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하프엘프 비슈르
위드가 남부 사막 지역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유저들은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하프엘프 비슈르를 찾기 위한 정보 분석과 탐험, 어떤 단서라도 찾아내면 유명인이 될 수 있는 기회였다.
- 모험가 르보이입니다. 현재 위치는 10대 금역에 속해 있는 아베리안 숲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하프엘프 비슈르가 있을 장소로 숲을 의심했고, 예전에 아베리안을 수색할 때 들어가지 못했던 의심스런 지역이 몇 곳 있어서 와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섯 색깔 잎사귀의 큰 나무 아래에서 미궁의 입구를 찾아냈습니다.
이곳이 조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규모가 크고, 아직 출구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새로운 글이 뜨자마자 모험가들이 반응했다.
- 지금 출발합니다.
- 형제여……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 드디어 새로운 정보가 떴다!
모험가들이 아베리안 숲으로 달려갔다.
10대 금역이라고는 하지만 옛 라살 왕국의 영토에 위치하여 많은 전사와 모험가들이 찾는 장소였다.
위드에 의해 지골라스, 그라페스, 고요의 사막 등이 탐험되면서 금역들은 모험가들을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사흘 동안 계속 글들이 올라왔다.
- 현재 다섯 색깔 잎사귀 나무의 미궁에 있습니다. 확실히 여기는 수상하네요. 넓은 면적도 그렇고 함정들이 목재로 만들어져서 고급스럽습니다. 같이 온 모험가들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죽었네요.
- 벽에 뭔가가 새겨진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미궁의 함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선명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검으로 낸 자국으로 보이는데요.
- 하루나입니다. 싱그러운 향기가 나는데, 엘프가 아니라면 맡기 힘들 정도예요. 길을 인도하는 흔적 같은데 몬스터들과 함정이 많아요. 확실한 건 모르지만 이곳에는 엘프가 왔었어요.
- 모험가 체이스입니다. 이틀 동안 조사한 상황 보고합니다. 세 개 정도의 구역으로 던전이 나눠진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마다 독특한 흔적들을 통해서 미궁을 빠져나가는 구조로 보이는데…… 첫 지역의 출구는 제가 찾았습니다.
로열 로드에서 이름을 날리는 모험가들만 천여 명이 넘게 미궁으로 진입했다.
위드는 사막을 횡단하면서도 정보들을 계속 입수할 수 있었고, 그사이에 다른 미궁에 대한 제보들도 나왔다.
하지만 남아 있는 모험가들에 의해 하루, 이틀 정도가 되면 공략이 되거나 적어도 찾고 있는 하프엘프 비슈르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금으로서는 아베리안 숲의 미궁이 가장 의심스러운가.”
위드는 동쪽 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태양의 제단에 도착했다.
황량한 모래 구릉 사이, 태양의 파편이 뜨거운 열기로 인도한 곳에서 대지가 갈라졌다.
쏴아아아아!
사막이 갈라지면서 드러나는 새하얀 기둥들과 돌로 지은 제단.
태양의 파편과 제단이 함께 빛을 발하고 있었다.
띠링!
< 위대한 발견!
사막의 숨겨진 유적, 태양의 제단을 최초로 찾아내셨습니다.
태양의 열기가 강렬하게 깃든 곳에 세워진 전사의 유적입니다.
가장 뛰어난 사막 전사가 이곳에서 의식을 치르면 태양의 힘을 얻는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 모험에 따라 명성이 5,550 올랐습니다.
-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 숨겨진 유적을 찾아냈습니다. 특별한 경험으로 힘과 민첩이 3씩 추가로 늘어납니다.
- 귀중한 발견을 보고하면 추가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태양의 제단.
하늘 한복판에는 태양이 떠 있었고, 제단 부근의 모래가 불타기 시작했다.
제단에는 둥그런 붉은 바위가 놓였는데, 주변에는 전사들의 조각품이 이를 호위하듯이 서 있었다.
바람과 모래에 깎여서 대략적인 형태만 남아 있는 조각상들.
[ 태양의 힘을 원하는 전사여.
이 바위를 검으로 찔러라. ]
“설마 여기까지 왔는데 함정은 아니겠지.”
위드는 그래도 꼼꼼하게 주변을 살폈다.
믿는 바위도 다시 두드려 봐야 하는 법!
오래된 제단은 진짜로 보였고, 태양의 파편도 반응했다.
무엇보다 조각상들이 시간에 풍화가 된 흔적이 역력했다.
“감정!”
< 알 수 없는 오래전에 만들어진 작품.
태양의 힘이 깃들어 있다.
자연 파손이 심해서 복원이 필요함.
사막의 보물
예술적 가치 : 3,610 >
“좋아. 확실하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위드는 언제든 도망칠 준비를 하고 로아의 명검을 뽑아서 바위를 찔렀다.
그 순간!
태양이 강렬한 빛을 발산하고, 불타는 모래들이 사방으로 밀려났다.
제단을 중심으로 하늘과 땅을 잇는 휘황찬란한 빛의 기둥이 세워지게 되었다.
* * *
위드가 태양의 전사로 전직하는 장면은 방송국들을 통해서 생중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 대박이다.
- 와…… 대체 무슨 직업을 얻으려고 저러냐.
- 태양의 전사 아닌가요? 딱 한 명밖에는 부여되지 않는다는 그 직업.
- 맞을 듯. 퀘스트의 내용도 그렇고…….
방송국 게시판이 들썩이고 있었다.
시청자들끼리 즉석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채팅방은 폭주 상태.
- 예전에 얻었던 직업 다시 구하는 거 같네요. 경험도 있고.
- 사막의 대제왕 시절의 재림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 그땐 전쟁의 시대에서 중앙 대륙을 정복했는데, 이번에는 뭘 정복하려나.
- 평범한 세력들은 이미 다 쓸어버렸음. 남은 건 케이베른.
- 헤르메스 찌꺼기도 남아 있어요. 벌써 잊어버리신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 블랙 드래곤과의 전투가 갈수록 기대되네요. 설마설마했는데…… 이러면 진짜 승산 있는 거 아님?
- 직업 많이 바꿔 본 1인으로서 말하자면…… 직업 바뀐다고 해서 엄청 강해지는 거 아닙니다. 당장은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못 하죠.
- 조각사 마스터, 상급 네크로맨서, 태양의 전사. 진심 로열 로드를 걷는구나.
- 뭔가 로열 로드 같진 않지만 결과물이 로열 로드.
- 파일럿이 위드입니다.
- 바드레이도 방송 보고 있을 듯. 부들부들 중 예상.
* * *
철혈의 워리어 직업을 얻기 위해 북부 대륙의 해안가 마을에 있는 바드레이.
그는 부지런히 퀘스트를 하고 있었다.
< 조개껍질을 모아라. >
< 진주의 수수께끼. >
< 붉은 소라. >
< 낚시의 추억. >
‘도대체 이게 무슨 퀘스트지?’
전투 퀘스트들을 많이 진행해 봤지만 이런 잡다한 의뢰들은 까다롭고 어려운 것이었다.
“인간. 인간들과는 연락을 오랫동안 끊고 살았다. 아르펜 제국? 인간들이 세운 왕국인가.”
바바리안들은 하벤 제국이나 아르펜 제국에 대해서도 몰랐다.
바드레이가 지금까지 쌓은 명성도 통하지 않는 고립된 작은 마을. 급하게 헤르메스 길드에서 모험가 란토스를 불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문적인 모험가가 무엇인지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란토스는 헤르메스 길드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성장한 유저였다.
정복과 전투를 중심으로 한 헤르메스 길드였지만, 중앙 대륙에는 수많은 신비로운 것들이 잠자고 있다.
특히 보물이나 장비들을 발굴하는 분야에 있어서는 란토스를 최고로 꼽을 수 있었다.
“낚시도 잘 하십니까? 노란 아가미에 푸른 비늘을 가진 물고기를 낚아야 합니다만.”
“그럼요. 조금 익혀 두었습니다.”
“스킬이 얼마나 되죠?”
란토스가 볼을 살짝 긁으며 대답했다.
“중급 3레벨입니다. 아시다시피 낚시는 모험가에게 필수 스킬은 아니라서요.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는 낚시꾼, 어부나 항해사들이 좋아하는 스킬이죠.”
대륙을 떠도는 모험가들.
체이스나 스펜슨 같은 유저들은 낚시 스킬도 고급에 도달해 있었다. 멋진 풍경이 나타나면 한가롭게 낚싯대를 드리우기도 하고, 모험의 긴장감을 풀기에 좋았다.
란토스는 모험가이기는 하지만 탐색과 발굴, 함정 해체의 전문가.
“저한테 맡겨만 주십쇼. 진정한 모험이 무엇인지 알려 드릴 테니까요.”
꼬박 3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낚싯대를 던져서 어쨌든 퀘스트를 완료하기는 했다.
바바리안 여전사는 물고기를 받자마자 모닥불에 구웠다.
“좀 오래 걸렸군. 예전에 먹었던 그 맛이 떠오를지 모르겠어.”
지글지글.
잘 익어 가는 생선.
바드레이와 란토스는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위드라면 옆에 앉아서 넉살 좋게 어떤 맛이었는지를 물어보았으리라.
평범한 싸구려 소금을 200골드 비싼 특제 소금이라고 사기 치면서 요리를 하는 것은 덤!
이틀간 네 개의 퀘스트를 더 하면서 친밀도를 높이고 나서야 다음 의뢰를 주었다.
“전사라면 힘든 전투도 겪어 봐야 해. 롬달 섬으로 가서 그 지역의 몬스터들을 퇴치할 수 있겠나?”
“저에게는 쉬운 일이군요.”
바드레이는 담담하게 의뢰를 받아들였다.
‘철혈의 워리어는 역사에도 몇 번 출현했다. 수만의 적에게도 끄떡없이 버텼다고 했다.’
흑기사를 이미 마스터하고, 각종 검술의 비기를 모았다. 실력에 대한 자부심은 충분했다.
‘공격력은 넉넉하다. 방어력에 집중한다면 그 어떤 유저도 나를 이기지 못해. 일대일 승부에서 내 적수는 위드가 아니다. 드래곤에게도 버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 * *
위드는 태양의 전사로 전직하고 나서 중앙 대륙으로 이동했다.
사막에서 활동하면 신체 능력이 강화되고, 성장 속도가 빨라지지만 한 지역에만 머무를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
게다가 종말의 날과 같은 궁극 스킬을 익히기도 했는데, 이건 검술의 비기와는 다른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알 수 없는 던전에 들어오셨습니다.
―아베리안 숲의 나무 아래에 있는 던전입니다.
이곳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길을 잃고 헤매다 보면 갑작스런 위험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던전!
하프엘프 비슈르의 흔적을 찾기를 기대하며 도착한 것이다.
위드가 입구로 들어오자마자 귀가 길쭉한 여성 유저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나예요. 반가워요. 위드 님.”
“네. 안녕하세요.”
“우리 모험가들이 밝혀낸 지역은 던전의 절반 정도예요. 우선 아는 곳까지 안내하도록 할게요.”
“고맙습니다.”
벽에는 흙과 나무뿌리들이 보였다.
어두운 동굴에는 모험가들이 설치한 천장이나 벽에 빛나는 수정 구슬들을 설치해서 밝혀져 있었다.
하루나는 발끝으로 사뿐사뿐 걸으면서도 엘프답게 걸음이 꽤 빨랐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영광이에요.”
“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25분 정도 걸으면 첫 번째 지역은 넘을 수 있어요. 일정 시간마다 나무뿌리가 움직이기 때문에 길이 열려 있는 동안 빨리 가야 해요.”
“저는 더 빨리 걸어도 괜찮습니다.”
엘프 유저들은 대부분 아름다운 편이었다.
현실에서의 외모를 기본으로 늘씬한 몸매와 갸름하면서도 깨끗한 피부를 가지고 있다.
위드는 그럼에도 하루나를 채석장에 널린 돌처럼 여겼다.
서윤을 아침저녁으로 보는 터라, 어떤 여자를 봐도 딱히 예쁘다고 느껴지질 않았다.
‘여동생이 앞으로 결혼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유린의 미모로는 장래가 걱정되는 수준!
그렇게 걸어가는 동안 모험가들과도 마주쳤다.
“위드 님! 저 단테입니다.”
“오랜만이군요.”
“하하. 같이 모험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좋습니다.”
미궁에서 모험가들과 만나며 함께 줄줄이 이동했다.
위드와 안면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단테는 유저들 사이에 시샘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베르사 대륙에서 수많은 업적들을 세우고, 아르펜 제국의 황제 자리까지 오른 덕에 위드의 명성은 새로운 단계에 올라 있었다.
TO BE CONTINUED
“이곳이 두 번째 지역의 입구예요.”
하루나와 함께 도착한 장소는 나무뿌리들이 뒤엉켜 있는 장소였다.
사람이나 엘프 한 명 정도가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비좁은 틈.
그곳을 넘어서서 걷다 보면 다시 통로가 넓어졌지만, 주의 깊게 살피지 않는다면 감쪽같이 모르고 지나칠 장소였다.
“여기서부터는 함정들을 모두 해제하지 못했어요. 몬스터들도 간간이 나오고요.”
첫 번째 지역은 모험가들에 의해 정리가 되었지만, 두 번째 지역은 탐험 중에 있었다.
모험가들은 수없이 갈라져 있는 통로마다 샅샅이 수색하면서 길을 찾아내는 중이었다.
“체이스 님!”
“오…… 위드 님 오셨습니까. 하하하.”
모험가 체이스와도 만나서 두 번째 지역의 탐색에 나섰다.
“지도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대단히 넓은 던전이긴 하지만 천 명이 훨씬 넘는 유저들이 나섰으니 저녁에는 해결이 되리라 봅니다.”
“그렇군요. 케이베른을 막는 데 도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는데요. 위드 님이 베르사 대륙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는지는 모험가인 제가 잘 압니다. 남들이 나서지 않을 때 엠비뉴 교단을 막는 일을 비롯하여 어려운 일들을 해냈고 지금도 앞장서서 고생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긴 칭찬.
어딜 가더라도 이 정도의 칭찬은 자주 듣는 편이었다.
‘이럴 때 겸손하게 말해야지.’
위드는 촉촉하게 입술에 침을 발랐다.
“흠흠. 그저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입니다. 사람들을 위해 엠비뉴 교단은 꼭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었고요.”
“위드 님이 베르사 대륙을 다스리면 정말 세상이 편안해질 것입니다.”
“물론 그래야지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게 제 목표입니다.”
터무니없는 거짓말은 아니었다.
행복한 사람들에게 듬뿍 세금을 뜯어내는 게 진정한 목표일 뿐.
모험가 르보이나 여러 유명한 유저들과도 잠깐씩 인사를 나눴다.
“힘들지 않으세요?”
“뭘요. 어두침침한 던전들이 제 집입니다. 여긴 나무 향기도 좋고 친구들도 많아서 맥주 파티도 벌이고 있습니다. 물론 탐험에 지장을 안 줄 정도로만요.”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함정을 해제하는 일에 모험가들은 진심으로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매번의 모험이 성공을 거두는 것도 아니고, 큰 보상을 받지도 않는다.
자신들이 즐기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직업.
“앞으로 아르펜 제국에서는 모험 퀘스트의 보상을 크게 늘릴 것입니다.”
“정말요?”
“네. 유적이나 광산의 발굴에서부터 모든 종류의 모험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위드의 말은 묵직한 무게를 담고 있었다.
일단 내뱉어지고 나면 되돌리기 어렵지만, 모험가들이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줄 거라고 확신했다.
‘실패도 하겠지. 성공하면 보상을 받고. 근데 실패하는 건 나랑 상관없잖아?’
성공에 대한 이야기들은 실패의 두려움을 잊게 만들고 희망을 품게 만든다.
케이베른이 활동을 하면서 대도시들이 무너지고, 몬스터의 크고 작은 침략을 당한 지역은 부지기수로 많았다.
각 방송국들은 베르사 대륙이 멸망하는 것까지도 걱정했지만 의외의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었다.
- 모라타입니다. 과일 가게 하고 있는데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겁니까? 점심 무렵이면 물건이 다 팔려서 장사를 접어야 돼요.
- 푸홀 워터파크입니다. 놀 분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초대박! 중앙 대륙의 큰손들이 잔뜩 몰려왔어요.
- 워터파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별장까지 다 팔렸습니다. 추가 분양이 이루어지면서 가격도 급상승 중.
- 가르나프 평원에서 헤르메스 길드가 하벤 제국군과 함께 폭망하고 나서…… 전리품으로 고급 장비들 잔뜩 풀렸잖아요. 그 후 장비 시세 떨어질 줄 알았는데 다시 엄청 오름.
- 지금 던전이나 사냥터마다 유저들로 바글바글해요.
- 도시에도 사람 많습니다. 어딜 가더라도 사람들 천지예요.
도시가 부서지고, 자연재해가 발생해서 곡물의 생산량이 감소했다.
낙원처럼 즐겁던 베르사 대륙이 크게 위험해지고 혼란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유저들의 활동이 훨씬 늘어났다.
- 뭐라 설명할 수는 없는데, 요즘 로열 로드가 더 재밌어진 듯.
-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고…….
- 위험한데 좋네요. 저 미친 거 같기도 하고. 하하.
농부들은 곡물들을 보살피며 검은 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상인들의 짐마차로 대륙을 누비고 다니며 떨어져 가는 생필품을 공급했고, 다른 직업군의 유저들도 긴 잠에서 깨어난 듯이 활기차게 활동했다.
위기에 빠지니 사람들은 더 큰 흥미와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 적극적으로 사냥을 하고, 생산과 채집도 하고, 휴가도 즐겼다.
도시들이 부서졌지만 고향을 잃은 유저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에바루크 성이나 소므렌 자유도시도 지역 주민과 유저들에 의해 복구 작업이 시작되었다.
“모라타도 폐허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우리도 충분히 해낼 수 있잖아요!”
“다시 일어섭시다. 아르펜 제국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고 했어요.”
유저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평화로울 때는 자신의 일을 하며 조용히 지냈을 유저들이 폐허에 집을 짓고, 도로를 까는 일에 나섰다.
다인이 전 재산을 털어서 복구 작업에 투입했으며,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창고에서 물건들을 빼 갔던 유저들은 물품들을 다시 가져왔다.
“복구 작업에 썼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유명하진 않지만 에바루크의 유저입니다.”
사람들의 힘이 모이다 보니 아르펜 제국은 케이베른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급성장하고 있었다.
- 서윤 : 이번 주 아르펜 제국의 수입이 많이 늘었어요.
서윤이 저질렀던 천문학적인 투자도 맞물려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형성하고 있었다.
평범한 마을들이 도시로 승급을 하고, 각종 생산량들이 30% 이상씩 증가했다.
도로가 잘 뚫려 있고 넉넉한 토지가 있는 도시들은 두 배씩의 생산 확대가 이루어졌다.
그동안 중앙 대륙에 유저들이 벌어 놓은 돈은 꽤 많았다.
아무리 헤르메스 길드가 심각한 착취를 해 갔어도, 유저들이 사냥과 장사를 통해 번 돈은 시간과 비례해서 쌓여 있었다.
그동안은 하벤 제국의 지배 아래에 돈을 숨겨 놓기 바빴지만 이제는 과감하게 썼다.
- 지금입니다. 위기 같지만…… 이 위기마저 넘어가면 아르펜 제국은 끝내주게 발전할 겁니다.
- 드래곤이 부술 만한 대도시만 아니면 되죠. 중간 정도 되는 도시들. 특히 휴양지는 좋잖아요?
- 부동산 전문 투기꾼입니다. 저는 평생 일 안하고 투기로만 먹고 살았습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늦으면 가격 폭등하고 나서 판잣집에도 내 집 마련 못 한다고 장담합니다.
- 교통, 사냥터, 상업. 모두 발달한 지역의 땅에 투자하십쇼. 땅은 거짓말 안 합니다.
중앙 대륙의 땅값도 폭등하는 중이었다.
아르펜 제국의 투자가 제대로 불을 지폈다.
지금까지 억눌려 왔던 자금들이 미친 듯이 풀리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기대 이상으로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 위드 님이 반드시 드래곤을 퇴치할 겁니다.
- 퇴치 못해도 되죠. 도시 하나씩 부서져도 뭐…… 참고 살 만해요.
- 신도시로 밀어 버립시다. 건설 최고!
- 드래곤도 한계가 있지, 대륙의 수많은 도시들을 어느 세월에 다 부숨?
- 새로 만들어지는 도시들이 더 많다는 게 팩트.
- 몬스터도 뭐…… 많아져도 적응하면 버틸 만 해요. 사냥하면서 성장도 빨라지고. 그러면 도시 파괴도 안 됨.
도시가 파괴되고, 몬스터들이 대규모로 돌아다니는 모습도 유저들은 적응하고 있었다.
- 아르펜 제국. 위드 님은 도시 개발의 전문가입니다. 그러니 우린 믿고 가면 됩니다.
- 대도시가 부서져도 부근 지역은 더 발전합니다. 그러니 호재죠.
- 주식, 코인. 다 필요 없습니다. 로열 로드가 정답입니다. 여기만큼 즐겁고, 즉각적인 보상이 이루어지는 곳은 없어요.
- 장기적으로 무조건 우상향입니다. 가즈아아아아!
유저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활동하면서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었다.
하벤 제국이 매달 조금씩 떨어지는 세금 수입을 걱정하며 쇠락해 갔지만, 아르펜 제국은 그와는 정반대였다.
대규모 투자와 유저들의 활동에 의해 세금 수입이 매주 20%씩 증가했다.
그동안 줄어들었던 세금이 회복되는 것이기도 했지만 믿기 어려울 정도의 성장세.
위드는 기분이 좋아져서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대륙 전체에 12개의 워터파크를 만들겠습니다. 초대형 빌딩? 위대한 건축물? 몽땅 때려 짓겠습니다.”
선거철에 실컷 공약만 남발하는 흔한 정치인들과는 다르다.
위드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고, 또 그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되어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소유하고 있던 건물들과 넓은 평원, 산, 강 인근의 임야들을 정복하며 무상으로 넘겨받았다.
제국의 막대한 토지 재산을 바탕으로 개발 계획을 세우며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주택, 별장, 호텔 사업들을 하면서 막대한 분양 실적을 올리고 그 자금들은 제국 내에 재투자를 할 수 있다.
사람들의 말처럼 케이베른이 공격할 우려가 높은 대도시만 아니라면, 중간 정도 되는 상업, 교통 도시들은 더 크게 발전할 여지가 있었다.
- 몬스터들의 성채에도 투자 계획이 세워짐. 상황도 안 보고 막 발표한 듯. 미친 거 아님?
- 윗 분 모르시는 말씀. 몬스터만 토벌하면 바로 유원지 아닙니까.
- 죽여주는 테마파크죠.
- 푸홀이 어떤 곳이었는지 아는 사람들은 미래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 관광지가 별겁니까? 사람들이 가서 놀 만하면 관광지지. 예전에 뭐 하던 곳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 동쪽 바다에 화산 섬 개발 계획이 더 무지막지함. 이건 지난달에 터진 적이 있는 활화산임.
- 와…… 온천욕 제대로 하겠네요.
위드는 열심히 사냥을 하고, 치안을 확보하는 일만이 통치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황제로서 꿈을 심어 줘야 돼. 사람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말이야.”
아르펜 제국의 투자로 인한 유저들의 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막에서도 어떤 식으로 유저들을 착취할지를 고민!
그동안 부동산 투기에 대해 공부한 지식들도 개발 계획을 세우기 위한 밑바탕이 되었다.
“투기 심리를 자극해야지. 막대한 돈이 풀리면 제국을 빠르게 발전시키는 열쇠고리의 역할을 해 주니까.”
장밋빛 환상이 있다면 사람들은 돈을 꺼내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뭔가 잘될 것 같고, 나만 뒤처질 것 같다는 느낌. 특히 이웃이나 친구들이 돈을 벌 거 같으면 벌써부터 아랫배가 살살 아파 오는 것이 사람 심리다.
“지금 돈이 많아야만 행복한 게 아냐. 앞으로도 돈을 잔뜩 벌 거 같으면 벌써 행복해지는 거지.”
투기를 바탕으로 한 희망의 정치!
그동안 쇠락했던 도시들을 로열 로드의 초창기처럼 멋지게 탈바꿈시킨다는 계획.
생산력이 늘어날 테고, 무역도 활발하게 진행된다. 무엇보다 유저들이 적극적으로 뭔가를 해 보려고 나설 것이다.
“통치는 정직이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냐.”
위드는 올바른 말을 하는 정치인은 인기를 얻고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입에 바른 말은 듣기에 괴롭다.
법도 잘 지키고, 정직하게 열심히 살라는 말은 누구든 할 수는 있다. 그렇기에 더 지겨운 법.
하지만 그게 무슨 재미!
“초대형 건물을 세울 겁니다. 도로도 막 만들 거고. 땅값 왕창 오를 테니 얼른 사세요!”
“우와아아아앗!”
“여러분들 실컷 돈 벌게 해 드리겠습니다.”
“위드 만세!”
현실에서는 투기의 부작용이 막대하게 작용했다.
한창 집값이 오를 때는 건설 경기도 좋고, 일자리도 많이 만든다. 그렇지만 불어난 집값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평생 일하고, 아껴서 저축해도 내 집 마련을 하기 어렵다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도 함부로 잡지 못하는 집값!
“그때부터는 집값을 낮춘다는 명목으로 집집마다 보유세를 팍팍 때리면 돼.”
정치인들도 보유세를 올리면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하지 못한다.
까놓고 말해서 세금을 많이 거둬들여도 자기 돈이 아닌데 욕먹으며 진행하기는 힘든 정책이었다. 하지만 아르펜 제국의 황제는 위드!
투기를 조장하여 막대한 부동산 붐을 일으키며 제국을 개발하고, 그다음에는 세금을 올려서 거둬들이는 돈은 모두 자신의 것이다.
돈 좀 벌려는 순진한 투기꾼들은 이리 뜯기고 저리 뜯기는 신세가 되어 버릴 터!
“경제 개발은 내 위주로 해야지. 암. 그렇고말고.”
TO BE CONTINUED
“해냈다!”
미궁의 두 번째 지역 입구는 모험가들의 적극적인 노력에 의해 저녁이 되기 전에 공략에 성공했다.
세 번째 지역은 훨씬 넓은 면적과 몬스터, 함정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부턴 위드 님이 나서시겠습니까?”
르보이가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
모험가들은 탐험을 주도해 왔지만 보조 역할로 돌아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
로열 로드 역사상 최고의 모험가라고 불리는 위드의 실력을 보고 싶은 마음!
“음…….”
위드는 베르사 대륙 최고의 모험가 집단보다 잘할 자신은 없었다.
‘미궁이라…… 고생은 엄청 하지만 의외로 해답은 간단한 곳에 있었던 적이 많지.’
어떤 경우에는 열쇠가 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영영 열리지 않기도 했다.
‘내가 나서서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천 명이 넘는 모험가들을 놔두고 앞장설 필요가 있나?’
선두에 서는 것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각종 모험 스킬들과 경험들을 보유한 모험가들을 내버려 두는 건 재능 낭비.
위드는 모험가들의 기대 어린 시선을 받으며 입술에 다시 침을 듬뿍 발랐다.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여러분들의 공적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을 믿기에 오래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리겠습니다.”
“……!”
“과연!”
몇 마디의 말로 하는 공치사.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신을 믿어 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한다.
“알겠습니다. 제가 하죠.”
“저도 하겠습니다.”
모험가들이 경쟁에 불타올랐다.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열심히 세 번째 지역 공략에 나섰고, 위드는 중앙 대륙과 북부 대륙을 오가는 몬스터 토벌대로 돌아왔다.
식사를 하며 숨을 돌리던 궁수와 마법사들이 경악했다.
“벌써 오다니…….”
“차라리 공부하고 싶다.”
“이건 회사에서 야근을 하는 게 더 편하지.”
“아이고, 허리야.”
위드를 중심으로 항상 진행되는 방송을 고려하면 농땡이를 치지도 못 했다.
이틀!
그 시간이 지나자 모험가들이 미궁 공략에 성공해 냈다.
- 하루나 : 이곳이 미궁 조드였어요! 지금 하프엘프 비슈르를 발견했어요. 비록 말라붙은 나무로 변해 있는 상태지만요.
위드는 유린의 그림 이동술을 통해 바로 미궁으로 돌아왔다.
천 명이 넘는 모험가들이 투입된 미궁, 위험을 무릅쓴 신속한 탐색으로 200명이 넘는 유저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명예롭게 웃으며 죽어 갔다.
- 오늘은 대단한 특집이 준비되어 있다죠?
- 그렇습니다. 악룡 케이베른을 막기 위해 나선 모험가들. 하프엘프 영웅 비슈르를 찾기 위해 아베리안 숲의 미궁에 모험가들이 놀라운 탐험을 성공시켰습니다.
- 대륙 최고의 모험가들이 다 출동했다고 들었어요.
- 생중계로 보내 드렸지만, 용감한 모험가들이 함정과 몬스터들을 공략하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 자. 그럼 미궁에 도착한 위드의 모습을 지금부터 지켜보시겠습니다.
미궁 조드의 모험은 당연하게도 대형 방송국들에서 생중계가 되고 있었다.
위드는 모험가들의 안내를 받으며 걸어가다가 벽에 새겨진 검술의 흔적을 발견했다.
“이건 뭐죠?”
“저희도 연구를 좀 해 봤지만 아직 알아내지 못했어요. 지도는 결코 아니었고, 고고학이나 문자 해석도 불가능했어요.”
“흠. 날카로운 흔적들을 보면 그냥 단순하게 검을 휘두른 것 같은데.”
위드는 양쪽의 벽과 바닥, 천장에도 검의 흔적들이 새겨진 것을 보았다.
1, 2분 정도 가만히 서서 생각을 가다듬다가 불쑥 로아의 명검에 손을 가져갔다.
스릉!
맑은 소리와 함께 미끄러지듯이 빠져나온 검.
“잠시만 휘둘러 볼게요.”
“예? 예예.”
모험가들이 영문을 모르면서도 서둘러 뒤로 물러섰다.
“대략 이쯤인가?”
위드는 검의 궤적이 시작된 곳을 따라 맞춰서 휘두르기 시작했다.
벽과 천장, 바닥에 이르기까지 흔적들만을 보고 완전한 검술을 표현해야 하는 고난이도의 작업.
공간과 검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쉬익 쉬이익!
위드의 검은 춤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운 궤적을 따라서 흘렀다.
당연히 검술에 뒤따르는 자세는 하나도 알지 못했지만, 검의 흐름에 저절로 몸이 맞춰졌다.
띠링!
< 하프엘프 비슈르의 검술을 터득하셨습니다.
검술의 비기 재생의 검을 배웠습니다.
자연을 보고 탄생한 이 검술은 방어와 회복 능력에 탁월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검술을 시전하는 동안 생명력의 최대치가 250%로 증가합니다.
자연의 힘이 깃든 장소에서는 신체의 회복 능력이 향상됩니다.
주변 식물들의 영향에 따라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스킬 레벨이 오를 때마다 자신과 동료들의 생명력이 20%씩 더 빠르게 회복됩니다. 최대 800%.
엘프들은 모든 효과가 두 배로 적용됩니다. >
< 검술에 대한 이해가 대폭 늘어났습니다.
검술 스킬의 숙련도가 30% 향상됩니다. >
뜻밖에 얻게 된 검술의 비기였다.
‘보스 몬스터 앞에서 버티기가 훨씬 쉬워지겠군. 불리하면 재생의 검을 펼치면서 회복하며 시간을 끌 수 있겠어. 물론 내 방식은 아니긴 하지만.’
위드는 그럼에도 쓰임새는 많다고 생각했다.
정말 몬스터들의 대규모 무리의 한복판에 떨어지더라도 재생의 검을 펼치며 버티면 된다.
적들의 시체를 잔뜩 모았다가 터트려 버리거나, 언데드를 소환한다면!
‘야비한 계획을 세우기에 상당히 훌륭한 검술이야.’
위드는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괴, 굉장히 아름다운 검술이었습니다.”
모험가 체이스가 놀라서 말했다.
가까이 있던 모험가들은 입을 떠억 벌리고 방금 자신이 본 것이 뭔가 믿어지지 않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위드는 별거 아닌 것처럼 대답했다.
“재생의 검입니다.”
“재생의 검요? 스킬인가요?”
“예. 검술의 비기가 여기에 있었군요.”
위드가 내뱉은 말이 고스란히 방송으로 중계되면서 태풍과 같은 거대한 파급력을 몰고 왔다.
- 검술의 비기다. 초대박.
- 좌표는 저기다. 당장 배우러 갑니다.
- 와…… 검술의 비기를 발견하고 바로 익혀 버렸어.
- 총 5분 걸렸나?
- 보다. 관찰하다. 습득하다.
- 오졌다. 저것이 위드의 클래스!
그렇지만 이어지는 방송 화면은 시청자들을 슬프게 만들었다.
미궁 조드에는 베르사 대륙에서 한가락씩 하는 모험가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레벨도 기본으로 300은 넘고, 400대가 주축이 되었다. 어쩌다 500대의 모험가들도 있었다.
그런 모험가들이 검술의 비기라는 말에 눈이 튀어나와서 따라해 보려고 했다.
“그러니까 이게…….”
“어어. 왜 이렇게 안 되지?”
모험가들이 어색하게 검을 휘두르며 뒤뚱거렸다.
위드처럼 벽에 새겨진 흔적들을 보고 검술을 따라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한순간만 집중이 헝클어져도 검이 나아가야 할 길을 잃어버리기 일쑤고, 하체와 허리, 어깨, 변화하는 몸의 중심을 맞추기도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걸 눈으로 보고 한 번에 해내다니 괴물이네.”
“말도 안 돼. 완전 재능충이야.”
“저러니까 바드레이까지 이겼지.”
모험가들은 부러움의 시선을 일제히 보낼 수밖에는 없었다.
“어서 가도록 하죠.”
위드는 미련 없이 발걸음을 옮겼는데, 별거 아닌 듯한 태도마저 방송에서 실시간으로 화제가 되었다.
- 위드 님에게 재생의 검 정도야 뭐…….
- 저분이 바로 전쟁의 신이십니다. 잊으면 안 돼요. 메모합시다.
- 이미 언데드들 막 소환하면 끝판왕 아님? 현실적으로 최강의 전투력 같은데…….
- 레벨이 오를수록 성기사가 네크로맨서 이깁니다. 상성으로 절대적으로 그래요. 흑마법이나 언데드의 힘이 강할수록 성기사들은 신성력을 이끌어 내거든요.
- 솔직히 성기사들은 위드 퇴치 의뢰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었음.
성기사들은 사악한 힘을 물리치면서 신의 축복을 받고, 스탯도 오른다.
신성력에 의한 효과가 매우 커서 두 등급 이상의 언데드도 어렵지 않게 잡아냈다.
- 그래서 위드를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성기사가 누구?
- 그게 함정이네?
- 없죠…….
- 어떤 성기사가 위드에게 돌격함? 와…… 진심으로 용기만큼은 인정해 줘야 할 듯.
- 스켈레톤의 대군을 뚫으니 좀비가…… 그 뒤에는 듀라한, 비명을 지르는 유령들, 데스 나이트, 둠 나이트, 본 드래곤까지 있음.
- 그걸 다 극복한 이후의 최종 보스가 위드임.
- 쟌이 인터뷰도 했잖아요. 우린 네크로맨서지만, 그는 위드다. 그리고 그는 이 순간에도 강해지고 있다.
- 케이베른이 나타난 후부터 쉬지도 않고 사냥하잖아요. 적당한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음. 나중에는 진심 전설적인 언데드까지도 다 소환할 수 있을 듯.
- 지금은 전사라는 게 함정. 네크로맨서로 쭉 가지 않은 것이 대륙의 행운이다.
위드는 계속 걸어가면서 주위를 둘러봤지만 검의 흔적 같은 건 또 발견되진 않았다.
‘흠. 좀 아쉽긴 하군.’
공략하기 어려운 미궁에는 보물이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경우들이 꽤 많았다.
검술의 비기라는 대박이 나왔으니 다른 물품들은 남겨져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여기예요.”
모험가들이 안내한 미궁의 끝에는 인간과 엘프가 반씩 섞인 하프엘프 비슈르가 딱딱하고 메마른 나무로 변해 있었다.
“사제의 치료 마법으로도 깨어나지 않았어요. 어떤 다른 보물이나 단서가 필요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하루나의 설명이 있었지만, 위드는 머릿속에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간단하네. 미궁에 들어와서 익힌 재생의 검이 열쇠겠지.’
조금만 생각해 봐도 나오는 쉬운 해결책을 놔두고 다른 것부터 시험해 볼 필요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군요.”
위드는 검을 뽑아서 휘두르기 시작했다.
아까의 벽에 흔적이 새겨져 있던 검술을 그대로 재현한다. 검의 길을 기억하는 건 쉬운 게 아니지만 조금 전에 휘둘러봤다.
음악가들이 악보를 기억하듯이, 검의 흐름을 그대로 기억해 낸다.
바람을 가르는 부드러운 검술.
고작 한 번 해 봤음에도 불구하고 동작들이 더 자연스러워졌고, 힘과 속도가 조화를 이루었다.
몬스터와의 전투만이 아니라, 검의 움직임 그 자체에 대해 꾸준히 단련을 해 왔기에 이룩할 수 있는 경지.
띠링!
< 재생의 검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
-재생의 검 스킬이 초급 2레벨이 되었습니다.
검술의 공격력이 향상됩니다.
자신과 동료들의 생명력이 20% 더 빠르게 치유됩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 통찰력이 5 증가합니다.
재생의 검은 스킬이면서도 동시에 검술이었다.
일정한 움직임에 따라서 펼쳐 내야 하는 검술을 재현하면서 스킬 레벨이 오른다.
위드는 나무처럼 변해 있던 비슈르에게 조금씩 생기가 도는 것을 확인하고는 검술을 멈추지 않았다.
두 번째, 세 번째의 검술을 연달아 펼치면서 검의 길은 더욱 아름다워졌다.
띠링!
-재생의 검 스킬이 초급 3레벨이 되었습니다.
-재생의 검 스킬이 초급 4레벨이 되었습니다.
초급이라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스킬이 금방금방 오른다.
하프엘프 비슈르가 생명력을 회복하고는 천천히 눈을 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