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권 22화
챕터 : 세계를 구하는 용사
“크흠.”
위드는 던전 한구석에서 고민 에 빠져 있었다.
“반 호크. 어떻게 생각하냐.”
“뭘 말인가?”
“됐어. 너 같은 해골에게 물어 본 내가 잘못이지. 머리가 텅텅 빈 해골이잖아.”
"......"
위드는 장인의 무지개천을 바 느질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토리도. 넌 어떻게 생각해?”
“무엇을 말인가.”
“됐어. 너 같은 뱀파이어의 판 단을 믿을 수는 없지. 맨날 피 빨아 먹는 거 외에 무슨 생각이 있겠어.”
반 호크와 토리도.
주인을 잘못 만나서 잔소리를 들으며 살아야 하는 비운의 언 데드들이 었다.
“하아. 어떻게 해야 한다?” 위드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대 장장이 재료로 갑옷도 만들어 보 고,재봉으로 옷도 제작했다. 머릿 속에 들어 있는 고민거리들은 그 럼에도 쉽게 해결이 되지 않았다. “에바루크 성이라……
그동안 늘어난 몬스터 덕에 신 나게 사냥을 했는데, 이제 하루
뒤면 케이베른이 에바루크 성을 공격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어.”
잠깐이라도 상대해 본 케이베 른은 현재로서는 견적이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
수많은 유저들이 주목하는 장소.
그곳에서 위드가 기다려 당당 하게 케이베른과 전투를 치른다 면 완벽한 개죽음!
“헤르메스 길드가 도와주고, 베 르사 대륙의 유저들이 전부 뭉 친다면…… 그래도 승산이 희박 할 것 같은데. 퀘스트 확인.”
진정한 용사.
그대가 지금까지 이룩해 낸 업 적은 수없이 많습니다.
불사의 군단을 물리쳤으며,세 상의 끝과 끝을 오가며 탐험했 습니다.
베르사 대륙의 과거로 돌아가서 엠비뉴 교단을 물리쳤고,신비로운 조각술의 정점에 이르렀습니다. 대륙에서 가장 유명하며,위험한 의뢰들을 멋지게 성공시켰습니다. 도시의 술주정뱅이부터,산 위
의 마을에 사는 어린아이까지도 조각사이며 모험가,전사 위드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음유시인들은 당신의 모험을 가사로 만들어서 노래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제 악룡 케이베른이 잔혹한 보복을 선언하며 대륙은 위기에 빠져들었습니다.
당신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대륙을 구하기 위해 악룡을 퇴 치하십시오.
먼저 필요한 정보를 모아야 합 니다.
용감하게 검을 뽑기 전에,악룡 케이베른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난이도 : S
보상 : 용사의 선택으로 이어지 게 됨.
퀘스트 제한 : 대륙을 구하는 영웅 가장 높은 모험 명성.
“그나마 희망은 이 퀘스트인데.”
모험가로서,전사로서 케이베른 이 활동하면서 받게 된 퀘스트 였다.
아르펜 제국의 황제로서도 케 이베른을 막아야 했지만 벌써부 터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다.
“퀘스트를 진행한다고 해도 결 국 마지막에는 케이베른과 싸워 야 할 텐데……
위드는 그동안 무리한 퀘스트 들도 많이 진행해 봤지만 한 가 닥씩의 희망은 있었다.
불사의 군단이나 엠비뉴 교단 까지도 어찌어찌 간신히 막아 냈지만 고난이 끝나지 않았다.
“어쨌든 이렇게 된 이상 천상
에바루크 성으로 가서 보긴 해 야 되겠군.”
물론 그렇다고 혼자 위험을 무 릅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누렁아.”
“음머어어어어어.”
누렁이가 순박한 눈을 뒤룩 굴 리며 쳐다봤다.
사냥터를 따라다니면서 짐꾼 노릇을 하면서 꾸준히 성장했다. 그러자 힘이 비정상적으로 강해 지며 덩치가 덩달아 커졌다.
“넌 여기 있어. 케이베른이 맛 있게 먹어 버릴 것 같으니깐.”
“고맙다. 음머어어어.”
“기사 세빌. 너도 쉬어라.”
“알겠습니다. 주인님.”
누렁이를 비롯한 인간형의 조 각 생명체들에게는 휴식을 줬다. 금인이나 악어 나일이 같이 인간 이 아닌 녀석들은 데려가기로 했다. “반 호크,토리도.”
어디든 따라다니는 언데드 부 하들.
“왜 부르나. 주인.”
“여기 있다.”
위드는 짐짓 목소리를 근엄하 게 깔았다.
“너희들은 당연히 당첨이다. 나 랑 같이 가자.”
* * *
칼라모르 에바루크 성.
“모두 짐을 챙겨서 나가세요! 시간이 없어요!”
성주 다인은 주민들과 유저들 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아르펜 제국에 많은 영주들이 결정되었지만,에바루크 성은 악 룡 케이베른의 침략이 예정되어 있던 곳이었다.
어떤 유저도 에바루크 성의 성 주가 되고 싶은 욕심을 갖지 않 았고, 다인도 헤르메스 길드에서 탈퇴하여 항복함으로써 자리를 유지했다.
그녀는 악룡 케이베른의 사태 까지 일으킨 라페이의 모습에 헤르메스 길드를 미련 없이 벗 어날 수 있었다.
“들고 갈 수 있는 건 뭐든 가 지고 가세요. 주인이 없으면 가 까이 있는 사람이 주인이에요.”
“성안에 있는 물건도 가져가도 될까요?”
“네. 그럼요! 다 가져가셔도 돼요.” 다인은 성주로서 맞서 싸우기 보다는 대피를 선택했다.
정신없이 거리를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챙기는 그녀에게 기사 유저들이 말을 타고 달려왔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돕겠습니 다. 칼라모르 출신으로서 외면할 수 없습니다.”
“싸울 사람은 필요 없어요.” 다인은 하벤 제국 체제에서도 선정을 베풀어서 유저들에게 인 기가 높았다.
위드의 동료였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그녀의 과거에 대해 욕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케이베른을 상대로 싸우는 건 무리예요. 의미 없는 죽음보다는 삶을 택하세요.”
“성과 도시가 파괴되는 걸 그 대로 내버려 둘 겁니까?”
에바루크 성은 발전을 거듭해 서 칼라모르 지역에서는 수도보 다도 훨씬 번화해 있었다.
다인이 직접 다스리며 건물 하 나하나에도 애정이 붙었지만 미 련하게 집착할 생각은 없었다.
“안 되는 건 안 되니까요. 이
도시가 파괴된다고 해서 이곳에 서의 삶이 끝나는 건 아니에요. 대륙은 넓고,다시 돌아와서 복 구해도 되잖아요.”
“하지만 케이베른에게 또 파괴 되면 어떻게 합니까.”
“그래도 살아가야죠. 저는 마지 막까지도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웠어요. 삶이 보석처럼 빛나기 에 무의미한 희생을 원하지 않 는 거예요.”
다인의 말과 행동은 방송으로 생중계가 되면서 유저들에게 깊 은 인상을 남겼다.
에바루크 성의 성주로서 명성 이 드높기는 했지만, 방송을 통 해 전국적으로 그녀의 진면목이 알려지는 기회가 되었다.
- 에바루크 성이 아렌 성에 비 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곳을 포기한다니 굉장한 용기네요.
- 쉬운 결단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아쉽지 않을까요?
- 무모한 시도를 하지 않네 요. 현명한 거죠.
- 그래도 성안에 있는 모든 걸 유저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인상 깊습니다.
- 원래 성주 다인은 대단히 유 저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헤 르메스 길드 소속이었을 때도요.
방송 진행자들도 멋지다며 칭 찬할 정도였다.
“전부 피하세요. 어서요!”
다인이 직접 선두에서 피난을 독촉하며,모든 병사들이나 유저 들,주민들의 대피를 이끌었다. 전투 물자나 식량 등이 쌓여 있는 창고의 문은 활짝 열었고, 일찌감치 여러 대형 상단들과
연락을 취했다.
“말과 수레를 빌려주세요. 짐을 많이 나를 수 있는 북부의 황소 면 더 좋구요.”
“돈은 누가 대는 것입니까?”
“돈은 없어요. 대신 영주성에 있거나 주인 없는 물품들을 가 져가세요. 케이베른이 오기 전에 마음껏 챙겨 가세요.”
상인들은 계산기를 두드려 보 고는 충분히 남는 장사로 판단 했다.
에바루크 성은 로열 로드의 초 창기부터 번화했던 성이다.
수많은 예술품과 귀금속들이 도시를 장식하고 있었으므로 챙 길 것들이 아주 많았다.
“좋습니다. 거래 성립입니다.” 상인들에게 기회가 열렸다.
막 시작한 초보 상인이라도 수 천 골드짜리의 물품들을 주워 갈 수 있는 기회.
칼라모르 지역의 인근에서도 유저들이 대대적으로 몰려와서 배낭과 수레에 잔뜩 실었다.
며칠 사이에,그림처럼 아름답 던 에바루크 성이 뼈대만 남겨 놓고 철저히 파헤쳐졌다.
대리석이나 귀한 목재들이 뜯 어졌고,강철로 된 이음새 같은 것도 전부 빼내 갈 수 있었다. “이 건물들은 좀 아쉬운데…… “케이베른에 의해 파괴되는 것 보단 낫지. 통째로 가져가세.” 도시의 경관을 자랑하던 석조 건물들도 해체가 되어 비싼 건 축 재료들이 수레에 옮겨졌다.
“빨리. 빨리요!”
다인과 자원 봉사원으로 참여한 유저들이 피난을 독려하고 있었다. 에바루크 성의 모든 성문이 활 짝 열려서 유저들이 원활하게
떠날 수 있도록 도왔다.
* * *
“흠. 현명한 판단을 내렸군.” 위드는 멀리 있는 산에서 에바 루크 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금인이와 바하모르그,하이엘프 엘틴을 비롯한 조각 생명체들이 다섯이나 따라왔다.
“조금 더 가까이 가야 하는 거 아닌가? 골골골.”
“괜찮아. 이 정도가 딱 좋아.”
“하지만 드래곤이 잘 보이지도
않을 것 같다.”
“그걸 노린 거야. 기왕이면 우 리를 못 봐야 하니까.”
위드는 조각 변신술을 이용해 서 다리가 짧은 드워프로 변신 을 했다.
‘케이베른의 증오는 인간들을 향하고 있지. 자기 레어 주변의 드워프들은 여전히 건드리지 않 으니까 이 정도면 안전할 거야.’ 드워프의 상태로 있으면 웬만 큼 거슬리지 않는 한 죽이진 않 으리라.
조각 생명체들도 인간이 아닌
녀석들만 데려왔다.
누렁이는 언제든 탐나는 먹이 라서 종족을 떠나서 데려올 수 없었지만.
“가능한 케이베른에 대한 정보 를 많이 알아내야 해.”
위드의 혼잣말을 들은 바하모 르그가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대단한 용기군. 드래 곤을 잡기 위해서인가?”
“아니. 적에 대해 알아야 잘 피 해 다니지 않겠어?”
난이도 S급의 퀘스트가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상대가 드래
곤이다. 그것만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퀘스트를 진행하더라도…… 어 느 정도 전력이면 싸울 수 있을 지를 판단해야 한다. 혼자서 싸 우기는 무리이고 유저들을 대거 동원해야 하는데 실패한다면 타 격이 엄청날 거야.’
승산이 없는 싸움에 모든 걸 던질 수는 없다.
꼼수들을 동원하더라도 최소한 부딪쳐 볼 여지가 있는지를 확 인해야 했다.
‘인간들을 증오하고 흑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마법으로는 도저히 어찌 해 볼 수 없다고 보지만 빈틈이 과연 없을까?’ 모든 것을 원점에서부터 볼 작 정이었다.
케이베른의 전투를 더 지켜본 다면 정확한 능력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
위드는 바느질을 하면서 기다 렸고,대낮이 되자 에바루크 성 을 향해 케이베른이 날아왔다.
- 인간들. 모두 흔적도 남김 없이 사라져라!
케이베른의 첫 인사는 먼 곳에 서 뿜어낸 브레스!
가공한 산성 브레스가 에바루 크 성을 강타했다.
간신히 매달려 있던 성문이 거 짓말처럼 녹아서 없어지고,중앙 성은 굉음을 일으키면서 무너져 내렸다.
케이베른의 브레스는 시가지로 도 스며 들어가서 건물들을 오 염시키며,화염을 일으켰다.
활활 타오르는 에바루크 성!
- 모두 죽어라!
케이베른이 성과 도시를 상대 로 화염 마법을 일으켰다. 아직까지도 한몫 단단히 챙기 려고 피난을 가지 못했던 유저 들이 죽어 나갔다.
성주로서 에바루크 성과 운명 을 함께하겠다면서 남은 다인도 목숨을 잃었다.
- 크롸라라라라라!
케이베른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에바루크 성을 향해 계속 마법 을 퍼부었다.
모든 것을 흔적도 제대로 알아 보지 못할 정도로 파괴하기 위 하여.
위드는 나무와 바위 틈새에 숨 어서 그 광경들을 구경했다.
“흠. 상당히 과격하군. 분노에 눈이 먼 모습이라……
“분노가 약점인가? 골골?”
“안 좋은 소식이지. 약한 놈이 분노에 눈이 멀면 빈틈이 보이 지만,강한 놈은 더 강해지지.”
에바루크 성 근처에 있던 유저
들도 하늘에서 내리는 화염의 비에 의해 목숨들을 잃었다. 방송국들이 생중계를 하고 있 었고,인터넷에서 로열 로드와 관련된 게시판마다 글들이 빠르 게 올라왔다.
- 케이베른이 도시를 완전히 부숴 버리고 있네.
- 아렌 성도 저렇게 부쉈었 죠. 다신 못 쓸 정도로. 그땐 고 소했는데 칼라모르의 희망이 저 렇게 당하다니요.
- 아…… 에바루크 성에 집이
랑 농장도 마련해 놓고 있었는 데. 메론이랑 블루베리 심어 놓 고 수확만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슬픔.
에바루크 성.
베르사 대륙에 애정을 가진 유 저들은 모두 안타깝게 보고 있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