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55권 : 3. 절대적인 위험 (391/520)

3. 절대적인 위험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드래곤 레어의 보물!

“도대체 이게…….”

“얼마나 많은 거야.”

드워프 유저들은 레어에 보물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며 기가 질렸다.

번쩍번쩍 빛나는 장비들과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값이 매겨질 것 같은 보석 세공품들이 널려 있었다.

< 드래곤의 레어 내부를 침입하였습니다.

역사적인 모험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드래곤의 레어를 탐험하고 무사히 돌아가면 모험 관련 스킬 세 종류를 영구적으로 한 단계씩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

< 업적을 보고하면 모험 명성 50,000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유행, 드래곤에 관한 소문들이 발생할 것입니다. >

메시지 창이 뜨긴 했지만 휘황찬란한 보물들에 시선이 꽂혔다.

“저건 꺼지지 않는 불꽃의 망치야.”

“방벽의 천이다. 저걸로 만든 방어구는…….”

드워프들은 높은 천장에 닿을 정도로 쌓여 있는 금화의 탑보다는 장비나 보물들에 더 관심을 가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것들만 다 챙기면…… 끝내준다. 보스 몬스터 수천 마리를 사냥해도 여기서 몇 개 챙기는 것보다 못할 거야.”

“미쳤네, 미쳤어. 세상에 장비들은 여기 다 모였구나.”

유저들의 손발이 자신도 모르게 보물로 향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 중에서 네 발로 뛸 준비를 하며 가장 먼저 달려가려 한 사람은 위드!

“모두 멈추세요!”

나이드가 양팔을 벌리며 위드와 유저들을 막았다.

“여기가 드래곤의 레어라는 걸 잊지 마세요. 그리고 이 보물들에는 군데군데 마법의 흔적이 있어요. 조금이라도 잘못 건드리면 온갖 위험한 일이 벌어지게 될 겁니다.”

“맞아요. 마법들부터 확인하고 해제를 시켜야 해요. 안 그럼 정말 위험할 거예요.”

하루나도 함께 저지했다.

드워프 유저들은 레어에 들어오기 전부터 수백 번이나 같은 말을 들었다. 정작 보물을 보고 나선 냉정을 잃고 말았지만 따끔한 경고에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조심, 조심하자고.”

“그래, 큰일 날 뻔했네. 마음대로 뛰어다닐 곳이 아니지.”

간신히 이성으로 욕망을 억눌렀다.

보물을 얻기 위해서라도 함정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커어억.”

위드는 손발을 땅바닥에 댄 상태로 있다가 천천히 일어났다. 무척 자연스러운 태도로!

“레어의 땅이 단단하군. 하긴, 땅은 원래 단단하지. 우선…… 크흠! 정해진 절차에 따라 모험가 하루나 님께서 레어에 마법이 걸려 있는지 확인하시겠습니다.”

대지의 교단에서 빌려 온 성물 정화의 횃불.

그 따스함이 닿기만 해도 어떤 저주나 함정도 저절로 해체된다.

위드는 바로 하루나에게 다가갔다.

“빨리 해 주세요, 알겠죠?”

“예, 위드 님. 알겠어요.”

하루나가 정화의 횃불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포근한 온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위드가 입을 열었다.

“하루나 님. 시간이 없으니 서둘러야 합니다.”

“바로 할게요.”

하루나가 보물로 걸어가기 시작하는데 불과 두 발자국을 움직였을 무렵, 위드의 말이 속사포처럼 쏘아졌다.

“여기서 지금 층간 소음 걱정하는 거 아니죠? 더 빨리 걸어도 되는데요.”

“예예.”

하루나는 발걸음이 느렸던 걸 반성하면서 엘프의 예쁜 긴 다리를 드러내며 성큼성큼 걸었다. 그러고는 보물에 횃불을 비출 때였다.

“아직 멀었어요? 안 됐어요? 더 기다려야 돼요?”

“마법 함정이 해제되고 있어요.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신중하면서도 빠르게. 효율적으로 못 해요?”

“…….”

“언제까지 할 건데요. 도대체.”

무섭게 보채고 있는 위드였다.

* * *

데브라도 마을의 광산을 통해 들어오게 된 악룡 케이베른의 레어!

레어에 잔뜩 쌓여 있는 보물들은 지금까지의 고생을 날려 버리기에 충분했다.

하루나가 마법 함정을 확인하고 해제하는 동안에 나이드는 주위를 돌아보고 왔다.

“다행히 용아병은 레어 내부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어요.”

“확실해?”

“예. 조금 전에도 소란이 있었지만 용아병들이 없어서 들키지 않았죠.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땅에 발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일정하게 순찰을 도는 것 같아요.”

위드도 용아병에 대해 들으면서 이성이 조금 더 돌아오고 있었다.

“오늘을 위해서 난 태어났던 거야.”

“예?”

“아냐. 아무것도…… 그보다 시간이 얼마나 주어질지 모르니 챙길 수 있는 한 최대한 챙기죠!”

위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드워프들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광산과 연결된 입구를 조금 더 넓히고, 부서진 돌무더기가 소리를 내지 않게 치웠다.

신발은 이미 조용한 털신으로 갈아 신은 이후였다.

드래곤이 없더라도 빠르고 은밀하게 진행해야 할 빈집 털이.

레어에 막 들어오며 제법 큰 소란이 있긴 했지만 순조롭게 작업이 시작되었다.

드워프들은 수레를 끌고 와서 하루나가 마법을 해제하거나 함정을 확인한 보물들을 착착 실었다.

“바로바로 움직여.”

“동선 꼬이지 않도록 주의하고.”

오늘을 위해서 드워프 유저들은 많은 준비를 했다.

위드가 정한 드래곤의 레어에 들어오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 요건으로 택배 업체와, 이삿짐센터에서 짐을 나르는 요령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최소 10시간의 이삿짐, 물류 정리 작업도 필수적으로 진행했다.

경험자와 미경험자의 차이는 크다. 한 번 해 본 일을 다시 하면 시간을 훨씬 효율적으로 쓸 수 있었다.

“소리는 최대한 내지 마시고, 다음 조들은 미리 준비하세요.”

“알겠습니다, 위드 님.”

드워프 유저들은 집중해서 명령을 따랐다.

그들도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다.

레벨 500대, 600대의 장비들은 드래곤의 레어에서 발길에 채일 정도로 흔했다.

어떤 물품들은 무려 레벨 800대~1000에서만 착용할 수 있는 전설 장비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크…… 불랜의 갑옷 세트가 이 자리에 다 있다니.”

“파티아의 검도 있어. 맙소사, 이건 특별해. 옵션이 13가지나 붙었다고.”

“챙겨. 전부 챙기자.”

드워프들은 신속하게 물품들을 수레에 실어서 운반하기 시작했다.

드워프 유저들에게는 빈집 털이에 성공하면 20%에 해당하는 몫을 나눠 주기로 약속했다.

하나라도 더 털어야만 자신들에게 약속된 몫도 늘어나는 것.

레어의 공동에 있는 보물들이 조금씩 사라졌다.

“마법 서적들도 보여요. 전투 계열의 서적들도요.”

“챙겨요, 챙겨.”

하루나는 희귀한 마법 서적들을 비롯해서 고문서들도 찾아냈다.

특정 기술이나 마법들은 드래곤의 레어에만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화염, 물, 바람 대지 계열의 궁극 마법 같은 것은 부르는 게 값이다.

금괴나 은괴, 진주 같은 것은 오히려 관심받지 못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진행이 잘되고 있군. 더 빨랐으면 좋겠지만.’

위드는 레어에 널려 있는 보물들이 드워프의 손에 의해 조심스럽게 옮겨지는 것을 봤다.

‘퀘스트를 위해서는 희생의 화로만은 반드시 얻어야 한다.’

보물에 눈이 멀긴 했지만 그럼에도 희생의 화로를 찾는 일은 중요했다.

‘여기까지 와서 화로를 얻지 못하면 그만한 낭패도 없지. 광산이 막히고 나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퀘스트도 아닐 테니까…….’

드워프의 종족 퀘스트.

종족 퀘스트는 드워프들의 운명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반드시 깨야 한다.

‘희생의 화로를 얻어야…….’

위드의 눈에 수레에 실린 보물들이 옮겨지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보물. 오오. 끝내주는 보물!’

자꾸만 눈을 현혹시키는 보물들!

레어의 보물 더미들 사이에서 희생의 화로는 잘 눈에 띄지 않았다. 저절로 시선이 번쩍거리는 보물로 향해 버리는 것이다.

그 와중에 장식 하나 없이 투박해 보이는 검이 오히려 눈길을 끌었다.

‘왠지 끌리는군. 뭔가 별거 없어 보이지만 명품 같은 느낌이랄까.’

위드는 하루나에게 요청해서 검에 걸려 있는 마법부터 해제하도록 했다.

“감정!”

이름 없는 검 : 내구력 87/200. 공격력 151~214.

자신을 밝히지 않은 드워프 대장장이가 만든 검.

“최고의 검은 무엇이든 잘라야 한다.

그리고 명검에는 금속의 혼이 담겨 있어야 한다.”

대장장이는 철에 애정을 쏟았다.

밤마다 가슴에 품고 잤으며, 매일 연마하여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철을 만들어 냈다.

“너를 두드려서 최고의 검을 만들 것이다.”

대장장이는 철과 불, 모루 앞에서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이 검이 완성된 순간, 그는 눈물을 흘렸다.

“금속의 혼을 담아 무엇으로도 막지 못할 검이 탄생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검이지만 다시 칼날을 세운다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제한 : 검사 전용.

―레벨 970.

―검술 마스터.

상태 : 조심스러운 수리가 필요함.

옵션 : 자아를 가진 금속의 혼.

모든 스탯 +90.

사용자의 생명력을 매초마다 최대 500까지 소모하여 검의 공격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상대의 방어력에 비례하여 관통 데미지 상승.

연속 공격 시에 위력과 속도가 증가한다.

검술 스킬의 마나 소모가 70% 감소.

검과 관련된 모든 스킬의 위력 강화.

공격 속도 45% 향상.

생명력이 12% 이하로 줄어든 적을 높은 확률로 즉사시킴.

―검의 손상이 심한 상태.

수리가 완전히 끝나면 진정한 능력을 보이게 될 것이다.

금속의 혼이 인정하지 않은 이는 검의 성능을 30%밖에 사용하지 못함.

“와…… 굉장한 검이네요.”

모험가 하루나마저도 감탄할 정도의 명검.

로아의 명검이 뛰어나긴 했지만, 이 검도 그에 버금가는 명품이었다. 심지어 손상 때문에 제대로 모든 능력이 나타나지도 않은 상태였다.

“역시 위드 님이에요. 레어의 다른 장비들보다도 훨씬 좋아 보이는데요? 뛰어난 안목이에요.”

하루나가 수다를 떨려고 하자, 위드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빨리 마법 함정이나 해제해요.”

“……네.”

위드는 하루나를 보내고 나서 슬그머니 손을 움직였다.

샤샤샥!

자신은 가만히 있는데 손이 그냥 알아서 챙긴다고나 할까.

< 이름 없는 검을 입수하셨습니다.

검을 완벽하게 수리하고 자아를 완성시키면 이름을 지어 줄 수 있습니다. >

“좋아.”

뿌듯하고, 든든한 감정!

3년짜리 적금의 만기를 탄 것처럼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 오랜 잠에 빠져 있던 나를 깨운 이가 그대인가.

그대의 능력은 나를 다루기에 모자라다.

검에 있다는 자아가 근엄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바쁘니 다시 잠이나 자.”

위드는 당장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검을 등에 멨다.

“위드 님, 이쪽에 위드 님이 만든 조각상이 있습니다.”

“조각상요?”

TO BE CONTINUED

오베론의 부름에 가 보니 과거에 조각했던 눈부신 케이베른의 조각상이 있었다.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아가테의 수정들을 정교하게 방울방울 깎아 내고, 은실로 엮어서 만들어 낸 조각품.

밝은 빛 아래에서 수정들이 물결치듯이 흔들리며 아름다운 형상을 자아낸다.

엄청난 노가다로 만들었고 지금까지 만든 조각품 중에서도 아름다움으로는 손에 꼽히는 작품.

하지만 케이베른에게 바쳐야만 했던 비운의 작품이었다.

“드디어 다시 찾아가는구나. 챙기세요.”

“옛, 알겠습니다.”

드워프들이 부지런히 레어에 쌓여 있는 보물들을 광산으로 내려 보냈다.

확장을 했더라도 비좁고, 긴 광산을 통해서 물품을 빼돌리자니 다리 짧은 드워프들이 점점 더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수색을 하던 나이드가 달려왔다.

“문제는 없어?”

“예, 형. 아직까진 이 부근에 딱히 위험은 안 보여요. 불길할 정도로 말이죠.”

“역시 그렇긴 하지. 다른 곳도 아니고 케이베른의 레어인데 말이야.”

위드도 조용한 상황을 경계하고 있었다.

뭘 해도 안심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그나마 먼저 챙겨 둔 보물들이 만족을 준다고 할까.

“레어의 입구로 향하는 길목에는 순찰자들의 발자국들이 많이 보여요.”

“용아병?”

“그게 평범한 용아병들보다는 발자국이 훨씬 크고 무거워요.”

나이드는 위드가 좋아하는 모범생답게 철저하게 준비를 해 왔다.

몬스터들이 남기는 발자국이나 냄새, 습성 같은 것을 달달 외우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레어까지 들어오는 녀석들이면 용아병들 중에서도 보스급일 거야. 그것도 여럿일 테고.”

“형도 아시겠지만 용아병들은 다른 몬스터들과는 달라요. 지켜보는 드래곤이 없더라도 게으름을 피우거나 하지 않죠. 일정 시간마다 정확하게 순찰을 돌 거예요.”

“순찰 시간까지 얼마나 남았을까?”

“발자국이 꽤 많은 걸 보면 아마 길지만은 않을 거예요. 30분? 어쩌면 1시간?”

“그렇군. 서둘러서 시간을 아껴야겠어.”

용아병들은 일정 시간마다 레어에 들어와서 점검을 한다. 하지만 레어 전체를 수색하진 않는다고 했다.

* * *

앙상하게 뼈대를 드러내고 있는 바웰 성!

모여든 건축가들에 의해 성벽과 주요 건물들은 다 해체가 되었지만 도시의 영역은 몇 배나 넓게 확장되어 있었다.

평원 너머까지 끝없이 펼쳐진 부실하기 짝이 없는 건물들.

― 인간들을 벌하기 위해 왔노라!

케이베른이 도착했을 때는 지금까지 쭉 그랬던 것처럼 도시 내부는 비어 있었다.

― 파이어 스톤!

하늘에서 불덩어리들이 떨어지며 바웰 성과 그 인근을 강타했다.

쿠르르릉!

외벽을 잃어버리고 간신히 무게를 버티고 있던 성이 허물어지고, 주변 건물들도 파괴되었다.

케이베른은 자신이 만들어 낸 파괴의 현장에 만족했다.

― 모두 갈기갈기 부서져라. 어둠의 쇠사슬!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시커먼 쇠사슬이 도시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집과 도로, 나무들이 무참히 부서진다.

유저들은 대피가 이루어진 후라서 먼 곳의 숲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서 이렇게 보니 대박이야. 만약 도시 안에 있었으면 정말 무서웠겠다.”

“방금 나 바람 마법 숙련도 올랐다. 거의 스킬이 한 단계 오를 정도잖아.”

“관찰만으로도 스킬이 오르니 구경하는 보람이 있네.”

드래곤에 의해 도시가 몇 번이나 파괴되다 보니 유저들도 내성이 생겼다.

강력한 마법은 때때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마법사들의 스킬 숙련도를 올려 주는 경우가 있었고, 그것을 떠나서도 굉장한 볼거리였다.

드래곤에 의해 파괴되는 도시의 생생한 모습들!

무서운 광경이라 가슴 한구석이 으슬으슬 떨리기는 해도 한편으론 멋지다는 기분도 들었다.

일부러 매주 찾아다니면서 구경을 하는 관광객들도 있는 것이다.

한편, 그들 중에는 헤르메스 길드 소속의 유저들도 숨어 있었다.

“빠득. 절대 위드의 뜻대로 되게끔 두진 않을 것이다.”

칼쿠스와 결사대는 토르에서 전멸을 하고 로열 로드에 다시 접속했다.

레벨과 숙련도가 떨어지고 장비까지 잃어버렸으니 다시 하벤 지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전력으로 복수한다.”

칼쿠스는 바웰 성으로 가자고 결사대를 부추겼다. 모두가 동의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절반의 길드원이 뒤를 따랐다.

“크큭. 간단한 일이지. 케이베른에게 가서 지금 레어가 털리고 있다고 말을 전하면…….”

인정사정없는 드래곤에 의해 자신도 죽겠지만 위드와 그를 따르는 유저도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합리적인 이성보다는 복수심에 눈이 멀어 있었다.

“이런 쉬운 방법으로 위드를 막을 수 있다니 간단한 일이지.”

칼쿠스가 의기양양해 있었지만, 그사이에 그들을 멀리 둘러싸고 있는 유저들이 있었다.

“우리가 그렇게 내버려 둘 것 같아?”

블랙소드 용병단의 미헬, 사자성의 군트가 정예 유저들을 데리고 어느새 그들을 포위했다.

바웰 성에 올지도 모르는 헤르메스 길드를 차단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

“어떻게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지?”

“위드 님이 말씀하셨지. 때리려다가 못 때린 놈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고.”

칼쿠스는 알지 못했지만 숲에서 헤르메스 길드끼리 뭉쳐 있으니 저절로 눈에 띄었다.

위드는 몇 가지 간단한 꼼수들 따위는 미리 대비해 놓았던 것이다.

미헬도 헤르메스 길드에 대한 증오심이 사무쳤다.

“걱정하지 마라. 고통 없이 다 쓸어 줄게.”

블랙소드 용병단과 사자성의 정예들이 무기를 들고 뛰어들었다.

전사와 검사들이 위주가 되어 기습과 근접전을 펼쳤다.

몇몇 범위 공격 스킬들이 작렬하긴 했지만 큰 마법들은 쓸 시간도 없이 사방에서 쇄도하며 상황을 정리!

악룡 케이베른은 그사이에 바웰 성을 무너뜨리고,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마법을 퍼붓고 있었다.

미헬이 복수를 하고 흡족하게 웃었다.

“이쪽은 완전히 예상대로군.”

칼쿠스와 결사대를 처리하며 전리품도 챙겼고, 이 장면들도 방송을 타게 될 테니 블랙소드 용병단의 부활을 알리기에도 충분하리라.

용병단에 과거 헤르메스 길드에 패배하고 흩어졌던 유저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그들은 아르펜 제국 소속이면서도 명문 길드들의 세력에 들어왔다.

옛 영광이 슬슬 돌아오고 있다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미헬은 멋지게 검을 검집에 넣고 말했다.

“고귀하신 위드 황제 폐하께 보고 올립니다.”

― 위드 : 어떻게 됐습니까?

“칼쿠스가 나타났습니다. 저희들이 정리를 다 했습니다.”

미헬은 왠지 보고를 하면서 자신이 하수인 같다는 생각을 했다.

‘느낌 탓이겠지. 그냥 느낌 때문에 그럴 거야.’

― 위드 : 드래곤은요?

“지금까지 도시를 삼분의 일 정도 부쉈습니다. 건물들이 넓게 퍼져 있어서 시간은 꽤 남은 듯 보입니다.”

― 위드 : 현장에서 수고해 줘서 고맙습니다. 잘 지켜봐 주세요.

미헬은 수고했다는 말에 자신의 공을 알아준 것 같아서 기뻤다.

“영광입니다, 위드 님. 계속 보고 드리겠습니다.”

* * *

“보물들에 흠집이 가지 않도록 조심해요. 그리고 다들 서두릅시다!”

드워프 유저들은 드래곤의 레어에서 부지런히 보물들을 옮기고 있었다.

“평생 이렇게 대박을 치는 날은 처음이네.”

“이걸 다 팔면 도대체 얼마일까. 가격을 책정하기도 힘들겠다.”

드워프 유저들의 말에는 기쁨이 잔뜩 묻어 나왔다.

평소에 구경하기도 힘든 장비들이나 쌓여 있는 보물들을 옮긴다.

로열 로드에서 가장 대단한 한탕을 성공했다는 짜릿한 기분!

많은 방송국들이 생중계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을 걸 상상하니 더욱 흥분이 되었다.

“지금 용아병이 옵니다. 병력은 스물.”

입구를 경계하던 도둑 나이드의 말에 드워프들은 그 자리에서 멈췄고 정적이 흘렀다.

위드가 손짓을 하자 드워프들은 기민하게 움직이며 미리 봐 둔 엄폐물에 숨었다.

체형이 작은 드워프들은 보물이 든 상자 뒤로 가는 것만으로도 몸을 감출 수 있었고, 황금 더미 사이에도 모습을 감췄다.

광산과 레어를 연결하는 큰 구멍은 그림을 덮어씌워서 가렸다.

유린이 정교한 그림을 그려 놓았던 것.

― 유린 : 오빠, 이 그림도 완벽한 건 아냐. 시간이 모자랐고…… 물감도 덜 말랐어. 자세히 보면 걸릴 거야.

위드는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용아병들이 레어 전체를 둘러본다면 어차피 숨어 있는 드워프들부터 들키고 말 테니까.

혹은 보물을 챙겨 간 흔적이라도 드러나게 될 것이다.

‘발자국으로 볼 땐 용아병들이 세세히 돌아다니진 않는다고 했지만, 그것만 믿고 안심할 수는 없지.’

저벅저벅.

용아병들의 발걸음 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위드는 침묵을 지키면서도 만약 들키면 로아의 명검을 휘두를 준비를 갖췄다.

‘순찰하는 용아병들은 별거 아냐. 문제는 레어 밖에 있을 병력들이지.’

용아병과 몬스터들이 대대적으로 몰려오면 제대로 한판 붙는 수밖에 없다.

드워프들은 저마다 엄폐물 뒤에 숨어서 눈동자만 굴리고 있었다. 드워프들의 덩치가 작아서 숨기에는 최적화되어 있었다.

― 페일 : 현재 대기 중입니다.

타격대 유저들도 습격을 가하기 좋은 위치마다 배치되었다.

“조용하군.”

“크륵. 케이베른 님이 없으니 그렇지.”

“여기에는 대단한 보물들이 많아.”

“위대하신 케이베른 님의 거처니까. 드워프들이 존경의 마음을 담아서 바친 것들이야.”

용아병들은 뱀의 눈을 닮은 눈동자로 주위를 살펴봤다.

순찰병들이 다니는 이동 경로 부근의 보물들은 일부러 건드리지 않은 상태였다.

“케이베른 님께선 우리의 냄새를 싫어해. 오래 머물 수 없다.”

“이제 외곽을 돌아봐야지.”

“그래야겠어.”

잠시 후에 용아병들이 레어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후아, 갔다.”

“계속 일을 합시다.”

드워프 유저들이 바로 보물을 싣는 일을 재개했다.

위드도 희생의 화로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용아병들이 다녀간 이후 마음이 찜찜했다.

‘난이도 S급의 종족 퀘스트란 말이지. 근데 너무 술술 쉽게 풀리는 감이 있긴 한데. 원래대로라면 케이베른이 이 레어에 그대로 머물렀을 거야.’

드워프들이 광산을 파서 레어까지 길을 뚫었더라도 케이베른이 있는 이상, 성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드래곤의 존재만으로도 난이도 S급 중 성공 확률 최악이 될 수 있는 의뢰.

‘케이베른이 자리를 비우면서 퀘스트 난이도가 변했겠지. 일반적으로 난이도가 훨씬 낮아졌다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너무 쉬운 거 아닌가?’

위드는 악당들이 부실한 계획과 방심 때문에 몰락하는 이야기를 숱하게 보았기에 그 점을 경계했다.

악당에게 자만심이야말로 반드시 경계해야 할 감정이었다.

‘요즘 아르펜 제국의 황제가 되었다고 해서 배가 부른가? 물론 배는 불러. 등도 따뜻하고. 이 퀘스트가 실패하더라도 이미 빼돌린 보물들 덕에 충분한 이득을 볼 것 같고.’

그럼에도 누군가가 요플레 뚜껑을 핥지 않고 버릴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TO BE CONTINUED

‘불안해. 생각보다 쉽게 공략이 되긴 했지만 여긴 안전한 장소가 아냐. 드래곤의 레어에서 잠깐이라도 안전하다고 믿는 것이 자만이지. 주변 상황에 대해 모든 정보들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위드의 감각이 날카롭게 경고하고 있었다.

뒤통수가 간질간질하면서 금방이라도 얻어맞을 것 같은 느낌!

“페일 님.”

― 페일 : 옛.

“지금 위치는요?”

― 페일 : 광산에서 운송을 돕고 있습니다. 보물이 엄청나게 많네요.

용아병들의 순찰이 끝나고 타격대의 유저들은 운송 업무를 지원하고 있었다.

당분간은 전투가 벌어질 일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타격대 전원, 서둘러서 레어로 들어오세요.”

― 페일 : 알겠습니다.

위드는 자신의 느낌을 믿고 타격대를 불렀다.

‘내 생각이 틀렸다면 좋겠지만…… 그래도 대비를 하는 게 낫겠어.’

타격대를 부르고 고작해야 2분 정도가 지났을까.

“형! 용아병들이 몰려오고 있어!”

나이드가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레어의 입구를 경계하고 있던 그의 눈에 완전무장한 용아병들이 달려오는 모습들이 보였다. 작은 도마뱀을 닮은 마법사들도 뒤따랐다.

“모두 전투준비해 주세요! 눈에 보이는 병력만 해도 200마리는 됩니다!”

위드로 로아의 명검을 뽑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왜 나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지! 역시 로또 같은 건 당첨될 거 같아도 절대로 안 되지.”

용아병들은 보물들의 표면에 비친 드워프들을 보고 동료들을 데리러 돌아갔던 것이다.

“적들이 들어왔다!”

위드가 사자후를 터트렸다.

― 드워프 1조와 3조는 그대로 보물을 옮깁니다. 나머지는 레어의 입구로 달려가서 적들의 진입을 막습니다! 소리를 내도 되니 이젠 속도를 최대한 높여요!

레어에 들어온 목적을 잊지 않는 위드!

“어서 위드 님의 말에 따릅시다!”

드워프들은 보물을 내려놓고 무기들을 꺼내 들었다.

1조와 3조는 레벨 450이상으로만 편성되어 있었다.

만약에 대비하여 빌려서라도 좋은 방패들을 갖추고 있었고, 절반이 방어 능력이 탁월한 워리어들로 구성되었다.

위드는 드워프들과 함께 레어의 입구로 달려갔다.

“모두 차분히 대응하세요. 입구에서 막으면 됩니다. 빈집 털이를 하다가 걸려서 약탈로 변경되었을 뿐입니다!”

* * *

아르펜 제국이 중앙 대륙까지 정복하면서 자연스럽게 바다의 지배권도 얻었다.

“우린 줄을 제대로 섰어.”

“어, 최고지.”

“지골라스까지 갈 때만 해도 정말 재수 없게 걸린 줄 알았는데…….”

헤인트, 프렉탈, 보드미르.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는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입가에 썩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들은 누가 뭐라 욕해도 신경 쓰지 않는 악당이었다.

자잘한 나쁜 짓을 저지르면서도 뿌듯한 기분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다.

그 후로 일이 순조롭게 풀린 건 열심히 나쁜 짓을 하다가 위드를 알게 된 덕분이었다.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는 위드를 보며 나쁜 짓에 새롭게 눈을 떴다.

“우리도 해적들을 통해 세상을 먹는 거야.”

“어. 소소하게 나쁜 짓을 하면서도 재미를 느꼈던 시절은 지났지.”

“야망을 키우자. 바다는 앞으로 우리의 것이야.”

아르펜 제국의 해적들.

그들을 세력권에 넣는다면 바다를 장악할 수 있었다.

비록 대륙은 넘보지 못한다고 해도 이 세계의 바다를 얻는다면 그 힘과 권력은 막대하리라!

“바다에서 통행료를 받자.”

“그렇지. 좋은 생각이야.”

아르펜 제국의 제해권은 대륙 전체를 아우르고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하벤 지역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리피스의 함대가 격파되고 난 이후에 연근해만 간신히 돌아다녔다.

동부에 로자임 왕국과 브렌트 왕국은 엠비뉴 교단에 의해 철저히 망했던 국가들이다.

아르펜 제국에서 정식으로 정복하지 않았더라도 두 왕국의 유저들이 따르고 있어서 바다를 넘나드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통행료를 받는 걸로 위드 님이 뭐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우릴 토벌이라도 한다는 말인가?”

“응. 아르펜 제국 외에는 신경 쓸 게 없지만…… 아르펜에도 해군이 없어도 역시 위드가 문제잖아.”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에게 최종 보스란 위드라는 존재!

바다라고 해서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 하늘을 나는 바라그를 타고 그들의 함대를 몽땅 불태워 버릴 수도 있으리라.

“뇌물을 바치면 돼.”

“뇌물?”

“응. 절반 정도 떼어 주면 되지.”

“그러면 해결되겠네.”

“그럼! 원래 악당은 위에 상납을 좀 하는 거야. 상부상조라고 하는 거지.”

“위드 님이 평소에 말하던 끈끈한 정 같은 건가.”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는 그렇게 항해권을 선언했다.

― 바다에 나가는 모든 유저들은 1골드씩을 납부해라! 해적들의 끔찍한 맛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으하하하핫!

해상 패권 선언!

상인들은 그날부터 해적 조합에 통행료를 납부하게 되었다.

서윤은 상납금으로 항구를 개발하는 데 사용했고, 무인도와 새로운 항로 발견에도 지원금을 내걸었다.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와 해적단에게도 공식 요청했다.

― 서윤 : 항상 열심히 해 주셔서 고마워요. 앞으로도 유저들을 잘 보살펴 주세요.

어떤 면에서는 위드보다도 더 권위가 있는 존재.

서윤이 전달한 귓속말에 해적들은 넙죽 고개를 숙였다.

“물론입죠. 바다를 철저히 지키겠습니다.”

“저희들만 믿어 주십쇼. 제발 믿어 주세요.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해적들은 약속을 했고 철저하게 지켰다.

바다의 경계를 서는 건 당연했고 항로들을 지키며 해양 몬스터들로부터 유저들을 구했다.

“가끔 짐 실을 공간이 부족하면 해적선에도 실어 주고 좋네.”

“돛이 부서졌을 때는 수리도 해 주더라.”

“처음 오는 해역에는 해적들이 지리를 잘 알지. 꼭 피해 가야 하는 바다 몬스터들의 위치도 말해 주고 말이야.”

항구 바르나의 초창기부터 바다에서 함께 성장한 해적 유저들은 북부의 상인, 모험가들도 다 같은 동료라고 생각했다.

해적 모자를 쓰고, 해골 깃발을 세운 해적선들이 바다를 누비고 다녔다.

* * *

― 침입자들을 전부 죽여라!

― 드워프들 따위가 케이베른 님의 레어에 들어오다니 모조리 죽여 주마!

― 산산조각을 내라. 갈기갈기 찢어라!

용아병들이 험악한 말을 내뱉으며 달려오고 있었다.

평범한 용아병들도 아닌, 레어를 지키는 엘리트 용아병들!

위드는 드워프들을 이끌고 용아병들에게 맞섰다.

“입구 근처에서 지킵시다. 놈들이 레어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면 됩니다.”

드워프들은 등에 메고 다니던 배낭에서 철제 갑옷들을 꺼내서 입은 상태였다.

도둑질을 할 때는 움직임이 느려져서 무거운 방어구들을 착용하지 않았지만 전투를 위해서는 필요했다.

“흐합! 처음부터 죽으려고 온 곳인데. 동료들이 너무 든든하군.”

“버티자고. 될 것도 같은데. 케이베른만 없다면 걱정할 거 없잖아.”

드워프들은 막 들켰을 때는 놀라기도 했지만 그래도 레벨이 높은 역전의 용사들이었다.

전사나 워리어들은 가장 앞에서 싸우기에 용감하고 두려움도 없다. 일찍부터 함께 활동하며 알고 지내던 다른 드워프들을 믿었다.

용아병들이 일렬로 서 있는 드워프들과 맞부딪쳤다.

“죽어라. 침입자들!”

“케이베른 님의 안식처에 침입한 죄는 용서받지 못한다. 너희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다.”

드워프들은 방패를 앞세우고 공격을 버텨 냈다.

레벨 400대 이상의 드워프들은 기본적으로 타고난 맷집들이 있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촤자창!

반격으로 휘두르는 도끼와 창이 용아병들의 피부에 부딪쳤다.

“방어선 지키고 밀리지 마!”

“그대로 자리를 사수하자.”

레어를 지키는 용아병들은 보통의 경우보다 레벨이 훨씬 더 높았지만, 드워프들은 충격에도 불구하고 밀집 대형을 선택하며 버텨 냈다.

위드는 앞으로 나서며 로아의 명검을 땅으로 내려쳤다.

“용암의 강!”

대지가 갈라지며 붉은 용암이 용아병들을 뒤덮었다.

“뀌엑!”

당장의 피해량도 막대했지만 적들을 물러서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다.

“크엑. 죽어도 전진해라!”

“케이베른 님의 보물을 지켜야 한닷.”

용아병들은 억지로 용암의 강을 뚫고 들어왔다. 몸이 불덩어리가 되어서 미친 듯이 돌격했다.

드워프들은 세 겹으로 방어진을 치고 방패를 앞세워서 막아 냈다.

페일이 이끄는 타격대의 일부가 도착한 건 그 직후였다.

“위드 님, 저희도 왔습니다. 바로 전투에 돌입하겠습니다.”

“원거리 지원이 되는 분들은 용아병들을 골라서 저격해 주세요. 커다란 무기를 가진 녀석들은 자신들끼리도 방해가 되니 내버려 두고, 보스급부터 먼저 처치해야 합니다.”

위드는 빠르게 용아병 무리를 분석했다.

대략 200여 마리가 있었고, 그들 중에서 보스급이라고 부를 만한 존재는 40 정도!

특별히 강한 녀석도 있고, 불이나 벼락, 얼음의 기운을 쏟아 내는 특수 능력을 보유한 놈들도 있었다.

그들을 먼저 제거하는 쪽이 전투에 유리하다고 봤다.

“알겠습니다!”

타격대의 유저들은 위드의 말에 따라 무리를 나누었다.

근접 계열의 전투 직업들은 앞으로 달려가고, 나머지는 페일이 지휘했다.

페일의 불화살이 날아간 쪽에는 마법이나 화살의 원거리 공격들이 집중되었다.

드워프들도 강하기는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레벨 500대가 넘는 아르펜 제국의 최정예!

‘제대로 한몫은 해낸다.’

‘뭐라도 해야 장비를 받지 않겠어?’

유저들은 레어의 보물들을 지나오면서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고 눈이 돌아갔다. 성과를 내세워야 당당하게 장비를 얻을 테니 죽기 살기로 막을 각오를 했다.

공격의 집중으로 일곱 마리의 보스급들이 그대로 죽어 나갔다.

나머지 용아병들 쪽엔 드워프와 타격대들이 협력해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용아병들을 압도하진 못했지만 탄탄한 수비로 쉽게 밀리지도 않았다.

“크웨에엑! 케이베른 님이 너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 드워프. 한 놈도 남김없이 죽여라, 죽여!”

하지만 레어의 입구로 더 많은 용아병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 용아병들의 지휘관.

바뎀믹스의 영향권 안에 들어오셨습니다.

미증유의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생명력의 최대치가 감소합니다.

혼란, 공포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공격에 더 많은 피해를 입습니다. >

“이건 또 뭐야.”

드워프들이 당황했다.

다른 용아병들보다 세 배쯤 큰 녀석이 레어의 입구에 나타났다. 등에는 도끼와 창과 같은 대형 무기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보스급 용아병들을 처리하긴 했지만, 이곳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드래곤의 레어!

진정한 보스 몬스터의 등장이었다.

“너희들은 허락받지 않은 장소에 들어왔다!”

바뎀믹스가 도끼와 창이 결합된 할버드를 다른 용아병에게 휘둘렀다. 길을 막고 있는 용아병들을 날려 버리며 그대로 드워프들 앞까지 달려왔다.

“역병 강타!”

할버드를 휘두를 때마다 막고 있던 드워프들이 수십 미터씩 나가떨어졌다. 푸른 안개가 몸을 뒤덮으며 생명력이 매초마다 쭉쭉 떨어졌다.

‘이건 안 좋아.’

위드의 본능이 경고를 알리고 있었다.

바뎀믹스는 보스급 중에서도 보스급이라고 불릴 만한 극도로 위험한 존재.

드워프들이 협력해서 싸우면 당장은 버틸 수 있으리라. 하지만 저런 존재들이 몇이나 나타날지 모른다는 점이 문제였다.

‘케이베른의 명령을 따르는 몬스터나 용아병들은 전부 몰려오고 있을 거야.’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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