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48권 : 8. 서윤의 희생. (329/520)

8. 서윤의 희생.

위드는 던전에서 신나게 사냥을 하는 도중에 오데인 요새의 사건을 알게 되었다.

"반 호크. 몽땅 쓸어. 그러니까 오데인 요새 유저들이 당하고 있다고요."

- 마판 : 예. 오데인 요새는 전투가 거듭되면서 거의 엉망진창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크크크. 흑색병 전염! 파고드는 진드기! 정말 바람직한 전개로군요."

- 마판 : 후후훗. 앞으로 그 지역이 좀 혼란스러워질 테니 전쟁 물자를 잔뜩 팔아먹을 작정입니다.

언데드에게 명령을 내리며 마판과 흡족한 대화를 나누는 위드!

- 마판 : 마음이 급한 영주들은 가격을 따지지 않고 전쟁 물자를 가득 쌓아놓으려고 할 테니 말입니다.

"물량이 부족하지 않을까요?"

- 마판 : 아르펜의 생산력이 크게 늘었습니다. 정 부족하면 초보 유저들을 알바로 고용해서 24시간 생산에 투입하면 되니까요.

"헤르메스 길드는 몰라도 유저들한테 파는 건 너무 많이 남겨먹지 마세요."

- 마판 : 아. 넵. 알겠습니다. 착취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 비싸게 팔면 중앙 대륙의 유저들이 오래 버티지 못할 테니까요. 단물을 쭉쭉 빨아먹어야죠."

- 마판 : 캬하. 역시 또 한 수 배웠습니다!

적당히 비싼 가격에 파는 것이 장땡!

'나쁘지 않군. 헤르메스 길드가 망하고 있다면 말이야. 근데 왜 저렇게 멍청하게 제국을 다스리지?'

위드는 마판 상회와 결탁하여 전투 물자를 비싼 가격에 팔아먹었다.

중앙 대륙을 지배하는 건 헤르메스 길드가 될 테지만 실리를 추구하는 것은 위드와 마판 상회!

'겉으로 드러나는 악당은 3류야. 진정한 악당은 조용히 현찰을 세지.'

위드는 네크로맨서로 사상 초유의 사냥 기록을 달성하고 있었다.

- 전투의 대업적!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은 헬캣을 사냥하였습니다. 기록적인 사냥으로 인해 투지와 통솔이 2씩 증가합니다.

- 호칭! 싹쓸이 사냥꾼을 획득하셨습니다.

던전, 마굴에서 몬스터들을 남김없이 해치우는 자!

빠르고, 정확한 그가 지나간 곳에는 남아 있는 악의 씨앗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몬스터 사냥시의 전리품과 부산물 획득을 8% 늘려줍니다.

- 재능 있는 네크로맨서!

시체를 부리고 그들을 지배하는 일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닙니다.

시체는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들을 수도 없기 때문이죠.

어째서 그들이 네크로맨서의 명령에 복종하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많은 언데드를 소환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소환한 언데드는 최근 1주일간 그 어떤 네크로맨서보다 많습니다!

언데드 소환 스킬의 성장이 일주일동안 6% 빨라집니다.

스켈레톤과 데스 나이트, 스펙터의 지배 효율이 상승합니다.

때때로 보물을 가진 유니크 언데드가 출현합니다.

이것저것 달성하는 업적과 호칭들!

조각사였을 때는 하나만 하더라도 집중이 쉽지 않았지만, 네크로맨서는 좀 달랐다.

여러 가지 작업이나 전투가 동시에 가능했고, 반 호크와 토리도는 중간 지휘관으로 전체적인 전력을 상승시켜줬다.

위드가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마판으로부터 또 보고가 들어왔다.

- 마판 : 중앙 대륙에서 반란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몇 지역이 아니라, 십여 개가 넘는 지역에서 유저들이 봉기했습니다.

"전력은요?"

- 마판 : 중앙 대륙의 수준이 높으니 일반 유저들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아직 반란의 불길은 더 번져가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위드는 텔레비전을 볼 일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자고로 까움 구경이야 말로 재미가 있지 않던가.

'이익 좀 보겠구나.'

위드의 입 꼬리가 씩 올라갔다.

* * *

"오늘은 불고기에요."

"음. 맛있겠네."

이현은 서윤과 같이 식탁에서 앉아 저녁 식사를 했다.

과거에는 밥을 먹으며 전기세가 아깝다고 텔레비전을 켜지 않았지만 요즘은 달랐다.

'정보 습득이 필요하지. 그리고 오늘은 리튼 지역에서 반란군이 공격한다고 하고.'

옛 리튼 왕국의 수도 셸지움.

하벤 제국을 몰아내려고 진군하는 반란군과 이를 막으려는 제국군의 한판 승부.

채널은 최근에 서윤에게 다이아몬드가 박힌 왕관을 선물한 CTS미디어에 맞췄다.

KMC미디어와의 오랜 관계나 친분이 깊긴 했지만 공과 사는 철저히 구분했다.

'뇌물은 받은 만큼 돌려줘야해. 상부상조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지.'

정치인이나 권력자가 받는 뇌물은 썩은 것이지만, 자신이 받으면 몸에 좋은 발효 식품!

이윽고 이어진 방송에서 반란군은 셸지움을 탈환하지 못했다.

진군하는 도중에 제국군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서 전멸하고 말았다.

중앙 대륙의 유저들이 수준이 높다고 해도 제국군의 공격대가 몇 번이나 급습을 가하고, 앞뒤로 끊어놓자 무너져버리고 만 것이다.

"후후후."

이현은 텔레비전을 보는 내내 미소가 가득했다.

'이제 저 유저들은 북부로 넘어오겠지. 꽤 돈들이 많을 테니까 모라타와 푸홀 워터파크에 저택이나 더 지어야겠군.'

바다가 보이는 항구 바르나에도 이 주민을 위한 고층 건물을 짓는 걸 고려해볼 필요가 있었다.

"크어. 잘 먹었다."

이현은 서윤과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쳤다.

다음날 아침에도 로열 로드의 방송에서는 하벤 제국과 소므렌에서 일어난 반란군의 전투가 나왔다.

"여기도 7만 명이나 되네."

"제국군도 많이 모였어요."

아침 방송을 즐겁게 보니 하루가 상쾌했다.

바지락 미역국이 어떻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로열 로드에서 사냥을 하고 점심은 가볍게 샌드위치로 때웠다.

캡슐에서 나온 이현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서윤에게 물었다.

"아직도 싸워?"

"악쿰 요새에서도 전쟁이 일어났어요."

"응. 그래."

이현은 전쟁 방송을 계속 보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뭐 아무나 이기겠지.'

중앙 대륙에서 전쟁이 아르펜 왕국에 직접적 영향은 적다고 생각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설혹 반란군이 영토를 얻더라도 독립이나 그에 준하는 큰 세력을 얻으리라고는 생각 안 했다.

'좀 싸우다가 말겠지. 원래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잖아.'

점심을 먹고 마당에도 닭이나 강아지와 놀며 데이트를 즐겼다.

영화관이나 백화점을 가지 않아도 되는 간단한 데이트!

"감자가 좋아."

"고구마가 낫죠."

"감자는 건강에도 좋거든."

"고구마도 그래요."

"따끈한 감자는 겨울에 먹으면 별미지."

"고구마도 추울 때 맛있잖아요."

서윤과 텃밭에 감자를 심느냐, 고구마를 심느냐에 대한 말다툼도 잠시 벌였다.

결론은 반반씩 나눠심으면 되는 일.

또다시 로열 로드.

저녁을 먹기 위해 캡슐을 나왔을 무렵에도 텔레비전에서는 여전히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악쿰 요새는 어떻게 됐어?"

"헬메스 길드가 이겼어요. 근데 열두 지역에서 전쟁이 또 벌어졌어요."

"잠잠해지겠지."

"낮보다도 참여한 유저들이 더 많아졌어요."

이현은 하벤 제국의 전투 수행 능력에 대해서 이미 서윤과 같이 확실하게 분석을 한 이후였다.

'넘치는 돈으로 병력을 쌓아놓았고, 어디서든 헤르메스 길드원들이 동원이 되지.'

각 지역의 관문이나 요새들의 방어력도 문제였다.

'반란군이 큰 선과를 못 내면 조만간 잠잠해질 거야.'

그리고 다음날이었다.

이현은 아침에 중앙 대륙의 반란군 유저 40만 명이 넘게 모여서 아이데른 지역의 말레나 성으로 진격하는 광경을 텔레비전으로 봤다.

* * *

"우린 해낼 수 있습니다."

"죽더라도 후회는 없습니다. 정의를 위해!"

"정의를 위해!"

유저들은 비장한 각오를 다지면서 진군했다.

수십 지역의 반란군이 일어나서 진압되기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헤르메스 길드가 정말 무적은 아니다. 올바른 사람들이 힘을 모은다면 반드시 이길 거야.'

인생을 도덕책으로 배운 이들!

"말레나 성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제국군 5만 정도 입니다."

"우리 9명이 하나씩만 맡으면 되는거 아닙니까?"

"성의 방어력이 워낙 뛰어나서 그도 간단하진 않을 겁니다."

고레벨 유저들은 성 공략에 대한 고민도 해봤지만 해답이 없었다.

참지 못하고 검을 뽑아든 유저들의 숫자는 많다.

그런데도 하벤 제국의 내부에 속해 있다 보니 성벽을 공략 할 장비를 전혀 구하지 못했다.

보급에서도 문제가 커서, 수많은 유저들이 오랫동안 전쟁을 지속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대장장이 유저들도 합류를 해서 장비들을 고쳐주더라도 필요한 물자나 재료는 수급을 해야 한다.

유저들도 저마다 개성이 강해서 누군가 지휘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반란을 자신 있게 일으키긴 했지만 한계가 명확하구나.'

'이 싸움은... 오래가면 약점들이 많이 나오겠다.'

고레벨 유저들은 근심을 안고 말레나 성을 공략했다.

"돌격!"

"성문을 부수자."

"성을 함락하라!"

아이데른 지역에서 하벤 제국의 권위의 상징인 말레나 성!

지역에서 세 번째로 꼽히는 많은 인구와 생산 거점인 이곳에 유저들이 공성전을 벌였다.

"화살을 아끼지 말고 쏴라. 오늘 전부 저들을 무덤으로 보내줄 것이다."

말레나 성의 수비대장은 헤르메스 길드의 소속인 패트로라는 유저였다.

길드의 수뇌부에서는 이미 이번 반란 사건에 대해 방침을 하달했다.

- 주요 도시와 성에 대한 침략을 시작한 유저들은 몰살시킬 것. 단, 초반에는 요새나 성의 방어 시설에서 수비에 전념하라. 절대적인 ㅣㅁ의 격차가 드러나게 만들어서 앞으로 덤비지 못하게 하기 위함임.

심지어는 비밀리에 고정 첩자들까지도 활용했다.

중앙 대륙에서 꽤나 명망이 높은 유저들, 그들 중에서 헤르메스 길드완 관련이 깊은 자들은 따로 연락을 받았다.

"그러니까... 반란을 부추기라고요?"

"예. 반란을 주도하면 더욱 좋습니다."

"...왜요?"

나무나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반란이었지만 라페이와 수뇌부에서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반란을 주도해서 우리가 정해준 지역을 공략하는 것이지요."

"저도 수많은 유저들 중의 한 사람 인데. 제 말을 들어줄까요?"

"들을 겁니다. 남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장소보다는 유명한 지역이나 대도시를 공격하게 될 거니까요."

"공격을 당하면 헤르메스 길드의 손해가 크지 않습니까?"

"전쟁은 이기고 보는 겁니다. 그것도 초장부터 철저히."

명성이 있는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반란을 조직했다.

그들이 주도하기는 했지만 많은 유저들이 동참해서 조종하기도 쉬웠다.

대도시나 유명 지역 중의 한 곳을 해방하자는 데 좋은 뜻으로 모인 유저들이 반대할 까닭도 없다.

그 덕에 헤르메스 길드는 전력을 필요한 지역에 집중 시키고 전투를 대비했다.

"승리를!"

"자유를 위하여!"

반란을 일으킨 유저들은 말레나 성에 부딪혀 갔고 허무하게 목숨을 잃어갔다.

오데인 요새에서는 그동안 평화가 이어지면서 비축해놓은 전투 물자가 부족해졌고, 유저들이 갑자기 크게 몰린 감이 있었다.

하벤 제국에서 막대한 제물을 풀어서 전투 물자를 생산, 수입하여 쌓아두고 길드원들도 일제히 전투 배치가 이루어졌다.

유저들은 말레나 성이라는 높고 큰 벽에 부딪쳐서 무력화되었다.

그날 27지역에서 일어난 반란군!

반란군은 단 한 곳에서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로 소멸했다.

다음날에는 12지역에서 반란군이 나섰지만 전부 격파되었다.

- 하벤 제국의 압도적인 승리!

- 오데인 요새의 사태, 서서히 잊히나...

- 베르사 대륙을 지배하는 검과 마법의 힘.

- 헤르메스 길드,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유감 표명!

지난 며칠 간, 하벤 제국의 손해도 막대하기는 했다.

중앙 대륙을 휩쓴 반란으로 대부분의 큰 도시와 성에서 공성전을 치렀다.

생산 활돌리 중단되었고, 성의 외부에 있는 시설물들이 파괴되었으며, 주요 교역로도 치안의 공백으로 인해 봉쇄된 상태였다.

공성전이 발발하면서 몬스터들까지도 크게 증가해서 곡창지역을 급습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생산과 고역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과 자금을 필요로 했지만, 반란군의 사태는 서서히 진정이 되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 * *

"..."

서윤은 슷로 원해서 하는 집안일을 마치고 주위를 돌아봤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실내, 마당에는 햇빛을 받으면서 파릇파릇하게 자라나고 있는 채소들이 있었다.

"농사가 잘 되겠네."

서윤에게도 상추나 채소들을 심어서 키우는 건 처음이었다.

부지런한 그녀가 이현이 하던 것을 그대로 물려받긴 했지만 어설픈 점이 많았다.

몇 권의 책을 읽고, 채소를 키우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도움을 얻기 위해 동네화원을 갔다.

"영양분이 많은 흙을 좀 구할 수 있을까요?"

"화분에 쓰시려고요?"

"네. 그리고 땅도 좀 다지려고요."

"힘든 일을 그 고운 손으로요? 마침 우리도 할 일이 없으니 가서 도와드리겠습니다."

화원의 사람들은 텃밭을 갈아엎어 주었고, 그곳에 감자와 고구마도 심어주었다.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너무 미안해요. 시원한 물이라도 한 잔 드세요."

"이런 영광을... 그냥 우리 동네에 살아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

"동네에 두 분 때문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아이들도 잘 크고 있고요. 제 아들 놈은 미래 희망이 이현 사장님처럼 되고 싶다고 하더군요."

"..."

친한 동료들이 들었다면 기겁했을 말!

마판 강진철이라면 아이들이 큰 꿈을 꾸고 있다면서 기특해했으리라.

서윤은 빨래도 해서 줄에 잘 넣어놓았다.

따스한 햇볕에 잘 말라가는 빨랫감들.

과거에는 보고도 느끼지 못했던 행복이 집안 가득 담겨 있었다.

동물들도 그녀를 좋아하고 따라다녔다.

몸보신의 다 큰 새끼들은 물론이고,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 낳은 병아리들까지 졸졸 거리면서 돌아다녔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좋아.'

서윤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찔할 정도로 예쁜 웃음이라서 그녀 혼자만이 있는 장소에서 짓기엔 아까운 표정이었다.

'조금은 쉬자.'

서윤은 집 안에 들어와서 텔레비전을 켰다.

그리고는 로열 로드와 관계된 방송으로 채널을 돌렸다.

실질적으로 아르펜 왕국을 통치하고 있는 사람이 그녀였으니 이현만큼이나 많은 정보를 필요로 했다.

아르펜 왕국에 대한 이미지는 굉장히 좋았고, 여러 지역들의 소개나, 축제들이 방송으로 나올 때마다 뿌듯했다.

그녀가 돌린 루온미디어의 채널에서는 포르모스 성의 전투가 방송 중이었다.

중앙 대륙의 유저들이 성을 공략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다.

-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 지금으로서는 공성전을 제대로 하지도 못할 정도로 보이죠?

- 예. 패배가 확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 이유가 무엇일까요?

- 반란군의 준비 부족 같은 게 아닙니다. 하벤 제국이 너무 강합니다. 괜히 제국의 지배자가 아닙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밖에는 안 됩니다.

마법 병단과 궁수 부대의 원거리 공격에 방송에서 유저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전진을 해가는 모습들이 방송을 통해서 나왔다.

- 하벤 제국의 군사력은 역시 굉장합니다.

- 중앙 대륙을 힘으로 움켜쥔 것이 우연이 아닙니다. 약간의 혼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륙을 정복하는 위업을 달성하는 과정에서는 불가피한 것이었죠.

- 제국은 날로 강해져가고 있고, 그러한 모습들이 지금의 전투에 고스란히 담겨져서 보여지고 있습니다.

"아..."

서윤은 진행자들의 멘트는 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보는 것은 전투 중에 죽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용기였다.

* * *

툴렌 지역의 포르모스 성.

예전 흑사자 길드에서 지배하던 영역으로 반하벤 제국의 정서가 유독 강한 곳이었다.

이곳에서도 반란군이 조직되어서 지역의 수도인 포르모스 성을 공략하려고 했다.

유명한 일반 유저들이 대거 합류했고, 레벨을 떠나서 많은 이들이 그 의기에 동참했다.

그러나 하벤 제국군의 정예 병력에 의해 5번의 공성전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포르모스 성의 성벽에서 날아오는 수많은 마법 공격들.

하벤 제국군이  두려운 점은 베르사 대륙의 NPC들로 구성된 마법 병단에 있었다.

막대한 고용 비용은 기본이고, 돈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발라야만 한다는 마법 병단.

하벤 제국군이 아니고서는 양성이 불가능한 부대가 하늘을 뒤흔들고 땅을 뒤집는 위력의 공격을 성벽너머로 퍼부었다.

"이렇게 끝날 수는..."

"저놈들은 지치지도 않나."

"마나를 빨리 회복시켜주는 마법 성소가 있어."

"아... 우리에겐 아무 희망이 없는가."

포르모스 성을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 일어난 유저들은 좌절했다.

다른 몇몇 곳들이 나름대로 분전이라도 했던 것에 비해 포르모스 성은 말 그대로 유저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포르모스 성은 특히 헤르메스 길드에서 방송까지 섭외해서 중계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처음부터 너무 큰 목표를 노렸던거 같아."

"후... 중앙 대륙에는 희망이 없으니 아르펜 왕국으로 넘어가야 되겠지."

포르모스 성의 공성전은 벌어지고 있었지만 유저들의 어깨가 무거웠다.

성벽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몰살을 하고 있었으니 그저 흩어지지만 않았을 뿐, 전쟁은 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죽음을 향한 길.

유저들의 발걸음에서 힘이 빠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두 번 정도의 공략 시도가 더 있을 수는 있겠지만 실패를 확인하는 자리에 불과하리라.

더군다나 이 지역의 패배가 방송으로 중계가 되면서 대륙 전체에 헤르메스 길드를 타도하자는 결심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대우가 불합리하고, 나쁘더라도 강한 힘을 가졌으니 참고 살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20만여 명이 무의미하게 목숨을 잃어갔다.

상황이 갑자기 바뀐 것은 그때였다.

- 말하고 싶은데,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겠죠. 혼자 가만히 숨을 쉬어요. 마음이 아프고 슬퍼 보고만 있었죠. 눈물도 흐르지 않았어요.

"누구야?"

"갑자기 노랫소리를..."

"전투 중의 노래라면... 위드?"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이건 목소리가... 여자야. 그리고 엄청 예뻐."

전투를 위해 걸어가던 유저들이 노래가 들리는 장소를 찾으려 주위를 둘러봤다.

"저기다!"

"하늘이다."

노래가 시작된 곳은 하늘이었다.

높은 하늘, 하냥 구름을 뚫고 날개를 활짝 펼친 채 내려오는 와이번 한 마리가 있었다.

그 와이번의 등에 타고 있는 여성 유저 한 명!

"저 분은..."

"누구야. 아는 사람이야?"

궁수들은 뛰어난 시력을 가져서 멀리 있는 사물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저저저저..."

"누구냐니까?"

"커헉. 어떻게 이런 곳에서..."

"글쎄, 누구냐고!"

"그분이야!"

"누군데!"

"세상에서 가장 예쁜 분."

"예쁜 사람이 한 두 명도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예쁘면 당연히... 여신님?"

"풀죽 여신님이다!"

"얼굴을 봐. 비슷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아. 여신님이 오셨다고!"

서윤의 등장!

그녀가 하늘에서 와삼이를 타고 날아오고 있었다.

-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고, 활짝 핀 꽃들을 봤어요. 얼음처럼 차갑던 이 길이었는데, 누군가 손을 잡고 같이 걷고 있네요. 밤이 오길 기다려요. 예쁜 달과 별이 반짝이고 있어요.

서윤은 맑은 음성으로 노래를 하며 와삼이를 타고 포르모스 성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지상에 있는 군중들의 시선이 멍하니 그녀를 따라갔다.

"노래를 듣는 건 처음인데. 에뻐."

"저런 음색으로 노래를 하다니... 정신 잃는 줄 알았다. 영상 녹화해서 평생 간직해야지."

"근데 전장에는 무슨 일로..."

"설마 같이 싸워주러 온 건가?"

"아르펜 왕국 사람이잖아. 중앙 대륙의 전투를 왜? 여기서 직접적으로 아르펜 왕국이 개입하면 복잡해지지 않나."

"그런 건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이곳까지 와서 보니 좋긴 하네."

어느새 소문이 퍼져서 포르모스 성으로 진격해가는 유저들은 전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풀죽신교 만세!"

"언니 아름다워요!"

"최고다. 우리 아들 이번에 대학 입시 치르는데 격력 한 마디만요!"

"풀죽풀죽풀죽!"

누군가가 풀죽을 외치자, 군중들 전체가 따라서 불렀다.

- 풀죽풀죽풀죽!

하늘까지 가득 울리는 풀죽의 외침!

군중들 대부분이 풀죽신도가 아니었음에도 그녀의 등장만으로도 이곳은 아르펜 왕국이나 마찬가지로 환호성이 울렸다.

순간 전장이라는 것도 잊어버린 채로 와삼이를 탄 서윤에게 열렬히 호응했다.

서윤은 군중의 환호를 들으면서 포르모스 성으로 접근했고, 곧이어 성벽에서부터 붉고 푸른 빛줄기들이 솟구쳐서 그녀에게 적중했다.

"...!"

"맞았다!"

"세상에... 이럴 수가!"

마법 병단의 마법 공격이 하늘에서 접근하던 서윤과 와삼이를 강타한 것이었다.

- 끄우와아악!

와삼이는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며 하강했다.

아르펜 왕국에서 사냥을 하며 꾸준히 성장을 했지만 수십여 개의 마법 공격은 와삼이를 다치게 만들었다.

지상에 충돌하며 떨어진 와삼이와 서윤!

탁 트인 평원에 포르모스 성에 가까운 위치라서 마법 병단의 손쉬운 표적이 됐다.

"저놈들은 뭐야. 제거한다."

마법 병단을 지휘하던 헤르메스 길드 유저는 와이번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고 지시했다.

"제 3병단. 공격해."

마법 병단의 공격이 융단 폭격처럼 서윤과 와삼이에게로 쏟아졌다.

_ 꾸에에엑!

날개를 다친 와삼이는 쪼그려 앉아서 몸을 감쌌다.

막강한 화력을 과시하는 마법 병단의 기본 공식!

서윤은 검을 들어서 마법 공격들을 쳐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미처 막아내지 못한 수많은 마법들이 그녀와 와삼이에게 적중했다.

군중들은 멍하니 그 광경을 보았다.

서윤은 광전사의 직업 특성상 로열 로드 전체에서도 강한 편에 속했다.

하지만 위드의 퀘스트와 아르펜 왕국의 통치로 인해 성장이 정체가 되었다.

서윤은 마법 병단의 일제 공격으로부터 와삼이를 보호하려다가 자신은 더 많이 얻어맞았다.

와삼이의 커다란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렀다.

- 끄그그극! 난 괜찮다.

"데려와 달라고 해서 미안해."

-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참 파란만장한 삶이었다.

와삼이는 넓적한 등을 움츠리며 중얼거렸다.

- 태어난 곳부터 전쟁터였고 싸우기 위해서 살아왔다. 빠르고 높게 대륙을 날아다녔으니 짧은 와이번의 생애지만 아쉬움은 없다.

"..."

- 내가 죽더라도 오랫동안 기억을 해다오. 용감한 와이번이었다고.

와삼이는 비틀거리면서 일어나서 서윤의 앞을 막았다.

- 내가 버티는 사이에 도망쳐라 살아라.

겁쟁이 와이번으로서 최고의 용기를 쥐어짜낸 발언.

서윤이 환하게 웃었다.

"걱정 마. 넌 죽지 않을 거야."

그녀는 위드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지금 와삼이를 소환해요. 빨리!"

아르펜 왕국에서 영문도 모르는 채 사냥을 하던 위드였지만, 서윤의 부탁에 조각 소환술을 바로 사용했다.

빛과 함께 빠르게 사라지는 와이번 와삼이!

무사히 화삼이가 빠져나간 곳에는 서윤 혼자만이 있었고, 그녀를 향해서 마법 공격들이 계속 퍼부어졌다.

서윤은 마법 공격을 보며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 그대와 같이 꿈을 꾸어요. 희망을 가지게 되었어요. 시작하기가 어려웠지만 포기하지 않아요. 용기를 내어 한 걸음씩 길을 같이 걸어요.

마법 공격들이 그녀를 휩쓸고 지나갔다.

서윤의 죽음!

로열 로드를 하면서 수많은 유저들이 죽음을 경험했다.

주로 몬스터와 싸우다가 생명력 수치가 0이 되어서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패널티로 레벨과 숙련도가 하락하고, 하루 동안 접속이 안 된다.

죽음을 자주 겪더라도 기분이 썩 좋을 수는 없었지만, 서윤의 죽음은 생방송을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됐다.

"그분이..."

"여신님이 죽었다."

방송을 통해 시청하던 북부 유저들은 커다란 상실감에 휩싸였다.

서윤의 존재는 로열 로드에서도 특별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수많은 미녀중의 한 사람일 뿐이지만, 위드의 조각품을 통해서 널리 알려졌다.

위드와 모험을 하고, 그 이후로 아르펜 왕국의 통치를 하면서 유저들과 가까이 다가갔다.

범접하기 힘든 미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판자촌에 놀이터를 짓고, 공원을 개설했다.

도시 조경이나 상업, 군사 시설만이 아니라 크고 작은 다양한 문화와 복지 혜택을 만들었다.

로열 로드에서는 돈을 뜯어가도 모자란 판에 초보 유저들을 위한 복지 혜택이란 상상 밖의 일!

풀죽신교에서도 풀죽여신으로 부르면서 추앙을 했다.

현실에서는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로열 로드를 하면 근심을 잊어버리고 열심히 풀죽거릴 수 있는 매개체라고 할까.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마음 한구석을 따스하게 해주는 존재였다.

그런 그녀가 하벤 제국군의 공격에 의해 죽었다.

쨍그랑.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던 직장인의 손에서 숟가락이 떨어졌다.

그가 화를 내기도 전에 방금 식당에 들어왔던 남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런 개놈들이!"

"야. 밥은?"

"지금 밥이 넘어가게 생겼냐. 가자!"

남자들은 먹지도 않은 밥값을 지불하고 서둘러 식당을 나섰다.

직장인은 멍하니 있다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이럴 때가... 아니지."

그는 취업을 하느라 로열 로드를 늦게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아르펜 왕국의 풀죽신교 회원!

이 엄청난 사건에 대해 분노하면서 일단 회사에 연락부터 시도했다.

휴가를 하루 써도 좋으니 오늘은 일찍 퇴근시켜달라는 부탁을 사수인 대리에게 하려고 했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무슨일이지? 곤란한데."

직장인은 팀장에게도 실패하고, 과장에게 회사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을때에야 비로소 통화가 이루어졌다.

막상 전화가 되고 나니 앞으로의 회사 생활에 대한 공포가 밀려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근무했다고 생각했다.

"저기 저 오늘 휴가를..."

- 방금 원철씨도 봤어?

차기환 과장.

엄격한 일 처리와 뛰어난 업무 처리 능력, 매사에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예? 뭘요?"

- 여신님이 죽은 거.

"아... 네. 그렇습니다."

차기환 과장도 풀죽신교의 회원이었던가.

회사에서도 다들 티를 내지 않고 있었으니 미처 알지 못했다.

- 퇴근해. 그리고 해야 할 일을 하도록 해.

* * *

루온미디어에서는 포르모스 성의 전투를 중계하고 있었다.

진행자들이나 출연진들은 헤르메스 길드에 의해 사전에 큰 선물들을 챙겼다.

각자가 원하던 장비와 저택, 사냥터 등의 혜택을 제공 받았기에 교묘하게 하벤 제국의 편을 들어주었다.

"하벤 제국. 강합니다. 다른 장점은 다 제쳐놓더라도 군사력에 대해서만 놓고 봤을 때 어설픈 힘으로 도전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죠. 괜히 제국이겠습니까?"

"반란군이 전투가 벌어지고 1시간여가 지났는데 성벽을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근처에 다가가기도 전에 소탕이 되고 있는 것 같네요. 용기는 알지만 정말 아쉽고 무의미한 죽음입니다."

"헤르메스 길드에는 영웅들이 많습니다. 로열 로드를 실질적으로 개척하고 먼저 이끌어갔던 강자들이 길드원으로 많이 가입되어 있죠. 그들이 제대로 나선다면 이 전투는 이미 끝났을 겁니다."

진행자들과 출연진들은 하벤 제국의 강함과 화려함을 수차례나 강조했다.

시청자 게시판도 진행자들이 이끄는 분위기에 따라 하벤 제국의 군사력이 놀랍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었다.

루온미디어는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서비스가 되었고, 인터넷 전용 채널도 가지고 있었다.

시청률 자체는 높지 않았지만 그래도 인지도는 꽤 있는 편이었다.

"전쟁은 가능한 벌어지지 않는 쪽이 좋습니다. 이 전투도 결과적으로 반란을 일으킨 유저들 모두에게 죽으면서 끝날 것 같습니다."

"하벤 제국은 대륙 정복의 경험을 바탕으로 NPC들로 구성된 강한 군사력을 보유했으며, 마법을 주도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성전에서 결정적인 장점이 될 겁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제대로 나서고 있지 않는데도 통치는 여전히 건재하죠."

"그럼 하벤 제국을 아무도 무너뜨릴 수 없습니까?"

"불가능한 건 없겠죠. 엠비뉴 교단급으로 전 대륙에 영향을 미치는 재앙이 일어난다거나, 혹은 드래곤이 습격한다거나요."

"하하. 가능성이 없는 일들 같은데요."

"그렇죠. 하벤 제국은 이미 어지간해서는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합니다."

포르모스 성의 전투는 일반 유저들이 다가오는 족족 격파되고 있어서 진행자들의 긴장도 느슨하게 풀려있었다.

그때 와이번을 타고 나타난 여성 유저가 화면에 잡혔다.

루온미디어에서 영상을 중계하는 유저는 포르모스 성의 성벽에 있었기에 멀어서 그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와이번이 추락하고, 서유이 마법 병단의 집중 공격을 받는 순간에 진행팀에 의해 화면이 확대되었다.

"어? 이런 말할 분위기는 아니지만 여성 유저의 얼굴이...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눈에 익은 느낌이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요."

"저 외모는 위드가 조각한 밤하늘의 별에서..."

서윤의 인기와 인지도 역시 대단했기에 방송 출연진들도 금세 알아봤다.

"속보입니다. 제작진측에서 알려주기로 아르펜 왕국의 풀죽여신이라고 합니다."

"확실한 정보인가요?"

"반란군 진영에서부터 입수된 정보입니다."

"와이번을 타고 온 것으로 보이는데. 와이번. 저것도 와삼이 아닙니까?"

그들이 보고 놀라움에 아는 척을 하려고 하는데, 마법 병단의 공격이 그녀에게 사정없이 적중되었다.

"아. 하벤 제국의 군사력은 막강하네요. 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무모하죠. 신화나 동화 속의 드래곤 나이트인가요? 와이번 한 마리 타고 나타난다고 해서 이미 불리한 전황을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마나 소모를 조금 늘릴 수는 있었겠지요. 그 정도가 한계입니다."

진행자들은 하벤 제국의 편에 서서 중계를 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헤르메스 길드에서부터 무언가를 얻어 먹은 게 있어서 그 값을 해야 된다는 의식이 강했다.

서유이 검을 휘두르며 꽤나 버티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사망하고 말았다.

진행자들이나 방송 관계자들은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

"헤르메스 길드가... 저렇게 예쁜 아가씨를!'

'유명한 유저인데. 그걸 떠나서 위드의 여자 친구잖아. 이걸로 위드와 헤르메스 길드가 한판 붙으려나?'

'포르모스 성에 뭐가 있나? 시청률이 좀 오르는 거 아니야? 그럼 내 출연료도 다시 협상을 해봐야...'

진행자들이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중에 PD의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폰에 들렸다.

- 너무 큰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방송 신중하게 해주세요! 지금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아... 그런데 방금 공격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예.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데 마법 공격을 가한 건 말이죠. 아주 심했습니다."

"전쟁터에 들어왔으니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만, 무자비한 마법 공격이었습니다."

진행자들은 급하게 태도를 바꾸어서 서윤의 죽음을 애도했다.

* * *

서윤의 죽음이 방송을 보도가 된 직후, 모든 인터넷 ㅁ커뮤니티에서는 충격으로 잠시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다 게시판이 폭주했다.

- 방송에 나온 게 방금 맞나요?

- 제가 잘못 본 거죠? 그럴 겁니다.

- 아르펜 왕국에 있어야 할 분이... 대지의 궁전에 머무르는 게 당연한 데요.

- 몇 시간 전에 초록 분수에서 쉬시는 거 봤습니다. 루머인 듯.

- 아닙니다. 확실해요. 와삼이를 타고 있는 광경이 제대로 영상 잡혔습니다.

게시판이 뜨겁게 달아오르기는 했지만, 방송 영상에 서윤이 계속 반복되어 나오고 있었다.

각 검색 사이트의 순위권도 서윤이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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