉인된 적은 최소 하루에서 일주일간 거울 속에 봉인된 후에 풀려난다. 』
드래곤의 물품인 만큼 놀라운 아이템.
단순한 마법이 아니라 기적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이게 대박이었구나. 이런 걸 그냥 넘겨줘야 하다니.'
사용 제한이 높아서 대장장이 스킬로도 쓰진 못한다.
위드의 대장장이 스킬은 현재 고급 2레벨!
48%의 착용 제한을 줄여 주었지만 그래도 레벨 제한에 걸리는 물품이었다.
ㅡ 단지, 그대는 여러 일을 맡고 해결하느라 너무 바빠서 제 부탁에는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 같군요. 이 일은 최소한 30일 안에 해결해주었으면 해요.
띠링!
- 라투아스의 레어 퀘스트의 시간제한이 생성되었습니다.
30일 안에 해결하지 않으면 퀘스트를 실패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