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폭식의 악마
비상회의를 소집한 라페이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영주들이 흔들리는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이런 건 알고도 당할 수 밖에 없지요."
"그 정도로 곤란한가?"
바드레이의 물음에 라페이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은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일입니다. 우리 헤르메스 길드의 울타리를 떠난다는 건 멍청이나 할 짓이지요. 그래도 다리우스의 폭로가 있었으니..."
"우리에 대한 여론이 심각하게 나빠졌겠군."
"놈들이 우리를 조금씩 막다른 길로 모는 군요. 그래도 현 시점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손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영주들이 헤르메스 길드를 벗어나진 못할 테니까요. 길드의 군사력에 비해 영주들이 가진 병력은 보잘 것 없으니 말입니다."
"영주들이 우릴 떠나지 못한다면... 그래도 조금의 대비는 해두고 있겠지?"
"떠나더라도 모든 걸 버릴 각오를 해야 되겠죠. 이미 몇몇 지역에는 본보기를 삼아서 병력들을 배치해두었습니다."
바드레이와 라페이.
그 둘을 비롯한 수뇌부에서는 이 조치들로 영주들에 대한 대처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아르펜 왕국에서 적극적으로 영주들의 독립을 부추긴 것이 껄끄럽기는 하지만 그들의 뜻대로 되진 않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라페이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의 큰 그림이 그려지기는 했지만 애써 무시했다.
'영주들의 길드에 대한 충성심은 더욱 없어지겠지. 본래 그런 자들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이 영주들에 대한 포섭 작업이 그 이후의 포석과 관련이 있을까? 아니면 그저 찔러본 것에 불과한 걸까.'
그때 바드레이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다리우스는?"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도주했습니다. 척살령을 내리기는 했지만 용의주도한 녀석이라 임 ㅣ아르펜 왕국으로 숨어들어갔으리라고 봅니다."
"더 이상 폭로할 내용이 남아 있을까?"
"몇 가지 있긴 하겠지만 중요한 것들은 다 나왔다고 봅니다."
바드레이는 수뇌부들의 얼굴을 한 명씩 마주봤다.
중앙 대륙을 정복할 당시에 자신과 함께 전장에 나섰던 역전의 용사들.
막강한 헤르메스 길드의 전투 능력을 과시하며 절대적인 강함을 세상에 증명했다.
페나툴이 중얼거렸다.
"갈수록 안 좋은 일들이 생겨나는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라페이는 가볍게 웃기만 했다.
"우리의 잘못은 없습니다."
"잘못이 없습니까?"
"이번 일을 계기로 과거를 돌아봤지만 정작 후회가 남는 순간은 없었습니다. 중앙 대륙에서 시작한 우리에게 선택은 불가능했으니까요."
"어째서요?"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전쟁을 이기고 군대를 양성하기 위해 당연히 많은 세금을 거두어야 했고, 헤르메스 길드 유저만을 위한 차별적인 조치도 취해야 했죠."
수뇌부의 유저들은 라페이의 말에 공감했다.
그들이 경험했지만 중앙 대륙에서는 딱히 헤르메스 길드만이 횡포를 부린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세력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힘이 있다면 휘두르고, 커다란 이권을 향하여 굶주린 늑대처럼 달려든다.
적의 세력이 약하면 짓밟고 정복한다.
헤르메스 길드는 그들보다 강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뿐이다.
대륙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는 약한 이들이라도 강하기만 하면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러한 과정들을 통해 중앙 대륙의 난세를 평정한 것이 헤르메스 길드였다.
라페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가 민심을 싫어버린 것은 정복에 대한 반발 때문입니다만, 그것은 다른 세력이 중앙 대륙을 장악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제국이란 결국 사람들의 피를 바탕으로 일어서는 것이었으니까요."
팔랑크스가 입을 열었다.
"위드와 아르펜 왕국은 아니지 않습니까?"
"경쟁자이지만 솔직히 대단한 업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죠."
"업적이요?"
"예. 맨땅에서 자신의 힘으로 일구어낸 건 인정해야합니다. 이 자리에 있는 누가 황량한 얼어붙은 땅에 가서 왕국을 세우리라고 생각한 분이 있습니까?"
수뇌부 유저들의 표정에 의아함이 스쳐니자갔다.
그동안 위드의 명성 때문에 바드레이나 라페이와 자주 비교가 되었다.
라페이가 먼저 호적수인 위드를 높게 치켜세워주고 있는 것이다.
"불가능한 퀘스트를 완수하고, 엠비뉴 교단을 물리치면서 쌓은 거대한 명성. 이것도 예측한 부분입니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우리가 추구한 패도의 마지막 지점에서 위드와 아르펜 왕국이라는 변수를 맞이하지만 않았더라면 모든 결과는 완벽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고민에 빠진 우리의 국력은, 최소한 전쟁 수행 능력이 아르펜 왕국의 열 배는 넘습니다. 유저들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그저 중앙 대륙을 통치하는데 힘을 쏟고 있으니 쉽게 정복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수뇌부의 굳어 있던 표정들이 조금씩 풀렸다.
잘못된 길을 걸어서 여기까지 온것과, 최선을 다했던 결과는 받아들이는 자세가 다르다.
라페이의 눈이 맑게 빛났다.
"역사는 승자만을 기억합니다. 지금 조금 귀찮아지긴 했지만 이 대륙을 완전히 통일하고 나면 위드에 대한 이야기야 금세 사라지게 되겠지요."
"으음."
"다만 지금 시점에서의 위드와 아르펜 왕국은 조금 인정해줄 만합니다. 하지만 우린 하벤 제국입니다. 패도를 추구했고, 수많은 강자들이 힘을 모아서 만든 제국입니다. 중앙 대륙의 치안만 안정이 되면 우리의 힘은 언제라도 보여줄 수 있지요. 그리고 그런 기회를 만들기 위한 전략도 세워지고 있습니다."
라페이의 발언은 수뇌부 회의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로열 로드의 초창기부터 계획들을 세우고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던 수장!
바드레이가 무력 부대를 이끄는 대장이라면, 라페이는 그의 두뇌 역할을 한다.
따지고 보면 하벤 제국의 쌍두마차가 직접적으로 패배했던 적은 없었다.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군.'
'그래. 이런 모습이었어. 대륙을 통일하고 나서 시행착오를 조금 겪었을 뿐이지.'
* * *
라페이는 수뇌부 회의에서 대륙 통치와 관련된 몇 가지 방책들을 제시했다.
사냥과 퀘스트와 관련된 이벤트와 제국 전체가 들썩이는 축제의 개최!
식량과 관련 된 생산 촉진이나 일시적인 무역 장려 방안까지도 거론이 되었다.
내정은 소소한 부분들까지 신경을 써야 했고, 거대한 제국의 움직임은 몇 가지만으로도 큰 결과를 나타낸다.
'효과 따위 필요 없지. 잠시 유저들이 행복하게 느끼기만 하면 돼. 시간만 벌어주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준비가 끝난다.'
라페이는 회의를 마치고 나서 건설 담당인 레야르도를 따로 불렀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에 하벤 제국의 사정이 대폭 악화되는 사태에 대한 대비책은 필요합니다."
"제국이 무너지는 것까지도 염두에 두십니까?"
그 말을 들은 레야르도의 심각한 표정에, 라페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당장 제국이 물락하게 된다는 건 아닙니다. 우린 강하죠. 북부로 가볍게 날린 공격이 조금 실패한 정도입니다. 다만 먼 미래에 대비하여 완전한 대비를 미리 해두는 것입니다."
"완전한 대비요?"
"역사를 보면 영원한 제국이란 없습니다. 하벤 제국의 영토 일부가 함락되거나 분열되더라도 버틸 수 있도록. 대륙의 기나긴 지배를 위한 몇 가지의 비책이 있지만 하벤 지역에도 대 성벽과 요새들을 건축하도록 합시다."
"아주 길게 보시고 하벤 지역을 함락 당하지 않는 군사 요새화를 하는 것이군요."
"제대로 이해하셨습니다. 절대로 함락되지 않는 요새. 하벤 지역은 우리들이 가진 최후의 보루가 될 것 이며, 또 이 지역의 수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은 다른 위협을 물리치는데도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 * *
폭식의 악마 델암!
위드와 그 동료들은 델암의 덩치가 계속 커지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50미터, 70미터, 100미터, 140미터.
연합군 기사들과 몬스터, 악마족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면서 기하 급수적으로 성장했다.
몸집이 커지는 만큼 돌아다니면서 먹는 양도 늘어나고 있었다.
"모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내밀어라. 어서 존귀하신 악마를 영접하라."
악마족들은 그들의 부름을 받은 델암을 위해 먹이를 제공했다.
몬스터들을 델암에게 바친 것은 물론이고 별미라면서 드레이크까지도 먹이로 주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연합군에 큰 피해를 입히던 드레이크들이 사라지고 있었지만 델암의 위력은 갈수록 세졌다.
페일이 슬쩍 자신의 화살통을 봤다.
"화살이 이쑤시개 정도는 되겠군요."
제피는 낚싯대를 슬그머니 집어넣었다.
"저런 건 낚기가 무리입니다. 낚싯줄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
거대해지고 막강한 파괴력을 보이는 델암을 보면서 희미하던 자신감이 점차 없어지고 있었다.
거인족을 상대로도 용감하게 싸웠지만 그때는 어쨌든 상대도 피해를 입었고 희망이란 게 있었다.
"공격하라! 물러서는 자는 목을 벤다."
"마폰 왕국의 정예들이여. 국왕 폐하를 위해 돌격한다!"
기사들이 말을 이끌고 돌진하여 델암의 입으로 사라졌다.
델암에게서는 가공한 충격파가 퍼져 나와서 주변에 있는 사물들이나 생명체를 바스러뜨렸다.
마법사들은 외울 수 있는 최강의 마법 주문으로 두들겼지만 델암은 몸으로 버티면서 먹어치울 뿐이었다.
수르카가 주먹을 쥔 손을 풀었다.
"진짜 때리기 싫게 생겼다. 근데 저거 생명력이 줄어들긴 해요?"
위드는 날카로운 눈으로 델암을 살펴봤다.
"지금은 거의 안 줄어드는 것 같군요. 폭식을 할 때는 모든 공격에 대해 높은 저항력을 가진 것 같습니다. 먹으면서 생명력과 마나를 흡수하는 능력도 있어 보이고요."
"역시 소화를 시킬 때 공격을 해야..."
"그 방법 밖에는 없죠. 그런데 소화를 다 시키고 나면 저게 더 커지고 강한 힘을 낼 겁니다."
"원래 역사서에는 연합군이 어떻게 저런 악마를 이겼어요?"
수르카의 말에 일행들의 시선이 위드에게로 모였다.
새로운 희망!
위드라면 사냥이나 로열 로드에 대해서는 전문가에 가까운 지식을 갖고 있었으니까.
방송을 진행하는 메이런이라고 해도 정보를 폭넓게 응용하는 부분에서는 따라오지 못할 정도였다.
"연합군이 패했습니다."
"네에?"
"연합군이 거의 전멸했죠. 운 좋은 이들은 몇 명이지만 헤엄이라도 쳐 탈출해서 이곳에서 벌어진 사실을 알렸고요."
"그럼 저 악마는 어떻게 처리했는데요?"
"이 섬에서 먹을 게 떨어져서 굶어 죽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이 백년 넘게 걸렸다고 하죠."
"그런..."
수르카를 중심으로 한 일행들의 긴장감이 한층 더 높아졌다.
괜히 난이도 S급의 전투 퀘스트가 아니었다.
연합군이 어떻게든 폭식의 악마를 사냥한다면 그곳에 슬쩍 한 자리만 끼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지 않은가!
연합군을 선택했더나, 악마족의 편에 섰거나 결과는 어차피 비슷했다.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는 델암을 퇴치하지 않으면 어차피 먹히고 만다.
퀘스트도 살아있어야만 성공하는 것.
'먹히긴 싫다.'
'으아... 방송으로 물컹꿈틀이를 보고 악몽을 꾸었는데. 저런 것한테 먹혀야 되나?'
위드는 일부러 일행이 긴장하도록 내버려두었다.
'기회는 최대 두 번 정도. 그 이후에는 너무 강해져서 상대하기 힘들거야.'
델암을 제압하지 못하면 퀘스트를 실패 선언하고 도망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페널티가 심각할 테지만 그조차도 당연하게 감수해야 하는 모험!
'싸운다면 정면 승부다. 다른 방법이 없어.'
연합군의 맹렬한 공격에도 델암은 끄떡도 하지 않고 덩치를 키워나갔다.
300미터. 400미터. 500미터!
높이만이 아니라 옆으로도 그만큼 체격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거인족보다도 훨씬 크고, 드래곤이 작은 야산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한참 후에 델암의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더니 하늘을 향해 입을 크게 벌렸다.
- 쿠으어어억!
짙은 회색의 연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으아. 징그러."
"저거 트림했어!"
여성 유저들이 비명을 질렀다.
< 폭식의 악마 델암이 그동안 삼킨 생명체들을 소화시키고 있습니다. 소화가 이루어진 이후에 델암은 1단계 탈태를 이루게 됩니다. 육체를 새로 구성할 때마다 델암은 강력해지고 더 많은 먹이를 먹을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 : 5분 >
델암은 입을 벌려서 하늘로 트림을 하고, 엉덩이로는 역겨운 가스를 내뿜는다.
비대하기 짝이 없던 덩치, 특히 배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연합군 쪽에서도 사제들의 공포에 젖은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놈을 해치워야 합니다. 저 사악한 악마가 먹은 이들을 소화하고 자신의 힘을 찾으면 모두가 죽을 것입니다."
"대륙의 운명이 우리에게 걸렸다. 모두 공격한다."
역사적인 전투가 벌어졌다.
연합군 기사들이 비장한 얼굴로 몬스터나 악마족과의 전투도 중단하고 한 지점을 향해 몰려들었다.
뒷짐을 지고 안전한 곳에 있었던 마법사들도 텔레포트를 이용하여 델암의 근처에 나타나서 공격 마법을 사용했다.
소화를 시키고 있는 델암의 몸은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마법사들의 공격 마법이 델암을 강타했고, 연합군 기사들은 무기를 휘둘렀다.
사제들은 신성 마법으로 아군을 치료하기보다는 직접적으로 델암에게 정화와 치료 마법을 펼쳤다.
언데드나 악마에게는 열 배 이상의 타격을 입히는 신성 마법.
델암은 그러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버티면서 소화를 시키고 있었다.
막 뛰쳐나가려는 동료들을 향해 위드가 말했다.
"아직 조금 더 기다려보세요."
위드는 조금 더 살펴보기로 했다.
'5분. 짧다면 짧은 시간. 우리가 참여한다고 해도 그 시간 동안 델암을 해치울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역사적인 전투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록되어 있는 정보는 모자랐다.
'악마족들은 델암을 소환했더라도 그 동안의 전투로 숫자가 줄어들어서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 문제는 연합군이 델암을 죽음 근처까지라도 몰아넣을 수 있느냐다.'
폭식의 악마 델암을 상대로 위드와 동료들이 모든 걸 해내기는 무리였다.
델암에게는 아쉽지만 언데드 조차도 무용지물이라고 할 수 있다.
데스 나이트나 듀라한, 스펙터급의 언데드들은 그저 상한 뼈다귀 정도의 역할 밖에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합군이 델암의 생명력아 10% 이하까지 떨어뜨릴 수 있ㄷ면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그리고 역사를 바꾸는 것이었다.
'지켜보고 판단한다. 그리고 싸우기로 한다면 모든 것을 건다.'
브롬바 왕국의 기사들이 검을 높이 들었다.
"악마가 이 땅을 밟지 못하도록 하라. 희생의 검!"
생명력을 불태워서 신성력으로 몸을 감싼 후 마법 공격을 당하고 있는 델암을 향해 돌격!
마폰 왕국과 켈튼 왕국의 기사들도 사제들의 보호 마법을 받은 후에 델암을 향하여 진격했다.
몸을 활짝 펼친 델암은 공격을 맞으면서도 소화를 계속 시켰다.
"움트고 있는 생명력. 그 전부를 보여다오. 뷰 라이프 포스!"
- 폭식의 악마 델암
꿰뚫어 볼 수 없는 깊은 어둠.
버려진 쓰레기와 우글거리는 벌레들을 먹고 자란 악마.
악마를 숭배하는 족속들에 의해 세상에 나온 그의 목표는 단 하나.
모든 것을 먹어치울 뿐이다.
충분한 식사를 마치면 지옥에서 가지고 있던 완전한 육체와 힘을 되찾을 수 있다.
그의 거대한 육체는 반경 4킬로미터에 이른다고 하고, 무력은 추정하기 어렵다.
지옥에서도 충분히 한 지역의 패자로 자리를 잡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힘을 쏟은 만큼 먹어야 하는 약점을 가졌다.
음식을 먹지 못하면 극심한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약해지거나 사망한다.
지옥에서의 힘을 찾기 위해 아직 7번의 탈태가 남아 있음.
생명력 : 74% / 100%
마나 : 88% / 100%
남은 시간은 3분 23초.
위드의 눈동자가 빛났다.
"승산이 없진 않아. 신성력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
마법사와 기사들의 공격에도 델암의 생명력이 줄어들고 있었다.
위드와 동ㄹ들이 기다리고만 있던 순간이었다.
"기회가 생길 것 같습니다. 전투를 시작하세요."
"전 딱 한방만 노릴게요."
로뮤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화염 마법을 외우기 시작했다.
화산 폭발!
"대지와 불의 정화여. 모든 것을 흔들고 태우는 힘이 깊고 깊은 땅에서 꺠어나 이 세상을 녹일 지어다."
화산 폭발은 화염 계열의 최상위 마법 중의 하나.
주문을 외우는 시간도 극히 길었고 마나 소모도 심한 패널티가 있었다.
마나의 최대치가 3일간 감소하기 때문에 자주 쓸 수도 없는 마법.
로뮤나가 마법을 준비하는 사이에 다른 동료들도 각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강의 공격을 준비하면서 앞으로 뛰쳐나갔다.
페일과 메이런은 켈튼 왕국 기사단의 사이에 섞였다.
"반갑소.정의를 아는 궁수여."
"같이 싸워도 되겠습니까?"
"우리가 영광이오."
높은 명성과 명예를 가진 그들은 기사단과 함께 델암에게 다가갔다.
"결국 저걸 손으로 때리다니... 물컹할 것 같아."
"낚싯줄로 낚기에는 너무 큰 녀석인데."
"열 번 베어도 안 쓰러질 것 같군."
수르카와 제피, 파이톤은 양념게장을 따라서 전진했다.
사제 이리엔으로 인해 브롬바 왕국의 호위를 받으면서 돌격할 수 있었다.
문제는 위드!
"가까이 오지 마라. 이 네크로맨서야!"
연합군의 기사들이 위드의 합류를 거부했다.
"이놈의 인기란 상당히 곤란하군. 뭐가 급한지도 모르고... 지금은 저 델암을 퇴치할 때라는 걸 모릅니까?"
"닥쳐라! 네크로맨서 따위가 정의를 이야기하지 마라. 악마를 퇴치한 다음에는 너다!"
위드는 기사들을 무시하고 유령마를 탔다.
"정신 집중!"
< 스킬 정신 집중을 사용하셨습니다. 마나의 최대치가 24% 증가합니다. 마나의 회복 속도가 41% 빨라집니다. 스킬 지속 시간 13분. >
중급 언데드 소환을 익히면서 배우게 된 마법 스킬 사용!
데스 나이트와 듀라한, 스펙터들 외의 좀비와 구울 같은 하급 언데드들은 마나를 아끼기 위해 전부 소환 해제.
위드가 소환한 유령마를 타고 델암을 향해 날아갔다.
번쩍번쩍 콰르르르릉!
델암이 있는 인근에는 작렬하는 마법과 기사단의 돌격으로 일대가 혼란스러웠다.
연합군에서는 막강한 화력을 동원하여 총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레벵 200 이하의 초보라면 이 자리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공격 마법의 파편에 의해 죽을 정도였다.
< 신성력의 밀도가 높습니다. 네크로맨서 마법의 위력이 31% 약화됩니다. >
언데드 군단은 빛과 화염을 뚫고 델암을 공격하기 위해 다가오는 도중에 육체가 녹아내렸다.
연합군 사제들의 신성력이 최대로 중첩된 장소였다.
남은 시간은 1분 54초.
델암의 생명력은 51%
'승산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역시 어렵기는 하군. 네크로맨서라서... 지금 상태로는 공격력이 부족해. 다른 어떤 직업이었더라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겠지만.'
이대로라면 델암이 모든 걸 집어삼켰던 역사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정도로는 안 되나?'
역사와는 다르게 위드가 개입해서 연합군의 전력이 상당히 많이 살아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시간 동안 델암을 제거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다.
다행이라면 악마족들이 부리던 몬스터들은 대부분 퇴치된 상태!
악마족들이 해안가에서 일찍 밀려나면서 델암을 서둘러 자신들과 가까운 곳에 소환했다.
델암이 몬스터와 악마족들을 연합군 못지않게 많이 잡아먹게 되었다.
'그래도 죽이는데 무리가 따르겠어.'
위드는 언데드 군단을 뒤로 물렸다.
어느새 언데드들은 절반이나 줄어 들어버린 상태였다.
"악마족부터 제압하라."
"알겠다. 주인."
위드는 반 호크와 토리도에게 언데드들을 데리고 근처의 악마족 사냥에 나서도록 했다.
연합군의 중심 전력이 델암을 공격하고 있는 와중의 이탈!
상대적으로 델암을 지키는 데만 싱경 쓰고 있던 악마족들을 급습하여 전공을 세웠다.
위드도 로아의 명검을 휘두르면서 악마족들을 처단했다.
델암을 지키기 위한 저주와 흑마법을 사용하던 악마족들은 강화된 신체에도 불구하고 위드의 검술을 이겨내지 못했다.
조각 파괴술로 막강해진 힘은 언데드들을 이끌고 악마족들을 쓸어버리기에 충분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검술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 퀘스트에서 놀라운 공을 세웠습니다. 굴텐 악마족의 소탕! 마폰 왕국, 켈튼 왕국, 브롬바 왕국에서 목표로 삼았던 악마족들이 당신의 전투 공적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당신을 세 왕국은 기릴 것입니다. >
- 전투 공적으로 인해 명성이 6,399 올랐습니다. 악명이 13,832만큼 감소합니다. 생명력의 최대치가 500 증가하였습니다.
- 신앙이 20 늘어났습니다.
- 명예가 15 늘어났습니다.
- 전투 업적으로 모든 스탯이 2씩 늘어납니다.
굴텐 악마족의 전멸!
그 사이 델암의 몸에서부터 검붉은 빗줄기가 퍼져나가더니 마침내 탈태를 끝냈다.
델암의 크기가 50미터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더욱 빠르고 단단해졌다.
악마로서의 힘을 상징하는 뿔이 12개나 돋아나고 긴 꼬리마저도 생겨났다.
팔에는 심지어 삼지창까지 들려 있었다.
"끄아악!"
"다리를 붙잡혔다. 사, 살려줘!"
델암은 자신을 공격하기 위해 가까이 있던 연합군 기사들을 향해 커다란 입을 쩍 벌렸다.
막강한 흡입력이 발생해서 기사들이 통째로 델암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백 명을 씹지도 않고 통째로 삼켜버리면서 잃어버린 생명력을 회복하며 다시 덩치를 키워나가기 시작 했다.
- 먹이들이 바쁘구나!
거대한 델암이 붉은 눈으로 인간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쿠우웅 쿠웅!
델암이 걸어다닐 때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대지가 흔들렸다.
"으아..."
"이건 아냐!"
수르카와 다른 동료들은 재빨리 도망쳤다.
마법과 검.
어떤 공격으로도 소화를 마친 델암에게 제대로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
"도망치자! 악마가 더욱 당해졌다!"
"포기하지 마라. 우리가 물러서면 마폰 왕국의 가족들이 저 녀석에게 먹히고 말 것이다."
"공격 마법을! 어서 공격 마법을 써서 놈을 저지하라!"
지금까지 잘 싸워왔던 연합군도 델암의 힘이 더욱 강해지자 혼란에 빠지고 있었다.
델암은 인간들의 저항을 힘으로 무시한 채로 먹어치우기 바빳다.
"후퇴!"
"본국으로 급보를 띄워라! 우린 패배했으니 어서 대피를 하라고."
연합군의 일부는 퇴각하기 위해 해안가에 정박한 배에 오르려고 하고 있었다.
델암은 먼저 그들에게 달려가서 인간들을 먹어치우고, 삼지창을 휘둘러 배를 박살냈다.
- 빠져 나가지 못한다! 너희들은 모두 내 먹이가 될 것이다. 크후헤헤헤헤헤.
악마 델암!
다른 악마들처럼 투기를 내뿜지도 않고 강대한 마법을 발휘하지도 않는다.
폭식의 악마답게 닥치는 대로 인간들을 먹어치울 뿐이었지만 연합군이 원초적인 겁에 질리게 만들기는 충분했다.
"이런 죽음이라니..."
"큭. 살아서 먹히느니 명예를 지키겠다."
기사들 중에서는 먹히기 직전에 자살을 선택하는 자들도 있었다.
위드의 동료들은 다행히 아직은 무사했다.
언데드들이 물러나는 것을 보며 눈치 빠르게 뛰쳐나온 덕분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죠?"
메이런의 물음에 위드는 답하지 않고 델암을 한참이나 노려봤다.
파이톤과 양념게장은 물론이고 다른 동료들도 어디 가서든 능력을 뽐낼 수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이 보기에는 이미 승산이 없어보였다.
"흠. 기회를 놓쳐버렸으니... 인간들이 아무리 많이 남아있더라도 더 어려워졌을 것 같군. 게장. 자네도 안 되겠지?"
파이톤의 물음에 양념게장이 고개를 저었다.
"소화를 시킬 때 공격을 해봤습니다. 신성 마법 덕분에 공격력이 몇배나 늘어나긴 합니다만 중대한 피해를 주기가 어렵더군요."
"그 정도인가?"
"정확히 단검으로 뒷목을 찔렀는데도 생명력을 감소시키기가 어려웠습니다. 마법사들의 무차별 공격 때문에도 위험했고..."
"암살자라면 죽을 각오로 싸워야하는 거 아닌가?"
그 말에 양념게장은 피식 웃었다.
"목숨을 걸더라도 성검이나 신검 같은 무기를 든 성기사가 아니라면 어려워 보입니다. 근데 게장이라고 부르지 마십쇼."
델암의 무지막지한 방어력과 생명력으로 인하여 인간을 먹어치울 때는 처치가 불가능하다.
유일한 기회는 무방비로 소화를 시킬 때뿐이었는데도 이미 한 번 실패 하고 말았다.
남은 것은 연합군의 머릿수뿐이었으며, 델암은 갈수록 강력해져가고 있었다.
페일이 델암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라면 작센 섬의 모든 연합군이 먹힐 것 같군요. 역사가 그대로 진행이 될 것 같은데... 도망치는게 낫지 않습니까?"
동료들의 머릿속에 스쳐간 생각은
'퀘스트 실패.'
로열 로드를 막 시작한 초보 유저일 때부터 수없이 많은 퀘스트를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해봤다.
어떤 퀘스트는 충분히 할 수 있었지만 포기했어야 하는 임무도 있었다.
명성이나 신뢰도가 조금 하락하기는 하지만 생존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아니다.
일행들의 시선은 위드에게로 향했는데, 불사의 군단을 비롯하여 불가능해보이던 전투나 퀘스트를 모조리 성공시켰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이번 일만큼 큰 실패는 없을 테지만 작센 섬으로 데려온 것이 위드였으니 최종 결정까지도 맡겼다.
위드는 의외로 차분히 연합군이 델암에게 먹히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리도록 하죠."
"예?"
"한 번의 기회가 더 올 지도 모릅니다. 델암이 까다로운 건 이쪽에서 놈을 잡을 수 있는 공격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저놈도 완전한 상태는 아니고 소화를 시킬 때는 전혀 반격하지 못하니까요."
파이톤이 슬그머니 등에 메려고 했던 대검을 다시 앞으로 들었다.
"방법이 있겠나? 다가가서 한 번 베어보기는 했지만 놈의 맷집이 워낙 훌륭해서 제대로 상처도 못 입히겠던데. 강철 요새를 두드리는 기분이었어."
"아직은... 그러나 연합군이 더 죽으면 생길지도요."
"죽으면?"
"기사들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승산을 예상할 수는 없는데 최후의 시도를 한 번 더 해보고 그 다음에 안 통하면 도망치도록 하죠."
위드의 결정을 동료들은 따르기로 했다.
연합군 병사들과 기사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당장 그들이 델암에게 먹힐 염려는 하지 않아도 좋았다.
델암은 해안가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근처의 인간들을 먹기에도 바빴다.
입을 크게 벌릴 때마다 가까이 있던 인간들이 빨려 들어가 잡아먹힌다.
작센 섬에 있는 인간들의 숫자에도 한계가 있었으니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순서가 돌아올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으어어!"
"악마. 악마에게 죽음을 당하다니!"
소화를 시키는 동안 한 번 공격을 실패했으니 연합군의 사기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태!
작센 섬에서 도망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병사들은 무기를 버리고, 갑옷을 벗어던지고 바다에 뛰어들기까지 했다.
'이벤 제ㅐㄷ로 전투력을 발휘하지도 못할 텐데.'
'먹어치우는 악마. 이게 너무 커. 본능적인 공포를 심어주기 마련이니...'
위드의 동료들조차도 델암을 제압할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 배. 배가 부르군. 기다려라. 금방 다시 포식을 시작할 테니... 끄어어억!
델암은 놀라운 식성을 자랑하며 만명 넘는 인간들을 먹어치우고 긴 트림을 했다.
"기, 기회다. 도망쳐!"
"여길 벗어나야 해. 여기 있으면 다 죽어!"
연합군에서는 결사항전을 위해 달려들었던 첫 번째 소화 때와는 달리 도망치기 바빴다.
델암이 처음보다 더 강해진 지금 희망을 잃어버리고 살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었다.
소화를 시킬 때까지의 시간은 7분.
남은 생명력은 94%.
델암이 첫 번째 소화보다도 많이 강해졌기 때문에 소화 시간이 약간 늘어난 정도로는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지금이다."
위드는 유령마를 타고 하늘로 올랐다.
"모두 똑똑히 들어라!"
- 스킬 : 사자후를 사용하셨습니다.
사자후 스킬의 영향 범위에 있는 모든 아군의 사기가 200% 상승합니다.
존재하는 모든 혼란 상태가 해제됩니다.
5분간 통솔력이 300% 추가 적용됩니다.
사자후 발동!
위드의 목소리가 제멋대로 도망치던 연합군 병력의 귓가에 울렸다.
바닥까지 떨어진 사기였지만 그럼에도 병력들은 관심을 가졌다.
"저 자는 졸렬한 네크로맨서잖아."
"아군의 시체를 언데드로 만들어서 싸우던 그 자!"
위드를 좋아하는 연합군 소속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도 아직은 신앙이나 기품, 통솔력, 명예와 같은 스탯이 받쳐주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면 들었다.
만약 그저 평범한 네크로맨서가 사자후를 터트렸다면 연합군에서는 전혀 듣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 꾸준히 평소에 해두었던 모험과 노가다의 결실이었다.
"악마를 놔두고 도망칠 생각인가? 싸워라. 평화를위해 악마를 물리쳐라!"
위드의 사자후가 작센 섬을 울렸지만 연합군 병력은 공격할 의사가 없었다.
사자후의 효과로도 대규모 병력을 움직이기는 무리였다.
"도,도망치자. 저런 말 들어봐야 아무 효과 없어."
"그래. 여기 있어봐야 개죽음이야."
병사들은 계속 바다로 뛰어들어서 헤엄을 쳤다.
악마 델암!
그동안의 전투로 축복을 해주던 사제들의 마나도 고갈되었다.
일반 병사들은 델암의 투지와 권위에 짓눌려서 싸울 의사조차도 잃어 버린 것이다.
한 번 실패를 한 만큼 다시 싸우더라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도 했다.
절망을 느낀 병력은 급속도로 무너지게 된다.
역사적으로도 델암은 첫 번째의 소화를 마치고 나서 의욕을 잃어버린 연합군을 차근차근 잡아먹었다.
"어떻게 하려는 걸까? 이미 다 틀린 것 같은데 말이야."
파이톤은 여전히 비관적으로 상황을 보고 있었다.
아군이라고 할 수 있는 연합군은 도망치기 바쁘다.
현재는 병사들부터 바다로 뛰어드는 중이지만 조금 있으면 명예와 정의를 위해 싸우는 기사들까지 살길을 찾을 것이다.
연합군이 적극적으로 싸운다고 하더라도 델암을 죽이기는 무리라는걸 위드도 알 텐데 쓸모없는 일에 매달리는 게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페일은 땅에 떨어진 화살을 주워서 텅 빈 화살통에 집어넣었다.
"위드님에게 방법은 있을 겁니다. 대충 보면 정말 무모한 분인 것 같은데도 막상 무모하진 않으니까요."
"그게 무슨 의미인가?"
"강한 적이 있더라도 물러나지 않죠. 무모하거나 객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철저히 공략할 줄 압니다."
"공략한다고?"
"무모하게 덤벼드는 것 같지만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절묘하게 활용해서 승리를 이끌어내니까요."
"아쉬움 때문에 버티는 걸로 보이는데."
"절대 상대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가장 먼저 튀었을 겁니다. 위드님에게 명예 같은 건 상관없어요. 그러니 지금 상황에서도 뭔가를 찾았을겁니다."
"그래도... 부족한 공격력을 어떻게 해결한단 말이지?"
그 사이에 위드가 사자후를 계속 터트렸다.
"충성심이 있다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쳐라! 무의미하게 악마에게 잡아먹힐 것인가? 이곳은 섬이고 이미 도망칠 수 없다. 벗어나려고 해도 악마를 피해서 살아남는 자들은 백 명 중에 한 명에 불과하리라. 용기가 있다면 싸워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다."
해안가에 있는 델암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시체 폭발!"
과과광!
해안가의 모래사장이 뒤집히고, 섬 전체가 울릴 정도의 폭발이 일어났다.
델암의 근처에 쌓여 있던 시체들!
상륙작전을 펼치면서 희생당한 연합군 병력의 시체들이 터져나간 것이었다.
네크로맨서 최강의 공격 스킬.
시체만 있다면 발동되는 언데드 마법.
이론상으로는 시체만 넉넉하게 있다면 그 어떤 마법사의 공격력보다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델암의 생명력도 순식간에 1%가 감소했다.
그 주위에 있던 수백 기가 넘는 기사들의 시체가 연달아 폭발한 덕분이었다.
"어어."
"저것은..."
바다로 도망치던 연합군이 다시 델암을 돌아볼 정도로 놀라운 파괴력이었다.
시체 폭발!
네크로맨서에게 가장 강력한 공격 마법으로 장점이 어마어마했지만, 시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용이 불가능하다.
델암의 근처에는 남아 있는 기사의 시체가 없었다.
"나는 사람들로부터 혐오를 받는 네크로맨서다. 비록 어긋난 힘을 다루지만 내가 떼돈을 벌지 않으면 누가... 크흠. 그게 아니라 전장에서 베르사 대륙을 위해, 국가를 위해, 여러분들의 가족을 위해 할 일이 있음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위드는 입술을 촉촉하게 침으로 적셨다.
유치원생이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을 공손히 바쳐야 하는 감언이설의 발동 개시!
"저 악마를 해치우지 못하면 우리가 먹히고 난 다음에 입 안에 들어가는 건 고향에 있는 가족이 될 것이다. 기사의 나라 켈튼 왕국이여. 누구라도 나설 용기 있는 자들이 없는가! 악마를 놔두고 숨어서 살기를 바라는가?"
위드의 사자후가 켈튼 기사들을 움직였다.
승리의 가능성을 떠나서 기사들은 도망치지 않을 작정이었다.
역사에서도 그럤고, 기사들은 결코 델암 사냥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저 적당히 싸우다가 죽느냐, 적극적으로 덤비느냐의 차이는 있다.
사막의 대제왕 시절부터 그랬지만 남자들이란 특정 상황에서 지극히 단순해지는 종족이었다.
"켈튼 중앙 기사단이 나선다."
켈튼 왕국의 기사단장이 검을 뽑아들고 델암을 향해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돌격 대형으로!"
켈튼의 기사들이 기사단장을 따랐다.
말을 타고 부채꼴로 넓게 퍼진 기사들은 델암에게 가서 모든 힘을 다해서 창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동료였던 이들을 베었다.
"잘 가라. 파블레."
"크. 우리의 희생이 헛되지 않겠지?"
"결과는 모르지만 기사답게 살았으니 기사답게 죽을 뿐이다."
켈튼의 기사들이 델암에게 피해를 입히고 스스로 죽어갔다.
위드는 마법을 외웠다.
"시체 폭발!"
목숨을 잃은 켈튼의 기사들의 육체가 터져나가면서 델암에게 2차적인 피해를 입혔다.
이때부터는 기사들의 눈동자에 불길이 일었다.
"델암을 죽여라!"
"켈튼 왕국의 용맹은 죽음마저도 이겨낸다. 너희들을 이끌어서 자랑스러웠다. 전속력 돌격!"
켈튼 왕국 기사들은 델암을 공격하고 기꺼이 시체를 제공했다.
난공불락처럼 여겨지던 델암의 생명력이 기사들의 희생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공격!"
"브롬바 왕국의 숭고한 명예는 보석보다 빛난다."
호전적인 마폰 왕국과 브롬바 왕국의 기사들도 따라나섰다.
위드가 추가로 설득할 필요도 없이 경쟁국인 켈튼 왕국이 먼저 나선 만큼 그들에게도 망설임은 없다.
"시체 폭발!"
위드는 오로지 한 가지 마법만을 외우면 되었다.
반 호크와 토리도가 이끌던 언데드군단까지 역소환하고 마나가 모이는 대로 시체를 폭발 시켰다.
조각사 시절부터 부족한 마나를 채우기 위해서 활용했던 패로트의 링.
바르칸의 로브를 비롯한 마나의 최대치를 늘려주는 장비들을 착용하고 있었고, 델암이 첫 번째 소화를 마친 직후부터 전투를 지켜보기만 했으니 마나도 최대치까지 회복된 상태.
< 불의에 맞서 싸운 기사 그레이도의 시체를 폭파시켰습니다. 델암에 165,482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
< 시체 폭발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
<죽음과 파괴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어 영구적으로 지혜가 2만큼 늘어났습니다. >
꿀 같은 스킬 숙련도의 증가!
네크로맨서에게 시체 폭발은 놀랍도록 강하고 유용하게 쓰이는 스킬이었다.
생전의 생명력에 상황에 따라 최대 10배까지 피해를 입히는 어마어마한 위력.
현재 시체 폭발의 레벨은 중급 3.
'여기서 숙련도를 올릴 수 있는 대상은 최소 수십만이란 거지.'
기사들이 먼저 나서면서 군대의 지휘관들도 명령을 내렸다.
"마폰 왕국의 보병들이여. 마지막으로 명령을 내린다. 가까이 가서 죽어라."
"켈튼 왕국의 궁수들아. 갑옷과 화살은 버리고 전진하라."
"브롬바 왕국의 자랑인 우리 중장갑군단도 진군한다."
기사들과 병사들이 달려가고 델암의 옆에서 말그대로 폭발했다.
"우와악. 죽어라!"
"이 따위 악마에게 먹히진 않을 거야.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서 죽을 것이다!"
"인간은 절대 악마 따위에게 패배하지 않아."
병사들이 악에 받쳐 외치면서 소화를 시키고 있는 델암에게 덤벼들었다.
델암의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육체와 혐오스런 형상은 본능에 잠재되어 있던 공포심을 자아낸다.
인간들이 오히려 가슴에 담겨 있던 가족들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토해내며 전투에 뛰어들었다.
기사들은 전력을 다한 공격을 날리고 망설임 없이 빠르게 목숨을 버렸다.
병사들 역시 가까이 가서 목숨을 끊음으로써 델암에게 피해를 입히는데 힘을 보탰다.
"우리도 질 수 없지. 마법사들이여. 굴하지 말고 최후의 마법을 준비한다."
"신의 뜻대로. 저희들의 생명을 바칩니다."
마법사들은 자신의 육체를 폭주시켰다.
일시적으로 1, 2단계 더 강한 마법을 발휘할 수 있지만 영구적으로 폐인이 되거나 사망하게 되는 금단의 수법.
사제들은 자신의 생명력을 신에게 바쳐서 신성력을 얻어냈다.
마짐가 죽음을 위해 돌격하는 연합군에게 행운을 기원하는 축복을 내려주었다.
축복의 효과야 크게 의미가 없었지만 연합군 병사들은 신성 마법의 위로를 받으면서 기꺼이 달려갔다.
델암의 생명력이 80%에서 64%로, 41%로 줄어들었다.
위드의 시체 폭발과 연합군이 최후의 일격을 날리고 있었다.
"우와앗!"
수르카가 주먹을 쥐고 괴성을 질렀다.
위드로 인해 끌려온 전장에서 이토록 위대하고 장엄한 전투를 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이를 악물고 델암에게 달려가는 연합군 병사들의 비장한 표정!
생명을 바치면서까지 악마를 퇴치하겠다는 각오게서 역사가 바뀌고 있었다.
띠링!
< 여신 프레야가 당신을 축복합니다. 네크로맨서는 생명의 탄생을 왜곡하고 죽음의 안식을 거부하여 신들의 분노를 받습니다. 언데드에게서 풍기는 역겨운 악취와 낮은 생명력은 프레야 여신의 저주에 의한 것입니다. 마음 넓은 프레야 여신은 네크로맨서가 된 그대가 일구어낸 수확의 기쁨을, 예술의 아름다움을 대륙에 펼친 공적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아르펜 왕국은 프레야 교단을 숭배하고 있고, 여신 프레야는 이에 대해 만족합니다.
"비록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고는 하나, 그대는 내 목소리를 세상에 알린 아이. 나이 대한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올바른 행동을 한다면 축복은 계속 될 것이다."
눈부신 번화함으로 생명력의 최대치가 53% 증가합니다. 신체의 회복 능력이 250%까지 늘어납니다. 정신의 안정을 얻어 모든 저주로부터 해소되고, 일시적으로 프레야 교단의 신성 마법을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신앙심과 정의, 매력, 행운이 영구적으로 2씩 증가합니다. 추가적인 효과. 언데드의 저주가 풀리며 외관이 조금 멋있어집니다. 스켈레톤과 좀비 계열의 악취가 감소합니다. >
현재 소환한 언데드는 없었지만 스켈레톤들의 뼈가 깨끗해지는 외모상의 변화가 생겼다.
스켈레톤 워리어들의 육체에는 뼈 사이에 풀과 나무들이 자라서 덮으며 생명력과 방어력이 조금 향상됐다.
심지어 데스 나이트들의 투구에는 꽃까지 꽂히게 되었다.
< 헤스티아의 축복! 여신 헤스티아는 위대한 예술가이며 장인이기도 한 당신에게 깊은 친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불의 열정을 이해한 그대가 걸어가는 길에 대해 의심하지 않습니다." 모든 공격에 화염속성의 추가적인 피해가 230%까지 붙습니다. 일시적으로 화염 속성의 공격에 필요한 마나의 소모량이 감소합니다. 착용하고 있는 무기와 장비들로부터 붙는 효과 74%가 가산됩니다.>
< 군신 아트록의 축복! 아트록은 전쟁을 좋아합니다. 그는 작센 섬의 전투를 지켜보던 중에 악마 델암과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을 내렸습니다. "싸워라. 그것이야 말로 가장 멋진 것이다." 기사들의 지휘능력이 강화됩니다. 전쟁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사기가 회복됩니다. 투지에 짓눌리지 않습니다. 높은 의지로 신체 능력이 최소 10%에서 최대35%까지 향상됩니다. >
< 티른의 축복! 정의와 법이야말로 대륙을 온전히 통치하는 수단이라고 티른은 믿고 있습니다... >
< 미네의 축복! 대지가 피로 물들었습니다. 마땅히 미네의 분노를 불러왔지만 그녀는 생명들의 숭고함을... >
< 스피렌의 축복! 명예와 영광! 걷잡을 수 없는 공포를 이겨내고... >
< 루의 축복! 태양의 빛이 그대와 함께... >
< 벨제뷔트의 축복! 이 위험천만한 악신은 그대를 총애하고 있... >
< 마탈로스트의 축복! 망자들을 이끄는 귀한 일을... >
각종 신들의 축복!
위드는 평소에 받기 힘들었던 신의 축복을 여럿 한꺼번에 받았다.
네크로맨서였지만 아직은 신앙 스탯이 높기도 했고 악마와 전투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먹어치우려는 악마는 네크로맨서보다도 신들이 훨씬 싫어하는 존재.
시체 폭발만 쓰고 있었으니 신들의 축복이 전투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영구적인 스탯의 향상이나 효과는 긍정적이었다.
'이런 혜택이 또 있군. 하긴 강도보다는 소매치기가 낫지!'
위드의 시체 폭발로 델암의 생명력은 14%까지 낮아졌다.
남은 시간은 29초!
시체 폭발에 쓸 수 있는 마나는 신들의 축복 때문에라도 넉넉한 상태였다.
물론 마나가 정 부족했다면 시체나 살아 있는 이들로부터 착취를 할 수도 있었다.
부작용이야 존재했지만.
"시간이 없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마폰 왕국을 위하여!"
연합군은 델암의 옆에서 계속 목숨을 바쳤다.
위드의 시체 폭발에 의해서 죽은 이들도 있었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상상 이상의 장엄한 광경.
사제들도 신성력을 쓰고, 마법사들은 마나와 생명력을 쏟아 부었다.
악마 델암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그렇기에 모든 이들이 합심해서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델암의 생명력이 2%까지 남았을 때렸다.
남은 시간은 6초.
계산상으로 촉식의 악마 델암의 공략은 충분히 가능했다.
"와아아. 대박!"
"희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페일 일행은 입을 쩍 벌리고 구경하고 있었다.
위드의 머릿속은 냉장고에서 막 꺼낸 얼음물처럼 차가웠다.
'지금 집중해야 해.'
마폰 왕국의 기사단이 전력으로 말을 달려 델암과 충돌했다.
브롬바 왕국의 마차 궁수들도 기사들과 함께 시체 폭발에 크게 휘말렸다.
델암의 생명력은 1%로 떨어졌다.
남은 시간은 2초.
'더 기다려야해.'
마법사들의 합동 공격이 델암의 거대한 몸에 불의 비를 내리게 했다.
'조금만...'
생명력은 1%인 상태.
마법의 발동이 막 되었으니 피해는 생각보다 적으리라.
물론 델암의 생명력이 1%이더라도 적은 것은 아니었고 심지어는 피해를 입히지도 못하면 회복까지 되리라.
남은 시간은 1초.
기사들이 검으로 베고, 궁수들이 화살을 쏘는 것까지도 봤다.
'지금이다.'
막 0초가 되려는 순간.
위드는 스킬을 사용했다.
"찰나의 조각술!"
그 순간, 위드와 델암, 연합군의 공격 등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바람 소리마저 사라진 완전한 고요함.
시간을 멈추는 찰나의 조각술이 발동되면서, 수십만의 병력이 휘말린 거대한 전장의 시끄러운 소리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활시위에서 쏘아져서 날아가는 화살과 허공에서 생성되던 마법의 형상들도 그대로 멈췄다.
눈물을 흘리며 달리는 병사들의 발걸음과, 기사들이 타고 있던 말까지도 움직이지 않았다.
위드에게는 시간이 멈춰진 익숙한 풍경.
'두 번은 없다. 단 한 번의 기회야.'
폭식의 악마 델암은 소화를 끝내기 직전이었다.
위드는 델암의 곁으로 이동하여 로아의 명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이 순간을 위해 조각 파괴술로 예술 스탯들을 힘으로 몰아 넣었지.'
작센 섬의 전투.
폭식의 악마 델암까지 소환되는 이 전장은 위험하고 난이도가 높았다.
퀘스트의 성공을 위해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힘이 아니라 지혜로 예술 스탯을 몰아넣는 것이 상식에 맞았다.
부과적인 효과로 언데드들이 훨씬 강해졌을 테고 더욱 많은 병력을 일으킬 수 있었을 테니까.
만약에 그랬더라면 악마족들을 토벌하기가 쉬워졌을 것이고 심지어는 델암 소환을 막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랬더라면 이익이 크지 않았을 거야.'
연합군에 섞여서 기껏해야 악마족을 토벌할 뿐이다.
그 공적만으로도 작진 않겠지만 시간을 거슬러서 찾아와서 대박을 칠정도의 특별한 성과까지는 아니었다.
폭식의 악마 델암!
위드가 작센 섬으로 왔던 건 악마 델암을 사냥하기 위해서다.
그것도 마지막 순간 직접 날름 먹어치우려는 목적을 가졌다.
'악마 델암이라면 내가 잡았던 모든 보스들 중에서도 최고로 뽑을 만한 존재. 레벨을 떠나서 존재 자체나 난이도가 높아.'
파티 사냥은 대체로 경험치가 비슷하게 나눠졌다.
다른 파티원보다 레벨이 더 높거나, 몬스터에게 많은 피해를 입히거나 하면 경험치를 조금 더 받기는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몇십배씩 차이가 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전쟁터에서는 천차만별이다.
수만 명 이상이 어우러져서 싸우기 때문에 각자가 싸우는 만큼 경험치와 업적을 달성한다.
델암을 사냥하는 것처럼 수십만 명의 대규모 레이드에서는 마지막 공격으로 적을 처단하는 결과가 대단히 큰 공적으로 남았다.
특별한 호칭이 부여되거나 스탯, 스킬이 생기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전리품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
'이걸 위해서 조각 파괴술까지 쓰고 기다리고 있었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 찰나의 조각술!
예술을 위해 조각사들이 고심 끝에 탄생시킨 스킬가지도 델암을 낼름 먹어치우기 위하여 간을 보고 있던 상태.
"광휘의 검술!"
위드는 로아의 명검에서 빛을 길게 뽑아내며 델암을 베었다.
조각술 마스터 자하브에게 배웠던 검술의 비기!
이 빛의 검은 어둠의 속성을 가진 몬스터에게 매우 강력하게 작용했다.
'악마에게도 효과가 있을 거야. 있어야만 한다.'
< 빛의 정화가 폭식의 악마 델암을 강타했습니다. 41,238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빛의 속성이 3배의 데미지를 추가적으로 가합니다! >
찰나의 에너지는 5천 정도가 있었다.
일반적인 사냥에서야 많은 수치였지만 대규모 전장에서는 에너지가 더 빨리 소모된다.
델암처럼 막대한 생명력을 가진 악마가 거의 죽기 직전이라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물론 위드의 성격상 수금 직전에 마음을 놓고 있다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파바바밧!
위드가 광휘의 걸술로 현란하게 델암을 연속해서 베었다.
멈춰진 마법 공격이나 연합군 기사들의 존재로 인해 넓은 공간을 쓰기는 무리였지만 빛의 검을 휘둘렀다.
델암의 머리에는 12개의 뿔이 돋아나 있었으며 흑색 왕관까지 착용해서 그 존재감이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가능한 약점을 노려야 한다.'
위드가 선택한 위치는 배!
몬스터들에게는 약점으로 꼽히지 않는 장소였지만 델암의 특성이 폭식에 있다보니 배가 약하다고 봤다.
등이나 옆구리, 다리보다는 취약한 부위라는 것이지 델암이 사냥 당한 적이 없어서 근거를 가진 정보는 아니었다.
위드는 한 지점만 집중해서 공격했다.
피해량을 늘리는 일점 공격술!
찰나의 조각술로 시간이 멈춰진 상태라서 공격력도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시간을 멈추기 전에 남아 있던 생명력은 0.3%정도나 되었을까? 그렇다면 이걸로 끝이다.'
위드는 마지막까지 확실히 하기 위해 조금 뒤로 물러났다.
"분검술!"
검술의 비기.
위드의 분신이 최대치인 50개까지 늘어났다.
"이게 마지막이다. 소드 카이저!"
최소한의 생명력만을 남겨놓고 모든 마나를 동원했다.
만의 하나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번 공격에도 불구하고 델암이 버틴다면... 그건 그냥 네가 이긴 거다.'
도망칠 여력도 남겨놓지 않고 50개의 분신이 일제히 델암에게 돌격해서 찌르고 베었다.
소드 카이저의 적중!
그 직후 찰나의 조각술이 풀렸다.
그오오오오오.
델암의 몸이 갈라지면서 붉은 빛이 균열 사이로 엿보였다.
"아, 악마가 깨어난다!"
"이럴 수가... 악마가 죽지 않았어."
인간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때에 델암의 몸은 수천, 수만 개의 균열이 일어나면서 갈라졌다.
- 네놈이...!
델암의 태양처럼 붉은 눈동자가 가까이 있던 위드에게로 향했다.
위드는 고작 3미터 떨어진 자리에서 고요하게 서 있었다.
언뜻 태연하기까지 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죽음이 두렵기는 했다.
그동안 어렵게 올린 레벨과 스킬 숙련도를 통째로 잃어버릴 상황!
'월세를 밀린 상태에 막다른 골목에서 집주인을 만나는 기분...'
그럼에도 델암이 죽기라도 한다면 쏟아질 전리품에 대한 욕심이 훨씬 더 컸다.
죽음의 공포마저 물욕으로 극복한 위드!
연합군 기사와 병사들을 마구 집어삼켰던 델암의 입과 얼굴까지도 균열이 일어나며 갈라지고 있었다.
-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한 입 만 더...
델암이 위드를 향하여 크게 주둥이를 벌렸다.
하지만 균열이 더욱 커지면서 몸과 머리가 부서지고 있었다.
- 배고파. 언젠가... 언젠가는 다시...
육체의 내부에서 불길이 일어나면서 한순간에 소멸해버리는 거대한 델암!
띠링!
< 전투의 대업적! 막대한 전투 경험을 쌓았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폭식의 악마 델암의 육체가 소멸했습니다.
- 위대한 전투의 대업적으로 명성이 23,281 올랐습니다.
- 역사의 한 자리를 차지할 만한 전투를 경험했습니다. 델암을 제거함으로써 전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스탯이 9 증가합니다. 용기, 투지, 명예가 10씩 추가로 늘어납니다.
- 중급 악마를 처단했습니다.
- 호칭 '악마병 사냥꾼'이 '악마를 쓰러뜨린 자'로 바뀌었습니다.
악마!
모든 왕국과 교단에서는 강대한 힘을 가지고 신마저도 우습게 보는 악마의 존재를 두려워합니다.
악마가 이 땅에 나타나서 큰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던 때가 없습니다.
악마를 쓰러뜨린 자는 모든 주민의 존경을 받습니다.
그의 이름은 귀한 혈통을 가진 왕족보다도 명예로운 것이며, 베르사 대륙의 역사에 기록될 만합니다.
기사 중의 기사, 마법사 중에서 가장 현명한 자로 꼽힙니다.
악마와 관련된 몬스터나 그 부하들을 상대로 할 때 공격력이 16% 늘어납니다.
경험을 통해 악마병들의 약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모든 왕국과 교단과의 영향력이 30 늘어납니다.
각 교단을 방문했을 때 무료로 최상급의 축복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호칭을 이용하여 어느 왕국에서나 백작 이상의 작위를 얻을 수 있습니다.
- 프레야 여신의 고마움!
그녀는 델암이 대륙에 나타나면서부터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풍요와 아름다움을 주관하는 그녀에게 폭식의 악마는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영웅적인 지휘력과 카리스마!
마지막까지도 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