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44권 : 7) 라투아스의 보상 (304/520)

7) 라투아스의 보상

어쩔 수 없는 반란 완료.

하벤 제국 주민들의 집단 봉기는 뜻밖에도 식량을 구하지 못해서 일어난 것이었다.

과중한 세금과 텅 빈 곡물 창고, 낮아진 치안으로 들끓는 도적단으로 인하여 식량 수송 마차가 제때 도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시 반델룬은 주민들이 반란을 일으켜서 10,392명이 사망하였다.

생산 시설은 큰 피해를 입고 가동률이 49% 감소했으며, 치안은 옆집 이웃조차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하락했다.

 - 퀘스트의 보상으로 스텟이 늘었습니다.

   힘이 4 증가하였습니다.

   지혜가 3 상승했습니다.

   생명력의 최대치가 200만큼 늘어났습니다.

"이번에는 제국에 피해를 입히는 퀘스트였나."

바드레이는 흑기사의 퀘스트를 조심해서 진행해 왔다.

넓은 제국 내에서 때때로 반란군을 소탕하기도 하며, 어떤 때에는 무고한 이들을 부추겨서 희생시킨다.

반델룬으로 가는 식량을 끊은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드레이였다.

황제 직속의 도적 떼를 만들어서 그들을 조종하여 도시 내에 식량 부족 사태를 일으켰다.

'이건 함정일까? 아니면 직업에 따른 페널티가 드러나고 있는 것일지도.'

바드레이는 흑기사의 직업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뛰어난 전투 재능과 큰 야망을 가지고 있어서 빨리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직업.

황제가 되고 난 이후에는 미심쩍은 퀘스트가 생겨났다.

제국의 치안이 불안정해지면, 불안과 불신에 의한 통치 퀘스트가 발생했던 것이다.

충성도가 낮은 부하들을 은밀하게 처형하거나 도시의 불안을 부추기는 일.

흑기사 직업의 최대 폐해로, 페널티라고도 볼 수 있다.

퀘스트를 실행하면 하벤 제국의 상황을 조금씩 악화시킨다.

심상치 않은 퀘스트 내용들이 이어져서 중단하려고 하면 의외로 하벤 제국에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반란군이 들끓는 지역에 아주 작은 퀘스트를 완수한다고 해서 전체적인 대국에서 바뀌는 것은 별로 없었으며, 오히려 그 지역을 안정화시킬 때도 있었던 것이다.

"함정으로 보기에는 너무 미묘한 퀘스트로군. 그러나 내 직업이 흑기사라는 점이 걸려."

흑기사 퀘스트의 대가로 사냥으로 얻기 힘든 스텟이나 추가 보상을 받을 수가 있었다.

퀘스트의 난이도가 높지도 않은 데다 빠르게 완수할 수 있다는 점은 훌륭했다.

"그럼에도 이건 몰락으로 이어지는 잘못된 유혹 같기도 하다."

바드레이가 의심을 할 정도로 퀘스트의 대가는 어쨌든 컸다.

평화 시라면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않았겠지만, 심각한 반란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은 별로 손해가 없었다.

하벤 제국의 말을 듣지 않는 주민들과 병사들은 없어지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주민들이 피해를 입더라도 제국의 근간은 헤르메스 길드이기 때문이다.

작은 도시의 내정이 나빠지더라도 황제의 직할지가 아닌 다른 영주의 영토는 바드레이의 이익과 관련이 없었다.

'나는 황제다. 그리고 동시에 헤르메스 길드를 이끄는 수장이기도 하다.'

바드레이는 흑기사 직업 퀘스트에 대한 의심을 계속 갖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진행해 왔다. 그러나 언제든 그만둘 준비는 하고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 체제가 완벽하진 않다. 그리고 1년, 혹은 2년 안에 어쩌면 누군가가 물밑에서 큰 세력을 형성해서 내게 도전하게 될지도 모르지."

헤르메스 길드를 다스리고, 하벤 제국에 황제로서 정통성을 드러내려면 강력한 무력은 필수.

흑기사란 직업이 배반과 모략으로 황제의 지위를 얻는다고는 해도, 끝없는 강함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바드레이는 흑기사의 직업이 가진 장점을 충분히 누리기로 했다. 그리고 발생한 새로운 퀘스트.

띠링!

『 황제의 성스러운 선택

제국을 통치하기 위한 존엄한 황제의 노력은 값진 결실을 이루어냈다.

불순분자들을 일찌감치 제거하여 제국의 암운을 걷어 냈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피의 밑거름을 뿌렸다.

흑기사 출신의 황제는 두 가지의 길 중의 하나를 선택하여야 하리라.

첫 번째의 길.

야심만만한 흑기사라면, 목표로 했던 황제가 되었다고 하여 나약함 따위는 갖지 마라.

이 영광된 자리를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도록 공포를 바탕으로 한 피와 죽음의 통치를 하라.

의심스러운 자들은 모두 죽인다면 황제의 자리는 영원히 그대의 것이다.

두 번째의 길.

제국의 혼란을 빠르게 수습하기 위해서는 넓은 포용력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현명한 황제는 적을 설득하고 받아들여서 아군으로 삼는다.

모든 백성들을 위한 통치를 하여 제국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하라.

난이도 : 황제 한정 퀘스트.

퀘스트 제한 : 흑기사 출신의 황제.

              불안정한 제국의 치안과 반란군 출몰.

              흑기사 연계 퀘스트의 완료

보상 : 두 가지의 길을 선택함에 따라 하벤 제국의 통치력에 영향을 미침.

 [ 첫 번째 길을 선택하였을 때에는 보상으로 반란군들이 선명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황제인 당신에게 특별한 눈이 주어집니다. 마음을 꿰뚫어보는 눈은 조금이라도 

  반란의 음모를 꾸미는 자들을 보면 붉게 표시할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반란자들을 죽일 때마다 치안과 공포가 상승합니다.

  개인의 무력과 통치력이 증가할 것입니다. 하지만 때때로 그 눈은 지나친 의심에

  의해 선하고 순수한 이들까지도 나쁘게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반란의 음모를 꾸미는 자들을 보고도 내버려 두고 처리하지 않는다면 불안감에

  의해 전투 능력이 저하될 것입니다. 불안감이 많이 쌓이면 신체적으로 중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

 [ 두 번째 길을 선택하였을 때에는 보상으로 화술과 위엄과 관련된 스킬을 마스터의 수준으로 발휘하게 됩니다.

  황제의 존엄에 의하여 반란군들의 불만이 빠르게 잦아들 것입니다.

  전투 중에 투항하는 자들이 늘어날 것이며, 패배한 자들은 원하지 않더라도 제국의 통치에 수긍하게 될 것입니다.

  제국 내의 모든 생산 시설의 효과를 영구적으로 4% 증가시킵니다.

  제국 내의 거주지의 효과가 증가 합니다. 주민들은 더욱 편안히 쉴 수 있습니다.

  상업의 발달이 촉진되며 실전된 기술의 복원이 빨라집니다.

  제국민들을 위한 치안과 경제력 회복이 이루어지면 맹목적으로 황제를 추앙하는 무리가 나타나게 됩니다. ]

*주의! 

 선택하게 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열흘 안에 결정할 수 있습니다. 』

바드레이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이번 퀘스트야말로 정말 엄청나다."

조마조마하며 퀘스트를 수행했던 것이 우스워질 정도였다.

"제국의 황제에게 주어지는 혜택이었구나 그렇다면 어느 쪽이든 좋지 않은가?"'

첫 번째의 길은 다분히 전투 쪽에 치우쳐 있었다.

무신 바드레이의 입장에서는 반가울 수도 있는 방법이다. 다른 유저들과의 격차를 현저하게 늘려서 강함을 지금보다 더욱 과시할 수 있으니까.

하벤 제국에 피해가 생기더라도 당장 반란군을 제압하기에는 좋을 것이다.

제국의 피해를 개인의 이득으로 바꾸는 길.

두 번째의 길은 하벤 제국을 위한 선택이었다.

어려운 제국의 상황을 개선시키며 내정을 수습하고 발전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황제에게 특별히 주어지는 혜택은 없지만 하벤 제국이 안정된다면 전체적으로 보면 큰 이득이다.

"어느 쪽이 좋을 것인가."

바드레이는 사냥도 잊고 두 가지의 길에만 골몰했다.

욕심은 단연 첫 번째의 길이다.

위드는 사막의 대제왕으로서 활약을 하여 팔로스 제국을 세웠다.

무신이라고 불리는 자신이 그보다 더 낮은 업적을 가지란 법은 없다.

황제로서 넓고 크게 보기보다는 압도적인 무력을 갖는 것이야말로 오랫동안 강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끝없는 강함의 추구와 그로부터 비롯되는 무한한 명예.

바드레이에게는 달콤한 수 있는 유혹이었다.

현명한 황제가 되는 길 역시 끌린다. 제국이 발전한다면 헤르메스 길드의 수장인 자신에게 좋은 일이었으니까.

오직 한 번밖에 선택할 수 없으며, 그 판단이 앞으로 수년간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에 신중해졌다.

하루, 이틀 고민의 시간이 흘렀다.

사냥을 하면서도 퀘스트의 결정 때문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바드레이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 자리에 올랐다. 내 힘으로도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지 않은가."

황제의 자리를 지키는 일도 스스로 해내면 된다.

강함에 대한 유혹은 틀림없이 매력적이지만 첫 번째의 길은 그에 대한 부작용도 가지고 있었다.

바드레이는 욕망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열흘간 고민하면 결국은 첫 번째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좋아지려면 두 번째의 길을 선택하는 편이 옳겠지."

욕심과 이성.

마음은 매순간마다 바뀌었다.

바드레이는 사흘째 되는 날 결정했다.

"두 번째의 길을 선택하겠다."

 - 황제의 성스러운 퀘스트에서 두 번째의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결정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두 번째의 길을 선택한다."

띠링!

 - 제국을 위하여 두 번째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넓은 포용력으로 제국민들을 위하는 현명한 황제의 길입니다.

   황제를 우러르고 칭송하는 사람들로 도시가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흑기사의 야망이 이를 거부합니다.

   현명한 황제의 길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선택에 실패하셨습니다.

"이게 뭐야."

바드레이는 몇 번이나 다시 두 번째의 길을 결정했다.

누가 잘못된 단추는 다시 꿸 수 없다고 했던가, 흑기사이기 때문에 퀘스트의 선택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

★★★★★★★★★★★★★★★★★★★★★★★★★★

위드는 당당하게 드래곤 라투아스를 올려다보았다.

"이것이 저의 조각품입니다."

 - 실로… 인간의 의지와 능력이란… 불가사의할 정도로구나. 내가 주었던 은과 금, 그런 하잘것 없는 것들이 이렇게 아름답게 변할 수 있다니.

라투아스는 유스켈란타의 조각품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의뢰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것입니까?"

 - 나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 조각품은 내가 본 것 중에 최고이며, 앞으로도 나에게 더 이상은 있을 수 없다.

띠링!

 『 실버 드래곤 유스켈란타 완료

드래곤 라투아스는 조각사의 능력에 감탄했다.

그는 당신을 최고의 예술가로서 인정하고 존중할 것이다. 』

 - 라투아스가 당신을 최고의 예술가라고 선언했습니다.

   명성이 38,398만큼 늘어났습니다.

 - 라투아스가 인간의 도움을 받았기에 공적치 4,464만큼을 인정합니다.

'뭐, 이 정도야…….'

위드는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다론 역시 드래곤 앞임에도 불구하고 허리와 어깨를 쫙 펴고 있었다.

"성공했습니다. 이게 다 제가 잘난 탓…은 얼마 안 되고, 다론 님 덕분입니다."

"후후후, 자네와 함께한 덕분에 일생일대의 작품을 만들게 되었군."

다론이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위드는 악착같이 버텨 오던 그가 조각품이 완성되고 난 이후에나 간다고하니 시원섭섭했다.

그래도 어려운 조각품을 함께 만든 동료라서 아쉬운 마음이 적지 않았다.

"다론 님이 저보다 더 많이 해내셨습니다. 다론 님이 없었다면 저 혼자는 해내지 못했습니다."

"자네는 앞으로 더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 내겠지. 대륙의 조각술을 잘 이끌어 가 주길 바라겠네."

다론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

조각 부활술은 또다시 큰 역할을 해주었다.

나름 인맥이 상당한 편이었으니 부활시킬 만한 영웅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다.

'시기적절하게 잘 써먹어 줘야지. 인생은 잔머리로 사는 거야.'

위드는 드래곤 라투아스에게 고개를 숙인 채로 뒷걸음질 쳤다.

"많은 실례를 했습니다. 그럼 이만……."

쥐꼬리처럼 작은 목소리로 작별 인사를 했다. 마침 입구에 조각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슬며시 산을 내려가려는 작전이었다.

레어를 떠나려는 찰나!

라투아스의 머리가 낮춰져서 위드에게 다가왔다.

 - 인간이여.

"네, 넷?"

절로 식은땀이 흘렀다.

'걸렸구나. 역시… 조금만 챙기는 거였어!'

조각품을 만들면서 헬리움과 금을 제법 빼돌렸다.

이성은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탐욕스러운 본능을 이길 수가 없었다.

물론 변명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그냥 재료를 챙긴 게 아니라 작은 조각품으로 만들었다.

라투아스에게는 기념품이라고 둘러낼 작정이었고, 심지어는 유스켈란타의 조각품 밑바닥에 붙일 수도 있었다.

'퀘스트는 충분히 잘해 주었다. 나도 나름 조각사로서 사자 돌림의 전문직이잖아. 그렇다면 정당한 인건비는 받아야지.'

갑옷은 아니더라도 장갑이나 부츠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헬리움을 빼돌리고, 금괴도 100킬로를 챙겼다.

막대한 양이었지만 드래곤이 내놓은 것에 비하면 적었다.

 - 너에게 할 말이 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저는 선약이 있어서……. 보상을 해 주실 거라면 마음만 받아 두어도 좋습니다. 좋은 뜻에서 한 일인데 그걸 꼭 따져 가면서 수당을 챙겨 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 너에게는 쓰다 남은 조각 재료들이 있지 않은가.

위드는 가슴이 뜨끔했다.

정확한 양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조각품에 얇게 펼쳐서 발랐음에도 불구하고 걸리다니!

자신의 직업이 조각사였지만 도둑이나 암살자 같은 직업은 공식적으로 사기나 소매치기 스킬 등이 있었다.

대상이 알아차리지만 않는다면 적대도도 쌓이지 않고 재물을 취할 수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웬만한 도둑이나 암살자도 통 크게 드래곤을 상대로 해 먹는다는 생각은 못했으리라.

"조금 있긴 합니다만… 미처 깜박하고 조각 재료들을 반납을 못 했습니다."

위드는 배낭에서 금덩어리를 꺼냈다.

서너 개를 꺼냈는데도 드래곤의 얼굴은 변함이 없었다.

'다 알고 있구나. 지능이 높을수록 어렵다더니.'

가지고 있는 금덩어리들을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하나씩 계속 꺼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아직도 더? …얼마나 알고 있는 거야. …이런 날강도 같은 드래곤!'

배낭에서 나온 금덩어리가 수북하게 쌓였다.

조각 부활술까지 쓰느라 조각품을 만들기 위한 희생이 만만찮았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수고비도 안 주겠다는 태도가 아닌가.

위드가 몰랜 챙긴 금덩어리가 전부 나왔는데도 드래곤은 엄숙하게 말했다.

 - 헬리움은 인간 세상에서 함부로 돌아다녀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인간들에게 대단한 가치가 있는 재료를 허락 없이 가져가서는 안 된다.

헬리움!

위드에게 있어서는 최후까지도 걸리고 싶지 않은 재료였다.

'확 시간 조각술을 쓰고 튀어 버려? 시간 조각술을 쓰면 못 잡을 텐데. 문제는 아주 먼 곳까지는 도망치기 힘들다는 점이지만.'

그렇지만 대단한 반전이 있었다.

 - 그러나 인간이여, 그대가 나에게 준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대가 원한다면 나에게 유스켈란타의 조각품을 만들어 준 대가로 그것을 주겠노라.

띠링!

 - 드래곤 라투아스가 제안을 하였습니다.

  현재 조각 퀘스트를 달성하며 총 공적치가 4,462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헬리움을 가져가지 위하여 공적치 4,192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제안을

  받아 들이시면 헬리움을 당당하게 소유할 수 있스빈다.

  제안을 거부한다면 헬리움을 반납하고, 도둑질로 인해 상당한 양의 명성이 하락하며

  적대도가 생성될 것입니다.

위드는 지금처럼 빨리 설명 창을 읽었던 적도 드물 것 같았다.

"유스켈란타 님을 조각한 것은 저로서도 큰 영광이었습니다. 그 대가로 이 조각 재료를 저에게 주신다면 앞으로도 예술을 위해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 드래곤 라투아스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헬리움을 정식으로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270의 공적치가 남았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제안 수락!

과거에 얻었던 헬리움으로는 여신의 기사 갑옷을 만들었다.

유스켈란타의 조각품을 만들고 나서 남긴 헬리움으로도 갑옷 하나 정도는 더 제작할 수 있었다.

'부츠나 방패, 헬멧 같은 걸 만들어서 착용한다면 대박이다.'

레벨이 낮은 초보자 시절에도 장비발은 큰 영향을 주었다.

위드의 레벨 정도가 되면 뒤떨어지는 장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전투 능력이 상당히 향상될 수 있다.

단순히 강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몬스터의 사냥 속도에도 차이를 주었기에 더할 나위 없는 보물이었다.

정식으로 헬리움을 얻은 위드는 당당하게 라투아스를 보았다.

"저기, 금도 좀 갖고 싶습니다만."

공적치를 이용한 금 교환! 드래곤의 공적치라고 한다면 대단하기는 하지만 생각을 달리할 필요도 있 었다.

'우리가 또 언제 볼 사이라고……'

만수무강을 위해서는 드래곤 사냥을 하기 전까지는 마주칠 필요가 없는 사이.

 - 원한다면 가져가도록 하라.

띠링!

 - 드래곤 라투아스의 공적치 1에 금 50킬로그램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오오오."

50킬로그램이라면 골드로 따지더라도 엄청난 양이었다.

위드의 머리가 계산을 위해서 빠르게 회전했다.

'현재 시세가…….'

보통 황금 약 3그램의 양이 1골드로 환산되기 때문에, 1킬로그램만 되더라도 333골드에 달한다.

그렇다면 1에 해당하는 공적치를 금으로 바꾸면 1만 6,666골드를 얻을 수 있다.

전부 다 바꾸면 450만 골드 정도가 된다.

'음, 적지 않은 액수군.'

고작 270의 공적치가 이 정도이니, 획득한 헬리움의 총 가치는 역시 쉽게 계산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돈보다는 구할 수도 힘든 재료이니 여러모로 이익이라고 할 수 있지.'

위드는 말했다.

"거래하겠습니다."

모든 공적치를 금으로 바꾸어서 남은 것은 0으로 만들었다. 다시 안 볼 사이라는 점을 확시맇 한 것이다.

모든 거래를 끝내고 나서 위드는 홀가분하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드래곤 전하.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그러나 드래곤의 용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라투아스의 머리가 위드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번뜩이는 살벌한 눈동자는 공포를 가득 자아냈다.

 - 인간이여, 유스켈란타의 죽음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두둥!

위드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건 또 드래곤의 퀘스트? 그것도 조각품이 아니라 모험과 관련된 퀘스트가 발생할 징조다.'

간단한 퀘스트를 내주더라도 솜털이 솟구칠 정도로 긴장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드래곤의 죽음과 연관된 퀘스트를 밟아 가야 하다니, 그건 정말 끔찍한 악몽이었다.

위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는 미약한 조각사에 불과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설혹 알더라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 배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시치미 떼기!

'확 아픈 척을 하고 드러눕기까지 해야 되나?'

혼돈의 드래곤 아우솔레토에게서 받은 거울이 있기 때문에 대략의 상황이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드래곤 유스켈란타의 죽음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엠비뉴 교단이 관련되었을 수도 있고, 혼돈의 드래곤 아우솔레토가 원흉이었다면 놀랍지 않을 것이다.

혹은 어쩌면 그 배후의 누군가가 있었을지도…….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부족한 정보의 파편들을 모아서 전체적인 큰 그림을 알게 되리라.

'그렇다고 대륙의 평화를 혼자 지킬 수는 없잖아. 헤르메스 길드 놈들은 그사이 발 씻고 잠이나 잘 텐데.'

원래대로라면 중앙 대륙은 엠비뉴 교단을 물리쳐야 했고, 내정에도 전력을 다해서 힘을 쏟아야 했다.

북부는 사정이 좋았다지만 엠비뉴 교단이 한창때에 대륙에 끼친 피해는 그만큼 막심했다.

그렇지만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를 하면서 자신이 엠비뉴 교단을 대신 처리해 주며 문제들이 말끔하게 해결되었다.

중앙 대륙의 발전도가 높아졌고, 역사가 뒤바뀌면서 부서진 도시들도 회복되었다.

하벤 제국은 그 여유를 모아 북부로 침략도 할 수 있었다.

평생 할 착한 일은 이미 다 한 느낌이었다.

드래곤 라투아스가 냉정한 눈으로 위드를 살폈다.

띠링!

 - 퀘스트 '드래곤 라투아스의 조사관' 을 진행하기에 자격이 모자랍니다.

  최소 480의 레벨이 필요합니다.

  기품과 용기는 400 이상으로 필요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주요 전투 스킬이 고급 7레벨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퀘스트를 부여받지 못합니다.

 - 아직은 시기가 이르기는 하군. 그대의 능력도 앞으로 벌어질 일을 대비하기에는 모자라다. 언제든 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내게로 찾아오라. 그대가 나서든 나서지 않든 때가 되면 일은 벌어지게 될 것이다. 유스켈란타가 끝까지 지키려고 했던 인간들이여…….

"감사합니다."

위드는 역시 배운 드래곤이라 다르다며 레어를 서둘러 빠져나왔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거나 말거나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한시가 급한 노가다 현장에서도 농땡이칠 구석은 있는 법.

절대로 끼고 싶지 않았다.

★★★★★★★★★★★★★★★★★★★★★★★★★★

꽈아아아아앙!

"동쪽으로 피해요!"

"수풀 속으로 들어갑시다."

"안 돼요. 그냥 다 짓밟혀서 죽을 거예요!"

진홍의 날개 길드에서는 퀘스트를 전전하다가 거인들이 사는 땅에 도착했다.

테로스와 그의 동료, 그리고 방송을 보고 참여한 탐험대 수백 명과 함께였다.

"베르사 대륙이 아닌 다른 세계? 호기심이 생기는군."

"신대륙이 아닙니까? 뭐가 있든 먼저가서 말뚝을 박는 사람이 임자라고 할 수 있죠."

유저들 중에는 진홍의 날개 길드 소속원도 상당수 있었는데, 그들은 모험을 통해 다시금 재기를 꿈꿨다.

세력은 일구지 못하더라도 명예만큼은 되찾기를 바랐다.

테로스는 사람들로부터 더 이상 욕과 악플을 당하지 않게 된다면, 북부에서 새로운 터전을 일구어서 영주가 되겠다는 꿈을 밝혔다.

여기저기서 푸대접이나 받던 진홍의 날개 길드원들은 그래서 재결합할 수 있었다.

정상적으로는 죽은 자의 손톱으로 만든 배를 타고 와야 했으나, 퀘스트를 통해서 지하 가시덤불 숲을 지나 거대한 지렁이를 통해 거인족의 세상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거인들은 개개인의 레벨이 700을 넘어서는 엄청난 강자들.

신들이 인간계와 거인계를 분리해 놓은 까닭이 이해될 정도로 터무니없이 강했다.

'조그…만… 벌레… 맛…있게 생겼…다."

거인들은 유저들을 잡아먹었다.

다행인 점은, 1~2명을 먹고 나면 맛이 없다면서 나머지는 도망치더라도 내버려 두었다.

거인들이라고는 단 하나도 처치하지 못하고 도망 다니는 탐험대!

방송국에서는 모험을 중계하면서 평균 1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안정적으로 기록했다.

거인족의 세상을 헤매고 다니면서 원정대에서 사냥할 수 있었던 건 큰 쥐와 잠자리 등에 불과했다.

거인들이 1~2명씩 돌아다녔으며, 또한 인간들의 덩치가 작아서 숨기가 편하다는 점이 최적의 장점이었다.

끈질긴 약 한 달간의 탐험.

7할이 넘는 유저들이 1회 이상 목숨을 잃어버렸을 정도로 피해가 막심했다.

인간계로 돌아가고 싶어도 쉬이 다시 길을 찾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찾게 된 몇 가지의 엄청난 단서가 있었다.

 - 모험가 로드시커가 이곳을 먼저 다녀갔다. 그가 찾아온 이유는 대지의 여신 미네의 교단의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 베르사 대륙 서쪽 바다의 건너편 어딘가에는 거인들이 만들어 놓고 잊어버린 신대륙이 있다.

 - 새로운 대륙은 몬스터와 마법의 장벽으로 인해서 막혀 있다.

 - 거인들은 베르사 대륙에서 엄청난 양의 황금을 캐서 신대륙으로 가져갔다.

신대륙!

베르사 대륙의 주민들 사이에서는 가끔 이런 이야기가 돌아다녔다.

"대지의 여신 미네 님은 무척 부지런한 분이신데… 세상에 오로지 이 대륙 하나밖에 없을까?"

"옛날 우리 아버지도 모험가였지. 바다를 통해서, 혹은 어떤 마법의 문을 통과하면 새로운 세상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셨어. 그러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지."

주민들 사이에서 신대륙이 언급되곤 했지만 구체적인 퀘스트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모든 유저들이 신대륙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었다.

베르사 대륙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거대한 세상이다.

북부 탐험도 한창 이루어지고 있으며, 남부나 서부의 개척도 덜 되었다.

그렇지만 꿈을 좇는 모험가들에게는 새로운 대륙에 대한 부푼 기대감이 있었다.

신대륙의 개척자!

위드가 아르펜 왕국을 건국한 것처럼 그곳의 주민들이 있다면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 보겠다는 큰 포부.

거인들의 땅에서도, 비록 단서에 불과하지만 신대륙이 확실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도 테로스와 진홍의 날개 길드에서는 대박을 터트린 것이었다.

신대륙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한 그들의 모험은 날로 유저들의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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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사막지대.

"몬스터 지대를 우회하면 지름길이 있어서 이곳까지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습니다."

벤이 사막 전사들에게 조언을 했다.

열흘 안에 몬스터의 습격으로부터 사막 도시 부하레스를 구원해야 했다.

대지의 그림자 파티에서는 사막 전사들의 길잡이가 되어 장애물들을 해소하며 그들에게 도움을 줬다.

사막 부족들을 포섭하고, 사막의 대제왕 퀘스트 14단계의 마지막까지 달려오고 있었다.

흩어져 싸우던 수많은 사막 부족들이 사막 전사들의 용맹으로 뭉치는 퀘스트!

그리고 그들은 혼자가 아니었다. 먼 북부에서 온 유저들이 사막의 대제왕 퀘스트를 뒤늦게 진행하며 대지의 그림자 파티와 힘을 합치기로 했다.

검오치와 수련생들!

사막의 대제왕 퀘스트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거친 사막 전사 바에브치, 킴초, 헤우스.

비겁하고 거친 사막 전사들을 때려서 굴복시키고 퀘스트에 중간에 끼어들었다.

태양에 피부가 검게 탄 검오치가 말했다.

"그냥 갑시다."

"예?"

"몸도 뻑뻑한데 다 때려잡으면서 가지요."

검오치를 따르는 수련생들!

그들은 저마다 쌍복낙타를 끌고 휘어진 칼을 차고 있었다.

오직 전투밖에 없는 대제왕 퀘스트에 참여해서 레벨도 제법 올리고 스킬도 여러 개 습득했다.

강한 몬스터가 보이면 낙타를 타고 돌격해서 몽땅 처리해 버리고 나서야 원래 가야 할 길을 갔다.

검십구치가 말했다.

"우린 꼭 현대에 태어나지 않았아도 괜찮았을 것 같아."

검이백팔치도 동감이었다.

"그렇죠, 뭐. 사막 생활도 해 볼 만한데요. 햇볕이 쫌 뜨겁긴 해도 경치가 막힌 곳 없이 탁 트여서 편안하고."

"어릴 때 공부도 안 시킨다더라."

인간이 쌓아 올린 문명이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검오치와 수련생들!

그들은 사막의 대제왕 퀘스트를 하며 거친 야성을 폭발시켰다.

상체에는 전사들을 상징하는 문신과 흉터 자국이 가득했다.

검오치가 죽기 직전까지 당하다가 치료도 하지 않고 간신히 살았더니 커다란 흉터가 생겼다. 그걸 보고 나서 다들 부럽다며 일부러라도 벗고 다니면서 멋진 흉터들을 만든 것이다.

어딘가 갈수록 여자들과는 멀어지는 모습이었다.

"우리 대제왕 퀘스트를 끝내면 뭘 하지?"

"그땐 중앙 대륙이라도 털어 보죠. 헬멧 길드 놈들을 쓰러뜨리는 맛이 있지 않겠습니까!"

대지의 그림자 파티와 사막 전사들이 지나가고 나자 엄청난 모래 폭풍이 다가왔다.

사막이 자랑하는 낙타 기병!

전쟁의 시대를 강타했던 팔로스 제국의 재건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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