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51권 : 4장. 오크 카리취의 싸움 (342/520)

4장. 오크 카리취의 싸움

위드의 노래가 끝나고 나서도 일대는 열광의 도가니였다.

“우리에게 승리를!”

“어서 하벤 제국을 물리쳐주세요!”

“오크 카리취다. 완전 실물로 보니깐 진심 무섭게 생겼어.”

오크 카리취의 노래를 직접 들은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췩, 췩, 취췩!

위드는 두 팔을 덩실덩실 흔들면서 어깨춤도 추었다.

커다란 오크 카리취의 댄스!

전형적인 것과는 인연이 없는 아저씨들 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멋지다!”

“꺄. 저 여유 좀 보세요.”

“최고다. 위드님.”

피라미드를 지을 때보다도 훨씬 더했다.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들어줄 것만 같은 상태에 돌입하고 말았다.

‘이때다.’

위드의 날카로운 눈빛이 스캐너처럼 무대를 훑고 지나갔다.

수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몇 명은 특히 눈에 띄었다.

장비를 비롯한 옷차림이 튀거나, 유저들의 수준이 높았던 것이다.

이른바 고레벨 유저들!

그들은 모르겠지만 위드는 아르펜 왕국에서 레벨 500대를 넘는 유저들은 최소한 이름이라도 파악하고 있었다.

거머리보다도 철저한 빌붙는 능력은 독재자로서 기본!

위드는 무대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고라골님. 취췻.”

“예에? 저요?”

“그렇습니다. 이쪽으로 나와 주십시오. 취이익!”

한 명씩 호명하며 불러낸다.

위드는 40명의 유저들을 선발해서 무대에 오르도록 했다.

“우릴 왜 오라고 한 거지?”

“모르겠어요.”

작게 속삭이는 유저들은 어리둥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위드와는 인연이 없었다.

모라타에서 우연으로라도 스쳐지나가거나, 조각품을 구매했거나, 건설에 참여했던 유저들은 고작 7명 정도였다.

자신의 이름을 아는 것을 신기하게 여기고 어리둥절해 있었다.

딱 사기치고, 호구 만들기 좋은 상태!

“췩.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위드는 40명의 유저들이 기다리는 가운데 나무토막에 조각술을 펼쳤다.

‘기다림이 때론 기대감을 일으키지. 사람들이 가지는 상상력이란 사기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어.’

욕심과 상상력이 있기에 즐거운 인생이 아니겠는가.

위드는 흉악한 오크의 몸으로 작은 조각칼을 움직였다.

사자, 호랑이, 코끼리, 하마, 기린 등등의 동물 조각품들이 빠르게 만들어졌다.

걸작도 아닌 평범한 나무로 만든 작품!

심지어 조각품들의 밑에는 기다란 봉을 꽂아서 높이 들어올리기 좋게 했다.

“고라골님. 췻. 사자 부대의 대장으로 임명하겠습니다.”

“네?”

고라골은 뜬금없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북부 유저들을 이끌고 가서 적을 막아주십시오. 취익!”

중앙 대륙에서부터 시작해서 이주해 온 레벨 510을 넘는 유저 고라골!

명문 길드 출신이기도 했지만, 영토를 빼앗긴 이후에는 질려서 북쪽으로 온 사연이 있었다.

“저를 믿으십니까?”

“당연히 믿습니다. 췌췟. 평소에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고라골은 정이 있는 편이라 사람들이 잘 따르고, 전투 감각도 탁월했다.

“알겠습니다. 어디 뼈가 부서지도록 싸워보겠습니다. 전투 지역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을 겁니다.”

위드는 한 명씩 불러서 조각품 깃발을 넘겨주며 부대장으로 임명했다.

그들은 수많은 유저들과 방송 무대 앞에서 위드로부터 대장 임명을 받아 크게 감격하게 되었다.

놀라운 명예와 권위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더할 나위 없는 영광입니다.”

“하벤 제국의 놈들은 제 시체를 밟지 않고는 더 이상 오지 못할 겁니다.”

“멋지게 싸우겠습니다.”

“결코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을 겁니다.”

이 순간, 위드는 단순히 전쟁의 신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유저가 아니었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은 기본적인 자격이었으며, 1억 명 이상의 유저들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시청률까지 이용해먹는 모습!

위드가 아니라면 1실버에도 구매하지 않을 간단한 조각품 깃발을 받고 고레벨 유저들이 목숨을 바쳐 하벤 제국과 싸우기로 한 것이다.

“사자 부대원을 모집합니다. 바로 전투 지역으로 갈 것이니 어서 와주세요!”

“코끼리 부대입니다. 부대의 이름처럼 적을 짓밟아버립시다.”

부대장들은 평원의 유저들을 모아 하벤 제국군이 쳐들어오고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멋지게 이기려는 생각뿐일 것이다.

실제로 방송과, 1억 명의 유저들의 시선이 두려워서라도 잘 싸울 수밖에 없을 테니까!

‘돈도 안 주고 부려먹고, 죽어도 뒷감당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

무보수!

무보험!

위드는 군중들 앞에서 이름을 부르고, 조각품 하나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혼신을 다할 전투 지휘관들을 얻은 것이다.

“와아! 가자!”

“싸우자. 물리치자!”

부대장들의 인솔을 따라 유저들의 일부가 떠나고 나서도 남아 있는 열기가 대단했다.

위드는 사람들을 부르고 조각품들을 만들었다.

그 광경에 레벨이 높은 유저들이 기대감을 품었다.

‘설마…’

‘또?’

‘다시 기회가 있다. 나라면 부대장으로 뽑아주지 않을까.’

이번에도 부대장들을 임명!

가르나프 평원에 모여 있는 유저들은 많지만, 그들을 이끌 사람은 확실히 부족하다.

하벤 제국의 갑작스런 기습으로 유저들도 이리저리 뒤엉켜 있는 와중이었다.

지휘권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고 혼란스럽게 싸우면 그나마 있는 전투력도 발휘되지 못한다.

유저들이 많다고 해도, 열심히 싸우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무너져버리는 것이다.

모라타에서부터 시작한 북부 유저들은 확실한 의지가 있지만, 그럼에도 여기에는 분위기를 봐서 구경만 하려는 이들이 상당히 많이 섞여 있으리라.

‘큰 조직일수록 관리가 중요해. 놀고먹는 사람을 없애야지. 다 부려먹으면 이 전투 이긴다.’

해결책은 임명장 남발!

위드는 실력자들을 부대장으로 지정하며 싸우도록 했다.

다만 모든 유저들이 명예와 지휘권을 가졌다고 충성을 다하진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르비님. 췩. 동쪽 해안가에서 고생하신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추이익!”

“고맙습니다. 그리고 영광입니다. 위드님이 저를 알아주시다니…”

“츄익. 프로본스님. 매주 초보자들에게 붕대를 나누어주셨다죠? 췻. 그 헌신에 놀랐습니다.”

“위드님께서 하신 일에 비하면 정말 별 거 아닌데요.”

“막테님. 취익. 꼭 만나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뵙는군요. 췻.”

“무한한 영광입니다.”

칭찬과 아는 척.

그것만으로도 부대장에 임명된 이들은 더 열심히 목숨을 걸고 싸울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란 대부분 단순해서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싸울 수 있는 것이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이며, 로열 로드의 영웅인 위드가 그를 알고 있으니까!

‘위드님이 날 지켜보고 있었구나.’

‘와… 나 유명인이 되는 건가.’

‘내 평판이 이 정도로 대단했나? 위드님이 말하는 거니 모두 알고 있었다는 뜻이겠지?’

실제로는 당연히 사기에 가까운 꼼수들이었다.

- 마판 : 동쪽으로 340미터 정도. 등에 검을 두 개나 꽂고 있는 사람이 보일 겁니다. 그가 쌍도로 유명한 두소라고 합니다. 프레야 여신상 제작에 참여했었죠.

- 페일 : 서쪽으로 420미터에서 궁수로 유명한 제베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같이 퀘스트 해본 적도 있는데요. 원거리 저격이 굉장히 뛰어납니다. 얼굴 잘 생겼다는 칭찬을 좋아합니다.

- 수르카 : 북쪽이요! 나마드 수도원의 권사들이 오고 있어요. 그들은 영주 자리에 관심이 있을 거예요.

동료들이 발굴해야 할 인재들을 제보하고 있던 것이다.

그물망에 걸려든 고레벨 유저들은 모조리 임명장을 보내 전투 지역으로 보냈다.

대부분이 싸우다가 죽을 테지만, 전쟁이란 본래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

위드는 백 명이 넘게 부대장을 뽑았다.

가르나프 평원에 뭉쳐서 할 일을 찾던 유저들의 교통정리!

부대장들은 명성이나 인맥에 따라 수만 명씩을 거느리고 싸우도록 했다.

위드가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유저들이 계속 모여들었으니 여전히 사람이 줄어든 티가 나지 않았다.

“저요! 저도 부대장으로 뽑아주세요. 레벨 484예요!”

“저도 싸우고 싶습니다. 아르펜의 왕실 기사입니다. 공적치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습니다.”

“죽순죽 출신입니다만 매일 22시간씩 게임합니다. 위드님을 닮고 싶어요!”

순진무구한 유저들은 스스로를 부대장으로 뽑아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하벤 제국의 기습으로 시작됐던 전쟁이 위드의 등장으로 뭔가 재밌고, 뜨거운 것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점점 동료들로부터의 제보도 줄어들었고, 부대장으로 뽑을 인재들도 뜸해졌다.

최소 수 만 명씩을 거느리기 때문에 레벨과 인성, 지휘력을 전부 감안해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자리에 모인 유저들을 그냥 해산시키는 행동은 잘못된 것.

밥그릇에 붙은 밥알의 흔적까지 긁어내서 먹어 치워야 한다.

위드는 사자후를 터트렸다.

- 이곳에 모인 분들은 저와 함께 싸우러 갑시다! 취이이익!

“우와아아아!”

“꺄악!”

“취취취취췻!”

평원이 떠나갈 듯한 유저들의 함성이 울렸다.

어딘가 고조된 분위기에 실제로 땅이 흔들리는 듯한 착각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 갑시다. 취췻. 싸웁시다. 췩. 먹읍시다! 추익!

“만세!”

“어서 놈들을 해치워주세요!”

“다 죽입시다!”

- 우린 11군단으로 갑니다. 취이잇!

위드는 목표를 11군단으로 정했다.

대충 고른 것 같기도 하지만, CTS미디어에서 생방송으로 중계를 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가자!”

당당한 오크 카리취의 모습을 한 위드가 걸어가니, 무대 주변의 유저들이 다 같이 따라나섰다.

끝도 없는 유저들의 이동.

중간에 합류하는 유저들로 인해 행렬의 덩치가 몇 배나 더 크게 불렸다.

수백만 단위가 우습게 모이고, 새로운 유저들이 접속하면서 행렬에 참여하고 있었다.

위드가 선봉에 서니 유저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우릴 상대하다니… 11군단도 어지간히 재수가 없다.”

“와. 위드님과 같이 전투를 하게 되다니. 며칠 전부터 오늘만 기다린 보람이 있네.”

“이길까, 질까?”

“이 인원이 질 수도 없겠다.”

“그래. 주변을 둘러봐. 유명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고!”

중앙 대륙이나 북부의 고레벨 유저들은 위드에게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부대장 임명 때문에라도 위드의 눈에 띄어서 명예와 인지도를 얻기 위해 고무되어 있었다.

11군단과의 전투를 지켜보기 위해 뒤따르는 마레이와 바드들은 정신적으로 2차 충격을 받았다.

“음 이탈, 가사엉망의 노래 한곡으로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호응해?”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지만 이런 영향력은 생각도 못했어요.”

“소문으로 들은 것 이상입니다.”

“오크 카리취로 변신하는 순간부터 사람들이 완전히 빠져들었던 거죠.”

* * *

11군단을 지휘하는 군단장 울타르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었다.

“모조리 쳐 죽여! 제국에 저항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 미개한 놈들에게 가르쳐주어라!”

제국군 전사들이 돌진하며 북부 유저들을 제거했다.

어떤 전사들은 화염의 검을 사용했다.

그들 검에 맞은 북부 유저들은 5미터도 넘는 불길에 휩싸여서 목숨을 잃었다.

< 연쇄 화염이 발동되었습니다. >

화염은 가까이 있는 다른 유저들에게 옮겨 붙어 폭발하며 공포를 심어줬다.

헤르메스 길드원들도 선두를 달리면서 신나서 싸우고 있는 와중이었다.

- 스티어 : 위드가 나타났습니다.

위드가 등장하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군대가 알아서 하겠지.’

20개의 군단이나 진격하고 있었으니 자신의 일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방에 넘쳐나는 적들을 상대로 무기를 휘두르고 스킬을 쓴다.

무시무시한 학살극을 벌이면서 스스로의 강함에 푹 취했다.

‘재밌어. 로열 로드는 역시 약자들을 쳐 죽이는 맛이지. 이 즐거움을 얼마나 오랫동안 억눌러야 했던가.’

- 스티어 : 위드가 11군단을 목표로 이동 중!

“…”

새로 들어온 정보에 울타르와 헤르메스 길드원들이 멈칫했다.

‘위드가 우릴 잡으러 온다고?’

‘여기로 와?’

울타르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역시도 로열 로드에서 레벨을 기준으로 랭킹 30위 권 안에 포함되는 강자였다.

‘위드와 싸운다.’

손발이 저릿저릿 하는 쾌감과 두려움.

전투를 즐기는 그로서는 오히려 반갑기까지 했다.

라페이가 귓속말을 해왔다.

- 라페이 : 방금 소식은 들었을 겁니다.

“예. 꽤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위드가 온다고요.”

- 라페이 : 자신은 있겠죠?

“다 쳐 죽일 자신이 있습니다. 진다는 건 생각도 안 합니다.”

- 라페이 : 저도 믿습니다만, 가까이 있는 몇 개의 군단에 지원을 명령했습니다.

“흠.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을 텐데.”

울타르는 항상 신중한 수뇌부가 거슬렸다.

헤르메스 길드를 여기까지 키우는 데 라페이의 공로를 인정하긴 했지만, 그렇더라도 너무 머뭇거린다.

‘나라면 진작 북부를 점령하고 정복을 끝내버렸을 거다. 힘이 있는데 안 쓰는 게 멍청하지.’

그렇더라도 불타는 유성 소환이나 알킨 병 등은 감탄하긴 했다.

- 라페이 : 미리 짜놓은 전투 계획대로입니다. 다만 그들 역시 적진을 뚫고 도착해야 하니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큿. 더 늦어져도 상관없습니다. 천천히 하시죠.”

- 라페이 : 불타는 유성 소환 마법의 준비도 서두르고 있습니다. 1시간이면 사용이 가능합니다. 소멸의 창도 최대한 지원이 될 겁니다.

울타르는 가까이 달려오던 드워프 전사를 검으로 베어버렸다.

“알아들었습니다.”

- 라페이 : 무운을 빕니다.

울타르는 솔직히 준비가 과하다고 여겼지만, 그렇다고 싫다고 하진 않았다.

승리를 거둔다면 역사에는 자신의 공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인족들이 위드에게 합류하기 위해 찾아왔다.

하늘은 달과 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인족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조인족의 대장을 맡은 유저, 날쌘 찬바람은 제비에서 독수리로 변이를 마쳤다.

넓게 벌어진 어깨와 딱딱한 부리는 강철이라도 맛있다고 쪼아댈 정도였다.

날쌘 찬바람이 위드를 향해 정중하게 말했다.

“우리도 북부 유저로서 이번 전투를 치르고 싶습니다. 목숨을 바쳐 싸울 것입니다.”

“…”

위드는 그저 말없이 날쌘 찬바람을 보고 있었다.

오크 카리취의 형태로 가까이에서 만나니 상대가 받는 압박감은 보통이 아닐 것이다.

카리취의 흉터와 힘줄로 뒤덮인 팔뚝은 당장이라도 목을 비틀어버릴 정도로 강인했다.

오크 카리취의 실물이란, 인적이 뜸한 밤거리에서 만나면 어떤 경험 많은 전사들조차도 두렵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위드가 단단한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었다.

“취췻. 허락합니다.”

조인족들의 합류!

그들은 하늘을 빠르게 날 수 있기에 전투 부분에서는 탁월한 강점을 가졌다.

평원을 날아다니며 약한 몬스터들을 공중에서 사냥하고, 또 넓은 시야로 약초 같은 걸 얻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조류들의 특성상 대부분은 밤눈이 어둡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었다.

“아침이 올 때까지 저희들은 병력 수송에 우선하겠습니다.”

“네. 취췻.”

“전투 지역에 공수부대 낙하는 무제한적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원하는 대로. 췩!”

당장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조인족들의 도움은 제국군의 전투 진형을 파괴하는 효과를 갖고 있었다.

위드에게 합류하는 무리는 조인족들 외에도 많았다.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쟌을 비롯한 네크로맨서들은 끓고 있는 라면에 계란 같은 존재!

그들이야 언제든 환영이었다.

“병아리죽 부대입니다. 정식으로 합류 요청합니다!”

“죽순죽 43분대입니다. 조촐하게나마 싸우도록 하겠습니다.”

“산딸기죽입니다. 참고로 딸기죽 부대와는 친하지만 별도로 존재합니다!”

위드가 11군단으로 병력을 데려가는 사이에 풀죽신교의 여러 죽 단체들도 합류했다.

인파는 11군단과 전투가 벌어질 때쯤에는 천만을 넘을 것으로 예상될 정도였다.

“소프님이 이끌어주세요. 취익!”

위드는 일정 수의 병력이 모일 때마다 지휘관들을 임명했다.

그것은 전체적인 병력 운용의 효율을 감안하고, 유저들에게 소속감을 안겨주는 효과가 있었다.

‘고레벨 유저들과 인연을 많이 만들어 둬야지. 언제 써먹을지 모르니 말이야.’

명예의 전당에 오르거나 게시판의 유명한 유저들도 뒤늦게 합류하여 위드의 주변이 북적였다.

“페일님! 보고 싶었습니다.”

“예, 오랜만입니다. 팥알토님. 잘 지내셨어요?”

“그럼요. 항상 페일님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렸었죠. 핫핫핫!”

페일은 어디서나 유저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모라타에서 꽤 오래 활동을 했고 위드와의 친분과 궁술 실력까지 겸비하고 있었던 만큼 발이 넓었다.

어떤 퀘스트들은 궁수가 있으면 난이도가 훨씬 떨어지기도 해서 자주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리엔님. 완전 회복 마법을 익히셨다면서요?”

“네. 아직 숙련도가 낮아서 생명력의 절반을 채우는 정도에요.”

“하아. 그것도 놀라운 수준이네요. 언제 파티라도 한 번 할 수 있는 영광이 있을까요?”

“기회가 되면 불러주세요.”

이리엔은 사제로서 독보적인 명성을 보유했다.

사제의 회복 스킬은 쓸 일이 자주 있었지만 숙련도가 높아지는 조건이 다양하고 까다로웠다.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약한 자들을 많이 치료해주거나, 죽음의 위기에 처한 이들을 살려야 한다.

어떤 때는 패배의 위기에 놓인 전투를 치유의 능력으로 기적을 발휘해 숙련도를 쌓는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직업이었는데 그런 만큼 사제는 어디서나 높은 대우를 받았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화령과 벨로트.

수르카, 로뮤나를 비롯한 다른 동료들 역시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하하하.”

“후후후.”

친근하게 웃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속으로는 인사를 나누는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두고 있었다.

다음에 위드에게 부대장으로 써먹을 유저들을 추천해주기 위해서였다.

* * *

울타르가 이끄는 11군단은 대규모의 병력이 진군해오는 것을 발견했다.

“놈들이 옵니다! 확실히 많습니다!”

“어디에 있나?”

“아직 안 보입니다.”

11군단에 속해 있는 유저들은 위드가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평원 너머가 불빛으로 가득한 걸 발견했다.

끝을 알기 힘들 정도의 불빛들이 자신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울타르는 기대가 되는 한편, 예상을 웃도는 광경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접근하는 놈들부터 차근차근 제거하며 이득을 본다. 마법 함정들을 여기서 몽땅 쓴다는 생각으로 아끼지 말고 깔자.”

병사들은 명령에 따라 땅을 파거나 바위를 옮겨서 벽을 세웠다.

“보급 마차의 문을 열어!”

“가리지 말고 뭐든 다 꺼내라.”

헤르메스 길드원들의 지휘 아래 한 개에 500골드가 넘는 마법 함정들도 설치했는데, 땅에 깊게 파묻히는 대지 계열이나 폭발하며 피해를 입히는 유형들이 많았다.

“이게 다 돈이 얼마야. 비싼 것들을 다 쓰려니 아깝군.”

“그래도 남겨둘 필요가 없지. 잘하면 여기서 전투가 끝날 수도 있으니까.”

“이기면 우린 전설이 될 거야.”

“당연한 이야기. 대륙 정복의 역사를 나 금라덴이 결정한다.”

헤르메스 길드원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가르나프 평원을 밝히는 불빛들의 행렬이 빠르게 밀려오고 있었다.

“아직 기다려라.”

울타르는 냉정한 눈으로 그들을 주시했다.

꾸준히 불빛들이 접근해오고 있었고, 나중에는 사람들의 얼굴까지 보일 정도의 거리가 됐다.

“쏴라!”

11군단의 진영에서 화살과 마법 공격들이 일제히 퍼부어졌다.

“공격해라!”

“선봉은 우리닷.”

“조기죽. 출동이요!”

11군단을 향해 횃불을 든 유저들은 화살과 마법을 맞으면서 질주해왔다.

초보자 복장을 입은 싸구려 장검을 든 유저들!

운이 나빠 맞으면 목숨을 잃고 회색빛으로 변해서 사라지지만 그 다음 사람들이 자리를 채운다.

하벤 제국군이 이미 가르나프 평원으로 와서 숱하게 상대해본 초보자들과 비슷했다.

콰과광!

유저들이 마법 함정들을 밟으며 화려한 불꽃을 일으키면서 폭발했다.

숱한 사람들이 그 폭발에 휘말려서 사라졌지만, 돌격해오는 속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검을 들고 달려오는 어마어마한 유저들!

울타르는 가슴을 뜨겁게 하는 전쟁의 기운을 물씬 느꼈다.

“쌍검 전사들이 전면에 나선다. 다가오는 놈들은 모조리 쳐 죽여라!”

채챙!

양손에 검을 든 제국군 병사들이 전열에 섰다.

미리 연습한 진형에 따라 창병과 방패병이 도열했으며, 기병들도 대기했다.

궁수와 마법사들은 계속 활시위를 당기고, 마법을 발현시켜서 날렸다.

“제국의 영광을!”

“황제 폐하를 위하여!”

검을 들고 뛰어오는 유저들에게 화살이 비 오듯이 쏟아지고, 마법 폭발이 일어났다.

“망설이지 말고 부딪치세요. 우리는 해낼 것입니다.”

“풀죽, 풀죽, 풀죽!”

죽을 줄 알면서도 달려오는 선두의 유저들!

그들에게는 목숨보다도 소중한 것이 등수놀이였다.

“내가 1등으로 왔다. 내 이름은 바이타르다!”

“아자. 아슬아슬하게 2등이다.”

“3등. 순위권!”

힘껏 달려온 유저들과 11군단의 거리가 가까워지더니 정면으로 부딪쳤다.

“방패로 밀치고 창으로 찔러라!”

“크억!”

“악!”

대부분은 온 힘을 다해서 달려온 연약한 유저들이 제국군에 막혀서 회색빛으로 변해 죽어가는 것이었지만, 일부는 돌파를 성공시켰다.

모라타 시절부터 했던 아르펜 왕국의 1세대 유저들이 선두에서 병사들을 제압하고 뚫어낸 것이다.

“싸워요. 이곳을 더 넓혀야 해요!”

“승리를!”

“버티십시오. 나머지는 동료들에게 맡기고요!”

제방을 무너뜨리듯이 유저들이 밀려오고 있었다.

“늑대 기사단 투입해!”

울타르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기사단을 추가로 보내 유저들을 몰아냈다.

‘약간은 쓸 만 한데?’

가르나프 평원에 와서 지금까지 싸운 유저들과는 많이 달랐다.

레벨이나 실력도 더 높았지만, 그보다는 속도와 기세가 문제였다.

대규모의 군중들이 메뚜기 떼를 연상시킬 정도로 전력을 다해서 뛰어왔다.

믿을 건 검 하나밖에 없는 유저들이라, 힘껏 부딪치고 죽어갔기 때문에 전투력과 수비의 부담은 몇 배가 되었다.

울타르가 지켜보는 와중에도 제국군 병사들이 조금씩 죽어나가고 있었다.

“울부짖는 마검!”

어느 한 유저가 검을 들어올렸다.

‘저것은 레벨 제한 450이 넘는 스킬?’

울타르나 헤르메스 길드원들이 깜짝 놀랐다.

한 유저의 검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휘두를 때마다 제국군 병사들이 무참히 죽어나갔다.

방어력에서 큰 차이가 나면 막아내지 못하는 검술이다.

제국 기사들과 헤르메스 길드원들이 대응하기도 전에 그 유저는 뒤로 물러났다.

잠깐 사용한 스킬을 제외하고는 다들 비슷한 초보자 복장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전투 중에 찾아낼 수는 없었다.

“혼을 강타하는 도끼!”

이번에는 어느 도끼 전사가 나타나서 병사들을 공격했다.

강렬한 공격들을 방패병들이 막아냈지만, 절반이 넘는 방패들이 그대로 부서지고 말았다.

어쩌다 조금이라도 스치면 금세 기절하며 전투 불능에 빠졌다.

그 도끼 전사 역시 힘과 마나를 실컷 소모하며 활약하더니 뒤로 물러났다.

인해전술로 밀려오는 유저들에 숨은 실력자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평범한 초보자 복장을 하고 있는 레벨 300대, 400대. 드물지만 500대의 유저들까지 뒤섞였다.

아르펜 왕국의 편에 선 정예 유저들이 대거 위드를 따라왔던 것이다.

“매우 안 좋아.”

울타르가 만만하게 본 것이 위드를 따라온 유저의 수준이었다.

위드가 직접 이끌고 온 군중들에는 고레벨 유저들이 많이 섞여 있어서 병력의 질 자체가 예상과 달랐다.

“조금이지만 위기가 느껴질 정도로 강해. 그러니 재밌어지는군.”

11군단의 단기간에는 어떤 병력들이 오더라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 사이에 다른 군단들이 도착하고, 불타는 유성 소환 마법도 준비를 마치게 될 것이다.

‘여길 위드의 무덤으로 만든다. 오히려 약간쯤은 손해를 보는 것이 싸워볼 만하다고 느끼게 만들지도…’

울타르가 욕심을 내고 있을 때였다.

“오크 카리취!”

“전면에 위드가 등장했습니다.”

유저들로 구성되어 밀려오는 대병력의 중심에 생각보다도 빨리 위드가 등장했다.

다른 인간들보다도 키와 덩치가 훨씬 더 커서 눈에 띄는 흉악한 오크!

온갖 범죄들을 다 저질러서 지명 수배 된 이들의 외모 특징들을 전부 모아놔도 카리취에게는 안 될 것이다.

‘왔다. 이제 진짜 싸움이 벌어진다. 총공격이다.’

울타르와 헤르메스 길드원들의 긴장감이 더해졌다.

아껴둔 마법이나 화살, 원거리 무기들.

전투 병력들의 제한을 전부 해제하리라.

11군단이 모든 것을 걸고 전면전을 벌이기 직전이었다.

위드가 사자후를 터트렸다.

- 울타르! 너에게 일대일 승부를 청한다! 취취치칙!

그 순간, 격렬하던 전투의 소음이 크게 줄어들었다.

달려가던 유저들이 당황해서 멈춘 것이었다.

‘일대일 승부라고?’

울타르도 뒤통수를 망치로 거하게 두들겨 맞은 것처럼 황당했다.

위드가 다시 사자후를 터트렸다.

- 울타르! 취췻. 거기 있는 거 안다. 빨리 나와라! 췩!

거침없는 도발.

짧은 순간이었지만 바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싸움을 걸면 당연히 응해야지.’

울타르는 바로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제국군 11군단장은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위드에게 전쟁의 신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대단히 고평가 되었다는 판단이었다.

‘마법의 대륙 시절의 별명이 이어진 것이다. 게다가 퀘스트를 잘 수행하는 것과 전투력은 별개야. 고급 수련관을 통과했다고 기고만장해졌나?’

투쟁의 길의 활약도 방송을 통해서 봤다.

꽤나 인상적이긴 했어도 솔직히 대단하게 여기진 않았다.

헤라임 검술의 운용이 놀랍지만, 일대일의 싸움에서는 그런 게 잘 먹히진 않으니까.

연속 공격을 이어나간다는 건, 뒤로 빨리 물러서기만 하더라도 중단되어버리는 것이다.

‘초보자들이 보면 놀랍기도 하겠지. 그러나 전쟁이 빈번하게 벌어진 중앙 대륙이다. 쓸 만한 전투 스킬들은 수없이 검증되었어. 헤라임 검술이 주목 받지 못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위드가 불패의 신화를 이룩해오고 있었지만, 그것은 헤르메스 길드의 1할도 안 되는 전력들이 북부로 갔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바드레이에게 대인전에서는 패배하고 죽음을 맞이한 전력도 있지 않은가.

여러 가지 상황 판단들이 있었지만 결론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CTS미디어를 비롯하여 여러 방송국들이 생중계를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자존심 때문에라도 위드의 일대일 승부를 거부하고 꼬리를 마는 겁쟁이가 될 마음이 없었다.

‘기꺼이 응해준다. 하지만 그 전에…’

울타르는 최근에 대지의 여신 미네의 성기사 노돔에게 슬쩍 고개를 돌렸다.

성기사로서는 드물게 모험으로 인해 미네의 선물 중의 한 가지를 가지고 있었다.

대지의 갑옷.

수많은 옵션들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두 가지였다.

최대 생명력을 350%나 늘려준다.

또 하나는 갑옷을 발동시키면 10분 동안 상대방에게 맞은 물리 피해를 87.4%나 감소시켜준다는 점이었다.

‘내가 대지의 갑옷을 입는다면 절대 질 수가 없지 않나?’

울타르의 뜨거운 시선을 받은 노돔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 친분이 있기도 했고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았으니 갑옷을 빌려주는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울타르가 조용히 귓속말로 속삭였다.

“고맙다, 친구.”

- 노돔 : 크크. 위드를 해치우고 나면 그 공의 절반은 나한테 있음을 잊지 말라고.

“위드에게 얻은 전리품은 그게 뭐든 한 가지를 고르게 해주지.”

- 노돔 : 거래 성립이야.

울타르는 전사의 외침 스킬을 사용했다.

“일대일 승부라고? 이쪽에서 원하던 바다. 기꺼이 받아주마!”

위드와 울타르가 마음껏 싸울 수 있도록 평원에 넓은 공터가 생겼다.

제국군은 남쪽으로 물러났으며, 유저들은 북쪽을 차지하고 자리에 앉았다.

“와. 누가 이길까?”

“당연히 위드님이 이기겠지.”

“울타르도… 그래도 최상위권 랭커잖아. 바드레이를 제외하고는 져본 적도 없을 걸.”

“일대일 결투에서는 바드레이 못지않게 강하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런 건 싸워보지 않고서는 몰라. 다 소문이야.”

“확실한 건 우리 눈이 호강하게 될 거란 거지. 그리고 전쟁의 신 위드님이 이길 거야.”

위드!

울타르!

이름만으로도 구경꾼들은 긴장이 되는 결투였다.

위드는 결투를 위해 로아의 명검을 뽑아들었다. 갑옷은 파비오와 헤르만이 아직 완성시키지 못했다.

‘일대일의 승부를 정말 받아줄 지는 몰랐는데. 실컷 즐겨줘야지.’

오크 카리취로서 절로 비겁한 미소가 지어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결투는 익숙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못하지도 않지.’

기사나 전사들은 퀘스트에서 자주 결투를 경험한다고 하는데 주로 어디의 누구를 이기라는 의뢰들이 나온다고 한다.

인맥과 명성을 쌓고, 전투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결투 퀘스트는 상당히 중요했지만, 조각사에게는 연관이 없었다.

그렇지만 위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는 편이었다.

‘낭만적인 결투라… 그런 건 세상에 없지. 승자와 패자가 있을 뿐.’

위드는 오징어 먹물보다 새까만 속마음을 감추고 씩 웃었다.

“취익. 멋지게 싸워보자. 울타르.”

“물론이다. 이렇게 빨리 싸울 수 있을 줄 몰랐는데. 고맙다.”

“왜? 취췻.”

“전투가 일찍 끝날 거 같군. 덕분에 나나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수고를 덜게 되었어.”

울타르는 검과 석궁으로 양손에 무장을 했다. 당연하게도 강력한 마법이 걸려 있는 무기들이었다.

“후회하기 전에 미리 경고해두지만 석궁을 단단히 조심해야 할 거다. 조금만 방심해도 네 이마에 화살이 박힐 테니까 말이다.”

울타르의 전투 방식은 상당히 유명했다.

그는 레벨이 200대를 넘었을 때부터 검으로 싸우다가 들고 있던 석궁을 쏘는 방식을 즐겼다.

위드는 웃으면서 그 말을 받아주었다.

“좋은 무기다. 강함에는 비겁함이 없다. 취췻. 재밌는 싸움이 될 거 같다. 췻!”

“당해보고 나서도 그런 말을 했으면 좋겠군.”

울타르는 몸이 조금 굳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승리를 백퍼센트 확신했다.

‘조각사 따위에게… 거기에 요즘 신경이 쓰이는 언데드를 소환하지도 못할 거 아냐? 게다가 둔한 오크의 형태를 하고 결투에 나서다니 웃음이 나올 정도야.’

오크라면 과거에 수도 없이 잡아본 몬스터!

오크 부락, 오크 성채들을 휩쓸었던 경험이 아주 많았다.

‘투지를 발산해서 동료들의 전투력을 증가시키는 게 오크들의 특징이지. 오크가 전사 집단이라고는 해도 저 상태로는 장점도 못 살린다.’

오크는 쉽게 강해지지만, 아무리 강해져도 오크라는 판단이 있었다.

탁월한 힘과 발달된 육체를 가졌지만, 다양한 스킬들을 구사하며 전투를 치르지는 못하니 레벨이 높아질수록 한계가 드러난다.

덩치가 큰 것도 그만큼 공격할 부위가 많아서 약점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오크의 형태를 하고 나서 갑옷도 제대로 입지 않고 있었다.

어디서 주운 것인지 허름한 오크 갑옷을 입고 있긴 했지만 자신이 빌려 입은 대지의 갑옷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흔해빠진 것이었다.

‘가소롭게도 날 얕본 것이겠지. 헤르메스 길드에 바드레이가 아니더라도 위드, 너를 이길 사람은 많다는 걸 증명해주마.’

정작 결투에 나선 울타르는 위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석궁이 꽤 비싸 보이는군. 다른 장비들도 싸구려는 없는 것 같으니 매우 좋아.’

‘반드시 이길 거다. 죽여주마. 위드!’

* * *

“쯧쯧.”

이 순간, 수많은 유저들이 위드와 울타르의 전투에 집중하고 있었다.

유병준 역시 로열 로드를 통일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이어받을지도 모를 위드라서 모니터로 지켜보고 있었다.

“울타르. 이놈은 도대체 누구야?”

- 레벨을 기준으로 한 랭킹 77위. 전투력 순서로는 124위에 속해 있는 유저입니다.

인공지능 베르사의 대답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크게 달랐다.

울타르의 레벨은 대략 23등 정도로 알려져 있었는데, 실상은 미공개 상태로 활동하는 유저들을 제외한 순위였다.

헤르메스 길드가 중앙 대륙의 좋은 사냥터와 퀘스트를 독점했지만 구석구석 많은 유저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어떤 유저는 알려지지 않은 미궁에서 오래도록 사냥을 했고, 금역에서 지내는 이들도 있었다.

로열 로드로 돈을 버는 다크 게이머들은 당연히 미공개 상태로 그들끼리 협력했다.

암시장에서 물품과 정보들을 교류하면서 성장을 해나간다.

그들에게는 로열 로드가 직장이었기에 헤르메스 길드의 눈을 피해서 꾸준히 생활했다.

북부와 동부, 서부에서도 유저들이 숨어서 성장을 해왔는데 어려움 속에서도 실력을 끈질기게 성장시켰다.

하벤 제국의 통치가 강력한 것으로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렸던 건, 유저들의 전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다.

유병준은 장검과 석궁을 들고 자신감에 차 있는 울타르를 보며 짜증이 났다.

“이놈은 스스로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 눈빛과 표정. 목소리에 담긴 감정으로 유추해보면 98.4%정도 확신하고 있습니다.

“애송이 같은 놈이로군.”

절로 한숨이 나올 것만 같은 일이었다.

유병준은 위드의 모험을 중점적으로 지켜봤기 때문에 페일과 같은 동료들보다도 숨겨진 흑막을 더 잘 알았다.

“일단은 조각 변신술이란 말이지. 그것도 오크 카리취로…”

위드가 한 짓은 당연하게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

군중들을 열광시키기 위해 인기가 있는 오크 카리취로 변신했을 수 있다.

어쩌면 최근에 계약한 오크 카리취의 음식 광고 때문일 가능성도 높았다.

라면과 피자, 통닭 광고!

위드는 통 크게 세 종류나 되는 브랜드와 동시에 계약을 맺었다.

오크 카리취가 맛있게 먹어치우는 광고였는데 광고 후에 매출액의 증가에 따라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었다.

로열 로드에서 촬영을 하면서 요리까지도 직접 했는데 맛있게 먹는 모습에 광고주들이 대박을 외쳤다고 한다.

‘위드가 이런 기회를 놓칠 놈이 아니지.’

그러나 광고만을 보고 오크 카리취로 변신했다고 생각한다면 위드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다.

‘일석이조. 혹은 항상 그 이상을 한꺼번에 노리는 놈이다.’

조금이지만 더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조각 변신술로 오크 카리취처럼 물리적인 전투에 최적화된 상태로 종족을 바꾸면 스탯들에도 변화가 생겼다.

잡캐로 쌓은 다양한 스탯들이 힘과 민첩을 중심으로 편성된다.

위드는 바뀐 육체의 무게 중심이나, 크기, 종족에 따른 특성마저도 완벽히 파악하고 이용한다.

‘오크라고 얕봐서는 곤란하지. 겪어봤던 오크들과는 완전히 다를 테니까.’

위드가 감춰둔 꼼수는 이것만이 아니다.

투쟁의 길을 걷고 유효 기간이 조금 남은 투신의 축복 몇 가지!

검사의 휘호, 물러서지 않는 투사, 최상의 육체, 꿰뚫는 검.

투신이 직접 내린 축복의 효과는 사제들과는 비교가 안 된다.

팔랑카 전투까지 치르며 받은 차원문의 장갑도 결정적인 한 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리저리 사라지고, 공격은 공간을 넘어서 갑자기 튀어나올 것이다.

상당히 어려운 전투법이고 따로 연습을 해본 적은 없지만 위드의 바퀴벌레 같은 적응력을 감안해야 한다.

‘굉장히 잘 써먹겠지. 아마도.’

반면에 장검과 석궁이라는 전투법만 꾸준히 고수하고 있는 울타르는 답답한 면이 있었다.

‘상대방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어디 그게 될 놈인가?’

대지의 갑옷을 빌려 입었다고는 하지만 맞고 덜 아프다고 싸움을 이긴다는 건 단순한 생각이다.

‘근데 이걸로도 끝이 아니야.’

위드의 언데드 소환 레벨은 중급 8에 달했다.

둠 나이트 같은 언데드 소환은 결투 중엔 하지 않겠지만 써먹을 스킬은 그 외에도 다양하다.

착취의 손.

딱 위드가 좋아하게 생긴 이름을 가진 네크로맨서 스킬은 언데드 소환이 중급 8레벨에 오르면 배울 수 있었다.

공격이나 방어를 성공할 때마다 상대방의 체력과 생명력을 일부씩 빼앗는 스킬!

바르칸의 마법서에 기록된 마법으로 위드는 이미 당연히 익혔다.

착취의 손을 익힌 지는 얼마 안 되지만, 1레벨이더라도 없는 것보단 나았다.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생명력을 꾸준히 흡수하게 되면 결투에서 누릴 수 있는 이점은 굉장했다.

“위드가 이렇게 많은 꼼수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저 석궁에 좋은 갑옷 하나 입었다고 자신만만해하는 모습이라니.”

유병준은 위드가 생고생을 하는 모습을 원했지만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았다.

울타르는 딱 위드를 더 빛나게 해주는 엑스트라 정도의 역할이랄까!

“문제는 불타는 유성 소환과 알킨 병이 될 텐데.”

이번 전쟁이야 말로 헤르메스 길드의 승리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보였다.

20개나 되는 군단이 빠르게 습격하여 아르펜 왕국의 편에 선 유저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어떤 수단을 써서 힘들게 그들을 막아내더라도 시간은 헤르메스 길드의 편.

“유성이 다시 떨어지면 대규모로 죽어나가겠지. 위드는 어찌 피하더라도 그를 따르는 유저들은 많이 죽을 거야.”

고레벨 유저들이 한 곳에 많이 모일수록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한꺼번에 쓸어버리기 좋을 것이다.

“전염병이라… 알킨 병을 막지 않으면 모두 죽을 거다. 전투는 자연히 패배하게 되겠지.”

유병준은 인공지능 베르사에게 물었다.

“그런데 알킨 병이 대체 무엇이지?”

- 연금술과 저주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전염병입니다.

탄생하고 374년 동안 붉은 바위에 봉인되어 있었으며, 헤르메스 길드 측의 발굴단이 찾아냈습니다.

“위험도는?”

- 특급으로 전염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35시간이 지나면 가르나프 평원에 모여 있는 유저들 중에 86% 이상이 감염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알킨 병은 너무나 지독하다.

아르펜 왕국의 진영에서는 전투가 벌어지는 중이라 제대로 된 피해 파악도 어렵게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면 거의 못 막겠군.”

유병준은 비로소 확신이 섰다.

이번에야말로 진정으로 위드의 실패를 보고야 말리라!

그의 후계자가 바드레이보다는 기왕이면 위드가 되는 편이 낫다고는 생각한다. 그래도 매번 성공하기보다는 한 번쯤 망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이 전쟁은 확실히 위드가 지겠어. 어떤 꼼수를 쓰더라도 말이야.”

유병준은 혼잣말로 이야기한 것이었는데, 친절한 인공지능이 대답했다.

- 양측의 승리 확률을 계산해볼까요?

“아니야. 하지 마.”

기대되는 영화의 결말을 미리 아는 것처럼 김빠지는 일이 되리라.

그렇지만 더 두려운 것은 이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왠지 위드가 이길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 * *

“죽여! 죽여라, 죽여!”

“전쟁의 신 위드가 이길 거야!”

“울타르. 헤르메스 길드의 힘을 보여주자고.”

“한 방에 끝내버려!”

“위드. 위드. 위드!”

유저들의 거센 함성이 들렸다.

위드의 편에 서 있는 이들이 백배도 넘게 많았지만 응원이 결투에서 중요한 건 아니었다.

오크 카리취!

울타르!

둘은 원을 그리면서 빙빙 돌면서 상대방을 노려보았다.

양쪽 다 전투의 시작을 어찌 이어나가야 할지 치밀한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푸슉

선공은 울타르.

그가 갑자기 석궁을 쏘며 덤벼들었다.

티잉!

위드는 검을 살짝 비트는 것으로 화살을 튕겨냈지만 꽤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이 정도라면 높은 공격력에 파괴력 추가, 관통, 밀쳐내기 정도의 옵션이 담겨 있겠군.’

석궁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장전 속도가 느리고, 연사가 안 된다는 취약점을 갖는다.

그렇지만 울타르가 들고 있는 석궁은 마나 화살을 쏠 수 있었으며, 자동으로 장전까지 이루어진다.

단점 따위는 없고 근거리에서도 마음껏 사용이 가능한 무기였다.

‘확실히 비쌀 거야.’

오크 카리취의 커다란 몸, 울타르는 오른쪽에서 파고들었다.

둔한 오크의 몸으로는 사각지대가 될 수 있는 방향이었다.

검이 유난히 빛나는 것을 보면 공격력을 높이는 어떤 스킬도 사용했으리라.

‘어림도 없지.’

위드가 오른쪽으로 마주 뛰쳐나가면서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오크들이 주로 사용하는 글레이브 대신에 젓가락처럼 얇아 보이는 로아의 명검이 바람을 갈랐다.

까아아아아앙!

울타르는 검이 부딪치는 순간 강한 충격에 손목이 꺾였다.

검과 검이 부딪쳤는데 팔과 어깨가 끊어지는 것만 같았다.

< 막강한 충격!

생명력이 3,487 감소합니다.

검의 내구도가 1 떨어집니다. >

레벨 차이가 심하지 않고서야 마주 싸우면서 무기의 내구도가 떨어지는 건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상상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

‘오크가 이런 괴력을 발휘하는 스킬이 있었단 말인가.’

위드는 꼼수 중의 하나로 조각 파괴술로 모든 예술 스탯을 힘으로 바꿔놓은 상태였다.

막강한 힘으로 검을 휘둘렀을 뿐이고, 자연스러운 체중 이동과 어깨와 허리 움직임에 따라 대단한 위력이 발휘되었다.

“크합. 오크 삼단치기!”

위드는 스킬 명까지 친절하게 외치면서 공격했다.

연속으로 세 번을 휘두르는데, 공격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마지막에는 기절의 효과가 있는 일격까지 날린다.

“제기랄.”

울타르는 급하게 검을 휘두르고 석궁을 쏘면서 뒤로 물러났다.

까가강!

두 번을 받아치고 나서야 공격 범위 자체에서 벗어난 것이었는데 놀라서 등줄기가 서늘했다.

위드가 흉기나 다름없는 근육으로 뒤덮인 왼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까딱.

손가락으로 들어오라는 표시를 하는데, 전투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울타르는 부딪쳐서 낭패를 보고 즉시 전략을 바꿨다.

‘무식한 오크와 힘으로 맞설 필요는 없지. 애초에 그러려고 하지도 않았고. 기본 실력부터 가늠해 본 것이니 힘보단 기술 위주로 싸운다.’

상대의 힘이 부담스러우니 근접전이라도 속도와 현란함으로 승부를 봐야 하리라.

난전을 이끌고, 다른 유저들을 해치웠던 것처럼 기회를 봐서 석궁을 쏘는 것이다.

마비, 기절, 중독의 효과가 있는 화살은 스치기만 해도 상대의 전투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다른 하나의 검!”

검술의 비기.

울타르는 검을 소환하여 날아다니도록 했다.

모든 전투 스킬 중에서도 최상의 활용도를 자랑하는 기술.

“피안개의 검!”

이것은 검술의 비기는 아니지만, 생명력을 약간 소모하는 대신에 안개에 가려져서 공격할 수 있었다.

울타르의 몸이 핏빛 안개에 휩싸여서 사라졌다.

일반적으로 적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당혹과 두려움에 휩싸이기 마련!

붕붕붕!

위드는 장난감처럼 손아귀에서 로아의 명검을 돌리면서 기다렸다.

‘넌 모르겠지만 오크 카리취의 모습을 한 이상 절대로 질 수 없다.’

차라리 평소의 모습이라면 막 일어나서 눈곱만큼의 손해라도 보면서 싸울 수 있었다.

오크 카리취의 광고 매출, 캐릭터 산업을 감안한다면 패배란 있을 수 없는 일!

‘압도적인 강함으로 꺾어야 한다.’

위드는 담담하게 기다릴 뿐이었다.

묵묵히 몇 초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울타르는 자신의 생각에 상대가 휘말렸으리라고 확신했다.

“받아봐라. 이것이 겔크의 검술이다!”

핏빛 안개에서부터 잔상처럼 희미한 검들이 그대로 위드에게로 날아왔다.

겔크의 검술은 마나 소모가 크지만, 반경 10미터까지 검의 공격 반경에 들게 만들었다.

쐐애애액!

다른 하나의 검 역시도 쏜살처럼 위드를 노리고 날아왔다.

“취취췻.”

위드는 장난감처럼 휘두르던 로아의 명검으로 다른 하나의 검부터 받아쳤다.

까앙!

간단하게 막아낸 후, 겔크의 검술은 유연하게 상체를 눕히면서 옆으로 한 걸음을 옮기며 피했다.

푸슉!

그때, 조금 전보다도 세 배는 더 빠른 석궁 화살이 쏘아졌다.

‘반드시 맞춘다. 이건 기회다.’

울타르는 화살이 저 흉악한 오크의 몸에 그대로 박히는 것을 기대했다.

실제로도 화살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는데, 피하거나 막을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위드가 성큼 한 걸음 더 옆으로 걸었다.

그리고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

울타르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몸을 날렸다.

반경 3미터 정도 되는 피 안개에 숨어 있었지만,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쐐애애애액!

땅을 구르자마자 그가 있던 자리에 로아의 명검이 크게 휘둘러졌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그대로 당했겠지만 숱한 경험 덕분에 반응이 빨랐다.

“제법이다. 취익!”

위드는 이어서 전진하면서 검을 휘둘렀다.

피 안개에 가려진 울타르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발자국 소리와 검을 피하면서 흘리는 기척.

게다가 검술 자체도 토끼를 사냥하듯이 적의 방향을 한쪽으로 유도하는 것이었다.

“이런…!”

울타르는 피하고 막으면서 버텼다.

< 막강한 힘에 의해 데고르 소드의 내구도가 3 감소합니다.

부수적인 피해!

공격을 막았지만 생명력이 3,492만큼 줄어듭니다. >

막강한 공격력 탓에 막아도 계속 생명력이 떨어졌다.

석궁을 넣고, 방패를 꺼내는 것도 순간 고민했지만, 그렇게 되면 영영 수비만 하다가 끝날 것 같았다.

그래도 검술의 비기인 다른 하나의 검이 위드의 머리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잠시 후면 너도… 최소한 막거나 피해야 한다.’

다른 하나의 검이 머리를 꿰뚫으려는 순간이었다.

‘생각도 못하고 있나? 오호라. 방심했구나! 그렇다면 맞는 순간 반격이다.’

검에 적중되려고 하는데 위드의 몸이 또다시 사라지더니 울타르의 뒤에 나타났다.

‘이게 도대체 뭐야!’

스킬도 아닌데, 어떤 사전조짐도 없이 공간이동이 사용되었다.

투신 바탈리에게 받은 차원문의 장갑에 대해 모르니 당연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울타르는 본능을 믿고 이번에는 앞으로 굴렀지만, 그 사이에 정면에서 위드가 나타났다.

부우우우웅!

위드가 골프채를 휘두르듯이 올려친 로아의 명검이 울타르를 말 그대로 강타했다.

“꾸엑!”

< 통렬한 일격!

매서운 충격이 육체를 뒤흔들었습니다.

생명력 53,481 감소!

대지의 갑옷이 상태 이상을 막아냈습니다.

체력의 최대치가 6% 줄어들었습니다.

신체의 회복 능력이 저하됩니다. >

순식간에 생성되는 메시지를 다 읽지도 못할 정도였다.

울타르의 몸이 땅에서 40미터도 넘게 포물선을 그리며 떠올랐다.

“취익!”

위드는 땅을 박차고 점프했다.

육중한 오크 카리취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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