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47권 : 3. 최고의 노가다 장인 (316/520)

3. 최고의 노가다 장인

위드는 아기의 형태를 기본적으로 조각했지만 그걸로 끝은 아니었다.

행성을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은 가히 노가다의 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구도가 먼저였다.

"애 혼자 있으면 너무 외롭지. 그건 아동학대야."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를 조각해야 더 잘 어울릴것이다.

위드는 잠시 고민을 했다.

'조각을 해도 괜찮을까?'

로열 로드의 밤하늘에 서윤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조각한다면 멀쩡한 여자의 혼삿길을 막는 것이 되리라.

'그래도 내 곁에서 떠나보내진 않을꺼야.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위드는 다시 조각을 시작했다.

아기와 눈을 마주치면서 밝게 웃고 있는 여성의 모습.

물론 그 사람은 눈을 감고도 선명하게 떠오를 정도로 익숙한 서윤이었다.

서윤의 아름다운 얼굴이 행성의 왼쪽 편에 조각되어 갔다.

정교하게 작품을 가다듬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의 작품이 나타났다.

'얼굴이 더 예뻐진 거 같은데. 아름다움이 그냥 막 묻어나온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지금의 모습대로 조각을 해야지.'

매일 보는 그녀를 정성스럽게 하나 하나 조각했다.

익숙해서 나태해질 수도 있었지만 조금도 그러지 못했다.

서윤의 조각품은 조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티가 크게 나기 마련이라서 손가락 마디의 길이 하나까지도 정교하게 했다.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같이 산다라... 그렇게 되면 좋을 것 같긴한데. 나중에 말이야. 흠. 너무 늦지않고 좀 빨라져도 상관없을지도.'

위드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조각품을 만들었다.

우주라서 행성들의 이동을 보며 대략적인 시간을 가늠했다.

열흘 정도의 시간이 꼬박 흐른 후에 서윤과 아기가 전체의 6할 정도는 만들어졌다.

'외모가 더없이 아름답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엄마의 느낌을 살리자.'

위드에게 아쉽게도 엄마의 따스한 품은 기억에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오히려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건 유린을 등에 업고 빈병을 주으러 다니던 어린 시절이었다.

추운 겨울에 포대기로 여동생을 업고 다닐 때는 몰래 울기도 자주 울었다.

정말 심하게 고생하던 시절에는 힘든 줄도 몰랐다.

그냥 하루하루를 견뎌 내는 것에만 모든 힘을 다 쏟았다.

"엄마라... 그래. 여기서부터는 내가 조각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 똑같은 판박이가 아니라 내가 느끼는 대로. 느낌으로 가는 거야.'

서윤이 아기를 안고 있는 자세에서부터 눈빛과 표정까지 모든 것을 느낌에 맡겼다.

그녀의 아름다움이랑 강력한 무기였지만 거기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아기를 안고 있는 예쁜 엄마를 조각하려던 목적은 아니었다.

조각을 하면서 잊고 있었던 엄마의 따스한 품을 떠올렸고, 애정으로 가득 차 있던 눈빛과 목소리들을 되새겼다.

'엄마가 아기를 돌보고 있는거야. 난 아빠가 될거고. 그래. 그거면 됬다. 다른 소소한 건 아무래도 좋은 거야.'

황금 비율, 구도 같은 부분은 너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위드가 조각을 하는 것은 어머니의 따스한 품을 떠올리면서 서윤과 그녀의 딸.

미래에 그 모습을 지켜보는 행복한 자신만이 마음에 가득했다.

'조각술 마스터? 좀 돌아가면 어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니 까. 이 조각품만큼은 설혹 예술적 가치가 낮거나 실패하더라도... 별을 만드는 기회를 날려 버리더라도 후회하지 않아.'

별을 조각하는 건 평생에 단 한번 있을 기회 일지도 모른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좋은 결과를 위해 억지로 이것저것 가져다 붙이는 게 아니라, 가장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

'그래. 진짜 하고 싶은 작품이었어.'

위드는 작품을 만드는 내내 후회하지 않았고, 잘못 만들었다거나 더 나은게 있을지 모른다는 고민에 빠지지도 않았다.

'정말 내가 만들고 싶은 조각품이야. 그리고 이건 내 인생에서 최고의 작품이다.'

* * *

헬리움을 가지고 대륙 최고의 명검을 만들고 있던 파비오.

베르사 대륙 최초의 마스터!

헬리움은 과연 소문만큼 대단해서 헤르만과의 대결을 통해서 날려 버린 시간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불꽃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헬리움을 제련하고 담금질하여 검을 만든다.

파비오는 자신의 손에서 최고의 명검이 탄생하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

"조만간 작업이 끝난다. 이 검이야말로 당분간 깨어지지 않을 전설의 명검이 될 것이다."

어떤 검사나, 수많은 직업인들에게도 존중을 받는 명장 파비오.

그의 높은 자부심을 충족시킬 만한 검이었다.

헤르만과의 대결을 통해서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채우기까지 했으니 마스터에 대해서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검에 심혈을 기울이던 피비오에게도 듣는 귀는 있었다.

'위드도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에 도전한다라. 퀘스트를 놓고 보면 나보다 빨리 끝내겠군.'

그를 북부 대륙으로 끌어들이고 시간을 지체하게 만든 꼼수에 대해서 윈망은 안 했다.

좋은 거래였고 스킬 마스터를 위한 기회가 되었다.

'승부를 해서 이겼고 실력으로 최초의 마스터를 먼저 할 뿐이다. 내 검이 더 먼저 만들어져. 대장장이가 모든 직업 중에서 처음이 될 것이다.'

파비오는 늦은 밤, 위드가 만들고 있는 행성을 봤다.

'마지막 작품. 과연 괜찮은 걸 만들고 있을까? 대장장이 마스터를 위해서 그렇게 헤매고 다녔던 나는 정말 어려웠었는데 말이야.'

뜨거운 불길 속에서도 검을 다루는 대장장이 직업의 특성상 높은 시력을 가지고 있어서 선명하게 별의 형상을 알아볼 수 있었다.

파비오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저것은. 으음. 완성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오랫동안 별의 조각품을 올려다보던 그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그려졌다.

"그렇구만. 역시 내가 좀 부족한 부분이 있었어."

파비오는 대장간으로 돌아와서 날카로운 예기를 번뜩이는 검을 봤다.

무엇이든 베어 버릴 것 같은 강한 검!

신의 금속인 헬리움으로 가공하여 검신에서는 찬란한 광채가 뿜어져나왔다.

위드가 봤다면 진짜 최고의 검을 만들었다고 박수를 쳤을 검인데, 파비오에게는 다른 아쉬운 면이 보였다.

"더 따뜻한 검, 날카로운 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검을..."

별의 조각품을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더 나은 형태가 보인다.

파비오는 여기서 심하게 갈등했다.

'이대로 검을 그냥 완성시킬까? 스킬 마스터가 정말 눈앞이야. 이 정도의 검만 완성이 되더라도... 위드의 조각품을 보기 전에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 않은가.'

대장장이 스킬 마스터를 하는 정말 마지막에 다다랐다.

파비오는 대장간을 서성이면서 수없이 검을 봤다.

강하고 날카롭게 번뜩이는 헬리움 검.

'완성된 검으로 스킬 마스터를 할지 안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걸로 좋을까? 만약 마스터를 하더라도 아쉬움은 남을 것 같다.'

파비오는 최초의 마스터라는 욕심 때문에라도 검의 완성을 포기하기 어려웠다.

지금까지 쭉 만들어 왔던 검의 제작이 아니라 역사적인 명검을 탄생시키고 싶은 대장장이의 욕구 역시 강렬했다.

"이건... 후."

파비오는 결국 대장장이다운 선택을 하기로 했다.

스킬의 마스터가 아니라, 다시 처음부터 역사에 남을 만한 명검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대장장이 마스터라. 다시 하자.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걸 늦게나마 깨달았는데 제대로 된 길을 가야지."

로열 로드가 시작되고 나서 대장간에서 작업하는 일을 멈춰 본 적이 없는 파비오였다.

그간 그렇게 열심히 달려왔던 일이지만 뒤늦게 새로운 가치가 느껴졌다.

"대장장이가 조각사보다 못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다만 별의 조각품을 보면서 느낀 부족함까지 담아서... 진짜 걸작을 만들어야지."

꿈에 그리던 재료 헬리움으로 대륙 최고의 명검을 완성해 내기 직전이던 파비오는 작업을 새로 하기로 했다.

"대장장이 마스터를 하고 나면 조각사나 되어볼까?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겠어."

* * *

노가다에 최적화된 위드라고 해도 행성을 통째로 조각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밤샘 작업은 기본이었고, 굶주림에 시달렸다.

행성의 면적은 너무나도 방대했으며, 산 이나 강, 호수를 표현하며 조각품을 장식하는 일도 필요했다.

서윤과 아기는 수수하게 표현해도 예뻤지만 커다란 별을 조각하며 대상만을 밋밋하게 만들어 놓을 수는 없었다.

넘쳐 나는 광물인 금 과 루비, 다이아, 백금, 사파이어를 가지고 화려하게 주변부를 장식했다.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하면 서윤과 아기의 주변에 반짝이는 별들이 내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그래도 뭔가 좀 아쉬운데."

위드는 행성에 있는 황금의 강이나 다이아몬드 산, 백금 호수를 보면서 모자람을 느꼈다.

"물론 고급스럽고 비싸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이대로는 정성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고 조각품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 같기도 해."

가족과 지극한 모성애를 표현하는 작품에 귀금속이 어마어마하게 사용 되었다.

보석과 금으로 장식된 다채로운 색상들은 화려하고 예뻤지만 작품과 어울리는 면은 부족했다.

위드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서윤과 아기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전부 갈아엎었다.

"그래. 역시 귀금속이 모자랐어."

더 크고 넓은 황금의 강, 다이아몬드 산맥, 댐으로 물을 가둬 놓은 것 같은 광활한 백금 호수를 만들었다.

"보석을 쓰려면 아예 제대로 써야 어설픈 느낌이 들지 않아."

위드는 우주에서도 관찰될 수 있도록 거대한 규모의 조각품들을 더 만들었다.

황금 유모차, 다이아몬드 장난감, 사파이어 인형, 루비 카시트, 백금 분유와 기저귀!

태어날 때부터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에게 금수저를 물었다고 하지만 그것들의 차원을 뛰어넘는 장식품들 이었다.

"이제 좀 낫네. 작품의 질이 훨씬 향상된 느낌이야."

위드는 서윤과 아기의 조각품을 계속 정교하게 다듬었다.

우주에서 본다면 대략적인 형태는 만들어졌지만, 땅에서 가까이 보면 부족한 곳들은 있다.

평생을 바쳐도 다 할 수 없는 작업이였지만 적당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기로 했다.

"완벽한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면 끝이 없지. 이 작품은 느낌이 중요하니깐."

서윤과 아기의 조각상이 처음 생각 했던 것보다도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모습으로 조각되었기에 감히 더 이상 손대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자칫 잘못 건드려서 지금의 모습이 훼손되기라도 한다면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이 없기에.

- 만드신 조각품의 이름을 정해주십시오.

"조각품의 이름은..."

막상 지으려니 말문이 탁 막히고 마땅한 이름이 잘 생각이 나질 않았다.

"금성, 수성, 목성. 뭐 이런 걸로 해야 되나?"

별에 붙이는 이름이었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뒤에 성이 들어가야만 익숙했다.

"처자식으로 하자."

- 처자식이 맞습니까?

위드는 지금 느끼는 감정으로 이름을 정했다.

사랑을 하고 아기를 낳는일.

남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과정일지라도 본인 자신에게는 최고의 예술이 아니겠는가.

"인생이 예술이구나.'

살다 보면 힘든 일들이 이어지더라도 가족들과 느끼는 감정들은 모드 소중할 것이다.

위드에게 처자식은 사랑과 행복을 의미했다.

"맞아."

조각품의 이름을 정하고, 그에 대해 가치가 나오는 아주 짧은 시간.

'후회는 없다. 망하더라도... 그건 작품이 모자란 게 아니라 내 실력이 부족한 탓이야.'

위드는 지금의 작품에는 후회가 없었다.

스스로 느끼는 감정만큼은 지금까지 조각한 작품 중에 가장 훌륭했다.

* * *

대작! 처자식 상을 완성하셨습니다.

신이 인정한 궁극의 경지에 다다른 조각사의 작품!

갓 태어난 아기와 어머니의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헤스티아 여신마저도 감탄하게 만든 이 작품은 두 가지의 새로운 기록들을 만들었습니다.

별의 탄생.

사상 최대 규모의 조각품.

찬란한 별이 된 이 작품은 모든 대륙의 주민들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 궁극의 경지에 다다른 조각사 위드는 베르사 대륙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추앙받는 이름이 될 것 입니다.

예술적 가치 : 58,492

옵션 : 처자식상은 베르사 대륙에 발생하는 자연재해의 피해를 감소 시킵니다.

- 베르사 대륙의 아직 캐내지 않은 광물과 귀금속의 매장량을 28% 까지 높입니다.

- 희귀 광물이 매장된 광산과 온천을 무작위로 생성합니다.

- 천문학에 대한 지식 발전으로 인해 별을 관찰하는 이들은 영구적으로 지력 스탯이 2 오릅니다.

- 사제와 성기사들의 회복과 축복에 관한 신성 마법의 효과가 영구적으로 5% 향상됩니다.

- 행운을 하루 동안 7%만큼 증가시킵니다.

- 질병의 회복을 빠르게 합니다.

- 조각술 퀘스트에 대한 주민들의 보상이 높아집니다.

- 생명력과 마나의 최대치가 하루 동안 23% 커집니다.

- 전 스탯 50 상승.

- 장거리 이동 속도 35% 증가.

- 영구적으로 모든 스탯이 1씩 증가.

지금 까지 완성한 대작의 숫자 : 20

명성이 5,381 올랐습니다.

예술 스탯이 91 상승하셨습니다.

인내가 15 상승하셨습니다.

지구력이 4 상승하셨습니다.

지혜가 7 상승하셨습니다.

매력이 115 상승하셨습니다.

우주 공간에 최초로 진출하였습니다.

첫 번째 발자취를 남긴 인간으로 생명력과 마나의 최대치가 5,000 씩 높아집니다.

처자식 상의 소유권은 위드 님에게 있습니다.

조각품이 부여하는 효과가 위드 님에게만 1.5배가 적용되게 됩니다.

대작 조각품을 만든 대가로 전 스탯이 3씩 추가로 상승합니다.

대작 조각품!

위드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조각품의 규모나 업적으로 판단했을 때 대작 조각품이 나올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판단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띠링!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정점에 달했습니다.

조각술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바위를 깎고, 나무의 결을 이해한 끝에 조각의 표현법을 완전히 이해했습니다.

지고한 조각술의 끝에 도달하여 이제는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조각품의 예술적 가치가 200%가 됩니다.

조각술과 관련된 스킬들의 마나 소모가 감소하고, 효과도 증가합니다.

조각품으로부터 감상 효과를 200%로 받습니다.

모든 스탯 40 증가.

예술 퀘스트를 제한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수항할 수 있는 퀘스트의 숫자가 5개로 늘어납니다.

뛰어난 통찰력을 얻어 모든 스킬의 숙련도가 6%만큼 빠르게 높아질 것입니다.

다른 생산 스킬과 예술 스킬의 숙련도가 10%만큼 빠르게 높아질 것입니다.

물품의 잠재적인 능력을 끌어내어 원래의 특성을 15%만큼 늘립니다.

완성된 조각품은 1가지씩의 특수한 영향력을 지역에 퍼뜨립니다.

조각 생명체들의 체력과 힘이 30%씩 늘어납니다.

호칭 '조각술의 마스터'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과 관계없이 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술가들과 학자, 상인의 존중을 받을 것입니다.

화술과 카리스마, 기품의 효과가 늘어납니다.

특정 NPC들 중에서 절대적인 충성을 다짐하는 이들이 나타날것입니다.

* * *

위드의 온몸이 떨려왔다.

"조각술을 마스터했다. 최초의 직업 스킬 마스터가 나라니!"

다른 스킬도 아닌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조각술의 마스터.

"역시 이 세계 최고의 노가다 장인은 나였어!"

베르사 대륙의 유저들은 밤을 기다리게 되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고 나면 밤하늘에 유난히 빛나는 별을 볼 수 있다.

"크으윽. 위드 님이 우릴 배신하지 않았어."

"보라. 얼마나 아름다운가. 세상은 더욱 살 만한 곳이 되어가고 있다."

"예뻐. 진짜 가까이 있으면 빠져들정도로..."

아기를 안고 있는 서윤의 모습이 조각되어 갈수록 밤이 아름다워졌다.

일찍이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밤하늘의 별 이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미세먼지로 밤에 별을 볼 수 없게 된 지도 오래되었다.

어두운 하늘에 반짝거리고 빛나는건 인공위성이거나 비행기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먼 곳에 있는 별이야말로 인간 사회를 넘어선 미지의 영역이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다.

꿈과 희망, 낭만이 공존하는 끝없는 영토.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위드의 별 조각품이 기사화되었다.

- 로열 로드에 탄생하는 어머니와 아기별.

- 별의 생성과 우주에 대한 이야기.

- 조각사 마스터의 마지막. 별의 의미.

- 가상현실의 한계는?

- 우리가 잊고 사는 넓은 세계.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사건이라 뉴스나 라디오에서도 보도되었다.

어린이 방송에서 천문학, 지질학에 대한 교육용으로도 좋았다.

- 아기의 행복.

- 사랑의 시작과 그 결실.

- 새 생명 프로젝트.

사회적인 분위기로도 낮은 출산율로 인해 고민하는 국가가 한둘이 아니었다.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대부분이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해지면 출산율이 감소한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으면 인구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었다.

국가적으로 출산을 장려하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아기를 잉태하고 낳는 일은 힘들기는 해도 당사자들에게 대단한 기쁨을 안겨 준다.

수많은 일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막상 해 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지 못하는 행복한 일.

위드가 아기와 엄마의 모습을 조각하면서 각국 정부에서는 출산장려프로젝트들까지 다시 점검하게 되었다.

세계의 방송국들은 어린아이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비율을 부쩍 늘릴 정도였다.

* * *

위드는 조각술 마스터까지 되고 나서 한껏 썩은 미소를 지었다.

"음. 역시 순전히 내 실력이 뛰어나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군."

험난했던 과거를 돌이켜보며 게슴츠레 눈을 감았다.

"운 따위는 없었어. 내 노력과 재능이 있었던 거지."

자화자찬!

스스로에 대해서 만족스러운 기분을 만끽했다.

"조각술도 마스터했고, 스탯도 많이 얻었고... 별 의미 없지만 명성도 꽤나 늘었지. 명성은 진짜 의미 없긴 하네."

생명력과 마나의 증가는 그동안 몇대 맞으면 허덕이던 자신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기도 했다.

드디어 대망의 조각술 마스터!

솔직히 검술이나 궁술, 하다못해 워리어 마스터로 맺집이라도 크게 높아졌다면 그 효과야말로 막대했겠지만 어쨌든 최초의 마스터였다.

"그동안 서윤의 미모가 조금 도움이 되긴 했지만 순전히 내 실력이지."

조각술을 하면서 이따금씩 드는 의혹.

'그냥 내 조각술이 좋은 게 아니라 모델 탓 아냐?'

서윤을 조각하면 대부분 결과가 매우 훌륭했다.

만약에 조각술 분야만이 아니라 서윤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국제인물사진대회에서 1등 수상은 아침 굶고 저녁에 양념 반 후라이드 반 먹기였다.

싸구려 똑딱이 카메라라도 부족한 사진 기술이나 성능은 모델이 전부 극복해 줄 것이다.

오히려 기종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극찬이 뒤따르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그냥 대충 발로 버튼을 눌러도 서윤의 구석구석 숨겨진 미모가 어떻게든 나올 테니깐.

화가로 그림을 그려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려고 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냥 서윤을 있는 그대로 그리면 된다.

세기의 명화가 그냥 나올 것이며,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최상의 표현이 되어 줄 것이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왠지 설득력이 있어. 이유가 충분해."

위드가 잠시 멍하고 있는 사이에 화려한 빛무리와 함께 여신 헤스티아가 나타났다.

베르사 대륙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헤스티아의 형태는 수천 미터에 달할 정도로 커진채 물길처럼 일렁거렸다.

'드디어 퀘스트의 끝.'

위드의 심장이 가볍게 쿵닥대고 있었다.

'양념치킨 닭다리를 잡을 때의 기분일까. 아냐. 좀 약해. 로또 번호가 네개 정도 연속으로 맞아떨어진던 때의 감동에 가깝겠지.'

헤스티아의 맑은 목소리가 전달되었다.

- 조각사여, 그대는 나의 부탁을 위해 이곳에 별을 만들어 주었군요.

위드는 우주에서 정중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까지 숙였다.

"헤스티아 여신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여신님을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 조각사여. 조금 더 긍지를 가지세요. 그대의 예술은 사람들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왔습니다.

"제가 한게 뭐 있겠습니까. 사람들은 고마움의 대상을 잘못 대하고 있습니다. 저의 조각품은 전부 헤스티아 여신님의 은총 덕뿐입니다."

커피믹스 하나에도 꿇을 수 있는 정말 저렴한 무릎!

아부만큼 쉽고 빠른 효과를 가지며 또 공짜인 것도 없다.

물론 돈이라도 걸려 있다면 헤스티아의 머리끄덩이라도 잡고 싸울 준비도 완료되어 있었다.

- 그대의 작품을 평가해 봐야겠군요.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의 마지막으로 작품 평가의 시간.

위드는 느긋하게 기다렸다.

처자식 조각상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뿐 아니라 높은 예술적가치를 얻은 대작의 조각품이었다.

잠시 수 처자식 상을 살펴본 헤스티아의 말문이 열렸다.

- 그대의 작품은 정말 훌륭하군요. 놀라워요. 기대를 완전히 뛰어넘었어요.

"고맙습니다."

- 사람들은 그대의 별을 보면서 밤을 보내고 새벽을 기다리게 되겠지요. 사람들은 그대의 별을 보며 아름다움에 경탄할 거예요.

위드는 자기 자신의 행복이나 염원을 담아서 만든 조각상이었다.

매일 밤마다 하늘을 보면서 처자식 조각상을 확인한다면 스스로도 얼마나 뿌듯할 것인가.

'관람료도 못 받는데. 그래도 뭐... 다들 좋아한다면 나쁘진 않겠지.'

- 그대의 별에 대해 감동했어요. 작은 답례로 베르사 대륙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신의 축복을 전달하겠습니다.

* * *

헤스티아가 모든 생명체들에게 일주일간의 축복을 내렸습니다. 

모든 유저들의 신앙 스탯이 영구적으로 2 증가합니다. 

기간 동안 경험치 획득률이 6% 증가합니다.

행운이 증가합니다. 사냥을 통해 희귀 아이템이나 전리품을 획득할 가능성을 높입니다.

추위로 인해 고통 받지 않습니다.

처자식 조각상을 본 이들은 하루에 한번씩 즉각적으로 체력과 생명력이 8%까지 회복됩니다.

동물의 번식과 식물의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특정 도시들은 기술적인 번영을 이룩하게 됩니다.

* * *

"으음."

위드의 아랫배가 살살 아파 오려 하고있었다.

좋은 일이 있다면 나누기보단 혼자 독차지해야 기쁘지 않겠는가.

사람들에게 천만원 씩 나눠 주기보다는 혼자 1억을 받는 편이 더 나은 이치!

헤스티아의 목소리가 정중해졌다.

- 태초의 조각술을 알아낸 것에서부터 지금까지. 그대는 누구도 걸어본 적이 없는 길을 따라서 이곳까지 왔습니다. 조각술의 정점에 도달한 이여.

"예. 여신님."

- 영광스러운 조각술 마스터에 오른 이로서 베르사 대륙의 예술계를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헌신을 다 하겠습니까?

"..."

위드의 머릿속에서 선뜻 그러겟노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지금까지도 지겨운데... 앞으로도 계속? 됏어. 그냥 사냥이나 열심히 할래.'

하지만 이미 영업용으로 전환된 입은 알아서 대답했다.

"예술에 모든 몸과 마음을 바쳤습니다. 조각술은 그 아름다움을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감싸 주는 예술. 조각사로서 살아온 삶에 한점의 후회도 없고, 앞으로도 쭉 그 긍지를 지킬 것입니다."

조각술의 찬양!

위드는 2단 아부를 위해 입술에 침을 촉촉히 발랐다.

"조각술을 통해 배운 건 많습니다. 땅에 떨어져 있는 돌맹이 하나, 나무 한 조각도 조각사의 노력과 상상력이 더해지면 새로운 마음을 얻습니다. 아직도 예술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합니다만, 조각을 통해 제 마음을 표현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이것이 저의 행복입니다."

- 과연... 조각술을 마스터하여, 수많은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이곳까지 온 이답군요.

거짓말 탐지기가 있었다면 시끄럽게 삑삑 울렸을 테지만 위드의 대답은 헤스티아를 만족시켰다.

로자임 왕국 에서부터 온갖 NPC들을 감언이설로 꼬여 냈던 위드의 아부성 발언!

- 조각술 마스터로서 나의 부탁을 들어준 보답을 해 주어야겠지요.

위드는 그저 프레야 교단의 신검 가르고 같은 것이라도 하나 내려 주기를 바랐다.

'최강의 검 이나 방패. 그거면 된다. 헬리움으로는 헤스티아에게서 얻어 내지 못한 다른 걸 만들면돼.'

머릿속에서 분주히 견적을 내리고 있을 때 였다.

- 그대에게는 불을 내리겠어요.

"불이요?"

- 제가 가진 기운의 일부. 그대는 이 불을 어디서라도 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띠링!

여신의 선물!

헤스티아는 자신의 일부인 신성한 불을 당신에게 선물했습니다.

신성한 불은 예술과 생산, 전투를 위해 모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모든 가치를 드높이며, 때때로 기적을 일으킬 것입니다.

신성한 불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신앙이 30 증가했습니다.

아마도 세상이 험하기 때문이었으리라.

위드는 0.1초 만에 반응했다.

"스킬 확인! 신성한 불!"

신성한 불 : 헤스티아의 상징입니다.

신성한 불은 스킬 레벨과 신앙심, 지혜로 위력이 결정됩니다.

일정량의 마나를 소모하여 물질을 녹이거나, 태우고, 무기에 덧씌워서 적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예술 작품의 창조에 도움을 얻습니다.

종교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으며 아주 높은 확률로 신앙이 부여됩니다.

생산을 위한 제련에 2배의 효과가 추가됩니다.

광물에서 순수한 결정체를 얻을 수 있으며 이를 

가공한 장비에는 헤스티아의 축복이 적용됩니다.

신성한 불을 일으켜서 전투 중에 공격과 방어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모든 공격 스킬에 화염 계열의 피해가 7% 적용됩니다.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2%씩의 피해가 늘어납니다.

화염 스킬은 2배씩 적용됩니다.

마족, 언데드 계열에는 5배의 추가적인 피해를 입힙니다.

"오오오."

위드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를 얻고, 여신의 퀘스트까지 마무리한 보상이 높을 꺼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번엔 뒤통수를 맞지 않았어.'

뒤통수 조심!

행성을 조각했는데 기념품하나 던져 주고 끝나는 것까지도 예상했었다.

명예나 명성처럼 먹고사는 데 하등 도움도 안 되는 수치나 높여 주고 끝나는 건 최악의 결과였는데 대단한 스킬을 얻어 냈다.

'전투에도 좋고, 생산 스킬에도 좋고... 다용도네.'

위드는 벌써부터 미래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다.

조각사의 길이 마지막에 도달했으니 그다음 계열의 직업도 얻어야한다.

수많은 직업들이 물망에 올랐다.

'이번에는 엉뚱하게 달빛 조각사 따위의 집업만 얻지 않으면 된다. 로열 로드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으니까. 그리고 신성한 불은 어떤 직업에도 정말 큰 도움이 되겠지.'

성기사들처럼 신성력에 의해서 강화되는 힘!

위드의 쓸떼없이 높기만 했던 신성력 1,200 스탯을 써먹을 수 있는 날이 온 것이다.

'물컹꿈틀이에게 날개가 달린 격이군.'

띠링!

조각술의 마스터 도전 완료

장대한 여정이 끝났다.

조각사 위드는 불가능으로 여겨지던 수많은 업적들을 베르사 대륙에 남겼다.

여신 헤스티아의 부탁에 따라 별을 조각함으로써 그의 존재는 조각술의 역사에 다시없을 전설이 되었다.

대자연을 변화시키며, 조각품에 생명을 불어 넣고, 조각품의 본질을 이해하고, 정령의 존재를 되새기며, 빛의 검을 깨달은 자!

이제 꿈을 꾸는 청년들이 그가 남긴 위대한 발자취를 쫓아 걷게 될 것이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를 완료하여 명성이 50,000 올랐습니다.

- 생명력이 8,000 증가하였습니다.

- 마나가 10,000 증가하였습니다.

- 예술 스탯이 80 증가하였습니다.

- 전 스탯이 20 늘어납니다.

- 자연과의 친화력이 25 늘어납니다.

메시지창의 홍수!

지금까지 누구도 이룬 적이 없는 업적이고, 기나긴 시간동안 노력해서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까지 마쳤다.

위드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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