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49권 : 3. 강철 기사단의 출현 (332/520)

3. 강철 기사단의 출현

위드와 북부 유저들은 네리아 해의 무인도에 상륙했다.

하벤 제국 해군을 몰살시키면서 얻은 이익은 정산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빼앗은 배, 전투 물자.

이거만 나눠가지더라도 큰 이득이 되는데 무엇보다도 큰 수익은 해상교역로의 독점에 있었다.

먼 바다를 항해하며 전투와 교역을 할 수 있는 배는 건조하는데 많은 자원과 인력, 시간을 필요로 했다.

하벤 제국에서 해군을 복구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앞으로 바다는 아르펜 왕국의 것이었다.

"제국은 해상 운송이 불가능해졌으니 교역로는 북부 유저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유린의 도움으로 무인도에 온 마판은 배를 씰룩이며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바다를 이용하여 북부의 상단들은 운송비용을 크게 절감하게 되었죠. 그리고 밀무역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바다와 인접한 지역에서의 이득은 대단할 겁니다."

제국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밀무역!

상인들에게는 걸리면 악명이 쌓이고, 나쁜 호칭이 붙지만 또 성공하면 그만큼 거래에서 큰 이득을 거둔다.

상인이 빨리 성장하는 방법으로 밀무역 한 방을 추천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위드의 얼굴도 방금 치킨을 뜯은 사람처럼 편안했다.

"상인들이 부유해지면 결국엔 북부에 부가 쌓이겠군요."

"제국의 것을 빼앗아서요. 반란군으로 골치가 아플 텐데, 북부 상인들까지 단속하긴 힘들 겁니다."

"이럴 때일수록 몰아붙여야 합니다."

"예! 마지막 1쿠퍼까지 털어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위드의 동료들은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만약 헤르메스 길드에 가입해 있고, 위드님의 실체를 지금 알았더라면 기분이 어떨까.'

끔찍!

언젠가 반드시 호주머니를 털러 오는 사람이 있고, 그가 바로 위드라면?

심지어 위드는 가몽처럼 순수하고 착한 상인의 존경을 받았으며 풀죽신교까지 등에 업고 있었다.

'배트맨이나 슈퍼맨에 나오는 나쁜 놈들과는 달라. 최첨단 악당이야. 악당의 현자라고 할까.'

'평범한 유저들의 지지를 받고, 언론도 도와주지. 알면서도 따르게 하다니... 최종완성형 악당인가.'

'성공한 악당은 누구도 비난하지 못 한다.'

위드는 북부의 유저들에게 배를 수리하도록 권했다.

중요한 작업이라서 오래 늦출 수가 없었으며, 조선 스킬을 익혔으니 직접 망치를 가지고 참여도 했다.

'역시 좋은 배를 손 봐야 스킬 숙련도가 잘 늘어나.'

전열함을 수리하면서 조선 스킬도 늘리고, 속사정을 모르는 유저들은 위드도 자신들처럼 몸으로 참여한다며 기뻐했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꼭 방송에서 티를 내며 자장면이나 국밥을 맛있는 척 먹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자. 중앙 대륙을 약탈하러 갑시다!"

"아싸!"

"풀죽풀죽!"

대형 퀘스트와 고된 노동에 익숙한 북부 유저들.

그들은 무인도에 있는 나무를 몽땅 베어서 선체 수리에 동원했다.

워낙에 많은 유저들이 있었기에 배를 기본적으로나마 수리하는 데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해군과 전쟁을 벌일 일도 없기 때문에 그저 바다에서 가라앉지 않고 떠 있기만 하면 되는 정도였다.

"바람이 좋습니다. 출항합시다!"

"출항!"

"오늘 저녁은 리튼 지역에서 먹읍시다."

"대륙 정복!"

낚싯배나 뗏목을 타고 왔던 유저들이 전투용 카락이나 전열함의 갑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풀죽신교에 가입해서 아르펜 왕국의 유저로 활동하면서 행복했다.

로열 로드에 접속하기만 해도 모든 스트레스가 확 풀릴 정도였다.

* * *

클루아두 길드, 사자성, 로암 길드, 블랙소드 용병단, 흑사자 길드.

과거 명문 길드의 세력에 있던 그들은 상황이 묘해졌다.

클라우드 길드의 샤우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한가롭게 이렇게 다리 쭉 펴고 있어도 되는 겁니까?"

"그러면요. 가만히 있으라는 요청이 들어왔는데요."

"그게 언제 적 일입니까. 게다가 우리가 위드. 그 자의 부하도 아니지 않습니까?"

샤우드가 분통을 터트렸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세율을 인하하고 나서부터는 그들의 운명이야 말로 볼품없게 되어버렸다.

중앙 대륙의 유저들은 헤르메스 길드를 싫어하더라도 기존의 명문 길드를 따르진 않았다.

넓은 영토를 지배하기는 했지만 다 망해버린 세력들.

신규 유저가 들어오지도 않았고, 그나마 있던 쓸 만 한 인재들도 빠져나갔다.

절반 정도는 아르펜 왕국으로, 나머지 일부는 헤르메스 길드나 자유 소속으로.

베르사 대륙이 넓기에 신분을 감추고 방랑자가 되어 사냥과 교역을 하는 세력으로 남기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과거의 명문 길드는 잔재일 뿐.

매일 시간이 지날수록 세력은 줄었다.

샤우드가 입술을 아프도록 깨물었다.

"지금 이 지경이 된 것도 위드의 말을 따랐기 때문 아닙니까?"

그는 전성기 시절에 비해 쪼그라든 클라우드 길드를 떠올리며 분노하고 있었다.

사자성의 군트도 그 의견에 동조하며 위드를 비난했다.

"애초에 우리들끼리 힘을 모아서 한 지역을 하지했더라면 이 지경까지 되진 않았을 겁니다. 동맹 관계도 아닌 자의 말을 믿었던 게 잘못이에요."

로암과 미헬, 칼리스는 그들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세력이 줄어든 거야... 헤르메스 길드에 밀려서 그런 거지.'

'영토도 없고, 아무 것도 없지.'

'힘을 모아서 한 지역을 차지해? 헤르메스 길드가 바로 공격을 해오면 무슨 수로 막고? 게다가 우리의 뜻도 제대로 안 합쳐지는데.'

명문 길드들의 쇠락에는 제대로된 동맹 관계가 아니었던 점도 한몫했다.

하기야 한 때는 대륙의 패권을 놓고 다투던 처지에 진심어린 협력 같은 게 될 리가 없었다.

흑사자 길드의 칼리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슬슬 우리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겠습니까?"

"어떤 기회요?"

샤우드가 날카롭게 되물었지만 기대심을 숨기진 않았다.

"헤르메스 길드가 일반 유저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습니다. 방송국들이 나서고 있고, 아르펜 왕국이나, 사막 지역이나 공격을 하니까요. 전력이 분산되겠죠."

"그때를 노려서 재기하자는 말씀입니까?"

"그건 아니고..."

칼리스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의 영광!

왕처럼 군림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오래 전도 아니었는데 아득한 느낌이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전쟁 수행 능력을 보십시오. 우리가 잃었던 땅을 되찾기는 간단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그러면요?"

"위드의 말을 잘 따라서 헤르메스 길드에 타격을 줄 수 있도록 해야죠."

"타격이야 주겠죠. 그 다음은요?"

"아르펜 왕국이 전쟁을 이기도록 돕고, 위드 밑으로라도 들어가야..."

"칼리스님. 무슨 헛소리입니까!"

샤우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말 엉터리 같은 의견이군요."

군트도 못 마땅한 기색을 숨기지는 않았지만, 로암 길드의 로암이나 블랙 소드 용병단의 미헬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들은 대세를 아는 것이다.

로암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헤르메스 길드가 소면된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기회가 안 올 겁니다. 그들을 싫어하는 대부분의 유저들은 아르펜 왕국이나 풀죽신교를 따르겠죠."

"하지만 우리들에게는 아직 최고 수준의 유저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다섯 길드가 힘을 합치면..."

군트의 항변을 미헬이 잘랐다.

"더 이상은 어렵습니다."

"예?"

"희망이 있어야 싸울 거 아닙니까? 블랙소드 용병단은 무턱대고 헤르메스 길드와 싸우자고 하면 이탈자가 속출할 겁니다."

"우리 길드도 마찬가지입니다."

흑사자 길드의 칼리스도 동의했다.

헤르메스 길드를 상대로 패배를 거듭하면서 최상위권 유저들의 불만이 쌓일 대로 쌓였다.

로암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더 이상 전쟁은 무리입니다. 우리 길드들의 깃발을 걸어봐야 오지도 않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아르펜 왕국의 깃발을 내건다면... 지금의 반란군을 흡수할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그 이상도."

"으음!"

"그걸 그렇게..."

샤우드와 군트도 생각의 방향이 바뀌어가고 있었다.

현실에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왕국을 만들지 못한다면 살길이라도 찾아야하지 않겠는가.

* * *

"..."

"졌군요."

"허... 그것 참."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

정복 전쟁 체계로 바뀌면서 대영주들까지 참석했다.

중앙 대륙의 절대적인 지배와 북부로의 진격!

두 가지를 놓고 임무를 나누려는데 해군이 패배하는 광경을 영상으로 보고 만 것이다.

"반드시 이길 줄 알았던 해군이 몰살을 당했다. 이제 최소한 바다 쪽에서는 앞으로 3개월 이상 아무 방법도 없겠군요."

라페이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패배는 충격이었지만 손익 계산은 빨리 이루어졌다.

하벤 제국은 점령을 통해 발전한 국가, 바다를 개척하지 못한 면이 오히려 피해를 줄이는 측면이 있었다.

"이젠 우리가 해야 할 일만 신경쓰도록 합시다."

라페이는 주위를 환기시켰다.

"크레볼타님. 브리튼 지역을 부탁드립니다. 반란군이 모일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조짐이 보이면 전부 쓸어버리십시오."

"알겠습니다."

크레볼타는 로열 로드 10위 안에 드는 랭커였다.

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최상위권에 속한 유저답게 큰 전쟁이 아니라면 평소에는 잘 나서지 않았다.

크레볼타가 움직이는 것 자체가 헤르메스 길드에서 제대로 칼을 뽑아든 것을 의미했다.

"칼쿠스님. 툴렌 지역을 맡아주셔야 되겠습니다. 지역의 군대 통솔권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학살이라면 제가 원하던 것입니다."

칼쿠스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핸섬한 외모와는 다르게 그의 직업은 학살자!

많은 유저들을 죽일수록 그의 독창적인 능력인 광기와 공격성이 강화된다.

학살의 본능이 눈을 떴을 때는 바드레이라고 해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젠터님. 그라디안과 네스트 지역의 방위와 안정화를 부탁드립니다."

"예. 그렇게 하죠."

"헤로이드님. 브레만과 수르 지역을. 해안 공격에도 배비해주십시오."

"확실히 장악하겠습니다."

라페이는 주요 지역들에 대한 군권을 정리했다.

바드레이가 직접 출정하는 제국 중앙군을 제외한 영주들의 군대가 지역을 관할하게 될 것이다.

군대를 중심으로 통치를 하다보면 결국 유저들과의 마찰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의 평균적인 성향을 고려해보고, 힘을 가진자들이 이를 함부로 쓰지 않기를 바라기는 무리니까.

'너희들이 우리의 칼을 뽑게 만들고 말았지. 대륙을 지배하며 온건 한 방식으로 돌아서고 싶었는데... 더 이상 뒤는 돌아보지 않겠다.'

라페이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안정된 지배와 통치!

바드레이를 중심으로 한 헤르메스 길드의 무력 중심을 정책으로 방향을 바꾸어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무차별 파괴와 정복, 헤르메스 길드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었다.

* * *

학살자 칼쿠스는 제국군 4군단을 이끌었다.

흑사자 길드에서 지배하던 툴렌 지역은 반란군으로 악명이 높은 땅.

"반란군이 루가 강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포르모스 성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하는 군요."

"해군이 패배하고 나서 반란군들이 기가 산 모양입니다."

칼쿠스는 그저 우스울 따름이었다.

'헤르메스 길드는 로열 로드에서도 최고 정예들만 모였다. 그간 욕을 안 먹고 살아보려고 했더니... 너희들이 불만을 표시해?'

죽고, 죽이면 될 뿐!

라페이가 생각이 너무 많아서 헤르메스 길드를 안 좋은 길로 이끌어왔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설혹 우리 길드의 철권통치에 반발하여 유저들이 북부로 떠나면 좀 어떻다고. 중앙 대륙을 확실히 다져놓고 아르펜 왕국을 공격하면 되지.'

칼쿠스는 25만의 4군단을 진격시켰다.

병력의 숫자만 놓고 본다면 아주 대단한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하벤 제국이 중앙대륙을 정복하고나서 1군단에서부터 5군단까지는 최정예들로 재편되었다.

무엇보다도 4군단에는 의무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만 5천명이었다.

어느 한 마을이나 도시에서는 거드름 좀 피우도 되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이만큼 모였다.

과거라면 어느 한 왕국도 공격해볼 수 있는 전투력이었는데 반란군이라니 우습게 보였다.

"우리가 트럭이라면 상대는 달걀정도로 밖에는 안 되겠지. 그냥 다 쓸어버리자."

칼쿠스는 진격을 해서 반란군이 모이기로 한 루가 강 인근에 도착했다.

"이유는 묻지 않는다. 이곳에 있는 유저들은 무차별 학살이다."

"예!"

4군단의 병력들과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출격했다.

"공격이다!"

"헤르메스 길드야. 그들이 나타났어!"

포르모스 성을 공략하려던 유저들이 모여 있는 지역을 휩쓸었다.

"자, 잠깐. 우리는 그냥 구경만 온 건데요."

"죽어라."

"살려주십쇼! 그냥 집으로 돌아갈게요."

"이미 늦었다."

칼쿠스의 군단은 무차별로 학살을 했다.

어떤 변명이나 사정도 듣지 않았다.

'어설프게 몇 명 베어서 욕을 먹느니 이게 이익이지. 우리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감히 포르모스 성을 도모하는 유저들의 전멸!

기병들이 먼 곳을 순찰하며 단 한 명의 도망자도 허용하지 않았다.

- 헤르메스 길드의 전면 공격!

- 학살자 칼쿠스의 4군단이 푸가 강에 등장!

- 모이기로 한 거 취소입니다. 모두 살고 싶으면 도마치세요!

로열 로드 내부나 방송국과 인터넷으로도 4군단의 출격을 알리는 이야기들이 사방으로 퍼졌다.

하벤 제국이 중앙 대륙을 통일하던 시절에 악명을 자자하게 떨쳤던 1, 2, 3, 4, 5군단!

헤르메스 길드와 싸워본 이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마에 주름살을 새겨주던 그 군단들이 유저들을 살육했다.

이것만으로도 헤르메스 길드의 강함을 증명하고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지만 화젯거리가 또 있었다.

"강철 기사단 출진."

헤르메스 길드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전투형 골렘!

두껍고 튼튼한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형 강철 골렘들이 금속으로 된 말을 타고 질주했다.

골렘 특유의 끔찍한 방어력과 생맹력을 보유한 기사단.

강철 기사단은 적진을 그대로 밀고 나가면서 반란군 유저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했다.

"이글거리는 화염의 벽!"

마법사 유저들이 불의 장벽을 두텁게 만들었지만, 강철 기사단은 그대로 뚫고 들어왔다.

강철 골렘은 화염을 몸에 단 채로 유저들을 학살했다.

결과는 포르모스 성을 공략하기로 했던 20만 정도의 유저들은 마법사나 비행 스킬을 가진 불과 몇명을 빼고는 전멸.

추가로 모이기로 했던 유저들도 겁을 집어먹고 나타나지 못했다.

* * *

- 헤,헤르메스 길드!

- 무지막지하게 강하다. 과거에 대륙을 정복하던 시절 그대로의 모습.

- 그때보다도 더 강해진 듯.

- 크으... 이것이 하벤 제국의 진짜 전력인 듯.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군 몰살. 속 시원! 깨소금.

- 하벤 제국은 원래 육상군이 주력이니까요.

- 누가 저 군대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 CTS 미디어를 보세요. 3군단의 전쟁도 나옵니다. 강철 기사단이 5만을 넘습니다!

방송국들이나 유저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벤 제국에서 감춰놓았던 전력을 꺼내놓았는데 그 전투력이 무지막지하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나 군대가 강력해진 것은 물론이고, 강철 기사단은 감히 막기도 힘들 정도였다.

마법 공격을 당해도, 철퇴로 얻어 맞아도 끄떡없이 일어나서 공격하는 강철 기사단!

막강한 생명력과 방어력을 무기로 돌격해와 휩쓸리면 버틸 수가 없었다.

레벨 400대, 500대의 유저들도 강철 기사단에 짓밟혔다.

강철 골렘들은 일반적으로 느리고, 공격력도 낮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특수하게 제작한 말을태움으로서 단점들을 보완했다.

- 저 장비들은 드워프제인 듯.

- 토르에서 제작한 건 아닌 것 같은데요?

- 중앙 대륙의 요정들이나 드워프들을 감금시켜서 연구한 것 같네요. 노예로요!

- 악명이 엄청나게 쌓일텐데... 누가 그런 짓을 해요?

- 헤르메스 길드니까 가능하죠. 몇 명이 책임지고 악명을 쌓더라도 저런 걸 개발하고 생산시키면되죠. 담당자들에게는 엄청난 보상을 해주고요.

- 돈과 시간, 악당들이 모이면 저 어려운 걸 해냅니다!

로열 로드를 하는 유저들이나 방송국의 관계자들이나 하벤 제국의 전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반란군의 무리는 몇 배나 되는 인원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싸우지를 못했다.

강철 기사단을 쓰러뜨리거나 파괴하기도 여려웠고, 심지어는 절반이상 부쉈다 하더라도 금세 마나를 보충해서 잃어버린 육체를 회복시켜버렸다.

- 으아... 방금 스멀스멀하면서 머리랑 한쪽 팔이 돋아나는 거 보셨어요? 진심 소름 돋았음.

- 저건 어떻게 상대함? 무적 아님?

- 강철 기사단이면 요새도 필요 없을 듯. 평원에서의 대회전이라면 무적!

- 머리 숫자로도 저건 안 될 거 같네요. 골렘이니까 지치지도 않잖아요. 세상에나...

큰 전투가 벌어져도 강철 기사단 중에 파괴된 골렘은 극소수였다.

하벤 제국의 해군이 몰살을 당하면서 크게 한 방 얻어맞은 건 사실이지만, 강철 기사단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전세는 바뀌었다.

아르펜 왕국은 물론이고, 반란군 조차도 강철 기사단에는 상대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 * *

위드는 구슬을 꿰면서 방송을 봤다.

띠링!

< 구슬 1000개 꿰기 성공! 재봉 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하셨습니다. >

"강철 기사단이라..."

대단히 뛰어난 전투 병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벤 제국은 중앙 대륙을 차지하면서 사냥터를 차지하고 세금만을 거두는 건 아니었다.

마법과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서 그 이점을 전부 누리고 있다.

"저런 걸 뒤로 준비해놓았구나."

위드의 언데드에게는 천적인 골렘.

시체가 생기지도 않고, 잘 파괴되지도 않는다.

아르펜 왕국이 믿는 건 인해전술뿐인데, 그조차도 강철 기사단에는 잘 먹히지 않으리라.

"심지어는 월급을 안 줘도 돼. 영원히 부려먹을 수 있는 거 잖아."

실컷 착취를 해도 고용부에도 걸리지 않는 존재들!

"저런 골렘을 만들어야 했는데."

위드는 한숨을 푹 쉬었다.

아마도 강철 골렘은 고급 마법 스킬과 대장장이 스킬의 조합으로 완성된 것이리라.

헤르메스 길드에는 전투에 최적화된 랭커들뿐만 아니라 대장장이들을 비롯한 고급 직업군들도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대장장이 마스터인 헤르만과 파비오를 북부 대륙으로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최상위권 유저들끼리의 전투에서는 크게 불리했을 것이다.

유저들끼리의 대결에는 레벨과 스킬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장비빨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쟁에는 대장장이들이 만든 공성 무기도 대규모로 동원이 되기에 그들의 전력은 아주 중요했다.

"골렘 소환!"

위드의 네크로맨서 마법으로도 1마리의 골렘을 불렀지만 그냥 평범한 진흙 골렘 한 마리가 나타났다.

레벨 100이하의 네크로맨서들이 불러도 나오는 골렘!

- 일을 찾는다.

"짐이나 들어."

위드는 골렘을 운반용으로 썼다.

반복해서 소환을 하더라도 스킬 성장이 굉장히 느린 마법 중의 하나였다.

네크로맨서로서도 너무 빨리 성장을 하다 보니 언제드 소환 외의 마법들까지는 갖추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현재의 언데드 소환은 중급 6레벨.

위드의 레벨도 드디어 500을 돌파했다.

거인들의 땅에서 돌아온 이후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사냥한 것과 악마 델암을 포함한 무지막지한 사냥터 순회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보다 이젠 좀 따라잡나 싶었는데..."

위드는 절대적인 강함을 추구하고 싶었다.

현실이야 조각사로서 나무토막을 깎아서 1실버, 2실버를 벌 때에도 마음만은 드래곤의 뒤통수를 후려갈길 정도였다.

"세 달 정도만 사냥에 푹 빠질수 있었으면... 헤르메스 길드의 상위 랭커들 수준은 될 텐데. 시간 여행도 좀 하고 말이야."

조각사를 마스터하고 빠른 성장이 가능한 네크로맨서가 되면서 조만간 다 따라잡아줄 거라는 꿈을 꾸었다.

이젠 다른 일들은 전부 제쳐두고 사냥터와 전투 퀘스트만 수행하여 최강이 되리라는 야망!

네크로맨서의 사냥 속도, 조각사의 부수적인 효과를 만끽하고 있었는데 하벤 제국과의 전쟁을 수행해야만 하는 처지였다.

위드의 인기를 제외하더라도 아르펜 왕국의 국왕이 빠질 수는 없었으니까.

"헤르메스 길드가 강해지기 전에 차라리 지금 싸우는 게 더 낫나? 저런 전투용 병기까지 공개할 정도면 하벤 제국도 쉽게 물러서진 않을 것 같고. 흠. 강한 녀석들이 오래 참기 힘들긴 하지."

위드는 하벤 제국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중앙 대륙의 이권을 독차지하며 형성한 막대한 군사력을 드러냈다.

'제국을 세우고 나서 돈이나 병력. 모든 걸 갖춰가고 있었겠지. 그들은 나와는 다르게 조직이 있으니 훨씬 쉬웠을 거야.'

중앙 대륙에 있는 반란군은 제국군이 전면적으로 나선 이상 토벌을 당하고 말 것이다.

그렇지만 하벤 제국에서는 바로 칼끝을 돌려서 아르펜 왕국을 노리게 되리라.

헤르메스 길드나 위드나, 서로 더이상 물러서기에는 판이 너무 크게 펼쳐진 것이다.

"내가 유리한 건... 어쨌든 전쟁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인데."

하벤 제국의 전쟁에 대해 방송국마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군사력 자체만 놓고 보면 절대적인 하벤 제국의 우위, 그럼에도 반란으로 생산이 저하되고 유저들이 떠날 테니 오랫동안 버티면 아르펜 왕국이 유리하다고 봤다.

위드는 다른 관점에서 생각했다.

'전체적인 국면은 좋다. 하벤 제국에서는 자기들의 땅을 지켜야 되지. 그리고 뺏긴 땅도 되찾아야 하고. 아르펜 왕국도 정복해야 해.'

남부 사막 지대도 소란스럽고, 중앙 대륙에는 반란군이, 북부 지역에는 성난 아르펜 왕국 유저들이 공격해오고 있다.

막강한 전력을 가졌지만 야금야금 뜯어먹으려는 빚쟁이들이 많다.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빚쟁이들!

'지금의 기회. 서윤이 만들어준 기회를 놓치고 어느 하나 잠잠해 진다면 그 뒤의 미래는 없겠지.'

* * *

칼라모르 지역.

중앙 대륙에서 새롭게 떠오르면서 북부 못지않은 활기를 띄는 지역은 다인이 다스리고 있었다.

훌륭한 총독!

지역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그녀는 지역에 대한 놀라운 장악력을 자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르메스 길드의 지배에 속해 있기에 반란군들이 출몰했다.

"전쟁 체제가 되면서 반란군에 대해서 더 이상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대화로 설득할 수 있어요. 아직은 큰 피해가 생기지도 않았고요."

"칼라모르의 사정이 다른 곳에 비해서 좋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반란군을 방치해둘 경우에는 넓게 확산될 여지가 있습니다. 중앙에서 진압을 명령했으니 총독은 이에대해 따라야 합니다."

"..."

"군대의 통솔권과 전투 권한만 회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내정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길드 행정부에서 나온 기가드는 다인이 가지고 있던 통치권의 일부를 가져갔다.

좋은 기사들이 탄생하는 칼라모르 지역의 뛰어난 인재들을 제국군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휴우."

다인은 한숨만 쉬고 막지 못했다.

그녀는 이른바 낙하산!

칼라모르 지역을 잘 다스린 공로가 있다고는 하지만 헤르메스 길드의 최상위층에서 임명을 해서 자리를 잡았으니 내부에서 시기하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칼라모르 지역은 안정이 되어 있었기에 제국군이 내려오지 않고 자체적으로 영주들의 진압군이 움직였다.

"전부 제거한다!"

"메폰 강의 통행은 금지되었다. 칼라모르가 다른 지역에 꿀리지 않다는 걸 보여주자."

헤르메스 길드의 영주들과 유저들은 그동안의 속박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날뛰었다.

대외적으로 공적을 세우기 위해 반란군 무리를 처형하며 때때로 흥분해서 무리한 전투도 벌였다.

"굳이 이럴 필요가 있나?"

"그러게. 축제까지도 벌이면서 우린 잘 호응해주고 있잖아."

"싸움도 안 나고 평화로운 지역인데... 완전 망치고 있네."

돌다리처럼 단단하던 칼라모르 지역도 하벤 제국의 다른 영토처럼 유저들의 반감이 깊게 일어나고 있었다.

* * *

"큰 전쟁이라면 우리들이 무언가를 해내야지."

"너무 놀고만 있었던 거 같습니다. 검에 녹이 슨 때를 벗겨내야지요."

"흠흠. 인기를 얻기 위함은 아니다. 여자들에게 자랑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있는 힘껏 싸우기 위해서 우리는 산다."

"물론 그렇지요!"

"자. 그러면 실력 발휘 좀 해보자꾸나."

검치는 사범들을 모두 데리고 사막 지역으로 왔다.

사막 전사들을 데리고 제대로 하벤 제국과 붙기 위함이었다.

남부 사막 지역은 먼저 온 수련생들이 탄탄하게 기반을 다져놓았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유저들은 아르펜 왕국에서 검치와 사범들이 왔다는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싸움 나는 거 아니야?"

"지금 체제가 딱 좋았는데... 약탈도 잘하고 말이야."

"일스 대평원 약탈은 꿀이었지. 지금도 중앙 대륙이 어수선해서 침략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보여."

"제국군이 강하다고 해도 우린 안 싸우면 되니깐. 낙타의 기동력을 이용해서 말야."

"괜히 지금의 체제가 흔들리는 것은 아닐까."

사막의 유저들은 숫자가 아직은 적었고, 그들은 검치의 등장에 불안해했다.

수련생들과 사막에서의 전통과 체계가 흔들리는 상황을 걱정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스승님, 오셨습니까!"

사막에서 양쪽으로 도열한 수련생들이 검치와 사범들을 맞이했다.

가죽 옷을 입은 건장한 사내들이 허리를 굽혀서 인사를 올리는 광경!

은링, 벤, 엘릭스로 이루어진 모험가 파티는 그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저런 사람들이 더 왔어요."

"인류 전체를 뒤져서 505명으로 구성된 것 같군요."

"뇌가 근육으로 이루어진... 크흠."

검치는 검오치와 수련생들이 몸에 착용한 표범이나 호랑이 가죽옷에 시선을 두었다.

"옷이 좋아 보인다."

"크흐흐. 직접 잡은 놈들입니다. 역시 사막에서는 가죽 옷이죠. 스승님 것도 준비해놨습니다."

정글도 아닌 사막에서의 가죽 옷!

검치는 그들이 뭔가 멋있어보였기에 그것이 뛰어난 판단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끼리는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일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겠구나. 여긴 어떻게 놀아야 하느냐?"

"뭐 별 거 있습니까. 때리고 부수면 되는 거죠. 스승님께서 오셨으니 전부 믿고 맡기겠습니다."

"의뢰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별 건 아닙니다. 팔로스 제국의 건국이라고 합니다."

팔로스 제국은 사막의 영광을 누리며 방대한 땅에 영토를 둔 강대한 국가였다.

중앙 대륙의 영토는 잃어버렸다고 해도 부족들이나 도시들로 이루어진 사막 지역의 영역도 대단히 넓다.

유목민들이나 방랑자들까지도 인구로 포함하였으니 제국의 건국은 대단한 퀘스트.

검치가 뒷짐을 진 채로 흐뭇하게 웃었다.

"즐거운 일이로구나."

"예. 어릴 때 쇠파이프 들고 동네 깡패들에게 쳐들어가던 이후로... 앗. 죄송합니다. 스승님."

"괜찮다. 누구나 철없던 시절은 있지 않느냐. 10살이면 쇠파이프 정도는 한 번 들어보기 좋은 나이지."

"과연 스승님이십니다."

검둘치는 사막 지역의 전사들에 대한 편성을 담당했다.

검치와 수제자로서 도장의 사범으로 오랫동안 일해 온 그에게는 사막 전사들을 다루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유저들의 경우에는 그냥 몇 마디 시키면 된다.

"잘 싸우세요."

"예옛! 모, 목숨 걸고 싸우겠습니다."

"전투가 벌어져서 불리하더라도 도망치지 말고요."

"팔다리가 부러지면 이빨로라도 싸울 겁니다!"

검둘치는 분명히 자상하게 이야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받아들이는 유저들은 뼛속 깊은 곳까지 새겨두었다.

인간에게 이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검둘치를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잠자고 있던 짐승 같은 본능이 깨어났다.

'거스르면 죽일 것 같아. 가볍게 넘어뜨려놓고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맞으면 죽는다. 최소 사망이고, 식물인간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맞는다.'

'세상에서 절대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될 사람.'

검둘치는 여자 친구까지 생겼지만 세간의 인식이란 여전했다.

그가 기분 좋게 웃으면 유저들은 더욱 공포에 떨었다.

"뭐 불편한 거 없으세요?"

"부, 불편이라니요. 편하게 잘 살고 있는데요."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만 하세요."

"진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검삼치와 검사치, 검오치는 그의 리더쉽을 부러워했다.

"화만 내는 우리랑은 달라."

"음. 배울 점이 크죠. 대사형에게는."

"근데 예전에는 많이 패기도 했지 않습니까? 쇠파이프 올바르게 쥐는 법 대사형한테 배웠는데 말입니다?"

"사치야. 무슨 소리야. 난 그런 기억이 없는데?"

"그때 같이 배우셨는데... 아. 당시에 머리를 좀 맞으셔서."

"아하. 그래서 기억이 없어졌구나!"

* * *

사막 전사들의 결집!

하벤 제국의 남쪽 국경에는 수많은 전사들이 몰려들었다.

"이번에도 약탈하러 가는 겁니까?"

"예! 한 건 하러 가죠."

사막에서 활동하는 유저들도 대부분 참여를 했다.

아무래도 중앙 대륙이나 비옥한 북부 대륙에 비해 거칠고 황량한 사막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사막에서 활동을 하다보면 저절로 중앙 대륙에 대한 약탈을 꿈꾸게 된다.

"대장은요? 역시 검오치님입니까?"

"아뇨. 검치님입니다."

"이름은 비슷한데 잘 모르는 분이네요."

"이 지역에서 명성은 좀 낮지만 진정한 강자죠. 위드님의 검술 스승이라고 합니다."

"허어... 정말요?"

"예. 확실할 걸요."

검치와 사범들, 수련생들은 남부 사막의 핵심 전력들을 소집했다.

"이곳에 오면 칼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좀 휘두를 줄 아나?"

"예. 그것만 하고 살았습니다. 부족을 지키기 위해서 남자들이 해야 할 일이었죠."

사막에서는 큰 명성을 가진 영웅에게 전사들이 부하로 거두어달라며 나타난다.

사막 지역의 특성상 뛰어난 전사들이 많이 배출되어 전투와 전쟁을 치르며 성장했다.

전쟁으로 업적을 달성하면 그만큼의 병력을 모을 수 있었기에 경제력이나 인구는 작아도 막강한 전투력을 발휘한다.

검치의 휘하에 모인 사막 전사들만 물경 50만!

"크흐흐흠."

검치와 사범들은 적잖게 부담이 되었다.

"이것들의 목숨이 우리에게 걸려있단 말이지."

"예. 스승님."

"한 방에 털어 넣으면 어떻게 되는 거냐."

"여긴 싹 다 망할 것 같습니다."

사막 지역의 운명을 건 결전!

일스 대평원의 약탈과 아르펜 왕국의 교역을 통해 조금씩 생산 기반을 갖춰나가는 사막 지역이었다.

이 많은 사막 전사들이 목숨을 잃는다면 몬스터들의 침략에 시달리고 팔로스 제국의 건국도 먼 이야기가 되리라.

"스승님. 도로 물릴까요?"

"아니다.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단무지라도 잘라야 하지 않겠냐."

검치와 사범들, 수련생들이 지휘하는 사막 전사들이 하벤 제국의 영토를 습격했다.

그들 중에 절반 정도는 낙타를 탄 기병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신속한 기동력으로 성벽이나 요새를 우회해서 마을과 곡창 지대를 약탈하려는 사막 전사들의 대규모 습격!

- 경축! 팔로스 제국의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 어서오세요. 풀죽풀죽풀죽.

- 우리는 사막의 친구입니다.

- 위드 만세!

검치와 사막 전사들을 반겨주는 것은 도시와 요새에 걸려 있는 플랜카드들이었다.

"뭐냐. 이것들은..."

"싸울 적이 없습니다. 스승님!"

"있던 놈들은 다 어디로 갔어?"

"도망쳤다는데요. 남은 애들은 우리들을 반겨주고 있고요."

일스 대평원과 소규모 공국 지역의 영주들.

그들은 1차로 털리고 나서, 2차로 대규모 사막 전사들이 결집하는 걸 방송으로 봤다.

"이놈들이 또 우릴 쳐들어오려는 모양인데 어떻게 하죠?"

"헤르메스 길드에서는요?"

"수비군을 보내준다고는 합니다만... 아무래도 얼마 안 될 거 같습니다."

"또요?"

"그놈들이 우릴 얕잡아 보는 게 하루 이틀입니까? 게다가 이미 저번에 털려서 지킬 가치도 없다고 보는 것 같고요."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반란군에 30%정도, 아르펜 왕국과의 전쟁에 60%의 전력을 배치하고 있는 중이었다.

남부의 사막 지역에 전사들이 습격을 한다고 해도 영토를 뺏기는건 아니다.

도시에는 큰 피해가 없고, 이미 곡창지대는 털린 후였으니 잃을게 많지 않다고 본 것이다.

반면에 사막 전사들을 막으려고 한다면 넓은 지역에 걸쳐서 방어선을 펼쳐야 했다.

성을 정복하기 위해 공성전을 벌이지도 않기 때문에 넓게 휘젓고 다닌다.

하벤 제국군도 기병들을 위주로만 막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너무 많은 전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약점이 생기고 만다.

라페이와 수뇌부에서는 아르펜 왕국에 집중하기로 했다.

위드에게 또다시 승리의 신화를 안겨주고 싶진 않았기에 전략적으로 남부의 땅은 버려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영주들이 전력을 다해서 막으려고 한다면 성이나 도시는 사막 전사들로부터 지킬 수 있었다.

"진짜 해도 너무 하네. 우리끼리 전쟁 준비하려면 너무 벅찬데... 가진 거 다 털어 넣어서 살아남으라는 거 아냐."

"우릴 버렸는데 왜 제국을 위해서 싸워줍니까?"

"그냥 확 넘어가버릴까요?"

"어디로요? 여긴 아르펜 왕국과 거리도 먼데."

"사막으로요. 제가 입수한 소문에 의하면 사막 지역도 위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듯한데요."

"그래요? 자세히 좀 말해보세요."

"노들레와 힐데른 퀘스트부터 사막은 위드로 인해 발전하게 되었는데... 속닥속닥... 게다가 사막 전사들을 지휘하는 이들이 위드의 지인이랍니다."

"그래요?"

영주들은 하벤 제국의 이탈을 결정했다.

여차하면 재산을 처분하여 도망가기로 하며, 사막 전사들을 반겨주는 상황이었다.

- 영토 정복! 네드로 성이 사막 지역의 영토로 편입됩니다. 주민들은 사나운 전사들에 대한 소문으로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치안 +24, 도시 발전도 -16, 종교 영향력 -20, 문화 -15, 경제력 -40

- 영토 정복! 도시 고소메가 사막 지역의 영토로 편입됩니다. 사막 전사들이 성문으로 들어오면서 주민들은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울고 있는 아이들까지 눈물을 뚝 그치고 꼭꼭 숨었습니다. 치안 +31, 도시 발전도 -21, 종교 영향력 -30, 문화 -19, 경제력 -44 고소메는 일스 대평원의 대도시로 인구 23만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팔로스 제국의 영토가 확장되며 모든 전사들에게 업적으로 힘과 민첩, 체력, 투지가 7씩 증가합니다.

팔로스 제국의 건국 퀘스트를 하는 검오치와 수련생들은 깃발을 성에 꽂았다.

"이런 스탯이..."

"쌓이면 좋은 거냐?"

"위드가 그러던데요. 남는 건 스탯뿐이라고요."

"막내가 말했으면 맞겠지."

검치와 검둘치의 위드에 대한 신뢰는 대단했다.

심지어 아끼는 검을 달라고 해도 줄 정도였다.

"둘치야. 막내 덕분에 잘하면 장가갈지도 모르겠다. 그 녀석이 아니었다면 이런 세계가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야. 텔레비전 리모콘도 복잡한데 말이다."

"저도 그렇습니다. 스승님."

"막내가 결혼식 사회를 봐준다면 끝내주겠지?"

"꼭 맡겨야지요."

현실에서 위드가 결혼식 사회를 봐준다면 방송국들이 중계를 할지도 모른다.

로열 로드에서도 결혼식을 올린다면 대지의 궁전에서 수십만 이상의 인파를 참여시킬 수도 있었다.

"근데 이 땅들 정복하면 우리가 어떻게 다스리냐? 영주들이 항복을 하긴 했지만 병력을 남겨놓을 수도 없고."

"우리가 다시 떠나면 마찬가지이기는 합니다."

"그러면 정복하나마나잖아?"

검치와 검둘치는 이야기를 하다가 중요한 사실에 직면하고 말았다.

사막 전사들의 특성상 원래는 영토와 국경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었다.

바람처럼 병력이 움직이면서 돌아다니는데, 항복한 도시들과 성이 다시 하벤 제국으로 넘어가더라도 이를 어찌할 수 없다.

물론 하벤 제국의 영주들도 그러한 속셈이 있었기에 쉽게 항복을 한 것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머리가 아파지려고 하는데, 위드에게 물어보자."

"그러면 되겠군요."

위드에게 귓속말로 사정을 설명하고 답을 기다렸다.

그들끼리는 해결하지 못할 난제였는데 무려 15초 만에 해답이 전해졌다.

- 위드 : 사막 전사답게 싸우세요.

"사막 전사답게?"

- 위드 : 제가 팔로스 제국을 건국할 당시에는... 크흠. 물론 그게 시간을 여행해서 그런 것이기는 합니다만 좀 잔인무도했습니다.

"봤다. 아주 전부 쓸어버렸지."

방송에서 중계되면서 자칫 위드의 인성이 들킬 뻔 했었다.

로열 로드를 하는 지금이야 현명한 왕이나 위대한 모험가로 추앙을 받고 있었지만, 마법의 대륙 시절에는 폭군이 따로 없었다.

단지 행패를 받는 대상이 지탄을 받는 명문 길드들 위주라서 일반인들 사이에는 평판이 좋았다.

그들을 대신해서 속 시원하게 싸워주었기 때문이다.

- 위드 : 군대를 키우세요. 항복한 지역에서 가지고 있던 병사들을 강제로 징집하세요. 검술을 익힌 주민이나 용병 출신 등. 전부 끌어들이셔야 합니다.

"뭐 가능은 하겠지만 지금도 병력은 많은데?"

- 위드 : 싸워야 할 땅이 넓으니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어릴 때 골목대장을 할 때에도 부하들이 5명보다는 10명이 좋았잖아요.

"그렇긴 하지. 음."

- 위드 : 영주들이 항복한다면 그들의 병력을 받아서 계속 키우세요. 몇 지역만 병력을 거둬들여도 그 다음에는 웬만하면 저항하기 힘들 겁니다.

"우리측의 병력이 그만큼 늘어나니 말이지."

- 위드 : 맞습니다. 일스 대평원을 지나면 제국에서도 적극적으로 막아설 겁니다. 중앙 대륙 전체가 뚫리게 되니까요. 그때부터는 무자비하게 약탈해서 전투 물자를 챙기고, 병력도 계속 늘려 가시면서 싸우면 됩니다.

"흠..."

검치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하벤 제국.

강대한 힘을 가진 제국을 거친 사막의 전사들이 약탈하는 장면들이!

'그거 좀 멋진 거 아닌가?'

실제로 위드가 사막의 대제왕 시절에 보인 모습이기도 했고, 방송을 타면서 수많은 사나이들의 로망이 되었다.

"재미있겠구나."

- 위드 : 예. 싸우다가 지면 그걸로 끝이지만 인생 뭐 있겠습니까. 칼을 뽑았으면...

"단무지라도 썰어야지."

* * *

위드는 검치와 수련생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것으로 하벤 제국과의 싸움을 적당히 할 생각은 없었다.

'어쩌다 벌어진 전쟁이지만... 내가 제국을 공격한 거야.'

대충 끝나지는 않을 전쟁!

'하벤 제국이나 헤르메스 길드에 대한 전력은 상당히 드러나 있다. 강철 기사단처럼 숨겨진 녀석들도 있겠지만...'

위드라고 해도 헤르메스 길드처럼 숨겨놓은 전력 몇 가지는 있을 것 같았다.

넘치는 돈이 있고, 중앙 대륙을 아우르는 조직과 정보망이 있다면 퀘스트든 뭐든 이용해서 전력을 확보해놓아야 정상이었다.

엠비뉴 교단처럼 극단적인 힘을 봉인해놓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몇 개나 숨겨놓았을까. 2개? 3개? 이 정도는 조금 적은데. 8개나 10개 정도? 중앙 대륙을 통일하고 나서 시기상으로 그만큼은 준비를 못했겠지.'

퀘스트는 모험가나 발굴가들이 잘 찾아낸다.

위드처럼 특별한 직업과 명성을 가진 유저도 있지만 전대륙에 파급 효과를 미치는 퀘스트나 봉인된 기술 같은 건 그리 흔하진 않은 편이었다.

'아마도 5개는 될 것 같고. 대충 그 언저리에서 준비해놓았겠지. 강철 기사단이 그 중에 하나일 것이고.'

라페이가 중국집에서 자장면 배달을 받아서 안 쓰고 챙겨놓은 나무젓가락 개수까지 간파할 정도의 눈치!

'헤르메스 길드 유저가... 걔네들 홈페이지에서 보면 75만 2300명정도. 제국군이 300만이다.'

왕국을 통치하는 입장에서 보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막강한 병력이었다.

심지어 여기에는 영주들이 독차적으로 보유한 군대는 포함도 안된 수치였다.

'서윤의 희생으로 정세가 유리해졌다. 그들은 지역 방위를 위해 절반은 요새나 성 같은 곳에 주둔시켜주어야 하지. 전쟁에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나머지다.'

위드의 머릿속에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최강의 병력을 가진 하벤 제국군.

강철 기사단 같은 존재가 드러났다고 해서 그들에게 관심은 안 생겼다.

아르펜 왕국군이나 남부 사막 전사들.

반란군들까지 묶어서 제국의 땅을 사냥하는 것이다.

"공든 탑이 잘 무너지지. 안 그래도 중앙 대륙을 차지해서 배가 아팠는데... 나처럼 배 아픈 녀석들이 많이 있겠지!"

* * *

하벤 제국군이 정예들이 하르판과 리튼 지역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하르판 지역은 어느새 40%정도가 북부 유저들에 의해 정복되었고, 리튼 지역은 상륙 작전이 한창 펼쳐지고 있었다.

"여기가 리튼 지역입니다. 내리세요!"

"우와... 중앙 대륙이다."

"해안가에 별장들 좀 보세요. 완전 이쁘다."

"이래서 중앙 대륙, 중앙 대륙 하는 구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는 상륙 작전과는 다르게 커다란 범선에서 북부 유저들이 느긋하게 내리고 있었다.

상륙한 북부 유저들은 해안가의 도시 상점으로 가서 물품들을 구경하기도 하며 쇼핑을 즐겼다.

하벤 제국에서 빼앗은 전열함과 무장 카락도 북부 유저들의 운송에 나섰다.

"승차감 좋은 전열함! 파도에도 들썩거리지 않습니다. 리튼 지역까지 7골드에 모셔요!"

"30분 후에 출항합니다. 저녁은 중앙 대륙의 항구 리덱에서 드실 수 있어요."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회를 드시고 싶으신 분은 이 배를 타세요. 선장이 중급 7레벨의 낚시꾼입니다! 바다에서 크라켄 빼고는 다 낚아요!"

상인들이나 모험가들은 북부 유저들의 운송을 통해 짭짤하게 수입을 거뒀다.

덤으로 식료품을 비롯한 교역품들도 대량으로 가져와서 판매하며 막대한 부를 일구었다.

하벤 제국은 반란군이 일어나면서 광물의 채광을 비롯해서 곡물 수확량, 물자 생산까지 줄어들고 있었다.

실제로 아직까지는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이 부족한 사태까진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인 생필품들을 비롯한 가격이 30% 이상 상승했다.

중앙 대륙의 대부분 도시들이 아르펜 왕국의 물품을 비싸게 구입했고, 심지어는 특산품의 효과까지 누렸으니 상인들에게는 아르펜 왕국의 남는 물자들을 하벤 제국에 팔아서 큰 재산과 성장을 이룰 기회였다.

"이분들이 북부 유저들..."

"새로운 활기가 있네요. 사람이 많아지니깐 좋아요."

중앙 대륙의 유저들은 새로운 이들을 반겼다.

아르펜 왕국의 지배가 되면서 세금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공식적인 세율 외에도 각종 부가세나 도시 이용 요금, 교역세 등이 감면된 것이다.

제국이 세율 인하를 하기 전이었다면 몇 배나 되는 효과를 누렸겠지만 현재로서도 막대한 이득.

"풀죽풀죽풀죽!"

중앙 대륙의 유저들도 풀죽을 외치면서 기꺼이 합류했다.

"근데 우리들은 무슨 죽이죠?"

"전 죽순죽이 좋던데..."

"따로 가입 절차를 밟기도 어렵잖아요. 게다가 우리도 뭔가를 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풀죽신교에 모여 있는 죽 단체만 130여개라고 합니다. 새로운게 있을까요?"

"음... 우린 꽃죽으로 하는 건 어때요?"

"꽃죽이요?"

"예. 땅에 피어 있는 풀이나 꽃... 조화가 괜찮게 어울리잖아요. 이쁘기도 하고요."

중앙 대륙 유저 몇 명이 시작한 꽃죽 부대의 창설!

그들은 머리에 꽃을 꽂는 것으로 풀죽신교의 꽃죽 부대임을 드러냈다.

불과 몇 시간, 하루 만에 꽃죽 부대는 대대적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리튼 지역에 돌아다니는 유저들은 모두들 머리에 꽃을 꽂았다.

엘프족이나 요정족은 꽃 장식을 머리에 하면서 귀여운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키가 큰 바바리안이나 근육질의 워리어들까지도 머리에 꽃을 꼽는 사태가 발생!

리튼 지역의 작은 어촌 마을 브룬델하임.

레벨 70대의 북부의 초보 모험가 유저 7명이 들어왔는데, 저녁이 될 무렵 마을 전체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유저 천여 명이 모두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니는 것이다.

"풀죽신교가 이런 느낌이었군요. 전혀 다른 남과도 뭔가 하나처럼 이어진 것 같은 기분."

"혼자가 아니죠. 우린 다 같이 살아가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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