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45권 : 6) 조인족의 무서움 (311/520)

6) 조인족의 무서움

전투가 벌어지고 4시간.

성벽 공략에 북부 유저들은 수없이 실패를 거듭했다.

푸홀 요새에서는 제국군을 중심으로 방어하며, 위험한 지역에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나서서 평정했다.

대학살의 장면은 수없이 나왔지만 계속 같은 일의 반복이었다.

불을 향해 덤벼드는 나방처럼 달려와서 죽는 북부 유저들.

막강한 전투력과 화력을 뽐내며 이들을 제압하는 하벤 제국.

'작전계획대로 적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건 너무 일반적인 싸움이 아닌가. 전술도 뭣도 없이 그냥 덤벼들기만 해.'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곤혹스러웠다.

사망자 숫자를 비교하면 백 배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의 일방적인 도살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죽여도 계속 덤벼온다.

"풀죽, 풀죽, 풀죽!"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정신적인 피로를 느껴야 했다. 끝없는 자연재해와 싸우는 것만 같았다.

평원에서 군단의 진형을 무너뜨려서 승리를 거두는 방식도 아니고, 적을 해치우면 또 그 자리를 다른 적이 메운다.

'적들도 크게 보면 줄어든다. 우린 이기고 있다.'

머릿속으로는 알고는 있지만 무려 4시간이나 같은 일이 반복되었으니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피곤해졌다.

알카트라는 예비대를 동원하여 전투 부대에게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위드는 도대체 언제 나타나는 것이지 '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에게 생기는 동일한 의문.

사실 벼르며 찾아온 뮬이 아니더라도 그를 척살하기 위한 부대가 몇 개나 대기하고 있었다.

이번 전투 역시 북부 유저들을 아무리 죽이더라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누구나 안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인 위드를 없애야만 이 지긋지긋한 풀죽신교의 광신도 무리를 멈추게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전투가 길어지면서 긴장감도 조금씩 풀렸다.

병사들의 체력이 저하되었으며, 더이상 장궁병들이 쏠 화살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법사들도 휴식으로 마나를 보충해야 공격이 가능했는데, 어느 정도의 여유를 남겨둬야 하니 쉬는 시간이 길어졌다.

북부 유저들 중에는 가끔 고레벨들이 섞여 있어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도 조금이지만 감소했다.

알카트라는 상황을 더 유리하게 바꿔놓아야 할 때라고 느끼고 그로비듄에게 요청했다.

"이제 나서주시겠습니까 "

"나쁘지 않구려. 네크로맨서에게 이런 큰 전장은 새로운 경험이지."

그로비듄은 제자로 삼은 네크로맨서들과 같이 요새의 탑에 올랐다.

"다들 준비되었나."

"네."

"그럼 주문을 시작하지."

"너희가 살아서 움직이던 땅으로 돌아오라. 이곳은 어두운 곳. 검고 부패한 땅. 영영 사라지지 않을 암흑의 율법을, 모든 이들에게 새길 수 있도록 하라. 언데드 라이즈!"

죽음의 거스르는 네크로맨서 마법!

집단으로 일으키는 언데드 마법이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며 퍼져나갔다.

그 직후 푸홀 요새의 성벽 너머에서 언데드들이 일어났다.

최소 6천기 이상의 구울, 좀비, 스켈레톤 부대들이 소환되어 주변의 살아있는 사람들을 공격했다.

스켈레톤 워리어, 검사들이 주측이었다.

그로비듄과 제자들은 성벽에도 언데드 소환 마법을 펼쳤다.

그곳에서는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되살아나서 북부의 유저들을 향해 마법을 쏘았다.

뼈들이 모이고 자라나서 대형 괴물 언데드도 소환됐다.

"으아악!"

"언데드다. 언데드들을 조심하세요!"

그동안 북부 유저들의 수준도 많이 향상됐다.

레벨 200을 넘는 유저들을 그리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지금이었다.

하지만 레벨 100 이하의 초보들이 너무 많았고, 그들은 스켈레톤에 의하여 쉽게 목숨을 잃었다.

카카오페이지 16편

 - 오염된 공기로 인하여 급성 패혈증이 발병하였습니다.

  체력과 병에 대한 저항력이 낮은 자들 사이에 전염병이 돌게 될 것입니다.

네크로맨서들은 이어서 시체를 숙성시켜서 북부 유저들이 몰려 있는 평원 일대에 전염병을 만들어냈다.

"크크크. 이것이야 말로 네크로맨서다."

그로비듄은 북부 유저들의 혼란을 보며 뿌듯했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수십만 이상의 대군이다. 후방에서 밀려오는 벼력은 그 수십 배에 달한다.

저 많은 이들을 혼란에 빠지게 만들고 큰 피해를 입히는 직업은 오로지 네크로맨서 뿐이지 않겠는가.

"네크로맨서 직업은 위드가 공개한 것이었지만 가장 최대의 이익을 얻는 것은 나다."

그로비듄에게 남아 있는 목표는 두 가지 정도였다.

네크로맨서로서 궁국의 길을 걸어서 베르사 대륙에서 바드레이도 따라오지 못할 최강자가 되는 것.

나머지 하나는 위드로부터 바르칸의 풀세트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로비듄은 성벽으로 가서 시체들로부터 마나를 흡수했다.

네크로맨서의 2차 전직을 하며 얻는 생기 흡수!

시체에 남아 있는 마나를 흡수하여 자신의 마나 최대치를 일시적으로 3.5배까지 증가시킬 수 있었다.

리치로의 전직.

죽은 자의 힘을 모으고, 고급 시체들의 생기를 흡수하면 모인 생명력을 영구 봉인하여 리치가 될 수 있다.

그때부터는 평범한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단계가 된다.

외모가 완전히 뼈로 바뀌고, 으스스한 한기가 주위에 흐른다.

다른 유저들과의 신체 접촉도 어려워지고, 일반적으로 도시를 방문하는 것도 불가능해졌으며 목숨을 잃을 때의 페널티도 굉장히 커진다.

리치는 불사의 생명력을 얻지만 봉인구가 깨어지거나 신성력 등으로 강제 소멸되었을 경우 레벨이 꽤 하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몇 가지 스킬도 잃게 됐다.

다시 스킬을 익히고 원래대로 회복하려면 긴 기간을 필요로 한다.

그로비듄은 개의치 않았다.

네크로맨서는 네크로맨서다워야 하니까.

"생기를 잃은 시체들아. 모이고 뭉쳐라. 죽음에서 일으키는 마력이 너희에게 모든 율법의 족쇄를 해방하노니… 블러드 골렘 소환!"

시체 수백 구씩 뭉쳐서 키가 20미터나 되는 뼈 골렘까지 소환되었다.

"모두 쓸어버려라!"

골렘은 두 주먹을 휘두르며 닥치는대로 휘둘렀다.

뼈 골렘이 지날 때마다 시체들이 모이면서 점점 덩치가 커저갔다.

'아직은 약한 시체들이 많으니 상급 뼈 골렘이 쓸 만하지.'

네크로맨서에게 자원이며, 생명줄이고 전투 물자라고 할 수 있는 시체는 넘쳐날 정도로 많았다.

'마나를 다시 채우고, 언데드를 소환하는 식으로 한다면 최소 몇 만구를 지휘할 수 있겠지. 방송국들이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이 전장은 나 그로비듄이 영웅이 될 거야.'

레벨이 507에 달하는 그로비듄이 희망에 부풀었다.

네크로맨서는 인해전술을 역으로 발휘할 수 있는 직업!

가장 많은 이들을 살상하며 새로운 전성을 쓰게 되리라.

'전장의 최강자는 바로 나다.'

★★★★★★★★★★★★★★★★★★★★★★★★★★

조인족 사이에서는 전투 직전 작은 내분이 일어났다.

"지상의 전쟁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입니까  애초에 조인족은 영토의 구분을 넘어서는 존재입니다."

"풀죽신교라. 좋습니다. 좋아요. 어쨌든 자유를 신봉하는 연합체인 것 같으니까요. 그러나 우리 조인족의 정신에는 맞지 않습니다."

로열 로드에 끊임없이 유입되는 신규 유저들.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있었고, 연령대나 직업도 판이하게 다르다.

그들은 아르펜 왕국이 건국되고도 한참 이후에나 로열 로드에 빠져들었다.

알에서 깨어나서 둥지 생활을 하다가 날갯짓을 배워서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들이 경험안 조인족은 일찍이 인간으로서 경험하지 못할 자유로움을 안겨주었다.

처음에는 조인족이라는 종족도 위드에 의하여 선택의 문이 열리게 되었다.

위드에게 어느 정도는 감사함의 마음은 가지고 있지만 자꾸만 전쟁에 동원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천공의 섬 라비아스의 광장과 나무들에는 조인족들이 수도 없이 앉아서 의견을 경청했다.

"앞으로의 일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도 된 것 같습니다. 달이 차면 기울 듯이 하벤 제국이 대륙을 재패하더라도 스스로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큰 그림에서 보면 북부 대륙이 장악되더라도 순리라고 할 수 있죠."

"조인족들도 북부의 주민입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북부의 주민입니까! 아르펜 왕국은 아르펜 왕국일 뿐이에요. 땅을 딛고 살아가지 않는 우리는 어느 왕국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아요."

"전쟁에 참여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우릴 비웃을 텐데 각오는 되어 있나요 "

"각오요  전쟁에 나서는 건 자유 아니었습니까  그런 걸로 비웃음 당한다면 인간들과 함께 할 필요도 없어요."

격렬한 논쟁이 천공의 섬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전쟁에 참여하지 말자는 주장은 전체의 불과 2할 정도였지만 그들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

조인족 자체의 습성 때문이었다.

북부 유저들은 도시와 마을에서 다 함께 생활을 하며 도움을 주고받는다.

풀죽신교는 로열 로드를 즐겁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였다.

판잣집의 도시 생활에서도 풀죽신교에서 벌이는 각종 행사들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아르펜 왕국은 이미 풀죽신교와 하나처럼 이어졌다.

하지만 날개를 펼치면 구름 위까지 솟구치며 자유로워지는 조인족들에게는 그런 문화가 절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자유를 꿈꾸며 살아가는 조인족들!

그들 중에서 전쟁의 피로감을 표현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조인족들의 결정만을 기다리며 용감한 풀죽 공수부대 유저들도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그들은 아르펜 왕국을 구하길 원하지만 조인족들의 선택도 존중받아야 했다.

그것이야 말로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 풀죽신교의 고귀한 정신이었으니까.

까아악!

그때 와삼이를 타고 온 서윤이 있었다.

위드가 부탁해서 조인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온 그녀.

"와삼이다."

"위드님의 동료잖아."

그녀의 등장에 조인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서윤은 와삼이가 땅에 내려앉은 이후에도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뭐라고 설득을 하지  우릴 위해서 싸워달란 말은 너무 뻔뻔한데…….'

양심이 있는 그녀는 머뭇거리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충의 상황을 알고 왔다. 그녀는 조인족들에게 희생해달라고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방금 전까지 전쟁 불가론을 외치던 까마귀 조인족이 날개로 그녀를 가리켰다.

"저것 보십시오. 위드의 동료조차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릴 끌어들이기에는 명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조인족들의 시선이 조금 차가워졌다.

이곳에는 2백만 이상의 조인족들이 있었다.

새의 형상을 하고 있을 때는 덩치가 작기도 하고 또 눈이 밝기 때문에 멀리까지도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까마귀 조인족은 이젠 조롱조로 이야기했다.

"왔으면 무슨 말이든 해보십시오. 어떤 말로 우리의 희생을 강요할 것입니까! 위드님이 북부를 일으킨 것은 인정합니다. 네. 대단한 모험가죠. 하지만 그가 아직 국왕의 자리에 있는 것도 우리 유저들의 희생 때문 아니었습니까. 또다시 그런 희생을 원합니까  언제까지요!"

서윤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설득은 무리야.'

이 조인족은 너무 공격적이다. 그리고 하는 말마다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서윤은 위드와 마판이 하는 여러 가지 사업들을 알았다.

땅 투기와 밀수!

어떻게 뻔뻔하게 위드를 돕기 위해 희생해달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양심의 가책을 받고 있는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본 까마귀 조인족은 신이 났다.

"위드의 동료는 심지어 예의도 없습니다. 우리들을 설득하러 온 자리에 가면을 쓰고 온 것을 보세요."

기본적인 예의까지 지적당하는 상황!

서윤은 설득은 포기했지만 최소한의 인간적인 예의를 지키고 싶었다.

그녀가 천천히 가면을 벗었다.

푸켁! 꽥! 째재잭! 꼬끼오! 푸다닥!

서윤이 미모가 드러나자 조인족들 사이에서 깃털이 날리면서 다양한 괴성들이 터져 나왔다.

남자나 여자를 가리지 않고 살아생전 이렇게 눈을 의심하며 집중력을 발휘한 적이 없었다.

그녀의 깨끗한 피부와 눈, 코, 입, 이마, 볼, 턱, 그리고 머리카락.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그것들이 상상할 수 없는 최적의 조합으로 어우러져서 저항이 불가능한 눈부신 아름다움을 발산했다.

서윤의 주변으로는 무지개보다도 더한 후광이 나타나는 것만 같았다.

갑자기 어떤 기상이변이 일어나더라도 그녀의 외모만큼 놀랍진 않을 정도였다.

풀죽신교의 여신.

그녀를 짐작하고 있던 사람들조차도 놀랐다.

"조각상이랑 다르다. 그건 만분의 일도 안 된다. 꼬끼욧!"

"위드 나쁜 놈. 이유야 어쨌든 일단 나쁜 놈!"

"역시 딸. 진심으로 딸을 낳아야 돼……"

"태어나길 잘 했고, 로열 로드는 최고의 선택이었어. 인생에 후회가 없어졌다."

아직까지 서윤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실제로 본 인간 유저들도 적었지만, 조인족들에게는 처음이다.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흘러나온 그녀의 영상도 있었는데 한정된 화면으로는 도저히 그녀의 매력이 다 담기지 못했다.

서윤이 있는 것만으로도 이 부근이 아름다워지는 느낌이었다.

"크아아. 감당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내 머리가 어지러워. 실로 황홀하구나."

"저,전염병인가. 나 역시 마찬가지야."

"짧은 인생. 여기서 마치더라도 후회는 없으리."

서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조인족 유저들이 과분하게 칭찬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사람들은 친절하고 예쁘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것 같아. 모두들 다 착해.'

이 세계엣는 착한 사람들만 사는 것 같았다.

그녀가 마주쳤던 사람들.

횡단보도에 서 있으면 신호와 관계 없이 자동차들이 쭉 멈춰서 그녀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준다.

과거에는 비서가 모는 고급 승용차를 탔지만 최근에는 버스를 자주 이용했다.

그녀가 정거장에 서 있으면 버스 기사들도 차를 세워놓고 어디를 가는지 물어본다.

가끔 방향이 안 맞거나 하면 친절하게 다른 위치에서 타라고 위치를 알려줬다.

"아. 거기 가긴 하는데요. 이 차는 쭉 돌아서 가는데… 잠시만요. 손님들. 우리 바로 이 아가씨부터 데려다 드려도 되겠습니까 "

"물론이죠. 하나마나한 질문을 왜 합니까."

"기사 양반. 거 생각 잘 하셨네. 진짜 똑똑해!"

"아가씨. 어서 타세요!"

열화와 같은 기사와 손님들의 환영을 받으며 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녀가 앉기 전까지는 출발도 하지 않았으며, 고급 승용차 못지않게 쾌적하게 운전한다.

경찰들이 순찰을 돌다가 동네에서 걸어가는 그녀를 발견하면 먼저 다가왔다.

"이렇게 혼자 다니시면 위험하니까. 저희가 가시는 곳까지 모셔드리겠습니다. 오후 2시라서 괜찮다고요  경찰이 이런 말하긴 곤란하지만 요즘 범죄는 낮과 밤이 따로 없어요. 아니. 시민들 안전을 지키는  것 이상 급한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임 경장. 앞으로 이쪽 동네 순찰 두 배로 늘려!"

"초소라도 하나 지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

"밖에 다니실 때도 112로 언제든 전화만 주세요."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

"살치살 500그램  허… 하필이면 요즘 살치살이 비싼데. 그래도 살 거요 "

"네."

"배가 부르면 1킬로는 먹어야지. 남아도 냉장고에 넣어둬서 나중에 먹으면 되니까요. 등갈비도 괜찮은데 한 3킬로 정도 포장해드릴까요 "

"죄송한데 돈을 많이 안 가지고 나왔어요. 1시간 후에 와서 사가도 될까요 "

카카오페이지 17편

"아 무슨 소리를. 단골 되시라고 서비스입니다. 서비스. 고기 팔면서 이깟 정도도 손님한테 못 해주겠습니까  살치살 500그램 가격만 주세요. 아니 그것도 그냥 반값만 줘도 돼요. 할인하죠, 할인 이게 다 시장 인심이니까요."

넉넉한 사람들의 인심!

서윤은 미래에 직장 생활을 할 것도 고민해봤다.

'맞벌이를 해야 할 텐데… 경기침체로 세상 살아가기가 힘들다고 하니까.'

가정을 꾸려나가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위드가 열심히 돈을 벌려고 하는 모습들을 보더라도 충분히 그게 느껴졌다.

그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취직을 해보리라.

방학에는 인턴도 경험해볼 생각으로 대기업에 몇 곳 원서를 넣었는데 그날로 부장급 인사담당자가 찾아왔다.

대기업 부장은 서윤을 보며 한동안 넋을 놓았다.

"외모가 사진보다도 훨씬 더… 취직이요  아니 학력도 이렇게 좋으시고, 성적도 뛰어나신 분이 우리 회사 따위를 오시려고 하시죠  서류 심사나 면접이요  그걸 뭐라고 봅니까. 오신다면 오늘이라도 바로 자리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다른 기업에서도 담당자가 직접 찾아왔다.

"원서를 넣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취직이야 우리 회사에서 부탁을 드려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혹시 광고 모델 생각 없으십니까  회사에서 출시하는 이번 신제품 광고에 광고 모델이 필요한데 계약금만 10억 정도는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업계 최고 대우를 계악서에 약속드립니다."

"우리 회사는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휴대폰에서부터 자동차, 패션, 첨단의료기기까지 원하시는 분야의 광고 모델이 되어주시겠습니까. 돈이야 원하시는 액수만 말씀하시면 입금해드릴 테니까요."

유명한 연예인 소속사에서도 어떻게 안 것인지 찾아왔다.

"제작비 200억 이상의 영화, 드라마를 위주로 해서 대본을 좀 가져와봤습니다. 미국 쪽에서도 관심이 많은데… 아. 영어가 되신다고요  그럼 여주인공 자리를 바로 드릴 수 있습니다. 대학도 다니고 있으니 미국으로 가긴 곤란하시다. 그러면 그쪽에서 관계자들이 한국에 와서 제작할 수도 있을 겁니다. 영화 기술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 말이지요. 시나리오요  그거 다 맞춰서 수정하면 돼요. 사정없는 사람이 대체 어디 있습니까. 서로 맞춰가면서 사는 거죠."

더없이 친절하고, 뭐든 도와주려고 애쓰는 사람들.

서윤은 조인족들을 보며 미안함에 눈시울을 붉혔다. 숨을 몇 번 가다듬은 후에 더없이 영롱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여러분들의 판단이 옳아요. 지금까지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평생… 밎지 못할 거예요. 꼭 보답하겠습니다. 고마웠습니다."

그녀가 허리까지 숙여서 공손히 인사했다.

설득하려고 왔지만 조인족들을 배려하려는 착한 마음씨.

어떤 변명이나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서 설득하지 않으며 마음을 움직였다.

꼬끼옷! 푸케켁! 까악! 후히힉! 포폭!

조인족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거 누구야. 어떤 버르장머리 없는 병아리들이 은혜도 모르고 배반을 했어 "

"깃털에 아직 노른자도 안 마른 놈들이 있었단 말이야 "

"아니, 여신님. 오해가 있으십니다. 우린 그저 보다 더 열심히 싸우고 하벤 제국을 완전히 정복하기 위한 토론을 하고 있었던 것이에요."

"불구대천의 원수. 하벤 제국! 너희들을 용서할 수 없다."

2할에 가까운 불평분자들은 태도를 달리했다.

'뭔가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어째서 내가 잠깐이라도 의심을 했을까. 아르펜 왕국 때문에 로열 로드를 시작했었는데. 그 마음이 간사해졌던 거야.'

'조인족들이 희생을 했다고  조금 전에 나도 같은 생각을 했었지. 같은 편이었지만 진짜 추잡스럽다. 이제라도 개과천선하자. 나도 인간답게 살아야지.'

파벌로 나눠져서 싸우거나, 팽팽한 의견 대립 같은 건 어떤 이유도 없이 사라졌다.

이것이야 말로 여신강림!

사람들은 판단력은 물론이고 영혼까지 빼앗겼다.

군대에 걸그룹이 방문하는 것과도 차원이 다른 영향력.

남자들 사이에서 진짜 신이나 마찬가지였다.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더 이상 그녀에게 함부로 말을 했다가는 조인족들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생활에서도 매장될 상황.

까마귀 조인족이 큰 소리로 외쳤다.

"자. 결정합시다. 풀죽신교와 함께 싸울 분은 하늘로 솟구치세요!"

조인족들이 크게 울며 일제히 날개를 펼쳤다.

 - 꾸아!

모든 조인족들이 하늘을 덮었다.

★★★★★★★★★★★★★★★★★★★★★★★★★★

풀죽신교가 기다리고, 하벤 제국에서도 예상했던 공격이 벌어졌다.

북쪽에서부터 하늘을 가리고 시커먼 구름떼가 몰려오듯이 조인족이 날아왔던 것이다.

"놈들의 등장이다. 대공 화살 부대 준비."

"방패병들은 습격에 대비하고, 놈들의 공격력은 약하다. 땅에 내려온 조인족들은 다시 날아오르지 못하도록 제압해."

"마법사님들은 공중을 맡아주십시오. 저희들이 엄호를 하겠습니다."

제국군의 중간 지휘관들이 병력들을 지휘하여 대응 준비를 갖췄다.

푸홀 요새는 구조적으로 조인족의 습격에도 대비가 되어 있었다.

수많은 탑들이 있었고 작은 창을 통해 마법 공격을 하늘로 할 수 있게 건축됐다.

"우아아아!"

"풀죽 공군이 등장했다!"

북부 유저들 사이에 지상에서의 함성이 크게 일어났다.

하늘을 날아오는 조인족이 아군이라면 든든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으므로.

리치처럼 온 몸이 뼈로 변한 그로비듄은 입가를 실룩였다.

"하늘이라… 기다렸던 상황이지만 하늘까진 제압하지 못하는 건 네크로맨서로서 좀 아쉽긴 하군."

그의 네크로맨서 스킬로 본 드래곤을 소환하는 게 가능했다.

물론 주문에 필요한 충분한 스킬 숙련도를 가지고 있진 않아서 평소보다 더 많은 제물과 마나를 소모해야 했다.

지상에 언데드를 대거 일으킨 지금으로서는 주문 지배력이 부족하여 본 드래곤은 무리였다.

알카트라는 내성에서 쉬고 있는 용기사 뮬을 찾아갔다.

"뮬님. 조인족들이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

"나서주시는 것이……."

"아직 아닙니다."

"뮬님이 나서주시면 확실히 우리의 우세를 굳힐 수 있을 겁니다."

"북부군 총사령관 알카트라님."

뮬은 차분히 말하면서 날카로운 눈으로 알카트라를 봤다.

"저 역시 두 개의 지방, 과거에는 두 왕국이었던 넓은 영토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무적의 그리폰 군단을 데리고 말이에요. 그러나 위드에게 비열한 방법에 의해 저 개인이 목숨을 잃음으로써 명예가 크게 떨어졌죠."

"그 점은 저 역시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어찌되었건 결과가 중요하다보니 제 명예는 과거와 같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우습게보고 있는데 설욕전을 해야 해요. 두 지방을 다스리고 있는 제가 출전해서 고작해야 조인족들이나 학살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위드만 기다리고 있는 제 입장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알카트라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보다도 헤르메스 길드에서 높은 지위에 있고, 개인적인 무력도 뛰어난 뮬.

그와 같은 입지를 가진 사람이 치욕적인 방법으로 목숨을 잃었다.

일대일의 승부라면 담담히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방심하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이기에 더욱 분노에 타오를 수밖에 없다.

뮬과 그리폰 군단을 조인족 따위를 해치우기 위해 출전해주길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었으리라.

'어쨌든 위드가 나타나면 막아주겠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부담은 줄어든다.'

알카트라는 성벽으로 올라와서 제국군의 병력을 단단히 뭉치도록 했다.

"우왕좌왕하지 마라. 조인족들은 혼란을 일으킬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약하다. 너희들의 상대가 될 수 없는 놈들이다. 스스로의 목숨을 지키면서 마법사들을 보호하라.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우하!"

제국군이 일으키는 함성도 북부 유저들에 못지않다.

알카트라의 지휘력과 푸홀 요새의 방어적인 효과가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무려 100만의 병력.

성벽에 투입된 것은 25만 정도이지만 요새 안에는 예비대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중앙 연무장에서는 기사단과 기병대까지도 출격 대기하고 있다.

방대한 면적의 요새 내에 정예군으로 가득했다.

전장의 지휘관으로서 치솟는 카타르시스!

'위드. 이번은 안 된다. 참패를 겪게 해주마.'

그 사이에 조인족들은 전장의 하늘을 뒤덮었다.

새의 종류들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가득 찬 모습은 또 하나의 경이로운 장관이었다.

새들이 지나가는데 가끔 빈 곳으로 햇빛이 지상까지 내려오는 빛 내림 현상이 생겨났다.

조인족들은 습격을 조율하기 위해 하늘에서 천천히 세 바퀴 정도를 돌았다.

조인족들의 소용돌이는 자연현상처럼 느껴질 정도로 거대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조차 침을 꿀꺽 삼킬 정도의 긴장감.

후두두두둑.

그리고 하늘에서 무언가가 내렸다.

"갑자기 웬 비가… 아니. 이 맛은… 똥오줌이다!"

"으악. 머리에 떡이 졌어."

푸홀 요새로 무차별 쏟아지는 조인족의 똥오줌 폭격!

단순히 불쾌감을 주기만한 것은 아니었다.

성벽 위가 질퍽댈 뿐만 아니라, 병사들의 사기마저 떨어뜨린다.

"방패를 들어!"

"엄폐물, 엄폐물!"

칼날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용맹한 헤르메스 길드 유저와 알카트라의 도끼병 부대도 똥오줌을 피하기 위해서 아우성을 쳤다.

한동안 길게 떨어지는 똥오줌들.

새 차를 산 사람이라면 정말 지옥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 푸홀 요새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멀리 있던 북부 유저들은 조인족들의 무차별 똥오줌 공격이 푸홀 요새에로 비처럼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조인족들과 친하게 지내야겠군."

"으… 벌써부터 더러운 기분이다. 저기 꼭 점령해야 되는 거겠지 "

"그냥 며칠 쟤들끼리 놀라고 놔두는게 더 나을 수도……."

똥오줌 공격이 잦아든다고 느껴질 때쯤이었다.

꼬끼오오!

닭 울음소리 같은 게 터져 나왔다.

그 순간, 하늘이 일제히 내려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조인족의 세찬 강습!

하늘 높은 곳까지 솟구쳤던 조인족들이 최대한의 속도를 내며 지상으로 내려 꽂혔다.

"습격이다. 모든 병사들은 방패를 들고 대비하라."

조인족들은 약하다.

그랬으니 알카트라와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귀찮아도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서서 막아라. 궁수들은 그 자리에 누워서 하늘을 향해 화살을 날리도록."

그들이 생각해도 완벽한 대응 태세!

'조인족들만 처리하면 요새를 수비하기가 훨씬 쉬워지겠군.'

조인족들이 막무가내로 덤벼온다면 숫자를 쉽게 줄여놓을 수 있다.

조인족은 엄청난 전술적인 활용도가 있는 병력인데 너무 무차별로 쏟아져 내려오는 게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조인족의 작전계획은 대체 뭐였지  왜 하나도 맞는 게 없는 거야 '

조인족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중력에 비행 능력까지 더해서 전력을 다해 지상을 향해서 떨어졌다.

다시 날아오르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고 오로지 하벤 제국의 병사들을 하나씩 목표로 삼아서 온 몸으로 부딪쳤다.

꽈광!

조인족들도 전투력이 약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벌이는 육탄 돌격.

제국군의 최정예 병사들이 조인족 두세 마리와 충돌하면 어김없이 회색으로 변해서 목숨을 잃었다.

물론 부딪친 조인족들 역시 그 순간 죽음을 맞이했다.

"보잘 것 없는…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콰과과과과광!

알카트라는 탑에서 믿기 어려운 광경을 목격하고는 사방을 둘러봤다.

폭격이라도 맞는 것처럼 사방의 병사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하벤 제국군 병사들은 개개인이 정예병이었다. 물론 훈련과 전투를 통해서 성장시킨 그들의 레벨도 낮지 않지만 착용하고 있는 장비도 고급이다.

생명력과 맷집을 높여주는 갑옷과 방패, 지휘관들은 전체 병력의 능력치를 증가시켜주기 위한 특수 장비들까지도 소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병사들이 맥없이 죽고 있었다.

무시했던 조인족들의 낙하 공격은 성벽도 움푹 파이고, 탑의 벽에도 균열이 생겼다.

"이건 납득이 안 가는… 커억!"

카카오페이지 18편

학살을 생각하며 멍하니 보고 있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도 조인족의 육탄 공세에 맞았다.

 - 치명적인 일격!

   둔중한 일격을 당하셨습니다.

  샤일록의 투구가 피해를 감소시킵니다.

  생명력 4,280이 줄어들었습니다.

레벨이 400대 중반에 달하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도 피해를 입었다.

위드나 북부의 고레벨 유저들, 혹은 정말 인해전술이 아니고서야 자신들이 위험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고레벨 유저들조차도 목숨의 위협을 받아야 했다.

조인족 30, 40마리가 일제히 들이받으면 자신도 위험하거나 심지어는 죽을 수 있는 것이다.

"절대로 믿을 수 없어."

이해는 안 갔지만 각자 생존이 우선이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위기를 느끼자마자 지키고 있던 성벽을 벗어나서 서둘러 탈출했다.

조인족들의 융단폭격에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목숨을 잃은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만 수백 명이나 되었다.

조인족들이 하늘에서 궤적을 그으며 쏜살처럼 날아와서 부딪치면 검으로 베는 것도 소용이 없었다.

"사격하라. 사격! 모두 지상에 오기전에 떨어뜨려!"

궁수들도 화살을 쐈지만 큰 효과는 못 봤다. 처음 한 두 번의 화살을 쏘아서 조인족들을 맞추더라도, 그 다음에는 장전을 하기 전에 충돌이 이루어졌다.

전력을 다한 추락 비행!

이것은 알카트라나 궁수 지휘관들도 짐작하거나 대비할 수 없는 속도였던 것이다.

생명력이 낮은 마법사들도 느닷없는 공격에 대거 목숨을 잃고, 알카트라가 자랑하던 장궁병 부대의 진형 역시 무너졌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몸을 피하고, 원거리 공격 부대들이 활약을 못하게 되면서 조인족으로 인한 피해는 더욱 커졌다.

최대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중장보병들도 땅바닥에 쓰러져서 목숨을 잃었다.

"이건 도대체가… 조인족이 저렇게나 셌나 "

진군하던 북부 유저들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저 높은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데 그 속도가 너무나도 빠르다.

푸홀 요새가 있는 곳까지 날아올 때는 그리 빠르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이 위력은 절대로 조인족이 내기 불가능한 것.

조인족이 성장에 유리한 직업이라고는 해도 로열 로드에 등장한지 오래되지 않아서 아직은 이럴 시기가 아니다.

"저 놈들이 무언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날아오는 조인족의 가슴에서 커다란 바위덩어리를 발견했다.

조인족들은 바위를 안고 지상을 향해 전력을 다해 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목숨을 던지는 융단폭격!

공성용 대형 발석기에 위력을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 속도와 정확성은 오히려 훨씬 능가했다.

목표를 정하면 그대로 보고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이다.

"저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

"아르펜 왕국에 대한 북부 유저들의 충성심이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조인족들도 이렇게까지 할 마음은 갖지 않았다.

전투가 벌어지면 조인족의 특성을 이용하여 실컷 괴롭히는 것이 애초의 목적.

멋진 전투를 경험하다가 목숨을 잃으면 그것으로 족했다. 하지만 서윤의 등장으로 젊은 남성 조인족 유저들의 가슴에 큰 불을 붙였다.

"여신님께서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꼬꼬댁!"

"아. 그 분께서 우리에게 미안해하고 있어.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나는 도대체 얼마나 큰 죄를 지은 거지 "

서윤의 외모는 영혼까지 깊게 각인 되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치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이겠는가.

"의미 없이 죽지 않겠다. 반드시 피해를 줄 거야. 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요새에 내려앉아서 최선을 다해 싸울 거야."

"기꺼이 나는 바위를 들겠어. 적을 향해 들이받으면 효과가 있겠지."

"훗. 고작 그 정도로 견적이 나오나  나는 적들의 마법사에 정확하게 들이받는다."

"벌써 조인족으로 레벨 170. 망망대해에서 새로운 섬을 발견할 때보다도 떨리는 기분이야. 이 설렘 앞에 죽음이 무슨 대수랴."

"헤르메스 길드. 우리 여신님을 괴롭히다니… 이토록 무거운 죄를 짓고 있는 줄 몰랐다. 지금부터는 전쟁이다. 끝까지 간다!"

그녀가 이렇게 까지 바라지 않더라도 조인족은 그냥 하기로 했다.

어떤 이유나 논리 따위는 없어도 좋다. 이 세상을 살면서 한 번쯤은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해도 좋지 않겠는가.

"흠흠. 그 아가씨 참 예쁘지 않습니까. 어르신 "

"평생에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 건강관리 잘하시게. 인생은 오래 살만한 가치가 있어."

그리고 그 분위기를 타서 유부남 조인족들과 노인 조인족들도 폭격에 참여했다.

역시 사내들은 나이가 많건 적건 간에 철들기는 무리!

불타는 마음을 가진 조인족들이 푸홀 요새에 무차별 공격을 가했다.

물론 모든 조인족들이 육탄공세로 나선 것은 아니고, 일부는 돌덩어리만 낙하시키고 옆으로 빠져나오기도 했다.

그 광경은 북부 유저들 전체의 가슴에 불을 강하게 댕겼다.

"진격! 진격합시다."

"머뭇거리지 말고. 달려서 뛰어넘어요!"

"두 배, 세 배로 빨리 싸우죠."

북부 유저들의 투입속도가 확 늘어났다.

조인족 유저들의 투지와 사기가 북부 유저들의 전투력을 몇 배로 끌어 올렸다.

이것은 계획으로도 꾸며낼 수 없는 전장의 흐름!

 ㅡ 알카트라 : 상황 보고하라.

 ㅡ 펜슬 : 현재 파악 불가입니다. 지휘체계가 확보되지 않습니다. 부관이 몇 명이나 살아남았는지도 모릅니다.

 ㅡ 알카트라 : 우선은 병력을 보존해. 조금 참다보면 다시 우리에게 기회가 온다. 조인족들이 언제까지 부딪쳐 오진 못한다.

 ㅡ 라커 : 북쪽에서 조인족 무리가 또 다가오고 있습니다. 2차 공습입니다.

푸홀 요새가 대대적인 공격을 받을 때 탑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용기사 뮬의 안색도 좋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냥 출격을 할 걸 그랬군."

그리폰 부대가 하늘에 가서 싸웠다면 약한 조인족들은 파리처럼 해치웠을 것이다.

공중전에는 기동력이 중요한데 바위 덩어리들을 안고 있는 조인족들은 이동이 느리고 저항도 못했을 테니까.

목숨을 잃거나 전투불능이 된 조인족들이 북부 유저들 사이로 떨어졌다면 역으로 대단한 전공을 세울 수 있었으리라.

이미 지금은 시기를 놓친 후라서 뮬은 그리폰 부대를 대기시키며 기다렸다.

"내가 참여한 전장에 공중 지배권을 잃어서 큰 피해를 입다니 길드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다. 이렇게 된 이상 위드 만큼은 반드시……."

★★★★★★★★★★★★★★★★★★★★★★★★★★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간절히 위드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레벨 유저들은 풀죽신교의 초보들을 해치워봐야 번거롭기만 하다.

전쟁을 확실하게 끝내려면 위드를 잡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요새에서 매복을 하고 기다렸다.

"놈이 나오기만 하면. 이번 전쟁의 영웅은 바로 내가 될 것이다."

2만 명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 중에서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머릿속 한구석에는 가졌다.

그 무렵 위드는 깊은 땅 속에 있었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파바바바바박.

맹렬하게 흙을 파헤치면서 앞으로 전진했다.

물컹꿈틀이는 실패작!

지하 공간에서 장시간 땅을 파다보니 네 발로는 크게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성능이 개선되기 마련이지. 마치 크기는 조금 늘리고 가격은 두 배로 비싸게 파는 텔레비전처럼 말이야."

그리하여 다시 조각 변신술을 펼쳤다.

다리만 40개를 만들고 머리에는 송곳처럼 날카로운 기둥을 만들어놓았다.

드디어 흉하던 외모가 눈뜨고 마주보기 어려울 수준으로 변했다.

물컹꿈틀이 앞에서 오크 카리취 정도는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줄 정도.

그러면서 상당한 개량을 거친 물컹꿈틀이는 조각품은 놀랍게도 명작이 됐다.

조각술 숙련도의 스탯의 획득!

예술적 가치는 더 떨어진 7에 불과했지만 극단적인 시도가 성과를 냈다.

조각품이란 그 외적인 아름다움 외에도 최적의 효율성을 갖춰야 한다는 이유에서 명작에 등극할 수 있었다.

물컹꿈틀이 개량형으로 변신한 이후에는 지하에서 무서운 속도로 땅을 파며 이동했다.

"역시 지하 괴물은 이 정도는 되어야 효율적이란 말이지."

대충 푸홀 요새 부근에 왔을 때였다.

땅이 마구 울리는 진동이 지하까지도 전해졌다.

"지상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건지 모르지만 상관없지."

푸홀 요새에 있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위드만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베르사 대륙 전체를 통틀어서도 강자들만 모였다고 할 수 있다.

"인생은 비겁하게 살면 될 테니까 말이야."

위드는 앞발을 움직여서 조각품을 꺼냈다.

이번 조각품은 독 안개의 늪.

말 그대로 독 안개가 피어오르는 늪을 만들어버리는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을 위한 걸작 조각품이다.

'사람들이 많을수록 효과도 끝내주겠지. 대재앙이라고 다 나쁜 것만은 아니야. 종족만 잘 맞춰주면 실컷 움직일 수 있단 말이야.'

재앙 속에서도 살아가는 생명력을 가진 동물들은 물론 있다.

독으로 된 늪이라면 물컹꿈틀이의 안방 침대처럼 편안한 장소.

제대로 화끈하게 사고를 치기 전에 마판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마판님. 지금 대화 가능하세요 "

 ㅡ 예. 장사 중이긴 한데… 마지막 떨이만 처리하면 끝납니다.

"수익금은 "

 ㅡ 오전 장사만 80만 골드가 넘었어요.

"잘 됐군요. 저녁 장사는요 "

 ㅡ 그땐 백만 골드가 목표압니다.

마판 상회에서도 이번 전쟁에 정사의 사활을 걸고 있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어떤 물건이든 잘 팔린다. 다만 다른 상인들처럼 물건 값은 싸게 정했다.

유저들에게 마판 상회를 홍보하기 위해서라도 눈물을 머금고 역시 저렴하게 팔아야 했지만 평소의 투자가 결실을 맺었다.

방대한 생산 기지를 확보하고 있어서 높은 마진을 남겨먹었다.

위드는 마판 상회가 대륙 북부를 기반으로 쑥쑥 커나가더라도 조금의 시기도 없었다.

'주변 사람이 돈을 번다고 질투하면 안 되지. 사람이 속 좁게 그러면 못 써.'

부자라면 생각을 달리 해야 한다.

'숟가락을 올려주는 거지.'

실제로 마판 상회에는 위드의 지분도 투자가 되었으며 여러 협력 관계를 통해 같이 돈을 벌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위드는 마판을 믿진 않았다.

'언젠가 먼저 뒤통수를 쳐야 돼.'

마판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분명히 내 뒤통수를 칠거야. 물론 내가 먼저 칠 수 있지만.'

영원한 아군도, 적도 없는 비즈니스 세계!

설혹 적으로 갈라서더라도 위드는 언제든 마판과 기꺼이 맥주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마판님이 맥주를 산다면 마셔는 주지.'

'그때는 돈도 잘 버는 위드님이 사겠지. 양심이 있다면 말이야. 아… 그냥 나한테 사라고 하겠구나.'

함께 돈을 버는 동안에는 최적의 조합이었다.

"현재 요새 부근입니다. 상황은 "

 ㅡ 지상 병력이 푸홀 요새를 넘진 못했습니다. 언데드들이 길을 가로 막고 있는데 조인족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고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어떤 식인데요 "

카카오페이지 19편

  ㅡ 돌덩어리 끌어안고 그냥 떨어지는 겁니다. 제국군 병사들은 그냥 다 죽고 있어요.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북부 유저들도 격앙되어서 덤벼들어서 전투가 엄청나게 격렬합니다.

'그녀가 조인족을 끌어들였구나.'

서윤에게 설득을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결과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다.

위드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서윤은 기적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집 사면서 부동산에 얼마 줬어 "

"돈을 내요 "

"중개 수수료 받잖아."

"정말요  그건 예전 집주인에게만 받으면 된다고 안 줘도 된다고 했어요."

"……."

위드는 그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수료는 사는 쪽이나 파는 쪽이나 양쪽 다 지불한다.

비싼 부동산 중개 수수료 좀 깎아달라고 이틀 밤낮을 다퉜던 그 지난한 과정들이 떠올랐다.

"집은 별 문제 없고 "

"네."

"새로 지은 집은 비가 샌다거나 불량이 꽤 있다던데."

서윤의 집은 넓기도 했지만 매우 고급스럽고 구석구석 잘 지어졌다.

그만큼 건축이 잘못된 부분도 많으리라고 생각했다.

"건축사무소에서 직원들이 직접 점검해줬어요. 아직까진 없는 것 같아요."

"지금은 멀쩡해요 조심해야 돼. 집이란 건 정말 구석구석 까다롭거든."

"그곳 소장님이 앞으로 15년간 하자보수 해준다고 하던데요  벽지나 장판도 원하면 계절별로 바꿔준다고 했어요."

"……."

대충 지어놓고 도망가는 업체들과는 차원이 다른 서비스.

서윤의 외모는 불가사의한 마력의 힘을 가지고 있다.

최소한 남자라면 누구도 그녀가 슬퍼하거나, 싫어할 만한 일을 하고 싶지 않게 만든다.

장담할 수 없지만 서윤이 지하철 철구에서 헌혈을 좀 부탁하면, 1킬로 정도는 남자들이 일렬로 가지런히 서게 되리라.

그녀가 화장품 광고라도 찍는다면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만 매달 수억 개 이상씩 팔려나갈 게 틀림없었다.

휴대폰이나 자동차, 하다못해 생수라도 광고를 촬영한다면 완판은 확실하다.

역시 세상은 예쁘고 볼 일이었다.

'서윤을 닮은 딸만 낳으면 완벽하지.';

그러나 자칫 위드의 외모와 성격을 고스란히 닮으면 매우 위험한 일!

위드는 대제앙의 자연 조각술을 펼쳐도 상관없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 망설일 게 없었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

 -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예술 스탯이 20이 영구적으로 사라집니다.

  모든 스탯이 사흘간 일시적으로 15% 감소합니다.

  자연과의 친화력이 떨어집니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은 하루에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합니다.

  위험한 재앙을 불러오게 되면, 그 피해에 따라서 명성이나

  악명이 오를 수 있습니다.

  재앙을 겪는 와중에 죽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이제 푸홀 요새의 입장에서는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