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권 15화
아이템 거래 사이트.
로열 로드와 관련된 물품들이 등록되는 사이트마다 갑작스런 이변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골드의 시세가 2배가 넘게 폭등했다.
“미쳤네. 이거 왜 이래?”
아이템 거래 사이트마다 골드 가 등록되는 대로 팔려 나가고 있었다.
“이럴 때 팔아야지.”
“비싸게 팔 수 있겠네.”
유저들은 가지고 있던 많은 골 드를 처분했다.
로열 로드에서 골드는 일상생 활에도 필요하고, 상점을 이용하 는 데도 요긴하게 쓰인다. 하지 만 열심히 사냥을 하고 퀘스트 를 진행하면 딱히 골드에 큰 모 자람을 느끼진 않았다.
집을 장만한다거나,부유하게 여행을 다니고,배를 건조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면 한참 부족 했지만.
“뭐야. 그새 또 올랐어?”
아이템 거래 사이트의 골드 시 세는 그사이 3배가 더 올랐다.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지만,밤 이 되어 갈수록 시세는 계속 상 승했다.
“아르펜 제국의 영주 신청 때 문이구나!”
유저들은 그 이유를 깨달았다. 전 세계의 부자들이 영주가 되 기 위해서 아이템 거래 사이트의 골드들을 싹쓸이하고 있었다.
- 제목 : 백만 골드 팝니다.
경매로 등록해 놨습니다. 사실 분들은 입찰해 주세요.
마감은 딱 30분 뒤입니다.
유저들은 비싼 값을 받기 위해 경 매 제도를 활용하기도 했는데,그 가격이 거짓말처럼 빠르게 오른다. 누군가 시세보다 높은 금액으 로 입찰을 했지만,그다음 사람 은 2배를 써냈다.
전 세계의 부자들. 중국이나 중동의 부자들에 미 국,유럽의 전통적인 대부호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었다.
그들은 로열 로드가 단순한 취 미 생활을 넘어서 새로운 삶의 공간임을 인정하고 있었고, 이번 영주 모집이 아니면 기회를 얻 기 어렵다고 봤다.
돈의 가치란 상대적인 것.
취미 생활에 수백억도 기꺼이 쓸 수 있는 그들에게 아르펜 제 국의 영주 자리는 굴러 들어온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지역에서 왕이 될 수 있는 기회 아닌가?’
아르펜 제국은 북부 대륙에서 도 영주들에게 간섭이 적기로 유명했다.
유저들을 상대로 횡포를 부리 지만 않고,정해진 세금만 납부 한다면 귀찮게 굴지 않는다. 명예와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부자들에게는 딱 맞는 기회였다. “골드를 전부 매수해.”
“가격은 상관없어.”
“100억? 200억? 기껏해야 건물 한 채만큼도 안 되는 돈인데. 내가
그 정도도 못 살 건 아니잖아.”
“남들보다 무조건 더 사. 남는 골드는 도시 발전에 투입을 해 도 되겠지.”
“강한 유저들이나 길드에 연락 을 해. 방법은 많잖아.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구하라고.”
전 세계 부자들이 전부 다 움 직인 것도 아니고,그중의 일부 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그들끼리 경쟁이 붙 으면서 가격은 30배를 넘어섰 고,유저들은 기꺼이 골드를 팔 아 치웠다.
일반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아 르펜 제국의 영주 선정이 끝나 면 골드 가격은 원래대로 돌아 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비정상적으로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놓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아이템 거래 사 이트에서 100억 골드가 넘는 자 금이 사고 팔렸다.
* * *
대지의 궁전.
아르펜 제국의 황궁 역할을 하
는 이곳에는 수많은 유저들로 북적 였다.
“자. 그럼 아르펜 제국의 영주 선정을 시작하겠습니다.”
화령이 진행을 맡으면서 벽에 베 르사 대륙의 지도가 넓게 펼쳐졌다. 북부 대륙과 중앙 대륙.
10대 금역과 하벤 지역을 제외 한 모든 장소들이 대상이었다. 아르펜 제국은 신속하게 영역을 확대하는 데 성공을 한 것이다. 사실상 경매 제도로 영주를 결정 하게 되면서 풀죽신교를 포함해서 유저들 사이에 논란도 있었다.
“결국 영주 자릴 돈 받고 파는 거 아냐?”
“제대로 한몫 잡으려는 속셈이네. 우리가 누굴 위해서 싸운 거야?”
“아르펜을 위해 싸운 사람들에게 는 아무것도 안 주면서,영주가 되 려는 이들에게 돈을 받으면 되나?” 유저들의 반발과 비난이 거세 게 불었다. 그럼에도 위드를 옹 호하는 이들이 아직 많았다. “하벤 제국이 싫어서,우리들이 스스로 나서서 싸운 거였지. 다들 한 밑천씩 떼어 주길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 아닌가. 전쟁 참여로
공적치도 받았잖아요. 솔직히 우 리 모두가 모여서 약간씩 기여했 지,개인으로 따지면 위드 님만큼 공을 세운 사람도 없잖아.”
“위드 님이 없었더라면 우린 그냥 하벤 제국에서 착취하는 걸 그대로 다 당하고 살아야 했을걸? 혜택을 입고 있어도 고마운 줄을 모르죠.”
“모라타부터 아르펜 제국까지 키운 걸 쭉 봐 온 사람들은 절 대 욕을 못 하지. 지금까지 번 돈을 다 투자하고,전부 자신의 손으로 일구어 낸 건데……
“와……. 이젠 하다하다 영주
선정까지 욕을 하네. 아니 그러 면 영주를 안 뽑으면 다 빈 땅 으로 내버려 둬야 함? 당장 몬 스터들이 쳐들어오는데 관리는 누가 하고?”
“솔직히 돈이 없으면 이렇게 넓은 제국을 어떻게 관리합니 까? 알고 보니 푸홀 워터파크 별장 분양한 돈도 다 내정에 투 자가 되었던데……
“그 돈을 전부요?”
“예. 이미 전액 투자된 거 같습 니다.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별장 분양하는 거 보고 욕했는
데……. 알고 보니 이게 다 우리 들을 위해서 투자한 거였음.”
풀죽신교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당장은 믿고 지켜보자는 의견이 압도적 으로 우세했다.
그렇게 시작된 영주 선정!
“먼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 진 브리튼 지역부터 영주 선정 을 시작하겠습니다.”
화령은 바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브리튼 지역의 대도시,상업 도시부터 영주의 지원을 받았다. “천 골드!”
“자,천 골드가 나왔습니다. 다 음 분은……
한참 뒤쪽에 로브를 뒤집어쓰 고 있던 사내가 손을 들었다.
“천만 골드!”
“천만 골드요? 네. 천만 골드가 나왔습니다.”
화령이 놀라서 진행을 하는데, 이번엔 앞쪽에 있는 미남자가 외쳤다.
“5천만 골드!”
“5천만 골드라니……."
“1억 골드!”
단숨에 뛰어 버리는 영주의 가
치였다.
사람들이 놀라는 와중에도,서 너 명이 경쟁이 붙었다.
데넴이라는 이름의 대도시는 무려 3억 2300만 골드에 낙찰! 그 뒤로 이어지는 도시들도 기본이 2, 3억 골드 정도에 팔려 나갔다. 소므렌 자유도시를 비롯한 몇 몇 지역은 주변에 영향력이 큰 특성상 직할령으로 유지하기로 했지만,다른 무역의 중심지가 되는 도시는 4억 골드도 받았다. 특히 풍경이 아름답고,호수나 강이 있는 이름 있는 도시들은
더 웃돈이 붙었다. 대장간이나 광산이 많은 도시들보다도 인기 를 끌었다.
* * *
자정부터 시작된 영주 선정은 그 다음 날까지도 계속 이루어졌다.
“조각사 뎁스입니다. 이름과 지 역이 어떻게 되시죠?”
“이름은 다코이고, 지역은 포그 마 마을인데요.”
“네. 알겠습니다.”
사각 사각 사각
조각사 뎁스는 영주들의 임명 장을 돌에 직접 새겨 주었다.
- 아르펜 제국의 영주
검사 다코이를 포그마 마을의 영주로 임명함.
황제 위드.
“118골드 80실버입니다.”
“네? 공짜 아니었어요?”
“임명장은 막 영주가 되었을
때만 새겨 주는 건데요. 싫으시 면 안 해도 되고요.”
“아. 할게요.”
조각사 뎁스도 깝짤한 부업을 통해 한몫을 잡을 수 있었다. 위드는 부쩍 늘어난 몬스터들 을 사냥하느라 대지의 궁전에는 오지 못했다. 그렇기에 조각술과 관련된 일감을 뎁스에게 넘겼다.
- 위드 : 몇 건이나 했어?
“지금 80건 했습니다. 아직 반 의반도 못 했어요.”
- 위드 : 계속 수고해 줘.
“예. 형님!”
어린 뎁스는 자신의 롤모델로 위드를 따르고 있었다.
헤스티아의 신상을 만들 때부 터 친해진 그들의 관계는 꾸준 히 유지되고 있었다.
이런 일감도 가끔씩 가져다주 었고,어떤 때는 인생의 교훈도 알려 주었다.
- 조각품의 가격을 누가 결정
했어? 열심히 일해서 싸게 팔면 누가 알아줄 것 같아? 비싸게 받는 것도 조각사의 능력이야.
-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드는 거짓말은 사기가 아냐. 우린 알 면서도 속아 주는 고객들이 만 족하도록 노력해야 해.
- 돈은 항상 모아야 돼. 쓰기 시작한다고 해서 막 행복해지거 나 하진 않아.
남의 돈을 어떻게 해서든 내 돈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해 봐. 거기서부터 아이디어가 생기는 거야.
- 원가는 절대 공개하지 마. 노력해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 해. 그리고 우리가 만드는 건 언 제나 한정판이야. 내일 똑같은 걸 만들더라도 말이지.
‘헤헤. 형님한테 94골드씩 바치 더라도 꽤 많이 남겠다.’
뎁스는 웃으면서 조각품을 깎았다. 돌로 만든 임명장까지 받은 영주 들은 연회까지 즐길 수 있었다.
한 명씩 영주 자리를 얻은 이 들은 산해진미가 차려진 사파이 어 홀에 모여서 만찬을 즐겼다.
로열 로드 최고의 요리사들과 각 지역의 신선한 식재료들이 공급되면서 영주들끼리 어울릴 수 있는 자리였다.
“라디아 자유도시의 영주시라고 요? 하하. 제가 얻은 고든 요새 와 가까운 곳이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야죠. 상 단들이 자주 드나들 텐데요.”
“특산품으로는 장검이 유명하다 면서요?”
“예. 라디아 자유도시에서 만든 검은 공격력이 5,내구도가 20%
씩은 높지요. 이곳의 강철 때문입 니다.”
“부럽습니다. 좋은 지역을 얻으 셨군요.”
영주들은 품위 있게 와인을 마 시며 연회를 즐겼다.
그들은 막대한 돈을 쓰기는 했 지만 영주라는 자리는 지출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도 느끼지 않게 만들었다.
현실에서 시장이나 대통령이 되려면 천문학적인 돈을 써도 부족한데,아르펜 제국에서는 스 스로 자리를 반납하지 않는 이
상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콘체른 가문이라고요?”
“그렇습니다. 혹시 알고 계시는 지……
“막내아들이 그쪽 재단에서 세 운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러셨군요. 하하.”
전 세계의 부유층들이 모여서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었다. 자수성가한 부자도 있었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평생 동안 귀 족처럼 살아온 이들이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는 까맣게 모른 채,로열 로드라
는 또 다른 세상에서 재미있는 장난감을 손에 쥐었다는 정도로 만 생각했다.
마판 상단의 상인들이 와인을 들고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모라타의 특제 와인입니다. 향 기로운 와인 제조사 엘크 군이 만 들었습니다. 포도는 무려 미레타 스 님이 직접 키운 것을 썼지요.” “오……. 향이 기가 막히는군.”
“석양을 닮은 와인이라. 맛은 생 전 느껴 본 적이 없는 맛이야.” 영주들은 한 모금씩 마셔 보고 는 감탄했다.
이토록 좋은 와인은 그들도 처 음이었다.
“한 잔 더 주시오.”
“수량이 한정되어 있어서요. 한 잔은 무료로 제공하지만, 그다음 부터는 돈을 내셔야 합니다.”
“돈을 받는다고? 그럼 병째로 사겠소.”
영주들은 화끈하게 와인을 구 입했다.
모라타의 특제 와인의 가격은
5만 골드씩이나 되었지만,영주 들의 주머니는 쉽게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