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6화(53권-6화)
위드는 헤르메스 길드원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서 사정없이 브레스를 내뿜었다.
“우아아아악!”
“브레스다!”
“위드가…… 공격을!”
본 드래곤의 육체에서 뿜어져 나온 포이즌 브레스가 모여 있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강타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평소라면 대처를 잘했을 테지만, 지금은 케이베른의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상태!
위드의 산성 브레스들이 헤르메스 길드원들을 뒤덮었다. 부상을 입고 회복 중인 유저들이 뭉쳐 있던 곳까지 표적이 되었다.
< 악당 윌스톰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투 공적에 따라 자유롭게 부여할 수 있는 1개의 스탯을 얻습니다. >
< 잔인무도한 살인자 깅겐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훌륭한 일을 해냈습니다.
주민들에 대한 평판이 높아집니다. >
< 편협한 도둑 크골린이……>
< 무기 강탈자 벤조가……>
...
...
...
- 위대한 전투의 업적으로 명성이 31,824 올랐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브레스 한 번에 그대로 레벨 업!
레벨이 500을 훨씬 넘는 헤르메스 길드원들이 브레스에 휩쓸리면서 적어도 수백 명이 죽어 나갔다.
‘역시 대박이야. 제대로 쏠쏠하군.’
로열 로드에서 역사에 남을 만한 뒤통수치기!
지상에서 싸우던 케이베른이 위드를 힐끔 쳐다보았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블랙 드래곤의 흉포한 시선도 훨씬 온화해진 느낌이었다.
인간과 본 드래곤.
그중에서도 인간을 더 싫어하는 게 틀림없었다.
위드는 이때가 아부를 해야 할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 위대한 존재시여. 저 탐욕스러운 인간들을 처치하는 일에 한 날개를 힘껏 거들고 싶습니다!
‘인생은 줄을 잘 서야 돼.’
강한 쪽이 우리 편!
만약 헤르메스 길드가 강했더라면 블랙 드래곤에게 막타를 때리려고 했을 것이다.
위드는 턱뼈를 달그락거렸다.
- 물론 위대하고 전지전능하신 케이베른 님께서는 하찮은 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어찌 미약한 제가 케이베른 님께서 직접 움직이는데 구경만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뼈마디에 금이 가고, 연골이 다 닳도록 싸우겠습니다. 부디 저도 저 인간들을 사냥하는 일에 끼워 주시옵소서.
케이베른은 아부를 좋아하는 드래곤이었다. 그리고 복잡한 계산은 하지 않았다.
- 알겠다. 원한다면 그렇게 해라. 너의 도움에 대한 포상을 하겠다.
‘드래곤의 포상이라니!’
위드를 흥분시킬 수밖에 없는 단어였다.
케이베른의 레어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보물부터 선명하게 떠올랐다.
헤르메스 길드를 처치하며 친밀도와 공헌도를 올리다 보면 쓸 만한 보물들을 제법 챙겨 줄지도 모른다.
‘뭐든 얻기만 하면…… 특히 드래곤의 물품 중에는 마법이 걸린 장신구들이 많지. 검이나 갑옷이 비싸다고 하지만 구하기 힘든 장신구야말로 진짜 떼돈을 벌어다 주는 거야. 안 팔고 내가 써도 되고 말이야.’
케이베른이 시커먼 주둥이를 열었다.
- 고맙게 생각해라. 밑의 인간들을 다 죽인 후에, 널 죽이겠다.
- 예
- 관대함을 베풀어서 인간부터 죽이겠다는 뜻이다. 귀찮아지면 너부터 먼저 죽일 수도 있겠지만.
“…….”
과연 인정머리 없고 파렴치한 블랙 드래곤!
보통의 드래곤들은 그나마 공정한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케이베른이 괜히 악룡이 아니었다.
- 싫냐 너부터 죽여 줘
- 아닙니다. 위……대하신 존재시여.
애초부터 타협이 불가능한 블랙 드래곤이었다.
@
케이베른의 허락까지 떨어지고 위드와의 합동 작전이 펼쳐졌다.
- 절대 빙결.
파사삭!
드래곤의 마법에 의해 반경 50미터의 땅이 얼어붙으면서 솟구치며 폭발했다.
그것만으로도 하벤 제국군에 상당한 타격이 있었지만, 위드가 곧 습격을 가했다.
막타의 기회를 노린 본 드래곤이 날개를 활짝 편 상태로 급강하!
- 쿠오오오오오!
[-대륙에 악명이 자자한 배반의 기사 오카를 죽였습니다.
명성 283 증가!]
[-소므렌 자유도시에서 지명 수배된 악당 프롤레마이트를 사망시켰습니다.
명성 352 증가!
악명 291 감소!
소므렌 자유도시로 가면 현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매우 빠른 움직임으로 민첩이 1 증가합니다. >
< 죽은 자의 힘이 1 증가합니다.
죽음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
위드도 본 드래곤으로서 무서운 위력을 발휘했다.
하늘을 날아서 부상당한 지상의 유저들을 노릴 뿐 아니라, 마법 공격을 묘기를 부리듯이 공중 회전하면서 피한다.
독을 퍼뜨리기도 했고, 때때로 앞발과 뒷발, 꼬리를 이용해서 전투도 펼쳤다.
악룡 케이베른의 곁에서 싸우면서 절묘하게 부상자들을 노렸다.
- 위드를 죽여라!
기사들이 돌격해 오면 슬그머니 옆으로 돌아서 케이베른에게 적들을 떠넘겼다.
“화살을 쏴라.”
“위드부터 죽여 버려!”
헤르메스 길드원들은 케이베른보다도 야비한 위드가 백배는 더 미웠다.
“위드 님! 저희가 돌아왔습니다.”
“죽어도 같이 죽어요! 의리!”
페일이나 수르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성공적으로 멀리까지 벗어났지만 위드가 싸우는 걸 보고 끝내 돌아오고 만 것이다.
위드는 페일이나 그를 다시 따라온 중앙 대륙 유저들이 있는 곳에 착지했다.
불과 2백여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헤르메스 길드가 있었지만 용아병들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 제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성공하면 큰 이익을 거두지만 목숨은 책임질 수 없는데 그래도 같이 싸우실래요 죽어도 책임은 당사자들에게 있습니다.
어딘가 위험한 약관을 소개하듯이 하는 말.
페일이나 동료들이야 같이 싸우다가 목숨을 잃는 것쯤은 아깝지 않았고, 중앙 대륙의 유저들도 죽음을 각오하고 돌아왔다.
“예. 괜찮습니다.”
- 확실하죠 나중에 책임지라고 하면 안 됩니다.
“무, 물론인데요.”
- 그렇다면 이렇게 된 거 헤르메스 길드 상대로 깽판이나 부려 봅시다.
“옛 ”
- 공중에서 화살 공격이 가능한 유저들이나, 혹은 적진에 뛰어들 용기가 있는 분들은 타세요.
중앙 대륙 유저들이 위드와 함께한 시간은 짧았다. 그렇지만 가르나프 평원에서부터 지켜보고는 콩으로 돈까스를 만든다고 해도 믿을 수 있는 상태였다.
“와. 타자!”
“위드 님의 등에 타는 영광을 경험하게 되다니…….”
“우리도 방송 출연하는 거 아니야 로열 로드 초창기 이후로 방송은 처음인데.”
“대박. 완전 초대박.”
위드의 몸에 중앙 대륙 유저들이 천여 명도 넘게 탑승했다.
레벨이 400대, 500대 유저들로 이루어져서 이들이 뿜어낼 수 있는 화력도 장난이 아니었다.
위드는 막 하늘로 날아오르기 전에, 뒤늦게 생각난 것처럼 말했다.
- 다시 알려 드리지만, 목숨은 보장 못 합니다. 궁수 여러분들은 단단히 제 몸을 붙잡고 떨어지지 않아야 돼요. 떨어지면 여러분 탓입니다.
“…….”
- 전사 분들은 케이베른이 공격한 장소에 공중에서 떨궈 드리겠습니다. 알아서 착지하고 죽을 때까지 싸우세요.
“…….”
죽음으로 가는 본 드래곤!
목숨을 책임지지 않겠다고 했는데, 진짜 죽게 생겼다.
“우릴 지금 죽이려는 거야 ”
“위드 님. 어째서 적진에 떨어뜨린다는 겁니까 ”
중앙 대륙 유저들은 이유를 몰라서 의심이 들었지만,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부상을 입은 채로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케이베른의 광역 마법 공격에 죽지 않은 이들이 회복을 위해 뒤로 빠져 있는 모습!
위드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 다시 돌아온 이상 살아남긴 힘듭니다. 그렇지만 헤르메스 길드도 케이베른에게 다 죽을 테니 기회라고 생각하세요. 죽기 전에 전리품 끝내주는 거 줍는 겁니다.
적진으로 뛰어들어서 생명력이 경각에 달한 헤르메스 길드원을 처치하고 전리품을 줍는 것이다.
이른바 마지막 한탕 전략!
- 가 봅시다. 팔자를 고치기 위해!
“우와아아앗!”
위드는 지상으로 급강하했다.
궁수들은 알아서 화살을 쏘고, 중앙 대륙 유저들은 적당한 위치를 보고 뛰어내렸다.
케이베른이 만든 기회를 이용해서 헤르메스 길드원들을 처치했다.
“거, 건졌다!”
“이거다. 이거!”
중앙 대륙 유저들은 욕심에 눈이 멀어서 전리품들을 챙겼다.
삼 분의 일 정도는 낙하하자마자 집중 공격을 당해서 죽어 버렸지만, 케이베른의 마법이 쓸고 지나간 지역에서는 그에 놀란 부상자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정말 이게 될까 하던 유저들도 드러나는 성과에 감탄했다.
케이베른과 헤르메스 길드가 맞붙은 전장에서, 절묘하게 찾아내는 위치 선정.
“이쪽입니다. 위드 님!”
“다음에는 저를 태워 주세요!”
파이톤, 양념게장도 지상에서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했지만 각자 아이템들을 여러 개씩 챙겼다.
꽤 이름이 알려진 중앙 대륙의 유저들도 헤르메스 길드의 주요 인물들이 모여 있는 한복판에 떨어뜨려 주었다.
“고맙습니다.”
“나중에 봐요. 으하하하하!”
하늘에서 추락하는 유저들.
위드와 중앙 대륙 유저들이 소득을 거두는 사이에도 케이베른은 쉬지 않았다.
지치지 않는 체력과 마법력으로 헤르메스 길드원들을 처리했고, 때로는 땅에 내려온 중앙 대륙 유저들도 공격 대상이 되었다.
- 아케인 로어.
- 악령 소환.
- 지옥의 불길.
케이베른이 마법을 쓸 때마다 지상은 초토화가 되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마법으로 맞받아치거나 방어 마법을 쓰지 않아서 그 피해는 더욱 대단했다.
이윽고 케이베른은 충분한 제물을 바치며 또 다른 흑마법 계열의 궁극 마법을 발동시켰다.
- 지옥의 문, 열려라!
하늘에 검붉은 지옥의 문이 나타났다.
태양이 환히 떠 있음에도 하늘은 밤처럼 어두워졌다.
“크웨에에엑!”
“인간이다. 맛있는 인간들이다!”
악마병들이 문을 열고 나와서 인간 사냥에 나섰다.
어떤 유저들은 폭풍에 휘말린 것처럼 지옥의 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10분간 발동된 지옥의 문.
수천 마리의 악마병들이 사냥에 나서면서 하벤 제국군이나 중앙 대륙의 유저들이 급격하게 죽어 갔다.
위드는 본 드래곤이라 상대적으로 악마병들의 관심으로부터 안전해서 헤르메스 길드를 공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드래곤의 전투력에 대해 부담스러운 마음은 훨씬 더 커졌다.
‘마법 전투가 되면…… 솔직히 감당이 안 된다.’
헤스티거와 사막 전사들이 돌아오더라도 드래곤을 이기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정상적이라면 레벨이 1,000은 넘어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레벨도 레벨이지만 장비들도 훨씬 좋아져야 할 것 같고.’
드래곤의 마법도 서너 대는 거뜬히 견뎌 내고, 악마병의 공격도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빈틈, 약점이 없는 존재란 없다.
케이베른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정교한 관찰이 필요했다.
‘도대체 어떤 약점이 있을까. 혹은 어떤 식으로 싸워야만 유리하게 전투를 이끌 수 있을까.’
전투 방식만이 아니라 외관도 자세히 살필 필요가 있었다.
위드는 은근슬쩍 케이베른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로 했다.
500미터.
두 눈에 가득 담을 정도로 모습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관절들의 길이와 동작 범위 같은 것들을 확인했다.
400미터.
몸을 뒤덮고 있는 비늘들을 물 샐 틈 없이 살폈다.
블랙 드래곤의 육체란 철옹성처럼 단단했지만 회복되지 않는 오래된 깊은 상처 자국들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