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깨어난 전쟁의 신
위드는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사냥하고 있는 던전에 들어섰다.
"세상이 올바르지 못하니까 언젠가는 바로 설 것이라고 믿으면 끝없는 뒤통수를 맞을 뿐이야."
사회가 그렇다면 손해를 보면서까지 꿋꿋하고 소신 있게 살아갈 마음은 없었다.
"바하모르그, 모두 다 쓸어버려라!"
"우어!"
"금인이는 하이 엘프 엘틴과 같이 화살을 쏴라. 기사 세빌, 전사 빈덱스, 게르니카는 바하모르그를 따라서 중앙 돌파! 말할 것도 없이 속전속결이다."
하벤 제국의 방대한 땅,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많은 장소를 찾아왔다.
영양가 많고 신선한 먹잇감들이 퍼덕이는 널리 알려진 던전들은 널리고 널려있었다.
"위, 위드다!"
"조각 검술!"
철혈의 워리어 바하모르그와 조각 생명체들을 앞세운 돌파!
정체를 대놓고 드러낸 위드의 손에서 데몬 소드가 현란하게 움직이면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베었다.
"누렁이는 전리품을 줍도록 해라. 네 임무가 제일 중요해!"
"음머어어어!"
위드와 조각 생명체가 등장하면 인근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현상금 사냥꾼들도 불나방처럼 몰려들었다.
그렇지만 이미 확실한 퇴로를 확보하고, 주변 지역에 대한 정찰도 마쳐 놓았기 때문에 그들이 오기 전에 일은 끝났다.
평소에 전광석화와 같은 사냥 속도를 전투에도 유감없이 활용했다.
포르모스 성 인근 뿐만 아니라, 중앙 대륙의 전역에서 출몰하는 위드.
그가 나타날 때마다 그 지역은 난장판이 일어났다.
위험도야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소득은 정말 짭짤했다.
"난이도 높은 던전이나 사냥터를 찾아다닐 게 아니라,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해치우기 좋은 장소들로 알아 봐야겠군. 그리고 질보다 양이니까 가끔식은 강한 녀석들을 잡아먹어야 되겠어."
라벤타 성의 기사단장 빌스도 만났다.
그는 레벨이 485에 달하는 헤르메스 길드의 기사 유저였다.
중앙 대륙에서 벌어졌던 숱한 전쟁에서 놀라운 전공을 세운 유명한 유저.
"언젠가 나타날 줄 알고 기다렸다. 어서오너라. 아르펜 왕국의 국왕 위드여."
"던전 입장료를 이렇게나 받아먹다니. 이 양심도 없고 자기 욕심 밖에 모르는 놈들!"
"입이 험하구나. 비록 우리가 적대하고는 있지만 상대에 대한 예의도 없느냐!"
"무슨 소리야. 부러워서 칭찬하고 있는 건데!"
빌스의 기사단은 함정에 빠진 채로 허우적거리다가 바하모르그와 서윤, 기사 세빌, 여전사 게르니카, 하이엘프 엘틴, 은새와 백호에 의해 격파되었다.
"말이 길어졌군. 기사는 검으로 말하는 법. 기사 빌스, 위드 그대에게 대결을 청한다."
- 명예로운 승부에 응하시겠습니까?
라벤타 성의 기사단장 빌스와의 대결을 승리한다면 상대가
가지고 있는 명성의 일부와, 명예 스탯을 전리품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승부를 거절한다면 명예와 카리스마가 감소합니다.
"이 대결을 왜 받아줘야 하지? 인건비도 안 나오는데……."
"기사단이 전멸한 이상 나에게 불리한 것을 알고 있다. 불꽃 소멸의 장갑을 걸겠다."
"덤벼봐. 뭐, 그래봐야 죽겠지만."
위드와 빌스는 넓은 공터에서 대결을 벌였다.
"으아합. 집중 반격!"
빌스가 방패를 앞세우고 덤벼들어왔다.
기사의 튼튼한 방어력을 내세우며 밀어붙여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기본적인 싸움 방식.
전쟁에서는 기사들이 탁월한 방어력 때문에라도 일반 병사들을 상대도 되지 않게 해치워버린다.
빌스는 상대를 궁지에 몰고나면 연속 공격을 하여 승리를 거둘 생각이었다.
위드는 감탄했다.
'이런 단순한 공격을 하다니… 분명히 세상을 정직하게 살아온 것이 틀림없어! 아마 어릴 때에는 집하고 학교밖에 모르는 모범생이었겠지.'
빌스가 지금은 무시당하고 있었지만 엄청난 대결들을 승리로 이끌었던 전적이 화려한 기사였다.
스탯과 전투 스킬, 레벨.
세 부분에 있어서 균형 있는 성장을 한 실질적인 강자.
기초 수련관은 물론이고, 초급, 중급 수련관마저도 격파했다고 알려졌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유저들은 확실히 제대로 된 성장법을 추구했다.
강함을 추구하기에 사냥터에서 보내는 끈기 역시 남달랐다.
'의도를 뻔히 보여주는 정직한 공격은 바보가 아닌 이상 당해주지 않지. 그리고 함정에 빠뜨리기도 좋고 말이야.'
아무리 육체가 좋더라도 그 사람이 무적인 것은 아니다.
권투나 유도 같은 격투기를 보면 두 사람의 육체적인 능력은 비슷하더라도 기술과 정신력에 따라서 승부가 달라지게 된다.
위드는 일찍부터 로열 로드의 체제를 공부하면서 직접 판단하고 움직이는 점에 주목했다.
검술을 실제로 익힌 것도 정신적인 부분의 성장과 감각을 가다듬기 위해서였다.
스탯과 스킬, 레벨만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까지의 강함마저도 추구한다.
일반 유저들도 하기 힘든 노력의 결실이 있었기에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위드는 서윤을 통해 베르사 대륙의 정보를 입수했다.
아예 작정하고 빌스와 기사단이 사냥을 떠난 던전으로 쳐들어갔던 것이다.
경험치와 전리품을 획득하기 위한 침략!
위드에게 헤르메스 길드는 현상금을 마그마치 7천만 골드나 걸었다.
더불어 영주의 자리도 주기로 했으니 일반 유저들조차 그 보상을 노리고 덤벼들었다.
그들을 상대하다보니 어찌할 수 없이 살인자 상태가 되었고 악명도 쌓였다.
살인자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을 집중하여 처리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서윤이 게시판과 다크 게이머 연합의 정보 글등을 보고 시간대를 정리했다.
"오전 1시에는 체크람 던전을 찾아가고, 오전 2시 30분까지는 바람의 계곡 쪽을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쪽은 왜?"
"하벤 제국의 세금 운송대가 지나간다는 정보가 있어요. 역공작도 의심해봤지만 신뢰도가 대단히 높아요."
"무조건 가자!"
신출귀몰하게 출몰하여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빼먹는 위드!
그렇지만 어디에서 나타나든 헤르메스 길드와 현상금 사냥꾼들의 대응 속도가 빨라졌다.
그들은 항상 강자의 입장으로 살아 왔다.
무방비 상태로 계속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던전은 상당히 유명하니 충분히 위드가 나타날 수 있겠군.'
'찾아오기만 해봐라. 독을 뿌린 후에 약화를 시키고 나서 함정으로 연결한 후에 나와 친분이 있는 지원군들을 끌고 오면 된다.'
위드와 싸울 때의 방법들을 한두 가지씩은 다들 염두에 두었다.
또한 절친한 몇 명들과 수시로 정보교환을 하면서 위드의 등장에 대비를 하기로 했다.
중앙 대륙의 영토 면적만 하더라도 개인이 모든 곳을 다 가볼 수는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위드가 자신이 있는 장소에 꼭 나타나란 법도 없지만 반드시 대비책을 하나씩은 세우고 있었다.
주요 영주들도 자신의 영토에 위드가 출현할 때를 대비하여 항상 출동할 수 있는 정예 군대를 대기시켰다.
막대한 현상금이 걸려서 일반 유저들에게도 위드가 탐나는 먹잇감이 되었지만, 영주들의 입장에서는 제국에서 최고의 공적을 세울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중앙 대륙의 모든 하이에나들이 위드를 노리고 있는 상황!
위드를 돕고 싶어하는 유저들, 그리고 마음으로나마 응원하는 유저들이 있었음에도 그들의 힘은 미약했다.
ㅡ 위드를 돕는 자들에게는 무기한의 척살령을 내리겠다. 아울러 도시 내에 주택이나 상점이 있다면 폐쇄하고 소유한 재산에 대한 파괴조치를 실행할 것이다.
헤르메스 길드가 공표한 보복이 두려워서라도 일반 유저들은 감히 나서지 못했다.
반란군 활동과는 또 다르게 위드를 돕는 것은 헤르메스 길드의 제일 표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위드가 중앙 대륙에서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었지만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 정도는 되어야 할 만하지. 개인의 소소한 힘으로 단체를 건드리려면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해."
마법의 대륙에서 큰 세력을 가진 명문 길드들을 상대하면서 뼈저리게 깨달았다.
약자들을 갈취하고 빼앗아서 성장한 무리들은 다른 이들의 공격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던전이나 마굴 습격으로 이득은 상당히 보았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되겠군!"
지금까지 효과를 제법 봤다고 해서 같은 방법을 계속 쓰다가는 제대로 한 번 걸리게 된다.
헤르메스 길드에 대한 습격도 강약을 조절해가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했다.
물론 지금은 더 강하게 때릴 때였다.
★★★★★★★★★★★★★★★★★★★★★★★★★★
"빌어먹을. 젠장. 망할 놈!"
포르모스 성의 영주 데커드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필이면 그놈이 왜 내 땅에 나타난 것이야."
골드마인 던전, 아타로그 마굴.
헤르메스 길드를 깜짝 놀라게 한 두곳이 그의 소유였다.
방송국들까지 경쟁적으로 취재를 나서면서 지역이 유명해지긴 했지만 영주의 마음은 괴로웠다.
'이걸로 사람들이 날 무능력하게 봐서는 안 되는데.'
포르모스 성은 하벤 제국 전체를 통틀어서도 노른 자위 땅이었다.
던전에서 입장료로 거두는 수입만 해도 수천만 골드.
주민들이 납부하는 세금, 상인들의 교역세, 포르모스 성에서 소유한 광산과 농장에서 얻는 수입 역시 엄청나다.
이렇게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이유는 인근에 훌륭한 던전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이네프 산악 지역도 개발되었고, 그 자금을 바탕으로 도시 개발에 전념하여 성 내에 있는 생산 시설들의 숫자도 많았다.
데커드는 톨렌 왕국 시절에는 흑사자 길드의 핵심 인원 중의 한 명이었지만 대세가 기운 것을 깨닫자마자 등을 돌렸다.
헤르메스 길드로 세력을 갈아탄 그는 톨렌 왕국이 하벤 제국의 소속이 된 이후로도 영토를 지킬 수 있었다.
데커드는 포르모스 성을 확고한 기반으로 한 대영주.
여전히 후회 없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는데 위드의 등장은 고춧가루나 다름없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에서 이걸 기회로 날 문책하진 않겠지? 사냥이 끝난 사냥개는 필요하지 않으니까 말이지. 포르모스 성은 내 것이다. 그 누구도 빼앗을 수가 없어."
데커드는 혼자 고민에 잠겨 있었다.
"확 반란군에 지원금이라도 보내봐? 하벤 제국이 더 흔들리게 되면 아쉬워서라도 나에게까지 신경을 쓰지 못할 테니. 나중에 하벤 제국이 무너지고 나서도 언제든 내가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을 할 수가 있고 말이야."
그러나 하벤 제국의 군사력이 건재한 이상 아직은 이른 판단 같았다.
"그렇다면 반란군들을 퇴치해버려야겠다."
헤르메스 길드에 힘을 과시하기 위해 포르모스 성의 병력을 대거 이끌고 나가서 인근 반란군들을 몽땅 소탕해버리기로 결정했다.
포르모스 성에 쏠린 세간의 관심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반란군들을 쓸어버리면서 힘을 과시한다면 그의 지위는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생각했다.
★★★★★★★★★★★★★★★★★★★★★★★★★★
용병 2만.
포르모스 성의 정예 병력 2만.
데커드는 인근 요새와 하이네프 산악지역의 성채에 있는 병력 6만까지 이끌고 출정했다.
일개 영주로서 동원할 수 있는 군사력으로는 제법 많았는데, 그만한 수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지가 가능했다.
포르모스 성에는 불과 1만의 병력이 남아 있을 뿐이었지만 석궁병을 기반으로한 최고의 정예였다.
더불어 헤르메스 길드와 베덴 길드의 유저들이 상당수 머무르고 있었다.
감히 반란군이 덤벼오더라도 성벽을 기반으로 농성을 하면 회군을 할 때까지는 버티고도 남을 정도라서 마음 놓고 출정을 나갔다.
"반란군들은?"
"외곽 마을들을 장악하고 있는 반란군들이 물러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 왔습니다."
"가자. 도망치는 놈들을 단숨에 쓸어버리자!"
데커드의 군대는 포르모스 성 바깥에 있는 반란군들이 차지한 마을들을 전투를 치러서 점령했다.
마을들을 정복하고 일부의 군대를 남겨놓으면 주인이 없는 지역은 포르모스 성의 통치를 받게 되었다.
- 소금우물 마을의 반란군을 몰살시켰습니다.
반란군에 속해 있는 어린아이들과 노인들까지 예외를 두지 않은 잔인한 행위입니다.
- 영주와 그의 군대의 악명이 26 높아집니다.
- 영주로서 카리스마가 1 증가합니다.
- 인근 지역의 치안이 26만큼 회복됩니다.
하루 만에 열입곱 군데의 반란군을 평정한 데커드!
"지휘관의 재미가 이런 거란 말이지."
데커드는 오랜만에 대군을 이끌고 치르는 전쟁이 재밌었다.
흑사자 길드가 톨렌 왕국에서 자리를 잡을 당시에, 그리고 그들에게 등을 돌릴 때에도 커다란 규모의 전투를 치른 경험이 있다.
영주인 그가 움직이자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용병으로 몇백 명이나 따라나섰으니 무서울 게 없었다.
간단한 반란군 퇴치에 이렇게까지 따라올 필요는 없었지만 위드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포르모스 성에는 평소보다 유저가 훨씬 많았던 것이다.
데커드는 자신의 부관을 보았다.
NPC 중에서 임명한 부관이었지만 영토 내의 일에 대한 보고를 받아서 기억하고 부하들을 다루는 능력이 탁월했다.
영주들이 도시 내의 모든 행정을 관리하기 힘들었으니 유능한 부관을 다수 보유하는 것도 능력이었다.
"포르모스 성의 상태는?"
"잠잠합니다. 주요 관문들에도 병력 이동은 전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반란군들 따위야 진작 소탕해 버릴걸 그랬군. 하루 정도만 더 진압하고 돌아가자."
반란군 중 큰 무리는 몇만 단위의 세를 자랑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테커드가 상대한 반란군 세력은 모두 소규모였다.
그래도 영토의 치안을 상당히 회복시켜서 기분은 좋았다.
"하이네프 산악 지역의 광산 마을에서 반란군이 출현했다는 보고입니다."
"규모는?"
"3개 마을, 3천여 명 정도입니다."
"병력을 4만 명만 보내서 토벌을 하도록 해. 산악 지역으로 도망치면 산적이 되어 두고두고 귀찮을 수 있으니 확실하게 섬멸하도록."
"알겠습니다."
4만 명의 산악병이 하이네프 산악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무렵이었다.
슬슬 회군을 염두에 두고 있으르 때 긴급한 보고가 들어왔다.
"하이네프 산악 지역으로 보낸 병력이 평원에서 전투에 들어갔습니다."
"뭐라고?"
"반란군이 6만 명이 나타나서 포위하고 공격을 진행 중입니다."
데커드는 잠시 생각했다.
'산악병은 개개인이 정예 병력인데. 내가 많은 돈을 들여서 양성한 특수병이지. 평지에서의 전투는 약하더라도 반란군 따위에 지지 않는다.'
상대가 정규군이 아닌 이상 더 많은 병력과 싸우더라도 질 리가 없었다.
"그렇더라도 아군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여야겠지. 반란군도 완전히 토벌할 겸, 전군 전투 지역으로 이동한다."
"훌륭하신 결단입니다."
데커드는 군대를 이끌고 산악병을 구하기 위해 진군했다.
고작해야 1시간 거리.
그런데 그들이 막상 도착했을 때 본 것은 반란군에 의해서 전멸 상태에 이른 산악병이었다.
★★★★★★★★★★★★★★★★★★★★★★★★★★
위드는 톨렌 왕국에서 활동하는 반란군을 만났다.
"내가 너희를 지휘해 볼까 하는데… 뭐, 아마 안 되겠지?"
"북쪽 대륙의 지배자이시며 현명하고 인자한 국왕 폐하께서 우리를 다스려 주시겠다니 큰 영광입니다."
"그런데 병력이 부족해 보이는데."
"제국군의 감시를 피해 몇몇 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끌어 주시면 뜻을 함께하는 형제들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좋다, 내가 너희를 다스려 주지."
띠링!
- 반란군의 수장이 되었습니다.
위드는 반란군을 재편했다.
전직 군인이나 용병, 사냥꾼 출신으로 제대로 전투를 치를 수 있는 부대, 체력은 있는 부대, 그리고 일반인들.
반란군은 방패와 철검을 가진 이도 드물 정도로 오합지졸이었다.
병력의 숫자는 5,500명.
'훈련으로는 끝이 없겠군.'
위드는 부하들의 생존율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다.
건전지도 오래가는 게 좋은 것처럼, 부하들도 당연히 오래 굴릴수록 쓸모가 많아지는 것이다.
'죽을 놈은 죽고 살 놈은 살겠지.'
위드가 포르모스 성 근처의 중소 마을들을 반란군의 수중에 넣었다.
마을 내부에서 호응해 주는 주민들과 함께 하벤 제국의 수비군을 물리쳤다.
직접 전투에 나서지 않더라도 그가 있는 것만으로도 지휘 능력 덕분에 반란군의 전투 능력이 훨씬 크게 높아졌다.
어느새 반란군은 6만 명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하벤 제국에 맞서는 일에 함께하도록 해 주십시오."
"명성은 익히 들어 왔습니다. 부디 저희도 이글어 주시기를."
다른 반란군 세력들이 합류를 해 온 것이다.
이 반란군을 거느리고 어떻게 할까 고민할 무렵, 위드는 포르모스 성의 병력이 출진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정예 병력이 10만 명이라. 그냥 싸워서는 승산이 조금도 없겠군. 병력을 나누게 만들면 해답이 있을지도."
마을마다 토벌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수비 병력만을 남겨 놓았다.
전투가 벌어지기야 하겠지만 정말 소소할 정도로 작은 싸움일 뿐이다.
포르모스 성의 영주 데커드는 마을을 정복하더라도 만족은커녕 아쉬움만 느끼게 되리라.
그리고 산악 지역에서의 반란군 봉기!
일부로 규모가 작은 수준으로, 전군이 이동할 필요는 없이 일부 병력만 보내도록 유도했다.
반란이 일어난 마을은 하이네프 산악 지역에서도 깊고 험준한 장소이고 공적을 세우기에도 마땅치 않았다.
그렇게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도 굳이 따라오지 않도록 유도하고 나서, 반란군을 전부 동원하여 산악병들을 포위했다.
"놈들을 제거하라!"
위드의 사자후!
반란군들의 전력은 약소하였지만, 조각 생명체들을 대대적으로 동원하여 산악병들을 제거했다.
그럼에도 반란군들은 전열도 유지하지 못하고 자꾸만 퇴각했다.
그야말로 오합지졸의 결정판이었다.
그때 위드는 아껴 두었던 비장의 장비들을 꺼냈다.
불사의 군단을 이끌었던 최악의 네크로맨서 바르칸의 풀세트!
곧바로 조각 변신술을 써서 리치로 몸을 바꾼 이후에 바르칸의 해골에서부터 마법 책, 부츠, 망토, 로브, 반지, 목걸이까지 전부 착용했다.
- 네크로맨서의 마력이 267% 높아집니다.
- 리치의 특성에 따라 다른 스탯들이 감소하는 대신에 지혜와 지식의 비중이 높아집니다.
생명력은 마법력에 따라 강해집니다.
생명력 흡수, 마나 흡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쿠흐흐흐흐."
위드의 입가에 괴소가 흘렀다.
"약한 반란군보다는 차라리 언데드가 낫지. 너희가 살아서 움직이던 땅으로 돌아오라. 이곳은 어두운 곳, 검고 부패한 땅. 영영 사라지지 않을 암흑의 율법을 모든 이들에게 새길 수 있도록 하라. 언데드 라이즈!"
언데드들을 일으키는 마법!
죽은 자들이 되살아났다.
반란군의 시체와 하벤 제국군 산악병의 시체들이 듀라한과 데스 나이트로 변해서 일어났다.
위드의 마력은 높았지만 죽은 이들이 대부분 허약한 반란군이다 보니 재료의 질이 나빠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한꺼번에 1,000 정도의 언데드들이 소환되었다.
"콜 데스 나이트 반 호크!"
"나를 불렀는가."
"애들 데리고 싸워라."
"나는 암흑 군단의 총사령관이었으며, 깊은 심연과 절망 속에서 태어난 어비스 나이트였다.
"근데?"
"이것들은 아직 머리에 흙도 다 안 떨어진 아이들이다. 갈비뼈도 제대로 썩지 않았다."
반 호크의 항명!
보통 이런 경우에 위드는 바로 매를 들곤 했지만, 이번에는 좋게 말로 설득하기로 했다.
"맞을래?"
"……."
"네가 오늘 하루 날 잡고 제대로 맞고 싶었지? 아니다, 1년 정도 쭉 맞아야 정신을 차리게 될 것 같아."
"암흑 군단이라고 부르기에는 미흡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반 호크가 해골을 공손히 아래로 숙였다.
바르칸의 풀세트를 착용하고 있는 위드의 카리스마에는 반 호크도 저항할 수 없는 것이다.
"빛에 의해 흩어지지 않는 칙칙한 어둠이여, 이곳에 내려와 죽음을 일깨우는 자들에게 깃들라. 데스 오라!"
위드는 해골 지팡이로 땅을 찍었다.
바르칸 3대 마법 중 하나로, 언데드를 강화할 수 있는 데스 오라!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대지가 흔들리고 땅에 균열이 쭉쭉 벌어졌다.
땅속에서부터 유황 연기와 함께 순수한 어둠이 솟구쳐서 언데드들의 몸을 휘어 감았다.
평범한 듀라한들도 눈빛이 광폭하게 바뀌었으며, 뼈마디는 훨씬 굵고 단단해졌다.
데스 나이트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착용하고 있던 검과 갑옷까지도 바뀌었다.
- 데스 오라가 발동되었습니다.
언데드들이 잃어버렸던 지성을 약간 회복합니다.
모든 공격에 대해 조금 더 견뎌냅니다.
생명과 피에 대한 갈구가 더욱 심해져서 파괴력을 높일 것입니다.
마나가 34,983 소모되었습니다.
마나 소모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
"가라. 모두 휩쓸어버려라!"
"쿠겔겔겔."
"심장을 잘근잘근 씹어 주겠다."
반 호크의 지휘 아래에 언데드 군단이 산악병과 전투를 치렀다.
위드에게 항상 무시당하는 데스 나이트 반 호크.
그의 가치는 스스로의 무력보다도 언데드들에 대한 통제력과 지휘 능력이 있었다.
반 호크가 이끄는 데스 나이트로 이루어진 암흑 기사단은 순식간에 결속을 마치고 적진을 관통했다.
산악병들은 평지에서 일반 보병들보다 뛰어나며, 숲과 산에서는 최적화된 병력이다.
그러나 중장갑보병이 아닌 이상 생명력을 갈취하는 암흑 기사단의 돌파와 유린을 막기란 불가능했다.
- 언데드들의 활약으로 생명력과 마나를 8,391만큼 흡수합니다.
생명력의 최대치가 2,650만큼 증가합니다.
데스 오라의 효과!
리치에게는 끝없는 생명력과 마나의 원천이 된다.
기본 언데드들 소수를 일으킨 것으로 시작했을 뿐이지만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전투라고 할 수 있었다.
- 언데드 49기가 감당할 수 없는 많은 타격을 입고 파괴되었습니다.
그들은 다시 살아나면 더 강렬한 적개심으로 강해질 것입니다.
위드는 기꺼이 언데드 소환 마법을 다시 펼쳤다.
시체들은 널려 있었기에, 이번에는 마나를 전부 사용하여 300명의 둠 나이트들을 소환하였다.
스켈레톤을 늘릴 수도 있었지만 전투를 좌우하기 위해서는 고급 병력이 필요했다.
둠 나이트들이 위드의 앞에 일제히 무릎을 굻었다.
"죽음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생명의 주인이며 영광을 선도하는 언데드 지휘관, 꺼지지 않는 심장을 가진 불멸의 전사에게 경배합니다."
위드가 높은 지성을 가진 언데드들에게 받는 존중은 극진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바르칸의 풀세트뿐만이 아니라 언데드와 관련된 모험을 많이 진행하기도 한 덕분이다.
"너희가 해야 할 일은 알겠지?"
"살아 있는 적들의 몰살, 영원한 지옥으로의 인도입니다."
"가라. 전부 쓸어버려라!"
산악병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전력의 등장.
데스 오라의 어둠을 휘감고 있는 둠 나이트들은 공격을 당해도 금방 생명력을 회복해 버린다.
위드가 다 흡수하지 못한 생명력과 마나는 자신들 주변의 언데드들이 나눠 가지게 된다.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언데드들을 몰살시키지 않는다면 대적이 불가능한 전력이 되는 것이다.
네크로맨서의 특징 중 하나로, 자신이 소유한 언데드 군단보다 약한 이들을 칠 때에는 거의 피해가 없는 승리를 거둘 수도 있었다.
물론 위드처럼 아예 군대를 상대로 하는 전투는 네크로맨서들도 감히 하지 못한다.
골렘과 몇 마리의 고급 언데드를 끌고 던전을 다니거나 평원을 돌아다니는 정도다.
그렇지만 역시 언데드들을 일으키려면 최소 수천 마리는 되어야 제맛!
"이 땅은 내 암흑의 율법이 지배한다. 영원한 불사의 힘이 장악하리라 다크 룰!"
충분한 마나가 모이자 위드는 바르칸의 두 번째 마법을 시전했다.
시체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언데드 소환 마법이 이 땅에 작렬했다.
쓰러진 언데드들이 다시 일어나고, 산악병 중에서 죽은 자들도 곧바로 언데드가 되어서 동료들을 공격한다.
신성 마법이 펼쳐지지 않는 이상, 그리고 위드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지 않는 한 언데드 군단은 무적이었다.
"톨렌 왕국 재건군은 할 일을 다 했다. 너희는 이제 놈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주위를 포위해라."
"예, 알겠습니다."
"부디 저희의 목숨만은 살려 주세요."
반란군들은 몸을 벌벌 떨며 전장에서 벗어났다.
그들은 언데드와 산악병과의 전투를 보며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
"용사 위드는 선량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우리가 악마를 불러들인 거야."
"다 틀렸어. 우린 잡아먹히고 말 것이야."
띠링!
- 흉흉한 소문이 생겨났습니다.
언데드를 일으키는 자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게 됩니다.
악명이 4,391만큼 많아집니다.
네크로맨서의 부작용!
인간들은 언데드를 보면 두려워하기 때문에 악명이 빨리 쌓여서 관리가 힘들다.
자신이 직접 언데드나 리치 상태가 되어서 활동하면 영영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죽은 자의 힘이 강해지는 부작용도 있었다.
"그렇지만 가끔 먹는 불량 식품은 영양제라는 말도 있지."
위드는 산악병이 몰락해 가는 광경을 천천히 지켜보았다.
초반에는 반란군을 상대로 위세를 떨쳤던 그들이지만, 반 호크가 이끄는 언데드 병력과 둠 나이트들이 가세하고 다크 룰 마법에 의해 동료들이 전부 언데드가 되어 가는 상황까지 오니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빠르게 괴멸해 갔다.
다크 룰의 영향으로 오래된 시체들까지 전부 일어나서 덤벼 오고, 아직 살아남은 자들도 자칫 작은 부상만 입어도 지독한 독기가 스며들었다.
콰과과과광!
부상을 입고도 악착같이 견디던 사람들도 끝내는 시체 폭발과 비슷하게 폭발한다.
위드가 일으킨 전율적인 살상의 현장.
2,000이 넘어가는 스켈레톤 아처들은 아무 곳에나 마구 화살을 쏘았다.
산악병의 두꺼운 대검에 의해 허리가 부러져서 파괴되어도 불과 20여 초 만에 다시 일어난다.
등을 보인 산악병에게 화살을 직접 쏠 정도였으니, 상대할 수 있는 방법 따위가 없었다.
- 죽음에 대해 눈을 떠서 지력이 영구적으로 2 증가합니다.
그리고 언데드들의 숫자가 2만이 넘어가게 되었다.
띠링!
- 지배할 수 있는 언데드가 신앙심의 한계를 넘어서기 직전입니다.
현재의 신앙심으로는 더 많은 언데드를 보유하게 되면 신의 격한 분노를 초래할 것입니다.
만약 언데드들의 지배를 포기한다면 본능에 따라 오로지 무차별 살육만을 위해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네크로맨서 바르칸의 장비들에는 언데드들을 강화하고 더 많이 소환할 수 있는 옵션들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위드가 쭉 리치로 성장해 온 것이 아니기에 신앙심이 너무 높았다.
"꼭 사장이 나서서 다 해치워야 할 필요는 없지."
위드의 밑에는 암흑 군단의 총사령관 반 호크가 있다.
"똑바로 서라! 칼라모르의 병사들은 해골이 되어서도 너희처럼 멍청하지 않다!"
반 호크는 언데드들을 짖배하고 다스릴 수 있었다.
어비스 나이트 때에는 10만에 달하는 대군을 혼자서 거느릴 정도로 암흑 군단의 위력이 강력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은 다시 데스 나이트로 전락해 3만의 병사를 보유할 수 있었다.
"머릿수는 이미 충분해. 전투를 확실하게 준비하자면 조금 더 빠르고 강력한 군대를 만들어야 되겠군."
썩은 뼈 스켈레톤들은 아무리 많아도 전쟁이 벌어지면 너무 약한 존재들일 뿐이다.
이때부터는 양보다는 질이었다.
산악병들이 계속 줄어들면서 생명력을 취한 언데드들은 진화를 거듭했다.
데스 오라를 몸에 두르고 있는 언데드들은 성장도 빨랐다.
"짹짹짹, 새로운 적들이 멀리서 접근하고 있다."
정찰병으로 하늘에 높이 떠 있던 은새가 날아와서 보고했다.
유일무이한 은새의 외모는 햇빛을 받으면 멀리서도 눈에 띄었기에 물감을 이용해 평범한 참새처럼 칠해 놓았다.
"그렇다면 또 다른 준비를 해야 되겠군."
위드는 함정을 만들어 놓기로 했다.
"죽지 않는 자들이여, 거짓된 환영으로 존재를 숨길지어다. 조작된 그림자!"
언데드들의 모습이 산악병과 반란군으로 바뀌었다.
자신 주변에 있는 인간들과 동일한 외모로 바뀌게 해 주는, 바르칸의 마법서에 있던 마법.
스켈레톤들이 옷을 입고 무기를 휘두르는 정상적인 형태가 되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팔다리의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고 뚝뚝 끊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함정에 빠지면 좋겠지만, 뭐 그렇지 않더라도 손해 볼 건 없지. 그리고 그다음의 네크로맨서 마법으로는……."
위드는 바르칸의 마법서를 쭉 훑어 보았다.
다양하게 존재하는 못된 네크로맨서 마법들!
옛날에는 지식과 지혜 등이 부족해서 쓰지 못했던 마법들이 많이 있었다.
"이게 좋겠군. 제대로 치사하고 야비해."
마법서에는 위드마저 반한 야비한 마법이 있었다.
"죽은 자들이여, 유부를 떠돌며 한을 풀려고 하는 원혼들이여, 마지막 불꽃을 단숨에 태워 복수를 행하라. 생명 폭탄!"
약 200여 마리에 달하는 언데드들의 머리나 심장이 붉게 빛났다.
몸에 남아 있는 생기와 마나를 재구성하여 스스로의 육체를 폭탄으로 만드는 마법!
시체 폭발과는 다르게 다른 언데드처럼 움직이다가 네크로맨서가 원할 때에 터트릴 수 있었다.
물론 생명 폭발이 심기게 되면 움직임이 훨씬 느려지고 전투력도 떨어졌다.
위드는 데스 오라에 의해 마나가 재충전될 때마다 언데드들에게 생명 폭탄을 듬뿍 심었다.
구울, 좀비, 하급 언데드들을 포함하여 듀라한 데스 나이트들에게도 생명 폭탄 마법을 심었다.
네크로맨서는 본래 동료들과는 호흡이 잘 맞지 않는 직업이다.
작은 전투에서는 특별히 강하지 않더라도 큰 전투에서는 위력을 실컷 발휘한다.
"은새야, 적들은 얼마나 다가왔지?"
"10분 거리."
"그렇다면 무대를 좀 꾸며 봐야겠군."
산악병은 그사이에 3,000 정도만이 부상을 입은 채로 버티고 있었으며, 반란군도 3만 4천여 명만이 남았다.
각종 언데드들이 약 1만 2천.
위드는 반 호크에게 산악병의 형태를 하고 있는 언데드와, 반란군의 모습을 한 언데드들끼리 싸우게 만들도록 지시했다.
언데드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것이다.
그러나 금방 허술한 점이 생겨났다.
듀라한들끼리 싸우다가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도 계속 전투를 이어 나간다.
심지어는 땅에 쓰러졌던 언데드들이 다시 일어나더니 전투를 계속했다.
"그냥 천천히 해! 그리고 쓰러진 애들은 일어나지 말고 그냥 누워 있어!"
반 호크가 위드가 언데드 군단에게 시킨 이상한 명령에 의해 의문을 표시했다.
"왜 당당하게 대형을 갖추지 않고 이렇게 해야 되는가. 납득할 수 없다. 설명을 해 다오."
"자꾸 귀찮게 하는군. 백만부터 천만까지 중에 좋아하는 숫자를 이야기 해 봐."
"그건 왜인가?"
"그 숫자만큼 때리려고."
위드라고 무작정 부하들을 패기만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누렁이의 경우에는 구워 먹거나 삶아 먹으면 맛있겠다며 입맛을 다셔주고, 빙룡과 와이번들은 말로 구박한다.
금인이는 금 시세가 오를 때마다 '저걸 지금 비싼 값에 팔아야 하는데.' 라고 눈치를 주었다.
데스 나이트 반 호크는 처음부터 보스급 몬스터로 만났고 굴복시키기 위해 전투를 자주 치렀다.
그 이후부터는 말을 안 들을 때는 패는 게 익숙해지게 되었다.
★★★★★★★★★★★★★★★★★★★★★★★★★★
데커드는 5만 4천의 병력을 데리고 도착했다.
정복한 마을을 다스리기 위해 약간의 병력을 남겨 놓고 온 것이다.
데커드가 말을 탄 채로 칼을 높이들었다
"아군이 위험에 빠졌다. 전군 반란군 무리를 도살하라!"
"알겠습니다. 돌격!"
기사단장들이 명령에 따라 기사단을 이끌고 일제히 돌격했다.
2,000기의 기사단에 그 뒤를 받쳐주는 장창병과 중장갑보병, 산악병의 행렬이 이어졌다.
"반란군 무리가 도망치면 끝까지 꽁무니를 쫓아간다."
데커드가 직접 전군을 이끌고 기사단의 뒤를 따랐다.
"하벤 제국의 개들이 왔다, 꾸엑!"
"으아악, 항복할 테니 살려 주세요!"
반란군들을 거침없이 베어 넘기며 하벤 제국군이 쳐들어왔다.
"너무 약하군."
"일반 농민들로 결성된 무리인가. 고작 이 정도의 병력을 가지고 덤벼들다니 너무 가소롭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반란군 토벌이 불과 30분도 안 되어서 완벽하게 성공하리라 생각하며 전력을 다했다.
"아군을 구출하라!"
기사단이 산악병을 구원하기 위해 적진의 정중앙을 뚫고 전진했다.
기사단의 질주에 따라서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반란군들.
자세히 본다면 반란군의 움직임이 어딘가 어색하고, 또 공격을 당하는 것을 겁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피부색과 눈동자도 유난히 시커멓다는 것을 알 수 있었겠지만, 전투를 치르며 돌격하는 기사단이 자세히 살피기는 무리.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조차도 전장을 질주하며 반란군들을 돌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들은 광역 공격 기술을 활용하며 한 번에 수십 명씩을 해치웠다.
더군다나 전투 시간도 해가 막 지려고 할 무렵이었다.
"걱정 마라. 너희를 구해 주려고 왔으니."
기사단원들이 고립되어 있던 산악병들의 무리를 구출했다.
"근데 이게 무슨 냄새지?"
"지독한 악취군. 마치 시체가 썩는 듯한……."
그때 산악병들이 두 팔을 휘저었다.
"크에에에에."
"흐끼이이이이이이,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의 냄새."
기사단을 향해 조금씩 다가오는 산악병들.
"응?"
산악병들이 기사단원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콰과과과광!
전투를 치르고 있던 반란군과 산악병이 일제히 폭발했다.
데커드의 군대는 단숨에 육분의 일가량잉 날아가는 피해를 입었고, 기사단 중에서는 생존자가 거의 없었다.
산악병과 반란군 행세를 하던 언데드들이 연이어 데커드의 군대를 덮쳤다.
"함정이다!"
병사들은 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버텼다.
하지만 주변에는 온통 언데드들뿐.
"크에… 피 냄새가 난다."
데커드의 기사들 중에 죽은 자들이 다크 룰 마법에 의해 언데드가 되어서 다시 일어났다.
그들은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료였던 자들의 등 뒤를 습격했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위드는 언데드를 내버려 두고 지휘하지 않았다.
"어차피 알아서들 싸우겠지. 대충 싸워도 된다니까."
언데드들에게 살아 있는 생명은 곧 적.
아군을 공격할 리는 없었으니 놔두더라도 가까이 있는 데커드의 군대를 공격하게 된다.
일일이 명령을 내리거나 적진을 파괴할 전술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
이 땅은 이미 죽음의 대지가 되었다.
"그럼 수확이나 해 볼까. 시체 폭발!"
위드는 데커드의 군대가 모여 있는 곳이면 시체를 폭발시켜서 큰 피해를 주었다.
"끈적거리는 피, 종말의 안개, 파고드는 핏빛 화살!"
실컷 흑마법을 쓰면서 데커드의 군대를 괴롭혔다.
쭉쭉 쌓여 가는 경험치!
흑마법이나 언데드 계열의 마법 스킬 숙련도도 쌓일 수 있었지만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니라서 유감이었다.
"내 적성에는 흑마법사나 네크로맨서가 꼭 맞는 것 같기도 한데 말이야."
위드의 직업이 만약 조각사가 아니었다면 인간 군대를 상대로 행패를 부리다가 타락했을 게 틀림없었다.
영락없이 마왕을 소환하는 일이 벌어졌으리라!
"네크로맨서는 어디 있나!"
"저, 저자다!"
언데드 사이에서 분투를 펼치던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뒤늦게 위드를 발견했다.
"네크로맨서만 죽이면 끝난다. 저쪽으로 공격을 집중하자!"
"용병들과 중장갑보병들이여, 모두 돌격! 승리가 눈앞에 있다."
언데드들과는 싸우나 마나였기 때문에 데커드의 군대는 위드를 향하여 일제히 몰려왔다.
막는 언데드들이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다크 룰, 데스 오라의 살벌한 위력!
전투가 펼쳐지는 대지가 어둡고 침침하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언데드들은 싸울수록 점차 강성해진다.
네크로맨서의 실력이 훌륭하면 군대의 규모가 클수록 취약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마는 것이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위드를 향하여 마법 공격을 시도하려고 했다.
마법의 융단폭격이라면 네크로맨서를 직접 타격할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그러나…….
띠링!
- 마법이 방해받았습니다.
이 지역의 모든 마나의 흐름은 네크로맨서에 의해 지배되고 있습니다.
마나 역류 현상에 의해 생명력이 21%, 마나가 36% 손실되었습니다.
손실된 마나는 네크로맨서에게 흡수됩니다.
바르칸의 3대 마법 중의 하나인 절대 마법 방어!
마법사들은 자리에서 쓰러졌다.
"커억…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냐."
"믿을 수 없어. 저놈은 도대체 누구야!"
"절대 마법 방어! 이런 건 최소 피의 네크로맨서나 되어야 가능하다고… 다른 조건도 너무 높아서 그로비듄 님조차도 이루지 못한 단계인데?"
"저 로브를 봐.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위드가 착용하고 있는 장비들이 비로소 마법사들의 눈에 들어왔다.
"불사의 군단?"
"바, 바르칸의 풀세트다!"
"전쟁의 신 위드다!"
바르칸 데모프와의 인연, 그의 모든 장비를 가지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네크로맨서 스킬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위드밖에 없다.
일찍이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위드가 네크로맨서로서 활약하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바드레이와 위드 간에 싸움이 붙어도 웬만하면 자신들이 지진 않는다.
조각 변신술을 써서 어떤 직업이나 종족으로 변하더라도 바드레이의 무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네크로맨서 상태에서만큼은 끝없이 덤벼드는 언데드로 인하여 바드레이 단독은 물론이고 친위대가 같이 있더라도 밀릴 가능성이 있다.
복합적인 여러 조건이 뒤따라야만 만들어지는 불리한 상황이겠지만,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 네크로맨서 위드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자신들을 표적으로 삼았다니!
끝없이 일어나는 언데드들은 포르모스 성의 병력을 갉아먹으며 더욱 강력해졌다.
반 호크와 암흑 기사단은 엄청난 위세로 전장을 가로지르며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을 빠짐없이 척살했다.
석
★★★★★★★★★★★★★★★★★★★★★★★★★★
"크에……."
"피, 피를 원한다."
위드가 이끄는 언데드의 군대는 데커드의 군대를 전멸시키고 포르모스 성으로 진격했다.
"언데드의 습격이다!"
5만 암흑 군단의 진군.
언데드들은 휴식을 취할 필요가 없어서 매우 빨리 도착했다.
시커멓고 흉흉한 데스 오라를 감싸고 있는 언데드 대군이 풍기는 느낌은 예사롭지 않았다.
위드가 데커드의 군대를 격파하고 포르모스 성으로 온다는 소문이 그사이에 쫙 퍼지게 되었다.
일반 유저들은 성 밖에 잔뜩 나와서 구경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 내기나 할까. 누구한테 걸래?"
"위드에 3골드."
"난 700골드."
"야, 난 2억 골드 건다."
포르모스 성의 수비 병력 1만.
단기간에 함락하지 못하면 하벤 제국의 군대와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벌 떼처럼 몰려오게 될 것이다.
위드는 네크로맨서 마법을 썼다.
"모든 마나의 흐름이여, 지금 생명들의 종말을 제물로 바치나니 소멸과 거스름의 원리에 따라서 움직여라!"
절대 마법 방어!
언데드에게 해로운 마법은 일절 실행되지 않는다.
마법력의 한계에 따라 위드를 중심으로 반경 400미터까지 영향을 주었으며, 언데드들에 의해 살아 있는 생명의 제물을 계속 필요로 했다.
위드는 최종 명령을 내렸다.
"가라, 언데드들아. 남김없이 쓸어버려라!"
성벽을 기어오르는 스켈레톤들은 화살을 맞아도 떨어지지 않았으며 겁을 내지도 않았다.
구울들은 몸을 뭉쳐서 성문을 공격했으며, 둠 나이트들은 하늘을 나는 해골마를 소환하여 단숨에 성벽 너머까지 뛰어올랐다.
위드는 데스 오라를 통해 회복되는 마나를 바탕으로 마법을 난사했다.
"어둠의 잔재, 서리의 토양, 단체 눈멀기, 지옥흡혈충 소환!"
포르모스 성의 수비병들을 향한 악독한 마법들의 시전.
성안에는 헤르메스 길드와 베덴 길드의 유저들이 상당수 있었지만 완전한 체제를 갖춘 언데드의 위력에 의해 하나 둘 목숨을 잃었다.
이윽고 그 시체는 둠 나이트급의 강력한 언데드가 되어서 일어난다.
지원군이 충분히 몰려오기도 전에 포르모스 성의 수비병은 완전히 격파되었다.
5만 대 1만의 전투였지만, 위드의 지휘력과 데스 오라에 의해 무섭게 빨라지고 강해진 언데드들의 파상 공세에 의해 성의 수비 병력은 괴멸되었다.
"으아……."
"언데드들은 진짜 끝장이다. 네크로맨서로 진작 전직할걸."
지켜보는 유저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언데드들은 화살이나 검을 겁내지 않았으며, 적들에게 5~6명씩 돌진하여 싸운다.
그것은 자신의 목숨을 지키려고 하는 일반적인 전투와는 아주 다를 수밖에 없었다.
위드는 지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언데드들을 지배하였고 성벽에 있는 병력을 고립시켜서 해치웠다.
포르모스 성을 지키기 위한 성벽이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상태로 만들었다.
- 하벤 제국의 포르모스 성이 함락 되었습니다.
모든 수비 병력이 궤멸되었습니다.
침략자의 군대는 이 성의 주민들에게는 불행하게도 리치입니다.
그는 지독한 공포를 심어 줄지도 모릅니다.
물론 공포를 느끼는 것도 살아남은 이후의 일이 되겠지만…….
- 리치 네크로맨서로서 언데드를 지휘하여 성을 정복했습니다.
신앙심이 24 감소하였습니다.
명예가 17 줄어들었습니다.
용기가 13만큼 사라졌습니다.
신의 축복이 오늘부터 41일간 부여되지 못합니다.
악명이 15,391만큼 증가했습니다.
죽은 자의 힘을 311 얻었습니다.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힘 스킬이 초급 5레벨이 되었습니다.
"엄청난 피해로군."
정상적인 정복이라면 명예나 통솔력, 상당한 전투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었다.
기사나 검사는 흔히 전투 스킬, 혹은 지휘 스킬을 터특하기도 한다.
"아쉽지만 이것도 경험이니까. 그래도 네크로맨서로서 자주 활약하진 못하겠어. 뭐, 이 짓도 많이 할 건 아니었지만."
포르모스 성을 정복하더라도 위드가 중앙 대륙의 외딴섬이나 다름없는 이곳을 유지하거나 지킬 수는 없다.
구경하던 유저들 모두가 포르모스 성을 최후를 떠올렸다.
"끝났어. 오늘부로 포르모스 성은 사라지게 되겠네."
강력한 언데드 군단을 바탕으로 주민들에 대한 철저한 살육과 방화로 초토화를 시킬 것으로 생각했다.
언데드 군단에게 명령을 내려서 건물을 파괴하고 성벽을 복구 불가능한 수준으로 무너뜨려 놓을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하벤 제국에 최대의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목숨을 잃으면 그만큼 경제력에 손실을 입고, 농부와 장인 등의 생산량마저도 사라진다.
이 지역 전체의 지배를 불안정하게 만들어서 제국의 통치에 큰 차질을 주게 된다.
베르사 대륙에서 가장 발전된 곳 중의 하나인 포르모스 성을 지도에서 영원히 지워 버릴 수 있는 기회.
위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감정적인 복수보다는 돈이 최고지, 뭐."
항상 실리를 생각하는 습관.
"똑바로 줄을 맞춰서 걸어라. 지금부터는 최대한의 속도로 움직인다."
위드는 언데드의 대군을 이끌고 포르모스 성의 무기고와 물자 창고를 털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병장기들, 그리고 곡식과 말을 비롯한 보관품들.
포르모스 성에서 모은 재력이 엄청나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막대한 양의 철과 은, 마법이 봉인된 아이템들이 쌓여 있었다.
상인 출신의 영주 데커드가 훗날 가격이 오르면 팔아먹기 위해 매입해서 쌓아 놓은 것으로 보였다.
"반 호크."
"알았다. 다 불태워 버리겠다."
"너 미쳤냐. 어서 데스 나이트들에게 마차나 수레를 만들라고 해. 최대한 실어 가자. 그래 봐야 십분의 일도 못 가져가겠지만."
"……"
기껏 성까지 정복하고 난 이후의 목적은 살육과 방화가 아니었다.
포르모스 성의 창고를 약탈하고 나서, 언데드 군단은 고스란히 물러났다.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합리적으로 생각해야지. 주민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
베르사 대륙의 주민들을 죽여 봐야 쌓이는 건 무시무시한 악명뿐이다.
위드가 네크로맨서로 잠깐 활동하고 얻은 총 악명이 3만을 넘어갈 정도였으니 불필요한 악명을 추가로 얻는 건 결코 원치 않았다.
사막의 대제왕 시절에야 그때의 짧은 활약으로 끝나는 것이었으니 도시를 불태우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와서 도시를 태워 봐야 얻는 건 무의미한 화풀이나 불장난에 불과했다.
"이 지역 유저들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말이야. 여전히 내 목에 걸린 현상금을 노리고 있겠지만 그래도 상부상조의 정신을 발휘해 줘야지."
아무리 치사하고 더러운 집이라고 해도 성실하게 우유와 신문을 넣어주면서 쌓은 인내심.
위드에게는 베르사 대륙이 직장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직장 상사를 잘못 만났다고 해도 참으면서 살아야 했다.
그리고 틈틈이 뒷담화를 하거나, 혹은 절묘하게 뒤통수를 잘 치면 되는 것이다.
위드가 약탈하고 떠난 성의 창고에 유저들이 모여들었다.
"으아… 이렇게 많이 쌓여 있었냐? 헤르메스 길드, 베덴 길드. 참 지독한 놈들이다."
"근데 지키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경비병들과 기사들은 몰살.
유저들은 슬금슬금 다가가서 창고에 남은 물건들을 하나 둘 집어 들었다.
"얼마짜리야?"
"엄청 비싼 거다. 빛을 내는 구슬이잖아."
"훔쳐 가도 괜찮을까? 놈들이 보복을 할 텐데."
"누가 했는지 어떻게 알겠어. 이 성의 유저들을 다 죽이지도 못할 거 아냐?"
그 다음 순간, 유저들은 포르모스 성의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쓸어 담기 시작했다.
내성에 걸려 있는 골동품과 예술품을 비롯하여 양탄자까지도 전부 약탈했다.
하벤 제국에 소속되고 나서 세금과 사냥터 입장료 등이 엄청나게 올랐다.
안 그래도 악감정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판인데 기회가 생기니 한 몫 챙기는 데 주저함이 있을 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