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멸망의 계획
쿠구궁!
텔레포트 게이트로 사막에 도착한 유저들은 뜨거운 열기에 질식할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검치는 쌍봉낙타를 탄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날씨군.”
“등줄기가 딱 화끈하지 말입니다.”
“바로 가자. 이랴!”
검치를 선두로 사막의 열기를 뚫고 모래 구릉을 달렸다.
케이베른을 퇴치하기 위해 모여든 전사들은 낙타를 탄 채로 뒤를 따랐고, 사막에서의 지옥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전투, 전투, 전투.
오로지 싸우고, 그다음에도 싸우고, 계속 싸움이 벌어질 뿐이다.
“모두 달려들어라!”
사막은 제대로 모험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이 많았다.
신기루와 땅속의 세계도 존재했으며, 어떤 때는 불의 영역으로 접어들기도 했다.
위드가 과거에 수행했던 사막의 대제왕 퀘스트의 파편들까지 새로운 역사로 바뀌었다.
어디든 가면 싸울 일은 넘쳐 났다.
밥도 낙타를 타고 먹고, 전투도 이동하면서 이루어졌다.
“막내의 말대로 매일 싸우기만 하면 된다니 머리를 안 쓰니 얼마나 편하냐.”
“그러게 말입니다.”
“애들이 잘 싸우기는 한다.”
“레벨이 깡패란 말이 있더니 사실이긴 하군요. 너무 스킬 위주이긴 합니다만.”
“센 놈들에게 데려가야지. 좀 죽어도 괜찮다고 했으니.”
“시시한 전투는 안 해도 되니 좋습니다.”
검치는 위드의 조언에 따라 무리를 이끌고 강력한 적들을 찾아갔다.
무지막지한 열기를 뚫고 모래 육신을 가진 적들과도 싸우고, 거대 전갈의 사냥에도 나섰다.
신비로운 화염의 영토에도 발을 들이밀었었으며, 전사 중의 전사들도 만났다.
깊은 사막에는 인구가 적지만 강한 전사들이 많았다.
“이게 무슨 생고생이냐.”
“지옥이야. 싸우는 것도 힘들지만 이 더위가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
“와…… 내가 미쳐서 퀘스트 한다고 했다.”
이미 이틀째부터 유저들의 불만이 자자했다.
레벨이 높다고 해도 이런 식의 전투 경험은 처음이었다.
평소에 그들은 위드의 생각처럼 사냥터의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효율이 높고, 전리품을 많이 주는 사냥터를 준비해서 들어갔다.
보스급 몬스터라도 잡는 날에는 며칠 전부터 차분히 마음을 다지면서 준비도 했다.
“여기선 아무 곳이나 막 다니면서 싸우네. 무모하게 덤비고 미쳤어.”
“어제는 코랄도 죽었잖어.”
“그래? 진짜 위험하네…….”
“항의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항의했지. 근데 전사는 죽어 봐야 강해진다는데, 심각하게 말이 안 통해.”
“솔직히 얼굴 보고는 진지하게 따질 수도 없어. 보통 험하게 생겼어야지. 레벨은 우리가 더 높지만 힘으로 하기엔 아르펜 제국의 공적이 되어 버릴 것 같고.”
“앞으로 몇 명 더 죽더라도 사냥 계획에는 변동이 없을 거야.”
사흘 정도가 지나자 유저들은 새벽부터 모여서 불만을 토로했다. 그리고 몇 명은 그만두기로 했다.
“난 여기서 포기한다. 다들 고생하고, 잘 있어라.”
“그래. 나도 그만둘 거야. 블랙 드래곤 잡는 데 한 손을 보탠다고 했지, 내가 원했던 건 이런 방식이 아니었어.”
유저들 중에서는 강행군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이들이 생겨났다.
“차라리 따로 사냥이나 할걸.”
“내 말이. 효율만 놓고 보면 더 좋은 사냥터도 많잖아. 여기서 우리보다 레벨이 낮은 사람들이랑 같이 다닐 필요가 없었다고.”
하지만 그 광경을 여러 방송국에서 촬영하고 있었다.
위드는 블랙 드래곤 케이베른 사냥에 참여하기로 한 사람들에게 방송에 대한 모든 권리를 허락받았다.
퀘스트 지원자들은 당연히 방송 출연에 욕심을 갖고 동의했는데, 그들이 생각했던 방송은 영웅적으로 멋지게 미화가 된 것이었다.
블랙 드래곤 케이베른에게 돌격하는 자신들의 모습!
위드는 방송국 관계자들에게 따로 언질을 주었다.
“이번 방송에는 악마의 PD를 붙여 주세요.”
“진심이십니까?”
“네. 멋진 영상들이 차차 나오기는 하겠지만 시행착오가 좀 있을 거예요. 악랄하게 편집해 줄 사람이 필요해요. 방송이 흥행하려면 흥밋거리 정도는 있어야 하잖아요.”
“그렇긴 합니다만…….”
“제대로 안 하면 다른 방송국들 시청률이 더 오를 겁니다.”
위드의 방송계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과거에도 인기를 바탕으로 대형 방송국들도 알아서 엎드리게 만들었다.
중앙 대륙까지 차지하고 절대 패권을 형성한 지금 그 위력을 방송국들이 더 잘 알았다.
“진짜 지독한 악마 PD들을 구해 보겠습니다.”
“네. 하지만 철저히 사실로만. 조작 방송은 안 돼요. 시청자들 사이에 논란거리가 되는 건 싫으니까요. 그래도 조미료를 치는 건 괜찮잖아요? 요리에도 조미료가 있어 감칠맛이 나는 거고요.”
위드가 한 말들을 각 방송국들의 부장이나 팀장급들은 단단히 새겨들었다.
“유저들이 이탈하는 여기서 장면 하나 딸 수 있겠는데…….”
“그러게요. 도입부로 괜찮겠네요.”
“주목을 확실히 받겠어.”
악마 PD들은 거침없는 편집 신공으로 사막에 가자마자 불평을 하며, 전투와 음식 투정을 부리는 유저들을 화면에 내보냈다.
더군다나 그들이 사막을 떠나는 광경에는 특별한 연출까지 곁들였다.
악룡 케이베른이 에바루크 성을 공격하고, 몬스터들에 의해 도시들이 파괴되는 장면들. 주민들이 학살을 당하는 영상들이 떠나가는 유저들과 겹쳐서 나왔다.
악마 PD들이 자신들의 전공을 살려 감정 몰이를 하는 것이었다.
- 방송 보고 있는데 완전 어이없네. 케이베른 퇴치한다면서 사막까지 가서 불평만 하다가 바로 그만둔다고?
- 저럴 거면 뭐 하러 시작함?
- 사막에 가서 호텔 생활 하려고 했나?
- 드래곤 슬레이어. 그 대업을 위해서 다들 힘을 내보자고 모인 거잖아. 드래곤을 상대하기에는 레벨이 낮으니까 사냥도 열심히 하자고 한 거고. 근데 바로 포기라니…….
- 하…… 짜증 난다. 진짜 욕 나온다.
- 바쿠스? 저 유저가 그만두는 거 주도했네요.
생중계나 다름없이 전해지는 방송의 여파는 대단했다.
인터넷마다 떠들썩해졌고, 실시간 검색어에 바쿠스가 떴다.
- 1위 바쿠스
2위 서윤
3위 바쿠스 도망
4위 바쿠스 레벨
5위 서윤 여신
6위 바쿠스 인성
7위 위드
8위 서윤 학교
9위 서윤 몸매
10위 케이베른
1위부터 10위까지의 검색어 중에서 바쿠스가 4 개나 나왔다.
방송의 힘이기도 했지만 바쿠스는 레벨이 500을 넘는 유명한 유저였다.
그 다음 날, 새벽부터 유저들은 사냥터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싸웠다.
방송의 여파로 자신들이 어떤 욕을 먹을 수 있는지를 깨달았던 것이다.
“이제 좀 제대로 하는군.”
검치나 사범들도 만족할 정도였다.
아침에는 허겁지겁 바쿠스와 이탈자들이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모두들. 이제부터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몇 시간 만에 완전히 달라진 태도였다.
* * *
위드는 악룡 케이베른 사냥을 위해 모인 이들을 데리고 몬스터 토벌에 나섰다.
마법사와 궁수들은 조인족의 등에 탄 채로 몬스터들에게로 날아가야 했다.
지상에서는 던전에서부터 튀어나온 수많은 종류의 몬스터들이 인간의 도시를 향해 진군하고 있었다.
위드는 사자후를 터트렸다.
- 쏴라. 모두 날려 버려!
마법사들에 의해 수천여 개의 마법 주문들이 지상을 폭격했고, 궁수들이 화살을 쏘아 댔다.
원거리 공격에 최적화가 되어 있는 직업들!
- 크오옥! 케이베른 님의 노여움을 일으켜라!
몬스터들은 피부가 검게 변해서 방어력과 공격력이 향상되었다.
던전 깊은 곳에서부터 튀어나온 녀석들은 강해서 마법 공격을 몇 대 얻어맞더라도 버텨 냈다.
하늘을 향해 바위를 던지고, 바람을 일으키는 특수 능력을 발휘하며 저항했다.
그럼에도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마법 공격들은 몬스터들을 초토화시킬 기세였다.
“데드 라이즈!”
위드는 언데드들을 소환했다.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던 마법사와 네크로맨서의 조합!
막강한 화력에 몬스터들의 관심을 끌어 줄 언데드들이 소환되었다.
전투를 마친 마법사들은 감탄했다.
“진짜 레벨 업 잘된다.”
“전투 업적도 그냥 생기잖아.”
5, 6명의 파티에서 마법사들은 사냥에 필요한 마법을 쓸 뿐이다.
주로 연마하는 마법들도 몬스터 한두 마리에게 치명상을 날리는 유형의 공격들.
위드를 따라다니면서는 대량 파괴가 이루어지는 광역 마법들을 실컷 날릴 수 있었다.
자잘한 몬스터들은 언데드들이 깨끗이 정리를 했고, 전투를 마치면 조인족들의 적극적인 협력도 있었다.
구경하고 있던 초보 조인족들이 지상으로 내려가서 전리품의 회수를 담당한다.
마법사들의 공격은 누가 어떤 몬스터들을 죽였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모든 전리품들을 한꺼번에 처분해서 돈을 나누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시간을 크게 절약하는 방식이었다.
“와…… 진짜 환상이네.”
“레벨 업 속도가 열 배는 빠른 거 아니야?”
“위드 님만 따라다녔으면 지금쯤 레벨 600도 꿈이 아니었겠다.”
레벨 500이 가깝던 마법사들이나 궁수들은 흥분했다.
케이베른에 의해 몬스터들이 다 뛰쳐나왔다고 해도 기가 막힌 성장 속도.
로뮤나와 페일만 말이 없을 뿐이었다.
‘사냥 속도가 놀랍긴 하지. 기가 막힐 거야. 근데 속도가 전부가 아니란 걸 저들도 곧 깨닫게 되겠지.’
‘위드 님을 옆에서 지켜봐야 노가다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법이지.’
저녁까지 사냥을 하는데도 마법사들은 기쁨과 행복함에 반발이 없었다. 그렇지만 해가 저물고 밤하늘에 별이 잔뜩 보이는 데도 사냥이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저기…… 언제 쉬어요?”
와삼이를 타고 있는 위드에게 누군가가 와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조인족의 등에 누워서 쉬세요.”
“네?”
“5분 정도 쉴 여유가 있을 겁니다.”
“그게 휴식이에요?”
“우린 이동하는 중에 쉬고, 도착하면 싸웁니다.”
“……!”
“혹시 배고프세요?”
“네, 넵!”
“다음 전투가 끝나는 장소에 도시락을 마련하도록 해 놨습니다. 쌩쌩한 조인족들도 대기 중이고요. 바로 비행하면 됩니다.”
끝없는 강행군!
베르사 대륙의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몬스터들을 정리했다.
다음 날에는 남부 사막의 바쿠스의 난까지 알려지면서 즐겁게 떠들던 마법사와 궁수들이 입을 다물었다. 슬슬 말할 기운까지도 아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베르사 대륙의 몬스터들이 대대적으로 청소되고 있었다.
변방 마을들이나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작은 마을들이 몬스터의 위협으로부터 구원받았다.
TO BE CONTINUED
“샅샅이 뒤져요. 작은 문구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요.”
“역사 분야에 대해서는 세 번씩 반복 확인합니다. 밤샘 작업 각오하시구요.”
“읽은 책이나 문건들은 원래 자리로 돌려놓으세요. 자원봉사자들이 계속 읽을 거예요.”
위드가 케이베른을 잡겠다고 결심하자 전투에는 끼지 못하는 유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북부의 초보 유저들, 상인들이 방대한 자료들이 쌓인 모라타의 대도서관에서 정보들을 수색했다.
그들은 드래곤, 케이베른, 브레스 등으로 관련 단어들은 빠짐없이 살폈다.
“틀렸어. 여태껏 나온 자료들은 대부분 F급 퀘스트와 관련된 거잖아.”
“연계 퀘스트의 가능성도 잘 살펴.”
“드래곤의 발자국을 찾아라. 혹은 주점에서 드래곤의 이야기를 들려주라는 단순한 것들인데?”
“북부의 자료는 많지만 중앙 대륙은 미흡하네.”
“어쩔 수 없지. 그쪽 지역은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는다니까.”
“퀘스트 중에서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건 따로 추려 놔. 작은 흔적도 놓치면 안 될 거야.”
악룡 케이베른 퇴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영웅이 될 기회.
더군다나 위드와 마판 상단에서는 공언했다.
- 악룡 케이베른 퇴치에 필요한 정보를 삽니다. 중요한 정보는 100만 골드를 드립니다.
레벨 200이하의 평범한 유저들에게 100만 골드란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을 막대한 금액이었다.
옷이나 장비,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사치를 해도 절반도 쓰기 어렵다.
터무니없이 귀한 장비들을 사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집이나 농장 같은 걸 구입하며 생활 자체가 여유로워진다.
북부에서 시작한 초보자들은 당연하게도 대도서관으로 향했고,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그곳에 소장된 책이나 자료들을 남김없이 훑어봤다.
로열 로드의 모험가들도 대대적으로 나섰다.
하벤 제국이 중앙 대륙을 장악할 때만 해도 각종 제약 때문에 규모가 큰 모험은 꿈도 못 꿨다.
“케이베른과 관련된 모험이라면 꼭 해야지.”
“일단 시작만 하면 위드와 함께 다닐 수도 있는 거 아니야?”
“그러면 초대박이지. 아예 매일매일이 방송으로 생중계가 될 거라고.”
아르펜 제국이 영토를 확보한 후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면서 모험가들은 자신들만이 아껴 놓았던 퀘스트들을 진행했다.
그동안 진행되지 않던 퀘스트들이 완료되었고, 모험으로 인한 효과가 도시와 마을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었다.
유물이나 보물 상자의 발굴, 역사책, 스킬북, 장비들을 찾아내며 발생하는 경제적인 효과가 상당히 컸다.
도시의 곡물 수확량이나 광산의 채굴량을 늘리는 종류의 특수 유물들은 대번에 높은 가격에 팔렸다.
아르펜 제국이 중앙 대륙을 차지하며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위드와 모험을 하면 그 영광이란…… 대륙 최고의 인기인이 되겠지.”
“모험을 시작만 하면 뭐든 다 위드가 해 버리는 거 아니야? 대단하잖아. 솔직히. 못하는 것도 없고, 어떤 어려움이라도 이겨내 버리고.”
“들러리를 서더라도 같이하는 자체가 좋지. 명예도 얻고.”
“돈도 얻어.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잘하면 건물도 살 수 있을걸.”
“맞아. 수십억 정도는 벌겠지.”
“수십억? 드래곤 퀘스트라고. 그것도 위드와 함께하게 되는. 이런 기회가 또 어디에 있다고 생각해?”
방송국의 출연료와 광고 수익금 정산.
부와 명예를 모두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에 대륙에서 이름을 날린다는 모험가들이 모두 나섰다.
위드가 케이베른을 잡기 위해 진정한 용사 퀘스트를 진행한다고 결정을 하니, 대륙 전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 * *
“엉망진창이군.”
라페이는 페니아 요새에 와 있었다.
하벤 지역의 서쪽 수도나 마찬가지인 곳으로 규모가 크고 발전도도 높았지만 지금은 텅 비어 있었다.
정확히는 주민들과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만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
하벤 지역에서 지금까지 활동하던 유저들이 북부 대륙이나 중앙 대륙으로의 이주를 선택하고 있었다.
무너지는 왕국과 최후를 함께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아르펜 왕국이 북부에 자리를 잡고 있던 시절에는 국경을 봉쇄했지만 지금은 그런 방법이 통하지도 않았다.
- 밀렌에서 택시 요청 드립니다. 5골드요.
게시판에 글을 쓰면 하늘에서 조인족 유저들이 잡아서 데려가 버린다.
멀고 먼 북부 지역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국경만 넘으면 되니 어렵지도 않은 일.
조인족들은 쏠쏠한 용돈 벌이가 되고, 하벤 지역에서 활동하던 유저들은 탈출, 말 그대로 탈출 러쉬가 일어났다.
아르펜 제국의 밝고 역동적인 분위기와 자유분방함에 끌리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였다.
“후…….”
라페이는 성벽에 기대어 하늘을 봤다.
맑고 푸름이 선명한 하늘, 좋은 날씨였기에 더욱 헛웃음이 나왔다.
그의 계산대로 케이베른에 의해 아르펜 제국이 큰 타격을 입고 있었지만, 자신들 역시 무너지고 있다.
하벤 지역에는 순수하게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만 남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
“우린 이렇게 망해 가고 있구나.”
* * *
악룡 케이베른을 퇴치한다면서 가장 꿀을 빠는 것은 바로 위드였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중급 언데드 소환 스킬의 레벨이 10이 되어 고급 언데드 소환 스킬로 변화됩니다.
전설적인 언데드들을 부를 수 있습니다.
엘프나 정령 전사 등의 특수한 시체들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암흑 군주에 대한 존경!
언데드나 하급 몬스터들이 당신을 우러러 봅니다.
충분한 명성을 가지고 있다면 베르사 대륙의 무수히 많은 언데드들을 지휘할 수 있습니다.
리치로 육체를 변환하는 연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리치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생명력 흡수, 마나 흡수의 효율이 상승합니다.
햇빛을 봐도 약해지지 않습니다만, 깊은 어둠으로의 유혹은 강렬할 것입니다.
-마족들이 남긴 언데드에 대한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 마법에 대한 거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마나의 회복 속도가 25% 빨라집니다.
영구적으로 지식과 지혜가 10씩 증가합니다.
통찰력이 추가로 5 늘어납니다. >
< 신앙심이 영구적으로 120 감소했습니다. >
고급 언데드 소환!
전사로 전직하며 전투 계열 스킬들도 다양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은 언데드 소환을 자주 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위드는 대지에 쓰러져 있는 몬스터들을 보며 만족스러웠다.
‘쉬워. 마법사들이 전장을 휩쓸면 그대로 주워 먹으면 되는군.’
마구잡이로 언데드를 소환하고, 상처투성이의 몬스터들과 싸움을 붙인다.
전투에 참여한 마법사들도 큰 불만은 없었는데 그들은 마나가 허용하는 한 모든 스킬들을 다 시전할 수 있었다.
- 쿠웍! 인간들. 케이베른 님의 뜻에 따라 멸망해야 한다!
위드는 가끔 레벨 500대 후반 정도의 몬스터가 나타나면 로아의 명검을 들고 정면으로 돌격하여 일대일의 승부도 즐겼다.
다양한 전투 경험이나 각종 스킬 덕분에 위험한 순간은 잘 생기지도 않았다.
“성령의 힘이여, 여기 고통받는 이를 구원해 주세요. 치료의 손길!”
조금 다쳤다 싶으면 수백 번의 빛이 가슴에서 생겨났다.
사제 부대가 조인족들과 함께 있으면서 마구 치료를 해 주는 것이었다.
어쩌다 레벨 600 중반대의 보스급 몬스터들. 그런 녀석들과도 싸우면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마치 콜로세움에 선 검투사처럼 유저들과, 방송으로 중계를 하며 승부를 벌이는 것이었다.
“일대일의 승부라면……. 시간이 아깝긴 하지만 응해 주지.”
몬스터들의 시체가 즐비한 곳에서, 적의 대장과 맞부딪쳤다.
매모스!
인간과 새, 악마가 합쳐진 것처럼 생긴 흉악하기 짝이 없는 녀석.
- 인간. 산 채로 머리를 뜯어 먹어 나약함을 깨닫게 해 주지.
“어디 덤벼 봐.”
위드는 로아의 명검을 땅바닥까지 늘어뜨렸다.
허술해 보이는 자세이긴 하지만 매모스의 움직임이 아주 빨라서 받아치기 위한 감각을 일깨우고 있었다.
‘수많은 유저들이 보고 있는데……. 바드레이도 아닌 몬스터에게 지면 면목이 없지.’
당연하지만 몬스터에게 패배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만큼 체면이 구겨지는 일이었다.
바드레이야 이기고, 지면서 서로 명예를 얻고 업적을 쌓아 온 관계!
장기적으로 보면 밥그릇으로 생각하고 있는 처지라서 오히려 더 부담이 없다.
지금처럼 세력이 줄어든 헤르메스 길드라면, 설혹 일대일의 승부에서 패배한다고 해도 아르펜 제국이 무너지진 않으니까.
그렇지만 몬스터들에게 패배한다면 한계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케이베른을 사냥하자고 해 놓고, 그 하수인조차 이겨 내지 못한다면 유저들의 실망감은 매우 클 것이다.
쉬릿!
매모스가 사라지자마자 옆으로 몸을 날렸다.
‘안 보여.’
최대 10초 정도까지는 몸이 보이지 않는 투명화 능력!
여기에 날개를 가져서 굉장히 빠르게 날아다닌다.
이 사기적인 특성 때문에라도 웬만한 전사들도 상대하기에 엄두가 나지 않는 녀석이었다.
위드는 옆으로 피하면서 세찬 바람 소리를 들었다.
매모스가 조금 전까지 자신이 있던 위치를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달빛 조각 검술!”
위드가 검을 휘두르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막혀서 빛이 산산이 부서졌다. 잠깐 동안이지만 악마와 새가 뒤섞인 형태가 드러났다.
- 크읏!
매모스가 2미터가 넘는 앞발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공격을 시작하는 순간 잠깐 보인 것에 불과했지만, 대략이나마 어느 위치를 공격할지는 알고 있었다.
‘머리와 어깨를 노리는 습성. 거리와 몸의 구성을 봐도 가능성이 높다.’
위드는 로아의 명검을 쳐올리며 매모스의 앞발을 막았다.
까아앙!
발톱을 막아 내는 강렬한 충격.
마법에 비행 능력, 빠른 속도, 투명화 특성까지도 가진 매모스의 약점이라면 힘이 조금 약하다는 것.
위드는 그래도 힘으로 밀어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강한 힘을 이용하면 억지로 허점을 만들어 내기 좋다.
육체적인 능력을 이용하는 것도 승리를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건 좀 무식하게 싸울 때였다.
몸이 전투의 쾌감으로 달아올라서 본능에 맡겨질 때!
위드는 스킬을 사용했다.
“신성한 불!”
헤스티아 여신이 부여한 신성한 불이 로아의 명검을 타오르게 만들었다.
그 불길이 검신을 타고 매모스의 몸에 달라붙었다.
마족이나 악마 계열에는 무려 5배나 되는 피해를 입히는 불꽃!
- 난 정말 불이 싫어!
매모스가 비명을 질렀다. 그의 성격은 인간, 새, 악마들을 섞어 놓은 것과 같았다.
가장 싫어하는 계열의 화염이나 신성력!
신성한 불에 타는 매모스의 몸이 정확하게 보이게 되었다.
- 맹독 폭발!
매모스가 이 와중에 마법 주문을 외우며 반격했다.
독의 구슬이 확 하고 터지며 안개처럼 감쌌다.
< 중독되셨습니다.
단련된 육체가 저항합니다.
매초마다 960의 생명력이 줄어듭니다.
하늘 지배자의 갑옷이 마비 상태를 억제합니다. >
다른 유저들이라면 매초마다 7,000이 넘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스탯과 장비빨로 피해를 최소화!
“용암의 강!”
위드도 스킬을 사용하자 대지가 폭발하면서 용암이 솟구쳤다.
매모스의 몸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뒤덮는 새빨간 용암들이 독의 기운을 그대로 날렸다.
- 크아아앗!
매모스의 저항력이 발동되면서 돌풍이 일어났다.
< 용암지대가 형성되었습니다.
매초마다 1,800의 피해를 입습니다.
불꽃의 성배에 의해 화염 계열의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
대지가 갈라지고 증기가 뿜어 나온다.
과거와는 사뭇 다른 위력이었다. 신성한 불로 위력이 강화되기도 했지만, 불꽃의 성배의 효과까지 더해지게 되었다.
용암으로 녹아내리는 땅.
위드는 과거 중급 악마 델암을 처치하며 깨달았던 사실이 있었다.
‘악마들이 특기를 쓰기 시작하면 까다롭다.’
레벨이 500이든 600이든 전투력이 비례하지도 않았다.
기본적으로 악마들은 생명력이 높고, 상대하기 곤란한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다른 몬스터들과 비슷한 600대라고 해도 실제론 수십 마리를 합쳐 놓은 것과 같은 전투 능력을 발휘했다.
강력한 전투 수단인 언데드도 제대로 안 먹힌다.
순수하게 전투 능력으로 상대하는 편이 깔끔했다.
- 난 끄떡도 하지 않는다.
불에 타는 매모스가 검처럼 앞발을 내려쳤다.
악마족 특유의 투쟁심을 발휘하는 것.
위드는 허공에 떠다니는 차원문을 통과하며 다섯 번이 넘게 근거리 공간 이동을 했다.
“분검술!”
공간 이동 중에 50개나 되는 분신들이 나타났다.
“결 검술!”
위드와 분신들이 인간과 새, 악마가 뒤섞인 매모스의 몸을 사정없이 잘라 냈다.
TO BE CONTINUED
“크으. 취한다.”
“대박이네.”
유저들은 매모스와 위드의 전투를 보며 감탄을 그치지 못했다.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매모스를 정면으로 승부하며 이겨 냈다.
타오르는 용암지대에서의 검술의 비기들을 터트리는 전투.
이런 장면이야말로 모든 전사들이 꿈꾸던 그런 순간이 아니던가.
“이렇게 보니깐 위드 님이 진짜 강하네.”
“퀘스트를 진행하던 것들과는 달라. 그땐 진짜 고생하면서 극적으로 해냈다고 여겼지만 진심으로 강해.”
“저렇게 세니까 퀘스트들을 성공시켰지.”
유저들은 위드의 전투 능력에 대해서도 재평가하게 되었다.
“확실히 장비빨이야.”
정작 위드는 장비에 만족하고 있는 상태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실 이렇게 강하지는 못했다.
차원문의 장갑 같은 경우는 활용하기에 따라서 위기를 넘기고, 공격 기회를 얻으며 몇 배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대장장이 마스터들을 갈아 넣은 하늘 지배자의 갑옷.
헬리움으로 제조하여 부족한 마나를 듬뿍 채워 주고 방어력도 대단하다.
여기에 수시로 찾아오는 신들의 축복!
악마와 싸움을 벌이면 우호적인 프레야나 헤스티아를 비롯하여 온갖 신들이 축복을 내려 준다.
‘신의 축복. 이것도 평소에 신앙심이나 공헌도. 그리고 명성이 작용하는 게 틀림없어.’
확실히 증명된 이론은 아니지만 확신하고 있었다.
여기에 호칭 ‘악마를 쓰러뜨린 자’가 추가적으로 작용이 된다.
중급 악마 델암을 처치하고 얻은 희귀한 호칭이었는데, 악마와 관련된 몬스터나 그 부하들을 상대로 할 때 공격력이 16% 늘어났다.
약점까지도 파악할 수가 있어서 공격의 효율을 높이기가 좋았다.
그리하여 일반 몬스터와 싸울 때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 강해지는 것이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비탄의 악마족 매모스 전사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습니다.
-위대한 업적으로 인하여 명성이 3,500 올랐습니다.
-카리스마가 1 상승하셨습니다.
-힘이 1 상승하셨습니다.
덤으로 쌓이는 전투 업적과 스탯!
위드는 속으로 악마 사냥에만 집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베르사 대륙의 어딘가에는 악마와 관련된 던전들도 꽤 많이 숨어 있으리라.
잘 감춰져 있을 테니 발굴가나 도둑의 도움을 받아야 될 테고, 극도로 위험할 테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많을 것이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겠습니다.”
위드의 말에 유저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조인족의 등에 탔다.
그들은 쉬지 않고 베르사 대륙을 날아다니며 몬스터들을 처치했다.
공중전이 펼쳐지기도 했으며, 지상에 대량으로 돌아다니는 녀석들에게 마법 공격도 퍼부었다.
무자비한 마법들이 하늘에서 몬스터들에게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것이다.
“으으. 완전히 쓰러지겠어.”
“더 이상은 못 해…….”
마법사들이 조인족들의 등에 누워 있으면 자잘한 몬스터들은 위드가 소환하는 언데드들에 의해 정리가 됐다.
부상당한 몬스터들이 사망하면서 경험치도 먹었으며, 다 끝난 후의 전리품들은 조인족들이 알아서 챙겨 주었다.
위드와 함께 다니는 마법사들이 할 일은 마나가 모이는 대로 마법을 쓰는 것뿐이었다.
“내 경우는 평소보다 9배는 빨리 성장하는 거 같아.”
“마나 회복에 투자를 해 놓길 잘했지. 난 13배는 빨라.”
“그 정도야?”
“응. 몬스터들을 몇 마리씩 데려오는 것도 아니고……. 마나가 있는 대로 광역 공격 스킬을 다 쓰잖아. 사냥하는 시간도 길고.”
“진작 이렇게 성장했으면 헤르메스 길드를 힘으로 격파했겠다.”
마법사 유저들은 위드의 사냥법에 대해 감탄했다.
베르사 대륙을 휩쓰는 몬스터들을 정리하는 방식으로는 너무나도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쉬지 마! 우린 마지막 몬스터들이 쓰러질 때까지 싸운다!”
“적을 보고, 정확히 노려서 쏴. 화살 보급을 해 주는 분들이 고생하시니까.”
퓨슈슈슈슉!
궁수들은 마법사들과는 달리 휴식 시간도 없이 계속 화살을 쐈다.
용아병이나 강력한 몬스터들은 마법 저항력이 높은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들을 해치워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어떤 때는 조인족들과 함께 하늘로 날아오는 몬스터들과 치열한 공중전을 펼쳐야 했다.
“팔 힘이 없어…….”
“참아 봐.”
“안 돼. 한계야.”
“방송 촬영하고 있다고.”
“흐흐흑!”
사냥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궁수들.
심지어 위드는 언데드가 잘 먹히지 않는 몬스터들에게는 궁수들과 합류해서 화살도 쐈다.
“화살을 우리만큼 잘 쏘네. 방송으로 나온 게 편집된 영상이 아니었네.”
“특수 능력 같은 건 없어. 그냥 기본 궁술이야.”
“그래도 잘 맞추잖아.”
“어……. 잘하네.”
“마법도 쓰고, 전투도 잘하고. 무서울 정도다.”
“원래 조각사였잖아. 그리고 대장장이, 재봉에 요리사까지도.”
“배도 만들던데?”
북부 대륙과 중앙 대륙의 몬스터들이 모인 큰 무리들이 정리가 되면서 도시들이 조금씩 안전해졌다.
40만에 달하는 유저들이 죽기 살기로 고생을 한 덕분이었다.
위드도 바라그를 탄 채로 가끔씩은 혼자서도 활약했다.
전사로 전직을 한 만큼 몬스터들의 무리에 혼자 뚝 떨어졌다.
보스급 몬스터를 혼자 두들겨 패서 잡고, 나머지 잔챙이들은 언데드를 소환하면서 평정!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
< 전투 업적! 용감한 싸움꾼을 달성하셨습니다.
최대 생명력이 50 늘어났습니다. >
힘이 1 증가합니다. >
전투 업적을 쏠쏠하게 달성했다.
“룰루루!”
콧노래를 부르며 몸에 붕대를 감고 다음 장소로 이동!
“지독한 인간…….”
“인간인지도 의심스럽다.”
“저 정도 독해야 헤르메스 길드를 이기는구나.”
“그냥 편하게 살래. 더 이상은 죽을 것 같아.”
유저들도 위드의 실체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멀리서 보면 몬스터들로부터 대륙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지만, 정작 가까이에서 보면 끊임없이 사냥과 성장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조합만 갖춰진다면……. 몬스터를 잡기 좋을 것 같습니다.”
네크로맨서 쟌이나 다른 마법사들도 조인족들과 협력해서 몬스터 사냥단을 꾸렸다.
전투력이 위드가 이끄는 병력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라서, 100명, 200명 정도의 유저들이 뭉쳤다.
용아병이 포함된 몬스터들은 못 잡아도 상당한 몬스터들을 해치웠다.
북부와 중앙 대륙에 흩어져서 살던 유저들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 * *
위드가 대규모 유저들을 이끌고 몬스터들을 정리하는 동안에도 케이베른의 활동은 계속되었다.
아이데른 왕국의 수도였던 힐쉐이드 성이 부서지고, 몬스터들의 침략에 27개의 마을과 4개의 도시들이 사라졌다.
- 기적에 가까운 방어전입니다.
- 네. 어마어마한 몬스터들이 베르사 대륙을 휘젓고 다니는 것에 비해서 피해가 적습니다. 전문가들의 예상. 그러니까 헤르메스 길드 출신 유저들의 전망이 있었는데요.
- 매주마다 도시만 20개 이상 파괴될 것이라고 했었죠.
- 그렇습니다. 하지만 위드가 유저들과 함께 몬스터들을 크게 줄였고, 공성전에서도 높고 두터운 성벽에 의지하여 잘 막아 냈습니다.
- 물론 도시의 함락은 막았더라도 피해가 없는 건 아닙니다. 성벽 바깥에서는 막대한 피해들을 입히고 있죠.
공성전이 100여 곳이 넘는 곳에서 동시에 진행이 되면서 피해가 발생했다.
드래곤의 복수
악룡 케이베른은 인간들의 문명을 파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정령과 요정들이 다시 경고하고 있다.
“일주일 후에 케이베른이 헤롬으로 향하게 될 거예요.”
이번에는 옛 네스트 왕국의 헤롬 성.
아름다운 베로나 강이 흐르는 유서 깊은 성이 다음 표적이 되었다.
힐쉐이드 성이 파괴될 때쯤을 전후해서 대규모의 몬스터들이 대륙 전역에서 다시 던전 밖으로 뛰쳐나왔다.
특히 북부 대륙은 미개척 지역에서 몬스터들이 흘러나오면서 유저들이 이를 막기 위한 전투에 총동원이 되었다.
“아직. 아직이야…….”
위드는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일어났지만 그럼에도 꾹꾹 눌러 참았다.
“사냥에 성공만 해 봐라. 이빨부터 꼬리까지. 몽땅 챙겨 주마.”
시간이 흐르고 있는 만큼 레벨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르펜 제국의 치안이 계속 악화되었고, 상단의 파괴나, 여행을 하는 유저들이 몬스터에 의해 죽는 경우가 늘어났다.
“시간을 아껴야 해.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지금 케이베른을 막을 수는 없어.”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레벨 524.
위드는 몬스터들의 무리를 해치우며 스스로와 유저들을 성장시켰다.
그사이에 모라타의 대도서관에서는 케이베른에 대한 기록들을 남김없이 찾고 있었다.
- 마판 : 케이베른과 관련된 자료 37건을 입수했습니다.
위드는 유린이 가져온 기록들을 받아서 읽었다.
- 케이베른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블랙 드래곤 케이베른.
폭군, 악룡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이 드래곤의 나이는 약 1,700살 정도로 추정된다.
어릴 때에는 대륙의 여러 곳을 여행하였고 직접 역사적인 사건들에 관여하기도 했다.
파푸아킨의 혈사(기록 확인)
제너드의 모욕(기록 확인)
살육자(기록 확인)
검은 전사(알지 못함)
푸른 이끼(알지 못함)
흑마법의 도약(알지 못함)
니플하임 제국의 굴욕(기록 확인)
케이베른은 자존심이 강하고 폭력적이다.
보석과 술, 맛있는 요리를 좋아한다.
때때로 교묘한 방법으로 약속을 어기기도 하며, 신뢰할 수 없는 존재이다.
퀘스트를 위한 정보 수집 진행률 62%.
파푸아킨의 혈사나 제너드의 모욕 등은 베르사 대륙의 역사에 기록된 사건들이었다.
하루아침에 도시들이 멸망했던 것이었는데 그 일들이 모두 케이베른과 연관이 있었다.
- 파푸아킨의 혈사. #2
오오.
하늘이 노여워하고 있다.
건물과 사람이 타며 내뿜는 시커먼 연기가 도시를 뒤덮고 있다.
땅에는 맹독을 가진 쥐들이 미친 듯이 뛰어다닌다.
이곳이 정녕, 대륙 최대의 도시인 브리튼의 항구가 맞단 말인가.
이 모든 원인은 케이베른 때문이다.
1년 전 그 드래곤은 시청으로 날아와서 요구하였다.
- 황금을 모아서 나를 위한 성을 지어라. 그러면 너희들이 모든 왕국을 평정할 수 있는 마법의 힘을 주겠다. 하지만 약속을 어기고 성을 짓지 않는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리라.
두려움에 떨던 가여운 시장 맨하트는 그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고 말았다.
하기야 드래곤의 위력 앞에 누가 거절을 할 수 있으랴.
도시 내의 금붙이를 몽땅 녹여서 드래곤을 위한 성을 짓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그 건설 작업은 영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의 발생과 지반의 붕괴 등으로 늦춰졌고…… 마침내 1년째 되는 날에도 절반밖에는 만들어지지 못했다.
악룡 케이베른이 나타나는 날,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미숙한 인간들. 나의 관대한 제안조차도 지켜 내지 못하는 구나.
나는 약속을 어긴 너희들을 용서할 것이다.
정말 뜻밖에도, 케이베른은 토르 지역에 퍼져 있는 최악의 평판과는 다르게 온정을 베풀었다.
우린 성을 짓던 황금을 빼앗겼지만 안도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20여 일이 지나 두려움에 떨고, 흩어져 있던 파푸아킨의 주민들이 돌아왔다.
도시가 정상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악룡 케이베른이 다시 찾아왔다.
- 너희들은 멸망해야 마땅한 족속들이다!
“드래곤이시여…… 우리를 벌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 약속을 어긴 것은 벌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희들은 멸망해도 마땅한 존재들이다.
시장 맨하트가 용기를 내서 물었지만 불에 타 죽었다.
우린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드래곤의 음모였다는 것을…….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