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위드의 이익
위드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상대로 싸우며 스스로의 강함을 증명했다.
"놈이 나타났다!"
누렁이와 단 둘이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습격했을 때였다.
6명이 모여 있었던 자리에 빠르게 두 개의 파티가 합류했다.
총 21명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 암살자와 레인저, 마법사, 기사, 전사, 워리어, 샤먼, 사제의 최대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합.
"속전속결!"
"놈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막아."
"이 자리를 무덤으로!"
위드에게 계속 습격을 당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오히려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다른 두 개의 파티가 땅 속과 수풀 사이에 숨어 있다가 튀어나오며 퇴로를 막았다.
"화염의 일그러진 소용돌이!"
합동 대인 공격 마법까지 발동됐다. 전후좌우에서 일어나는 화염의 기둥!
"음머어어어어!"
유난히 불을 두려워하는 누렁이었다.
웅장한 화염 소용돌이에 의해서 생고기가 되어버릴 위기!
위드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에게는 이미 공포의 대명사처럼 불렸다.
전쟁터와 중앙 대륙에서 헤르메스 길드를 좌절시키고 그렇게 많이 사냥을 해왔는데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적들이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위드의 눈은 화염을 넘어 상대가 착용한 장비들을 보고 있었다.
'펠리컨의 팔찌. 저건 희귀 아이템이다. 시작 경매가가 최소 천만 원이 넘어가는… 견적은 확실하게 뽑혔다.'
위드는 과거 본 드래곤과의 하늘에서의 승부나, 바르칸을 해치우고, 혼돈의 대전사 쿠비챠를 사냥했을 때의 쾌감을 헤르메스 길드를 통해서는 느끼지 못했다.
"콜 데스 나이트 반 호크, 콜 뱀파이어 로드 토리도!"
반 호크와 토리도가 소환됐다.
언제나 버거운 적과 함께 싸우는 충직한 부하들.
"불렀는가. 주인."
"밥값해라."
"알겠다."
반 호크와 토리도가 화염의 소용돌이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마법사를 지켜라! 장기전으로 이끌면 우리가 이긴다."
기사와 전사들이 반 호크와 토리도에게 덤벼들었다.
암사자들은 움직이지 않고 맹독을 바른 단검을 쥐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목표는 오직 위드 뿐.
"누렁아, 정면으로 가자."
위드가 명령을 했지만 누렁이는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누렁이에게는 살갗을 익히는 뜨거운 불길이 싫었던 것이다.
"음머어어어. 몸이 뜨겁다."
"빨리 싸우러 가자. 여기 있다가는 통구이가 되어버릴 거야."
"주인, 무섭다. 싸우고 싶지 않다."
"원래 소는 하고 싶은 대로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거야."
"그래도 싫다. 목숨을 잃을 것 같아서 두렵다."
"어서 움직여. 내가 약속하지. 절대 여기서 널 죽지 않게 하겠다."
"주인……."
"똑똑히 들어. 이렇게 쎈 불에 죽으면 육즙이 말라버리고 말 거야. 어쩌면 겉은 타고 속은 안 익을지 모르지. 소고기는 그러면 맛이 하나도 없어."
"……."
"알아들었으면 갈 거지 "
스트레스와 협박!
누렁이가 평소답지 않게 명령을 듣지 않고 뒷다리로 땅을 마구 긁었다.
"음머어어어어어어어어어!"
- 누렁이가 광란의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맷집이 230%, 힘이 410%까지 증가합니다.
고통을 느끼지 않습니다.
마법 저항력이 3배 늘어나게 됩니다.
돌격으로 적을 들이받았을 때에 소형 생명체들을 그 자리에서 밀쳐내져서
47%의 확률로 즉사, 31%가 기절시키게 됩니다.
적과 아군의 구분이 희미해집니다.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존재는 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건 폭동이야."
충직한 누렁이이지만 종족의 특성에 따라 드물게 미쳐서 날 뛸 때가 있었다.
연속된 사냥과 과도한 위험으로 인해서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 것.
이럴 때의 누렁이는 친한 금인이나 와이번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조금만 차분히 생각하면 내가 너무 부러먹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도 있다.'
누렁이의 등에 타고 있는 위드가 최대의 위협을 느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과 대판 싸워야 하는 입장에 누렁이의 광란이라니!
화염의 소용돌이가 더욱 다가오고 있었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열기와 땅을 헤집는 바람이 느껴졌다.
소용돌이가 교차되면 압력과 열기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버리게 되는 위험한 대인 마법.
"누렁아, 내 말 들리니 "
누렁이는 깊은 땅 속에서 사는 괴물처럼 괴성을 터트렸다.
"으우어어어어어!"
틀림없이 자신의 등 뒤에 타고 있는 위드를 안 좋게 보고 있는 것이리라.
누렁이의 눈이 붉게 변해갔다.
"누렁아 진정해. 나는 같은 편이야."
"으쿠라롸라라라라라."
"그러면 나 여기서 내릴 테니까 내일 다시 만나자."
"크큐카카카카카캇!"
설득을 해보려고 했어도 효과 없는 상태.
광란의 폭동에 의해 누렁이의 근육이 꿈틀거리며 두껍게 팽창했다.
잠잠하기 짝이 없는 폭풍전야를 지나서 이제 막 시작되려고 한다.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증오가 피어올랐다.
불쾌와 적대감.
사나운 맹수처럼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저들이다. 저 놈들이 적이다."
위드는 손가락을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가리켰다.
"누렁아. 저들이 네 꽃등심을 탐내고 있다. 특히 암살자들은 네 엉덩이 살까지 단검으로 잘라내서 먹으려고 하고 있다."
"끄으으우우우."
누렁이의 붉은 눈동자가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에게로 향했다.
그들이 무기를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분노가 마침내 최고치에 달했다. 누렁이가 땅을 긁어대던 뒷다리를 박차며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보통의 황소처럼 네 발로 걷는 의적한 걸음걸이가 아니라, 사납기 짝이 없는 맹수처럼 뒷다리를 튕기며 뛰어 올랐다.
화염의 소용돌이 사이를 단숨에 돌파하며 암살자에 다가갔다.
위드와 누렁이, 모두 상당한 부상을 입었지만 그쯤으로 목숨이 날아가진 않았다.
"빠르다. 제길!"
방패를 들고 있지 않은 암살자는 독을 바른 단검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늦었다.
누렁이가 앞발로 먼저 후려갈겨버렸던 것이다.
콰직!
몸통 공격에 갑옷까지 부서지면서 암살자가 땅에 쓰러졌다.
"꽤액!"
바로 뒤에 있던 워리어는 누렁이의 뿔에 받혀서 수십 미터는 뒤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적의 공격을 버티기 위해 두꺼운 갑옷까지 입고 있는 워리어가 감당할 수 없는 힘과 충격에 하늘을 날아오를 때의 황당함!
레인저가 화살을 쏘기도 전에 누렁이가 머리로 들이받더니, 반 바퀴를 돌아서 힘껏 뒷다리를 뻗어서 걷어차 버리기까지 했다.
위드는 그 틈을 타서 누렁이에게서 뛰어내렸다.
날뛰는 누렁이를 뒤로 한 채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에게 덤벼들었다.
"분검술!"
위드의 환영이 서른 개로 늘어났다.
분검술은 공격력보다도 다수의 적을 목표로 했을 때에 적을 당황시키기 좋다.
"마, 막아!"
"뭐가 진짜인지 모르는데 뭘 "
"전부 다 막아!"
반 호크와 토리도가 기사와 전사들을 막고 있고, 누렁이가 활개를 치고 있는 사이에 환영들은 대부분 뒤로 돌아갔다.
마법사, 사제 등을 노리기 위한 전술.
약한 고리부터 끊어내는 당연한 방식이었지만 가장 효과적이었다.
"크으윽."
위드의 손에 의해 마법사와 사제들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고 나서부터는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누렁이가 먼저 걷어찼던 암살자와 레인저, 워리어의 목숨을 끊어주었다.
반 호크와 토리도와 싸우고 있는 기사와 전사들을 견제해서 하나씩 해치웠다.
조각사로서 아등바등 본 드래곤을 해치우고, 목숨을 걸고 간신히 바르칸을 없앴을 때와는 다르게 세련되게 싸웠다.
유저들이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들을 기준으로 해서 레벨을 파악한다.
정확한 아이템이 명칭은 물론이고, 옵션과 벙어력, 최근의 시세까지 줄줄 외우고 있었기에 적을 빨리 파악했다.
검사라고 해도 힘을 위주로 키우느냐, 민첩성을 위주로 하느냐에 따라서 싸우는 방법이 다르다.
생명력과 방어력을 파악하고 딱 필요한 만큼만 취약 부위를 공격했다.
대략의 눈썰미!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과감한 결단과 행동력이 전투력을 최대로 발휘하게 해주었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가 생명 보험 역할을 든든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조금씩 정리가 되어 가고 있군."
위드는 확실히 한 명 씩 해치웠고, 그 사이에 누렁이는 목숨이 간당간당한 상황까지 놓이게 되었다.
광란의 폭주로 거세게 날뛰면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의 공격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누렁이는 비틀거리면서 적과 싸웠다. 그의 몸에는 창과 화살까지도 몇 개씩 꽂혀 있었다.
무기만 봐도 겁내고 도망치던 평소와는 달리 정면 돌격을 계속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이 소라도 죽인다!"'
부상이 심한 누렁이에게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최후의 공격을 가했다.
붉은 섬광을 일으키는 도끼와 창이 누렁이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위드도 그 모습을 봤다.
체력과 생명력이 다해서 네 다리로 땅에 주저앉은 누렁이는 피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목숨을 잃게 생겼다.
'누렁이가 죽겠군. 그동안 많이 부려먹었는데… 참 쓸 만 한 소였지. 목숨은 스스로 지켜야 할 텐데. 안 됐군. 뭐 인생이 그런 것이지. 갈비와 등심은 무사해야 할 텐데.'
옆집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넘어진 것처럼 무관심한 태도!
'누렁이가 언젠가 죽을 줄은 알았어. 그날이 오늘이 될지는 몰랐지만… 다음 생에는 전투소로 태어나지 말고 논과 밭을 갈도록 하렴.'
명복을 빌어주는 잠깐 동안에도 무기들이 날아가고 있었다.
'근데 요즘에 소 값이 떨어졌다던가. 사료 값도 건지기 힘들다는 말이 있던데. 지금까지 누렁이가 먹어치운 밥값이 얼마다 됐지 '
막 누렁이의 몸에 적중되기 직전이었다.
"이대로 죽어봐야 고기 값 밖에 안나오니 아직은 더 부려먹어야 해. 찰나의 조각술!"
세상의 시간이 멈춰졌다.
위드는 도끼와 창을 쫓아가서 쳐낸 후에 성기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시간이 멈춘 상태에서 오로지 혼자만이 활동하기에 아쉬운 순간이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다시 흘러가는 시간.
"쿠엑!"
- 통렬한 일격!
적의 육체를 소멸시켜버릴 정도의 충격을 주었습니다.
성기사 파에르토의 얇은 갑옷이 부서졌습니다.
생명려이 164,390이 줄어들었습니다.
파문자 파에르토가 사망했습니다.
- 데몬 소드의 내구력이 11만큼 감소하였습니다.
최대 공격력이 줄어듭니다.
"끄윽. 이런 공격이라니……."
"블링크를 조심해."
"블링크라니… 분석과는 다르잖아! 혼돈의 대전사도 아닌데 언제 익혔지 "
"정신 똑바로 차려라!"
상대하는 유저들은 블링크로 착각했다.
블링크는 공격을 당한 직후나, 저주나 마법에 의해 마나가 불안정해지면 사용이 불가능하다.
시야 내에서만 움직이며 워낙 빠르게 순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곳에 장애물이나 마법이 지나가고 있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찰나의 조각술은 세상 자체를 멈춰 버리는 궁극의 스킬.
어떠한 제약도 없이 멈춰진 세상에서 혼자 움직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 불가능은 없다.
이윽고 모든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목숨을 잃었다.
북부로 온 유저들 중에서도 나름 고르고 고른 최정예 유저들까지도 전멸을 당하고 만 것이다.
"역시 시간 조각술은 전투를 위한 것 밖에는 쓸모가 없었어!"
위드는 다친 누렁이의 몸에 붕대를 감아줬다.
광폭했던 누렁이의 눈은 순박하고 겁에 질린 것으로 바뀌었다.
"많이 다쳤구나. 나도 네가 걱정되어서 편하게 싸우지 못했다. 때론 어렵고 힘들더라도 네 옆에는 항상 내가 있으니까 걱정 마."
"음머어어어."
누렁이를 진정시키고 나서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각 생명체들을 더 많이 데리고 다녔다.
바하모르그, 금인이, 게르니카, 세빌, 빈덱스, 엘틴, 켈베로스. 그리고 하늘에는 와이번들이 떠 있으면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40명쯤 모여 있지 않는다면 상대가 안 됐다.
살인귀 부대를 발견하면 와삼이를 타고 하늘에서 화살을 쏘며 추격했다.
넓게 날개를 펼치고 바람처럼 계곡을 활강하며 지상을 향하여 화살 세례를 퍼붓는 즐거움!
"내려와라. 이 더러운 놈아!"
카카오페이지 6편
하벤 제국의 살인귀들이 욕을 할수록 위드는 만족했다.
"역시 비겁한 방법이 가장 잘 통하는 군. 세상의 이치지."
일주일 사이에 레벨이 442에서 무려 네 개나 올릴 수 있었다.
수많은 호칭들과 전투 업적들도 남겼다.
매일 전투로 하루를 보냈다지만 단기간에 그야말로 엄청난 성장이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었지만, 그들도 정보망이 있었다.
황소를 타고 다니는 사람, 혹은 하늘에 와이번들이 출현하면 엄폐물에 몸을 숨긴 채로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레벨을 올리기가 쉽다니… 거의 거저먹는 느낌이야."
위드는 북부 대륙에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많아진 걸 기뻐해야 할지, 혹은 슬퍼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아르펜 왕국은 현재 환산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교역이 차단되어 마을과 도시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치안이 악화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중앙 대륙에서처럼 아르펜 왕국에도 도둑들이 들끓게 되는 최악의 사태!
"뭐 훔쳐 먹을 것도 없는 곳인데 말이야."
흐레믓 길드에서 도둑들이나 몬스터들을 방치해놓고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식량 창고를 약탈하여 몬스터들을 번식시킨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들렸다.
어디까지가 사실일지는 몰랐고 알수도 없었다.
확실한 것은 아르펜 왕국의 전역이 전쟁터로 변하고 있었으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
영토 곳곳에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과 북부 유저들이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헤르메스 길드는 개개인이 대단히 강해서 학살극을 펼쳤지만 정체가 발각되면 소용없었다.
"저기다. 저쪽에 헤르메스다!"
"우와아아아아!"
그들이 어느 곳으로 가든 수백, 수천 명의 북부 유저들이 쫓아갔으며, 또 그들마저 물리치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도처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면서 아르펜 왕국의 기간 시설과 도로망의 파괴, 어렵게 쌓아놓은 기둥뿌리가 흔들렸다.
"일이 이렇게 된 거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명언이나 따라야지."
위드는 북부를 사냥터로 여기고 충실하게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해치웠다. 그러자 북부 유저들 중에서도 몇몇의 강자들이 협력을 했다.
"저기 레벨이 410의 궁수입니다. 이름은 공깃바 추가라고 하는데요. 마판님의 소개를 받고 왔습니다. 저에게도 한 자리 끼워주실 수 있겠습니까 "
"흠. 미리 다 알고 왔을 테니 짧게 이야기하죠. 기부금은 "
"가진 돈을 다 털어 어렵게 준비해 왔습니다. 14만 골드입니다."
"엣헴. 이게 다 아르펜 왕국이 어렵기 때문에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위드님이 모라타를 어떻게 키우고 아르펜 왕국을 위하여 얼마나 큰 희생을 했는지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거든요."
"뭘 그렇게 쑥쓰럽게요."
"아닙니다. 위드님이야 말로 제 인생의 멘토이며 영웅이십니다."
"……."
모라타의 성장과 아르펜 왕국 건국은 얼마 되지 않은 과거였지만 신화에 가깝게 미화가 되어 있었다.
모라타에서 주민들과 음식을 조금 나눠먹었던 밤 축제는 벽화와 조각품들을 통해서 태초의 희망제로 불리면서 매년 그날까지 기념했다.
위드가 뱀파이어에게 주민 한 명을 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고, 빛의 탑이나 여신상을 탄생시키기 위하여 엄청난 예술혼을 불태웠다는 식으로 과장되기까지 했다.
풀죽신교가 부추긴 것도 있을 테지만 대부분 다 자신이 사는 고향에 대해 어느 정도는 좋게 생각하거나 미화를 하고 싶어 한다.
아르펜 왕국은 특히 신생 국가였으며 유저들이 초반의 역경을 다함께 극복했기 때문에 그 감정이 남달랐다.
"으와. 이게 진짜 와삼이구나."
"꾸아아악."
북부의 고레벨 유저들은 조각 생명체를 보며 감동을 받았다.
빙룡, 불사조, 이무기 등 역시도 신화 속의 신수들과 같은 대접을 받았다.
다들 막 태어났던 시기보다는 더 성장을 했기 때문인지 외모도 멋있어졌다.
빙룡은 머리에서 꼬리까지 길이가 무려 450미터에 달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크기의 초대형 몬스터였다. 덩치에 비해 힘은 좀 모자라지만 일단 몸이 크니까 위압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끔 모라타 주변에서 화가들의 그림 모델이 되어주면서 용돈 벌이도 가능할 정도!
충직하고 말이 적은 불사조는 그간 사냥을 하며 매력 스탯을 얼마나 올려놓은 것인지 때깔이 훨씬 좋아졌다.
석양 아래에서 불의 깃털을 휘날리면서 날아갈 때의 광채와 아름다움은 북부의 유저들이 장관으로 꼽으면서 한 번씩 보고 싶어 했다.
태생이 짝퉁에 불과했던 이무기는 성장을 하면서 단단하고 우아한 비늘이 온 몸을 뒤덮게 되었다.
괴상한 뱀의 형태에서 조금 더 드래곤에 가까워졌다고 할까.
근본이 예술과 관련된 조각 생명체들인 만큼 매력이나 외모에 대해 많은 괌심을 가졌다.
그렇기에 성장에 따라서 꽤나 예쁘게 자란 것이다.
때때로 조각 생명체들끼리는 자신들끼리 만나서 외모를 자랑하기도 한다.
대충 양산형으로 찍어냈던 와이번들은 다른 조각 생명체들과는 매력을 논하지 못했어도 자기들끼리는 1, 2위를 가리는 말다툼을 자주 벌였다.
"이런 무능한 놈들. 아무튼 쓸모없는 짓은 골라서 다 하고 있어."
위드의 구박을 항상 받았지만, 사정을 모르는 유저들은 다르게 생각했다.
"위드님께서 진짜 아름다운 조각품들을 만드셨구나."
"예술가잖아. 그 혼을 화려하게 불태웠을 거야. 그럼에도 완전하지 못함을 탓하는 거지. 영원히 완전해질 수는 없겠지만 그런 걸 추구하는 게 예술가니 말이야."
"베르사 대륙에서 일부러 조각사를 선택한 이유가 다 있지 않겠냐. 저런 조각품들이 그 결실일 테고."
크면 좋다는 정신으로 막 작업했던 빙룡이 창조적이고 세련된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다.
와이번들은 그 투박함까지도 찬사를 받았다. 직접 만든 위드도 와일이와 와삼이를 빼면 가끔 와이번들을 구분을 못했다.
매년 미세하게 달라져서 출시되는 에어컨과도 같은 외모라고 할까.
풀죽신교 유저들 사이에서는 와이번 구분 정도는 최소한의 상식에 속했다.
북부 유저들은 위드, 절대적 인기를 누리는 조각 생명체들과 동료가 되어 함께 싸울 수 있는 것만 해도 영광이었다.
"저도 왔습니다. 레벨 430의 마법사입니다. 이름은 로아인데요."
"이런 말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최근 물가가 급등하고 있어서요. 상황이 좀 달라지고 있어요."
"사정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여기 17만 골드입니다."
"크흐흐흐. 돈을 만들기가 어려웠을 텐데 말입니다."
"마법 책 몇 권을 팔았지만 이 영광과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같이 싸우는 대가로 받는 바가지요금으로 거두는 수익도 계속 커져갔다.
"대흑자로군. 아르펜 왕국을 팔아먹는 방법이란 끝이 없구나."
헤르메스 길드와 위험한 전투를 펼치면서도 부지런히 챙기는 뒷주머니!
돈도 받고, 헤르메스 길드도 더 빠르게 많이 퇴치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의 효과였다.
위드는 부자 고객들에게 푸짐하게 친절을 베풀었다.
"그쪽으로 세 명 갑니다. 잘 처리해주세요!"
"넵!"
"검 갈아야 하거나, 방어구 닦을 필요가 있으신 분 이건 무료로 봉사해드립니다."
"오오. 위드님이 직접 해주시는 겁니까. 이런 고마울 때가……."
북부의 고레벨 유저들이 위드에 의해서 말 잘 듣는 아이가 되었다.
물론 그들도 어린 아이가 아닌 만큼 순수한 선의만 가지고 온 것도 아니다.
참가요금이 물론 비싸긴 하지만 위드와 함께한다면 전투를 펼치면서도 안전할 것이다.
북부에서는 국왕이며 풀죽신교의 창조주나 다름없는 위드와의 인맥을 만들 수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를 처리하면 전리품을 획득하게 될 테니 운만 좋다면 수십 배의 이익을 보는 것도 가능성도 생긴다.
게다가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니 이거야 말로 북부의 고레벨 유저들이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
위드는 새떼들을 통해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발견하는 즉시 자신이나 다른 동료들이 처리했다.
사실 참여 인원이 700명을 넘어간면서 군대라고 부를 수도 있는 병력이 되었다.
북부의 최정예 유저 집단.
"위드님!"
"저도 사냥에 끼워주세요."
북부의 고레벨 유저들로 구성된 지원자들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1천 명을 초과했을 때부터는 조각 생명체들을 포함하여 몇 개의 타격대로 나누어서 활동했다.
모라타 부근 같은 장소에는 순찰 지역을 정해놓고 활동하도록 했다.
위드는 여러 장소들을 와삼이나 유린의 그림 이동술을 통해 방문했다.
2만 명에 달하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
그들은 흩어져 있었으며 한 곳에 뭉치지 못한 채로 사냥 당하고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의 생각도 처음과는 바뀌었다.
'초보들 따위 모조리 죽여주지.'
'길드에서 내 공적을 기억할 정도로 싹 쓸어버릴 거야.'
'마을을 위주로 부순다. 북부 놈들아. 다시 잿더미로 돌아갈 생각을 해라.'
그러다가 위드와 북부 유저들의 의해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자주 생겼다.
직접 당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소문들을 듣게 되었다.
'몸을 사려야 되겠다.'
'확실한 기회가… 습격을 해봐야 정체만 발각되면 본전도 못 찾아.'
'젠장.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도 없잖아. 이동하기가 겁나.'
2만 명의 헤르메스 길드의 습격을 완전히 방지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위축하게 만들었다.
초보자들 몇 명 죽이려고 습격해서 오히려 쫓기다가 자신이 목숨을 잃어버린다면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었다.
아르펜 왕국의 피해는 그에 따라 급감했다. 위드가 중앙 대륙에서 날뛰었을 때는 혼자라는 결정적인 장점이 있었다.
추적자들이 찾으려고 해도 위드 한 명을 찾으려고 넓은 대륙 전체를 수색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기동력을 이용하여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으며 조각 변신술까지 썼으니 은닉의 수준이 높았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개개인이 강하지만 숫자가 많고, 이름이 붉게 드러난다. 자신들의 목숨도 아까워했기에 갈수록 나타나는 일이 감소했다.
아르펜 왕국의 변방 마을에 대한 습격도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하지만 실제 피해를 입을 만한 곳들은 모두 폐허가 되어버린 후였다.
드넓은 폐허와 방랑하는 유민들이 발생했다.
이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심한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이건 좀 아니잖아 괜히 북부까지 와서 생고생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아르펜 왕국을 잿더미로 만들려고 왔는데 나름의 목적은 달성했다.
너무 쉽게 국력에 중대한 피해를 입혀서 오히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까 할 게 없었다.
자신들이 추적을 당하는 입장이 되었고, 설혹 수십 명을 해치우더라도 이익과 손해를 따져보면 적자였다.
"랄랄라."
레벨 30의 초보자들이 걸어 다니는 걸 보면서도 몸을 숨겨야 했다.
괜히 영양가도 없는 초보자들을 건드려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사냥하는 무리가 나타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저것들 쓸어버릴까 "
"이빨에 기별도 안 갈 애들 건드렸다가 하루 종일 추적당하고 싶냐."
"잘 숨어. 들키면 곤란하니까."
"이게 뭐야. 도대체."
심지어는 자신들이 부숴놓은 마을이 며칠 뒤면 복구되어 있는 황당한 모습도 보게 되었다.
초보 건축가들이 연장을 들고 몇 명 모여들더니 뚝딱뚝딱 해치워버렸다.
"이 마을은 순전 판자촌이었는데… 도로 기획도 엉망이었고 말이야."
"좀 제대로 만들어볼까 "
"아니. 그럴 필요는 없겠지. 그럴 돈이 어디 있어. 누가 와서 살 수는 있도록 대충 지어버리자."
목재 주택을 몇 십 개 만들고 울타리를 두르는 것으로 그냥 끝이다.
카카오페이지 7편
"자. 쌉니다. 싸요! 내 집 마련의 꿈이 단돈 4실버. 웬만한 소나기에는 비가 새지 않는 집입니다. 바람도 거뜬합니다. 썩은 나무는 건축가의 양심을 걸고 쓰지 않았습니다!"
지나가던 유저들은 마을이 생긴 것을 보고는 들어와 보고는 집 구경을 했다.
그냥 벽이나 기둥이나 나무 기둥에 판자 몇 개 연결해서 세워놓은 게 전부였다.
"공간 괜찮네요 "
"이번에 파괴 되서 새로 지은 집입니다. 일종의 재건축이죠. 거실도 넓게 확장을 했고, 주방 공간도 넓혔습니다."
"아. 그래서 더 좋아졌구나."
띠링!
- 주택을 구입하셨습니다.
- 300호 이상의 주택이 분양되었습니다.
마을이 복원되었습니다.
중앙 대륙에서 수백 년 이상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도시에서 살아왔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당혹스러웠다.
'도시가 이렇게 그냥 만들어지는 거였냐.'
중앙 대륙의 잘 지어진 고급 주택과 상가들은 약탈할 물건들을 잔뜩 가지고 있었다.
아르펜 왕국의 판자촌은 약탈해봐야 나무 식기나, 흙으로 빚은 싸구려 도자기 몇 점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게 전 재산인 유저들도 있었기에, 돈도 안 되는 물건들을 부숴서 게시판에서 욕만 어마어마하게 먹었다.
"분명히 우리가 강하긴 한데……."
"약탈자들이잖아. 하벤 제국에서는 다들 우릴 무서워했고, 근데 여긴 분위기가 좀 그렇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노리는 사냥꾼들도 위드를 따라서 대거 등장했다.
어째서인지 헤르메스 길드에 대한 위엄이나 공포심 같은 게 북부 대륙에는 조금도 없었다.
"놈들을 없애면 엄청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고 흠. 일리가 있어. 중앙 대륙의 좋은 퀘스트와 사냥터를 독점하고 최고급으로 장비들을 갖고 있겠지."
"뭐라고 최소 통닭 수십 마리 값이라고 "
한밑천 잡을 수 있는 기회!
높은 악명을 가진 그들을 해치우면 좋은 전리품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이 북부에 파다하게 퍼졌다.
걸어다니는 보물처럼 되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다녀야 했다.
중앙 대륙에서 활동하며 엄청난 피해를 입혔던 위드와는 정말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
위드는 대지의 궁전이 지어지고 있는 자리에 섰다.
산과 함께 무너진 왕궁의 잔해들은 깔끔하게 치워지고 새로운 건물들이 올라갔다.
예전과는 다르게 넓은 구역에 지어지는 커다란 궁전들.
그 너머에는 저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이 새벽의 도시로 이어지고 있었다.
큰 도로와 수로, 상업지구와 주택지구들.
강줄기를 따라서 수십 만 채가 한꺼번에 지어지고 있었으며, 그마저도 모자라서 더욱 넓게 뻗어나가고 있다.
베르사 대륙에 지어지는 대규모 신도시라고 할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시야 전체가 공사 현장!
아름다운 강과 자연 경치에 어우러지는 돌과 나무로 지어지는 도시.
'역시 주택 분양이야 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지.'
아르펜 왕국의 새로운 수도를 이곳으로 정하기 전에 이 주변 지역은 모두 위드의 땅이었다.
개발 전에 미리 사둔 땅을 통해서 시세차익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상가와 주택 분양을 통해서도 밑천을 챙긴다.
'역시 사람은 신문이나 방송을 봐야 해. 욕만 할 게 아니라 열심히 배워야 한다니까.'
아르펜 왕국이 위태로워진다고 해서 절대 위드의 호주머니가 메마르는 일은 없었다.
크게 본다면 협소하던 대지의 궁전이 무너져서 아래로 내려온 것이 장기적으로 좋을 지도 모른다.
신도시의 입지가 보다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땅 투자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입지!
"언덕이나 산으로 올라가기는 힘드니까. 막연히 고개를 올려다보다보면 뭔가 왕궁이 있는 것보다는 가까이 있는 편이 땅값에 유리하지."
실제로 대지의 궁전 부근의 집값은 상상을 초월했다.
북부에도 거상들이 등장하고 있었고, 중앙 대륙에서 옮겨온 고레벨 유저들도 상당히 많았다.
마판 상회가 정치권력과 시장 선점으로 인해서 가장 큰 상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중소 상인들의 눈부신 활약은 매일 새로운 대박을 터트렸다.
부자들은 왕궁 주변에 호화저택을 건축하기를 원했고 위드는 이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호화저택으로 인해서 빈부격차를 느끼며 문제가 될 여지는 거의 없었다.
로열 로드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세상.
스스로 사냥이나 모험, 생산을 하더라도 좋은 집 정도는 벌어서 장만할 수 있었다.
판잣집도 있지만, 대저택도 자리를 잡고 있어야 북부 유저들이 더욱 열심히 생활을 할 것이 아닌가.
아르펜 왕국의 세율은 낮았고, 그에 비해서 지금까지 위대한 건축물을 비롯하여 수많은 개발 사업들이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지 않는 왕국의 재정.
기본적으로 위드의 땅 투기와 국가차원의 주택 판매에 있었다.
국가 소유의 신규 부지를 건축가들과 결탁하여 유저들에게 팔면서 세금으로 충당했던 것이다.
건축가들도 마음껏 재주를 발휘하며 위대한 건축물에 열을 올릴 수 있었으니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인 거래.
아르펜 왕국도 현실과 마찬가지로 사연 없는 땅과 건물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제는 슬슬 왕국 성장에 한계가 보이고 있는데……."
위드는 아직 빈 공터가 많이 남아 있는 새벽의 도시를 보았다.
도시는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면서 북적거릴 것이다. 아르펜 왕국은 자유로웠으며 낮은 세금과 풍부한 자원, 초보 유저들로 발전 잠재력이 높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헤르메스 길드와 하벤 제국 군대의 습격은 왕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앞으로는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지방의 마을들이 파괴도이서 교역로가 끊어졌고, 생산 시설들은 무너졌다.
모라타, 항구 바르나, 바르고 성채, 벤트 성 등 몇 곳에 생산 시설의 70%가 집중되어 있는 실정이라서 피해가 적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향후 성장해서 지역 개발에 중요한 교두보가 될 만한 마을들, 자원과 교통, 상업의 중심지가 될 잠재력 높은 마을이 파괴당했다.
당장 왕국의 군사력과 행정력이 방대한 영토에 미치지 못하게 됐다.
아르펜 왕국은 수도와 몇 곳 외에는 발전하지 못하는 넓고 쓸모없는 땅을 갖게 되어버린다.
몬스터와 도적떼가 크게 창궐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시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도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모라타 주변이나 새벽의 도시 부근에서만 습격자들이 노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북부 전역으로 흩어져버리면 그때부터는 정말 어려워지겠지."
최악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대규모 습격단을 2차, 3차까지 보내게 되면 아르펜 왕국의 성장 잠재력을 완전히 끊어버리게 될 것이다.
아르펜 왕국으로서는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로서 분명히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세상에는 나보다 똑똑한 사람이 많아. 그러니까 충분히 계속 공격을 할 수 있겠지. 행운을 바랄 수는 없어."
위드는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임을 깨달았다.
"아르펜 왕국의 숨통을 조일 생각이라면 그에 대비할 당법은 없다. 그러나 하벤 제국도 정상은 아니야."
하벤 제국 역시 내정이 엉망진창이었으며, 지난 정복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시설도 복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베르사 대륙에서 중앙 대륙을 차지한 하벤 제국과 북부 대륙에 자리 잡은 아르펜 왕국이 모두 정상이 아니다.
"앞으로는 누가 먼저 쓰러지느냐의 싸움이 되겠군."
위드는 전면 전쟁의 결정을 내렸다. 하벤 제국과 협상을 통해서 다시 한번 원만한 관계를 노력 해 볼 수 있기도 했다.
서로 시간 벌기에 불과할 테지만 원하는 바가 맞다면 타협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훗날의 이익을 고려하여, 아르펜 왕국의 중요 요지들마다 사 놓은 부동산들이 폭락하고 있었다.
북부 대륙에 세워지고 있던 위대한 건축물들도 열악해진 치안으로 더 이상 공사를 지속하지 못했다.
하벤 제국을 무너뜨리는 것 외에 남은 방법이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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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유저들 중에서 대지의 궁전 전쟁을 겪었던 이들은 아픔을 잊지 않았다.
"놈들은 분명히 또다시 우릴 침략할 것입니다. 미래를 대비합시다. 마땅히 다시는 오욕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헤르메스 길드가 쳐들어오리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았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두 손을 놓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아르펜 왕국을 고향처럼 느끼고 있었고, 헤르메스 길드에 지배를 당하면서 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풀죽신교의 고위층에서는 매주 계속 회의를 열었다.
"국왕 위드님이 대비를 하고 있겠지만 아무래도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세력이 없기 때문이지요."
"우리들이 지지를 해주고는 있습니다만."
"개개인이 흩어져 있습니다. 지난 전쟁에서도 그랬듯이 인해전술은 한계가 너무나도 명백해요."
"으음. 엄청난 피해를 입으면서 간신히 막아내는 것이 고작이었지요."
"하벤 제국의 군대가 계속 공격을 해오면 반복되는 피해를 지금처럼 막아내기란 실질적으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계속 부서지고 파괴되고, 우리의 미래란 없지요."
"정예군을 양성해봅시다. 조인족이나 여러 가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할 수 있는 게 아주 많습니다."
풀죽군의 탄생!
그들은 아르펜 왕국만의 군대가 아니었다.
< 풀죽군 강령
1. 우리는 베르사 대륙의 평화를 위하여 창설되었다. 불의를 용납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싸운다.
2. 풀죽군을 위하여 풀죽신교의 유저들은 매달 일정액을 기부한다. 기부액수는 스스로의 양심에 맡긴다.
3. 풀죽군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단, 소속된 유저는 능력에 따라 배치가 되며, 전쟁이 벌어질 시에는 소집에 응해야 한다.
명예로운 풀죽병들은 북부 유저들이 그들의 노력과 헌신에 대한 존중한다. 상점에서의 혜택과 사냥, 퀘스트에서의 최상의 복지를 지원한다.
4. 병사들은 현역병과 예비병으로 분류를 한다. 현역병은 매달 1회에서 2회의 군사훈련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소모품등은 군대에서 미처 마련을 못해주므로 본인이 직접 지참하도록 한다. 형편이 나아지면 지급한다.
5. 풀죽군을 대표하는 총사령관은 전쟁의 신 위드가 맡는다. 전투 중에는 필요에 의해 각군의 중간 지휘관을 둔다.
총사령관은 전쟁의 선포와 휴전, 평화협상 등의 권한을 갖는다. >
풀죽신교라고 하여도 아르펜 왕국을 위한 충성 부대라고 한다면 미묘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풀죽군으로 별도의 편제를 갖지만 전쟁이 벌어지면 위드의 명령을 따르게 했다.
사실 풀죽군이 창설되어서 수백만 명 이상을 무리 없이 이끌 수 있게 할 사람은 위드 뿐이기도 했다.
위드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했다.
"계란이다 달걀이나… 부르기에 따라서 딱 그 정도 차이지."
다들 비슷하게 생각했지만 풀죽군이라면 북부를 지키는 의용병이라는 훨씬 산뜻한 이미지가 난다.
아르펜 왕국군이 아니라서 누구나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었다.
풀죽군은 이미 4백만 명의 병력을 훨씬 넘게 보유했다.
어지간한 국가의 총병력 숫자를 가뿐하게 넘어가는 병력수!
현실에서의 군 고위계급 출신 등을 통해 기본적인 편제들을 가주처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대가 되었다.
풀죽 육군, 풀죽 해군, 풀죽 공군, 풀죽 사관학교, 풀죽 병무청까지도 설립했다.
초보 중의 초보인 죽순죽들은 레벨 40이 넘으면 자원하는 사람에 한해 전투 교습을 받도록 하여 그들을 예비군으로 편성하는 제도까지 준비 중에 있었다.
그들은 아르펜 왕국을 지키기 위한 대비를 하였지만 헤르메스 길드가 너무 빨리 침략했기에 대비하지 못했다.
풀죽군의 고위 인사들이 회의를 열었다.
"군대를 동원하여 놈들을 몰아냅시다."
카카오페이지 8편
"놈들을 쫓아다니기에는 군대라는 조직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일종의 대테러 전쟁인데… 으음."
"한 30만 명 정도를 대테러 전담 풀죽군으로 창설할까요 "
"조직만 늘린다고 될 게 아닙니다.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에 위드가 헤르메스 길드의 침입자들을 찾아내서 격퇴하고 있다는 내용이 방송으로 나왔다.
"과연… 국왕 폐하."
"으음. 저런 방법이 있었다니 놀랍군요. 북부 유저들이 알아서 막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욍국에 피해가……."
"지금부터는 적을 겁니다. 적들도 스스로 조심하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풀죽군에서는 그럼에도 심사숙고했다. 침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군대가 아니다.
이미 아르펜 왕국은 영토의 삼분의 일 가량을 하벤 제국에 빼앗긴 상태였다.
"어떤 방식으로 보복을 할지……."
"우리가 결정을 하더라도 풀죽 병사들은 물론이고 북부 유저들이 동참을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위드의 쪽지가 전해졌다.
ㅡ 봄이 다가왔습니다.
대륙 전체가 풀밭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전쟁 선언 암호가 맞네요."
"해봅시다. 위드님이 칼을 뽑아들기로 했다면 더 이상 참을 것도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알려야겠습니다."
풀죽군에서는 정식으로 하벤 제국에 선전포고를 하기로 했다.
그 방법도 모두에게 확실히 알려지도록 방송국을 이용했다.
베르사 대륙의 이야기.
생방송에서 풀죽신교의 성녀 레몬이 직접 참여했다.
그녀는 교복을 입고 있는 여고생이었다.
오주완이 심각한 얼굴오 물었다.
"진심이십니까 아르펜 왕국과 풀죽신교에서 합동으로 하벤 제국을 침공하겠다니요. 성격상 대륙 전체가 전쟁에 빠져들게 될 텐데요. 그 파장은 모든 사람들을 휩쓸 것입니다."
"네. 우리는 결정을 내렸어요. 헤르메스 길드는 이 대륙의 몯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어요. 그들을 물리치기 위해서 선량한 사람들이 모여야 해요. 우리가 지금 나서지 않는다면 기회는 없을 거예요. 오직 그때 싸우지 않았음을 후회하고 말겠죠."
헤르메스 길드를 악으로 거침없이 표현하는 레몬.
아르펜 왕국의 유저들은 물론이고, 베르사 대륙에서 헤르메스 길드의 피해를 받지 않은 사람이 드물었다.
그들에게 함께 싸울 명분을 방송국을 통해서 전달했다.
헤르메스 길드와는 이미 적대적이었기 때문에 거릴 것이 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풀죽군에서는 의로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베르사 대륙의 시간으로 2일 후부터 새벽의 도시 남쪽 평원에서 모이게 될 거예요. 부디 이 방송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참지 마시고 꼭 그곳으로 오시길 바라요."
산뜻한 예고 교복을 입고 있는 여고생의 외침.
하루의 해가 저물고, 이틀이란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그 다음날 새벽의 도시 남쪽 평원은 땅을 볼 수 없었다.
도시에서부터 남쪽으로 끝없이 사람들이 뒤덮었던 것이다.
"뭐야. 여기가 맞아 "
"왜 이렇게 많아. 지나가게 좀 비켜주세요."
"사람들이 한 가득이야."
"어디에 줄을 서면 돼 "
"야. 여기 뭐냐."
"저 멀리까지 끝이 없어. 좌우로도 대체 어디까지 이어진 거야."
풀죽신교의 자연스러운 세력 과시!
북부 유저들이 접속하여 일제히 몰려든 것이다.
"비가 오려나. 왜 이렇게 어두워."
"얼굴에 뭐가 떨어져서 묻었는데. 허억. 새똥이다!"
사람들이 하늘을 보니 시커먼 무언가가 뒤덮고 있었다.
조인족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조인족 유저들이 하늘을 장악했다.
째재재재잭.
꼬끼요옷.
키야아아아악.
"제자리에 있어요. 다른 사람 날개치지 말고요. 기본적인 매너는 지킵시다."
"짹짹. 밤부엉이등은 눈부시다니까 아래쪽으로 내려가세요."
"발톱이나 부리 조심 합시다!"
편안하게 날갯짓을 하기 힘들 정도로 빼곡한 하늘.
풀죽 유저들은 이미 전쟁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르펜 왕국의 영토를 되찾는다.'
위드가 적극 나선 이상 풀죽 유저들이 따를 이유는 충분하다.
헤르메스 길드와 하벤 제국이 무섭지도 않았다.
중앙 대륙에서야 어떤 세력도 힘과 인원수로 헤르메스 길드에 견줄 수가 없었지만, 북부 대륙에서는 다르다.
매번 싸우면 이겼으며 숫자상으로도 압도하고 있다.
일단 결과야 싸워봐야 알겠지만 머리 숫자의 위대함은 분명 있었다.
종합격투기 선수보다도 밤길에 마주친 중고등학생 10명이 더 무서운 세상이었다.
"엄마. 싸우는 거야. 왜 우린 대장장이잖아."
"아 몰라. 옆집 아줌마들 다 움직였어."
"여보. 이쪽이오 "
"빨리 와요. 우리 동네 계군 아줌마들 전부 다 왔는데 우리만 늦었잖아요."
백만 명쯤이 움직이면 뭣도 모르고 따라가 보는 게 사람의 마음.
천만 명이 훌쩍 넘어가는 인원이 동참하는 일인데 괜히 끼지 않으면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상인들이 장터를 열어서 북부 유저들에게 물건을 팔았다.
"자. 쌉니다 싸요. 행군용 신발이 단돈 2골드. 크기 별로 다양하게 있으니까 신어보고 고르세요."
"방한용 모포 덮고 자도 따뜻한 모포. 중고 직거래입니다."
"딱 세 분에게만 파는 여행자용 지도. 여기서 남쪽까지 다 나와 있어요!"
전쟁을 앞둔 유저들을 씩씩하게 이야기했다.
"자주 헤르메스 애들이랑 싸우면 좋겠다."
"왜 "
"재밌잖아. 떠들썩하기도 하고."
"사냥터에서 쭉 지내다가 한 번씩 놀아주고 말이지 "
"그렇지. 한꺼번에 몰려드는 맛이 아주 끝내준다니깐."
헤르메스 길드와의 전투도 일종의 연례행사처럼 인식되고 있었다.
자신들이 전투를 펼치면 방송국을 통해 전 세계에 보여 지게 된다.
헤르메스 길드와의 전쟁은 북부 유저들이 사냥에 전념하는 동기부여도 되었다.
특히 지난 번 대지의 궁전 전투에서 새로운 풀죽 군단이 선을 보였다.
벌레죽!
시커먼 옷과 더듬이 모자를 쓰고 무기까지 검게 물들여서 적을 향해서 돌진한다.
하늘에서 보면 정말 멋진 광경이기 때문에 최근에 벌레죽에 가입하는 유저들이 크게 늘었다.
다만 진짜 곱등이 죽을 먹어야만 했기에 중도 탈퇴도 많이 이루어졌다.
"근데 위드님은 언제 오려나."
"출정식은 화렿게 하겠지 "
북부 유저들이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새벽의 도시에서부터 갑자기 커다란 소란도 일어났다.
"우와앗. 전사 파이톤님이시다!"
"모험가 스펜슨님도 직접 참여하셨어."
여간해서는 이 소란이 가라앉기가 힘들 것으로 여겨졌다.
위드나 성녀 레몬이라도 등장을 한다면 이 분위기는 더욱 과열되어 끝을 모르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였다.
동쪽에서부터 유저들이 웅성웅성 거리더니 빠르게 남쪽으로 내달렸다.
"뭔데."
"뭐야. 저쪽은… 출정식도 안 했는데 벌써 싸우러 가는 거야 "
"행사도 없이 가기에는 허전한데……."
위드가 등장해서 격려의 말을 듣기 바라는 군중들의 기대심.
용기를 부추기면서 멋진 출정식을 펼치고 하벤 제국과 싸우고 싶었다. 그러나 유저들 사이에 동쪽에서부터 빠르게 소식이 전달되었다.
"야, 온데."
"누가 오는데 "
"오크 군단."
"뭐, 뭣이!"
저 멀리 동쪽, 산 하나가 있었다.
산 너머 뒤쪽으로는 먼지구름이 자욱하게 치솟아 있는 게 보였다.
사막의 모래폭풍만큼이나 무시무시한 먼지구름이 다가오고 있는 광경.
다른 맞은 편 방향에서도 먼지 구름이 일어났다.
"저쪽은 어디야 "
"죽순죽."
"끝이 없나보구나. 많다. 진짜……."
유저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산을 정면에서 뒤덮으면서 다가오고 있었으니 이것은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충격이었다.
"급보야. 저 사람들이 죽순죽 유럽부대야."
"뭐라고 "
"유럽 1차 부대가 오고 나면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쪽에서 온다는데. 조인족 한 명은 그걸 구경하려다가 현기증이 나서 추락했대!"
새벽의 도시 남쪽에 모여 있던 유저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다함께 베르사 대륙을 자유로 이끌기 위해서 모인 동료들. 당연히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먼저 와서 있는 입장으로서는 당장의 안전이 걱정됐다.
"가, 가자!"
"깔려죽고 싶지 않다면 어서 하벤 제국 놈들한테 가야돼!"
새벽의 도시 근처에서 모인 풀죽군이 그대로 남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에도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면서 군중들의 규모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조퇴하고 왔는데 안 늦어서 다행이네요. 독버섯죽 49차 부대는 어딨죠 "
"벌써 진짝 남쪽으로 출발했어요."
"으어. 이런 지각이다!"
사람들이 말을 타거나, 두 다리로 남쪽으로 뛰어갔다.
"후후. 우리 신흥 햄버거 죽은 결집 시간을 늦춘 보람이 있군요."
"믿으십시오. 건강을 위한 현미 죽이야 말로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부대입니다."
"우린 감귤죽의 영혼을 성전에 바치기 위해 모였습니다!"
"열대과일의 꽃 망고스턴 죽이여. 과일 그만 까먹고 모여서 어서 이동합시다!"
새로운 풀죽신교의 지부들이 자리를 채우고 이동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크들이 등장했다.
"추이익!"
"췻."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성난 오크듣이 말했다.
"돼지죽 1819부대 도착했다. 취이이익!"
★★★★★★★★★★★★★★★★★★★★★★★★★★
블랙소드 용병단의 미헬, 로암 길드의 로암, 사자성의 군트, 흑사자의 칼리스, 클라우드의 샤우드.
과거 중앙 대륙을 나눠서 지배했던 세력의 대표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축하드립니다. 미헬님."
"이번 그라디안 왕국의 전투는 정말 감명 깊었습니다. 헤르메스 길드 놈들도 가슴이 뜨끔했을 겁니다."
"후후. 뭘요."
그들은 훈훈한 이야기들을 먼저 나눴다.
헤르메스 길드에 의해 패배한 후에 도망자로서 쫓겨 다니다가 일제히 반란을 일으켰다.
곳곳에서 저항을 하고 있었지만 얼마 남지 않은 세력이나마 전투가 벌어지면 피해를 계속 입었다.
소속 길드원들이 이탈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해서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은 시기였다.
그들에게 전해진 미헬의 승전보야말로 통쾌한 사건이었다.
로암이 오늘의 만남을 주선했다.
"그보다도 우리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하벤 제국을 공격하는 방침에 변경이 있는 것입니까 "
샤우트가 관심을 드러냈다.
클라우드 길드는 가장 많은 인원수를 자랑했던 만큼 세력 위축도 심각하다.
어서 빨리 과거의 성세를 되찾고 싶었다.
"우리가 하벤 제국에 막대한 피해와 경제력 손실을 입히고 있습니다만 그보단 더 확고한 방법이 필요합니다."
"어떤……."
"저도 잘 모릅니다."
"예 지금 장난하시는 겁니까 "
샤우드가 버럭 화를 내려고 하는데, 로암이 종이를 한 장 꺼냈다.
"저에게 위드로부터 이런 메세지가 왔습니다."
ㅡ 잠시 쉬면서 전력을 가다듬고 있을 것.
때가 되면 나서라.
"위드의 편지입니까 그렇다면 또 한 번 하벤 제국에 엿을 먹일 만한 계획이 있단 뜻인데!"
카카오페이지 9편
"오호라. 곧 사건이 일어나겠군요."
미헬이나 칼리스가 좋아한 반면에 군트나 샤우드는 시큰둥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솔하군요. 예의도 없고."
"이거야 무슨… 우리가 지 놈의 부하도 아니고. 자꾸 건방지기 짝이 없군."
헤르메스 길드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자신들로서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라도 위드의 밑으로 듣어가서 그의 명령을 따르고 싶지만은 않았다.
샤우드는 고개까지 돌려버렸다.
'차라리 그냥 지켜보는 게 낫지. 헤르메스 길드나 위드가 실컷 싸우다보면 어부지리를 노릴 수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클라우드 길드가 움직일 더 좋은 기회가 나타날 거야. 아니, 그렇다면 일단 여기서는 명령을 따르는 척이라도 해줄까.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느냐는 내 이익에 따라서 결정을 하면 되니까.'
샤우드의 머릿속이 바쁘게 움직였다. 기뻐했던 미헬, 칼리스도 헤르메스 길드에 피해가 생길 수 있다니까 반겼지만, 곧 이해득실을 따지기 시작했다.
'뭔가가 벌어질 거다. 그건 확실하다. 내가 최선의 이득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
'위드와 헤르메스 길드가 싸우는 건 나쁘지 않아. 양쪽 다 힘이 빠지면 최선의 결과지만 가능하면 위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