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52권 : 1장. 다크 룰 (347/520)

달빛조각사 52권

1장. 다크 룰 

- 미개한 인간들이여, 어리석은 저항이구나. 이 땅은 내 암흑의 율법이 지배한다. 영원한 불사의 힘이 장악하리라. 다크 룰! 

위드의 마법에 가르나프 평원의 땅이 들썩거리더니 언데드들이 일어난다. 

우글거리면서 움직이는 좀비와 스켈레톤! 

안개를 일으키면서 솟아나는 유령들과, 말을 탄 채로 포효하는 데스 나이트들이 등장했다. 

“맙소사. 놈이 언데드를 소환했어.” 

“이게 언데드 소환이라고? 시체들이 끝도 없이 일어나고 있잖아.” 

4군단장 칼쿠스가 보는 사이에도 언데드들이 10만 단위로 일어나고 있었다. 

위드는 스켈레톤을 쌓아서 만든 탑에 서서 외쳤다. 

- 이것이 정의 따위는 절대 승리하지 못할 어둠의 강력한 힘이다! 

진정으로 악당다운 대사! 

이 상황에서는 더없이 잘 어울리는 발언이었다. 

“바르칸 데모프의 다크 룰이다.” 

“우와앗. 이 마법을 정말로 보게 되다니!” 

유저들은 마법의 위력에 전율하고 말았다. 

모든 죽어있는 시체들이 되살아나는 데 숫자의 제한이 없다. 

다크 룰은 언데드 한 마리, 한 마리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대지 전체의 율법을 바꿔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 나의 충실한 종들아. 진격하라. 너희들은 불멸의 생명을 얻었으니 끝없이 다시 일으켜질 것이다. 

위드의 명령에 따라서 스켈레톤들이 뼈마디를 삐걱거리면서 진격을 개시했다. 

- 불사의 로드시여! 

- 리치 왕이 우리에게 명하셨다. 

- 영겁의 고통을! 

- 피의 축복을 내려주소서. 

제아무리 약한 언데드들이라곤 하지만, 끝을 모를 대군들이 손과 발을 맞추어서 하벤 제국군을 향하여 걸어갔다. 

조각 변신술을 써서 리치로 몸을 바꾸면서 스탯과 스킬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식과 지혜가 대폭 증가했으며, 언데드 소환이 중급 8레벨의 수준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고급 7레벨로 향상되었다. 

마법은 1레벨의 차이도 굉장히 크기에 언데드들도 훨씬 강력해져 있었다. 

스켈레톤들도 흑색으로 물들어 있거나 뼈와 암흑의 갑주를 착용했다. 

“빌어먹을. 쉽게는 안 죽겠다는 뜻이군.” 

칼쿠스는 언데드 소환을 보며 짜증이 나긴 했지만 빠르게 냉정을 되찾았다. 

“모든 병력은 성수를 아끼지 말고 활용해라.” 

그의 휘하에 있는 병력들이 무기와 갑옷에 성수를 뿌렸다. 

4군단에서는 이번 전투에 참여하기 전에 많은 기부금을 내고 성수를 대량 구입했다. 

만에 하나라도 위드를 잡을 기회가 생겼을 때에 리치로 변신하는 것도 염두에 두었다. 그 준비가 빛을 발하는 느낌이었다. 

하벤 제국의 다른 군단들도 성수나 축복 받은 무기들을 꺼냈다. 

전투 마차에서 은 화살을 잔뜩 꺼내는 3군단에서는 더 철저히 해왔다. 

“우리 군도 준비해라!” 

“서둘러라. 신속하게 진격한다.” 

위드가 일으킨 대규모 언데드에도 불구하고 하벤 제국의 군대는 진격을 멈추지 않았다. 

“화염의 회오리여 일어나라. 움직이며 모든 것을 휩쓸어라!” 

“전쟁의 영광, 무자비한 살육을 일으키는 광휘의 빛이여!” 

헤르메스 길드 마법사들의 공격들도 이어졌다. 

베르사 대륙 최정상의 유저들이 이 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들이 대여섯 명씩 힘을 합쳐서 마법들을 완성시켰다. 

반경 40미터 정도 되는 화염 회오리들이 대지에서 움직이며 스켈레톤이나 좀비들을 하늘로 띄워 올렸다. 

초고열의 화염에 의해서 산산이 녹아내리고 타버리는 스켈레톤들! 

하늘에서 잿빛의 잔해들이 지상으로 뿌려졌다. 

“진군하라. 하급 언데드들 따위는 무시하고, 그대로 위드만을 노린다. 꿰뚫는 섬광!” 

“속도에서 밀리지 마. 가장 먼저 도착하는 건 우리 7군단이다.” 

기사단들이 빛에 휩싸이더니 무섭게 말을 달리며 질주했다. 

좀비와 스켈레톤 같은 언데드들은 그 질주에 튕겨져 나가고, 창을 휘두를 때마다 녹아내렸다. 

“그엑!” 

“크르륵!” 

멋진 광경이기는 했지만 반쯤 부서진 스켈레톤들은 상당수가 생명력을 흡수해서 되살아날 것이다. 

“확실히 강하긴 하군. 그래도 언데드를 무시할 수 없을걸.” 

해골이 쌓인 높은 탑에서 위드는 지극히 냉정하게 전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콰콰콰쾅! 

마법들이 작렬하며 대지가 뒤흔들렸다. 

궁수들은 불화살을 쏴서 스켈레톤과 좀비들의 대열에 불을 지른다. 

대량의 언데드 군단이 동시에 움직이는 광경이 경이로울 정도였지만, 하벤 제국군에 의해 뚫리고 있었다. 

“저들도 모를 리가 없겠지. 버티면 내가 이긴다는 것을.” 

위드가 지금은 극도로 불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바뀌게 된다. 

하벤 제국군의 너머에는 끝을 모를 유저들이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 우리의 주인께서 위기에 처했다. 

모두 일어나서 싸워라! 

둠 나이트 영웅 네튜러스가 소리를 질렀다. 

그 목소리에 언데드들이 힘을 냈고, 30기의 둠 나이트들이 종횡무진 활약했다. 

7군단에서 튀어나온 1천여기의 기사단을 당당하게 막아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 * * 

“아, 안 돼.” 

마법사 포르몬. 

그는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레벨이 45밖에는 안 되지만, 그럼에도 전장에 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푸홀 워터파크에서 적당히 놀고 열심히 사냥이나 할걸.” 

바드 마레이의 공연장에서부터 위드와 함께 싸운다면서 달려오긴 했지만, 그 주변의 유저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 

“망했다.” 

“제국군이 다 우릴 잡으려고 왔어.” 

초보 유저들은 빠른 상황 전개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4군단을 머릿수의 힘으로 밀어붙일 때만 해도 즐거웠는데, 모든 제국군이 이곳으로 결집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함정에 빠진 거잖아.” 

“아. 미치겠네. 쟤들 전술 죽인다. 이렇게 베르사 대륙이 하벤 제국 손에 넘어가나.” 

“위드님이 그냥 여기서 도망치면 되는 거 아니야?” 

“위드님이 도망치실 분이 아니잖아. 그리고 이곳에 모여 있는 유저들이 북부의 주력이라고. 다 죽으면 좀 심각할걸.” 

포르몬을 비롯한 유저들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북부 유저들이 모두가 용맹한 것은 아니었다. 

아르펜 왕국을 위해서 싸우다가 죽을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좀비들 대박이네.” 

“스켈레톤 달리는 것 좀 봐.” 

“솔직히 우리보다 더 강해 보인다.” 

위드와 함께 포위망에 갇힌 북부 유저들은 여전히 많았고 전투가 벌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초나 싸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는 했고, 대규모의 파괴를 일으키는 마법들이 멀리서 작렬했다. 

그 파괴력에 땅이 흔들릴 때마다 헤르메스 길드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레벨이 400, 500을 넘으면 마법으로 작은 구역을 통째로 파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비록 마나 소모가 심해서 자주 쓸 수 있는 스킬은 아니었지만. 

- 만돌 : 침착하세요! 우리의 역할은 시간을 끄는 겁니다. 

셸지움의 영웅. 

만돌이 지역 채팅창을 통해서 꾸준히 용기를 심어주고 있었다. 

“젠장. 여기가 죽을 자리야.” 

“각오를 하긴 했지만 마지막에 멋지게는 싸우고 싶은데.” 

유저들은 무기를 든 채로 제국군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 

악취를 내뿜는 좀비들이 전투에 나서고, 스켈레톤들이 부서지면서도 싸우는 광경들이 보였다. 

“하늘에 본 드래곤이다.” 

- 꾸우으와아아아아아악! 

붉은 안광을 내뿜는 본 드래곤이 공중에서 포효했다. 

메아리가 쳐질 정도로 큰 울부짖음. 

“이런 전장에 나온 것만 해도 대박이긴 하다.” 

“그러게. 로열 로드가 아니라면 어떻게 경험해 보겠어.” 

“자주 싸워보고 싶다. 그땐 이렇게 약하지 않을 거야.” 

일반 유저들에게는 상관없었지만, 제국군의 지휘관들에게는 메시지가 떴다. 

< 비탄의 공포! 

죽음을 상징하는 존재의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병사들의 사기가 31% 감소합니다. 

불행을 맞이합니다. 

질병에 감염될 확률을 높이고, 병사들이 쉽게 혼란에 빠집니다. > 

본 드래곤의 포효성! 

두 마리의 본 드래곤이 하늘을 날아서 유저들에게 접근하는 10군단의 진영에 떨어졌다. 

거대한 몸에 그대로 깔린 병사들이 죽어나갔고, 발로 짓밟고 꼬리로 후려갈겼다. 

- 쿠우워어어어어어! 

기사들은 주둥이로 물어서 백여 미터 밖으로 내던져버렸다. 

“저 건방진 본 드래곤 따위가...” 

“죽여!”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본 드래곤이 강하다고 해도 자신이 있었다. 

그들이 공격대를 편성해서 잡는 수준의 몬스터가 아닌가. 

“없애버리자!” 

유저들이 뛰쳐나와서 스킬을 시전했다. 

본 드래곤은 수십 개의 스킬을 맞으며 군대 사이를 뛰어다녔다. 

데스 오라에 의해 강화된 본 드래곤이기에 뛰어난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으로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는 울부짖으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윽고 음습한 어둠이 본 드래곤을 둘러쌌다. 

< 언데드의 새로운 고향. 

이 땅은 죽음의 공포가 가득합니다. 

비탄으로 얼룩진 채 죽음의 경계를 벗어난 이들이 생명력을 전합니다! 

본 드래곤의 생명력이 완전히 회복됩니다. 

34% 빨라지고, 힘이 51% 강해집니다. > 

“아...” 

지상에 있던 유저들은 탄식했다. 

이 지역에는 대규모의 언데드들이 자리 잡았다. 

본 드래곤이 생명력을 흡수하면서 금세 회복되어버리는 것이었다. 

10군단장 슬래터는 검을 들어서 명령했다. 

“신성력이 아닌 이상 고위 언데드는 피해 입히기 힘들다. 그냥 피해서 옆으로 돌진해!” 

그의 입장에서는 굳이 골치 아픈 본 드래곤과 싸우며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그들이 처리하지 않아도 다른 제국군이 싸워서 물리쳐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 후우으으으으읍! 

그렇지만 본 드래곤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 광경을 보자, 가까이 있던 헤르메스 길드원들은 기겁했다. 

“미친. 브레스다!” 

“아놔. 이건 피해야 하잖아.” 

본 드래곤의 산성 브레스! 

헤르메스 길드원들은 단거리 이동 스킬이나 특수 장비를 쓸 준비를 했다. 

제국군 병력이 브레스를 뒤집어쓰는 순간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슬래터가 비명을 지르며 지휘했다. 

“멈추고 방어해라! 방어 마법 다 가동해!” 

“전군 선회를!” 

10군단의 보병들이 진형을 무너뜨리며 날리고, 넘어지고 최대한 빨리 본 드래곤으로부터 떨어지려고 했다. 

그 순간, 본 드래곤은 들이마신 숨을 토해내지 않고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 

“뭐지. 저건.” 

그대로 농락을 당해버린 10군단. 

돌격 진형은 병사들이 뒤엉켜서 엉망진창이 되었고, 이것을 수습하는 데만도 시간이 걸린다. 

북부 유저들도 사방에서 모여들고 있었으니 제대로 발목이 잡혀서 지체가 되게 생겼다. 

“우릴 속인 거야?” 

“맙소사. 본 드래곤이 저런 지능이 있다니.” 

- 콰아아아아아아아! 

하늘로 날아가던 두 마리의 본 드래곤이 느닷없이 14군단을 향해 산성 브레스를 내뿜었다. 

어둡고 푸른 브레스들이 하늘을 가로질러서 14군단의 제국군들을 휩쓸어버렸다. 

“대박이네.” 

“엄청 세잖아.” 

그 광경을 지켜보던 10군단 소속의 유저들은 울어야할지, 말아야할지가 조금 애매했다. 

* * * 

“제법 잘 싸우는군.” 

위드는 리치로 변신하고 나서, 대낮처럼 환하게 볼 수 있었다. 

< 리치의 눈. 

고위급 언데드에게 어둠은 친숙한 것입니다. 

더 멀리, 짙은 어둠 속에 가려진 곳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 

어둠을 밝히는 마법을 쓰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 

소환된 언데드는 수백만을 훨씬 넘어갔고,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었다. 

하벤 제국군의 맹공격에 위드를 따라온 북부 유저들이 무참히 죽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언데드로 일어나서 다시 전장으로 달려갔다. 

어떤 경우에는 살아있을 때보다 스켈레톤으로 변하고 나서 더 쎄진 경우도 있었다. 

< 잔혹한 광기가 발동되었습니다. 

투쟁심 강한 언데드들의 전투 능력이 향상됩니다. > 

< 심연의 두려움! 

병사들이 겁에 질립니다. > 

< 피해 회복. 

데스 나이트 일부가 새로운 기술을 터득했습니다. 

그들은 살인을 통해 생명력을 흡수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데스 나이트들이 살아 있는 많은 생명을 거두도록 하십시오. 어쩌면 그들은 영혼의 속박을 벗어나서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될지도 모릅니다. > 

< 좀비들이 역겨운 구토를 시작했습니다! > 

언데드들의 상태를 보고하는 메시지창도 수없이 울렸다. 

“데스 나이트 크로웰. 불사의 지휘관을 영접합니다.” 

“가라. 싸워라.” 

“모든 적들에게 죽음을!” 

위드는 두 마리의 본 드래곤을 지휘하며 데스 룰로 일어나는 보스급 데스 나이트 대장들의 충성 맹세를 받았다. 

다크 룰에 의해 수많은 언데드들이 되살아났고, 고급 언데드들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었다. 

< 다크 룰이 언데드의 성지를 만듭니다. 

수많은 죽음이 발생하고, 대규모의 언데드들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거룩한 땅에 하찮고 불쾌한 신성력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사제들이 발휘하는 신성 주문의 위력이 60%로 약화됩니다. 

신앙심이 부족한 이들의 축복과 저주 해소가 봉인됩니다. > 

언데드의 성지! 

그야말로 죽음의 땅이 만들어졌다. 

위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장을 주시했다. 

“그래도 전투가 불리한 건 여전하군.” 

명령만 내리면 스켈레톤들은 불 속에라도 기꺼이 뛰어들 것이다. 

대부분의 하급 언데드들은 제국군과 제대로 전투를 치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수천의 스켈레톤 군단이 달려가다가 화살에 그대로 녹아서 싸우지 못하는 모습이 사방에 흔히 보였다. 

불타는 돌 마법이 언데드들의 한복판에 떨어져서 뼈마디가 부서지며 흩어졌다. 

- 크으. 분하다. 너의 승리다. 

- 위대한 율법이 이 땅을 지배한다. 죽음으로부터 돌아왔다. 

- 너무 강하군... 

스켈레톤들이 죽고 되살아나기만을 반복하며 하벤 제국군을 조금씩 갉아 먹고 있었다. 

“꿰뚫어라!” 

하벤 제국군 기사들이 출동하기라도 하면 늦가을의 힘없는 낙엽처럼 우수수 쓸려나갔다. 그럼에도 금방 일어나서 제국 병사들이나 기사들을 막는 끈질김. 

리치 상태인 위드의 턱뼈가 쓰윽 내려가며 완벽한 썩은 미소를 지었다. 

“꽤 좋은 전장이긴 해.” 

하벤 제국군이 사방에서 모여들면서 위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긴 했다. 그렇지만 바꿔서 생각하면 이보다 더 크고, 멋진 전장이 또 있을까. 

모든 능력을 다 써서 부딪칠 수 있는 전장이다. 

“얼마든지 깽판을 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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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호크, 네튜러스 돌아오너라! 

위드는 사자후를 터트려서 반 호크와 둠 나이트 영웅 네튜러스를 불러들였다. 

“주인의 부름이다.” 

“즉시 이동한다.” 

전투를 펼치고 있던 최정예 언데드 기사들이 적을 뿌리치고 해골을 쌓아서 만든 탑으로 달려왔다. 

데스 나이트, 둠 나이트. 

세월에 낡은 갑옷을 입고, 어둠으로 변색된 뼈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위험한 존재들. 

불길한 기운과 흉흉한 기세. 

그들을 지휘하는 이는 위드였다. 

- 까악 까아아아악! 

흑마법의 기운들이 안개처럼 흐른다. 

까마귀들은 목청껏 비명을 지르며 울었다. 

“명령을 받듭니다. 불사의 로드시여.” 

위드는 해골을 쌓아 만든 탑에 서 있었고, 고위급 언데드인 둠 나이트들이 정중하게 엎드렸다. 

반 호크는 뻔뻔하게 서 있었지만, 다른 언데드들을 보고 따라서 무릎을 꿇었다. 

네크로맨서로서의 지배력이 발휘되고 있었다. 

‘이게 권력의 느낌이지.’ 

위드는 뿌듯해졌다. 

그룹 회장이 이럴까. 

시장이나 군수 같은 정치인이 비슷할까. 

수많은 부하 직원들의 충성을 받는 이 기분. 

위드의 앞에는 둠 나이트 영웅 네튜러스를 비롯하여 수십만의 언데드들이 경배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해골들이나 살점이 뚝뚝 떨어지는 좀비들이 99%를 차지하기는 했다. 

게다가 모여 있는 북부 유저들이나 헤르메스 길드원들의 시선도 향하고 있다. 

이럴 때 한 방을 터트려주어야 효과가 크다. 

위드가 암흑의 기운을 퍼뜨리는 해골 지팡이를 높이 들었다. 

“보아라. 이것이 나의 마법이다.” 

바르칸의 마법서에 적혀 있는 마법 중의 하나. 

- 희생의 집중. 

“소멸하라. 타올라라. 죽음의 경계를 넘어온 자들이여.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라!” 

언데드들이 가진 대량의 생명력을 바쳐서 마법의 파괴력을 상승시키는 비법을 사용했다. 

위드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방출되면서 마법 능력이 75%까지나 증가했다. 

언데드들과 스스로의 생명력도 그만큼 손해를 봤지만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었다. 

< 생명력이 341 흡수되었습니다. > 

< 생명력이 278 흡수되었습니다. > 

< 생명력이 94 흡수되었습니다. > 

< 생명력이 67 흡수되었습니다. > 

< 생명력이 219 흡수되었습니다. > 

... 

생명의 근원이 되는 라이프 베슬을 빼돌린 이후이기도 했지만 전투 중인 언데드들로부터 생명력을 계속 흡수하고 있다. 

‘역시 좋군. 건물주들이 아파트와 상가를 수십 개 사놓고 월세를 받는 느낌이랄까.’ 

위드에게 축구는 그다지 좋아하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그라운드 위에서 규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펼치기 때문이었다. 

‘야성적이고 멋지긴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짜릿함이 부족하단 말이지.’ 

위드가 추구하는 승리 방식은 간단했다.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이용해 먹는다. 그래서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이겨야 속이 시원해.’ 

역전극보다는 확 차이나는 힘을 바탕으로 찍어 누르는 것이 더 재미있다. 

상대가 헤르메스 길드였기 때문에 매번 약자의 몸부림으로 보였을 뿐. 

위드가 가장 즐기는 건 마법의 대륙 시절에서부터 일방적인 힘으로 짓밟아버리는 것이었다. 

- 겁화. 

- 대지의 제물. 

- 죽은 자의 진노. 

- 마력 증폭. 

- 저주받은 자의 힘. 

생명력이나 스스로에게 거는 속박을 바탕으로 마법력을 계속 증폭시켰다. 

조각 변신술을 이용해서 리치로 변신했고, 지금은 거기에서도 제대로 뻥튀기를 해버렸다. 

마법력의 확장, 확장, 확장. 

그리고 또다시 무자비한 확장. 

위드의 몸에서부터 암흑의 마나가 무시무시하게 방출되면서 해골 탑을 따라 흘러내렸다. 

가수들의 콘서트에서 조명이 터지는 것과 비슷했다. 

질척거리는 암흑의 마나들이 사방으로 뿌려지며 언데드들이 이를 주워 먹었다. 

하급 스켈레톤들이 마나를 먹어치우면서 손톱과 발톱이 길어지고 몸에는 북슬북슬한 털이 자라났다. 

- 크오오오옥! 

언데드들이 조립 블록처럼 합쳐지면서 괴기한 형태의 마물이 되었다. 

이 장면조차 위드가 얻어낸 암흑의 마나가 만들어낸 효과의 일부에 불과했다. 

“절대적인 힘으로 살점과 뼈마디, 피부와 손톱, 눈알마저도 으깨라. 뒤틀린 파열의 공간.” 

위드는 4군단의 진영을 향해 흑마법을 시전했다. 

검은 갑옷을 입고 잘 싸우고 있던 제국군 병사들 천여 명이 목표였다. 

암흑의 기운이 뻗어나가서 그들을 감싸더니 그대로 쥐어짜고 터트렸다. 

순식간에 650여명의 병사들이 죽어버리는 흑마법! 

“쿠억!” 

“마법 공격이다!” 

몇 명인지 모를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도 마법에 휘말렸다. 

기사들도 목숨을 잃고, 헤르메스 길드원들도 심대한 피해를 입고 죽거나 비슷한 상태가 되었다. 

눈치 빠르게 일찍 피했거나, 신성력 장비를 많이 착용한 이들만 생존에 성공할 수 있었다. 

“강한데.” 

위드는 해골을 쌓은 탑에서 만족했다. 

마나 소모가 크지만 넓은 지역에 발동되는 것이 뒤틀린 파열의 공간이다. 

고위 마법이 대략 어느 정도의 위력이 발휘되는지를 알았다. 

‘일반적인 위력보다도 열 배는 센 거 같군.’ 

명예의 전당에서 헤르메스 길드의 흑마법사 존클락이 뒤틀린 파열의 공간을 쓰는 영상이 나왔던 적이 있다. 

- 놀랍습니다. 이것이 바로 흑마법! 

- 괜히 헤르메스 길드가 아니네요. 역시 위력 끝내줍니다. 

- 덜덜덜. 최강인 듯. 

- 몬스터 80마리 정도가 순삭 당하네요. 마법사가 전투에 미치는 영향. 메모합니다. 

- 그냥 쓸어버리네요. 존클락님도 곧 랭커 상위권 찍으실 듯요. 

당시 댓글에는 놀라움과 찬사들이 가득했다. 

마법사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각광을 받는 이유는 극강의 공격력과 대량 학살에 있지 않던가. 

존클락이라는 유저는 약한 몬스터들을 대상으로 마법을 사용했지만 위드는 제국군을 향해서 썼다. 

레벨과 장비, 신성력에 의한 축복까지 부여된 병력이었다. 

그나마 사용한 마나는 언데드들의 활약에 따라서 금방 회복되었다. 

“크워억!” 

“우린 불사의 힘을 얻어 다시 태어났다!” 

마법에 의해 죽은 제국군 병사들은 듀라한이나 스펙터로 다시 태어나서 조금 전까지 동료였던 이들을 공격했다. 

그들은 암흑의 마나에 의해 여러 종류의 저주와 강화들을 안고 태어났다. 

‘이러면 대충 견적은 뽑혔고.’ 

위드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놀아보기로 했다. 

해골탑의 위에서 주변을 돌아보며 마나를 아낌없이 퍼부었다. 

“피의 앙갚음!” 

“갈증과 고통 감염!” 

“화염 장막!” 

“휩쓰는 칼날!” 

“침몰하는 땅!” 

마법이 발휘될 때마다 수백 명씩 피해범위에 들어간다. 

마법들 하나하나가 수십에서 수백을 타격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의 위력이 어우러진다. 

저주로 약화시키고, 질병을 일으키며, 불로 태우고, 바람과 함께 칼날을 퍼부었다. 

최악의 음치를 자랑하지만, 마법 주문을 외우는 이 순간에는 래퍼를 능가할 정도로 목소리를 쏟아냈다. 

제멋대로 라임과 플로우를 넘나드는 랩 스킬! 

혀가 없고, 숨을 쉬지 않아도 되기에 그 속도는 무제한이었다. 

가히 조각 생명체들에게 폭풍 잔소리를 하듯이 마법 주문을 쏟아냈다. 

“미쳤다!” 

“위드님이 마법을 쓰고 있어.” 

“화력 대박이다.” 

위드는 4군단에만 집중적으로 마법을 퍼부었다. 

흑마법들은 생명력과 마나를 동시에 소모하기도 했고, 어떤 것들은 신체의 부상이나 상태 이상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었다. 

페널티로 팔다리가 부러지고, 땅에 주저앉기도 했지만 리치의 특성으로 금방 회복되어서 다시 일어났다. 

하벤 제국군 하나만도 집중 공격을 당하자 최소 수십여 명씩이 죽어나가고, 그만큼이 전투 불가능 상태가 되어간다. 

제국군도 신성 장비들을 가득 꺼내서 막으려고 했지만 폭풍처럼 쏟아지는 마법이 몰아치고 있었다. 

어떤 때는 저주 마법들이 속도 경쟁을 하듯이 연달아서 날아갔다. 

미칠 듯한 마법의 집중! 

“멈추지 말고 움직여! 놈을 죽이라고!” 

칼쿠스의 4군단은 돌파해 왔지만, 아직 남아 있는 북부 유저들과 언데드들을 뚫을 수는 없었다. 

“마나 축적!” 

위드는 마법을 쓰면서도 흡수하는 마나의 일정량을 꼬박꼬박 저장해 두었다. 

4군단의 마법사들도 멀리서 공격을 해왔지만 이것을 막아내는 방법은 무식하면서도 간단했다. 

어떤 것들은 리치의 마법 저항력과 재생 능력을 믿고 몸으로 받아냈지만, 높게 쌓은 해골탑이 주요 표적들이 되었다. 

공중 폭격을 하듯이 쏟아지는 마법 공격들은 주문을 외우는 데 불편함을 주었다. 

“반 호크. 스켈레톤들을 날려라.” 

“알겠습니다. 주인.” 

데스 나이트들이 스켈레톤들을 하늘로 던졌다. 

“영혼의 방벽.” 

위드는 스켈레톤에 깃든 영혼을 뽑아내서 그 주변에 강력한 마법 보호막을 형성했다. 

바르칸의 3대 스킬인 다크 룰, 데스오라에 이은 절대 마법 방어만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꽤 효과가 있었다. 

일시적이고, 스켈레톤의 소모와 마나가 많이 들어간다는 점만 제외하면 상당히 좋은 스킬. 

쐐애애애액! 

쿠구구궁! 

스켈레톤 방벽에 하벤 제국 마법사들의 공격들이 작렬하며 폭발했다. 

공중에서 펼쳐진 영혼의 방벽은 대부분의 피해를 흡수하며, 지상에는 태풍이라도 일어나는 것처럼 세찬 바람이 불었다. 

“간지러운 수준이군.” 

양쪽이 모두 마법 공격으로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위드는 그동안 모은 마나를 확인하고는 긴 주문을 외웠다. 

“하늘을 꿰뚫는 벼락의 창이여. 대지와 함께 분노하여 모든 자들을 징벌하라. 약한 자들이 내지르는 최후의 비명마저도 잠재우는 위대한 마나의 힘으로...” 

해골의 탑에 서 있는 위드가 마법을 쓰니, 검보라빛 광채에 휩싸였다. 

끔찍한 최종 보스의 위압감! 

주문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완성되었고, 시전되기 전에 두 배의 마나를 소모하면서 위력을 강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타오르는 전격의 대지!” 

4군단의 진영이 이번에도 목표가 되었다. 

하늘에서는 수십 여발의 벼락이 떨어졌다. 

벼락들이 그치지 않고 이어지면서 일정 영역을 돌아다녔다. 

대지는 무너지면서 사람들을 잡아먹었고, 기사단이 타고 있던 말은 공포로 발광했다. 

< 경험치를 습득하셨습니다. > 

< 경험치를 습득하셨습니다. > 

< 경험치를 습득하셨습니다.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한꺼번에 쌓이는 경험치! 

< 무자비한 살육으로 죽은 자의 힘이 361 증가합니다. > 

죽은 자의 힘이 대폭 오르기는 하지만 일단 제쳐두었다. 

< 현상금이 걸려 있는 도살자 케록을 죽였습니다. 

명성이 2,381 늘어납니다. 

악명이 31 감소했습니다. > 

헤르메스 길드에는 악당이 많아서 악명은 오히려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크헤헤헤헤헤헷!” 

위드는 미친 듯이 웃으며 다시 공격 마법을 사용했다. 바닥까지 드러난 마나는 언데드들의 전투에 따라서 다시금 회복되고 있었다. 

* * * 

“괴물이네. 정말 미쳤다.” 

뮬은 그리폰 부대를 이끌고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위드가 주문을 외울 때마다 드넓은 지역이 저주나 공격 마법의 피해를 입는 전율적인 광경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냐.’ 

바드레이나 일반 유저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짓을 저지르고 있다. 

전설급의 마법 무구를 쓴다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저 괴물은 쉬지도 않고 마법을 쓰고 있지 않은가. 

- 칼쿠스 : 뮬! 어서 공격하라고! 

칼쿠스가 다급하게 귓속말을 보내오는 것을 가뿐하게 씹었다. 

“위드를 죽이려고 오긴 했지만 저런 상태는 좀 곤란하지.” 

2군단이 지상으로 하강해서 공격하면 하벤 제국군은 한숨 돌릴 수 있겠지만, 그 피해는 그리폰 부대가 봐야 했다. 

하늘을 제압하는 공중 부대의 약점은 역시 마법에 있었다. 

위드가 퍼붓는 마법을 뚫고 지상으로 강하한다면 궤멸적인 피해를 입게 되리라. 

‘힘이 빠질 때까지 지켜보고 기회를 노리자. 근데 저 괴물이 힘이 빠지긴 할까.’ 

뮬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저주, 흑마법, 막강한 생명력. 

최악의 네크로맨서인 리치답게 제국군에 무자비한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물론 언제까지 위력을 발휘하기란 힘들 것이다. 

다크 룰로 생성한 언데드들. 

특히 좀비나 스켈레톤들은 제국군 병사들에 의해서도 빠르게 숫자가 줄어들고 있었으니까. 

위드의 불가사의한 마법력을 보고, 언데드로부터 마나를 흡수하는 걸 깨닫고 제국군은 철저히 스켈레톤들을 소멸시키고 있었다. 

그럼에도 유령이나 데스 나이트들이 날뛰고, 둠 나이트들은 무자비한 살상을 벌였다. 

둠 나이트도 그렇지만, 온갖 버프들을 몸에 휘감고 있는 데스 나이트들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전투력을 훨씬 넘어섰다. 

‘정말 골치 아프군. 이 많은 병력이 모였음에도 한 놈을 죽이는 게 이렇게 힘들다니...’ 

뮬은 당분간 지켜보기로 했다. 

중앙 대륙 정복 당시에도 하늘에서 싸우는 그의 부대는 지상에 있는 이들에게 구원을 받은 적이 없었다. 

대부분이 그가 다른 제국군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기에 빚진 것도 없었다. 

* * * 

“빌어먹을. 젠장. 염병할!” 

칼쿠스는 생방송도 의식 못한 채로 연신 욕을 퍼부었다. 

“좀 고분고분 죽어주면 어디 안 되냐!” 

당연한 말을 하면서도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병사들이, 기사들이. 

그의 군단에 속한 헤르메스 길드원들이 죽어서 언데드가 되어 살아나고 있었다. 

‘우리 부대만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피해가 너무 커.’ 

위드를 중심으로 한 포위섬멸전의 시작은 좋았다. 

포위망에 갇힌 북부 유저들의 거센 저항도 그동안 당한 게 있어서 예상했던 바였고, 위드가 리치로 변신하는 것도 계산했던 여러 변수 중의 하나였다. 

‘근데 너무 세잖아. 저건...’ 

불사의 군단을 이끌던 바르칸이 떠오를 정도로 무수히 많은 언데드 물량전에 화끈한 마법 공격! 

칼쿠스를 비롯한 군단장들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더라도 자신의 군대가 전력을 유지한 채로 남아있기를 바랬다. 

그러나 포위망에 갇힌 북부 유저와 언데드, 위드의 몸부림이 너무나도 거센 것이다. 

‘하필이면 나만 표적이 된 거야.’ 

- 위드! 더러운 언데드 소환 마법을 쓰는구나. 나 볼칸이 너를 처단하겠다! 

커다란 고함소리가 들리더니, 전사 한 명이 빛에 휩싸인 채 하늘을 날아서 위드에게로 날아갔다. 

‘저건 누구야?’ 

칼쿠스는 이름도 모르는 이였지만 그가 고마웠다. 

딱 1.5초 동안. 

쿠르릉! 

하늘에서 벼락이 치더니 볼칸이라고 말했던 유저의 몸통에 사정없이 작렬했다. 

“...”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와중에 볼칸이라는 유저는 허무하게 사망했다. 그리고는 데스 나이트로 부활했다. 

“크워어어어. 죽음으로부터 너희들을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왔다!” 

제국군 진영의 한복판이었기 때문에 막 일어난 데스 나이트는 빠르게 제거되었다. 

“젠장. 다른 군단은 뭐하는 거야.” 

“언데드들을 처치하고 있답니다.” 

“우리가 당하고 있는 동안 자신들은 유리해질 셈이군. 방법이 없으니 속도를 더 내라!” 

“하급 부대가 뒤처질 겁니다. 스켈레톤들이 계속 되살아나고 있고요.” 

“본대와 거리를 두더라도 헤르메스 길드와 기병들을 중심으로 뚫는다. 이 전투는 우리가 끝낸다.” 

“옛!” 

칼쿠스는 주력인 기사들만 이끌고 스켈레톤들로 이루어진 무리로 뛰어들었다. 

그들의 목표는 해골의 탑에 있는 위드! 

‘800미터? 단숨에 돌파해서 가면 된다.’ 

스켈레톤들은 말을 탄 채로 돌파해버리고, 듀라한이나 데스 나이트는 창을 휘둘러서 부숴버렸다. 

금세 지긋지긋하게 되살아날 테지만 그냥 적진으로 파고드는 판단을 선택했다. 

“저건...” 

3군단의 하일러도 그 움직임을 보고 마음이 급해졌다. 

“만약 칼쿠스가 성공하면 우리는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거야. 속도를 낸다. 가라!” 

이대로 4군단에 모든 공을 빼앗겨버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3군단, 4군단, 6군단, 7군단의 기사들이 속도를 내며 거침없이 돌파했다. 

넓게 퍼져 있는 북부 유저들과 언데드의 사이를 송곳처럼 날카롭게 꿰뚫어왔다. 

위드는 턱뼈를 달그락거리며 웃었다. 

‘나를 너무 얕보는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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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는 바르칸의 마법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외우고 있었다. 

언젠가, 나쁜 짓을 할 때면 제대로 써먹기 위해서! 

“준비된 악당이야말로 성공하는 법이지. 뼈들의 결집!” 

전장에는 무수히 많은 뼈들이 흩어져 있었다. 

파괴된 스켈레톤들. 

다크 룰에 의해 되살아나지도 못할 정도로 파괴된 뼈들을 마법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본 골렘 소환!” 

쩌저저적! 

거대하게 뭉쳐 있던 뼈들이 폭풍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바람에 휘감아서 날아올랐다. 

공중에서 합쳐진 뼈들은 이윽고 크기만 170미터나 되는 거대 골렘으로 변했다. 

- 죽음으로부터... 

“소개는 됐어. 적들과 싸워라.” 

- 알겠습니다. 

위드가 소환한 본 골렘이 4군단의 진영으로 뛰어가서 전투를 시작했다. 

화살과 마법 공격을 무수히 당하면서도 끄떡도 하지 않는 본 골렘. 

소환하기 위해서는 1만의 시체에 해당하는 뼈들이 필요했으며, 마법과 물리 저항의 권능을 자랑한다. 

말 그대로 신성력을 제외한 어떤 타격도 입지 않는 사기적인 특성! 

이동 속도가 조금 느리고, 매우 간단한 공격 스킬들만을 사용하지만 단점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았다. 

“솟구치는 뼈!” 

본 골렘이 걸어 다닐 때마다 땅에서는 날카로운 뼈들이 튀어나와서 병사들을 괴롭혔다. 

마나는 넘쳐나고 있었고, 적들은 어디에나 보이고, 괴롭힐 마법들은 많다. 

위드가 해골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웠다. 

“집요한 악령의 소환!” 

< 적들에게 악령들이 달라붙었습니다. 

이동 속도가 저하됩니다. > 

- 키헤헤헤헤헤. 같이 놀아요. 아저씨! 

헤르메스 길드원들의 발목에 어린 아이들의 악령이 달라붙었다. 

“육체 쇠약!” 

< 신체의 저항력이 떨어집니다. 

목표 부근에 있는 적들의 근접 방어가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 

목표로 한 유저들의 피부가 흐물흐물해져서 약해졌다. 

“티라크의 개미 소환!” 

< 붉은 개미가 생성되어 갑옷 위를 기어 다닙니다. 

10초마다 1씩의 내구도가 저하됩니다. 

일정 수준 이상 내구도가 떨어졌을 경우에는 방어력이 감소하고, 파괴될 수 있습니다. > 

적들의 몸에 개미까지 기어 다녔다. 

그 외에도 13가지 종류의 저주 마법들을 래퍼처럼 연달아서 쏟아붓는 위드! 

어떤 저주들은 위력이 강하기보다는 느낌이 불쾌한 것들이 있었다. 

끈적거리면서 물렁거리는 뱀장어를 옷 안에 넣고 있는 감촉이랄까. 

미약한 전류가 찌릿찌릿 울리면서 집중력을 방해하기도 한다. 심지어 까마귀들이 깃털을 뿌리는 유형의 저주까지 있었다. 

귀찮거나, 취향에 따라 혐오할 만한 저주 마법들을 패키지로 신나게 16종류나 사용했다. 

“이건 저주의 랩소디라고 불러도 되겠군.” 

마나야 어차피 남아도는 것! 

위드는 결승에 오른 래퍼처럼 저주를 정확하고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폭포처럼 퍼부었다. 

그야말로 잔소리의 신! 

“반드시 죽인다!” 

“더러운 네크로맨서. 정말 추잡스럽게도 싸우는 구나!” 

돌격해 오던 헤르메스 길드원들이 악에 받쳐서 고함을 질렀다. 

“욕을 먹으니 확실히 보람이 있군. 이 맛에 네크로맨서 하는 거 아니겠어.” 

위드는 욕을 먹을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성격이었다. 

뭔가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보람이 느껴진다고 할까. 

북부 유저들은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약해지자 신이 났다. 

“우린 이길 수 있어요. 최선을 다해서 싸워요!” 

“풀죽, 풀죽, 풀죽, 풀죽!” 

위드와 가까워질수록, 하벤 제국군은 강한 저항에 부딪쳤다. 

중앙 대륙 출신이거나, 모라타에서부터 성장해 온 고레벨 유저들이 밀집해 있었다. 

일대일의 승부라면 어림도 없겠지만 여럿이서 연합해서 덤볐다. 

“포획하는 그물!” 

“차가운 칼날!” 

“단검 투척!” 

다양한 스킬들을 활용하면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이 지긋지긋한 저주들만 아니라면!” 

“언데드부터 정리하라고. 안 그럼 다시 되살아나잖아!” 

하벤 제국군도 악전고투를 하고 있었다. 

위드의 마법은 4군단에 주력하면서도 기회가 있을 때는 놓치지 않는다. 

“다크 스피어!” 

어둠의 창을 소환하여 무리해서 언데드들과 싸우다가 생명력이 많이 떨어진 헤르메스 길드원에게 날렸다. 

기회라면 놓칠 수 없는 것.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어둠의 창 스킬 레벨이 고급 4레벨로 향상되었습니다. 

더 우수한 관통력을 발휘합니다. 

사정거리가 확대됩니다. > 

높은 레벨을 가진 헤르메스 길드원은 가장 쉽게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젠장!” 

무리를 이끄는 각 군단장들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관리하기가 힘들었다. 

적진의 한복판이었으며, 효율 좋은 저주 마법이 지겹게도 쌓이고 있다. 

사제들의 신성력이 저주를 해소하는 데 소모되면 그만큼 언데드들을 퇴치하기가 어려워진다. 

“시체 폭발!” 

더구나 위드는 사제들이 방심한 사이에 가까이 있던 시체들까지 터트렸다. 

다크 룰에 의해 시체들이 되살아나고 있지만, 싸우다가 막 죽자마자 곧바로 터트려버리는 꼼꼼함. 

군단장들은 악에 받쳐서 소리쳤다. 

“위드다. 목표가 바로 저기 있다!” 

경쟁적으로 덤벼오는 4개의 군단들. 

4군단이 마법 공격에 주춤하는 사이에, 3군단의 하일러가 선두에서 스켈레톤의 무리를 뚫고 나타났다. 

“왔다. 드디어 위드를...” 

해골을 쌓은 탑이 30미터 정도 남아 있었다. 

그가 위드가 있는 장소를 봤을 때였다. 

‘없다.’ 

저주 마법을 퍼붓던 위드가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도대체 언제...’ 

전투와 저주에 의해 정신이 팔린 사이에 숨어버린 것이다. 

그때 하일러의 눈에 흐릿한 회색 안개 같은 것이 반대편에 있는 칼쿠스에게 빠르게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정확하게 무엇인지를 모르겠지만 저게 위드인가.’ 

그는 수많은 전투의 경험으로 직감했지만, 아무런 경고의 말도 전달하지 않았다. 

칼쿠스와 평소에 친한 사이도 아니었으며 경쟁자에 불과한 것이다. 

‘위드의 전투법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어떻게 싸우는지 확인해 볼까.’ 

회색 안개가 칼쿠스의 뒤에서 위드로 변하더니 두 손으로 커다란 무기를 들어 올렸다. 

그것은 대형 강철 도끼! 

< 무지하게 단단한 대형 도끼 : 내구력 190/200 공격력 45~104 

자유도시의 어딘가에 정신 나간 대장장이가 존재했다. 

그는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자루의 도끼를 만들었다. 

달구고, 두드리고, 달구고, 두드리고. 

무거운 이 도끼는 정말 단단하다. 

제한 : 힘 280. 

옵션 : 양손을 사용하면 최대 공격력이 2.5배 증가함. 

힘의 차이가 심한 상대에게 치명적인 공격이 성공하면 피해량 200%. 

약자들을 밀쳐냄. > 

“카, 칼쿠스!” 

하일러는 신음을 흘리며 지켜봤다. 

뭔가 앞으로 벌어질 일에 기대하며 시선을 뗄 수 없는 느낌이라고 할까. 

쐐애애애액! 

위드가 대형 도끼를 사정없이 강하게 내려찍었다. 

콰드드득 

대형 도끼가 끔찍한 소리를 내며 칼쿠스의 머리통에 작렬했다. 

정확히 뒤통수에 가르마가 시작되는 부위였다. 

< 치명적인 일격! 

소름끼치도록 무자비한 일격이 터졌습니다! 

2초 동안 기절합니다. 

방어력을 31% 약화시킵니다. 

생명력을 23,317 감소시켰습니다. > 

“어어.” 

“뭐야아!” 

헤르메스 길드원들이 보는 앞에서 칼쿠스는 땅바닥을 굴렀다. 

조각 변신술을 쓰긴 했지만, 조각 파괴술로 모든 예술 스탯이 힘으로 변해 있는 상태였다. 

그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쳐내며 위드는 그대로 쫓아갔다. 

“넌 내 먹잇감이다. 지금까지 죽이고도 회수하지 못한 전리품에 대한 복수다!” 

대형 도끼를 왼손으로 휘두르고, 오른손에는 어느새 꺼내든 로아의 명검을 쥐었다. 

두 무기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숨 쉴 틈도 없이 몰아붙였다. 

“이, 이익!” 

기절에서 깨어난 칼쿠스가 저항하려고 해도 절묘하게 기절과 마비, 혼란, 밀쳐내는 연계 기술들을 작렬시켰다. 

“도, 도와주자고!” 

바로 옆에 있던 칼쿠스의 동료들이 움직였다. 

그들도 레벨이 500을 넘는 최고의 실력자들이었다. 

“갈 수 없다.” 

“허락이 떨어지기 전에는 움직이지 못한다.” 

네튜러스가 이끄는 둠 나이트들이 위드를 따라와서 그들을 막아섰다. 

“칼쿠스를 구해야 한다. 다 쓸어버려!” 

4군단의 유저들과 둠 나이트들끼리 전투가 벌어졌다. 

위드는 그 사이에도 찰거머리처럼 쫓아가며 칼쿠스에게 연속 공격을 날렸다. 

압도적인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근접전으로 스킬을 사용할 여유를 주지 않고 공격을 퍼붓는다. 

“서, 섬광의...” 

칼쿠스가 간신히 검을 뽑아들어서 스킬을 쓰려고 하면, 그것이 발동되기 전에 도끼로 후려쳐서 끊어버렸다. 

스킬을 사용할 여유를 주지 않는 근접전에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칼쿠스도 검을 익숙하게 다루기는 했지만, 애초부터 위드는 이런 상황을 위해 검도를 높은 수준까지 배워두었다. 

도끼와 검을 한꺼번에 운용하니 눈앞이 혼란스러워져서 어떤 공격이 어디로 향할지도 모르게 되었다. 

“이런 젠장!” 

궁지에 몰리게 되자, 이판사판이었다. 

칼쿠스는 아껴놨던 비장의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꺼냈다. 단 한 번도 공개해 본 적 없는 스킬이었다. 

“악마의 검!” 

생명력이 떨어질수록, 부상이 클수록 파괴력이 올라가는 스킬. 

위드에게 두들겨 맞던 칼쿠스의 눈이 붉게 빛났다. 

전투를 마치고 나면 영구적으로 힘과 민첩 스탯을 14개나 잃어버린다. 

악명, 신앙심, 투지까지도 덩달아서 하락한다. 

뼈아픈 손실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이번 전투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그렇지만 너무도 늦은 판단이었다. 

위드는 칼쿠스의 생명력이 20% 이하로 떨어졌다는 판단이 들자 뼈다귀밖에 없는 손을 내밀었다. 

“데스 터치!” 

생명력이 일정 수치 이하면 즉사를 시키는 네크로맨서 스킬! 

< 데스 터치가 칼쿠스를 사망시켰습니다. 

생명력 23,816을 흡수했습니다. 

마나 7,482를 얻었습니다. > 

[ 찰링턴의 영주 칼쿠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사 중의 전사로 꼽히며 뛰어난 무용을 자랑하던 그가 가르나프 평원에 쓰러졌습니다. 

대단한 업적을 세워 명성이 7,947만큼 늘어납니다. >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검술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전투 업적으로 투지가 1 오릅니다. 

< 헬무트의 투구를 얻었습니다. > 

< 바람 불꽃의 장갑을 획득하였습니다. > 

< 71,038 골드를 얻었습니다. > 

샤샤샥! 

칼쿠스가 떨어뜨린 장갑과 투구에 돈까지 획득했다. 

‘이토록 나태한 자세라니!’ 

위드는 전쟁터에 나오면서 많은 골드를 가지고 온 칼쿠스가 고마우면서 안타까웠다. 

세상에 믿을 놈이 하나 없다지만, 가장 위험한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인생을 살면서 방심하고 자만하다가 몰락하는 이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실력은 있었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이 험한 세상을 살 수는 없지.’ 

전투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것도 능력! 

칼쿠스가 위력적인 스킬을 발동시키도록 기다려주었다면 귀찮은 상대가 되었겠지만 애초에 기회도 주지 않았다. 

“위드를 죽여라!” 

4군단에 있던 헤르메스 길드원들은 칼쿠스가 간단히 죽은 것에 크게 놀랐다. 

그들은 복수를 위해서, 위드를 잡기 위해 무기를 들고 몰려왔다. 

“날 그렇게 쉽게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분검술!” 

위드의 분신들이 50개로 늘어나서 공중을 장악했다. 

리치, 해골들이 둥둥 떠다니면서 도끼와 검들을 휘두른다. 

어떤 공격도 얕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다 없애버려!” 

4군단에 속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에 의해 분신들이 격파당했지만, 진짜는 어느새 남자 사제의 곁에 돌아가 있었다. 

“끄아악!” 

긴 수염의 남자 사제가 불쑥 앞으로 다가온 해골의 모습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놀라지 마세요. 자랑은 아니지만 한두 번 죽여 본 게 아니라서 고통은 없을 겁니다.” 

“정의의 방패!” 

사제는 신성 보호 스킬을 시전했지만, 그것이 발동되기도 전에 로아의 명검이 베어버렸다. 

깔끔하게 사망! 

“여기다!” 

“이쪽이야!” 

위드의 위치가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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