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53권 : 20화 (374/520)

53권 20화 - 대륙의 위기

- 끄우와아아아앗!

와이번 와일이가 괴성을 지르 며 하늘을 날았다. 등에 타고 있 던 페일은 거센 맞바람에 몸을 깊이 숙여야 했다.

“천천히 가자.”

- 안 된다. 주인은 더 빨리 날라고 했다. 느리게 날면 잔소리 듣는다.

오랜만에 사람을 태운 와일이 는 신이 나서 비행했다.

“끄헉.”

페일은 악룡 케이베른에 의해 목숨을 잃고 나서 로열 로드에 접속했다.

그 직후,위드의 귓속말이 전달 되었다.

- 위드 : 대륙이 위험에 빠졌

습니다. 평화가 깨지면 우리 같 은 레벨이 높은 이들보다는 초 보들이 죽어 나갈 겁니다.

그러지 않아도 케이베른 때문 에 접속하지 못하면서도 내내 걱정하고 있던 차였다.

페일은 비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제가 뭘 해야 합니까?”

- 위드 : 사냥이죠. 와일이를 맡기겠습니다. 한 마리의 몬스터 라도 더 죽이면 그게 초보 유저 들을 지키는 것입니다. 아울러

북부의 마을들도요.

“북부에는 친한 사람들이 많습 니다. 제 목숨이 다하기 전까지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그날부터 매일 이어지는 몬스 터 사냥!

로뮤나,수르카,파이톤,양념게장.

그들만이 아니라 대규모 유저 들도 동원되고 있었다.

검삼치 이하 수련생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로열 로드에 접속했다. “몬스터들이 많아져서 싸울 맛 이 나겠는걸.”

“스킬 몇 개 연마하고…… 쪼 금 더 강해져서 검정 도마뱀이 랑 한판 붙어야지.”

“도마뱀과 싸울 때 정말 심장 이 쿵쾅거렸지 말입니다.” 그들에게도 닥쳐 온 악마의 손길.

- 위드 : 사형들. 죽순죽 부 대와의 소개팅을 준비해 놓았습 니다.

“오오오오오!”

“막내야! 너밖에 없구나!” 유린을 통해서 죽순죽 유저들

의 그림을 보내 주었다. 사실 진 지한 마음보다는 반장난으로 소 개팅에 응한 여성 유저들이었지 만,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차이 가 있었다.

“이분이 내 평생 반려자다.”

“우주에 한 명 있었구나!”

“큭. 이 여자를 만나기 위해 그 동안 피와 땀을 흘리면서…… 그림 몇 장에 빠져 버린 사랑.

- 위드 : 근데 대륙이 위험에 빠져서 그녀들이 몬스터에게 죽 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아아.”

“아니,어떻게 이런 슬픈 일 이……

“안 되지. 내 눈에 칼이 들어와 도……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돼.”

“내 연애는 항상 그랬어. 뭔가 될 거 같으면 꼭 안 되더라고!”

- 위드 : 연약한 죽순죽 유저 들을 지켜 줄 사람이 있으면 좋 을 텐데요…….

“죽여 버린다. 몬스터들!”

“애들 전부 불러 모아. 당장 가자!” 오우거보다도 흉흉한 기색을 내뿜는 검삼치 이하 수련생들이 황소 군단에 속해 있던 중앙 대 륙 유저들을 동원했다.

황소 군단의 유저들도 헤르메스 길드를 추격했던 짜릿함을 잊을 수 없었고, 또 어지간한 고레벨 유 저라면 사냥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럴 때 성장해야지. 언제 하 겠어.”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잘하면 방송도 탈 수 있을 것 같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그들 이었지만,점점 불어나는 몬스터 로 인해 자연스럽게 혹사당해야 했다.

북부 유저들 중에서도 레벨이

100, 200만 되어도 활발하게 사 냥을 했지만,그럼에도 점점 몬 스터들이 많아지는 걸 막지 못 하고 있었다.

인적이 뜸한 지역이나,산이나 숲,산맥에 모이는 몬스터들. 그들을 토벌하지 못하는 한 감 당 못 할 정도의 규모가 되어 도시로 몰려들 것이 뻔했다.

* * *

“크으으. 아무도 내 도움을 알 아차리지 못하다니 열심히 노력 했는데 말이야.”

페트는 가르나프 평원을 돌아 다니면서 그림들을 회수했다. 아직까지도 사방이 전투 흔적 으로 가득한데도,비정상적으로 멀쩡한 장소들이 있었다.

< 페트의 물빛 풍경화. >

대지에 그려 놓은 그림들은 그 장소들을 조금씩 왜곡시켰다.

더 넓고,방향을 조금씩 엇갈리 게 만들어서 하벤 제국군의 진 군을 느리게 만들었다.

위드를 목표로 20개의 군단이 덤벼들 때도 그랬고,케이베른이 오면서 본대가 퇴각하는 순간에 도 마찬가지였다.

불과 3분,5분의 짧은 시간을 버 는 정도일 테지만 전쟁에서 결정 적인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비 록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지만.

“좋은 일을 했으니 이제 됐어.”

페트는 씁쓸하게 웃으며 그림 들을 회수했다.

가르나프 전투에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투들을 구경했다.

이에 영감을 얻은 북부와 중앙 대륙의 조각사들은 대단한 프로 젝트도 진행하고 있었다.

- 제목 : 조각사들 모이십시 오! 힘을 합쳐서 사상 최대의 작업을 진행합니다.

가르나프 전투!

위대한 아르펜 제국과 쪼잔 졸

렬한 하벤 왕국의 전투를 조각 할 사람들을 모집합니다.

가르나프 평원에 만들 이 작품 은 멋진 북부 유저들과 의리의 중앙 대륙의 유저들, 헤르메스 길드원과 제국군을 10만 개 이 상 조각할 예정입니다.

베르사 대륙의 역사에 남을,세 상이 바뀌는 순간을 조각품으로 만들어 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2천 명의 조각사들이 모이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테니 조각 품에 관심이 있는 다른 직업 유

저들도 연락을 주세요.

풀죽신교의 닭죽 부대와 마판 상단,가동 상단에서 후원하며, 기본적인 숙식은 제공됩니다.

조각사들의 거대한 꿈!

북부 조각사들과 로디움의 조 각사들이 함께 거창한 프로젝트 를 실현시키기 위해 준비했다. “나 역시 작품을 만들어야지.”

페트도 다음 그림을 준비하고 있었다.

“불타는 유성 소환이 떨어지 고…… 사람들이 모이고,위드가

전투를 치르는 모습들. 언데드나 바드레이와의 결투까지도.”

실제 있었던 장면들을 바탕으 로 하지만 그림에 역동적인 모 습들을 표현해야 한다.

그가 그리게 될 서른 장 정도 의 그림들은 베르사 대륙의 역 사로 남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이 일을 마친 다음에는 위드 님에게 합류해야 되겠군. 케이베 른을 물리치는 일에 화가도 무 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지.”

* * *

은링,벤, 엘릭스.

유명한 모험가인 그들은 가르 나프에 오지 않았다.

유저들끼리의 전쟁에는 참여하 지 않는다는 처음의 원칙 때문 이었다.

“케이베른이 깨어났네요.”

“진짜 악룡인데. 그 녀석은.”

“그것 때문에 여기저기 난리가 날 것 같아.”

로열 로드의 초창기부터 모험 만 해 온 그들이기에 남들이 모 르는 정보들도 몇 개씩 가지고

있었다.

대륙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면서 드래곤과 가까운 지역에 사는 주 민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들었고, 던전에서는 책자들도 입수했다.

< 드래곤의 서식지.〉

< 드래곤에 관한 알 수 없는 비밀들. #19. >

< 드래곤 관찰기. >

다른 유저들보다 일찍,독점적 으로 얻은 정보들이었다.

“드래곤은 사냥이 불가능하지

않나요?”

“글쎄…… 위드라면 잘하면 물 리칠 수도 있지 않을까?”

“안 된다고 봐요. 힘으로는 힘 들 거예요. 절대적인 능력을 가 지고 있잖아요.”

“꼭 힘으로만 이기라는 법도 없어. 영상을 보면 케이베른도 상당히 무모하게 싸우던데.” 대지의 그림자 파티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게 갈렸다.

그들도 언젠가 드래곤과 관련 된 퀘스트에 도전을 하려는 생 각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

니었다.

사실 그들의 레벨도 400대 후 반 정도로 개개인이 강한 편은 아니었다.

함정 설치와 해체,지도 읽기, 땅 파기 등으로 모험 관련 스킬 들만 마스터에 가깝게 올려놓느 라 바빴다.

엘릭스가 옅은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대륙이 엉망진창이 되 겠군. 도시들이 무너지고,유저 들도 많이 죽겠지.”

“우린 상관없지 않나? 던전이 나 마굴을 돌아다니면서 퀘스트

를 하기 바쁜데. 세상은 넓고 공 략되지 않은 퀘스트는 아직도 많아.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아 가도 되고 말이지.”

벤의 말에도 엘릭스의 수심이 깃든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그래도 맥주를 마시면서 도시 에서 느긋하게 쉬고 싶잖아. 사 람들이 즐겁고 여유롭게 생활을 하는 걸 지켜봐도 좋고 말이야.” “음. 그거야 동감하지만.”

대지의 그림자 파티가 세력들 끼리의 전쟁에 끼어들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모험 자체를 사랑하고 좋아했지만,명문 길드들끼리의 세력 다툼에 고생을 많이 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도시의 성벽 과 건물들이 부서지고,유저들이 주저앉아 한숨을 쉬는 광경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벤이 잠자코 생각하다가 말했다. “케이베른의 퀘스트를 우리가 해 보는 건 어때?”

“퀘스트를?”

“우리 예전에 케이베른과 관련 된 정보들을 입수했던 적이 있 어. 드래곤과 관련이 있는 것 같

아서 묻어 두었지만.”

“아. 맞아요. 있긴 있었어요.”

은링과 엘릭스는 기억을 되새 겼다.

< 나쁜 드래곤의 비밀스런 계획.〉

오래된 얇은 책을 입수한 적이 있었다.

로열 로드의 초창기에는 드래 곤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훗날 나쁜 드래곤이 케이베른 을 뜻할 가능성이 많다는 걸 알 고 창고에 그대로 넣어 두었다.

엘릭스가 빙긋 웃었다.

“과연. 거기에 해답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뭐라도 해 보는 건 동의해.”

“맞아요. 조금 위험하고 시기적 으로 이르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케이베른이 깨어나 버렸으 니까요. 근데 벤. 갑자기 왜 생 각을 바꿨어요?”

“위드는 아마…… 케이베른을 막으려고 하겠지?”

벤은 최고의 모험가들로 꼽히 는 그들이 위드의 흔적들만 쫓 아다녔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해. 어떤 퀘스트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고,나중에 라도 꼭 해결을 했어.”

“엠비뉴 교단도 그렇게 물리쳤 었죠.”

“불가능에 도전한다. 위드가 유명 해지고 모험가로서 존중받는 이유 지. 그러니 드래곤을 대상으로 위 드와 경쟁을 해 보는 것이 어때?” 불가능한 모험, 경쟁!

엘릭스와 은링의 가슴을 뜨겁 게 만드는 단어들이었다.

로열 로드의 초창기에는 새로

운 도시,던전,지형들을 발굴하 느라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아다녔다.

다른 모험가들이 먼저 길을 찾 아내기 전에 동부와 북부도 돌 아다녔다.

훗날 모라타가 성장하고,아르펜 왕국이 세워지기도 훨씬 전에 그 들은 이미 다녀갔던 것이다. 미개척지를 탐험하는 그 희열 과 설렘.

벤이 씩 웃었다.

“지금까지는 따라다녔지만 드래 곤을 상대로는 공평한 조건이야.

그는 인기와 세력을 가지고 있지 만 우리는 경험과 정보가 있어. 만약 퀘스트에 성공한다면 대륙을 위해 좋은 일도 하고 말이지.”

“맞아요.”

“완벽히 동의해.”

대지의 그림자 파티는 서로 마 음이 잘 맞았다. 그렇지 않다면 어려운 모험과 퀘스트만을 쫓아 다니지도 못 했으리라.

“이번에는 절대 위드보다 늦지 말자고.”

“그럼 어서 출발하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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