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진정한 영웅
조인족들의 융단폭격이 점차로 줄어들었다.
제국군과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엄폐물들 뒤로 숨어버린 후였기 때문이다.
조인족들은 상당한 희생을 입었지만 그 대신 공중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가자. 요새로!"
"오늘 저녁은 요새에서 삼겹살 파티입니다."
풀죽신교의 무리들이 성벽을 향해 달려왔다.
높게 쌓인 뼈 무더기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그로비듄은 언데드들을 지휘했다.
"막아라. 나의 종들아."
스켈레톤, 구울들이 곳곳에서 일어나서 북부 유저들을 공격했다.
"꺼져. 이 뼈다귀야!"
"그냥 밀어붙여요!"
장궁병들의 도움도 없고, 마법사들도 목숨을 많이 잃은 만큼 북부 유저들은 언데드들을 그대로 힘으로 밀고 들어왔다.
언데드들의 공격력으로는 북부 유저들을 이기더라도 빨리 해치울 수가 없었던 것.
조인족들의 희생으로 만들어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모두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사제들도 전사들의 등에 업혀 움직인 채로 신성 마법으로 언데드를 소멸시키기까지 했다.
그로비듄은 미소를 지었다.
"어리석군. 네크로맨서가 전장에 있으니 너희들은 평생 유리해질 수 없다."
네크로맨서는 상황을 보는 눈이 일반인들과는 달랐다.
조인족들의 희생을 통해 제국군 병사가 많이 피해를 입었고,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마저도 제법 죽었다.
병력 손실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전장이 불리해진 건 전혀 아니다.
왜냐하면 고급 시체들이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일어나라. 눈 감지 못한, 잠들지 않은 원혼들이여. 여기 살아 있는, 그리고 너희를 죽인 자들에게 복수하라! 데드 라이즈."
다시금 언데드 소환 마법이 사용되었다.
푸홀 요새의 성벽에서부터 일어나는 언데드들은 데스 나이트 급 이상으로 둠 나이트, 스펙터들이 다수 출몰했다.
"모두 죽여라."
"크햣하!"
언데드들이 몰려가면서 북부 유저들을 학살했다.
피와 영혼의 구속!
그로비듄이 소모한 마나는 언데드들이 살육에 성공함으로써 금방 보충됐다.
"죽음마저도 거부한 강인한 전사들이여. 맺어진 계약에 의해 이곳에 너희들이 원하는 전장이 펼쳐졌다. 나의 부름에 응하여 나타나라. 애니메이트 데드!"
4단계 언데드 소환 마법이 펼쳐졌다. 강한 전사들의 영혼을 언데드에 부여하는 것인데 좋은 시체만 있다면 생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백여 구가 넘는 시체들이 슬금슬금 일어났다. 그들이 뿜어내는 강렬하고 시커먼 광채는 그로비듄이 부여한 것이 아니었다.
타고난 언데드 전사들이 그 힘의 여력을 발산하는 것이다.
그로비듄은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혼자서도 던전 사냥을 자주 했다.
이런 언데드 전사들을 데리고 다닌다면 보스급 몬스터라고 해도 능히 제압할 수 있었다.
"모두 가라. 적들은 널려 있다."
언데드 전사들이 그로비듄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더니 전장으로 나아갔다.
커다란 칼과 부서진 갑옷들을 입고 있는 언데드들은 유령마를 소환하여 타고 북부 유저들을 꿰뚫었다.
그로비듄은 자신의 주변에 5백기가 넘는 해골 궁수까지 소환하여 하늘로 화살을 쏘도록 했다.
그를 향한 조인족들의 육탄공세가 껄끄러웠으니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도저히 막지 못한다면 든든한 뼈의 장벽을 쳐놓고 숨어도 된다.
네크로맨서는 직접 싸울 필요 없이 언데드를 소환하는 것만으로도 제 몫을 다했으므로.
드르르르르르.
그때 갑자기 푸홀 요새는 물론이고 지역 전체가 미미하게 떨렸다.
'지진인가 그렇게 보기에는 약한데…….'
'위드 '
대재앙을 일으키는 위드에 대해 알고 있었으므로 알카트라는 다시금 전 병력에 비상을 걸었다.
ㅡ 알카트라 : 전 병력 재앙에 대비한다. 정보부에서 확인한 바로는 단 한 차례만 견디면 된다.
준비된 대처 방법에 따라 마법사들은 보호 마법을 펼치고, 제국군과 헤르메스 병력은 엄폐물 뒤로 확실히 숨었다.
사제들은 요새 내부의 공간에 마련된 안전지역으로 들어가기까지 했다.
지역 전체를 뒤흔들었던 진동은 이내 깨끗하게 사라졌다.
"별 건 아니었군."
"누가 큰 마법이라도 쓴 건가……."
조금 마음을 놓으려고 할 무렵 땅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어엇. 발이 빠진다."
단단하던 암반이 흐물흐물해지더니 고운 진흙처럼 변하여 몸을 끌어당겼다.
늪처럼 변해버린 땅.
요새 내부의 건물들이 무너지고 성벽도 옆으로 허물어졌다.
"으아악!"
요새에 있는 병사들과 유저는 땅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발목이 땅에 잠기고 나면 순식간에 무릎과 허리까지 깊게 빠져든다. 그때에도 잠깐 머뭇거리고 나면 머리까지도 땅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사, 살려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도 이 순간만은 벗어나기 위한 것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본능적인 공포심!
레벨이 높기 때문에 살아날 수는 있을 지 몰라도 인간인 이상 땅 속에 빨려 들어가는 것에는 무한한 두려움이 있다.
그리고 피어나는 짙은 독 안개.
- 중독! 중독! 중독되셨습니다.
생명력이 줄어듭니다.
체력이 저하됩니다.
스킬과 마법의 실패확률이 76%가 되었습니다.
"독이라니… 위드가 독으로 된 늪을 재앙으로 일으켰다!"
지형을 통째로 바꿔놓는 대재앙이라니 기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법사와 사제들은 자신을 비롯하여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해독 마법을 걸어주었다.
하지만 요새에 모여 있는 수많은 제국군 병사들을 전부 해독하기는 무리.
"크어어억!"
독 안개를 들이마신 제국군 병사들은 고통에 괴로워했다.
죽지 않더라도 전투력이 상당히 줄어들게 될 것은 틀림없었다.
두려움이 든 헤르메스 길드 유저듣도 일부는 급하게 사제나 해독제를 찾으러 돌아다녔다. 그리고 땅이 다시 울렸다.
그르르르릉.
무언가 다가오는 듯이 진동이 심해지더니 자욱한 독 안개에서 땅을 가르며 솟구친 한 마리의 흉악한 지하 괴물!
"으아아아악!"
푸홀 요새의 중심부에서 솟구친 그것은 가까이 있던 마법사를 다섯이나 먹어치웠다.
"이게 뭐야."
"엄청난 크기잖아. 초대형 몬스터 "
눈 깜짝 할 사이에 땅 속으로 사라진 그것은 잠시 후 부근에서 또 튀어 나와서 마법사들만 먹어치웠다.
"뭐, 뭐야."
독 안개 때문에 시야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커다란 소리가 나더라도 가까이에서도 제대로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캬캬캬캬캿!"
위드도 지상을 한 번 뛰어오르고 나서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독 안개의 늪은 병사들의 집단 중독 증상을 일으키기는 해도 병력 전체를 몰살시킬 만한 위력은 갖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척거리면서 몸이 빨려드는 늪, 갑작스런 중독 상태는 푸홀 요새의 병사들이나 유저들을 공포에 잠기게 했다.
"이건 거저먹기로군."
땅 속으로 다시 파고들지 않고 주변의 숨어 있는 적들을 닥치는 대로 해치웠다.
40개의 다리를 동시에 움직여 전진하면서 뿔로 들이받고, 꼬리를 휘둘러서 건물과 함께 부쉈다.
늪에서도 땅 속에 빠지지 않고 활동하는 대형 지네의 활약.
조각 파괴술로 힘까지 잔뜩 높여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제국군 병사들은 한 방에 목숨을 잃었고, 헤르메스 길드 유저조차도 몇 초 버티지 못했다.
비슷한 전투력을 가졌더라도 잘 싸우는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위드에게는 전투에 돌입하기 전부터 공간을 가득 채우는 크기와 살벌한 외모가 심리적인 장점이었다.
"위, 위드 놈이 나타났다. 도와줘!"
위드는 강하다. 거의 바드레이와 단독으로 싸우거나 과정이야 어쨌든 용기사 뮬을 제압했을 정도.
흩어져 있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두세명으로 싸워봐야 죽는다는 생각에 아군을 부르며 도망을 선택했다.
괴수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살기 위한 도망자들!
무릎까지 빠지는 늪에서 첨벙거리면서 도주를 했는데 속도를 내지 못했다.
위드는 무려 40개나 되는 다리와 얇은 피막 같은 날개를 펼치면서 날듯이 뛰어가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를 밟고 지나갔다.
콰과과과곽!
마지막은 꼬리로 후려쳐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한꺼번에 가뿐히 제압했다.
카카오페이지 20편
- 레벨이 올랐습니다.
- 전투 공적으로 명성이 491 만큼 증가했습니다.
- 루나스의 팔찌를 습득하셨습니다.
- 나크란의 머리 장식을 얻었습니다.
- 전리품으로 칼라모르의 모험 지도 #72를 주웠습니다.
푸짐한 아이템들!
"저쪽에 괴물이 있다. 당황하지 말고 공격 진형을… 크악!"
끈적거리는 늪과 독 연기! 위드도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기에 소리가 들리는 곳을 공격했다.
어둠 속에서도 더듬이를 이용하여 살아있는 생명체를 감지하여 냉큼 잡아먹었다.
- 인간 라듀스를 먹었습니다.
끔찍한 식성으로 인하여 악명이 36 증가합니다.
생명력이 497만큼 회복됩니다.
힘과 체력의 최대치가 일시적으로 높아집니다.
기사들은 혓바닥에도 끌려 들어오지 않고 벽이나 기둥을 잡고 버티는 경우가 있어서 가급적이면 마법사나 사제들 위주로 골라서 먹었다.
끔찍한 전투 방식을 선보이는 조각 생명체 물컹꿈틀이!
그러다가 가끔씩 소화불량으로 속이 답답해지면 그대로 뒤쪽으로 분출했다.
뿌우우우웅.
대형 독지네 물컹꿈틀이가 뿜어내는 강력한 독 가스.
"코가 썩는다!"
"가, 갑옷이 녹아내리고 있어요."
돌덩어리까지도 녹이는 가히 최강의 스킬.
늪에서 대형 지네의 활약은 최고조가 된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을 통해서 지형을 바꿔놓는 방식은 조각 변신술을 통한 효과를 최대로 만들었다.
그 사이에 하늘을 날고 있는 조인족들은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위드를 발견했다.
"위드님이 참여하셨다. 꼬꼬댁!"
"정말 노래도 안 불렀는데……."
"밑에 보인다. 까울!"
조인족들의 시야에는 푸홀 요새의 참상이 고스란히 보였다. 갑자기 땅이 늪으로 변하면서 건물들이 기울어지고 성벽에서 몇 곳이 허물어졌다.
제국군이 모여 있던 요새에는 시커먼 독 안개가 자옥하게 피어올랐다.
독 안개 속에서 활동하는 대형 지네의 몸 일부가 그들의 눈에 보였다.
"저, 저게 정말 위드님 "
"돕자. 도와주자."
"나도 마음은 그렇지만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진 않아."
하벤 제국측이 보이기만 하면 자살 공격을 하려던 조인족들이었다.
그들이 기꺼이 죽으려고 하는데 풀죽 공수부대의 요청이 들어왔다.
"우리를 요새에 떨어뜨려주세요. 위드님과 같이 싸우고 싶습니다."
"저곳은 독 때문에 정상적인 전투가 불가능합니다. 제국군 병사들도 녹아내리고 있어요."
"상관없습니다. 풀죽 공수부대는 전쟁을 이기기 위해 조직되었고, 위드님과 아르펜 왕국, 그리고 자유를 위하여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조인족 여러분들의 분투를 보았는데 우리들이 몸을 사리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정 그러시다면 모셔다드리죠. 부디 살아남기를."
조인족들은 수만 마리씩의 군무를 일으키며 풀죽 공수부대를 푸홀 요새의 주요 거점마다 떨어뜨렸다.
무게를 줄여주는 깃털을 사용하며 하늘에서 나풀거리며 하강하는 공수부대 유저들.
그들은 전쟁을 위해 직업을 막론하고 기본적으로 궁술을 익혔다.
푸슈슈슉!
지상으로 떨어지는 동안 푸홀 요새를 향해 마구 화살을 쐈다.
독 안개 사이에서 잠깐씩 시야가 보일 때가 있었다.
늪에 빠졌거나, 아직도 성벽 위에 남아 있는 제국군 병사들 향한 무차별 화살 공격.
"하늘이다."
그들을 발견한 헤르메스 길드에서 하늘로 마법이 날아가면, 수십 명씩이 휘말려서 목숨을 잃었다.
대신 풀죽 공수부대의 화살 공격도 그 지역으로 향했다.
땅에 내려선 풀죽 공수부대 요원들은 그때부턴 흩어져서 활동했다.
"모두 최대의 전적을."
"아르펜 왕국을 위하여!"
직접도 다르고 레벨도 다르다. 하지만 용기와 충성심을 가지고 모인 풀죽신교 최정예 공수부대 요원들.
그들은 제국군 사이로 다가갔다.
"어… 어서 날 꺼내주게!"
늪에서 발견한 제국군들을 향해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커억. 왜 나를……."
마법사와 사제들에게도 다가가서 도끼를 던지거나 검으로 찔렀다.
"배, 배신 "
풀죽 공수부대 요원들은 하벤 제국군의 일반적인 복장을 입었다.
일부의 지휘관 유저들은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많이 착용하는 대표적인 복장과 아이템들을 착용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최적의 전투 효율을 위해 특정 레벨마다 추천하는 검이나 갑옷이 있었다.
그것을 동일하게 구한 것도 몇 개 있었지만 공수부대에게 넉넉하게 나눠주기란 불가능했다.
재봉사 마스터를 꿈꾸다가 120미터 뜨개질 양탄자에서 좌절한 드라고어와 그의 제자들이 공수부대의 의복을 제작했다.
"짝퉁을 만들어달라는 말씀이시죠 "
"예. 재봉사님에게는 무척이나 죄송한 부탁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염치불구하고 부탁드립니다."
"훗. 별 거 아니네요. 그대로 만들어 드릴게요. 그리고 특별히 좋은 단추로 달아드리겠습니다."
의복의 생명은 단추!
수만 명의 공수부대 요원들은 제국군이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의 복장을 하고 요새로 뛰어내렸다.
애초에 전쟁이 차분하게 벌어졌다면 공수부대 요원들 중에서 8할 이상이 공중에서 땅을 밟지도 못한 채 목숨을 잃었어야 했다.
조인족의 공격에 생명력이 낮은 마법사와 궁수들이 숨어버리고 대재앙이 벌어지고 난 이후라서 공수부대를 일찍 격파하지 못했다.
독 안개로 인해 지금은 요새 내에 극심한 혼란까지 벌어지다보니 공수부대 요원들은 더욱 분이 안 되어서 대활약을 할 수 있었다.
"동쪽 성벽에 세 곳 확보 완료."
"무기창 장악. 즉시 건물을 무너뜨려서 파괴하겠음."
"저희들은 병사들 숙소에 화재를 일으키러 갑니다."
만만한 제국군 병사들이야 눈에 보이는 족조 없앨 수 있었으며, 생명력이 많이 떨어진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도 합공을 통해서 가끔씩 처치했다.
어떤 지역에는 심지어 공수부대가 더 많이 모여서 다른 지역을 집단으로 공격가기도 했다.
그들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옷깃의 단추 하나뿐이었다.
★★★★★★★★★★★★★★★★★★★★★★★★★★
"비, 빌어먹을!"
알카트라는 지금까지 쥐고 있던 풀죽신교의 작전계획서를 땅에 집어던졌다.
"내가 속은 것인가. 도대체 그대로 진행되는 게 하나도 없지 않은가."
제국군 병사들이 중독되어서 약해지거나 죽어갔다.
이들을 치유해줄 능력이 있는 병력들은 안전한 장소에서 꼼짝달싹도 하지 못한다.
대재앙이 일어나고 위드도 활약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렇지만 지금은 총사령관으로서도 두 손을 놓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란 없다.
겉보기에는 아군 병력에 의해서 같은 편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명령이 아래까지 내려가지 않았다.
특히 이곳에 모인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자신의 목숨부터 챙기려다보니 제국군이 다가오면 의심부터하고 먼저 공격까지 하는 실정이었다.
풀죽 공수부대의 정예 요원들은 공격을 당하면 억울한 척 그냥 맞기만 하다가 방심을 하면 뒤에서 독 단검으로 찔렀다.
든든했던 그로비듄과 뮬도 쓸모가 없다.
리치화가 진행되는 그로비듄, 그는 요새 밖에서 풀죽신교의 유저들을 막는 역할을 맡았다.
그가 계속 언데드를 일으켰는데 무리를 함에 따라 부작용도 벌어졌다.
지휘에서 벗어난 일부의 언데드들이 제국군이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도 공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그로비듄이 이를 서둘러 다스려야 했지만 그는 한계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언데드들을 일으켰다.
시체가 도처에 쌓여 있다 보니 욕망을 참지 못하고 고급 언데드들을 소환하였고, 그것들의 일부가 아군을 공격한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그로비듄. 그 정신 나간 작자는 도대체 뭘 하고 있단 말인가 "
실은 늪 속에서 데스 나이트 반 호크도 소환되었다.
암흑 군대의 총사령관 반 호크.
그는 시체에서 막 일어난 언데 중의 일부의 지배권을 빼앗아 부하로 삼았다.
네크로맨서가 이를 알았다면 제지할 수 있었을 테지만 그로비듄의 관심은 온통 한꺼번에 몰려오는 적들에게 쏠려 있다.
네크로맨서는 대단위 병력을 다스려야 했기에 요새 내의 시야가 제한된 이상 소소한 부분까지는 관심을 갖지 못했다.
뱀파이어 로드 토리도 역시 소환되어서 구석에서 신나게 피를 빨아먹고 있었는데 이는 전장 전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정도였다.
뮬은 그로비듄에 비해서 더욱 한심스러웠다.
그로비듄은 그래도 일부 전력상 피해는 주지만 제 몫은 다했다.
뮬은 처음에 거드름을 피우면서 조인족을 격퇴하지 않은 이후로 출격할 기회를 못 잡았다.
그의 막강한 그리폰 부대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탑 안에 숨어 있거나 지상에서 도망 다니고 있었다.
그리폰 한 마리, 한 마리가 귀한 고급 전력이기 때문에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많은 병력이 차출되었다.
뒤뚱거리면서 안전지역을 찾아서 도망 다니는 그리폰 부대는 꼴불견 그 자체였다.
창공을 꿰뚫는 그리폰 기사단.
지상을 조롱하는 하늘의 지배자.
그들이 하늘에 뜨기만 했더라도 묵직한 돌을 품에 안고 있는 조인족들은 공중전에서 상대가 안 됐다.
빠른 속도와 돌파력으로 그리폰 한 마리가 백 마리씩의 조인족들은 간단히 없앴을 것이다.
지상에서의 싸움과는 다르게 날개에만 스치듯이 상처를 입어도 그냥 추락하고 말았을 테니까.
그들이 일찍부터 하늘만 장악했더라도 조인족들도 꼼짝을 못했을 것이고 절대적인 유리함을 하벤 제국군이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켈룩!"
그 용맹을 펼치던 그리폰들은 독 안개를 마시고 괴로워했다.
그리폰 부대가 지금 하늘로 날아오르기는 무리였다.
이미 높은 위치를 차지한 조인족들이 자살 공격을 해오면 모습을 드러낸 채로 솟구치던 그리폰들은 속수무책일 것이기 때문이다.
비행 생명체인 만큼 레벨과 생명력, 모든 면에서 훨씬 뛰어나더라도 공격을 당하면 취약하다.
알카트라는 깊이 탄식했다.
"차라리 아무 것도 믿지 말 것을. 작전계획이고 뭐고 그냥 정공법으로 막고 버티기만 하면 됐는데.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더 잘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우리가 유리하다가 방심하고 말았다."
풀죽신교의 지상군은 언데드를 넘어서 달려오고 있다.
"조인족들이 희생하고 공수부대가 싸우고 있습니다. 위드님도 내부에서 분투를 펼치고 있다는데… 무엇을 망설입니까. 여러분!"
유저들이 독 안개 속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그에 비해 제국군 병사들은 늪 때문에 이동이 안 되고, 어둠이 깊게 내렸다.
요새로 접근하는 적을 그대로 놔둘 수밖에는 없었고, 심지어는 공수부대 유저들과 조인족들이 성문까지 도착했다.
"여깁니다. 여기를 제압합시다!"
대재앙이 피해를 입히는 것은 북부 유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성문 부근에는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고레벨 유저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기사단과 중장갑 보병들까지도 배치가 됐다.
공수부대 유저들은 시체를 쌓아가며 침투했고, 억지로 성문의 잠금장치를 열었다.
"막아!"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그 직후에 다시 성문을 걸어 잠그려고 했지만 조인족들이 이를 보고 몸으로 부딪쳤다.
수백 마리 이상의 조인족들이 한꺼번에 충격을 가하니 거대한 성문이 활짝 열리고 만 것이다.
"갑시다."
"풀죽, 풀죽, 풀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