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46권 (313/520)

카카오페이지 21편

풀죽신교의 유저들은 미친 듯이 달려왔다.

때로는 독 안개를 마시고 그대로 회색빛으로 변해서 사라졌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보이는 모든 이들을 공격하세요!"

"이들 중에는 공수부대 요원들도 있습니다."

"상관없어요. 그들도 자신들을 구분하기 위해 머뭇거리지 말고 공격해달라고 했어요!"

독 안개 속으로 풀죽신교의 무리들이 가득 들어와서 요새 내부로 흩어졌다.

허리까지 늪에 빠져든 제국군 병사들을 손쉽게 제압하고 성벽과 요새의 거점들을 향하여 내달렸다.

하늘에서의 조인족들의 공격도 재개됐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향한 공중 투창과 화살 공격!

조인족들 중에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오리류 종족들은 공수부대를 요새의 방어탑까지 직접 데리고 왔다.

방어탑을 점거하고 나면 풀죽 궁수대가 거점을 장악한 채로 제국군을 향해 화살을 쐈다.

풀죽신교의 파상공세가 벌어지면서 푸홀 요새에서는 난전이 벌어지게 됐다.

온통 하늘을 날아다니는 조인족과 성문과 성벽을 넘어오는 풀죽신교의 유저들로 인하여 정신을 차라지 못했다.

"막아라. 모두 죽이고 다시 성문을 수복한다."

지휘관들의 외침도 소란에 의하여 금방 묻혀버렸다.

"풀죽, 풀죽, 풀죽!"

검을 한 대 맞대면 죽어버릴 정도로 약한 자들이지만 계단과 복도, 온 사방에서 북부의 유저들이 달려왔다.

푸홀 요새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든 이후였다.

★★★★★★★★★★★★★★★★★★★★★★★★★★

꽈르릉!

위드도 요새 내에 가득 찬 제국군 병사들 사이에서 거칠게 몸을 뒤틀었다.

건물 기둥처럼 굵은 꼬리가 그대로 제국군 병사들을 강타했다.

그 여파 때문에 수십 명의 병사들이 사망한 것은 물론이고, 막사로 지어진 건물까지도 무너졌다.

매캐한 연기와 질퍽질퍽한 늪 속에서 40개의 다리와 점막처럼 얇은 날개는 빠른 기동성을 안겨줬다.

푸홀 요새의 내부를 헤엄치듯이 다니면서 제국군이 보이면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

"놈을 죽여라!"

헤르메스 길드 유저, 하벤 제국군의 기사들은 엄폐물에 숨어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위드의 눈에 언뜻 보이는 정도만 백여 명!

헤르메스 길드에는 전부가 고레벨 유저들이니 그들이 열 명 이상만 모여서 제대로 공격읖 퍼붓는다면 금방 위험에 빠지고 만다.

위드는 그러나 흉측한 이빨을 드러내며 싱긋 웃었다.

'대재앙이 아직 효과가 미약하더라도 남아 있다. 그리고 내 몸 상태는 최고이니 상황이 불리해지더라도 도망은 칠 수 있지. 특히 생명력이 높은 게 지금의 몸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니까.'

위드는 투지를 북돋기 위하여 크게 포효했다.

"크콰아아아아아!"

그러자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 중에서 여성 유저들이 단체로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꺅꺅!"

마치 정신 공격이라도 한 것 같은 분위기!

헤르메스 길드 남성 유저들조차도 순간 위드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너무 모, 못 생겼어."

"혐오……."

물컹꿈틀이의 외모는 정면에서 눈뜨고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어쨌든 긴장감이 풀리는 순간은 곧 기회.

위드의 40개나 되는 다리가 땅을 박차며 전진했다.

"놈이 움직인다. 공격!"

헤르메스의 기사들이 엄폐물이서 사방에서 뛰어내리고, 높은 곳을 차지한 궁수들은 화살을 쐈다.

위드의 커다란 몸통을 상대로 마치 보스급 몬스터를 사냥하듯이 잡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늪지의 안개를 해치며 꿈틀거리면서 다가오는 몸은 흡사 기차처럼 보일 정도였다.

커다란 몸은 활동하는데 많은 체력과 힘을 필요로 하며 공격당할 구석도 크다.

약점이 노출되어 있었던 만큼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자신 있게 스킬을 사용했다.

"난도질의 검!"

"화염 강림!"

"영혼 탈취!"

"억센 굴레의 도끼질!"

다양한 공격 스킬을 시전한 유저들. 그들의 무기가 환하게 빛나며 위드를 공격하려고 접근했다.

"후우아아아!"

위드는 그들을 향해 입을 크게 벌렸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몸이 얼어붙는 유저들!

그들이 떠올린 것은 독을 가득 뿜어내는 것이었다.

'브, 브레스다!'

초대형 몬스터, 혹은 드래곤의 전매특허와 같은 기술!

전쟁의 신 위드가 상대라면 얼마나 엄청난 브레스 공격이 튀어나올 것인가.

백여 명이나 모였기에 자신 있게 덤벼든 것인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했다.

그리고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끄어억!"

위드의 입에서 나온 것은 엉뚱한 트림!

워낙 인간들을 많이 잡아먹다보니 중요한 순간에 트림이 나오고 말았다.

"뭐, 뭣이지 "

"독이다. 독일 거야. 독을 조심……."

유저들이 덤벼들다가 주춤거렸지만 어떤 피해도 없었다.

위드는 민망함에 더 빨리 움직였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 그리고 제국의 기사들을 향해 몸을 내던졌다.

"크어엑!"

스킬도 아니고 힘과 몸무게로 들이 받으면서 돌파했다.

"어서 제압해!"

유저들도 정신을 차리고 공격했다.

위드의 거대한 몸을 각종 스킬들이 그대로 강타!

 - 절단의 칼날이 옆구리를 강하게 베었습니다.

   생명력 12,930 감소.

 - 86발의 화살이 몸에 박혔습니다.

  총 피해 생명력 48,102

  화살을 제거하고 치료하기 전까지 지속적인 피해를 줄 것입니다.

 - 회전하는 도끼질에 연속으로 8번의 공격을 적중 당했습니다.

  치명적인 공격!

  생명력이 48,239만큼 감소하였습니다.

  특정 부위의 방어력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물컹꿈틀이의 최대 장점으로 공격하는 쪽에서는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든든한 생명력.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에게도 포위당해서 계속 공격당하지 않는 한 죽을염려 따위는 없다.

위드는 적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몸으로 막고 스무 개나 되는 발로 붙잡아서 마구 먹어치웠다.

"냠냠냠와구와구와구!"

식섣을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는 물컹꿈틀이의 최종 공격.

그러나 명색이 헤르메스 길드 유저이기 때문에 한 번 정도로는 안 죽었다.

 - 인간 칼로제를 먹었습니다!

  칼로제를 씹고 있습니다.

  딱딱한 어금니가 29,384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강한 산성의 침이 상대를 녹이는데 실패했습니다.

  상대가 착용하고 있는 장비의 내구도를 29%만큼 낮춥니다.

  생명력을 9,283만큼 감소시켰습니다.

 - 칼로제를 삼켰습니다.

  소화기관에서 독한 위산이 분비되었지만 적을 분해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생명력을 54,299를 낮췄습니다.

  강한 적을 먹음으로써 일시적으로 생명력의 최대치가 997만큼 증가합니다.

  생명력이 3.5% 회복됩니다.

  허기가 사라졌습니다.

위드에게 먹힌 상대는 끔찍한 경험을 당해야 했다.

이빨에 씹히고 침으로 엉망진창이 된 후에는 삼켜져서 구불구불한 위장을 따라서 이동했다.

그리고 마침내 엉덩이로 배출.

구역질이 날 정도로 이상한 냄새가 나는 끈끈한 액체와 같이 빠져나왔다.

"으어……."

칼로제라는 유저와 다섯 명의 동료는 어지러움에 몸을 가누지 못하였다.

"우리가 산거야, 죽은 거야 "

"전투를 계속 해야 하니 어서 일어나야 해. 근데 몸이 말을 안 듣는……"

궁수 유저들도 깜짝 놀랐다.

"이런 지독한 스킬이라니!"

물컹꿈틀이의 먹기에 동료가 당하는 모습은 가히 살이 떨려올 정도로 무서웠다.

위드가 먹어치운 사람들이 이상한 모습으로 배출되는 것까지 보니 절대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약과였다. 더 끔찍한 일이 있었다.

"살아 있었네  역시 음식물은 꼭꼭 씹어 먹었어야 했는데."

위드가 몸을 한 바퀴 뒤로 꺾더니 엉덩이로 배출된 그들을 다시 집어삼킨 것이다.

"끄아악!"

긴 혓바닥에 휘감겨서 먹히는 유저들.

"으아아아아악!"

위드의 입 안에 들어간 유저는 이번에는 다시 나오지 못했다.

"……."

동료들조차 복수심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극악한 전투 방법!

위드는 단지 물컹꿈틀이의 성향대로 싸우고 있을 뿐이었는데도 적들에게는 악마 같은 느낌을 듬뿍 줬다.

어설픈 악당이 아니라, 진정한 최종 보스.

잔혹하고 비열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흉악한 생명체.

40개의 다리를 동시에 움직이니 몸이 꿈틀꿈틀 거렸으며, 큰 주둥이로는 끝없이 인간을 잡아먹는다.

다른 배경 없이 현재의 모습 그대로만 보면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오히려 악을 척결하는 영웅들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어, 어쨌든 놈은 혼자다! 우리는 다수이니 쳐라!"

"위드를 없애자!"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다시금 용기를 갖고 덤벼들기 시작했다.

위드는 거대한 몸을 세우며 열 개의 다리를 휘두르며 싸웠다.

나머지 서른 개의 다리로는 앞으로 움직이거나 뒤로 움직이고, 옆으로 회피를 했다.

공격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

긴 몸은 쉽게 표적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위험한 무기가 된다.

고무줄 같은 탄력으로 몸을 꿈틀 거리며 유저들을 쓰러뜨렸다.

무너진 건물이나, 성벽의 측면을 이용하여 적들을 공격하는 방법까지 사용했다.

하지만 곧 주요 거점들을 장악한 헤르메스 길드의 레인저와 궁수, 마법사들의 공격이 위드의 몸에서 작렬했다.

화염이 치솟고, 몸은 화살에 의해 꿰뚫렸다.

"크오오오."

위드의 생명력이 빠르게 오분의 일이 감소했다.

원래의 상태였다면 열 번도 넘게 목숨이 날아갔을 정도로 부상을 입었다.

물론 물컹꿈틀이의 몸으로는 버틸만 했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섰다.

"놈을 잡아라!"

벌떼처럼 더 많이 몰려오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

길드의 통신망을 사용해서 벼르고 있던 강한 유저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오고 있었다.

"여기까지군."

위드는 땅 속을 파고 들어갔다.

40개의 다리가 움직이면서 정면이 아니라 꼬리에서부터 거꾸로 땅을 파고들어가서 사라져버리는 기괴하고 경악스런 모습.

"이게 뭐야……"

모여든 유저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위드는 한참이나 떨어진 장소에서 다시 솟구쳤다.

"저쪽에 있다. 쫓아가자!"

"위드를 잡아라!"

어디서든 나타나서 방심하고 있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를 잡아먹고 땅 속으로 숨어들어갔다.

정식으로 전투만 한 것도 아니었다.

땅 속에 숨은 채로 더듬이만 살짝 내밀어서 주변을 탐색하다가 누군가 걸리면 혓바닥을 길게 뽑아서 낼름 낚아챘다.

"사, 살려줘."

위드의 입 속으로 그대로 끌려들어가는 유저들.

활약은 그쯤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리폰 몇 마리가 탑에 갇혀 있는 것이 보였다.

조인족의 공격이나 대재앙으로 인하여 탑으로 숨어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

"내 밥이구나!"

위드는 땅을 박차고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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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컹꿈틀이의 무겁고 긴 몸은 땅을 벗어나고서는 활약을 하지 못한다.

고작 5미터 정도를 뛰어오른 후에 몸으로 탑을 감았다.

그 후에는 40개나 되는 다리를 이용하여 탑의 벽면을 비스듬히 올라가는 기행을 벌였다.

마침내 10층 정도에 뚫린 창문에서 그리폰들을 마주볼 수가 있었다.

위드는 그리폰을 죽이기 위해 공격도 안 했다.

쭈우우우웁!

혓바닥을 길게 뽑아서 다리를 붙잡아 억지로 끌어당기는 것으로 충분!

"크캬캬캬캿!"

거대한 입을 통째로 벌려서 저항하는 그리폰을 삼켰다.

"맛있군. 통닭의 느낌이야. 소금이 조금만 있었더라면 좋을 텐데."

사냥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조차도 위드를 보면 치를 떨며 기겁했다.

"으아아… 괴물이야. 괴물!"

밝은 대낮에 보더라도 흉한 외모인데 늪과 안개 사이를 헤치며 종횡무진 다니는 모양새는 영락없는 최악의 악당 괴물.

하지만 그런 만큼 질기고 강했다. 끝을 모르는 듯한 막강한 생명력을 이용해 지하로 들어간 후에 상대적으로 해치우기 쉬운 하벤 제국군의 NPC들을 듬뿍 섭취했다.

영양분을 먹어서 생명력을 채우고 독가스를 보충한 후에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모여 있는 곳에 분출했다.

뿌어어어어어엉.

"코, 코가 썩어 들어간다."

"숨을 쉬지 못하겠어……."

위드의 활약은 독 안개로 인해 멀리서 볼 수가 없어서 북부 유저들의 전체적인 사기를 높이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인 실속을 챙겼다.

개개인이 강자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잡아먹으면 스킬 숙련도, 경험치, 전리품에 이르기까지 최대로 얻는다.

이보다 더한 보약이 따로 없었기 때문. 전투 한 번에 2~3개의 레벨을 쉽게 올릴 수가 있을 정도였다.

"다음번에는 함께 사냥할 조각 생명체를 하나 만드는 것도 괜찮을지도… 아니면 동료들을 데려와도 좋겠군."

페일에게 머리 위에서 화살을 쏘라고 하거나, 이리엔에게 자기 자신의 치료를 전담시켜도 된다.

조각 변신술이 괴물로 변해서 혼자 싸우는 게 아니라, 대형 생명체의 몸을 한 채로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촤촤촤촤촤촤.

위드는 질퍽질퍽한 땅에서 진흙과 물을 헤치며 고속으로 전진했다.

40개의 발을 동시에 이용하여 달리는 속도는 말보다도 훨씬 빨랐다.

요새의 벽을 뚫거나, 땅 속을 통과하며 지나가면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보이면 혓바닥을 쭉 내밀었다.

낼름 꿀꺽!

심지어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까지도 긴 혀로 낚아채서 입 안으로 받아먹었다.

개구리가 혀를 쭉 내밀어서 파리를 잡는 것처럼 찰나의 순식간에 신기에 가까운 몸동작.

따로 훈련을 받아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정확한 동체시력과 순간포착, 그리고 정교한 혀의 움직임.

위드는 생명력이 떨어지면 땅을 파고 들어갔다가 적들이 방심하고 있을 때만 노려서 공격을 했다.

전투 중인 뒤를 치거나 골목 뒤에 숨어 있다가 낚아채는 정도는 기본이었다.

이윽고 60명 이상의 헤르메스 길드 유저를 잡아먹었을 때였다.

물컹꿈틀이의 배가 불록불록 튀어나오더니 곧 엄청난 에너지로 변해 입으로 튀어나왔다.

꺼어억!

 - 악취 분출!

 살아있는 생명들을 우협하는 냄새를 뿜어냈습니다.

 7단계의 맹독입니다.

 적의 생명력을 최대 18,700까지 낮추며, 기절과 마비, 둔화의 효과를 일으킵니다.

 물컹꿈틀이의 새로운 공격 기술을 습득했습니다.

과식으로 얻은 종족 스킬.

이윽고 대재앙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질퍽대던 땅이 단단하게 굳어지고, 온통 피어올랐던 독 안개가 걷혀갔다.

그리고 하벤 제국 측에서는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전군 공격 진혀으로. 요새에 침입한 자들을 몰아낸다."

알카트라는 요새에 숨어 있던 병력을 지휘하여 북부 유저들을 몰아내려고 했다.

푸홀 요새를 되찾으면 다시 장기전으로 이끌면서 버티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북부 유저들은 기회를 안 놓쳤다.

"빼세요. 어서!"

"이쪽 밑기둥을 부수면 쓰러뜨릴 수 있어요."

푸홀 요새 안에서 공성전이 벌어지다보니 성벽은 병사들이 지키지 않았다.

북부 유저들 중에는 건축가와 대장장이로 구성된 팀이 있었다.

아르펜 왕국의 건국과 발전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직업군이 바로 건축가.

"건축가들끼리 뭔가를 좀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

"요새의 구조를 파악해서 공격 루트를 정리할 수 있겠네요. 별 도움은 안 되지만……"

"전장에 뛰어들면요 "

"적을 죽이진 못해도 요새를 파괴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건물 붕괴술!

하벤 제국군이 요새 내부에서 적과 싸우고 있는 동안 성벽의 벽돌을 빼놓고 스킬을 펼쳤다.

대륙 최고의 건축가 미블로스와 북부를 대표하는 파보, 수많은 건축가들이 몰려와서 성벽을 작업했다.

쿠르르르릉.

이윽고 푸홀 요새의 성벽에 큰 균열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구멍들이 수없이 많이 생겨났다.

"으와, 길이 났다!"

유저들이 통과하는 모습을 본 건축가들은 그들을 막으려고 했다.

"안 됩니다. 붕괴가 계속 진행되고 있어서 위험……."

"끼얏호!"

사람들은 두터운 성벽에 난 길을 따라서 냅다 달렸다. 떨어지는 돌조각에 의해서 피해도 생겼지만 그냥 전진했다.

북부 유저들은 지난 전쟁을 경험하면서 깨달았다. 사람이 아무리 많더라도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뒤쪽 병력들은 현재의 전장에 당장 도움이 안 된다.

하벤 제국군은 너무나도 막강하기 때문에 그들을 잠시라도 쉬게 내버려두면 이기지 못한다.

물량을 기반으로 한 속도전!

 - 죽어도 빨리 죽자.

 - 느린 게 죄다.

전쟁을 경험한 유저들 사이에서 널리 알리게 한 말이었다.

무작정 밀려오는 공격은 북부 유저들의 레벨이나 전투력이 지난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세 배정도는 강하게 느껴졌다.

"미세요. 밀어!"

실제로 북부 유저들 중에는 안삼죽 부대 요원들이 특별 활동에 나섰다.

조금이라도 라인이 정체가 되면 힘껏 앞으로 밀어붙였다.

풀죽신교에서 새운 자체적은 작전은 푸홀 요새에 최대한 많은 북부 유저들을 투입하기였다.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효과는 뛰어난 전술이었다.

★★★★★★★★★★★★★★★★★★★★★★★★★★

검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여긴 높구나."

와이번을 타고 구름을 뚫고 날아가는 기분.

그의 주변에도 와이번들과 조인족들이 사범들과 제자들을 데리고 같이 날았다.

검치와 수련생들은 이번 전쟁에서 공수부대의 역할을 맡았다.

매번 막내 제자의 명령을 듣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쁠 때는 당연히 있었다.

"위험한 일인데 이건 아무나 못하죠. 스승님과 사형들이니까 편하게 부탁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요새에서 같이 싸우자는 말이냐."

"네. 위험하니까 인심하셔도 됩니다. 같이 싸워주시면 도움이 되겠지만… 참 방송 중계도 되니까 수억 명의 사람들이 보는 거 알고 계시죠 "

"수억 명이나."

"월드컵 시청률보다도 높게 나오는 국가가 많거든요. 그리고 스승님도 이미 유명 인사잖아요."

막내 제자 위드의 말이 틀린 게 없다.

검치와 검둘치를 비롯한 사범들, 방송에 얼굴을 자주 비친 수련생들은 요즘 들어 묘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거리에 나가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하면 그들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생겼다.

'예전에는 눈빛을 마주치는 사람이 드물었는데.'

여학생들이 그들끼리 '그 사람 맞지 ', '맞아.' 이런 대화를 나누는 걸 들으면 뿌듯해졌다.

'이래서 사람이 유명해지고 봐야 한단 건가.'

세계 검술 대회에서 우승하고도 얻지 못한 인기를 지금 누리고 있었다.

'다 죽여주지. 강한 놈들과 싸우는 건 나도 원하는 바다.'

검치와 수련생들이 와이번과 조인족의 등을 빌려서 푸홀 요새의 하늘에 도착했다.

"밑으로 내려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데려다준 것으로 충분하오."

친절한 조인족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검치는 하늘에서 뛰어내렸다.

입고 있던 가죽 망토를 펼쳐서 바람을 탔다.

로열 로드에서는 다소 무모한 행동도 절묘한 감각으로 극복할 수 있었으니!

"우리도 간다!"

사범들과 수련생들도 망토를 펼치며 하늘에서 뛰어내렸다.

푸홀 요새를 향하여 무섭게 활강하는 전사들!

바람을 타고 공중에서 몸을 뒤집어 가면서 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우리도 하늘에 적응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는데."

조인족들이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검사백칠십사치가 부끄러운 듯이 말했다.

"저기… 저는 땅까지 내려주실래요  고소공포증이 좀 있어서."

"……."

★★★★★★★★★★★★★★★★★★★★★★★★★★

북부의 고레벨 유저들도 헤르메스 길드 유저 사냥팀을 구성했다.

아르펜 왕국의 건국 시기부터 이주한 유저들, 헤르메스 길드에 의해 영토를 빼앗기고 온 다양한 길드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섬뜩한 소리를 하며 칼을 쥐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가 그렇게 맛있다며 "

"어디 한 놈만 걸려라. 너희들한테 갖다 바친 세금이 얼마냐."

북부의 자유라는 대의를 위하여 해치우면 복수심과 실속도 챙길 수 있다.

위드가 이미 중앙 대륙과 북부 대륙에서 활동하며 헤르메스 길드 유저 사냥이 무엇인지를 방송국의 중계를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보게 했다.

초보에서부터 저레벨 유저들은 전쟁의 신 위드에게 환영을, 그리고 고레벨 유저들은 의문이 생겼다.

"위드는 되는데 나는 안 될 이유가 뭐지 "

"적절한 기회만 잘 잡으면……"

고레벨 유저들은 물론이고 다크 게이머들까지 덤벼들었다.

이미 북부에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몇 번이나 맛본 그들.

"위험하기는 해도 고소득이 중요한거 아니겠어  통닭이 아니라 갈비찜을 사먹을 수 있으니 말이야."

헤르메스 길드 사냥을 위해 나선 유저들까지 푸홀 요새 내부로 들어왔다.

"우리도 병력은 많다. 성벽의 유리함에 의존한다면 전부 물리칠 수 있으리라!"

알카트라는 공수부대와 조인족 공격을 막으면서 쓸 수 있는 제국군을 지휘했지만 요새가 오히려 장애물이었다.

하늘과 방어탑을 북부 유저의 궁수들이 장악했으니 위치에 따른 불이익을 받았고, 건물과 성벽으로 인해 병력 지휘도 원활하게 안 되었다.

위드가 물컹꿈틀이로 파놓은 커다란 땅굴까지 북부 유저들이 이용하게 되면서, 사방에서 수백 명씩의 고레벨 유저들이 솟구쳐 올랐다.

그들은 건물 점거나 지역 확보, 제국군 몰살 같은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를 잡아라!"

지나다니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만을 골라서 무차별 공격!

평원의 대회전보다도 훨씬 불리하고 정신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도처에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죽어가고, 하늘에서는 조인족들이 설치고 있었다.

북부 유저들의 인해전술도 거듭되는 전쟁으로 크… 발전했다.

몇 배나 빠른 진격 속도와 땅과 하늘까지 동시에 이용하는 입체전!

전투가 계속되면서 2만 명에 달하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한 시간 정도 만에 5천여 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카카오페이지 23편

★★★★★★★★★★★★★★★★★★★★★★★★★★

북부 유저들의 맹공을 막으며 내부적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캬하하하핫. 내가 바로 검백일치다."

떠들썩하게 싸움을 하는 검치와 수련생들.

북부 유저들 사이에서도 셀 수도 없이 많은 고레벨 유저들이 요새의 곳곳을 장악해가고 있었다.

위드는 조각 변신술로 모습을 바꾸지 않고 여전히 물컹꿈틀이의 몸을 유지했다.

늪이 걷히면서 종족의 특성에 따른 효과가 많이 약해졌지만 생명력이 높아서 안정적으로 싸울 수 있었다.

위드가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과 전투를 벌이는 장소로는 북부 유저들이 집중적으로 투입되었다.

"도우러 왔… 끄아아악!"

"위드님. 영광입니다. 같이 싸움을……. 크헉!"

물컹꿈틀이의 외모에 놀라지 않는 유저들이 없었다.

좀 어린 유저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위드와 함께 싸운다는 흥분으로 찾아와서 흠칫 놀라고는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 스걱스걱 콰직콰지직 끄어어어억 퉤!

이상한 전투 소리까지 내는 위드와 함께 싸우기란 쉬운 게 아니다.

하지만 불과 10분도 되지 않아서 북부 유저들 중에서 위드만 따라다니는 친위대까지 생겨났다.

그들은 위드의 앞과 옆을 호위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머리와 몸통에까지 함께 올라탔다.

궁수 부대만 무려 400여 명을 태우고 전진하는 위드.

전쟁에 동원되는 거대한 전투 병기나 마찬가지였다.

북부 유저들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미… 이미 버린 몸이었어요."

"나 한 몸 희생해서.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위드님의 등에 서 있는 기분이 어땠냐고요  등은 생각처럼 단단한 장소가 아니었어요. 발목까지 미끈거리고 물컹… 으허억! 생각나 버렸다. 아무튼 생김새뿐만 아니라 이상한 냄새까지 났답니다. 무척이나 묘한 냄새였지요."

"선택권이 없었어요.  그 앞에 있다가는 잡아먹힐 것 같았고, 먼저 올라간 사람들이 계속 부추겼어요. 틀림없이 자신들만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 아니었을까요 "

하지만 모든 유저들이 물컹꿈틀이를 싫어했던 건 아니다.

전투 중에 만난 몇몇 북부 유저들은 물컹꿈틀이를 향해서 절을 하거나 경례를 올리기까지 했다.

"아르펜 왕국 보병 27연대 소속 묻지마입니다. 국왕 폐하께… 충성!"

"저 순두부입니다. 이번에 레벨 220을 달성했어요. 꼭 기억해주세요. 고등학교 중퇴하고 아르펜 왕국의 자유를 위해 싸울 작정입니다."

"저기 살 좀 만져 봐도 돼여  겁나 멋있다."

북부 유저들 중에는 위드 마저도 위축되는 취향을 가진 별별 희한한 사람들이 다 있었다.

★★★★★★★★★★★★★★★★★★★★★★★★★★

뮬은 기다려왔던 위드가 등장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대재앙으로 인하여 그 장소를 찾을 수 없었다.

늪의 안개가 걷히고 난 이후 푸홀 요새에 북부 유저들이 가득 차기 시작하자 그리폰 군단과 같이 출격을 준비했다.

"여기서 이대로라면 아무 것도 안 된다. 그리폰을 대기시켜라."

그리폰의 덩치는 요새 내의 한 곳에 모여 있기에는 너무 거대하다.

지하의 시설과 방어탑마다 분산되어 몇 마리씩 들어 있었다.

하늘에는 활과 창을 든 조인족이 장악했으니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출격하기로 각오를 다졌다.

"우리를 본 조인족들이 몸으로 덤벼오겠지만 높은 하늘에만 올라간다면 우리들의 세상이 될 것이다."

하벤 제국이 자랑하는 하늘의 창.

중앙 대륙에서 여타의 명문 길드들과 왕국들을 떨게 만들었던 그리폰 군단의 출격 준비.

공중전에서는 피해를 입으면 지상으로 추락해서 목숨을 잃게 되기에 그리폰 부대를 아끼는 뮬로서는 아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과 라이더들은 NPC의 용기사들은 자신의 그리폰에게 말을 걸었다.

"삐약삐약."

"크키크키!"

일종의 정해진 암구호.

위드에 의해 뮬이 뒤통수를 맞고 나서부터 정해진 절차였다.

뮬은 자신의 그리폰에게 말을 걸었다.

"우르르골라."

그리폰은 앞발을 턱 하니 들었다.

"맞군. 가자."

뮬이 그리폰을 타고 숨을 가볍게 골랐다.

땅에 있는 가장 큰 위기다. 하지만 하늘 높은 곳까지 날아올라서 자유로움을 만끽한다면 그때부터는 그들은 무적이 되리라.

뿌우우우우.

뿔피리 소리가 길게 울리자마자 그리폰들이 푸홀 요새의 탑과 지하 시설들을 통해서 일제히 솟구치기 시작했다.

사방은 땅도 구름도 보이지 않을 만큼 조인족 천지.

"하늘로!"

그리폰 부대는 돌파 진형을 갖추고 수직으로 상승했다.

"끼야아악. 그리폰들이 나왔다."

"조인족 일제 공격!"

푸홀 요새를 공격학 위해 흩어져 있던 조인족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지상이 아닌 하늘에서의 포위 공격은 덤벼드는 물량이나 속도 때문에 열 배는 더 무섭다.

뮬이 함성을 질렀다.

"길을 열어라!"

용기사들은 긴 창을 휘둘러서 근처의 조인족들을 떨어뜨렸다.

일격필살!

창에 맞기만 하면 회색빛으로 변해서 떨어지는 나약한 조인족들.

그리폰 부대는 단숨에 푸홀 요새로부터 30미터 이상 솟아올랐다.

하지만 조인족들은 하늘을 온통 가득 채우고 있었다.

"덤벼. 싸워서 이기지 못하면 매달리기라도 하세요."

더 높은 곳에서, 주변에서, 그리고 밑에서 뒤따라오는 조인족들.

그리폰들은 쐐기 형의 대형을 이루고 수직으로 상승했다.

그들의 위를 막는 조인족들은 창으로 거침없이 찌르고 베어버리며 오르지 높은 곳을 향해 날아오른다.

이것이야 말로 그리폰 라이더의 낭만!

뮬과 그리폰 부대가 하늘로 솟구치는 것을 조인족들은 집요하게 괴롭혔다.

부리로 물거나, 다리로 할퀴는 정도로는 강력한 그리폰 부대에 별 피해를 못 준다.

또 그들이 붙잡기에 너무 빠르기까지 했다.

과거였다면, 불과 얼마 전까지였더라면 조인족들은 당황으로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에 그대로 뚫려버렸으리라.

하지만 조인족들은 용기를 갖고 있었다.

"부딪쳐요!"

사방에서 종니족들이 머리를 앞세우고 전력으로 날아왔다.

그리폰 라이더의 공격에 의해 목숨을 잃는 조인족들도 삼분의 일 정도는 되었지만 나머지는 그대로 충돌했다.

하늘에서의 충돌이라서 그리 큰 위력은 없었지만 문제는 그게 수십 만 마리 이상이라는 점이다.

끝없이 밀려오는 조인족들의 충돌은 그리폰들을 밀어냈고, 어떤 이들은 다리와 날개를 붙잡고 매달리기까지 했다.

"잡아요. 모두들!"

그리폰 한 마리에 백여 마리 이상의 조인족들이 들러붙었다.

"떨어져. 떨어지란 말이다!"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조인족들. 그들의 발톱은 그리폰을 붙잡기에 충분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막중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리폰들은 점점 상승이 느려졌고, 날개에도 힘이 빠져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날개가 아무 힘이 없을 정도로 비행 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으어어어."

추락하는 그리폰들!

푸홀 요새로 다시 떨어지게 되면 그것은 곧 사망을 의미했다.

"이미 늦었다. 우린 하늘로 간다."

뮬과 다른 그리폰 라이더들은 아래쪽의 상황을 알면서도 상승을 그치지 않았다.

'하늘로 오른 이후에 충분한 활동 반경이 주어지기만 한다면 지금의 설욕은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들 위에 밀집한 조인족들은 뚫어도 뚫어도 끝을 알기 힘들 정도였다.

사방에서 밀려오는 조인족들에 의해서 그리폰들이 계속 즐어들었다.

뮬은 이를 악물었다.

전투를 통해서 생명력이 다 떨어져서 죽는 것이라면 누구나 이해를 할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하늘이라는 특성 때문에 부딪치고, 무거워서 추락을 하게 되다니!

'반드시 되갚아준다. 이 원한은…….'

조인족들이 날갯짓을 멈추고 비처럼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악착같이 조인족들을 돌파하고 그들이 쫓아오지 못할 정도로 높은 하늘까지 올랐다.

그때까지 뮬의 곁에 남아 있는 그리폰들은 고작해야 3백여 기.

나머지는 푸홀 요새와 조인족들 사이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제 복수의 시간이 찾아왔다."

뮬이 그렇게 말할 때 거대한 무엇인가가 다가왔다.

맑은 하늘과 태양 빛.

그 아래에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진 빙룡과 불사조.

황금새, 은새, 이무기, 와이번들도 그 뒤를 따르고 있었으며, 불의 거인과 금인이처럼 조각 생명체들도 탑승하고 있었다.

북부를 되찾기 위한 전투, 조각 생명체들은 귀중하기 때문에 높은 하늘을 맴돌며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리폰 들이 올라온 것이다.

"놈들부터 끝장내자."

뮬이 창을 들었다.

그리폰 부대에게 서둘러 돌격 명령을 내리고 조각 생명체들을 상대로 이기고, 다른 부하들을 구해야 했다.

빙룡은 거대한 입을 활짝 펼쳤다.

 ㅡ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

강렬한 드래곤 피어!

빙룡이 태어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흐르면서 레벨이 534나 됐다.

부지런히 사냥을 했다면 더 많은 레벨을 달성했겠지만 아쉽게도 드래곤 특유의 게으름도 갖고 있었다.

위드가 안 볼 때면 농땡이를 치거나, 차가운 설산의 꼭대기에서 며칠씩 잠을 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빙룡의 성장은 다른 하위 종족들, 특히 그리폰과 같은 조류들을 강력하게 위축시킨다.

"끼야아악!"

그리폰들이 본능적인 공포심을 이기지 못하고 날갯짓을 느리게 하며 빙룡을 피하려 들었다.

일부는 지상이나 다른 쪽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아예 추락을 하듯이 곤두박질치는 경우도 있었다.

"정신을 차려. 어서!"

그리폰 라이더들이 간신히 그들을 돌보는 사이에 불사조가 몸을 수십배나 부풀리더니 활짝 펼쳤다.

깃털이 뿌려지면서 하늘에서부터 내리는 화염의 비!

그리폰들에게만 집중된 화염의 비는 비행 생명체에게는 아주 괴로운 것이었다.

깃털에 불이 붙기라도 한다면 그 데미지가 문제가 아니라 그리폰이 고통에 발광을 하면서 라이더들이 조종 능력을 상실했다.

뮬과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그리폰 3백여 기라면 그 전투력을 합친 전력은 조각 생명체들을 가뿐히 능가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단 두 개의 스킬만으로 무려 삼분의 일 가까이 그리폰들이 잠깐동안이지만 전투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나머지 그리폰들도 공포에 눌려서 활동력이 저하되었다.

"으리햐!"

그때 와일이의 등에서 뛰어오른 워리어 바하모르그!

 ㅡ 빛의 일격!

선두에서 날오는 그리폰의 등에 착지한 바하모르그는 양손도끼를 휘둘러 라이더를 해치웠다.

"위대한 베르사 대륙을 이끌었던 제국의 후예. 아르펜 왕국을 침략한 인간들이여. 고작 너희들의 투지가 이정도인가!"

하늘에서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바하모르그는 그리폰을 연달아서 전투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뮬의 얼굴빛도 변했다.

"그때의 바하모르그다."

위드와 함께 그의 목숨을 빼앗아간 장본인 중 하나.

바하모르그는 아무리 때려도 끄떡없을 정도의 맷집과 생명력, 그리고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뮬 역시 바하모르그와 같은 그리폰 위에서 전투를 벌인다면 솔직히 자신은 없었다.

"집중 공격해! 하늘에 있는 지금이 놈을 쓰러뜨릴 기회다."

뮬의 지휘에 따라서 돌격하던 선두의 그리폰들은 바하모르그를 향해서 쇄도했다.

그들의 목표는 바하모르그를 꼭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다.

어쨌거나 발을 딛을 공간을 주지 않으면 된다.

바하모르그와 그가 타고 있는 그리폰을 향해서 아낌없이 창을 던졌다.

"꺄우우우우!"

바하모르그가 타고 있는 그리폰은 목숨을 잃었다. 더 이상 발을 딛을 공간이 없어서 땅으로 추락하려는 그때, 바하모르그의 등에서 천사처럼 빛으로 된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카카오페이지 24편

오랜만에 존재감을 과시하는 빛날이!

바하모르그는 빛의 날개의 영향으로 쏜살같이 날아다니며 그리폰들을 격파했다.

양손도끼를 들고 하늘을 질주하는 철혈의 워리어 바하모르그.

"우리도 가자. 꾸까악!"

와이번들 역시 비행이 주특기였다.

그들의 등에는 당연하게도 조각 생명체들이 타고 있었다.

금인이와 하이엘프 엘틴은 화살을 쏘면서 그리폰들을 정확하게 맞췄고, 게르니카와 세빌도 바하모르그를 따라서 하늘을 뛰어다녔다.

백호에게도 날개가 활짝 펼쳐졌으며. 불사조와 그의 등에 타고 있는 불의 거인의 활약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불사조와 불의 거인은 서로의 힘을 드높여주는 상성을 가진 존재들.

그리폰들은 근처에 다가가기만 하더라도 몸이 뜨거워졌다.

뮬이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의 판단대로 그리폰들의 전력이 조각 생명체들을 상대로 하기에 충분할 수는 있다.

그리폰 군단은 기동력을 바탕으로 하늘을 지배하면서 지상의 군대와 싸우면서 이점을 톡톡히 누려왔다.

하지만 조각 생명체들의 다양한 특성이야 말로 적당한 규모의 전투에서는 몇 배의 위력을 발휘했다.

지상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끼어들 수도 없는 하늘에서는 심지어 안전하기까지 하다.

 ㅡ 쿠콰카카카카카.

빙룡은 숨을 한껏 들이마시면서 몸을 크게 부풀리더니 입을 잔뜩 벌렸다.

과식으로 트름을 한 위드와는 달리 이것은 진짜 아이스 브레스!

빙룡의 입에서부터 일직선으로 하늘을 꿰뚫으며 뮬에게로 아이스 브레스가 작렬했다.

★★★★★★★★★★★★★★★★★★★★★★★★★★

하늘에서 격전이 펼쳐지면서 지상에 있던 유저들의 고개도 위로 향했다.

상황을 정확히는 몰라도 하늘에서의 공방전이 푸홀 요새의 전황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상에서의 상황도 온통 난전이었다.

"돌격!"

푸홀 요새의 성벽은 곳곳이 무너져서 큰 의미를 둘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잔해가 남아서 북부 유저들의 이동을 어렵게 만들었다.

하벤 제국군에서는 요새의 방어시설과 언데드들을 이끌고 수비를 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과 제국군은 목숨을 잃으면 줄어들지만 언데드는 소멸되지 않는 한 건재하다.

우수한 시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때 그로비듄의 언데드 소환 마법은 갈수록 위력을 발휘했다.

"오너라. 지옥의 기사들이여!"

둠 나이트들이 백 명 단위로 소환되면서 북부 유저들을 학살했다.

죽음의 힘이 점점 짙어지고 있는 전장, 네크로맨서의 능력은 평소보다도 절반 이상 강해졌다.

"나 그로비듄이 전부 죽이고, 살려 주마."

네크로맨서 마법으로 인한 부작용을 감안해야 할 테지만 그로비듄은 흥분하고 있었다.

뒷일이야 어찌되든 발휘할 수 있는 힘과 능력에 취했다.

수많은 방송국들을 통해 자신의 활약상이 널리 퍼지게 될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이 전쟁은 나 그로비듄을 세삳에 확실하게 알릴 것이다.'

하벤 제국군은 물론이고 아르펜 왕국을 통틀어서 가장 큰 활약을 하고 있는 게 그로비듄이었으니 그런 생각을 할만도 하다.

위드가 요새 안에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곶감 빼먹듯이 해치우고는 있었으나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그로비듄은 푸홀 요새의 성벽 근처에서 넓은 지역을 혼자 차지하고 언데드들의 질과 양을 늘리고 있었던 것이다.

'네크로맨서가 최강의 직업이란 걸 똑똑히 보여주마. 위드도 리치로 활약했지만 곧 나에 의해서 잊히게 될 것이다.'

그의 지배력으로 감당 못할 정도의 언데드들은 통제에서 벗어나도록 내버려뒀다.

언데드들은 살아있는 자들을 공격하기 마련.

북부 유저들이나 하벤 제국군이나 알아서 해치우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았다.

지상 최대의 언데드 군단, 불사의 군단을 일으켰던 바르칸처럼 되는 것이 그로비듄의 궁극적인 목표.

"저 네크로맨서부터 해치워야 합니다."

"무슨 수로… 언데드들이 너무 많아요. 최소 천오백 마리 이상의 최상급 언데드들인데."

북부 유저들도 요새로 덤벼들다가 목숨을 잃을 만큼 잃었다.

언데드 군단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이 너무 넓기에 그들을 돌아가서는 도저히 병력 투입이 원활하지 못했다.

북부의 고레벨 유저들도 서로 모여서 그로비듄을 상대하기 위한 작전을 짰다.

"조인족 친구들에게 지원을 요청하겠습니다. 동시에 협공을 가합시다."

"언데드들의 장벽이 놈을 막고 있는데……."

"레인저들이 지형을 이용해서 뛰어 넘읍시다. 마무리는 저 네차크가 하겠습니다."

네차크는 검을 들어서 보여주었다.

"저 검은… 신검 가르고!"

"머리에 쓰고 있는 건 파고의 왕관이야."

"헤레인의 잔도 들고 있어."

네차크는 중앙 대륙에서 활동하던 유저였다.

현실에서도 가진 건 돈 밖에 없을 정도로 타고난 자산가.

그는 중앙 대륙에서도 헤르메스 길드를 통해 도시를 구입해서 운영했다.

도시 아벤드.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자유 도시였지만 지루함을 느끼고 북부로 왔다.

"역시 난 모험가 체질이야. 경영은 지긋지긋해."

북부에서 모험을 즐기면서 그는 도시를 운영할 때보다도 더 많은 돈을 썼다.

모험을 하려다보니 갖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이 있었던 것이다.

해양 뫃덤 퀘스트를 받고 나서 사각돛이 24개 달린 초대형 범선을 7척이나 구입할 정도였으니 그의 씀씀이는 북부 최고라고 할만하다.

"네차크님이 있으면 우리 작전이 더 효과적입니다. 헤레인의 잔을 통해서 물을 성수로 바꿔서 뿌리면 언데드들에게는 치명타입니다."

"파고의 왕관. 그 지휘 능력이면 전투력이 상당히 높아질 건데요. 네차크님이 우리를 지휘해주세요."

"어서 군대를 조직해주세요."

유저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으며 네차크는 군대를 만들었다.

아르펜 왕국에 지금까지 쌓은 공적치로 기사 작위를 가지고 있고 3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통솔할 자격이 주어져 있었다.

띠링!

『 네차크의 군대가 조직되었습니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 위드는 네차크를 143,817번째 기사로 임명했습니다.

네차크는 신성한 국왕의 위임을 받아서 아르펜 왕국을 위해

싸우기 위해 병력을 모집합니다.

인원 제한 30,000 』

그때 누군가가 외쳤다.

"레벨 350 이상만 가입합시다!"

"너무 높은데……."

"그래야만 효율이 높습니다. 숫자만 많이 가면 언데드의 먹잇감 밖에는 안 돼요."

그 말이 울려 퍼지고 나서 네차크의 군대에는 불과 8초 정도 만에 인원이 가득 찼다.

띠링!

 『 네차크의 군대 정원 모집이 끝났습니다.

    30,000명이 모두 모였습니다. 』

북부 유저들 역시 고레벨 유저들의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움직임이 무거운 그들은 무작정 요새로 뛰어들지 않고 기회만 보고 있었는데, 조금 가능성이 보이자 군대에 함께 포함이 된 것이다.

"레벨 400 이상만 가입을 합시다. 미리 가입되어 있는 그 이하 분들은 죄송하지만 탈퇴해주세요."

"정말요  그건 좀……."

다시 정원을 모집했지만 역시나 6초 만에 정원 초과!

북부 유저들 중에서도 레벨이 높은 사람은 중앙 대륙의 이주민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으니 애매한 300대가 아니라 400대가 많았다.

3만 명의 레벨 400이 넘는 고레벨 유저들.

수많은 북부 유저들 사이에 있었기에 오히려 흔적이 잘 남지 않았을 뿐이지, 충분한 실력자들이 흩어져 있었다.

"우린 아무 것도 무섭지 않습니다. 갑시다!"

신검 가르고와 헤레인의 잔, 파고의 왕관까지 쓰고 있는 네차크가 선두에 섰다.

 - 파고의 왕관이 언데드의 기운과 접촉했습니다.

  프레야 여신의 신성력으로 모든 병력의 흑마법 저항력을 46%만큼 높여줍니다.

  언데드에 피해를 31%까지 감소시킵니다.

  신체 회복 속도가 증가합니다.

  언데드들을 쓰러뜨렸을 때 62%의 확률로 그들을 정화합니다.

  정화에 성공하면 일시적으로 생명력과 체력이 회복됩니다.

두려울 것이 없는 북부 유저들.

네차크와 3만 명의 병력은 그대로 언데드 군단을 뚫고 들어갔다.

신검 가르고의 힘에 의하여 근처 언데드들이 강하게 위축되었지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북부 유저들 중에서 실력자들이 3만 명이 넘게 네차크의 군대 뒤를 따랐다.

수많은 풀죽신교의 무리 중에서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강자들이 뭉쳐서 언데드들을 정면으로 격파한 것이었다.

막강한 사상 최대의 언데드들을 일으켜놓고 있던 그로비듄은 끝까지 막아보려고 했지만 역부족.

무한대로 솟구치던 마나도 신성력에 의해서 차단되었고, 언데드 군단은 유저들에 의해 하나씩 제압됐다.

네차크를 중심으로 한 일부의 유저들은 조인족들의 도움을 받아 언데드 군단의 한복판에 떨어져서 신검 가르고로 그로비듄을 베는 것에 성공했다.

 - 프레야 여신의 신성력이 당신이 가지고 있는 위험한 힘을 억제합니다.

  네크로맨서 마법의 위력이 24% 감소합니다.

  부정적인 마나의 폭주가 발생, 생명력과 마나의 최대치가 11% 줄어들었습니다.

  15초 동안 언데드 소환 마법과 흑마법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 안 돼!"

그로비듄은 신검의 공격에도 죽진 않았지만 그 여파로 인해 데리고 있던 언데드 군단 중의 30%가 소멸되고 말았다.

"나를 보호해라!"

막상 전투가 완전히 불리해지자 그로비듄은 뒤쪽으로 도망을 치려고 했다.

그러나 조인족들이 몸으로 그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았다.

밀집한 곳에서 네크로맨서는 빠르게 이동할 수가 없었고 언데드들이 격파되면서 마침내 그로비듄도 북부 유저들에 의해 포위되었다.

네차크와 스무 명 가량의 북부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유저들이 다가왔다.

그로비듄의 몸은 죽은 자의 힘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이미 절반쯤은 해골로 변해 있었다.

그가 턱뼈를 달그락 거리며 웃었다.

"운이 좋구나. 내 언데드 군단의 강대함을 신성력을 가진 무구와 숫자로 밀어붙이다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이렇게 방심하지 않을 것이다."

북부 유저들을 상대로 그로비듄은 충분히 실력을 과시했으니 마지막 최후를 맞이할 때에도 당당하고 싶었다.

이 모습은 수많은 방송국들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게 아니던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끝까지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웅이 된다면 광고 촬영이나 후원이 들어올 수도 있는 문제였으니까.

네차크가 신검 가르고를 높이 들며 발게 큰소리로 웃었다.

"푸하하하. 그릇된 힘에 빠져든 네크로맨서 그로비듄이여. 직즘까지 너의 악행은 익히 보고 들었다."

"…… "

어딘가 제법 어색한 목소리.

마치 수십 년 전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연기톤의 목소리를 네차크가 내고 있었다.

"베르사 대륙의 평화를 어지럽힌 너를 프레야 교단의 명예 성기사이며, 아르펜 왕국의 기사인 나 네차크가 처단할 것이다."

네차크가 걷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바드들이 악기를 연주했다.

전형적인 영웅의 행진곡!

"이 북부 대륙에 네가 발붙일 곳은 없다. 잘 가거라. 악당이여."

신검 가르고가 그로비듄의 가슴에 깊숙하게 꽂혔다. 그러자 몸속에서 시커먼 기운이 연기처럼 빠져나오며 하늘로 솟구쳤다.

악령처럼 빠져나가는 기운. 그리고 해골의 행색을 하고 있던 그로비듄의 몸은 신검 가르고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그로비듄은 최후를 맞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아, 안 돼. 이러면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저 놈이 영웅이 되는 건데…….'

TO BE CONTINUED

 달빛조각사 46권

 챕터 1 : 항복 선언

 푸홀 요새를 지키는 하벤 제국의 북부 총사령관 알카트라는 훌륭한 지휘관이었다.

 "수비 위치를 지켜라.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적을 물리쳐라. 하번 제국군이 이런 곳에서 쓰러지지 않음을 적들에게 증명하라!"

 아르펜 왕국과 북부 유저들은 놀라운 용기와 속도로 무용지물로 변한 성벽을 뛰어넘고, 요새의 방어 시설들을 장악했다.

 황소를 타고 몰려오는 마법사 부대, 하늘은 조인족들이 여전히 뒤덮고 있었다.

 땅과 하늘을 잇는 파상 공세를 제국군은 힘겹게 막아 내고 있었다.

 푸슈쿵!

 북부 유저들이 돌진하는 가운데 땅이 갈라지더니 엄청난 크기의 괴물이 솟구쳤다.

 -크오워어어어어어!

 하늘을 향해 내뿜는 가공하기 짝이 없는 포효.

 보통의 인간들이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지하 괴물!

 땅을 파거나 건물을 절단 낼 수 있는 단단한 앞발과 촉수처럼 생긴 긴 더듬이, 톱날처럼 뾰족한 이빨과 큰 입.

 이마와 볼에도 강해 보이기 위하여 움푹 파인 주름들을 새겨 놨다.

 앞모습만 하더라도 가히 가관이었는데 몸통은 지렁이나 지네처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로 했다.

 꿈틀꿈틀!

 북실한 털이 달린 40개의 다리와 흔들거리는 꼬리까지 본다면 영락없이 끔찍한 몰골이었다.

 "으히이익!"

 "괴, 괴물이다!"

 "진짜 못생긴 최악의...... 저런 마물은 반드시 위드 님이 퇴치해 주실 거야."

 "무슨 소리야. 저게 위드 님인데!"

 괴물이 40개의 다리를 움직이며 전진하니 제국군은 물론이고 북부 유저들까지 기겁하며 물러나기 바빴다.

 방송국들 역시 위드의 새로운 모습을 화제로 담았다.

 조인족의 협력을 받아서 현지 리포터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푸홀 요새 내부의 영상을 중계했다.

 "보이십니까. 이게...... 저 괴물이 전쟁의 신 위드입니다. 아르펜 왕국과 하벤 제국. 북부의 패권을 둘러싼 이 중요한 전투에 충격적인 모습으로 등장을 했는데요. 강해 보입니다. 저런 모습은 무조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여성 팬임을 밝힌 분들의 글들이 쇄도하고 있는데요. 남성적인 매력이 느껴진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번 전투에서는 어떠한 활약을 할지 많은 기대를 했는데 예상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지금 위드가 잡아먹은 유저만 몇 명이죠?"

 "공식적으로 확인된 숫자만 127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먹고 배출돼서 다시 먹은 사람들은 포함이 안 되었겠죠?"

 "물론입니다. 그들은 어차피 다시 먹히니까요."

 방송국에서 중계하는 영상은 지상에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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