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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조각사 53권 : 2화 (356/520)

1302화(53권-2화) 

위드는 헤르메스 길드의 도움을 받아서 검치와 수련생들이 낙타를 타고 블랙 드래곤에게 날아가는 것을 봤다.

- 마판 : 급보입니다. 동쪽 오크랜드에 랜도니라는 이름의 레드 드래곤이 등장했답니다. 현재 오크들을 맹렬하게 공격하고 있습니다.

악룡 케이베른 외에 또 다른 드래곤의 등장!

그러나 지금은 그곳에 관심을 둘 여지가 없었다. 

- 이 하루살이들. 모조리 날려 주마. 전역 천둥!

케이베른은 전격계 마법을 대규모로 발동시켰다.

하늘이 시커먼 구름으로 채워지더니, 먹구름 사이에서 번쩍번쩍 빛이 났다. 그러더니 지상으로 수백 다발의 번개들이 내려쳤다. 

쿠르릉!

콰광 쾅쾅

전격계 마법의 무자비한 몰아침.

“막아. 막으라고!”

“으아아아아아악!”

벼락들이 꽂히면서 헤르메스 길드원들을 강타했다.

“영겁의 가호!”

“지키는 자의 영혼.”

“고요의 방패.”

땅에 있던 마법사와 사제들이 보호 마법을 걸어주긴 했지만 벼락들은 수많은 헤르메스 길드원들의 몸을 꿰뚫었다.

“끄아악!”

블랙 드래곤 케이베른의 몸에 타고 있던 유저들이나, 지상의 유저들이나 피해를 입는 건 마찬가지였다.

어떤 기사가 높게 들고 있던 검에 벼락이 작렬하더니 수백 갈래로 갈라져서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어마어마한 위력의 마법이 발동되었지만 헤르메스 길드원들은 보스 몬스터의 레이드를 다수 경험해 봤다.

케이베른이 쓴 전격계 마법에 의해 몰려든 먹구름이 서서히 흩어지고 있었다. 

“지금이다!”

“마법을 쓴 순간을 노려서 덤벼들어!”

커다란 공격 이후의 빈틈.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순간.

벼락을 맞고 전투 불능이 된 유저들보다도 더 많은 이들이 케이베른에게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검치와 수련생들도 사막 전사들을 이끌고 돌격했다.

“으하하. 신나는구나.”

“이 맛이지 말입니다.”

“실컷 싸울 수 있어서 최고다!”

블랙 드래곤 케이베른을 향해 수만 명의 유저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웃통을 벗고 있는 저것들은 또 뭐야 ’

‘유명한 위드의 동료들 아닌가 ’

‘뭐가 어찌 된 거야 ’

드래곤을 공격하기 위해 모여드는 헤르메스 길드의 전사들은 낙타를 타고 날아오는 검치와 수련생들을 보긴 했다.

“으헤헤. 드래곤이다.”

“그것도 까만 드래곤!”

“내가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다. 큰 도마뱀. 너를 제대로 토막 내 주마!”

얇은 옷감을 걸친 수련생들의 외침에 케이베른이 사납게 포효했다.

- 감히, 위대한 나를 모욕하다니. 너희들은 곱게 죽이지 않겠다!

케이베른이 날갯짓을 하며 검치와 수련생들에게 마주 돌진했다. 

검둘치와 검삼치가 외쳤다.

“도마뱀이 쓰는 마법을 조심해라!”

“마법밖에는 신경 쓸 게 없는 도마뱀이다.”

- 크오오오오! 너희들은 밟아서 터트려서 죽여 주마!

케이베른은 거대한 드래곤의 육체를 민첩하게 움직이며 앞발로 후려치고, 꼬리를 휘두르면서 공중전을 펼쳤다.

일부러 했던 도발은 아니지만 의외로 기가 막히게 먹혀드는 모습!

“바로 이 맛이지!”

검치와 수련생들은 드래곤의 몸에 달라붙었다.

이미 달라붙어 있던 헤르메스 길드원들도 마법 공격이 뜸해진 틈을 타서 신나게 공격하고 있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

아크힘도 전사들과 함께 블랙 드래곤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그는 판단을 내려야 했지만 갑작스런 사태에 정보가 모자랐다.

가르나프 평원의 패전에서부터 드래곤이 출현하기까지 모든 것이 갑자기 결정지어지는 느낌이었다.

‘하필이면…….’

헤르메스 길드의 방침을 결정하는 라페이는 브레스에 휩쓸려 죽고 말았다.

‘소규모 전투 지휘는 해 봤지만 드래곤과의 전투는……. 어쨌든 신경 쓸 것 없다.’

아크힘은 검치나 수련생들을 무시하기로 했다.

묻뺏죽.

그들이 황소를 탄 마적단 활동을 하던 것까지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어떤 영문에서인지 자신들이 아닌 드래곤을 공격하고 있다.

‘저건 단순한 인간들이야. 소문보다도 훨씬 무식하고 싸우는 것들밖에 모르는 자들.’

아크힘은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세상에 믿을 놈이 없다지만 저들은 뒤통수를 칠 생각은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사람들이다.

- 아크힘 : 사막 전사들에 대해서는 당분간 무시한다. 모든 헤르메스 길드의 전력은 드래곤 처치에 집중하도록 한다.

블랙 드래곤 사냥!

헤르메스 길드에서 전력을 기울여도 어려운 일이었는데, 가르나프 평원에서 패배하고 도망치는 와중에 벌어질지는 몰랐다.

하지만 일단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작정이었다.

@

위드는 본 드래곤의 커다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검치나 수련생들이 헤르메스 길드를 돕는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쩌다 보면 같이 싸울 수도 있는 일이었고, 그런 일에 속이 상할 만큼 편협하지 않다.

땅에 떨어져 있던 눈먼 돈을 먼저 줍거나 하면 배신감에 치를 떨겠지만…….

‘쭉 지켜보고 있는데 상황이 미묘하게 돌아가네.’

블랙 드래곤.

베르사 대륙의 조화와 균형을 상징하는 존재가 드래곤이었다. 물론 좋은 말보다는 몸으로 모든 것을 증명했다.

드넓은 땅과 하늘의 절대적인 지배자로.

브레스와 마법, 막강한 육체적인 능력으로 거슬리는 것들을 초토화시켜 버리는 존재다.

왕국들끼리 그어 놓은 국경을 무용지물로 만들며 드래곤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영역은 따로 있었다.

‘생각보다 너무 멍청하게 싸우는 거 아닌가 ’

케이베른의 단단한 몸에도 조금씩 상처가 생기고 있었다.

고지식하게 하늘에 둥둥 떠서 두들겨 맞는 드래곤이라니 일찍이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순간에도 전사들에 의해 난도질을 당하고, 마법사들에 의해 공격 마법들이 작렬했다.

드래곤이 막강한 물리, 마법 방어력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무식하게 몸으로 맞아 주다니.

혼돈의 드래곤 아우솔레토와 수준을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 당시 아우솔레토는 기억을 잃어버리고 마법도 활용하지 못하던 상태.

‘애들처럼 치고 박는 전투 방식이라면 헤르메스 길드에도 승산이 조금은 있겠는데 ’

위드는 만약 자신이 드래곤이었다면 압도적인 강함을 잘 이용했으리라고 생각했다.

‘여러 꼼수들을 쓸 수 있지만, 복잡하게 싸울 것도 없이 하늘 높이 올라가서 브레스나 장거리 공격 마법을 쓰면 일방적인 공격이 가능하지.’

헤르메스 길드의 전사나 기사들이 하늘로 날아오더라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채로 마법을 계속 퍼부으면 된다.

여유가 되면 지상에도 화염, 대지, 바람 계열의 궁극 마법들을 떨궈 주는 것이다.

군대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드래곤의 전투법.

‘광범위 파괴 마법, 브레스, 여기에 비행. 이 세 가지의 연결 효과는 무적에 가까워서 준비를 잘해 놨더라도 상대하기 까다로워. 하늘을 날고 있지만 지상과 가까운 곳에서의 단순 육탄전이라면 드래곤의 장점들을 봉인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위드는 설마 악룡 케이베른이 더 잘 싸우길 바라면서 응원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과거 보석 조각품을 삥 뜯긴 원한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헤르메스 길드에게 당하는 건 바라지 않았다.

“놈은 오만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죽여라!”

아크힘이 고함을 지르며 헤르메스 길드원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드래곤 사냥에 집중하고 있는 순간.

악룡 케이베른이 흉포한 포효를 터트렸다.

- 사이고른의 폭풍, 메리샤의 비탄, 코크란의 위협, 제네다의 심판! 벌레만도 못한 인간들. 모조리 죽여 주마!

케이베른은 네 개의 광역 공격 마법을 완성시켰다.

인간 마법사에 비해 마법 주문을 외우는 속도가 열 배는 빨랐다. 

폭풍이 몰아치고, 대지가 충격으로 뒤흔들렸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무수히 죽어 나갔지만 다시금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솟구치며 드래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희망!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우리가 헤르메스다!”

헤르메스 길드원들은 가르나프 평원에 와서 패배를 거듭하며 악에 받쳐 있었다. 

거센 충격파와 산산이 부서지는 빛.

헤르메스 길드의 남아 있는 수만 명의 유저들이 총력전을 펼치며 덤벼드는 것은 놀라운 광경이었다.

저마다 최강의 스킬들을 터트리며, 목숨을 잃어 가는 데도 돌격했다. 

‘단일 세력으로 최강의 전투 집단. 그것도 로열 로드의 초창기부터 함께 했던 엘리트 유저들.’

위드는 전투를 구경하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하벤 제국은 거대했기 때문에 무너진 거야. 중앙 대륙을 통일하지만 않았더라면 아직도 견고한 세력을 유지하고 계속 성장하고 있었겠지.’

너무 커다란 먹잇감을 삼켰기에 탈이 난 경우.

헤르메스 길드와 케이베른의 전투가 중요하긴 했지만 전리품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바드레이를 잡고 나서 얻은 물품을 살피지 못했던 것이다.

이것이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

서윤은 하늘에서 바라그 부대를 타고 조인족들을 이끌고 있었다.

- 위드 : 하벤 제국군의 잔당을 처리해 줘. 무사히 돌아가는 병력을 최대한 줄여야 해. 이번 전투로 헤르메스 길드가 무너질 수 있도록 말이야.

제국군이 전쟁에서 패배하며 많은 패잔병들이 생겼다.

위드가 하벤 제국군의 본대를 직접 추격했지만, 사방팔방으로 빠져나간 이들도 꽤 많았다. 

“저쪽이에요.”

바라그를 타고 높은 하늘을 나는 서윤의 눈에 지상에서 움직이는 병력들이 보였다.

“헤르메스 길드원이에요. 공격을 시작해요!”

바라그에 탄 유저들은 화살을 쏘며 지상의 적들을 견제하고, 일부는 땅에 내렸다. 

그들이 무사히 살아갈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서윤이 이끄는 타격대의 임무!

‘전투……. 싸우고 싶진 않지만 싸워야 해.’

서윤도 땅에 뛰어내렸다. 그녀의 눈에서는 붉은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피와 분노에 몸을 맡겼습니다.

오랜 평화에 빠져 있던 광전사가 다시 깨어났습니다.

당신은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전투가 지속됨에 따라 그들은 빠르게 투지를 잃어버리고 도망칠 수 있습니다.

용서와 자비라는 단어는 광전사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약한 자들도 살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단 한 명의 적도 남김없이 죽여야 합니다.

강렬한 분노는 적의 강함에 따라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전투를 마칠 때까지 도망치는 적에게는 95%의 추가 피해를 가합니다.

생명력이 절반 이하로 줄어 있거나, 부상을 입은 적들은 치명적인 공격과 즉사 확률이 두 배로 높아집니다.

공격 스킬의 범위가 50% 넓어집니다.

육체는 한계를 넘어서 무리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지 않거나, 스친 공격에 대해서는 방어력이 최대 600%까지 높아집니다. 

이동 속도가 30% 빨라집니다.

일시적으로 체력이 소모되지 않습니다.

죽이고, 또 죽이십시오.

당신의 숨이 멈출 때까지! >

광전사 모드의 활성화.

“풀죽여신이다!”

도망치고 있던 헤르메스 길드원들이 서윤을 보고 놀라 멈췄다.

투구와 갑옷을 입고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알아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외모.

바라그나 조인족들의 등에 타고 있는 유저들이 거슬렸지만 그들의 곁에 서윤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에 가슴이 설레기도 했지만 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렇게 된 이상 중요 인물을 해치우는 것도 좋지.”

“미안하지만 죽어 줘야겠다!”

헤르메스 길드원들은 무기를 휘두르며 강렬한 스킬을 터트렸다. 몇 가지 스킬들을 이어서 연속 공격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윤은 땅을 박차더니 체조에 가까운 공중회전을 하며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일반적으로 닿지 않을 거리임에도 광전사의 효과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타다닷!

그녀는 상대의 스킬들을 아슬아슬하게 흘리며 공격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다.

피하지 못할 공격들은 맞아 주면서라도 반격한다.

위드는 일찍이 서윤과 같이 다니면서 그녀의 전투법에 대해 극찬했었다.

“뼈만 때리는 공격이군. 짧게 보면 생명력 유지가 안 되어서 사냥 효율이 안 나올 수 있지만……. 사냥 하루 이틀 하는 거 아니잖아. 맷집과 인내력도 자연스럽게 높이고 광전사의 전투 업적까지 달성하네. 역시 강한 이유가 있었어.”

서윤은 예전처럼 전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위드의 부탁이었고 아르펜 왕국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검을 휘두르는 데 망설이지 않았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광전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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