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54권 : 2. 드래곤의 공격 (381/520)

2. 드래곤의 공격

밀리암 요새.

성벽에 서 있는 유저들은 대지를 새까맣게 물들이며 다가오는 몬스터 군단을 볼 수 있었다. 몬스터들이 움직일 때마다 땅이 흔들리며 떨림이 전해져 왔다.

“으…… 저것들이 공격을 해 온단 말이지.”

“막을 수 없어.”

가르나프 평원에 유저들이 몰려간 이후로 고향으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이들이 많았다.

밀리암 요새의 유저들은 현재 5천여 명.

평소에는 3만 명이 넘는 유저들이 요새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때에 비하면 확 줄어든 숫자였다.

- 크오오오오!

- 인간의 육체를 찢어라. 먹어라!

몬스터 군단의 선두에는 부쳐라는 이름의 괴물이 있었다.

무시무시한 레벨 700대의 던전의 주인으로, 크고 기괴한 몸에 검은색 피부를 가졌다.

- 부서져라!

부쳐가 양날도끼로 요새의 벽을 두드렸다.

그럴 때마다 굉음이 울려 퍼지며 성벽의 일부가 허물어지는 것이었다.

“이건 안 되겠네. 우리도 도망치자.”

“그게 좋겠어.”

밀리암 요새의 유저들은 뒤쪽 성문을 통해서 우르르 빠져나갔다.

- 인간을 다 죽여라!

부쳐가 허물어뜨린 성벽으로 몬스터들이 빠르게 다가왔다.

길게 털이 나 있는 8개의 다리를 움직이며 성벽을 거침없이 타고 올라가는 몬스터들.

땅을 파고들어서 요새 내부에서 솟구치는 몬스터들도 있어서 미처 도망치지 못한 유저들이 목숨을 잃었다.

< 밀리암 요새를 상실했습니다.

아르펜 제국의 국가 명성이 2 줄어듭니다.

밀리암 요새 인근 지역의 주민 충성도와 치안이 모두 크게 하락합니다.

인근 지역의 몬스터들의 활동이 활발해질 것입니다. >

아르펜 제국은 중앙 대륙에 있는 밀리암 요새를 얻고, 일주일도 안 되어서 몬스터에 의해 상실했다.

국가 명성은 외교적인 이익, 특산품이나 기사들의 충성도를 비롯해서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반트 마을.

안톤 요새.

도시 소벤.

불과 하루 사이에 몬스터들에 의해 정복된 지역들이었다.

케이베른의 활동이 몬스터들의 흉성을 깨우면서 베르사 대륙이 위험에 빠지고 있었다.

* * *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위드 님!”

“음…… 제가 아르펜 제국의 기사가 된다면 좋은 일이죠.”

“이곳에서 만나니 반갑습니다. 사막의 대제왕 퀘스트는 정말 감명 깊게 봤습니다. 사막도 사실 위드 님이 아니었더라면 오지 않았을 곳입니다.”

바랑.

사막의 대도시였고 뛰어난 유저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위드는 협상을 벌였다.

그들을 아르펜 제국의 소속으로 받아들이고, 각자 거느린 부족을 인정하는 방식이었다.

큰 야심을 가진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지만 사막 지역의 유저들은 반발이 전혀 없었다.

“핫핫. 위드 님은 가진 돈을 다 털어서 지역을 발전시켜 주시잖아요. 중앙 대륙처럼 사막도 발전시켜 주세요!”

“크윽.”

“사막에는 돈을 얼마나 투자하실 건가요? 사막을 관통하는 커다란 강이 하나 정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 강이라니…….”

“유원지요! 유원지 만들어 주세요. 사람들이 많이 놀러 오게요!”

위드의 인기는 사막에서도 절정!

검오치와 수련생들은 고민 한 번 안 해 보고 아르펜 제국으로의 완전한 합류를 결정했다.

소속 전사들과 부족민들의 지배권까지도 넘겨주려고 했다.

“사나이는 의리 아니냐. 의리.”

“그렇죠.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인생인데. 멋지게 살아야 됩니다.”

위드는 수련생들이 데려오는 부족민들을 보며 나직이 한숨을 쉬어야 했다.

“이 정도로 개판일 줄이야.”

검오치와 다른 수련생들은 내정에 대해서는 약간도 관심을 쏟지 않았다.

그저 부족민이 굶어 죽을 거 같으면 어디서 대충 식량이나 구해 오는 정도였다.

사막 지역의 치안도 꽤 낮았고, 기술은 아예 없었으며, 재산이랄 것도 존재하지 않는 가난한 부족들을 모두 떠맡아야 했던 것이다.

위드는 마판에게 귓속말을 보내야 했다.

“사막으로 급히 식량과 생활 용품 운송 부탁드립니다.”

- 마판 : 지금 케이베른 때문에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얼마나요?

위드는 힐끗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래밭에 앉아 있는 이들이 끝도 없이 눈에 보였다.

낙타와 양을 데리고 있는 사막의 부족민들은 모래 구릉 너머에도 있었다.

“꾸준히 10만 명은 먹여야 될 것 같군요. 운송이 가능할까요?”

- 마판 : 네 됩니다. 근데 위드 님. 자금이 별로 없으실 텐데…….

“외상 되겠죠?”

- 마판 : 외상 좋죠. 근데 이자가 매주 3%씩 붙습니다.

“우리 사이에…….”

- 마판 :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오래가는 사이라고 위드 님이 말씀하셨죠.

“기억력이 좋으시군요.”

- 마판 : 그리고 또 말씀하셨습니다. 돈 거래는 부모 형제도 없다고요.

“…….”

위드는 차마 외상은 쓰지 못하고, 가르나프 평원 전투에서 얻은 헤르메스 길드원의 장비를 넘겨주기로 했다.

< 방대한 영토와 다수의 부족들이 당신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팔로스 제국의 건국에서 7번째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영향력 1, 2번째는 검치와 검둘치였는데, 그들은 여자 친구들과 같이 북부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

이미 남부 사막 지역의 합병은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

검오치가 씩 웃으며 말했다.

“막내야. 이제 어디 갈 거냐?”

“북쪽을 다녀와야 되겠습니다.”

고요의 사막에서 태양의 눈이 일어나려는 조짐이 있었다.

사막의 밤이 붉게 변하고, 하루나 이틀 정도가 지나면 태양의 눈이 생성되어 몰아치기 시작한다.

위드는 고요의 사막에서 머무르며 기다릴 수만은 없는 처지였다.

“사막을 완전히 떠나는 것이냐?”

“태양의 눈이 생기면 와서 폭풍을 부수고, 태양 부족을 만나게 될 겁니다.”

“태양 부족이라…… 이야기 들어 본 적이 있다. 사막에서는 제일 강한 부족이라던데.”

“그래 봐야 별 거 아닐 겁니다.”

“물론이지. 우리가 최고 아니겠냐.”

* * *

바드레이는 모라타에서 유저들에게 질리도록 사인을 해 주고 벗어날 수 있었다.

‘어서 가자. 모라타 쪽은 다시는 오지 말아야지.’

드넓은 북부 대륙.

케이베른 때문에 몬스터들이 늘어나면서 필드에서 유저들을 만날 일이 드물어졌다.

“가자. 이 녀석.”

“음머어어어.”

모라타에서 구입한 황소를 타고 북서쪽으로 쭉 이동했다.

기괴하게 생긴 던전 내부에만 머무르던 몬스터들이 가끔 길을 막았지만 걸림돌은 아니었다.

“다른 하나의 검.”

검술의 비기.

검을 소환하여 날리며 그대로 돌파한다.

겁쟁이 황소는 몬스터들이 나타나면 깜짝 놀랐지만 금방 주인이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다음부터는 경쾌하게 네 다리를 움직였다.

바드레이는 소를 타고 가면서 기가 찼다.

‘말보다 소라니…… 이런 걸 내가 타게 될 줄이야. 평균 속력은 느리지만 진흙탕도 잘 통과하고 힘이 좋아.’

북부의 황소는 승차감도 상당히 안정적인 편이었다.

돈이 많기 때문에 비싼 황소를 구입했는데, 마판 상단의 모라타 담당자가 말했었다.

“위드 님이 타고 다니는 누렁이 있잖습니까? 그 녀석의 새끼에 새끼입니다. 그러니까 혈통이 제대로죠! 많이 먹는다는 흠이 있지만 체력과 힘 하나는 기가 막힙니다.”

그땐 대충 흘려들었지만 여행을 가면서 알 수 있었다.

잠시 풀어놓으면 근처의 풀을 전부 뜯어 먹고, 숲으로 들어간다.

쾅! 쾅!

나무를 뒷발로 차더니 열매가 떨어지면 그것까지 먹었다.

빠지지직!

어쩌다 힘 조절이 안 되면 굵은 나무들이 그대로 부러지기도 했다.

‘겁이 많아서 문제지만 전투용으로도 기가 막히겠군. 레벨이 높아지면 탈것에 의존하지 않긴 하지만.’

바드레이는 얼마 전까지 타고 다니던 말에 대한 소식도 들었다.

“수아트는 잘 지냅니다.”

“수아트?”

수백만 마리 중에 한 마리 정도로 희귀한 확률로 탄생한 명마.

위드에게 패배하고 잃어버린 말이었으며, 숱한 사냥터들을 함께 돌아다녔었다.

“아. 괜히 말했나요?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요. 목장에서 잘 지냅니다. 몸에 좋은 것도 잔뜩 먹이고 암컷 말들도 사이가 좋죠. 북부에도 말이 달릴 초원은 널려 있어서 본격적으로 번식을 시키려고 합니다.”

덤으로 모라타에는 양치기나 목동의 직업을 가진 이들이 꽤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르펜 제국의 황제가 조각사였는데 어떤 직업이라도 귀천이 있을 수 없다.

바드레이는 북서쪽으로 황소를 타고 달리면서 생각했다.

‘다음 승부에는 반드시 이긴다. 그리고…… 위드가 전사가 되었다고? 나 역시 더 강해질 것이다.’

훗날 벌어지게 될 승부를 다짐하고 있었다.

북부 대륙에서도 북서쪽 끝.

죽음의 계곡과 푸르골 요새를 지나니 날씨가 점점 추워졌다.

“음머어어어어.”

“이걸 덮어라.”

바드레이는 방한 기능이 있는 마법 망토를 황소에게 씌워 주었다.

위드라면 견디다 보면 덜 춥다고 했겠지만 이런 쪽에서는 자비심이 있었다. 정복 전쟁을 할 때 적들에게는 가차 없었지만.

큰 덩치의 바바리안들이 사는 마을에 도착했다.

“멈춰라. 여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입수한 1급 정보.

철혈의 워리어로 전직할 수 있는 바바리안 마을이었다.

* * *

용아병의 지휘 아래 인간들의 땅을 공격하기 위해 바르크 산맥을 넘는 몬스터의 무리는 덩치를 계속 불려 가고 있었다.

“케륵!”

“꾹. 끄윽!”

자잘한 몬스터들도 수없이 많지만, 요새와 도시를 파괴할 정도의 규모의 무리는 총 11개.

토르 주변에 4개의 무리들이 결성되고 있었으며, 브리튼, 하벤, 툴렌에서도 하나씩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벤이야 막강한 전투력을 가진 헤르메스 길드가 알아서 막아 낼 수 있겠지만 나머지는 아르펜 제국에서 해결해야 했다.

쏴아아아.

진군하는 몬스터들의 머리 위로 검은 비가 내렸다.

울창한 숲, 맑은 새소리를 들을 수 있던 나무의 잎들이 노랗게 변해서 떨어졌다.

로열 로드를 하는 유저들이 모두 놀라고, 방송국들도 이 현상에 주목했다.

- 오주완 씨. 이게 무슨 일이죠? 하늘에서 석유처럼 검은 비가 내리잖아요.

- 석유처럼 검은 비라…… 색깔은 비슷하지만 내용은 다릅니다.

- 어떻게 다를까요?

- 농도는 약하지만 썩은 물이라고 할까요. 오염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대륙의 식물들이 괴로워하거나 죽어 가고 있고요.

- 갑자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 정확한 사실은 모르지만 짐작은 할 수 있죠. 케이베른 때문으로 보입니다. 블랙 드래곤의 특성으로 보이는데…… 독을 퍼뜨리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지방을 다스리는 대영주들.

그들이 퀘스트에서 케이베른의 저주 받은 비가 내린다는 문구가 있었다는 내용을 밝히면서 가설을 확인해 주었다.

- 대륙의 위기는 케이베른이나 몬스터들을 막아야만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 식물들이 다 죽는다니…… 너무 끔찍하네요.

- 그렇습니다. 다행히 엘프들의 숲에 나무들은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TO BE CONTINUED

- 인간들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

블랙 드래곤 케이베른은 예정된 일주일이 지나고 소므렌 자유도시에 등장했다.

다른 왕국의 수도는 아니었지만 거대한 상업 도시로 많은 유저들이 살아가는 터전이었다.

“우악. 진짜 드래곤이다.”

“무지막지하게 커.”

소므렌 자유도시에는 아르펜 제국의 이름으로 일찌감치 대피령이 내려져 있었다.

도시를 포기하기 위해 에바루크 성의 전례에 따라 보물들이나 값이 나가는 물자들은 마음껏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여러분들을 지킬 수 없어요. 모두 이 도시에서 벗어나세요!”

서윤이 직접 와서 대피 계획을 총괄하기도 했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

“예쁘다.”

“진짜 이뻐. 비현실적인 외모 아니냐?”

“어떻게 보면서도 안 믿겨지냐. 실물은 더 예쁘다는데…… 하아.”

넋을 놓고 떠나지를 않는 유저들!

결국 서윤이 자리를 비우고 나서야 대피가 차근차근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일주일 사이에 도시의 모든 것을 옮겨 가기는 무리였다.

특히 유저들의 약 20%가 그대로 남는 것을 선택했다.

도시와 운명을 함께하기로 결정.

소므렌 자유도시는 초보 시절부터 쭉 이곳에만 살아가던 유저들이 많았다.

“공격합시다!”

“예. 물러서지 말아요.”

유저들은 건물의 지붕에 서서 드래곤에게 화살과 마법을 날렸다. 대부분은 채 닿지도 않았지만 어쩌다 적중되는 것들도 드래곤에게 피해를 입히기는 힘들었다.

- 어리석은 놈들!

블랙 드래곤 케이베른이 강렬한 드래곤 피어를 터트렸다.

레벨이 낮은 유저들은 그대로 사망하고, 높은 이들이라고 해도 공포와 마비 현상이 발생.

케이베른은 소므렌 자유도시 위를 날면서 유유히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마법을 시전했다.

- 남김없이 타 버려라!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화염의 비가 내렸다.

활활 타오르는 불덩어리들이 구름에서부터 지상까지 떨어지는 것은 놀라운 광경이었다.

“말도 안 돼.”

“피할 곳도 없잖아.”

도시를 파괴하는 화염의 비.

영상으로 볼 때와 직접 겪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도시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며 타올랐다. 화염이 건물 전체를 뒤덮고 나면 얼마 후에는 형체를 잃어버린 채 무너진다.

- 인간의 흔적 따위는 모조리 사라져라!

조각상과 분수대가 있던 중앙 광장도 케이베른에 의해 짓밟히고 부서졌다.

소므렌 자유도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사랑하는 고향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 남은 유저들이 목숨을 잃었다.

소므렌 자유도시에서 일어나는 검은 연기는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드래곤의 복수

악룡 케이베른은 인간들의 문명을 파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정령과 요정들이 다시 경고하고 있다.

“일주일 후에 케이베른이 힐쉐이드로 향하게 될 거예요.”

옛 아이데른 왕국의 수도 힐쉐이드.

많은 유저들이 근거지로 삼고 있는 도시였고, 이곳 역시 발전도가 높았다.

* * *

위드는 소므렌 자유도시를 지킬 수 없었다.

헛되이 죽을 수는 없었기에 일부러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그릇에 냄새나는 도마뱀이 먼저 숟가락을 올린 것처럼.

“내 땅을 침범하는 녀석들을 전부 쓸어버려라!”

“알겠다. 주인!”

북부의 바르고 성채에 가서 언데드들을 일으켰다.

베르사 대륙을 위협하는 11개의 초대형 몬스터 무리들.

북부에만 용아병들이 이끄는 4개의 몬스터 무리들이 생성되었으니 그것들이 도시를 정복하기 전에 해치워야 했다.

“다들 화살을 쏴라!”

“성벽 밖으로 나가지 말고 자리를 지키세요! 오늘은 밤새도록 싸워야 합니다.”

바르고 성채는 유저들이 모여들어 공성전을 치를 준비가 끝나 있었다.

북부 대륙은 변변한 요새가 드물었다. 몇몇 지역만 뚫리고 나면 몬스터들이 퍼져 나가 한창 성장하고 있는 중소 규모의 마을들이 그대로 짓밟히게 된다.

평야가 유독 넓기도 해서 곡창 지대의 손해도 돌이킬 수 없었다.

“원거리 공격이 되는 녀석들은 제가 먼저 저격하겠습니다.”

“산에서는 화염 마법을 못 써서 너무 아쉽네. 그렇지만 바람의 마법이 있지!”

페일, 로뮤나도 함께 참여했다.

하벤 제국군을 격파하고 난 이후부터는 중앙 대륙의 고레벨 유저들도 북부에 많이 돌아다녔다.

하늘에는 와이번들이 소환되어 날아다니고, 위드일, 위드이, 위드삼의 조각 생명체들도 도착했다.

위드의 분신들은 전투 회의를 열었다.

“전투란 장사랑 비슷하지. 몬스터의 뒤통수를 치고 버는 거야.”

“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몽땅 챙겨 주자.”

“푹 끓이면 맛있게 생긴 녀석들이군.”

분신들은 성벽 위에서 욕심 많고, 불평 많고, 그러면서도 성실하게 몬스터들을 해치웠다.

검이나 창, 도끼 등의 모든 무기들을 적당히 다루고, 생산 스킬들도 폭넓게 익혔다.

580대의 레벨을 가진 만큼 육체적인 능력은 강했지만, 아쉽게도 검술의 비기나 조각술 최후의 비기 등을 활용하진 못했다.

‘놈들을 잘 가르쳐야 되겠군. 훌륭한 일꾼 역할을 해내겠어.’

위드는 조각 생명체들의 상황도 살피면서 바르고 성채의 전투를 이끌었다.

언데드들을 소환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전투에서는 공격과 수비의 역할을 함께 해낼 수 있었다.

“드워프들은 어서 쌓여 있는 철로 화살을 만들어! 성벽이 무너지기 전에 너희들을 투입할 일은 없다!”

“인간이 명령을 내리다니 불쾌하군.”

바르고 성채 인근에 사는 드워프들도 전투가 벌어졌다면서 잔뜩 몰려와 있었다.

드워프들은 전투를 좋아하진 않아도 외부의 침략에는 단호하게 맞서는 종족이었다.

새로 온 드워프들이 말했다.

“저 키 크고 볼품없어 보이는 녀석이 황제라고?”

“우리보다 큰 거지, 인간들 중에서는 큰 것도 아니야.”

“고작 인간 주제에…….”

“언데드나 몰고 다니는 걸 보니 제국의 멸망도 머지않은 것 같군.”

“인간들이 다 그렇지 뭐.”

야박한 황제 대접!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고, 카리스마, 명예, 명성, 통솔력 스탯이 많더라도 꼬장꼬장한 드워프들을 다스리기란 쉬운 게 아니었다.

드워프들은 어떤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자기들 좋은 대로 사는 종족인 것이다.

위드는 제대로 된 황제 대우를 못 받기는 했지만 라면도 못 끓일 자존심 때문에 드워프들과 사이가 나빠지길 원치 않았다.

“전투 끝나고 통돼지 바비큐에 시원한 맥주 파티 열 테니까 화살을 만들어 달라고.”

“크흠. 그런 조건이라면 진작 말하지 그랬나.”

“안 그래도 쇳덩이를 다루고 싶었지.”

“풀무질을 하며 흘리는 땀방울에는 시원한 맥주가 최고지.”

“황제의 자격이 충분하군.”

드워프들이 몬스터를 꿰뚫을 수 있는 강철 화살 제작을 바로 시작했다.

위드는 바르고 성채의 성벽에 의존하여 몬스터를 막아 내고 있었다.

유저들의 도움이 있기에 전면전에도 승산이 보이긴 하지만 굳이 피해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

‘가능한 한 명도 죽지 않는 싸움이 되어야 해. 죽으면 손해지.’

어디까지나 아르펜 제국의 세금 확보를 위해 피해를 줄여야 했다.

위드가 사자후를 터트렸다.

- 부상자들은 이쪽으로! 붕대를 감아 줄 테니까 모여라! 

언데드들에게 싸우도록 지시하며, 부상자들에게 휴식도 주었다.

과거에 규모는 작지만 로자임 왕국 병사들을 이끌었던 기억도 나고, 오크나 다크 엘프들과 불사의 군단과 싸웠던 경험도 있었다.

“붕대라니 무슨 소리야. 회복 마법이면 금방 낫는데.”

“쉿. 위드 님은 저주나 뿌릴 줄 알지. 그런 건 못해.”

“붕대 감기 마스터라는 소문이 있던데…….”

“노가다는 뭐든 잘하지. 근데 그래 봐야 붕대잖아.”

전투 중에 다친 이들은 사제들에게 가서 회복을 받았다.

아르펜 제국을 돕기 위해 프레야 교단, 루의 교단, 미네의 교단에서도 넉넉하게 지원을 나와 있었다.

* * *

자유를 꿈꾸는 조인족들.

천공의 도시 라비아스에서 태어난 그들은 북부 대륙을 누비고 다녔다.

- 암스 : 여기는 독수리 17호. 지상 나와라.

- 소리새 : 지상이다. 오버.

- 암스 : 몬스터 군단 발견. 개체 수 500이상으로 파악. 위험 등급 2급으로 분류.

조인족들이 북부 대륙의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산이나 숲에서는 발견하기 어렵더라도 평야 지대에 나오면 어김없이 조인족들의 눈에 띄었다.

- 암스 : 현재 위치는 감꽃 마을에서 동쪽으로 한 시간 정도 날았다. 피리내 협곡이 보이고……. 날른 평야의 삼각지점. 몬스터들의 진행 방향으로는 작은 마을이 하나 보인다.

- 소리새 : 그 위치라면…… 어디 보자. 사피아 개척 마을이다.

- 암스 : 매우 위험해 보이는데.

- 리콘 : 다른 지역의 몬스터들로 인해 출동시킬 병력의 여유가 없다. 1시간 이상 몬스터들을 다른 곳으로 유인해야 할 것 같다. 암스. 위험한 임무인데 맡을 수 있나?

- 암스 : 본인은 미해군 파일럿 출신이다. 천천히 와라. 느긋하게 지원을 기다리겠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독수리가 땅으로 낮게 내려갔다.

쐐애액!

독수리를 발견한 몬스터가 도끼를 던졌지만 가볍게 날개를 떨치며 피했다.

“잘 따라와 봐라. 멍청이들아!”

“쿠아악!”

몬스터들은 제대로 화가 나서 독수리를 쫓아갔다.

* * *

조인족들은 일찍부터 아르펜 제국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전쟁이 벌어지면 항상 하늘에서 활약을 했으며, 그들은 위드에 대한 믿음을 가졌다.

- 팔라우 : 형제들이여. 모두 기뻐하라. 위드 님께서 이번에 온천을 만들어 주셨다.

- 도틴 : 온천?

- 팔라우 : 라비아스가 높아서 춥잖아. 특히 찬바람이 불 때는 장난 아니고. 예전에 모라타에서 우리를 위해 따뜻한 온천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

- 킨 : 그래서?

- 팔라우 : 위드 님이 만들어 준다고 약속하셨지. 잠깐 지나가는 말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걸 기억하고 이번에 만들어 주셨어.

- 씬스 : 멋지네. 난 막 알에서 나온 초보라서 돈이 없어서 못 가지만……. 나중에는 꼭 이용해야지.

- 팔라우 : 온천 이용 요금은 없어. 조인족들이 춥지 말라고 만들어 준 따뜻한 시설이라고.

- 벤자민 : 크윽. 충성. 충성! 역시 위드 님이구나.

물론 위드는 그런 약속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만약에 직접 만들었다면 입장료를 받고, 돈이 부족하다면 깃털까지 뽑아 갔을 일!

서윤이 그 약속을 기억하고 아르펜 제국에 대규모 투자를 할 때 지킨 것이었다.

라비아스에는 위대한 건축물인 바람의 둥지도 함께 건설되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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