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대악당의 꿈
- 대장장이 스킬의 숙련도가 정점에 달했습니다.
- 숭고한 영혼으로 불을 타오르게 하고,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스리는 대장장이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베르사 대륙에서 대장장이들은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장비들을 만들어왔습니다. 뜨거운 열기 속에 흘린 땀방울이 결실을 맺어 지극한 불꽃과 금속의 결합비법을 깨달았습니다.
- 생산하는 모든 무기와 방어구, 물품들의 내구도가 상승합니다. 새로 제작된 장비에 최소 1가지에서 3가지의 특징이 추가로 부여됩니다. 대장장이들은 무기와 방어구에 새겨진 전투의 흔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루 3개의 장비에서 최근의 전투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를 획득 가능합니다.
- 영겁의 불에 대한 권능을 얻습니다. 불과 관련된 모든 능력이 향상되며 마나의 소모량이 감소합니다.
- 무기와 방어구의 잠재된 힘을 이끌어내서 추가적인 특성이 두 배로 적용됩니다. 진지한 열정으로 전투와 관련된 스킬의 숙련도가 7%만큼 빠르게 향상됩니다. 견고한 인내를 터득하여 생명력과 체력의 최대치가 120% 증가합니다.
- 특수한 재료를 통해 최대 5회 영웅의 검, 영웅의 방어구는 제작 할 수 있게 됩니다.
- 모든 스탯 40 증가. 생산 퀘스트를 제한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 호칭 '대장장이 마스터'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과 관계없이 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사와 기사, 장인들과 상인의 존중을 받을 것입니다. 힘과 체력, 투지의 효과가 늘어납니다. 같은 대장간이나 공방에 소속된 대장장이 NPC의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대장장이 마스터!
경쟁자인 파비오와 헤르만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고 희열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드디어 내가..."
"후. 해냈구나."
그들은 각자 만든 한 자루씩의 검을 보면서 복잡한 감정에 휘말렸다.
"그동안 나의 모든 열정과 노력을 담아서 만든 검."
대장장이 마스터라는 성과를 이루어냈고, 헬리움이라는 최고의 재료를 사용해서 제작한 검이라 능력치 만큼은 최고였다.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되었구나."
파비오와 헤르만은 둘이서 만나서 아껴놓은 술을 마시면서 성과를 자축했다.
"결국 마스터는 며칠 빠르기는 했지만 내가 먼저 하게 되었군."
"축하드립니다."
"이루고 나니 허무하기 짝이 없구만. 어차피 헤르만. 그대도 마스터에 도착했으니 날짜 차이야 뭐가 중요하겠는가."
파비오와 헤르만은 드워프 대장장이로 로열 로드를 시작해서 녹슨 구리를 주워서 녹일 때부터의 일이 줄줄이 떠올랐다.
대장장이들의 도시 토르에서 경쟁하면서 최고의 검을 만들기 위해 살았던 일.
"옛 시작했을 때가 즐거웠어. 수많은 유저들이 우리가 만든 검을, 강화한 무기들을 가지려고 달려왔었지."
"헤르메스 길드의 주문을 거부하지 못한 기억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다 추억인 것을. 우린 쇠붙이를 만들었을 뿐. 정의는 그걸 사용한 사람에게 달린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말하면 무책임하겠지만 말일세."
"그렇기도 하지요. 대장장이는 세상에 너무 관여할 필요도 없으니 말입니다."
헤르만은 파비오의 빈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모라타에서 나온 좋은 품질의 붉은 포도주였다.
"토르에서의 시절이 그리워지네."
"거긴 난장판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진정한 대장장이의 끝을 보려는 이들은 드물고 관광객들을 상대로 비싸게 팔 뿐이라고 합니다."
"마스터가 되었지만 검을 만드는 일은 그만두진 못하겠구만."
"더욱 정진해야겠지요. 가끔은 모험도 하면서 말입니다."
"대륙을 어떻게 돌아다니는지를 모르니... 우린 불 앞에 갇혀서만 제작을 했지 않은가. 위드처럼 돌아다니면서 무기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도 만나보고 퀘스트를 했으면 진작 마스터를 했을지도 몰라."
"그럴 수도 있겠지요. 비슷한 생각은 저도 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을 모르고 불 앞에서 망치질만 했으니 말입니다."
파비오와 헤르만에게는 여유가 흘러넘쳤다.
전투 계열 직업들과는 다르게 대장장이는 끊임없이 돈을 벌어들이는 존재들.
그간 쌓아놓은 돈으로 유랑을 다닐 수도 있었고, 모험을 할 수 도 있으리라.
불 앞을 벗어나 아르펜 왕국에서의 생활을 기대하고 있는 둘이었다.
* * *
헤인트, 프렉탈, 보드미르.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라는 별멸을 ㄱ진 그들은 과거 오크들을 아르펜 앙국으로 데려왔다.
그 이후에 항구 바르나가 개발되면서부터 정착하게 되었다.
"이곳을 거점으로 나쁜 짓을 하자!"
"그래. 우리의 나쁜 짓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크크크. 이곳의 유저들은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다."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들은 앞으로 벌일 악랄한 행동을 상상하며 즐거워했다.
"약탈하자."
"죽이자."
"침몰도 시켜주지."
그들은 항구 바르나의 바닷가에서 통나무를 타고 겁도 없이 먼 바다로 항해를 시작하는 유저들을 봤다.
"저놈들로 하자."
"클클. 사냥이로군."
"선원들아. 돛을 올려라. 출항이다!"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가 해적선을 이끌고 쫓아가보면 유저들은 연근해에서 벌써 침몰해서 바닷물에 둥둥 떠 있었다.
"저희 좀 태워주세요. 형님들."
"어허. 우리... 나쁜 짓 하러 왔는데. 깃발에 녹슨 칼과 뼈다귀 안 보여요?"
"해적이시구나. 우와.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설마..."
"뭐요?"
"혹시 위드님과 지골라스에서 모험을 같이 하신 그 분들이 아니십니까?"
"크훗. 우릴 알아보는군. 내가 조금 유명해지긴 한 건가."
"그럼요. 저도 해적을 꿈꾸며 바다에 나왔는데요!"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가 나쁜 짓을 벌이기에는 항구 바르나의 초보 유저들 수준이 너무 떨어졌다.
"해적선 함포 값도 안 나오겠다."
"여기서 나쁜 짓을 할 수는 있는거야?"
"배를 붙여서 넘어가려고 하면 그 충돌로 침몰해버리겠네."
로열 로드를 악랄하게 즐기려고 했던 세 해적 헤인트, 프렉탈, 보드미르.
항구 바르나는 낚시꾼이나 초보 선장들이 바다를 가득 메우고 있어서 해적선을 끌고 다니면 부러움과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저기 좀 봐. 돛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선체의 나무도... 티크 아냐?"
"파도를 가르면서 나가는 모습 봐. 배가 저렇게도 빠를 수 있구나."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
"피곤하다. 좀 쉬자."
"맛있는 거나 한 잔 하자."
그들이 일단 바다에서 철수해서 항구 바르나의 선술집에서 라임 쥬스를 마시면서 쉬고 있을 때였다.
눈에 확 띄는 귀여운 아가씨들이 다가왔다.
"저기요."
"네?"
"해적이라고 들었어요."
"헛. 그건 비밀인데 어떻게..."
"해적선 이 앞에 세워두셨잖아요."
"뭐... 그렇죠."
헤인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눈에는 자부심과 긍지가 가득했다.
"흐흐흐. 이 동네의 치안은 우리가 접수했지. 해적들에게 털리지 않으려면 조심해야 할 거요."
"저희 조든 섬까지만 데려다주시면 안 돼요?"
"으음?"
"먼저 출항하시면 뒤를 따라갈께요. 바다 괴물들이 너무 무서워서요."
"우리 해적인데요."
"배 한 척당 2골드씩 드릴게요."
조든 섬은 바르나에서 하루 반나절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섬에서는 탐험과 교역, 채집 작업이 가능했다.
순풍일 때는 하루가 안 걸려서 초보 선장들이 좋아하는 코스였다.
'고작 2골드라고?'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들에게는 차라리 하루 동안 놀더라도 가고 싶지 않았다.
"아가씨. 미안하지만 인건비가 좀 비싸서 말입니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정말 애써서 모은 거예요. 가서 미역도 캐고 굴도 따고요. 저희만이 아니라 섬 탐험에는 한국대 무용학과 전원이 참여하기로 했거든요."
"꿀꺽. 무...용학과요?"
"네. 선후배 전부 참여하기로 했어요. 부족하지만 300골드는 넘을 것 같은데... 역시 안 될까요?"
헤인트는 슬쩍 시선을 동료들에게로 돌렸다.
귓속말로 묻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프렉탈과 보드미르의 눈동자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뭘 물어보고 있냐. 퀘스트 받아. 임마.'
'야. 놓치기 전에 수락해!'
헤인트는 침을 꼴깍 삼킨 후에 대답했다.
"조든 섬이라면 귀찮지만 한 번은 다녀와 드리죠. 우리가 비싼 몸이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조든 섬에 하루를 다녀오게 되었다.
출항을 하면서 소금기 가득한 바닷바람도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고, 해적선 뒤를 따라는 작은 돛단배들을 보살피는 재미도 각별했다.
'이런 게 로열 로드지... 꿈과 낭만. 좋아서 미치겠구나!'
조든 섬에서도 미역이나 바지락을 캐면서 여대생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프렉탈은 바다에 뛰어들어서 큰 새우를 잡아 저녁에 굽기까지 했다.
"시장하시죠? 천천히 드시면서 하세요."
"어머. 새우는 귀하잖아요."
"심심해서 잡아봤습니다."
여대생들은 걸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새우를 먹어치웠다.
프렉탈은 보드미르와 함께 바다로 또 뛰어들었다.
목숨을 걸고 수중 30미터, 40미터 깊이까지 들어가서 가재와 새우들을 쓸어왔다.
"해산물은 또 저희가 전문이죠."
"잡기 어렵지 않으셨어요?"
"손만 대니까 그냥 다 잡히던데요?"
다음 날,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들은 진지하게 회의를 했다.
"야. 우리 있잖아."
"알아. 무슨 말을 할지. 난 적극찬성이다."
"후우. 뭔가 살아있는 기분이야. 이게 인생이구나.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는 조든 섬까지 정기 운행하는 노선까지 만들었다.
항구 바르나의 유저들이라면 누구나 2골드씩을 내고 호위를 받아서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백여 척의 배를 끌고 다녀왔고, 나중에는 소문이 퍼져 수천척까지 배가 늘어나게 되었다.
해적선들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다니는 돛단배들.
어미 오리와 새끼 오리들처럼 귀여운 광경이었다.
조인족들도 하늘에서 합류를 하면서 대규모 선단을 이루고 바다를 항해했다.
멋지고 시원한 광경이었다.
그렇게 아르펜 왕국의 동쪽 바다가 개척되고, 섬과 교역로가 확보되었다.
"험한 파도에 주의하세요!"
"이곳에는 대게가 잡힙니다. 낚싯줄을 최대한 밑바닥까지 내려 보세요."
바다를 뒤덮는 작은 배들!
항구 바르나에서 멀리 떨어진 유령선 출몰 지역까지도 다니면서 북부 유저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장거리 항해에 성공하면 항해 기술이 빨리 성장하고, 선박에는 상당히 많은 짐을 실을 수가 있었기 때문에 교역에도 좋았다.
바다의 매력에 흠뻑 빠진 유저들이 성장하면서 배들이 조금 더 크고 빠르게 바꿔갔다.
- 항구 바르나를 이끄는 해적들!
- 바다의 선구자.
로열 로드 게시판에도 칭찬으 글들이 올라왔다.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들은 그때부터 몸이 간지럽기 시작했다.
"우리의 본분은 나쁜 짓이잖아."
"요즘 뭔가 나쁜 짓을 안 저질러서 좀이 쑤시긴 해."
"야. 항구에서 사인 해달라는 말도 들었다. 우리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는 거 아니냐?"
슬슬 나쁜 짓을 저지르고 싶었다.
북부 유저들 중에서도 성장이 빠른 이들은 털어먹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기에 실컷 사고를 치고 다니고 싶었다.
"흠... 근데 뭔가 아쉽긴 해."
"우리의 인기가?"
"아니. 솔직히 여기서 초보들 등쳐먹기에는 위드가 찝찝하지 않냐."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들이 인정하는 진정한 악당 위드!
"위드의 보복 때문에?"
"하긴... 아르펜 왕국을 털어먹으면 우릴 쫓아와서 복수를 하겠지."
"그렇다고 해서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고? 용기를 내자. 정신을 차려 우린 나쁜 놈들이라고! 먼 바다로 가면 잡기 쉽지 않을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후. 위드가 밤마다 생각날 때가 많아. 뭔가 여기서 예전처럼 나쁜 짓을 하기는 아쉬움이 있단 거지."
"아쉬움이 뭔데?"
"나도 잘은 모르겠어."
미친 상어들은 고민하다가 솔직히 털어놓고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그 대상이 엉뚱하게도 바로 위드였다.
위드가 귓속말 제한을 해제한 틈을 타서 대화에 나서서 사정을 설명했다.
- 위드 : 그러니까... 항구 바르나의 유저들을 상대로 약탈을 하고 싶다?
"네. 과거였다면 주저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냥 확 다 들이받고 약탈하고 불태우고... 진짜 재밌는데 막상 실행에 옮기기가 망설여지네요."
헤인트는 눈치를 살피면서도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어차피 사고를 치고 나서 위드에게 잡히면 죽는 것이고, 안 잡히면 상관없었으니까.
그들이 롤모델로 삼고 발자취를 따라가려고 하는 진정한 악당 위드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었다.
"북부 유저들에 대한 의리나 동정심 때문은 아닙니다. 배신의 상쾌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근데 왜 막상 실행에 못 옮길까요?"
한동안 침묵이 흐른 후에 대답이 돌아왔다.
- 위드 : 조금 더 나쁜 짓에 눈을 뜬 것 같군요.
"예?"
- 위드 : 복잡하게 설명하자면 끝도 없지만... 예를 들어보죠. 1만원, 3만원을 훔쳐서 경찰에게 잡힌 도둑놈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듭니까?
"음..."
미친 상어들은 그들끼리 눈을 마주쳤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 위드 : 그냥 좀 불쌍하다. 혹은 말하기 힘든 무슨 사연이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아.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무슨 사연이 있었으니 훔쳤겠죠."
- 위드 : 근데 한 10조. 아니면 20조쯤 훔친 도둑놈이나 사기꾼이 있다면 무슨 생각이 듭니까?
"우와..."
"대박!"
"끝내준다. 존경. 존경."
미친 상어들은 상상만으로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 위드 : 능력 있다. 똑똑해 보인다. 평범한 사람 아니다. 뭐 그런 느낌이죠?
"그렇죠. 그 정도 능력이라면 와. 진짜 대단한 거죠."
"진짜 그렇구나."
미친 상어들은 위드의 설명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설명으로도 간단히 몇 조는 털어먹는 스케일!
- 위드 : 훌륭한 악당의 나쁜 짓은 그런 겁니다. 남들이 알면서도 흉내내기 힘든 것이죠. 더 성장하세요. 넓고 크게 보세요. 어린이들 만화를 봐도 왜 꼭 악당들은 세계를 정복하려 할까요?
"글쎄요?"
"그러게. 왜 맨날 세계를 정복하려고 하지?"
- 위드 : 악당들도 큰 꿈을 꾸는거죠. 헤르메스 길드도 대륙 정복을 목표로 하지 않았습니까.
"맞다. 맞아."
- 위드 : 그들을 본받으세요. 세상은 넓고 할 수 있는 나쁜 짓은 많습니다. 꿈꾸고 노력하지 않는 나쁜 놈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크으... 이렇게 한가롭게 있을 때가 아니군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미친 상어들은 한 수 배웠다는 생각에 충실하게 살기로 했다.
스킬도 성장시키고 해적선의 규모도 늘렸다.
틈틈이 유령선 출몰 지역에서 사냥도 해냈다.
그러면서 가끔씩은 위드의 조언을 받았다.
- 위드 : 팔로스 제국. 그러니까 남부 사막 지역까지 다녀오십시오.
"알겠습니다."
베르사 대륙의 동쪽을 빙 돌아서 가는 장거리 항해였다.
마판 상회와 몇몇 대규모 상단, 북부의 수많은 상인 유저들이 동참한 교역단이 결성되었다.
교역단은 험난한 파도와 소용돌이 지대, 해양 몬스터들의 위협을 이겨내며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를 따라 사막 지역에 도착했다.
< 대륙 간의 장거리 항해에 성공 했습니다. 신항로 개척! 바람을 타고 파도를 가르며 성공적으로 긴 항해를 마쳤습니다. >
< 항구 바르나에서 사람들의 축복과 새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출항하여 멀고 먼 태양과 모래의 땅에 도착했습니다. >
< 항해에 따른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항해자의 명성이 4,560 증가합니다. 행운이 영구적으로 14 늘어납이다. >
<새로운 항로! 항구 바르나와 조개껍질 해안의 항로가 발견되었습니다. 바르나의 자유바다 길드에 항로가 보고된다면 지도로 만들어져서 항해사들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
< 항로를 통하면 해상이동에 15%, 위험 발생률을 47% 감소시킵니다. >
"크아. 왔다."
"북을 쳐라. 육지로 간다!"
사막 지역에 도착한 수천여 척의 범선들.
태풍에 시달리고 암초들을 헤치며 왔다.
작은 배들의 돛은 넝마처럼 너덜거렸고 선체에도 부서진 흔적들이 역력했지만 선장들은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만세!"
"이게 얼마만의 육지냐."
사막 지역에는 제대로 된 항구도 없어서 먼 바다에 마판 상단의 대형 범선들이 멈추고 작은 배들로 물품을 운송해야 했다.
헤인트는 사막을 오자마자 또 나쁜 짓을 저지르고 싶었다.
"남부 촌놈들이나 좀 무시해볼까? 여긴 발전도가 낮지?"
"그래. 모래나 먹고 햇빛이나 받으면서 사는 놈들한테 텃세라도 부려보자."
"찬성이야. 찬성."
"오. 저기 온다. 이 지역 유저들에게 행패를 부려야지."
"큰물에서 노는 거 아니겠어. 킬킬킬."
배를 잡고 웃던 미친 상어들은 마중을 나온 사막 전사들이 다가오면서 어깨가 위축되고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눈은 마치 자동 회피 기능이라도 있는 것처럼 마주치지 못했다.
검오치!
생각하고 패는 그가 미친 상어들의 어깨를 두들겨줬다.
"멀리서 오느라 고생 많았다."
"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검오치가 악수를 위해 내민 손을 프렉탈은 벌벌 떨며 공손하게 두 손으로 잡았다.
바다가 아닌 이상 전투력으로는 좀 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로열 로드 에서의 전투력을 무시하고 발휘되는 인간적인 위압감.
검오치는 미리 위드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저하고는 친한 녀석들입니다. 편하게 대해주세요."
"편하게?"
"네. 동생들처럼요."
검오치는 위드와 인연이 있는 좋은 동생들이라고 생각하고 다정하게 말 했다.
그래봐야 굵고 낮게 깔리는 목소리였지만.
"덥지. 목마를 텐데 시원하게 맥주라도 한 잔 할래?"
"아니... 그냥 빨리 돌아가고..."
"싫냐?"
"예옉? 아, 아닙니다."
미친 상어들은 어서 배를 타고 돌아가고 싶었지만 검오치가 맥주를 가져올 때까지 기다렸다.
- 헤인트 : 대충 마셔주고 가자. 굳이 이것도 거절하고 그냥 가긴 서운하잖아.
- 보드미르 : 그래. 맥주 마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는데.
- 프렉탈 : 야. 한 잔 정도야 서로 마셔주는 거지. 다 정이잖냐, 정.
귓속말을 하면서 자존심을 세우는 그들!
검오치는 교역을 하는 장면을 살펴 보고는 돌아왔다.
"뭐하냐. 맥주 안 꺼내고."
"맥주... 저희가요?"
"어... 맥주를 안 가져왔어?"
검오치가 잠깐 머뭇거렸다.
그로서는 잠시 생각을 한 것인데, 그때 일그러지는 얼굴 근육은 감히 대들 수가 없을 정도였다.
생존본능이 발동되는 순간!
"이, 있습니다. 맥주!"
"같이 마셔도 되지?"
"넉넉합니다. 남는 것도 드리고 가겠습니다."
미친 상어들은 평상시에 배에 맥주를 잔뜩 실었던 것을 지극히 다행으로 여겼다.
* * *
"와. 여긴 그냥 다 특산품 대접을 받네."
"모라타의 와인은 잘 안 팔려. 술 문화가 다르데."
"과일이 최고야. 햇빛을 가리는 용도의 의복도 많이 남겨먹을 수 있고."
북부 유저들은 사막 지역에 생필품들을 대량으로 가지고 왔다.
간단한 옷이나 요리 도구, 말 안장 같은 것도 사막 지역에서는 몇 배나 비싸게 팔렸다.
"여기서 살만한 물품은... 융단이나 낙타 가죽 같은 걸 북부로 가져가볼까?"
"그보단 역시 술이지. 유행만 일으키면 시세는 의미가 없어지니까."
"이곳의 칼 생산 기술도 뛰어나. 일반 칼은 쓸모가 적지만 전사용으로 사막 장인들이 만든 건 괜찮은데."
북부 유저들은 사막 도시들을 돌면서 가져온 물품들은 팔고, 새로 구입을 했다.
그 이후에 배에 가득 실어서 다시 아르펜 왕국으로 출항했다.
활발한 거래로 사막에 쌓여 있던 재고가 정리되면서 장인들에게 일감이 생겼다.
검오치는 교역단이 다시 떠나는 것을 배웅까지 해주었지만 이틀 뒤에 새로운 아르펜 왕국의 교역단이 도찻했다.
"넌 또 뭐냐?"
"저요? 전 마판 상회에서 밀수와 해상 교역을 전담하고 있는 몽칫돈 이라고 합니다."
* * *
"정말 가실 겁니까."
"네!"
"꼭 가셔야 되죠?"
"바로 갈 거예요."
"이렇게 떠나실 생각입니까?"
"갈 거라니까요."
"후... 정말 아쉬운 작별이군요."
"알았어요. 안 갈게요."
위드는 이리엔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가 떠나지 않도록 했다.
"크윽. 설득 당하고 말다니."
"아, 안 돼."
다른 동료들은 사냥에 지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이리엔만 버리고 갈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노렸어.'
'지독하다.'
'아. 나는 전투 노예야. 벗어나지 못해.'
여행의 조각술.
위드는 어느 시대의 역사로도 떠날 수가 있었고, 발전한 대도시에서 관광과 문화를 즐기는 여유로운 여행도 가능하기는 했다.
물론 그렇게 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흠. 어디로 떠날까."
위드의 머릿속에는 뒷골목 여행사의 해외여행 상품을 능가하는 패키지들이 수립되고 있었다.
비행기 값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일단 모집해놓고 하루에 최소 세 번씩 가둬놓고 쇼핑을 시킨다는 위험한 패키지들!
'여행은 다 그런 맛이지.'
여행의 인솔자가 되었다면 당연히 기대치를 높게 충족시켜주어야 한다.
'아무래도 다음 번 사냥까지 마치면 한동안 연락까지 두절될 수 있어. 그렇다면 이번에 완전히 단물을 쪽 빨아먹어야 한다.'
페일을 비롯해 동료들의 구성과 전투 능력은 훌륭한 편이었다.
어떤 전장에 데려가더라도 자기 몫을 몇배는 해줄 사람들.
'그곳으로... 흠. 벌써 거길 가기는 좀 아쉬운데. 그래도 역사적으로 보면 업적을 달성하기는 좋으니깐.'
위드는 베르사 대륙의 역사를 공부하며 발견했던 애매한 곳들이 제법 많았다.
칼라픽의 궁전 같은 경우는 전쟁의 시대도 겪어봤고 팔로스 제국도 건국해보았으니 기사들이나 병사들의 수준을 대략 가늠이 됐다.
힘들지만 고생하는 보람은 있는 정도.
정신을 바짝 차리면 버틸 만한 장소.
그런데 지역이 통째로 멸망하거나 병력이 전멸한 경우에는 난이도를 측정하기가 힘들다.
'생고생을 하려면 그런 곳 중의 하나로 가야지. 혼자가긴 좀 아쉬우니깐 말이야.'
고생을 하더라도 누가 알아줘야 뿌듯한 법.
위드는 엄마의 호주머니에서 용돈을 훔친 초등학생처럼 환하게 웃었다.
"이번에는 좀 여유 있게 가죠."
"네?"
"뭐라구요?"
동료들의 눈에는 불신으로 가득했다.
파이톤과 양념게장은 확 지금 이순간이라도 도망치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가 없었다.
'이거 원래 세계로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음. 높다... 떨어지는 데도 한참 걸리겠어.'
여전히 공중 부양 마법을 사용해서 하늘에 떠 있었다.
지상에 존재하던 칼라픽의 왕궁은 바다에 잠긴 상태.
단순한 암살자와 전사의 직업이라 스스로 땅으로 내려갈 수도 없었고, 원래 시간대의 세계로 돌아가는 건 더욱이나 못했다.
'보내주기 전에는 못 가는 건가.'
'공중 부양 마법을 쓴 것도 멸망의 장면을 구경하라는 게 아니라 압박을 위해. 아냐. 설마 그 정도까진 아니겠지.'
위드에 대해 아직 희미한 믿음을 가진 양념게장!
'설계야. 한 번 걸려든 이상 빠져 나가지 못해.'
모든 걸 알고 있는 페일은 그저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착하다고 해서 바보는 아니었다.
'위드님과 동료가 되고 나서 성장속도가 빨라졌어. 과정이야 어쨌든 영주의 자리를 얻었고, 유저들 사이에서 유명해지기도 했고. 고생을 하기는 하지만 보람도 생겨.'
위드를 따라다니는 순간에는 죽을만큼 괴롭지만 지나보고 나면 이상하게 나쁘지 않은 추억이 된다.
끝없이 밀려오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정신없이 싸우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정비하면서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투 노예로서 은근히 괜찮은 측면도 있지.'
위드가 입술에 침을 바른 채 말했다.
"그냥 여유롭게 간단히 갈 거니까요. 다들 피곤하기도 하고 이번에는 길게 사냥하지 말죠. 딱 하루면 어때요?"
"하루?"
"하루라면 뭐..."
동료들의 어깨에 어려 있던 긴장이 확 풀렸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들이라 하루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으리라고 본 것이다.
이리엔 과 로뮤나의 눈이 마주쳤다.
'나쁘지 않네.'
'위드님이 설마 죽으러 가는 건 아닐 테니까. 마법 몇 번만 날리면 되겠지?'
다음 여행지로의 준비는 간단히 끝났다.
메이런과 파이톤은 딱 하루라고 하니 아쉬움마저 느낄 정도였다.
'방송에 나오려면 조금 더 큰 전장이 좋은데. 에휴. 그래도 일부러 어려운 곳으로 가자고 할 수도 없고.'
'겪어보니 꽤 힘들긴 했지만 하루 더 싸우는 정도야... 막 몸이 풀리려고 하니 괜찮군.'
위드가 포탈을 생성했을 때는 마음 편하게 뛰어들 수 있었다.
* * *
슈우우우우우
콰과과과!
파이톤이 먼저 위드의 포탈을 타고 들어왔다.
몬스터와의 싸움을 생각 했었지만 대지가 흔들려서 땅을 뒹굴었다.
"여긴 뭔 일이야?"
파이톤은 몸을 낮춘 채로 눈을 크게 떳다.
하늘에는 드레이크 수천 마리가 날아다니면서 지상을 향하여 입에서 불길을 토해내고 있었다.
"진군하라. 진군해!"
"마폰 왕국의 용감한 병사들아. 저곳이 너희들이 죽을 장소다. 가라. 가."
"괴룡에게 매달려라. 너희들 따위가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마. 마구 덤벼라!"
"전진. 앞으로 뛰어가라."
바다의 수평선 너머까지 가득 메운 대형 범선들이 해안에 도착하고 있었다.
기사들과 병사들은 모래사장에 상륙하거나 바다로 뛰어들어서 육지까지 헤엄을 쳐서 왔다.
땅에는 미리 자리를 잡고 있는 악마족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힘을 얻은 인간들이 몬스터들을 지휘하면서 병사들을 막고 있었다.
"아니. 여긴... 칼라픽 왕궁보다 더 하잖아?"
띠링!
< 목숨을 건 선택 >
3국 연합군과 굴텐 악마족은 마침내 맞붙었다.
인간들은 운명을 건 싸움을 시작하며 작센 섬을 기습했다.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에 평화는 없다.
악마족이나 연합군, 어느 한쪽에 가담하여 상대를 무너뜨려야 한다.
난이도 : S
보상 : 명성과 보물.
퀘스트 제한 : 생존과 승리. 퀘스트가 강제로 부여됨.
< 함께 싸울 아군을 선택하십시오. 아가족의 편을 선택할 시에는 인간들을 상대로 싸워야 합니다. 악마족은 당신의 신체를 개조하여 영구적인 힘을 줄 것이지만 막대한 명성과 명예를 잃어버립니다. 괴기한 문신이 몸에 새겨져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즉각적인 보상 : 신체적인 능력 강화. >
< 연합군의 편을 선택할 시에는 상당히 높은 신앙심과 명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어려운 싸움에 동참해준 이들에게 커다란 호의를 보일 것입니다. 물론 이 전투에서 패배한다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말 테지만! >
'난이도 S급의 퀘스트라.'
난이도 외에 긴 설명을 읽을 여유도 없었다.
파이톤의 눈에 보이는 좀 대단해 보이는 몬스터만 해도 다섯 종류는 되었다.
'저건 외모만 봐도 전투력이 보통이 아닌데.'
괴룡이라고 불리는 지상 몬스터.
10미터 정도 키에 두꺼비처럼 뚱뚱한 몸을 가졌다.
뒷다리로 달리며 무지막지한 돌파력으로 기사단과 병사들을 들이받아 버리고 있었는데 넘치는 힘은 파이톤에게 호승심이 일어날 정도였다.
하늘에서는 드레이크의 대군이 지상을 향해 불을 내뿜으며 병사들을 불태웠다.
'여긴 도대체 어디야.'
파이톤도 만만하게 나설 수 없어서 일단 바위 뒤에 숨었다.
"우와악. 진격이다!"
"켈튼 왕국군이여. 악마족들을 남김없이 소탕한다."
기사단과 병사들이 그를 지나쳐서 악마족과 몬스터들을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
파이톤은 싸우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기는 했지만 너무나도 거대한 전장이라서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금 전투에 참여한 병력만 해도 십만이 넘어 보인다.'
이미 죽은 자들과 배를 통해 상륙하고 있는 병사들까지 더하면 보고도 눈을 의심하게 될 정도의 치열한 전투.
파이톤의 얼굴이 드레이크들이 뿜어낸 열기로 후끈했다.
'이 해안 전투는... 으음. 퀘스트는 3군 연합군과 악마족의 싸움이라고 하니 아마도 작센 섬의 상륙 작전인가.'
작센 섬 상륙 작전!
전쟁의 시대가 벌어지기 10년 정도 전으로 마폰 왕국과 켈튼 왕국, 브롬바 왕국의 연합군이 동맹을 맺고 굴텐 악마족을 처단한 일이다.
작센 섬의 상륙 작전에는 3개의 왕국이 핵심 군사력을 대거 동원했고 대부분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었다.
그 여파가 대륙의 군사력 균형을 무너뜨리면서 전쟁의 시대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허억. 이런 전쟁터를 여유 있게 오자고 했어?"
파이톤은 기가 막혀서 화도 났다.
"아니. 오더라도 설명은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냐."
간단히 사냥을 간다는 말을 믿진 않았지만 사나이답게 패기를 보여준다면서 먼저 들어왔다.
속는 셈치고 마음으로 들어왔더니 도착한 곳은 베르사 대륙의 역사가 뒤집힐 뻔한 전쟁터!
"크흠. 조금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겠군."
그는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기다렸더니 수르카부터 한 명씩 뚝뚝 나타났다.
파이톤은 숨어 있었던 일은 없다는 듯 재빨리 바위에서 뛰쳐나와서 전장의 한복판에 섰다.
"와. 전투 규모가 엄청 크네요. 하벤 제국이 대지의 궁전을 침략했을때와 비슷한 거 같아요."
"퀘스트를 보니 어느 한쪽의 편에 서서 싸워야 할 것 같은데..."
"이제 어떻게 하지? 다친 사람이 많은 거 같아."
로뮤나와 수르카, 이리엔이 전장을 훑어보더니 한 마디씩 했다.
던전 사냥이나 수백 마리 정도의 몬스터들은 그들도 경험이 꽤 있었다.
아르펜 왕국의 치안이 안 좋을 당시 돌아다니는 몬스터들을 북부 유저들과 함께 처리하고는 했던 것이다.
"위드님 생각은 어떠세요?"
이리엔의 말에 일행들의 시선이 위드에게로 향했다.
일행 중에 레벨 500대의 유저도 있었지만 상황을 분석하고, 판단력을 믿을 수 있는 건 위드라고 할 수 있었다.
"인생에서 줄을 잘 서야 하긴 하죠."
위드는 굴텐 악마족과 3국 연합군의 전력을 잠시 살펴봤다.
상륙선에서 밀려오는 인간의 병사들.
하지만 악마족은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을 소환하여 이를 막아내고 있다.
심지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힘을 얻은 악마족들.
주술과 흑마법을 극도로 익힌 그들은 뒷짐을 진 채로 구경만 하는 여유를 부릴 정도였다.
'위드님이라면 악마족의 편에 설지도...'
'으음. 괜히 물어본 거 아닐까?'
'사악한 아이디어를 낼 것 같아. 틀림없잖아.'
위드는 상륙군의 병력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다가 말했다.
"인간들의 편에 서죠."
호기심이 많은 수르카가 대뜸 이유를 물어봤다.
"왜요?"
"세 왕국의 주력이 나섰습니다. 역사대로라면 큰 전투가 벌어져서 거의 전멸을 하게 되지만... 우리가 끼니 조금은 달라질 수 있겠죠."
"인간 쪽에 서는게 승리와 생존에 유리할까요?"
"그렇게 만들어야겠죠. 사악한 악마족과 협력하기보다는 인간들과 대화가 더 잘 통할 테니까요. 신체 강화 부분도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할 테고요."
"음. 그렇구나."
일행들은 그런 이유에서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역사서에 한 줄 정도 나와 있는 악마족의 편에 선다는 것은 약간의 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해도 부담이 상당했다.
'이걸로 명예 회복을 할 수 있겠군.'
위드는 이번에도 사기는 쳤지만 거짓말은 안 했다.
그에게는 반드시 인간들의 편에 서야 하는 이유가 따로 존재했다.
네크로맨서로서 신앙심이나 기품, 행운, 명예, 용기 같은 스탯을 조금씩이나마 계속 잃어버리고 있다.
인간들과 악마족이 싸우는 전장에 뛰어들어서 승리로 이끈다면 보상으로 상당한 스탯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악마나 언데드들을 해치우면 신앙심 스탯을 확보 가능하다.
'그야말로 시체 일으키며 공적 세우는거지.'
위드를 시작으로 한 명씩 퀘스트를 받아들였다.
"연합군과 함께 악마족을 무찌를것이다."
"연합군을 돕겠어요."
"연합군의 편에서..."
<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마폰, 브롬바, 켈튼 연합군과 함께 굴텐 악마족을 처단해야 합니다. >
장난으로라도 악마족의 편에 서는 일행은 없었다.
그 순간 위드와 그 일행들을 주시하고 있던 악마족이 날카롭게 외쳤다.
"저들에게서 악의가 느껴진다. 적이다. 전부 죽여라!"
악마족은 몬스터 군단을 지휘하면서 상륙을 막고 있었다.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 이상 지상에서의 전투는 벌어질 일이 드물지만 하늘을 장악한 드레이크 부대가 명령을 받았다.
- 끄우와아아악!
하느에서 지상을 향해 불길을 내뿜는 드레이크들이 위드와 그 일행들을 향해 날아왔다.
"오고 있어요!"
"바로 시작되는 군요."
드레이크들이 다가오기 전부터 이미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두꺼운 검푸른 갑옷을 몸에 두르고 있는 형태의 드레이크들은 악마족에 의해 개조가 완료된 상태.
"좀 난감하군. 보통의 드레이크들 보다도 훨씬 강해 보이는데."
"이 전투는 저에게는 까다롭겠군요."
웬만한 전투에서는 두려울 것 없는 파이톤이나 양념게장이었지만 비행 생명체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레벨이 300대로 비교적 약한 비행 생명체만 하더라도 땅에서 걸어 다니는 평범한 유저들에게는 상대하기 곤란한 존재다.
궁수나 마법사라고 해도 빠르게 하늘을 나는 드레이크와 싸우는건 원치 않는 편이었다.
'저건 레벨이 400대도 넘겠다. 아르펜 왕국의 와이번들과 비교해서도 꿀리지 않을 것 같은데.'
'위드님이 어떻게든 해주시겠지.'
'하늘에 낚싯줄로 그물을 쳐? 아냐.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말자. 난 싸우기만 해야지.'
일행들의 생각은 역시 위드가 뭐든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복잡하고 위험한 전장이라고 하더라도 위드가 두 손을 놓고 있다가 당하는 광경은 상상하기 어려웠으므로!
"에... 그러니까."
위드는 일행의 시선을느끼기는 했다.
하늘에서 돌아다니는 수천 마리의 드레이크 중에서 일부가 그들을 향해 공격하기 위해 내려오는 중이었다.
네크로맨서의 정석이라면 드레이크는 무시하고 연합군 사이에 숨는 것이다.
인간 병사들의 시체들을 언데드로 소환하고 몬스터들을 차츰 제압해간다면 그것이 일반적!
'그런 식으로는 재미가 없겠지. 제다가 이 전장도 시간과의 싸움이다.'
위드의 시선이 동료들의 얼굴을 한명씩 훑고 지나갔다.
공식 전투 노예로서 어디서든 제 역할은 해주는 페일을 비롯하여 다들 확실한 장기를 한 가지씩은 가졌다.
로자임 왕국에서 만났을 당시만 하더라도 평범한 유저가 될 가능성이 꽤 있었다.
여행이나 휴양을 즐기는 유저들이 로열 로드에서는 압도적으로 많은 인원을 차지했으니까.
그들은 위드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무서운 속도로 강해졌다.
'이들이라면 믿어도 되지. 그래. 결정했어. 제대로 싸우자.'
위드는 마법을 사용했다.
"유령마 소환!"
드레이크는 어느새 접근해서 공중을 에워싸고 있었다.
위드가 먼저 유령마에 올라타며 작전을 이야기했다.
"작전명은 심장입니다."
"심장?"
파이톤이 드레이크들을 살피면서 되물었다.
단어를 듣자마자 떠오르는 전술이 있긴 했다.
'적의 심장부를 치라는 이야기인가. 악마족들을? 과감하면서 위험한 전술인데. 성공하면 효과야 크겠지만...'
'빈큼을 발견한 것 같구나. 과연!'
'악마족들도 마법사 계열로 볼 수도 있겠지.'
'이런 큰 전장에서 바로 적의 심장부를 공략한다고? 와... 일단 되긴 되나?'
일행들이 작전에 대해서 비슷한 생각들을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심장이 시키는 대로 하세요. 이곳에서는 그게 전부입니다."
위드는 작전에 대해서 설명하며 유령마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 * *
드레이크들은 불길을 몸에 휘감은채로 날아왔다.
"높이 날아라."
위드가 탄 유령마는 하늘을 향해서 치솟았다.
지상에서 벌어지는 전장과는 멀어졌다.
그 대신 하늘이라는 드넓은 공간에서 드레이크들을 적으로 맞이했다.
- 크우오오오!
수십 마리의 드레이크들의 눈빛이 자신들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민 먹잇감을 보며 번들거렸다.
양측의 거리는 순간적으로 빠르게 좁혀졌고 드레이크들은 입을 벌려서 뜨거운 화염부터 내뿜었다.
"이 정도는... 정면 돌파한다!"
위드는 로아의 명검을 뽑아서 불길을 가르며 동시에 드레이크들을 베고 지나갔다.
<치명적인 일격! 드레이크의 날개는 정확히 가릅니다. 대상자의 육체에 걸려 있는 '피의 보호'를 로아의 명검이 무력화시켰습니다. 대형 몬스터에게 3배의 공격력이 적용! 상대방의 방어력을 약화시킵니다. 생명력을 43,193 감소시켰습니다. >
- 크우에에엑!
날개를 잃은 드레이크들이 지상으로 추락해서 목숨을 잃었다.
현재는 조각 파괴술로 모든 예술 스탯을 힘으로 몰아넣은 상태였다.
설혹 추락의 충격에서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3국 연합군 병사들에 의해 난도질을 당했다.
< 하늘에서의 전투로 명성이 3 증가합니다. >
-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 검술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위드의 몸과 유령마에는 화염이 이글거렸다.
< 타오르는 불길! 지옥군주의 로브가 마력을 발산하여 불에 대한 마법 저항력을 크게 높입니다. 생명력이 4,381 감소하였습니다. 타오르는 불길은 매초마다 483의 피해를 입히고 10초 후에 꺼집니다. 불의 기운으로부터 1,283의 마나를 흡수합니다. >
<바르칸 데모프의 장비 효과. 생명 그릇이 발동되었습니다. 음습한 구석에 보관된 생명력 4,112를 꺼내옵니다. 생명그릇에 남아 있는 총 생명력 : 231,312 >
바르칸 풀세트의 마법 보호 능력은 뛰어났지만 위드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전리품을 주울 수가 없다니."
상처 입은 드레이크는 한 번에 죽지 않고 땅에 추락했다.
한 마리를 사냥할 때마다 지상까지 쫓아가서 아이템을 습득하기는 힘들었다.
급격하게 치솟는 불쾌지수!
위드는 사자후를 터트렸다.
"이렇게 된 이상 실컷 상대해주마. 얼마든지 오너라!"
거대한 소리가 연합군과 악마족들이 싸우는 상륙 지점 전체를 뒤흔들었다.
- 스킬 : 사자후를 사용하셨습니다.
사자후 스킬의 영향 범위에 있는 모든 아군의 사기가 200% 상승 합니다. 존재하는 모든 혼란 상태가 해제 됩니다. 5부간 통솔력이 300% 추가 적용됩니다.
"오. 우릴 도우러온 병력이 있다."
"지원군이다!"
악마족들의 정신 계열 마법에 의해 사기가 저하 되어 있던 연합군 병력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인간의 편에 서다니 용납할 수 없는 놈이다."
악마족들의 손짓이 위드에게로 향하자 지시에 따라 더 많은 드레이크들이 덤벼들었다.
이미 지나쳐버린 드레이크들이 하늘로 솟구쳐서 쫓아왔으며, 주변의 적들도 위드를 인식했다.
백여 마리의 불길을 내뿜는 드레이크들이 하늘에서 위드를 목표로 사방에서 모여든다.
일반적으로는 당장 도망쳐야 하는 불가항력의 상황이었지만 찰나의 조각술이 있는 이상 죽을 위험은 그만큼 줄어든다.
"달빛 조각 검술!"
위드의 검에서 빛줄기가 길게 뿜어져 나왔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로아의 명검에서 빛이 뿜어져 드레이크들을 강타했다.
< 스킬 '분노의 도끼질'이 발동되었습니다. 정면의 적을 상대했을 때의 공격력이 189% 강화됩니다. >
< 스킬 '섬광검'이 발동되었습니다. 검의 속도에 따라 위력을 상승시키고, 치명적인 일격의 효과를 최대 2.5배까지 높입니다. >
조각 파괴술로 예술 스탯을 힘으로 몰아넣었더니 발동되는 스킬!
위드의 검이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지고 다섯 마리의 드레이크들을 추락시켰다.
"분검술!"
다른 드레이크들의 공격은 넉넉한 마나를 이용해 분신을 만들어내면서 회피했다.
화염으로 뒤덮인 하늘에서 전투를 펼치는 위드와 유령마!
연합군의 기사들이 고함을 질렀다.
"악마족을 퇴치하러 온 분을 보라. 그의 강함이 우릴 이끌고 있다!"
"달려라. 오늘이 대륙을 위하여 굴텐 악마족을 처단하는 날이다!"
"우오오오!"
드레이크들이 위드를 향해 몰려들면서 상륙군의 전진이 빨라졌다.
< 자욱한 화염! 주변의 공기가 뜨겁게 달아올라 있습니다. 화염 공격의 위력이 급상승합니다. >
< 불타오르는 몸! 드레이크가 내뿜는 불길에 14회 이상 적중되었습니다. 화염의 피해가 중첩되어서 적용됩니다. >
위드의 상황은 그래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었다.
드레이크의 불길을 로아의 명검으로 베어버렸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화염 공격은 광역 피해를 입힌다.
생명력의 감소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유령마의 속도와 움직임도 드레이크를 따라잡지 못하는 신세!
위드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이래야 재밌지!'
안정적인 사냥을 원하지 않는다.
상대의 전력을 가늠하고 견적을 내지만 간단히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하진 않는다.
적이 강할수록 모든 것을 잊어버린 채로 몰두하고 공략한다.
전쟁의 신.
위드가 마법의 대륙에서부터 전설로 불리던 이유였다.
* * *
"저게 무슨 조각사야. 아니 이젠 네크로맨서인가. 아무튼 어쨌거나 말이야."
파이톤은 고개를 들어 넋을 잃고 하늘을 쳐다보다가 동료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주로 혼자 사냥을 하던 그였지만 위드의 일행들은 지금까지 겪어본 바로 충분히 믿을 만 했다.
"전 싸울 꺼예요!"
수르카는 심장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위드의 짧은 말에 감동을 받은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지만 고소 공포증이 있어서... 땅에서 연합군과 함께 싸울 게요."
수르카는 지상에서 싸우는 쪽을 택했다.
흉악하게 생긴 몬스터를 때리는 편이 높은 곳보다는 훨씬 덜 무서웠던 것!
페일은 냉큼 위드가 소환해놓은 유령마를 탔다.
"하늘로 가겠습니다. 심장과 머리가 시키고 있군요."
궁수에게도 드레이크는 굉장히 까다로운 대상이었다. 다만 유령마를 타고 지상의 적들에게도 화살을 쏠 수 있었으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어디든 같이 갈래요."
연인 메이런도 유령마를 타고 따라 나섰고, 제피는 말없이 낚싯대를 챙겼다.
"하늘이라. 진정한 낚시꾼은 어떻게든 낚으면 되겠죠. 어디라도 낚시꾼 챙겨주는 곳은 없으니."
남녀를 불문하고 인기가 있는 제피였지만 유독 로열 로드에서는 평볌했다.
"언니는?"
"우린 몬스터와 직접 싸우긴 어렵잖아. 위드님에게 방해만 될 걸. 기사들한테 가자."
"저는 다친 사람을 치료할게요."
벨로트와 화령, 이리엔은 연합군과 함께 하기로 했다.
다수의 병력들의 전투력을 상승시켜줄 수 있는 자신들의 직업을 감안 한 선택이었다.
"몬스터나 태워버려야지."
로뮤나는 드레이크에게 화염 마법이 잘 먹히지 않았기 때문에 지상에서의 전투를 결정했다.
메이런이 결정을 지켜보다가 눈을 크게 떳다.
"근데 우리 한 명 더 있지 않았어?"
"어... 그게. 우리 게장님 언제 사라졌지? 게장님! 게장님!"
수르카가 둘러봤지만 양념게장은 어느새 슬그머니 사라져버린 후였다.
암살자의 본능!
연합군과 몬스터들의 그림자에 숨어서 악마족들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이렇게 싸우는 건 마음에 드는 군.'
파이톤이 씩 웃었다.
그가 주로 혼자서 사냥을 해왔던 건 믿을 만한 동료들이 없었던 이유도 있었다.
강한 몬스터들이 있으면 도망치기 바쁘고, 사냥에 성공하더라도 전리품의 소유권을 가지고 한참을 다툰다.
사냥터와 퀘스트를 결정하는데도 자기 의견들을 이야기하며 토론이 이어진다.
귀찮게 구는 이들과 함께 하느니 혼자 편하게 다녔다.
'자기 몫을 알아서 찾아가. 이들이라면 좋군.'
파이톤은 동료들이 괜찮은 구성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들도 위드에게 단련이 된 것이었다.
"시작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역사적인 전쟁터를 우리가 뒤집어버리죠."
"후와!"
* * *
작센 섬에서의 전투!
드레이크들은 백여 마리가 세찬 날갯짓으로 위드를 쫓아왔다.
"끈질기게 덤비는 군."
위드는 천공의 기사처럼 멋지게 드레이크들의 사이를 돌파하고 싶었지만 마음뿐이었다.
드레이크들이 화염을 내뿜었는데 거미줄처럼 하늘을 뒤덮었다.
유령마는 느린데다가 방향 전환도 시원찮아서 시간이 갈수록 공중전에 대단히 불리했다.
< 생명력 저하! 생명 그릇에 남아 있는 생명력이 절반 이하가 되었습니다. >
위드의 생명력도 떨어지기는 했지만 막상 큰 걱정은 안 했다.
솜털에 긴장도 안 스칠 정도!
'아직 생명력이 십만이 넘어.'
조각사로서만 지낼 때에는 최대 생명력보다도 많은 상태다.
"조각술의 비기를 모두 깨달은 조각사는... 어떤 깽판이든 칠 수 있지."
예술은 중고나라에 팔아버리고, 역사적인 전장을 돌아다니며 깽판을 치는 조각사야 말로 궁극의 로망이 아니겠는가.
위드는 품에서 조각품을 꺼냈다.
- 비와 넘치는 바다
조각술의 절대자!
헤스티아 여신이 직접 표현력을 인정한 거장 조각사 위드의 작품.
비가 내리고 파도가 밀려온다.
자연의 풍경이 구하기 어려운 광물로 정교하게 표현이 되어 있다.
예술적 가치 : 349
시간 조각술은 전장을 선택하고 미리 준비해서 올 수 있었다.
다만 이번 대재앙에는 일부러 걸작이나 명작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연합군까지 전부 쓸려나가서 엉망진창이 되어 버릴 테니까.
"위력이 약하기는 하지만... 에라. 몰라.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
-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예술 스탯 20이 영구적으로 사라집니다. 생명력과 마나 20,000씩이 소모 됩니다. 모든 스탯이 사흘간 일시적으로 15% 감소합니다. 자연과의 친화력이 떨어집니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은 하루에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합니다. 위험한 재앙을 불러오게 되면, 그 피해에 따라서 명성이나 악명이 오를 수 있습니다. 재앙을 겪는 와중에 죽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위드는 사냥 채널에서 동료들에게 말했다.
- 위드 : 사냥하기 힘드시죠?
- 수르카 : 여기... 엄청 만만치 않아요!
- 제피 : 잘 안 죽습니다. 끈질깁니다. 이것들!
동료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고전을 하고 있었다.
페일이나 메이런은 위드를 따라서 높은 곳까지 오려고 했지만 드레이크들이 너무 많아서 포기했다.
파이톤과 양념게장은 무섭게 적들을 제거하며 싸우는 중이었다.
악마족이 소환한 몬스터들은 극악의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고 숫자도 많았다.
악마족들이 각종 저주를 퍼붓기도 했으니 연합군은 전진이 쉽지 않은 상태였다.
- 위드 : 이 전투가 위험하기도 한데. 사실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 화령 : 시간과의 싸움요?
- 위드 : 최대한 빨리 끝내야만 하거든요. 그래서 방금 재앙을 일으켰습니다. 알아서 대비하세요.
- 페일 : 어떤 재앙입니까?
페일이 빠르게 물어왔다.
무슨 재앙이냐에 따라 대비하는 방식이 달라진 수밖에 없다.
또한 재앙에 의해 전부 쓸려버릴 수도 있었으니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 위드 : 음... 별 거 아닙니다. 비가 오고 파도가 좀 칠 거예요.
- 로뮤나 : 파도가 쳐요? 여긴 섬이긴 하지만 육지잖아요?
- 위드 : 바다에서 파도가 밀려 올 겁니다.
- 수르카 : 케에엣.
- 이리엔 : 그런 건 피할 수도 없잖아요!
일행들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은 수십 미터의 높이를 가진 대형 파도가 섬을 휩쓰는 것이었다.
위드가 일으켰던 대재앙들은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위력이 급격하게 강해졌다.
자연과의 친화력이 높아지는 것이 이유였는데 그만큼 재앙은 두려운 것이었다.
- 위드 : 일반 조각품이라 약할겁니다.
- 페일 : 어느 정도료요?
- 위드 : 저도 잘 모릅니다. 파도에 휩쓸리지만 않으면 살 겁니다.
- 벨로트 : 어떻게 휩쓸리는 걸 피하죠?
- 위드 : 그건 이제부터 여러분들이 생각해보셔야죠.
사냥 채널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동료들은 저마다 속으로 욕을 하고 있겠지만 착한 이들이라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마음으로 하는 욕이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필수!
- 페일 : 지상에 있는 분들. 위치를 말하면 구하러 가겠습니다.
- 메이런 : 뛰어요. 어서 높은 곳으로 가세요.
유령마를 타고 있는 페일과 메이런은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
다른 동료들도 각자 안전한 위치를 찾으려고 애썼다.
파이톤은 적 몬스터들을 베어 넘기면서 섬의 안쪽으로 향했고, 양념게장은 은신을 이용해 깊이 침투했다.
재앙은 상황에 따라 발동되는 데 약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비와 파도 같은 자연 재해는... 바로 시작되진 않는 편이지. 비구름을 먼저 만들어 놓지도 않았으니 확실히 심하진 않을 거야.'
위드는 하이 엘프의 활을 무장하고 몸을 뒤로 돌리며 드레이크들을 향해 쐈다.
"꿰꿇는 화살!"
궁술 스킬은 조악하지만 대신에 엄청난 힘이 담겼다.
회전하면서 쏘아지는 화살에 담긴 데미지는 적어도 4만 이상!
그야말로 맞고 죽으라는 화살을 공중에서 쫓아오는 드레이크들에게 쐈다.
드레이크들은 가볍게 이를 피하면서 사납게 인상을 썼다.
- 끅끅끅!
- 고작 피하는 게 전부인가?
- 느려터져서 도망가지 못한다. 이 하늘 전체가 드레이크의 영토이다.
지상의 악마족들이 드레이크를 통해 말을 걸어오는 것이었다.
< 불에 타고 있습니다. 생명력이 매초마다 930씩 감소합니다. >
위드는 육체가 화염에 뒤덮인 채로 도망쳤다.
드레이크들이 위드를 쫓아오는 만큼 지상에서의 전투는 상륙군에게 유리해지긴 했지만 전황이 바뀐 건 아니었다.
악마족들은 계속 몬스터들을 소환하고 있었고, 커다란 괴룡들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며 역한 산성 침을 내뱉었다.
"끊임없이 공격하라."
"마폰의 기사들이 길을 연다. 돌격!"
연합군은 상륙하는 대로 몬스터들은 집단으로 공격했다.
조금씩 환경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그때부터였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금세 폭우로 변했다.
"갑자기 소나기가..."
"비 때문에 전진이 힘듭니다."
"어떻게든 길을 뚫어라. 우리가 이 지역을 확보해야 해! 악마족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후속 병력의 상륙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바로 자기 앞에 사람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라서 연합군의 진격작전은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
하지만 악마족의 몬스터들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구멍이 뚫린 듯한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줄기는 전투를 중단시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