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54권 : 3. 몬스터 방어전 (382/520)

3. 몬스터 방어전

바르고 성채의 푸른 하늘.

빙룡이 날개를 펼치고 날았다. 얼음으로 된 피부에 햇빛이 비치며 황홀할 정도의 아름다운 빛깔을 자아내고 있었다.

“빙룡이 왔다!”

“지원군이다!”

바르고 성채의 성벽을 지키던 엘프와 바바리안, 인근의 사냥꾼들이 환호를 질렀다.

빙룡은 날개를 크게 펄럭이며 성벽 너머의 땅에 내려왔다.

쿠우우웅!

조금 떨어져 있는 성벽이 떨릴 정도의 육중한 충격이 전달되었다.

“치잇. 케이베른 님의 위대한 모습을 본뜬 생명체라니…… 죽여라!”

몬스터들을 지휘하던 용아병이 명령했다. 그러자 바르고 성채를 공격하던 몬스터들이 목표를 바꾸어서 빙룡에게 달려들었다.

< 겨울의 속박 >

빙룡은 마법을 사용했다.

가까이 있던 몬스터들이 발목에서부터 점점 올라가며 얼어붙었다.

< 얼음 칼날 >

빙룡이 앞발을 휘두르자, 20미터 정도 되는 얼음의 칼날이 날아가며 몬스터들을 한꺼번에 덮쳤다.

“쿠엑!”

“엄청나게 강하다.”

빙룡이 처음 태어났을 때는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힘과 체력이 낮았고, 마법력이 약해서 보잘것없었다.

그야말로 생명을 부여한 게 후회될 정도의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오죽하면 그 이후로 위드가 한동안 대형 생명체에 생명을 부여하는 일을 금기시했을까.

하지만 꾸준히 성장을 하고 나니 얼음과 마법의 속성을 가진 덕에 조각 생명체들을 대표할 정도의 전투력을 발휘했다.

“흩어져서 공격해라!”

몬스터들이 다시 빙룡에게로 몰려들었다. 적어도 수백 마리는 되어 보였지만, 빙룡에게 다가갈수록 낮아지는 온도 변화에 힘겨워했다.

한겨울의 산에서나 불 것 같은 찬바람은 기온을 빼앗았고, 걸음을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얼음에 닿은 듯이 땅에 달라붙었다.

< 차가운 안개 >

빙룡이 또다시 마법을 사용하자 몬스터들 사이에 자욱한 안개가 끼었다.

시야를 가리고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얼음 계열의 마법.

< 눈보라 >

빙룡은 블랙 드래곤 케이베른처럼 근접전을 원하지 않았다. 태어나면서부터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냥 방식을 고수.

보통 상황이라면 몬스터들이 있는 지상으로 내려오지도 않았으리라.

하늘에서 적당히 싸우는 것만으로도 가늘고 길게 가려는 그의 방식에는 딱 걸맞았으니까.

“지상으로 내려가. 그리고 싸워.”

여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위드의 명령이 있었다.

빙룡이 그 이유를 물어보니, 역시 알 수 없는 대답을 했다.

“요즘 네 인형이 엄청 잘 팔려. 어린이들을 위한 빙룡 킥보드랑 빙룡 세발자전거도 출시 예정이야. 이럴 때 방송 출연 좀 팍팍 해 줘야 되지 않겠어?”

조각 생명체 중에서 언제나 5등 안에 드는 인기의 빙룡!

빙룡은 자신이 쓸 수 있는 최고의 마법을 서둘러 사용했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눈보라가 몬스터들을 덮치면서 저항력이 낮은 이들을 그대로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리고…….

- 쑤읍하아아아아!

빙룡은 거침없이 브레스를 넓게 뿌렸다.

가까이 있는 몬스터들부터 연쇄적으로 얼음 덩어리가 되는 몬스터들!

“그만하면 됐어!”

빙룡은 자신의 주인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미련 없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몬스터들은 목숨을 잃은 후에, 얼음 덩어리를 몸에 단 채로 언데드가 되어 다시 움직였다.

< 경험치를 습득하셨습니다. >

< 경험치를 습득하셨습니다. >

< 경험치를 습득하셨습니다. >

...

< 영웅적인 전투 업적!

바르고 성채 주민들의 충성도가 오르고 있습니다. >

위드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공성전을 이끌면서 경험치를 쓸어 담았다.

던전 사냥에 비해 3, 4배로 효율도 높고, 명성이나 전투 공적을 쌓기도 좋았다.

언데드 소환 외에도 성벽의 높은 곳에 서서 쏘는 화살들은 몬스터들의 목을 그대로 꿰뚫었다.

“흠. 이쪽은 대충 정리가 되겠군.”

위드는 전장을 살피다가 승리를 확신했다.

레벨 500대, 600대의 몬스터들은 언데드들을 밀치고 쳐들어와서 성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쿠웅. 콰아앙!

성벽이 흔들릴 정도의 파괴력을 보이는 녀석들에게는 마법사들과 궁수들이 집중 공격을 하면서 하나씩 잡아들였다.

“만세!”

“해치웠다. 내가 잡았다고!”

성벽을 지키는 유저들의 사기는 높았다.

기본적으로 바르고 성채는 높은 산맥을 끼고 있는 단단하기 짝이 없는 요새였고, 북부 유저들은 끊임없이 전투에 참여했다.

위드가 어느 곳에서 싸운다고 하는 소식을 들으면 벌 떼처럼 모여드는 유저들!

바르고 성채에서는 치열한 격전을 펼치며 몬스터 군단을 물리쳤고, 그보다 더 북쪽 지역에서도 전투가 벌어졌다.

“모두 힘을 내요!”

서윤이 킹 히드라와 불사조, 데스웜, 이무기, 가르나프 평원에서 생명이 부여된 초대형 조각 생명체들을 이끌고 참여했다.

마법 병단을 해치웠던 북부의 정예 유저들과 함께 추운 벌판에서 몬스터들을 격퇴했다.

쉽지 않은 승부였지만 빙룡을 제외한 초대형 조각 생명체들이 전부 총동원되어 있었다.

- 전부 없애라.

바라그들은 벤트 성으로 향하는 두 갈래의 몬스터들을 맡았다.

그들은 훌륭한 공중 전력이었기에 불을 내뿜으면서 차근차근 몬스터들의 숫자를 줄여 놓았다.

벤트 성을 지키는 유저들은 이미 몬스터들이 성벽 가까이 왔을 때 삼분의 일 이하로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북부 대륙을 떠도는 몬스터들은 많이 있었다.

주요 도시들을 제외하면 요새와 성벽 등으로 제대로 방어선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에 조인족들과 건축가들의 협력이 이어졌다.

“몬스터들이 다가온다면 산사태를 일으키세.”

“그게 맞겠죠?”

“바위산이라서 효과가 아주 클 거야. 계획이 성공하면 시간을 끌 수 있겠지.”

건축가들은 일당 2골드씩 받고 참여한 초보 유저들과 함께 지형을 바꿔 놓았다.

산에서도 정찰을 하지 않는 몬스터들의 성향을 이용해서 절벽을 무너뜨렸다.

강한 몬스터들은 산사태에도 잘 죽지 않지만 그럼에도 피해를 입고 이동 속도가 늦춰졌다.

“여긴 좀 재밌어.”

“확실히 신선한 맛이 있네. 아찔하기도 하고 말이야.”

북부 대륙에 대한 기대감으로 온 중앙 대륙 유저들. 그들 중에 일부가 자원해서 아르펜 제국의 기사가 되었다.

기사가 되면 명예와 명성을 얻을 수 있고, 빠르게 공적치를 쌓는 등의 몇 가지 이점들이 있다.

돈은 없지만 공적치를 쌓아서도 영주가 될 수 있었고, 아르펜 제국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본 유저들이 길게 보고 기사가 된 것이었다.

중앙 대륙 출신 유저들이 몬스터들과의 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북부 대륙을 지키는 데 기여했다.

“여긴 강을 이용하지.”

건축가 미블로스는 대담한 계획을 세웠다.

몬스터들은 가능하면 강을 건너지 않는 습성이 있었다. 수심이 얕아서 걸어서 건널 수 있는 곳은 상관하지 않지만 헤엄을 치는 건 싫어한다.

그걸 이용해서 다리를 만들어 놓고 몬스터들이 걸어가도록 했다.

“꾸엑!”

“끄웨엑!”

강에 설치된 다리를 당당히 걷는 몬스터들.

유유히 경치도 구경하는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 미블로스는 스킬을 사용했다.

“건물 붕괴술!”

다리가 한순간에 무너지며 몬스터들을 강물에 떠내려가게 만들었다.

조인족들은 끊임없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몬스터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유저들이 싸우기 좋은 위치로 유인했다.

북부의 모든 유저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덤벼라. 이놈들아!”

“케이베른 바보!”

그럼에도 감당하기 어려운 몬스터들은 유저들이 말을 타고 직접 유인했다.

“케이베른 님을 모욕하다니 놈들을 쫓아라!”

몬스터를 이끄는 용아병들은 충직하지만 머리를 쓰지 않았다.

바르고 성채, 벤트 성, 모라타, 바르나, 대지의 궁전!

몬스터의 웨이브를 막기 위한 유리한 거점에서 매일 전투가 벌어졌다.

* * *

리버스는 뜻하지 않게 위드를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모라타에서 바드레이에 이어서 위드까지 만날 줄이야? 하긴, 바드레이를 멀리서지만 북부에서 본 게 더 신기한 일이었지.’

위드는 북부의 몬스터들을 막기 위한 주요 지역들을 순회하고 있었다.

모라타에서도 성벽 위에 서서 군중들을 상대로 연설을 했는데, 그 내용이 기가 막혔다.

- 여러분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몬스터들이 이 도시로 온답니다. 경험치와 더불어서 다양한 전리품을 바치러 말입니다. 가죽, 뿔, 고기!

“가죽, 뿔, 고기!”

- 먹자. 챙기자. 돈 벌자!

“먹자. 챙기자. 돈 벌자!”

풀죽신교의 기원이 되는, 아르펜 제국의 발상지가 모라타인 만큼 광신도들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위드가 어떤 말이든 내뱉기만 하면 그대로 넘어오는 마력적인 분위기!

전 세계의 사이비 교주들이 꿈에서라도 바라는 장면이 조성되고 있었다.

“선동을 하는 실력이 대단하군.”

리버스는 멀찌감치 서서 지켜보았다.

허수아비를 때리다가 지쳤는데 그나마 이런 사건이라도 벌어져서 구경거리가 되었다.

‘저놈의 허수아비. 너무 힘이 들고 정말 지긋지긋해.’

꼬르륵!

슬슬 배까지 고파 왔다.

그때 슬그머니 다가오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뱃살이 두툼한 사내가 있었다.

“어르신.”

“……!”

리버스는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니 자신의 정체가 발각되었으리라고 짐작했다.

유니콘사에서도 그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극소수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알려지고 말았으리라.

“하하. 막 로열 로드를 시작하신 것 같은데, 배고프시면 이걸 좀 드시겠습니까?”

사내가 내민 것은 맛있는 포도였다.

어찌나 탐스럽게 잘 익었는지 검은 알갱이에서는 윤기가 줄줄 흐르는 느낌이었다.

‘이것이 시장을 돌아다니며 구경만 했던 모라타산 포도!’

리버스는 체면도 불구하고 입안에 침이 고이는 걸 막지 못했다.

“내게 왜 이걸 주나?”

“예? 서로 돕고 돕는 것이죠. 모라타의 자연스러운 문화 아니겠습니까?”

모라타에서는 초보들이라고 해도 박해받지 않고, 누군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팔을 걷고 도와주었다.

풀죽신교의 급격한 성장 요인이 모라타에서 시작한 초보들의 문화라는 이론도 꽤 퍼져 있었다.

레벨과 인맥에 따라서 차별하는 중앙 대륙에 비해 모라타에서는 사람들의 배려와 따스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이유라면 고맙게 받지.”

리버스는 포도를 얻으면서 이건 모라타의 문화 때문이니 절대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포도 알을 입안에 딱 넣으니 신맛과 단맛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데, 생전 처음 느껴 보는 최상의 맛이었다.

< 풍성한 영양분을 가진 포도를 먹고 있습니다.

체력 회복 속도가 빨라집니다.

힘이 일시적으로 1 높아집니다. >

초보 시절에는 음식을 먹으며 생기는 작은 변화마저도 감격스러웠다.

‘그래. 포도를 몇 년 만에 먹어 보는 거지? 당장 몇 박스 사야겠군. 로열 로드에는 돈이 없으니 현실에서라도…….’

코코아는 이미 세계 각국의 것을 박스째로 모아 놓고 먹고 있었다. 이제부턴 포도 역시 챙겨 먹어야 하리라.

그리고 은근하게 들리는 사내의 목소리.

“어르신. 나중에 판잣집 지을 일이 있으시면 연락 주십쇼.”

“어……?”

“모름지기 모라타에 내 집 한 채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판 건설에서는 책임지고 분양에서부터 완공까지 모시고 있습니다.”

TO BE CONTINUED

위드는 모라타를 순회한 이후에 항구 바르나의 성벽에서 전투를 지휘했다.

언데드들을 일으키고, 사자후로 고함을 지르며 유저들의 사기를 높여 주었다.

- 반격하라. 내 밥그릇…… 우리의 영토를 지키자!

“마구 쏘자.”

“화살을 남김없이 쓰자고.”

전사들이나 마법사, 어부나 상인들까지 성벽에서 몬스터들을 향해 화살을 쏘아 댔다.

밀려드는 몬스터에게 화살을 쏘는 건 경험치를 듬뿍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급하게 세운 돌 성벽과 성문에 몬스터들이 빼곡하게 몰려 있었다.

수십만이 넘는 몬스터들이 항구 바르나를 침략하기 위해 괴성을 지르며 덤벼들었다.

“쿠웨엑!”

“캿캭!”

“정복하라. 케이베른 님께 경배를!”

용아병들의 지배를 받는 몬스터들이 성문 돌파를 시도했다.

덩치가 5미터, 10미터씩 되는 놈들이 몸통으로 부딪칠 때마다 강철로 된 문에 충격이 전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가 미블로스가 직접 만든 문은 쉽게 파괴되지 않았다.

성벽 역시도 급조하긴 했지만 유저들이 겹겹이 서서 화살을 쏘아 댔다.

위드는 성문을 부수려는 몬스터들에게 저주 마법을 걸었다.

“근력 약화! 매몰의 늪!”

마법으로 적들의 공격을 막는 효과가 쏠쏠했다.

용아병들의 부추김에 의해 서식지를 나온 몬스터들은 수많은 종류들이 섞여 있었다.

몬스터들의 총집합!

절대적인 권위와 지배력을 가진 드래곤의 명령을 웬만한 몬스터들은 거부하지 못한다.

높은 생명력이나 단단한 피부를 가진 몬스터들에게는 독 계열의 마법이 특효였다.

항구 바르나의 부근에는 제대로 개척되지 않은 영토와 던전들이 많아서 몬스터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몬스터들!

북부의 마법사와 정령사들이 조인족들의 협력을 받아서 하늘을 날아 도착했다.

“지원군이 왔다!”

“우린 해낼 수 있어요!”

“풀죽!”

“풀죽, 풀죽!”

성벽이 항구 바르나를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

건축가들은 성벽 앞에 해자와 강철 못이 박힌 구덩이, 독의 늪 등의 방어 시설들을 급하게 설치하며 역량을 발휘했다.

항구 바르나의 부둣가에는 대형 선박들이 돛을 펼친 채로 전속력으로 다가와서 멈추었다.

“우린 해적이지만 싸움을 좋아하지.”

“음. 위드 님의 협박이 무서워서 온 건 절대 아니야.”

“그래. 그냥 몬스터랑 싸우고 싶어서 온 거야. 마침 할 일도 없고 말이야.”

헤인트, 프렉탈, 보드미르.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가 해적들을 잔뜩 이끌고 참전했다.

“성벽으로 간다!”

“우와앗!”

“상점으로 눈 돌리지마. 약탈하러 가는 놈은 당장 내쫓는다!”

항구 바르나를 지키기 위한 유저들이 계속 모였다.

고향을 지키기 위해 돌아온 유저들, 몬스터들이 진군해 오자 전투 공적을 세우기 위해 온 유저들로 넘쳐 났다.

“위험하면 물러서세요. 예비병을 투입할 수 있어요!”

“계속 싸우겠습니다. 예비병이라고 해 봐야 초보들이잖습니까.”

“끓는 기름. 그리고 화염 마법 위주로 퍼부으세요. 저 녀석들의 천적은 불이에요!”

하루 밤낮을 꼬박 치르는 전투.

“너희가 살아서 움직이던 땅으로 돌아오라. 이곳은 어두운 곳. 검고 부패한 땅. 영영 사라지지 않을 암흑의 율법을, 모든 이들에게 새길 수 있도록 하라. 언데드 라이즈!”

위드는 언데드 소환을 통해 데스 나이트 군단을 부렸다.

“반 호크. 적진의 한복판에서 싸워야 한다.”

“알겠다. 주인!”

언데드들은 성벽 밖에서 몬스터들과 치열한 전투를 펼치다가 소멸되어 갔다. 그럼에도 공성전이 펼쳐지면서 시체들이 많아졌으니 언데드들은 언제라도 소환할 수 있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케이베른의 활동 이후에 몬스터들이 넘쳐 나며 위드의 레벨은 더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완전…… 최고네.”

“네크로맨서가 최강이야. 얼마 전에 하벤 제국 상대로 싸우던 것도 그렇고.”

“그러게. 언데드만 일으키면 수천을 상대로 싸워도 이겨 버리잖아.”

위드는 유저들의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전사라…… 단독으로 몬스터들의 무리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만 그건 효율이 너무 떨어지니 어쩔 수 없지.’

전사가 되어 전장 한복판에서 버틸 수도 있었다.

수백, 수천의 적들의 중심에서 힘으로 버티는 것!

하지만 성벽을 끼고 치르는 공성전에서는 언데드 소환이 훨씬 효과적이다.

위드는 화살을 쉬지 않고 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가끔씩 성벽 위로 올라오는 녀석들은 로아의 명검을 들어서 베어 버렸다.

서겅!

날카로운 검이 휘둘러지면서 몬스터의 약점을 정확하게 갈라 버린다.

지금까지 숱한 전투를 치러 왔기에 처음 보는 던전의 생명체라고 해도 약한 부위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해적, 상인, 어부, 모험가, 해녀, 항해사, 조선 장인.

다양한 직업의 유저들이 항구 바르나를 지키기 위해서 싸웠다.

다른 도시들보다도 항구는 그들의 고향이었고 터전이 되는 장소였기에 대대적으로 밀려오는 몬스터들에게 저항했다.

“만세!”

“우리가 또 해냈다!”

항구 바르나의 수성 성공!

모라타나 벤트 성을 목표로 쳐들어오는 몬스터 무리들도 지역 유저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바탕으로 막아 냈다.

피해가 없진 않았지만 드워프들과 엘프, 거기에 오크들의 가세에 힘입어 버텨 냈다.

“재밌는 싸움이다. 취익!”

“치위익. 이 구역의 사나운 오크가 나닷!”

오크 군단들은 그동안 먹어 치운 밥값을 톡톡히 해냈다.

벤트 성에서의 동쪽과 북쪽 지역은 확실히 오크들이 장악하면서 몬스터들로부터 영역을 지켜 냈다.

서윤이 미리 만들어 놓은 바덴 요새도 북서쪽의 협곡에서 밀려오는 몬스터들을 막아 내는 장벽 역할을 준비 중이었다.

산맥 사이에 나 있는 가파른 협곡을 통로로 해서 몬스터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위드는 서윤과 일행들, 조각 생명체들을 전부 참전시켰다.

모라타, 바르고 성채, 항구 바르나에서부터 따라온 유저들도 당연히 이번 전투에 끼어들었다.

“위드 님 따라다니니깐 정신없이 싸우네.”

“근데 꽤 재밌다. 이거…….”

“안전하기도 해. 죽는 사람이 거의 없잖아.”

“그런가? 싸울 때는 정말 위험했는데. 도시가 함락되는 건 아닌지 걱정했잖아.”

중앙 대륙의 유저들은 자신들과 함께했던 이들을 확인해 보고는 깜짝 놀랐다.

“맞네. 전투가 아주 치열했는데도 죽은 사람이 거의 없네?”

“원래 위드 님 따라다니면 안 죽는다는 소문이 자자했어. 파티 사냥부터 시작해서 웬만해서는 안 죽는다더라. 고생은 끔찍하게 하지만.”

“그렇지. 그러니까 그런 터무니없는 난이도의 퀘스트도 깰 수 있었지.”

“공식 바퀴벌레 대왕이라고도 하더라.”

어마어마하게 많은 몬스터들을 상대로 싸우면서도 넓은 시야와 적절한 언데드 운용으로 유저들의 피해를 최소화한다.

때로는 과감하게 성벽을 포기하고 몬스터들을 끌어들여서 소탕할 때도 있었다.

그 직후에는 건축가들이나 유저들이 동원되어서 성벽 복구에 힘을 써야 되었지만.

위드는 같이 따라와서 싸워 주는 유저들이 죽지 않도록 노력하는 건 당연한 배려이고 의무라고 생각했다.

‘저들이 다 내 돈줄인데…… 죽으면 약해지고 사냥도 못 하는데. 누렁이처럼 열심히, 부지런히 일할 사람들을 내가 지켜 줘야지.’

진정한 악덕 사장이 되기 위해 전투 중에 보살펴 주고, 성장의 기회도 제공한다.

위드는 아르펜 제국의 주민들을 위한 사자후를 터트렸다.

- 모두 들어라. 오늘도 우린 반드시 승리를 거둘 것이다.

“우와앗!”

승리를 경험한 유저들의 사기는 드높았다.

바덴 요새 너머의 미개척 지역으로부터 몬스터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자신이 있었다.

불사조, 빙룡, 바라그, 킹 히드라 등등의 무시무시한 조각 생명체들도 총동원되어 있었다.

아르펜 제국의 전력도 바덴 요새에 대대적으로 모여 있었던 것이다.

북부의 유저들. 그리고 방송으로 위드가 싸워 온 모습을 본 유저들은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위드가 다시 사자후를 터트렸다.

- 그러나 이 싸움은 대륙의 평화를 위해서가 아니다!

바드 마레이를 포함하여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유저들이 이 자리에 참여해 있었다.

“대륙의 평화를 위한 게 아니라고?”

“그럼 도대체 왜 온 거야?”

“몬스터 막아야 되잖아. 그러려고 온 건데 왜 대륙의 평화를 위해서가 아니지?”

유저들이 갖는 의문은 다음 사자후로 깨끗하게 풀릴 수 있었다.

- 대륙의 평화? 그런 건 보리 빵과 바꿔 먹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착하게 살지 말자! 몬스터를 잡아서 전리품을 얻자! 가죽을 벗기고 보물들을 챙기자. 제대로 한몫 잡아 보자!

위드의 사자후에 바덴 요새와 협곡 주변으로 모여든 유저들이 두 손을 높이 들었다.

“만세!”

“역시 단순한 이 맛이지.”

“캬하. 개이득이 최고야.”

반응이 뜨거웠지만, 유저들 중의 일부는 고개를 젓기도 했다.

그들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먼 곳에 있는 위드를 쳐다보았다.

“맨날 위드 님은 우리에게 거짓말만 해.”

“무슨 거짓말?”

“우리더러 이득은 다 챙기도록 하고 정작 본인은 대륙 평화를 위해 고생하시잖아.”

“맞아. 어려운 퀘스트는 다 해 주지.”

단단히 콩깍지에 뒤덮인 유저들.

마판은 유저들 사이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서 세상에서 사기가 없어지질 않는 거지. 진짜 뛰어난 사기꾼은 당하는 사람을 행복하게까지 만들어 주잖아. 알면서도 당하고, 모르고 당하면 기분까지 좋고.’

위드의 사기는 아직까지는 피해자를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 또 독특했다.

본인이 먼저 나서고, 헌신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냈다.

‘괜히 영웅이 아냐. 열심히 사기 치다가 위인전에라도 올라갈 것 같아.’

바덴 요새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크워어어억!

- 케이베른 님에 의해 살육이 허락되었다.

- 피의 축제를 즐겨라!

식인 부족들을 시작으로, 독거미나 지네류의 대형 괴물들이 진군해 왔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북부의 힘이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 동원되었다.

농부, 건축가, 해녀, 나무꾼, 양치기, 요리사들도 와서 자신들의 일을 해냈다.

- 싸워요. 이겨 냅시다!

위드의 독려 아래에 바덴 요새에 모여든 유저들은 연일 몬스터 대군과의 전투를 치러 내고 기필코 버텨 내는 데 성공!

그사이에 중앙 대륙에는 밀리암 요새를 비롯해서 17개의 주요 도시들이 파괴되었다.

몬스터들이 마구잡이로 확산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하늘에서는 먹물처럼 검은 비가 내렸다.

촤아아아아.

포근하고 따스한 봄비나 더위를 식혀 주는 빗방울이 아니었다.

블랙 드래곤 케이베른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독과 암흑의 기운이 세상에 퍼지게 되었다. 그 영향으로 인해 발생한 자연재해.

< 오염된 검은 비가 내립니다.

칙칙하고 어두운 안개가 피어납니다.

식물들이 시들거나 말라 죽고 있습니다. >

하루 종일 내린 비에 풀과 나무들이 조금씩 시들어 갔다.

벌과 나비들이 꽃을 피해서 날아다녔고, 여물어 가던 곡식들은 낱알이 검게 변해 갔다.

“악룡 케이베른이라…… 슬슬 짜증 나는데.”

위드는 바덴 요새의 성벽에서 검은 비에 맞아 죽어 가는 풍경들을 봤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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