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49권 : 2. 네리아 해전 (331/520)

2. 네리아 해전

하벤 제국 해군!

그들의 기항지는 항구 보라스크였다.

"우린 바다의 지배자들이다. 그 누구도 우리들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제국 해군은 자부심이 드높았다.

바다에서는 배의 성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높은 기술력과 막대한 군비를 소모하는 그들이 대륙 최강이라고 생각했다.

제국 해군들은 드린펠트와 하킴이 아르펜 왕국에 의해 박살이 난 뼈저린 과거를 복수할 기회만 노리고 있던 참이었다.

- 항구 레자드에서 북부 유저들의 출항!

- 목적지는 리튼과 로디움. 상륙을 준비 중임!

조용히 전쟁을 대비해서 힘을 기르던 제국 해군에 첩보가 입수되었다.

"우리도 출항이다."

해군 제독 칼맨은 출항을 결정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에도 공식적으로 허락을 받았다.

"전원 토벌하세요. 우리가 힘이 없어서 참은 게 아닙니다. 하벤 제국에 대항하면 어떻게 된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라페이와 참모들은 북부 유저들의 상륙을 내버려둘 수는 없는 처지였다.

아직 북부 유저들도 성질 급한 일부만이 전쟁에 뛰어들고 있었기에 산악 지대가 많고, 발전이 더딘 하르판과는 달랐다.

로디움과 리튼은 꽤나 번성한 왕국이 있던 지역,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과 군대도 많이 배치되어서 정복 당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방송으로는 북부 유저들에게 하벤 제국이 전면적으로 전투를 일으키는 광경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하벤 제국이 고작 초보자들로 모인 북부 유저들에게 시달리는 모습은 얼마나 꼴 보기 싫고, 반란군을 자극하겠는가.

"바다에서 전부 수장시켜주세요. 놈들은 제국의 땅을 밟을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칼맨은 중장갑을 두른 전열함 300대, 그 외에 갈레온과 카락 등의 다수의 전투선을 이끌고 동쪽으로 향했다.

* * *

"놈들이 보입니다."

"적 함대 발견! 총원 전투 배치!"

하벤 제국 해군은 거대한 선단의 무리를 멀리서부터 발견했다.

로열 로드에서는 수많은 유저들이 인터넷에 올리는 영상과 방송국이 있기 때문에 정보전이 크게 의미가 없다.

아르펜 왕국의 선단도 일찌감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전투를 벌이기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드린펠트와 하킴과 같은 실수는 하지 않지. 난 다른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과는 다르다. 방심하지 않고, 적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내 능력을 완전히 발휘하여 상대를 격파할 뿐.'

칼맨이나 헤르메스 길드의 해군에 소속된 유저들은 해상전의 중요한 요소인 해류와 바람의 방향을 고려하여 위치를 잡았다.

"어마어마하군."

"직접 보니 더 장관이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막상 아르펜 왕국의 선단을 보니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띠링!

< 적의 함대 발견! 아군을 압도하는 대규모 함대입니다. 선원들의 사기가 20% 감소합니다. >

끝없는 평야나 숲을 보는 것처럼 바다가 배로 뒤덮여 있다.

돛을 활짝 펼친 배들이 남쪽으로 항해를 해가고 있었는데 살짝 겁이 날 정도였다.

칼맨과 해군 유저들도 상당히 많은 해상전을 치르기는 했지만 이런 규모의 적과 싸우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질 거란 생각은 안 했다.

'바다는 육지와는 다르다. 배의 성능과 바람. 이 조건들이 승패의 중요한 요인이 되지.'

제국 해군은 신중하게 전술을 짰다.

"대포는?"

"장전 완료입니다. 언제라도 쏠 수 있습니다."

"바람을 등지고 적의 외곽부터 타격한다. 끌려들어가지 않도록 하라!"

"예. 제독!"

제국 해군은 길게 늘어나서 북부 유저들의 선단을 맞이했다.

"사거리에 들어왔습니다."

"발사!"

제국군의 전열함들이 포문을 열고 일제히 대포를 발사했다.

굉음을 내며 바람을 타고 날아간 포탄들이 북부 유저들의 배에 적중되었다.

콰과과광!

포탄의 일부는 바다에 떨어져서 높은 물기둥을 일으켰다.

"침몰한다!"

"어서 피하세요!"

북부 유저들의 선박 중 수십 척이 가라앉았다.

일부는 선체가 파괴되어서 깊은 바다로 서서히 침몰하고 있었다.

"우리도 쏩시다. 발사!"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장전하는 대로 쏴줘요!"

선두에 있던 북부 유저들의 배들도 갑판에서 선원들이 포를 쐈다.

배에서 새하얀 연기를 일으키면서 쏘아진 포탄은 제국 해군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바다에 떨어졌다.

"크크큭."

"아. 이거 너무 쉬운 거 아닙니까."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웃음이 나오는 걸 참기 어려웠다."

'이건 이겼다.'

칼맨도 적 선단의 규모를 보며 생겼던 긴장을 풀며 확신을 가졌다.

해상전에서는 배의 규모와 성능, 대포의 사정거리가 굉장히 중요했다.

바람을 등지고 쏘는 대포는 사정거리가 조금 더 길어진다.

비슷한 성능의 대포를 쏘더라도 제국 해군이 유리했는데 기본적인 사정거리의 차이가 크다면 말할 것도 없다.

'절대적인 승리야. 적의 숫자가 아무리 많더라도 닿지도 않는데 무슨 싸움을 한단 말인가.'

칼맨은 제국 해군에 신호를 보냈다.

"우회하면서 계속 포격한다. 배의 성능에서 우리가 압도하니 사정거리 밖에서 끝까지 쏜다."

"예. 제독님!"

제국 해군은 약속된 움직임을 하며 포탄을 계속 쏘았다.

대포가 달아오를 정도로 쏘아진 포탄은 밀집해 있는 북부 유저들의 선단을 무참히 타격했다.

속력을 최대한 높인 모험가 전용 배들이 앞으로 튀어나왔지만 그들은 맞추기 쉬운 표적이 될 뿐이었다.

노련한 제국 해군은 포격을 가해서 선두의 배부터 박살을 냈고, 우월한 기동력을 이용하여 계속 움직였다.

북부 유저들의 배가 돛을 활짝 펴고 다가오려고 해도 거리는 오히려 더 멀어진다.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들은 제국 해군의 포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우리라도 나가자. 우리 배는 저것들을 따라잡을 수 있잖아. 전열함은 느리다고."

"안 돼. 우리만 앞서가면 일제 포격을 당하고 말 거다."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들은 북부 유저들이 모인 선단의 중심이었다.

그들까지 격파되고 난다면 어떤 수단도 남는 것이 없다.

거대한 북부 유저들의 선단이 한 덩어리로 모여 있었지만 제국 해군은 그들을 말 그대로 지워나가고 있었다.

육지에서 유저들이 죽음을 경험하면 레벨과 숙련도, 아이템을 잃어버리는 패널티를 받지만 다시 되살아난다.

하지만 바다에서는 침몰하거나 부서진 배들은 다시 복구되지 않았다.

아르펜 왕국에서 지금까지 키워온 해상전력.

그 대부분의 배들이 네리아 해의 깊은 바다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드넓은 바다에서 격침당한 배들의 잔해로 가득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과 제국 해군은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이겼다, 우리 측의 피해는 한 척도 없이 저것들을 전부 가라앉혀버리자고."

"해전의 역사에 길이 남을 전쟁이 되겠지. 놈들은 이미 멀리 와서 다시 아르펜 왕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한다."

제국 해군은 만약 북부 유저들이 뱃머리를 돌려서 도망치더라도 끝까지 쫓아갈 작정이었다.

이미 승리를 대비하여 포탄과 물, 식량을 갖춘 수송선까지도 따라왔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해상 교역을 중심으로 하는 상단 '영광의 바다'가 선박을 전부 이끌고 왔던 것이다.

"풀죽풀죽풀죽!"

북부 유저들은 돛을 활짝 펼치고 최대한의 속도를 냈지만 물러서면서 포격하는 제국 해군의 밥이 되고 있었다.

- 까우우우우!

그때, 먼 바다에 들리도록 세차게 울부짖는 조인족이 있었다.

조인족 유저 중에서 최고로 꼽히는 날쌘 찬바람.

찬바람의 종족은 제비로서 최초로 날쌘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은 조인족이었다.

- 작전 개시다앗!

북부 유저들의 돛과 갑판에서 조인족들이 일제히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머리를 붉게 염색한 조인족들이 선두가 되어서 새들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 돌격!

조인족들은 충돌 파괴력을 증가시켜주는 왕관을 착용한 채로 제국 해군을 향하여 덤벼들었다.

조인족에게 맞는 방어구이면서 공격력 향상 아이템!

"배를 보호하라!"

제국 해군의 마법사들은 조인족들에게 공격 마법을 발동시켰다.

수많은 화염과 빛줄기들이 하늘로 솟구쳤으며, 일부의 마법사는 전열함을 옅은 보호 마법으로 감쌌다.

- 산개해서 무너뜨려!

- 꼬끼요옷!

조인족들은 마법 공격을 피하여 흩어져서 배로 돌진했다.

공중에서 적중되어 회색빛으로 변해서 사망하거나 튕겨나가는 조인족들!

그럼에도 절반 가까운 조인족들이 전열함으로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 꾸에에엑!

조인족들이 단단한 전열함의 갑판에 충돌했다.

쿠우우웅!

전열함에 미미한 미동이 생기기는 했지만 갑판은 뚫리지 않고 멀쩡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 중의 한 명이 큰소리로 웃었다.

"멍청한 놈들. 너희들의 전술이야 빤한 거 아닌가. 이거 강철로 강화 된 배다!"

중갑을 둘러서 강화된 전열함!

그말을 들은 조인족 유저 뚤치는 죽기 직전에 통신 채널을 통해 알렸다.

- 뚤치 : 강철로 강화된 배라고 합니다. 부딪친 머리가 아픕니다. 무모한 돌격은 의미가 없... 크윽!

조인족들은 이미 돌진을 하고 있었다.

수많은 마법 공격에 의해 당하고 있었기에 지금 다시 하늘로 날아간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

- 찬바람 : 선체가 안 된다면 돛이라도 부숩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합시다.

바람을 가르며 아래로 내리꽂히는 조인족의 눈동자와 부리에 힘이 잔뜩 실렸다.

- 찬바람 : 우린 하늘을 영역으로 삼고, 바람을 타는 조인족입니다. 갑시다아!

북부 유저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조인족들은 특히 용감했다.

애초에 생명력은 적지만 빠르게 날개를 펼쳐서 날아다니는 직업이다.

그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들!

조인족들은 서윤을 만나서 말을 들었던 적도 있었기에, 기꺼이 그녀를 위해 목숨을 내던지기로 했다.

- 둘까치 : 도망 따위는 없습니다. 맹렬하게 폭격합시다. 해야 할 것을 하는 거죠.

- 타르고 : 5분 후에도 살아남아 있는 조인족이 없길 바랍니다.

조인족들이 일제히 전열함에 내리 꽂혔다.

갑판에 부딪치는 건 의미가 없었기에 대포를 장전하는 수병들에게 부딪치거나 돛을 묶어둔 밧줄을 쪼았다.

따다다닥!

"안 돼. 이놈의 새들!"

조인족들은 놀라운 솜씨와 빠르기로 밧줄을 쪼아서 돛을 떨어뜨려버렸다.

건물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육중한 전열함은 하부에 노를 젖는 시설이 없었다.

넓고 큰 돛을 3, 4개씩 달아놓았는 데 하나만 떨어져나가더라도 그렇지 않아도 느린 기동력에 큰 장애가 생긴다.

"쯘. 예상은 했던 대로군."

칼맨은 돛이 뜯겨져나가거나 구멍이 뚫린 전열함들의 상태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대비는 했어도 완전히 막진 못했나. 그래도 이 정도라면 상관할 바는 아니지."

조인족을을 해치웠으니 변수는 대부분 사라졌으리라.

"우현전타. 돛에 피해를 입은 선박들은 전장을 빠져나가서 완벽히 수리를 하고 돌아온다."

제국 해군이 시간을 끄는 사이에 절반 정도늬 전열함이 전투 지역을 이탈했다.

북부 유저들에 둘러싸여서 벌떼 공격에 당해주지 않기 위해서 느리지만 미리 움직인 것이었다.

전열함과 전투형 범선들이 포격을 뿜어내는 사이에 안전하게 저강히 거리를 두고 멀어졌다.

큰 메인 돛을 선원들이 다시 올리고, 그 사이에 수송함으로부터 포탄도 보충하려 했다.

북부 유저들의 선단은 전속력으로 접근하고 있었지만 제국 해군은 물너서면서 포격을 계속 했다.

천둥벼락을 치는 것 같은 굉음 속에서 날아온 포탄들이 북부 유저들의 선박을 산산조각 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의외로 너무 쉬운 싸움이라는 생각을 했던 바로 그때였다.

크르르릉!

무언가가 크게 걸리는 소리와 함께 전열함들의 선체가 일제히 기우뚱 흔들렸다.

"무슨일이냐!"

"배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럴 리가..."

칼맨이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처음으로 당혹스러웠다.

바다에서 가장 두려운 상황 중의 하나가 배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하필이면 그것도 전투 중에!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바람에 팽팽하게 펼쳐진 돛을 보며 이상하게 여겼다.

"바람은 정상인데. 무슨 일이지?"

"물속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들이 미처 알지 못했지만, 수중에도 북부 유저들이 있었다.

* * *

풀죽신교 비상전략상황실.

해군 전투 지휘반에는 전 세계의 해군 엘리트들이 모였다.

"해전은 우리의 전력으로는 무리입니다. 선박의 배수량에서부터 무기 체계까지 격차가 너무 큽니다."

"그래도 우리가 숫자는 많지 않습니까?"

"북부 유저들은 제대로 된 무장 상태가 빈약합니다. 모험가나 상인들의 배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고, 게다가 대포를 장착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중대한 전력에 차이가 나는 부분이죠."

아르펜 왕국에서는 조선소의 기술력이 중앙 대륙에 비해 크게 뒤떨어졌다.

조선 장인들은 조금씩 빠르고 큰 배를 만드는데 급급하고 이는 수준으로 대포는 주문하는 경우마저도 드물었다.

꼭 필요하면 베키닌처럼 해적들이 들끓는 도시에 가서 정착을 하고 오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북부 유저들은 배에 대포를 아예없애고 교역을 위해 창고의 적재함을 늘렸고, 배의 기동력을 향상시켰다.

포술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선장이나 선원들도 흔했던 것이다.

"조인족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들만으로 제국 해군을 제압할 수는 없습니다."

"전투 진형을 잘 짜는 것은?"

"제국 해군이 바보가 아니라면 외곽에서부터 무너뜨리겠죠. 제대로 싸워주지 않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대포와 배, 숙련된 선원. 해전의 중요한 요소들에서 우리가 극도로 불리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상륙 작전을 막아야 할까요?"

"우리가 가진 모든 걸 이용하여 작전을 잘 짜봐야 되겠죠."

해군 엘리트들이 네리아 해에서 벌어질 해전을 연구했다.

전쟁은 벌어지기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믿는 그들이었다.

밤낮을 세면서 회의한 그들은 어려운 결론을 내렸다.

"승리를 위해서는 우리가 원하는 장소에서 놈들과 싸우도록 해야 합니다. 최대한의 준비를 해놓고 말이죠."

"망망대해에서 그게 가능할까요?"

"예. 가능하도록 해야죠."

"해상 전술이 좀 어려운 것 같은데요. 바람과 해류까지 감안하여 시간을 맞추기가 힘듭니다."

"북부 유저들이 복잡한 전술을 따르도록 하는 게 아니라, 큰 배를 가진 몇몇이 전체 무리를 이끌도록 해야 합니다."

"으음... 그런 방식이라면."

"그리고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마지막에는 위드님이 등장하시면 좋습니다."

"위드님까지요?"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때, 제국 해군을 완전히 수몰시키기 위해서말이죠."

* * *

깊은 바다.

어둡기까지 한 해저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돌아다녔다.

그 바다를 자기 집 안방처럼 머무르는 유저들이 있었다.

"언니, 여긴 해산물이 많아."

"응. 다 따서 수산시장에 팔면 대박이겠다."

"나중에 캐가자."

"그래."

아르펜 왕국에서 해녀들로 이루어진 꼬막죽, 해초죽, 미역죽, 전복죽 부대에서도 최고의 실력자들!

최대 한 시간이나 잠수가 가능한 그녀들은 가끔씩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북부 유저들의 선단과 제국 해군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아직도 멀었네."

"슬슬 오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전 지나가던 우럭이 알려줬어."

"준비를 하자."

800여명으로 이루어진 꼬막죽 유저들은 해저에서 대게와 새우를 잡아서 한곳에 묶어놓았다.

네리아 해의 심해에서 갓 잡은 해산물들!

곧 전투가 벌어진다지만 부지런한 해녀들에게는 가만이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윽고 북부 유저들과 하벤 제국 해군의 선단들이 전쟁을 벌였고, 그 여파는 수면 아래로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배를 박살내면서 터지는 포탄과 물 기둥.

침몰하여 깊은 바다로 가라앉은 북부 유저가 타고 있던 선박의 파편들.

"아..."

"기다리자. 복수는 꼭 할 거야."

해녀들은 조용히 기다렸고 약속했던 대로 일부의 전열함이 물러나고 나서 움직였다.

전장에 머무르며 포격을 하고 있던 제국 해군의 선단들.

그들의 선체 아랫부분을 쇠사슬로 다른 배나 해저의 암초들과 단단히 묶어놓았다.

* * *

"배들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돛을 확인해!"

"멀쩡합니다. 키가 말을 듣지 않는 상태입니다. 어어어!"

전열함들은 추진력을 잃고 제멋대로 뒤엉켰다.

몇몇 선박은 이동 자체가 불가능했고, 나머지는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

"돛을 완전히 펼쳐!"

조타수가 키를 돌리면서 돛에 바람을 한껏 받았는데 무언가가 강하게 잡아끄는 느낌이 났다.

"배가 다가온다, 피해라!"

"으아아악! 오른쪽 측면! 측면!"

갑판에 있던 선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오른쪽에 있던 전열함 샤렛호가 자신들을 향해 정면으로 덤벼들고 있었다.

"충돌한다. 어서 배를 멈춰!"

"우리 마음대로 안 돼!"

선장과 항해사들이 외쳤지만 상대 전열함은 이미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뭐든 잡아라!"

"전원 충돌 대비!"

전열함끼리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선체가 크게 파손되었다.

다른 전열함들도 갈피를 못 잡고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바다에 뭐가 있다!"

누군가가 전열함들끼리 묶여있다는걸 깨달았지만 당장 손을 쓰기는 어려웠다.

그때 북부 유저들의 선단은 계속 다가왔다.

칼맨은 전체 통신 채널로 명령을 내렸다.

"포격을 계속한다. 일부는 바다로 뛰어들어서 문제를 해결한다."

전열함들과 전투선들이 도열하여 북부 유저의 선단을 향해 불길을 내뿜었다.

배의 양쪽 측면에 대포가 배치되어 있기에 일부는 사용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강력했다.

반면에 바다로 뛰어든 유저들은 고역을 면치 못했다.

"으악. 그물에 몸이 엉켰다!"

"해파리가 붙어서 떼어지질 않아...."

높은 레벨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라도 해저에서의 활동은 어려웠다.

포격용으로 개조한 카락을 가지고 해적이나 바다 괴물을 사냥하며 해상에서 빠르게 레벨을 올리는 게 정석이었다.

배를 모는 스킬은 뛰어났어도 해저에서의 사냥은 전문분야가 아닌 것이다.

"우리 할 일은 다 했네."

"언니. 슬슬 마감치자."

해녀들은 그들과 싸우는 걸 포기하고 멀리 떨어져서 전복을 캤다.

* * *

해군 특수부대 출신 유저들도 로열 로드를 했다.

현실에서 각 국가마다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던 그들은 아르펜 왕국에서 하나로 뭉쳤다.

"전쟁이라면 반드시 이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하지요. 적들의 물량이 우리를 넘어서더라도 문제없습니다. 열악한 보급이나 장비가 어디 하루 이틀의 문제도 아니고요."

"바다의 제왕은 우리입니다."

해군 특수부대 출신 유저들은 주로 상어죽 부대에 가입해 있었다.

상어죽 부대는 위험한 임무를 부여받고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일찌감치 조인족들에 의해 네리아 해의 한 복판에 투입되었다.

"수면과의 거리 34미터."

"낙하!"

공수부대처럼 바다에 뛰어든 그들은 오리발과 물갈퀴를 착용했다.

하벤 제국군이 정찰을 하지 않는 범위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시커멓게 칠한 상어죽 부대!

바다의 수많은 물고기들이 그들의 곁을 맴돌다가 지나쳤다.

"목표물은?"

"정찰병의 보고로는 3킬로미터 떨어져 있답니다. 지금 남동쪽으로 이동중입니다."

"빠르게 따라잡는다."

상어죽 유저들은 헤엄을 치며 고속으로 이동했다.

대형 바다 괴물.

뱃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몬스터인 크라켄 무리를 잔뜩 끌고 오기 위해서다.

당연히 상어죽 부대는 해야 할 일을 알고 나서 웃었다.

북부 유저들, 아르펜 왕국을 위해 멋지고 중요한 임무를 해낸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 * *

제국 해군은 느리게 움직이면서 포격전을 벌였다.

북부 유저들의 선단이 점점 가까워지고는 있었지만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에게 위기감은 별로 없었다.

'놈들의 실력은 대충 파악되었다. 싸구려 대포에 명중률도 형편없고... 우리 배들의 방어력이라면 버틸 수 있다.'

오히려 북부 유저들의 선단이 가까워지면서 제국 해군의 포격 명중률과 파괴력이 대폭 늘었다.

꽈과과광!

제국 해군의 대포가 일시에 불을 내뿜으며 북부 유저들의 선단 한 무리가 격침되었다.

사난조각이 난 배들의 잔해가 다른 유저들의 항로를 가로막기도 해서 거리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칼맨이 그 광경을 보며 싱긋 웃었다.

"애초에 너무 신중하게 싸웠나? 그냥 정면으로 돌격을 했더라도 피해는 있었겠지만 지진 않았을 것 같군."

1등 항해사 곤잘로도 그 의견에는 동감이었다.

"강제로 적의 중심을 부수는 전술이 해전의 묘미이긴 하죠."

"지금이라도 시도해볼 수 있는 전술 같은데."

"가능은 할 것입니다."

우월한 배의 성능을 바탕으로 적의 함대의 정중앙을 뚫고 들어간다.

양쪽 갑판에 배치된 대포들이 한꺼번에 포탄을 토해내면 괴멸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적의 병력이 배에 오르면 백병전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만, 카락급이라면 몰라도 전열함은 갈고리를 걸어도 갑판에 올라오기 어렵다.

물론 올라오더라도 제국 수군은 백병전에도 단련이 되어 있어서 문제가 없었다.

끝없는 물량공세를 펼칠 수 있는 평원에서의 회전과는 다르다.

배에서의 전투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가 일단천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백병전으로 버티는 사이에 포격을 계속 뿜어내다보면 남아 있는 적선은 없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도록 한다. 일부의 전열함이 이탈한 상태이기도 하고, 이대로 한 시간 정도만 버티면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겠어."

칼맨에게 전체 전장의 그림이 그려졌다.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고, 침몰하는 북부 유저들의 배가 더욱 많아진다면 그때부턴 어떤 전술이든 마음껏 보여줄 수 있었다.

"카락들에게 추격전도 준비하도록 하게. 아르펜 왕국의 항구까지라도 쫓아가서 격침을 시키도록 해야지."

"예. 전달하겠습니다."

칼맨은 느긋하게 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전열함이 모여 있는 갑판 위로 무언가가 툭 던져졌다.

꿈틀꿈틀

수박만한 크기의 귀여운 문어가 다리를 움직이면서 옆으로 기어갔다.

"이건 문어? 구워먹으면 맛있겠군."

수변 한 명이 문어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광경은 여러 전열함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용감한 상어죽 부대!

네리아해에 있는 각 크라켄 서식지로 천여 명이 파견을 가서 절반이 넘는 유저들이 희생되었다.

그럼에도 새끼 크라켄들을 무사히 잡아와서 전열함 위로 집어던지거나, 배의 측면에 단단히 묶어두었다.

"우리 할 일은 다한 거 같군."

"마지막 임무가 남았습니다."

"그렇지. 최후의 임무를..."

상어죽 부대는 전열함의 측면으로 올라서 포실 내부로 침투했다.

"침입자들이다!"

제국 수병들이 있는 곳은 헤르메스 길드 유저도 지키고 있었다.

그들끼리 전투가 벌어지는 사이에 상어죽 유저들은 대포를 조종했다.

"이쪽인 것 같은데..."

"일단 마구 쏴!"

상어죽 유저들은 대포의 방향을 바로 옆에 있는 전열함으로 틀었다.

"발사!"

대포의 포탄들이 가까운 거리에 있던 전열함의 갑판과 선체를 꿰뚫고 들어갔다.

"놈들을 제거하라."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수병들을 이끌고 들어오는 것을 악착같이 방어했다.

레벨과 전투 능력으로는 애초에 상대가 안 되기 때문에 대포를 사방으로 날렸다.

심지어는 화약을 안고 직접 터트리기까지 했다.

상어죽 유저들의 활약에 침몰하거나 반파된 전열함만 7기.

"여기까지인 것 같군."

한국의 전설적인 경력을 가진 해군 특수부대 대위 곰장어를 향해 상어죽 유저들이 경례를 붙였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나를 따라줘서 고맙다."

"통닭집에서 뵙겠습니다."

상어죽 부대는 일을 마치고 종로의 통닭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들이 죽은 이후에 벌어질 네리아 해의 해전을 보면서 치킨에 맥주 한 잔이 약속된 계획이었다.

* * *

"반항이 제법 거세군."

칼맨은 기함인 빅토리아 호의 갑판에서 전황을 살폈다.

일부 점거 당한 전열함들이 아군을 공격하고, 그에 대한 반격과 진압이 이루어지면서 조초하는 배들이 있었다.

"북부 유저들이나 아르펜 왕국은 과연 무시할 수 없었어. 호락호락하게는 죽지 않는단 말인가."

칼맨은 하벤 제국이 과거에 싸울때마다 어째서 실패를 거듭했는지를 알 것도 같았다.

"상대의 전력을 우습게보고 덤볐다가는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자꾸 벌어지게 된다. 준비가 부족하다면 당황하게 되는 거지."

제국군의 육산 전력은 한꺼번에 모이기 힘들 정도로 가공했다.

반면에 해상 전력은 처음부터 아르펜 왕국을 제압하는 방향으로 성장했다.

'그래. 이 정도는 해줘야지. 명승부가 되진 않겠지만... 저항을 해줄수록 완벽한 승리를 거둔 내 이름이 더 빛날 것이다.'

해전에서 박빙의 승부를 연출하고, 방송 장면을 만들기 위해 마음 같아서는 데미캐논 몇 기라도 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적들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다 꺼냈나? 전투의 후반은 조금 졸렬해지겠군.'

북부 유저들의 배들 중에서 그나마 덩치가 큰 교역선이나 중형 범선이 파괴되면 낚싯배들 따위야 고려의 대상도 아니었다.

"끝났군."

"크크. 아르펜 왕국의 바닷가를 초토화시켜버리자고!"

전열함의 갑판에 서서 신이 나 있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었다.

그들의 곁에 거대한 촉수들이 지나가며 배의 갑판과 돛대를 움켜쥐었다.

콰드드드득

"습, 습격이다!"

대포를 장전하던 수병들이 깜짝 놀라서 고함을 질러다.

그리고 바다에서부터 솟구친 촉수들이 전열함을 단단히 감쌌다.

"이건... 크라켄?"

"크라켄의 습격이다!"

대형 바다 괴물 크라켄!

< 크라켄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네리아 해의 전설! 자욱하게 해무가 깔리고 나면 바다를 조심해라. 깊은 바다에서 끔찍한 그 무언가가 먹잇감을 노리기 위해 올라오고 있다. 모든 수병들의 사기가 85% 저하됩니다. >

크라켄의 등장.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하필 이런 때에..."

"물리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발이 묶이겠다."

"여긴 크라켄 출몰 지역이 아닌데. 설마하니 북부 유저들이 크라켄까지도 몰고 온 것인가?"

제국 해군은 바다를 안정시키는 임무를 달성하는 와중에 크라켄을 퇴치한 여러 번의 경험치 있었다.

"침착하게 대응하라. 크라켄이라고 해도 우리의 함대에는 별 게 아니다."

칼맨이 고함을 치며 병력을 격려했다.

< 수병들의 사기가 50% 회복됩니다. 대포의 장전 속도가 빨라집니다. >

바다 생명체 중에서도 크라켄은 극도로 짜증이 나는 몬스터 중의 하나였다.

바다 깊은 곳에서 촉수 같은 다리를 움직이면서 배를 붙잡아 파괴해버린다.

제국 해군이 맹렬하게 공격을 하더라도 막대한 생명력을 가진 크라켄은 다시 바다에 잠수하여 유유히 떠나버리는데 매우 귀찮이 짝이 없었다.

"대충 쫓아버려라."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도 검을 들고 뱃머리까지 올라온 크라켄의 두꺼운 다리들을 제거했다.

크라켄만 내보내면 더 이상의 변수는 없으리라!

칼맨과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그렇게 바라고 있었지만, 전열함이 모여 있는 부대의 도처에서 크라켄의 다리들이 올라왔다.

"더 등장했다."

"많다! 한 두 마리가 아니야."

적어도 십여 마리가 넘는 크라켄들이 전열함이나 카락들을 붙잡고 있었다.

크라켄의 다리에 붙잡힌 배들은 부서지거나 이동이 불가능했다.

칼맨과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에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격퇴해! 북부 놈들은 뒤로 미루고 크라켄들부터 처리하는 게 우선이야."

크라켄은 공격을 하다가도 먹이가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느끼면 물러간다.

그렇기에 마법이나 대포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면 퇴각하리라고 봤다.

"피해라!"

크라켄들의 다리는 돛대를 쳐서 부러뜨려버리고, 수병들을 휩쓸어서 바다에 빠뜨렸다.

- 우으어어!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전열함들을 붙잡았다.

끈끈한 다리의 촉수부분이 배를 감싸고 바다 깊은 곳으로 끌어들이기까지 했다.

전열함의 복원력이 뛰어나서 쉽게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선체의 파손부위를 통해 침수 피래가 잇따랐다.

전열함들은 아군의 배가 부서질 수도 있어서 대포로 공격하기도 힘들었다.

"이건 왜 이렇게..."

크라켄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집요한 공격에 대해 의구심을 느낄 때였다.

전열함과 무장 카락들이 밀집해 있는 제국 해군의 중심부의 바다에 잔잔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바다 한복판의 작은 소용돌이.

조금씩 안개가 일어나고, 맑은 하늘에서는 돌풍과 빗방울들이 떨어진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배에 달라 붙은 크라켄들을 물리치느라 정신이 없어 늦게 알아차렸다.

일찍 알았다고 해도 어찌할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미친 바람과 소용돌이.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대작의 조각품을 파괴하여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이 펼쳐진 후였기 때문이다.

* * *

위드는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가 모는 해적선의 갑판에 서 있었다.

네리아 해전!

며칠 전, 프렉탈로부터 계획을 보고 받고 나서 당연히 참석하기로 했다.

"저,정말이십니까. 와주시는 겁니까?"

"예."

"위드님이라면 바쁘실 줄 알았는데,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헤르메스 길드에 나쁜 짓을 한다는데, 있던 약속이라도 취소해야죠."

"과연 성실한 나쁜 놈 같으니!"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의 존경심이 더욱 깊어졌다.

정확한 시간에 유린을 데리고 그들의 해적선에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대재앙을 일으킬 대작의 조각품까지도 현장에서 순식간에 뚝딱 만들었다.

갑판에서 고작해야 30분 정도 만에 대작의 조각품이 만들어지는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위드는 자연 조각술로 바닷물을 공중에 띄워놓고 조각칼로 깎았다.

잠시도 쉬지 않고 조각칼을 잡은 손이 움직일 때마다 물방울이 깎이고 다듬어지면서 형태가 바뀌었다.

짙은 안개와 무시무시하게 깊은 소용돌이.

그 중에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건, 물을 깎아서 표현한 크라켄들!

크라켄들이 소용돌이에서 날뛰는 무서운 대작 조각품이 만들어졌다.

대재앙을 일으키는데 크라켄이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일종의 장식품이었다.

보드미르가 침을 꿀꺽 삼키면서 물었다.

"이번 계획에서 재앙을 일으키는 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요. 조각품이 실패하면 어떻게 하려고 하셨습니까?"

"실패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잖습니까. 아무리 위드님이라도 실패하면 어쩌시려고요?"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들만이 아니라, 해적들조차도 위드가 대답할 말에 관심을 가졌다.

조각술, 예술이란 언제든 원한다고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도 현장에서 만들다니 뭔가 다른 대책도 있었을 거라고 믿었다.

위드의 입가에 잔잔한 썩소가 머물렀다.

"예술이란 말입니다. 절대 실패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럼 순수하게 실력에 대한 자심감으로..."

"예. 지금이 바로 그 순간입니다. 나쁜 짓을 할때는 예술적인 영감이 솟구친단 말이죠."

헤르메스 길드에게 엿을 먹여줄 생각에 멋지게 완성된 대작 조각품!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이 파괴력을 발휘하면서 바다에서 거대한 소용돌이를 수십 개나 일으키고 있었다.

크라켄에 의해 발이 묶인 제국 해군은 휩쓸리지 않을 수가 없었고, 그것은 곧 괴멸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돛을 걷어라."

"파도가 너무 높다. 뭐든 잡아!"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전열함이라도 빨려 들어갈 수밖에는 없었다.

"전력 질주. 이 지역을 벗어난다."

선장과 항해사들이나 조타수들은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했다.

소용돌이를 이용하여 오히려 속도를 높여서 단숨에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밀집해 있는 다른 배들이 나타나서 가로 막았다.

"피해. 이 멍청아. 왜 이쪽으로 와서..."

"키가 말을 안 듣는다."

"충돌대비. 충돌한다아아아아!"

"어어어어. 크라켄이다!"

제국 해군은 사방에서 아우성을 쳐댔다.

미친 바람에 소용돌이.

기우뚱거리는 제국 해군들이 빙글빙글 돌면서 소용돌이의 중심부로 끌려들어간다.

콰지지직 콰드득

전열함들은 소용돌이 속에서 부딪치고 파괴되었다.

단단한 선체는 여러 번의 충돌에도 버텨냈지만 다른 배들과 부딪치면서 내구력을 상실했다.

구조물들이 부서지는 것은 물론이었고, 수병들은 배가 기울어지고 파도에 휩쓸려서 바다로 떨어졌다.

"으아아아아아악!"

"살려줘. 여길 벗어날 거야!"

소용돌이의 영역에는 돌풍이 부는 소리와 비명 소리로 가득했다.

"..."

반경 3킬로미터를 아우르는 대재앙의 영역.

북부 유저들의 선단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구경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위, 위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건 진짜..."

"무슨 이게 조각술이야!"

북부 유저들을 격침시키던 제국 해군이 엉망진창으로 당했다.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들은 이를 딱딱 부딪치기까지 했다.

'우리가 저기에 있었다면...'

'죽음이다. 죽음.'

'배는 물론이고 몽땅 다 잃었겠지.'

위드도 솔직히 이 정도 위력일지는 몰랐다.

'대작의 조각품. 그리고 조각술을 마스터한 덕분일까.'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는 대재앙.

바다에서 크라켄과 해녀들의 활약으로 발을 묶어놓고 쓰니 완벽하게 위력을 담아냈다.

위드의 입가에 썩소가 진해졌다.

'나쁜 놈이 나라서 다행이야. 다른 놈이 이런 재앙을 나한테 썼으면... 아마도 뒤통수를 맞고 상당히 억울했겠지.'

남들이 못하는 치사하고 못된 짓을 저지를 수 있기에 드는 안도감!

대재앙이 유지되는 시간은 불과 5분 정도였지만, 제국 해군들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전투를 펼친 기간보다도 훨씬 길게 느껴졌다.

재앙이 조금씩 잦아드는 와중에도 전열함들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수십 척을 넘는 배들이 소용돌이에 깊은 바다로 가라앉고, 그보다 많은 숫자가 파괴되었다.

바람에 의해 돛이 3년 동안 마당을 닦은 걸레처럼 찢겨나가면서 멀쩡한 배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크고 웅장하던 선체들이 지금은 고물상에 가야 할 정도로 험악하게 망가졌다.

위드가 사자후를 터트렸다.

"전원 돌격. 정의의 힘으로 저들을 벌하라!"

역사적으로 정의란 이긴 쪽의 편!

네크로맨서가 되었으니 언데드 소환 마법도 펼쳤다.

좀비, 구울, 스켈레톤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었다.

위드는 조각 파괴술로 모든 스탯을 지혜로 몰아넣었고, 막대한 마법력으로 유령선들을 소환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위풍당당하게 전장을 지배하던 제국 해군들의 배가 바다에서 유령선이 되어 다시 솟구쳤다.

전열함의 위에는 뼈 밖에 없는 스켈레톤들과 선장들이 배를 조종하고 있었다.

어떤 스켈레톤들은 찢어진 돛에 매달려서 밧줄을 타며 놀았다.

"키키킷. 대포를 쏴라. 대포를!"

우령선에서 발사 된 포탄들이 제국 해군을 공격했다.

크라켄은 대재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쯤 부서진 전열함들에 달라 붙어 있었다.

더구나 대재앙과 언데드 소환이라면 베르사 대륙에서도 단 한 사람만 가능했다.

"전쟁의 신 위드. 그놈이 나타났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에게도 긴장을 하게 만드는 이름.

"위드님의 등장이다!"

"모두 환호성을 올려라. 위드님이 나타나셨다아!"

북부 유저들은 신나게 노를 젓거나 돛을 펴쳐서 전속력으로 유령선들과 제국 해군이 싸우는 곳으로 진격했다.

* * *

네리아 해전!

칼맨이 원하던 박진감 넘치는 영상은 넘치도록 나왔다.

북부 유저들의 선단이 접근했다지만, 제국 해군의 자존심은 남아 있었다.

"싸워라. 우린 자랑스러운 제국군이다!"

"북부의 시골뜨기들에게 당하지 말자. 끝까지 명예를 지킨다!"

침몰하는 전열함들이 바다에 잠기는 마지막까지도 대포를 쏘면서 북부 유저들을 공격했다.

칼맨도 냉정하게 명령을 내렸다.

"일부의 배는 포기한다. 배 안에 있는 포탄을 모두 폭파시켜라!"

전열함을 자폭 시키면서 막대한 생명력을 가진 크라켄을 물리쳤다.

유령선들도 전장을 배회했다.

"킬킬. 목숨을 내놓아라. 동료로 삼아주마! 돈도 있다면 좀 주고."

어딘가 어설픈 스켈레톤 해적 선장들!

위드의 네크로맨서 스킬이 낮아서 스켈레톤들의 숫자도 조금은 부족했고, 전문성도 떨어졌다.

항해사들에게는 필수적인 조타 능력이나 포술이 형편없는 스켈레톤들.

"뜨거운 맛을 보여주지. 대포를 장전해라."

"케헷. 포탄이 떨어졌는데요."

"그럼 잠깐 대포 안에 들어가 봐."

"예에. 알겠습니다. 선장."

"크흣. 좋다. 발사!"

부서진 스켈레톤들이 바다 위를 날아다녔다.

유령선 자체적인 포격으로는 전열함을 침몰시키지 못했지만 북부 유저들의 배가 접근하는게 시간을 벌어줬다.

끝없이 밀려드는 북부 유저들의 배.

제국 해군의 절반이 넘는 대포들이 소용돌이에 휘말리거나 물에 젖어서 무용지물이 되었다.

칼맨은 함대의 지휘력과 이동 속도를 일시적으로 높여주는 선장의 검을 뽑아들었다.

"이런 것까지도 준비를... 역시 위드란 말인가. 움직일 수 있는 배는 끝까지 싸워라."

제국 해군의 함대는 북부 유저들의 배를 중앙으로 돌파했다.

좌우의 포문을 열고 연속으로 쏘아대는 대포는 북부 유저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지만, 잠시뿐이었다.

북부 유저들의 배가 전열함을 사방에서 감싸버리고 갈고리를 걸고 사람들이 올라왔다.

"우리가 헤르메스 길드다!"

"풀죽풀죽풀죽!"

백병전에서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헤르메스 길드.

제국 해군은 이미 수많은 배들에 가로막혀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퇴로가 없는 전투!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불리해져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순간부터 이길 수 없는 전투라는 생각은 했지만, 갑판 위로 뛰어드는 유저들의 숫자나 수준이 갈수록 위협적이었다.

전투가 벌어지고 나서 북부 유저들의 배는 꽤나 많이 침몰을 당했다.

하지만 그 배에 타고 있던 모든 인원이 죽은 건 아니었다.

침몰 직전에 바다에 뛰어들었던 유저나 선원들.

그들은 다른 배에서 구출해서 살리고 전투력도 보존했다.

"가자. 우리가 바로 독버섯죽의..."

"죽어!"

"큭... 아직 소개도 못 했는데."

북부 유저들이 죽어나가는 이상으로, 새로운 전투 인원들이 계속 보충되었다.

칼맨이나 제국 해군은 충분한 선원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전투의 승리만을 염두에 두었다.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배를 멈추지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지만 북부 유저들은 끈끈한 의리와 정이 있었다.

비록 자신의 배가 부서지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구해줄 거라는 믿음!

사전에 계획된 전략이나 전술을 떠나서 승리를 위한 원동력이었다.

위드도 바하모르그와 조각 생명체들을 데리고 전열함들을 점령했지만, 북부 유저들도 바삐 움직였다.

"백병전이 우리 전문이지. 이 배는 우리 베키닌의 미친 상어들이 강탈한다!"

"해적선으로 쓰기에는 아주 그만이구만!"

해적들에게는 전열함을 빼앗을 기회였다.

가까이 붙어 있는 배들을 건너가기위해 돛대에 묶어 놓은 밧줄을 잡고 날아다녔다.

* * *

네리아 해전에서의 아르펜 왕국의 승리!

로열 로드를 하는 거의 모든 유저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전투였다.

- 드디어 벌어집니다. 북부 유저들과... 하벤 제국! 로열 로드에서 많은 전쟁이 일어났지만 이렇게 규모가 큰 해전은 처음입니다.

- 어느 쪽이 유리할까요?

- 하벤 제국의 손을 들어주고는 싶지만, 아르펜 왕국은 또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까지 불패의 신화를 써오고 있었습니다.

- 위드와 풀죽신교의 덕분이죠.

- 로열 로드에서는 기적이 자주 일어납니다. 이번 해전에서도 기적이 일어날까요? 확실한 점은 이 전투의 승자가 앞으로 꽤 오랜 시간동안 바다를 지배할 것입니다!

방송국들의 입장에도 사실 어제부터 꼬박 밤을 새야만 했다.

"네리아 해전? 그게 뭔데. 이 난리야?"

"북부의 해양 유저들이 일제히 상륙 작전을 펼치고 제국 해군이 출동해서 막는다고? 갑자기 왜 이런 사건이... 아니. 어쨌거나 중계부터 준비해!"

"벌써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간대도 비워놓으려고 합니다."

"부족해. 진행자, PD, 작가들. 섭외 제대로 하고 스튜디오부터 완전히 해전 분위기에 맞춰서 세팅하자고!"

방송국마다 네리아 해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네리아 해전에 참여한 유저들과 접촉하여 실시간 영상을 받아내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었다.

어떤 유저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투의 긴박감이 달라진다.

"인기는 북부 유저들이 높은데..."

"헤르메스 길드에도 섭외 요청을 해야겠죠?"

"당연하지. 손이 닿는 사람에게는 모두 이야기를 해봐."

모든 방송국들이 생중계를 했고, 시청자들은 다양한 시점에서 전투를 구경할 수 있었다.

하벤 제국의 전열함에서 대포를 쏘며 북부 유저를 격침시키는 관점.

반대로 전열함들이 우글거리는 지역을 향해 나아가는 낚싯배에 이르기까지 방송국마다 편성에 차이를 두었다.

전투의 초반에는 북부 유저들은 재미를 못 봤다.

제국 해군과 거리가 가까워지기만 하면 날아온 포탄에 의해 격침이 되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침몰한 배를 아군이 구해 주기는 했지만 이때만 해도 일방적인 해전으로 흘러가리라고 예상했다.

- 아르펜 왕국의 승산이 어둡습니다. 배와 대포의 격차. 이것을 숫자로만 극복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 격침! 이번에는 중형 범선이 완전히 반파되고 말았습니다.

로열 로드와 관계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보고 있었기에 시청률이야 말할 것도 없이 최고였다.

네리아 해전으로 인해 로열 로드의 유저들도 사냥을 하러 다니기보다는 선술집에 앉아서 수정 구슬을 봤다.

각 방송국들은 치열하게 전투를 중계했고, 북부 유저들의 계획이 드러나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 전열함의 발을 묶습니다.

- 일부의 전력 이탈!

- 원거리 화력이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승기가 바뀌는 것은...

- 크라켄! 그리고... 바다가 심상치 않습니다.

- 재앙입니다. 대재앙!

예상하면서도 바라던 위드의 등장까지!

언데드들의 활약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국 해군을 귀찮게 했다.

게다가 북부 유저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밀어붙였다.

- 아르펜 왕국으로 전력의 추가 크게 기울었습니다.

- 전열함들이 제대로 포탄을 쏘고 있지 못합니다.

- 북부 유저들이 몸에 밧줄을 걸고 배 사이를 뛰어다닙니다. 저들의 용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요?

- 바다를 보십시오. 바다에서 북부 유저들이 올라옵니다. 무모합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 거친 파도와 배들 사이에서 헤엄을 쳐서 제국 해군의 카락에 승선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북부 유저들이 제국 해군을 섬멸시키는 것도 마자라서 전열함과 전투용 카락을 250여기나 강탈했다.

바다에 저녁 노을이 짙게 질 무렵.

부서지고 불타는 전열함들을 배경으로, 수많은 북부 유저들의 선단이 네리아 해를 가득 채웠다.

"만세! 우리가 이겼다."

"풀죽신교가 승리했다!"

"풀죽풀죽풀죽!"

"위드님도 만세요. 게죽 끓여주세요!"

살아남은 북부 유저들이 함성을 질렀다.

어느덧 해가 완전히 저물고 전열함이나 교역선과 같은 큰 배의 갑판에서 분부 유저들이 모여서 선상 파티를 벌인다.

해녀들이나 유저들이 낚시로 건져올린 해산물에 시원한 맥주와 모라타산 꼬냑!

어두워진 바다를 훤히 밝히는 불타는 전열함들을 배경으로 북부 유저들의 파티가 벌어졌다.

그러한 광경들까지도 방송국에서는 중계를 하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이 타올랐다.

- 그분들이 이 어려운 걸 또 해냅니다.

- 풀죽신교에 불가능은 없는 듯.

- 평범한 사람들이 모이면 기적은 이루어진다는 걸 증명하는 듯요.

- 저분들이 평범하진 않은 것 같은데요. 전쟁에 참여할 정도인데.

- 쪼그만 낚싯배 못 보셨음? 저거 바다 가면 그냥 뒤집어지는 건데.

- 하벤 제국. 또다시 한방 맞다.

- 크으. 이 맛이지. 이거야. 이거.

-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하벤 제국 편들었던 진행자들 또 벙어리 됐음. 맨날 반복되는 패턴.

시청자 게시판은 글을 확인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로열 로드 명예의 전당에도 전쟁에 참여했던 유저들이 자신들의 영상을 공개하며 조회수가 폭발했다.

의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패배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도 전투 영상을 올린 것이다.

그들이 북부 유저들의 배를 뛰어다니면서 백병전을 펼치고, 대포를 조준해서 상대를 격침시켰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의 조회수도 상당히 높았다.

- 캬아. 해전이 멋지긴 하다.

- 바다의 낭만. 가끔 먼 바다로 나가면 지루하긴 하지만.

- 해군과 해적. 로열 로드의 바다는 바로 이것이죠.

- 모험가들도 빼놓지 마세요.

-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도... 바다 유저들은 쿨한 듯. 멋지게 싸우네요.

치킨 포럼.

이곳도 위드 덕분에 대단한 호황이었다.

- 오늘은 치킨이 땡김. 무슨 치킨이 맛있나요?

- 전 이미 닭다리 뜯고 있음.

- 이럴 땐 뭐든 맛있죠. 꿀맛! 근데 배달되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할 듯.

- 현직 치킨집입니다. 향후 5시까지 예약 완료요. 치킨 튀기다 잠들 뻔.

- 저도 치킨집 합니다. 냉장고에 있던 치킨을 다 써서 문 닫고 쉬고 있네요. 문밖에 사람들이 우글우글합니다.

- 아직 개업하신지 얼마 안 되신 듯. 풀죽신교, 위드가 나오면 무조건 냉장고 가득 채우세요. 1시간에 백마리정도 튀길 각오 하셔야 됩니다.

- 치킨 장사 하는데요. 아빠만 보면 치킨 냄새 난다고 도망가던 아들, 딸이 치킨 튀겨오라네요.

- 치킨 포럼에서 위드한테 단체로 상패라도 수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 물론이죠. 기꺼이 치킨 한 마리 쾌척합니다.

- 쿠폰 500장 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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